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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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본; 12월 2014 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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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월간

본;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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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

발행일

2014년 12월 1일 (10호)

블로그

http://mag-mkyd21.tistory.com

문의

mag.mkyd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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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무기

인권을 보호하려다 인권을 파괴할 수 있다

X밴드 레이더, 얼마나 대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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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통해 시대를 읽는다

미래의 거울, 역사

동아시아 역사칼럼①

스승을 만나다

권오창 선생님 근황 인터뷰

‘순교1호’ 선교사의 두 얼굴

우리가 미래다

이달의 역사

내 생애 가장 특별했던, 삐라 막는 평화농활

진짜 내란을 살펴보다 - 12.12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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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국내경제

농업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세계경제

‘D’의 공포에 빠진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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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예술, 그 본질적 가치

프랑스 혁명의 전조,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 발사


시선집중

2014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달려가는 시간이 잡을 수 없이 빨리 가고 있지요. 비 울 것은 비우고 채울 것은 채워야할 때입니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마음을 다스리 는 12월이 되시길 바랍니다. 한 해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가슴이 아픈일은 세월호 참사로 우리 아이들이 떠나간 일이겠지요.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낸 그 자리엔 계속해 서 상채기가 나고 있습니다. 농사를 못짓겠다는 농민, 노후를 빼앗겨버린 공무원, 밥 먹을 권리도 없는 아이들, 과연 어디까지 갈까요. 시선을 조금 넓혀서 한반도 주변 정국은 널을 뛰고 있습니다. 약간 좋을거라 기 대하면 여지없이 깨져나갑니다. 글로벌 호구 대한민국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입니 다. 혼돈은 새로운 빛을 향한 과정일까요. 2015년에는 밝은 서광이 비추기를 기 대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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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http://mag-mkyd21.tistory.com/107

인권을 보호하려다 인권을 파괴할 수 있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가 18일(현지시각)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북한 내 인권침해를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유엔 안전 보장이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북한은 2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번 결의안 통과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최고표현이며 새로운 핵실험을 하겠다고 반발했다. 4


시선집중

유엔에서 개별 국가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

를 지원하는 법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남북관

재판소에 회부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한

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

것은 사상 처음이다. 표결에는 185개 회원국

이고 있다.

이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19개 나라가 반대했 다.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쿠바, 이란,

물론 이번 결의안 통과로 북한 지도부가 국제

베네수엘라, 이집트, 베트남, 벨라루스, 볼리

형사재판소에 제소될 가능성은 낮다. 유엔 총

비아, 미얀마, 오만, 수단, 시리아, 우즈베키스

회 결의안은 강제성이 없으며, 안보리 상임이

탄, 짐바브웨, 스리랑카, 라오스, 에콰도르 등

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

이다. 대부분 나라들이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

문에 유엔 안보리에 상정되기도 어렵다. 상정

은 나라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표결의 성격을

돼도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짐작할 수 있다. 또 미국의 눈치를 보는 55개

어쨌든 북한이 심각한 인권 유린국이라는 이

의 제3세계 국가들은 기권했다.

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국내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1일 국

인권문제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다. 인권이란

제민주연합 당수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한 인

개념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으며, 인권 문제가

권이 최악이라며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

정치적으로 악용된다는 주장도 많다. 국제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결의

회나 주변국이 개입하는 것이 인권 신장에 도

안 통과를 계기로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통

움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으며, 모든 나라

과시키기 위한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야

가 인권을 완벽하게 보장하지 못하는데 특정

당들은 북한인권법이 자칫 대북전단살포 단체

국가만 문제 삼는 것도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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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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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다.

거꾸로 만약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박근혜 정부

미국은 대량살상무기와 함께 후세인 정권의

가 국민들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집회를 탄압

독재통치를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하는 등 인권을 유린하고 있으니 제재를 가해

이웃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하면 이라

야 한다’고 유엔에서 주장한다면, 그리고 이런

크는 훨씬 민주화된 나라였다. 사우디아라비

주장이 받아들여져 유엔 총회에서 결의안이

아는 아직 전제왕정국 아닌가. 그래서 결국 지

통과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금 이라크의 민주화나 인권은 얼마나 신장됐

우리 국민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아무

을까? 인권은커녕 생존권도 박탈당한 상황이

리 현 정부가 싫어도 일본의 의도가 뻔히 보이

지금의 현실이다.

는데 마냥 환영할 수 있을까?▒


사람을 통해 시대를 읽는다

스·승·을·만·나·다

근황 인터뷰

권오창 선생님 http://mag-mkyd21.tistory.com/108

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으셨던 권오창 선생님께서 다시금 건강을 되찾으시고 ‘전국순회 통일이야기 토크콘서트’ 서울 행사장을 찾아 주셨습니다. 선생님과의 짧은 인터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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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통해 시대를 읽는다

본 기자(이하 본) : 선생님 이제 건강은 좀 괜

의 대열에서 벗어났지. 그런데도 왼쪽 팔과 다

찮으신지요.

리에 힘이 없어서 자꾸 쓰러지고. 의사 말은 운 동으로 극복을 해야된대. 그래서 계속 운동하

권오창(이하 권) : 응, 최근에 건강이 좀 안 좋

고 해서 요새는 많이 괜찮아졌어. 그동안 참.

았다가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

걱정할까봐 애들(회원들)한테 제대로 연락도

이 : 선생님께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다 들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권 : 그래. 지금 겉으론 멀쩡해도 아직도... (좀 안좋지) 지난 7월 4일날, 7.4 남북공동선언한 바로 그 날이지. 아침에 일어나니까 갑자기 다리에 힘 이 없어. 그러다 쓰러져버렸지 뭐. 일어나지도 못하고 나중에 일어나니까 뇌경색이래. 119로 중앙대 병원에 실려가서...처음엔 물을 마시라 그러는데 물이 안 넘어가. 그래서 음식을 못 먹 어서 코에 호스를 꽂고 일주일 동안이나 영양 제 죽같은거 받고 그랬는데 생각해 보니까 이 렇게 내가 죽어서 되겠는가. 다시 한 번 물을 마셔보자. 의사가 물을 마시면 합격이다 그래. 전력을 다해서 마셨어. 그래서 호스 빼고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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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고, 시골 갔다고 그러고. 지금은 80~90% 회복하고, 말도 정상으로 하고 그렇지. 본 : 그래도 지금은 건강해 보이셔서 정말 다 행이예요. 우리 회원들에게 당부의 이야기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권 : 내가 병을 회복해 가면서 뉴스같은 것을 보니까 자본주의가 말로에 왔다. 지금은 누구 도 이것은 극복할 장사가 없다 이거지.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는가. 미 국은 미국대로 일본도 일본대로 자본주의의 몰락에서 예외일 수 없고, 우리 한국도 결국 미국의 경제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그런 지경 에 와있거든. 그래서 동북아의 정세는 점점 더 남과 북의 대결을 넘어서 미국과 북한의 대결 을 넘어서 이제는 우리 민족 대 미국의 대결의


사람을 통해 시대를 읽는다

시대가 앞으로 이제 오게 될 것이다라고 봐요.

아직 거동은 조금 불편해 보이셨지만 우렁우

이런 정세 하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

렁한 목소리도 그대로이시고, 따뜻하고도 힘

해야 할 것인가 이런 문제가 오늘 우리 젊은

있게 손을 꽉 움켜쥐며 악수를 나누시던 기백

이들에게 (고민해봐야 할) 그런 사명이 아닌가

은 여전하셨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네. 본 : 네, 선생님 좋은 말씀 감사하고요. 앞으로 도 늘 건강하시길 바랄께요.

권오창 선생님께서 오래도록 건강하시기를 기 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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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통해 시대를 읽는다

우·리·가·미·래·다

내 생애 가장 특별했던, 삐라 막는 평화농활

한재현(대학생) http://mag-mkyd21.tistory.com/109

파주 주민들의 공공의적, 삐.라.살.포.

다’는 생각으로 농활을 준비했었다. 그런데 막 상 계획을 들여다보니 지난 10월 25일 삐라

사실 아는 선배로부터 이번 평화농활에 대해

살포 소동의 중심에 있었던 파주 주민들의 일

서 ‘대북삐라 살포를 저지하는 농활’이라고 전

손을 돕고 많은 분들이 삐라살포 문제 해결에

해 들었기에 순진한 나는 ‘이런 나쁜 놈들 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란다. 불타오른 나

그 짓거리를 하려고 해? 내가 가서 막아야겠

에게는 약간 김이 빠지는 얘기였지만 어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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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통해 시대를 읽는다

나 그곳 주민들이 삐라살포 문제와 더불어 남

소동을 경험하셔서 그런지 대부분의 시민들

북관계가 틀어져버린 지금의 상황에 대해 어

이 내용을 어느 정도는 아시는 것 같았고 특정

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였기에 경의선에

탈북자 단체에 대해서 거칠게 욕을 하시는 분

몸을 싣고 파주로 향했다.

