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pendent rock magazine vol.55 / www.elephant-shoe.net / 2012 February TABLOID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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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IVAL O LYMPIC
각국의 페스티벌 대표주자들이 모였다. 2012년을 빛낼 음악축제들의 올림픽.
Small Talk about Music EPISODE : 윤년 올해에는 4년 만에 윤년이 돌아왔고, 윤년마다 열리는 하계 올림픽도 런던에서 개최됩니다. 올림픽 본선 경기 전에 하루라도 더 연습하고 싶을 선수들에게는 덤으로 얻은 하루가 무엇보다 소중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엘리펀트 슈 필진은 그 하루가 어떻게 느껴질까요? <윤년>에 대한 필진의 이야기와 그 음악들을 들어보세요.
石군
Feeder - We Can't Rewind
Album : Echo Park (2001) 올해는 하루가 더 생겨, 많은 이들이 이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돌아보면 난 이미 매해마다 허투루 보낸 날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그 중에 며칠만이라도 의미 있게 보냈다면 벌써 몇 해의 윤년을 얻었을 것이다. 이렇게 윤년은 나에게 덤으로 생긴 하루에 대한 의미보다는 그동안 버려진 날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후회해 봤자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알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오늘도 허투루 보낸다.
Julian Kim
The Hedrons – Heatseeker
Album : One More Won't Kill Us(2007) 4년에 한 번씩 찾아온다는 윤년이다. 아일랜드에서는 윤년을 ‘Leap Year’라고 하여 윤달 2월 29일에는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프로포즈 할 수 있는 오래된 풍습이 있다. 그리고 남자는 그 프로포즈를 승낙해야 하고 만약 그렇지 못할 시에는 키스, 1파운드. 실크가운 같은 것으로 보상을 해야 하는데 덴마크와 핀란드 또한 이와 비슷한 풍습이 있단다. 좋을 수도 있고, 싫을 수도 있는 남자들 그리고 이와 상관없이 레이더망에 들어온 남자들을 적외선 추적 미사일처럼 무섭게 찾아다니는 여자들.
맹선호
Damien Rice – Hallelujah (Leonard Cohen Cover)
Album : Various Positions (1984) 최근 그리 넓지 않은 내 행동반경 내에 새로 생긴 아이리쉬 펍과 아이리쉬 카페를 발견하고 신기해하던 참이었는데, 아이리쉬 뮤지션 데미안 라이스까지 내한했다. 이젠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네스 생맥주 간판까지 떠올려보니 결론은 ‘대세는 아일랜드!’. 그나저나 아일랜드에는 2월 29일에 여자에게 청혼받은 남자는 거절할 수 없다는 전통이 있다던데, 대세는 아이리쉬 스타일이니까… 오, 할렐루야! (저기 그런데, 현빈은 어디 가면 만날 수 있나요?)
이지선
The Czars - Paint the moon
Album : Good bye (2004) 2012년 2월은 태양력의 윤달이다. 물론 태음력에도 윤달이 있는데 음력의 윤달은 양력과는 달리 일정치 않다. 나는 윤달 생이다. 음력 윤4월에 태어났다. 민속에서 윤달은 덤으로 생긴 달이라 재액이 없다고 한다. 어쩐지 내 인생의 전반이 덤 같은 기분이 드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는 생일이 두 번 있다는 건데 그럼 생일선물을 두 번 받을 수 있는 걸까?
ELEPHANT-SHOE tabloid issue No.04 / 2012-2-1 Editor-in-Chief 石군 / ewanjj@naver.com First Director June / dafunk@hanmail.net Director JEE / seg1129@naver.com Julian Kim / comfortingsounds.vol1@hotmail.com 맹선호 / pluto116@naver.com Creative Director Coco / pinkymallow@naver.com Mr.Yun / djmou@hanmail.com Art Director NOKID / starfucker6@naver.com Jisun / aniklee@naver.com Registration Number / 마포,라00343 Published by Elephant-Shoe / www.elephant-shoe.net Printed by 솔텍 / 서울 중구 필동2가 120-1
COCO
Radiohead - Little by Little (Caribou remix)
Album : “Little By Little” (Caribou Remix) 덤으로 생긴 하루니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 볼래요. 음악도 듣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인터넷도 하지 않고, 문자도 하지 않고 그냥 있어볼래요. 생각도 하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도 않고 그냥 있어 볼래요. 그렇다고 저 때문에 우울해하거나 화내지는 마세요. 덤으로 생긴 하루가 제 탓은 아니잖아요. 그냥 4년에 한 번 쯤은 당신의 그녀를 참아줘 봐요.
JUNE
데이브레이크 – 팝콘 Album : Life (2010) 나의 오랜 친구가 최근 '인간 공유기'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특별한 정보를 제외하고, 공유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사람들과 나누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행복까지야...-.- 어쨌든 아주 어렸을 적에 지구의 공전주기로 인해 1년이 365.2422일이며, 월을 기준으로 하면 12.38월이 되어 4년에 한 번씩 윤년이 생긴다는 과학적 이유를 또래들보다 먼저 알고, 마치 숨겨져 있던 대단한 사실을 발견한 마냥 "1년은 365일이 아니다."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다. 친구 놈이 지은 별명 인정!
*엘리펀트슈 타블로이드의 본문은 아모레 퍼시픽에서 제공하는 아리따 글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ll Rights Reserved 2012 Elephant-Shoe COVER PHOTOGRAPHY / 石군
JEE
QURULI – 기적
Album : 기적 OST 28일 밖에 없는 2월 달에 자기는 29일에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친구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던 어린 시절. 학교에서 지구의 공전과 양력, 음력에 대해 배우면서 2월 29일의 비밀은 풀렸지만, 왠지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이 더 행복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워지기도 하고. 그냥 과학적 이유 따위 상관없이, 4년에 한 번 보너스처럼 생기는 하루를 세계적인 공휴일로 만들면 어떨까? 모든 사람들이 어린 시절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휴일 이름을 정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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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딱 중간 Album : 거짓말꽃 (EP) 윤년의 존재는 1년은 365일 보다 약0.25일 길기 때문에 4년마다 하루씩 추가해줌으로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최근 무절제한 삶을 살았더니(원래 무절제했지만) 오랜만에 본 친구에게 “폭삭 늙었네.”란 소리를 들었다. 겉으론 개의치 않아 했지만 내심 뜨끔했다. 식사. 수면. 일. 놀이, 어느 쪽에든 균형을 잡지 못하고 한쪽에만 치우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딱 중간! 중간의 균형을 잡는 것은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 아마도 균형은 평생의 숙제가 될듯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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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O N TEN TS fe brua r y 2012 COV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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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ival olympic 각국의 페스티벌 대표 주자들이 모였다.
2012년을 빛낼 음악 축제들의 올림픽. 그리고 영광의 메달리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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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SKETCH
INTERVIEW
SEMFcrystal castles / justice / above&beyond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DAMIEN RICE SEOUL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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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지 못했기에 쿨한 음악 | 힙스터之道 힙스터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1> 길거리에서 즐기는 페스티벌 | 8beaTrip Episode 2 : 길거리 밴드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는 태워야 제맛! | 배낭두개 Episode 7 :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프로 만화가의 초보 음악 생활 | Hello!Nokid Episode 10-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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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페스티벌 대표 주자들이 모였다. 2012년을 빛낼 음악 축제들의 올림픽.
WORDS : 맹선호, JUNE , 石군 PHOTOS : Festival Official Photo
“인간은 경쟁 상대가 있을 때 상승 에너지가 솟아난다. 만약 경쟁 상대가 없다면 기록은 퇴보할지도 모른다.” 이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4관왕을 차지한 뒤, 서울, 바르셀로나, 애틀랜타까지 4회의 올림픽에서 아홉 개의 금메달을 딴 미국의 육상 선수 칼 루이스가 한 말이다. 이는 인간이라는 영역을 넘어 음악 페스티벌에도 적용된다. 최초의 현대화된 음악 페스티벌로 1967년에 열린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Monterey Pop Festival)을 꼽으니, 대략 45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페스티벌들이 서로 경쟁하며, 성공과 실패를 통해 발전해왔다. 이를 통해 누적된 체계 덕분에, 짧은 음악 페스티벌 역사를 가진 한국에서도 양질의 공연을 볼 수가 있다. 이런 경쟁은 한 해에도 전 세계에 수십 개의 새로운 페스티벌이 생겼다 사라지는 요즘에 들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전의 경쟁이 페스티벌의 원활한 운영과 관객의 편의성에 있었다면, 요즘은 이를 기본으로 갖추고 자신만의 차별성을 갖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림픽의 한 경기 한 경기가 선수에게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4년 동안 자신이 쏟은 노력의 결과를 제대로 알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자신의 선수 생명 동안에 세 번에서 네 번 정도밖에 기회가 없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이다. 그렇다면 페스티벌은 어떤가? 자신에게 딱 맞는 페스티벌을 스무 살에 발견해 일흔 살까지 간다고 치면 51번, 하지만 발견이 늦어진다면 그 기회는 점점 더 줄어만 간다. 한 해라도 빨리 당신의 페스티벌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엘리펀트 슈 내에서 페스티벌 올림픽을 개최해 경쟁을 붙여봤다. 예선에 참가한 수백 팀들 중 본선에 오른 참가 팀은 25개 국가의 60개 음악 페스티벌! 그 중에서 세 명의 심사위원(맹선호, JUNE, 石군)별로 세 개의 페스티벌에게 메달을 수여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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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RICA
1. Lake of Stars Music Festival / Malawi 2. Windhoek Metal Fest / Namibia 3. Oppikoppi / South Africa
AMERICA
4. Cosquin Rock / Argentina 5. Quilmes Rock / Argentina 6. SWU Music & Arts / Brazil 7. Calgary Folk Music Festival / Canada 8. Cavendish Beach Music Festival / Canada 9. Folklorama / Canada 10. Hillside Festival / Canada 11. Montreal International Jazz Festival /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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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Ottawa Bluesfest / Canada 13. Vive Latino / Mexico 14. All Good Music Festival / U.S.A 15. Austin City Limits Music Festival / U.S.A 16. The Bamboozle / U.S.A 17. Bonnaroo Music Festival / U.S.A 18. 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 U.S.A 19. Burning Man / U.S.A 20. Electric Zoo Festival / U.S.A 21. High Sierra Music Festival / U.S.A 22. Lollapalooza / U.S.A 23. Musikfest / U.S.A 24. Pitchfork Music Festival / U.S.A 25. Sasquatch! Music Festival / U.S.A
26. South by Southwest / U.S.A 27. Summer Camp Music Festival / U.S.A 28. Treasure Island Music Festival / U.S.A 29. Ultra Music Festival / U.S.A 30. Voodoo Experience / U.S.A
38. Summer Sonic Festival / Japan 39. Rising Sun Rock Festival / Japan 40. Rainforest World Music Festival / Malaysia 41. Jisan Valley Rock Festival / South Korea 42. Pentaport Rock Festival / South Korea
ASIA
EUROPE
31. Midi Modern Music Festival / China 32. Clockenflap / Hong Kong 33. Sunburn Festival / India 34. Rock Ethos / India 35. Balispirit Festival / Indonesia 36. Jakarta International Java Jazz Festival / Indonesia 37. Fuji Rock Festival / Japan
43. FM4 Frequency Festival / Austria 44. Nova Rock Festival / Austria 45. Marktrock / Belgium 46. Rock Werchter / Belgium 47. Copenhagen Jazz Festival / Denmark 48. Roskilde Festival / Denmark 49. Field Day / England
50. Download Festival / England 51. Latitude Festival / England 52. Reading and Leeds Festivals / England 53. Electric Picnic / Ireland 54. Rock am Ring / Germany 54. Nature One / Germany 55. Hurricane Festival / Germany 56. S贸nar / Spain 57. Sensation / Netherlands 58. Iceland Airwaves / Iceland
OCEANIA
59. Big Day Out / Australia 60. Rainbow Serpent Festival / Australia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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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alist of h o nor
올림픽
경기를 보다 보면 정말 신의 경지에 오른 선수들이 간혹 보인다. 예를 들자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매 해 3관왕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 우사인 볼트가 있다. 이런 이들이 나온 경기는 항상 많은 주목을 받지만, 막상 경기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에 한 명이 큰 소리로 “범인은 XX다!”라고 소리쳐, 결과를 알고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음악 페스티벌에도 이런 존재가 하나 있는데, 이름하야 음악 페스티벌 끝판왕, 글라스톤베리(Glastonbury)님 되시겠다. 그런데 올해 런던 올림픽이 열려 한 해 쉬겠다며, 엘리펀트 슈 페스티벌 올림픽에 불참선언을 했다. 덕분에 세 필진 모두 올해 가고 싶은 페스티벌이 다양하게 나뉘었다. 제왕 글라스톤베리의 잠적에 따라 음악 페스티벌 세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접전을 펼쳤고,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아홉 명의 메달리스트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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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CHELLA 2012년 4월 13-15일, 20-22일 / 미국, 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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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DAY 2012년 6월 2일 / 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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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LAND AIRWAVES 2012년 10월 31일-11월 4일 /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매년 포스터 가득 빼곡히 들어찬 라인업에선 라디오헤드(Radiohead) 같은
텐트에 침낭, 장화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페스티벌은 그 매력만큼
아마도 국내 음악팬들 마음에 아이슬란드란 낯선 땅이 각인된 것은
커다란 글자의 헤드라이너가 먼저 눈에 띄게 마련이다. 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가까이 다가가 포스터를 들여다보다 보면 ‘말도 안 돼!’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카사비안(Kasabian)같은 대형 밴드가 한쪽 구석에 말도 안 되게 작은 글자로 씌어 있을 정도로 화려한 라인업이 바로 코첼라의 특징이기 때문. 게다가 인디씬의 한참 주목받는 밴드들마저 총출동하니 까다로운 힙스터들마저 가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른다. 올해에는 블랙키스(The Black Keys)가 라디오헤드, 닥터드레&스눕독(Dr. Dre & Snoop Dogg)과 함께 헤드라이너에 올라 이슈가 되었고, 재결성한 펄프(Pulp)와 매지 스타(Mazzy Star),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며 이슈가 된 본 이베르(Bon Iver) 같이 한여름 사막만큼 ‘핫’한 밴드들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Explosions in the Sky)와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Godspeed You! Black Emperor)의 이름을 포스터에서 발견했을 때는 포스트록의 재부흥기라도 온 듯한 흥분에 휩싸였다. 올해부터 같은 라인업으로 2주 동안 공연이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3시간 만에 티켓이 매진된 사실은 코첼라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게 한다.
