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PHANT-SHOE 2012/06 no.8 vol.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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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pendent rock magazine vol.59 / www.elephant-shoe.net / 2012 june TABLOID 08

COACHELLA2012 elephant-shoe topband tournament


Small Talk about Music EPISODE : 편지 5월 호의 마감을 마치고 잡지가 한참 배포 중인 5월 초.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보니 사무실 우체통에 흰 편지봉투가 꽂혀 있었습니다. 너무나 표준적인 흰 봉투에 손 글씨로 주소와 이름을 꾹꾹 눌러 쓴 그 편지는 군 복무 중인 한 독자의 편지였습니다. 엘리펀트슈에 대한 이런저런 내용이 담긴 편지를 읽고, 엘리펀트슈 필진 모두 의욕에 불타올랐습니다. 다들 이런 편지 한 번씩은 받아보셨죠? 당신의 추억 속 편지는 무엇이었나요?

Editor's Note

石군

The Postal Service – Such Great Heights Album : Give Up (2003)

핸드폰은커녕 삐삐조차도 좀 노는 애들만 갖고 있던 중학생 시절. 남녀공학이지만 남자, 여자 각반을 써 교류가 힘들었다. 하지만 전쟁 중에도 사랑은 있고, 아이도 생기니, 그 정도 고난쯤이야 가볍게 뛰어넘어 사랑을 키웠다. 그리고 그 사랑 가운데에 언제나 내가 있었다. 남녀 구분 없이 전교생을 알고 지낸 내게 항상 고백편지 전달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 때 건당 500원씩만 받았어도, 그리고 커플이 되면 양쪽에서 5,000원씩 받았으면 지금쯤 듀오를 차렸을지도.

JEE

엘리펀트슈 타블로이드를 만들기 위해 사무실을 구했을 때가 작년 12월이었습니다. 사무실 비품을 하나하나 구입하면서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올겨울 추위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와서는 ‘올여름 더위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이상 기온으로 밤이 되면 서늘합니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아주머니들의 수다를 엿듣다 이상 기온의 원인을 알았습니다. 윤달이 낀 해는 날씨가 춥다네요. 열악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구제한 윤달에게 감사하는 한 달입니다.

Crying Nut - 밤이 깊었네 Album : 하수연가(2001)

얼마 전 집에서 먼지 쌓인 신발 박스에서 예전의 추억을 발견했다. 그것은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의 오래된 기억이 담겨있는 편지들. 그때만 해도 컴퓨터와 핸드폰을 가지고 있던 애들이 별로 없었기에 방학 때 편지를 주고받고 또는 수업시간에 몰래 쪽지 편지를 쓰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의 편지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정작 편지를 보낸 그 친구는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했었어?”

JUNE

The Beatles – Can’t Buy me Love Album : Can’t Buy me Love (Single, 1964)

인터넷을 뒤적이다 보니 편지쓰기 대회가 있었다. 아마도 이메일이란 새로운 문화에 손으로 쓰는 편지가 사라지는 데 따른 현상이 아닐까 싶다. 오늘 아이폰의 라디오 앱 TuneIn Radio를 다운 받았다. 새로운 라디오 문화. 팟캐스트를 포함해서 전 세계의 라디오를 찾아 들을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세상은 순식간에 바뀐다. 10년 뒤면 이메일 보내기 대회가 생기고, 엘리펀트슈의 스몰 토크 주제가 이메일이 되지 않을까?

2012년 5월 28일 石군

이지선

김광민 -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Album : 보내지 못한 편지 (1999)

미처 보내지 못한 편지를 책상 정리하다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군대 간 친구에게 혹은 연인에게 쓴 편지들이다. 너무 애절해서 보내지 못했다기보다는 우편을 보내는 과정이 너무 귀찮아서 그냥 둔 때도 있고, 편지를 쓰기 전과 후의 상황이 달라져서 보류해놓은 일도 있다. 어느 쪽이든 편지를 전달할 만큼의 열정이 나에게 없었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편지는 보내지 못해도 좋다. 마음을 보내고 싶다.

ELEPHANT-SHOE tabloid issue No.08 / 2012-6-1 Editor-in-Chief 石군 / ewanjj@naver.com First Director June / dafunk@hanmail.net Director JEE / seg1129@naver.com Julian Kim / comfortingsounds.vol1@hotmail.com 맹선호 / pluto116@naver.com 용식 / bleutk@gmail.com Creative Director Coco / pinkymallow@naver.com Mr.Yun / djmou@hanmail.com Art Director NOKID / starfucker6@naver.com Jisun / aniklee@naver.com Registration Number / 마포,라00343 Published by Elephant-Shoe / www.elephant-shoe.net Printed by 솔텍 / 서울 중구 필동2가 120-1

Julian Kim

David Axelrod- Human Abstract Album : Songs of Experience (1969)

손으로 펜을 꾹꾹 눌러가며 적은 편지에는 보내는 이의 마음과 숨결이 필체에 녹아있다. 아무 장식 없는 봉투라도, 뜻하지 않은 때에 편지가 도착했을 때 받는 기쁨과 감동은,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가 주는 편리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요즘은 통신수단이 너무나도 발달해서 카톡이니 페이스북이니 트위터 등등 너무나도 손쉽게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근황을 물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과의 관계의 폭이 넓어지고 매우 다양해지는 양적인 팽창을 이루었는지는 모르지만, 서로간의 깊은 교감과 속 깊은 마음속 이야기까진 나눌 수 없는 질적으로 매우 허상하고 빈약한 모래탑 같은 관계가 많아지고 있다.

용식

Will Smith – Men In Black Album : Big Willie Style (1997)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남자가 평생 쓸 편지의 99%를 군대에서 주고받는다. 그때 당시 편지 속의 나는 엄청난 효자인 동시에 모든 친구들에게 다정하며 놀 것 다 놀면서 장학금까지 받는 아주 멋진 놈이었다. 또 인류애가 얼마나 넘치는지 모든 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었다. 심지어 훈련병 시절에는 대학 남자 동기와의 편지에 보고 싶어 미치겠다고 썼던 기억이 아직까지 너무 생생해 그때 당시를 떠올리면 민망함에 손발이 오그라든다. 제가 했던 민망한 표현들을 아직 기억하고 계신 분들을 스스로 지워주세요. 안 그러신다면 맨인블랙의 뉴럴라이저를 사용하겠습니다.

*엘리펀트슈 타블로이드의 본문은 아모레 퍼시픽에서 제공하는 아리따 글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ll Rights Reserved 2012 Elephant-Shoe

맹선호

Lower dens - I get nervous Album : Twin Hand Movement (2010)

언제부터인가 내 뇌가 그저 입의 부속기관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섬뜩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 솔직함을 가장한 무신경함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고, 내가 가식이라 오해했던 배려가 사실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그리고 이 글은 내가 사랑하는, 그러나 혹시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보내는 깨달음의 고백이자 사과의 편지이다. 충분히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야 이 중요한 걸 깨달았을뿐더러 여전히 본심을 고백하기란 긴장되고 어려워 이렇게 글로 쓴다.

NOKID

검정치마 – Antifreeze Album : 201 (2010)

옛날 신문에 황당 기사나 깜짝 사건 코너 중에 2~30년 후에 나에게 편지를 보내고 시간이 지난 뒤 배달받았단 기사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갑자기 궁금하다. 편지내용은 뭐였을까. 물론 희망적이고 개발적인 내용이었겠지? 10대 부터 50대까지 해야 할 일과 이뤄야 할 것들을 나열해서 적지 않았을까.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보낸다면 뭐라고 적을까. ‘모르겠다.’라고 적어서 보내야 할 것 같다. 제발 잘 먹고 잘 살고 있어주라, 20년 뒤의 나야. 2

E L E P HA N T - S HO E


CO N TEN TS june 2012

COVER STORY

SPECIAL

COACHELLA2012

ELEPHANT-SHOE TOPBAND TOURNAMENT 14 interview w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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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REAk / no respect for beauty

LIVE SKETCH

INTERVIEW

LADY GAGA

타루, 임주연, Fromm

The Born This Way Ball Tour in Seoul

Morrissey live in seoul No Age live in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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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힙스터를 구분하려면? | 힙스터之道 힙스터의 패션, 그리고 애티튜드 앨범 커버에 덧붙이는 단편 소설 | ORIGINAL SOUND NOVEL 하이힐 프로 만화가의 초보 음악 생활 | Hello!Nokid Episode 31-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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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COACHELLA2012