도 있었다. 아무튼 여기서는 삐라살포라는 단 어가 어느 정도 공인된 ‘공공의 적’이라는 느

경의선 거의 끝자락에 위치한 금촌역에 내려

낌이 많이 들었다.

서자 곳곳에서 보이는 많은 군인들의 모습이 이곳이 접경지역이라는 것을 은근히 말해주고

삐라살포를 막는 그들만의 또 다른 이유

있었다. 마침 휴가를 나왔던 군인들이 부대로 복귀하는 시점이었던지라 역 앞에는 상당히

저녁 식사 후 진행된 파주 주민과의 대화에서

많은 수의 군인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그 속에

단순히 기사를 통해서만 삐라살포 문제를 접

서 먼저 모인 형님 세분과 함께 삐라살포의 부

했던 내가 알지 못했던 현지 주민들의 상황을

당함을 적나라하게, 어르신들이 보기 좋도록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삐라살포 문제는 단순

글씨도 큼직큼직하게 적힌 유인물을 들고 파

히 지역주민들에게 어제 오늘 갑자기 일어난

주 시민들과의 첫 만남을 하게 되었다. 삐라살포라고 큼직하게 적혀있는 유인물의 글 씨 때문인지 내가 내뱉는 ‘삐라살포’라는 말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많은 시민 분 들이 유인물을 받아들어 진지하게 읽어보며 가셨고 몇몇 분들은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 물 어보시기도 하셨다. 현지에서 직접 삐라살포 11


사람을 통해 시대를 읽는다

일이 아니라 2008년부터 늘상 있어왔던 고질

분명 목표는 같이하지만 동기는 다른 상황 속

적인 문제였다고 한다. 그 당시엔 그래도 경찰

에서 우리들이 지역 주민들과 그 차이를 좁히

이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막는 시늉이라도 했

고 함께 통일문제와 남북관계에 대한 고민을

었던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이

나눌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과

를 방관하고 급기야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며

제가 하나 주어진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번 농

대놓고 막지 않겠다고 하니 참다 참다 질린 나

활은 이 과제를 풀기위한 힌트를 얻어가는 과

머지 지역주민들이 직접 이를 막으러 나선 것

정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었다.

민통선을 넘어 해마루촌으로... 삐라살포를 저지하는데 행동으로 나서게 된 동기 또한 남다른 것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상

다음 날 아침 일찍 우리는 전날 미리 빌려놓

점운영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생업에 지장

은 승합차를 타고 민통선 안의 해마루촌이라

을 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았다. 남북

는 마을로 향했다. 마을의 집들과 마을회관의

대화를 가로막고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기 때

모습은 예상외로 깨끗하고 예뻤다. 잔디가 깔

문에 삐라살포를 반대하는 나의 입장과는 또

린 넉넉한 마당을 끼고 아늑해 보이는 집들이

다른, 정말 지역 주민이기에 순수하게 자신의

옹기종기 모여 있는 느낌은 흡사 잘사는 동네

문제로 여기고 행동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의 잘 꾸며진 집들의 모습이었다. 보통 사람들

그들에게 삐라살포는 남북관계 파탄이기 이전

이 언젠가 시골마을에 살게 된다면 이런 마을

에 지역 상권과 삶의 터전을 파탄내는 가장 큰

에서 살고 싶다고 그려볼만한 딱 그런 느낌의

재앙이었던 것이다.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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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통해 시대를 읽는다

하지만 이내 그러한 평온한 풍경 속에 숨어있 던 뭔가 좀 어색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 을 회관 옆에 있는 지하 대피소 입구와 마을 곳곳에 표시되어 있던 지뢰위험 표시였다. 평 온한 풍경 속에 마치 불청객처럼 끼어들어와 있는 그것들을 보고 있자니 확실히 내가 민통 선 안 접경지역에 들어와 있다는 현실이 가슴 을 무겁게 짓눌렀다.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총 소리 또한 정말 낯설고 섬뜩하게 귓속을 후비 고 지나갔다. 누구에 의해선지, 무엇을 향해서 인지 알 길이 없는 그 총소리들이 이곳 주민들

이 자아내는 모순들... 결국 민통선 너머의 땅

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것 같았다.

도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서글픈 현실감이 밀 려왔다.

자기 집 안방을 드나들듯 수시로 지나다니는 미군 차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쟤네들도 우리 처럼 신분증을 맡기고 들어왔을까? 라는 바보

풍선을 날리고 총탄이 오가도 마을 주민 들의 삶은 계속 된다

같은 의문이 떠올랐다. 이러한 모습들을, 장면 들을 곱씹고 되새겨보니 한국사회의 모습이

서글픈 생각도 잠시, 마을 이장님 댁을 비롯하

그대로 비쳐지는 듯했다. 비정상적인 것에 너

여 마을 주민들을 만나고 그분들이 일궈놓은

무나도 익숙해져버린 우리사회의 모습. 평화

밭들이며 수확된 작물들과 내년에 다시 열매

로운 풍경 속에 숨겨진 살벌하고 섬뜩한 것들

를 맺게 될 과수나무들을 보고 함께 땀 흘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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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통해 시대를 읽는다

일하니 이곳에서의 시간과 주민들의 삶은 그

서로의 의지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

누가 무슨 짓을 하든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

라는 막연한 확신이 들었다.

들이 아닐까? 막연하게나마 통일문제를 지역 주민들과 함께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은 느낌

그곳 땅을 지키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의 의

이었다.

지가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마다 새겨져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의지는 대북삐라 로도, 총탄으로도 감히 무너뜨릴 수 없는 숭고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찾아오기를 다짐 해보며...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바로 이 의 지가 지난번 삐라살포를 저지했던 그때의 마

해마루촌에서의 짧은 1박 2일간의 여정을 마

음들이었을 것이다.

치고 돌아오며 이곳에서의 경험을 많은 사람 들과 나누고 언젠가 다시 또 그들과 함께 찾아

몇 년에 한 번씩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지뢰

와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얼핏 보면 여느

사고에도, 언제 덮칠지 모르는 전쟁의 불안감

시골 농촌 마을과 다름없는 그 풍경들 속에서,

속에서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의연하게 지켜

젊은 사람들이 이런데까지 와서 일을 도와준

온 사람들... 그들과 꾸준히 함께하고 고민하며

다며 고마워하시고 진수성찬을 차려주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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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통해 시대를 읽는다

도 더 많이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하시는 어머

못할 것이다. 삐라 저지를 위한 우리들의 마

님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음은 조금씩 하나로 모이고 있다. 그 마음들 은 언젠가 거센 소용돌이가 되어 휘몰아쳐 나

마을을 나온 후 시장에서의 홍보활동에서 우

갈 것이다. 대북삐라와 더불어 한반도의 평화

리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시던 많은 파주

를 가로막는 그 모든 장애물들을 몰아내버리

시민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들 또한 잊지

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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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농업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http://mag-mkyd21.tistory.com/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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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전면 폐업 위기로 내몰린 한국 농업

의 FTA로 수입이 더 늘어나게 된다면, 이미 한 계에 봉착한 우리 농민들은 더 이상 자기 먹

2014년은 농업 폐업의 원년으로 기록될 판이

을 것 이외에 필요 이상의 농사를 이어갈 수

다. 박근혜 정권은 올 한해 쌀 시장을 전면 개

없게 된다.

방하고 한-중 FTA를 졸속적으로 잠정 타결하 더니 낙농업 강국 뉴질랜드와의 FTA도 타결

영세한 축산 농가는 아예 세계3대 낙농업 강

해버렸다. 여기에 기존에 타결되었던 호주, 캐

국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나다와의 FTA는 11월 14일 국회에서 비준안

들이 축산업을 포기하고 다른 작물로 옮기면

이 처리되어, 당장 올해부터 관세 장벽이 낮아

농산물의 가격 하락 압력은 더 거세질 것이다.

지기 시작한다. 두 나라 역시 낙농업이 발달한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만 늘어난다. 이

것으로 유명하다.

상황에서 농민들은 자신의 주업인 농업을 다 른 업종으로 바꾸고, 농사를 통해서는 겨우 자

일단 쌀 시장이 개방되면 국산 쌀은 값싼 수입

신이 먹을 정도의 식량만 생산하게 될 것이다.

