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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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민권연대 월간지 본 5월호

(2014년 5월)


월간

본; 5월

4

발행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

발행일

2014년 5월 12일 (3호)

블로그

http://mag-mkyd21.tistory.com

문의

mag.mkyd21@gmail.com

17 편집자의 글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1인당 국민소득 26000달러, 근데 내 지갑은 왜이래? GDP가 상승하는데, 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5

시선집중

무인기와 천안함, 쌍둥이 사건

27

미래의 거울, 역사

이달의 역사

어렵게 지켜낸 노동자들의 명절 동아시아 역사칼럼

조선인은 일본통치에 복종하든지 죽든지 하 나를 택해야 한다

7

컬러이슈

핏빛조작

관행처럼 이루어진 간첩조작 사건의 내막

11

예술, 그 본질적 가치

37

세상의 모든 무기

북한 핵시험에 대한 한미의 평가

41

피카소

사랑의 형식

금지된 그림. 계속되는 그들의 학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고전의 향기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유가족에게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왜 우 리는 이 사회를 지금까지 이 지경이 되도록 바꾸지 못했습니까. 저들에게 권력을 넘겨준 책임에 고개를 들기 어렵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실종자 가족은 외치고 있습니다. “정부는 살인마다. 아이들을 살려내라.” 어떻게 하 면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한단 말입니까.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라는 증거들 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분의 말씀처럼 어쩌면 우리는 모두 악마들의 살인극 생 중계를 지켜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집단 충격에 빠진 한국 사회를 어떻게 치유해야 합니까. 이것은 나라가 아닙니다. 국가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살 수 있습니다. 촛불을 듭시다.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갑시다.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이번 호는 많은 부분을 축소하였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바랍니다. 편집자 드림.

http://mag-mkyd21.tistory.com/32


시선집중

무인기와 천안함, 쌍둥이 사건 http://mag-mkyd21.tistory.com/33

지난 4월 무인기 열풍이 불었다. 당시 언론은

할 수 있다.

매일같이 무인기 관련 보도를 대서특필하면서 당장에라도 북한이 무인기에 핵무기를 탑재해

천안함 사건이 5.24조치로 이어지며 남북관계

청와대를 공격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인

를 급격히 파괴한 것처럼 무인기 사건도 남북

터넷에서는 무인기가 북한 소행이라는 국방

관계를 파산 상태로 몰고 갈 위험이 있다. 이

부 결론을 반박하는 여러 주장들이 난무했다.

는 통일대박을 이야기하며 연초부터 분위기 를 띄우던 박근혜 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 있

무인기 사건은 여러모로 천안함 사건과 유

다. 아니면 애초에 남북관계 발전은 관심사가

사하다.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진행하는 중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고조되자 부담을 느끼

에 발생했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했

던 차에 무인기 사건이 발생했는지도 모른다.

고 ▲사건 초기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하다가 나중에야 말을 바꿨고 ▲정부는 북한 소행으

천안함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 발표에 의

로 결론 내렸지만 여러 의문들이 계속 제기되

문을 제기하는 것을 불온시하는 마녀사냥도

고 있으며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게 글자(

문제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천안함은 ‘1번’, 무인기는 ‘기용날자’)고 ▲

에서 무인기가 북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으며 ▲북

고 제기하자 새누리당이 ‘북한으로 가라’며

한이 공동조사를 요구했지만 정부가 거부했

융단폭격을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는 점 등 4년 전 천안함 사건과 판박이라고 5


시선집중

민주사회라면 정부 입장에 대해서 얼마든지

이 기회에 무기구입을 추진하는 국방부도 한

반론을 펼 수 있고 토론을 통해 합리적 결론

심하다. 원래 한국군은 저고도 비행체의 경우

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여당

레이더가 아닌 육안으로 관측을 하고 있었다.

은 아직 확정도 하지 않은 사건을 두고 무조

군사분계선 부근에는 쌍안경을 들고 북쪽을

건 북한 소행이며 반론은 ‘종북’이라는 논리

바라보는 경계병들이 즐비하다. 저고도 레이

를 펴고 있다. 북한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

더는 비용 대비 효율이 낮아서 사용하지 않는

으키는 이들의 트라우마는 어디서 온 것일까?

다. 만약 무인기가 정말 북한에서 내려온 것이 라면 경계근무를 소홀히 한 책임자들이 줄줄

무인기 사건을 과장해 안보장사를 하는 언론

이 징계를 받는 게 당연하다. 이 때문에 일각

도 문제다. 무선조종(RC) 비행기 수준의 기체

에서는 국방부의 저고도 레이더 도입이 무인

에 핵폭탄을 장착한다는 건 천안함 사건 때 화

기를 핑계로 미국 미사일방어(MD)에 편입하

제가 된 ‘인간어뢰’ 수준의 상상력이 낳은 공

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상과학소설에 불과하다. 생화학무기 역시 공 중 살포는 거의 효과가 없다. 무엇보다 북한이

뉴스의 블랙홀이 되어 버렸던 무인기. 정작 중

한국 전역에 날려 보낼 수 있는 미사일이 있는

요한 것은 무인기로 인한 안보 공백이 아니라,

데 왜 연료부족으로 추락이나 하는 무인기에

무인기를 둘러싼 비이성적인 대처가 가져오는

그런 무기들을 실어 나르겠는가.

안보 불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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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이슈

핏빛 진실

관행처럼 이루어진 간첩조작 사건의 내막 http://mag-mkyd21.tistory.com/35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에 대 해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나 국민 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간첩조작이 국정 원의 관행이라는 뜻일까? 사실 과거사 진상규명을 통해 정보기 관의 사건 조작이 하루 이틀 된 문제 는 아니라는 점은 이미 드러났다. 오 랜 시간이 흐른 후 사건이 조작됐음을 밝히기 전에 왜 관행처럼 조작을 하는 정보기관을 개혁하지 않는 것일까? 혹 시 다음 대선에서도 댓글을 달아주기 를 기대하는 것일까?

7


컬러이슈

사건의 전개 과정은 이렇다.

고 부인했지만 2월 18일 중앙지검에 진상조 사팀이 구성됐고 실상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

이 사건은 작년 1월 20일 국정원이 화교 출

작했다. 3월 11일 통합진보당은 남재준 국정

신 유우성씨를 간첩 혐의로 체포하면서 시작

원장과 검사, 위조 관련자들을 국가보안법상

됐다. 1심 재판 과정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

무고·날조 혐의로 고발했다.

호사 모임(민변)은 국정원이 유씨 여동생 유가 려씨로부터 허위 자백을 받아 간첩 사건을 조

마침내 3월 31일 문서위조에 가담한 국정원

작했다고 폭로했다. 이 주장을 받아들여 법원

김 과장과 협조자 김씨를 구속 기소했고, 4월

은 8월 22일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14일에는 국정원 이모 대공수사처장과 이인

내렸다.

철 영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국정원 권 과장은 병원 치료를 마칠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를

항소심이 시작되고 검찰이 유죄판결을 유도하

내렸다. 다만 남재준 국정원장과 사건 담당 검

기 위해 조작된 증거를 제출하면서 사건은 확

사 2명은 무혐의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두 명

대됐다. 12월 23일 법원은 민변과 검찰의 요

이 자살을 시도하고 그 중 한 명은 기억상실로

청에 따라 유씨의 출입경 기록 등에 대한 사실

관련 내용을 진술할 수 없다고 하는 등 막장드

조회를 중국 측에 요청했고, 올해 1월 7일 민

라마가 연출되기도 했다.

변은 검찰을 국가보안법상 무고와 날조 혐의 로 고소했다.

사건의 핵심인 증거 위조 과정은 이렇다.

2월 14일 중국대사관이 검찰 증거가 위조됐

지난 해 1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선양 주

다는 답변서를 보내면서 이 사건이 언론에 대

재 한국영사관과 지린성(吉林省) 공안청에 유

서특필되기 시작했다. 검찰은 위조가 아니라

씨의 출입경기록 발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 8


컬러이슈

국 공안당국은 출입경기록 발급 전례가 없다 며 거부했다. 결국 검찰은 증거 제출을 못 했

올해 2월 14일 민변은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

고 1심에서 유씨는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 판

경기록, 싼허변방검사참 정황설명 답변서, 허

결을 받았다.

룽시 공안국이 선양 주재 한국대사관에 발송 한 공문 등이 모두 위조됐다는 주한중국대사

1심이 끝난 지 한 달쯤 지나서 국정원은 영사

관의 확인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검찰은 물

증명서에 첨부된 출입경기록을 검찰에 넘겼으

론 황교안 법무부장관까지 나서서 위조가 아

나 검찰은 발급기관이나 관인이 없어 증거능

니라며 주한중국대사관의 확인내용을 부인했

력이 없다고 보류했다. 항소심이 열리자 국정

으나 중국은 오히려 위조범에 대한 자료를 넘

원은 다시 중국 허룽시(和龍市) 공안국이 발

기라며 외교 문제로 삼을 조짐을 보였다.