부담도 만만찮은 것이 사실. 가볍게 나들이 삼아 갈 수 있는 하루짜리 페스티벌인 필드 데이는 약 8만원 정도의 티켓 가격만큼이나 부담이 없다. 게다가 페스티벌에서 새로운 밴드를 발견하는 재미를 추구한다면 이보다 완벽한 페스티벌은 없을 것. 필드 데이는 런던에서도 '힙'하기로 유명한 이스트 지역에 위치한 빅토리아 파크에서 열리는데, 2006년 런던의 한 공연 프로모터와 펍 주인이 주차장에서 한 공짜 공연이 그 시작이다. 5년 만에 2만 명 규모의 인기 페스티벌로 자리잡은 데에는 런던의 내노라하는 프로모터들의 참여로 확보되는 라인업이 한몫을 해왔다. 런던 올림픽을 맞아 6월 2일로 날짜를 앞당긴 올해 라인업은 그 어느때보다 눈길을 사로잡는다. 현재까지 공개된 2012년의 라인업은 베이루트(Beirut),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 매지 스타(Mazzy Star), 메트로노미(Metronomy), 백신즈(The Vaccines) 등 코첼라가 부럽지 않을 정도. 프란츠 퍼디난드의 알렉스 카프라노스(Alex Kapranos)는 올해 출연을 앞두고 지난 2년간 개인적으로 필드 데이에 참여했음을 밝히며 그 애정을 표현했다.
비요크(Björk)와 시규어 로스(Sigur Rós)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시규어 로스의 라이브 투어 필름 <헤이마(Heima)>가 보여준 그곳의 풍광은 많은 이들을 그 멀고도 낯선 땅으로 이끌고 있다. 아이슬란드 에어웨이브즈는 레이캬비크의 갤러리와 박물관, 교회, 클럽 등을 포함한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데, 워낙 작은 도시 규모 덕분에 공연장들이 모두 걸어서 십분 내외의 거리에 위치한다. 음악말고는 할 게 거의 없어 국민 삼분의 일이 음악을 한다는 나라답게 거스거스(GusGus), 멈(múm) 같은 아이슬란드 밴드뿐 아니라, 인기있는 해외 밴드들까지 라인업에 가득하다. 작년에는 비요크, 시내드 오코너(Sinéad O'Connor), 오노 요코(Ono Yoko) 같은 이름이 라인업에 올랐다. 올해의 라인업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 음악 잡지 롤링 스톤(Rolling Stone)의 “뮤직 페스티벌 캘린더에서 가장 힙한 긴 주말”이라는 극찬은 제쳐두더라도 아이슬란드의 신비로운 자연과 함께 하는 페스티벌이란 오로라만큼이나 매혹적이다. 게다가 세계 5대 온천에 손꼽히는 블루 라군(Blue Lagoon)의 우윳빛 노천 온천까지 더한다면 이곳이야 말로 바로 지상낙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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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ÓNAR 2012년 6월 14-16일 /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나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6월 셋째 주에 열리는 페스티벌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소나르는 '들리다'라는 뜻이며, 진보적인 음악과 다양한 멀티미디어 아트 작업들이(Advanced Music and Multimedia Art) 새롭게 선보이는 페스티벌이다. 다른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 획득하지 못한 대중성을 기반으로 매해 인기를 더해가고 있고, 낮 공연과 밤 공연으로 나뉘는 특징이 있다. 참고로 초창기의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가 이 페스티벌에 참여해 미디어아트 작가들과 공동작업을 한 뒤, 자극을 받아 지금과 같은 '영상 쇼'를 할 정도로 소나르의 일렉트로닉 장르에서의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 페스티벌의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멀티미디어 아트 전시는 새롭게 형성된 경향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뉴미디어 분야의 최신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소나라마(Sonarama)' 섹션에서는 다양한 사운드, 소프트웨어, 오디오비주얼 라이브, 세미나가 열린다. 그리고 '아라카르트(A La Carte)' 섹션은 음악, 비디오, 디지털 아트의 분야별 특정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한마디로 소나르는 미디어아트를 비롯한 영상 작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할 페스티벌. 현재 브라질 상파울로와 일본 도쿄에서도 열리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우리나라 모 공연기획사에서 판권을 샀다고 하니 어쩌면 소나르 코리아도 조만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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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ING SUN ROCK FESTIVAL 2012년 8월 10 - 11일 /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
지형적으로 위 아래가 긴 특징을 가진 일본에는 다양한 기후가 존재한다. 한 여름, 도쿄가 엄청 더울 때 최북단인 홋카이도는 선선하다는 얘기. 즉, 홋카이도에서 록 페스티벌이 열린다면 후지 록 페스티벌이나 섬머소닉처럼 땀을 뻘뻘 흘리지 않고 즐겁게 록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쾌적한 날씨와 함께하는 록 페스티벌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이러한 이유로 개최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라이징 선 록 페스티벌은 '진정한 록 페스티벌'이란 문구를 내세우며, 1999년에 시작되었다. 홋카이도 오타루라는 곳에서 이틀 동안 진행되는데, 일본 국내 밴드들로만 라인업을 채우는 특징이 있다. 이번 년도 일정은 8월 10일과 11일. 스테이지는 총 7개이고, 작년 헤드라이너는 '호테이 토모야스'와 '하나레구미'였다. 올해 후지 록 헤드라이너가 라디오헤드로 발표가 났기 때문에 많은 국내 마니아들이 일본으로 가거나, 국내 페스티벌에 라디오헤드가 오길 바랄 것이다. 물론 수준이 높고, 보기 힘든 외국 뮤지션의 공연도 중요하지만, 국내 밴드들만으로 대규모 페스티벌을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일본의 인프라가 대단한 건 사실이다. 거기다 도쿄가 아닌 홋카이도지 않은가! 언젠가 우리도 통일이 되어 여름에 선선한 백두산 근처에서 국내 밴드들로만 이루어진 라인업으로 짜여진 '진정한 록 페스티벌'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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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IC PICNIC 2012년 8월 31-9월 2일 / 아일랜드, 카운티 라우아
2004년에 처음 시작된 일렉트릭 피크닉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페스티벌이다. 보통 늦은 8월이나 이른 9월에 열리는데,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 하지만 유럽에서는 랭킹 상위에 항상 이름을 올려놓는 페스티벌 되겠다. 처음 일렉트로닉 음악에 관심을 가졌을 때부터 이름이 마음에 들어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일렉트릭이나 댄스 음악에 국한된 페스티벌은 아니다. (참고로 작년 라인업에 아케이드 파이어와 펄프가 들어있다.) '아일랜드의 글라스톤베리'라고 불리는 이유는 음악과 아트를 아우르며, 일반적인 페스티벌 이상을 바라는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 이미 대규모 페스티벌로 자리 잡은 라티튜드 페스티벌이 일렉트릭 피크닉에 영향을 받아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캠핑 역시 인디언식 천막집 티피(Tipi), 자연 친화적인 텐트 마이햅(Myhab)을 비롯해 해변 오두막, 영국 2층 버스를 개조한 호스텔, 몽골식 텐트 등 이색적이고, 재밌는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글라스토가 최고의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하며 매년 가고 있지만, 작년부터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흥미를 잃은 게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다른 페스티벌에 눈을 돌리던 중 구미에 맞는 몇 곳을 찾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일렉트릭 피크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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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KILDE FESTIVAL 2012년 7월 5 - 8일 / 덴마크, 로스킬레
현존하는 음악 페스티벌 중 영국에서 열리는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은 독보적인 존재다. 그 이유는 글라스토가 규모, 수준, 역사성, 문화성 등 여러 면에서 모두 뛰어나, 하나씩 비교를 하다보면 무언가 부족해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글라스톤베리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페스티벌이 몇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페스티벌은 바로 덴마크의 로스킬레 페스티벌이다. 우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71년부터 시작된 (비록 글라스톤베리보다 1년 늦었지만) 굉장히 깊은 역사를 가진 페스티벌이다. 글라스톤베리의 설립자는 농장 주인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면, 로스킬레 페스티벌의 설립자 두 명은 고등학생이라는 더 놀라운 이력을 갖고 있다. 로스킬레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면 우선 음악 페스티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라인업도 매우 훌륭해, 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요소는 그 바깥에 있다. "Naked Run"이라고 하는 누드 달리기 행사가 매년 열리고, “Green Pool"이라 불리는 수영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력 발전용 자전거를 5분 동안 타야 입장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서커스, 연극 등이 24시간 내내 계속된다. 매번 페스티벌에 갈 때마다 느끼는 체력단련의 필요성이 유독 더 강하게 느껴지는 페스티벌이다. 끝난 뒤에 체력 때문에 포기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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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IKOPPI 2012년 9월 (미정) / 남아프리카, 림포푸
아프리카는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오지, 원시부족, 기아 등의 키워드로 다가온다. 그러다보니 아프리카에서의 음악 페스티벌이라고 말하면 아프리카 토속 타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연상되고, 또 실제로 그런 형태의 월드 뮤직 페스티벌이 있다. 하지만 그곳에도 1994년부터 운영된 록 페스티벌이 있다면 믿겠는가? 바로 오피코피 페스티벌이다. 오피코피는 아프리카 언어의 축약형으로 원래는 "op die koppie"인데 번역하자면 “언덕 위에서”라는 뜻이다. 남아프리카의 림포푸라는 곳에서 펼쳐지는 이 공연은 1994년도에 27팀의 자국 뮤지션들만의 페스티벌로 시작되었고, 적지만 열광적인 팬들이 매해 이 페스티벌을 찾았다. 그 결과 이제는 매해 만 오천장의 티켓이 조기에 매진되는 인기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다. 올해의 공연일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티켓 가격은 공지되었다. 남아프리카 화폐인 랜드화로 500R인데, 현재 환율로 계산하자면 한화로 7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3일 동안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이 공연을 다녀온 이들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정말 즐겁고, 아름다운 곳임과 동시에 굉장히 위험한 곳이어서, 생존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한다. 남쪽에 위치해있는 남아프리카의 계절 주기는 한국과는 정반대여서 9월은 겨울의 끝자락으로 살짝 쌀쌀함이 느껴져 밤 동안의 추위와, 낮 동안의 폭염에 대비하는 상반된 준비를 모두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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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AWA BLUESFEST 2012년 7월 4-15 / 캐나다, 온타리오 주 오타와 시
현재의 음악 축제들은 록, 일렉트로닉, 재즈 세 장르로 나눠진다. 그 외의 음악들은 가장 연관성 있어 보이는 페스티벌에 꿰맞추기 식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기가 없는 장르인 블루스 음악은 록 또는 재즈 페스티벌에 겨우겨우 한 발을 걸치고 있다. 그런 블루스를 메인에 세운 오타와 블루스페스트라는 희귀한 페스티벌이 있다. 평소 블루스 음악을 좋아하는 아저씨 취향을 가진 완전한 아저씨인 나로서는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 페스티벌이 열리는 캐나다도 음악 페스티벌이 많이 열리는 나라인데, 캐나다는 조금 특이하게도, 유독 포크, 컨트리 음악 페스티벌이 많아, 캐나다에 블루스 페스티벌이 있다는 것이 놀랍지는 않다. 이 페스티벌은 당연하게도 블루스를 중심에 둔 페스티벌이지만, 현재에는 주류 팝 가수나 록 밴드들도 라인업에 포함하고 있다. 작년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블루스 리바이벌의 핵심전력인 블랙 키스(The Black Keys)를 중심으로 블루스 뮤지션들이 대거 포진된 가운데, 사운드가든(Soundgarden)과 같은 록 밴드와, 루츠(The Roots)라는 힙합 팀도 눈에 띈다. 다른 페스티벌과는 정반대로 블루스맨들이 주인이 되어, 다른 장르의 가수들을 손님으로 모신 듯한 느낌이 든다. 덕분에 블루스라는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타 페스티벌에서 느낄 아쉬움을 이곳 오타와 블루스페스트에서 수많은 블루스 맨들의 연주를 원 없이 들으며 해소할 수 있다. 그리고 왠지 영계 아저씨인 나는 그곳에 가면 사랑 받을 것 같다는 생각도 살짝 해본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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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ROOM
WORDS : 맹선호
힙스터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1> 모던록 전문가가 되기 위해 좋아해야 하는 뮤지션들이 있습니다. 클래식 레벨에서는 라디오헤드나 너바나, 펄 잼 등을 꼽아선 안됩니다. 그들을 꼽는 것은 다른 모던록 매니아들에게 무시당할 수 있습니다. 제일 좋은 매뉴얼은 스미스나 픽시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정도입니다. 그때 태어나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노래를 단 한 곡도 들어보지 않아도 좋습니다. 요즘에는 콜드플레이나 MGMT보단 베이루트를 추앙해야 합니다. 이도저도 다 싫으면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정도 추천 드립니다. 악틱 몽키스나 뱀파이어 위크엔드를 좋아한다고 하십시오. TV ON THE RADIO는 조금 애매한 위치군요. 플릿 폭시즈 추천 드립니다. 음악 잡지 잘 팔지도 않지만 안 보셔도 됩니다. 피치포크 미디어를 무조건 찬양하십시오. 크리스 마틴, 에디베더, 커트 코베인, 톰 요크 이런 보컬을 레전드로 꼽지 마십시오. 곧 죽어도 모리세이, 짐 제임스, 서프얀 스티븐스 정도 좋습니다. 그 중에서 서프얀 스티븐슨이 가장 좋습니다. 그냥 서프얀은 앨범 낼 때마다 ‘덜덜덜’ 하시면 됩니다. 우리나라 인디는 언니네 이발관, 델리 스파이스, 장기하 이런 팀은 꼽지 마십시오. 검정치마, 타바코 쥬스, 로로스 이 정도 가능합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Velvet Underground 다방면에서 힙스터 음악에 영향을 미친 미국의 밴드. 앤디 워홀(Andy Warhol)과의 작업과 실험적인 음악은 수많은 밴드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모르긴 몰라도 웬만한 힙스터라면 이들의 앨범을 소장하고 있을 것. 하지만 막상 활동시기엔 상업적으로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이 또한 힙스터들이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 참고로 대표 힙스터 페스티벌인 ATP가 이들의 노래 제목을 끊임없이 가져다 쓰는 것은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얼마나 힙스터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단면이다.
페이브먼트 Pavement 90년대 인디록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국 밴드. 활동 당시 미국에서도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해체한 후에도 그들의 앨범은 수많은 밴드들을 키워냈다. 최근 재결합 투어를 하면서 초유의 매진사태를 일으킨 것을 보면 그들은 너무 앞선 선구자였을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힙스터들의 로망급 외모의 소유자인 스티븐 말크머스(Stephen Malkmus)는 국내에 깜짝 공연을 하러 와서 홀로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산울림과 신중현 같은 6,70년대의 LP를 사갔다니 힙스터 추종자들이 존경할 만한 힙함이 느껴진다.