쌀에 밀려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쌀농사

말 그대로 농사를 주업으로 삼는 전통적인 개

로 소득을 기대할 수 없게 된 농가들이 이미

념의 농민은 한국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며,

공급 초과 상태인 다른 밭작물로 농사를 짓기

도시인들은 국산 농산물을 어디가도 구하지

시작하면, 이들 작물로 가격 하락 사태가 걷잡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을 수 없이 번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국과 17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비교우위론’은 없다

기계 등 공산품을, 뉴질랜드는 목재, 낙농품, 육류 등을 주로 수출하는 상호보완적인 무역

어째서 한국 농업은 언제나 위기일까. 정부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기존 협상

발전 대책을 세운다고 하는데 도대체 농업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같은 결과는 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

히 주류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비교우위론’

가. 그것은 바로 정부 당국의 개념 없는 무역

에 따른 무역협상이 낳은 필연적 현상이다.

협상 때문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비교우위론’은 두 나 한국에서 무역협상하면 떠오르는 공식이 하나

라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 무역을 하면 두 나라

있다. 공산품 수출이 늘어나는 대신 농산물 수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아름다운 결과만 이

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2014년까지 타결된

야기할 뿐, 무역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는 결코

52개국 대상 FTA 타결 소식을 다시 살펴보자.

이야기하지 않는다.

협상을 통해 한국이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 는 품목은 자동차부품, 가전제품, 석유화학 관

비교우위론의 아름다운 결과는 현실에 존재하

련 제품이 주로 거론된다. 모두 국내 재벌이

지 않는다.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무역은 공정

주로 생산하는 공산품들이다. 대신 수입이 늘

한 세계질서가 확립되었을 때 가능하기 때문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농축산물 일색이다.

이다. 한국이 농업을 포기한 대신 공산품을 만 들어 전 세계에 공급하는 상황인데, 상대방이

산업통상자원부가 한-뉴질랜드 FTA 타결을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해 식량을 수출하지 않

설명하는 자료에서 “우리나라는 승용차, 철강,

는다면 어쩔 것인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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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품을 수입하지 못하면 생활이 조금 불편해질

유화학, 가전제품을 선택하여 집중 성장시키

뿐이지만, 농산물을 수입하지 못하면 사람 목

고 농업은 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 한국 재벌

숨이 위태로워진다. 게다가 공산품의 생산 조

은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된 반

절은 어느 정도 사람의 능력 범위 내에 있지

면, 농민들은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진

만, 농산물의 경우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자연

다는 일말의 직업적 자존심까지도 무너져 내

환경에 더 크게 의존한다. 그래서 농업과 공업

린 참담한 삶을 살게 되었다.

의 비교우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무역에서 아 름다운 결과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다.

식량주권 보장에 나선 인도와 중국

식량 의존으로 위기에 몰린 나라의 사례는 굉 장히 많다.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인 필리핀이

냉혹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 세계

쌀농사를 방기한 결과 2007년 세계적 흉년으

질서 속에서, 에너지, 자원의 의존은 무역 상

로 인해 대규모 식량 부족 사태를 겪었던 것

대방에게 약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식량

이 대표적 사례다. 만약 냉혹한 세계 질서 대

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식량은 가

신 서로 돕고 의지하는 질서가 있었더라면, 필

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자급률을 높이는

리핀도 심각한 식량난의 영향에서 빠르게 탈

것이 세계적 추세다.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인도가 국민에 대한 식량을 국가가 최소 비교우위론은 현실에서 이른바 ‘선택과 집중’

한도로 보장하겠다며 국민식량보장법을 제정

이라는 경제성장 전략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

한 사례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인도 정부는 종

라 한국은 재벌이 많이 생산하는 자동차, 석

전에 가지고 있던 공공분배제도를 통해 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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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밀의 할당량을 인도 전체 농촌인구의 75%와

그런데 식량자급률 20%에 불과한 한국은 여

전체 도시인구의 50%를 지원함으로써 전체

전히 농업을 자동차나 엘시디 수출과 맞바꾸

국민의 약 68%를 식량보장 대상에 포함시켰

는 협상전술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다. 이에 따라 인도의 14세 이하 어린이들에

어째서 한국 농업은 언제나 위기일까. 정부는

게 영유아급식 및 학교급식이 사실상 모두 무

발전 대책을 세운다고 하는데 도대체 농업이

상급식으로 전환되었다. 게다가 이 법은 ‘다른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

법률 또는 그러한 법률에 의해 발효된 수단과

가. 그것은 바로 정부 당국의 개념 없는 무역

상충하더라도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해 다른

협상 때문이다.

법률들이 식량보장법과 상충될 경우 식량보장 법을 최우선적으로 적용시킨다.

농업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식량자급률이 87%에 달하고 농산물 수출 강

흔히들 협상은 하나 주고 하나 받는 것이라

국인 중국이 식량안보정책을 국가 최우선과제

말한다. 그러면서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니만

로 삼은 것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중국은

큼 제조업 수출을 늘리고 농업을 내주는 것이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삼중전회(중국 공산

당연하다 말한다. 농업의 피해를 보전해주면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식량안보정책을

서 말이다.

처음 우선순위에 포함한 이후 12월 경제공작 회의에서 첫 번째 우선과제로 채택했다. 중국

물론 무역 피해가 발생하면 보전해주면 그만

이 이와 같이 식량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농산물

시작한 이유는 자국 내 식량 수요 증가 속도가

개방에 반대하는 이유는 단지 농민이 피해를

빠르고, 식량 수입이 지나치게 미국으로 집중

입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농업이 결코

되어 있기 때문이다.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20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D’의 공포에 빠진 세계경제 http://mag-mkyd21.tistory.com/110

보통 사람들은 물가가 오르는 것을 싫어한다.

고 한다. 쉽게 말해 물가가 급격히 상승한다

같은 물건을 더 비싸게 사야하니 당연한 말일

는 것을 말한다. 인플레이션과 반대되는 말로

것이다. 사고 싶은 물건을 못 살수도 있다. 집

‘디플레이션(deflation)’이란 것이 있다. 시중에

값처럼 꼭 필요한 물건의 가격이 너무 많이 오

유통되는 통화량이 줄어들어 물가가 떨어지고

르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사람들의 생활을 옥

돈의 가치가 올라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죄게 되기도 한다.

을 가리킨다. 즉, 물가가 너무 많이 떨어져 경

그렇다면 반대로 물가가 떨어지면 좋은 것일

제활동이 침체한다는 것이다.

까? 간단히 생각해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돈 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더 다양한 상품을 구

물가가 떨어지면 어떻게 경제가 침체하게 될

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까? 물가가 하락하면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하

경제 전체로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게 된다. 예를 들어 이전에 A라는 물건을 팔아 서 1,000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물가가 떨어진

디플레이션(deflation)이란

국면에서는 이전과 같은 물건을 팔아도 700원 의 매출밖에 올릴 수 없다. 기업이익이 줄어들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

수밖에 없고, 상황이 심각하면 파산하는 기업

르는 현상을 보통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

도 나오게 된다. 21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출처 : 한겨레

있는 것이 이득이다. 물건을 만들어도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기업 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경기는 침체하게 된다. 만들어 낸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상품 을 사려고 하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것이 고 그 결과 물가는 더욱 하락하게 된다. 악순 환의 덫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라 할 수 있다. 물건을 팔아도 적정한 이득을 올리지 못한다 면 기업은 생산을 줄이거나 노동자의 임금을

반대로 경기가 활성화되고 그로 인해 시중에

삭감하고, 정리해고를 할 것이다. 그 결과 돈

돈이 많이 유통되면 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을 벌지 않는 실업자가 늘어나게 되면 사회 전

떨어지고 적당한 물가상승률이 뒤따르게 된

체적으로 소비여력이 떨어지게 된다. 나아가

다. 물론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르는 것은 좋지

사람들이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않다. 따라서 보통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그 나

판단하면 당장에 소비를 하려하지 않는다. 오

라 경제에 적당한 물가상승률 기준을 정해놓

늘 10,000원 하던 것이 내일 8,000원으로 떨

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사람들은 오늘 그 물

경우 2013~2015년 중 물가안정목표를 소비

건을 사려하지 않고 소비를 미룰 것이다. 또한

자물가상승률(전년 동기대비) 기준 2.5~3.5%

물가가 떨어진다는 것은 반대로 돈의 가치가

로 설정하고 있다(※물론 이 수준이 적당한지

오른다는 것이니 돈을 쓰지 않고 현금을 들고

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22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세계경제

비자물가에 반영이 되는 생산자물가는 32개 월째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인도 역시 9월 물가

현재 세계경제는 위와 같은 디플레이션 압력

상승률은 2.38%로 떨어졌다. 인도는 1년 전만

에 시달리고 있다. 유로지역(유로화 사용 18

해도 인플레가 10%대였다.