WORDS : 石군/전형민, PHOTOS : 한효원

펄 잼의 굴욕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난 코첼라의 전성기 작년에 처음으로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을 방문했다. 함께 갔었던 June형과 JEE양은 여러 번 글라스톤베리에 갔었음에도 작년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최대 수용 관객수를 늘린 탓이었다. 대략 매년 18만 명을 최대 관객으로 설정했었는데, 작년에는 1만 명을 늘렸다고 발표했지만, 체감은 그 이상 티켓을 판 것 같았다. 덕분에 넘치는 인파 속에서 질퍽이는 진흙 위를 걸어 다니는 것은 상상 이상의 체력을 요했다. 걸음을 떼기 위해 장화를 진흙 속에서 뽑아낼 때마다 내 다리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할 정도로 무릎이 아팠다. 경험 자체는 굉장히 경이로웠으나 재방문 의사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더구나 2012년에는 런던 올림픽 개최로 한 해 쉰다니 글라스톤베리에 대한 미련도 남지 않았다. 내년에는 어디를 갈지 물색할 때 우선순위는 “어떤 페스티벌이 적은 관객이 모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볼 수 있는가?”였다. 이 필터링에 남은 페스티벌 중에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페스티벌이 바로 코첼라 페스티벌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쾌적한 공간은 아니었다. 코첼라가 열리는 엠파이어 폴로 클럽(Empire polo club)에서의 첫 공연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극한을 겪고자 만들어졌다. 1993년 펄잼(Pearl Jam)이 당시 독점 티켓 판매 사이트인 티켓마스터(Ticketmaster)의 횡포에 시작한 보이콧 공연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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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마스터는 다른 티켓 판매 기업을 모두 인수 합병하여 유일한 회사가 된 후, 각종 수수료를 부과하여 이전가격보다 30% 이상 인상된 가격으로 티켓을 팔았다. 이에 격분한 펄잼은 티켓마스터를 법원에 독과점으로 신고했고, 그들과 연결된 공연장과 계약된 전미투어 일정을 취소한 채 보이콧 공연을 준비했다. 장소를 물색하던 중 더 큰 임팩트를 주기 위해 사막을 목표로 정했고, 그곳이 바로 캘리포니아 인디오에 위치한 엠파이어 폴로 클럽이었다. 이런 열악한 공간에 25,000명의 팬이 몰렸고, 이 역사적 사건이 6년 후 시작된 코첼라의 거름이 되었다. 여기서 다들 보이콧의 결과가 궁금할 텐데, 예상과는 달리 법원은 근거가 없다며 티켓마스터의 손을 들어주었고, 펄잼은 외로운 보이콧을 계속했다. 하지만 팬들이 “펄잼의 공연은 티켓을 구매하기도 어렵고, 공연장은 너무 멀다!”며 펄잼을 보이콧했고, 결국 펄잼은 “팬의 쾌적한 관람을 위하여”라며 보이콧을 중단했다는 굴욕스러운 결과만이 남았다. 펄잼의 자존심에 난 상처를 안고 태어난 이 페스티벌의 첫 해는 단 이틀만의 공연을 진행했음에도 적자를 기록했고, 그대로 망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년을 거른 2002년 코첼라가 돌아왔다. 이틀 공연에서 하루 공연으로 줄이고, 10월에서 4월로 옮겨 경쟁 페스티벌을 피했다. 하지만 락스타에게 4월은 아직 겨울잠을 잘 시즌이라는 것을 기획자는 생각지 못했고, 결국 헤드라이너를

공연 직전까지도 섭외하지 못했었다. 이대로 또 망하는가에 대한 우려가 들 때 기획자는 자신의 친구인 페리 패럴(Perry Farrell)이 보컬로 있는 제인스 애딕션(Jane’s Addiction)을 섭외했고, 덕분에 다음 공연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친구 덕분에 2002년에는 다시 이틀 공연으로 돌아갔고, 2003년에는 8만 명 정도가 모이며 완전한 흑자 공연이 되었다. 그 후 매년 발전하며 찬사 일색의 페스티벌로 거듭났고, 결국 나의 행선지로 결정되는 호사를 누리는 페스티벌이 되었다. 티켓 오픈일인 1월 16일, 금요일. 올해는 똑같은 페스티벌을 두 번이나 한다기에 티켓 구입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 나는 조금 늦게 사이트에 접속했고, 그런 나의 어리석음을 비웃듯 “COACHELLA 2012 SOLD OUT. THANK YOU (코첼라 2012 매진. 감사합니다.)”라는 멘트가 날 맞았다. 뒤늦게 미국 티켓 거래 사이트를 뒤져봤으나 2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고, 그 돈을 내기에는 너무 억울하고 아까웠기에 코첼라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애써 외면하고 있던 내게 2010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함께 일하던 전형민 팀장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첼라 페스티벌에 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바로 기고를 부탁드렸고, 이를 흔쾌히 수락해주어 귀한 리뷰를 얻었다. 자, 19만 장의 티켓이 3시간 만에 매진된 어마어마한 공연, 코첼라 2012가 여기 있다!


Coachella 코첼라(Coachella Valley Music & Arts Festival)는 내게 지상 최고의 음악축제이다. 물론,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은 내 미천한 경험과 1년에 하나 이상의 해외 페스티벌을 가기 힘든 현실적인 제약에 기인한 바가 크다. 나는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 외에는 영국이나 기타 유럽 국가들 또는 호주 등지에서 매년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에 가본 적이 없다. 만약 글라스톤베리를 처음으로 가봤다면 거기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가능하면) 매년 그곳에 가리라고 결정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코첼라 2011에 갔었고, 다른 페스티벌과 비교해 볼 생각도 없이 올해에도 코첼라에 다녀왔다. 글라스톤베리, 레딩 & 리즈, 록 암 링, 롤라팔루자, 보나루, 빅 데이 아웃 등등 가보고 싶은 페스티벌이야 많지만, 앞서 말했듯이 1년에 한 곳 가기도 쉽지 않은 마당에 적어도 당분간은 코첼라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코첼라는 LA에서 자동차로 2시간 남짓 떨어진 인디오에서 열린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4월 셋째 주 즈음에는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사막기후 지역이다. 햇볕이 입술까지 태울 정도로 강하긴 하지만, 대기가 건조하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의 33도보다 훠~얼~씬 수월하다. 규모가 글라스톤베리 만큼 넓진 않아서 무대 간의 이동이 매우 쉽고, 공연을 상당히 앞쪽에서 보는 것도 맘만 먹으면 가능하다. 이곳은 페스티벌 시즌 이외에는 폴로 경기장으로 사용되는 장소라서 전체적으로 잔디가 깔려 있다. 몇몇 록 페스티벌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떠오르는 진흙탕이나 골치 아픈 모기떼 등과는 거리가 먼,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환경이다. 코첼라의 상징처럼 늘어선 야자수들과 대관람차 사이로 지는 태양이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가운데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곡을 듣고 있노라면, 달러 빚을 내서라도 내년에 또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일요일 밤 모든 공연이 끝나고 8만여 명의 사람들이 출구로 걸어가면서 피어오르는 먼지를 들이마시는 것을 무릅쓰면서도 다 함께 환호성을 질러대는 것은 다들 같은 생각이기 때문일 것이다.

Two Weekends

Radiohead

Dr. Dre & Snoop Dogg + 2Pac

2011년 코첼라가 끝나고 두 달 정도 지나자 공식 홈페이지에 말도 안 되는 공지가 올라왔다. 2012년에는 2주에 걸쳐 페스티벌을 두 번 개최하겠다는 것이었다. 레딩 & 리즈, 섬머소닉 (도쿄-오사카), 또는 부분적이긴 하지만 후지지산 처럼 같은 일정에 라인업을 공유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경우는 있어도, 같은 라인업으로 같은 장소에서 페스티벌을 두 번 개최한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지극히 미국적인 발상이었다. 수용인원도 기존 75,000에서 85,000으로 늘린다는 얘기가 나왔다. 대단하긴 한데 이게 잘 될까, 라는 의심이 들기도 전에 조기예매로 1주차 티켓이 이미 거의 팔렸다는 소식이 들리고, 2012년 1월 라디오헤드(Radiohead)를 포함한 라인업이 발표된 이후 티켓을 오픈하자 단 3시간 만에 2주 공연 둘 다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전 해까지의 코첼라는 1주만 열렸는데도 이렇게 빨리 매진되는 경우는 없었다. 3시간 동안 대기화면만 지켜보다가 끝나버렸다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는데,

나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장르 불문하고 공연 좀 봤다면 본 사람인데, 토요일 헤드라이너 라디오헤드 같은 무대는 난생처음이었다. 단지 좋아하는 밴드가 나와서 좋아하는 곡들을 훌륭하게 연주하고 멋진 영상을 함께 보여주는 그런 공연이 아니라, 대단히 압도적이고 경이롭고 신성한 아름다움까지 느껴지는 경험이었다. 말해 두건대, 나는 라디오헤드를 좋아하긴 하지만 보자마자 눈물을 흘릴 정도의 열성 팬은 아니다. 톰 요크(Thom Yorke)와 죠니 그린우드(Jonny Greenwood) 외에는 멤버 이름도 이제 가물가물하고, CD를 통으로 듣다 보니 제목도 모르는 곡이 많다. 그런데, 내 지금까지 “눈물 나게 좋았다”는 말은 여러 번 해봤지만, 노래를 들으며 실제로 눈물을 흘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Bloom’, ‘Lotus Flowers’ 등의 “The Kings of Limbs”의 곡들은 앨범에서보다 훨씬 락킹하고 그루비하게 연주되어 놀라웠고, ‘You And Whose Army?’에 맞춰진 영상은 톰 요크의 눈 부위를 극단적으로

나는 랩/힙합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랩 공연이 좋았던 기억은 거의 없다. 분명히 음악 자체는 좋아하는데, MC들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랩을 하고, 손을 들어라, 좌우로 흔들어라, 예라고 해라, 호라고 해라, 소리를 질러라, 이런 식의 공연이 왠지 와 닿질 않는다. 작년 코첼라의 OFWGKTA(Odd Future Wolf Gang Kill Them All)이나 올해의 Azealia Banks처럼 똘끼 넘치는 공연은 오히려 재미있게 볼 만 한데, Kanye West도 별로였고, 영상으로만 봤지만 힙합공연의 레전드로 꼽히는 Jay-Z 공연도 그냥 그랬다. 그래서 이번 Dre & Snoop 공연도 처음에는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Warren G가 나온다, 50 Cent가 나온다, Eminem도 나온다 하더니 종국에는 2Pac을 살려냈다고 한다. 그래, 이 양반들이 고상하게 예술하려고 하지 말고, 싸구려 약장사 스타일로 무대를 꾸리면 히트곡 퍼레이드를 재미나게 볼 수 있겠다 싶으면서 점점 기대감이 높아졌다.