E L E P HA N T - S HO E
혹자는 힙스터 음악을 ‘아마도 당신이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라고도 하고, ‘피치포크가 좋다고 하는 음악’이라고도 한다. 비꼼이 녹아 있긴 하지만, 둘다 일리 있는 이야기. 힙스터 세계에서 종종 들리는 ‘이 밴드가 주목받기 전부터 좋아했어’라든가 ‘그들의 첫번째 EP는 좋아했지만, 그 이후론 별로더군’ 같은 대사들은 그들의 얼리어덥터 성향을 잘 보여준다. 음악 장르적으로는 인디록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쉽겠지만, 이 또한 한정 짓기에는 애매하다. 장르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그때그때 달라요’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유브이(UV)가 음악적으로는 힙스터 음악에 부합하는 바가 거의 없음에도 그 위트와 당당한 패러디로 힙스터들의 취향을 사로잡은 것처럼. 하지만, 무조건 새롭다고 그들의 취향인 것은 아니다. 새로운 밴드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그중 힙스터들의 취향에 맞는 밴드들은 힙스터들에게 소비되어지기도, 또 버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꾸준히 힙스터들의 추앙을 받아오고 있는 밴드들이 있다. 굳이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과거 큰 상업적인 성공은 얻지 못했으나 소수의 마니아들을 생산해냈고, 지금은 당시의 밴드 형태로 활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몇몇을 소개할까 한다.
소닉 유스 Sonic Youth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노이즈 사운드로 유명하다. 아방가르드하고 전위적이어서 실제로 이들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는 이들조차 마음에서 우러나와서인지 왠지 좋아해야만 할 것 같아서 좋아하는지 확실치 않을 정도. 참고로 “구(Goo)”의 앨범 커버는 수없이 많은 티셔츠에 프린트되어, 소닉 유스를 모르는 이들에게조차 낯익을 정도. 최근 힙스터계의 브란젤리나급 커플 서스턴 무어(Thurston Moore, 기타/보컬)와 킴 고든(Kim Gordon, 베이스/보컬)의 결별로 활동을 접음으로써 희소성마저 더해졌다.
신중현과 김정미 한국 기타록의 신화 신중현과 그의 사단이었던 보컬 김정미. 몇년 전인가 김정미란 이름이 힙스터들의 입에 오르내렸는데, 70년대 잠시 활동했던 그녀의 앨범이 최근 미국에서 재발매되고 또 그 앨범이 국내에 라이센스되었다. (꽤나 힙스터적이다!) ‘사이키델릭 여제’라고까지 불리우는 김정미의 재발견에는 주목 받지 못하는 과거의 것을 남다른 취향으로 발견해 소비하는 힙스터들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힙스터들이 꽤나 애정하는 베이루트(Beirut)의 멤버 또한 팬이라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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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당신을 모던록 전문가로 만들어 드립니다>의 일부이다. 야구부터 게임, 영국영어 전문가 등 각 분야별 허세를 풍자하는 유머이긴 하지만, 언급되는 밴드들을 보면 꽤나 흥미롭다. 서프얀 스티븐슨(Sufjan Stevens)이나 플릿 폭시스(Fleet Foxes) 같은 밴드를 좋아하는 것은 쿨하면서 음악 좀 아는 것으로 치부되고, 라디오헤드(Radiohead)나 콜드플레이(Coldplay)는 그 반대로 여겨진다. 아마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밴드보다는 피치포크미디어(www.pitchforkmedia.com) 같은 인디 음악 전문 웹사이트에서 인정받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밴드를 좋아하는 것이 남다른 취향을 과시할 수 있는 듯 하다. 그런데 그 누구보다 남다르고 흔치 않으며, 동시에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힙스터들의 취향은 이보다 더 까다로우면 까다로웠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인디 음악에 일가견 있는 그들이 열심히 찾아낸 덕분에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밴드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그들의 음악 취향이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
벨 앤 세바스찬 Belle and Sebastian 역시 힙 스 터 들 의 음 악을 언급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스코틀랜드 출신 밴드. 경괘한 멜로디와는 반대로 냉소적이면서도 우울한 사색적 가사는 힙스터들의 정서에 부합한다. 대중의 인기를 얻고 스타가 된 후 힙스터들의 불평이 늘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활동하는 밴드의 모든 작업을 칭찬하고 애정하는 것은 힙스터스럽지 못한 것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 초기 앨범은 좋았는데 그 이후에는 그저 그래 ’ 라고 말할지언정 벨 앤 세바스찬의 냉소적 감성은 여전히 힙스터들이 애정하는 그것.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
Godspeed You! Black Emperor 포스트록 또한 힙스터들이 좋아하는 장르라고 볼 수 있는데,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ós)는 꾸준한 활동과 더불어 꽤나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려서 힙스터들이 아직도 자랑스럽게 그들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갓스피드는 오랜 기간 활동을 중단했다 최근다시모여공연을하고있는데,동명의70년대일본흑백다큐멘터리에서 따온 밴드명부터 좌파적 성향까지 힙스터들이 좋아할 만한 면모가 돋보인다. 참고로 국내 포스트록 밴드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또한 음악적성향이나활동방식이힙스터들의음악으로꼽을만하다.
어쩌면 여기 소개된 밴드들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 수도 있겠다. (그것이 힙스터 음악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그저 낯설게만 여기지 말고 한번 시도해보라. 왠지 의무감에 소닉 유스 앨범을 다섯 개나 샀지만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다는 한 친구의 고백이 문득 떠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힙스터들이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처 알지 못했던 당신의 취향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잖는가. 그리고 다음 호에는 이어서 최근 힙스터들의 애정을 한몸에 받고 있는 한층 젊은 밴드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8beaTrip Episode 2 : 길거리 밴드 WORDS, PHOTOS : JUNE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과 할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백수, 챙이 빳빳하게 펴진 야구 모자를 쓴 힙합퍼와 가죽 재킷을 입은 펑크 로커가 우연히 스쳐지나 가는 길거리. 그런 길거리 중에서도 특별한 곳을 지금부터 소개하려한다.
도쿄의 길거리 밴드 주말 하라주쿠 역 근처, '메이지 진구바시'에서는 우주 패션 잡지에서나 나올법한 코스프레 족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을 위해 모델처럼 포즈를 취한다. 일본인들은 이곳의 풍경이 대수롭지 않겠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진기하고 화려한 ‘ 일탈 ’ 의 모습이다. 거기다 근처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 록 음악과 인디문화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메이지 진구바시부터 요요기 공원까지 이어지는 록 밴드의 행렬은 색다른 볼거리임에 틀림없다. 서양 관광객들은 아시아인들이 연주하는 록 음악이 신기한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찰칵. 찰칵. 귀여운 복장에 “저희는 뽀뿌로크 반도(pop rock band) 입니다!” 라고 말하는 친구들과 조금은 어설픈 화장을 한 비주얼 록 밴드, 심플한 디자인의 예쁜 로고 티를 입은 채 그린데이 풍의 펑크 음악을 들려주는 친구들, 검은색 정장과 세련된 모자로 복장을 통일한 15인조 여자 브라스 밴드, 빈티지 악기와 앰프로 70년대 음악 스타일만을 고집하는 복고풍 밴드, 그리고 스피커 한 대와 마이크 하나로 MR 반주에 맞춰 무표정하게 노래하는 아마추어 여자 가수에 이르기까지 마치 소규모 록 페스티벌에 온 듯한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 밴드는 왜 길거리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거야?” 라는 말이 툭 튀어나올 정도로 안정된 실력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상쾌한 멜로디를 30분 내내 들려주는 팀의 CD를 충동구매 하기도 하고, '아, 이 팀은 별론데, 이번 곡 끝나면 빨리 도망가야겠다.' 라고 생각하는데, 마지막 남은 관객인 나의 눈을 애처롭게 쳐다보면서 노래를 불러 자리를 뜨지 못하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쨌든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고, 곤란한 상황에서도 미소를 날려줄 여유가 있다면, 이곳은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주는 유쾌한 장소이다. 수많은 밴드의 공연을 직접 보며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 된 것처럼 옥석을 가리는 경험을 어디서 쉽게 해볼 수 있단 말인가. 까다로운 심사 조건을 통과한 맘에 '딱' 드는 밴드를 발견했다면, 30분 분량의 미니콘서트를 '공짜'로 즐길 수
있다. 물론 길거리에서 파는 타코야끼와 함께하든 커피랑 함께하든 자유이며, 비싼 돈을 내고 들어간 커다란 공연장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는 규칙 따위, 이곳 길거리에는 없다. 그리고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공연을 본 뒤 밴드 멤버들과 사진을 찍어 일본 여행의 추억으로 남길 수도 있다. 그건 그렇고 이 많은 밴드들은 왜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밴드가 라이브 클럽을 빌리는 대관 공연이 대부분인데, 웬만큼 인지도나 팬이 없으면 대관료에 못 미치는 티켓을 팔게 되고, 그것은 곧 적자 공연을 의미한다. 즉, 처음 시작하는 밴드나 아직 인지도를 얻지 못한 팀들에게 길거리 무대는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하라주쿠 역에서부터 시작되어 요요기 경기장과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도쿄에서 밴드들이 쉽게 모이는 가장 특화된 로큰롤 길거리. 재밌는 점은 바로 옆에서 다른 팀이 공연을 하면 음악이 섞일 가능성이 있을 텐데, 그런 이유로 이곳에는 한 가지 룰이 존재한다. 약 20분 간격으로 바로 옆에 팀이 공연을 할 때는 공연을 하지 않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볼링장에서 공을 던지기 직전 옆 사람이 라인에 올라와 있는 지 살피는 매너와 같은 개념이라고 할까? 그렇다면 다시 질문! "일본에는 엄청나게 많은 라이브하우스와 공연장이 있다고 들었는데?" 답은 간단하다. "무대에 서지 못하는 밴드가 그만큼 많다는 것! 또 다른 질문 하나. "이곳에서 공연하는 밴드는 모두 무명 밴드일까?" 이름 없는 밴드가 대부분이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아주 유명한 밴드의 거리공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실제로 꽤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밴드의 공연을 돈 안들이고 즐긴 기억이 두세 번 있었다. 이미 어느 정도 성공한 밴드는 매일 라이브 클럽을 빌릴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밴드는 한 달에 한두 번 공연장을 빌리는 대신 나머지 주말에 이곳을 찾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여러 밴드와 갖가지 볼거리들을 보며 요요기공원 주변을 돌다 보니 문득 일본 라이브 클럽에서 가진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리기 시작한다. 한국과 일본의 아마추어 밴드의 실력 차에 관한 것인데, 정답은 바로 수많은 라이브 기회와 레코딩 경험 이 두 가지. 길거리든 도쿄 안에 있는 수백 개의 라이브 클럽에서든 실력과 상관없이 밴드가 설 수 있는 무대가 항상 존재하며, 아마추어라도 홍보를 위해 자비를 들여 앨범은 반드시 만든다는 것. 라이브와 스튜디오 레코딩 경험만큼 밴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는 없을 것이다. 뭐, 일본 이야기를 하며 현실을 안타까워한다고 갑자기 없었던 밴드 문화가 우리나라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라이브 클럽 50개가 서울 하늘에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 몇 십 년 뒤, 밴드가 음악 하기 편한 세상이 오리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먹고 넘어가도록 하자. 젠장. 지금까지 주절주절 일본의 길거리밴드에 대해 얘기했지만, 하고 싶은 얘기는 간단히 이런 거다. 실력이 형편없고, 아무도 듣지 않지만, 당당하게 자작곡을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있는 많은 아마추어 밴드들을 직접 보게 된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을 위한 삶인지,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는 말씀. 바라는 삶이 어떠한 것인지 헛갈리거나, 잊고 산지 너무 오래됐다면 배낭을 메고 도쿄 요요기공원의 길거리로 떠나보자! 당신 삶의 단조로운 멜로디가 조금은 펑키하게 바뀔 수 있을 것이다.
Yoyogi Park (代々木公園) 주소 : 일본 도쿄 시부야구 요요기가미조노
(東京都渋谷区代々木神園町2−1)
교통 : 하라주쿠 역 (역에서 내려 공원 맞은편 NHK 방송국까지 걸어가면 된다.) 보통 토요일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가 가장 길거리 밴드가 많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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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두 개 Episode 7 :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WORDS, PHOTOS : JUNE, JEE
JUNE 10년 동안의 음악활동을 바탕으로 음악과 영상 작업을 하고 있는 미디어 작가. 30년 뒤 멋진 ‘로큰롤 할아버지’를 꿈꾸며 매년 여름이면 록의 고향 영국으로 날아가 보고, 듣고, 경험을 쌓는 중. 초 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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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에 식빵, 그리고 베이컨과 계란. 어릴 때 선물 받았던 '종합 선물 세트'만큼이나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메뉴가 있으니 바로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되겠다. 왠지 이 메뉴를 런던에서, 그것도 좋아하는 동네인 브릭레인에서 먹으면 말 그대로 '잉글리시' 조식의 완성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바로 JEE 양에게 물었다.
"그거 먹게?" "응, 고기는 좀 타야 맛있지." "안돼! 탄 거 먹지 마!"
"아침으로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먹을래?" "뭐, 딱히 생각나는 게 없으면 먹자." "...음, 생각나는 게 없네." "그렇게 먹고 싶어? 알았어." 솔직히 다른 메뉴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들어간 브릭레인의 카페 같은 식당. 많은 사람들이 샌드위치, 커피와 빵, 햄버거, 피시 앤 칩스 등 다양한 스타일의 브런치를 먹고 있었다. 꼭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나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는지 JEE 양도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로 메뉴를 정했고, 10분 뒤 두 가지 스타일의 조식이 테이블에 놓였다. 아! 행복해라. 둘이 여행 다니는 기쁨 중의 하나가 이런 것이다. 혼자였으면, 네 종류의 메뉴 중 무엇을 고를지 엄청나게 고민했겠지만, 우리는 메뉴에서 두개나 맛볼 수 있지 않은가. 이것은 마치 어린이 종합 선물 세트가 회사별로 두개나 생긴 기분! "탄 거는 잘라서 먹어." "별로 안탔는데?" "어허. 거기 뒤집어 봐. 탔잖아."
