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PHANT-SHOE 2012/04 no.6 vol.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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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pendent rock magazine vol.57 / www.elephant-shoe.net / 2012 april TABLOID 06

INDIE

LABEL LEAGUE

인디 레이블 리그 2012 개막! 올해의 선수 후보 17인을 선정했다


Small Talk about Music Editor's Note

EPISODE : 다이어트

한참 마감 중인 지금 엘리펀트슈 모든 식구가 사무실이 아닌, 부산을 향하는 KTX에 몸을 싣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선호누나와 용식이는 태블릿 PC로 교정작업을 보고, 디자이너 지선누나는 스마트폰으로 사무실 PC를 원격으로 조정하여 디자인 수정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마치 미래에 온듯한 착각이 듭니다.

봄이 왔습니다. 겨우내 비축해둔 지방을 그동안 두꺼운 옷으로 가렸지만, 외투를 벗으면 드러나는 살이 슬슬 걱정되죠.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살을 빼야겠다는 마음과 먹고 싶다는 욕망의 전투는 언제나 식욕의 승리로 끝납니다. 간혹 주변에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들을 보면 질투감에 “다이어트 성공한 애들은 담배 끊은 애들보다 더 독한 놈들이야!”라는 저주를 퍼부었다. 그런다고 몸에 엉겨 붙은 살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너무나도 어려운 <다이어트>에 대한 필진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이번 봄엔 엘리펀트슈 필진도, 가족 여러분도 모두 식욕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시길!

石군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도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엘리펀트슈의 소중한 가족, JEE양의 아버님께서 타계하셨습니다.

Queen - Fat bottomed Girls

Album : Jazz (1978) 믿기지 않겠지만 나도 홀쭉한 몸을 가졌던 과거가 있었다. 이 노래 속 가사처럼 빼빼마른 소년이던 시절, 난 뚱뚱한 여자들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디룩디룩 살찐 지금에 와서는 반대로 깡마른 여자가 이상형으로 바뀌었다. 이런 나를 두고 “지 몸은 생각도 안하고!”라며 욕하는 이들에게 “그래도 말랐던 예전엔 뚱뚱한 여자 좋아했었으니까 어떻게 퉁 칠 수 없을까?”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놀라운 기술로도 어찌할 수 없는 문제지만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한 사람의 슬픔을 덜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JEE양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JEE

Franz Liszt - Hungarian Rhapsody No. 6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2012년 3월 26일 石군

Album : Liszt : Rhapsodies Hongroises / Georges Cziffra (2002) 인터넷을 뒤져보니 듣는 음악에 따라 먹는 양과 속도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식욕을 저하시키는 다이어트 음악으로는 헝가리 광시곡,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 쇼팽의 전주곡 등이 잘 알려져 있고, 클래식 음악은 장운동을 촉진시켜 소화를 돕는다고 한다. 놀라워라! 내가 평소 듣는 곡이 아무것도 없다!!! 더군다나 봄이라 그런지 식욕이 마구마구 새싹처럼 돋아난다. 바지는 이미 작아진지 오래.

JUNE

The KillerCutz - Crush

Album : Crush (2009) 지금은 인기가수가 된 친구와 대학 시절 라지 피자를 각각 한 판씩 먹고 늘어져 잠을 자고 일어나도 절대로 늘어나지 않던 우리들의 몸무게가 이제는 감당이 안 된다. 친구는 4월 앨범 발매를 앞두고 본격 살 빼기에 들어갔는데, 며칠 전 사우나에서 몸을 확인한 바로는 앨범 발매가 확실히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든 나도 올 봄이 가기 전 앨범을 만들어야 할 텐데...

이지선

Mika - Big Girl (You Are Beautiful)

ELEPHANT-SHOE tabloid issue No.06 / 2012-4-1 Editor-in-Chief 石군 / ewanjj@naver.com First Director June / dafunk@hanmail.net Director JEE / seg1129@naver.com Julian Kim / comfortingsounds.vol1@hotmail.com 맹선호 / pluto116@naver.com 용식 / bleutk@gmail.com

Album : Life in Cartoon Motion (2007) 4월 15일에 친구가 결혼한다. 나를 포함한 가까운 친구들이 들러리를 서기로 했다. 결혼하는 친구가 미국에서 오프 숄더의 파란색 들러리 드레스를 주문했다. 입어봤더니 내 떡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워리어 같은 내 모습을 보고 다들 빵 터졌다. 하필이면 같이 드레스를 입고 서기로 한 친구들이 전부 마른 체형이다. 다이어트를 결심했으나 편집장이 삼시 세끼를 챙겨주는 마감이 닥쳤다. 어제는 대게를 흡입했다.

용식

검정치마 – 아침식사 Album :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2011) 다이어트는 항상 남의 이야기였다. 시도해 본 적도, 필요성을 느낀 적도 없었다. 하지만 오랜 자취생활의 불규칙한 식습관은 턱선을 무너뜨렸고, 아들의 외모에 특히나 까다로우신 어머님의 끊이지 않는 잔소리를 낳았다. 진수성찬을 기대하고 집으로 돌아왔건만 밥상의 고기는 사라지고 아침 식사는 고구마와 토마토 뿐이다. 돌려줘 내 아침식사!

Creative Director Coco / pinkymallow@naver.com Mr.Yun / djmou@hanmail.com Art Director NOKID / starfucker6@naver.com Jisun / aniklee@naver.com Registration Number / 마포,라00343 Published by Elephant-Shoe / www.elephant-shoe.net Printed by 솔텍 / 서울 중구 필동2가 120-1

맹선호

Lali Puna - Faking The Books

Album : Faking The Books (2004) 십수 년에 걸쳐 “올해는 반드시 이루리” 목록에 영어공부와 함께 매번 오르던 그놈의 다이어트 덕분에 이것저것 꽤나 해봤더랬다. 자몽과 블랙커피로만 연명하기, 살 빠지는 한약 들이키기, 나이트 댄스(!)도 배웠고, 살 빠진다는 주사를 팔과 허벅지에 비명을 지르며 맞기까지 했다. 요즘은 양배추와 블루베리, 아몬드를 갈아 아침마다 마시는 중.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들을 하다 보면 뭐 언젠가는 빠지겠지. 아, 날도 풀렸으니 이 노래를 들으며 강변도 달려야겠다.

*엘리펀트슈 타블로이드의 본문은 아모레 퍼시픽에서 제공하는 아리따 글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ll Rights Reserved 2012 Elephant-Shoe COVER ILLUSTRATION / NOKID

NOKID

Maroon5 - moves like a jagger

Album : Hands All Over (2010)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집이 서점을 했기에 무거운 책상자들을 옮길 일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평균 몸무게를 유지했고, 집을 떠나서는 자전거를 취미로 해서인지 살 붙을 일은 없었다. 그러나 만화와 그림 일을 병행하고 집을 나설 일(프리랜서)이 사라지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서른 한 살 내 인생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낀다. 컴퓨터 앞의 의자에서 떨어질 수 없는 삶, 의자에서라도 조금 흔들어 볼려고 신나는 노래를 듣는다.

Julian Kim

Ride- Chelsea Girl

Album : Ride(EP) (1990) 재수 없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다이어트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 없다. 자취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사는데 무슨 다이어트가 필요하겠는가. 그냥 하루에 두 끼만 챙겨 먹어도 감사할 따름이다. 다이어트의 필요성은 못 느껴도 운동의 필요성은 느끼기 시작하여 조깅은 꾸준히 다니고 있다. 집 근처 공원에는 강 건너 첼시 동네에서 개를 데리고 조깅 나오는 여자들이 참 많은데 이 첼시걸들 덕분에 운동 할 맛 난다. 2

E L E P HA N T - S HO E


C O N TEN TS MA RCH 2012 COVER STORY

F.c. indie label season preview 04

두 명장과의 인터뷰 : 사운드홀릭 구태훈, 마스터플랜 이종현 08 LIVE SKETCH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live in seoul PETERPAN COMPLEX 5집 발매기념 '10개의 방'

16 10 11 14 15 22

여자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 배낭두개 Episode 9 : 화장실은 안 괜찮아 까다로운 안목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그들의 플레이 리스트 | 힙스터之道 힙스터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2> 영국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The Hitchhiker's Guide to Britain : Rock’n’Roll Pilgrimage 앨범 커버에 덧붙이는 단편 소설 | ORIGINAL SOUND NOVEL 옛날 생각 프로 만화가의 초보 음악 생활 | Hello!Nokid Episode 21-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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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F.c. indie label season preview ILLUSTRATIONS : NOKID

인디계의 혹독한 겨울이 가고 바야흐로 봄이 왔다. 국내 유수의 인디 레이블들이 로큰롤 스타디움에서 펼칠 화려한 플레이를 예상해보는 엘리펀트슈의 시즌 프리뷰

이다. 여전히 춥지만 분명 봄이다. 야외 스포츠 경기들이 개막하고 있으니 분명 봄이다. 프로 축구는 이미 개막전을 치렀고, 프로 야구 리그도 곧 시작된다. 추운 겨울 내내 훈련에만 매진했던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는 봄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하지만 이들보다 더 애타게 봄을 기다린 이들이 있었다. 90년대 뜨거운 여름을 맞았던 홍대 인디 씬의 열기는 금방 흩어지며 겨울을 맞이했다. 이후 클럽에서는 관객을 찾아보기 점점 힘들었졌고, 심지어 관객이 한 명도 오지 않아 뮤지션끼리 관객 역할을 수행했던 적도 있었다. 몇 년 동안 계속된 이 추위는 마치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아 보였지만 클럽, 뮤지션, 레이블, 관객 모두의 노력에 조금씩 온기를 되찾았다. 이들 덕에 맞이한 봄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푸른 잎은 바로 레이블이다. 과거 두 손이면 충분히 셀 수 있었던 인디 레이블이 이제는 100개 가까이 생겼다. 그 모든 레이블을 소개할 수는 없기에 몇몇을 뽑아 축구 올스타팀 F.C. 인디 레이블을 만들어보았다. 이 외에도 훌륭한 레이블이 남아 있지만, 이들은 추후 만들 인디 레이블 유나이티드 팀을 위해 아껴두었다. 우선 F.C. 인디 레이블의 선수들을 살펴보자!

DEFENDER 좋은 축구팀이 되려면 무엇을 가져야 하는가? 그 답은 탄탄한 수비진에 있다고 생각한다. 팀의 전술을 안정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듬직한 수비수들이 있다면 전방의 공격수들은 안심하고 공격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F.C. 인디 레이블에도 믿음직한 수비수들이 있다!

뮤직커벨 Musicabal GK 델리스파이스 축구팀에있어좋은골키퍼가있고없고는 굉장히 큰 차이를 갖는다. 한국인에게 큰 사랑을받고있는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경우에도확실한골키퍼가없던시절에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반 데 사르라는 믿음직한 수문장을 얻고 난 후 우승컵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이처럼 골키퍼가 중요한 이유는 골을 먹느냐 마느냐를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F.C. 인디 레이블의 골키퍼 뮤직커벨도 한국 인디 록의 최종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한 원동력은 1세대 인디 뮤지션 중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델리 스파이스가 속해 있기 때문이다. 1997년 결성된 델리스파이스는 2006년 6집 [bombom] 이후 5년 만인 작년 9월에 7집 [OPEN YOUR EYES] 를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재개했다. 델리스파이스를 필두로 디어클라우드, 보드카레인, 아일랜드시티, 몽키즈 등 세련되고 시원한 사운드를 지닌 이들이 뮤직커벨에 모여 한국 인디 음악의 최종 방어선을 지키고 있다. 음악(MUSIC)과 비밀결사조직(CABAL)의 결합어로 만들어진 회사명 속에는 음악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모인 집단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올해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 에버튼의 골키퍼 팀 하워드는 93m의 필드 골을 넣었듯이 뮤직커벨이 골키퍼라 수비만 잘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골을 먹힐 수 있으니 항상 주시해야 한다. F.C. 인디레이블은 골키퍼도 골을 넣을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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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비트볼 뮤직 Beatball Music DL 얄개들 수비수는 수비만 잘하면 된다는 얘기는 옛말. 중앙 수비수도 가끔씩 공격을 위해 최전방에 서는 현대축구에서 좌우 풀백은 빠른 다리로 수시로 공격보조를 해줘야 한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은 이영표 선수의 헛다리짚기 스텝을 보며 그를 공격수라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포지션은 엄연히 측면 수비수다. 인디 레이블 중에서 오랜 관록을 갖고 있으면서도 굉장히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곳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비트볼 뮤직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공식적인 시작은 일본 출신 밴드 마마 기타(Mama Guitar)의 앨범 발매였지만,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비트볼 뮤직은 역사 속에 묻혀버린 멋진 앨범을 리이슈 하기 시작했다. 이때 다시 발매한 LP가 린다 호일, 존 세인트 필드, 쉬버였다. 그러면서 한국 인디 밴드도 발굴하기 시작하며 라이너스의 담요, 몽구스, 눈뜨고코베인, 서울전자음악단 등의 팀이 비트볼을 거쳐 갔고, 현재 소속 뮤지션은 3호선 버터플라이, 조정치, 기린, 바비빌, 얄개들, 룩앤리슨, 림지훈, 무키무키만만수가 있다. 아티스트 이름들을 보면 왜 비트볼 뮤직이 공격적 성향을 띄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모든 뮤지션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뮤지션이 정확한 컨셉을 가지고 위트 있는 기획을 보여주며 <비트볼>이라는 브랜드를 특색있게 만들고 있다.


파스텔 뮤직 Pastel Music DC 한희정 파스텔 뮤직은 2002년 10월에 설립된 회사로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음반 회사로서는 짧은 역사지만 인디 레이블 중에는 최고참 위치에 있다. 2002년은 많은 해외 레이블이 한국 음악 시장에서 철수하여 해외 앨범을 구하기 어렵던 때였다. 당시 파스텔 뮤직은 독자적으로 라이센스 구매를 감행하며 해외 앨범 수입 유통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전 세계 150여 개 레이블과 음원 라이센스 및 제휴 계약을 체결하여 총 2만 여 곡의 음원 라이센스를 갖고 있다. 그 외에도 2003년에는 우리는속옷도생기고여자도늘었다네의 [사랑의 유람선]을 발매하며 국내 인디밴드 매니지먼트를 시작했다. 이후 멋진 뮤지션을 계속해서 선보이며 2006년에는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이블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소속 뮤지션들을 읊어보자면, 한희정, 에피톤 프로젝트, 캐스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파니 핑크, 트램폴린, 불싸조, 포니, 노 리스펙트 포 뷰티 등등 중간에 숨 한 번 쉴 틈을 주지 않고 말하다간 쓰러질 정도로 많은 뮤지션이 있다. 이렇게 많은 뮤지션들 덕분에 <커피프린스 1호점>, <뉴하트>, <식객>등의 드라마 OST 제작에 참여했다. 게다가 CF 음악까지 제작하며 계속해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파스텔 뮤직은 인디 레이블의 좋은 발전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루오바 팩토리 Luova Factory DC 몽구스 루오바 팩토리는 오래 전부터 한국 인디 음악을 좋아하던 이에게조차 낯선 이름일수도 있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 2010년부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F.C. 인디 레이블의 중앙 수비수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렇게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루오바 팩토리만의 특징 덕분이다. 이들은 단순한 뮤지션 매니지먼트만을 위한 레이블을 벗어나 음반, 공연, 전시, 출판, 영화, 광고 등 문화 전반적인 영역의 매니지먼트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그냥 사업계획서에 적어놓은 기업 비전이 아니다. 실제로 우쿨렐레 피크닉과 계약해 국내 최초로 우쿨렐레 밴드의 음반을 출시했으며, 우쿨렐레 교재 또한 기획하여 국내 우쿨렐레 시장을 활성화 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또한 2010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오픈 스테이지에서 트리뷰트 밴드 특집을 만들었고, 2011년에는 Viewziclub이라는 이름으로 뮤지션과 VJ를 엮은 기획 공연을 진행했다. 게다가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음악 전문 공연장 웰콤씨어터가 있어 공연이나 전시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 가을방학, 몽구스, 우쿨렐레 피크닉, 로켓트리, 네온스, 원펀치, 임주연, 소울트레인, 무중력소년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 있고, 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소속 뮤지션들이 레이블 차원의 기획에 힘을 더하고 있다.