우리는 IT 강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예매에 성공할 수 있었다.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었는데 내내 소름이 가시질 않았다. ‘Nude’가 흘러나올 때에는 내 자신이 해파리처럼 움직이며 안개속을 유영하는 느낌이었다. ‘Karma Police’가 끝나고 관객들이 “And for a minute there, I lost myself, I lost myself” 부분을 계속해서 떼창을 해서 톰 요크에게 “Beautiful!”이라는 칭찬을 받았을 때는, 내가 그를 기쁘게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코첼라는 내년에도 2주간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놈들이 일을 이렇게 벌여 놓으니 예매를 하기 전에 또 하나의 필연적인 고민이 생긴다. 1주차를 갈 것이냐, 2주차를 갈 것이냐? 우선, 깜짝 게스트의 존재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장단점이 있다. 올해의 경우 2주차에 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2Pac의 등장으로 인한 충격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공연에 누가 게스트로 나온다는 것을 알면, 시간이 겹치는 다른 공연과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1주차 공연의 실황중계나 인터넷상의 반응 등을 토대로 어느 공연을 볼 지 조금은 덜 어렵게 결정할 수도 있다. 1주차 공연이 훌륭했던 고티에(Gotye)와 M83 등은 2주차에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 잔디의 상태는 2주차도 나쁘진 않았지만 1주차가 훨씬 좋았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사실상 큰 차이가 없고 어느 주말에 가든 기대 이상의 만족을 얻고 돌아오게 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는 있지만, 이런저런 사소한 고민 역시 페스티벌의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본 공연 내내 넋을 잃고 보고 있다가 첫 앵콜곡 ‘House of Cards’가 시작될 때,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리고 두 번째 앵콜무대에서 (1주차에서는 부르지 않았던) ‘Exit Music’이 연주되고 보컬 첫 소절이 시작될 때에는, 파르르 떨리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영상의 내용과 그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 밴드의 연주, 톰의 보컬, 공연장의 공기, 관객들의 에너지, 당시 나의 정신적 신체적 상태 등 모든 것이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그 정도였을까, 혹시 나의 착각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완벽했다. 지산에서는 몇몇 변수들이 어떻게 작용할지 몇 달 후가 기다려진다. ‘Creep’은 부르지 않으니 기대하지도 요구하지도 말자.

2Pac 홀로그램을 무대에 세운 것은, 나탈리 콜(Natalie Cole)과 냇 킹 콜(Nat King Cole)의 ‘Unforgettable’ 듀엣 이후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부활이었고, 미국 페스티벌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법한 발상이었다. 2Pac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실제 그가 무대에 올라오니 살짝 소름이 돋았다. 특히 그의 역할이 끝나고 홀로그램이 흩어지며 사라지는 방식이 꽤나 멋있게 연출되었다. Dre는 역시나 무대보다는 스튜디오가 어울리는 분이었지만, Snoop의 무대 장악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랩을 할 때는 물론이고, 연기를 내뿜으며 주절주절 떠들 때에도 듣는 이를 기분 좋게 해주었다. 여러 명의 게스트들, 특히 인기가 대단했던 Eminem 등과 함께 추억의 히트곡들을 계속 들려주어서 소리 내어 따라 부르고 크게 웃어대며 즐겁게 보았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딱히 뭐가 아쉽다고 집어낼 만한 것은 없는데, 힙합/랩 공연은 이 정도가 한계인가 싶기도 한, 그런 공연이었다. 뜬금없는 소리지만, 내게 있어서 이제 이쪽으로 유일하게 기대할 만한 공연은 Beastie Boys밖에 없을 것 같다. (이 문장을 적고 며칠 후에 MCA가 사망했다. Rest in Peace 따윈 집어 치우고, Rock in Parties 하시라!)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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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3 : 올 해의 헤드라이너는 앞서 말한 라디오헤드, 닥터 드레 & 스눕 독, 그리고 마지막으로 블랙 키스(The Black Keys)가 있었다. 금요일 밤에는 블랙 키스(The Black Keys)와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Swedish House Mafia)가 바톤 터치를 하며 메인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블랙 키스는 존 포거티(John Fogerty)를 무대에 모셔서 멋드러진 공연을 펼쳤고,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는 현란한 음악과 영상, 특수효과 등으로 보는 이들의 넋을 빼놓았다고 한다. 인용구로 말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내가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뜨거운 감자인 블랙 키스의 공연을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작년의 코첼라에서 그들의 공연을 한 번 봤기 때문이었고, 덕분에 과감히 M83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에 라디오헤드는 논외로 치고(감히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었기에), 올해 코첼라에서 본 공연들 중 완전히 주관적으로 뽑은 Top3를 뽑아보았다.

M83 M83은 2003년에 처음 접했을 때에는 찌질한 감성으로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을 하는 애들 정도의 평가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발전하더니 [Hurry Up, We’re Dreaming] 앨범에서 그야말로 포텐이 터졌다. 게다가 라이브에서는 앨범에서 들려주었던 것의 곱절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내었다. 특히 벡(Beck),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등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저스틴(Justin Meldal-Johnsen)이 베이스를 연주하며 묵직한 그루브를 더했고, 키보드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의 연주와 안토니 곤잘레즈(Anthony Gonzalez)의 보컬 역시 최상급이었다. 1주차 공연이 훌륭했던 것을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에, 메인 스테이지에서 블랙 키스가 존 포거티와 함께 공연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네 번째 무대인 모하비 텐트에서 공연하는 M83을 보러 온 관객들이 텐트 밖까지 빽빽이 모여들었고, 2011년 최고의 싱글 중 하나인 ‘Midnight City’가 시작되자 그 많은 사람의 흥분에 내 몸이 떨려올 지경이었다. 음악도 좋고 공연도 완벽하고, 앨범 하나만 더 잘 만들어 내면 다음에는 헤드라이너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M83 공연과 관련하여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기서 모든 기력을 빼앗긴 탓에 Refused 공연을 앉아서 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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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객들을 무대 위로 불러 모은 Santigold. 2. 할리우드 명물 핑크스 핫도그도 코첼라에 입점했다. 3. 쉴 수 있을 땐 쉬어야 한다. 4. 캠핑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셔틀버스가 필수다.

St. Vincent 몇 달 전에 코첼라 홈페이지 게시판에 2012년 라인업에서 가장 훌륭한 기타리스트가 누구냐는 질문이 올라왔다. 댄 아우아바흐(Dan Auerbach), 죠니 그린우드, 오마르 로드리게즈 로페즈(Omar Rodriguez Lopez), 개리 클락 쥬니어(Gary Clark Jr.) 등의 이름들이 나오던 중에 누군가 애니 클락(Annie Clark)이라는 댓글을 달았는데 다들 그녀가 이 자리에 함께 거론될 자격이 있다는데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는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고, 곡도 잘 쓰고, 노래도 잘하며, 기타 연주가 끝내주게 멋있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공연에 기대가 매우 높았기에 사전 정보도 일부러 피해서 마지막에 크라우드 서핑(Crowd Surfing)을 하며 신곡을 부른다는 정도만 알고 무대로 향했는데, 높았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공연에 정말이지 홀딱 반해버렸다. 감탄, 환호, 박수, 감탄, 환호, 박수, 반복. 1주차와 마찬가지로 마지막에는 신곡 ‘Crocodil’을 크라우드 서핑을 하며 불렀는데, 그녀의 크라우드 서핑은 기타 연주만큼이나 다이내믹했다. 그저 관객들의 손에 몸을 맡기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이쪽저쪽으로 있는 힘껏 몸을 내던지는 과감한 모습에 절대복종을 맹세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다시 보고 싶다, 지금 당장.