“ 탄 거는 잘라서 먹어. ” “ 별로 안탔는데? ” “ 어허. 거기 뒤집어 봐. 탔잖아. ”
JEE 10년 동안 요리와 함께 삶을 보내던 중 록 페스티벌에 꽂혀 회사를 박차고 영국으로 날아감. 30년 뒤에도 스니커즈와 닥터 마틴이 잘 어울리는 멋쟁이 할머니가 되고 싶어 함. 항상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걱정녀.
고기를 약간씩 태워 먹었던, 그리고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는 JUNE 군. 특히 마요네즈 마니아인 그는 피자를 시켜도 마요네즈에 찍어 먹고, 밥에다가 참치와 김, 마요네즈를 비벼먹는 일명 '느끼밥'을 자주 즐긴다. 혼자 자취할 때는 돈을 절약한다고 커다란 업소용 마요네즈 한 통을 살 정도로 느끼한 걸 즐기니, 서양음식 역시 가리는 거 하나 없이 잘 먹는다. 반면 나의 입맛은 느끼한 것보다 매콤한 것이 더 맞는 편. 직업이 요리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할 땐 실패가 두려워 많은 고민을 한다. 일단 브릭레인을 돌아다니기 전에 배부터 채워야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아직 식전이라 배가 고팠지만, 특별히 당기는 메뉴는 없었다. 이리저리 식당 탐색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한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선 휴일에 늦잠을 푹 자고 있었을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카페 앞 벤치에서 브런치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여기서? OK! 카페에서 메뉴를 살펴보니 막상 특별한 건 없었다. 그러나 JUNE 군은 신이 나서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를 먹겠다고 한다. 좀 망설여졌지만, 결정을 하고 JUNE 군과 다른 스타일로 주문하였다. 사실 호텔에서 요리를 했던 나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를 매일 봤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베이컨 3박스, 계란 수백 개는 기본이고, 다른 재료 역시 백 개 단위로 손질하고, 조리하다보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질려버리기 때문. 이런 이유로 식당에서 메뉴선택 하기가 항상 어렵다. 그래도 여행을 왔으니 마음을 좀 열어 봐야지라며, 시킨 게 바로 이 메뉴였다. 그렇게 쳐다보기도 싫어했던 바로...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예전에는 어느 정도 고기가 타야지 맛있다고 생각했지만, JEE 양과 함께 지내다 보니 탄 음식은 절대 먹을 수 없게 됐다. 건강에 나쁘다고 하니 받아들일 수 밖에. 오히려 지금은 검게 그을린 부분을 보면 살짝 거부감이 든다. 그런데 영국 사람들, 햄버거도 그렇고 소시지, 베이컨 너무 태워서 먹는다. 걱정이 조금 됐지만, 주문 순서를 기다리는 뒷사람도 있고, 영어를 술술 잘하는 것도 아니니 운 좋게 요리사가 덜 태우기만 바랄 뿐. 다행히 우리건 크게 타지 않아 맛있게 먹고 있는데, JEE양의 눈은 매섭다! 그렇게 조금 탄 부분을 잘라내고 먹은 잉글리시 블랙퍼스트의 맛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JEE양의 지적과 상관없이 개인적으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고 싶다. 왜냐면 식당이 있는 자리가 영국 인디음악의 아지트, 러프 트레이드 바로 옆이기 때문. 한국으로 돌아가 처리할 산더미 같은 일 따위 잊어버리고, 브릭레인에서 한가롭게 커피와 브런치를 먹는 즐거움은 10점 만점에 10점도 모자란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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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별 기대 없었는데, 왠지 새로운 장소에 있으니, 주문한 음식이 기다려지고, 설레기까지 했다. 모든 것은 정말 마음먹기 따라 다른가보다. 음식이 나오고 보니 푸짐하고 다양한 게 너무 맛있지 않은가! 우리는 서로 접시를 바꿔가며 즐겁게 먹었다. 심지어 실수로 치즈를 올린 빵 한 조각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아까워서 눈물이 날 뻔했다. 진짜 JUNE 군이 말한 대로 종합 선물 세트 딱 그거였다. 그런데 소시지와 베이컨을 자세히 보니 조금 타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사람들 건 더 심했다. 이곳 사람들은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왜 저렇게 태울까? 몸에도 안 좋은데. 나도 어렸을 때는 탄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우연히 TV에서 탄 음식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프로그램을 본 후 정신이 번쩍 들었고, 지금은 질색할 정도가 되버렸다. 당연히 소시지와 베이컨의 탄 부분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처럼 세심하게 떼어 버렸다. 어쨌거나 이번 여행에서 먹은 첫 끼는 성공! 이날 이후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어서 결혼 후 우리는 일주일에 반은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를 먹고 있다.
이달의 만화 - [공자암흑전] 최근에 ‘모호로시 다이지로’라는 일본작가의 만화가 출간 러쉬를 이루고 있다. 70년대부터 활동하던 만화가인데, 70년대 그 때의 작품들이 복간되고 있다. 전에는 별로 안 좋아했지만 최근 그의 <공자암흑전>을 읽고 마음이 바뀌었다. 당시에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신기하다. 그의 걸작 <서유요원전>을 사고 싶은데, 최근 통장 잔고가 말이 아닌 관계로 다다다음달이나 사야겠다고 생각 中. 이달의 영화 - [사물의 비밀] 스타2 곰TV 중계를 보다보면 여러 광고가 나온다. 계속 보면 중독되는데, 그중에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예고편이 있었다. "사물의 비밀" 의 예고편은 정말 끌렸다. 갓 스무살 넘은 남자제자에게 마흔을 앞 둔 여교수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왜 벌써 마흔이냐구?!' '넘을 수 없는 벽인 건 알아.' '그래도 나는 아직 여자야.' 이런 주옥같은 강력한 대사들이 예고편에 등장하는데 왠지 감정이입 되는.. 난 남자고.. 이제 서른인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흥행은 별로였는지 벌써 p2p 에 올라와 있더라... 이달의 여행 - [단양] 단양은 남한강이 섬처럼 감싸고 있는 작은 동네이다. 1월이라 정말 추웠는데, 그 넓은 강이 하얗게 얼어있는게 정말 신기했다. 단양팔경을 가보진 않았지만. 단양 마을 자체가 정말 매력적이다. 하루만 자고 가려 했는데. 비수기라 숙박이 저렴해 이틀을 묵었다. 이달의 편집장 - [우리의 편집장 石]은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스타2 프로게이머 저그의 화신 임재덕과 정말 닮았다. 石편집장 요즘 조금씩 살이 붙는데.. 묘하게 그와 더 닮아져간다. 생각해보니 그는 왠지 스타도 잘할 것 같다. 이달의 음식 - [스파게티] 요리라곤 불과 2-3년 전까지 양파조차 깔 줄 모르던 나는 설에 본가에서 스파게티에 도전해 보았다. 맛은 없었지만 만들기는 어렵지 않았다. 마치 라면 끓이는 것 같았다. 소스를 사 왔기 때문에 그런가. 역시 음식은 소스가 중요한 것 같다. 소스를 직접 만드는 건 정말 힘들겠지. 어쨌든 내가 만든 스파게티는 정말 별로였다. 이달의 음악 - [쾅 프로그램] 음악 초보로서 이리저리 기타를 쳐 보며 음악을 만드는데, 꽤 맘에 드는 리프가 나와서 이걸로 만들어보자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우연히 "쾅 프로그램"이란 밴드의 동영상을 보았는데, 아... 그들의 곡에 이미 내가 며칠 전에 생각해 놓은 리프가 아주 멋들어진 곡으로 만들어져있었다. 역시.. 이것이 프로인가. 곡이 너무 멋있어서 다른 곡도 들어보았는데. 다른 곡들도 무척 멋졌다. 뭐랄까, 내가 음악을 만들면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상상속의 그 모습과 가깝게 느껴졌다. 제길, 음악 너무 멋지잖아. 그 리프를 그들보다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리프를 마음속에 묻어버렸다.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음악은 나올 만큼 다 나왔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워지는 요즘이다. 최근에 이들의 앨범도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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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PHANT CHOICE
justice
1월, 킨텍스에서 열린 Seoul Electronic Music Festival (이하 SEMF) 덕분에 한국의 일렉트로닉 음악 팬들은 새해 초부터 호강했다. 이디오테입(IDIOTAPTE), 아스트로 보이즈(Astro Voize), 킹맥(KINGMCK), 바가지(BAGAGEE), 바이펙스써틴(VIPHEX13)의 국내 일렉트로닉 팀에, 저스티스(JUSTICE), 어보브 앤 비욘드(Above & Beyond), 크리스탈 캐슬(CRYSTAL CASTLES)이라는 굵직한 해외 뮤지션까지 킨텍스를 찾았다. 그중에서도 저스티스는 이번 SEMF를 포함해, 글로벌 개더링 2010, 클럽 앤서 공연 등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해외 뮤지션의 두 번째 내한 공연 티켓의 판매량은 첫 내한에 비해 굉장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로는 당연하게도 음악이 다시 듣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어서도 있지만, 한국을 다시 방문하기 전까지 발표한 신곡들을 라이브로 듣고 싶다는 열망이 공연장을 찾게 한다. 이렇게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들의 히스토리를 조금 살펴보자.
Gaspard Augé 1979. 5. 21. 프랑스 프랑슈콩테 주의 브장송(Besançon) 출신
Xavier de Rosnay 1982. 7. 2. 프랑스 센에마른(Seine et Marne) 출신) 저스티스의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2003년 Musclorvision의 "Hits Up To You,"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에서부터이다. 이 앨범에는 “JUSTICE”라는 팀 이름으로 두 곡이 실려 있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6번 트랙에 들어있는 Mircoloisir라는 팀이다. 이 팀은 가스파르의 초창기 솔로 프로젝트 팀이다. ‘Back in Your Eyes’, 이 곡에는 보컬의 노래가 들어가 있는데 많은 팬이 아마도 가스파르가 부른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추정인 이유는 저스티스 본인들이 이 곡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싫어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 앨범에 포함된 버전의 곡들을 그다지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소문이 돌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본인들의 숨기고 싶은 과거랄까? 아무튼 일단 가스파르가 부른 곡부터 들어보자.
Mircoloisir - Back in Your Eyes 어떤가? 숨기고 싶은 그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가? 곡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보컬의 노래실력에는 칭찬하기가 쉽지 않다. 말하자면 돈 받고 맛집 촬영을 갔는데, 정말 너무 맛이 없는 음식을 먹으며 “어머! 정말 맛있어요!”라고 말해야 되는 리포터의 심정이랄까? 어쨌든 이 곡은 가스파르의 잊고 싶은 과거가 되어버렸지만, 이 앨범에 포함된 저스티스란 이름으로 실린 두 곡, 그중에서도 ‘Sure You Will’을 통해 서서히 일렉트로닉 음악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 후, 프랑스 대학교 라디오의 리믹스 컨테스트에 응모하기 위해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밴드 시미안(Simian)의 “Never Be Alone”을 리믹스했다. 이 곡은 클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결과적으로 이 곡 덕분에 그 유명한 에드 뱅거(Ed Banger) 사단과 계약을 하게 된다.
Justice vs Simian - We are Your Friend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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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저스티스의 두 번째 앨범 "Audio Video Disco"가 발매되었다. 그들은 이번 앨범이 '연주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연주한 것 같은 그런 음악'이라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그들은 리믹스 작업을 계속했다. 비카리어스 블리스(Vicarious Bliss)라든지, 시나리오 록(Scenario Rock), 감비트(Gambit)라는 프랑스 뮤지션의 음악부터 시작해,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노 원 에버 릴리 다이스(N*E*R*D : No one Ever Really Dies), 팻보이 슬림(Fatboy Slim), 다프트 펑크(Daft Punk)처럼 유명한 팀들의 음악도 리믹스했다. 그러던 2005년 드디어 그들의 첫 솔로 싱글이 발표된다. ‘Waters of Nazareth’가 바로 그것인데, 이 곡을 통해 수많은 DJ 중에서도 자신만의 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며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된다. 그 후에도 계속해서 EP앨범과 리믹스 작업을 했고, 이런 내공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대표곡이 된 ‘D.A.N.C.E.’를 2007년 4월 23일 발표했다. 그리곤 바로 이어서 데뷔 앨범 “†”를 발표했다. 이 곡은 음악 자체가 중독성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뮤직비디오가 대호평을 받았다. 일단 뮤비 감상! (아마도 이미 봤겠지만)
Justice - D.A.N.C.E. 이 뮤직비디오는 2007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비디오 상 부문의 후보로 등록됐지만 아쉽게도 상은 리한나(Rihanna)의 ‘Umbrella’가 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의 유로피안 뮤직 어워드에서는 비디오 스타 상을 받았다. 아무튼 이 곡 덕분에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된 저스티스는, 성공한 뮤지션들이 그러하듯 전 세계를 누비며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코첼라 페스티벌, 스페인의 소나르 페스티벌,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 영국의 레딩 리즈 페스티벌 덴마크의 로스킬레 페스티벌 등 2008년도의 거의 모든 음악 페스티벌에 등장했다. 이런 인기 속에서 2008년 5월 1일 유튜브를 통해 데뷔 앨범에 수록된 ‘Stress’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 뮤직비디오는 전작 ‘D.A.N.C.E.’와는 다른 의미에서 주목을 받게 된다. 등에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재킷을 입은 청소년들의 여러 폭력적인 행동을 담아냈다. 덕분에 몇몇 TV 방송국은 이 뮤직비디오를 틀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저스티스는 프랑스의 이민자들에 의해 생겨난 빈민지역들,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다뤄보려고 했던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단순히 인종 문제나, 공공기물 파괴 등에만 집중했다. 이에 대해 가스파르는 “우리는 분명히 이 뮤직비디오를 통해 어떤 소란이 일어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절대로 이런 주제들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에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이 비디오에서 봤다면, 이것은 분명히 그들 자신이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갖고 잇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뮤직비디오에서 오로지 흑인들이 백인들을 때리는 장면만 기억났을 테니까. 실제론 있지도 않은 그 장면을 말이지. ” 라고 말했다.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다시 돌려봤더니,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 중에는 백인도 있었고 흑인도 있었다. 그 중 흑인 아이들을 집중해서 봤더니 백인에게서 돈을 뺐거나, 위협하기는 했지만, 때리는 장면은 정확히 찾기는 어려웠다. 근데 어렴풋이 보였던 것도 같은 것이 뭔가 애매하지만, 넘어가자!