백넘버

포지션

이름

1

GK

뮤지커벨

2

DL

비트볼 뮤직

3

DC

파스텔 뮤직

4

DC

루오바 팩토리

5

DR

일렉트릭 뮤즈

6

MC

루비레코드

7

DMC

사운드홀릭

8

AMC

록스타뮤직앤라이브

9

AML

러브락컴퍼니

10

FW

해피로봇 레코드

11

AMR

붕가붕가 레코드

12

Sub 1

올드레코드

13

Sub 2

쇼머스트

14

Sub 3

트리퍼 사운드

15

FA

크라잉넛

16

FA

10cm

17

FA

브로콜리너마저

일렉트릭 뮤즈 Electric Muse DR 비둘기우유 일렉트릭 뮤즈 레이블은 굉장히 독특한 회사다. 이들은 뮤지션과 소속 계약을 하지 않고, 음반 계약만 한다.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소속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소속 뮤지션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렉트릭 뮤즈와 몇 해 동안 여러 장의 음반을 계속해서 내며 함께 하고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소속 뮤지션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런 애매함이 발생하는 이유는 뮤지션과 레이블이 계약 관계로 묶일 이유가 없다는 김민규 대표의 생각에 있다. 그는 사람 간의 관계가 계약으로 묶이는 것은 재미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설사 계약을 한다고 해도 뮤지션과 레이블이 같이할 마음이 없다면 좋은 결과물을 절대로 뽑아낼 수 없다며 계약관계의 무의미함을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소속계약은 안하지만 서로가 책임질 것과 가져야 할 권리는 분명히 하고 있다. 신뢰관계로 함께 하고 있는 뮤지션으로는 비둘기우유, 굴소년단, 김목인, 빛과소음 등 다양한 스타일의 13팀이 있다. 각기 다른 음악 스타일을 가진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인디 레이블은 다분히 사적인 취향에서 출발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 1순위입니다.”라고 말하는 1인 기업 일렉트릭 뮤즈의 김민규 대표의 취향이라는 공통점 말이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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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FIELDER 든든한 수비진을 갖췄다면, 이제는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미드필더는 경기흐름을 잘 파악하고 움직여야 한다. 상대의 기세가 올랐을 때는 수비 위주의 느린 템포로 점유율을 늘려야 하고, 반대로 우리 쪽으로 흐름이 왔을 때에는 공격적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이처럼 인디 레이블 리그의 템포를 조율하고 있는 미드필더들을 살펴보자.

루비레코드/루비살롱 Rubysalon

사운드홀릭 SOUNDHOLIC

MC 문샤이너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는 지나치게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득이 될 경우도 있지만, 역으로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이 자신감이 있고, 또 그럴만한 실력이 있다는 점이다. F.C. 인디 레이블에서 중앙 미드필더를_ 맡고 있는 루비레코드는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거나 누군가를 따라하기 보다는 그들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홍대 인디 음악이 대중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할 때의 음악 스타일은 크게 보면 복고, 모던, 포크 세 가지였다. 마치 누군가가 <홍대에서 인디 밴드로 성공하는 방법>이라는 교본이라도 써둔 것처럼 새로이 나오는 음악 중 세 가지 장르를 벗어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이 때 강렬한 로큰롤 사운드를 가진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등장해 인디씬을 한바탕 뒤집었다. 한국의 인디음악이 천편일률화 되어버릴 위기를 넘어 다시금 다양성을 지킬 수 있게 만든 사건이었다. 이는 어쩌면 루비레코드가 운영하고 있는 클럽 루비살롱이 홍대를 벗어난 인천에 있어, 홍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록 루비레코드의 황금기를 이끌어냈던 주역인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검정치마는 떠났지만 문샤이너스, 이장혁, 허클베리핀, 스왈로우, 더 핀, 게이트 플라워즈에 강력한 신인 블랙백까지 있으니 이전 보다도 더 화려한 플레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DMC 자우림 중앙 미드필더의 자리는 축구 포지션 중 가장 복잡한 곳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이었던 게리 네빌은 동료들의 부상 때문에 본인의 포지션이던 풀백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한 후에 인터뷰에서 “ 정말 토할 것 같았다. 공이 앞뒤로 쉴 새 없이 움직였고, 나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었다. 이처럼 어려운 포지션의 주전 자리를 사운드홀릭이 꿰찼다. 97년 데뷔와 동시에 정상의 위치에 올라 이를 15년 동안 유지하고 있는 자우림이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오랜 연륜을 바탕으로 경기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미드필더 자리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게다가 언제나 흥겹게 만들어주는 슈퍼키드와 고고보이스, 글렌체크에 감성적인 멜로디를 통해 안정감을 주는 몽니, 도트, 애쉬그레이와 같은 팀이 있어 수비적인 역할도, 반대로 공격적인 역할도 모두 훌륭히 수행할 수 있기에 F.C. 인디 레이블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게다가 사운드홀릭시티라는 클럽을 운영하고 있어 재미있는 기획 공연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이의 확장판으로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까지 기획 및 운영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필드 전체를 오가며 모든 역할을 다 수행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 할 수 있다.

록스타뮤직앤라이브 ROCKSTAR MUSIC&LIVE AMC 노브레인 F.C. 인디 레이블의 선수 중 가장 긴 이름을 가진 록스타뮤직앤라이브는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드필더지만 경기 조율보다는 항상 전면에 서서 공격 시도를 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쉐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 레이블에 속한 뮤지션의 성향에 있다. 한국 펑크(Punk)음악의 영웅인 노브레인이 있고, 펑크 음악에 일렉트로닉 음악을 섞어 훌륭한 레트로 스타일의 음악을 만든 고고스타까지 있으니, 이들의 강점이 공격에 있다는 것은 금새 알아 챌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공격 재능을 가진 선수에게 수비적인 역할을 부탁하는 것보다는, 공격에만 전념하게 하는 것이 팀 입장에는 훨씬 이득이 된다. 이들은 펑크 록 밴드답게 거친 사운드로 무장한 악동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인에게 고정관념화 되어 있는 록 음악의 이미지와 정확히 부합된다. 한국에서는 이런 것들이 쉽게 대중적 기호가 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브레인은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고정관념이란 방어막을 뚫어내고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에 대한 파해법을 지니고 있다. 이런 노하우를 배경으로 거친 록 음악을 하고 있는 여타 밴드들이 대중적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어시스트 해줄 수도 있고, 여차하면 본인들이 직접 골을 넣을 수도 있는 공격적 키를 쥔 선수이다.

SUBSTITUTE 벤치에 앉아 있는 교체 선수를 우습게보지 마라. 한국 축구대표팀의 자랑인 박주영 선수는 EPL 명문클럽 아스날에서 벤치 명단 자리조차 쉽게 얻지 못하고 있다. 또, 주로 교체멤버로 출전하는 솔샤르 선수는 슈퍼서브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이 되었다. 바로 여기에 있는 선수들이 교체투입 되면 경기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이들이다!

올드레코드 OLD RECORD

6

쇼머스트 SHOWMUST

트리퍼 사운드 TRIPPER SOUND

SUB1 / FW 옐로우몬스터즈

SUB2 / MC 피터팬컴플렉스

SUB3 / DC 바이바이 배드맨

박지성 선수가 해외무대에서 성공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를 지휘했던 감독은 한결같은 이야기를 한다. 박지성처럼 성실한 선수를 본 적이

교체선수에게 바라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팀이 지고 있는 경우 투입되는 교체선수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다. 흐름을 바꿔주는

보통 축구 팀은 1군, 2군, 유소년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 선수는 유소년 팀에서 많은 것을 배운 후 적당한 나이가 되면 2군 무대에서

없다고. 비록 이번 시즌은 벤치에서 스타트하는 경기가 유독 많지만, 그럼에도 동료와 감독에게는 항상 신뢰를 얻고 있다. F.C.인디 레이블 팀의 후보 선수 중에도 박지성 선수만큼이나 성실하고, 열심히 뛰는 선수가 있다. 바로 올드레코드인데, 이름과는 달리 2011년에 만들어진 신생 레이블이다. 이들의 시작은 펑크, 메탈, 하드 록 등 온갖 거친 사운드는 다 모아놓은 괴물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가 스스로 매니지먼트를 하면서부터였다. 직원 한 명도 없이 온갖 잡무를 멤버들끼리 분담했고, 그 성실함을 원동력으로 하여 점점 회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되었다. 그 성실함에 비해 일이 적다고 느꼈는지 소속 뮤지션 계약을 늘려갔고, 로지 피피가 두 번째, 그리고 타루가 세 번째 뮤지션으로 함께 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두 뮤지션 모두 굉장히 예쁜 여성 뮤지션이라는 사실과, 그 외모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격한 음악을 괴물처럼 연주하는 이들이 운영하는 레이블의 소속 뮤지션들로서는 어색한 조합이다. 마치 미녀와 야수랄까?

것. 이를 위한 교체카드는 확실한 키를 들고 있어야 한다. 이런 역할을 해줄 서브 멤버로 쇼머스트가 있다. 피터팬 컴플렉스의 보컬 전지한이 만든 레이블이니 당연히 피터팬 컴플렉스가 소속되어 있고, 각 멤버의 솔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홍일점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드러머 김경인의 솔로 프로젝트인 로코모티브와 여성 싱어송라이터 프롬의 조합은 상대편 남성 선수를 현혹시킬 수 있는 중요한 카드다. 그 외에도 롤스파이크, 킬러컷츠, 모노이드와 같은 일렉트로닉 뮤지션에, 엘리펀트슈에서도 자주 소개된 영국에서 활동 중인 휴 키이쓰라는 다양한 카드도 들고 있다. 또한 피터팬 컴플렉스는 앨범이 발표될 때마다 음악 스타일을 계속해서 바꿔왔는데, 이번에 5집 [O]에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표현한 음악으로 변화했다. 이처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이들의 강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이 이기고 있을 때에는 지키기 위한 변화를 줄 수도 있고, 반대로 팀이 지고 있을 때에는 새로운 방법으로 공격을 시도할 수도 있는 중요한 교체 자원이다.

실전 경기 감각을 키우게 된다. 그 중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가 1군 벤치 멤버로 발탁되어 1군 경기에 교체 출전할 기회를 잡는다. 이는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많은 선수들이 2군 팀에서 프로계약을 제의받지 못한 채 팀을 떠나곤 한다. 벤치에 앉아 있는 젊은 신인 선수는 같은 나이대의 선수들 중에서는 굉장한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F.C.인디 레이블의 젊은 피를 지닌 선수는 바로 트리퍼 사운드다. 가장 맏형은 자보 아일랜드로 이들은 2004년에 결성된 연륜있는 팀이다. 그 외 바이 바이 배드맨, 24아워즈, 아홉번째는 모든 멤버들이 20대 초반으로 정말 젊디젊은 신인 밴드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신인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이미 많은 것을 이룬 팀이다. 바이 바이 배드맨은 헬로루키 대상을 수상했고, 24아워즈는 2011년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 숨은 고수로 참가했었다. 이토록 유망한 신인 밴드를 섭외해낸 김은석 대표는 축구계에서 가장 유망주를 잘 키워내는 감독으로 유명한 아스날의 아슨 벵거에 비견할만하다.

E L E P HA N T - S HO E


FOWARD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 한다. 수비를 잘하는 포워드? 어시스트를 잘하는 포워드? 이 모든 것은 그저 골 못 넣는 공격수를 두둔하기 위한 말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공격수라면 골을 넣어야한다. 찬스가 오면 언제든 골을 넣을 준비가 되어 있는 공격수가 여기 있다. 이들은 그들이 골을 넣고 싶을 때면 골을 넣는다!

러브락컴퍼니 LoveRock Company

해피로봇 레코드 happyRobot

AML 갤럭시 익스프레스 러브락컴퍼니는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독립해 나와 만든 레이블이다. 텔레파시와 파블로프도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함께 이곳에 몸담고 있다. 소속 뮤지션이 많지 않아 몸집은 작은 레이블이지만 작은 만큼 민첩히 움직이며 멋진 공격을 보여주는 F.C. 인디 레이블의 윙어다. 화려한 기교를 갖고 있는 윙어들이 대체적으로 몸싸움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강렬한 사운드를 공통적으로 가진 러브락컴퍼니는 거친 플레이도 서슴지 않는다. 이에 추가로 윙어는 공격루트의 다양성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모험도 시도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윙어의 피를 갖고 태어났다. 작년 서울소닉으로 북미 투어를 다녀온 후, 올해는 자비로 다시 한 번 북미 투어를 떠나는 모험을 감행했으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말인 현재, 한참 그들의 북미 공연이 진행 중이다. 아직 시작 단계일 뿐인데도 뉴욕 타임즈에 소개되며 예감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인디 음악을 주제로 만들어진 다큐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에 이어 이번 투어를 배경으로 한 다큐도 준비 중 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이들이 얼마나 민첩하며, 모험을 즐기는 이들인지 알 수 있다. 북미투어를 끝내고 돌아온 화려한 윙어의 2012 시즌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붕가붕가 레코드

FW 칵스 한국 가요가 케이 팝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다. 가요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그렇기때문에 한국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록 음악을 하는 밴드에게 글로벌 밴드라는 수식어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는 꿈속에서조차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일이 생겼다. 해피로봇 레코드 소속의 칵스가 바로 그런 존재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의 모자이크 페스티벌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이런 공연이 워낙 많았기에 이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칵스가 해외에서만 인기가 많은 것은 절대 아니다. 지난 늦가을 엘리펀트슈에서 진행했던 공연 <비욘드 라이브>에 칵스도 참여했었다. 그 때 스텝도 채 도착하지 않았던 이른 오전의 공연장에 칵스의 팬들이 선착순 입장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들의 인기를 조금은 알 수 있을까? 그 외에도 작년 GMF(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 12,000석을 가득 채운 데이브레이크와 더불어 노리플라이, 나루, 랄라스윗 등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션이 해피로봇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 게다가 가요와 인디 음악을 적절히 섞은 새로운 컨셉의 GMF를 직접 만들고 있는데, 이 페스티벌은 언제나 매진사례를 이루고 있으니 그야말로 높은 슈팅 성공률을 갖고 있는 선수다.

AMR 장기하와 얼굴들 2008년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기하의 엄청난 인기와 더불어 주목받은 것은 수공업 소형음반이라는 방식으로 음반을 제작하던 이들의 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다. 레이블 직원 외에 뮤지션까지도 직접 앨범 제작 작업에 참여하여 만들어 내다보니, 하루에 생산 가능한 양이 많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을 사려고 했던 이들은 레코드 가게 앞에 줄을 서야했다. 레코드 가게가 멸종 위기에 처한 2000년대에 말이다. 이렇게 줄을 서고도 못산 이들이 레이블에 항의 전화를 하기 위해 레이블 이름을 검색했고, 붕가붕가 레코드의 이름은 이런 식으로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자리하게 됐다. 레이블 이름을 건 공연의 제목으로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쓰고 있는데, 이는 이들의 이념인 ‘인디 음악인이 자신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생계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음악 작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장기하와 함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하고 있는 뮤지션으로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치즈 스테레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아침이 있다. 뮤지션들을 살펴보면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있어 어느 위치에서든 공을 받아 정확한 슈팅을 날릴 수 있는, 좋은 위치 선정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다.