개국)의 경우 그 정도가 가장 심하다. 유럽중 앙은행(ECB)의 경우 물가상승률 2%를 목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

로 하고 있다. 하지만 유로지역 물가는 10월

을 뿌려댔지만 경기활성화는커녕 소비자물가

0.4% 오르는데 그쳤다. 목표치 2%는커녕 13

상승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개월 연속 1%를 밑돌았다. 영국은 올해 들어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역시 최소 2%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하고 있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져가고 있는 것은 일반

지만 1.7%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는 것도 버거

노동자, 서민들의 구매여력이 살아나고 있지

운 상황이다. 돈 풀기를 중단하고 기준금리 인

못하기 때문이다. 애시당초 빚이 많은 상태인

상이 본격화 되면 물가 하락압력은 더 커질 것

데다 소득 양극화로 인해 대중들의 구매력은

으로 보인다.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뿌렸 지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정체되어 있다.

신흥국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 경기과

사람들이 소비를 많이 하지 않으니 시장에 나

열로 소비자물가 급등을 걱정하던 중국의 9월

와 있는 상품들이 팔리지 않고 물가는 떨어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였다. 5년 사이 가

게 된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사람들

장 저조한 수치다. 2011년만 해도 중국의 소

은 소비를 미루고 현금을 가지고 있으려 하며,

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였다. 몇 개월 후 소

생산적 투자는 더욱 힘들어진다. 23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 유로지역의 물가상승률은 1% 미만에 머물고 있고 미국도 2%를 넘지 못하 고 있다. 일본은 아베정권이 무제한 적인 엔화살포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정책 을 폈지만 최근 들어 그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 자료 : 한국은행

디플레이션의 정치경제학

하지만 단순히 돈을 더 푼다고 해서 문제가 해 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풀린

현재 세계경제는 이러한 디플레이션 압력에

돈들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어간 것이 아니라

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를 적극 모색해야

금융부문으로 흘러들어가며 투기 등의 목적

하는 시기다.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돈을 더

에 사용되었다. 오히려 양극화가 심해지고 일

풀어 인위적인 물가상승을 유도해야 한다는

반 대중들의 구매력을 높이지 못했다. 실질적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본은 물가상승

인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늘어나고 소비가 활

률을 높이기 위해 여전히 천문학적인 돈을 뿌

성화 되어야 디플레이션 탈출이 가능하다. 부

려대고 있으며, 유로지역 역시 조만간 추가적

채를 탕감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이 더욱 필요

인 경기부양(돈 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시기다.

24


경제를 생각하는 시간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모든 현상이 그렇듯 디플레이션 역시 계급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은 빚 을 지고 있는 사람들의 부담을 더욱 증대시킨 다. 디플레이션이란 물가가 하락하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돈의 가치가 오른다는 것을 말한 다. 돈을 빌린 사람 입장에서는 향후 갚을 돈 의 가치가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플레

만 말이다.

이션 국면에서는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

따라서 금융자본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세력

득인데 매달 현금으로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들은 경제전체가 파탄날 지경이 아니라면 디

것도 손실이다.

플레이션 대응에 소극적일 수 있다. 디플레이

이 말은 반대로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들

션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제대로 알고 노동자,

은 이득을 본다는 것을 말한다. 당장 100만 원

서민을 위한 대책 수립이 될 수 있도록 힘써

을 1년간 빌려줬다고 해보자. 물가하락이 지

야 한다.

속적으로 나타난다면 1년 후 받을 100만 원 은 당장 빌려준 100만 원보다 그 가치가 더

한편 현재 한국경제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

욱 커져있을 것이다(편의상 이자지급은 제외

한 상황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빚이 많다는 것

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놀이를 하는 금융자

이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질수록 채무부담

본 입장에서는 디플레이션 국면이 나쁠 것이

이 늘어날 수 있다. 부채를 관리하고 사람들의

없다. 물론 디플레이션이 너무 심해 경제전체

실질소득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

가 파탄나는 일이 생기면 모두 피해를 보겠지

이 더욱 절실한 시기다. ▒

25


X밴드 레이더, 얼마나 대단한가?

세상의 모든 무기

1. X밴드 레이더란 무엇인가? 레이더(Radar)는 전자기파를 통해 대상물과 그 거리, 속도 등을 측정하는 장치이다. 레이 더는 특정방향으로 강한 전자기파를 발사한 다. 전자기파는 약하면 회절되어 사방으로 퍼 져나가지만 강한 전자기파는 물체에 맞으면 반사한다. 이때 반사되는 전자기파를 분석하 여 그 경로차를 통해 대상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장비가 레이더이다. 레이더의 성능은 일반적으로 전자기파의 특 성에 좌우된다. 고주파의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사하면 작은 물질에 의해서도 반사되어 높 은 해상도를 얻을 수 있지만 전자기파가 멀리

http://mag-mkyd21.tistory.com/112

까지 뻗어나가지 못하는 제한성이 발생한다. 반대로 저주파 전자기파는 매우 멀리까지 나 갈 수 있지만 해상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26


세상의 모든 무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밀한 레이더는 고주파 의 전자기파를 매우 강력하게 발사한다. 이를 테면 기상용 레이더는 C밴드(3.4~8GHz)에 해당하는 전자기파를 발사하는데 이는 구름 속의 빗방울이나 눈송이로부터 반사되는 반사 파의 전력 밀도를 측정하여 그 지점에서의 강 우량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X밴드 레이더는 C밴드보다 더 고주파인 (8~12GHz)에 해당하는 전자기파를 발사하 는 레이더를 말한다. 고주파에 해당하는 X밴 드 레이더는 목표물을 식별하는 고해상도 이

로 수송가능한 X밴드 레이더라고 한다. 고주

미지를 만드는데 쓰이게 된다.

파 전자파를 더 멀리까지 보내려면 그 장비가

집권할 미 행정부에게 폭탄을 떠넘겨주는 대

더욱 대형화될 수밖에 없다.

단히 이기적인 전략이다.

심지어 미국은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를 보유 하고 있는데 그 크기가 116m의 길이에 높이

2. X밴드 레이더와 MD

가 85m에 이르고 배수량이 50,000톤에 달하 는 거대한 크기를 갖는다.

이러한 X밴드 레이더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미국은 최근 이러한 X밴드 레이더를 일본에

심지어 X밴드 레이더는 경찰의 차량속도측정

배치해놓고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에도 사용된다고 한다.

발사초반부터 이를 정밀하게 추적해 미 본토

고고도 요격미사일체계(THAAD)에 사용되는

에 도달하기 전에 이를 요격한다는 계획을 세

FBX-T 레이더는 세계 최대의 지상 및 공중으

우고 있다. 27


세상의 모든 무기

3. X밴드 레이더의 적수 그렇다면 이러한 X밴드 레이더는 미국 이외 의 국가는 범접할 수 없는 첨단기술의 결정체 인가? 그렇지 않다. 레이더는 강한 전자기파를 발사 하는 특성상 상대방에게 그 위치를 쉽게 노출 시키는 단점이 있다. 장거리 정밀타격수단이 없다면 적이 레이더를 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얻어터져야 하지만 (중동국가들 이 그러하다.) 장거리 정밀타격수단이 있다면 레이더 기지를 먼저 공격하면 된다. 미국이 X 밴드 레이더를 일본에 갖다놓고 북한 탄도미 사일을 감시한다면 북한은 자기 영토 내 여러 곳에 레이더 탐지장비로 X밴드 레이더가 발사 하는 고주파 전자기파를 추적하면 X밴드 레이 더의 위치를 판별할 수 있다. 북한은 장거리 정밀타격수단의 정확성을 과 연 보장할 수 있는가? 그것이 어렵다면 핵 전 자기펄스로 레이더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28


세상의 모든 무기

강력한 EMP펄스는 우주공간에서 핵폭발을

나려면 핵탄두가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통해 가능하다. 북한이 미국의 X밴드 레이더

공격방식은 다양한 핵타격수단을 보유한 미국

를 교란시키기 위해 동북아시아 지역의 우주

이나 러시아, 중국 같은 공식적인 핵보유국들

공간에서 핵을 터뜨리면 어떻게 될까? 핵미사

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을 차례로 터뜨리며 전진해나가면 X밴드 레

그런데 북한은 2013년 3월 31일, 경제건설과

이더가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방사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으로 핵무력 증강을 선

능의 폭풍 속에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

언한 이후 꾸준히 핵증산에 나서고 있다고 추

다.

정된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해 북한

결과적으로 핵미사일은 현 시대 가장 강력한

이 핵 도미노 공격으로 맞서게 된다면 일본의

전략무기이다.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을 끌고

입장은 어떻게 될까? 지난 과거 히로시마, 나

들어오면 핵폭발을 통한 전자기펄스로 항공

가사키 원자탄 피폭에 이어 최근에 후쿠시마

모함 전단의 미사일 요격시스템을 마비시킨

방사능 유출까지 겪은 일본인데 이제 또 방사

후 핵탄두를 투하하면 항공모함 전단은 사라

능 피폭을 당해야 한다면 미-일 동맹도 심각

진다. 대규모 레이더 기지도 핵폭발을 통한 전

히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자기펄스로 레이더를 무력화시킨 다음 핵탄

야 원래 진주만기습으로 다져온 관계 아닌가.

두를 투하하면 정상적인 요격시스템은 가동

결국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거듭한다면 북한

될 수 없다. 이는 사실상 핵 도미노 공격이라

의 핵전력만 키워주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할 만하다.

오바마행정부의 책임적인 대북접근이 절실하

문제는 이렇게 순차적 핵 도미노 공격이 일어

다. ▒

29


미래의 거울, 역사

[연재] 동아시아 역사 ①

‘순교 1호’ 선교사의 두 얼굴 :: ’

로버트 토마스 목사와 1866년 제네럴 셔먼호 사건 http://mag-mkyd21.tistory.com/113

◀셔먼호의 통역을 자처했던 로버트 토마스 목사

▲토마스 목사를 기념하기 위해 평양에 세워졌다는 교회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유일한 순교자가 있습

진 대동강물을 마신 평양 성민들이 신앙에 감

니다. 한국 개신교계에서는 이 선교사의 순교

복되어 예수를 믿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로 평양이 조선에서 가장 처음으로 기독교를

로 한국 개신교의 역사에서 이 선교사는 매우

받아들인 도시가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선

중요한 인물로 추앙받고 있으며, 평양은 한국

교사가 전한 성경을 읽고, 선교사의 피가 뿌려

개신교회의 시원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30


미래의 거울, 역사

이 유명한 선교사의 이름은 로버트 토마스

1866년 9월, 그는 많은 양의 한문성경을 가지

(Robert J. Thomas)입니다. 그런데 이 토마스

고 한국 황해도 연안의 창린도에 도착합니다.

목사는 우리에게 근현대사의 첫 장면으로 잘

미국이나 기독교계 문헌에서는 당시 토마스가

알려진 제네럴 셔먼호 사건에 연루되어 있습

근 두 달 동안 이곳에 머무르며 열정적으로 선

니다. 무슨 까닭일까요? 영국 웨일즈 출신의

교활동을 펼쳤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

신학자였던 토마스는 왜 조선에서 죽게 되었

만 당시 조선 측 기록을 보면, 토마스는 권총

을까요. 그 사연을 한 번 들어봅시다.

과 철추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우리말로 ‘영길 리인(英吉利人:영국인)’이라 자칭하면서 한문

토마스 목사는 영국 웨일즈 지방에서 목사의

성경을 던지고 사라졌다고 되어있습니다.

아들로 태어나 런던에서 신학을 공부한 청년 이었습니다. 목회보다는 선교에 뜻을 둔 토마

사실 토마스 목사와 제네럴 셔먼호 사건에 대

스 목사는 런던 선교회의 파송을 받아 중국으

한 기록을 보면 이런 양측의 시각차이가 뚜렷

로 파견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중국에 도착

하게 드러납니다. 미국 측 기록은 셔먼호 사건

한 토마스는 현지의 선교회 책임자들과 사이

이 발생한 지 수개월 후 작성된 것들로, 병인

가 벌어져 선교를 그만두고 세관에 취직해 버

양요 때 종군했던 프랑스 신부들이나 셔먼호

립니다. 하지만 토마스는 열정적인 선교사였

의 수로 안내를 맡았던 중국 정크선 선장 등에

고, 조선에 이미 뿌리내린 천주교의 교세 확장

서 입수한 간접적인 정보들로 이루어져 있습

에 맞서 개신교를 시급히 전파해야겠다는 경

니다. 기독교 측 문헌 역시 토마스 목사의 죽

쟁심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 조선에

음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서 기독교도인

서 천주교 박해 소식을 듣고는 세관에 사표를

평양 노인들의 기억을 토대로 쓰여졌으며, 집

제출한 뒤, 중국 정크선을 타고 황해도 해안으

필 목적 자체가 토마스의 죽음을 순교로 미화

로 첫 밀항을 떠나게 됩니다.

시키려는 의도였기 때문에 내용이 과장되거나 31


미래의 거울, 역사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니다. 토마스의 선교에 대한 열정은 첫 밀항으 로 결코 채워질 수 없었습니다. 토마스는 개신

반면 조선 측의 기록은 셔먼호와 직접 대치한

교 선교사로서 조선 본국에 처음으로 방문한

일선 관원들의 이야기가 비교적 생생하게 기

영예를 차지하기 위해 몸이 달아있었습니다.

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사건 당시 평안감사였 던 박규수는 제네럴 셔먼호 사건의 책임자이

토마스는 베이징으로 돌아와 두 번째 조선 침

자, 당대의 지식인으로서 전후 상황을 정확하

투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창린도

게 인식하고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박규수가

방문 당시 배운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베이

조정에 보고한 공식문서인 ‘장계’ 등에는 앞

징에 방문한 조선 사신 일행과 접촉하기도 하

서 언급한 두 측의 자료보다 훨씬 종합적이고

고, 조선으로 가는 외국 상선의 통역이 되려고

신뢰도 높은 정보들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

노력하는 등 다시 조선에 들어가기 위해 다방

습니다.

면으로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드디어 토 마스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아무튼 첫 조선 방문에서 토마스는 서해안 일 대에 두 달 가량 머무르다 중국으로 돌아갑니

토마스가 베이징 주재 프랑스 공사관으로부터

다. 아마도 추워진 날씨에 대비하지 못했거나,

로즈 제독 휘하 프랑스 함대의 조선 원정에 통

조선당국에 적발되어 추방되었을 가능성이 높

역으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입니다.

습니다. 아무튼 이 무렵 토마스는 조선과 중국

프랑스는 자국 천주교 신부에 대한 박해를 구

에서의 선교활동을 위해 ‘탁마준托馬浚’ 또는

실로 조선 침략의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

‘최란헌崔蘭軒’이라는 한자식 가명까지 사용

었습니다. 또, 많은 서양 상인들과 선교사들에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동방에서의 선교에 대

게 조선은 ‘시장획득’과 ‘포교’를 위한 기회의

한 토마스의 열정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습

땅이었습니다. 당시 중국 항구의 서양인들 사

32


미래의 거울, 역사

이에서는 조선 왕릉에 황금이 가득 차 있다는

겸 안내자로 두 번째 한국행을 하게 됩니다.

소문이 나돌 정도였습니다. 당시 조선은 작은 나라였지만 아직 ‘개항’을 하지 않은 신비의

제네럴 셔먼호는 비록 상선이었지만, 순수한

땅이었고, 많은 상인들과 선교사들에게는 기

상업적 동기만을 가진 배는 아니었습니다. 셔

회의 땅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것

먼호는 미국인 프레스턴(W.B Preston)소유의

은 언뜻보면 ‘이윤’과 ‘선교’를 위한 순수한 동

배로 동남아 일대에서 무장 해적활동을 벌이

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상대국의 입장에서 보

던 배로 추측되고 있는데, 그만큼 전투능력이

면 엄연한 제국주의적 침략행위였습니다.

있었던 배로 보입니다. 실제로 토마스가 셔먼 호에 오른 조선인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배가

아무튼 선교 열정에 사로잡힌 토마스 목사는

병선(兵船)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교역을 하러

빨리 조선에 들어가기 위해 일정을 재촉했습

왔을 뿐”이라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아마 완

니다. 그런데 토마스가 프랑스 함대를 찾아 지

전 무장을 갖추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푸 항구로 가고 있을 때, 프랑스령 남부베트남 에서 반란이 일어납니다. 로즈 제독의 프랑스 함대는 이 소식을 듣고, 조선원정을 미뤄둔 채 홍콩으로 떠나버립니다. 토마스는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항구 곳곳을 수소문 하다 제네럴 셔먼호 소식을 듣게 됩니다. 토마스는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강조하면서, 셔먼호에 태워줄 것을 요청합니다. 1866년 7월, 그는 한국어 실력을 인정받아 드디어 이 배의 통역

▲셔먼호로 개조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프린세스 로얄호의 복원도 33


미래의 거울, 역사

한편, 토마스가 배를 탔던 1866년은 조선에 게 있어서 유난히도 이양선의 출몰이 잦은 해 였습니다. 5월에는 미국 상선 서프라이즈 호 ▲프린세스 로얄호에 장착되었던 신형 함포

가 평안도 철산에 표류했다가 조선 관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중국으로 돌아갔고, 6월에는

또, 선주 프레스턴은 메도우즈와 계약을 맺을

독일 함부르크 상인 오페르트가 영국 상선 엠

때부터 대동강을 탐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

퍼러 호를 타고 아산만에 나타났습니다. 오페

고,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중무장을

르트는 지난 2월에도 영국 상선 로나 호를 타

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조선왕릉이 황금

고 아산만에 나타나 통상을 요구한 뒤 사라진

으로 가득 차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자였습니다. 오페르트는 북상하여 강화도 근

프레스턴 같은 제국주의적 투기꾼들은 이처

해까지 진출하는 등 십여 일간이나 조선 근해

럼 어떻게든 조선에 들어가려고 일확천금을

에 머무르다 상하이로 떠났습니다. 이 오페르

해 보려고 안달을 했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왕

트는 2년 뒤에 다시 나타나 대원군의 아버지

릉 도굴을 꿈꾸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런 해적

인 남연군의 묘를 도굴하는 만행을 저지릅니

선 상인들과 결탁하여 세계 곳곳의 국가들을 ‘

다. 이양선들의 잦을 출몰로 인해 조선 정부가

개항’시키고, 곧 식민지로 전락시키곤 하던 것

민감해져 있었으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이 당시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의 못된 습성이

이었습니다.

었습니다. 1886년 7월 1일(양력 8월 9일) 셔 먼호는 중국 톈진에서 영국 메도우즈 상사와

중국에서 출항한 지 일주일 만인 7월 6일, 서

계약을 맺고, 상사 측의 물건을 선적해 조선으

해를 건너간 셔먼호는 대동강 하구인 황해도

로 출발했습니다.

용강현에 도착하게 됩니다. 용강현령은 즉시

34


미래의 거울, 역사

장리를 보내 셔먼호가 방문한 목적을 물었습

“우리나라 사람 일곱을 왜 죽였느냐”고 물으

니다. 장리는 배에 조선말을 하는 양괴(洋魁:

면서 자신이 프랑스인인 것처럼 행세를 합니

서양인 우두머리)와 조총을 든 흑인 두 명 등

다. 당시 프랑스 신부에 대한 박해로 프랑스

이 있었으며, 양괴가 알파벳으로 된 조선지도

군대가 조선에 쳐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

를 보여주며 평양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는 보

고 있었는데, 이를 이용해 허장성세를 하려던

고를 현령에게 올렸습니다. 장리가 만난 양괴

것이었습니다. 목사가 할 짓은 아니었지요. 한

는 조선말을 알았던 토마스 목사임이 틀림없

편 다른 관원에게는 자신은 천주교 신부가 아

을 것입니다.

니라 “성스러운 야소교(耶蘇敎:기독교)”하며 천주교와 다르다면서 교리를 설파하기도 합

또 다른 조선 측의 기록을 보면, 조선 측 탐문

니다.

역을 맡은 장리들이 몇 차례 더 셔먼호에 올 라 토마스를 비롯한 서양인 선원들과 대화를

또, 며칠간의 항해로 셔먼호의 식량이 떨어지

나눈 내용들이 나옵니다. 조선 관원이 셔먼호

자 토마스는 배에 방문한 조선인들에게 식량

에 방문했을 때 토마스는 지속적으로 조선과

을 요구했습니다. 자신들의 배에 실린 교역품

의 교역을 요구합니다. 관원들이 교역은 조정

과 식량을 바꾸자는 것이었지요. 외국과의 교

에서 결정할 문제이고 우리는 권한이 없다고

역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조선은 이들에

거부해도 토마스와 선장 프레스턴은 막무가내

게 세 차례에 걸쳐 쇠고기·돼지고기·닭·

였습니다. 심지어는 관원 앞에서 대포까지 쏴

계란 등을 무상으로 지급합니다.

가면서 위협을 합니다.

이처럼 조선인들은 먼 나라에서 온 배 셔먼호 를 호의로써 대해줬지만, 물러가라는 부탁에

한편 토마스는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하며

도 불구하고 셔먼호는 거의 일주일 이상 대 35


미래의 거울, 역사

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행패를 부립니다. 대 동강에 도착한지 12일 째 되는 7월 18일에는 셔먼호를 감시하고 있던 조선 수군의 배를 납 치하기도 하고, 19일에는 평양성 인근 양각도 에서 대포와 총을 마구 쏘아대기도 했습니다. 화가 난 평양 성민들은 납치된 사람들을 돌려 보내라면서 돌을 던지고, 포졸들도 활이나 총 으로 시위를 했습니다. 그날 밤, 퇴직한 장교 출신의 박춘권이라는 사람이 몇몇 포졸과 함 께 셔먼호에 침투해 납치된 사람들을 구해왔 습니다. 평양 성민들의 거센 저항에 밀려 하류로 조금 물러난 셔먼호는 20일 경부터 움직이지 못합 니다. 아마도 얕아진 강바닥에 좌초되었을 것

▲대동강변 셔먼호 격침지에 세워진 북한의 <격침기념비>

입니다. 당시는 장마철이 막 끝날 무렵이라 홍 수로 불어난 대동강 물이 줄어들고 있었고, 여

가 하면 총을 난사해 성민과 관원들 12명을

기에 서해의 썰물 때가 겹치면서 강바닥이 드

살상했습니다. 셔먼호가 이처럼 과격해지자,

러났을 것입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셔먼호는

평양감사였던 박규수는 드디어 이들을 섬멸할

22일부터 지나가는 상선의 식량을 약탈하는

계획을 승인하게 됩니다.

36


미래의 거울, 역사

박규수는 이날 직접 대동강변에 나와 군사들

불에 타 모조리 죽었습니다. 셔먼호는 완전히

을 독려하면서, 포격과 화공으로 셔먼호를 공

불에 타 없어졌으며, 잔해에서 나온 철제류는

격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신식 대포와

조선군 무기고에 보관되었습니다.

머스켓 소총으로 무장한 셔먼호에 비해 조선 군의 구식 화승총은 너무도 열세였습니다. 그

토마스 목사의 최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

러나 셔먼호 역시 총탄과 화약이 떨어져 23일

이 있습니다. 조선측 기록을 보면 토마스는 조

경에는 퇴각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

선 수군을 납치하며 빼앗은 인신(관원들이 차

지만 얼마 못가 다시 얕은 강바닥에 완전히 좌

고다니는 도장)을 보여주며 뱃머리에 나와 살

초되었고, 조선은 24일 경 다시 화공작전으로

려달라고 애걸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셔먼호

셔먼호를 섬멸하고자 했습니다.

의 공격으로 희생된 조선 군인의 가족들은 그 를 끌고나와 때리고 짓밟아 죽였습니다.

셔먼호의 대포에 조선군이 희생되자, 분노한 성민과 군인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셔먼호를

그런데 한국교회사에서는 역설적이게도 바로

공격했습니다. 땔감을 실은 화선을 셔먼호에

이 장면을 조선 개신교가 태동하는 순간으로

충돌시키자, 불이 옮아 붙었고 선내에 있던 화

기억하고 있습니다. 불타는 배에서 성경 몇 권

약이 폭발하며 배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을 품에 안고 강가로 뛰어든 토마스 목사는 박

배가 불타자 선내에 있던 선원들이 뛰쳐나오

춘권이라는 포교에게 잡히게 되는데, 죽는 순

며 조선사람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습니

간까지도 선교의 열정을 다했다고 합니다. 그

다. 토마스 목사도 그 중의 하나였는데, 그는

러나 박춘권은 그가 준 성경을 받지 않고 그

생포되어 강 언덕에서 군민들에 의해 살해됩

대로 칼로 쳐 죽였는데, 나중에 미안한 마음이

니다. 다른 선원들 20명도 총에 맞아 죽거나,

들었는지 그가 남긴 성경 한권을 집으로 가져 37


미래의 거울, 역사

혜촌 김학수 장로의 한국교회 역사화 <토마스 목사의 순교>. 불타는 셔먼호와 성경 앞에서 기도하는 처형 직전의 토마스 목사가 보인다.

갔습니다. 가지고 간 성경을 정독한 박춘권은

공한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셔먼호 사

예수를 영접하고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고 하

건과 관련된 남측의 연구에서 김응우의 이름

며, 강가에 떨어진 나머지 몇 권의 성경들도

이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조선의 공

수습되어 평양 곳곳의 예배당의 효시가 되었

식 기록에서 박규수는 셔먼호 격침 작전에서

다는 것입니다.

군민들의 공로가 지대했음을 인정하고 있습 니다. 평양의 인민들은 자발적으로 총과 화살

한편, 제네럴 셔먼호가 불타 없어지는 이 장면

을 쏘고 돌팔매질을 했으며, 화공작전에 나섰

은 북한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으

습니다. 아무튼 북한에서는 미국과의 첫 대면

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북한 역사학계에서는

을 외세에 대한 인민들의 투쟁의 기록으로 남

이 화공작전이 김일성의 증조부인 김응우의

기고 있습니다.

지휘 밑에 인민들이 결사대원을 조직하여 성

제네럴 셔먼호 사건과 토마스 목사의 선교 이

38


미래의 거울, 역사

야기는 언뜻 보면 눈물겨운 신앙심에 대한 것 으로 보이지만, 실제 그의 모습은 어땠을까 요? 교회사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토마스의

▲셔먼호 격침 140주년을 기념해 북한에서 발행된 우표

신앙심은 신성한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개신 교적 신앙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선교를 장려

직 태평양 너머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조선에

한 그들의 국가는 결코 신성하지 않았습니다.

별 관심을 두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으로 동

물론 셔먼호의 실세는 선주 프레스턴이었을

방의 작은 나라와 첫 인연을 맺게 됩니다. 미

것입니다. 토마스는 조선어를 할 줄 안다는 이

국으로서는 극동의 조그만 반도를 ‘개항’시켜

유로 전면에 내세워진 통역사에 불과할 따름

식민지로 만들 명분이 하나 생기게 된 것입니

이었지요. 그러나 토마스는 왕릉 도굴까지 꿈

다. ▒

꾸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해적들을 위해 충실 히 복무했습니다. 토마스는 또한 선교를 위해

참고문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프랑

김명호, 『초기 한미관계의 재조명 - 셔먼호 사건에

스 군대가 몰려온다는 허세와 거짓말을 반복

서 신미양요까지-』, 역사비평사, 2005

했고, 권총과 환도로 조선인들을 위협했으며, 결국에는 인명을 살상하는 행동에 동참하게 됩니다.

김양선, 『한국기독교사연구』, 기독교문사, 1971 김원모, 『근대한미관계사』, 철학과현실사,1992 나동광, 『한국 최초의 순교자 토마스 목사의 생애』, 생명의 말씀사, 1990

불타버린 제네럴 셔먼호의 모국인 미국은 아 39


미래의 거울, 역사

이 달의 역사

진짜 내란을 살펴보다 - 12.12 쿠데타 http://mag-mkyd21.tistory.com/116

야! 이 반란군 놈의 새끼들아! 너희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지금 전차를 몰고 가서 네 놈들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 이 역적 놈의 새끼들! - 장태완 수경사 사령관이 전두환 일당의 회유를 거부하며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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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거울, 역사

지난 2013년 여름의 끝자락, 우리는 어이없는

법정당으로 결론나야 하지만 해산을 걱정해야

장면을 하나 목격했다. 90분짜리 정세강연이

하는, 지금 한국 사회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조작되어 국회의원을 포

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함, 7명이 구속되었다. 날조된 녹취록을 기반 으로 한 내란음모 조작 사건은 사상초유의 정

사실 한국 사회에서 내란이라고 할 수 있는 사

당해산심판청구 사건으로 번져갔다.

건은 박정희가 일으킨 5.16쿠데타와 그의 양 아들이라고 할 수 있는 전두환 일당들이 일으

1년이 넘는 법정공방 끝에 내란음모조작사건

킨 12.12쿠데타와 5.17쿠데타 정도가 있다.

은 2심 판결까지 내려진 상황이다. 2심판결 결

특히 12.12쿠데타와 5.17쿠데타는 대법원에

과 내란음모혐의는 무죄가 나왔으나 내란선동

의해 심판을 받은 사건이기도 하다.

은 여전히 유죄선고가 되었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고 변호인들은 무죄를 자신하고 있어

12.12군사쿠데타는 전두환 일당이 군권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강연을 내란으

장악하기 위해 일으킨 것이다. 1979년 10월

로 몰아가 무고한 사람들을 1년 반 넘게 구금

26일 김재규가 박정희를 총으로 쏘아 죽인

한 것만으로도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임에

10.26사건이 일어나자 집권세력은 혼란에 빠

는 틀림없다. 정당해산심판 판결도 얼마 남지

졌다. 그러자 다시 군대가 개입했다. 전국에

않았다. 11월 25일 헌재 최종변론을 남겨놓고

계엄령이 떨어지고 사태 수습이라는 명목으로

있으며 2015년 상반기 안에 판결이 내려질 가

국무총리였던 최규하가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

능성이 높다고 한다. 법리상으로는 당연히 합

고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을 맡으

41


미래의 거울, 역사

<하나회>

면서 최규하와 정승화가 사실상 정국을 이끌

보부장 서리까지 겸임하면서 중앙정보부, 보

어 나가는 두 축이 되었다.

안사, 검찰, 경찰까지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 력을 손에 넣게 되었다.

여기에 또 한 명 실세로 등장한 것이 전두환 이었다. 전두환은 10.26 당시 군대의 정보기

게다가 전두환에게는 <하나회>라는 군대

관인 보안사(현 기무사)의 사령관을 맡고 있었

내 조직까지 있었다. 육군사관학교 11기, 전

으며, 10.26 이후 박정희 죽음을 수사하는 합

두환의 동기생들을 중심으로 한 이 세력은 박

동수사본부장으로 발탁되었다. 중앙정보부(현

정희의 총애를 받았으며 이를 등에 업고 군부

국가정보원) 부장인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였

내의 요직을 하나 둘 차지하고 있던 중이었다.

기 때문에 중앙정보부는 힘을 쓸 수 없는 상 황이었고 또 하나의 정보기구라고 할 수 있던

12월 12일 오후 전두환 일당은 정승화 계엄사

대통령 비서실도 비서실장 차지철의 죽음으로

령관이 김재규와 결탁했다는 거짓 명분을 앞

무력화된 상황이었다. 따라서 정보력은 보안

세워 정승화를 납치, 구금했다. 전두환 일당은

사로 집중되었고 전두환은 정보력을 바탕으로

최규하 대통령과 노재현 국방장관에게 정승화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전두환은 중앙정

체포동의를 받으려고 했다. 더 높은 계급의 허

42


미래의 거울, 역사

가 없이 상급자를 체포하는 것은 불법이었기

에 넘어가 반란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달려오

때문에 계엄사령관의 체포를 결정할 수 있는

고 있던 9공수여단을 돌려보냈다. 물론 전두

것은 대통령과 국방장관 뿐이었다. 그런데 국

환은 하나회의 휘하에 있던 부대들을 동원하

방장관은 사라지고 대통령은 체포동의를 하지

고 있었다! 반란세력은 1, 3, 5공수여단 뿐 아

않았기 때문에 전두환으로서는 속이 타는 상

니라 최전방을 지키는 9사단 병력까지 동원했

황이 이어졌다.

다. 그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안보에 큰 구멍이 뚫리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진압을 맡은 육군본부는 무능하기 그 지없었다. 정승화 계엄사령관의 불법연행이

결국 특전사령부와 육군본부는 반란세력에게

감행된 것이 오후 7시. 사건 발생 후 1시간 쯤

무릎을 꿇었다. 수도경비사령부에 남아 있던

지난 8시 경 육군본부 수뇌부들은 반란이 일

장태완 소장이 끝까지 저항하려 했으나 노재

어났다는 사실과 누가 주도했는지에 대해서

현 국방장관마저 전두환에게 협조하며 투항

거의 대부분 파악한 상태였다. 게다가 행방불

을 권유하자 장태완도 포기, 반란세력에게 체

명된 노재현 국방장관도 9시 즈음 육군본부에

포되었다.

나타났다. 이들이 정신을 차리고 군대를 동원 했다면 전두환 일당의 군사 반란은 어떻게 될

결국 전두환 일당은 정승화 체포에 대한 최규

지 알 수 없게 될 상황이었다.

하와 노재현의 사후재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12월 13일 오후, 노재현 국방장관이 담화문을

그러나 진압군은 자신의 신변 안전 문제에 급

통해 10.26사건 연루 혐의로 정승화 총장을

급한 나머지 반란세력에게 지레 겁을 먹고 소

연행하고 이와 연관된 일부 장성 또한 구속됐

극적으로 대응했다. 전두환 측이 제안한 “상

으며, 정승화의 육군참모총장과 계엄사령관직

호 병력을 동원하지 말자”는 기만적인 협상

에 이희성 육군 대장이 임명되었다고 발표했 43


미래의 거울, 역사

다. 12.12 쿠데타 이후 전두환은 사실상 이희

하기 위한 민중들의 투쟁은 멈추지 않았고 결

성 육군참모총장을 직접 임명하고 6인 위원회

국 1995년 전두환 일당을 법정에 세웠다. 이

를 통해 군부의 인사를 조정하여 군의 주도권

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반란수괴·반란모의

을 장악하는 등 최고 실력자가 되었다.

참여·반란중요임무종사·불법진퇴·지휘 관계엄지역수소이탈·상관살해·상관살해미

이후 전두환 일당은 1980년 5월 17일 24시를

수·초병살해·내란수괴·내란모의참여·

기해 전국 비상계엄령을 내리고 정부를 무력

내란중요임무종사·내란목적살인·특정범죄

화하는 쿠데타를 감행했다. 전두환 일당은 광

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이다. 1심에서 전

주항쟁을 총칼로 짓누르고 허수아비 대통령이

두환은 사형, 노태우는 22년 6월을 선고 받았

던 최규하를 압박해 사퇴시켰다. 결국 9월 1일

으며 2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

전두환은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받았다. 전두환 반란군에 가담했던 인물들도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 받았다. 물론 그들

그러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전두환 일

이 저지른 죄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당도 역사의 심판은 피할 수 없었다. 내란을

수감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97년 12월, 사

일으키고 광주시민을 학살했던 범죄자를 처벌

면되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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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그 본질적 가치

프랑스 혁명의 전조,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http://mag-mkyd21.tistory.com/114

“너의 취향은 계급의 반영이다” 프랑스 사상가 부르디외가 한 말이다. 오페라는 기름기가 좔좔 흐르 는 귀족문화다. 오페라와 같은 문화는 철저하게 계급적이었다. 지금은 그래도 보편화 되었지만 여태 까지 가진 자들은 오페라와 같은 문화를 향유하며 즐겨왔다. 로마나 비엔나의 오래된 오페라 극장 내부는 대단히 화려하다. 들어가는 입구의 화려한 장식과 천장 의 샹들리에는 입이 딱 벌어진다. 과거 귀족들의 호사스러운 생활이 그대로 드러난다. 보통 정장을 입은 나이 지긋한 중년과 어깨를 다 드러내 보이는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들. 그들은 한껏 멋을 부리 고 여유를 즐기며 공연을 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은 썩을 대로 썩어있다. 즐기고 소비하는 사람이 썩어있으니 음악을 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썩어간다. 김희애 유아인 주연의 드라마 ‘밀회’는 이런 음악계의 암투와 비리를 엿볼 수 있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 배우 김혜은은 “(음악계의 비리가) 드라마보다 실제로는 더하다. 내가 성악을 그만두게 된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라고 털어놨다.

45


예술, 그 본질적 가치

프랑스 혁명의 전조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로마 에서 1816년 초연되었다. 유명한 <세빌리아

시작부터 너무 부정적이었나. 하지만 왠지 거

의 이발사> 서곡은 로시니가 쓴 서곡 중 대표

북한 오페라 중 시대상을 잘 풍자한 작품이 있

곡(http://youtu.be/dhL1nLuXN4o)이다. 로시니는 24

다. 프랑스 혁명 전에 만들어진 <세빌리아의

살에 이 오페라를 13일 만에 작곡했다. 웅장

이발사>나 <피가로의 결혼>과 같은 작품이다.

한 금관악기의 경적으로 시작하는 이곡은 경 쾌한 오페라 전체의 사전 분위기를 한층 고조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귀족 사회의 썩어빠진

시킨다.

부조리를 통쾌하게 조롱하는 평민 피가로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프랑스 혁명의 물결을

평민계급의 상징

차단하기 바빴던 루이 16세는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이 연극들의 상영을 불허했다.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독신의 영주 알마비바 백작이 세레나데를 부르며 로지나에게 구혼

당시 프랑스 희곡작가 보마르셰는 <피가로의

하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늙고 엉큼

결혼>을 고치고 또 고쳐 1784년 검열을 통과

한 로지나의 후견인 바를톨로는 재산을 노리

했다. 노이즈마케팅 덕분인지 연극은 파리에

고 로지나와 결혼할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바

서 대성공을 거둔다. 이 체제를 위협하는 불온

를톨로는 로지나를 밖으로 못나가게 하며 구

(?) 작품은 오스트리아 등 주변국에서도 금지

속한다.

되었다. 하지만 나중에 모차르트에 의해 오페

“날마다 불러주시는 세레나데, 정말 고마워요.

라로 재탄생하여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풍자

바를톨로의 너무도 엄한 감시 때문에 저는 발

적인 작품이 나왔다.

코니에서조차 마음대로 나오지 못한답니다.

46


예술, 그 본질적 가치

▲세빌리아의 이발사

부디 감옥과 다름없는 이곳에서 저를 구해주

이 때 피가로는 이발사, 외과의사, 약장수, 정

세요.”

원사 일을 모두 도맡으며 만물박사 역할을 해

그 때 이발사 피가로가 경쾌한 노래를 부르며

낸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발사가 간단한 외과

등장한다. 피가로는 백작의 하소연을 듣고 도

시술을 했기 때문이다. 붉은색, 파란색, 하얀

와준다. 피가로는 이발사로서 종횡무진 활약

색이 돌아가는 이발소 간판은 바로 외과시술

을 하며 백작을 돕는다. 피가로는 로지나 집과

에서 유래했다. 붉은색은 동맥, 파란색은 정맥,

바를톨로의 집을 오가며 백작과 로지나 두 사

하얀색은 붕대를 의미한다.

람을 도와준다.

47


예술, 그 본질적 가치

이 피가로는 새로 성장한 평민 계급의 활기와 신분계급 질서의 변화를 보여준다. 평민 계급 이 귀족들이 시키는 일만 하던 수동적인 존재 에서, 귀족 사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며 그 들을 골탕 먹이는 존재로 재탄생한 셈이다. 그 래서 보통 주인공인 백작은 상대적으로 외소 하고 피가로는 풍채가 좋게 묘사된다.

피의 세금 <세빌리아의 이발사> 1막 피날레의 내용은 당 시 프랑스의 사회상을 잘 풍자하고 있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시절, 프랑스는 전쟁을 일삼았으며 국고를 바닥냈다. 월급을

줄거리를 살펴보면 1막이 끝날 즘 알마비바

못 받은 병사들은 총칼을 앞세워 민가를 약탈

백작은 군대 장교로 변장하고, 로지나의 집을

했다. 당시 프랑스에서 마을 유지는 군의 징발

군대 숙소로 징발했다며 그 집으로 들어갈 계

대상에서 면제됐지만 일반 민가에는 일상다

획을 세운다. 바르톨로는 이 집이 징발 대상에

반사로 군대가 들어왔다는 얘기다. 당시 이를

서 면제된다는 증서가 있다고 반발하지만 알

‘피의 세금’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마비바 백작은 못들은 척하고 들어간다. 그 와 중에 진짜 군대가 로지나의 집에 들어와 한바

이런 장면은 2막에서도 잠깐 등장한다. 당시

탕 난리 통이 난다는 이야기다.

일상이었던 군대가 민가에 들어오는 어이없는

48


예술, 그 본질적 가치

일을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는 코믹하게 그

먹고사는 예술에는 민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리고 있다.

서민의 삶이 황폐해질수록 온갖 부정한 방법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당시 프랑스 사회에

으로 기득권을 누리는 그들에 대한 분노는 커

대한 풍자를 피가로의 넉살 좋은 연기와 백

져간다.

작과 여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바를톨로 의 코믹 연기로 버무려 재미있게 만들어진 작

하지만 그들의 대응은 한결같다. 박정희는 3

품이다.

선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깬 것이 찔려서인 지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불신을 조장한다 며 금지곡으로 선정했다. 그의 딸 박근혜도 별 반 다르진 않다. 얼마 전 머리에 꽃을 단 광년 이 대통령 전단을 뿌린 팝아트 화가 이하씨가 체포되지 않았나.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금지시켰던 루이 16 세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영원히 권력 ▲집안으로 들어온 군인들

을 잡을 것 같던 박정희 역시 총탄으로 비참한 말로를 맞았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비운의

비운의 여주인공

여주인공 신세를 면할 수 있다는 교훈을 그는 알고 있을까. ▒

예술은 민감해서 사회에 가득 찬 불만스러운 기운을 미리 감지해 반응한다. 관중의 호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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