Justice - Stress
이런 홍역을 치르기는 했지만, TV에서 그들에게 뭐라고 하든, 또 비평가들이 뭐라고 하든, 팬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런 중에 또 다른 루머가 돌았는데, 2008년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새 앨범 “Stadium Arcadium”의 레코딩 작업에 저스티스가 참여한다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에드 뱅거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하며 바로 사라져 버렸다. 어쨌든 그 후 2008년에는 디올 옴므 섬머 패션쇼를 위해 곡 작업을 했다. 이 곡들은 “Planisphere”라는 이름으로 저스티스의 마이 스페이스 페이지에서 공개됐다. "Planisphere IV"와 "Planisphere Final"가 그것이다. 그러곤 8월 25일. 저스티스 팬이라면 한 번쯤은 봐야할, 보고 난 후에는 이들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 “A Cross the Universe”가 발표됐다. 이 작품의 최고의 장면은 가스파르가 라스베가스에서 만난 지 3시간밖에 되지 않은 그루피(광팬)과 결혼을 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가 또 다른 논쟁을 낳았다. 바로 이 다큐멘터리 발표 기념 투어를 돌던 중 가스파르를 찍은 사진 때문이었는데, 이 사진에서 그의 악기인 “ Akai MPD24 ” 에 코드가 꽂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논란은 평소 저스티스를 좋아하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좋은 빌미를 제공해줬고, 그들은 계속해서 저스티스의 라이브 셋은 사실 가짜라고 주장했다. 결국 가스파르는 다른 증거사진들을 제시하면서 이 논란을 종지부 지었다. 그럼에도 저스티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항상 이 사건을 이야기하며 욕하곤 한다. 뭐 이해하도록 하자. 세상에는 남극과 북극에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 이후로도 리믹스 작업을 계속했고, MGMT의 ‘Electric Feel’은 2009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고 리믹스 상을 받기도 했다. 이어서 U2의 ‘Get on Your Boots’,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Let Love Rule’ 등의 리믹스를 발표하면서 꽤 긴 시간이 지난 2011년이 되어서야 저스티스 본인들의 싱글 앨범 ‘Civilization’을 발표했다. 이 곡의 뮤직 비디오는 브라질 리우 데 자이로의 예수상(Christ the Redeemer)과 같은 유명한 유적들이 중력에 의해 부서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뭐, 몇몇의 종교인들은 또다시 거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 정도쯤의 논란은 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곤 드디어 두 번째 앨범 “Audio Video Disco”을 10월에 발표할 것이라고 8월의 인터뷰 중에 밝혔다. 인터뷰 중 저스티스는 그 앨범이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 같은. 연주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연주한 것 같은 그런 음악”이라고 덧붙였다. 그 후 9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공개된 'Audio Video Disco'의 뮤직비디오는 정말로 일렉트로닉 뮤지션이라기보다는 일반 밴드 뮤지션들의 녹음 과정을 보여주는 듯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전자기타, 피아노, 드럼 등이 나오는데 이는 앞으로의 저스티스 음악에 대한 힌트라고 말한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조금 더 줄이고, 록 사운드를 늘린다는 이야기다. 그들의 새로운 시도와 음악적 변화가 어색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어떤 이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동안의 세련된 음악을 만들어 냈던 그들이기에 이번의 변화도 기대가 된다. 약간의 소란은 그들 본인이 바라는 바라고 하니,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해서 욕도 했다가, 환호하기도 하면서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자.
Justice - AUDIO, VIDEO, DISCO.
FEATURE
recandplay.net
크리스 가르노 / Chris Garneau 2011. 10. 24. @ 보문시장
렉앤플레이는 2009년 11월부터 도시의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라이브 연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기록된 연주를 엘리펀트 슈를 통해 탭진에서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들려드리려 합니다. 우리는 뮤지션과, 라이브와, 공간과, 술을 중시합니다. 우리는 착합니다. 겁먹지 마세요.
Relief 후배가 한 잔 하자며 데려간 포장마차 안에 난데없이 피아노가 있길래 작업 장소로 점찍어 두고 있던 차에 크리스 가르노와 연결이 되었습니다. 피아노 조율이 좀 나갔지만 그는 괜찮다고 했고, 사장님은 문을 열어놓을테니 알아서 쓰라고 허락해주셨습니다. 정오 즈음에 밴드 및 리플레이뮤직 관계자분들과 보문시장 뒤쪽 입구에서 만난 뒤 조금 걸어 내려가 왼쪽에 있는 보문동일번지 가게 천막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이 친구들이 예상한 것보다 시장이 훨씬 허름했는지 재미있어 하는 티가 역력했습니다. 크리스가 피아노를 만지는 동안 루카스는 시멘트 바닥에 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운드와 영상 체크를 하는 사이 드러머 벤, 리플레이뮤직 실장님들, 우리 나머지 멤버들은 햇살이 간헐적으로 내리쬐는 입구쪽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October, October 다음 순서로는 시장 한가운데 세갈래길으로 가서 아주머니들께 양해를 구했는데, 장사 방해하는 게 아닐까 싶어 좀 민망했지만 오히려 식혜도 챙겨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셨습니다. 한쪽 가게에 앉아 계시던 분은 자제분도 연기를 전공하고 있다면서 친근감을 표하셨고, 딱히 뭐라 대답할 말이 잘 생각나지 않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재개발 대상인 시장 한쪽에서 올라가는 주상복합 공사 현장의 리프트 소리가 잦아들기를 기다렸습니다. 주위가 조용해지는 타이밍이 찾아왔고, 분주한 듯 한적한 듯 적당히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서 크리스와 루카스는 노래를 연주해나갔습니다. 렉앤플레이의 2010년 마지막 작업이었습니다.
크리스 가르노(Chris Garneau)는 미국출신의 싱어송라이터다. 그의 음악은 쉽게 표현하자면 포크 음악이라 할 수 있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가자면 클래식 음악과 팝 음악의 융합 장르인 바로크 팝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과의 융합이라고 하면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비발디의 사계 중 2악장 겨울을 샘플링하여 사용한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일 것이다. 물론 이도 바로크 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샘플링의 단계를 넘어서 클래식의 곡 구성을 가진 채 팝의 멜로디 라인을 얹어 새로이 만든 음악들을 흔히 바로크 팝이라 한다. 크리스 가르노도 이런 구성으로 음악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여타의 바로크 팝들이 오케스트라가 가지는 웅장함으로 어필하려고 했다면, 그의 음악은 굉장히 적은 수의 악기들로 이루어진 아담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그 위에 얹어지는 그의 가사는 때로는 시나 소설처럼, 또 가끔은 희곡처럼 이야기를 만든다. 간결한 구성인 만큼 악기 하나, 멜로디 하나를 허투루 쓰지 않고, 가사가 전하는 이야기를 완벽히 보조한다.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긴장감을 줄 부분은 긴장감을 주는 그만의 곡 구성은 그가 가진 스토리텔링 능력을 극대화한다.
Chris Garneau's Web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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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titude FESTIVAL 2011 ● paloma faith ● photo : jessica gil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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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Sketch
WORDS : 유피디, PHOTOS : VU ENTERTAINMENT
2010년을 마무리 지었던 페스티벌이 있었다. 'Seoul Electronic Music Festival(이하 SEMF)'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워커힐 호텔의 3개 스테이지를 이용하며, 일렉트로닉 신에서 이름 좀 있는 아티스트를 끌어 모은 실내 페스티벌이다. 연말의 일렉트로닉 공연과 파티는 어떻게든 잘되기에 SEMF 또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지나 2012년 1월 24일에 2회가 개최되었다. 일렉트로닉 음악의 팬이라면 눈이 돌아갈 만큼의 라인업을 가지고 말이다. 메인 아티스트는 무려 “저스티스(Justice)”! 게다가 라이브 셋! 그리고 요즘 가장 핫하다는 캐나다 출신 펑크 일렉트로닉 혼성 듀오 “크리스탈 캐슬즈(Crystal Castles)”, 트랜스 음악을 얘기할 때 빠질수 없는 레이블 안주나비츠(Anjunabeats)의 수장 “어보브 앤 비욘드(Above & Beyond)”까지 포함되어 일렉트로닉 팬들이라면 손발이 덜덜 떨릴 만한 라인업이다. 때문에 덜덜 떨리는 손발로 운전을 하면서까지 저 먼 일산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SEMF 지난 1회 SEMF는 세 개의 각각 떨어진 스테이지를 이용한 복합형 콘서트 형태였는데, 이번 2회는 한 공간에서 두 개의 스테이지가 번갈아 운영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공연전체를 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배치는 좋았으나, 킨텍스 공연장이 지나치게 커서 전반적으로 사운드가 먹먹하게 들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특히 실제 드럼을 쓰는 공연에서는 상당한 울림현상이 발생하여 조금만 뒤에서 들으면 박자가 어긋난 듯이 들렸다. 이외에도 단출한 부스들, 쿠폰 사용시 차액을 거슬러 주지 않는 음료부스의 운영방식 등이 흠이었다. 그러나 이런 단점들은 결국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상쇄시켜 주었으니 이어지는 리뷰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SEMF 라인업 순서에는 그루브가 있다! 네임 밸류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일반 음악 페스티벌과는 달리 SEMF의 공연 순서는 마치 DJ가 클럽 전체의 기승전결을 꾸려 나가듯이 이루어졌다. 몽구스, 글렌체크, 텔레파시와 같은 일렉트로닉 록 밴드와 사이키델릭한 스타일의 강산에 밴드와 김창완 밴드에 이어 폭발력 있는 이디오테입(Idiotape), 크리스탈 캐슬즈가 등장했다. 아스트로 보이즈(Astrovoize), 인사이드 코어(Insidecore)의 확실한 일렉트로닉 디제잉에 이은 저스티스의 라이브셋, 그리고 그룹 테라피를 시켜주는 듯한 어보브 앤 비욘드!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를 지어준 테크노 사운드의 킹맥(DJ, Kingmck)과 바가지(Bagagee)까지, 하나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 라인업으로 관객들의 체력 안배를 신경 쓴 듯했다. 무엇보다 대형 해외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국내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제대로 된 큰 무대에서 발휘되었다는 것이다. 우선 일렉트로닉 페스티벌에서 분위기를 잡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었던 김창완 밴드의 사이키델릭한 무대는 싸이트랜스에 나올법한 영상과 함께 전혀 새로운 구성으로 예상외의 선전을 했다. 이디오테입은 공연장의 드럼 사운드에서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큰 무대에서 더더욱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른 국내 아티스트들의 디제이셋도 화려한 무대장치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성공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해외 아티스트의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관객들의 반응이 저조한 것이 현실인데 앞의 두가지 악조건을 동시에 만난 두 DJ, 킹맥과 바가지는 각자 다른 스타일의 유려한 플레이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A스테이지 저스티스의 공연에 자극을 받으신 B스테이지의 조명 기사님께서는 바가지의 공연 때, 메인 아티스트에 버금가는 분노의 조명을 쏴주셨다는 후일담.