급한 출입경기록 2부를 입수해 검찰에 제출했 다. 검찰은 허룽시 공안국의 발급사실 확인 공

진상조사 과정에서 조백상 선양 주재 총영사

문까지 받고 증거들을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

는 위조된 자료가 이인철 영사의 개인문서라

로 제출했다.

고 증언했는데 이 영사는 국정원 파견근무자 였다. 또 조선족 출신 김모씨가 국정원의 돈을

그러자 민변은 12월 6일 검찰이 제출한 증거

받고 위조문서를 입수한 사실도 밝혀졌다. 김

들이 조작됐다는 증거들을 제출했고 검찰은

모씨는 3월 5일 영등포의 한 호텔에서 자살을

민변 증거가 불법자료라며 반박하면서 싼허변

시도하며 가족에게 “국정원에서 가짜서류제

방검사참(일종의 출입국관리소)이 발행한 정

작비 받으라”는 유서를 남겼다.

황설명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결국 12월 20일

국정원이 간첩조작 사건의 주범임이 분명히

법원은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주한중국대사관

드러난 것이다.

영사부에 사실조회를 신청한다. 9


컬러이슈

이번 사건의 교훈을 찾아보자.

아니고 벌써 수십 년 째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 다. 그리고 간첩조작은 모두 정치적 의도를 가지

애초에 이 사건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공격하

고 이루어졌다. 국정원이 내부개혁으로 치유될

기 위해 기획됐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들은 하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나같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라고 표현 하는데 사실 유씨는 서울시 계약직 직원일 뿐

새누리당과 수구언론이 이 사건을 왜곡하면서

이다. 그나마도 원세훈 시장 시절 채용됐기 때

색깔론으로 활용한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게다

문에 박원순 현 시장과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가 증거조작이 속속 드러났음에도 국정원을 비

국정원이 유씨의 ‘간첩활동’ 시점을 박 시장

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심지어 윤상현 새누리

시절부터로 주장하고, 사건 초기 보수단체들

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간첩사건

이 서울시청 앞에서 박 시장을 비난하는 시위

은 위조가 아니라 중국 공안당국의 방첩사건”이

를 하는 등 노골적으로 박 시장을 공격하는 계

라고 주장하며 국정원을 변호하느라 외교마찰

기로 삼았다. 진선미 의원이 폭로한 국정원의

까지 감수하는 태도를 보였다.

‘박원순 제압’ 문건을 보면 국정원이 박 시장

수구언론들과 종편들 역시 유씨가 간첩이 확실

을 괴롭힐 의도가 컸음을 알 수 있다.

하다는 보도를 반복하면서 여론조작에 나섰다. ‘증거는 조작됐지만 간첩은 맞다’는 해괴한 논

또한 유씨가 체포된 시기가 국정원 댓글사건

리를 들이대며 마치 증거조작을 문제 삼는 사

이 한창 시끄러울 때라는 점을 보면 여론을 돌

람들이 간첩을 비호하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려세우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새누리당과 수구언론들이야말로 자유민주질서

이처럼 국정원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처음

를 어지럽히는 주범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부터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몰아갔다. 국정

있다.

원이 간첩조작을 한 게 하루 이틀 된 문제도 10


<평화의 얼굴> 1951. 폴엘뤼아르 시집 삽화


파블로 피카소

금지된 그림, 계속되는 그들의 학살 http://mag-mkyd21.tistory.com/36 우리는 피카소하면 괴이한 추상적 형상을 떠올 린다. 입체파. 2차원에 3차원을 담는 그의 시도 는 가히 파격적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피카소의 연인들을 소개하며 그에 따라 변화하는 쾌락적 이고 형이상학적인 그림들을 전시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절대 잘 알려주지 않은 사실이 하나있 다. 바로 피카소가 ‘프랑스공산당원’ 이라는 사 실이다. 의식 깊숙이 박혀있는 ‘공산당’이라는 적, 그가 만약 지금 한국에 살고 있다면 피카소 는 어떻게 평가되었을까.


<한국에서의 학살> 1951. 209×109㎝ 국립파리 피카소미술관

비둘기는 어린 피카소의 첫 친구였다고 한다. 그가 살았던 스페인 말라가에는 비둘기가 많

평화의 상징 비둘기

았다. 그에게 비둘기는 고향이었던 것이다. 비 둘기를 통해 그려진 평화는 어릴 적 뛰어놀던

비둘기가 물고 온 평화의 나뭇가지.

고향을 의미한다. 피카소는 비둘기를 사랑하

비둘기에 투영된 얼굴.

여 딸 이름을 스페인어로 비둘기를 뜻하는 팔

갈망하는 눈동자.

로마(Paloma)라고 짖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무엇을 투시하고 있는가.

이라는 비극 속에 프랑스 공산당은 당원이었

어둡지만 응시한다.

던 피카소에게 파리 세계평화주의회의 포스터

두렵지만 바라본다.

를 의뢰한다. 피카소가 1949년 파리 세계평화

평화의 상징.

주의회의 포스터를 그린 후 비둘기는 ‘평화의

비둘기에 담아 날려 보낸다.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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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의 학살

슬픔에 잠겨있다. 갓난아이를 살리려는 어머 니의 공포에 질려있다. 체념한 여인들의 모습

피카소의 작품 중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대

들도 보인다. 미군에 총부리에 공포에 질린 아

표작은 ‘게르니카’ 다. 그와 함께 대표적인 반

이는 여인들 곁으로 도망가고 있다. 아래 천진

전 작품으로 ‘조선에서의 학살’을 꼽을 수 있

한 아이는 상황을 모른 채 흙장난을 한다. 무

다. 조선에서의 학살은 현재 북한지역인 신천

너진 집들과 폐허가 된 산하가 침통한 배경을

군에서 벌어진 한국전쟁 양민학살을 모티브로

이루고 있다.

한 작품이다. 프랑스공산당 기관지 ‘뤼마니떼 (L’Hmanite)’의 특파원은 1951년 5월 당시

군인은 온갖 갑옷과 무기로 무장한 그들은 표

신천군 양민학살을 현장 취재했다. 피카소가

정을 감추고 무기만을 들이밀고 있다. 집중사

그 현장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접한 충격으로

격 자세를 취한 인간성을 상실한 살육을 탐하

그린 작품이 1951년 완성한 ‘조선에서의 학

는 중세 철갑병사. 피카소는 인간으로서 저지

살(Massacre in Korea)’이다.

를 수 없는 만행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프랑스 파리 피카소 미술관에 소장

역사적 진실

되어있다. 그림에서는 4명의 벌거벗은 여인들 이 나온다. 팔이 잘린 아이는 공포에 질려 엄

신천군 양민학살을 자행한 사실에 대해 미국

마 품에 안겨있고 임신한 듯 보이는 이 여인은

과 한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제

<게르니카> 1937. 349.3 X 776.6 cm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한국전쟁 당시의 양민학살

민주법률가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이라 말하고 ‘주민들에게 미군과 함께 남쪽으

Democratic Lawyers)의 1952년 3월 31일 ‘

로 내려갈 것’을 지시하라고 명령했다. “남아

코리아에서의 미군 범죄에 관한 보고서’에서

있는 자는 모두 실질적 적으로 간주할 것이며

는 신천양민학살 가해자가 미군이라는 결론

원자폭탄이 투하될 것이다.” 그는 모든 ‘빨갱

을 내리고 있다. 국제 사법단체인 국제민주법

이’ 지지자들을 섬멸할 것을 지시했다. 모든

률가협회의 조사위원회는 1952년 한반도 북

인민군 병사의 가족들과 부역자 가족들은 빨

부의 황해도 등 여러 지역을 방문해 미군의 학

갱이로 간주되었다. 그의 명령은 그대로 실행

살에 대한 조사 작업을 진행했다. 증거수집에

되었다. 그날 신천군 원암리의 창고 두 군데에

기초하여 작성된 보고서 중 ‘제4장 대량학살,

서 900명의 남녀 학살이 발생했다. 건물 안에

살해 및 기타 잔혹행위’는 신천양민학살을 다

는 어린아이들도 200여 명 있었다. 미군들은

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들의 옷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그 리고 창문 안으로 수류탄을 집어던졌다. 건물

1950년 12월 7일, 미군이 철수하기 직전, 해

안에 있던 한 여성이 자신의 두 아이를 창밖으

리슨 신천군 미 점령군사령관은 그의 휘하에

로 밀어냈다. 한 아이는 총에 맞았지만 한 아

있던 미군 부대와 이승만의 원군 장교들에게

이는 도망쳤다. 어머니는 불에 타 죽었다. 해

‘철수는 일시적이며 전략적 이유에 따른 것’

리슨과 다른 장교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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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지휘 아래 전두환이 광주에서 민중들을 학살

금지된 그림

한 5.18이 일어난 바로 그 때가 1980년이다.