At The Drive-In 최근 페스티벌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해체하거나 활동을 중단했던 밴드들의 재결합 공연인데, 이번 코첼라에도 펄프(Pulp), 매지 스타(Mazzy Star), 리퓨즈드(Refused) 등 반가운 이름들이 라인업에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던 이름은 바로 앳 더 드라이브 인(At The DriveIn)이었다. 마스 볼타(The Mars Volta)로는 채워지지 않던 미치광이 펑크를 직접 볼 수 있다니, 당장 지하철이라도 타서 아무하고나 어깨를 부딪치고 싶었다. (그랬으면 6호선 슬램남으로 기사에 나왔을까?) 세드릭(Cedric)과 오마르(Omar)는 이왕 재결합 공연이면 이 정도는 해야지 라는 듯이 아프로 머리를 하고 나왔다. 첫 곡 ‘ Arcarsenal ’ 부터 마지막 곡 ‘ One Armed Scissor’까지 [Relationship of Command] 앨범 위주로 선곡된 셋리스트는 관객들 사이 여기저기서 큰 소리의 욕설이 지속적으로 튀어나오게 했는데, 영상 하나 없이 커다란 카세트 플레이어 그림만 달랑 걸어 놓고 정공법으로 내달린 밴드로서는 이보다 더한 찬사는 없을 것이었다. 최근 모친상을 당한 오마르는 큰 움직임 없이 기타 연주에만 집중했는데, 덕분에 그로서는 유래 없이 제대로 된 연주를 하는 공연이 된 셈이었다. 반면 세드릭은 웃긴 동작의 막춤을 추고, 바닥을 기어 다니고, 드럼이나 스피커에서 뛰어내리는 등 본인의 역할에 충실했고, 노래도 마스 볼타의 창법을 최대한 자제하며 목에 힘을 주어 부르는 노력이 엿보였다. 무대에 전기포트를 두고 틈틈이 따뜻한 물을 마셔 목을 보호하고, 스피커에 올라갈 때마다 스태프들이 뒤에 숨어서 스피커를 붙잡는 장면은 보너스 웃음 포인트였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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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 Acts 편의상 Top3를 뽑긴 했지만, 한 번만 보기 아까운 공연들이 3일 내내 꽉꽉 들어차 있었다. 시간이 겹쳐서 아예 못 보거나 한두 곡만 듣고 다른 무대로 달려가야 하는 경우까지 생각하면 코첼라는 2주가 아니라 4주를 해도 넘치지 않을 것 같다. 돈과 시간이 부족할 뿐.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Godspeed You! Black Emperor)는 공연이 있던 모하비 텐트를 뚝 떼어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둠의 세계로 옮겨 놨다. 멤버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앞쪽에 관객들이 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연주에 몰두했다. 이건 뭐, 단지 공연을 보거나 연주를 들은 게 아니고, 그 현장에 붙잡혀 있었다는 편이 적절하겠다. 그 공연에서 목격한 또 하나의 미친 짓은 무대 영상이었다. 아날로그 영사기 4대에 수많은 필름들을 끼웠다, 뺐다, 전원을 켰다, 껐다, 앞쪽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치웠다 하면서 무대 영상을 믹스하는 것이었다, 단 한 명이. 공연이 끝나고 고개를 내두르며 그와 악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이스트(Feist)는 브로큰 소셜 씬(Broken Social Scene) 출신 아니랄까봐, 연주자들을 무더기로 데리고 나와 글자 그대로 꽉 찬 무대를 보여주었다. 오케스트라도 훌륭했고, 파이스트의 무대 위 존재감도 기대 이상이었다. 아기자기하고 조곤조곤한 공연을 예상했는데 기분 좋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특히 코러스 셋 중 한 명이 너무 귀엽게 공연을 즐겨서 씬 스틸러(Scene stealer : 주연보다 주목받은 조연)가 되는 역효과가 있을 정도로 즐겁고 활기찬 공연이었다. ‘1,2,3,4’를 부르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 금요일 밤 메인스테이지의 펄프에서 모하비 텐트의 랩쳐(The Rapture)와 M83으로 이어지는 세 무대는 숨 가쁜 댄스 파티였다. 펄프의 쟈비스 코커(Jarvis Cocker)에게 기대한 역할은 안정적인 보컬리스트가 아니라 신나는 파티의 호스트였고, 극 초반에 목소리가 훅 간 것과 호흡곤란으로 자꾸만 만담을 시전한 것 정도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으니 눈감아 주도록 하자. 어쨌거나 그 공연을 보면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던 ‘커먼 피플’ 중 적어도 3만 명 정도는 그와 자고 싶어 했을 게다. 랩쳐도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라이브 실력으로 관객들을 흔들어댔다. 특히 ‘How Deep Is Your Love’를 연주할 때에는 내가 존 트라볼타요, 네가 우마 서먼이었다. 뒤 이어 나온 M83 때문에 빛을 잃은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Coachella 2013 그의 라스트 네임이 Kuti라면, 너는 이미 춤추고 있다. 션 쿠티 앤 이집트 에이티(Sean Kuti & Egypt 80)의 아프리칸 비트는 산티골드(Santigold)의 무대로 향하는 발걸음을 쉽사리 놔주질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옳은 선택이었다. 섭씨 42도의 땡볕 아래에서 등장한 산티골드는 생각보다 너무 좋은 공연을 펼쳤다. 그냥 좀 신나는 음악이나 들려주겠지 했는데, 노래도 엄청 잘 하고, 진짜 흑인 여성의 엉덩이를 가진 두 명의 댄서와 재미난 가발을 쓴 연주자들과 함께 공연 구성도 잘 꾸몄고, 덕분에 관객들과의 교감은 대단했다. 마치 그녀가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는 것 같아서, 그저 몸을 흔드는 것으로는 부족해 현란한 스태프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코첼라의 다섯 무대 중, 처음부터 끝까지 디제이들의 릴레이가 이어지며 술과 담배, 그리고 이성에 혈안이 된 녀석들이 많이 몰려있는 사하라 텐트에는 좀처럼 가질 않는데, 올해에는 세 번 그 곳을 찾았다. 브레이크봇(Breakbot), 마데온(Madeon), 자끄 뤼 콩(Jacques Lu Cont)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브레이크봇은 기대한 만큼이었고, 자끄 뤼 콩이 약간 실망이었다면, 마데온은 너무너무 ‘씐’났다! 원하는 곳을 원하는 타이밍에 긁어주던 그가 무대를 내려간 후 땀을 닦으며 생각해보니, 94년생 꼬마에게 그 정도로 놀아난 내

6월이면 2013 코첼라 일정 발표와 함께 조기예매가 시작될 것이다. 과연 내년에도 갈 수 있을까? 사실 코첼라에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조기예매 티켓을 질러 놓는 것일 게다. 호텔 패키지를 구입할 경우, 가장 가깝기도 하고 시설도 매우 만족스러웠던 La Quinta Resort를 추천한다. 숙소를 어디로 정하든, 셔틀버스는 필수로 이용해야 한다. 캠핑장도 매우 넓고, 다양한 부대시설이 럭셔리하다 싶을 정도로 잘 차려져 있어서, 비용감축과 색다른 재미를 위해서는 캠핑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비싼 비행기 티켓을 생각하면, 코첼라 앞뒤로 하루이틀 정도 인근지역 관광을 잘 계획해서 최대한 뽑아먹을 일이다. 휴가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일단 질러 놓으면 어떻게든 방법은 생긴다. 라인업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뭐,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코첼라는 몇몇 특정 공연을 보기 위해 가거나 가지 않거나 하는 곳이 아니다. 가보면 안다.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광폭한 비트에 무시무시한 랩핑을 쏟아내던 데쓰 그립스(Death Grips), 안정적인 바이브로 관객들을 애무했던 제임스(James), 나의 노쇠한 몸을 한탄케 했던 리퓨즈드, 더럽게 재미있던 걸 톡(Girl Talk), 2012 스페이스 오딧세이 아몬 토빈(Amon Tobin), 시대착오적인 음악을 하는 역(Yuck), 올해 코첼라의 우아함을 담당했던 플로런스 더 머신(Florence + the Machine), 얼굴이나 보자는 심정으로 쭉 훑어볼 수밖에 없었던 DJ Shadow – 컴퍼니 플로우(Company flow) - 베이루트(Beirut) (내한 공연을 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대단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고티에 등 많은 공연들이 2주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내 가슴을 뛰게 한다.

Who Wrote this. 홍대 앞에서 ‘요힘베’라는 이상한 이름의 술집을 운영하며 있어보이는 음악을 틀어놓고 잘난 체 하던 전형민과 한효원은 2011년초 가게를 닫고 결혼한 후 신혼여행으로 코첼라에 다녀왔다. 결혼 1주년을 맞아 코첼라 2012에 다녀온 두 사람은 겨우 두 번 밖에 경험이 없으면서 코첼라 전도사 행세를 하고 있다. 현재 요힘베는 트위터 상에만 존재한다. @TheYohim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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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루, 임주연, Fromm

Interview WORDS : JUNE, PHOTOS : 石군

“ 제가 이번에 지산 록 페스티벌에 나가잖아요? 라인업이 발표되고 기사 중에 ‘뮤지션의 길로 들어선 타루’라는 카피가 있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중적인 잣대로 구분되어지는 것이 너무 웃긴 것 같아요.” 인터뷰 중 타루 씨의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하며 처음부터 음악을 해오고 있는 개성 강한 여성 뮤지션 세 사람을 엘리펀트 슈가 홍대 이리 카페에서 만나보았다. 이 세 뮤지션이 처음 인터뷰 장소에 올 때 ‘뭐야, 또 홍대 여신 이런 얘기나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인터뷰는 향기로운 커피로 시작해 쫄깃한 우동으로 기분 좋게 끝이 났다.