FREE AGENT 모든 스포츠의 이적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자유계약선수이다. 자유계약선수란 특정 팀에 적을 두지 않은 선수로 어떤 팀과도 계약이 가능한 선수를 말한다. 원래 선수영입을 위해서는 소속 팀에 이적료를 줘야 하지만 자유계약선수는 이런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알짜 영입이 될 수 있어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 가끔 엄청난 스타 플레이어가 자유계약선수로 풀릴수도 있으니 말이다!

크라잉넛

10cm

브로콜리 너마저

월드클래스 선수가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 흔치 않은 경우의 대부분이 나이가 많아 소속팀에서 더 이상 재계약을

가끔은 전성기의 선수도 자유계약 선수로 풀리는 경우가 있다. 노장의 경우와는 반대로 선수가 구단의 재계약 제의를 거절하며 자유계약선수가

한 팀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룬 선수는 새로운 자극을 얻고자 구단과 팬 모두의 양해를 구하고 새로운 팀을 물색하기도 한다. 인디 레이블

제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계의 격언인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처럼, 나이 탓에 소속팀에서 나온 선수들이 새로운 팀에서 나이를 잊은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인디 레이블 리그에 자유계약선수들 중에도 중요한 역할을 맡길만한 슈퍼스타 노장이 있다. 바로 1세대 인디 뮤지션 크라잉넛이다. 하지만 크라잉넛은 엄밀히 따지자면 자유계약선수는 아니다. 드럭이라고 하는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회사를 살펴봐야 하는데 드럭에는 크라잉넛 외에는 다른 뮤지션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인디 레이블이라고 볼 수 있다. 오로지 크라잉넛만을 위한 회사로 직원과 멤버가 친구사이를 넘어 마치 가족같이 일하고 있다. 덕분에 화목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의견 조율과정이 길어져 2009년 발표한 6집 [불편한 파티]이후 새 앨범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소닉에 참가하여 북미 투어를 하고 있어, 새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앨범이 올해에는 나오길 기대하며 노장의 2012년 행보를 주목해보자.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불만의 이유가 무엇이냐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는 결국 논쟁이 되고 구단과 선수 모두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다보니 젊은 나이에 자유계약으로 풀린 선수는 왠지 팀이 아닌 자신을 택한 “차가운 도시 남자”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다. 한국의 인디 음악계에도 자유계약선수로 까칠함을 기본 매너로 지닌 <사포남>들이 모인 10cm가 있다. 이들이 얼마나 까칠한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팬까페 회원수 1만 명 돌파를 축하해줬더니 “안 좋아요! 너무 많아서 조만간 강제 탈퇴시켜서 정리하려구요!”라고 말하는 쿨함을 보여줬다. 또한 긴 연륜을 가진 밴드 와이낫의 게스트로 왔을 때에는 짧은 공연에 실망하여 앵콜을 요청한 여성팬들에게 “딱 보니 여기 계신 분들이 대부분 30대인 듯한데, 저희는 20대 초반 여자들 아니면 노래 안 합니다.”라고 말하는 패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까칠한 성격 탓일까?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어떤 레이블에도 들어가지 않고 혼자서 움직이고 있다. 레이블들이 이 <까칠한 도시 남자>의 마음을 훔치기란 김태희 전화번호 받기만큼이나 어려워 보인다.

리그에서는 브로콜리 너마저가 좋은 예가 된다. 이들은 2005년, 현재 붕가붕가 레코드의 전신인 쑥고개에서 결성되었다. 2006년 수공업 음반 [ 꾸 꾸 꾸 ] 를 내 면 서 데뷔했을 때만 해도 대학가요제 예선을 비롯한 온갖 오디션에서 탈락하는 등 별달리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2007년 EP ‘앵콜요청금지’가 입소문을 통해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고, 2008년 1집 ‘보편적인 노래’에 이르러서는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 잡았다. 이 음반은 이후 별 다른 홍보와 활동 없이도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되는 이례적인 사례가 되었다. 이렇게 많은 것을 이룬 2009년, 이들은 레이블을 나와 밴드의 자체 레이블인 스튜디오 브로콜리를 설립하여 자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독립 후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음반 [졸업]은 2011년 대중음악상 5개 부문의 후보가 되어, 최우수 모던록 노래상을 수상했다. 게다가 공연마다 매진사례를 이루며 계속해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제 이들은 자유계약선수를 넘어 하나의 구단을 지닌 구단주라 말해야겠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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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INTERVIEW

두 명장과의 인터뷰

WORDS : JUNE, PHOTOS : 石군

음악적 실력보다 인성을 보는 감독

구태훈 (사운드홀릭 대표)

Q: 클럽 사운드홀릭을 열기 전 얘기부터 질문할게요. 먼저 자우림 전에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셨나요? 태훈: 자우림 하기 전에 재머스란 클럽의 하우스밴드를 했고, 허클베리핀의 모태가 되었던 3인조 밴드에서 드럼을 쳤었죠. 그리고 자우림의 멤버인 김윤아랑 같이 풀 카운트라는 밴드를 하다가 초코크림롤스에 김진만, 이선규를 만나 자우림을 결성하게 되었어요. Q: 일반적으로는 자우림 멤버가 사운드홀릭 레이블 대표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태훈: 그러면 고맙죠. (웃음) 일부러 알리고 싶지는 않아요. Q: 사운드홀릭의 시작은 라이브 클럽이죠? 태훈: 아니요. 처음에는 무대에서 뮤지션을 돕는 '사운드홀릭'이라는 테크니션 팀을 만들었어요. 그 다음이 녹음 스튜디오와 클럽이었죠. 아마 2003년일 거예요. 스튜디오와 클럽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레이블도 시작되었어요. Q: 사운드홀릭 라이브 클럽의 첫 공연도 기억나시죠? 태훈: 오픈 공연으로 자우림 외에 뷰렛, 피터팬 컴플렉스, 베베, 그러나 같은 팀들이 무대에 섰어요. Q: 사운드홀릭 레이블의 첫 번째 자체 제작 앨범은 뭐였나요? 태훈: 베베와 그러나가 레이블을 통해 앨범 준비를 했는데, 베베만 앨범이 발매되었어요. 베베가 첫 팀이고, 그 다음이 슈퍼키드에요. Q: 클럽을 운영하다 레이블만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태훈: 정확히 말하면 4년 전이죠. 사운드홀릭이란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면서 주위에 좋은 밴드를 소개시켜주고 공연 스케줄도 잡아 주다보니 말도 안 되는 클럽 대관, 밴드 섭외 문의만 제게 오더라고요. 예를 들면 "밴드 섭외 하려는데 5만원 10만원으로 할 수 있나요?" 이런 식이죠.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있고, 음악 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기에 레이블에만 주력하기로 했어요. 클럽과 레이블 운영을 분리하고 나니 양쪽에 더 좋은 결과가 생겼고요. Q: 클럽 운영보다는 레이블 운영이 더 잘 맞는 건가요? 태훈: 원래 전공이 기획과 무대 디자인이었고, 연출 쪽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은 레이블과 공연 기획에만 관여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클럽 사운드홀릭 이후에 라이브 클럽 붐이 일어나 괜찮은 라이브 클럽들이 많이 생겼고, 기존의 클럽들도 리모델링을 많이 하면서 여건이 좋아진 것도 운영을 분리시킨 하나의 이유가 되었죠. 테크니션 팀도 마찬가지 이유였어요. Q: 테크니션 팀도요? 태훈: 테크니션 팀도 테크니션이라는 직업 자체가 없었을 때 시작한 일이었는데, 쌈지 페스티벌이라든지 각종 공연을 도와주고 나니 음향 회사가 자극을 받아 자체적으로 테크니션 팀을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며 그만두었어요. 클럽도 우리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열심히 하다 보니 홍대 인디 음악 씬에 전반적으로 좋은 효과를 미치더라고요. Q: 예를 들면 어떤 것이죠? 태훈: 클럽 사장들이 뮤지션들에게 반말도 안하고, 섭외할 때 개런티도 주는 문화가 생겼죠. 그리고 여자 친구도 데리고 올 수 있는 쾌적한 환경으로 많이 바뀌었어요. 물론 사운드홀릭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고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일조한 건 맞다고 생각해요. Q: 얘기를 들어보니 클럽과 레이블 운영을 분리한 이유를 잘 알겠네요. 그럼 레이블만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발매한 앨범이 뭔가요? 태훈: 벨라마피아에요. 이 팀의 앨범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블이 시작되었어요. 벨라마피아는 1년 동안 굉장히 공을 들였는데, 결과적으로 잘 안되었죠. 팀이 해체되기도 했고요. 안타까웠지만 다음 팀을 준비했고, 몽니의 앨범이 발매되었어요. 순서상으로 보면 그 전부터 있었던 슈퍼키드와 고고보이스 다음이 벨라마피아, 몽니네요. 개인적으로 몽니는 벨라마피아가 레이블에서 나가면서 득을 본 팀이라고 생각해요. 3~4년 동안 꾸준히 메인 팀으로 성장해 왔죠.

태훈: 베베, 그러나, 슈퍼키드, 쿨에이지, 고고보이스, 익스, 도트, 타카피, 벨라마피아, 몽니... 다음이 바로 자우림인가? (웃음) 그러네요. 자우림 맞네요. 타카피 같은 경우에는 2년 정도 같이 하다가 서로 좋게 그만둔 경우죠. 자우림 이후에 글렌체크, 애쉬그레이, 그리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정희주, 백세은이 들어왔어요. Q: 아티스트들을 직접 한마디로 소개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태훈: 슈퍼키드는 '친동생'이죠. 최근에 합류한 쿨에이지 출신의 기타 안정준을 비롯해 유일하게 저한테 대표님이라고 안하고 형이라고 부르는 밴드에요. (웃음) 고고보이스는 '막내'라고 할게요. 잘 챙겨줘야 되는데 오히려 못 챙긴 것 같아서요. 몽니는 '직원'이요. 처음 들어올 때 사운드홀릭의 직원처럼 열심히 하겠다고 그러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친구들의 인성이 너무 좋았고,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심지어 클럽이 홍대 정문으로 옮겨질 때 뮤지션 중에 몽니만 나와서 허드렛일도하고 그랬어요. 다른 팀들은 다 도망갔었거든요. (일동 웃음) 도트는 알아서 자기일 잘하는 '시집간 딸내미'같고, 백세은 정희주는 '자우림의 친동생'들 같아요. 정희주는 '남동생', 백세은은 '여동생'이요. (웃음) 익스의 이상미는 진짜 제 '여동생'같아요. 처음 지방에서 올라 왔을 때부터 봤으니까요. 글렌체크는 '유학 갔다 온 조카'로 하죠.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겠고, 말도 안 통하는 엉뚱한 친구들이에요. (일동 웃음) 기분 좋게 담배 한 대 같이 필 수 있는 유학 갔다 온 조카들로 할게요. 마지막으로 애쉬그레이는 '군대 갔다온 동생' 느낌이에요. Q: 다른 레이블과 사운드홀릭의 차이점은 뭘까요? 태훈: 보통 한 레이블의 색깔이 있잖아요. 우리는 색이 없는 게 특징이죠. 반대로 말하면 정말 다양하다는 뜻이에요. 그것과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뮤지션들의 인성이 정말 중요해요. 예를 들어 음악은 너무 잘하는데, 인격적으로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식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죠. 음악적으로는 뛰어나지 않아도 됨됨이가 된 친구들이면 저는 계약을 해요. 실제로 그런 친구들만 레이블에 있기도 하고요. (웃음) Q: 사운드홀릭도 음악 잘하는 친구들이 모여 있잖아요. 태훈: 잘하긴 뭘 잘해요! 더 잘해야지요. (웃음) 그런데 정말 인간성은 다 좋아요. Q: 그렇군요. 이제 그린플러그드 얘기를 해볼게요. 작년에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태훈: 만족스러움을 떠나 고마왔던 점은 120팀이 넘는 많은 밴드가 기분 좋게 참여해 주었다는 것이고, 다행인건 비가 안 왔다는 거죠. (웃음) 록 페스티벌로 이렇게 많은 관객이 와준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부족했던 점은 장소의 한계로 더 많은 편의를 뮤지션과 관객들에게 제공하지 못한 부분이죠. 밤에 더 즐기고 싶은데, 10시에 끝내야 되는 상황이라든가 주차 문제, 아티스트 동선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죠. 하지만 여러 페스티벌 중에서 음향만큼은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자부해요. 앞으로도 기본적인 것에 더 충실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Q: 올해는 어떤 그린플러그드가 될까요? 태훈: 해외 라인업 없이 순수 국내 팀으로만 꾸려질 거예요. 외국팀 세우는 것보다 국내 팀을 한 팀이라도 더 선보이자는 취지죠. 일단 작년에 활동을 많이 한 뮤지션들을 먼저 섭외했고, 새로 떠오르는 밴드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뮤지션과 관계자도 친구들과 맥주 한 잔 마시면서 관객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 분위기를 만들 생각이에요. Q: 그린플러그드가 기대되네요. 이제 옆 페이지에 실릴 마스터플랜의 이종현 대표에 대한 질문을 해볼게요. 이종현 대표님의 장점은 뭘까요? 태훈: 정말 따듯한 사람이에요. 따듯함을 넘어 뜨겁고, 정서적으로 섬세한 분이죠. 이종현 대표가 마스터플랜을 이렇게 잘 끌고 왔기 때문에 많은 인디 씬의 레이블이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디 음악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태훈: 개인적으로 인디 쪽 음악이 너무 가요 같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음악적인 실험도 많이 안하는 것 같고요. 인디 뮤지션들이 대중성에 대한 두려움을 좀 더 없애야 된다고 생각해요. 고민을 많이 한 개성 있는 음악이 나오길 바라요. Q: 오랜 시간 인터뷰 감사해요. 사운드홀릭 레이블과 공연에 많은 기대가

Q: 하나하나 순서대로 팀을 정리하면 사운드홀릭의 역사를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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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네요. 태훈: 재밌는 인터뷰였고, 엘리펀트슈에 거는 기대도 큽니다.