미국은 자신의 실체에 대해 폭로한 피카소를

이 그림은 한국 내는 당연히 금기시되었다. 이

증오했고 피카소는 입국금지조치 당했다. 당

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

연히 미군이 저지른 신천양민학살을 고발했던

정권은 그림의 원작 뿐 아니라 화집의 도록

‘조선에서의 학살’도 미국에서 전시되지 못했

으로도 이 그림을 소개하지 못하게 금지시켰

다. 미국은 모순적으로 독일군의 만행을 폭로

다. 1960년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한 ‘게르니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는 피카소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피카소’

전시하였다.

라는 상표의 크레용의 이름을 ‘피닉스’로 강

세상에는 제 눈에 들보는 못보고 남의 허물이

압적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나 찾는 자들이 너무 많다. 진실을 규명하지 않고, 사회를 바꾸지 않는 이 ‘조선에서의 학살’이 미국에서 금지조치가 풀

상 직간접적인 학살은 주기적으로 계속된다.

려 처음 전시되었을 때는 1980년이었다. 주한

50년에는 양민학살로, 80년에는 광주학살로,

미국군사령관 존 위컴(John Wickham)의 작전

2014년에는 바다 속에서. 16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1인당 국민소득 26000달러, 근데 내 지갑은 왜이래? http://mag-mkyd21.tistory.com/37

부인과 함께 딸 하나를 키우며 아등바등 살고

인 가족이라면 8400만원!? 그런데 우리 집 1

있는 우리의 김 씨. TV를 보던 월급쟁이 김 씨

년 소득은 절반도 안 된다. 김 씨는 순간 낙오

는 오늘도 깜짝 놀란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자가 된 기분에 휩싸였다. “나만 못 살고 다른

6205달러! 뉴스 앵커 왈, “이런 추세대로라면

사람들은 다 잘사는 건가?”

내년엔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 된단다. 곧 3만 달러 시대가 열린다니, 김 씨의

김 씨가 잘 못 계산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1

기분도 괜히 좋아진다.

인당 국민총소득 개념에서는 젖먹이 갓난아이 도, 100세 노인도 모두 똑같이 “1명”이다. 당

이런 생각이 든 김 씨는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연히 3인 가족이면 “곱하기 3” 하면 된다. 그

요즘엔 1달러에 1050원에서 1070원쯤 하니

렇다면 어째서 김 씨의 삶은 1인당 국민소득

까 대충 2800만 원 정도가 나온다. 게다가 3

통계와 너무나도 다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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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자의 괴리감은 박탈감으로 이어진다.

사장님 지갑과 월급쟁이 지갑의 차이 그렇다면 국민총소득 중에서 사장님 소득 등 1인당 국민소득을 구하기 위해서는 1년간 한

을 뺀 월급쟁이들의 소득, 즉 가계소득이 차지

나라 국민들이 벌어들인 모든 소득을 다 더한

하는 양을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다. 이것이 국민총소득(GNI)이다. 국민총소득

국민총소득이 100만원이라면 가계소득이 차

에는 단지 월급쟁이들의 연봉만이 아니라 1년

지하는 양은 2013년을 기준으로 56만원에 불

동안 삼성이 벌어들인 돈, 옆 집 구멍가게 아

과하다. 이 56만원을, 국민의 대다수인 월급쟁

저씨가 벌어들인 돈, 시골에서 농사짓는 꼬부

이와 그 가족의 숫자로 나누니 이들의 지갑은

랑 할머니가 벌어들인 돈도 모두 포함된다. 이

얇아질 수밖에 없다.

걸 단순히 인구수로 나눌 때 숫자에 문제가 생 긴다. 사장님 지갑과 월급쟁이 김 씨의 지갑의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은 국민총소

두께가 똑같아지는 것이다!

득 100만원 중 가계소득이 74만원, 영국 69 만원, 일본 64만 원 등이다. 게다가 경제협력

김 씨가 1인당 국민소득 숫자에서 느끼는 괴

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도 62만 6천원

리감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소득 불평등 문

이라고 한다. 한국은 OECD 주요 25개국 가운

제의 심각성에 비례한다. 사장님 지갑과 월급

데 18위에 등극했다.

쟁이 지갑의 두께 차이만큼 김 씨의 괴리감은 커진다. 한국에 사는 모든 사람이 벌어들인 돈

김 씨의 지갑 사정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1인

이 모두 얼마냐 하는 문제보다 그 돈이 실제로

당 국민총소득이란 개념으로는 불가능하다.

누구의 지갑 속에 들어가느냐 하는 문제가 김

김 씨의 지갑 사정을 그나마 좀 더 잘 반영

씨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숫

하는 통계숫자에는 가계소득에서 세금과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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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그림 > 세계 최악의 수준을 자랑하 는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가계소득 증가율 차이. 한국은 그 수치가 약 1.5로, 경제성장률이 3%라 가정한다 면 가계소득 증가율은 1.5%, 즉 경 제성장률의 절반밖에 증가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 : OECD, <허핑턴 포스트>에서 재인용)

금 등을 뺀 월급쟁이들의 1인당 실제 국민소

한국의 가계소득 증가율은 1993년 김영삼 정

득, 즉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라

부가 선언한 이른바 “세계화” 이후 경제성장

는 것이 있다. 한국의 1인당 PGDI는 2013년

률보다 계속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1만4690달러, 대충 1540만 원 정도

테면 한국 경제가 3% 성장할 때, 국민 소득은

에 불과하다. 이는 1인당 국민소득 2800만원

1.5%, 즉 절반밖에 늘어나지 못하는 식이다. <

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그림 1>을 보면, 이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 유 독 심하게 나타난다.

성장과 분배, 그것이 문제로다 반면 경제가 성장하는 비율보다 가계 소득이

19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더 빨리 증가하는 노르웨이나 핀란드, 에스토

무려 15.7%나 부풀려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니아 같은 나라들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실제로 2013년 평균 원/달러 환율은 2012년

국민의 삶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 자

에 비해 30원 가량 하락해 달러 표시 전체 국

체보다는 소득의 분배구조가 중요함을 말해

민소득이 3% 뻥튀기되는 “착시효과”를 불러

준다.

일으켰다.

국민의 “웰빙”과 아무런 상관없는 GDP, GNI

이런 통계숫자가 달러로 표시되는 것은 단지 국제 비교를 위해 편의적으로 사용하는 관례 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GDP)이나 국민총소

1인당 국민소득 통계의 문제는 이외에도 더

득(GNI)등의 통계숫자가 우리 화폐 단위인 “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김 씨의 지갑사정과

원”으로 표시되면 적어도 환율 변화로 인해

는 너무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그것이 “달

발생하는 “착시효과”는 사라질 수 있다.

러”로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국민소득 4만 국민소득이 달러로 표시되는 과정에서 수치에

불 시대” 등 통계를 이용해 발표하는 “장밋빛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단연 환율이다. 김

공약”은 모두다 국민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씨가 번 2000만원을 1달러에 1050원을 적용

없는 허황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통계 숫자

해서 달러로 표시하면 19000달러 정도가 된

하나에도 “얼굴”이 있다. 통계 숫자를 덮고 있

다. 만약 김 씨의 내년 연봉이 2200만원이 되

는 거짓의 가면을 벗겨낼 때, 국민의 세금으로

면 김 씨의 소득은 10%가 늘어난 것이다. 그

만들어지는 통계 숫자 하나하나가 국민을 위

런데 원/달러 환율이 1달러에 1000원이 되면

한 정책 개발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달러로 표시한 김 씨의 소득은 22000달러로,

20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GDP가 상승하는데, 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http://mag-mkyd21.tistory.com/38

21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한 국가의 경제력과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어

GDP란 무엇인가?

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중상주의 시대에는 국가가 금을 많이 보유할수록 국부가 커지는

현재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많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보호무역 정책 등을

이 이용하는 것이 국내총생산(GDP : Gross

써서 무역에서 흑자를 최대한 많이 보는 것이

Domestic Product)이란 개념이다. GDP는 “한

국부증진의 길로 인식되었다. 반면 아담 스미

나라 안에 있는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스는 중상주의적 사고를 비판하며, 국부를 모

주체가 일정기간 동안 새로이 생산한 최종재

든 국민들이 소비하는 생활필수품의 양으로

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금액으로 평가하여 합

정의했다. 따라서 국내에서의 생산능력에 주

산한 것”으로 정의된다.

목하게 되었고, 벌어들인 돈을 금고에 쌓아두 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물건들을 사서 쓸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설명의 편의를 위해 수

수 있는 것이 중요해졌다.

출과 수입은 없는 폐쇄 경제를 가정해 보자. 국가 전체적으로 A와 B 두 회사만 있고, 1년

국가의 경제력과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어떻

간 A라는 자동차 회사는 가격이 2000만원인

게 측정할 것인지의 논쟁은 단순한 과거의 논

자동차 10대를 생산하고, B라는 컴퓨터 회사

쟁이 아니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잘

는 가격이 200만원인 컴퓨터 500대를 생산한

사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여가시간을 많이

다고 해 보자. 이 경우 GDP는 ‘2000만원 ×

가질 수 있는 국가들이 잘사는 것인가? 돈은

10대 + 200만원 × 500대’로 12억원이 된

많이 벌지만 오염된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한다

다.

면 그 국가의 경제력은 높은 것인가? 여러 가 지 질문들을 던져 볼 수 있다. 국가의 경제력

그런데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타이어도

과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측정하는 데서 완벽

생산해야 할 것이고, 차체를 만들기 위해 철도

한 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고 유리도 필요하다. 이들 타이어와 철, 유리 등을 중간생산물이라고 하는데, 이들 가 22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치는 최종상품인 자동차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사노동은 가계 구성원들이 더 활발한 경제활

따로 GDP계산에 포함되진 않는다. 또한 GDP

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는 일정기간(보통 1년) 단위로 계산 되므로 이

하지만 주부의 가사노동은 GDP에 반영되는

전에 만들어져 존재하는 상품의 가치도 포함

생산적 노동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되지 않는다. 더 모순적인 것은 주부의 가사노동과 똑같

GDP가 클수록 잘산다?

은 형태의 노동을 시장에서 구매하는 경우는 GDP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즉 주부가 직접 가

그렇다면 GDP는 국가의 경제력과 국민들의

사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안일을 도와주

생활수준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물론 그

는 도우미를 고용하는 경우 똑같은 노동을 하

렇지 못하다.

더라도 GDP 규모가 커지게 된다. 주부가 직접 가사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 도우미가

첫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GDP는 시장에

집안일을 대신 하는 것을 두고 국가의 경제력

서 거래되는 상품을 중심으로 계산된다는 것

이 커지고 사람들의 생활이 나아진 것으로 평

이다. 앞선 예에서처럼 GDP는 최종생산물에

가할 순 없는 일이다.

해당 시장가격을 곱해서 화폐가치액으로 환 산한 다음 이를 더해서 계산된다. 따라서 시

결국 시장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GDP는 높게

장에서 거래가 되고 그에 따른 시장가격이 형

나타나게 되는데,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성되어 있는 상품이어야 GDP에 제대로 반영

많다는 사실이 그 국가의 부가 크다는 것을 나

될 수 있다.

타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가격이 없지

또한 시장가격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만 경제활동에서 중요한 부분이 존재한다. 대

얼마나 정확히 측정된 것인지의 문제가 남는

표적인 것이 주부의 가사노동이다. 주부의 가

다. 보통 우리는 부동산에 거품이 끼었다,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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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융상품(주식 등)에 거품이 끼었다는 말을 한

것이다.

다. 경제에 거품이 많이 낀 상황일수록 GDP 계산에 사용되는 시장가격은 높아지고 GDP

나아가 GDP를 통해서는 분배문제에 대한 정

는 높게 측정된다. 하지만 거품이 낀 경제를

보를 알 수 없다. 재벌총수 혼자 1000만원 어

두고 국가 경제력이 커졌다고 평가할 수 없다.

치 상품을 생산해 이득을 올렸다면 GDP 수치 는 증가하겠지만 일반 국민들의 삶의 질에는

두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GDP는 생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 등이 커져

활동을 중심으로 측정된다는 것이다. A국가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GDP가

B국가가 똑같이 GDP가 1조 달러라고 하더라

증가한다고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 아

도 A국가의 국민들은 12시간을 일하고 B국

니다.

가 국민들은 8시간 일을 한다면 A국가와 B국 가의 경제력과 국민들의 삶의 질을 동일하게

세 번째로 GDP 수치에는 생산의 성격(혹은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GDP 수치에는 이러

종류)에 대한 것이 반영되지 않는다. 카지노를

한 차이가 반영되지 않는다. A와 B 둘 다 1조

지어 생산 활동을 하든 국민들의 먹거리를 생

달러를 생산하는 똑같은 국가가 된다. GDP에

산하는 활동을 하든 GDP에 표시되는 숫자에

는 여가에 대한 부분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는 그 차이가 반영되지 않는다.

생산 활동과 더불어 발생하는 부작용도 고려

만약 도로 등이 잘 관리되지 않아 사고가 증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환경비용

가했다고 해 보자. 정부는 도로복구를 해야 하

이다. 4대강 사업을 벌이면 GDP 수치는 커진

고, 사람들의 병원비는 늘어난다. 이 경우 생

다. 하지만 여기에는 4대강 공사로 인한 환경

산 활동이 증가한 것으로 평가되어 GDP는 늘

비용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환경비용 등

어난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 활동이 늘어나는

을 고려해 본다면 GDP가 증가한다고 해서 국

것이 국가 경제력이 커지는 것으로 평가할 순

가 경제력이 높아진 것이라고 평가할 순 없을

없는 일이다. 24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이 생산을 많이 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GDP 수치는 증가한다. 하지만 이 돈을 외국자본이 해외로 가지고 나간다면 오히려 국가의 부는 해외로 유출되게 된다. 이 역시 GDP에는 반영되지 않 는다. 단순한 경제성장 보다는 삶의 질이 중요해지 고 있고, 한편에서는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불 평등이 극도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GDP 라는 지표를 가지고 경제력 규모와 경제성장 률을 평가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할 수 있다. GDP에 집착하는 경제운영 방식을 바꿔야 하 며, GDP규모를 가지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평가하려는 인식도 바뀌어 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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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론

북한 국민소득 통계에 대한 단상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북한의 경제규모는 어떻게 측정할까? 한국은

가할 순 없다(※ 앞서 지적한 기초자료 수집의

행에서는 91년 이후부터 북한의 경제성장률

문제로 인해 북한에서의 자동차 생산 대수가 정

을 추정해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

확한지도 문제다).

은 문제점이 존재한다. 북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북 우선 북한 경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한에서 자동차는 얼마인데 북한사람들이 그것

것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북한 경제성장률 발

을 어떤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가 평

표시 유의사항에서 “관계기관으로부터 북한

가되어야 한다. 비단 자동차뿐만 아니라 쌀, 신

의 경제활동에 관련된 기초자료를 제공받아

발, 교육,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다. 북

북한 경제성장률을 추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은 모든 재화들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

관계기관이라고 하면 국정원이 탈북자단체 등

니며 교육이나 의료는 무상지원 시스템을 갖추

을 통해 입수한 정보일 텐데, 얼마나 신뢰할

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가격을 기준으로 평가된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초자료 자체가 신뢰성

경제규모 수치를 가지고는 북한 사람들의 삶의

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질을 제대로 평가할 순 없다.

다음으로 한국은행은 북한의 경제성장률, 경

따라서 한국은행도 북한 통계관련 보도자료에

제규모 등의 지표를 산정할 때 한국의 가격,

서 “이들 지표를 여타 나라들과 직접 비교하는

환율 등을 적용하여 산출한다. 예를 들어 북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

한에서 자동차 1대를 만들었을 경우 그 가격

통일대박’을 위해선 북한 경제에 대한 제대로

을 북한가격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된 평가가 필요하다. 그를 위해서도 남북간 교류

의 자동차 가격으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이것

는 확대되어야 한다.

을 가지고 북한사람들의 삶의 질을 정확히 평


미래의 거울, 역사

5월의 역사 어렵게 지켜낸 노동자들의 명절 http://mag-mkyd21.tistory.com/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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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거울, 역사

근로자의 날과 노동절, 같은 5월 1일을 부르

8시간 노동제를 수립할 것을 결의했다. 그리

는 말이지만 뭔가 다르다. 흔히 정부 혹은 기

고 2년 전 미국에서 있었던 총파업 투쟁을 기

업에 가까운 쪽에서는 근로자의 날이라 부르

리면서 1890년 5월 1일을 기해 모든 나라 모

고 노동조합이나 진보운동진영에서는 노동절

든 도시에서 동시적으로 1일 8시간 노동 쟁취

이라 부른다. 이 둘의 차이는 뭘까? 어떤 일

를 위한 대규모 국제적 시위를 조직하기로 했

이 있었기에 전 세계 노동자들의 명절인 5월

다. 이것이 첫 번째 열린 세계 노동절 행사이

1일이 한국에서 두 가지로 불리게 되었을까?

다.

노동자와 근로자의 사전적 의미는 거의 차이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운

가 없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이는지

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살펴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근로는 말 그대로

렇다면 우리의 목을 가져가라! 가난과 불행

성실히 일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노동

과 힘겨운 노동으로 짓밟히고 있는 수백만

은 〈자본과 노동〉과 같이 계급관계를 표현

노동자의 운동을 없애겠단 말인가! 그렇다.

하는 말로 사용된다. 그래서 〈노동절〉부터

당신은 하나의 불꽃을 짓밟아 버릴 수 있다.

시작하여 일제시기 조직된 〈조선노동총연

그러나 당신 앞에서, 뒤에서, 사면팔방에서

맹〉, 지금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끊일 줄 모르는 불꽃은 들불처럼 타오르고

등 〈노동〉이라는 단어는 계급관계를 표현

있다. 그렇다. 그것은 들불이다. 당신이라

하는 데에 주로 사용되었으며 노동자라는 말

도 이 들불을 끌 수 없으리라.”