Q. 먼저 인터뷰 장소로 이리카페를 고르신 이유를 듣고 싶네요. 타루: 일단 넓어서 시원해요. 평소에 저도 자주 오고 다른 음악하시는 분들도 많이 찾는 곳이잖아요. Q. 주연 씨나 프롬 씨가 장소를 골랐다면 어디였을까요? 주연: 모과나무 위라고 제가 자주 가는 카페 겸 술집이 있어요.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왼편에 있는데, 실제 모과나무가 있는 집이에요. 거의 매일 가서 앉아있죠. 프롬: 저는 합정동에 공책이라는 카페가 있어요. 그곳에서 회의나 미팅을 주로 해요. 예를 들면 새로 리뉴얼할 홈페이지 회의 같은 거죠. Q. 그 장소에서 가사를 쓰거나 곡을 만들기도 하셨나요? 주연: 진짜 여러 가지를 했어요. 가사를 쓰거나 연습을 할 때도 있고, 영화 촬영을 하기도 했어요. 6월에 개봉하는 영화 <설마 그럴 리가 없어>의 타이틀 곡을 작곡하신 분과 같이 모과나무 위에서 가사 작업을 했는데, 조만간 결과물을 들으실 수 있겠네요. Q. 그렇군요. 타루 씨와 주연 씨 두 분은 언제 처음 알게 되었나요? 주연: 언제였지? 아! 언니가 더 멜로디라는 팀을 할 때 공연장에서 처음 봤어요. 확실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클럽 타에서 기획공연을 했거나 아니면 NY 물고기 공연에 게스트로 갔을 때였어요. 당시에 ‘어, 왜 이렇게 노래를 잘해?’라고 생각했죠. 타루: 고맙다! 제가 이렇게 인정받는 사람이에요. (일동 웃음) 프롬: 저도 타루 언니랑 연관이 있어요. Q. 그래요? 시기적으로 아직 교류가 없었을 텐데요? 프롬: 지극히 제 입장에서만 연관이 있는 거예요. (웃음) 당시 유행하던 블로그를 저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계정을 만들 즈음 더 멜로디를 알게 되었어요. 그 때 타루 언니가 노래 부르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더 멜로디 : 파라다이스’ 이게 저의 첫 포스팅이자 마지막 포스팅이었어요. 그 뒤로 게을러져서 블로그는 안하게 됐죠. 타루: 모 방송에 나오는 평행 이론인가요? (일동 웃음) Q. 프롬 씨까지 그런 연관이 있다니 재밌네요. 먼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각자 최근에 발매한 앨범이나 싱글을 독자 분들을 위해 소개해 주세요. 타루: 올해 초 김지수 씨와 ‘더 좋아’라는 곡과 미니 앨범 [Blah Blah]를 발매했고, 최근에는 SBS 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 OST를 통해 ‘Wake Me Up’이란 곡을 선보였어요. 주연: 최근에 리메이크 미니 앨범 [Re:]를 디지털로 발매했어요. 리메이크 앨범을 낸 이유는 작년에 다달이 정기 공연을 했는데, 주제에 맞게 리메이크 한 곡들이 셋 리스트에 들어갔고, 그 중에서 제 마음에 드는 곡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곡들 중에서 5곡을 모아봤어요. 프롬: 저는 5월 16일 첫 싱글 ‘사랑 아니었나’라는 곡으로 막 데뷔를 했어요. 그전에는 소속 레이블인 쇼머스트의 옴니버스 앨범에 ‘마중가는 길’과 피터팬 컴플렉스의 드러머 김경인 언니의 솔로 프로젝트 로코모티브의 타이틀곡 ‘Close to You’라는 곡을 불렀어요. Q. 각자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연출한다면 재밌을 것 같은데요. 타루: 예전에 유튜브에 유행했던 직장인 놀이라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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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의자를 카누라고 생각하고 노는 거죠. 그런 분위기로 연출하고 싶어요. 배경은 굉장히 일반적인 사무실이고 주인공들이 무표정하게 두더지 게임처럼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하며 ‘Summer Day’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거예요. 그러다가 갑자기 부장님이 등장해서 혼을 내고 사무실이 조용해져요. 보통 노래를 만들면 영상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Q. 주연 씨는 어떤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나요? 주연: 지금 갑자기 떠오르는 건데 제 노래 중에 ‘연인’이라고 있거든요. 여자, 남자 커플을 손을 잡게 하고 어느 순간부터 계속 싸우다가 어느 순간에는 서로 안고 있고, 그러다가 다시 때리고... 이것만 반복하는 거예요. 울고, 다치고... 그런데 잡고 있는 손은 절대 못 놓은 거죠. 놓으면 안돼요. 재밌겠죠? Q.연인끼리손을못놓는다는설정이와닿네요.프롬씨는어떤노래로하실건가요? 프롬: ‘사랑 아니었나’ 이 곡 만들 때 생각했던 이미지들이 있어요. 애니메이션으로 상상했는데, 주인공은 그림자로만 표현되는 아이디어에요. 걸음걸이, 숨소리만으로도 감정은 다 전달이 되잖아요. 달려가다가 지치는 장면들이 나오고, 시간은 낮에서 밤으로 바뀌죠. 그러면서 별이 쏟아지는 장면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거예요. Q. 타루 씨는 다음 앨범에 대한 계획이나 아이디어, 컨셉이 세워져있나요? 타루: 일단 저는 겨울에 활동하는 게 너무 싫어요. 겨울이 되고 일조량이 적어지면 자연스럽게 힘들어지잖아요. 음반 활동은 정말 무리에요. (웃음) 올해 안에 발표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아마도 겨울 전에 나올 것 같아요. Q. 꼭 다음 앨범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해보고 싶은 앨범 컨셉이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타루: 남자와 여자라는 성을 떠나 사람, 인간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제게 바라는 기대와는 다른 앨범들이 될 것 같아요. Q. 일반적인 기대가 무엇이죠? 타루: 미디어에서 만들어 낸 ‘홍대 여신’이란 이미지죠. 이번 미니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을 하면서도 많이 느꼈어요. 앞으로의 앨범들은 인간 ‘김타루’를 표현하는 ‘무성(性)적인’ 앨범을 지향할 것 같아요. Q. 인디 씬에서 새로운 여자 가수가 등장할 때마다 ‘홍대 여신’이라는 타이틀은 원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붙는 것 같아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루: 미디어 업계의 빅브라더들께서 홍대와 여신이란 단어를 안 쓰면 사업이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제가 이번에 지산 록 페스티벌에 나가잖아요? 라인업이 발표되고 기사 중에 ‘진정한 뮤지션의 길로 들어선 타루’라는 카피가 있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뮤지션이었는데 이중적인 잣대로 구분되어지는 것이 너무 웃긴 것 같아요. 문화적인 현상을 대중에게 설명해 줘야 하는 사람들조차 그렇게 표현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기사가 나가니까 이미지에 대해 안 그래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에요. Q. 정말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타루: 어쨌든 대중은, 아니면 상대방은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해석하고 모델화 시키니까 그게 재생산 되지 않으려면 개개인이 비판적인 수용을 해야 되는데, 아직까지는 문화적으로 그런 수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욕심을 부리면 제가 힘만 빠지더라고요. 일단은 제가 만들어 놓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 수습을 해야죠. 근데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솔직히 힘든 면이 많아요. Q. 주연 씨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컨셉의 앨범은 뭔가요? 주연: 힙합 앨범을 꼭 내보고 싶어요. 랩을 하는 앨범이 아니라 DJ 소울 스케이프 같은 국내의 실력 있는 힙합 프로듀서들이랑 공동 작업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조금 젊었을 때는 힙합 프로젝트를 하고 나중에 나이가 좀 들어서는 트로트인데 재즈 느낌의 앨범을 작업해보고 싶네요. Q. DJ 소울 스케이프와는 어떤 친분이 있나요? 주연: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앨범에서 같이 작업을 했었는데, 작업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어요. 이제 막 재밌어지려고 하는데 헤어지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Q. 프롬 씨도 작곡, 작사를 직접 하시는 싱어 송 라이터시죠? 기사를 보니까 피터팬 컴플렉스가 발굴한 신인으로 소개가 되던데요. 프롬: 작곡이나 작사는 전체적으로 제가 관여를 했고, 피터팬 컴플렉스의 전지한 오빠가 방향성과 전반적인 음악적 분위기를 제시해줬어요. 스스로 알지 못했던 제 목소리의 장점을 파악해서 보컬 스타일 잡는데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Q. 만약 뮤지션이 안되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최근의 관심사도 궁금하네요. 프롬: 사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재능은 오히려 음악 쪽보다 다른 쪽에 더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음악을 안했다면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 일을 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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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루: 멜로디랑 가사랑 같이 만드는 편이고, 그렇게 나온 곡들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어요. 주연: 저도 거의 같이 나와요. 멜로디부터 먼저 만든 곡은 되게 오랫동안 가사를 기다려야 되요. ‘꼭 하고 싶은 얘기 생기면 붙여야지’라면서 놔두게 되죠. 그런데 가사부터 나오면 멜로디가 잘 붙어요. 저한테는 글이 더 문제인 것 같아요. 타루: 워드 피플이다! 주연: 뭐? 무슨 피플? Q. 아! 예전 타루 씨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인데 사람을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하는 얘기에요. 실제 음대 논문이었는데, 가사에 더 치중하는 ‘워드 피플’과 멜로디나 사운드에 신경을 주로 쓰는 ‘뮤직 피플’로 나뉜다고 하더군요. 주연: 그러네요. 저는 워드 피플이네요. (일동 웃음) 프롬: 가사 욕심은 분명히 있는데, 그렇게 나눈다면 저는 뮤직 피플인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가사보다는 멜로디 위주로 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멜로디부터 만들고 가사를 붙이는 편이에요. 물론 가사부터 먼저 나오는 곡들도 있지만, 확실히 멜로디부터 만든 곡들이 많네요.