crystal castles 필자가 생각했던 문제의 공연! 사실 이 리뷰를 쓰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음반으로 먼저 접했을 때 필자는 “펑크 애티튜드를 보여주려면 리얼 보이스지 어디서 기계소리야?” 라는 허세로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며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번 SEMF의 예습을 위해 공연영상을 보니 보컬 앨리스의 표정과 액션, 그리고 눈빛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이건 진짜였다. 사실 자존심상 주변 사람들에게는 “ 에이- 저스티스가 짱이지.”라고 얘기를 했지만 혼자 은근히 기대한 것은 크리스탈 캐슬즈였다. 국내 최초 내한이기도 하고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기에,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관객들이 앞으로 몰렸다. 무대 앞 펜스 근처에 있었던 지인이 실신하여 공연 시작 두 곡 만에 실려 나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들의 공연을 기다린 국내 팬들의 열기가 엄청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사실 그런 분위기에 필자 본인도 정말 취하고 싶었다. 선입견을 깨주길 바랐다. 물론 ‘ Intimate ’ 에서 읊조리는 듯 조용하게 들리는 앨리스의 몽환적인 목소리나, ‘ Doe deer ’ 에서의 절규, 마지막 ‘ Not in Love ’ 의 로맨틱한 신스에 이펙트를 더한 보이스의 매력 등 좋은 부분도 많았다. 공연 중간에 대표곡인 ‘Creamwave’가 흘러 나왔을 때는 왜 팬들이 이들을 그토록 기다렸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공연의 시작부터 드럼이 잘 들리지 않았고 앨리스의 마이크 문제로 가뜩이나 잘 안들리는 보컬이 더 안들리자 집중력이 떨어졌다. 시간이 지나 사운드가 점점 잡혀갈 때 쯤, 공연이 끝나버려 더욱 아쉬움을 자아냈다. 페스티벌에서 새로운 아티스트나, 싫어했던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고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는데 이번 공연은 신규 팬을 창출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들이 다시 한국에 온다면 그때는 제대로 들으러 갈 것이다. 부디 다시 한번 내한해 크리스탈 캐슬즈의 ‘참맛’을 십분 발휘해 주기를 바란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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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ice ‘무자비한 십자가의 부름에 응답하라’는 홍보문구로 필자의 맘을 설레게 했던 저스티스가 SEMF의 헤드라이너였다. 2010년 글로벌개더링에 디제이셋으로 내한해 팬들을 실망시킨 그들이 드디어 라이브셋으로 왔다. 1집의 오프닝곡 ‘Genesis’로 시작된 이번 공연은, 다른 나라에서의 공연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셋리스트를 준비했다. 이번 2집 앨범은 1집과 음악적 성향이 달라 라이브셋을 밴드 형식으로 바꾸지 않을까 했으나 1집의 라이브셋과 같았다. 하지만 그 세팅으로도 2집의 밴드 사운드를 절묘하게 만들어냈다. ‘Stress’가 연주될 때 LED와 조명으로 이루어진 무대 뒤의 벽이 현란한 시각 효과를 보여주며 긴박감을 더했다. 극적인 부분에서는 무대가 반으로 갈라지는 멋진 연출도 보여줬다. ‘Waters of Nazareth’와 ‘We Are Your Friends’, 그리고 ‘On'n'on’을 믹스한 마지막 곡이 끝나자 모든 관객이 ‘We are your friends’의 가사인 “Because We are your friends, you never be alone again, Come on!”을 외쳤다. 그에 화답하듯이 두번째 앨범의 첫 싱글 ‘Audio Video Disco’을 앵콜곡으로 연주했다. 저스티스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 팬들에게는 1집 라이브 투어와 형식이 비슷하여 실망감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입으로 리얼악기 연주를 잘 못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국내에서 최초로 보여진 저스티스의 라이브셋 공연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above & beyond 어보브 앤 비욘드는 세계 트랜스씬에 있어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트랜스 레이블 안주나비츠의 수장으로 이번 <Group Therapy World Tour>의 형식으로 SEMF에 참가하였다. 공연이 시작하자 세 명의 멤버 중에 토니(Tony McGuinness)와 파보(Paavo Siljamäki) 두 명만이 나타났다. 우선 간단한 총평은 <Group Therapy>라는 투어 이름처럼 그들 특유의 아름다운 신디 사운드로 무장한 업리프팅 트랜스가 프로그레시브한 트랜스와 적절히 섞여 관객들의 피로한 귀를 치유했다. 저스티스의 열광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많은 관객들이 가만히 서서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을 즐겼다. 이 공연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공연 전반에 걸쳐 직접 메시지를 타이핑해 관객들이 공연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Close Your Eyes”라는 메시지에 따라 눈을 감고 있다가 강력한 신스와 조명에 눈을 떠보니 “ Open Your Mind ” 라는 메시지가 무대 위에 떠 있었다. 클라이막스에서는 한 여성팬을 무대로 불러 노래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게 하는 이벤트도 있었다. 작년 코첼라 페스티벌의 아케이드 파이어 영상에서 보았던, 관객들이 만지면 빛이 변하는 큰 풍선은 한국에서만 선보인 연출로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들의 명곡 ‘Sun & Moon’에서 떼창을 유도하기 위해 볼륨을 줄였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이 따라부르지 못하며, 관객과 아티스트 모두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체적인 셋리스트 구성은 그들의 "Anjunabeat 9.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변화를 준 것이었는데 예전 트랜스 팬들에게는 많이 생소했을지도 모르겠다. 트랜스도 세월이 가면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이들 덕에 필자의 MP3플레이어에는 십년만에 트랜스가 다시 들어왔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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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Sk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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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IEN RICE 내한공연 화끈한 밤, 끝나지 않은 노래 -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Damien Rice 내한공연 데미안 라이스 2012. 1. 11 @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words : 정민, photos : 현대카드, 엑세스 ENT
2007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며칠 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로 투어 일정 전부를 취소했던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내한이 5년 만에 다시 이루어졌다. 아시아에서의 첫 공연이라는 사실은 반가움을 넘어 팬으로서 고마움까지 느껴질 정도. 관련 기사에서 수없이 언급되듯 데미안 라이스는 영화 <Closer>의 OST 삽입곡 ‘Blower’s Daughter’로 국내 대중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음악에 관심을 갖고 들어본 사람이라면 앨범 속 가득한 아름다운 가사와 선율을 통해 왜 올뮤직(www.allmusic.com)이 그의 첫 스튜디오 앨범 “O”를 ‘hopelessly beautiful’이라 표현했는지 몸소 느꼈을 것이다. 평일 저녁이란 시간과 높은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티켓 오픈과 함께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단지 15분 늦게 표를 예매한 덕에 필자는 등 뒤에 바로 벽이 있는 맨 뒷자리에 앉게 되었고, 실물보다는 무대 양측 스크린에 의지하며 공연을 관람해야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하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했다는 사실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The Professor & La Fille Danse’와 함께 데미안 라이스가 홀연히 무대에 등장했다. 정갈하고 짧은 머리를 한 사진 속 모습들에 익숙했더랬는데, 긴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에 재킷을 걸친 그의 모습은 꽤나 놀라웠다. 이런 모습으로 하는 공연은 그에게도 처음이란다. 혼자 기타 하나 들고 시작한 공연에 2007년 3월 투어 중에 급작스레 헤어진 리사 해니건(Lisa Hannigan)은 당연히 없었고, 그 이후 시나브로 함께하지 않게 된 밴드 멤버들마저 없었기에 허전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매니저마저 대동하지 않고 내한했다는 후문을 미리 접하였다면 그 허전함이 덜했을까. 그러나 그의 음악적 열정과 재치 넘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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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담에 젖어 들면서, 그것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 시간에 가까운 공연 시간 동안 그는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싱글 커트된 대부분의 곡들과 B사이드 곡들을 들려주었고, ‘Volcano’를 부를 땐 50여 명의 ‘부끄러워 마지않는’ 한국 관객들을 즉석에서 무대로 불러 올려 함께 노래하게 했다. 마냥 아름다운 곡 ‘Amie’의 생생한 탄생신화는 의외로 코믹해서 객석이 웃음으로 가득찼고, 샤워 이야기에 함성을 지르는 관객들에게 그는 “무슨 상상들을 하는거예요? 한국인들은 변태구나!”라고 장난까지 쳤다. 공연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데미안 라이스와 그의 음악에서 떠오르는 것은 유머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우울함이었는데, 공연은 예상 외로 흘러가고 있었다. 꽤나 수다쟁이인 그 덕분에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도 노래가 시작되면 순식간에 커다란 공연장이 그의 음악에 숨죽였다.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거니와 이따금씩 다양하고도 강렬하게 표출되던 이펙터 사운드, 우울함 속에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피아노의 선율은 두 시간을 찰나로 바꾸어놓았다. 버스킹(busking) 전력을 보여주듯 ‘Cannonball’을 마이크와 앰프 없이 관객에게 직접 들려주고 난 후 그는 무대 뒤로 사라졌다. 뜨겁게 환호하는 3000여 명의 팬들을 위해 어둠속에서 ‘Cold water’를 연주하며 그가 다시 나타났고, ’Hallelujah’ 를 통해 제프 버클리 (Jeff Buckley) 를 잠시나마 관객 곁으로 재림시켜주었다. 그리고 모두가 손꼽아 기다려 마지않았던 ‘Blower’s Daughter’ 가 공연장을 숨죽인 뜨거움으로 달구었다. 하지만, 이날의 또다른 화제는 피날레였다. 국내 인디 싱어송라이터 타루와 무대 위에서 와인 한 병을 깨끗이 비운 후 ‘Cheers Darlin'’ 을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들려준 것.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에 남아 있던 팬들에게 초콜릿과 함께 깜짝 공연을 선사했다는 놀라운 이야기는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기다려야 했던 지난 5년이란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한국에 꼭 다시 오겠다 약속했다니 최소한 한 번은 더 ‘hopelessly beautiful’한 선율을 직접 느낄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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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밤, 끝나지 않은 노래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2011. 1. 13 @ Club DGBD words : 石군, photos : dingson.net
6년 만에 다시 모인 “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이하 속옷밴드) ” 의 첫 공연이 DGBD에서 있었다. 이 공연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되었고, 취재라는 명목으로 유료관객 분들에게 큰 폐를 끼치며 공연장에 들어갔다. 홍대 클럽 공연에서 매진사례가 흔치 않기에 내심 속으로 6년 프리미엄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첫 곡을 듣는 순간 이건 오랜만의 공연이라는 가치 덕분에 생긴 매진이 아닌, 이들 음악의 가치가 만든 매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들의 음악은 포스트 록으로, 보컬이 없는 인스트루멘탈 음악이다. 때문에 세 명의 기타리스트(박현민, 조월, 정승호)가 멜로디를 만든다. 이 셋의 연주를 각기 따로 보면, 한 명은 파란 색만, 다른 사람은 하얀 색만, 또 다른 이는 검은 색만 칠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 이게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야? 라는 생각을 할 때쯤 그들은 각자 그리던 그림을 하나로 모은다. 그러자 에메랄드 빛 파란 색 바다에, 검은 색 심해가 아득한 저 밑에 있고, 그 사이에서 하얀 색 물고기들이 유영하고 있는 모습을 넓디넓은 캔버스에 수려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내 맞춰보았던 그림을 다시 들고 자기자리로 돌아가, 보다 강한 자신들의 색으로 계속 덧칠을 한다. 그 후 다시 한 번 맞춰 보여줄 때면, 같은 장소에서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공연은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올해 들어서 처음 본 공연이었던 속옷밴드의 공연. 아마도 한동안 이를 넘어서는 공연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올 해에는 아예 없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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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속옷밴드를 기억하고, 또 공백기 동안 새로 생겨난 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 속옷밴드는 낯설지도 모릅니다. 엘리펀트 슈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밴드 소개를 부탁합니다. 조월 : 저희는 박현민(기타), 장윤영(베이스), 정승호(기타), 정지완(드럼), 조월(기타)로 1999년에 결성되어 주로 홍대 근처의 클럽들에서 공연을 해왔습니다. 2장의 음반(‘사랑의 유람선’,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을 발매했고, 연주곡 위주의 이도 저도 아닌, 좋은 록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입니다. 정승호 : 2003년 12월 빵 공연 때 장난감 키보드 가지고 효과음을 만들어 본 적은 있는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러 곳에 ‘키보드/기타’로 나와 있더군요. 그냥 기타입니다. Q. 아! 그렇군요. 팀 이름을 보면 당연히 모든 멤버가 남자여야 할 것 같은데, 여성 베이시스트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름에 대한 장윤영 씨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장윤영 : 멤버들끼리 우리 ‘속옷들’, 보통 그렇게 부르거든요. 그러다 언젠가 ‘얘들은 속옷, 그럼 난 여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 후로 가끔씩 몰래 혼자 특별한 기분에 빠지곤 합니다. (웃음) Q. 재밌네요. (웃음) 염상섭의 소설 만세전의 '양옥집도 생겼고 기왓장도 늘었다네’를 따라서 만든 팀 이름인데, 여자와 속옷을 꼭 넣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승호 : 이유는 저도 궁금합니다. 다만, 만세전의 그 문장에 ‘우리’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 정작 주요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조월 : 그냥 워낙 취해 있어서요. 조금이라도 의미나 의도가 있었다면 좀 더 그럴싸한 단어를 골랐을 겁니다. Q. ‘그냥’이라는 단어가 왠지 더 의미 있어 보입니다. 독자들을 위해 마지막 발표한 앨범 이후 각 멤버들의 근황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박현민 : 마지막 공연 이후로 바로 타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 ‘ninaian’ 작업을 시작했고, 한국에 돌아와서 첫 앨범을 냈습니다, 그즈음부터 시작하여 독립영화 음악과 드라마 음악 작업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장윤영 : 개인적으로는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하며 지내왔습니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들을 만날 기회들이 있어서 다양한 작업 경험들을 할 수 있었어요. 정승호 : 전 음악이 아닌 다른 공부를 해오고 있는데요. 여전히 타지에 더 있어야 하기 때문에 멀리서 속옷들을 응원하려 합니다. 정지완 : 코코어와 구릉열차에서 활동하며 재밌게 지내왔습니다. Q. 속옷밴드 외에 멤버들 각자 참여하고 있는 밴드라던가 외부활동을 자세히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박현민 : 앞에서 말했듯이 ‘ninaian’이란 이름으로 영상 음악관련 그리고 앨범 및 레코딩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장윤영 : 일렉트로닉 느낌의 음악을 하는 ‘elemental’ 이라는 밴드와 어두운 느낌의 댄스 음악을 하는 ‘mool’에서 앨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정지완 : 현재 '헬리비젼'이라는 삼인조 밴드와 '구릉열차'라는 레게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월 : 전 "모임 별"이라는 밴드에서 음악을 하고 있고, 2009년에 솔로앨범을 냈었습니다. Q. 이제 DGBD에서의 공연 얘기를 시작해 볼게요. 특별 게스트였던 ‘로라이즈’ 무대가 있긴 했지만, 6년 만의 공연이었습니다. 어떤 느낌이었나요? 장윤영 :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 말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마치 축제 한 가운데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마음 같아선 저희를 잊지 않은 한분 한분을 품에 안고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워낙 부끄럼을 타는 성격인지라... 정승호 :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팬이나 관객이라기보다는 ‘어떤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였구나.’ 라는 생각에 뭔가 따듯하더군요. 정지완 : 정말 많이 오셔서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연주를 떠나 감동적인 시간이었습니다. Q. DGBD에서의 공연은 바로 매진을 기록해, 파스텔 회사 직원을 비롯해 사장님도 표를 구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표를 구하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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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못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더 큰 장소에서 하셨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정지완 : 6년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다가 ‘딱’하고 여는 공연에 관객들이 몰릴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로라이즈’의 박다함씨가 도와주긴 했지만, 우리 힘으로 장소를 물색하거나 컨택하는데 어느 정도 애도 먹었고요.