에는 스스로 힘써 주체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라는 의미가 포함되게 되었다.

▲헤이마켓 사건으로 사형선고 받은 미국 노동운동 지도자 스파이즈의 법정 최후진술

1889년 세계 20개국의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만든 제2인터내셔널에서는 창립대회에

한국에서 노동절 행사가 처음 열린 것은

서 “만국의 노동자는 단결하라!”는 기치아래

1923년 5월 1일, 조선노동연맹회와 산하단체 28


▲ 해방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노동절 행사를 보도한 자유신문 5월 3일자 보도 제목은 오른쪽부터 「천지를 진감한 노동 전사의 만세 소리」, 「승리의 명절, 자유의 환호」, 「해방 후 장관인 전 평 메이데이기념」이다.

2,000여명의 노동자가 모인 가운데 “노동시

명이 조합원으로 참가할 정도로 해방이후 가

간 단축, 임금 인상, 실업방지” 등을 주장하며

장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노동단체였다. 전평

노동절 행사를 열었다. 비록 1937년 중일전쟁

이 주도한 1946년 5월 1일, 해방 이후 처음

이후부터는 일제의 극악한 탄압으로 노동절

맞는 노동절에는 우리 민족의 절박한 요구였

투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으나 노동자들은

던 자주독립국가 건설과 민중의 삶 보장의 구

지하에서 투쟁을 이어갔다.

호가 울려 퍼졌다.

해방이후 새조국 건설이라는 희망이 가로막

그러나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자주독립국가

히자 노동자들은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

건설을 주장한 전평을 불법화하고 해산시켰

평)을 만들었다. 전평은 1946년 4월, 59만 여

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전평 대신 우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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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거울, 역사

력이 1946년 만든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

다. 노동운동의 성장은 노동자 의식의 발전을 가

대한노총)을 유일한 노동자 단체로 인정하고

져왔으며 빼앗긴 “노동절”을 되찾기 위한 투쟁

노동절 행사를 대한노총에 맡겼다. 대한노총

에도 영향을 미쳤다.

은 노동절 행사를 이승만 정부에게 충성을 맹 세하는 어용행사로 전락시켰다. 이승만 정권

1989년 100주년 노동절을 맞아 “노동법 개정

은 이에 그치지 않고 5월 1일 국제노동절이 “

및 임금인상 투쟁본부”는 기존의 3월 10일 “근

적색 공산국가들 간의 공통으로 기념되는 날”

로자의 날”을 “노동자 불명예의 날”로 규정하고

이라는 이유로 1959년에 들어서 노동절 날짜

단절되었던 노동절의 전통을 회복할 것을 선언

를 대한노총을 창립한 3월 10일로 바꾸어버

하였다. 1989년에 이어 1990년, 1991년, 1992

렸다. 박정희 정권은 노동절의 이름마저 바꿨

년, 1993년에도 노동절을 되찾기 위한 투쟁이

다. 박정희 정권은 〈노동자〉라는 단어를 문

벌어졌다. 결국 이런 투쟁의 결과 1994년 김영

제 삼았고 결국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삼 정부는 3월 10일 이었던 근로자의 날을 5월

관한 법률”을 만들어 노동절의 명칭을 〈근로

1일로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자의 날〉이라고 바꾸었다. 사회와 생산의 당 당한 주체인 노동자의 명절, 〈노동절〉은 이

그러나 아직도 진정한 의미의 노동절은 돌아오

승만과 박정희 정권에 의해 생일도, 이름도 바

지 않았다. 여전히 정부에서 부르는 공식명칭

뀐 채 말 잘 듣고 성실히 일하는 모범근로자상

은 “근로자의 날”이다. 기업들도 “근로자의 날”

을 시상하는 날로 바뀌고 말았다.

을 사용한다. 정부와 기업들은 여전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순을 은폐하기 위해 〈노

그러나 스파이즈의 법정 최후진술처럼 노동

동〉이라는 단어를 불온시 한다.

운동은 막을 수 없이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전 태일 열사의 분신, 청계피복 노동자들의 투쟁,

올해도 어김없이 노동절은 찾아 왔다. 자신의

YH투쟁, 그리고 87년 7·8·9 노동자 대투

처지를 자각하고 사회와 생산의 주인인 〈노동

쟁 등 한국의 노동운동은 지속적으로 발전했

자〉로서 우뚝 선 우리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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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거울, 역사

동아시아 칼럼 조선인은 일본통치에 복종하든지 죽든지 하나를 택해야 한다. http://mag-mkyd21.tistory.com/40

▲ 일본인들이 행운의 신으로 모시는 ‘빌리켄’ 빌리켄은 원래 미국인 여성예술가의 작품이었다. 31


미래의 거울, 역사

미국의 조각상, 일본에서 신이 되다

‘조선인은 일본통치에 복종하든지 죽든지

하나를 택해야 한다.’ 일본 최초의 전망타워인 오사카 시의 ‘통천각’ - 초대 조선총독 취임사 에 가면 빌리켄이라는 인형이 있다. 일본인들은 1912년 세워진 이 건물 안에 빌리켄 신상을 모 데라우치 마사타케는 조선인들에게 가장 악명 셔두고 행운을 빌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 빌리 높았던 침략통치자였다. 제 3대 조선통감으로 켄은 일본의 전통 신이 아니라 미국인의 작품이 부임한 그는 한일 병합을 주도하여 병합 후 초 다. 빌리켄은 1908년 미국의 여성작가 호스만 대 조선총독에 임명되었다. 취임사에서도 드러 이 꿈에서 본 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인데, 웃 나듯이 그는 조선 통감으로서 한일강제병합에 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당시 미 앞장섰으며, 무단통치와 헌병경찰제를 도입하 국 대통령이던 윌리엄 태프트의 약칭 ‘빌리’와 여 강제병합에 저항하는 조선인들을 총칼로 억 흔이 쓰이는 애칭인 ‘켄’을 합성한 이름이다.

눌렀다.

조선인에게 폭정의 대명사로 알려진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1852~1919)에게는 어울 리지 않게도, 이 ‘빌리켄’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데라우치의 대머리가 빌리켄 인형과 비슷했기 때문이겠지만, ‘비입헌’(非立憲)의 일본어 발음

◀ 제 3대 조선통감이자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

‘히릿켄’을 차용해 그의 폭정을 풍자하려는 의 도도 내포되어 있었다고 한다. ‘무단통치’와 ‘ 비입헌’의 대명사인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조선 과 맺은 악연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데라우치는 앞선 연재에 등장했던 이토 히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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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거울, 역사

미, 야마가타 아리토모 등과 마찬가지로 조슈 번 관저에서 비밀리에 조인식을 가졌다. 결국 한일 출신의 무사 출신으로서 일본 육군의 요직을 두 강제병합은 8월 29일 공포되었고, 우리는 이 날 루 거쳤다. 그는 메이지 유신 때 일본 육군에 입 을 ‘경술국치일’이라고 부른다. 조약의 공식 명 대했는데, 정한론자들이 일으킨 세이난 전쟁 때 칭은 ‘한국병합에 관한 조약(韓国併合ニ関スル 참전하여 오른팔이 칼에 잘려나가 평생을 불구 条約)’이었다. 로 살았다. 더욱 말문이 막히는 것은 병합 과정에서 친일파 일본 육군대학 총장, 육군대장 등 군부 내 요직 가 보여준 후안무치한 행동이었다. 일본의 강제 을 역임했던 그는, 1910년 급기야 제 3대 조선 병합이 가까워지자, 송병준 등은 조선이 자발적 통감으로 부임했다. 그의 임무는 이토 히로부미 으로 병합을 해야 한다며 병합 청원서를 내기도 와 야마가타 아리토모 등 선배들이 초석을 쌓은 했다. 이에 친일파의 거두 이완용은 자신의 주도 한일강제병합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었다. 그가 권을 빼앗길까 두려워 데라우치에게 먼저 접근 부임한 1910년은 러일전쟁 이후로써, 일본은 이 했던 것이다. 미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모든 준비를 해 둔 상태였다.

교활하게도 일본은 조선을 강제로 병합하면서 강대국이 약소국을 흡수한다는 의미의 ‘병탄(倂

경술국치, 한일병합조약을 조인하다

呑)’대신 ‘병합’이라는 말을 썼지만, 이는 완전 히 기만적인 것이었음이 곧 드러나게 된다. 병합

1910년 8월 16일, 데라우치는 이완용과 조중 이후 총독으로 격상 부임한 데라우치는 일본에 응 등 친일파들을 통감관저로 비밀리에 불러들 저항하는 조선인들을 억압하기 무단통치를 시 여 병합조약을 의논하고, 22일 이완용을 내세운 행했다. 생긴 것과는 달리 그는 매우 꼼꼼한 성 어전회의에서 강제로 순종의 동의를 받아낸 후 격의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조선에서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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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거울, 역사

한 온갖 식민지 정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의 하여 조선 농민들의 농토를 빼앗아 갔으며, ‘회 치밀하면서도 집요한 성격을 알 수 있다.

사령’을 발표하여 조선인들의 산업 진출을 막기 도 했다.

무단통치의 시대 이로써 식민지 조선의 모든 권한은 초대 총독 데 무단통치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헌병경찰에 즉 라우치가 장악했다. 그의 악명높은 ‘무단통치’ 결처분권을 준 ‘범죄즉결례’, 조선인들에게 구 의 수단은 오로지 폭력뿐이었다. 조선 총독은 일 시대적인 신체형벌을 가한 ‘조선태형령’, 조선 본 천황의 직속 대신으로서 일본 정부나 의회 의 모든 사회단체를 해산시킨 ‘집회취체령’ 등 에서도 전혀 간섭할 수가 없었다. 데라우치는 이 있다. 이 시기 일본은 헌병경찰제를 통해 이 1910년에서 1916년의 7년 동안 누구도 제어할 미 전국을 장악해서 망국에 분노한 조선인들의 수 없었던 압제자로 조선을 통치했다. 봉기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데라 우치는 조선을 완전히 일본과 동화시키기 위해 조선강제병합의 공로를 인정받은 데라우치는 사회·경제·문화 분야에도 많은 공을 들렸다.

백작 작위를 수여받기도 했으며, 1916년에는 내각수상에 임명되었다. 수상직과 더불어 일본

데라우치는 일본화 교육을 통해 조선민족을 ‘ 군 원수로 승진하고 대장성(재무성)대신과 외무 황국신민’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민족 성대신까지 겸직하며 일본 권력의 최정점에 올 적 색채를 띤 서당교육과 사립학교를 탄압했으 랐다. 그러나 그의 말년은 순탄하지 못했는데, 며, 식민지 노동력 착취를 위한 보통교육과 실 1917년 러시아 혁명기의 ‘시베리아 출병’과 그 업교육 위주의 교육정책을 실시했다. 조선인들 로 인한 경제 인플레이션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의 고등교육은 철저히 통제되었다. 한편 경제적 뒤 곧 사망했다. 인 수탈을 위해서는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설립

34


미래의 거울, 역사

◀ 일본군 남방군 총사령관 데라우치 히사이치

본군 남방군 총사령관으로 동남아 일대에 진출 하다 연합군에 패배해 포로로 잡힌 인물이었다. 조선에서 무자비하게 한국인을 학살한 아버지 를 닮았는지, 아들인 히사이치 역시 초대형 전쟁 범죄를 일으킨 1급 전범이었다. 히사이치는 싱 가포르와 마닐라에서 수 십 만 명의 민간인을 학 살한 살인마였다. 조선과 동남아 민중들의 철천지 원수인 이들 부 자는 고향 야마구치현에 나란이 묻혀있다. 부 자의 무덤에는 ‘원수·육군대장’이라는 칭호가

‘원수 부자’. 조선총독과 1급 전범 한편, 그의 아들 데라우치 히사이치 역시 원수· 육군대장에 오른 인물인데, 이는 일본 최초의 ‘ 원수 부자’라고 한다. 데라우치 히사이치는 일 35

보란 듯이 장식되어 있다. 데라우치 부자같은 학 살자들이 잠들어 있는 일본에서 자위대를 정규 군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착착 진행되 고 있다. 지금 일본의 우경화를 보며 지하에서 웃고 있을 전범들을 상상해보라. 끔찍하지 않은 가.


세상의 모든 무기

북한 핵시험에 대한 한미의 평가 http://mag-mkyd21.tistory.com/41

북한이 제4차 핵시험을 경고하고 있다.

B-52 핵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진입시 켰다. 미국은 <키리졸브> 훈련도 남북 이산가

4월 22일, <미국의 소리방송>은 “북한 풍계리

족이 상봉일인 2월 24일부터 시작한다고 발

핵실험장에서 이상징후가 포착돼 한-미 정보

표해 이산가족 상봉이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

당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

다.

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북한 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려는 조짐이 아니냐는

<키리졸브> 훈련에 대항한다는 명목으로 북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라고 보도하며 북한의

은 3월 4일, 단거리 미사일과 300mm 방사

4차 핵시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방했다.

포로 추정되는 포탄을 발사하였고 3월 25일, 한-미-일 3각 정상회담이 시작되던 시각에

애당초 북한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중거리미사일을 발사

개선방침을 밝혔고 박근혜 대통령도 1월 6일

했다. 이에 유엔은 3월 27일, 북한의 발사체가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발

북한의 탄도발사체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

언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이 타진되

리 결의안 1718호, 1874호, 2087호, 2094호

었다. 그러나 미국은 <키리졸브> 훈련을 비롯

의 위반이라는 안보리 언론성명을 발표했다.

한 각종 대북군사훈련으로 대응했으며 한반도 의 군사적 긴장은 기대와 정반대로 계단식으

그러자 북한은 3월 3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로 증폭되고 말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대처하기 위한 자위적인 군사훈련이라고 주장

미국은 남북고위급접촉이 있던 2월 6일,

하였다. 특히 “적들이 상상도 하기 힘든 다음 36


세상의 모든 무기

37


세상의 모든 무기

단계 조치들도 다 준비되어있다”며 “핵억제력

으로 위장해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에 실어

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

남극 상공으로 쏘아올린 뒤 남반구에서 미국

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즉 4

을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헨리 쿠퍼 전 미

차 핵시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전략방위구상기구 청장도 “북한은 남극 방향 으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해왔다”며 국토안보

북한이 제4차 핵시험을 강행한다면 어떤 방식

부 보고서를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의 시험이 이뤄질까. 또한 프라이 박사는 “최근 더 우려해야 할 것 <세계일보>는 미국의 온라인 매체 월드넷데일

은 북한이 선박을 이용해 EMP탄을 탑재한 소

리(WND)가 4월 10일(현지시간), 미 국토안보

형 미사일을 미국 동부 해안에서 발사할 가능

부(DHS)의 내부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북한

성”이라고 경고했다.

이 EMP탄을 미국 본토까지 보내 큰 피해를 끼 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미국은 단순한 지하핵시험이 아닌 우주공간에

>는 미국 안보전문가들이 북한 EMP탄의 위험

서의 EMP 실험, 남극방향으로 발사해 미국을

성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한 적은 있지만 정

뒤로 돌아 공격하는 방식의 로켓발사시험, 선

부가 그 능력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박을 이용해 미 동부해안 부근으로 EMP미사

고 분석했다.

일을 발사할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모두 EMP 미사일을 가정하

한편 피터 빈센트 프라이 박사의 보고서에 따

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북한이 EMP탄을 위성 38


세상의 모든 무기

한편 한국 국방부는 증폭형 핵분열탄에 주목

해 <한국경제신문>은 익명의 군 관계자의 말

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4월 24일, 우리 군

을 빌어 “소형화를 넘어서는 기술이 있어야

당국은 북한이 3월 30일 외무성 성명을 통

한다”며 가능성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해 언급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에 대해선 고농축우라늄(HEU)으로 핵실험을 하거나 ‘증

아울러 <국민일보>는 파키스탄 사례처럼 북한

폭핵분열탄’ 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

이 핵무기 소형화를 위해 동시 다발적으로 핵

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하했다. 다만 이에 대

실험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밝혔

39


세상의 모든 무기

다. <한국경제신문>도 4월 23일, 북한의 핵기

하고 말았다.

술수준이 실전활용수준이 아니라는 단서를 달 았지만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가시화되는 단

한반도 문제는 군사적 강압이나 체제대결을

계라고 보도하였다.

동반한 폭력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북핵 폐기를 선언할수록 역으로 북한핵능력이 강화

이상의 보도내용을 정리해보면 한미양국은 대

되는 현실의 역설에 오바마 행정부는 아무런

체로 북한의 핵능력이 지난 3차례에 걸쳤던

해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북한의 지하핵시험보다 계량된 성능의 핵시 험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는 것을 알

북한의 제4차 핵시험 강행은 북한의 핵능력을

수 있다.

더욱 확인시켜 줄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행정 부의 대북강경정책은 결국 한반도 군사적 충

북한의 핵능력이 갈수록 향상되는 상황은 북

돌로 줄달음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미

핵폐기를 천명한 오바마행정부의 대북강경정

국이 물러선다면 시리아, 우크라이나에 이어

책이 총체적으로 파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한번 미국이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상황

한-미-일 3국 정상은 3월말 헤이그 정상회

으로 귀결될 수 있다. 미국의 군사적 패권이

담에서 북한핵의 “조속하고, 검증가능하며 완

무너져내릴 수 있는 중대한 국면이다.

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폐기”라는 CVID 방식 의 핵폐기에 합의했다고 했다. 그런데 한미일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북미관계 개선을

의 북핵 CVID 폐기선언은 불과 1달만에 북한

실질적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것이 한반도

이 더욱 계량된 핵시험을 단행할 상황을 야기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다. 40


고전의 향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http://mag-mkyd21.tistory.com/42


고전의 향기

1 가장 유명한 러브 스토리

문호의 출세작, 독일낭만주의와 질풍노도운동 의 특징, 이성주의와 감성주의의 대립, 봉건제

18세기말에 출간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적 질서,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은 문화적으로 기이한 현상들을 낳았다. 베르

연구 등의 주제들은 흥미롭지만 무겁고 어려

테르의 모델인 예루잘렘의 무덤을 순례하는

운 것도 사실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유부녀를 사랑하는 청년

이 모든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들이 늘어났다고 했고, 연인에게 버림받은 사

불구하고 러브 스토리다. 괴테 또한 그러한 주

람들의 자살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는 소문

제들을 말하기 위해 러브스토리를 차용한 것

도 있다. 모방작들도 쏟아졌고, 패러디 작품도

이 아니라, 그냥 러브 스토리를 쓴 것이다. 때

나왔으며, 시, 희곡, 오페라, 인형전시 등 2, 3

문에 러브 스토리 자체로 읽는 것 또한 정당

차 창작물도 나왔다. 오죽하면 베르테르 불꽃

한 읽기다.

놀이 대회도 열렸다. 베르테르 장면이 묘사된 도자기도 나왔고, 베르테르 향수, 베르테르 장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의 자전적 소

감, 베르테르 부채도 나왔다. 결혼 후에도 베

설이며, 고백 문학이라고도 불리운다. 괴테는

르테르의 방문을 허용한 로테의 행동에 대한

유부녀인 샤를로테 부프를 짝사랑했다. 알베

토론 모임도 열렸다. 나폴레옹도 일곱 번을 읽

르트는 샤를로테 부프의 남편인 케스트너가

었다고 했다.

모델이다. 많은 작품들이 작가의 직간접적 체 험에 기초하여 쓰여지지만, 사랑을 다룬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가장 유명한 연애

들은 유독 작가 자신이 직접 체험을 그대로 풀

소설 중 하나지만, 편하게 읽기에는 웬지 꺼려

어낸 경우가 많다. 아마도 상상력만으로는 사

진다. 이 소설을 둘러싼 수많은 주제들이 편하

랑하는 사람의 그 복잡하고 내밀한 정서를 추

게 읽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괴테라는 대

적하는 것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도 어려운 42


고전의 향기

탓이지 않을까. 자살 부분은 그의 친구 카를

그렇다면 이몽룡의 마음도 정욕일까. 로테를

빌헬름 예루잘렘의 죽음을 그대로 가져왔다.

만난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져버린 베르테르

베르테르는 예루잘렘의 소식을 듣고 대단히

의 마음은 무엇일까.

충격을 받았으며 그의 죽음에 대해 자세히 조 사했다. 그래서일까, 베르테르의 서술 형식으

첫 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현상에 대해 과

로 진행되던 소설은 마지막 부분에서만 빌헬

학자들의 설명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인간은

름의 보고로 서술된다. 괴테는 자신의 창작원

자기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기 위한 본능을 가

칙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다.

지고 있으며, 자신과 잘 맞는 상대방인지 아닌 지 단 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나는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다. 그러나 단 한 줄의 문장도 체험한 것 그

남자는 본능상 많은 번식을 하는 것이 목표로

대로 쓰지는 않았다.”

설계되었고, 여자는 번식의 양이 아니라 질을 선호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므로 여자에 비

2 첫 눈에 빠지는 사랑

해 남자가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 다는 것이다. 또 남자의 뇌가 여자의 뇌에 비

한 친구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처음

해 시각정보에 민감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

만난 자리에서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적

나 이런 설명들은 주의를 요한다. 사랑을 동물

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치더라는 것이다. 친구

의 짝짓기 행위와 다름없는 차원으로 파악하

는 그의 마음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거나, 지나치게 기계론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정욕이라고 했다. 그 남

는 점이다.

자의 태도는 춘향의 그네 타는 모습을 보자마 자 얼른 방자를 보낸 이몽룡과 다를 바 없다. 43

어느 조사에 의하면, 남녀 절반 이상이 첫 눈


고전의 향기

에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들 은 결혼에 이르는 비율이 높았고 이혼의 비율

“우리는 첫 번째 인상을 각별하게 받아들이

은 낮았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첫 눈

거든. 우리 인간은 가장 신비스러운 것을 쉽

에 빠지는 사랑을 옹호하는 입장의 근거로 쓰

게 삼키도록 만들어졌다네. 그와 같은 인상

인다. 그런데 이런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믿기

은 금방 확고하게 달라붙지.”

는 어렵다. 연구자의 가설에 따라 너무 다르 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어느 연구 집

3 사랑과 우정 사이에

단이 첫눈에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냐고 물었 을 때, 1970년대에 조사에는 절반정도가 그렇

스텐버그의 이론에 따르면 사랑은 친밀감, 열

다고 답변했지만, 1990년대에 조사하자 10%

정, 책임이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한

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조 결과는 사회적

다. 세 요소들이 각각 홀로 또는 둘이 결합함

문화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

으로써 각각 다른 유형의 사랑이 나타난다. 예

다. 인간의 마음을 수치화 할 수 있다는 것 자

컨대 열정만 있는 사랑, 혹은 친밀감과 열정이

체가 어불성설인지도 모르겠다.

결합된 사랑, 또는 친밀감과 책임이 결합된 사 랑 등 6가지 사랑의 유형이 나타난다. 세 가지

첫 눈에 빠지는 사랑은 친구의 말처럼 정욕일

요소가 모두 고루 갖추어졌을 때, 가장 이상적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사랑의 출발점이

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어느 하나도 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지속성’이 사랑의 중요

재하지 않을 때는 그것은 사랑이 아니게 된다.

한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

스텐버그의 이론을 끌어들여 각 인물들의 사

고, 첫 인상이 사랑에 빠지는데 커다란 작용을

랑을 설명해보자.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괴테는 베르테 르의 입을 빌어 다음과 같이 멋지게 표현한다.

“해와 달과 별들은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44


고전의 향기

있지만, 나는 때가 낮인지 밤인지 분간을 하

작용을 한다.

지 못하고 나를 둘러싼 온 세상이 사라진 것 만 같다네.”

베르테르를 향한 로테의 사랑은 친밀감이 지 배적인 사랑이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정과

로테를 향한 베르테르의 사랑은 친밀감과 열

는 달리 친밀감의 형성에는 시간이 걸린다. 또

정이 결합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지

한 감정적 기복이 거의 없고 안정적이다. 이런

배적인 것은 열정이라는 요소다. 이런 종류의

사랑은 아주 친한 친구들에게 느끼는 깊고 오

사랑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격렬하게 타오르

랜 우정과도 같다. 로테는 베르테르에 대한 자

며 사랑 이외에 다른 일에는 신경 쓰지 못하

신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는 상태가 되기 쉽다. 또한 상대방을 있는 그

베르테르는 소위 정서적 코드가 맞는 사람이

대로의 모습을 직시하지 못하고 이상화시키

다. 그러다가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야 그것이

는 경향이 있다. 버나드 쇼의 정의처럼 “사랑

사랑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란 한 사람과 다른 모든 사람 사이의 차이점 을 과장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상대방이 같은

“그녀는 자기 친구들을 한 번 쭉 생각해 보았

정도로 도취되어 있지 않을 때 발생한다. 본인

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뭔가 부족한 점이

은 심한 감정적 기복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받

눈에 띄었습니다. 결국 그에게 소개해 줄 만

게 되고, 상대방은 그의 사랑에 불편해 질 수

한 친구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생각

있다. 그러므로 종종 외로움, 비애, 질투, 두려

을 하는 사이, 그녀는 뭐라고 뚜렷이 말할 수

움 등 부수적 감정에 시달리게 된다. 상대방

는 없지만 그를 자기 사람으로 간직하는 것이

과 결합하려는 강렬한 바램이 충족되지 못하

그녀의 은밀한 마음속 요구라는 사실을 처음

면서 발생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적 고

으로 깨달았습니다.”

통은 오히려 그의 사랑을 더 강렬하게 만드는 45


고전의 향기

로테와 알베르트가 나누는 사랑은 책임이라는

“내가 사람들을 끄는 어떤 매력 같은 것을 지

요소가 지배적이다. 전사는 알 수 없으나 로테

녔는지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따른다

와 알베르트 간에는 서로를 향한 뜨거운 열정

네.”

같은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두 사람은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부분 또한 약해 보인다.

‘소중한 사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베르테르는

그런데 이 부분은 사실 신뢰하기는 어렵다. 전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자신의 성격을 사랑하

적으로 베르테르 혼자만의 진술이기 때문이

며, 신분이 낮은 사람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두 사람이 배우자로써

자신의 모습을 즐겼다. 베르테르는 “괜히 내

서로를 존중하고 결혼생활을 끝까지 책임지려

멋대로 내 분위기에 빠져 비유와 장광설을 늘

는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는 점이다. 그들의 사

어놓는” 경우가 종종 있고, 자기와 맞지 않는

랑은 약속이며, 의지이며, 헌신이다.

사람들에 대해 열린 자세가 없고 극도의 혐오 감을 표출한다. 그런데 그의 편지에서는 강한

“자기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이 돌아와

자기도취적 경향도 함께 읽을 수 있다.

곁에 있다는 생각은 그녀의 마음속에 새로 운 인상을 각인시켰습니다. 고귀한 그의 성

“그 모든 것이 어디로 흐르는지 겸손한 마음

품과 그의 사랑, 그리고 그의 착한 마음씨를

으로 깨달은 사람, 행복한 시민이라면 누구

떠올리자 그녀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그

나 자신의 정원을 낙원으로 예쁘게 꾸밀 수

를 잘 받들어야겠다는 깊은 마음의 움직임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 불행한 사람도 무거

느꼈습니다.”

운 짐을 지고 헐떡대면서도 꿋꿋이 힘겨운 자 신의 길을 따라가고 있으며, 누구나 햇살을

4 베르테르, 소중한 사람

일분이라도 더 오래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 그렇지! 그 사람은 침묵을 지키 46


고전의 향기

며 자기 자신으로부터 세계를 만들어내고 행

어서 내 비록 어느 면으로 보나 내가 그보다

복해한다네. 그 역시 인간이니까. 그러면 그

더 열등함을 인정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다

사람은 아무리 속박을 받고 있다고 해도 가

해도 내 눈으로 그토록 많은 완벽함을 다 차

슴속으로는 늘 자유의 달콤한 감정을 맛 볼

지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참

걸세.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이 감

을 수 없는 일일세. 차지하고 있다고! 그래,

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말일세.”

빌헬름. 그녀의 약혼자가 왔네! 누구나 좋아 하지 않을 수 없는 점잖고 다정한 남자일세.”

나르시시스트들은 타인의 처지나 입장을 고 려하지 않고 자기 중심적으로 세상을 관찰, 타

베르테르가 알베르트에게 느끼는 감정은 질투

인을 재단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자기 자

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질투와 시기를

신이 남보다 잘나거나 잘하는 점이 있으면 극

같은 것으로 보는데, 굳이 양자를 구분하자면

도로 자신에 대한 과시와 자긍심에 넘쳐난다.

질투는 세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으로

그러나 남보다 열등하거나 뒤쳐진 점이 있으

써 ‘사랑받는 자로서의 자신감 없음’이다. 시

면 지나치게 풀이 죽거나 자기비하를 한다. 자

기심은 두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으로

신이 대단한 존재라는 생각에 빠져 있다가도

써 ‘상대방이 가진 것이 내게 결핍되어 있다’

어떤 계기를 만나면 순식간에 자신이 아무가

고 느끼는 감정이라고 한다. 일종의 불만상태

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빠져든다. 베르

이며, 그러므로 분노로 표출되기 쉽다. 시기심

테르에게 찾아온 첫 번째 계기는 연적인 알베

이 소극적으로 표출될 때는 타인이 가진 것에

르트의 등장이다. 하필 그는 대단히 멋진 사람

대한 부러움과 칭찬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강

이었다.

해지면 헐뜯기의 형태로 나타난다. 질투와 시 기심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면 약탈, 강도, 살인

“그 사람이 더 없이 훌륭하고 고상한 사람이 47

등과 같은 파괴적인 것으로 표출된다. 베르테


고전의 향기

르 또한 파괴적인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베르

책을 하며 발걸음을 떼어 놓을 때마다 낙원을

테르는 로테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자

느끼고 온 세상을 사랑으로 감쌀 만한 가슴을

신이 가졌던 끔찍한 생각을 털어놓는다.

지녔던’ 베르테르는 더 이상 자신을 ‘소중한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상처가 나도록 숲속

“나의 소중한 그대여! 나의 이 찢어진 가슴속

을 헤치고 다니고, 자기 신세를 비웃고, 술에

에는 늘 미친 듯이 날뛰며 맴도는 생각이 있

절고,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짓을 한다. 그는

었소. 그것은 바로 당신의 남편을 죽이고 싶

우울증에 빠지고 극도로 무력해진다.

다는 것! 혹은 당신을! 혹은 나를 말이오!” “지난 날 실생활을 하면서 겪은 불쾌했던 모 질투와 시기심의 밑바닥에는 열등감이 자리

든 일들, 공사관에 있을 때 겪은 굴욕적인 일

잡고 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열등감이 에너

들, 실패했거나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

지의 원천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잘

들이 이제 그의 마음속을 휘저었습니다. 이

못 다루게 되면 자학과 우울증, 무력감 등으

모든 것들이 그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

로 빠질 수도 있다. 특히 삼각관계의 사랑에서

대는 것을 정당화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패배함으로써 발생하는 열등감은 극복하기가

는 모든 전망으로부터 단절된 듯한 느낌을 받

쉽지 않다. 사랑에서 패배한 베르테르는 발하

았습니다. 일상생활을 이어갈 힘도 없고요.”

임에서 떠나 공사관에서 일하게 된다. 이 시기 에 그는 더 큰 시련을 겪는다. 여전히 완고한

앞서 지적했듯 질투와 시기는 인간과 사회의

귀족사회로부터 심한 모멸감을 느끼고 마음의

발전을 추동하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전환될

상처를 입는다. 사랑에서의 패배와 사회로부

수도 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사회는 이 점을

터의 소외는 베르테르의 자존감을 완전히 짓

극단적으로 조장하고 이용하려 든다. 사회 구

밟게 된다. ‘지난 날 행복에 겨워 이리저리 산

성원들 간에 질투와 시기를 고도로 조장함으 48


고전의 향기

로써 경쟁을 유발시키는데, ‘성공 신화’를 만

터 종종 비난받고 소외당하는 베르테르라는

들어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 불평등을 극단

친구가 오직 나에게만, 유일하게 나에게만 자

적으로 제도화하는 것 등은 대표적인 것이다.

신의 내밀한 마음을 다 털어놓는다. 소설의 도

이에 따라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많은 사람

입부, 베르테르는 이렇게 말하며 독자의 마음

들이 극도의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 어느 조

을 열어버린다.

사 결과에 의하면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70% 이상이 열등감을 느낀다고 답했는데, 심각한

“사랑하는 친구여! 내가 자네에게 이 말을 꼭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신자유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근심에 잠겼다가는 이

주의 사회는 베르테르처럼 스스로를 살해할지

내 기뻐 날뛰고, 달콤한 우수에 취했다가는

도 모른다.

이내 치명적인 격정을 터뜨리는 나의 모습을 보는 수고를 그리도 자주 짊어졌던 자네에게

5 이 또한 사랑이라는 것을

말일세. 나 역시 나의 가슴을 마치 병든 아이 처럼 대한다네. 무슨 짓을 하고 싶어하든 그

베르테르의 변덕스럽고 극단적인 성격에 공감

냥 내버려 둔다네.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

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괴테는 편지라는 형식

지 말게나. 나의 이런 모습을 삐딱하게 볼 사

의 서술을 사용함으로써 절묘한 효과를 거둔

람들도 있을테니.”

다. 편지 형식의 서술은 거리두기와 몰입이라 는 두 가지의 효과를 동시에 달성한다. 독자가

베르테르의 사랑은 개인의 개성이 부각되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을 때 느끼는 공

시작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사랑의 형식이다.

감은 베르테르에 대한 동일시 효과가 아니라

고대 로마에서는 베르테르처럼 열정적인 사

편지를 받는 빌헬름과의 동일시 효과다. 누구

랑에 빠진 사람을 환자로 여겼다. 중세시대에

와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리고 사람들로부

는 결혼은 가문과 재산을 유지하기 위한 정략

49


고전의 향기

적인 제도였다. 연애란 일종의 유희이며, 장기

상은 그와 같은 사랑을 금기시 하지만, 이런 사

간 열정을 쏟아부을 만한 일로 생각되지 않았

랑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이 또

다고 한다. 시대가 멀리 전진했지만, 베르테르

한 사랑이라는 것을 인정해달라고.

의 시대는 계몽주의가 지배하던 이성의 시대 였다. 동시에 감성의 우위를 주장하는 낭만주

“이와 같은 사랑, 이와 같은 지조, 이와 같은 열

의가 존재하던 시기였다. 그러므로 <젊은 베

정은 결코 문학적으로 꾸며낸 것이 아니라네.

르테르의 슬픔>은 베르테르 신드롬을 낳을만

이런 사랑은 살아 있네...사랑하는 친구여. 이

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반면에 격렬한 비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 번 생각해 주게. 이 이야

난의 대상이 되었고, 몇몇 지역에서는 아예 금

기는 또한 자네 친구의 이야기임을.”

서가 되기도 했다.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강렬 한 사랑은 보수적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위험 한 것이었다. 베르테르라는 인물은 괴테 자신의 모습에 다 름 아니다. 괴테도, 베르테르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고통스러워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자신들의 사랑이 사회 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사랑이라는 사실이었 을지도 모른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 테 자신의 사랑에 대한 변호이자, 상관의 부인 을 사랑하다가 베르테르처럼 자살로 생을 마 친 친구 예루잘렘의 사랑에 대한 변호이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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