따라하지 못할 전술을 추구하는 감독 Q: 클럽 마스터플랜을 운영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종현: 원래는 공부 안하고 음악 들으러 다니던 학생이었어요. (웃음) 고3 겨울 당시 핫뮤직이라는 잡지에서 진행한 음악 퀴즈 대회에서 1등을 했는데, 성우진 선배를 비롯한 몇몇 기자들이 한국 팝 음악 평론계의 무서운 신인이 나타났다고 그랬죠. (웃음) 제가 생각해도 아트록을 비롯해 메탈, 뉴웨이브 등등 장르에 구분 없이 잡학다식하게 정말 많은 음악을 들었어요. Q: 가장 처음은 핫뮤직이었군요? 종현: 자주 놀러갔고, 자연스럽게 원고를 쓰게 되었어요. 순서상으로 잡지에 앨범 리뷰, 해설지, 기획 기사를 쓰다가 라디오 게스트를 하게 되었고, 두 달 정도 정식기자로 일 했어요. 20대 초반 이었는데, 음악계 B사이드 일은 다 했었던 것 같네요. (웃음) 어떤 잡지사에서는 기자가 갑자기 없어져서 원고지 1000매 분량의 원고를 쓰기도 했고요. 그렇게 93년부터 96년까지 보냈죠. Q: 그 다음이 마스터플랜인가요? 종현: 마스터플랜이 원래 음악 모임이었는데, 홍대에 가게 하나를 인수해서 뭔가 해보자라고 의기투합했죠. 그게 클럽 마스터플랜이에요. 인수하기 전부터 원래 잡혀있던 델리스파이스나, 언니네 이발관 공연 스케줄을 진행했고, 일렉트로닉이나 힙합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레이블도 같이 시작되었죠. Q: 레이블을 통해 처음 제작한 앨범이 뭔가요? 종현: 99년도에 발매된 스위트피(Sweetpea)의 [달에서의 9년]이에요. 넘버링까지 하나하나 적어놓은 애착 가는 앨범이었죠. 제작비가 없어서 제가 가지고 있던 CD 1000장 정도를 팔아서 미니앨범을 만들었는데, 그 당시 델리스파이스의 소속사에서 좋지 않게 생각해 몇 장 팔고 전량 폐기한 아픔이 있어요. 두 번째가 SIDE-B라는 힙합 팀, 세 번째가 밴드 스웨터의 한정판 앨범이었어요. Q: 네 번째로 제작한 '2000 대한민국'이 큰 계기가 되었죠? 종현: 시기적으로 힙합 음악에 대한 분위기는 이미 정점이었어요. 클럽 마스터플랜에서 활동하던 힙합 뮤지션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고, 제가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어요. 레이블로 보면 본격적인 첫 전국 유통 앨범이라 의미가 있었죠. Q: 상업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뒀죠? 종현: 초창기였기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죠. 계약도 좀 더 꼼꼼하게 했어야 했고. 몇 장이 팔린 지는 지금도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정산은 4만장 정도 되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팔렸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까요. 발매 첫날에는 앨범을 사기 위해 강남 타워레코드에서 뉴욕제과까지 줄이 만들어지기까지 했어요. 그때 계약을 잘했으면, 아마 제작자인 저나 옆에 있었던 뮤지션들의 길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웃음) Q: 그 당시 제작한 앨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궁금하네요. 종현: 판매량을 떠나 뿌듯한 작업이었던 DJ 소울스케이프 (Soulscape)의 첫 앨범을 꼽을게요. CD외에 LP를 찍었고, LP를 위한 연주곡도 따로 삽입할 정도로 노력한 작품이었죠.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신인급 뮤지션이었지만, 데모를 들어봤을 때부터 '얘는 뭔가?'라며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Q: 클럽 마스터플랜 이후에는 본격적인 레이블이 되었죠? 종현: 클럽은 2001년 11월에 닫게 되었고, 마스터플랜이란 레이블 이름으로 힙합 뮤지션들과 계약을 해서 계속 앨범 제작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제가 힙합만 좋아하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다른 장르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일본에 지속적으로 왔다갔다하면서 시부야계 음악을 미디어에 소개하다보니 다른 레이블들과 차별화된 또 다른 스타일의 레이블을 만들어보고 싶어졌죠. Q: 해피로봇의 탄생이군요. 종현: 초창기 해피로봇은 예를 들어 하버드 같은 라이선스 앨범만 발매했어요. 그러다 아소토유니온을 비롯해, 페퍼톤스, 언니네 이발관의 홍보 대행을 하면서 국내 팀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죠. 이지형 1집까지 홍보 대행이었고, 2007년 애플스 1집이 첫 해피로봇 자체 제작 음반이었어요. Q: 이후에 해피로봇은 식구들이 더 많아지죠? 종현: 이지형, 노리플라이, 장세용, 오지은, 나루가 순서대로 들어왔고,

이종현 (마스터플랜 대표)

시간이 지나 티어라이너, 데이브레이크, 칵스가 합류했죠. 최근에는 소란과 랄라스윗까지 모두 13팀이 소속으로 있어요. Q: 해피로봇 아티스트들을 직접 한마디로 소개하면 재밌을 것 같네요. 종현: 이지형은 '동업자'라고 할게요. 아마 상의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얘기할 것 같은 친구죠. 장세용은 최근 넉살이 좋아진 모습이 보기 좋아요. 애플스는 이 친구들이 성공을 못하면 제가 이 바닥을 떠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오지은은 제가 무슨 얘기를 할지 전부 알고 있는 '선수'이고, 노리플라이는 '우리나라 최고의 듀오'라고 생각해요. 노리플라이 중에서 튠은 '자극을 주는 동생', 모멘트는 '신은 그에게 천재적인 음악적 감각을 주었으나 게으름을 같이 주었으니 세상은 공평하구나'라는 문장으로 표현할게요. (웃음) 나루는 '해피로봇의 음악적 에이스', 티어라이너는 '형이상학적인 생각과 고민이 많은 독특한 친구', 데이브레이크는 어린 친구들을 대신해서 행동해주는 레이블의 '어른', 칵스는 갖고 싶었던 음악적 '선물', 랄라스윗은 작은 것에 고마워할 줄 아는 '애틋함이 있는 친구들', 소란은 '지금보다는 5년 후가 더 궁금한 팀'이에요. Q: 이제 GMF 얘기를 해볼게요. 작년에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종현: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없어서 무대 세팅이 일부 완벽하지 않은 채로 이틀 동안 진행되었던 점이 아쉬웠어요. 좋았던 점은 몇몇 뮤지션들이 준비를 많이 해와서 단독공연보다 더한 감동을 무대에서 보여준 것이죠. 언니네 이발관의 두 시간이 넘는 공연이나 데이브레이크 때 12000명이 입장해 체조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놀랍고 고마운 기적이었죠. 그 외에도 무럭무럭 커준 10cm의 공연과 김도향 선생님의 '노년의 활력'도 놓칠 수 없었던 장면이었어요. Q: 올해는 어떤 GMF가 될까요? 종현: 올해는 '인생의 감동'을 담고 싶어요. 계획은 이미 다 서있는 상태에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 공개할 수 있을 때 얘기하는 걸로 하죠. (웃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많이 했어요. 실망의 상당부분이 뭐냐면, 된다하면 다 따라하는 거죠. 창의적인 기획이 나오지 않고 장소까지 똑같은 곳에서 페스티벌을 비슷하게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GMF가 따라 오지 못할 또 다른 레벨의 영역을 보여줘야겠다는 계획이 있어요. 그래서 올해는 디자인을 비롯해 운영방식, 무대 등 많은 부분을 더욱 신경 쓰고 있어요. Q: GMF외에 생각해둔 새로운 공연 기획은 없나요? 종현: 비밀을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공개할게요. (웃음) ADD라고 작년에 이지형과 10cm가 했던 공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생길 거예요. 챔피언과 도전자의 개념으로 더 재미있게 꾸며볼 생각이에요. 다른 신선한 아이디어들도 많이 있는데, 한마디로 얘기하면 돈을 벌고 이윤을 남기는 것보다 명분 있고, 재밌는 방향으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Q: GMF도 그렇고 마스터플랜의 다양한 기획에 대한 기대가 커지네요. 이제 옆 페이지에 실린 사운드홀릭의 구태훈 대표에 대한 질문을 해볼게요. 구태훈 대표님의 장점은 뭘까요? 종현: 저처럼 다혈질이 아닌 게 장점이죠. (웃음) 구태훈 대표의 차분함은 다혈질이고 공격적인 제가 갖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사운드홀릭의 운영방법 역시 그렇고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디 음악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종현: 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봐요. 그렇게 보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레이블들의 자각이 제일 크지 않나 싶네요. 서로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환경도 그렇고, 패배의식에서도 이제는 벗어난 것 같아요.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몇 년 안에 재정적으로도 탄탄하면서, 기존 가요계를 견제할 수 있는 레이블들이 상당수 자리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 해요. 그렇게 된다면 시장 전체의 판도 변화와 흐름을 예고할 수 있겠죠. 중요한 전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결과물이고요. Q: 긴 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고 나니 앞으로 GMF와 마스터플랜, 해피로봇의 내일이 더 기대되네요. 종현: 저도 인터뷰 즐거웠어요. 엘리펀트슈도 꾸준히 발전하길 바랄게요.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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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ROOM

배낭 두 개 Episode 9 : 화장실은 안 괜찮아

WORDS, PHOTOS : JUNE, JEE

JUNE

JEE

“신종플루가 유행이라잖아.” “그런데 이거랑 상관이 있나?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꼭 이거 써. 깨끗하게 해서 나쁠 거 없잖아.” “......” “제발, 꼭!! 알았지?” “응. 알았어......”

사실 나도 처음부터 깨끗한 사람은 아니었다. 지금도 가끔 피곤해서 늘어져있다 그냥 잠이 들기도 하고, 먼지가 뭉쳐있어도 쉽게 청소기를 돌리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다. 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중화장실을 별 거리낌 없이 사용했던 나의 생각과 행동이 바뀐 건 따지고 보면 처음 접한 글라스톤베리의 화장실 때문이었다. 토할 정도로 더럽다는 말을 듣고 마주친 세계 최악의 페스티벌 화장실. 그런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덕분인지 생각보다 견딜 만 했다. 그런데!!! 화장실 물을 내리는 순간 충격에 휩싸일 만큼 진한 X물이 으악! 그렇게 나의 첫 글라스토는 아무 대책 없이 화장실에 당한 채로 돌아왔어야 했다.

대답은 알았다고 했지만, 일회용 변기 커버를 사용하겠다는 자신은 없었다. 물론 글라스톤베리 화장실이 최악이긴 했지만, 2010년부터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티켓으로 갔기 때문에 꽤 쾌적한 시설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남자들은 여자들과 다르게 변기 커버를 쓸 일이 하루 한 번밖에 없지 않은가! 막상 사용하려고 하면 변기 커버를 씌우기 전에 먼저 변기 의자 부분을 깨끗이 닦아야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에이, 그냥 잘 닦기만 하면 되지'라는 귀찮은 마음이 어쩔 수 없이 생겨났고, JEE양의 간곡한 부탁이 생각나 그냥 휴지가 아니라 물티슈로 깨끗하게 닦고 나서 화장실을 사용했다.

“아... 이런 거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꼭 이거 써. 깨끗하게 해서 나쁠 거 없잖아.” “......” “제발, 꼭!! 알았지?” “응. 알았어......”

“깨끗하게 했지?” “응, 당연히 깨끗하게 했지.” 만약 “변기 커버 썼어?”라고 물었으면, “그냥 깨끗이 물티슈로 닦았어.”라고 솔직히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질문은 “깨끗하게 했지?”였고, 나름 최고 수위의 위생 조항을 발령하여 글라스토에 온 그 누구보다(JEE양을 제외한) 깨끗하게 화장실을 사용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굳이 변기 커버 얘기를 꺼내진 않았다.

“아... 이런 거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꼭 이거 써. 깨끗하게 해서 나쁠 거 없잖아” “......” “제발, 꼭!! 알았지?” “응. 알았어......”

‘ 배낭 두 개 ’ 코너 소개 글에도 쓰여 있듯이, JEE양은 항상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걱정녀이다. 어쩔 때는 ‘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좋을까?’를 걱정하는 ‘기’나라에 살던 그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녀의 걱정에는 일리가 있었다. 여자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힘겹게, 힘겹게 한국에서 준비해 온 변기 커버를 건네줬지만 내내 옆에서 지켜본 결과 페스티벌 동안 JUNE군은 단 한 장도 사용하지 않은 게 확실해 보였다. 다 생각해서 그런 건데 내심 화도 났고 섭섭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위생에 무심한 그가 너무 이해가 안 되었다. 남자들은 다 그렇다며 둘러대기만 하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불가! ‘남자라고 다 그럴 순 없다!’가 나의 결론이었다. 어쨌든 그때부터 "세균에 대처하는 행동"이 강박관념"처럼 되어버렸다. 그 후에도 매년 뭐가 이렇게 유행을 하는지 2011년엔 슈퍼박테리아가 유럽을 강타해 페스티벌 기간 내내 야채를 먹지 않았다.

떡이 생긴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내년 페스티벌에서는 JEE양의 말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과거의 주제를 다시 꺼내 대화를 시도했다. “근데, 일회용 커버를 씌우려면 변기 의자를 먼저 닦아야 되잖아...” “어허! 이사람 진짜 안 썼네! 그냥 깔기만 하면 끝이야!” “아! 닦는 거보다 편...하....구...나...” 여자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JUNE

일회용 변기 커버 사용법 접혀있는 일회용 변기 커버를 변기 위에 잘 펼쳐 놓고 앉으면 된다. 주로 천연 펄프로 되어 있으므로 그대로 물에 흘려보내거나 휴지통에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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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1년 후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겁 많은 나는 지구 종말이 다가올 것 같은 두려움에 여행계획을 다 세워놓고도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무척 고민하였다. 그렇다고 페스티벌을 포기할 수는 없고... 결론은 ‘ 무조건 예방하자! 손은 백만 번 씻고 무조건 깨끗이 하자! ’ 였다. 사실 수많은 사람들과 맨살을 한 곳에 맞댄다는 걸 그동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지만, 신종플루에 대한 걱정은 위생 관념에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손 세정제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일회용 변기 커버까지 챙기게 되었다. 인터넷을 뒤져 어렵게 구입하였고, 당연히 JUNE군은 준비물에 포함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넉넉히 그의 것까지 준비하였다. 이렇게 미리 알아서 준비해 주면 고마워 할 법도 한데 변기 커버를 건네자 JUNE군은

10년 동안의 음악활동을 바탕으로 음악과 영상 작업을 하고 있는 미디어 작가. 30년 뒤 멋진 ‘로큰롤 할아버지’를 꿈꾸며 매년 여름이면 록의 고향 영국으로 날아가 보고, 듣고, 경험을 쌓는 중. 초 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

JEE 10년 동안 요리와 함께 삶을 보내던 중 록 페스티벌에 꽂혀 회사를 박차고 영국으로 날아감. 30년 뒤에도 스니커즈와 닥터 마틴이 잘 어울리는 멋쟁이 할머니가 되고 싶어 함. 항상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걱정녀.

아마 JUNE군은 ‘JEE양이 너무 예민한 거예요. 나는 억울해요.’라며 옆에서 ‘블라블라’ 글을 쓰겠지만, 내 주위 대부분의 여자들은 걱정이 많고 외국에 나갈 때 더 조심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내년에도 페스티벌에 가게 된다면 손세정제는 물론이요, 일회용 변기 커버를 반드시 챙겨갈 것이다. 그리고 JUNE군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대답만 하고 안 할거냐?”


WORDS : 맹선호

힙스터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2>

스터는 주목받지 못하는 음악을 까다로운 안목으로 골라 소비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수많은 밴드 중 힙스터 취향에 맞는 음악은 선택되어 소비 되고 유명세를 얻기도 하며, 또 버려지기도 한다. 힙스터의 생명은 ‘난 너희들이 모르는 유명하지 않은 음악을 들어’이므로 대중적인 성공과 함께 그 힙한 이미지를 유지하기란 꽤 어렵다. (그렇기에 지난 호에 소개했던 벨벳 언더그라운드 같은 밴드들이 힙스터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대중적으로 소위 떠버리면 그 힙함이 퇴색되어지기 일쑤이기 때문에 여기서 소개하는 몇몇 밴드는 벌써 힙스터들 사이에서 ‘구려졌다’는 불평을 듣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밴드의 힙함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는 공연장 관객의 ‘물’이다. 한마디로 아케이드 파이어나 베이루트 정도로 유명해지면 공연장에 힙스터 입장에서는 소위 어중이떠중이가 다 모이기 때문에 무대 위 밴드보다 더 멋지게 차려입은

애니멀 콜렉티브 Animal Collective

힙스터들의 비율이 줄어들기 마련. 하지만 아케이드 파이어가 그래미 상을 받아도 여전히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한국에서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척도는 유튜브인데, 지난 3년간 런던에서 힙스터만 관찰한 달인 ‘쏘는쥐(31세, 힙스터 전문가)’에 의하면 유튜브 비디오 아래의 코멘트로 힙스터 음악입네 아닙네 싸우고 있으면 일단 그 밴드는 현재 힙할 가능성이 높단다. (힙스터에게는 자신들의 취향이 힙스터라고 불리는 것만큼 짜증 나는 일이 없기에 싸움이 종종 일어난다.) 최근 음악이 대중적으로 변하며 힙스터 팬들이 조금 떨어져 나간 경향은 있지만 여전히 언더그라운드스럽게 힙한 밴드인 걸즈(Girls, 흡사한 이름의 밴드가 여럿 있으니 그 중 샌프란시스코 출신을 검색할 것)의 유튜브 링크에는 아니나다를까 힙스터 운운하는 싸움이 한창이다. 아메리칸 어패럴(힙스터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광고냐는 비난까지 등장했다.

