가을호 특집. 작품을 주제로 삼은 아브락사스 시리즈.
열다섯 번째 아브락사스 합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런 영상 제작 방식이 꼴라주 기법인가요? 제가 이론을 잘 몰라서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그렇지 않 나, 생각해봅니다.
2009년 김한주가 찍은 사진 2010년 샤르봉이 그린 그림 2011년 박원희가 만든 조각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꼴라주’입니다.
그리고. 2012년은 최연옥이 만든 영상, 입니다. 우주는 하나의 꼴라주입니다. 이놈의 삶과 저년의 삶이 덕지덕지 붙어서 하나를 이루고 있죠. 이번 아브락사스는 위 생각에서 영감을 받아, ‘한 권의 꼴라 주’로 만들어 보자, 라는 생각 아래 작업해보았습니다.
최연옥이 만든 영상
일 나가면서 생각하고, 일하면서 생각하고, 집에 오면서 생 각하고, 계속 생각하다 생강차까지 마셨지만, 마땅히 떠오 르는 분이 없었습니다. 제가 남자치고 발이 좁아서 250mm를 신거든요. 아무튼. 이런 고민을 술자리에서 토로하는 것을, 연옥님이 보고 계셔,* 영상을 만들어주겠다는 은혜로운 자비를 베푸셔, 이번 호가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아무튼. 개소리는 그만하고 이만 종소리 물러가겠습니다. 꽝. 다음 기회에.
영상을 받아보고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맥도날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콘 500원’과 ‘꼴라주’였습니다. ‘맥도날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콘 500원’은 아마도 ‘소프트 라 이프’라는 제목 탓인 것 같고, ‘꼴라주’는 영상이 조각들의 집 * 억수씨님의 웹툰. 참고로 네이버 웹툰이고 완결됐습니다.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재밌어요.
재밌으면 재밌게, 재미없으면 재미없게 봐주셨으면 좋겠습 니다. 재미없는 것도 나름대로 좋지 않을까요? 쏘-오프트한 라이-프를 삽시다. 라라라. 예쁘게 좀 봐주세요. 욕하지 말아주세요. 라라라. 귀엽게 받아주세요. 사랑. 해주세요. **
2012. 10. 22. 서울스퀘어 타라그래픽스 남산점 work1 컴퓨터 앞에서 아발 김종소리 ** 지드래곤 one of a kind 가사. 포인트는, 사랑. 해주세요.
이천십이 년 가을
발(행인의) 말
사실, 올해 주제는 누군가가 그린 만화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에게 작품을 부탁드릴까, 생각하다가. 문득, 영상을 주제로 삼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래서 만화는 내년으로 미루고, 영상 제작을 부탁드릴 분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가을호 특집. 작품을 주제로 삼은 아브락사스 시리즈.
열다섯 번째 아브락사스 합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런 영상 제작 방식이 꼴라주 기법인가요? 제가 이론을 잘 몰라서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그렇지 않 나, 생각해봅니다.
2009년 김한주가 찍은 사진 2010년 샤르봉이 그린 그림 2011년 박원희가 만든 조각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꼴라주’입니다.
그리고. 2012년은 최연옥이 만든 영상, 입니다. 우주는 하나의 꼴라주입니다. 이놈의 삶과 저년의 삶이 덕지덕지 붙어서 하나를 이루고 있죠. 이번 아브락사스는 위 생각에서 영감을 받아, ‘한 권의 꼴라 주’로 만들어 보자, 라는 생각 아래 작업해보았습니다.
최연옥이 만든 영상
일 나가면서 생각하고, 일하면서 생각하고, 집에 오면서 생 각하고, 계속 생각하다 생강차까지 마셨지만, 마땅히 떠오 르는 분이 없었습니다. 제가 남자치고 발이 좁아서 250mm를 신거든요. 아무튼. 이런 고민을 술자리에서 토로하는 것을, 연옥님이 보고 계셔,* 영상을 만들어주겠다는 은혜로운 자비를 베푸셔, 이번 호가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아무튼. 개소리는 그만하고 이만 종소리 물러가겠습니다. 꽝. 다음 기회에.
영상을 받아보고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맥도날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콘 500원’과 ‘꼴라주’였습니다. ‘맥도날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콘 500원’은 아마도 ‘소프트 라 이프’라는 제목 탓인 것 같고, ‘꼴라주’는 영상이 조각들의 집 * 억수씨님의 웹툰. 참고로 네이버 웹툰이고 완결됐습니다.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재밌어요.
재밌으면 재밌게, 재미없으면 재미없게 봐주셨으면 좋겠습 니다. 재미없는 것도 나름대로 좋지 않을까요? 쏘-오프트한 라이-프를 삽시다. 라라라. 예쁘게 좀 봐주세요. 욕하지 말아주세요. 라라라. 귀엽게 받아주세요. 사랑. 해주세요. **
2012. 10. 22. 서울스퀘어 타라그래픽스 남산점 work1 컴퓨터 앞에서 아발 김종소리 ** 지드래곤 one of a kind 가사. 포인트는, 사랑. 해주세요.
이천십이 년 가을
발(행인의) 말
사실, 올해 주제는 누군가가 그린 만화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에게 작품을 부탁드릴까, 생각하다가. 문득, 영상을 주제로 삼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래서 만화는 내년으로 미루고, 영상 제작을 부탁드릴 분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가을호 특집. 작품을 주제로 삼은 아브락사스 시리즈. 2009년 김한주가 찍은 사진 2010년 샤르봉이 그린 그림 2011년 박원희가 만든 조각
합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런 영상 제작 방식이 꼴라주 기법인가요? 제가 이론을 잘 몰라서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그렇지 않 나, 생각해봅니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꼴라주’입니다.
그리고. 2012년은 최연옥이 만든 영상, 입니다.
일 나가면서 생각하고, 일하면서 생각하고, 집에 오면서 생 각하고, 계속 생각하다 생강차까지 마셨지만, 마땅히 떠오 르는 분이 없었습니다. 제가 남자치고 발이 좁아서 250mm를 신거든요. 아무튼. 이런 고민을 술자리에서 토로하는 것을, 연옥님이 보고 계셔,* 영상을 만들어주겠다는 은혜로운 자비를 베푸셔, 이번 호가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영상을 받아보고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맥도날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콘 500원’과 ‘꼴라주’였습니다. ‘맥도날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콘 500원’은 아마도 ‘소프트 라 이프’라는 제목 탓인 것 같고, ‘꼴라주’는 영상이 조각들의 집 * 억수씨님의 웹툰. 참고로 네이버 웹툰이고 완결됐습니다.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재밌어요.
우주는 하나의 꼴라주입니다. 이놈의 삶과 저년의 삶이 덕지덕지 붙어서 하나를 이루고 있죠. 이번 아브락사스는 위 생각에서 영감을 받아, ‘한 권의 꼴라 주’로 만들어 보자, 라는 생각 아래 작업해보았습니다. 재밌으면 재밌게, 재미없으면 재미없게 봐주셨으면 좋겠습 니다. 재미없는 것도 나름대로 좋지 않을까요? 쏘-오프트한 라이-프를 삽시다. 라라라. 예쁘게 좀 봐주세요. 욕하지 말아주세요. 라라라. 귀엽게 받아주세요. 사랑. 해주세요. ** 아무튼. 개소리는 그만하고 이만 종소리 물러가겠습니다. 꽝. 다음 기회에.
2012. 10. 22. 서울스퀘어 타라그래픽스 남산점 work1 컴퓨터 앞에서 아발 김종소리 ** 지드래곤 one of a kind 가사. 포인트는, 사랑. 해주세요.
발(행인의) 말
사실, 올해 주제는 누군가가 그린 만화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에게 작품을 부탁드릴까, 생각하다가. 문득, 영상을 주제로 삼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래서 만화는 내년으로 미루고, 영상 제작을 부탁드릴 분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가을호 특집. 작품을 주제로 삼은 아브락사스 시리즈. 2009년 김한주가 찍은 사진 2010년 샤르봉이 그린 그림 2011년 박원희가 만든 조각
합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런 영상 제작 방식이 꼴라주 기법인가요? 제가 이론을 잘 몰라서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그렇지 않 나, 생각해봅니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꼴라주’입니다.
그리고. 2012년은 최연옥이 만든 영상, 입니다.
일 나가면서 생각하고, 일하면서 생각하고, 집에 오면서 생 각하고, 계속 생각하다 생강차까지 마셨지만, 마땅히 떠오 르는 분이 없었습니다. 제가 남자치고 발이 좁아서 250mm를 신거든요. 아무튼. 이런 고민을 술자리에서 토로하는 것을, 연옥님이 보고 계셔,* 영상을 만들어주겠다는 은혜로운 자비를 베푸셔, 이번 호가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영상을 받아보고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맥도날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콘 500원’과 ‘꼴라주’였습니다. ‘맥도날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콘 500원’은 아마도 ‘소프트 라 이프’라는 제목 탓인 것 같고, ‘꼴라주’는 영상이 조각들의 집 * 억수씨님의 웹툰. 참고로 네이버 웹툰이고 완결됐습니다.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재밌어요.
우주는 하나의 꼴라주입니다. 이놈의 삶과 저년의 삶이 덕지덕지 붙어서 하나를 이루고 있죠. 이번 아브락사스는 위 생각에서 영감을 받아, ‘한 권의 꼴라 주’로 만들어 보자, 라는 생각 아래 작업해보았습니다. 재밌으면 재밌게, 재미없으면 재미없게 봐주셨으면 좋겠습 니다. 재미없는 것도 나름대로 좋지 않을까요? 쏘-오프트한 라이-프를 삽시다. 라라라. 예쁘게 좀 봐주세요. 욕하지 말아주세요. 라라라. 귀엽게 받아주세요. 사랑. 해주세요. ** 아무튼. 개소리는 그만하고 이만 종소리 물러가겠습니다. 꽝. 다음 기회에.
2012. 10. 22. 서울스퀘어 타라그래픽스 남산점 work1 컴퓨터 앞에서 아발 김종소리 ** 지드래곤 one of a kind 가사. 포인트는, 사랑. 해주세요.
발(행인의) 말
사실, 올해 주제는 누군가가 그린 만화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에게 작품을 부탁드릴까, 생각하다가. 문득, 영상을 주제로 삼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래서 만화는 내년으로 미루고, 영상 제작을 부탁드릴 분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약속의 무덤 / 유민정 00 : 00 컨템플레이션 / 샤르봉 00 : 03 진짜 연애 / 송이 00 : 23 무제 / 임지온 00 : 37 무제 / 임지온 00 : 38
오늘 지하철 / 박유빈 01 : 09 소설가 j의 글쓰기 / 전보겸 01 : 12 저녁들 / 유민정 01 : 13 소프트라이프 인 파리 / 샤르봉 01 : 23 T A B A C O / 장은혜 01 : 38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글 김종소리, 그림 정지호 01 : 44
차례
Ode 1 / 부영 01 : 05
약속의 무덤 / 유민정 00 : 00 컨템플레이션 / 샤르봉 00 : 03 진짜 연애 / 송이 00 : 23 무제 / 임지온 00 : 37 무제 / 임지온 00 : 38
오늘 지하철 / 박유빈 01 : 09 소설가 j의 글쓰기 / 전보겸 01 : 12 저녁들 / 유민정 01 : 13 소프트라이프 인 파리 / 샤르봉 01 : 23 T A B A C O / 장은혜 01 : 38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글 김종소리, 그림 정지호 01 : 44
차례
Ode 1 / 부영 01 : 05
소프트라이프 1'51"
vimeo.com/46799278
소프트라이프 1'51"
vimeo.com/46799278
00 : 00
약속의 무덤 / 류민정
00 : 00
약속의 무덤 / 류민정
약속의 무덤 / 류민정
약속의 무덤 / 류민정
약속은 떠났다. 문은 자동으로 닫혔다. 수많은 질문이 서로 화를 내며 돌아서고 나는 약간 투덜거렸다. 늘어지는 뿌리 같이 트집을 잡고 헤맸다 와 하고 우는 짓 따위는 생략한 채 허공에 뿌려져 있는 아쉬움을 천천히 모았다 그러는 동안 대답들이 어디선가 들어왔다. 하얗고 인상 좋은 대답들은 억지로 미소 지었다 무수한 잎들이 그 주위로 날아가 기댔다. 세포가 자라듯이 서서히 불어 오르는 잎들과 모래를 바라보며 나는 그대로 멈췄다. 이곳을 열고 나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에. 열린 하늘에 손을 뻗고 온 몸이 물음표가 되어 서 있었다. 화려하게 치장된 무덤 벽 사이를 번갈아 보지만 지나온 일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물어볼 자격은 몸에게만 있다. 모로 눕는다, 모두가 무덤이다. 이 땅의 법은 지나가고자 하는 사람이 꼭 한 번씩 죽어야 하는지 물어볼 새도 없이 바람이 슬쩍 지나가자 비(碑)가 구겨졌다. 저기 내 무덤의 암호는 덧없이 적혀 있다. 누군가 쥐어준 열쇠는 어딘가 두고 들어왔기 때문에 모른다. 모르는 것을 후회라고 불렀던가, 놓고 온 것을 그랬던가. 공기를 뱉으면 파랗게 질리는 몸, 밤처럼 아득해진다. 연약한 손바닥이 다짐이나 침묵의 안마를 받고 있을 때 난 꽉 붙잡고 있던 약속의 세포 하나씩을 떼어낸다. 출구의 문은 약간 부서진 채 대답들은 차례로 돌아선다. 붙잡지 않을 거라고 중얼거린다. 무덤은 닫히고 무덤을 적는 손들이 무수히 날아오기 시작한다.