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 DGBD로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Q. 그렇군요. 더 큰 장소에서의 공연도 다음에 기대하겠습니다. 공연에서 공식적으로 해체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재결성 공연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다시 모여 공연과 음악 작업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멤버들끼리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멀리 떨어져있는 멤버 분들도 계셨잖아요. 장윤영 : 가끔 아주 짧은 이메일을 보내거나, ‘더 많이 그리워하는 쪽이 지는 거다.’라는 신념으로 상대방의 웹페이지를 훔쳐보며, 지내지 않았나 싶어요. (웃음) 그러다 다시 모이게 되었고,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주를 하게 되었어요. Q. 다시 활동을 하자는 얘기가 나온 시점과 어떤 말들이 오고 갔는지 궁금합니다. 정지완 : 처음에 누가 먼저 얘기를 시작했는지는 정확하지 않고, 모두가 마음 속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속옷밴드가 다시 활동하기를 바랬지만, 다른 멤버들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아 힘들지 않나 싶었어요. 그러다가 작년 여름 오랜만에 모인 술자리에서 '심심한데 그냥 공연이나 한번 하자'라고 얘기했는데, 의외로 더 진전된 의견들이 나와 놀랐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Q. 공연을 준비하면서는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생각보다 잘 진행된 점이라든지 아니면 어려웠던 부분이라든지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박현민 : 오랜만에 모이다보니, 연주적인 호흡에서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 역시 잘 조율하며, 매끄럽게 흐를 수 있었습니다. 연주적인 호흡 이상의 호흡이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승호 : 어떤 식으로든 음악을 해오던 다른 멤버들과 달리 전 다른 일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연습 합류도 뒤늦게 했고요. 저만 빼고는 모든 게 좋았던 거 같아요. 정지완 :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연주 외의 부분들이 힘들었습니다. 연습은 즐겁게 한 것 같아요. Q. 그랬군요. 이번 DGBD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박현민 : 연주 당시에는 아찔함과 '에라이!'라는 느낌이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 와서는 디테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아, 제가 기억을 지워버리는 성향이 있습니다. (웃음) 정지완 : 관객 분들의 반응이 인상적이었어요. 뭔가 의식을 치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저희보다 더 엄숙했다고 할까요? 아껴주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가슴이 벅찼습니다. Q. 의식을 치른다는 표현, 공감이 갑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대 위에 올려 진 소주 한 병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멤버들 모두 술을 좋아하나요? 보통 술자리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나요? 정승호 : 술 마시기 위해 공연한다고 해도... (웃음) 술자리에서는 그냥 마냥 웃거나 여자얘기, 정치얘기를 할 때도 있고, 예술에 관해 철학적인 얘기를 할 때도 있습니다. 가끔은 싸우기도 하죠. 어쨌든 웃으면서 진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속옷들과의 술자리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정지완 : 보통, 얘기를 술자리에 합니다. 그 외는 서로 어색해서요. (웃음)
“이런 거를 배워가야 된다!”면서 열심히 찍어 가더군요. 그래서 각자 선호하는 이펙터와 그 기능에 대해 조금씩 알려 주세요. (가업 비밀 공개 좀 해주세요!) 그리고 모든 멤버들이 Boss의 Super Over Drive를 사용 중이던데, 하나씩 갖고 있는 이유가 있나요? 박현민 : 예전엔 정말 단출했는데, 요즘은 ‘좀 더 이펙터도 생겼고 고민도 더 늘었다네...’ (웃음) 기능들은 여전히 알아가는 중이지만, 취할 것만 취하자가 모토입니다. 특이한 음 만들기나 극단적인 이펙팅에는 흥이 좀 덜해졌습니다. 암튼 최근에 ‘electro-harmonix’의 ‘cathedral’이라는 리버브 계열 페달을 구입했습니다. 그중에 ‘reverse’ 기능은 딜레이 효과 이상으로 음과 공간감, 리듬감을 표현할 수 있어서 이것저것 시도 중입니다. 정승호 : 기타 이펙터는 하나하나가 악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 이번에는 ‘ps5’와 ‘freeze’를 많이 썼는데 서스테인을 가지고 표현을 하는데 효과적입니다. Super Over Drive는 현재 가격대비 효율 최고기 때문이 아닐까요. 조월 : 전 드라이브 계열 외에는 멀티이펙터를 주로 사용합니다. 멀티이펙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소리들도 있고, 이펙터들의 연결 순서 등을 가지고 놀기 편해 좋아합니다. 소리의 질감이나 부피, 무게 등에 대해 불만스러운 점들이 있지만, 한동안은 좀 더 멀티이펙터로 이것저것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Q. 얘기를 나누다보니 유학 생활에 대해서도 궁금해집니다. 유학하며 음악적으로 경험하고 깨닫고 변화한 것들, 혹은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들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장윤영 : ‘Massive Attack’ 라이브를 보았습니다. 엄청 기대하던 공연이었죠. 강 옆에 자리 잡은 잔디밭 언덕에 관객석이 있고 무대는 언덕 아래에 있었죠. 다들 돗자리에 누워 맥주를 홀짝이며 강바람을 느끼며 오프닝 공연을 보는데, 마치 신선놀음이라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메인 공연이 시작되었고, 저는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부턴 내내 울어서 앞도 제대로 못 봤습니다. 감동적이었다는 거 외에는, 공연이 잘 기억이 안나요. 정승호 : 유학 초반에는 음악을 거의 안 들었습니다. 숲 속에서 바람소리 계곡소리 듣는 게 훨씬 아름다웠거든요. 인간의 인위적인 소리를 듣는 게 어쩐지 스트레스였죠. 음악은 도시인에게 필요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Q. 최근 한국 인디씬이 많이 흥미로워졌습니다. 속옷밴드가 활동하던 시기와는 확실히 다른 점들이 많을 겁니다. 어떤 점들이 다른지, 또 국내 인디씬의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지완 : 2000년 초반보다 오히려 스타일 면에서 다양함이 적어진 거 같습니다. 좀 더 다양한 뮤지션이 많으면 좋을듯합니다. 반면에 장르적으로는 뭔가 더 내공들이 있는 것 같아 듣기 좋습니다. 조월 : 곰곰이 생각해보면 예전에 비해 정말 음악적으로 더 풍성해지고 흥미로워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외적으로는 좀 더 활력 있고 생기 있어 보이는 건 사실이고, 그건 좋은 점 같습니다. 더 세련되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여자도 늘었다네 Q. 공연을 할 때 대부분의 멤버들이 객석에서 등을 돌린 채 연주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어떤 점이 좋은가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예정인지도 궁금합니다. 박현민 : 사실 밴드 이름만큼이나 별 의미는 없습니다만, ‘관객에 대해 등을 돌린다’라는 다크 사이드만 볼 것이 아니라 관객들과 ‘우리 모두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라고도 미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근데 그 중심에 드럼이 있어서 난감합니다. (웃음) 앞으로 무대 세트 포멧이 바뀌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어찌됐든 당분간은 뒤태를 고수할 생각입니다. 정승호 : 몰입이 잘된다거나 호흡을 맞추기 더 쉬운 면이 있는 건 사실인데, 그런 것들이 이유가 되어서 그렇게 했던 건 아닙니다. 저도 시간이 지나 다시 하게 되면 멤버들이 앞을 보고 하게 되려나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6년 만에 모여 보니 등을 지는 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떠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Q. 6년 만에 모여 등을 진다는 표현이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혹시 공연 중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뒤돌아보고 싶어지진 않나요? 장윤영 : 등 뒤에 꽂히는 관객의 시선은 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줍니다. 그게 왠지 뒤돌아보는 순간 깨질 것 같아 ‘안돼! 뒤돌아 보지마!’ 하고 마음을 다스렸던 적이 있어요. (웃음) 정승호 : 등 뒤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나 박수소리 혹은 침묵으로도 반응은 충분히 느껴지더군요. Q. 그럼 이번에는 드러머입장에서 질문을 하겠습니다. 드럼이 보통 무대에서 한 단 더 높이 세팅 되는데, 다른 멤버들이 높은 곳에 있는 드러머를 쳐다보며 연주하는 모습이 마치 고대 부족의 주술을 보는 느낌도 듭니다. 드러머 정지완 씨는 연주하고 있는 멤버들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정지완 : 부끄럽고요~! (웃음) 사실 이번 공연에서 드럼 단을 없애려고 했는데,
WORDS : 맹선호, JUNE PHOTOS : dingson.net
공연장 사정상 포기했습니다. 멤버들과 교감하기 편한 점은 굉장히 좋지만, 다른 멤버들 보다 위에 앉아서 저만 앞을 보고 있는 건 당혹스런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드럼 단은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웃음) Q. 곡이 길면, 서로간의 호흡이 더 중요해 보이는데, 연습실 풍경이 궁금합니다. 혹시 연습할 때 에피소드가 있나요? 그리고 오랜만에 모두 모여서 연습했던 첫날 풍경도 궁금합니다. 박현민 : 음, 첫날은 생각보다 치열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고개를 처박고 옛 기억들을 떠올리며, 퍼즐 맞추듯 한 조각 한 조각 채워 나갔던 것 같습니다. 장윤영 : 개인적으로는 뒤늦게 합류한 승호까지 해서 속옷 다섯 명 전원의 연습 첫날이 기억납니다. 뭐가 그리도 신이 났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건전지가 떨어져도 ‘꺄르르~’, 앰프가 지직거려도 ‘꺄르르~’, 낙엽만 굴러가도 ‘꺄르르~’. 마치 여고생들처럼 그랬습니다. 아, 그러고 나서 사이좋게 아주 긴 시간 동안 술을 마셨습니다. 정지완 : 연습할 때... 음, 연주합니다. Q. 윤영 씨의 말을 듣고 있으니, 멤버들끼리 참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질문을 좀 해보겠습니다. 처음부터 보컬이 없는 음악을 하고 싶었나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보컬은 최대한 배제할 예정인가요? 조월 : 보컬을 배제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흘러왔습니다. 노래에 자신이 있거나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멤버가 없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그때그때 멤버들이 원하는 것들을 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Q. 공연이 끝난 후에 이펙터 사진을 찍는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는
Q.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그럼 공백 기간 동안 자신들의 계보를 잇는 듯한 혹은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밴드나 관심을 갖게 된 밴드가 있나요? 장윤영 : ‘아마추어증폭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이 분의 노래들을 찾을 일이 있어서 다시 듣게 되었는데, ‘아, 진정성 담긴 음악이 이런 거구나.’ 하는 어떤 깨달음이 갑자기 왔습니다. 노래들이 솔직 담백하면서도 간결하고 감동적이에요. 정승호 : 계보를 잇는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고요.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 걸‘의 음악을 들었을 때 지향점은 다르지만, 속옷밴드의 음악에서 어떤 ‘영감’을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반갑더군요. 정지완 : 저도 속옷밴드 계보는 모르겠고, 개인적으로는 ‘ 하헌진 ’ 씨나 ‘앵클어택’의 음악을 좋게 듣고 있습니다. Q. 엘리펀트 슈에서 다루었던 ‘앵클어택’이란 이름을 들으니 반갑군요. 다음 앨범이나 싱글 혹은 작업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박현민 : 지금까지 공연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간혹 얘기가 스물 스물 나왔지만 이제 조금씩 구체화 시킬 것 같습니다. 물론 멤버들의 일정과 밴드흐름에 대한 논의가 먼저겠지요. 그리고 꽤나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음) 정지완 : 시간적 여유를 두고 진행할 생각이고요. 더 구체적인 건 의견을 모아 봐야겠네요. 아무튼 레코딩 작업은 할 거라는 정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Q. 어쨌든 녹음 계획이 있으니 묻겠습니다. 앞으로 파스텔 소속으로 활동을 하시나요? 아니면 독자적인 레이블 계획이 있나요? 정지완 : 일단은 다시 우리 힘만으로 진행할겁니다. 물론 파스텔과는 좋은 친구로 서로에게 도울 부분을 협력해 나갈 겁니다. Q. 그렇군요. 조월과 박현민(ninaian) 씨는 솔로 앨범도 냈었습니다. 앞으로의 개인 활동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박현민 : ‘ninaian’의 두 번째 앨범을 준비 중입니다. 올해 안으로 이루어졌음 하는 바람이 있고, 그 외에 얘기중인 프로젝트가 몇 가지 있습니다. 조월 : 올해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하려고 합니다. 밝고 경쾌하고 난잡한 음반을 만들고 있습니다. Q. 긴 시간 인터뷰 너무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속옷밴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정지완 : 간간이 공연을 해서 좀 더 내실을 다지고, 뭔가 이때다 싶으면 앨범도 제작 하려고 합니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지방이나 바다 건너로 가서 연주하고 싶습니다. 속옷일동 : 감사합니다. 꾸벅.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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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NDED ALBUMS
El Camino The Black Keys 2011. 12. 6. Nonesuch Records 이 앨범의 첫 곡인 ‘Lonely Boy’의 뮤직비디오에서 흑인 아저씨가 두 발을 바닥에서 거의 떼지 않은 채로 골반과 상반신, 그리고 팔만을 이용한 막춤(인듯하지만 막상 따라하려면 굉장한 스킬이 필요한)을 추었고, 이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심지어 한국으로 치면 아주머니 에어로빅 교실과 같은 다이어트 프로그램에서 이 곡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뮤직비디오의 인기 덕분에 앨범은 등장과 동시에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2위를 차지하고, 약 21만 장이 판매됐다. 뮤직비디오를 떠나 이번 앨범의 상업적인 성공에는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를 빼놓을 수 없다. 뮤지션으로 본인의 음악을 노래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고릴라즈(Gorillaz), 벡(Beck)의 프로듀서로 더 유명하다. 현재는 U2의 앨범 프로듀서로 참여중이기도 한 그의 가담으로 이전 앨범에서 문제로 지적된 느린 블루스 스타일의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 앨범의 모든 트랙의 템포를 굉장히 빠르게 했다. 그러면서 블루스 스타일을 줄이고, 그 자리를 로큰롤, 글램 록 등의 느낌을 주며 좀 더 경쾌하게 바꿨고, 결과적으로 대중성을 얻었다.
Parallax Atlas Sound 2011. 11. 08. 4AD
2012. 02 ELEPHANT-SHOE CHART * 이 차트는 향뮤직의 1월 음반 판매량을 기준으로 합니다.
1 5집 - 아름다운 날들 루시드 폴 (Lucid Fall)
2 First Cry
몽키즈 (Monkeyz)
3 3집 - Arrogant Graffiti 뉴욕 물고기 (NY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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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오테잎 (Idiotape)
아틀라스 사운드는 인디록 계의 총아 ‘디어헌터(deerhunter)’의 프론트맨 브래드포드 콕스의 솔로 프로젝트로, 최근 발매된 3집 앨범 "Parallax"는 그의 최고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작년 8월 말이었던가, 피치포크에 선 공개된 곡 'Terra Incognita'를 무한 반복하며 들었다. 적막한 거리를 홀로 배회하다가 밤하늘의 작은 별빛에 뭉클한 위안을 받는 듯한 느낌이랄까? 한 때 중구장창 들었던 빈센트 갈로의 음악이 떠올랐다. 고백하건데, 이 노래를 들으며 질질 짰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마르판 증후군(사지가 기형적으로 길고 마른 체격을 지닌, 거인병의 일종)을 앓아오며,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홀로 자랐다는 콕스의 기구한 사연처럼 그의 음악은 참으로 애달프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된 노래들은, 우주를 유영하는 듯 꿈결처럼 아득한 사운드와 상실, 고독, 아픔과 같은 자아성찰적인 가사를 읊조리는 그의 섬세한 보컬을 따라 흐르며 청자의 마음속에 고요히 스며든다. 한편, 콕스는 앨범 수록곡의 작사, 작곡 및 20가지에 이르는 악기 연주를 도맡아 했고, 레코딩과 프로듀싱 작업에까지 참여하였다고 한다. (word : 김효진)
America Give Up Howler 2012. 1. 16. Rough Trade Records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디 레이블인 러프 트레이드 레코드(Rough Trade Records)에서 새해부터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 미국 출신의 인디 밴드 하울러(Howler)라는 신인 밴드의 데뷔 앨범 “America Give up”으로 말이다. 사실 이들의 앨범은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시도도 없고, 처음 듣는 사운드도 없다. 하지만 이들은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된다는 부담감 없이, 기존의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개러지 록의 틀 안에서 신나게 뛰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음악을 하는 신인의 등장은 적어도 나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다. 왜냐하면 최근 전자 악기들의 급속한 발전으로, 많은 밴드들이 무언가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서, 이도저도 안 되는 산만한 음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고민이나 집착 없이, 요즘 인기 있는 스타일인 빈티지한 개러지 사운드 위에 말랑한 멜로디를 얹어 놓은 형태를 차용하였다. 대신 이십 대 초반의 어린나이답게 발랄한 사운드 위에 귀여움 반, 허세 반으로 이루어진 가사를 얹어놓고, 풋풋함을 무기로 노래하고 있다. 굳이 이들의 음악을 기존의 밴드에 비교하자면 엄청나게 젊은 스트록스(The Strokes)라는 느낌이 든다.
GRIN WITHOUT REASON INMAY 2012. 1. 11. INMAY 홍대 클럽을 배경으로 활동을 시작한 인디 뮤지션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질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는 뮤지션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덕분에 홍대가 하나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으며, 수많은 뮤지션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아져, 빛을 발하지 못한 채 모래 속에 묻혀 있는 진주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여름에 건진 앨범 “Long Island Ice Tea”의 주인공 인메이(Inmay)가 그랬다. 그는 이 앨범에서 몇몇 곡에서는 통통 튀는 일렉트릭 사운드로 가벼운 팝으로 만들어 냈고, 또 다른 곡에서는 장난기 가득한 어쿠스틱 사운드 안에서 달달한 팝을 만들어 내며 섞기 쉽지 않은 어쿠스틱과 일렉트릭의 조화점을 잘 찾아냈다. 하지만 이 앨범과 인메이라는 이름 모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전 앨범 발매일로부터 불과 6개월이 지난 지금 두 번째 앨범 “Grin Without Reason”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이전 앨범에서 느껴졌던 발랄함은 벗어 놓고, 조금 진중한 자세로 나타났다. 여름에 발표된 이전 앨범이 경쾌한 느낌을 가진 인메이 음악의 여름 버전이라면, 이번 앨범은 차분함을 지닌 겨울 버전 인메이 음악이다. 22
E L E P HA N T - S HO E
5 Organ Orgasm 림지훈
6 백야 (EP) 짙은
7 Down (SINGLE)
브로큰 발렌타인 (Broken Valentine)
8 TV를 끄면 좋겠어 (EP) 아홉번째
9 2집 - 슬픔의 피에스타 박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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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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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 Light Beside You
12
2집 -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바이 바이 배드맨 (Bye Bye Badman)
검정치마 (The Black Ski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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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쿠오: 오늘밤 비가 내릴 모양이구나. / *첫번째 암살자: 운명을 받아 들여라. (카세트 테잎) 불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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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 내가 부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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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 Down To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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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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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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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9ve3r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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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ture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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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adly Horde
이영훈 (Indie)
시와 (Siwa)
별 (Byul)
브로콜리 너마저
정준일
13 스텝스 (13 Steps)
투 마이 라스트 브레스 (To My Last Br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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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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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EN JOY
“엘리펀트 슈 감사합니다! 권태기에 들어섰던 저희 커플이 <잇 앤 조이> 코너를 보고 처음으로 홍대 클럽 공연을 보고 변했습니다! 전 제 여자친구가 김태희로 보이고, 여자친구는 제가 현빈으로 보인다네요! 이게 다 엘리펀트 슈 덕분입니다!” 이는 지난 호에서 첫 선을 보인 코너 잇 앤 조이를 보고 실행에 옮겼던 한 독자가 보낸 감사의 메일에 실린 내용이다. 정말이다. 아직도 CF처럼 “어제는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고, 오늘은 영화 보고 밥 먹고 차 마시고.”만 주구장창 반복하는 지겨운 데이트 코스를 유지하고 있는 위기의 커플이 바로 당신이라면 홍대에서 가장 맛있고, 가장 재미있는 곳을 소개하는 이 코너를 정독하자! 그러면 언제나 애인으로부터 욕만 배불리 먹던 당신도, 사랑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지난 호의 “롤링홀과 함박식당”이라는 주옥같은 데이트 코스를 놓쳤다면 엘리펀트 슈 홈페이지(www.elephant-shoe.net)에서 보면 된다.
Cafe Sukkara
information 서울 마포구 서교동 327-9 02-334-5919 11:00 am – 11:00 pm (셋째 주 월요일 정기휴일)
자! 지금부터 당신을 김태희 또는 현빈으로 만들어 줄 마법의 데이트 코스를 알려주겠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다섯 가지 욕구의 단계를 가진다. 그 중에서 가장 우선되는 욕구가 생리적 욕구이고, 모든 것이 만족된 이후에 추구하는 최후의 욕구가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한다. 그러니 생리적 욕구인 배고픔을 해결하지 않으면,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켜줄 마음의 양식인 공연도 뒷전이 되어버리고 만다. 만약 공연시간에 쫓겨 끼니를 거른 채로 공연을 봤다면 상대방에게 당신은 정주리 또는 지상렬로 보일 것이고, 심할 경우 큰 싸움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위협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여유 있게 식사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 이번에는 상대방에게 당신이 아껴주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유기농 식당을 찾아가자. 그런 곳이 어디에 있냐고 화를 내고 있는 것 다 보인다. 있다! 홍대에 있다! 바로 카페 수카라다. 수카라는 “숟가락”을 일본풍으로 발음한 카페로, 요리 재료는 모두 무농약이고, 커피는 심지어
공정무역으로 거래된 것이다. 건강을 위해 무농약 재료를 사용하는 만큼, 영양 면에서도 균형을 이루기 위해 수카라는 조금 심심하게 요리한다. 싱거울수록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지만, 평소 짜게 먹던 사람에게는 뭔가 부족한 요리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향신료로 진한 맛을 내는 버터치킨커리와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올리브오일 야채 파스타를 주문할 것을 권한다. 버터치킨커리는 일본식 카레에, 제대로 푹 익혀 버터처럼 사르르 녹는 치킨이 함께 나온다. 이는 짠맛에 길들여진 이도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잇는 반면 올리브오일 파스타는 짠 맛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다소 싱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조차 한 접시를 먹고 나면, 짜게 먹는 습관을 고치고 싶을 정도의 중독성 있는 맛을 가지고 있다. 평일 런치(12:00~15:00)에는 식사 주문 시 커피 또는 매실차를 서비스로 주고, 그 외의 시간에는 2천원을 내면 이를 마실 수 있다. 4천원을 내면 글라스 와인을 마실 수 있으니 데이트 비용에 여유가 있다면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살롱 바다비
information 주 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동 182-5 공연문의 : badabieda@gmail.com
8 2
홍익숯불돼지갈비
커피프린스1호점
꽃집
(공 입구역
6
4
)
항철도
산울림 소극장
홍대
5
살롱 바다비
수
[수요단독공연파노라마]
목
2월2일 목요일'정신업데이
게스트: 백수와조씨, 미스매치
송은석,한예슬, 시원한 형,이경섭,몽환
2월8일 'B.O.B'
2월9일 목요일 '정신업데이'
'우주히피'
금
[목요오픈무대]
2월1일 '김도연 ep발매 공연'
2월22일 홈커밍데이
E L E P HA N T - S H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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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KARA
2월15일 여이람 단독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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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
와우교
이제 가장 원초적 욕구인 배고픔을 만족스럽게 해결했으니, 이제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러 가보자. ‘배도 부르니, 소화도 시킬 겸 걸을까?’라는 판에 박힌 데이트 시간 때우기 발언은 절대로 입에 담지 말자. 왜냐면 정말 바로 옆에 오늘의 공연장 살롱 바다비가 있기 때문이다. 가게에서 나와 왼쪽으로 직진을 하다보면 작은 다리가 나오고 이를 건너 조금만 걸으면 좌측에 바다비가 있다. 바다비는 2004년 12월에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있다, 하이미스터 메모리, 카프카, 우주히피 이상 5개 팀의 주말공연으로 문을 연 홍대 인디클럽이다. 이곳은 뮤지션들의 공연만이 아니라 그림과 사진전시, 시 낭송, 각종 퍼포먼스 등이 펼쳐지는 명실상부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살롱 바다비의 강점은 문턱이 낮다는 것이다. 특히 뮤지션들의 신청만으로 공연이 이루어지는 목요공연은 ‘오디션’이라는 문턱을 없앰으로서 살롱 바다비가 명실상부한 인디밴드들의 인큐베이터임을 보여준다. 지난 7년간 수없이 많은 뮤지션들이 거쳐 갔으며 십센치나 슈퍼스타케이에서 활약한 장재인도 살롱 바다비를 거쳐 갔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던 것은 바다비의 주인장인 “우중독보행”의 뚝심 덕분이다. 바다비는 바다 속에 내리는 비를 말하는 것이고, 우중독보행은 한자로 비속을 홀로 걷는다는 뜻이다. 이를 하나로 합쳐보면 “바다 안에 내리는 빗속을 홀로 걷고 있다”니, 그의 외로운 길이 느껴진다. 그런데 실상은 홍대의 클럽 주인 중에서 가장 많은 지지자를 두고 있다. 작년 8월 우중독보행이 뇌수막종으로 뇌수술을 받았을 때 그를 위해 홍대의 모든 인디밴드가 모금공연을 펼쳤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자원봉사자 신청은 줄을 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자원봉사자들이 바다비를 거의 리뉴얼에 가까운 수준으로 새 단장까지 했다. 덕분에 멀끔해진 공연장에 들어가 이런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하면, 홍대에 대해 굉장히 박식한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꼭 시도해 보시길. 그렇게 공연을 본 뒤에 천천히,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보자. 당신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는 당신의 헌 애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왜 놀라냐고? 뻔한 걸 뭘 물어보시나? 당신이 김태희(현빈)가 되었으니까지. 그리고 당신의 헌 애인도 이번 설날 세뱃돈으로 구입한 새 옷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것이다. 자! 아래에 바다비 2월 달 공연 스케쥴이 있으니 어서 빨리 맘에 드는 공연 날로 데이트 약속을 잡아보자!
농협
2월3일 피콕그린, 소울파크, 시티엠, 온달
2월10일
VaYu, 거북이손가락, 더 베거스, MET, 더티 로터스 느와르
조한석, 부추라마, 아마츄어증폭기를위한 아마츄어증폭기, 김목인, 모던가야금 정민아
2월16일 목요일 '정신업데이'
2월17일 '낭만포크데이'
키치스, 소리걸, 이씬, 가호 ,이광석
스윙체어, 니케아
2월23일 목요일 '정신업데이'
토 2월4일 이시대 비행음악인들 특집 '나는 곰 수다'
처절한기타맨, 단편선,백자, 연영석, 사이, 밤섬해적단
일 2월5일 '뜨거운 도시 남자들' 모리슨호텔, 파티스트릿, DK SOUl, 나비맛
2월11일 '원판불변'
2월12일 '마쵸페어'
베이비나인p380, 사막돌고래, 김수진 미드나잇스모킹드라이브
아시안체어샷, 야마가타트윅스터, 험백스, 텔레플라이, 서교그룹사운드
2월18일 사비나 앤 드론즈, 아이러닉휴, Hugh Keice
2월25일 '지진병기666' 꿈의 카메라를 가져올걸, 프렌지, 비둘기우유
2월26일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일요시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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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k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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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쿠키 냄새를 맡으면 힘이 솟는 엘리펀트 슈의 마스코트 코코마! 여기에는 지난 한 달 동안 코코마가 트위터를 통해 전했던 해외 소식을 모아놨습니다. 보다 빠른 음악 뉴스와 엘리펀트 슈 관련 소식을 얻고자 하신다면 팔로우 해주세요. 트친이 되시면 코코마가 음악 추천부터 맛있는 쿠키 추천과 연애 문제, 인생 상담 등 무엇이든 해드립니다. 어서 오세요, 코코마에게 :)
우리는 푸른 지구를 위해 펄 잼(Pearl Jam)의 에디 베더(Eddie Vedder)가 솔로 투어 계획을 세우고 있다네요. 그의 첫 솔로 작업은 영화 'Into the Wild'의 OST로 등장했죠. 그리곤 에디 베더의 솔로 앨범 'Ukulele Songs'가 발표됐고, 이를 가지고 솔로 투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반 헤일런(Van Halen)의 새 싱글 “Tattoo”가 빌보드의 하드 록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비치 보이스의 재결성처럼 올해는 할아버지들의 화려한 귀환이 흥미롭네요.
수많은 기사 중 극히 일부만을 웹에서 발췌했습니다.
www.elephant-shoe.net
내년 글라스톤버리 페스티벌에서는 전자팔찌를 착용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네덜란드의 Eurosonic Noorderslag 페스티벌에서 이미 선보여진 적이 있는 전자팔찌가 사용된다면 지갑 걱정은 안 해도 좋겠지만, 팔찌를 훔쳐가는 일도 일어나겠죠?
인더스트리얼계의 대부 트랜트 레즈너께서 새로운 NIN 작업을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와이프님과 함께했던 프로젝트 밴드 ‘How to Destroy Angels’도 좋았고 소셜네트워크 사운드트랙도 좋았는데 이번 앨범 또한 무척 기대되네요.
BBK Live festival의 올해 해드라이너는 큐어와 라디오헤드라고 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프리마베라 사운드에는 프란즈 퍼디난드, 뷔욕, 데스캡포큐티, 그리고 매지 스타와 데쓰인베가스가 나옵니다!
얼마 전 런던에 있는 친구가 일하는 가게에 닉케이브 아저씨께서 들르셨습니다. 수줍음이 많은 친구는 말을 걸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닉 케이브님 아니시냐며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아저씨께서는 당황하며 황급히 자리를 피하셨다네요.
EDITO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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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마감을 하며 사무실에서 4박 5일을 보내며 작업을 했는데, 집과 사무실이 혼동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마음에 드셨나요? 엘리펀트 슈는 웹진으로
<엘리펀트슈>와 함께 걸을 친구를 찾습니다.
2006년부터 시작되었고, 지금도 홈페이지에 오시면
음악과 관련된 컨텐츠라면 어떠한 형태의
매일매일 국내외의 다양한 음악 소식을 만나
기고도 환영합니다.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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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이폰, 아이패드 어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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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pzin>으로도 만날 수 있으니 편한 방법으로
자세한 문의는 info@elephant-shoe.net 으로
엘리펀트 슈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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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슈 타블로이드는 무가지로 배포되고 있습니다.
뮤지션 여러분 본인의 음악을 홍보할 수 있는
하지만 배포물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배포처에
공간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따라 일찍 물량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미처
프로필과 사진,음원 링크 (youtube /sound cloud
구하지 못하는 독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등 웹상의 스트리밍)를 espromote@gmail.com 으로
마음에 우편료만을 받고 배송해 드리려고 합니다.
보내주세요.
일단 집에서는 아침마다 꼬마 고양이 밥을 줬는데, 사무실에서도 매일 찾아오는 길 고양이 밥 주는 것이 하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요리와 설거지는 제 몫이었는데, 사무실에서도 고생하는 디자이너 누나를 위해 매끼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했습니다. 덕분에 길고양이는 24시간 내내 사무실 앞에 기거 중이고, 누나와 저는 단기간에 2kg이 늘며 최단기간 체중 증가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우리는 고양이도 생겼고 체중도 늘었다네.” 2012년 1월 石군
지금 준비중에 있으니 홈페이지를 확인해주세요.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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