디어헌터 Deerhunter

피치포크 계열과 ATP 계열 밴드, 그리고 뉴욕 출신의 인디밴드

미국 볼티모어 출신의 익스페리멘털 사이키델릭 밴드. 대중적으로 꽤 크게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애니멀 콜렉티브는 힙스터 음악계의 젊은 전설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 위치가 확고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여러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주변 힙스터 지인들이 추앙하는 것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는데 이번 원고를 쓰며 오랜만에 다시 듣게 된 그들의 음악에 몹시도 흥분해버려 신 내림을 받거나 뽕을 맞는 게 이런 기분이 아닐까란 상상까지 할 정도로 진심으로 그들을 즐기게 되어버렸다. 심장이 약한 사람이라면 울렁거릴지도 모를 이 정신 나갈 듯한 원시적 희열감의 음악이 초기의 힙스터와 음악계에 던져준 충격과 존재감은 안 봐도 비디오. 멤버들의 솔로 프로젝트를 포함한 이들의 끊임없는 움직임에서 왜 이들이 변함없이 힙스터들에게 인정받는지 느낄 수 있다.

미국 애틀랜타 출신의 인디록 밴드. 인디씬에서 역시 전설로 꼽힐만큼 유명해졌음에도 그 힙함이 쇠하지 않은 것은 언제나 팬들보다 앞서나가며 구리다고 불평할 틈을 주지 않는 그들의 꾸준한 음악 활동 덕분일 것이다. 아무리 들어도 매번 감탄하게 하는 디어헌터의 음악부터 멤버들의 솔로 프로젝트인 아틀라스 사운드(Atlas Sound-Bradford Cox)와 로터스 플라자(Lutus PlazaLockett Pundt) 또한 최근 힙스터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공연장에는 웬만한 힙스터 매거진 부럽지 않은 멋쟁이들로 가득하다. 애니멀 콜렉티브의 뒤를 이어 별일 없는 한 힙스터들이 사랑하는 밴드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을 듯 하다. 참고로 애니멀 콜렉티브와 디어헌터는 모든 멤버가 어느 한 명도 외모적으로 부족함이 없음을 밝힌다.

덥스텝 Dubstep

칠웨이브 Chillwave

런던에서 탄생된 일렉트로닉 뮤직 장르인 덥스텝은 최근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라는 스타 뮤지션을 배출해내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방구석에서 혼자 음악을 만들던 힙스터 잡지 표지모델급 훈남 청년의 미니멀한 사운드는 내장을 울렁거리게 한다. ‘The Wilhelm Scream’과‘Limit To Your Love’는 너무 유명해져 버렸으니 ‘Love What Happened Here’를 들어보자. 대중적으로 블레이크보다 덜 알려졌지만 마니아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뷰리얼(Burial)도 런던 덥스텝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이니 체키라웃. 그나저나 탄생지인 런던에서 더 강세이지만 또 그런 이유로 뉴욕의 힙스터 상급자들은 덥스텝을 듣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한 공연계의 힙스터 프로모터 수퍼칼라수퍼를 통해 벌써 여러 차례 내한한 토로 이 므아(Toro Y Moi)를 비롯하여 워시드 아웃( Washed Out)으로 잘 알려진 일렉트로닉 뮤직 계열인 칠웨이브 또한 대표적인 힙스터 장르. 몇 년 전 쯤 꽤나 쿨하기로 유명한 런던의 지하 공연장 The City Arts & Music Project에서의 토로 이 므아의 공연이 시작하기 전, 멋지게 차려입은

아무래도 당신이 아직 들어보지 못한 단어를 하나쯤은 소개해야 힙스터지도의 면이 설 것만 같아서 일명 drag이라고도 불리는 위치하우스란 일렉트로닉 장르를 소개한다. 이 느리고도 음울하고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음악-괜히 뜻이 마녀의 집이 아니다-은 아무래도 그리 대중적인 음악은 아니다. 살렘(SALEM)과 oOoOO가 이 장르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인데, 무엇보다 크리스

관객들이 꽤 어두운 공연장 조명을 불빛 삼아 책을 읽고 있는 것에 좀 놀랐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독서는 힙스터의 대표적인 문화. (어떤 책을 읽고 있느냐가 힙스터 구분에 큰 단서가 되는데 "힙스터의 독서"란 주제를 곧 다룰 예정이다.)

덱스터(Chris Dexter)의 솔로 프로젝트인 oOoOO는 처음 접하는 이들이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들며 새삼 쉬운 남자(라고 쓰고 음악이라고 읽는다)가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참고로 그냥 ‘오’라고 읽으면 된다.)

최근 힙스터계의 클래식인 뉴트럴 밀크 호텔(Neutral Milk Hotel)의 공연이 이슈인데, 힙스터 달인 쏘는쥐가 런던의 유니언 채플에서의 공연에 당연히도 참석했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은 그녀는 흠칫 놀랐다는데 이유는 한껏 차려입은 멋쟁이들이 하나같이 책을 보며 한가득 앉아 있어서였다. 이쯤 되면 책을 읽고 싶어도 힙스터처럼 보일까 봐 책을 꺼내들지 못하는 힙스터가 분명 있을 것. 꽤나 난감한 광경을 목격한 그녀는 힙스터지도 애독자(있으시다면 말이지요…)를 위해 MMOTHS라는 10대 아이리쉬 뮤지션을 추천했다. 조회수가 3만을 넘지 않는 유튜브 코멘트에는

일단 피치포크에서 좋은 점수를 받거나 ATP 라인업에 오른다면 기본은 먹고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뉴욕 출신/기반의 인디밴드라는 꼬리표는 힙스터 밴드로 인정받는 데 어드밴티지가 주어진 거나 마찬가지이다. 스트록스(The Strokes)를 위시하여 최근 내한한 더 페인즈(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동양인 여성멤버는 최근 힙스터 밴드씬에서 꽤나 유행 중이기까지 하다-,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참고로 이번 호 더 페인즈 공연리뷰를 쓴 황명희는 공항에 그들을 마중나간 유일한 국내팬임을 밝힌다-, 슬레이 벨즈(Sleigh Bells), 예세이어(Yeasayer), 그리고 리얼 에스테잇(Real Estate) 등이 뉴욕 힙스터 밴드 간의 토너먼트에서 부전승으로 올라와 우승했다고 보면 될 듯 하다.

위치하우스 Witch House

역시나 힙스터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힙스터도 사람이다, 그만해라!’ 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 이렇게 논쟁의 중심에 있는 힙스터 음악. '이것이 힙스터 음악이다' 라고 정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힙스터의 허세를 둘러싼 비난들이 난무하지마는 한편으로는 실력만큼 유명세를 얻지 못한 밴드들의 음악을 접할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말대로 쉽게 친해질 수는 없지만, 매력이 가득한 음악이란 말에 깊이 공감하며 이번 힙스터지도가 당신에게 그 기회가 되길 바란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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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ROOM

영국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로큰롤 성지순례

Rock’n’Roll Pilgrimage

WORDS , PHOTOS : Julian Kim

국에 온지도 오래되었다. 영국 이곳저곳에 살면서 많은 이들을 만났고,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영국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는 지금까지 필자가 쌓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분은 음악에 관련된 장소들을 비롯하여 영국인들의 삶과 문화가 녹아있는 곳로 안내하려고 한다. 우선 음악 한 곡 듣고 시작하자. 덴마크 스트리트는 영국 음악에서 빠질 수 없는 장소이다. 런던의 Tin Pan Alley라고도 불리는 이 거리에는 5,60년대에 퍼블리싱 회사들과 레코딩 스튜디오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여 지금은 유럽 최고의 악기상들이 모여있다. VOX와 더불어 영국을 대표하는 Orange 앰프도 처음에는 이 조그마한 골목에서 시작하였으며 이곳을 들리지 않은 로큰롤 레전드들이 없을 정도로 덴마크 스트리트는 브리티쉬 록음악과 오랜 세월을 함께하였다. 과거에는 밥 말리가 그의 첫 번째 기타를 구매했고, 데이빗 보위가 캠핑밴을 세워놓고 생활하기도 했으며 6번가에는 섹스 피스톨스가 살기도 했다. 덴마크 스트리트에는 건반악기만 파는 가게, 기타 전문점, 베이스만 파는 가게, 드럼 가게 등이 다양하게 있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맘에 드는 조건으로 악기를 구매할 수 있고 상점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연주해보며 구경하는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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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ent Sounds Studio

Wunjo GuitarS

Hanks Acoustic Instrument Specialists

1963년 처음 레코딩 스튜디오로 문을 연 리젠트 사운드 스튜디오는 1964년 롤링스톤즈가 그들의 첫 앨범을 레코딩한 역사적인 장소이다. 스톤즈뿐만 아니라 비틀즈, 지미 헨드릭스, 더 후, 스티비 원더 같은 뮤지션들이 녹음했던 이곳은 더이상 레코딩 스튜디오가 아니지만 이름만은 그대로 유지되어 악기상점으로 쓰이고 있다. Fender와 Gretch 기타를 주로 취급하며 작년만 하더라도 섹스 피스톨스의 시드가 생전에 사용하던 베이스 기타를 팔기도 했다.

운조 기타 숍은 빈티지 & 레어 기타 숍과 더불어 덴마크 스트리트에서도 최상의 빈티지 기타들을 취급하는 곳이다. 필자가 10대 때부터 참새 방앗간처럼 들락거렸던 이곳은 언제나 론 스미스 아저씨가 카운터를 지키고 계신다. 가게 안은 모든 종류의 기타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꽉 차 있으며 얼마 전에 새로 오픈한 Wunjo Guitars 2에는 주로 어쿠스틱 기타, 우클렐레, 반조 등의 악기를 취급하고 있다.

27번가에 있는 Hanks 숍은 25년 넘게 어쿠스틱 악기를 팔고 있는 곳이다. 1층에는 주로 중저가 어쿠스틱 기타, 만돌린, 우클레레, 반조, 기타 악세서리들이 있고, 2층에는 하이엔드 어쿠스틱 기타, 3층에는 빈티지 일렉트릭 기타들이 진열되어 있다. 지하에는 영국 최고의 기타 장인인 그래엄 노든 아저씨가 계시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이며 기타를 수리해 주신다.

Vintage and Rare Guitar

12 Bar Club

Macari's

빈티지 & 레어 기타 숍은 이름 그대로 희귀하고도 와인처럼 오래 묵힌 중고 기타와 앰프들을 파는 곳이다. 죠쉬라는 친구의 가족이 운영하는 이 곳은 덴마크 스트리트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희귀하고도 멋진 기타들과 앰프들 때문에 악기상이라기보다는 악기들을 전시해놓은 갤러리 같은 느낌. 유명 뮤지션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덴마크 스트리트 끝 자락에 자리한 12 Bar Club은 뮤지션들이 모여 공연을 하고 담소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 클럽이다. 케이티 턴스털, 데미안 라이스, 레지나 스펙터, 리버틴즈, 킨, 제프 버클리 같은 뮤지션들이 유명해지기 전 이곳에서 공연했었는데 필자는 블루스계에서 근래 레전드로 올라선 씨식 스티브 할아버지의 무명시절 공연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마카리는 1958년 래리 & 조 마카리 형제가 연 악기상이다. 런던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상이고 지금은 마카리 형제의 아들들이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덴마크 스트리트와 차링 크로스 두 곳에 매장이 있는데 핸드릭스가 예전에 음악 장비들을 주로 사던 곳이라고 한다. 또한, 마카리에서 직접 생산하는 ColorSound 수제 기타 페달은 50년 넘게 많은 뮤지션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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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ORIGINAL SOUND NOVEL

앨범 커버에 덧붙이는 단편 소설 WORDS : 봄꿀

옛날 생각 어

느날, 그녀는 티브이에서 방송하는 음악 프로그램에 나온 아이돌을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저렇게 노래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춤도 잘추는 걸까?” 얼굴이 아주 조그마하고 턱선이 날렵한 아이돌은 카메라를 보고 귀엽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서른 살이었고, 한 번도 연예인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 그날 밤 그녀는 애인과 섹스 후 침대 위에서 속옷만 입은 채 담배를 나눠 피우다가 말했다. “자기, 난 아주 근사한 남자를 알게 되었어.” “뭐라고?” “정말 근사한 남자야.” “음, 그래?” “흠, 그래.” 모든 사정을 알게 되었지만 그녀의 애인은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상대가 아이돌인데다가 무엇보다 그녀의 나이는 서른 살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애인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의 사랑을 응원할게.” 그 다음날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그녀는 생각했다. ‘맙소사, 난 정말 사랑에 빠졌어.’ 양치질을 하면서도,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그녀는 아이돌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이돌 생각에 빠져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칠 뻔 했다. 그녀는 정부 기관에서 근무했다. 하는 일은 비교적 간단했다. 결제가 이루어진 지방 기관의 예산을 송금해주는 게 전부였다. 그녀는 사소한 실수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녀는 매일 아이돌 생각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실수 대왕이 되었다. P시는 바닷물 방지턱을 만들기로 했는데, 그녀가 예산을 보내는 것을 깜빡했기 때문에 바닷물을 막을 수 없었고, 어느 날 밤 바닷물이 해변가 근처의 놀이 공원을 다 쓸어가 버렸다. 결국 P시에는 관광객이 아무도 방문하지 않게 되었다. C시는 대나무 숲을 만들기 위한 예산을 신청했는데, 그녀는 너무 많은 돈을 송금해버렸다. 대나무 숲 만들기 책임자는 계산도 제대로 해 보지 않고 그 돈으로 모두 대나무를 사서 도시에 심기 시작했고 결국 도시 절반이 대나무로 가득차 버렸다. Q시는 염화칼슘을 살 돈을 신청했는데 원래 필요한 염화칼슘의 절반밖에 구입할 수 없었다. 눈이 엄청 많이 온 날, 많은 사람들이 길에서 미끄러져서 다리를 삐거나 팔에 멍이 들었고, 차가 미끄러져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사정이 이쯤 되자 그녀의 애인은 이 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그녀의 애인은 그녀를 구르메 식당으로 불렀다. 이번에 그는 제대로 슈트를 차려입고 로퍼를 신었다. 그리고 우아하게 루왁 커피를 마시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기야, 이제 아이돌 따위를 사랑하는 거 그만둬.” “뭐라고?” “이제 그만둬야 해.” “흠, 그래?” “음, 그래.”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그 다음부터 더 큰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나 큰 슬픔에 빠졌다. 그녀는 그런 식으로 슬픔에 빠진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 다음날부터는 회사에도 나가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자신의 침대에 누워서 슬픔에 허우적거렸다. 어느날 그녀의 애인은 신문 한쪽 귀퉁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거기에는 개미 눈꼽만하게 실린 광고가 있었다. 그는 돋보기를 찾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타임 레볼루션> - 당신의 시간 여행을 도와드립니다.” 그녀의 애인은 그녀가 미래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래로 가서 할아버지가 된 아이돌을 본다면 -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불룩 나오고, 치아가 다 빠진 모습을 본다면 더 이상 아이돌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 역시 이 계획에 찬성했다. 그녀는 더 이상 얼빠진 사랑때문에 슬픔에 빠져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애인은 상향 방향의 에스컬레이터를 다섯 번 타고, 하향 방향의 에스컬레이터를 일곱 번 탔다. 구름 다리를 세 번 건넜고, 낮은 건물의 지붕 열일곱 개를 건너 뛰었으며, 일곱 개의 강을 건넜다. 마지막으로 세 개의 골목을 거쳐서 <타임 레볼루션>에 도착했다. 건물은 엄청나게 컸는데, 현관문은 무척 작았다. 하지만 일단 현관문을 통과하자 엄청나게 높은 천장이 보였다. 약 백미터 끝에 양 눈끝이 치켜올라갈 정도로 머리를 꽉 묶은 여성이 마호가니 책상에 앉아서 만년필로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나는 내 애인을 미래로 보내고 싶어요.” “애인만요? 당신은?” “물론 나도 함께.” “돈은 준비되셨나요?” “얼마나 필요합니까?” “몇 년 후로 가시려고요?” “60년 후로.” 눈끝이 올라간 여자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녀의 애인은 그 여자의 기다랗고 매력적인 손가락을 바라보며 물었다. “위험하진 않소?” “위험이 따르지 않는 일은 없어요.” 그 여자는 계속 계산기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잠시 후 여자는 놀랍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휴우, 이건 장난이 아니네요.”

그녀가 그렇게 혼자말을 한 순간, 갑자기 그녀의 눈 앞에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누군가 그녀 바로 앞에, 그녀의 긴 그림자 바로 옆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그가 아이돌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60년 후의 아이돌. 검정색 중절모를 쓰고, 검정색 넥타이를 매고, 검정색 슈트를 입고,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다리를 꼰 채로 낡은 의자에 앉아서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분명히 그는 늙은이가 되어있었다. 비록 배는 나오지 않았고, 대머리가 되지도 않았고, 치아도 건강했지만 그는 분명히 늙은 남자에 불과했다. 늙은 아이돌은 문득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비켜주기를 바라오?” 그녀는 그의 뒤에 있는 빨간색 주단이 깔린 계단을 힐끗 보고 대답했다. “오, 아니오. 제가 옆으로 비켜가면 돼요.” “그래요, 그럼 행운을 빌겠소.”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늙은 아이돌의 눈은 다시 책으로 향했다.

“나도 장난이 아니오.” 여자는 싱긋 웃으며 엄청나게 긴 숫자가 적힌 종이를 그녀의 애인에게 건넸다. 그녀의 애인은 그 여자의 깊은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둘 다 갈 순 없겠군.” “흠, 그래요?” “음, 그렇소.” 그녀의 애인은 자신의 집을 저당잡혀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를 미래로 보냈다.

“무슨 책을 읽고 계세요?” “나는 생각에 잠겨 있소.” “오, 난 (그녀는 호칭 때문에 약간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엇다.) 할아버지가 하시는 생각이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알아맞춰 보시오.” “옛날 생각을 하고 계시겠죠.” “그럴 것 같소?” “흠, 그래요.” “음. 그렇군.” 그녀는 늙은 아이돌 옆을 지나쳐서 빨간 주단이 깔린 철제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그녀는 갑자기 이제껏 느꼈던 슬픔보다 훨씬 더 큰 슬픔을 느꼈다. 슬프다 못해 마음이 무척 아파왔다. 왜냐하면 그녀의 아이돌은 비록 늙었지만, 여전히 엄청나게 멋있었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그녀는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주저 앉아서 펑펑 울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자신이 맨발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간 여행을 하는 동안 그녀의 페라가모 플랫 슈즈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건 정말이지 그녀가 아끼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부주의함을 원망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앞뒤 동서남북이 모조리 잔디밭이었다. 햇볕이 아주 좋았고, 그녀의 그림자가 잔디밭 위로 길게 걸쳐졌다. “그런데 아이돌은 어디에 있는걸까? 누군가 그곳을 보여준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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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Sketch 난 전혀 아픔없이 순수한 마음을 지니게 되었는데 그깟 이름 좀 못 외우는 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겠는가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live in seoul 더 페인스 오브 빙 퓨어 앳 하트 2012.2. 21 @ V-HALL words : 황명희, photo : 초딩손 / 라운드앤라운드 제공

고유명사를 외우는데 일가견이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어려운 단어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그 중 하나는 얼마 전에 개봉했던 영화<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부터 이야기할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이하 더 페인스)이다. 더 페인스를 접하게 된 계기는 2009년에 발매된 [Higher Than the Stars]EP를 통해서였다. 처음엔 그들이 그저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의 남동생쯤 되는, 싱그럽지만 알싸한 음악을 하는 밴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장의 앨범이 나오는 동안, 그들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과 지저스 앤 메리 체인(The Jesus & Mary Chain) 같은 선배들의 자양분을 흡수하며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새 슈게이징의 총아로 성장해있었다. 그들을 간절히 보고 싶은 팬들의 바람이겠거니 생각한 트위터의 소식들이 진짜 내한으로 가닥이 잡히기 시작하자 한동안 듣지 않았던 그들의 음반을 다시 꺼내 들었다. 작년 5월 같은 공연장에서 끝내주게 한 판 놀고 갔던 더 드럼스(The Drums)의 드러머인 코너 핸윅(Connor Hanwick)이 라이브 세션으로 참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망설임 없이 티켓을 구매했다. 공연당일, 미국 인디씬에서도 아직은 신인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이들의 내한공연에 이렇게 많은 관객이 모였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첫 곡인 ‘This Love Is Fucking Right’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몽환적인 슈게이징 분위기가 무대를 감쌀거라는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더 페인스는 슈게이징 사운드를 활용하는 그 어떤 밴드들보다 펑키한 사운드를 선보이며 공연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간간이 하는 감사멘트를 제외하고는 밴드는 말하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 쉴 새 없이 ‘Belong’, ‘Higher Than the Stars’ 등 히트곡을 몰아치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공연장인 브이홀의 특성상 본의 아니게 날카로워진 슈게이징 사운드를 중화시켜준 건, 보컬 킵 버만(Kip Berman)의 따뜻하고 아련한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는 더 페인스의 음악에 온기를 불어넣어 다른 슈게이징 음악을 하는 밴드와의 차별성을 만들어주었다. 공연 내내 - 내한 전 트위터를 통해 치밀하게 사전조사까지 했던 – ‘Milky Rice Based Drink’, 그러니까 막걸리를 마셔대며 열정적인 연주를 보여준 밴드는 동명의 곡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를 마지막으로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려 놓고 모두 퇴장했다. 달뜬 표정으로 어두워진 무대를 향해 계속해서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 앞에 잠시 후 킵 버만이 달랑 기타만 둘러매고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오직 기타 사운드에만 의지하여 두 번째 앨범에 수록된 ‘Contender’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밴드에게는 미안하지만 기교 하나 없는 킵의 목소리만으로 공연장 공기의 밀도가 짙어진 느낌이었다. 공연이 꽤나 만족스러웠던걸까. 킵 버만은 본 공연 때와는 달리 앙코르 곡들 사이사이 다음 날 스트레인지 프룻에서의 애프터파티에 관객들을 초대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후문에 따르면, 애프터파티에서 킵은 공연에 온 팬들과 거리낌 없이 막걸리를 나눠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들의 정규음반을 모두 소장하고 있던 예전에도 그랬고, 그들의 공연을 보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난 그들의 이름을 제대로 외우지 못해서 위키피디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풋풋한 그들의 끝내주는 공연을 보고 난 후, 난 전혀 아픔없이 순수한 마음을 지니게 되었는데 그깟 이름 좀 못 외우는 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겠는가.

홍대 역사상 가장 길었던 4시간 동안의 단독공연, 그 안에서 10년을 품다. PETERPAN COMPLEX 5집 발매기념 '10개의 방' 피터팬 컴플렉스 2012. 3. 1 ~ 2012. 3. 10 @ 클럽 타 words : 石군, photo : 원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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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나는 대학교에 다니기 위해 서울에 갓 상경한 시골 촌놈이었다. 촌에서 꿈꿨던 라이브클럽 방문은 몇 번이나 포기한 후에서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공연장에 혼자 있다 보니 어색함에 쭈뼛거렸다. 그렇게 몇 팀을 스쳐 보낸 후에서야 조금 적응할 수 있었고 때마침 내 마음에 드는 사운드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첫 곡의 연주를 끝내고 자신들의 이름을 피터팬 컴플렉스라고 소개한 후, 더 이상의 멘트 없이 계속해서 연주만을 했다. 그렇게 음악만을 들려준 공연이 끝난 후 난 그들의 팬이 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군대에 갔고, 한동안 그들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2009년의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내가 군대에서 험한 인생을 사는 동안 그들은 아름다운 모습을 많이 봤는지, 초창기의 거친 기타 톤은 사라져 있었다. 대신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가 전면에 나와 있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음들이 마치 조명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았고, 그 변화가 싫지는 않았다. 뭐랄까 군인의 작업정신으로 삽질해야 할 모래밭 같은 내 가슴에 비록 잡초라 할지라도 푸른 무언가가 자라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후 잡초라도 키워보고자 그들의 포근한 3, 4집을 챙겨 들었다. 그러나 그 이후 피터팬 컴플렉스의 공연은 거의 없었기에 내 마음속 잡초는 가뭄 속에 말라 비틀어져 버렸고 난 돈 버는 기계로 살았었다. 그렇게 지내던 2011년 이들의 단독 공연을 보러 갔었다. 이 공연에서 그들은 어쿠스틱 사운드는 버린 채, 전자 악기들을 연주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밴드가 되어 있었다. 내가 로봇처럼 일하고 있는 동안, 이들은 즐겁게 놀았던 것인지 통통 튀는 음악이 내게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그 애교가 먹혔던 것인지 죽은 줄만 알았던 내 마음속 잡초도 들썩들썩 거리며 흥겨워했다. 라이브 공연을 보면서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이 너무도 오래간만이었기에 다시 한 번 그 기분을 느끼고자 피터팬 컴플렉스의 5집 앨범 [O] 발매 기념 공연을 <10개의 방>의 마지막 날 공연인 “310호”를 찾았다. 열흘 동안 열린 이 공연의 의의는 “제로를 의미하는 앨범 제목처럼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1집부터 5집까지의 모든 곡을 10일 동안의 공연을 통해 연주하겠다.”에 있었다. 이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날, 8시에 시작된 공연은 정확히 새벽 1시 48분에 종료되었다. 중간에 게스트 프롬(Fromm), 롤스파이크(RollSpike), 모노이드(Monoid), 킬러컷츠(KillerCutZ)의 공연 시간을 제외하면 피터팬 컴플렉스는 4시간 동안 공연을 한 셈이다. 본 공연보다도 길었던 앵콜은 관객이 요청하는 곡들을 바로바로 연주해 주었고, 관객들은 첫 EP에 수록된 곡까지 외쳤다. 덕분에 피터팬 컴플렉스의 모든 앨범을 라이브로 쭉 훑을 수 있었고, 이들의 음악과 보냈던 지난 10년이 4시간으로 압축되어 다가왔다. 그렇게 되살아난 10년은 이들이 연주했던 곡들에 자리했고, 10년을 기록한 5개의 앨범을 이번 공연을 통해 얻었다.


release party 엘리펀트슈 3월호 릴리즈 파티 : OnDahl, TETE, Hugh Keice, Fromm ELEPHANT-SHOE RELEASE PARTY : MARCH 2012

작년 10월 7일 엘리펀트슈 기획공연 <비욘드 라이브>이후 5개월 만에 공연을 다시 만들었다. 첫 팀으로 프롬이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오늘은 남성 뮤지션들이 무대에 서서 그런지, 여성 관객분이 많고, 남성 관객은 보이질 않네요?”라는 멘트를 했다. 그러자 7살 남짓의 한 꼬마 소년이 “남자 있는데요?!”라고 외쳤다. 소년은 이미 남자였다.

온달, 테테, 휴 키이쓰, 프롬 2012. 3. 4 @ 살롱 바다비 words , photo : 石군

프롬 (Fromm) 프롬은 여성보컬로서는 흔치 않은 다소 굵은 보이스를 갖고 있다. 그녀를 더 희소하게 만드는 것은 저음이나 고음 모두에서 이 보이스를 유지하면서도 톤 자체가 날카로워지거나 거칠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굉장한 재능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변화가 심한 음악도 커버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그녀는 이를 적극 활용한 공연을 보여줬고, 다소 짧은 공연을 마쳤다.

휴 키이쓰 (Hugh Keice) 이어 영국 런던에서 활동 중인 휴 키이쓰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지금 전 세계 150개 이상의 도시에서 진행되는 신인 밴드들의 경연 대회인 이머젠자 페스티벌(Emegenza Festival)에서 결승까지 올라있다. 게다가 이제는 1,000명 이상 규모의 클럽에서 헤드라인 제의까지 받으며, 그동안의 고생을 조금씩 보상받고 있다. 그의 라이브를 처음 접했던 때에는 팝에 가까웠으나, 이 공연을 통해 신곡들을 들어보니 포크와 소울을 많이 섞었고, 이를 통해 독창성과 정체성을 찾은 것 같았다.

테테(TETE) 세 번째 무대는 잘 생긴 외모에,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로맨틱한 노래를 부르는 테테가 맡았다. 솔로 활동을 하기 전의 그는 네스티요나와 텔레파시에서 베이스를 연주했었다. 두 팀 모두가 굉장히 강렬한 음악을 하는 팀이었지만, 그 자신의 음악은 그 음악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슈퍼스타K 시즌3에서 투개월이 부르며 유명해진 그의 음악 ‘Romantico’를 연주할 때에는 탱고 리듬도 느낄 수 있었고, 전반적으로 어쿠스틱 사운드에 충실해 휴 키이쓰의 공연에 이어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온달(OnDahl) 앞선 세 팀이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차분한 분위기의 음악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온달은 시작부터 강렬한 사운드를 보여줬고, 귀를 확 끌어당겼다. 경쾌한 리듬에 어울리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보컬 이호진의 밝음이 묻어나는 하이 톤의 미성으로 노래했다. 이들의 공연을 보니 이들의 음악을 세분된 장르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그냥 로큰롤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았다. 라이브에서는 보다 원초적인 사운드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KOKOMA TALK 코코마의 미친 인맥으로 섭외된 4월 릴리즈 파티의 홍일점, FROMM과의 대화 2012년 3월 4일 일요일

2012년 3월 4일 일요일

오늘 공연 수고했어. 관객 반응 좋더라.

FROMM

FROMM

아~ 참! 다음 달 릴리즈 파티에도 한 번 더 공연 할 수 있어?

부상 인증샷..

FROMM

뭘~ 나도 훈남들과 공연해서 좋았어! :) 나야 좋지만, 매우 치열한 자리 아닌감 종 치면서 연주하던 곡 좋던데 그 곡 제목이 뭐야???

그럼 다음 달 릴리즈 파티에도 함께 하는 걸로 포스터 만들게!

FROMM 아~ 회전목마? ㅋㅋ 그 곡 놀이공원에서 밤늦게까지 놀다 와서 쓴 곡인데 제목을 야간개장으로 하려다가 우선 회전목마로.

응? 왜 대답이 없어?

FROMM 다쳤다 나도 인증샷..

야간개장ㅋㅋㅋ 근데 음악 들어볼 수가 없네?

지금? 어쩌다가!!?

FROMM 다른 곡은 아직 발매 전이고, 작년에 발매된 쇼머스트 옴니버스앨범 6번 트랙에 내 데뷔 곡 ‘마중가는 길’이 실려 있어.

FROMM 기타 메고 실로폰 들고 핸드폰 보면서 가다가 발목을 접질렸는데, 같은데 또 접질림. 병원인데 발 뼈가 부러졌대! 어어엉 ㅠㅠ

앨범은 아직 없는거네? 계획 없어?

FROMM 준비중. 우선 4월에 디지털싱글을 발매할거고, 공연활동을 조금씩 더 하면서 반응이 좋은 곡들로 EP나 앨범을 만들까 생각 중이야.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 긴장해ㅋㅋ

나랑 문자질하면서 걷다가 삐끗한거 아냐? 괜히 나 때문에 ㅜㅜ

FROMM ㅇㅇ너 때문. 이건 백프로. 밥 사라. 나 깁스 중. 담에 연락하자 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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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WORDS : 용식

MorrisSey live in seoul 2012.5.6 SUN 7PM @AX KOREA

누가 그의 내한공연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을까? 5년간의 짧은 활동기간이었지만 브릿팝의 영원한 아이콘으로 남아있는 스미스(The Smiths)의 프론트 맨 모리세이(Morrissey)가 첫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찾아 준 것 만으로도 가슴 두근 거리는 팬들을 필자 주변뿐 아니라 SNS상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모리세이? 스미스? 영화 <500일의 섬머 (500 Days of Summer)> 여자주인공이 좋아했던 밴드? 의 질문을 던지며 생소해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좀 더 흥미를 가질 수 있을까? 라디오 헤드(Radiohead), 블러(Blur),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를 있게 한 음악적 모델이었다고.

Expected setlist

1. First of the Gang to Die 2. You Have Killed Me 3. Black Cloud 4. When Last I Spoke To Carol 5. Alma Matters 6. Sheila Take a Bow (the Smiths) 7. Everyday Is Like Sunday 8. Speedway 9. You're The One for Me, Fatty 10. I Will See You in Far-Off Places 11. Meat Is Murder (the Smiths) 12. Ouija Board, Ouija Board 13. I Know It's Over (the Smiths) 14. Let Me Kiss You 15.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the Smiths) 16. I'm throwing My Arms around Paris 17.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 (the Smiths) 18. How Soon Is Now? (the Smiths)

Sergio Mendes 2012.5.8 TUE 8PM @AX KOREA

무려 데뷔 50주년이다. 1961년 Sexteto Bossa Rio의 앨범 [Dance Moderno]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보사노바 페스티벌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1966년에 발표한 [Sergio Mendes & Brazil’66]로 빌보드 앨범차트 7위에 올랐으며 수록곡 ‘Mas Que Nada’는 싱글차트 5위에 올라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의 ‘ Look of Love ’를 리메이크해 빌보드 싱글차트 4위에 올려놓는 동시에 미국에 보사노바 음악을 유행시킨다. 그 이후,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노래인 ‘Never Gonna Let You Go’는 빌보드 싱글차트 4위에 올랐으며 1993년 앨범 [Brasileiro]로 그래미 월드 뮤직 앨범상을 받으며 그의 커리어에 큰 방점을 찍는다. 2005년에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윌.아이.엠(will.i.am)과 함께 히트곡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매만진 앨범 [Timeless]를 발매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며 국내에서도

Expected setlist

Emorio Fool on the Hill Funky Bahia Let Me Look of Love Maghalena Mas Que Nada Never Gonna Let You Go Paris Tropical So Many Stars Timeless Wave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You and I

18

E L E P HA N T - S HO E

모리세이는 스미스의 마지막 앨범을 발매한지 겨우 여섯 달 후인 1988년 3월에 첫 솔로 앨범 [Viva Hate]을 발표하고 동시에 싱글 ‘Suedehead’와 ‘Everyday Is Like Sunday’을 UK TOP 10에 올려 놓았다. 이를 시작으로 스튜디오 앨범 [Kill Uncle] (1991), [Your Arsenal] (1992), [Vauxhall and I] (1994), [Southpaw Grammar] (1995) 그리고 [Maladjusted] (1997) 모두 UK TOP 10에 자리했고 [Viva Hate]와 [Vauxhall and I]는 차트 맨 윗자리를 차지하였다. 약 7년간의 공백 후 발표한 그의 일곱 번째 앨범인 [You Are the Quarry] (2004)를 UK 앨범 차트 2위에 올려놓으며 건재함을 알렸고 이어지는 [Ringleader if the Tormentors] (2006) 는 세 번째로 차트 1위에 오르는 앨범이 된다. [Years of Refusal] (2009) 은 그의 가장 최근작이며 영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빌보드 200 11위에 오르며 성공을 거두었다. 모리세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시 적이고 독창적인 가사다. 독서에 파묻혔던 어린 시절과 아일랜드 출신 이민 집안이라는 마이너리티성에 연유한 깊은 성찰의 결과물일 것이다. 이러한 점이 그만의 서정성을 만들었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의 공연 영상 속 관객들의 유달리 밝은 표정을 보며 필자도 씩 한번 웃게 되는데, 위로 받는 느낌 이랄까? 동질감을 넘어서 감정선이 서로 맞닿는 듯 찌릿하다. 더군다나 가사를 담아내는 멜로디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우니 스미스를 모른다 해도 모리세이와 교감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델리스파이스도 ‘항상 엔진을 켜둘께’에서 노래 했듯이 스미스를 즐겨 들었던, 이제 나름 중견이 된 뮤지션들이 공연장을 많이 찾을 것이다. 비틀즈(The Beatles)나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 라디오헤드와 같이 강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곁에서 과거의 영광에 젖어있지 않고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는 그의 영향력은 아직 유효하다. 필자에게 그의 음악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도 떨어져 본 적 없는 것이다. 몇 곡만이 플레이리스트에 있었을 뿐인데 어떤 공연보다도 기다려 지고 설레는 마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인지도를 넓혔다. 2008년 [Encanto]와 2010년 [Bom Tempo]를 발매 하고 지난해 베스트 앨범 성격의 [Celebration: A Musical Journey]을 선보인 후 2006년 단독공연, 2010년 서울재즈페스티벌 출연에 이어 세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평범해(?) 보일 수 있는 거장의 프로필이다. 하지만 음악 인생 내내 가졌던 실험 정신은 그를 좀 더 특별한 뮤지션으로 만들어 준다. 초창기에 그는 보사노바 사운드에 재즈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Timeless]와 [Encanto]를 통해 보여준 브라질사운드와 힙합의 결합은 세계적인 빅 히트를 기록한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 이반 린스(Ivan Lins)와 함께 브라질리안 뮤직의 3대 거성으로 불리지만 그의 음악은 팝 발라드, 라운지, 칠 아웃(Chill-Out) 음악의 성격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필자를 2006년 첫 내한공연으로 향하게 만든 건 [Timeless]도 있었지만 그의 음악적 뿌리인 Brazil’66시절 오리지널 사운드를 라이브로 듣고 싶은 열망이 큰 이유였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기심이 그의 음악으로 다가가게 만들었고 다양한 비트감과 그루브는 새로움과 익숙함의 묘한 경계에 놓여 신선함을 주었다. 공연을 보는 내내 흥겨움과 감동이 있었고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 ‘브라질에 꼭 가 볼 꺼야!’ 라고 패기 섞인 다짐을 했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그가 다시 한 번 한국을 찾는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 의 음악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즐거움을 주지만 그의 나이도 이제 적지가 않다. 스스로의 음악을 브라질 축구에 비유하면서 자신의 음악은 에너지와 즐거움, 그리고 행복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즐겁고 행복한 음악이 그가 하고 싶은 음악이다. 음악 안에서 장르에 대한 구분, 세대에 대한 구분만큼 의미 없는 일도 없다. 결국은 [Bom Tempo] 의 의미와 같이 그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그뿐이다.


FEATURE

들어봤지만 들어보지 못한 음반

WORDS : 문호경

The Stone Roses-<The Stone Roses> 80년대 맨체스터에서 만들어진 “매드체스터” 이 앨범에서 시작되고 완성되다. 올해는 한국의 음악팬들에게 역사적인 해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스미스의 모리세이가 내한하고, 그토록 기다려오던 라디오헤드도 내한한다. 그와중에 약간은 낯선 이름도 있다. 바로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다. 모리세이와 스톤 로지스가 온다는 것은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말하자면 80년대 영국 인디씬의 압축판이라고나 할까. 80년대를 양분했다고 할 수 있는 두 아티스트의 내한을 기념하며 80년대 말을 주름잡았던 스톤 로지스의 데뷔앨범을 소개한다. 80년대 영국 북부에는 밴드가 많았지만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쇄신할 필요를 느꼈다. 그 당시 록 음악계에는 크로스오버(장르 간의 융합을 추구한 움직임)를 지향하던 밴드들이 더러 있었지만 북부의 청년들은 그들을 모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보고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북부는 록의 원형을 거의 완벽하게 보존하면서 다른 장르를 수용했다. 다행히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런 음악이 북부에서 호응을 얻어내 기성가수들에 대한 대항마로 성장했다. 그 중심에 전설적인 인디 레이블인 크리에이션 레코드(Creation Record)가 있었고 스미스가 있었다. 스미스는 국외로까지 진출했으나 자니 마(Johnny Marr)의 탈퇴로 날개를 잃고 추락한다.

1989 UK release

스미스의 추락 이후, 북부의 밴드도 크로스오버의 변종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90년대에 나타날 밴드들의 초석을 다져주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80년대가 저물 무렵, 크로스오버의 한계를 넘어선 스톤 로지스가 등장할 수 있었다. 스톤 로지스는 록스타의 자격이 있는 밴드였다. 비틀즈의 정교함을 닮았지만 롤링스톤즈의 쿨함마저 닮았다. 게다가 놀랍게도 데뷔앨범에서 선배들이 해내지 못했던 것들을 해냈다. 예를 들어 단출한 소품곡이나 웅장한 찬가 등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을 한 앨범에서 구사해 내는 것은 상당한 내공이 쌓인 아티스트의 것이라 여겨졌으나 맨체스터의 촌놈들이 데뷔앨범에서 이를 보여줬다. 이렇게 스미스의 뒤를 이은 스톤 로지스가 새로 시작할 90년대의 주인이 될 것 같았다. 2집도 훌륭할 것 같았고, 설령 2집이 별로일지라도 1집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그것을 증명해주는 계기가 블랙풀에서 열린 공연이다. 그 공연은 기존의 인디씬에서는 보기 힘든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진행되었다. 과연 공연장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 했던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스톤 로지스는 이 공연을 아주 성공적으로 해냈다. 이 분위기를 이어갔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못했다. 스톤 로지스는 소속사와 분쟁을 겪으며 긴 휴식기에 돌입했고 결국 단 두 개의 정규 앨범만을 발표한 채 해체를 선언했다. 그 후 보컬인 이안 브라운(Ian Brown)은 솔로할동을 활발하게 해왔다. 기타리스트 존 스콰이어(John Squire)는 씨호시즈( The Seahorses)를 결성해서 활동했다. 그리고 2007년에는 화가로서의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음악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에 스톤 로지스가 재결합을 선언했고, 화가 존 스콰이어는 붓 대신 다시 기타를 들었다. 게다가 반갑게도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의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스톤 로지스 자체의 역사는 이렇게 다시 시작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한창 활동했던 80년대부터 그들이 속한 씬을 ‘맨체스터 인디씬’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매드체스터라고 부르기를 선호했다. 적어도 북부지역에서는 인디밴드와 메이저,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들의 인기는 남부까지 흘러들어 갔고, 영국은 90년대에 일어날 또 하나의 브리티쉬 인베이젼을 준비하게 된다. 90년대 브리티쉬 인베이젼의 중심에는 세계를 호령한 브릿팝이 있었다. 그리고 브릿팝의 중심에는 스톤 로지스의 추종자들이 있었다. 브릿팝밴드들은 스톤 로지스의 음악스타일은 물론이고 그들의 언행마저 모방했다. 그리고 그들의 실패와 성공을 보면서 자신들의 방향을 설정했다. 스톤 로지스는 이 모든 일을 데뷔 앨범으로 이루어냈다. 이제 앨범을 들어보자.

1. I Wanna Be Adored

4:52

2. She Bangs the Drums

3:42

3. Waterfall

4:37

4. Don’t Stop

5:17

5. Bye Bye Badman

4:00

6. Elizabeth My Dear

0:59

7. (Song for My) Sugar Spun Sister

3:25

8. Made of Stone

4:10

9. Shoot You Down

4:10

10. This Is the One

4:58

11. I Am the Resurrection

8:12

첫 트랙은 ‘I Wanna Be Adored’이다. 결코 조용하다고는 할 수 없는 침묵 속에서 동양적인 느낌이 나는 은밀한 기타와 스톤 로지스 특유의 베이스가 인트로를 만들어내고 이안 브라운이 가사를 읊어댄다. 안도하는 듯한 그의 가사에 속는 것은 금물이다. 결국 이 곡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자 이 곡의 제목(난 사랑받고 싶어)을 노래한다. ‘I Wanna Be Adored’ 뒤의 곡은 2번 트랙 ‘She Bangs The Drum’이다. 인트로의 대담한 베이스라인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뒤에 더 대단한 곡들이 많이 있으니 찬사는 아껴두자.

슬픔이 폭발하는 곡이다. ‘폭발’이라고 하면 거친 기타와 분노에 찬 보컬을 떠올릴 테지만 스톤 로지스는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승화시킨다. 이안 브라운은 비참한 목소리로 80년대 대처리즘과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이런 음악이야말로 소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음악이었다. 후렴구의 기타가 멎어가고 드럼의 박자도 느려지는 순간, 이안 브라운이 세상에서 가장 처절한 음성으로 “Are you made of stone?(당신은 돌로 만들어졌나요?)”이라고 묻는다.

다음 곡은 ‘ Water fall ’ 이다. 특이하게도 기타의 여섯 줄을 한 번에 치는 스트로크 대신에 한 줄씩 연주하는 피킹주법을 이용하여 코드를 진행시킨다. 일렉기타가 몽환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 위에 이안 브라운의 리버브(Reverb: 다수의 반사음이 합성되어 공간감을 부여하는 음향 효과)가 들어간 보컬이 얹혀져 싸이키델릭 음악을 완성시켰다. 또 기타와 박자를 맞추어 가는 보컬에서 그루브가 느껴진다. 어떤 평론가들은 이안 브라운의 보컬에서 느껴지는 그루브를 ‘맨체스터 그루브’라고 불렀다. 이런 테크닉이야말로 맨체스터의 밴드들이 그토록 매달렸던 크로스오버의 변종이었다. 스톤 로지스가 그것을 극대화시키고 록에 최적화 시켰던 것이다. ‘Don't Stop’은 ‘Waterfall’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나간다. 몽환적인 느낌을 강조한 트랙이다.

‘This Is The One’은 최고의 찬가(讚歌)인 ‘I Am The Resurrection’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이다. 사실 1번부터 10번 트랙까지의 여정이 마지막 트랙인 ‘I Am The Resurrection’을 향하고 있다. 스톤 로지스는 자신들의 최고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찬가를 가장 마지막에 남겨 놓고 감정을 조절해왔다. 이제 그 끝에 다다랐다. ‘I Am The Resurrection’은 찬가 같지 않은 인트로를 가지고 있다. 이안 브라운이 “ I Am The Resurrection ” 이라고 외치는 부분은 앨범에서 아니, 80년대 인디씬을 통틀어 가장 훌륭한 후렴구였지 않나 싶다. 후렴구에 이어 등장한 베이스 솔로라인이 지나간 뒤, 분위기는 앞부분과 전혀 다르다. 초반의 얼터너티브 사운드와 후반의 펑키(funky)한 리듬감과 일렉기타로 만들어지는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결합은 매드체스터의 축약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스톤 로지스이다.

‘Elizabeth My Dear’는 후에 나올 끝없는 슬픔에 대한 몸풀기 쯤으로 봐도 무방하다. ‘Made Of Stone’은 이전의 트랙들에서 조금씩 맛을 봐왔던

이제 2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스톤 로지스가 올해 여름, 한국에 온다. 그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될 지도 모르는 이번 내한을 놓치지 마시길.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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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NDED ALBUMS

SEOUL SEOUL SEOUL Various Artists 2012. 03. 06 라운드앤라운드

words : 김영혁

“장가도 못 가고, 취직도 안 되고, 재미도 못 보고, 집에도 못 가...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부르는 ‘서울사람’의 가사이자 꿈을 안고 상경했으나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이들이 들려주는 얘기다. 88올림픽 전에 유행했던 서울 홍보곡이나 조용필이 불렀던 ‘서울 서울 서울’의 정서와는 사뭇 다르다. 타이틀곡의 가사가 그러하니 앨범의 내용 자체가 마냥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사전추측이 가능하다. 3호선버터플라이와 이디오테잎 등은 “다시 가 보니 흔적도 없는” 서울의 변화를 비판적으로 말하고, 오소영은 서울에서의 생활을 “매일 떠나는 여행”으로 묘사하고, 얄개들은 “무화과(무허가) 오두막”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몽구스와 트램폴린은 한강을, 바비빌은 낙원상가를, 굴소년단은 이태원을, 조월은 전자랜드를 노래한다. 예전의 자취가 없어진 서울을, 추억을 허락하지 않는 이 한국 제1의 도시의 사운드트랙을 위해 서울전자음악단, 오!부라더스, 모임 별, 백현진, 방준석, 9와 숫자들 등 총 27개 팀의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 서울이라는 대도시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중요한 건 서울에 살지 않는 이들에게도 감흥을 줄 수 있는 음악적 시도가 이 앨범 안에 가득하다는 사실이다.

* 이 차트는 향뮤직의 3월 음반 판매량을 기준으로 합니다.

1 Guilt-Free 이이언 (eAeon)

2 Seoul Seoul Seoul

Why Perish

Various Artists

No Respect for Beauty 2012. 2. 29. 파스텔뮤직

2012. 04 ELEPHANT-SHOE CHART

words : 용식

파스텔뮤직에서 포스트 록 밴드 No Respect for Beauty의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사랑스러운 파스텔 톤을 지닌 뮤지션이 많은 파스텔 뮤직에서 포스트 록 밴드를 배출한 것이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파스텔뮤직의 첫 뮤지션이 1세대 포스트 록 밴드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였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포스트 록의 계보를 잇고 있는 이들은 2010년 8월에 결성해 1년 만에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에 뽑혔고, 스웨덴 포스트 록 밴드인 PG.LOST의 내한 공연 게스트로 선정되는 등 시작부터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이들의 음악도 잔잔하게 시작해 점점 고조되다가 한순간에 터트려 버리는 포스트 록의 전개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특이한 점은 한 곡에서만이 아닌 앨범 전체적으로도 이 공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후반부 트랙으로 갈수록 짙은 톤으로 보다 격정적인 연출을 하고 있다. 비록 <소통의 단절>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밀도 높은 사운드에 서정성까지 담아내고 있어 보컬이 없는 음악에 대한 거부감만 버린다면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음악이 될 것이다.

Born To Die

3 좀 웃긴 윤영배

4 11111101 (일반판) 이디오테잎 (Idiotape)

5 1집 - Haute Couture 글렌 체크 (Glen Check)

6 1집 - Jaira

로다운30 (Lowdown30)

7 2집 - Kiss From The Mystic 한음파

8 2집 - 졸업

브로콜리 너마저

9 Ice Cube (EP) 3호선 버터플라이

Lana Del Rey 2011. 1. 27. Interscope, Stranger

words : 권범준

라이브 실력에 대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뉴욕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라나 델 레이는 팝계에서 가장 기대되는 뮤지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관능적이고 황량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의 싱글 ‘Video Games’는 유튜브 조회수 200만을 기록하며 유럽 9개국의 차트 1위를 순식간에 점령했고, 올 1월에 발표한 데뷔 앨범 [Born To Die]로 미국까지 넘볼 기세이다. 유럽과 미국에서의 인기는 약간 차이가 나지만 라나 델 레이의 잠재력은 데뷔 앨범으로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본다. 상처투성이의 아픔을 지닌듯한 그녀의 허스키한 보이스는 독특한 매력과 도발적인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데, [Born To Die]의 절충주의적 음악 스타일로 봤을 때 지금 세대와 이전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성 뮤지션이라 할 수 있다.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Video Games’와 힙합풍의 ‘National Anthem’, 그리고 도입부의 스트링 연주가 다소 과장되었지만 천천히 타오르는 발라드 ‘Born To Die’는 누구에게나 설득력을 갖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약간의 컬트가 필요한 팝 음악계에서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꽤나 독특한 존재로 라나 델 레이를 꼽고 싶다.

Baby Tribes 2012. 1. 16. Island Records

E L E P HA N T - S HO E

Little Apartment (EP)

11

백야 (EP)

12

2집 - Pink Revolution

13

Talk (EP)

14

2집 - 격동하는 현재사

15

소년이 어른이 되어 (EP)

16

5집 - O[OU]

17

5집 - 아름다운 날들

18

2집 - 우정모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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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words : 石군

영국 런던의 캠든(Camden)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트라이브스(Tribes)는 2010년 결성된 신인 밴드다. 이들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인디 록 밴드다. 이는 요즘 영국 인디씬에서 흔하디흔한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C 라디오1의 제인 로(Zane Lowe)는 “세상에서 가장 핫한 음반”이라 칭송했고, NME 어워드 2012 최고의 신인 밴드 부문에 라나 델 레이, 백신즈와 함께 후보로 등록되어 있다. 이렇듯 여타의 인디 록 신인 밴드에 비해 트라이브스가 다른 평가를 받는 차별점은 어디에 있을까? 힌트는 너바나(Nirvana), 픽시즈(The Pixies), 페이브먼트(Pavement)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들의 말에 있다. 앨범을 들어보면 기타 톤에는 너바나가, 통통 튀는 베이스 리듬에서는 페이브먼트,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에서는 픽시즈를 느낄 수 있다. 이 조합이 이들의 음악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줬지만, 아직 부족한 점들도 있다. 앨범에 수록된 곡을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정말 좋은 곡들이지만, 모아놓으면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들려서 지루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해 발표된 신인의 데뷔 앨범 중에는 주목해야 할 수작이다. 20

10

포니 (Pony)

짙은

안녕바다

번아웃 하우스 (Burntout House)

정차식

몽니 (Monni)

피터팬 콤플렉스 (Peterpan Complex)

루시드 폴 (Lucid Fall)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검정치마 (The Black Skirts)

20

Blah Blah (MINI ALBUM) 타루 (Taru)


FEATURE

recandplay.net

아마츄어 증폭기 / amature amplifier 2009. 11. 25. @ 망원동

렉앤플레이는 2009년 11월부터 도시의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라이브 연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기록된 연주를 엘리펀트 슈를 통해 탭진에서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들려드리려 합니다. 우리는 뮤지션과, 라이브와, 공간과, 술을 중시합니다. 우리는 착합니다. 겁먹지 마세요.

내 안에 탈레반 있다 아마츄어 증폭기는 이른 시간에 만나자는 제의에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우리는 그를 기다리며 촬영 장소인 지인의 사진 작업실을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바닥을 신비로운 분위기로 꾸며 구석 쪽의 밋밋한 벽과 대비시켜보자는 취지는 좋았습니다. 왠지 아마츄어 증폭기와 이런 분위기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만 한 시간 정도 드라이아이스와 초를 가지고 끙끙대다 한 가지 깨달았는데, 바로 우리가 연기 내는 법을 잘 모르고 있으며 연기가 없으면 스무 개 남짓한 초가 몹시 초라해보이고 따라서 우리는 총체적인 삽질을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냥 원래 있던 소파에 앉기로 했지요.

도경만의 유아숙 비가 그쳐 망원유수지로 갔습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이따금 산보하는 한 두 명을 빼면 우리뿐이었고, 아마츄어 증폭기는 흥에 겨워 젖은 세상을 얼마간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가 어떤 의상을 보여줄지 퍽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만났을 때는 평범한 바지와 평범한 가디건을 입고 있는 것 아닙니까! 더구나 대화를 나눌 때의 한받은 노래할 때의 아마츄어 증폭기보다 차분하고 조근조근해서, 잠시 컨셉이 일반인 쪽으로 바뀌었나 의심했습니다. 아니야, 나의 아츄는 이렇지 않다능...... 물론 겉옷를 벗자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습니다. 공기는 습하고 모든 게 물을 먹어 바래 보이는데, 아마츄어 증폭기 홀로 왕처럼 두드러졌습니다. 예쓰.

장소제공 장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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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사건- 빵 써는 칼로 오렌지를 썰다 손가락을 크게 베었다. 왼손 중지라 그림 그리는 데는 지장 없었지만(오른손잡이) 내가 기타를 맡고 있는 밴드의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있었다. 결국 공연때까지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고 대일밴드 사이로 피가 튀기는 손가락으로 공연했다. 아팠다. 다시는 빵칼로 오렌지를 썰지 않을테다. 이달의 만화- [언덕길의 아폴론 2권]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던 코다마 유키 의 <언덕길의 아폴론> 1권에 이어 2권이 나왔다.시골로 전학온 클래식 전공 도련님이 재즈드럼을 치는 불량배를 만나면서 재즈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번 2권에는 짝사랑하는 여자아이에게 빌 에반스의 "Someday My Prince Will Come" 을 쳐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오랜만에 노랠 찾아들었다.역시 고전은 좋구나. 이달의 음악- [Bill Evans - Someday My Prince Will Come] 마일즈 데이비스 버전도 좋더라.. 이달의 절망- [통장잔고 바닥쳤다 오르다 다시 치기] 통장잔고가 갑자기 3D처럼 리얼하게 다가온다. 바닥쳤다 올랐다 다시 바닥을 치는 잔고의 향연. 이래서 삶이 힘들고 재밌다. 이달의 공연- [따..딱히 널 위한 공연은 아니야] 친구들과 아는 사람들을 모아 바다비에서 공연을 했다. 만화인들이 많았기에 왠지 오덕스러운 공연제목이 나왔다. 내가 내 공연을 이달의 공연으로 올린 건 정말 웃기지만 이달에 본 공연은 내가 출연한 공연 밖에 없다. 하하하 이달의 물 - [삼다수] 이사 간 지역의 수돗물에 석회질이 포함되어있어 끓여 먹을수도 없다.여러가지 생수를 구매해서 먹었는데 삼다수가 제일 나은듯. 삼다수 2L 짜리 24통을 주문했다. 빨리 택배왔으면 좋겠다. 간접광고일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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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쿠키 냄새를 맡으면 힘이 솟는 엘리펀트슈의 마스코트 코코마! 여기에는 지난 한 달 동안 코코마가 트위터를 통해 전했던 해외 소식을 모아놨습니다. 보다 빠른 음악 뉴스와 엘리펀트슈 관련 소식을 얻고자 하신다면 팔로우 해주세요. 트친이 되시면 코코마가 음악 추천부터 맛있는 쿠키 추천과 연애 문제, 인생 상담 등 무엇이든 해드립니다. 어서 오세요, 코코마에게 :)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이 드디어 <EP’s 1988-1991> 컴필레이션 앨범을 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활동 당시의 EP들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발매된 적 없는 ‘Angel’, ‘Good for you’, ‘How do you do it’ 트랙들도 함께 수록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1988년에 발매된 <Isn’t Anything>과 1991년 <Loveless> 앨범도 리마스터 되어 재발매 된다고 하네요. 마릴린 맨슨의 새 앨범 <Born Villain>에 조니 뎁이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1972년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이 히트시켰던 ‘You’re So Vain’을 커버하고 조니 뎁이 직접 드럼과 기타를 친다고 합니다. 게다가 조니 뎁의 아들 생일파티에 마릴린 맨슨이 직접 공연도 해줄 거라고 하는데 할로윈 분위기의 생일파티도 나쁘지 않겠네요.

퀸스 오브 스톤에이지의 베이시스트 닉 올리버리가 작년 여름 마약 소지 등 5가지 항목으로 LA SWAT에게 기소되었는데 모두 무죄처리 되었습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펄잼의 기타리스트 스톤 고사드가 최근 인터뷰를 했네요. “우리는 지금 몇 곡의 녹음을 끝냈고, 새로운 곡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앨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리가 우리의 영역을 넓히려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음악스타일을 고수하지 않고요. 새로운 실험에 멤버 모두가 흥분하고 있습니다.” 이거 펄 잼의 이번 앨범은 굉장히 새로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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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 음악감독을 맡은 킴 게빈에 의하면 폐막식은 영국의 클래식 음악부터 팝음악까지 영국 최고의 음악들을 품위 있게 섞어놓은 공연이 될 거라고 합니다. 폴 매카트니, 엘튼 존, 뮤즈, 콜드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하고 동시에 하이드파크에서 하는 폐막식 공연 ‘Best of British’에는 블러, 뉴 오더, 스페셜스가 나올 예정이지만 공원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매번 시끄러워 살 수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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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PHANT-SHOE TABLOID RELEASE PARTY

5월의 헤드라이너 mini interview

한받

봄이 왔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건가요? 생후 17개월에 근접하고 있는 아들 선율이 데리고 이태원에 있는 친구음악가 이랑의 집에 놀러 가야겠습니다.

같이 공연하고 싶은 뮤지션으로 위 댄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위 댄스 두 사람의 음악과 공연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과 멋스러움이 좋았습니다. 위 댄스와의 첫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첫 인상은 어땠나요? 지난겨울 전자쌀롱에서 같이 공연했을 때였습니다. 두 사람이 뭔가 진지하면서도, 많이 귀여웠습니다. 위 댄스와 있었던 사건 중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나요? 아직은 없어요. 조만간 생길 것 같지만요. 이번 공연에서 생기려나... 다가오는 봄에 이동식 자립음반판매 및 길거리 공연시스템 “구루부 구루마” 에서 공연하려고 합니다. 같이 구루마를 끌기도 하겠지요.

위 댄스의 패션스타일에 조언을 해주자면? 위 댄스가 만들어내는 음악의 스타일에 맞게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 음악스타일에 변화가 생긴다면 두 사람의 옷 입는 스타일도 따라 변하겠지요. 그렇게 흘러가는 느낌을 잘 살려 입기를 바라요.

위 댄스의 공연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은 무엇일까요? 비트를 놓쳐도 되는 댄스! 이번 공연에 아마츄어 증폭기나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아닌 한받의 이름을 올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변칙적인 퍼포먼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기대심리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아마츄어증폭기라고 했을 때와 야마가타 트윅스터라고 했을 때의 관객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바는 다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받이라고 한다면 어떤 것을 기대할까? 그리고 그 기대하는 바를 얼마나 배반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저의 즐거움입니다. 헷갈려 하는 이들을 위해 아마츄어증폭기와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구별법을 알려주세요. 아마츄어증폭기는 현재 자연계에 없습니다. 2008년

2월에 사라졌습니다. 다만 오로지 아마츄어증폭기를 위한 아마츄어증폭기라는 '코스프레-놈'이 있지요. 그의 음악은 한 남자의 외로움을 증폭시켜 진솔하게 노래한 것입니다. 가창력이 낮습니다. 보통 네 개 이하의 코드를 클래식 기타의 같은 주법으로 무한 스트로킹하므로 해서 선율적이며 환각적이기도 합니다. 펑크에 가까운 포크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펑크에 가까운 댄스 일렉트로닉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일상 속에서의 억눌린 한을 살풀이하듯 전자음악 위에서 춤으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그래서 집회나 시위현장 등에서 공연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퍼포먼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뭔가요? 지난 3월 23일 금요일 저녁 아트선재에서 열린 “북조선 펑크록커 리성웅” 전시회가 생각나네요. 야마가타 트윅스터로서 '팔보채'님과 협연했는데, 욕탕에 들어가 물을 머리 위로 계속 끼얹으면서 노래했습니다.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연출을 볼 수 있을까요? 이건 비밀로 해 두겠습니다. 물론 기대하시면 배반하겠습니다.

ELEPHANT-SHOE REALEASE PARTY : 6 MAY SUNDAY PM 6:30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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