약속의 무덤 / 류민정
약속의 무덤 / 류민정
약속은 떠났다. 문은 자동으로 닫혔다. 수많은 질문이 서로 화를 내며 돌아서고 나는 약간 투덜거렸다. 늘어지는 뿌리 같이 트집을 잡고 헤맸다 와 하고 우는 짓 따위는 생략한 채 허공에 뿌려져 있는 아쉬움을 천천히 모았다 그러는 동안 대답들이 어디선가 들어왔다. 하얗고 인상 좋은 대답들은 억지로 미소 지었다 무수한 잎들이 그 주위로 날아가 기댔다. 세포가 자라듯이 서서히 불어 오르는 잎들과 모래를 바라보며 나는 그대로 멈췄다. 이곳을 열고 나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에. 열린 하늘에 손을 뻗고 온 몸이 물음표가 되어 서 있었다. 화려하게 치장된 무덤 벽 사이를 번갈아 보지만 지나온 일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물어볼 자격은 몸에게만 있다. 모로 눕는다, 모두가 무덤이다. 이 땅의 법은 지나가고자 하는 사람이 꼭 한 번씩 죽어야 하는지 물어볼 새도 없이 바람이 슬쩍 지나가자 비(碑)가 구겨졌다. 저기 내 무덤의 암호는 덧없이 적혀 있다. 누군가 쥐어준 열쇠는 어딘가 두고 들어왔기 때문에 모른다. 모르는 것을 후회라고 불렀던가, 놓고 온 것을 그랬던가. 공기를 뱉으면 파랗게 질리는 몸, 밤처럼 아득해진다. 연약한 손바닥이 다짐이나 침묵의 안마를 받고 있을 때 난 꽉 붙잡고 있던 약속의 세포 하나씩을 떼어낸다. 출구의 문은 약간 부서진 채 대답들은 차례로 돌아선다. 붙잡지 않을 거라고 중얼거린다. 무덤은 닫히고 무덤을 적는 손들이 무수히 날아오기 시작한다.
00 : 03
컨템플레이션 / 샤르봉
00 : 03
컨템플레이션 / 샤르봉
컨템플레이션 / 샤르봉
컨템플레이션 / 샤르봉
contemplation [여성명사] 1. 주시, 응시, 관조 2. 명상, 심사숙고 = 3. (영혼의) 신과의 합일 1분내지 3분사이로 같은 곳을 연속해서 촬영한 ‘파리 어느 곳’ 입니다. 매 회마다 장소는 바뀝니다.
컨템플레이션 / 샤르봉
샤르봉 www.facebook.com/sharbong.net
contemplation [여성명사] 1. 주시, 응시, 관조 2. 명상, 심사숙고 = 3. (영혼의) 신과의 합일 1분내지 3분사이로 같은 곳을 연속해서 촬영한 ‘파리 어느 곳’ 입니다. 매 회마다 장소는 바뀝니다.
컨템플레이션 / 샤르봉
샤르봉 www.facebook.com/sharb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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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연애 / 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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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연애 / 이송
눈물이 흘러 이별인 걸 알았어. 힘없이 돌아서던 너의 뒷모습 을 바라보며 나만큼 너도 슬프다는 걸 알아. 하지만 견뎌야
진짜 연애 / 이송
해. 추억이 아름답도록. 웃기고 자빠졌네. 둘 다 슬픈데 왜 헤어져야 하는데! 이미 지나간 추억이 도대체 왜 아름다워야 하는데! 사랑하니까 놔준다는 그 흔한 드라마나 영화 속 대사들은 내 얘기가 아 니었다. 나는 수많은 이별 중 그렇게 헤어진 적이 단 한 번 도 없다. 내가 만약 영화나 드라마를 만든다면 절대로 거짓 증언은 하지 않으리다. 이런 생각만 하며 폭탄 문자를 날렸 다. 그리고 또 동시에 생각했다. 그녀가 내 문자를 씹으면 씹 을수록 내 자존심은 점점 바닥을 들어내겠지. 실제로 그러 면 그럴수록 나 자신이 싫어지기도 했다. 정말 그녀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겁도 났다. 한 달이 지나자 이제 정말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습관처럼 보내던 문자를 하루아침에 끊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답문이 왔다. - 좀 꺼져. ㅗㅗ 아, 이런. 예상치 못한 문자다. 그녀는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말도 6개월 동안 세 번 정도, 사랑한다는 말은 한 번도 하질 않았다. 힘든 일이 있어도 묵묵히 참는 편이었고 다투는 중에도 막말만큼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문자를 유 심히 들여다봤다. 좀. 꺼. 져. ㅗㅗ ......?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화를 내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녀는 화를 낼 때 웃는다. 보통 땐 소리 내어 웃는 법이 없는 데 화를 낼 땐 깔깔깔깔 뒤로 넘어갈 듯 웃어젖힌다. 그리고 동시에 눈물을 똑 떨어트린다. 조금 더 있으면 양손을 허공 으로 날린다. 내 문자를 보고 몇 번이나 그런 행동을 했을 것 이다. 그녀가 귀여웠다. 잠시 후. 아, 이건 병이다. 드디어 미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 다. 어딘가에는 어느 정도 여운을 남기며 멋지게 헤어지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저분해도 너무
지저분하고 찌질해도 너무 찌질하다. 그녀를 화나게 해놓고 귀엽다고 웃고 있는 내 꼴은, 좀 우습고 비정상적이었다. 그 것도 한 달 이상 얼굴도 못 본,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는 그 여자를 대상으로 귀엽다니. 나는 ‘좀 꺼져. ㅗㅗ’라는 문 자를 캡쳐하여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지정했다. 하루만 참으 면, 하루만 참으면, 된다. 매일 밤 배경화면을 보며 마음을 찢었다. 일종의 자학이었다. 좋아한다는 말도 겨우 다섯 번, 실수였겠지만 잠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부른 적도 있었고 많 이 게으른 사람이었다. 나는 꽤 성실한 편이어서 조조 영화 를 즐겼지만 그녀에겐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2시간 씩 늦는 건 다반사였다. 결론적으로 그녀 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것 좀 봐. ‘좀 꺼져. ㅗㅗ’ 라니. 그녀는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쯤 내 번호 를 차단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 달을 참았다(솔직히 얘기하자면, 처음 2주일은 두 번 정도 문자를 했었다. 오해하지 마시라. 주말 잘 보내. 늦게 다니지 마, 흉흉하다. 같은 아주 건전한 내용의 문자였 다.). 그러니 조금씩 그녀가 지워지는 것도 같았다. 집에 혼 자 있어도 편했고 종일 휴대폰을 보고 있지 않아도 불안하 지 않았다. 그녀의 미니홈피에 들어가지 않았고 굳이 생각 하지 않으면 내 휴대폰 배경화면이 무엇이었는지 인지되지 도 않았다. 주말이면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책을 읽었 다. 시간도 잘 갔다. 째깍째깍. 나와 그녀가 서로 좋아하던 시간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 해변에서 헤어진 지 4개월 쯤 되었을까. 슬로우 무비처럼 아무 갈등 없는 평온한 출근길이었다. 사 람으로 들어찬 2호선을 타고 당산에서 합정으로 넘어가는 길, 문득 그녀가 생각났다. 그녀와 나는 이 구간에서 항상 한 강을 보며 말했다. “날 따뜻해지면 한강 가서 자전거 타자.” “응.” 그녀는 수줍게 웃었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러가지 못한 채 헤어졌다. 휴대폰에 저장된 그녀의 전화번호를 쓸어내렸
다. 너무 뜬금없이, 눈물이, 아주 많이, 났다. 눈물이 흘러 이별인 걸 알았어. 노래를 탓하며 서둘러 다음 곡으로 넘겼다. 마지막까지 그 녀가 나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쓰고 있지 만 어쩌면 나보다 훨씬 빨리‘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잊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만큼 그녀를 사랑한 다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를 잊고 싶 진 않다. 그래서 내 휴대폰 배경화면은 여전히 ‘좀 꺼져. ㅗ ㅗ’다.
진짜 연애 / 이송
그렇게 우린 헤어졌다. 공식적으론 내가 찼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이별도 불공평하다. 어느 한 쪽이 더 힘든 것만 은 분명할 터. 물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지금 어디에서 뭘 하는지 아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아마도 내가 더 힘들 거 라는 생각은 접을 수가 없다. 이번에 내가 택한 이별 방법은 내 자존심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것. 부러 내 마음에 상처 를 내어 자존심이 바닥을 치면 더 이상 그녀를 생각하지 않 을 것이었다. 아래의 과정은 진심이기도 하지만 계획된 이 별의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헤어지자마자 근 한 달 동안은 사귈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문자를 보냈다. - 좋은 아침. - 감기 조심해. -날이 춥다. 등,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바람 으로 보냈다. 그녀는 씹는다. 그러면 화가 난다. 나는 찼지만 차였으므로 화가 난다.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있는 상상을 하 고 주말이 되면 그 상상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집요해진다. 이별 후엔 시간을 견디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견디지 못 할 땐 다시 휴대폰을 잡는다. -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어? - 만나는 동안 이렇게 될 정도로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 다시 만나자. - 좋아해. - 사랑해. -보고 싶어. 헤어진 연인이 할 수 있는 말이란 말은 모두 하면서 생각 한다. 김건모는 이런 노래를 불렀지.
눈물이 흘러 이별인 걸 알았어. 힘없이 돌아서던 너의 뒷모습 을 바라보며 나만큼 너도 슬프다는 걸 알아. 하지만 견뎌야
진짜 연애 / 이송
해. 추억이 아름답도록. 웃기고 자빠졌네. 둘 다 슬픈데 왜 헤어져야 하는데! 이미 지나간 추억이 도대체 왜 아름다워야 하는데! 사랑하니까 놔준다는 그 흔한 드라마나 영화 속 대사들은 내 얘기가 아 니었다. 나는 수많은 이별 중 그렇게 헤어진 적이 단 한 번 도 없다. 내가 만약 영화나 드라마를 만든다면 절대로 거짓 증언은 하지 않으리다. 이런 생각만 하며 폭탄 문자를 날렸 다. 그리고 또 동시에 생각했다. 그녀가 내 문자를 씹으면 씹 을수록 내 자존심은 점점 바닥을 들어내겠지. 실제로 그러 면 그럴수록 나 자신이 싫어지기도 했다. 정말 그녀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겁도 났다. 한 달이 지나자 이제 정말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습관처럼 보내던 문자를 하루아침에 끊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답문이 왔다. - 좀 꺼져. ㅗㅗ 아, 이런. 예상치 못한 문자다. 그녀는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말도 6개월 동안 세 번 정도, 사랑한다는 말은 한 번도 하질 않았다. 힘든 일이 있어도 묵묵히 참는 편이었고 다투는 중에도 막말만큼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문자를 유 심히 들여다봤다. 좀. 꺼. 져. ㅗㅗ ......?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화를 내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녀는 화를 낼 때 웃는다. 보통 땐 소리 내어 웃는 법이 없는 데 화를 낼 땐 깔깔깔깔 뒤로 넘어갈 듯 웃어젖힌다. 그리고 동시에 눈물을 똑 떨어트린다. 조금 더 있으면 양손을 허공 으로 날린다. 내 문자를 보고 몇 번이나 그런 행동을 했을 것 이다. 그녀가 귀여웠다. 잠시 후. 아, 이건 병이다. 드디어 미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 다. 어딘가에는 어느 정도 여운을 남기며 멋지게 헤어지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저분해도 너무
지저분하고 찌질해도 너무 찌질하다. 그녀를 화나게 해놓고 귀엽다고 웃고 있는 내 꼴은, 좀 우습고 비정상적이었다. 그 것도 한 달 이상 얼굴도 못 본,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는 그 여자를 대상으로 귀엽다니. 나는 ‘좀 꺼져. ㅗㅗ’라는 문 자를 캡쳐하여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지정했다. 하루만 참으 면, 하루만 참으면, 된다. 매일 밤 배경화면을 보며 마음을 찢었다. 일종의 자학이었다. 좋아한다는 말도 겨우 다섯 번, 실수였겠지만 잠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부른 적도 있었고 많 이 게으른 사람이었다. 나는 꽤 성실한 편이어서 조조 영화 를 즐겼지만 그녀에겐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2시간 씩 늦는 건 다반사였다. 결론적으로 그녀 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것 좀 봐. ‘좀 꺼져. ㅗㅗ’ 라니. 그녀는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쯤 내 번호 를 차단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 달을 참았다(솔직히 얘기하자면, 처음 2주일은 두 번 정도 문자를 했었다. 오해하지 마시라. 주말 잘 보내. 늦게 다니지 마, 흉흉하다. 같은 아주 건전한 내용의 문자였 다.). 그러니 조금씩 그녀가 지워지는 것도 같았다. 집에 혼 자 있어도 편했고 종일 휴대폰을 보고 있지 않아도 불안하 지 않았다. 그녀의 미니홈피에 들어가지 않았고 굳이 생각 하지 않으면 내 휴대폰 배경화면이 무엇이었는지 인지되지 도 않았다. 주말이면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책을 읽었 다. 시간도 잘 갔다. 째깍째깍. 나와 그녀가 서로 좋아하던 시간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 해변에서 헤어진 지 4개월 쯤 되었을까. 슬로우 무비처럼 아무 갈등 없는 평온한 출근길이었다. 사 람으로 들어찬 2호선을 타고 당산에서 합정으로 넘어가는 길, 문득 그녀가 생각났다. 그녀와 나는 이 구간에서 항상 한 강을 보며 말했다. “날 따뜻해지면 한강 가서 자전거 타자.” “응.” 그녀는 수줍게 웃었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러가지 못한 채 헤어졌다. 휴대폰에 저장된 그녀의 전화번호를 쓸어내렸
다. 너무 뜬금없이, 눈물이, 아주 많이, 났다. 눈물이 흘러 이별인 걸 알았어. 노래를 탓하며 서둘러 다음 곡으로 넘겼다. 마지막까지 그 녀가 나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쓰고 있지 만 어쩌면 나보다 훨씬 빨리‘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잊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만큼 그녀를 사랑한 다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를 잊고 싶 진 않다. 그래서 내 휴대폰 배경화면은 여전히 ‘좀 꺼져. ㅗ ㅗ’다.
진짜 연애 / 이송
그렇게 우린 헤어졌다. 공식적으론 내가 찼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이별도 불공평하다. 어느 한 쪽이 더 힘든 것만 은 분명할 터. 물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지금 어디에서 뭘 하는지 아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아마도 내가 더 힘들 거 라는 생각은 접을 수가 없다. 이번에 내가 택한 이별 방법은 내 자존심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것. 부러 내 마음에 상처 를 내어 자존심이 바닥을 치면 더 이상 그녀를 생각하지 않 을 것이었다. 아래의 과정은 진심이기도 하지만 계획된 이 별의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헤어지자마자 근 한 달 동안은 사귈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문자를 보냈다. - 좋은 아침. - 감기 조심해. -날이 춥다. 등,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바람 으로 보냈다. 그녀는 씹는다. 그러면 화가 난다. 나는 찼지만 차였으므로 화가 난다.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있는 상상을 하 고 주말이 되면 그 상상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집요해진다. 이별 후엔 시간을 견디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견디지 못 할 땐 다시 휴대폰을 잡는다. -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어? - 만나는 동안 이렇게 될 정도로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 다시 만나자. - 좋아해. - 사랑해. -보고 싶어. 헤어진 연인이 할 수 있는 말이란 말은 모두 하면서 생각 한다. 김건모는 이런 노래를 불렀지.
진짜 연애 / 이송
00 : 23
이송 연애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매력은 있지만 섹시하진 않은, 스물여덟 여자사람. astraea09@naver.com
진짜 연애 / 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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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 연애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매력은 있지만 섹시하진 않은, 스물여덟 여자사람. astraea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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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 임지온
무제 / 임지온
무제 / 임지온
무제 / 임지온
빛이 내리쬐는 어느 날 이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오후, 노을이 지고 있을 무렵인데.. 응 노을 이 질 무렵 이었어요. 각 맞춰진 시야와 밍밍했던 마음에 문득 붉은 것이 들어왔 습니다. 나는 그러한 것을 상상했던 적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좋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고요. 사실 이곳에서도 해가 질 거라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 일은 그때 벌어졌죠, 생각 없이 걸을 때. 나는 내가 가득차고 풍요롭고 만족스럽다 생각하고 살았는 데 그 광경 하나에 내가 들킨 느낌이었습니다. 광활한 대자연도 아닌 그 삭막한 각 파이프 같은 곳에서 -자연 안에서 나도 모르게 드러내졌다면 포근한 엄마 앞에 기저귀를 까발린 아가 같았을터인데 나는 내 안을 느끼고 만거죠 갑자기. 벅차고 따뜻하긴 한데 내 안의 빈 공간에서의 지지리 궁상 이, 우주에 대기 없이 노출 된 건조하고 뜨거운 행성의 하늘같 은 공간을 맞닥드리는 순간 알았어요 나는. 내 안 빈 공간의 궁상적인 외로움. 슬펐지만 사람으로 하여금 깨달은 것은 한 줄기 붉은 빛을 온몸으로 가득히 받은 듯, 더운 열기의 나 라에서 추위를 잊을법한 기분이었으나
마주했을 때는 나는 내가 외로운 것을 알았습니다. 허나 선물인지 뜨거운 위로도 왔었죠. 그러다 다시 이내 사라졌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찾았던 것인데 빛을 받고는 황홀한 순간 이 점 점 어두워져갔고 차가워져갔고 시시한 어둠이 와버려서 난 다시 전과 같았고 이내 황홀을 잊었습니다. 찰나는 순간이었고 뜨겁고 혼을 뺏으나 생각보다 칠흑은 길 게.
무제 / 임지온
무제 / 임지온
스물 두살 꿈 많은 때 였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귀를 달고 살 때 였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싫어했어요. 멋이라곤 쥐뿔 없는 정형적인 것이 메마르다고만 생각했습 니다. 무색한 회색 자욱 공간.
빛이 내리쬐는 어느 날 이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오후, 노을이 지고 있을 무렵인데.. 응 노을 이 질 무렵 이었어요. 각 맞춰진 시야와 밍밍했던 마음에 문득 붉은 것이 들어왔 습니다. 나는 그러한 것을 상상했던 적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좋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고요. 사실 이곳에서도 해가 질 거라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 일은 그때 벌어졌죠, 생각 없이 걸을 때. 나는 내가 가득차고 풍요롭고 만족스럽다 생각하고 살았는 데 그 광경 하나에 내가 들킨 느낌이었습니다. 광활한 대자연도 아닌 그 삭막한 각 파이프 같은 곳에서 -자연 안에서 나도 모르게 드러내졌다면 포근한 엄마 앞에 기저귀를 까발린 아가 같았을터인데 나는 내 안을 느끼고 만거죠 갑자기. 벅차고 따뜻하긴 한데 내 안의 빈 공간에서의 지지리 궁상 이, 우주에 대기 없이 노출 된 건조하고 뜨거운 행성의 하늘같 은 공간을 맞닥드리는 순간 알았어요 나는. 내 안 빈 공간의 궁상적인 외로움. 슬펐지만 사람으로 하여금 깨달은 것은 한 줄기 붉은 빛을 온몸으로 가득히 받은 듯, 더운 열기의 나 라에서 추위를 잊을법한 기분이었으나
마주했을 때는 나는 내가 외로운 것을 알았습니다. 허나 선물인지 뜨거운 위로도 왔었죠. 그러다 다시 이내 사라졌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찾았던 것인데 빛을 받고는 황홀한 순간 이 점 점 어두워져갔고 차가워져갔고 시시한 어둠이 와버려서 난 다시 전과 같았고 이내 황홀을 잊었습니다. 찰나는 순간이었고 뜨겁고 혼을 뺏으나 생각보다 칠흑은 길 게.
무제 / 임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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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두살 꿈 많은 때 였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귀를 달고 살 때 였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싫어했어요. 멋이라곤 쥐뿔 없는 정형적인 것이 메마르다고만 생각했습 니다. 무색한 회색 자욱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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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 임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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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 임지온
무제 / 임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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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 임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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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온 http://onnotthere.tistory.com/
무제 / 임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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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온 http://onnotther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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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e 1 / 부영
Ode 1 / 부영
네 목덜미 위에 머물던 수많은 밤들 그게 전부 깨져버린 거야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에 너무 낡아 있었거든 어쩐지 너는 그게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날마다 하얀 나체를 걸치고 내 꿈에 찾아와 울었어, 그렇지?
이젠 아무것도 너를 위한 것이 아니지만 1년 전에 끊겨 식어버린 전화기는 아직 내 귀를 붉히고 때때로 없는 번호를 누르지 설사 빈 울음이라도, 그 안에서 너와 손잡은 채 달디 단 춤을 출 수 있었는데 다만 서서히 덧없어진 낭만 그 숨 막히는 사이, 사이를 내달려 아주 참혹한 속도로 쏟아지는 밤의 파편들을 피해내야 해
Ode 1 / 부영
Ode 1 / 부영
아주 흔한 일상처럼, 가끔은 그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졌단 걸 고백하고 싶어
네 목덜미 위에 머물던 수많은 밤들 그게 전부 깨져버린 거야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에 너무 낡아 있었거든 어쩐지 너는 그게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날마다 하얀 나체를 걸치고 내 꿈에 찾아와 울었어, 그렇지?
이젠 아무것도 너를 위한 것이 아니지만 1년 전에 끊겨 식어버린 전화기는 아직 내 귀를 붉히고 때때로 없는 번호를 누르지 설사 빈 울음이라도, 그 안에서 너와 손잡은 채 달디 단 춤을 출 수 있었는데 다만 서서히 덧없어진 낭만 그 숨 막히는 사이, 사이를 내달려 아주 참혹한 속도로 쏟아지는 밤의 파편들을 피해내야 해
Ode 1 / 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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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흔한 일상처럼, 가끔은 그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졌단 걸 고백하고 싶어
01 : 07
Ode 1 / 부영
달은 차고 지난 시간들은 조각나기 마련 남루한 도피 행각이 비로소 다해 가는 것을 느끼며 또 한 번의 겨울을 준비해야 할 때
부영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아주 명확하게 깨달은 이후로 내가 얼마나 나를 그만하고 싶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만 같다 masumiyet_@naver.com
01 : 07
Ode 1 / 부영
달은 차고 지난 시간들은 조각나기 마련 남루한 도피 행각이 비로소 다해 가는 것을 느끼며 또 한 번의 겨울을 준비해야 할 때
부영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아주 명확하게 깨달은 이후로 내가 얼마나 나를 그만하고 싶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만 같다 masumiyet_@naver.com
01 :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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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하철 / 박유빈
오늘 지하철 / 박유빈
오늘 지하철 / 박유빈
오늘 지하철 / 박유빈
오늘 지하철 / 박유빈
01 : 10
박유빈 고삼 try9494@naver.com
오늘 지하철 / 박유빈
01 : 10
박유빈 고삼 try9494@naver.com
01 : 12
소설가 j씨의 글쓰기 / 전보겸
01 : 12
소설가 j씨의 글쓰기 / 전보겸
*
*
“나는요, 빨래하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어쩌면 나는 그 이야기를 한밤의 포장마차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천장에 매달린 동그란 백열전구의 불빛 아래 배를 깔고 누워 있는 생선들과 그 생선들의 동그란 눈을 닮 은 주인아줌마와 젊은 두 남녀밖에 없는 쓸쓸한 포장마차쯤 이면 좋겠다.
여자가 왼쪽 팔꿈치를 테이블에 괴고 긴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말한다. 왼손에 있는 담배에서 흰 연기가 어릿하게 피어오른다. 빨래하는 여자라, 혹 돌아가신 엄마 얘기라도 꺼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남자는 걱정이 되기 시작한 다.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
“그 여자는 옥상에서 살아요. 붉은색 기와가 빙 둘러 있고, 어린아이 몸통만 한 알로에 화분, 낡은 철제의자 같은 것들 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옥상이에요. 그녀의 옥탑방 바로 앞에는 빨랫줄들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어요. 그녀는 주황색 다라, 다라 아시죠? 빨래가 가득 담긴 커다란 통을 방에서 끌어다 빨랫줄 밑으로 옮겨 놓아요. 의식적인 몸짓으로 양 손으로 허리를 짚고서 숨을 크게 내쉬어요. 그리고는 눈 위 를 따갑게 찔러오는 강렬한 햇살에 손으로 차양을 만든 채 빨래들을 하나 둘씩 집게로 고정시키는 거예요. 그녀는 이 렇게 생각해요. 아, 좋은 휴일이다. 알겠어요? 그러는 동안 그녀 방안에 있는 네모난 포터블라디오에서는 빅스 바이더 벡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어요. 알아요? 재즈. 하늘은 고요 한 바다처럼 푸르게 떠 있어요. 목덜미에서 가슴골을 따라 수정처럼 빛나는 땀방울이 부드럽게 미끄러져요. 아, 좋은 휴일이다. 드라마야, 드라마, 하고 그녀는 중얼거려요.”
남자는 듣는 것만으로도 배틀거리게 될 것 같은 목소리로 물어오는 그녀를 바라본다. 파란 플라스틱 탁자 위에는 거 의 손도 대지 않은 갯장어와 소주 세 병이 놓여 있다. 그는 꼭 대답 대신이라는 듯이 소주병들을 테이블 모서리에 맞춰 일렬로 세워 놓는다. 그리고는 그 옆에 담뱃갑을 똑같이 테 이블 모서리에 맞춰 놓고 다시 라이터를 담뱃갑 가장자리에 맞춰 올린다. 그제야 근실거려 못 참겠다는 표정이 사라지 고 편안한 미소가 그의 얼굴 위로 피어오른다. “무슨 이야기라. 하고 싶은 얘기 많죠.” 남자는 좋은 대답을 찾을만한 시간을 벌고 싶다. 그는 사실 딱히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그냥 말이 하고 싶
남자는 마치 자신이 옥탑방의 여자인 것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혼자 술잔을 들이키는 여자를 바라본다. 그는 당신 혹시 옥탑방 살아요? 하고 물어보려다 그만둔다. 멍청한 질 문이다.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남자는 대답 대신 진지한 눈빛을 띄우려 애써 노력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그녀의 모습이 그 옥탑방 옆의 건 물 5층에 사는 남자의 시선으로 묘사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는 취업 준비생인데 어느새 다음 달로 다가온 시험공부 는 하지 않고 방구석에 앉아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어요. 알 죠? 그거. 아무튼 공부는 이제 진력이 나서 못하겠고, 또 아 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기에는 죄책감이 들 어 결국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한창 그 짓을 하고 있었는데 창 밖에서 노랫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녀의 라디오 소리 죠. 네, 그래서 잠시 손을 멈추고 창문 밖을 내다봐요. 그리 고 짠! 그러니까, 거기서 모든 게 완성되는 거예요. 그녀가 완벽한 휴일이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드러나는 거죠. 고소한 햇살, 숨결처럼 울려 퍼지는 음악, 땀방울, 몸 전체를 아지랑 이처럼 감싸고 도는 두근거림. 모든 게 그 남자 때문이에요. 그 남자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녀의 기분을 이해하고 그 무대로 올라가고 싶어 하니까. 누군가 그녀를, 그녀만의 이 야기를 지켜보고 있다구요.” 남자는 점점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든다. 도 대체 무슨 얘기야? 소설이라도 쓰고 싶다는 건가? 이런 대 화는 익숙지 않은데 말이지. 아, 그냥 아무 말이라도 해볼 까? 근데 오늘 얼마를 썼더라? 그나저나 군살 없이 탄탄한 허리네. 정말 크고 까만 눈이군. 어째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다. 그래, 난 당신과 얘기하고 싶어. 어떤 얘기라도 좋은 걸, 하고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 역시 다시. 네. 그러니까 당신이 그러한 것처럼.
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리고 누군가 들어주 었으면. 사실 그게 무슨 얘기든 상관은 없다고. 그냥 같이 있 고 싶다고. 나도 같은 마음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작은 방안 에 둘만이 남게 되면, 그건 누가 지켜봐 주죠? 우리가 오늘 밤 하나가 되고, 내일 아침 해장국을 함께 먹고 헤어지는 것 은 누가 지켜봐 줄까요? 난 누군가는 그걸 꼭 해줬으면 하는 거예요. 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 무언가 손에 쥘 수 있 는 것을 남기는 사람들. 그 취업준비생과 내가 볼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람의 이야기 를 쓰는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봐 주기를, 하고 말 하려다가 이번에는 그저 일렬로 늘어선 병들 옆에 막 다 비 운 소주병 하나를 더해 놓기만 한다. 생선들과 생선을 닮은 주인아줌마와 아직은 잘 알지 못하는 이 남자와 함께 동그 란 전구아래 무슨 얘기라도 하는 이 포장마차 또한 근사하 다며. 앞으로 무슨 얘기든 나눌 수 있겠지, 하는 기대를 품으 며 그녀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문다. * 써놓고 나니까 나도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아 무튼, 또 내 얘기를 들어줘서 감사하다.
소설가 j씨의 글쓰기 / 전보겸
소설가 j씨의 글쓰기 / 전보겸
가끔 무엇을 쓰고 싶으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글감들을 하나둘 얘기해주 고는 한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그다지 잘 모르겠다. 나 는 그냥 쓰고 싶은 것이다. 무엇은 늘 나중이다. 그렇지만 앞 으로 혹 곤란해지는 경우가 생길까 봐 그들을 달래고, 나 역 시 체면을 차릴 수 있는 이야기를 준비해 놓아야 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 그러니까 이렇게 소주잔을 기울이고, 무슨 이야기를 할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주변에 있을 거라 믿 어 의심치 않는 모텔에서 그녀와 자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리고 다음 날 아침 어색한 몸짓으로 옷을 챙겨 입은 뒤 거리 로 빠져나와 그의 안경 위로 하얀 김을 피어 올릴 오천 원짜 리 해장국을 함께 먹고 싶다고. 그다음에야 당신에게 말하 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 그녀 는 뭐라고 대답할까? 뺨을 때릴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하고 그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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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요, 빨래하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어쩌면 나는 그 이야기를 한밤의 포장마차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천장에 매달린 동그란 백열전구의 불빛 아래 배를 깔고 누워 있는 생선들과 그 생선들의 동그란 눈을 닮 은 주인아줌마와 젊은 두 남녀밖에 없는 쓸쓸한 포장마차쯤 이면 좋겠다.
여자가 왼쪽 팔꿈치를 테이블에 괴고 긴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말한다. 왼손에 있는 담배에서 흰 연기가 어릿하게 피어오른다. 빨래하는 여자라, 혹 돌아가신 엄마 얘기라도 꺼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남자는 걱정이 되기 시작한 다.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
“그 여자는 옥상에서 살아요. 붉은색 기와가 빙 둘러 있고, 어린아이 몸통만 한 알로에 화분, 낡은 철제의자 같은 것들 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옥상이에요. 그녀의 옥탑방 바로 앞에는 빨랫줄들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어요. 그녀는 주황색 다라, 다라 아시죠? 빨래가 가득 담긴 커다란 통을 방에서 끌어다 빨랫줄 밑으로 옮겨 놓아요. 의식적인 몸짓으로 양 손으로 허리를 짚고서 숨을 크게 내쉬어요. 그리고는 눈 위 를 따갑게 찔러오는 강렬한 햇살에 손으로 차양을 만든 채 빨래들을 하나 둘씩 집게로 고정시키는 거예요. 그녀는 이 렇게 생각해요. 아, 좋은 휴일이다. 알겠어요? 그러는 동안 그녀 방안에 있는 네모난 포터블라디오에서는 빅스 바이더 벡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어요. 알아요? 재즈. 하늘은 고요 한 바다처럼 푸르게 떠 있어요. 목덜미에서 가슴골을 따라 수정처럼 빛나는 땀방울이 부드럽게 미끄러져요. 아, 좋은 휴일이다. 드라마야, 드라마, 하고 그녀는 중얼거려요.”
남자는 듣는 것만으로도 배틀거리게 될 것 같은 목소리로 물어오는 그녀를 바라본다. 파란 플라스틱 탁자 위에는 거 의 손도 대지 않은 갯장어와 소주 세 병이 놓여 있다. 그는 꼭 대답 대신이라는 듯이 소주병들을 테이블 모서리에 맞춰 일렬로 세워 놓는다. 그리고는 그 옆에 담뱃갑을 똑같이 테 이블 모서리에 맞춰 놓고 다시 라이터를 담뱃갑 가장자리에 맞춰 올린다. 그제야 근실거려 못 참겠다는 표정이 사라지 고 편안한 미소가 그의 얼굴 위로 피어오른다. “무슨 이야기라. 하고 싶은 얘기 많죠.” 남자는 좋은 대답을 찾을만한 시간을 벌고 싶다. 그는 사실 딱히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그냥 말이 하고 싶
남자는 마치 자신이 옥탑방의 여자인 것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혼자 술잔을 들이키는 여자를 바라본다. 그는 당신 혹시 옥탑방 살아요? 하고 물어보려다 그만둔다. 멍청한 질 문이다.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남자는 대답 대신 진지한 눈빛을 띄우려 애써 노력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그녀의 모습이 그 옥탑방 옆의 건 물 5층에 사는 남자의 시선으로 묘사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는 취업 준비생인데 어느새 다음 달로 다가온 시험공부 는 하지 않고 방구석에 앉아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어요. 알 죠? 그거. 아무튼 공부는 이제 진력이 나서 못하겠고, 또 아 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기에는 죄책감이 들 어 결국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한창 그 짓을 하고 있었는데 창 밖에서 노랫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녀의 라디오 소리 죠. 네, 그래서 잠시 손을 멈추고 창문 밖을 내다봐요. 그리 고 짠! 그러니까, 거기서 모든 게 완성되는 거예요. 그녀가 완벽한 휴일이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드러나는 거죠. 고소한 햇살, 숨결처럼 울려 퍼지는 음악, 땀방울, 몸 전체를 아지랑 이처럼 감싸고 도는 두근거림. 모든 게 그 남자 때문이에요. 그 남자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녀의 기분을 이해하고 그 무대로 올라가고 싶어 하니까. 누군가 그녀를, 그녀만의 이 야기를 지켜보고 있다구요.” 남자는 점점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든다. 도 대체 무슨 얘기야? 소설이라도 쓰고 싶다는 건가? 이런 대 화는 익숙지 않은데 말이지. 아, 그냥 아무 말이라도 해볼 까? 근데 오늘 얼마를 썼더라? 그나저나 군살 없이 탄탄한 허리네. 정말 크고 까만 눈이군. 어째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다. 그래, 난 당신과 얘기하고 싶어. 어떤 얘기라도 좋은 걸, 하고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 역시 다시. 네. 그러니까 당신이 그러한 것처럼.
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리고 누군가 들어주 었으면. 사실 그게 무슨 얘기든 상관은 없다고. 그냥 같이 있 고 싶다고. 나도 같은 마음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작은 방안 에 둘만이 남게 되면, 그건 누가 지켜봐 주죠? 우리가 오늘 밤 하나가 되고, 내일 아침 해장국을 함께 먹고 헤어지는 것 은 누가 지켜봐 줄까요? 난 누군가는 그걸 꼭 해줬으면 하는 거예요. 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 무언가 손에 쥘 수 있 는 것을 남기는 사람들. 그 취업준비생과 내가 볼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람의 이야기 를 쓰는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봐 주기를, 하고 말 하려다가 이번에는 그저 일렬로 늘어선 병들 옆에 막 다 비 운 소주병 하나를 더해 놓기만 한다. 생선들과 생선을 닮은 주인아줌마와 아직은 잘 알지 못하는 이 남자와 함께 동그 란 전구아래 무슨 얘기라도 하는 이 포장마차 또한 근사하 다며. 앞으로 무슨 얘기든 나눌 수 있겠지, 하는 기대를 품으 며 그녀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문다. * 써놓고 나니까 나도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아 무튼, 또 내 얘기를 들어줘서 감사하다.
소설가 j씨의 글쓰기 / 전보겸
소설가 j씨의 글쓰기 / 전보겸
가끔 무엇을 쓰고 싶으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글감들을 하나둘 얘기해주 고는 한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그다지 잘 모르겠다. 나 는 그냥 쓰고 싶은 것이다. 무엇은 늘 나중이다. 그렇지만 앞 으로 혹 곤란해지는 경우가 생길까 봐 그들을 달래고, 나 역 시 체면을 차릴 수 있는 이야기를 준비해 놓아야 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 그러니까 이렇게 소주잔을 기울이고, 무슨 이야기를 할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주변에 있을 거라 믿 어 의심치 않는 모텔에서 그녀와 자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리고 다음 날 아침 어색한 몸짓으로 옷을 챙겨 입은 뒤 거리 로 빠져나와 그의 안경 위로 하얀 김을 피어 올릴 오천 원짜 리 해장국을 함께 먹고 싶다고. 그다음에야 당신에게 말하 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 그녀 는 뭐라고 대답할까? 뺨을 때릴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하고 그는 생각한다.
소설가 j씨의 글쓰기 / 전보겸
01 : 13
전보겸 학생, 창작그룹 Serio Ludere 회장. 월간(이라고 쓰고 비정 기 간행물이라고 읽는다)수상한 언어영역 모의고사 편집자. ruarns.blog.me
소설가 j씨의 글쓰기 / 전보겸
01 : 13
전보겸 학생, 창작그룹 Serio Ludere 회장. 월간(이라고 쓰고 비정 기 간행물이라고 읽는다)수상한 언어영역 모의고사 편집자. ruarns.blog.me
저녁들 / 류민정
저녁들 / 류민정
심심할 땐 비둘기 시체를 트럭 바퀴에 달아주는 상상을 한다. 너풀거리면서 죽음을 싣고 달리는 바퀴에도 온도가 있다. 어젯밤 일기예보를 뒤지면 우산 하나가 덩그러니 걸려있는 지도, 그곳에 산다. 검은 봉지에 담겨가는 미니 토끼의 앙증맞은 생(生)처럼 썩어가는 건 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지도 위를 껑충 껑충 뛰어간다. 바닥은 여전히 무례한 얼굴로 발바닥을 받아먹는 중, 오늘밤은 몸속으로 비가 내리고 마음을 벌려놓은 채 아무도 울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저녁들 / 류민정
저녁들 / 류민정
걸쭉한 잠 같이 비가 내려도 발밑은 메마른 채 식어있다. 가만히 내려와 있는 구름의 그림자를 밟지 않기 위해서 투명인간처럼 걷는다. 골목마다 숨어 있는 연인들이 속삭일 때마다 심심한 지렁이는 이미 두 번이나 몸을 나누었다. 언젠가 이곳은 책들이 쌓여있고 슬픈 노래들로 채우기도 하였는데 그땐 어떤 귀에서나 풍성한 구름을 꺼내줄 수 있던 시절. 반이 잘린 지렁이에게도 속삭일 수 있었지. 가시를 세우고 빠르게 달리던 나, 하얗고 붉은 토사물을 가볍게 뛰어넘는 멀어진 당신들에 대하여. 오래 전부터 울음의 감염자인 어느 사내는 울컥거리며 이곳을 바라볼 뿐. 여기서는 삶이 그리 쉽게 달궈지지 못한다고, 저기 먼 우리들의 하루.
심심할 땐 비둘기 시체를 트럭 바퀴에 달아주는 상상을 한다. 너풀거리면서 죽음을 싣고 달리는 바퀴에도 온도가 있다. 어젯밤 일기예보를 뒤지면 우산 하나가 덩그러니 걸려있는 지도, 그곳에 산다. 검은 봉지에 담겨가는 미니 토끼의 앙증맞은 생(生)처럼 썩어가는 건 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지도 위를 껑충 껑충 뛰어간다. 바닥은 여전히 무례한 얼굴로 발바닥을 받아먹는 중, 오늘밤은 몸속으로 비가 내리고 마음을 벌려놓은 채 아무도 울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저녁들 / 류민정
저녁들 / 류민정
걸쭉한 잠 같이 비가 내려도 발밑은 메마른 채 식어있다. 가만히 내려와 있는 구름의 그림자를 밟지 않기 위해서 투명인간처럼 걷는다. 골목마다 숨어 있는 연인들이 속삭일 때마다 심심한 지렁이는 이미 두 번이나 몸을 나누었다. 언젠가 이곳은 책들이 쌓여있고 슬픈 노래들로 채우기도 하였는데 그땐 어떤 귀에서나 풍성한 구름을 꺼내줄 수 있던 시절. 반이 잘린 지렁이에게도 속삭일 수 있었지. 가시를 세우고 빠르게 달리던 나, 하얗고 붉은 토사물을 가볍게 뛰어넘는 멀어진 당신들에 대하여. 오래 전부터 울음의 감염자인 어느 사내는 울컥거리며 이곳을 바라볼 뿐. 여기서는 삶이 그리 쉽게 달궈지지 못한다고, 저기 먼 우리들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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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들 / 류민정
결국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살게 됐다. 궁리를 위하여!
류민정 (柳旻廷) ynabi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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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들 / 류민정
결국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살게 됐다. 궁리를 위하여!
류민정 (柳旻廷) ynabi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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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라이프 인 파리 / 샤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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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봉 www.facebook.com/sharb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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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봉 www.facebook.com/sharb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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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A B A C O / 장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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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A B A C O / 장은혜
1. 첫 흡연은 호기심과 부모님 담배로부터. 2. 학창시절. 학교 화장실, 학원 뒤 주차장, 건물 계단, 으슥 한 공원 그리고 나무젓가락과 로션(혹은 싸구려 고체 향수).
4. 유학 시절. 담배 자판기, 외국인 친구들과 하나로 돌려 피 우던 담배 한 개비 그리고 귀국할 때마다 사가던 선물용 담 배 한 보루. 5. 내 남자들. 밥도 없고 쌀도 없을 때 남은 돈으로 담배를 사가던 그 남자, 옷에서 찌든 담배냄새가 나는 줄도 모르고 자신은 금연 중이라 고집하던 그 남자, 담배 안 피는 여자= 착한 여자라고 말하던 그 남자, 전 여자친구랑 헤어진 이유 가 금연하라는 잔소리 때문이었다는 이 남자. 6. 아르바이트. 흡연자들은 담배 피는 동안 휴식하고 비흡연 자들은 종일 일만 하고. 7. 친구. 담배를 펴서 네가 좀 덜 힘들어질 수만 있다면 그걸 로 됐다. 너의 건강을 해치는 그 모든 것들이 정말 싫긴 하지 만 그래도 네가 좋다니 그냥 담배 피는 너도 좋아하기로 했 다. 8. 로망. 미국드라마[섹스앤더시티]의 캐리가 담배 필 때, 멋 진 프랑스 여배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담배 필 때. 9. 추억 혹은 인연. 말보로하면 떠오르는 너, 던힐하면 생각 나는 그, 레종하면 욕부터 나오는 그 나빴던 년, 그리고 버지 니아 블루라고 말하는 내 개구리의 목소리.
11. 클럽에 다녀온 날이면 두피 속까지 베여있던 담배냄새, 노래방 문을 열면 나던 쾌쾌한 담배냄새, 커피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불쾌하게만 느껴졌던 선생님의 입냄새, 그와 키스할 때마다 느껴지던 담뱃재떨이 냄새. 12.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내가 사랑하는 친구가, 내가 사 랑하는 네가 좋아하는 담배.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 실 은 담배 싫어해.
T A B A C O / 장은혜
T A B A C O / 장은혜
3. 20살. 군대 간 남자친구가 그리운 날엔 그가 남기고 간 티 셔츠에 얼굴을 파묻고 그가 즐겨 태우던 던힐 라이트에 불 을 붙여 그 냄새를 맡으며 울었다.
10. 나. 흡연 이틀이면 목이 부어오르고 흡연 일주일이면 몸에 두드러기가 난다. 그럼에도 담배를 입에 무는 날엔 주 로 자신을 학대하고 싶어질 만큼 스트레스가 많거나 우울한 날, 것도 아니면 친구를 만나는 날.
1. 첫 흡연은 호기심과 부모님 담배로부터. 2. 학창시절. 학교 화장실, 학원 뒤 주차장, 건물 계단, 으슥 한 공원 그리고 나무젓가락과 로션(혹은 싸구려 고체 향수).
4. 유학 시절. 담배 자판기, 외국인 친구들과 하나로 돌려 피 우던 담배 한 개비 그리고 귀국할 때마다 사가던 선물용 담 배 한 보루. 5. 내 남자들. 밥도 없고 쌀도 없을 때 남은 돈으로 담배를 사가던 그 남자, 옷에서 찌든 담배냄새가 나는 줄도 모르고 자신은 금연 중이라 고집하던 그 남자, 담배 안 피는 여자= 착한 여자라고 말하던 그 남자, 전 여자친구랑 헤어진 이유 가 금연하라는 잔소리 때문이었다는 이 남자. 6. 아르바이트. 흡연자들은 담배 피는 동안 휴식하고 비흡연 자들은 종일 일만 하고. 7. 친구. 담배를 펴서 네가 좀 덜 힘들어질 수만 있다면 그걸 로 됐다. 너의 건강을 해치는 그 모든 것들이 정말 싫긴 하지 만 그래도 네가 좋다니 그냥 담배 피는 너도 좋아하기로 했 다. 8. 로망. 미국드라마[섹스앤더시티]의 캐리가 담배 필 때, 멋 진 프랑스 여배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담배 필 때. 9. 추억 혹은 인연. 말보로하면 떠오르는 너, 던힐하면 생각 나는 그, 레종하면 욕부터 나오는 그 나빴던 년, 그리고 버지 니아 블루라고 말하는 내 개구리의 목소리.
11. 클럽에 다녀온 날이면 두피 속까지 베여있던 담배냄새, 노래방 문을 열면 나던 쾌쾌한 담배냄새, 커피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불쾌하게만 느껴졌던 선생님의 입냄새, 그와 키스할 때마다 느껴지던 담뱃재떨이 냄새. 12.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내가 사랑하는 친구가, 내가 사 랑하는 네가 좋아하는 담배.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 실 은 담배 싫어해.
T A B A C O / 장은혜
T A B A C O / 장은혜
3. 20살. 군대 간 남자친구가 그리운 날엔 그가 남기고 간 티 셔츠에 얼굴을 파묻고 그가 즐겨 태우던 던힐 라이트에 불 을 붙여 그 냄새를 맡으며 울었다.
10. 나. 흡연 이틀이면 목이 부어오르고 흡연 일주일이면 몸에 두드러기가 난다. 그럼에도 담배를 입에 무는 날엔 주 로 자신을 학대하고 싶어질 만큼 스트레스가 많거나 우울한 날, 것도 아니면 친구를 만나는 날.
T A B A C O / 장은혜
01 : 39
장은혜 jjang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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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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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그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나방 한 마리가 형광등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 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나방이 형광등 주변을 날아다니는 장면은 특 별한 장면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건 그가 살아오면서 수없이 봐온, 일상적인 장면일 뿐이었기에. 그는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노인이 보였다.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회장이었다. 이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까무잡 잡한 피부의 노인이 보였다. 회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노인을 껴안았다. 주변에 서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노인은 어정쩡한 자세로 회장의 품에 안겼다.
며칠 전, 촬영 날. 그는 회사 선전물로 쓰일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강남 한 복판에 위치한 판자촌으로 갔다. 판자촌은 사전에 조사한대로 주상복합건물에서 멀지 않 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하늘 높이 솟아오른 주상복합건물과, 땅바닥에 얼 기설기 얽혀있는 판잣집들 사이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그 런데 이상하게도 그 위화감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는 판자촌 한 가운데에 서서 한참동안 멍하니 주상복 합건물을 바라보다 이내 선배가 알려준 길을 따라 촬영
약속을 잡아둔 집으로 찾아갔다. 그가 방 안에 들어서자, 구석에 앉아있던 노인이 인기 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노인을 훑어보았다. 주름으로 가득한 얼굴에서부터 추레한 옷차림과, 굳은 살 투성이의 발바닥까지……. 그중에서도 그의 눈길을 끈 것은 노인의 팔이었다. 검버섯이 피어난 늘어진 피부. 그 안에서 맥없이 쪼그 라든 근육. 앙상한 뼈와, 툭툭 튀어나온 푸르스름한 핏줄 들……. 그는 그 팔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 만 언제 어디서 봤는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노인들의 팔이란 대개 그 런 식으로 생기기 마련이니까. 전에 약속한대로 촬영을 진행하러 왔다고 이야기하자, 노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노인의 팔을 응 시했다. 분명히 언젠가 본 적이 있는 팔이었다. 그는 과거의 장면들을 무작위로 떠올렸다. 하지만 노인의 팔이 등장하는 장면은 없었다. 그는 다시금 강박증 증세가 시작되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당시 그의 일과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도서관에 가서 소재거리를 찾다가 도서관이 마칠 시간이 되면 집에 돌아 와 자는 것이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다른 사람과 어 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까진 계속 그런 생활을 이 어갈 생각이었다. 그는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시나리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순간, 어두워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나방 한 마리가 형광등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 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나방이 형광등 주변을 날아다니는 장면은 특 별한 장면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건 그가 살아오면서 수없이 봐온, 일상적인 장면일 뿐이었기에. 그는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노인이 보였다.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회장이었다. 이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까무잡 잡한 피부의 노인이 보였다. 회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노인을 껴안았다. 주변에 서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노인은 어정쩡한 자세로 회장의 품에 안겼다.
며칠 전, 촬영 날. 그는 회사 선전물로 쓰일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강남 한 복판에 위치한 판자촌으로 갔다. 판자촌은 사전에 조사한대로 주상복합건물에서 멀지 않 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하늘 높이 솟아오른 주상복합건물과, 땅바닥에 얼 기설기 얽혀있는 판잣집들 사이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그 런데 이상하게도 그 위화감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는 판자촌 한 가운데에 서서 한참동안 멍하니 주상복 합건물을 바라보다 이내 선배가 알려준 길을 따라 촬영
약속을 잡아둔 집으로 찾아갔다. 그가 방 안에 들어서자, 구석에 앉아있던 노인이 인기 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노인을 훑어보았다. 주름으로 가득한 얼굴에서부터 추레한 옷차림과, 굳은 살 투성이의 발바닥까지……. 그중에서도 그의 눈길을 끈 것은 노인의 팔이었다. 검버섯이 피어난 늘어진 피부. 그 안에서 맥없이 쪼그 라든 근육. 앙상한 뼈와, 툭툭 튀어나온 푸르스름한 핏줄 들……. 그는 그 팔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 만 언제 어디서 봤는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노인들의 팔이란 대개 그 런 식으로 생기기 마련이니까. 전에 약속한대로 촬영을 진행하러 왔다고 이야기하자, 노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노인의 팔을 응 시했다. 분명히 언젠가 본 적이 있는 팔이었다. 그는 과거의 장면들을 무작위로 떠올렸다. 하지만 노인의 팔이 등장하는 장면은 없었다. 그는 다시금 강박증 증세가 시작되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당시 그의 일과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도서관에 가서 소재거리를 찾다가 도서관이 마칠 시간이 되면 집에 돌아 와 자는 것이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다른 사람과 어 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까진 계속 그런 생활을 이 어갈 생각이었다. 그는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시나리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순간, 어두워졌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를 쓰고 싶었다. 그런 고독한 생활 속에서 그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잠을 잘 때였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일 밤 꿈을 꾸기 시 작했는데, 그 꿈들 속에는 같은 일만 지루하게 반복되는 현실과 달리, 늘 특이한 인물들과 새로운 사건들이 기묘 한 분위기들을 만들어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 꾼 꿈을 노트에 간단히 기록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곤 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그가 시나리오 집필을 시 작한 지 일 년이 지나갔다. 그는 완성된 초고를 계속해서 수정했다. 이 장면을 고 치고 나면, 저 장면이 틀어지고, 그래서 저 장면을 고치고 나니, 그 장면의 임팩트가 떨어졌다. 그런 과정을 되풀이 하다 보니, 점자 그는 자신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어디 선가 본 적이 있는, 전혀 새롭지 않은, 시시한 시나리오라 는 생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차츰 시나리오를 보는 것 이 두려워졌다. 그는 도서관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잠을 청했다. 꿈을 꾸고 싶었다. 그는 시나리오 대신 꿈을 세밀하게 묘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기억나는대로 쓰기 시작했는데, 기억나지 않는 부 분들이 빠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꿈을 꿀 때면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기억하려 애를 썼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꿈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때면 불안했 다. 그럴 때면 하루 종일 방 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기억나지 않는 장면을 계속해서 기억해내려 했다.
그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강박증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 생각 자체를 없애야 했다. 그는 모니터를 끄고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 았다.
까만 세상. 모두가 잠들었을 시각에, 그는 사무실에 남아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선배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다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나방이 형광등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 었다. 바람을 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즉시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를 쓰고 싶었다. 그런 고독한 생활 속에서 그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잠을 잘 때였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일 밤 꿈을 꾸기 시 작했는데, 그 꿈들 속에는 같은 일만 지루하게 반복되는 현실과 달리, 늘 특이한 인물들과 새로운 사건들이 기묘 한 분위기들을 만들어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 꾼 꿈을 노트에 간단히 기록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곤 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그가 시나리오 집필을 시 작한 지 일 년이 지나갔다. 그는 완성된 초고를 계속해서 수정했다. 이 장면을 고 치고 나면, 저 장면이 틀어지고, 그래서 저 장면을 고치고 나니, 그 장면의 임팩트가 떨어졌다. 그런 과정을 되풀이 하다 보니, 점자 그는 자신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어디 선가 본 적이 있는, 전혀 새롭지 않은, 시시한 시나리오라 는 생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차츰 시나리오를 보는 것 이 두려워졌다. 그는 도서관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잠을 청했다. 꿈을 꾸고 싶었다. 그는 시나리오 대신 꿈을 세밀하게 묘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기억나는대로 쓰기 시작했는데, 기억나지 않는 부 분들이 빠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꿈을 꿀 때면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기억하려 애를 썼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꿈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때면 불안했 다. 그럴 때면 하루 종일 방 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기억나지 않는 장면을 계속해서 기억해내려 했다.
그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강박증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 생각 자체를 없애야 했다. 그는 모니터를 끄고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 았다.
까만 세상. 모두가 잠들었을 시각에, 그는 사무실에 남아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선배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다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나방이 형광등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 었다. 바람을 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즉시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억나지 않는 꿈의 부분들이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꺼내 전 원을 켰다. 그리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약속을 잡 았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복도를 둘러보다 계단 그림이 그려진 문을 보았다. 문득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고 싶어졌다. 계단실 문을 열자 자동등이 켜졌다. 그는 숫자를 세가며 계단을 하나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열 계단에 한 번씩 방향이 백팔십 도 바뀌었 다. 지그재그로 가고 있는 것인데,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형광등 주변에서 빙글빙글 날아다니던 나방을 떠올렸다.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자신이 나방과 같은 행 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떤 한 가지에 집착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은 강박증의 시작 증세였다. 그는 생각을 지우려 다시 계단을 세기 시작했 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떠있었 다. 그는 담배 생각이 났다. 끊은 지 이 년이 다 돼가는 데도 이따금 담배 생각이 나곤 했다.
그는 입을 달싹거렸다. 요 며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쓰던 때처럼 뭔가에 집착하는 일 이 잦았다. 그 당시 늘 가슴 속에 지니고 있었던 불안감. 뭔가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그것 을 평생 기억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감. 그 불안감이, 다시금 살아나고 있는 것 같았 다. 그는 빌딩 주변을 걸었다. 길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찻길에도 이따금 택시가 지나갈 뿐, 한적했 다.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기억나지 않는 꿈의 조각들을 떠올리며 방 안에 누워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어쩔 땐 일주일 동안 방에 틀어박 혀서 꿈만 생각할 때도 있었다. 고통스러워서 다시 꿈속 으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새로 운 꿈을 꾸고, 온전히 기억하지 못할 것이 두려웠다. 그랬던 그가 꿈에 대한 강박증을 떨쳐버릴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강박증의 원인이었던 꿈 덕분이었 다. 그가 ‘마지막 꿈’이라고 부르는 그 꿈. 그는 그 꿈의 마지막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하지 만 그 전의 장면들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매일매일 꿈을 꾸기 시작한 이후로 그런 일은 처음이었 다. 아무리 적은 부분만 기억나는 꿈일지라도 대강의 줄 거리만큼은 기억이 났는데, ‘마지막 꿈’은 마지막 장면 외 에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방 안에 누워 ‘마지막 꿈’의 마지막 장면을 수도 없이 떠올렸다. 친구가 어떤 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의 표 정은 상심으로 가득했다. 여자는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자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생생하게 느꼈다. 그 감정은 슬픔이기도 했고, 놀 라움이기도 했으며, 분노이기도, 연민이기도 했다. 그는 여자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나 리오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위해선 그 여자가 어 째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알아야만 했다. 그 전의 사건들, 그 사건을 만드는 인물들과 배경, 그 장면 이전에 여자의 마음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알아야했다. 그 걸 통해 자연스레 관객들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했다. 그는 ‘마지막 꿈’의 다른 장면들을 기억해내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웠다. 그렇게 며칠을 두려움 속에서 뜬 눈으로 지내다, 문득 친구를 만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기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억나지 않는 꿈의 부분들이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꺼내 전 원을 켰다. 그리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약속을 잡 았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복도를 둘러보다 계단 그림이 그려진 문을 보았다. 문득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고 싶어졌다. 계단실 문을 열자 자동등이 켜졌다. 그는 숫자를 세가며 계단을 하나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열 계단에 한 번씩 방향이 백팔십 도 바뀌었 다. 지그재그로 가고 있는 것인데,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형광등 주변에서 빙글빙글 날아다니던 나방을 떠올렸다.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자신이 나방과 같은 행 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떤 한 가지에 집착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은 강박증의 시작 증세였다. 그는 생각을 지우려 다시 계단을 세기 시작했 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떠있었 다. 그는 담배 생각이 났다. 끊은 지 이 년이 다 돼가는 데도 이따금 담배 생각이 나곤 했다.
그는 입을 달싹거렸다. 요 며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쓰던 때처럼 뭔가에 집착하는 일 이 잦았다. 그 당시 늘 가슴 속에 지니고 있었던 불안감. 뭔가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그것 을 평생 기억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감. 그 불안감이, 다시금 살아나고 있는 것 같았 다. 그는 빌딩 주변을 걸었다. 길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찻길에도 이따금 택시가 지나갈 뿐, 한적했 다.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기억나지 않는 꿈의 조각들을 떠올리며 방 안에 누워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어쩔 땐 일주일 동안 방에 틀어박 혀서 꿈만 생각할 때도 있었다. 고통스러워서 다시 꿈속 으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새로 운 꿈을 꾸고, 온전히 기억하지 못할 것이 두려웠다. 그랬던 그가 꿈에 대한 강박증을 떨쳐버릴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강박증의 원인이었던 꿈 덕분이었 다. 그가 ‘마지막 꿈’이라고 부르는 그 꿈. 그는 그 꿈의 마지막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하지 만 그 전의 장면들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매일매일 꿈을 꾸기 시작한 이후로 그런 일은 처음이었 다. 아무리 적은 부분만 기억나는 꿈일지라도 대강의 줄 거리만큼은 기억이 났는데, ‘마지막 꿈’은 마지막 장면 외 에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방 안에 누워 ‘마지막 꿈’의 마지막 장면을 수도 없이 떠올렸다. 친구가 어떤 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의 표 정은 상심으로 가득했다. 여자는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자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생생하게 느꼈다. 그 감정은 슬픔이기도 했고, 놀 라움이기도 했으며, 분노이기도, 연민이기도 했다. 그는 여자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나 리오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위해선 그 여자가 어 째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알아야만 했다. 그 전의 사건들, 그 사건을 만드는 인물들과 배경, 그 장면 이전에 여자의 마음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알아야했다. 그 걸 통해 자연스레 관객들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했다. 그는 ‘마지막 꿈’의 다른 장면들을 기억해내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웠다. 그렇게 며칠을 두려움 속에서 뜬 눈으로 지내다, 문득 친구를 만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기
고,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했다. 마음만 있다면, 일을 하면 서도 얼마든지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에 그는, 어쩌면 친구의 말대로 일자리를 구하고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것만이 강 박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었다.
그는 회사 빌딩 입구의 쉼터에 앉아 가로등을 바라보았다. 가로등 주위로 검은 점들이 움직이는 게 보였 다. 나방들이었다. 그는 자꾸 나방이 보이는 것이 이상했다. 그는 나방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방은 어째서 빛을 좋아하는 것인지. 빛을 좋아하는데 야행성이라는 건 앞뒤가 맞 지 않다. 만일 나방이 낮에 움직이는 곤충이었다면 어 땠을까? 나방들은 태양을 향해 날아갔을 것이다. 세상엔 얼마나 많은 수의 나방이 살고 있을 까? 인간의 수보다 많을까? 수많은 나방들이 일제히 태양 주위를 날아다 닌다면 지구는 낮에도 어두울 것이다. 하루를 주기로 태양을 따라 동에서 서로 일제 히 지구 한 바퀴를 돌 것이다. 이어지는 생각에 맞춰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 장면들은 마치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 는 광경인 것처럼 생생했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그는 카페에서 친구와 만났다. 오랜만이라는 친구의 인사 에 대꾸도 않고 꿈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집중할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신경에 거슬렸다. 친구는 인상을 쓰고 앉아있는 그를 향해 그동안 뭐하며 지냈기에 연락도 없었냐고 물었 다. 그는 대답 대신 눈을 감고 다시금 꿈에 대해 생각하 기 시작했다. 친구는 그를 보며 뭐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 는 친구에게 말 걸지 말라고 말했다. 친구는 말 걸지 말 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무슨 일로 자신을 부른 거냐며 그를 다그쳤다. 그는 다시 한 번 친구에게 잠시만 말 걸 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친구는 장난 하냐며 화 를 냈다. 그는 짜증이 나서 눈을 뜨고 친구를 바라보았 다. 친구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자 신의 행동이 친구를 짜증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 다. 그건 그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마지막 꿈’을 기억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꿈에 대해 생각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생각 끝에 그는 ‘마지막 꿈’을 단념하고, 친구에게 그간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가 꿨던 수많은 꿈들과, 잊어버린 꿈에 대한 집착, 그로 인한 괴로 움, 마지막에 꾼 꿈 이야기까지… 그의 긴 이야기가 끝나자, 친구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 곤, 그가 몸이 편해서 그런 쓰잘 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 는 거라며 비아냥거렸다. 부모 돈 받아가며 한다는 게 고 작 그것이냐고, 쓰겠다는 시나리오는 어찌된 것이냐고, 몸이 바쁘면 꿈 따위 기억이 나든 안 나든 상관없을 것이 라고,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꿈 같은 걸 생각할 여 유가 생길 리 없다고도 했다. 그는 친구가 자신의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고 생각했다. 역시, 고통이란 직접 겪는 사람이 아니고선,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그렇지만 한편으론 친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친구는 그에게 시나리오는 이만 접
고,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했다. 마음만 있다면, 일을 하면 서도 얼마든지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에 그는, 어쩌면 친구의 말대로 일자리를 구하고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것만이 강 박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었다.
그는 회사 빌딩 입구의 쉼터에 앉아 가로등을 바라보았다. 가로등 주위로 검은 점들이 움직이는 게 보였 다. 나방들이었다. 그는 자꾸 나방이 보이는 것이 이상했다. 그는 나방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방은 어째서 빛을 좋아하는 것인지. 빛을 좋아하는데 야행성이라는 건 앞뒤가 맞 지 않다. 만일 나방이 낮에 움직이는 곤충이었다면 어 땠을까? 나방들은 태양을 향해 날아갔을 것이다. 세상엔 얼마나 많은 수의 나방이 살고 있을 까? 인간의 수보다 많을까? 수많은 나방들이 일제히 태양 주위를 날아다 닌다면 지구는 낮에도 어두울 것이다. 하루를 주기로 태양을 따라 동에서 서로 일제 히 지구 한 바퀴를 돌 것이다. 이어지는 생각에 맞춰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 장면들은 마치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 는 광경인 것처럼 생생했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그는 카페에서 친구와 만났다. 오랜만이라는 친구의 인사 에 대꾸도 않고 꿈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집중할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신경에 거슬렸다. 친구는 인상을 쓰고 앉아있는 그를 향해 그동안 뭐하며 지냈기에 연락도 없었냐고 물었 다. 그는 대답 대신 눈을 감고 다시금 꿈에 대해 생각하 기 시작했다. 친구는 그를 보며 뭐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 는 친구에게 말 걸지 말라고 말했다. 친구는 말 걸지 말 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무슨 일로 자신을 부른 거냐며 그를 다그쳤다. 그는 다시 한 번 친구에게 잠시만 말 걸 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친구는 장난 하냐며 화 를 냈다. 그는 짜증이 나서 눈을 뜨고 친구를 바라보았 다. 친구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자 신의 행동이 친구를 짜증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 다. 그건 그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마지막 꿈’을 기억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꿈에 대해 생각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생각 끝에 그는 ‘마지막 꿈’을 단념하고, 친구에게 그간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가 꿨던 수많은 꿈들과, 잊어버린 꿈에 대한 집착, 그로 인한 괴로 움, 마지막에 꾼 꿈 이야기까지… 그의 긴 이야기가 끝나자, 친구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 곤, 그가 몸이 편해서 그런 쓰잘 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 는 거라며 비아냥거렸다. 부모 돈 받아가며 한다는 게 고 작 그것이냐고, 쓰겠다는 시나리오는 어찌된 것이냐고, 몸이 바쁘면 꿈 따위 기억이 나든 안 나든 상관없을 것이 라고,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꿈 같은 걸 생각할 여 유가 생길 리 없다고도 했다. 그는 친구가 자신의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고 생각했다. 역시, 고통이란 직접 겪는 사람이 아니고선,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그렇지만 한편으론 친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친구는 그에게 시나리오는 이만 접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그는 학교 선배를 통해 한 회사의 영상 팀에 취직했다. 오 일 동안 일하고, 이틀 쉬고, 다시 오 일 동안 일하 고, 이틀 쉬고, 그렇게 네 번 하면 월급이 통장에 입금되 었다. 그 돈으로 디브이디 플레이어를 사고, 스피커를, 프 로젝터를, 그가 좋아하는 영화 디브이디를 샀다. 소개팅을 했고, 여자친구도 사귀게 되었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그는 그녀에게 왠지 모를 익숙함을 느꼈다. 그녀도 그처럼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었 다. 그는 그래서 익숙함을 느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집에서 그녀와 함께 그가 존경하는 감독의 영화를 보았다. 그녀가 사랑하는 감독의 영화도 보았다. 함께 침 대에 누워 그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행복했다. 대단한 시나리오를 쓰지 않더라도, 역사에 기록될 만한 영화를 찍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쓰던 시절에 그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 고 믿었다. 그는 위대한 시나리오를 쓸 것이라고 굳게 믿 었다. 회사를 다니고, 그녀와 사귀게 되면서 그는 자신이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러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자 점차 꿈을 꾸는 횟수가 줄 어들었다. 이젠 ‘마지막 꿈’ 따위 어떻게 돼도 상관없었다. 평생 동 안 기억해내지 못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녀와 함 께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살아간다면 그자체로 만족스 러운 삶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길 건너편에서 굉음과 함께 빛이 났다. 누군가가 폭죽을 쏜 모양이었다. 도심에서 폭죽을 쏘다니, 낯선 장면이었다. 그런데 낯설지 않았다. 그는 꿈에서 본 장면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떠오르는 꿈이 없었다.
다시 밤하늘에서 빛이 굉음과 함께 터졌다. 다시 생각이 나방으로 향했다. 만일 나방들이 태양 가까이 간다면 타버릴 것 이다. 그럼 수많은 가루들이 하늘에 반짝이며 흩날 릴 것이다. 마치 폭죽을 쏘아올린 것처럼.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그는 학교 선배를 통해 한 회사의 영상 팀에 취직했다. 오 일 동안 일하고, 이틀 쉬고, 다시 오 일 동안 일하 고, 이틀 쉬고, 그렇게 네 번 하면 월급이 통장에 입금되 었다. 그 돈으로 디브이디 플레이어를 사고, 스피커를, 프 로젝터를, 그가 좋아하는 영화 디브이디를 샀다. 소개팅을 했고, 여자친구도 사귀게 되었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그는 그녀에게 왠지 모를 익숙함을 느꼈다. 그녀도 그처럼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었 다. 그는 그래서 익숙함을 느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집에서 그녀와 함께 그가 존경하는 감독의 영화를 보았다. 그녀가 사랑하는 감독의 영화도 보았다. 함께 침 대에 누워 그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행복했다. 대단한 시나리오를 쓰지 않더라도, 역사에 기록될 만한 영화를 찍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쓰던 시절에 그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 고 믿었다. 그는 위대한 시나리오를 쓸 것이라고 굳게 믿 었다. 회사를 다니고, 그녀와 사귀게 되면서 그는 자신이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러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자 점차 꿈을 꾸는 횟수가 줄 어들었다. 이젠 ‘마지막 꿈’ 따위 어떻게 돼도 상관없었다. 평생 동 안 기억해내지 못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녀와 함 께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살아간다면 그자체로 만족스 러운 삶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길 건너편에서 굉음과 함께 빛이 났다. 누군가가 폭죽을 쏜 모양이었다. 도심에서 폭죽을 쏘다니, 낯선 장면이었다. 그런데 낯설지 않았다. 그는 꿈에서 본 장면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떠오르는 꿈이 없었다.
다시 밤하늘에서 빛이 굉음과 함께 터졌다. 다시 생각이 나방으로 향했다. 만일 나방들이 태양 가까이 간다면 타버릴 것 이다. 그럼 수많은 가루들이 하늘에 반짝이며 흩날 릴 것이다. 마치 폭죽을 쏘아올린 것처럼.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그는 길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폭죽 소리에 누군가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그는 모든 것이 익숙하단 생각이 들었다. 노인의 팔. 나방. 형광등. 계단. 폭죽.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방들이 태양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따금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나방들이 폭죽처럼 터 지며 반짝이는 가루들이 날렸다. 손바닥을 펼치니 나방 가루들이 묻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검은 점들이 태양 주변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 그는 자신의 가슴팍을 붙들고 있는 팔을 보았다. 검버섯이 피어난 늘어진 피부. 그 안에서 맥없이 쪼그라든 근육. 앙상한 뼈와, 툭툭 튀어나온 푸르스름한 핏줄들. 그 팔은 점점 세게 그의 가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숨이 막혀왔다. 장면이 바뀌고, 벤치에 어떤 여자와 그가 앉아있다. 그는 여자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방이 온 세상을 덮어 빛이 사라진 세상에 대한 꿈을 꾸 었다고. 그 꿈의 끝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죽였다고. 그것이 생생하게 떠올라 무섭다고. 언젠가 나방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여자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 다. 그는 언젠가 그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면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가 벤치에서 일어나자, 또 다시 장면이 바뀌고, 그가 거 울을 보며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었다. 문을 열고 나가자 요란스레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는 문 앞에 놓인 런닝 머신 위에 올라탔다. 저 멀리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그는 빙글빙글 달리기 시작했다. 발걸음에 맞춰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달리면 달릴수록 땅이 점점 꺼졌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얼기설기 얽히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을 밀치며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건물로 가 기위해 더 열심히 빙글빙글 달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시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껴안았다. 그 팔이었다. 검버섯이 피어난 늘어진 피부. 그 안에서 맥없이 쪼그라든 근육. 앙상한 뼈와, 툭툭 튀어나온 푸르스름한 핏줄들. 숨이 막혀왔다. 그의 몸이 수천 마리의 나방으로 분해되어 태양을 향해 날아갔다. 펑! 반짝이는 가루들이 흩날렸다. 또 다시 장면이 바뀌고, 친구가 그와 함께 벤치에 앉아있 던 여자와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친구가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여자가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꾼 꿈과 똑같이 죽어버린 그가 불쌍해서. 시나리오를 쓰지 못하고 죽어버린 그가 안타까워서.
그는 벌떡 일어나, 사무실로 돌아가서 선명하 게 떠오른 ‘마지막 꿈’을 타이핑하기 시작했
다. 정신없이 타이핑을 하다가 문득 천장을 올려 다보았다. 여전히 나방이 형광등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 었다.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미 자신은 죽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 이 삶은 꿈일지도 모르겠다고.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하루는 그가 그녀에게 꿈들을 적은 노트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그의 꿈들에 빠져 밤새도록 노트를 읽었다. 그녀 는 그에게 다시 한 번 시나리오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그녀는 마지막 꿈에서 본 그 여자의 감정이 어떤 것이 었냐고 물었다. 그는 슬픔이기도, 놀라움이기도, 분노이 기도, 연민이기도 한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표현 하는 것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그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줄 수 없었다. 슬프면서, 놀랍고, 화가 나면서도 안타 까운 이야기를 지어내서 들려줄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마지막 꿈’ 속에서 여자가 느꼈던 감정 을 표현하는 이야기가 될 수는 없었다. 다시금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와의 생활 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행복을 버리고 고통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그는 길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폭죽 소리에 누군가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그는 모든 것이 익숙하단 생각이 들었다. 노인의 팔. 나방. 형광등. 계단. 폭죽.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방들이 태양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따금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나방들이 폭죽처럼 터 지며 반짝이는 가루들이 날렸다. 손바닥을 펼치니 나방 가루들이 묻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검은 점들이 태양 주변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 그는 자신의 가슴팍을 붙들고 있는 팔을 보았다. 검버섯이 피어난 늘어진 피부. 그 안에서 맥없이 쪼그라든 근육. 앙상한 뼈와, 툭툭 튀어나온 푸르스름한 핏줄들. 그 팔은 점점 세게 그의 가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숨이 막혀왔다. 장면이 바뀌고, 벤치에 어떤 여자와 그가 앉아있다. 그는 여자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방이 온 세상을 덮어 빛이 사라진 세상에 대한 꿈을 꾸 었다고. 그 꿈의 끝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죽였다고. 그것이 생생하게 떠올라 무섭다고. 언젠가 나방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여자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 다. 그는 언젠가 그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면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가 벤치에서 일어나자, 또 다시 장면이 바뀌고, 그가 거 울을 보며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었다. 문을 열고 나가자 요란스레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는 문 앞에 놓인 런닝 머신 위에 올라탔다. 저 멀리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그는 빙글빙글 달리기 시작했다. 발걸음에 맞춰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달리면 달릴수록 땅이 점점 꺼졌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얼기설기 얽히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을 밀치며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건물로 가 기위해 더 열심히 빙글빙글 달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시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껴안았다. 그 팔이었다. 검버섯이 피어난 늘어진 피부. 그 안에서 맥없이 쪼그라든 근육. 앙상한 뼈와, 툭툭 튀어나온 푸르스름한 핏줄들. 숨이 막혀왔다. 그의 몸이 수천 마리의 나방으로 분해되어 태양을 향해 날아갔다. 펑! 반짝이는 가루들이 흩날렸다. 또 다시 장면이 바뀌고, 친구가 그와 함께 벤치에 앉아있 던 여자와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친구가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여자가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꾼 꿈과 똑같이 죽어버린 그가 불쌍해서. 시나리오를 쓰지 못하고 죽어버린 그가 안타까워서.
그는 벌떡 일어나, 사무실로 돌아가서 선명하 게 떠오른 ‘마지막 꿈’을 타이핑하기 시작했
다. 정신없이 타이핑을 하다가 문득 천장을 올려 다보았다. 여전히 나방이 형광등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 었다.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미 자신은 죽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 이 삶은 꿈일지도 모르겠다고.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하루는 그가 그녀에게 꿈들을 적은 노트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그의 꿈들에 빠져 밤새도록 노트를 읽었다. 그녀 는 그에게 다시 한 번 시나리오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그녀는 마지막 꿈에서 본 그 여자의 감정이 어떤 것이 었냐고 물었다. 그는 슬픔이기도, 놀라움이기도, 분노이 기도, 연민이기도 한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표현 하는 것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그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줄 수 없었다. 슬프면서, 놀랍고, 화가 나면서도 안타 까운 이야기를 지어내서 들려줄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마지막 꿈’ 속에서 여자가 느꼈던 감정 을 표현하는 이야기가 될 수는 없었다. 다시금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와의 생활 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행복을 버리고 고통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초점이 맞지 않는 화면. 희미하게 보이는 빛. 삶은 늘 생생할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오히려 꿈보다도 희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어쩌면 왜 사는지 잊어버린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까지도 잊어버린 채로. 현실을 현실감 없이 살고 있는 사람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가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을 그려보고 싶었다.
김종소리 21세기 가난뱅이 담배쟁이 주정뱅이 거짓말쟁이 소년 jongsoriz.tistory.com 정지호 blog.naver.com/jjihojjiho
초점이 맞지 않는 화면. 희미하게 보이는 빛. 삶은 늘 생생할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오히려 꿈보다도 희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 김종소리, 정지호
어쩌면 왜 사는지 잊어버린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까지도 잊어버린 채로. 현실을 현실감 없이 살고 있는 사람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가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을 그려보고 싶었다.
김종소리 21세기 가난뱅이 담배쟁이 주정뱅이 거짓말쟁이 소년 jongsoriz.tistory.com 정지호 blog.naver.com/jjihojj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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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16
정말 종말?
2012년 말, 종말은 찾아올 것인가. 2013년에 나올 이 책은, 과연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작가노트(텍스트로 된, 없어도 무방합니다)도 함께 보내주세요.
당신은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이 책에, 작품을 보내시겠습니까?
보내주신 작품은 모두 아브락사스 16호에 실어드립니다.
--------
아쉽게도 발행인의 주머니 사정상, 고료는 드리지 못하지만, 참여하시는 모든 작가분들에게, 아브락사스 16호를 한 권씩 드리겠습니다.
종말을 주제로, 혹은 소재로, 혹은 아무 상관 없이 그냥 작품을 만들어주세요.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jongsoriz@naver.com으로 2013년 1월 10일 까지 보내주세요.
그럼 당신의 작품이 아브락사스 16호에 실립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니면 사과나무를?
-------어떤 형식이든, 방식이든, 합작이든, 개인작업이든 환영합니다. 그림이든, 글이든, 사진이든, 음악이든, 뭐든지 다 받습니다. 책의 형태 내에서 구현될 수 있는 작품이면 가능합니다. (책에 인터넷 주소만을 게재하여 인터넷 상에서 구현될 수 있는 작품도 가능합니다.) 단, 이미지 작업의 경우엔 흑백, 기본 사이즈는 A5(148 x 210) + 사방 3mm, 펼침면 사용시 {A5(148*210) x 2} + 사방 3mm, 해상도는 300dpi 이상으로 해서 보내주세요. 보내주실 때에 당신의 작품과 프로필(마음대로 작성해주세요)과 연락처(이메일, 홈페이지 등),
16호 예고
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아브락사스 16
정말 종말?
2012년 말, 종말은 찾아올 것인가. 2013년에 나올 이 책은, 과연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작가노트(텍스트로 된, 없어도 무방합니다)도 함께 보내주세요.
당신은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이 책에, 작품을 보내시겠습니까?
보내주신 작품은 모두 아브락사스 16호에 실어드립니다.
--------
아쉽게도 발행인의 주머니 사정상, 고료는 드리지 못하지만, 참여하시는 모든 작가분들에게, 아브락사스 16호를 한 권씩 드리겠습니다.
종말을 주제로, 혹은 소재로, 혹은 아무 상관 없이 그냥 작품을 만들어주세요.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jongsoriz@naver.com으로 2013년 1월 10일 까지 보내주세요.
그럼 당신의 작품이 아브락사스 16호에 실립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니면 사과나무를?
-------어떤 형식이든, 방식이든, 합작이든, 개인작업이든 환영합니다. 그림이든, 글이든, 사진이든, 음악이든, 뭐든지 다 받습니다. 책의 형태 내에서 구현될 수 있는 작품이면 가능합니다. (책에 인터넷 주소만을 게재하여 인터넷 상에서 구현될 수 있는 작품도 가능합니다.) 단, 이미지 작업의 경우엔 흑백, 기본 사이즈는 A5(148 x 210) + 사방 3mm, 펼침면 사용시 {A5(148*210) x 2} + 사방 3mm, 해상도는 300dpi 이상으로 해서 보내주세요. 보내주실 때에 당신의 작품과 프로필(마음대로 작성해주세요)과 연락처(이메일, 홈페이지 등),
16호 예고
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정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종말
기획, 발행 김종소리
더 북 소사이어티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71-4 102호 thebooksociety.org
디자인 스튜디오 ㅈ wldmw.tistory.com
샵 메이커즈 부산시 금정구 장전1동 233-31 1층 blog.naver.com/shopmakers
발행 2012.11 문의 abraxaszine.com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저작권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무단으로 따라하시거나 사용하시면 큰 일 날지도 모릅니다.
유어마인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6-29 5층 your-mind.com
책방 이음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197-1 지하1층 cafe.naver.com/eumartbook
프롬 더 북스 부산시 연제구 거제1동 213-12 1층 fromthebooks.com
101호 술집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0-22 1층 02-3143-1015
판매처
크레딧
가가린 서울시 종로구 창성종 122-12 1층 twitter.com/gagarinusedbook
기획, 발행 김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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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2.11 문의 abraxaszine.com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저작권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무단으로 따라하시거나 사용하시면 큰 일 날지도 모릅니다.
유어마인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6-29 5층 your-mind.com
책방 이음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197-1 지하1층 cafe.naver.com/eumartbook
프롬 더 북스 부산시 연제구 거제1동 213-12 1층 fromthebooks.com
101호 술집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0-22 1층 02-314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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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린 서울시 종로구 창성종 122-12 1층 twitter.com/gagarinusedbook
가을호 특집. 작품을 주제로 삼은 아브락사스 시리즈. 2009년 김한주가 찍은 사진 2010년 샤르봉이 그린 그림 2011년 박원희가 만든 조각
합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런 영상 제작 방식이 꼴라주 기법인가요? 제가 이론을 잘 몰라서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그렇지 않 나, 생각해봅니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꼴라주’입니다.
그리고. 2012년은 최연옥이 만든 영상, 입니다.
일 나가면서 생각하고, 일하면서 생각하고, 집에 오면서 생 각하고, 계속 생각하다 생강차까지 마셨지만, 마땅히 떠오 르는 분이 없었습니다. 제가 남자치고 발이 좁아서 250mm를 신거든요. 아무튼. 이런 고민을 술자리에서 토로하는 것을, 연옥님이 보고 계셔,* 영상을 만들어주겠다는 은혜로운 자비를 베푸셔, 이번 호가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영상을 받아보고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맥도날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콘 500원’과 ‘꼴라주’였습니다. ‘맥도날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콘 500원’은 아마도 ‘소프트 라 이프’라는 제목 탓인 것 같고, ‘꼴라주’는 영상이 조각들의 집 * 억수씨님의 웹툰. 참고로 네이버 웹툰이고 완결됐습니다.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재밌어요.
우주는 하나의 꼴라주입니다. 이놈의 삶과 저년의 삶이 덕지덕지 붙어서 하나를 이루고 있죠. 이번 아브락사스는 위 생각에서 영감을 받아, ‘한 권의 꼴라 주’로 만들어 보자, 라는 생각 아래 작업해보았습니다. 재밌으면 재밌게, 재미없으면 재미없게 봐주셨으면 좋겠습 니다. 재미없는 것도 나름대로 좋지 않을까요? 쏘-오프트한 라이-프를 삽시다. 라라라. 예쁘게 좀 봐주세요. 욕하지 말아주세요. 라라라. 귀엽게 받아주세요. 사랑. 해주세요. ** 아무튼. 개소리는 그만하고 이만 종소리 물러가겠습니다. 꽝. 다음 기회에.
2012. 10. 22. 서울스퀘어 타라그래픽스 남산점 work1 컴퓨터 앞에서 아발 김종소리 ** 지드래곤 one of a kind 가사. 포인트는, 사랑. 해주세요.
발(행인의) 말
사실, 올해 주제는 누군가가 그린 만화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에게 작품을 부탁드릴까, 생각하다가. 문득, 영상을 주제로 삼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래서 만화는 내년으로 미루고, 영상 제작을 부탁드릴 분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가을호 특집. 작품을 주제로 삼은 아브락사스 시리즈. 2009년 김한주가 찍은 사진 2010년 샤르봉이 그린 그림 2011년 박원희가 만든 조각
합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런 영상 제작 방식이 꼴라주 기법인가요? 제가 이론을 잘 몰라서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그렇지 않 나, 생각해봅니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꼴라주’입니다.
그리고. 2012년은 최연옥이 만든 영상, 입니다.
일 나가면서 생각하고, 일하면서 생각하고, 집에 오면서 생 각하고, 계속 생각하다 생강차까지 마셨지만, 마땅히 떠오 르는 분이 없었습니다. 제가 남자치고 발이 좁아서 250mm를 신거든요. 아무튼. 이런 고민을 술자리에서 토로하는 것을, 연옥님이 보고 계셔,* 영상을 만들어주겠다는 은혜로운 자비를 베푸셔, 이번 호가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영상을 받아보고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맥도날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콘 500원’과 ‘꼴라주’였습니다. ‘맥도날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콘 500원’은 아마도 ‘소프트 라 이프’라는 제목 탓인 것 같고, ‘꼴라주’는 영상이 조각들의 집 * 억수씨님의 웹툰. 참고로 네이버 웹툰이고 완결됐습니다.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재밌어요.
우주는 하나의 꼴라주입니다. 이놈의 삶과 저년의 삶이 덕지덕지 붙어서 하나를 이루고 있죠. 이번 아브락사스는 위 생각에서 영감을 받아, ‘한 권의 꼴라 주’로 만들어 보자, 라는 생각 아래 작업해보았습니다. 재밌으면 재밌게, 재미없으면 재미없게 봐주셨으면 좋겠습 니다. 재미없는 것도 나름대로 좋지 않을까요? 쏘-오프트한 라이-프를 삽시다. 라라라. 예쁘게 좀 봐주세요. 욕하지 말아주세요. 라라라. 귀엽게 받아주세요. 사랑. 해주세요. ** 아무튼. 개소리는 그만하고 이만 종소리 물러가겠습니다. 꽝. 다음 기회에.
2012. 10. 22. 서울스퀘어 타라그래픽스 남산점 work1 컴퓨터 앞에서 아발 김종소리 ** 지드래곤 one of a kind 가사. 포인트는, 사랑. 해주세요.
발(행인의) 말
사실, 올해 주제는 누군가가 그린 만화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에게 작품을 부탁드릴까, 생각하다가. 문득, 영상을 주제로 삼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래서 만화는 내년으로 미루고, 영상 제작을 부탁드릴 분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