것 같아요. 아니면 식당을 한다던가. 요리도 예술로 볼 수 있잖아요. 그리고 먹는 것 자체가 참 기분 좋은 일이죠. (웃음) Q. 타루 씨는 어떤 가요? 타루: 직업으로 말하자면 인테리어 디자이너랑 의상 쪽에 관심이 있어요. 어쨌든 미적인 것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최근의 관심사는 소비자는 소비자보호원이 있잖아요. 회사에는 노조가 있고, 그런데 뮤지션의 권익을 보호해주거나 대변하는 단체, 기관이 전혀 없더라고요. 그래서 독립 뮤지션들을 위해 법적으로 자문을 해주거나 도움을 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마포구에 민원을 넣어야 되나 어디에 알아봐야 되나 고민을 하고 있어요. (웃음) 소비 논리로 보자면 대다수의 뮤지션들이 약자일 수 밖에 없잖아요. Q. 주연 씨는 어떤 일을 하셨을 것 같나요? 주연: 글쎄요. 공부에는 흥미가 전혀 없었고... 그래도 글을 쓰지 않았을까요? 책보는 건 안 좋아하는데,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만드는 거에는 관심이 많았어요. 음악 외에 관심사는 운동이에요. 운동 중에서도 험한 운동이요. 페러글라이딩이나 산악자전거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꼭 해보고 싶어요. 스쿠버 다이빙은 해봤는데 다른 거는 아직 못해봤네요. Q. 익스트림 스포츠는 의외네요. 세 분 모두 어렸을 때는 주로 어떤 음악을 들었나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때는 또 달랐을 것 같은데요. 타루: 태어났는데 LP판이 집에 꽉 차있는 그런 문화 수혜자는 아니었어요. 오디오를 사면 주는 테스트용 클래식 테잎이랑 김현식 씨의 ‘내 사랑 내 곁에’, 그리고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패티 김 테잎이 전부였어요. (웃음) 어렸을 때는 TV가 저를 키웠다고 할 정도로 TV를 열심히 봤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때부터 라디오를 들었는데, 그 때부터 음악을 다양하게 듣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친구들에게 음악을 보급하기에 이르렀죠. (웃음) Q. 주로 친구들에게 어떤 음악들을 보급하셨나요? (웃음) 타루: 그때는 약간 겉멋이 들어서 판테라를 주로 알렸어요. 처음에는 본조비로 시작해서 헤비한 음악들을 듣게 만들었죠. 그랬더니 친구가 공부를 안하고 밴드를 따라 다니게 되더라고요. 저는 고1때 드럭에 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어요. (웃음) Q. 주연 씨는 어땠나요? 주연: 초등학교 때는 아버지가 팝 음악을 좋아하신 영향으로 필 콜린스, 비틀즈, 핑크 플로이드, 킹 크림슨 같은 음악을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음악을 한다고 하니까 심하게 반대하시더라고요. 초등학교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반항적인 음악을 많이 들었죠. 저도 판테라 많이 들었어요. (웃음) 메탈리카, 너바나...등등 그 중에서도 저는 스매싱 펌킨스가 가장 맘에 들더라고요. 생각해보니까 곡을 쓰면서 부터는 가사가 좋은 밥 딜런, 조니 미첼, 제임스 테일러 같은 뮤지션의 곡을 많이 듣게 됐네요. Q. 프롬 씨 같은 경우는 어떤 음악을 들었었나요? 프롬: 돌이켜보면 왜 좀 더 일찍 좋은 음악을 찾아 듣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은 해요. 중학교 때 이상은 씨의 음악을 들으면서 일반적인 대중가요 말고 다른 스타일의 음악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게 계기가 되서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수잔 베가를 들었고, 넬의 초창기 음악을 들었죠. 그러고 나서는 인디 음악에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최근에는 파이스트나 라일아라드 같은 뮤지션의 음악을 주로 듣고 있어요. Q. 각자 관심이 가거나 새로 배워보고 싶은 악기가 있나요? 주연: 기타를 치고 싶어요. 피아노를 오래 쳤지만, 제가 듣고 감동받고 자랐던 음악들은 기타 위주의 되게 센 음악이거든요. 배워보려고 해봤는데 못하겠더라고요. 손이랑 목이 너무 아프던데요. (웃음) 그냥 기타 잘 치는 분들이랑 작업하면 될 것 같아요. 타루: 저는 악기보다 노래를 더 잘하고 싶어요. 주연: 더 잘 하려고? 안 돼!(일동 웃음) 타루: 곡을 만드는데 필요한 정도로 피아노와 기타를 다루는 거 외에 새로운 악기를 배워야 된다는 생각은 안하는데, 관심 가는 악기는 생기죠. 어루라는 중국의 해금 같은 악기가 동양적이면서 매력이 있더라고요. 잠시 제 음악에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라는 고민을 했지만 당분간 피아노와 기타로 만드는 것에 충실할 것 같아요. 프롬: 행드럼이라고 UFO처럼 생긴 타악기인데 멜로디를 내는 희한한 악기가 있어요. 만들어진지 오래된 악기는 아니고요. 그러나 가격이 만만치 않더군요. 마음을 접었어요. (웃음) 타루: 여러분! 맛집에는 메뉴가 많이 없어요! (일동 웃음) 굳이 새로 배우지 않아도 되요. (웃음) 사실 저 역시 연주를 잘하는 것에 대한 압박이 있었어요. 그러나 오래 고민한 결과 싱어 송 라이터, 즉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이라는 정의에 충실해지기로 했어요. Q. 뮤지션마다 작업 방식이 다 다를 텐데 각자 멜로디와 가사 어떤 것부터 먼저 만드는 편인가요?

Q. 이제 공연얘기를 해볼게요. 앞으로 참여할 공연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주연: 바로 어제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 끝났네요. 그리고 비틀즈 트리뷰트 밴드 타틀즈를 하고 있는데, 제가 비틀즈 제 5의 멤버였던 건반주자 ‘빌리 프레스톤’ 역을 맡고 있어요. ‘빌리 주연’이에요. (웃음) 타틀즈로 레인보우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고 영화 개봉에 맞춰 시사회에 다닐 계획이에요. 타루: 저는 지산 록 페스티벌에 서는데 예전보다 신나고 시끄러운 무대가 될 것 같아요. Q. 타루 씨는 6월 23일에 단독 공연을 하시죠? 타루: 브이홀에서 <Summer Day>라는 이름으로 단독 공연을 해요. 저는 관객들이 수동적인 것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기 때문에 다 같이 공연을 만들어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여름에 관한 컨셉이니까 비눗방울이나 야광안경 등등 어울리는 소품을 가져오셔서 산만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그게 이번 공연의 목표에요. (웃음) Q. 혹시 같은 레이블의 옐로우 몬스터즈가 게스트로 출연할 계획은 없나요? 타루: 게스트를 생각해봤는데, 저를 비롯해 레이블 내에 옐로우 몬스터즈와 로지피피가 서로 음악 스타일이 너무 다르잖아요? 거기다 로지피피는 전날 공연을 하기 때문에 서로 게스트를 하는 것도 그림이 이상할 것 같아서 다른 분들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Q. 세 분 모두 공연과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 되요. 처음 인터뷰를 시작할 때 각자가 좋아하는 공간에 대해 얘기했잖아요. 마지막은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 각자의 맛집 추천으로 마무리 할게요. 개인적으로 남자와 여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싶지 않지만 맛집만큼은 여자 분들의 추천 성공 확률이 훨씬 높거든요. (웃음) 주연: 완전 많아요. (웃음) 연남동에 ‘툭툭’이라는 태국 음식점과 그 옆 골목에 ‘히메즈’라는 일본 카레 집을 추천할게요. ‘툭툭’은 태국 분들이 직접 하셔서 다른 음식점과 확실히 달라요. 정말 맛있어요. 엘리펀트 슈 독자 분들도 꼭 가서 드셔보세요. 프롬: 최근에 바다비에서 공연을 하고 근처 ‘나야’라는 카레 집에서 먹었는데 맛있더라고요. 거기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제니스 카페’ 파스타는 좋아한지 오래 됐어요. 타루: 저는 한식을 좋아하니까 상수역 근처에 ‘춘삼월’을 추천해요. 양식이라면 ‘함박식당’, 일식이면 ‘아타마루’라는 곳이 맛있어요. Q. 생각만 해도 즐겁네요. 몰랐던 가게들은 꼭 가서 먹어볼게요. 여성분들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니 이런 색다른 즐거움이 있네요. 오랜 시간 인터뷰 감사드려요. 주연, 타루, 프롬: 수고하셨어요.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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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ROOM

WORDS : 맹선호

힙스터의 패션, 그리고 애티튜드

실 한눈에 힙스터를 구분하게 하는 것은 그들이 듣는 음악보다 패션이나 헤어 스타일 같은 겉모습일 것이다. 여기 힙스터 풍자 비디오를 하나 소개한다. 좀 오래된 것이긴 하지만, 힙스터들이 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비디오에서 볼 수 있는 패션 스타일 중에는 더이상 힙스터들이 걸치지 않는 아이템도 있지만, 스키니 진, 두꺼운 뿔테안경, 발목을 드러낸 로퍼 같은 것들은 이제 거리를 장악한 유행패션이 되어버렸다. 이제 무엇을 입었느냐 만으로 힙스터를 구분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단지 콧수염을 기르거나 부스스한 헤어 스타일에 빈티지 드레스를 입었다고 힙스터라고 말할 수는 없다. 힙스터적 “지성주의”가 그 멋진 패션에 녹아 있느냐는 전제조건이 더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탐스(TOMS) 슈즈가 처음 등장했을 때 가난한 어린이들과 자신의 신발을 똑같이 나눠 신는다는 의식 있는 소비행태에 만족했던 힙스터들은 최근 멋 좀 부린다는 사람들이 탐스 슈즈를 신는 것이 근본적으로 다른 소비라고 생각한다는 것. (물론 너도 나도 신는 바람에 자신들이 차별화될 수 없음에 짜증이 난 것도 크겠지만 말이다.) 아메리칸 어패럴 같은 힙스터들이 유달리 애호하는 브랜드가 있기는 하지만, 브랜드에 대놓고 집착하는 것이 그리 쿨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율배반 속에서 남다른 취향을 은근히 뽐낼 수 있는 동시에 힙스터들이 가장 중점을 두는 ‘대충 걸쳐입은 것 같은데 멋져 보이는’ 스타일의 종착점은 바로 빈티지 패션이다. 이것은 오래되고 희귀한 밴드에 대한 힙스터들의 애정과 연장선에 있어 보인다. 참, 좋아하는 밴드나 영화가 프린트된 티셔츠도 문화적 취향을 뽐내기에 좋은 아이템이다. 힙스터의 패션과 취향을 좀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지인 몇몇을 이 자리를 빌어 소개한다. 그들의 패션과 삶에 어떤 멋진 취향이 녹아 있는지 구경해보자.

what hipsters wear, think, and do 김대현(26) 몇 년 전 런던 소호의 클럽 마담 조조 앞에서 매진된 컬츠(Cults)의 공연 티켓을 구하려고 기다릴 때 필자 바로 앞에 줄 서게 된 우연으로 친구가 된 김대현은 와그와크(WAGWAK)라는 밴드를 하고 있다. ‘We Are Not Gay We Are Just Korean ’ 이라는 의미의 밴드명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게이라고 종종 오해받을 정도로 패셔너블하고 눈에 띄는 스타일의 소유자다. 베지테리언인 그의 예의 바르고 상냥한 태도는 매번 좋은 기운을 퍼뜨릴 뿐만이 아니라 그가 소개해주는 음악들은 언제나 흥미롭다.

강효모(32) 칠 년 전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알게 된 강효모는 필자가 런던에 가기 전에는 분명 영화학도였는데, 4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니 상수동에 있는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라는 인류애적 이름의 술집 주인이 되어 있었다. (사실 이름의 기원은 남자들이 여자들을 꼬시려고 사랑한다고 하는 게 꼴 보기 싫어서란다. 비꼼의 미학은 힙스터의 기본자세이다.) 힙스터 지역인 런던 이스트의 무심한 인테리어를 떠오르게 하는 가게에서 시그니처 룩인 통바지를 펄럭이며 테이블을 누비거나 바에 앉아 페이스북을 하곤 하는 그는 보통의 술집 주인과는 약간 다르다. 패션뿐만이 아니라 영화, 음악, 정치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그저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이 느껴진다. 가게 철창문이 굳게 닫혀 있다면 그가 놓칠 수 없는 공연이 있는 날이다. 만약 당신이 닫힌 철창문에 붙은 안내문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것은 당신이 꽤 괜찮은 공연을 놓쳤다는 의미이다. 그의 귀여운 안내문들은 너무 번잡해져버린 홍대거리에서 가끔 느껴지는 짜증을 어느 정도 상쇄해준다. 예전부터 꽤 탐나는 사진들을 찍어왔던 그는 요즘 자신의 바에서 <강효모 사진전>을 열고 있다. 하는 일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에 앉아 있습니다. 최근 관심사와 듣는 음악 카메라와 여름 여행 Magnetic Fields, Pulp, Morrissey, Beach House, Ladytron, Of Montreal, New Order, 그리고 손님 신청곡 스타일 2년에 한 번씩 외국 여행을 가는 것 같아요. 그곳의 빈티지 가게에서 사요. 1, 2년에 한 번씩 몰아서 다 사고 그동안은 그것들만 돌려 입어요. 그 외에는 아름다운 가게, 동대문, 그리고 에이랜드의 빈티지 섹션에서 쇼핑해요. 저의 스타일은 편하고 머리 덜 커 보이는 옷, 좋아하는 아이템은 줄무늬 양말, 색깔 양말, 하얀 신발, 하얀 티셔츠, 손수건입니다. 최근 문화생활 듀란듀란(Duran Duran), 베이루트(Beirut) 봤고, 모리세이를 볼 예정입니다. 요즘 읽는 책 책은 거의 읽지 않는데, 읽게 되면 요새 소설들보다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하나

손은지(31) 컬처 인더스트리(Culture Industry)라는 몹시도 힙스터스러운 전공으로 런던 골드스미스(Goldsmiths) 대학을 졸업한 손은지는 한 달에 평균 28개 정도의 공연을 보는 어마어마한 음악 마니아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다져진 마이너한 음악취향과 함께 힙스터에 걸맞는 풍자적 유머를 자학개그와 적절히 섞어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그녀는 지난 3년간 런던에서 힙스터만 관찰한 자칭 힙스터의 달인. 본인을 ‘힙스터 워너비’라 칭하지만, 수년간 지켜본 결과 맥주로 아침을 시작하고, 공연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은 완벽한 힙스터의 그것이다. 하는 일 런던에서 학교 졸업 후 옷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런던을 언제 떠나게 될지 모른다는 강박 속에서 런던 구석구석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공연들을 광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최근 관심사와 듣는 음악 주요 관심사는 음악과 공연이라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최고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내 인생 걱정. 공연 보면서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생각만 한다. 음악은 주로 노이즈 익스페리멘탈 음악을 듣는다. ‘상마이너’의 느낌을 사랑한다. 곧 공연을 볼 예정이라 현재는 Ramleh 라는 오래된 노이즈 익스페리멘탈 밴드의 음악을 듣고 있다. 스타일 옷, 가방, 신발 대부분 빈티지를 사는데, 빈티지 원피스를 특히나 좋아한다. 나름대로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머니는 내가 한국 갈 때마다 “런던 거지 같다”고 말씀하신다. 최근 문화생활 현재로선 5월 첫째 주말의 익스트림 노이즈 음악 페스티벌 <NEVER SAY WHEN: 30 YEARS OF BROKEN FLAG>에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셋째 주 금요일에 있을 런던 언더그라운드 덥스태프/하우스 레이블 <Night Slugs>의 4주년을 기념하는 클럽 파티도 다른 의미로 기대하고 있는데, 이유는 <Night Slugs>가 쿨한 이미지의 레이블이라 동네에 힙하다는 사람들이 다 모일 것 같아서이다. 요즘 읽는 책 마침 읽고 있는 책이 제목이 좀 민망한데, 필립 로스(Philip Roth)의 <에로스학 교수>라는 책. ‘그런’ 책 아니지만, ‘그런’ 책이기도 하다.

하는 일 밴드 ‘WAGWAK’ 최근 관심사와 듣는 음악 요즘 자연에 관심이 많아요. 주말에 도시를 떠나 산, 들, 바다로 여행가는 맛에 살아요. 조만간 울릉도에 가볼까 생각 중이에요. 요즘 듣는 음악은 WU LYF, Future Islands 그리고 Fleet Foxes! 스타일 옷은 주로 빈티지 가게나 이베이 등을 통해 외국에서 구매해요. 클래식한 아이템과 히피 아이템을 믹스매치하는 것을 좋아해요. 화려한 스카프나 윙팁 슈즈를 좋아해요. 최근 문화생활 1월에 도쿄에서 Fleet Foxes를 보고 왔어요. 한국에서는 No Age, Blonde Redhead 공연을 기대하고 있어요. 요즘 읽는 책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Steppenwolf>라는 책을 읽는 중이에요. 1920년대 발표된 독일작가의 작품이에요. 10

E L E P HA N T - S HO E

강효모가 꼭 보고 싶은 공연 날에는 본인의 얼굴이 그려진 귀여운 공지문과 함께 가게 문이 닫혀있다. 여자친구의 작품.

손은지는 최근에 세어봤더니 지난 3년간 공연을 약 380개쯤 다닌 듯하다고 말했다.


FEATURE

ORIGINAL SOUND NOVEL

앨범 커버에 덧붙이는 단편 소설 WORDS : 봄꿀

하이힐 군가 그날의 그들을 봤다면 이렇게 말했으리라. “대기를 떠돌던 싱그러운 봄 냄새와 부드러운 바람, 하얀 구름이 동동 떠가는 맑은 하늘과 딱 어울리는 연인이었답니다.” 물론 실제로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내 말의 요지는 그들이 누가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커플이었다는 점이다. 남자는 180센티미터 정도 되는 키에 등이 꼿꼿했기 때문에 좀 더 커 보였다. 그는 지난 몇년간 수영을 해 왔고, 삼 년째 핀수영 대회에 참가해오고 있다. 대단히 멋을 부리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텔레비젼 쇼에 나오는 남자 연예인이 입은 옷의 브랜드를 알아맞출 정도의 센스는 있었고,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 -그게 그렇게 대단한 정도는 아니었더라도- 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여자는 패션에 관심을 가지는 성향이 아니었다. 몸매가 아주 훌륭해서 그녀는 가끔 다른 여자 친구들로부터 “왜 그렇게 예쁜 몸매에 어울리는 합당한 옷을 입지 않는거지?” 라는 원망을 듣기도 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여자 친구의 그런 차림새에 불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쩌면 말이다.

하지만 그날의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 쓴 티가 역력했다. 그도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머리는 곱게 땋아서 뒤로 묶었고, 귀에는 작은 진주 귀걸이를 했다. 자잘한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스커트 부분이 풍성한 쉬폰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스커트의 끝자락이 둥실둥실거렸다. 그리고, 마지막은 그녀의 구두다. 평소에는 좀처럼 신지 않는 화려한 하이힐을 신은 것이다. 구두코에 엄지손톱만한 하트모양의 스와로프스키 장식이 달린 검정색 하이힐이다. 그들은 노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거리를 바라보았다. 연인이 함께 걷기에 완벽한 날씨였다. 그들은 카페에서 나와 두 손을 꼭 맞잡고 걷기 시작했다. 가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물론 그녀는 익숙치않은 하이힐 때문에 발바닥이 욱씬욱씬 아프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는 이만한 댓가가 필요한 거야.”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운 구두를 보고 힘을 얻을 요량으로, 그가 이번에 참가할 아마추어 수영대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살짝 자신의 하이힐을 내려다 보았다. “어머나, 내 구두!” 그녀가 울상이 되어서 말했다. 그는 그녀의 하이힐을 내려다보았다. 왼쪽 구두의 장식이 사라져있었다. “괜찮아. 하나도 이상해보이지 않아.” “그래요?” 그녀는 자신의 구두를 다시 한 번 내려다보았다. 그는 항상 패션 센스가 넘치는 사람이니까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정말 괜찮은지도 몰라. 그래, 하나도 이상해보이지 않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와 같이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괜찮지 않다고 느꼈다. “이건 마치 외눈박이 같아요.” 그는 그녀의 구두를 다시 한 번 내려다 보았다. 외눈박이? 과연 그렇게도 보이는구나.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까페에서 잃어버린 게 틀림없어요.” 하지만 그들이 잠시 후 카페에 갔을 때, 그 장식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녀의 고집 때문에 그들은 걸어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 가야만 했다. 골목 골목을 샅샅이 뒤졌다. 봄이라고는 해도 낮의 햇살이 뜨거웠기 때문에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어쩌면 짜증이 났을지도 모른다. 아니지. 그럴 리가 없다. 그는 그저 조금 피곤한 것뿐이리라. 저 상황에서도 손을 꼭 맞잡고 있는 그들은, 누가 뭐래도 완벽한 연인이니까. “내 생각엔…… 이 나머지 한쪽 장식도 떼어버리는 수 밖엔 없는 거 같아요.” 그들이 왔던 길을 다섯 번 정도 왕복한 후에, 그녀는 무슨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듯 말했다. 그녀는 선 채로 오른쪽 발을 뒤쪽으로 들어 올려서 낑낑거리며 장식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그가 무릎을 꿇고 그녀의 하나만 남은 구두 장식을 떼어줘야만 했다. 그는 떼어낸 장식을 순식간에, 그녀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재빨리 저 멀리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다. “너 혹시 연극성 인격 장애라고 알아?” 그가 물었다. 그녀는 큐빅을 잃어버린 자신의 하이힐을 좀 측은하게 바라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들어본 적 있어요.” “이상해.” “뭐가요?” “사람들은 아무도 너의 신발에 그렇게까지 관심을 두지 않았을 텐데.” “뭐라고요?” 그녀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아무도 니 신발에는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왜죠?” “왜냐고?” 그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순전히 무의식적으로 콧방귀를 꼈다. “왜냐하면 아무도 남들에게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니까.” 침묵. 오, 세상에 맹세컨대, 나는 이런 장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완벽한 연인은 이제 더 이상 손을 잡고 있지 않는 것이다. 나는 정말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닌데! “솔직히 넌 좀 그런 경향이 있어.” “무슨 말예요?” “넌 사람들이 너에게 대단히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잖아.” “그게 말이 되요?” “예를 들면, 너의 그 평소의 옷차림 말이야. 일부러 그렇게 누추하게 입고 다니는

없었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크림을 닦아낸 크리넥슈를 구겨서 방 구석에 있는 작은 휴지통으로 집어 던졌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크레넥슈는 휴지통 바로 옆에 떨어졌다. 세상에 진짜 오늘은 재수도 없구나! 그녀는 어기적 어기적 걸어서 휴지통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때, 그녀는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건 그녀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하이힐 왼쪽의 하트모양 장식이었다. 아니,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야? 그럼 애초에 이게 내 방안에 떨어져 있었던 거야? 그녀는 마치 보석감정사가 다이아몬드를 감정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것을 눈 앞에 대고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리 속에 마지막으로 떠오른 생각은 그에게 이걸 찾았다고 알려주어야 할까? 라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상하게도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대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그냥 눈물이 났다. 그녀는 그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다. 그도 다시는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그들이 마지막 데이트를 한 날, 이 지구상의 7891커플이 마지막 데이트를 경험했으니까. 그건 특별한 일도 아닌 것이다. 그녀는 또 다시 어떤 남자를 만나고 이별하고, 또 다른 남자를 만났다가

거지?” “뭐라고요?” “너는 항상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나한테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냐구요.” 잠시 후 그가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넌 어쩌면 연극성 인격장애인지도 몰라. 치료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기가 찼다. 이게 무슨 개소리란 말이야? 살이 찌는 것을 예민할 정도로 걱정해서 매일매일 운동을 하고, 옷의 전체적인 색감을 맞추고, 아무도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가르마 따위에 신경 쓰는 것은 그이지 내가 아닌데! 그녀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주먹으로 뺨을 한 대 후려쳐 주고 싶었지만, 용케도 잘 참아냈다.

이별하고 …… 운이 좋으면 일생을 함께 할 상대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해도 괜찮다. 그녀는 괜찮을 것이다. 자, 저기 저 도로의 끝에서부터 이쪽으로 걸어오는 저 여자가 보이는가? 유행이 지나 보이는 검정색 자켓에 무릎을 살짝 덮는 어중간한 길이의 검정색 스커트를 입고 있는 저 여자 말이다. 그래, 맞다, 바로 그녀이다. 여러분은 아마, 달라진 게 전혀 없잖아?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코웃음을 치면서 말이다. 자, 그럼 이번에는 그녀의 구두를 한번 보라, 빤질빤질하게 닦여서 광이 나는 검정색 하이힐. 물론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야말로 특색 없는 – 아무 장식도 붙어있지 않는 하이힐이다. 하지만 나는 하이힐을 신고 저런 식으로 격식 있게 걷는 여자는 본 적이 없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특색 없는 평범한 검정색 하이힐을 세상에서 가장 저렇게 매력적인 검정색 하이힐로 둔갑시킨 것이다. 그녀는 언제부터 저런 근사한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었을까? 그건 마치 나는 나 자신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에요. 나는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아요,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저런 여자라면 아마 이 세상의 어떤 시련도 다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길로 그녀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자신을 미친 사람 취급하는 남자와는 한 순간도 더 같이 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분했다. 그녀는 콜드크림을 얼굴에 잔뜩 바르고 화장을 지우는 동안에도 화가 나서 견딜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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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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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nament

엘리펀트슈에서 화제의 탑밴드 ‘가상 토너먼트’를 벌였다. 심사위원은 다섯명의 에디터들. WORDS : 石군 , JUNE

악퉁

J 슈퍼키드의 즐거움이 악퉁의 신선함을 이겼습니다. Y 슈퍼키드는 슈퍼키드. 역시 명불허전. L 식상하지만 잘하니까. S 데뷔 때부터 이들을 밀었음! M 웃기게 생긴 게 낫다.

J 데이브레이크의 착한 면보다 로맨틱 펀치의 마력에 한표.

로맨틱펀치

슈퍼키드 슈퍼키드 S 키치함으로 따지자면 '어쩌라고'는 기네스 감 M 장미여관은 웃긴데 징그러워서 좀

장미여관 J 유쾌함으로 따지자면, 봉숙이가 앞서지. Y 둘 다 유니크함이라면, 농염함에 한 표. L 개그는 저질일수록 좋다.

M 장미여관이 살 빼고, 헤어스타일 바꾸면 뽑을게요!

J 이 표는 '봉숙이' 때문에. Y 출전 팀 중에 컨셉이 가장 특이하다. L 개그에 센스가 있다. S 봉숙이 나빠!

장미여관

L 개그는 제쳐두고서라도 연주에서 장미여관

로맨틱펀치

J 장미여관의 선전은 여기까지. Y 오래 두고 듣기에는 로맨틱 펀치. S 봉숙이를 넘어서는 유쾌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M 이런 밴드를 내가 왜 여태 몰랐던거냐!

트랜스픽션

장미여관 몽니

로맨틱펀치 L 난 로맨틱펀치의 매력을 잘 모르겠어. J 몽니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성이 더 많은 것 같다. Y 현재 홍대 음악의 한 흐름을 대표하는 밴드. M 난 어쩔 수 없는 모던 록 세대야.

몽니

마그나폴

J 스타성에 한 표. Y 기존의 것보다 새로운 발견. S 백 번 추천했지만 한 번 더 추천! M 이상하게 자꾸 알고 싶고, 좀 더 보고 싶어요.

L 록에는 백인 남자 목소리! S 먼 길 온 이들을 응원해 줘야지.

judges

J 탑밴드에서의 유일한 발견. S 난 이들의 라이브 한 번 보고 주변에 백 번은 추천했다. M 탑밴드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 스타성 최고!

로맨틱펀치

아이러닉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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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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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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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정말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개인적 취향 . L 둘 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로맨틱 펀치보단 아이러닉 휴.


한국의 밴드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에게 요즘 최고의 화두는 <TOP 밴드 2>일 것이다. 밴드를 아마추어와 프로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만, 어쨌든 유통된 앨범이 없는 아마추어 밴드들이 참여했던 시즌 1과는 달리 시즌 2에는 아무런 제약 조건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록의 전설인 들국화도 참여하려 했지만, 신청기간이 지나 접수하지 못했다는 뉴스가 나왔으니 탑밴드 시즌 2의 참가자격의 범주는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덕분에 접수기간 내내 사람들을 “피아 참가!”, “데이브레이크도 신청했다!”는 글을 남겼는데, 이는 마치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 발표 때의 반응 같았다. 누구 말마따나 그야말로 집에서 보는 록 페스티벌이 된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연출과 편집에 많은 팬이 실망했고, 그저 연주하는 모습을 TV로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 이들이 많다. 사실 지상파 방송에서 밴드가 중심이 된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기에 이런 미숙함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은 시즌 1을 거친 두 번째 방송이기 때문일 것이다.

데이브레이크

그럼에도 장미여관처럼 주목받는 팀이 등장하는 것은, 연출이야 어쨌든 지상파라는 미디어가 가진 힘 덕분일 것이다. 그렇기에 탑밴드 시즌 2에 참가할까 말까 망설이던 주변 밴드에게 무조건 참가하라고 말했었다. 탑 밴드의 연출이나 편집은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방송을 떠나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시즌 1은 지금보다도 더 미숙했음에도 톡식, POE, 게이트 플라워즈 등의 스타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시즌 2가 시작되고 있는 지금 시즌 1의 스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주목해보자. 그들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방송이 끝난 직후와 지금을 비교하면 대중의 관심은 많이 사그라졌다. 소속사의 제대로 된 지원이 있었다면 방송으로 응집된 관심을 계속해서 끌어가며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겠지만, 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 시즌 2에 참가하고 있는 이들은 어쨌든 “프로” 밴드이니 대중의 시선이 계속해서 자신들에게 꽂혀 있을 수 있는 장치들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이번 방송에서 맘에 드는 밴드를 발견하여 팬이 된다면, 그들은 당신의 관심을 충족시켜 줄 이벤트를 끊임없이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니 방송의 연출을 신경 쓰기보다는, 모든 오감을 밴드 그 자체에 집중하여 밴드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 본 후 당신의 취향에 맞는 밴드를 찾는 데에 더 관심을 가져보자. 이미 트리플토너먼트도 끝나 많은 팀이 추려졌기에, 선택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래도 고민을 계속할 이들을 위해 엘리펀트슈 필진이 모여 주목해야 할 16개 팀을 추려보았다. 현재 트리플 토너먼트에 참가 중인 팀 중에서 최대한 다양성을 유지했다. “16팀도 많다!”며 불평할 이를 위해 엘리펀트슈 자체적으로 토너먼트를 진행해봤다. 실제 방송 심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되다보니 8강 심사가 끝난 후, 필진들 모두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16강, 8강, 4강, 그리고 결승전에 오른 팀을 보고 응원할 팀을 골라보시길!

와이낫

Y 대중들이 좀 더 듣고 싶어하지 않을까? L 밴드계의 아이돌이 되어주세요! S 개인적 기호나 기분을 무시하고도 좋은 음악. M 이제는 대중도 이들을 알 때가 되었다.

데이브레이크 데이브레이크

J 16강에서 데이브레이크와 만난 와이낫이 아쉬울 뿐. