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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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본 2015.09

http://mag-mkyd21.tistory.com

특별기획

국정원 국민주권을 해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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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 블로그 http://mag-mkyd21.tistory.com

발행일 2015년 9월 10일 (19호) 문의 mag.mkyd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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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북지역답사기

고구려의 기상, 항일의 함성! 중국동북을 가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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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 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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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민주권을 해킹하다 시사칼럼

광복 70년, 민족적 가치를 찾아 조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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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무기

지뢰를 둘러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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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쓰는 경제이슈

그리스 위기에서 자본의 민낯을 보다(2)

1. 국정원 해킹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2. 감시사회 대한민국 이달의 역사

예술, 그 본질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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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래다

‘대프리카’에서 ‘국정원국민수사대’ 를 꾸리다. 조석원 회원

1991년 9월 ‘미림’발족으로 시작된 정보기관의 공격적 도청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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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만나다

“부패하고 타락한 정권에 맞서 모두가 손잡자”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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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글

뜨거웠던 8월이 가고 9월이 왔습니다. 바람이 선선해 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보고 있으면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500 일이 넘게 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이야기하고 있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전광판 위에서 사 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8.15사면에서 보여지 듯 재벌총수들이 제대로 처벌 받지 않는 현 실은 변함이 없고,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정부는 비정규직 양산을 위한 칼을 휘두 르고 있습니다. 불법대선개입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국정원의 모습도 변함이 없습니다. 국정원이 이 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불법적인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엄중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처벌도, 아무런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국정원이 어떻게 국민주권을 ‘해킹’하고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국정원 해킹 사건이 무엇이 문제인지, 한국사회를 감시사회로 만들고 있는 국정원의 행태가 어떤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동안 국가정보기관이 어떤 형태로 불법적인 도,감청을 해 왔는지도 되돌아 봤습니다. IT전문가라고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의원이 국정원 해킹 사건을 조사한다고 나 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애시 당초 안철수 의원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이 정보기관이라는 이유로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 다.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국정원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하 게 됩니다.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정원의 헌정질서 유린 행위를 처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정원의 불법행위는 계속 될 것입니다. 국민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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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국정원 해킹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http://mag-mkyd21.tistory.com/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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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군사분계선 포격사건에 밀려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분명 국정원 해 킹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건입니다. 지난 7월 5일 이탈리아 해킹팀 서버가 해킹을 당해 400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자료가 인터넷에 공개됐습니다. 이탈리아 해킹팀은 세계 여러 나라 의 정보기관 등의 의뢰를 받아 맞춤형 해킹 도구를 판매하는 악명 높은 기 업입니다. 그런데 공개된 자료를 분석해보니 한국의 국정원이 해킹 도구를 구입한 정 황이 드러났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국정원은 7월 8일 구입 사실을 인정하면 서 다만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대북공작용으로만 사용했다고 주 장했습니다. 그러나 삼성 갤럭시폰에 대한 해킹, 카카오톡 해킹, V3 백신 회피 등 한국인 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해킹 도구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고, 해킹 프로그램 을 배포한 사이트도 벚꽃축제 사이트, 서울대 공대 동창회 사이트 등 한국인 들이 주로 들어갈 법한 사이트들이었습니다. 국정원의 해명이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7월 18일 국정원 과장이 의문의 사 망을 합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국정원 직원들이 자신들의 결백을 믿어달 라는 반협박성의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국정원 해킹 사건에 여러 의혹들이 있는데 결론은 국정원 해명을 믿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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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다는 것입니다. 국정원이 북한이 아닌 자국민을 대상으로 해킹 도구를 사용 했을 가능성이 농후한데, 이게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첫째, 스마트폰 해킹을 통해 정보기관이 자국민의 사생활을 무차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을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는 요즘, 국정원이 개인 스마트폰으로 도청·도촬을 마음대로 한다면 누가 마음 놓고 스마트폰 을 쓸 수 있겠습니까. 영화 배트맨 시리즈 가운데 ‘다크나이트’를 보면 배트맨이 전 시민의 휴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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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화를 도청하는 무시무시한 장면이 나옵니다. 이런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는 감시사회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둘째,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국정원이 스마 트폰 해킹을 통해 주로 누구를 감시했을까요. 정치인이 첫 번째 대상일 가능 성이 높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들어 국정원이 정치 현안의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 정원이 직접 정치를 한다면 당연히 자신들의 정보력을 총 동원해 정치인들 을 사찰하려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의 기본 토대인 정당정치가 파괴되고 말 것입니다.

셋째, 국정원이 선거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국정원 댓글 사 건으로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정황은 충분히 드러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할 마음이 있었다면 단순히 인터넷상에서 댓글이나 달 고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국정원은 총선, 대선 직전에 이탈리아 해킹팀에게 해킹 도 구를 구입하였습니다. 지방선거 전에는 아예 이탈리아 해킹팀이 한국을 방문 했습니다. 그리고 선관위에서 투표용지 자동분류기를 조종하는 레노버 노트 북을 해킹할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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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만약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해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면 지금까지의 선거 결 과도 믿을 수 없거니와 앞으로 선거도 하나마나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국정원 해킹 사건으로 붕괴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 런데 이게 국정원 단독 사안일까요?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구로 대통령은 국정원장을 독대해 정보보고를 받습니다. 국정원이 이처럼 큰 사안의 공작 을 했다면 대통령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모른다면 허수아비 대통령이었다 는 말이 됩니다. 우리가 국정원 해킹 사건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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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사회 대한민국 http://mag-mkyd21.tistory.com/207

텔레그램 대화까지 감시당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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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State)> 1998년에 나온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모든 것이 감시되는 사회’ 를 그린 대표적인 영화입니다. 국가안보국(NSA)가 한 국회의원을 죽이는 모 습이 담긴 영상 테이프를 우연히 가지게 된 노동변호사 로버트 딘(윌 스미스) 는 NSA에게 쫓기게 됩니다. 쫓기는 과정을 그린 장면은 영화를 보는 모든 사 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우리들이 무의식적으로 지나쳤던 CCTV가 그를 추적하는데 활용되고 모든 전화통화가 실시간 도청되는 상황을 생생하 게 그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이후 도청, CCTV로 인한 동선파악 등은 감시사회를 그린 영화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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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단골 소재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최근 미국 CBS에서 나온 드라마 <퍼슨 오 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감시사회를 그 린 드라마로 미국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하였습니다. 이 드라마는 실 제 사건인 스노든의 고발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테러집단의 음모를 사전에 막기 위해 모 보안회사를 통해 대량의 감 시체제를 만들어냈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프리즘 폭로사건과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여 만들어지는 법입니다. 영화 속의 ‘감시사회’가 바로 현실이라 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던 대표적인 사 건이 바로 2013년 전직 CIA 요원 에드 워드 스노든의 내부고발사건이었습니 다. 스노든은 미국 NSA가 ‘프리즘 프 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적으로 무차별적인 전화도청, 이메일 해킹 등 을 감행했으며, 그 대상이 미국의 우방 국이었다는 증거를 공개했습니다. 심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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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NSA가 2007년 한국을 핵심 감시국으로 지정하고 정보수집 활동을 벌렸 다고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은 미국 정부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정부와 국정원이 민간인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사건이 바로 <민간인 사찰>, <국정원 해킹사건>입니다. 2010년 주요사회이슈였던 <민간인 사찰> 사건은 2008년부터 국무총리실 산 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것이 드러난 사 건입니다. 당시 국무총리실이 김종익 KB 한마음 대표, 한국노총 간부를 비롯 한 민간인, 야당의원들, 심지어는 여당의원들까지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습니 다. 이 사건은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가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국정원이 세금 8억원을 들여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해킹프로 그램을 사들인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실제 얼마나 감시 ‘당하고’ 있을까? 지금까지의 감시·사찰 사건들의 진실이 다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명확하 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CCTV는 매일매일 국민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전자기기 등이 감 시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12


시사칼럼

이 글을 쓰면서 저는 제가 자주 이용하는 한 지하철역의 CCTV를 확인해 봤 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역이지만 CCTV가 10개 이상인 것을 확인할 수 있 었고 CCTV 사각지대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심지어 수도권 일부 지하철 노 선의 경우(현재 2,7호선) 전동차 내에 수백개의 CCTV가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시민은 평균 9초에 한 번 꼴 로 CCTV 화면에 포착된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80~110회입니다. 이 정도 라면 누구라도 하루 종일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동선이 거의 100% CCTV에 의해 파악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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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심지어 CCTV 정보들이 올바로 쓰이고 있는지도 미지수입니다. 민주당 장하 나 의원실과 진보넷이 함께 조사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CCTV 통합관제센 터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통합관제센터 101곳 중 84곳에서 지방자 치단체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경찰이 지휘권을 갖고 경찰을 파견해 상시 관 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즉 그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공공기관에서 의 자신의 동선이 경찰에게 파악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충남 태안군 과 경기도 용인시의 경우 각각 고엽제 전우회, 재향 군인회 등의 보수단체가 CCTV 통합관제 업무를 맡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톡 감시 문제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왔습니다. 작년 9월 검 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고 인터넷 공간의 ‘검열’을 공 식화하겠다고 발표한 후 수십만명이 일제히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일 명 ‘사이버 망명’을 하여 논란이 된 바 있었습니다. 또한 작년 10월 김인성 교수는 국가보안법 피의자 홍아무개씨가 본인도 모 르게 ‘실시간에 가까운 감청’을 당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확 보된 한 달 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실제로 법정에 증거로 제출되었고 대 화 상대도 그대로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런 일들이 한국에서는 ‘합법’이기도 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5 조는 ‘계획 실행이 의심된다면 본인의 허락여부에 상관없이 통신감청이 법 적으로 가능’함을 법적으로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카카오톡 내용이 수사기관에 보고되었을 때 이것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 14


시사칼럼

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정원 해킹사건>을 통해 미루어볼 때 어쩌면 지난 몇 달동안의 음 성통화내용, 각종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 심지어 보안이 뛰어나다는 텔 레그램(Telegram) 대화내용, 은행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 여러분의 스마트 폰 이용 내용 모두가 이미 국정원에게 넘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이탈 리아 보안업체의 정보가 해킹되면서 밝혀진 것이지만 국정원은 △네이버 맛 집 소개 블로그 △벚꽃축제를 다룬 블로그 △삼성 업데이트 사이트 △메르 스 정보 링크 등 누구나 눌러볼만한 링크, △애니팡2 △모두의 마블 △드래 곤 플라이트 등 인기 있는 모바일게임을 통해 스파이웨어를 심어 개인의 모 든 정보를 확인하고자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해킹 스파이웨어(RCS)를 구입한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에서 유출된 국정원의 데이터는 400기가바이트(GB)에 이릅니다! 아직 확인을 다 하지 못 한 이 엄청난 데이터에는 당신의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왜 감시하는 것일까? ‘그들’은 왜 사람들을 감시하는 걸까요? 단순히 살인, 강도, 성범죄자들을 추적하고 파악하기 위한 걸까요? 물론 그 이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사건들은 ‘범죄추적’보다 더 크게 활용되는 곳이 바로 ‘정치적 반대세력들에 대한 감시’라는 것을 명확 15


시사칼럼

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감시는 범죄 예방의 이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CCTV가 바 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한 숙명여대 법대 교수의 저서인 ≪감시사회≫에는 CCTV가 계획범 죄에는 효과를 보이지만 충동범죄와 별 상관이 없다는 영국의 연구 결과가 소개된 바 있습니다. 또한 실제 CCTV가 범죄 예방보다는 범죄 발생 이후 수 사단계에서 증거를 찾기 위한 사후대처의 용도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이 밝혀지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범죄 예방 및 사후 대처에 효과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을 예비범죄자로 가정하고 국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행태는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악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떤 위험성이 있나요? 감시사회의 위험성 1. ‘자발적 복종’을 유도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불쾌감은 사람들의 행동을 움츠려들게 만듭 니다. 즉, 감시하는 사람에 대한 ‘자발적 복종’을 유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며 일상생활에서 항상 ‘감시’의 두 려움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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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감시사회의 위험성 2. 또다른 ‘독재국가’를 창출한다. 정부는 사회 기득권 세력에 대해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감시 하고 통제하려 합니다. ‘진실을 말하는 국민들’에 대한 감시는 결국 진실을 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약화시킵니다. 심지어는 야당인사들에 대해 감시, 도청 등으로 인해 파악된 정보는 그 사람의 치부를 찾아내어 정치적으로 매 장시키는 데 활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정부에 비판적인 행위를 해 재판에 회 부된 사람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관계파악을 통해 그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예비범죄자’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우리 사회를 그 어떤 진실의, 정의로운 목소리도 낼 수 없는 독재국가로 만 들어갈 소지가 있습니다. 감시사회의 위험성 3. ‘유출’되는 경우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작년 대한민국의 주요 카드사의 1억 4000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2013년 6월경에 이미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으나, 작년 1월에 뒤늦게 밝혀져 큰 이슈로 번졌습니다. 이는 결국 대한민국 국민 2명 중 1명꼴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큰 피해였습니다. 국정원해킹사건은 이탈리아 해킹팀이 해킹당하면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이 해킹팀에게 의뢰를 맡겼던 국정원이 해킹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요? 만약 국정원이 모은 수천기가(GB), 수천테라(TB)에 달하는 감시정보가 유출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과거 은행 해킹사례들처럼 그 속에 은행 공인 인증서 정보가 있다면? 아마 순식간에 우리 사회는 대규모 범죄에 휘말려들 17


시사칼럼

게 되고 결국 사회는 혼란에 빠지 게 될 것입니다.

‘감시’ 당하고만 있어야 해?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정원은 국민 중 누군가를 감시하고 있을지 모 릅니다. 그렇다면 국민은 영원히 ‘ 감시’당하고만 있을 수밖에 없을 까요? 자신이 감시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국민은 없습니다. 작년 텔레그램 사이버 망명사건을 통해 확인했듯이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 더라도 자신이 감시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국민은 없습니다. 따라서 사찰· 감시사건 등은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정치적 이슈들이었습 니다. 결국 감시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은 국민들의 저항은 계속될 것입니다.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됩니다. CIA와 NSA에서 일했던 미국의 컴퓨터 기술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양심의 가 책을 느끼며 목숨을 걸고 미국 정보기관들의 불법적 행태들을 세상에 알렸 습니다. 그리고 이번 국정원 해킹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보의 확산이 빠른 18


시사칼럼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기에 언젠가 부정적 행태들은 더욱 빠르게 드러날 수밖 에 없습니다. 결국 진실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국민들은 분노하게 됩니다. 감시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국정원과의 싸움, 충분히 승산 있어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 2015 한대련 통일대행진단. 국정원 해킹 사건 해명을 요구하는 실천을 한지 30분도 안되서 수많은 음료수와 치킨까지 길 가는 시민들에게 받았다 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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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역사

1991년 9월 ‘미림’발족으로 시작된 정보기관의 공격적 도청 역사 http://mag-mkyd21.tistory.com/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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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역사

국정원에 의한 해킹, 도청 의혹이 뜨겁습니다.

열심히 도청”, 2005.07.22). 도청팀은 8시간

국정원이 2012년 이후부터 이탈리아 업체가

씩 3교대로 한시도 쉬지 않고 가동되었다고

판매한 RCS(Remote Control System, 원격조

합니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국내외 전화통신

작장치)를 이용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해킹

을 도청하는 것이었으며 ‘메모’형태로 보고서

하고 도청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

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습니다. 1970년대부터 감청이 있었고 상부에서 도감 감청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대화내용을 엿듣

청 근절을 지시했지만 그건 일종의 관행이라

거나 몰래카메라 등으로 당사자의 행동을 엿

던 전 국가정보원(국정원) 2차장 김은성 씨의

보는 것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의거한 감

말을 빌리자면 안기부가 운영한 24시간 도청

청은 합법이지만 그렇지 않은 감청, 즉 도청

팀은 중앙정보부 시기 때부터 있었다고 보는

은 불법입니다.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한국은 도 청공화국이었던 셈입니다.

합법적인 감청과 불법적인 도청을 구분할 수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이 만들어진 것은 1993 년 12월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전 이루어진 모

공개적으로 밝혀진 공격적 도청의 시작, 1991년 9월 “미림”의 발족

든 감청은 사실상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는 것을 뜻합니다. 얼마나 많은 감청이 이루어

2005년 7월 전직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

졌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국가정보원) 직원인 김기삼 씨 등은 MBC <시 선집중>에 출연해 안기부가 비밀도청팀 “미

2005년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 씨의 폭로에

림”을 운영하면서 민간인까지 동원해 정계와

따르면 안기부는 수백 명이 근무하는 도청 조

재계 핵심인사들을 무차별적으로 도청했다고

직을 운영했습니다(한겨레, “정권 핵심부 더

폭로했습니다. 21


이달의 역사

미림팀의 도청방법은 이러했습니다. 정계 고

‘망원’이라고 불리는 정보 제공 협조자인 업

위인사 ㄱ씨가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동문들

소 관계자가 미림팀에 이 정보를 제공합니다.

과 약속을 잡습니다. 그러면 안기부에 포섭된

안기부는 주요 음식점의 사장이나 지배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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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역사

민형사상 문제를 해결해 주는 등 편의를 제공

방침에 따라 1991년 9월 공운영씨를 중심으

하여 이들을 망원으로 포섭했습니다.

로 총 5명으로 조직되었다고 합니다. 미림팀 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1993년 7월 조

미림팀원들은 약속 당일 예약시간보다 2시간

직개편과 함께 해체됐다가 1994년 6월 다시

일찍 예약장소에 가서 도청장치를 설치합니

구성돼 1997년 11월까지 3년 5개월동안 시

다. 그리고 승용차로 주위를 맴돌며 수신감도

내 중심가를 중심으로 여당내부 동향, 야당정

가 좋은 곳을 찾아 도청준비를 완료하고 도청

치인과 정치인들의 측근 등 주요 인사의 동향

을 했습니다. 골프장인 경우에는 도청 대상자

을 주로 도청했다고 합니다.

골프채 안에 도청기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휴대전화를 도청하라 그리고 이렇게 도청된 녹음테이프를 가지고 안기부 직원들이 녹취를 풉니다. 이렇게 정리

국민의정부가 들어서고 안기부가 국가정보원

된 내용은 안기부 책임라인을 따라 보고됩니

(국정원)으로 바뀐 이후에도 도청은 사라지지

다.

않았습니다. 국정원은 1998년 휴대폰 도청을 위한 유선중계망 감청장비인 R-2를 개발하고

이들은 하루 1∼2개의 테이프를 생산했고 중

2000년에는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 CAS

요 테이프는 일시. 장소. 대화자 이름이 명기

를 개발했습니다.

된 라벨을 붙여 사무실내 이중으로 잠금장치 가 된 캐비넷에 보관했습니다. 녹음상태가 불

국정원은 이 장비를 이용해 1,800명이 넘는

량하거나 정보가치가 적은 테이프는 6개월마

사람들을 감청했습니다. 민주당의 내분이 일

다(통상 200여개) 소각했다고 합니다.

어났을 때, 대북사업과 관련한 내용, 의약분업 사건, 금융노조 파업 사건 등 각종 현안이 발

미림팀은 안기부 차원의 정보수집 “과학화”

생할 때마다 핵심 당사자들의 대화를 엿들었 23


이달의 역사

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합법이라고 할 수

국정원은 도청사실을 은폐하려 했습니다. 실

있는 감청도 있었겠지만 불법인 도청도 무차

제 2005년 초반까지는 그 시도가 성공하는

별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듯 했습니다. 2002년 당시 한나라당이 제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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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역사

불법도청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2005년 1월

니다. 인터넷 회선을 통해 한 뭉치(Packet)씩

국정원의 휴대전화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

나뉘어 전송되는 정보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하다는 결론을 내리며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

방식입니다. 패킷감청을 이용하면 접속한 웹

도 했습니다.

페이지 주소 목록과 이동 경로, 로그인 정보, 접속 시간은 물론 인터넷 전화의 경우 통화까

그러나 2005년 7월 미림팀의 실체가 폭로되

지 무차별·무제한으로 엿들을 수 있게 됩니

고 재수사가 이루어지면서 국정원이 감청장

다. 감청 대상이 인터넷 회선을 통해 주고받는

비를 이용해 도청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모든 정보가 수사기관의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되었습니다. 김은성 당시 국가정보원 2차장은

‘복사’되는 것입니다.

도청을 하도록 국정원 8국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구속되었고 임동원, 신건 두 전직 국정

국정원은 이 패킷감청을 이용해 피의자를 감

원장도 새로운 기종의 감청장비의 도입과 원

청하고 있습니다. 2008년 실천연대 사건, 김

장들의 지시, 묵인 등을 수사하며 구속되었습

형근 전 교사 사건 등에서 패킷감청을 실시

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요원들이 상관에게

한 것이 확인되었고 최근에는 카카오톡 실시

진술을 번복하라는 지시를 받는 등, 은폐 시도

간 감청으로 패킷감청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

가 있었다는 사실도 폭로되었습니다.

니다.

도청, 이제는 실시간이다

2014년 10월 12일 유승희 국회의원에 따르면 패킷감청 인가 설비가 2005년 9대에서 2014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국정원은 인터넷

년 80대로 약 9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놀랍게

을 감청하기 위해 패킷감청을 도입했습니다.

도 이 통계에는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패킷 감청 장비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많

패킷감청이란 인터넷 전용회선에 대한 감청입

은 사람들이 패킷감청을 당하고 있을지 알 수 25


이달의 역사

없는 상황입니다.

질서,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초래하는 등의 우려가 있을 때에는 통지를 유예할 수 있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감청이 있은 후 30

다는 조항을 악용해 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일 이내에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한 사실과 집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통지하지 않는 감청

행기관 및 그 기간 등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

은 도청과 다름없습니다.

니다. 따라서 국정원이 패킷감청을 하고 있다 면 이를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도청이 없다고

이렇듯 논란이 되고 있는 패킷감청과 관련하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여 일각에서는 패킷감청은 일반 감청과 달리 피의자와 대상을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러나 이는 요식행위일 뿐입니다. 감청 사실

감청하는 입장에서 현재 컴퓨터 앞에 앉아 인

을 통지했을 때 국가의 안전보장, 공공의 안녕

터넷 회선을 사용하는 사람이 피의자인지 여

26


이달의 역사

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피의자 뿐만 아니라

RCS는 더 나아가 관리자 권한을 훔쳐 대상

관련자의 사생활까지 광범위하게 침해한다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조종할 수도 있습니다.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패킷감청은 증거수집 이 아니라 사찰과 감시를 위한 것이라는 겁

국정원은 RCS는 연구용이라면서 RCS를 이

니다.

용한 도청 또는 조종을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 RCS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만드

때문에 패킷감청이 사생활의 비밀과 인간으

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있는 상황이

2015년 7월 22일자 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기

지만 4년 넘게 헌법재판소는 묵묵부답입니다.

무사 소속 ㄴ소령이 RCS의 피해자일 가능성 이 있습니다. ㄴ소령은 국가기밀누설죄로 조

이제 도청을 넘어 조종을 꿈꾼다

사를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ㄴ소령의 스마트폰에 RCS가 설치되었다는 의혹이 제

국정원이 이탈리아 업체를 통해 구입한 RCS

기되었습니다. ㄴ소령은 올해 초 자신의 스마

는 특정 대상의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에 해킹

트폰의 자료가 자꾸 이동하는 것 같아 공장초

프로그램을 침투시켜 그 컴퓨터와 스마트폰

기화를 실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도 기

의 모든 것을 파악, 조종할 수 있게 하는 프로

억나지 않는 것을 수사관들이 알고 있었다고

그램입니다.

합니다. 예를 들어 4~5개월 전 자신이 방에 서 무엇을 했는지 수사관들이 마치 보고 있었

패킷감청이 인터넷 회선을 통해 주고받는 정

던 것처럼 물어봤다는 겁니다. 이는 스마트폰

보만을 감청 대상으로 한다면, RCS는 컴퓨터

의 카메라를 통해 지켜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

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상황’까지 감시한

는 정보입니다.

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수법입니다. 27


이달의 역사

간첩단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도 이상

점이었습니다.

한 일을 겪었습니다. 2013년 8월 1심에서 무 죄를 선고받은 후 항소심 재판을 위해 회의를

국정원을 정보기관은 지금까지 도청을 통해

하고 있는데 유우성 씨의 휴대전화가 저절로

국민들을 사찰해 왔습니다. 특정 인물을 사찰

작동했다는 것입니다.

하기 위해 도청기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기 술 발전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진 기계를 도청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김용민 변호사는 “아무

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 도입하여 국민들을 감

런 조작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씨의 스마트

시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공작

폰이 누군가 원격조종하는 것처럼 저절로 작

정치에 악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이 국

동되더니 사진함에 저장된 사진을 삭제하겠느 냐는 안내문구가 떴다. 그러더니 삭제가 시작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김 변호사가 유씨에 게 ‘스마트폰 배터리를 분리하라’고 했고, 증 거 사진이 삭제되기 전에 가까스로 전원을 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국정원이 RCS를 개인의 감시나 도청 용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 선거 때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정 원이 실험용으로 20개 회선만 샀다는 주장과 는 다르게 2012년 3월과 12월, 각각 30여개 의 RCS회선을 추가 구매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는 총선과 대선을 며칠 남겨놓지 않은 시 28


이달의 역사

가의 주인이라는 민주주의는 훼손되었습니다. 국정원이 RCS를 통해서 무엇을 하려고 한 것 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국정원이 이제 도청을 넘어 조종 까지 꿈꾸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간과한 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 이상 살아날 수 없 을 것입니다.

29


중국동북지역답사기

고구려의 기상, 항일의 함성! 중국 동북을 가다. 두 번째 이야기 http://mag-mkyd21.tistory.com/209

30


중국동북지역답사기

한국인 지사들을 기리는 여순감옥의 전시물

주의 시대의 여순이 일제의 침략전초기지였다

에 시선을 사로잡히다보니, 어느덧 우리 일행

면, 오늘날의 여순은 도시 전체가 일제의 침략

은 예정된 관람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여

성을 폭로하고 사회주의적 ‘애국주의’를 홍보

순감옥 관람을 마친 후에는 일제가 ‘법치’를

하는 하나의 선전공간이었다. 청일전쟁 때 일

가장하기 위해 만든 또 다른 억압기구인 관동

본인들의 여순대학살 희생자들을 기린 만충묘

주 재판소를 보러 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시

공원과 일제가 여순에서 전사한 관동군을 기

간상 생략하고 옛 관동군 사령부터에 자리 잡

리기 위해 세운 백옥산탑 등을 비롯해 거리 곳

은 여순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국

곳마다 기억의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여순박물관

31


중국동북지역답사기

여순박물관 역시 일제의 건물을 그대로 사용

산동반도, 요동반도와 이를 연결하는 작은 섬들

하고 있었는데, 박물관 바로 옆에 관동군 사 령부 건물이 보존되어 전시공간으로 이용되 고 있었다. 박물관에는 17000년 전부터 사람 이 살기 시작한 요동 일대에서 출토된 유물들 이 전시되어 있었다. 중국 역사학계 역시 요동 지역을 청동기 문명이 꽃핀 곳이며, 예로부터 중국의 중원 정권이 경략하고자 고심했던 요 충지라고 규정하며 이 지역의 정치·경제· 문화적 유산을 상당히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 하는 듯했다. 다만 예로부터 고구려의 강역이 었던 이곳을 한족문화가 고대부터 체현된 곳 이라고 표현한다든가, 고구려의 역사를 의도 적으로 배제한다든가 하는 모습에서 한·중 간 역사인식의 간극이 드러나 보이기도 했다.

이런 섬들이 놓여 있었다는 점을 보아 고대부 터 해상교류가 활발했으리라는 추정은 매우

전시물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검 등 매

흥미로운 견해였다. 아무튼 촉박한 일정에 쫓

우 귀한 유물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대련-여

긴 우리는 몇 가지 주요 유물에 대한 설명만

순 지역이 고대로부터 중원과의 해상 교역 요

을 간단히 듣고 다음 목적지인 목양성 옛터로

충지였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출발했다.

요동반도와 산동반도 사이에는 작은 열도들 이 마치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는데, 여순에서

여순박물관에서 목양성 옛터까지는 15km정

옛날 돛단배를 타고 두 시간이면 닿을 거리에

도 차를 타고 들어가야 했다. 여순구 시내에

32


중국동북지역답사기

목양성 옛터

서 시골 농가들이 자리한 농로를 따라 한참을

어느 것이었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산동

들어가자 한 천도복숭아 과수원이 나왔다. 아

반도와의 해상무역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왔던

직 제대로 발굴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제대

곳이라고 추측되고 있으며, 고구려 강역에 오

로 된 표지판조차 없었는데, 주민들에게 길을

랫동안 속해있었을 것이라는 추정 정도만 할

물어서야 겨우 성터로 찾아갈 수 있었다. 목양

수 있을 따름이다. 해안 구릉지대에 위치한 고

성은 요동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해상군사기

성터에서 바라본 발해와 황해의 모습이 그야

지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성터다. 요동반도

말로 절경이었다.

인 최남단인 이곳을 기준으로 발해와 황해가 나뉘고 있다고 한다. 목양성을 건설한 문명이

목양성을 끝으로 첫째 날 답사일정은 마무리 33


중국동북지역답사기

목양성 옛터에서 바라본 발해와 서해

되었다. 이제 300km가 넘는 길을 달려 단동

답사 사전모임에서부터 중국음식에 대한 많은

까지 가는 일만 남아있었다. 군것질로 점심을

이야기가 오갔기 때문에 매우 떨리는 마음을

때웠기 때문에 다들 매우 허기진 상태였다. 대

가지고 식당에 들어갔다. 중국의 서민들이 즐

련에서 단동을 잇는 고속도로를 타기 전에 대

겨찾는 일반적인 ‘반점’이었다. 기름지고 향

련 근교의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대련만

이 강한 중국음식에 대한 걱정 반, 기대 반이

해도 중국에서 상당한 대도시인데, 도로사정

었는데 필자의 입맛에는 매우 잘 맞았다. 중국

이 매우 좋지 않았다. 고속도로 진입로를 찾

에서의 첫 식사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푸짐한

기 위해 한참을 헤매다 7시가 넘어서야 식사

양과 질 좋은 재료들에 감탄사가 끊이지 않을

를 할 수 있었다.

지경이었다.

34


중국동북지역답사기

중화인민공화국을 통치하는 중국공산당은 인

발했다. 출발할 때 8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

민들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가장 중

못해도 12시는 되어야 도착할 수 있으리라 생

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맞

각되었다. 그러나 도착 첫 날의 중국은 답사객

는 말이었다. 뒤에서도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들을 호락호락 봐 주지 않았다. 돌고 돌아 겨

있겠지만,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의식주에

우 들어선 고속도로에서 봉고차의 타이어가

대해 별 걱정이 없이 사는 듯했다. 도시건, 지

터져버린 것이다. 실은 여순박물관을 둘러볼

방이건 마을마다 열리는 아침, 저녁 시장에는

때도 뒤편의 미닫이문이 덜컥 빠져버려서 애

풍부한 먹거리들이 넘쳐났으며 아무리 경제적

를 먹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바퀴에 구멍

인 하층민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좋은 식재료

이 난 것이다. 비상용 타이어로 교체를 하면

를 구할 수 있을 만큼 가격이 저렴했다. 의생

될 일이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차에 실린 ‘

활이야 대다수 중국인들이 외모에 크게 신경

자키’가 고장 나버려 속수무책이 되었다. 잠시

을 쓰지 않는 민족이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시

휴게소 같은 곳에 들러 공안에게 도움을 청했

되지 않아 보였다. 이곳에도 물론 빈부격차가

지만, 이곳 공안은 ‘그따위 일은 당신들 사정

있어 좋은 집에 사는 사람과 허름한 집에 사는

이지’라는 식으로 우리를 외면했다. 십여 분을

사람이 나뉘어 있었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특

망연자실 기다리다가 겨우 옆 차에서 ‘자키’

성상 어느 가족에게나 한 채 씩은 집이 주어진

를 빌려 타이어를 무사히 고칠 수 있었는데 어

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중국공산당은 중

찌나 고맙던지 우리 일행은 그들에게 짧은 중

국대륙에서 1만 년 동안 명멸했던 어느 정권

국어로 ‘쎄쎄’를 연발했다.

도 성공하지 못했던 인민들의 식의주(사회주 의사회에서는 의식주 대신 식의주라 한다) 문

그러나 단동으로 가는 고난의 여정은 이것으

제 해결에 성공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로 끝이 아니었다. 단동을 70km 남기고서는 막힌 고속도로 대신 타고 온 국도가 갑자기 폐

아무튼 배불리 식사를 하고 다시 단동으로 출

쇄되어 버린 것이다. 아무런 표시도 없이 도 35


중국동북지역답사기

로 중간이 모래 산으로 덮여 끊겨 있었다. 중

건너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고 한다.

국의 도로사정이란 것이 이와 같다는 것을 하 루 만에 깨달은 일행은 이제 별로 당황한 기색

“旣奪我田宅 復謀我妻努

도 없어보였다. 모래더미 앞에서 휴식을 취하

此頭寧可斫 此膝不可奴”

며 서간도 벌판의 달밤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

(이미 내 논밭과 집 빼앗아 가고, 다시 내 아내

지 않았다. 마침 보름이었는지 주변이 푸르스

와 자식을 해치려 하네. 이 머리는 차라리 자

름하게 밝았는데, 자세히 보니 모두 수전이었

를 수 있지만, 이 무릎을 꿇어 종이 되게 할 수

다. 모두 조선인들이 일군 논일 터였다. 보름

없도다.)

달빛 아래 넓게 펼쳐진 논을 바라보고 있자니, 백 년 전 이곳에 와 논농사를 처음 시작한 그

목숨을 걸고 넘어온 강 건너의 중국땅조차 곧

들의 애환이 느껴지는 듯도 했다.

일제의 손아귀에 떨어지고 말았으니 그들의 분노와 절망감이 어떠했을지는 감히 상상하

우리는 비록 중국 측을 통해 단동으로 들어가

기조차 어려운 것이다. 천답에 비친 달(月印

고 있지만, 예전 독립투사들도 압록강을 넘어

千沓)을 바라보며 우리가 단동에 도착했을 때

단동에 잠입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고 한다.

는 새벽 3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한 투사는 압록강변의 삼엄한 경비를 피하기 위해 몇날며칠을 옥수수 밭에 숨어 기회를 엿

단동에서 가장 좋다는(?) 신안동 호텔 객실에

보았다고 한다. 그가 바라본 달도 이처럼 푸르

체크인 했을 때 이미 날은 어슴푸레 밝아오고

른 빛이었을까. 그렇게 일경의 눈을 피해 압

있었다. 모두 잠든 시각 21층 호텔에서 내려다

록강을 건넜던 그들의 눈에 비쳤을 만주벌판

본 신의주 시내는 신비로운 느낌으로 다가왔

의 광막함이 이와 같았을까. 안동출신의 대표

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북녘의 도시 풍경

적인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石洲 李相龍)은

은 멀리서 비쳐오는 여명과 더불어 가슴팍을

99칸짜리 저택인 임청각을 버리고 압록강을

뻐근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찬란한

36


중국동북지역답사기

단둥에서 바라본 신의주

아침놀에 비친 압록강 너머의 땅은, 이 지역에

는 여전히 고요해 보였다. 신의주는 인구 30

살던 사람들이 예로부터 저 땅을 왜 ‘조선(朝

만의 중소도시로서 생각보다 크지 않은 규모

鮮)’이라 불러왔는지를 몸소 증명하고 있었다.

였다. 지금은 비록 회색빛의 조용한 도시지만,

고된 여정으로 인한 노곤감, 북녘 땅 새벽여명

이곳은 언제든 대륙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

을 바라보는 신비감, 새벽시간이 주는 적막감

는 중요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이 어우러진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곧 깊은

있다시피 신의주는 경의선의 종착지이며, 한

잠에 빠져 들었다.

국의 국도 1호선(총연장 1068km)의 북단이 다. 지금도 평양과 북경을 오가는 국제열차는

둘째 날

신의주를 거쳐 단동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때 문에 북한에서도 이 지역을 경제특구로 개발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 다시 바라본 신의주

해 대중국 무역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노력을 37


중국동북지역답사기

압록강 단교 오랫동안 지속해왔다. 신의주 개발은 여러 정

현재 이곳을 건국혁명기 미국에 대항해 싸운

치적인 부침을 겪으며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

‘항미’ 정신을 기념하는 주요 시설물로 지정

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 멀리 내다보이는 신압

해 보존하고 있다. 압록강 단교 근처는 중국인

록강 대교의 모습에서 대륙과 반도를 잇는 물

들로 매우 붐볐다. 많은 사람들이 강변에 나와

류 기지로서 이곳의 가치를 짐작해 볼 수 있

단교를 구경하고, 북한을 바라보는 유람선을

다.

타는 등의 북한 관광에 흥미를 가진 듯 했다.

둘째 날 첫 여정은 압록강 단교(鴨綠江 斷橋)

북한의 신의주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로부터 시작되었다. 압록강 단교는 1911년 조

보고 있는 단동시는 대 북한 교류의 중심지이

선총독부 철도국에 의해 건설된 압록강 철교

면서, ‘조중(朝中)’사이의 우호를 상징하는 역

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이 다리는 길이 944m,

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압록강 단교 옆에 새

폭 11m의 단선 철교로서 총 12개의 아치로

로 건설되어 현재까지도 북중 간 교통이 오가

구성되어 있었는데, 1950년 미국의 폭격으로

는 신압록강 철교는 1990년 ‘조중우의교’로

현재 4개의 아치만이 남아있다. 중국 정부는

명명되기도 했다. 북중 간 우의는 무엇보다도

38


중국동북지역답사기

중공군의 한국전 참전에 의해 굳건해졌다고

른 층위의 이야기이기는 하겠으나 한국의 기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중공군 참전’으로 알

성세대가 ‘내가 6.25때 말이야~’, ‘니들이

려진 중국인민지원군의 한국전쟁 개입은 중

6.25를 알아?’라고 말하듯이, 이 곳의 나이

국에서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이라고

지긋한 사람들은 ‘항미원조 나갔을 때’를 자

불리고 있는데, 중국 측의 항미원조기념관이

주 회상하곤 한단다. 또한 ‘항미원조’전쟁에

바로 이 곳 단동에 위치하고 있다. 뿐만 아니

는 조선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에도 중국에

라 시내 곳곳에도 ‘항미원조’를 상징하는 기

남아 중국 건국 혁명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이

념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지역에 자리를 잡고 살던 조선인들이 상당수 참가했다. 중국 동북지역은 이처럼 식민지 시

항미원조라는 말은 모택동이 ‘미국에 대항해

대, 해방공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우리 민

조선을 돕는 것은 가족을 지키고 국가를 위

족이 겪은 비극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남아있

하는 것(抗美援朝 保家衛國;항미원조 보가위

는 지역이다. 중국에 살던 조선인들의 ‘항미원

국)’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전쟁의 명칭이

조’ 참가는 추후에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

다. ‘항미원조’는 중국 동북지역의 사람들에

을 것이다.

게는 매우 익숙한 단어처럼 보였다. 완전히 다

신압록강 대교

39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http://mag-mkyd21.tistory.com/210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 늘지 않는다

40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청년체감실업률’은 23%). 연애, 결혼, 출산을 기피하 는 ‘3포 세대’라는 용어가 유행하더니,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 여기에 꿈과 희망마 저 포기하는 ‘7포 세대’라 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최 근에는 청년들이 모든 것

“정부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것입 니다.” 8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 표하면서 가장 우선순위로 언급한 것이 노동 개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 없이 는 청년들의 절망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통 도 해결할 수 없다”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주 장했습니다.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것은 전 국민이 인식 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청년실업률이 이미 10%를 넘었습니다(취업포기자 등을 포함한 ‘

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라며 스스로를 ‘n포 세대’라고 부르기 시작했 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어떤 수를 내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합니다. 박 대통령은 “이제는 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 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결단을 내릴 때” 라며 “기성세대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기 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한다고 이야기 했습 니다. 그러면서 그 방도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장 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기성세대’에는 스스로 를 포함해 상위 1% 부자들, 재벌총수 들은 들 41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어가지 않는 것 같은데, 어쨌든 정말 임금피 크제를 도입하면 청년실업이 해소 될 수 있을 까요?

기업들은 청년고용을 늘일 생각이 없다 임금피크제란 일정 연령이 된 노동자의 임금 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애초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 온 이유는 기업들의 비용절감 때문이었습니 다. 2016년부터 ‘정년 60세 법’이 단계적으

들은 임금 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른 수단도 의

로 시행됩니다. 기존의 법적 정년은 55세였는

무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임금

데(물론 자율적으로 그 이상을 정년으로 하는

피크제가 그 대표적인 수단이었습니다.

기업도 있습니다), 이를 60세로 늘리기로 한 것입니다. 사회가 고령화되어 가는데 따라 사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절감된 인권비를

람들의 노동연령을 올린 것입니다.

청년고용에 쓸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 만, 애초부터 기업들은 정년이 늘어남에 따른

기업들은 볼멘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정

임금비용을 줄이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

년이 늘어나면 임금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입니

려 했습니다. 따라서 임금피크제로 절감된 돈

다. 고령화 사회를 돌이킬 순 없으니 정년 60

을 새롭게 청년들을 고용하는데 사용할 생각

세 법 자체를 반대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이 기업들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42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압박하는 것에 발

처럼 ‘절약되는 임금비용’도 적을 수밖에 없

맞춰 재벌 대기업들은 청년고용을 늘리는데

습니다.

협조할 것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삼 성 2년간 3만 명, SK 2년간 2만 4천 명, 롯

우리사회에서 정년을 채우는 노동자가 과연

데 3년간 2만 4천 명, 현대차 올해 역대 최대

몇이나 될까요? 주위를 둘러보면 정년을 채우

인 1만 500명 등 최근 재벌대기업들은 잇따

고 퇴직하는 노동자가 그리 많지는 않아 보입

라 청년 고용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니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정년을 채우지 못

는 ‘공허한’ 수치에 불과합니다. 이 중 재벌들

하고,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잃는

이 직접 고용하는 인원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것이죠.

인턴이나 창업교육을 지원하겠다는 숫자입니 다. 이것이 임금피크제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2010년 쓴 <

습니다.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근로 생애 연구>에 따 르면, 우리나라 노동자 중 정년 이전에 조기

청년고용이라는 이름으로 박근혜 정부가 기

퇴직하는 비율이 67.1%에 이른다고 합니다.

업들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것으로 밖에 보이

남성은 평균 55세, 여성은 평균 51세에 자의

지 않습니다.

든 타의든 직장을 떠난다고 합니다(프레시안, 2015.07.31).

정년을 보장받는 노동자가 몇이나 될까 2015년 3월 기준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근 정부가 내세우는 임금피크제 도입 근거는 임

속년수는 평균 5.69년에 불과합니다(정규직

금피크제 도입으로 절약되는 임금비용을 청년

8.33년, 비정규직 2.41년 : 한국노동사회연구

고용에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년까

소에서 인용). 입사한지 5년이 좀 지나면 해고

지 일하는 노동자가 많지 않다면 정부의 주장

당하거나 직장을 옮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근 43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속년수가 1년 미만인 노동자가 전체 임금노동 자의 30.8%이고, 2년 미만인 노동자가 44.5%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근속년수는 OECD 국

입니다. 3년 미만인 노동자가지 합치면 그 비

가들 가운데 꼴찌입니다. 2013년 기준 OECD

율이 53%로 절반을 넘습니다. 근속년수가 10

국가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우리나라의 2배에

년 이상인 임금노동자는 20%에 불과합니다.

가까운 10.5년입니다.

44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지금도 정년보장이 하늘에 별 따기처럼 되어

마찬가지입니다.

있는데, 임금피크제로 정년을 연장하고 그로 인해 절감되는 비용으로 청년고용을 늘린다 는 주장은 공허할 뿐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

세대 갈등 부추기고, 국민들과 전쟁을 선포한 박근혜 정권

회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발생하는 재원으 로 2016~2019년 사이에 18만개의 청년일자

박근혜 정권은 기성세대, 특히 정규직 노동자

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들 때문에 청년고용이 안 되는 것처럼 이야기

러한 숫자들은 부풀려지고 허황된 숫자일 수

합니다. 정말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임금을

밖에 없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청년일자리는 늘어날 수 없 는 것일까요?

실제 사례들을 살펴봐도 임금피크제가 청년고 용을 늘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한국

청년층 일자리와 고령층 일자리는 다른 관점

노총의 2015년, 화학노련 임금피크제 실태조

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청년층과 고

사 결과 조사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시행 사업

령층의 실업 원인도 다르고, 종사 분야도 달라

장에서 고용이 증가한 경우는 불과 12.2퍼센

서 고령층 일자리와 청년층 일자리의 대체효

트고 19.5퍼센트는 오히려 고용이 줄었다고

과는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합니다(<노동자 연대> 153호, 2015.07.20). 임금피크제가 국내에서 처음 이야기되며 많

나아가 기업들이 투자를 해서 일자리를 만들

이 거론되었던 2013년에도 임금피크제와 일

어야 하는데,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비용

자리 창출의 연관성을 따지는 수많은 연구결

이 절감된다고 대기업들이 고용에 적극적으

과가 나왔지만 그 중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

로 나설리 만무합니다. 재벌대기업이 막대하

다는 연구결과는 재계 것 말고는 거의 없었

게 보유하고 있는 사내유보금이 이를 보여줍

습니다(프레시안, 2015.07.31). 세계적으로도

니다. 사내유보금이 700조원을 넘어서고 있 45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터 재원을 마련해 청년고용을 늘일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새 정치민주연합의 은수미 의원에 따르면 “사내유보금의 10%만 투자로 전환된다면 71조 원의 재정투입 효과를 가져 올 수 있 고, 5%만 투자로 전환된다 하 더라도 35조 4000억 원의 재정 투입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사내유보금 1%를 사회 다고 하는데, 재벌들은 신규투자를 잘 하지 않 습니다.

환원만 해도 늘어나는 일자리 가 23만개 정도라고 합니다. 그 외 은수미 의 원은 재벌 대기업 청년고용할당제 3%만 해도

그 많은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도 기업들이

7만개, 재벌대기업 근로시간단축으로 2만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경제위기와 이어지는

재벌 대기업의 법인세 원상회복과 이자소득,

경기침체 국면 속에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

배당소득 등에 과세로 20만개의 신규 일자리

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

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확

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한 수치를 떠나 재벌개혁으로 많은 신규 일자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정책은 노동자 임금을

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깎고, 해고를 쉽게 할 뿐 새로운 일자리로 이 어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권은 재벌개혁은 외면한 채 청 년실업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정규직의 중

한편 박근혜 정부는 부자들이나 재벌들로부

46

장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박근혜 정권과 보수언론들은 툭하면 국론분

없습니다.

열, 국민들 간의 갈등을 이야기 합니다. 세월 호 유가족들이 거리에서 집회를 하는 것도 국

재벌대기업에게는 온갖 특혜를 주면서도 노동

론을 분열시키고 국민 간 갈등을 유발시키는

자들 간에, 세대 간에 갈등을 부추기는 박근혜

행위라고 합니다. 하지만 진작 국론분열을 부

정부. ‘갑’의 횡포와 책임은 외면한 채 ‘을’끼

추기고 국민들 간의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은

리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을’끼리 싸

누구인가요? 바로 박근혜 정부입니다.

우고 있으면 그 이면에서 이득을 챙기는 것은 ‘갑’밖에 없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도 해결되

박근혜 정부가 말하고 있는 ‘노동개혁’ 안에

지 않습니다. 전 국민이 힘을 합쳐 국민과 전

는 임금피크제 뿐 아니라 △일반해고 요건 완

쟁을 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을 막아

화 △기간제 비정규직 사용 기한 연장 △파

나서야 할 것입니다.

견 허용 업종 확대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쉽 게 말해 기업들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 는 방향의 정책입니다. 앞 으로 저임금의 불안정한 비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겠다 는 것입니다. 그러한 일자 리의 기준을 벗어나 ‘특혜’ 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는 ‘특혜’를 빼앗겠다는 것 입니다. 전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 47


예술, 그 본질적 가치

광복 70년, 민족적 가치를 찾아 조선화 http://mag-mkyd21.tistory.com/211

48


예술, 그 본질적 가치

우리는 흔히 민족미술을 동양화라고 부릅니

조선화는 조선화만의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다. 한국화라는 개념은 근대 대한민국 이후에

있습니다. 주변국인 일본의 아기자기한 서양

자리 잡은 것입니다. 우리는 왜 동양화라는 개

미술 풍 그림도 아니고, 중국의 호방하고 화려

념에 친숙할까요? 서양화와 반대되는 개념이

한 풍 그림도 아닙니다. 서양화는 사실을 있는

라서 그럴까요? 사실 동양화라는 말은 일제

그대로 그리며 감정을 묘사하고, 명암과 원근

강점기에서부터 유래했습니다.

감을 표현합니다. 반면 조선화는 사실을 그대 로 그리지만 감정보다 그 안에 사상이 들어가

조선총독부는 1922년부터 44년까지 식민통

있습니다. 즉 조선화는 생각을 그린 그림이라

치를 강화하기 위해 미술 작품 공모전인 조선

할 수 있습니다.

미술전람회 약칭 선전(鮮展)을 진행했습니다. 조선미술전람회는 제1부 동양화, 제2부 서양 화, 제3부 공예, 조각부로 분류하여 작품 공모 를 받았습니다. 여기서부터 동양화라는 개념 이 도입되었습니다. 동양이라는 말은 일제가 추구한 대동아공영을 뜻합니다. 민족미술을 ‘동양화’라고 칭하게 되는 비극적 인 현실이 한국 미술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습 니다. 이를 다시 뜯어 고치기 위해서는 민족미 술을 우선 ‘조선화’라고 불러야합니다.

조선화의 특징

49


예술, 그 본질적 가치

조선화는 자연주의적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

인간을 따듯하게 바라보며, 해학적 아름다움

다. 한국 미술은 자연에 동화되고 활용하는 감

을 추구합니다. 경쾌하면서 역동적인 절제된

각이 두드러집니다. 인위적인 요소를 가미하

아름다움이 조선화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기보다 그 자체를 살려나갑니다. 그러다보니

부드러우면서도 경쾌한 선과 순수한 색이 조

담백하면서 고요합니다. 단순함 속에 여백의

화를 이루면서 조선화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미가 살아있고, 겸손함 속에 어우러짐이 우러

드러냅니다.

납니다.

현무도

50


예술, 그 본질적 가치

조선화의 뿌리

고구려 고분벽화 중 강서고분의 사신도는 세 련되고 생동하는 표현으로, 고구려의 뛰어난

조선화의 뿌리는 우리 민족이 지니는 고유한

회화 솜씨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유홍준 교수

특징과 맞닿아 있습니다. 조선화에는 우리 민

는 <나의 북한문화유산답사기>에서 사신도 중

족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 널리

거북과 뱀이 뒤엉켜있는 현무도를 으뜸으로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한다)이라는 인간중심의

꼽았습니다.

사상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 바탕에는 민족 자존 정신이 깔려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주변

“저 뱀의 뱃가죽 비늘을 망사처럼 그렸는데

외세의 수많은 침탈과 수탈에도 반만년 동안

몸을 비틀면서 비늘이 꼬이는 것까지 그렸네

우리만의 독창적이고 유구한 문화유산을 발전

요. 세상에!”

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다녀온 이후 유홍준 교수는 세계미술 이러한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고구려 고분벽화

사의 무대에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우리 유물

에서 조선화의 뿌리는 시작됩니다. 고구려 고

10점 중 1300년 전의 고구려 강서고분의 현

분벽화는 역사상 가장 초기의 회화유산이며,

무도를 제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국화나 일본화에 비해 선명하고 간결하고 섬세한 화법으로 그려져서 힘 있고 아름답습

“고구려인이 강서큰무덤에 사신도를 그릴 때

니다. 이런 화법은 후에 조선화의 전통으로 그

유럽은 야만인이 날뛰는 암흑시대였고, 중국

대로 이어집니다. 또한 고구려 고분벽화는 미

은 5호16국의 전란으로 정신없었습니다. 그

술사적으로도 중국보다 앞서있으며 세계적인

렇다면 강서큰무덤은 당시 세계 최고입니다.”

주목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무용총 수렵도 역시 고구려인의 활달한 기상

강서고분 사신도와 무용총 수렵도

과 용감한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말을 타고 51


예술, 그 본질적 가치

수렵도 조선화의 발전 조선화의 이런 특징은 종교 적 색체, 시대적 한계 등에 제약을 받기는 했지만 꾸준 히 발전해 나갔습니다. 이는 사회적 의식이 뚜렷하게 성 장하는 조선후기에 더욱 두 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 대 표적인 작품이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와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작품들입니 달리며 화살을 당기는 사람의 힘찬 모습과 경 쾌하게 표현되어 있는 산과 동물들의 어우러 짐은 호탕한 고구려의 기상을 잘 보여줍니다. 갈색과 흰색, 노란색 등 각각 색의 대비를 통 해 시각적 변화로 역동성은 더욱 커집니다. 사 냥꾼과 도망가는 동물의 배치 역시 동심원을 그리듯 역동적입니다. 이 수렵도는 고구려인 의 사냥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용감한 성격 과 자주 정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52

다. 조선 후기 겸재 정선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그대로 화폭에 담을 수 있는 실경산수화 창작 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습니다. 진경산수화는 조선 후기의 새로운 사회적 의식 변화를 배경 으로 유행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의 발전은 사실주의 미술 발전 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김홍도, 신윤복 등 은 이러한 사실적인 창작태도를 발전시켜 조


예술, 그 본질적 가치

선 후기 사람들의 생활과 사회현상을 풍부하

름잡았던 찬란한 우리 민족문화를 계승 발전

게 반영하면서 조선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

시켜 나갈 수 있을까요. 답을 찾아야할 시간

니다.

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찬란하고 유구한 전통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심각하게 왜곡되어 현 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전하게 민 족미술을 바라보고 평가하기도 힘든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전 세계를 주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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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무기

지뢰를 둘러싼 이야기 http://mag-mkyd21.tistory.com/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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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무기

요즘 지뢰 이야기가 떠들썩합니다. 북한의 목

명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개발되었습니다.

함지뢰부터, 국군의 M-14 플라스틱 대인지

중세시대의 전투는 주로 성을 둘러싼 공성전

뢰까지... 지뢰가 빗물에 유실될 수 있느냐?

이었는데요, (성을 공격할 위치는 대체로 정해

DMZ에 지뢰는 누가 매설했느냐? 이번에 터

져 있으므로) 수비진은 공격군이 반드시 거쳐

진 지뢰는 무엇이냐? 등등 논란이 끝이 없습

갈 것으로 예상되는 길목에 화약을 매설해 밟

니다.

으면 폭발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지뢰는 중세시대 중국 송나라에서 화약을 발

이 당시의 지뢰는 무적지뢰포, 만탄지뢰포,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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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무기

포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1440년 백구하 전

땅 차이입니다.

쟁에서 명나라 건문제는 지뢰를 매설해 연왕 의 군대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싸움은 고대로부터 떼로 몰려 다니는 패싸움이 된 것이고, 전쟁터에서 병사

그러한 지뢰는 끊임없이 발전하여 1차 세계대

들은 촘촘히 몰려다니는 밀집대형 전술이 유

전을 계기로 오늘날의 모습으로 진화했다고

행하였던 것입니다.

합니다. 국군의 M-14 대인지뢰의 경우 사람 의 발목만 잘라낼 목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

밀집대형 전술이 무너진 것은 1차 대전을 계

에 TNT를 30g 정도만 담는다고 합니다.

기로 기관총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었기 때문 입니다. 자동연발장치를 통해 1분에 수백발이

중국 명나라 때에는 밟으면 대형 폭발이 일어

발사되는 기관총은 몰려다니는 적을 따라다니

나는 식으로 민들었다가 요즘 지뢰는 발목만

며 대량살상 하였습니다.

잘리는 식의 소형지뢰로 진화하였습니다. 지 뢰가 갈수록 작아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제 총기류가 발전하면서 가시거리에 들어온 적을 쏘아 눕힐 정도의 사정거리를 가지는 총

전쟁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자세히는 1차 세

을 만들어내면서 제일 먼저 변한 것은 전쟁터

계대전을 계기로 밀집대형에 의존한 전술이

의 군복입니다. 예전에는 적군을 주눅들게 하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고대로부터 19세기까

고 아군의 사기를 높이게 하기 위해 군복을 화

지, 전쟁터에서 아군은 한데 모여서 수적 우세

려하게 입었습니다. 영국군은 붉은색 계열의

를 유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칼싸움

옷을 입고 프랑스 군은 푸른색 계열의 군복을

이건 창싸움이건 무엇이었든지 내 코 앞에서

입었습니다. 그런데 보어전쟁(1899-1902)에

싸움이 벌어질 때 내 양 옆에 아군이 있는 경

서 영국군은 보어인들의 저격전술과 매복전술

우와 내 양 옆에도 적군이 있는 경우는 하늘과

에 걸려들어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후

56


세상의 모든 무기

영국군은 군복색깔부터 붉은색에서 오늘날의

욱 일반화된 전술이 됩니다. 이제 전쟁터에서

카키색 계열로 바꾸었습니다. 전투대형도 밀

돌격시 가장 바보같은 짓은 몰려다니는 짓입

집대형은 자취를 감추었으며 이후 1차 세계대

니다. 적군의 표적이 되기 가장 알맞기 때문

전에서 참호에 설치한 기관총 앞에 대략 100

입니다.

만명이 몰살당하는 결과가 나타나자 세계 각 국은 밀집대형을 버리게 됩니다.

이제 군인들이 몰려다니지 않게되면서 군인 들의 공격루트를 방어하는데 있어서도 전술

이후 대포가 더욱 발전하면서 산개대형은 더

의 변화가 왔습니다. 한번 밟으면 초대형 폭발 57


세상의 모든 무기

이 일어나는 형식의 지뢰는 예전 우르르 몰려

서 적군의 출입을 봉쇄시키는 것이 목적이므

다니던 중세시절의 전투에서는 커다란 효과가

로 커다란 지뢰는 침투를 막기 어렵습니다. 이

있었으나 군인들이 무조건 흩어져 다니는 오

를테면 동일한 폭약으로 특정지역을 차단할

늘날의 전투에서는 화약만 낭비할 뿐입니다.

경우 폭발력 100을 갖는 지뢰 1개를 매설하

그래서 오늘날 지뢰는 주요요충지에 초대형

는 것보다 폭발력 1의 지뢰를 100개 매설하는

폭탄을 매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규모 지뢰

것이 더욱 위력적이며, 폭발력 0.01의 지뢰를

를 특정지역에 폭넓게 흩뿌려놓아 적군의 공

10000개 매설하는 것이 더욱 위력적입니다.

격을 차단시키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M-14와 같은 대인지뢰, 발목지뢰는 공 그럼 지뢰매설지대는 어떻게 설정될까요? 지

격당한 적군이 즉사하지 않고 생존가능하므

뢰를 매설하는 요충지는 적군의 침공이 유리

로 주변 군인들이 부상병을 이송하는 과정에

하며 아군의 방어에는 불리한 지대입니다. 그

서 전투력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부차적 효

러하므로 DMZ에서도 국군이 지뢰를 매설하

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대인지뢰가 이처럼 갈

는 지역과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하는 지역이

수록 작아지는 것은 폭발력 0.001의 지뢰를

다릅니다. 북한군이 공격하기에는 유리하고

100,000개 매설하면 해당지역이 완전히 봉쇄

국군이 방어하기 불리한 지역이 있다면 국군

되기 때문에, 지휘관들은 너나없이 소형지뢰

은 이 지역에 북한군의 집중공격을 막기 위해

를 선호했을 것입니다.

지뢰를 매설합니다. 북한군도 국군이 공격하 기 유리하고 북한이 방어하기 불리한 지형이

그런데 이렇게 너무 작은 지뢰는 이후 제거

있으면 그 지역에 지뢰를 매설합니다.

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폭발력 1의 지 뢰를 100개 제거하는 작업보다 폭발력 0.01

M-14 발목지뢰 역시 적군의 공격을 차단할

의 지뢰를 10000개 제거하는 것은 훨씬 힘들

목적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지뢰는 특정지역에

며 폭발력 0.001의 지뢰를 100,000개 제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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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무기

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M-14 대인

합니다. 남북고위급 접촉기간에도 휴전선에서는

지뢰의 경우 너무 작고 가벼워서 폭우가 오면

지뢰에 의해 장병들이 부상을 당하고 있는데 만

떠내려가버리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수 만

일 DMZ 평화공원에서 민간인이 지뢰를 밟아 부

개의 M-14가 DMZ 안을 떠돌고 있다고 볼 수

상당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있습니다.

그 때에도 북한의 비열한 도발이라 하고 DMZ 평화공원을 폐쇄시키시렵니까? 그럴 요량이라

이 지뢰문제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면 공원은 무엇하러 만드나요? 도대체가 무엇하

박근혜 대통령의 DMZ 평화공원 구상입니다.

나 똑바로 이해되는 점이 없는 정책입니다.

휴전선에 뿌려진 지뢰가 100만개 가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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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쓰는 경제이슈

그리스 위기에서 자본의 민낯을 보다 2 http://mag-mkyd21.tistory.com/213 정욱 실천자산관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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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쓰는 경제이슈

4. 구제금융은 해피엔딩 할 것인가?

1,492억 유로가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고스란히 다시 쓰였습니다. 채권자의 주머

그 많던 구제금융은 누가 다 먹었을까?

니로 그대로 돌아갔다는 얘기이지요. 1차 구 제금융 이후 지난 5년간 많게는 GDP의 1/4에

올 여름 내내 세계 경제를 흔들던 그리스 위기

육박하는 금액을 갚아온 셈입니다.

는 3차 구제금융을 합의하며 사람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린 듯합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

게다가 구제금융 협상에서 ‘을’의 입장인 그

의 성장성에 관심이 옮겨지기도 했고, 8.25 남

리스로서는 그나마 구제금융을 효과적으로

북합의문을 낳은 전쟁위기 등 큰 이슈가 많기

활용할 기회마저 박탈당할 수밖에 없었습니

는 하였으나, 현재의 분위기는 그리스 위기가

다. 2012년 부채협상에서 민간투자자들(유럽

마치 다 해결된 것처럼 보입니다.

의 민간은행들)에 대한 빚 1천억 유로를 탕감 키로 결정했는데, 그리스 정부는 이들 민간투

하지만 그리스 위기는 “극복”을 향해 그다지

자자들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345억 유로를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영국에 위치한 세계 부

지급하도록 강제됩니다. “부채탕감”이라는 그

채탕감 운동조직인 “주빌리 부채 캠페인(Ju-

럴듯한 포장 속에서 결국 유럽의 민간투자자

bilee Debt Campaign)”에 의하면 그동안 그

들은 빌려준 돈을 상당 부분 회수하지만, 오히

리스에 제공된 구제금융의 92%가 다시 채권

려 주된 채권자였던 그리스 연기금과 그리스

자들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즉, 그리스 구제금

은행들은 큰 타격을 입거나 파산에까지 이르

융이 그리스 민중들을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게 됩니다. 공공기관 부채 상환을 최하위 순위

빚 갚는데 다 쓰였다는 것입니다.

로 두어야 했기에-외국자본 등에 대한 빚을 먼저 갚아야 했기에-막대한 구제금융을 받고

1,2차 구제금융을 통해 2014년까지 그리스

도 국내 금융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정부가 지원받은 2520억 유로 가운데 59%인

없었습니다. 결국 그리스 정부는 국내 채권자 61


풀어쓰는 경제이슈

(그리스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한 자금 482억

간 자본의 몫이 되었고, 생사여탈권은 여전히

을 또다시 트로이카에게 빌려야 했습니다.

트로이카가 쥐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식으로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을 받아

더불어 3차 구제금융을 위한 소위 ‘개혁조치’

서 자국 경제를 위해 투입한 금액은 201억 유

의 하나로서 그리스의 기간산업 민영화를 진

로에 불과했습니다. 긴축정책, 민영화, 연금축

행하고 있는데, 얼마 전 14개 공항의 운영권을

소 등 그리스 국민들의 막대한 희생을 전제로

독일의 공항운영회사인 프라포트에 매각했다

그리스에 지원된 구제금융은 그리스 국민들

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

이 아닌 채권자, 특히 유럽의 상업은행 등 민

인 독일이 헐값으로 나온 그리스의 매물을 가

62


풀어쓰는 경제이슈

져가는 셈입니다. 얼마 전엔 세계적인 축구선

175%로 늘어난 것만 봐도, 구제금융이 그리스

수 호날두가 자신의 매니저 결혼선물로 그리

경제를 회복하는 데에도 실패했음을 실증적으

스의 섬을 선물했다 하여 관심을 끌기도 하였

로 보여주고 있습니다.(참고 : The Guardian,

습니다. 단 30~50억 정도에 매물로 나온 섬

“Where did the Greek bailout money go?”)

도 많다니 씁쓸합니다. 이번 공항 매각을 시작 으로 기간산업 매각과 민영화를 통해 500억 유로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니 얼마

1997년 한국의 IMF 구제금융과의 차이는?

나 많은 그리스의 국부(國富)가 채권국과 자본 에게 넘어갈 지 지켜볼 일입니다.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로 IMF의 구제금융

이쯤 되면 구제금융은 사실 자신들의 이익을

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구제금융과 맞

위해 그리스에 과도하게 투자(투기)를 했던 ‘

바꾼 국익의 종합적인 이해득실을 떠나서, 외

자본’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구제금융

형적으로 한국은 수년만에 구제금융을 벗어

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그리스가 민간자본에

났으나 그리스는 3차 구제금융에 이르기까지

진 빚을 유로존의 공공 부문으로 이전함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

써 자본의 탈출을 도모한 Exit plan과 다름 아

는 것일까요?

니었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환율에 있습니다. 한국은 외환 1차 구제금융을 받던 2010년 당시 3,100억

위기를 맞아 원화가 평가절하되어 외환위기

유로였던 그리스 부채가 2015년 3차 구제금

이전 1달러당 700원 정도이던 것이 달러당

융 직전까지 3,170억 유로로 오히려 늘어난

1,300~1,400원까지 환율이 오르게 됩니다.

것, 그리고 2010년 그리스 GDP의 133%였

환율이 올라가니 수출가격이 낮아져서 수출경

던 부채가 2011년말 162%에서 2015년 현재

쟁력이 올라가 수출이 늘어났고, 그 힘으로 당 장의 표면적인 외환위기는 극복할 수 있었습 63


풀어쓰는 경제이슈

니다. 그러나 유로를 쓰는 그리스는 위기에도

리며 작동한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라도 있으

불구하고 화폐의 평가절하가 발생하지 않으니

나 그리스는 그나마도 여건이 많이 달랐습니

수출이나 관광객 유치에 별 도움이 안 됩니다.

다. 긴축이 아닌 확장 정책으로 내수를 늘리는

화폐 가치 변화가 없으니 결국 임금과 물가만

것이 결국 그리스의 성장률 제고와 재정문제

떨어지게 되어 도리어 산업만 위축됩니다. 위

해결에 도움이 됐을 수 있습니다.

기 이전 3만 달러에 이르던 1인당 GDP가 2만 달러로 축소가 되는 내부평가절하 상황에서도

하지만 사실상 IMF 스스로 지난 30년간 자신

경기회복에 대한 기회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들의 처방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나라는 한 국의 경우 정도이니, 유로화의 경직성에 묶여

한국과 그리스가 IMF의 요구대로 긴축으로 간

있는 그리스에게 긴축안이 미래를 위한 처방

것은 동일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긴축 정책으

이 아님을 IMF를 비롯한 트로이카 역시 이미

로 인한 내부평가절하 효과와 원화가치의 폭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락이 맞아떨어져 수출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 았지만, 그리스는 수출산업 비중이 작은데다

한편 한국과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비교하는데

가 세계적인 경제 위축으로 인해 관광수입도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지난 30여년의 실

줄어들면서 안팎으로 위기가 가중되어 구제

패 속에서 폐기처분 직전에 놓인 신자유주의

금융의 긍정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워싱턴컨센서스) 처방을 강요받는 그리스가

어졌습니다.

1997년의 한국과는 매우 다른 대응을 하고 있

1980년대 남미 외환위기에 대한 대응에서 처

다는 점입니다.

음 작동한 이래 미국식 자본주의의 대외 확산 전략으로 자리 잡은 “워싱턴 컨센서스”의 고

당시 한국 정부는 IMF의 요구에 순응하며 희

도 긴축, 민영화, 자본개방 따위의 처방이 한

생을 거부하는 민중들을 탄압하거나 현실을

국에서는 우연하게도 경제구조의 특성과 맞물

호도하기 바빴지만, 그리스 정부는 희생을 거

64


풀어쓰는 경제이슈

부하는 국민들의 저항을 등에 업고 채권단과

스 하 구제금융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대 사

의 협상에 임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치프라스

건’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도 빚쟁이 앞에 채

정권이 5년이 넘는 구제금융 과정에서 희생을

무자가 절대적으로 약자가 되는 것을 생각하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국민들의 선택으

면 괄목할만한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로 “협상 대표단” 성격을 띄고 들어선 정권이 니 그러려니 한다 해도, 채무국 국민들이 자신

올 여름 3차 구제금융 협상 결과만 보면 당당

들의 의지를 압도적인 국민투표로 표출하고

한 주권국으로서의 그리스가 일단 패배한 것

채권단의 요구에 저항한 것은 워싱턴컨센서

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서방) 중 65


풀어쓰는 경제이슈

심의 자본주의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는 상황에서,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둘러싼 협

전환기에 그리스의 생존과 권리 찾기는 지속

상과 갈등은 一國의 문제를 넘어서 기존 미국

되고 있으며 심지어 더욱 수위가 높아질 가능

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질서와 대안의 세계질

성이 큽니다. 한국이 구제금융으로부터 빠른

서 간의 중요한 격전장이 되고 있습니다.

졸업 대신에 구조화된 신자유주의 함정에 빠 진 반면, 그리스는 아직도 민중들을 위한 해답

5. “그리스 위기”를 넘어

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결론은 아직 이릅 니다. “NEWSWEEK” [Global summary] 트로이카가 해결될 수 없는 해결책을 강요하

66

2017, January


풀어쓰는 경제이슈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이 종료되기도

랑스는 남유럽경제공동체 논의에 호의적이기

전부터 그리스 구제금융 연장에 대한 논쟁은

까지 하고, 동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참여를 검

유로존을 넘어 전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토 중이라는 소문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임기를 1년 이상 남겼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둔 러시아와 서방의 대

으나 밖으로는 남유럽의 좌파정권 수립 도미

결은 러시아의 승리로 끝났고 유럽에 대한 러

노와 안으로는 극우 정당과 유권자들의 국수

시아의 발언권은 한층 강화되었으며, 러시아

주의적 요구 사이에서 이중의 압박을 받으며

와 경제통합의 수준을 높이고 있는 중국은 일

재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대일로 사업을 본격화하며 아시아 국가들과 의 경제통합 논의를 빠르게 진행시키는 동시

*2015년 가을에 조기총선으로 수립된 그리스

에 남유럽경제공동체에 대한 지지와 지원책

거국 내각은 조국의 미래에 대한 의견 대립 속

발표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에 연정이 깨져 다시금 총선을 준비 중이다.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탈퇴하여 좌파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를 대통령으

가 집권한 스페인, 이탈이아 등과 남유럽경제

로 선출한 미국은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를 예

공동체 논의를 본격화하자는 급진좌파 신당의

고하고 있다. 이미 자국 재정에 큰 부담이 되

압승이 조심스레 예고되고 있다.

고 있는 해외 파견 미군의 단계적 철군을 공약 한 바 있으며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의 혁신

*이미 유로존 조건부 탈퇴를 선언한 스페인,

계획은 어떤 파장을 가져올 지 상상조차 어려

이탈리아가 주도하는 남유럽경제공동체 건설

운 지경이다. 워싱턴컨센서스에 대한 공식 폐

논의는 러시아가 지원하고 있음이 공공연히

기와 새로운 상생의 경제협력 모델을 준비 중

알려져 있으나 미국과 서유럽에서도 이를 저

이며 그 첫번째 대상은 그리스가 될 것으로 예

지할 명분과 힘이 딱히 없어 전전긍긍이다. 프

측되고 있다. 67


풀어쓰는 경제이슈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상업은행을 앞세운

는 상징 중 하나이며, 잘못된 통합의 종말이

거대자본들은 지금까지의 숙주였던 미국의 위

자 재생산 없는 자본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입

축에 놀라 새로운 숙주를 물색 중이나 쉽지 않

니다. 향후 수십년은 그 변화 상이 상상을 초

다. 차세대 수퍼파워 중국의 공산당은 호락호

월할 것입니다. 그래서 더 많이 상상해야 합니

락하지 않은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변화된 환

다. 일하는 사람들의 상상력과 의지야말로 구

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 거대한 덩치로 인해

시대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원동력이 될 것입

공룡처럼 삽시간에 파멸을 맛볼지도 모른다는

니다.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편, 북미 평화협정 체결로 발언권이 한층

경제통합의 방향과 교훈

커진 남한과 북한은 통합, 통일 논의를 본격화 하기 시작하고 있으며 자주자립에 기반한 국

그리스의 위기를 통해 우리는 여러 가지 교훈

가간 및 역내외 경제통합의 원칙을 천명하여

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화폐 발권 능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동시에 새로운 세계

력과 경제 주권 문제, 경제 통합의 위기와 미

질서의 리더로서 급부상하고 있다.

래, 세계 질서의 재편 등 그리스 위기는 2008 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 자본 주의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고

2017년 1월의 세계 주요 뉴스를 상상해 봤습

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대외 의존성

니다.

이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화폐)발권력도 약하면서, 경제협력을 넘어 통합과 통일을 도

1부에서 살펴보았듯이 그리스 위기는 한 나라

모해야 할 분단국가인 우리에게 그리스가 시

의 부패 문제거나 일시적인 부침으로는 온전

사하는 바가 큽니다.

히 이해될 수 없습니다. 세계사적 전환기에 들

그리스 위기의 출발은 권력의 부패와 초국적

어섰다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표출되기 시작하

자본의 무분별한 이윤추구 행위로 촉발된 측

68


풀어쓰는 경제이슈

면이 있으나 본질은 자본주의 체제의 재생산

조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통합과 힘의 불균형에 기인합니다. 서유럽 중심의 유럽경

그리스 위기는 화폐 중심의 경제 통합이 얼마

제통합의 상징인 유로화가 구조적으로 그리스

나 위험한가를 잘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재정

위기를 고착시키고 있는데, 재정 등 여타의 정

통합 등 보다 많은 권한에 대한 통합으로 나아

책 통합 없이 화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경제

간다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만약 유로존이 역

통합의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 이익 편중을 구조적으로 재분배하는 구조

환율을 흔히 한 국가의 경제 체력의 “온도”라

와 정책을 가동했다면 이번 그리스 위기를 누

고 표현합니다. 한 나라의 화폐 가치는 그 나

그러뜨릴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장기

라 경제력을 반영하며 대내외 경제 상황의 변

화된 경제 침체 속에서 3년 뒤 독일 총선에 나

화에 따라 환율이 변동하며 균형점을 맞춘다

선 극우 정당은 자신들의 이익을 가난뱅이 그

는 의미입니다. 독립 경제 단위인 그리스가 자

리스를 돕는데 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일 것

국의 화폐를 가지지 못하고 유로를 쓰다 보니

이며 국수주의적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내·외부적인 불균형이 발생해도 문제가 해

것입니다. 이미 서유럽에서 극우 정당들의 약

소되기 보다는 증폭되는 경향을 갖게 되는 것

진은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민족이 다르고 각

입니다. 반면 유로화를 통해 자국 경제력보다

민족의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의 편차가 큰 상

저렴한 화폐를 사용하는 독일의 경우 수출 증

황에서 일국의 자주자립이 불가능한 경제통합

대와 경상수지 흑자의 이익을 봅니다. 독일과

은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통합의 기획

그리스는 각각의 재정정책을 펴는 독립 국가

과 조정이 강대국 중심으로 진행된 이상 힘의

들이고 독일의 정부는 국부 유출을 반대하는

불균형은 피할 수 없습니다.

독일의 유권자들을 거슬러 이익을 그리스와 같은 환율 피해국과 나누는 것에 소극적일 수

결국 통합은 호혜평등과 깊이 있는 다양성의

밖에 없으니, 유로존 국가 간 부의 편중은 구

인정 속에서 이뤄져야 하며, 참가국들의 자주 69


풀어쓰는 경제이슈

8.25 남북합의문은 전 쟁위기의 한반도를 극 적으로 평화 공존의 방향으로 돌려놓았습 니다. 합의 정신을 잘 발전시켜 나간다면 경 제협력의 확대와 통 합, 통일의 논의도 곧 진전이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민족 내부의 자립이 보장되는 전제 하에서 이뤄져야 합니

통합인 우리의 통일은

다. 통합의 성공은 참가국들의 장점이 시너지

유로 통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큰 에너지의

가 되어 상생하는데 있는 것이지 어느 일방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희생 위에서는 결국 모두가 공멸하는 길로 빠

과 분단세력에 의해 조장된 분열주의와 이질

져들게 됩니다. 그리스와 남유럽의 위기가 깊

적 제도와 문화를 극복하는 것은 통합의 에너

어져서 유로존 잔류의 매력이 모두 사라지게

지를 극대화하는데 필수 과정입니다. 나아가

된다면 유로존의 붕괴는 시간문제가 될 것입

통합은 역내 구성체 간의 자주 자립뿐 아니라

니다. 유로존의 붕괴는 독일 경제에도 큰 충격

통합 단위 외부와의 자주적 관계 또한 중요합

을 줄 것이며 나아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니다. 어떠한 불균형과 억압도 영원히 유지될

해체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 결정적 계기

수 없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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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래다

대프리카에서 국정원국민수사대를 꾸리다. 조석원 회원 http://mag-mkyd21.tistory.com/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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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래다

뜨거운 여름.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지역이라는 대구에 ‘국정원국민수사대’가 꾸려졌다 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국정원의 불법해킹 사건에 분노하며 국정원 대구지부 앞에 사무실 을 차렸다는 국민수사대. 사무실이라고 해 봐야 파라솔 하나가 전부지만 시민들의 지지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지로 더위와 폭우를 이겨내며 재미난 활동들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국정원국민수사대로 매일 활동하며 여름을 보낸 조석원 회원을 만나봤습니다. 한편으로는 대구하면 ‘보수의 아성’과 같은 단어가 떠올라 국정원 문제를 이야기하기 참 어렵겠다는 생 각이 들었지만, 조석원 회원에게는 시민들에 대한 믿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믿음이 관련 활동을 즐겁고 참신하게 할 수 있는 동력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 : 안녕하세요. 전국의 회원들에게 간단한

조 : ‘국정원 불법! 국민들이 감시하자!’는 슬

소개 부탁드립니다.

로건 아래 ▲국정원해킹사건 책임자 처벌, ▲ 국정원 대선불법개입 진상규명, ▲세월호 실

조석원 회원(이하 조) : 네, 저는 대구경북 민

소유주 의혹 진상규명 등의 요구를 들고 지

권연대 청년모임 새길 경산-시지-동구(경시

역 청년들과 국정원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

동)지부장을 맡고 있는 34살 조석원이라고 합

를 꾸렸습니다. 기간은 8월 5일부터 12일 동

니다.

안 진행했습니다. 아파트 단지와 중고등학교 가 밀집한 만촌동이라는 지역 한 복판에 국정

본 : 국정원 대구지부 앞에서 농성을 하셨는

원 대구지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

데요, 농성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에서 이번 국정원 불법해킹사건으로 다시 드

72


우리가 미래다

러나게 된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오히려 국민

리의 민주주의와 권리가 엉터리 권력으로부

들이 감시하자는 역발상에서 시작하게 되었

터 유린당하고 있으며 그동안의 각종 불법과

습니다.

탈법, 반헌법으로 점철된 국정원의 불법행위 들의 진실을 낱낱이 드러내고 진실규명과 책

본 : 국정원국민수사대를 꾸리셨다고 했는데,

임자 처벌을 하기 위한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좀 더 소개해 주시죠.

절실하다는 생각에서 결성하였습니다. 지역의 여름 휴가기간 동안 국정원과의 맞대결을 선

조 :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는 우

택한 것은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이곳에서부터

73


우리가 미래다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지역과 시민들에게 더욱

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선거부정의 핵심고리

알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방

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황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든 살리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 정권의 정당성과

고 봐야겠는데 식상한 방식으로는 하기 싫었

정통성은 완전히 무너질 뿐만이 아니라 이를

고, 그래서 찜기 받침대와 커다란 스텐키친볼

멈추지 못한다면 내년에 있을 총선과 곧 따라

을 사서 국정원 수사감시용 장치도 만들어 그

올 대선에서 부정선거로 만들어진 정권이 또

들을 풍자하고 즐기면서 시민들의 관심과 용

다시 탄생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

기를 모아보자는 생각에 일단 국정원 대구지

고 생각합니다.

부가 있는 대로변에 파라솔을 설치하고 미니

한편, RCS 불법해킹 자체만 보더라고 시도자

풀장에 발 담그면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체가 불법인데다 진상규명 활동마저 차단한 채 외려 큰소리를 치며 불법을 합법화하려는

본 : 현재 국정원의 불법해킹 문제에 대해 어

국정원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점에서 적극

떻게 생각하십니까?

적인 국정원 해체와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정 치세력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조 : 국정원 불법해킹 사건은 비단 국민을 사

또한, 남북관계 파탄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곳

찰했다는 것만으로는 이야기할 수 없는 심각

이 국정원이라는 점에서도 심각성을 더합니

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국민의 사생

다. 지난 시기 국정원은 NLL관련 대통령기록

활을 도·감청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동안

물을 유출하고 탈북자에 대한 간첩조작, 근거

꾸준하게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활동들을 통

없는 대북정보 생산 등으로 남북관계를 악화

해 정치개입을 해왔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

시켜 왔습니다.

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2014 년까지 전국 선거를 중심으로 불법해킹시스

본 : 진행했던 활동들을 간략히 한 번 소개해

템을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사들였고 이

주세요.

74


우리가 미래다

조 : 8월 5일부터 12일까지 국정원 대구지 부에서 매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30분까 지 국정원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라는 이름 으로 활동하였습니다. 큰 스텐볼로 대형 국정 원 감시 안테나도 만들고 조이스틱을 가져다 국정원RCS를 재연하는 선전물도 설치했습니 다. 또, 국정원 대구지부가 잘 보이게 대로변 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파라솔과 미니 풀 장도 설치해 바캉스 분위기를 냈습니다. 수사 본부를 설치한 곳 주변에 갖가지 피켓 등을 설 치하고 시민들도 만났습니다. 하루 일과는 기 본 국정원 대구지부를 찜용 받침대로 만든 국 정원 휴대용 감시장치를 어깨에 메고 한바퀴 를 돌고 방문객이 오시면 함께 투어를 진행하 였습니다. 그리고 국정원 국민고발단 서명을 받으며 저녁 퇴근시간 선전전과 집회로 회원

기억에 남고, 국정원 대구지부 앞에서 깃발을

들, 시민들과 함께 했습니다.

들고 소리치자 국정원이 외부 스피커로 방송 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창 더운 시간 찾

본 :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느끼신 점이

아온 동네 분이 페북을 보고 왔다며 서명도

있다면 알려주세요.

하고 국정원 위치를 알고 놀라워하며 동네에 서 20년 가까이 살았는데 국정원 지부가 있는

조 :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시고 직접 찾아오

줄 처음 알았다며 음료수를 건네며 서명했던

신 3분의 시민들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도 75


우리가 미래다

일, 국정원 대구지부 한바퀴를 도는 첫 날, 수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사대 깃발을 cctv 앞에 보이며 소리치자 군사 보호시설이라며 촬영하지말라고 국정원이 외

조 : ‘대프리카’는 최근 인터넷에서 생긴 신

부 스피커로 방송했던 일 2가지가 제일 기억

종어로 워낙 더운 대구지역인 만큼 대구+아

에 남습니다.

프리카를 더한 합성어입니다. 실제로 페이스 북 장소 공유에도 ‘대프리카에서’라는 장소

본 : ‘대프리카지부’라는 말이 참 인상에 남았 습니다. 모르시는 분도 있을테니 어떤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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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뜨더라구요.


우리가 미래다

본 : 대구하면 더위가 생각나긴 하는데요, 하

본 : 끝으로 전국의 회원들에게 한마디 해 주

하. 더운 것 말고, 대구에서 활동하시면서 힘

세요.

든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조 : 대구가 수구보수의 아성이라고 합니다. 조 : 크게 힘든 일은 없었지만 비가 올 때 제

실제로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승자독식의 선

일 힘들었습니다. 최근에 비가 내리면 엄청나

거제도와 지역주의 탓에 새누리당이 우세한

게 많은 비가 국지성호우로 내리기 때문에 저

것이지 대구 경북 시도민들이 모두 그들을 지

희가 만든 선전물들이 비에 젖어버리고 몸도

지하거나 응원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이곳에

죄다 물에 젖어버리기 때문에 비 내릴 때 제일

도 희망이 있고 우리 대구경북 민권연대 회원

힘이 들었습니다. 또, 휴가기간이라 지역에 많

들이 더욱 활동을 잘 해나간다면 오히려 보수

은 분들이 지지응원을 오시긴 했지만 많은 분

의 아성이라는 곳에서 진보의 길을 열 수 있다

들이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전국의 회원분들도 세월호와 탄저균문제와 함께 국정원 불법행위

본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으시면 알려주

에 대한 싸움을 함께 시작한다면 더욱 큰 물결

세요.

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 :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근절시키고 해체하 는 싸움의 장을 꾸준히 열어나가려 합니다. 지 역에서 아직 탄저균이나 세월호 만큼의 관심 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정치적으로는 엄청난 사 건인 만큼 국민들이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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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만나다

“부패하고 타락한 정권에 맞서 모두가 손잡자”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님 http://mag-mkyd21.tistory.com/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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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만나다

국정원의 불법해킹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수그러들고 있는 시점에 민족문제연구소 임 헌영 소장님을 만나 보았다. 소장님은 이번 국정원의 불법해킹 사건을 포함해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소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장님에게 선생님에게 국가권력, 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한 다양한 이야 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역사연구가이자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임 소장님에게 1000만을 돌파한,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보았다.

본 : 안녕하세요. 대체로 저희 회원들이 소장

고해 보시면 좋겠네요.

님을 알고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 네.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저희 단체에 서 매달 소식지를 내는데, 선생님들의 살아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이하 임) : 제 고

셨던 이야기를 들으며 젊은 친구들이 따라 배

향은 경상북도 의성이고, 제가 20살 때 처음

워보고자 하는 꼭지(코너)가 있습니다. 선생님

서울에 올라왔어요. 올라올 때부터 지금까지

이야기를 좀 듣고 싶어서요. 선생님께서 활동

서울에 살고 있으니깐 서울 놈이 다 돼버렸죠.

해 오셨던 이야기, 전체가 아니라도 소개해 주

내 전공은 국어국문학이고 내 본업, 말하자면

고 싶으신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직업은 문학평론가고, 문학을 하다보니깐 역 사에 관심을 가져서 역사문제 연구소 창립 멤

임 : 나이가 벌써 칠십 넘은 사람들은 이야기

버였고, 또 지금은 민족문제 연구소 소장을 맡

가 소설 책 한 권은 되기 때문에 다할 수는 없

고 있습니다. 저서는 여러 가지가 있으니깐 참

고……. 대충 내 경력은 고향에서 고등학교 까

79


스승을 만나다

지 나왔고, 옛날 구제 사범학교를 나와 안동사 범에서 초등학교 교직생활을 2년 하다가 그만 두고, 서울 올라와서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 과 대학원을 나왔습니다. 신문기자도 했고, 대 학에서 주로 강의를 하다가 박정희 독재 밑에 서 두 번 징역살이를 했습니다. (징역살이를) 두 번 하고 나와서 여러 가지 사회운동과 문학 평론 활동으로 연구와 실천을 함께 하며 지금 까지 왔습니다. 해온 것을 뭐 일일이 다 열거 하려면 끝이 없으니깐……. 본 : 연구 활동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대표 적인 저서는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임 : 책 중에서 젊은 사람들이 읽기 좋은 책 으로 리영희 선생과 대화한 것이 있습니다. 책 제목이 『대화』 입니다. 거기는 한국 근현대 사가 축약적으로, 그 책만 한번 통독을 하면

본 : 지금까지도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으로 있

한국 근현대사를 다 알 수가 있어요. 그 외 내

으시면서 활발한 사회운동을 하고 있으신데

책은 전부다 문학전문서적입니다. 다 평론이

요, 그 이유나 원동력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

기 때문에 골치 아파요. 『대화』를 꼭 읽어

을까요?

주셨으면 좋겠어요. 임 : 내가 중학교 때부터 남달리 사회문제에

80


스승을 만나다

관심이 많았어요. 가족적인 구성의 문제도 있

임 : 건강이 허락하니깐. 우리 같은 영감도 가

고. 우리집안이 6.25 때 희생을 당한 집안입니

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고, 체력

다. 아버지, 삼촌, 오촌 뭐 전부 희생되거나 혹

이 허용하는 안에서는 그렇게 활동을 하고 있

은 납월북 되거나 했어요. 내가 초등학교 4학

습니다.

년 때 6.25를 겪었는데, 그 전쟁의 비참함 그 리고 그 전쟁 속에서 일시에 10촌 내 집안이

본 : 이번 호의 주된 주제는 국정원 해킹사건

모두 허물어진 …… 그렇게 참담했어요. 그러

인데요, 이번 국정원의 불법해킹사건을 어떻

니깐 저절로 역사, 민족, 이런 문제에 관심을

게 보고 있으신 가요?

가졌죠. 전공은 문학 전공이지만 역사에 계속 관심을 가졌고, 문학을 통해서 역사를 보는 노

임 :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문제제기들을 다했

력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깐 저절로

는데, 뭉뚱그려서 한마디 만 하면은 역사상 국

사회활동하면서 각종 사회운동에 뛰어들게 되

가권력이 저지른 범죄들, 국가권력이 저지른

었고, 두 번이나 투옥을 당하게 되고, 그러니

범죄는 진상을 밝히기가 아주 어려워요. 세계

깐 더 예민해지고, 과거의 경험 때문에 훨씬

역사를 보면 진상조사위원회가 엄청나게 만

더 현실을 주의 깊게 보게 되었어요. 두 번 징

들어지는데 진상조사위원회가 만들어져서 진

역살고 1983년 8.15 특사로 나왔는데, 그 뒤

상을 밝힌 사건이 한건도 없어요. 가까이로는

에 역사문제 연구소 창립할 때 같이 했지요.

미국의 케네디 암살부터 멀리로는 링컨 암살

인터넷 쳐보면 나와요.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까지 그 수사력이 막강한 미국조차도 못 밝혔

2000년대 들어서 민족문제 연구소 소장이 되

어요. 권력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 그것

고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을 좀 인식해야합니다. 이것이 첫째고, 두 번 째는 현대과학기술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

본 :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데요,

잖아요.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하거든요. 보통

그 원동력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소설가의 상상력도 초월해요. 현대과학기술이 81


스승을 만나다

라는 게 너무나 발달해 가지고, 뭐 그야 말로

요. 증거도 못 잡잖아요. 못 잡을 거예요. 못 잡

도둑놈을 천사로 만들 수도 있고, 천사를 도둑

도록 해 놨겠죠. 기술이라는 게. 그렇기 때문

으로 만들 수도 있고, 증거를 얼마든지 될(만

에 진상조사하면 좀 낳겠지만 해도 안 나와요.

들어 낼) 수 있고. 그러면 그런 국가권력과 현

결론은 뭐냐. 들어난 이 사실만으로도 그전 같

대과학기술이 합쳐져서 그걸 운영하는 주체

으면, 우리나라가 1990년대만 돼도 이런 문제

가 사악한 권력일 때를 상상해 보세요. 그 산

가 터지면 국민들이 가만히 안 있습니다. 학생

물이죠. 사실 도청, 이것이 들어난 게 이정도

들도 가만히 안 있어요. 왜냐, 모든 국민이 피

지 언제부터 했는지, 어떻게 한 건지 모르잖아

해자입니다. 정말 도청했든 안했든 관계없어 요. 안 해도 가상의 피해자고, 해도 피해자입 니다. 했냐 안했냐 말할 필요도 없어요. 그런 기계(해킹 프로그램)를 가지고 왔다는 건 사실 이잖아요. 그러면 지금 국민을 대상으로 했다 안했다하는 건 말이 안돼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전 국민 이 피해자가 됩니다. 내 생활이 다 밝혀진다. 그래도 사람들이 가만히 있어요. 나는 그래서 두 번 놀랐어요. 한 국가를 대표하는 정보기관 이 그런 걸 했다는데 한 번 놀라고, 두 번째 놀 란 건 그래도 가만히 있어요 국민들이. 그래 서 한 번 더 놀랐어요. 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죄를 안 짓고 살까? 얼마나 결백하면 수사기관이 자기 걸 다 도청하고 해도 ‘나는 괜찮아 깨끗하니까’ 그래서 조용한가?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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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만나다

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들은 다, 기

야당이나 진보진영이 현 사안에 대해 어떤 방

독교식으로 말하면 원 죄인이야. 특히 우리나

향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지 조언을 해주시거

라 같은 사회정의가 없는 나라에서는 거짓말

나, 생각하시는 구상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

이나 죄를 짓지 않고는 직장생활을 하루도 할

요. 꼭 국정원 사건에 한정짓진 않으셔도 될

수 없는 나라란 말이에요. 그런데 자기가 죄를

것 같습니다.

짓고 그것이 다 들통 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 떻게 가만히 있을까? 연구과제에요. 가상으로

임 : 그게요, 우선은 정치에서 야당, 그리고 제

대답을 해보면, 아 지금도 권력이 이만큼 무섭

야세력, 시민운동단체, 진보세력 다 합쳐서 전

긴 무섭다. 그런게 하나 있고. 두 번째는 아무

부 연대책임입니다. 요새 보면 제일 우스운 게

리 해봤자 안 된다. 체념이 있을 수 있고.

일부 야당 정치인들이 자기는 잘났고 야당은

어쨌거나 가만히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잘못했다고 하는 게 제일 우스워요. 그런 코미

나라가 앞으로 큰일이구나. 이런 일이 터져도

디가 없어요. 그런 코미디를 하면서도 그걸 지

국민들이 가만히 있고, 학생들이 가만히 있고,

지하는 국민들이 또 있어요. 상당히 비판의식

지식인이 가만히 있다면 앞으로 국가권력이

이 있다는, 시민운동을 한다는 사람들도 그런

얼마나 더 사악해 질까하는 걸 상상하니까, 이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하는 것도 코미디에요.

사건을 지금 이렇게 다뤄선 안 되고, 정말로

왜 코미디냐, 이미 이명박 정권에 의해서 우

모든 학문적으로 깊이 다뤄야 할 사건이 아닌

리나라가 얼마나 망가졌냐 이거야. 그렇게 망

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가질 동안에 우리가 뭐했느냐, 나부터. 어떻게 그걸 보고, 어떻게 강을 저렇게 파헤치고, 국

본 : 이어서요, 정치권도 대응을 잘 못하는 것

토를, 우리가 사는 땅을 파괴하는 저런 행위를

같고, 진보진영도 그렇게 대응을 잘하고 있는

보고 가만히 있었나. 반성되지 않아요? 그런

것처럼 보이지 않고, 말씀하신 것처럼 학생들

데 나는 비판했는데 정부가 말을 안 들었다?

이 들고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정치권, 특히

왜 말을 안 듣게 했냐 말이야. 전체가 반성해 83


스승을 만나다

야 된다는 생각이고, 그러면 “이런 정권은 들

가도 아닙니다. 마치 자신이 속한 집단은 아

어서지 않아야 한다.” 그런 의식으로, 하나의

주 옳은데, 내가 속하지 않은 다른 집단은 나

의식으로 합쳐져야 하는데, 그래도 안 합쳐지

쁘고 투쟁도 할 줄 모르고, 뭐 지지부진이다,

거든요. 또 세력이 나눠진다 말이에요. 이건

과연 그럴까? 나는 그렇게 안 봐요. 내가 보니

이유가 없어요. 이유여야를 불문하고 우리 전

까, 어떤 단체는 잘 싸운다고 하는데, 내가 보

체의 공동 연대책임이고, ‘딴 사람은 다 틀려

기에는 흡족한 단체는 하나도 없어요. 다 50

도 나는 잘났다’, ‘내가 국회의원 되면 잘한

보 100보지. 그런 입장에서 힘을 하나로 모을

다’, ‘내가 야당 당수 되면 잘 할 자신 있다’

생각은 (하지 않고) 꼭 상대편을 그것도 동지

그런 거짓말, 사기는 제발 치지 말았으면 좋겠

를, 반독재운동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비판하

어요. 이미 다 검증 됐습니다. 지금 야당 욕하

면서 자기가 그걸 딛고, 같은 동지를 짓밝고

는 사람에게 내가 반문할께요. 나는 야당 지지

올라서려고 하는 이런 야비한 생각을 가진 것

하지도 않아요. 그러나 “당신 과연 야당 욕할

이 전체 비판세력들, 그동안의 진보세력도 마

자격 있느냐”, “당신 국회의원 시켜주면 지금

찬가지로 가지고 있는 일발적인 정서 아니냐 (

야당만큼 싸울 수 있느냐?” 나는 못할 것 같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패하고 타락한 정권이

아요.

야권 분열과 이미지 하락과 서로 불신과 갈등

한계가 있지만 싸워주면 지지해 줘야 하는데,

이걸 조장하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겠어요. 그

싸우고 욕먹고, 싸우고 욕먹고……. 그럼 결

렇게 했는데, 왜 거기에 놀아나서, 반독재, 민

국은 국민들에게 야당에 대한, 야권 전체에 대

주화운동, 통일운동 한 사람끼리 그렇게…….

한 불신임이 되거든요. 야당을 욕하는 건 지금

뭐가 그렇게 달라요? 다른 점 뭐가 있습니까?

제1야당만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야권 전체에

얼마나 잘났어요? 잘났으면 날 좀 설득해 봐

대한 비판을 하는 거예요. 쉽게 말해 누워 침

요. 참 외치고 싶어요. 정말 시민단체들이 모

뱉기에요. 그런 의식이 없는 한에는 그건 진정

여가지고 열흘 밤을 함께 새더라도, 목에서 피

한 야인, 비판적인 정치인도, 지식인도, 운동

가 날 정도로 고함을 치면서 토론을 하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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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만나다

서 어떤 결론을 내지 않는 한에는 한국의 민주

결국은 그만이야.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자,

화라는 것이 참 힘들지 않느냐. 누구에 의해서

만들면 뭐가 나올 것 같죠. 안 나와요. 잘못하

힘들어 지느냐? 똑똑한 사람들에 의해서, 민

면 합리화 해줘요. 그런 걸 하지말자는 얘기

주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민주주의가

냐?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런 투쟁은 투쟁대로

점점 파괴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들 패

하되, 어떤 계기가 왔을 때 ……. 가장 중요한

거리가 모여서 단체 만들고, 자기 좋아하는 사

건 뭐냐, 현대과학기술이 너무나 교묘하게 탄

람들끼리 뭉치면서, 상대가 그러면 막 욕을 하

압에 이용되고 있는 시대에는 거의 혁명이 불

고, 이게 문젭니다.

가능 합니다. 그럼 결국 올바른 권력을 세우는

그래서 지금은 민주주의 의식도, 민족의식도,

방법은 선거밖에 없어요. 모든 게 선거로 연결

국가의식도, 국민에 대한 봉사의식도 전혀 없

됩니다. 올바른 정권이 들어서서 국가적 차원

는 파렴치한 정권, 몰염치한 정권, 거기에 반

에서 사회정의를 세우겠다고 하지 않는 한에

대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품을 수 있는 아주

는, 어떤 범죄도 그 진상이 밝혀지지 않아요.

편안한 마음가짐, 아주 보통, 지극히 초보적

국가가 나서도 밝혀질까 말까에요. 그만큼 정

인 민주주의 의식을 가진 사람이면 다 설득할

치권력이 저지른 범죄는 교묘하고, 다면적이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다 하나로 손잡고

고 숨기기 좋도록 해 놨다 말이에요. 그렇다

언제든지 반갑게 악수하고, 포응을 할 수 있

고 오해하면 안돼요.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 위

는 그런 분위기를 안 만들면, 지금 이런 투쟁

원회 그런 건 물론 해야한다 생각하고, 당연히

이요, 무의해요. 내가 거듭 말하지만 진상조사

더 깊이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원칙적

위원회 하나도 안 밝혀집니다. 내가 예언을 해

으로 말하자면 이런 건 하되, 사안이 생기면

요. 단언을 할께요. 그동안 뭐 밝혀졌어요. 하

투쟁도 하되, 가장 중요한 계기, 선거에서 국

나도 못 밝혀요.

가권력을 바꾸지 않으면 그 다음 정권은 더 사

결국은 지금 시민단체나 진보진영이 하는 일

악해 질 거예요. 왜? 지금까지 저지른 범죄를

이, 어떤 일이나면 막 규탄만하도 그칩니다.

또 덮어야 된다 말이죠. 지나간 정권의 범죄를 85


스승을 만나다

덮기 위해선 새로운 범죄가 또 나와야 해요.

데요, 관련해서 선생님께서 고민하시는 건 야

그러면 위기도 더 만들어야 해요. 남북위기도

권단일화이신 건가요?

더 심하게 만들어야 해요. 국가범죄는 더 악랄 하면서 교묘하면서 더 심해지고, 빈도수도 더

임 : 그건 우리 같은 비정치인이 할 수는 없

많아지고. 자꾸 이런 요소가 반복 된다 말이에

죠. 정치인이 해야 하는 건데, 우리 같은 시민

요. 그 때에는 시위만 하다가, 선거 때는 또 사

운동하거나 역사를 밝히는 사람들은 그 원칙

우고. “시위 때 너 나왔느냐”, “우리만 시위했

을, 민주화를 위한 원칙, 통일을 위한 원칙, 역

지 너 뭐했느냐” 이런 비난도 하고. 단일화 하

사발전 원리 등을 부단히 알려줘서 정치하는

자하면 “저 사람 시위 때 한 번도 안 나왔다”,

사람들이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야 한

뭐 그러면 선거에 패배하죠. 뻔할 뻔자죠. 후

다는 거죠.

보를 한사람 낸 쪽과 두, 세 명 낸 쪽이 싸우면 한사람 낸 쪽이 반드시 승리하게 되어있죠. 그

본 : 조금 엉뚱한 질문이긴 한데요, 인터뷰 질

건 유치원생만 되어도 아는 수학 아닙니까. 선

문을 준비하면서 생각이 났습니다. 선생님은

거에 패배하고, 또 악랄한 정권이 들어서면 그

영화 <암살>을 보셨나요? 보셨다면 감상평을

밑에서 투쟁을 해. 뭐냐 이거야. 왜 우리가 평

좀 듣고 싶습니다. 관련해서 해 주고 싶으신

생을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합니까. 내가 70년

이야기가 있다면 해 주시구요.

넘게 살아보니까, 이렇게 간단한 진리를 왜 모 르고 계속 이렇게만 살아왔느냐 말이지. 그래

임 : 일단 영화는 예술이기 때문에 영화미학

서 “지금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망치는 건 민

적으로 잘 되어야 합니다. 내가 볼 때 이 영화

주주의 운동권 세력이 잘못하고 있는거다” 이

는 미학적으로 아주 잘되었어요. 그니까 어떤

렇게 가감하게 말하지 않으면 반성을 안해요.

생각을 담았냐와 관계없이 영화를 볼 줄 아 는 사람들은 다 이 영화를 봐야한다고 생각합

본 : 내년이면 총선이 있고, 대선도 다가오는 86

니다. 영화미학적으로 아주 잘 된 영화다, 그


스승을 만나다

걸 첫째로 강조하고 싶고, 두 번째로는 기본적

지라는 말이에요. 그게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으로 깔려있는 주제가 자기의 더러운 욕망을

많죠. 이런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식민지하에

만족시키기 위해서 가족도 버린다는 겁니다.

서 그렇게 추악했던 욕망이 식민지 통치가 끝

가족도 버리는 자기 개인의 추악한 욕망, 그

나고 독립이 되었다고 말하는 나라에서 그것

게 친일이었거든요. 국가와 민족을 배신하고

보다 더 진화해서 나타난 것이 현대, 바로 오

라도, 내 욕망을 채우겠다고 해서 자기 아내와

늘의 우리사회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영

딸도 죽여야겠다는 게 그 (친일파) 남자 아버

화가 단순히 옛날이야기가 아니고, “저런 인간

87


스승을 만나다

하고 바로 우리가 같이 살고 있구나”, “저보

적인 우파는 저도 존경해요. 우파는 민족을 버

다 더 악랄한 인간하고 우리가 함께 살고 있구

리지 않아요. 가족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거를

나” 그걸 이 영화보고 여러분들이 느껴달라는

지키기 위해서 투쟁하는 거지. 가족을 버린다

거예요. 옛날얘기 아닙니다. 지금얘기거든요.

는 것은 그건 범죄 집단이죠.

지금 똑같아요. 더 진화했단 말이야. 악랄함이. 식민지 통치 때의 그 악랄한 통치기술과 수탈

본 : <암살>을 이렇게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

기술이 지금 오히려 더 드러나지 않게끔 악랄

이 드네요. 끝으로 저희 회원들에게 한 말씀

하게 되어 있는거죠. 보통사람들이 눈치 못 채

부탁드립니다. 저희 단체가 30대가 많은데요,

게, 그걸 이제 느껴야 하는 거고.

청년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는 생각으로 해

그 다음으로요, 이런 것(개인의 욕망을 위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학생들도 선생님 인

국가와 가족을 버리는 악랄함)을요, 언론들이

터뷰를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구요.

나 많은 사람들이 우파라고 지칭을 해요. 우파 가 아닙니다. 원래 세계정치사에 나타나는 우

임 : 나는 젊은 사람들의 실업문제 같은 건, 좀

파의 가장 중요한 기본 가치관이 뭡니까. 가

냉혹하게 말하면 젊은 사람들 자기 책임이다

족입니다. 그렇잖아요. 가족, 혈연, 핏줄, 조국,

고 봐요. 자기 책임이에요, 냉혹하게 말하면.

국가, 민족 이게 우파의 기본 가치관입니다.

왜냐면은 투표율이 제일 낮은게 젊은 사람들

그렇죠. 진보세력들은 국제연대, 뭐 그렇거든

이에요. 일베도 젊은 사람들이 다 해. 그러면

요. 그러면 우파가 아니에요. 범죄 집단이야.

젊은 사람들이 자기 살기위해서 뭘 했느냐, 아

범죄적인간이야. 그런 사람들은 자기 욕망과

무것도 안했다는 얘기에요. 한마디로 간추려

자기 머릿속에 정착된 가치관을 버릴 수가 없

이야기하면, 젊은이들이 취업걱정 하지요, 취

어요. 이 <암살>이라는 영화를 보고 여러분들

업을 누가 시켜줍니까? 그 사회가 시켜주잖아

이 “아 우리가 저런 사람들의 지배를 받고 있

요. 그럼 그 사회를 만드는 건 누굽니까? 국

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면 (돼요). 정말로 양심

가권력이에요. 이를테면 대학입시 정책을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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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만나다

정하는 것, 등록금을 결정하는 것, 어떻게 취 업을 시키는 지, 취업하면 그 회사가 민주적인 직장이냐 아니냐 하는 기업윤리 문화문제, 명 예퇴직이나 강제퇴직 문제, 노동조합 문제, 실 직자가 됐을 때 밥을 굶어야 하는가, 어떻게 재취업시키는가 하는 문제, 결혼해서 아기 교 육문제, 육아문제, 늙어서 노인문제 이걸 결정 하는 건 누굽니까? 자기 자신이 하나? 국가, 국가권력이잖아요. 그럼 국가권력은 누가 좌 우합니까. 국민의 선거에 의해서 하잖아요. 선 거에 의해서 당선된 한 사람이 그걸 다 결정한 다. 그게 현실이에요. 그러면, “나는 정치에 관 계없어”, 그렇게 말하는 그 자체가 정치행위입 니다. 독재자를 옹호하는 정치행위를 하고 있 는 겁니다. “나는 뭐 야당도 싫고 여당도 싫고 다 싫어”, 그게 여러분들이 독재에 협조하는 거예요. 독재정권, 악랄한 정권, 여러분들 취직

국가에서 대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런 생각

안 되게 하는 정권에 여러분들이 투표하는 거

하는 정치가를 찍으란 말이죠.

예요. 여러분들이 생각을 똑바로 해야해요. 나

결국 우리의 운명은, 여러분들의 운명은 투표

는 독재가 좋아. 그럼 독재 찍으세요. 나는 등

에 달려있어요. 그거를 느끼지 않거든요. 안

록금 비쌀수록 좋아. 그럼 독재 찍어요. 취직

느끼면 그건 여러분들 잘못입니다. 점점 더 현

안돼도 좋아. 독재 찍으세요. 그럼 여러분들이

대인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정치입니다. 예

취직하고 싶다, 장가가고 싶다, 아이들 교육비

를 들면 전쟁을 하면 여러분들 집안이 편안하 89


게 견딜 수 있을까요? 전쟁 속에서도 취직했 다고 그 직장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안되잖 아요. 그럼 전쟁을 여러분들 마음대로 하고 안 하고 선택할 수 있습니까? 국가가 전쟁 일으 켜서 전투에 나가라고 하면 나가서 싸우다가 운 나쁘면 죽을 수도 있고 운 좋으면 부상당 해서 살 수도 있고 그런거죠. 그럼 그걸 결정 하는 건 누구에요. 정치에요. “나는 정치하고 상관없다.” 대단히 위험한 독재적인 발상이고, 나는 지금 젊은이들이 취직 공부하는 것보다 도 그냥 사회운동하는 것이 훨씬 더 취직하는 데 빠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실지로 그래요.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기본적 으로 먹고사는 문제는 다 국가가 해줘야 합니 다. 국가가 돈이 없다, 그건 거짓말입니다. 다 만 다른데 엉뚱한데 쓸 뿐이에요. 여러분들이 눈을 똑바로 뜨고, 제대로 된 신문을 제대로 좀 보시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분 들 운명을 스스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서 개척해나갔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본 :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90

“부패하고 타락한 정권에 맞서 모두가 손잡자”

스승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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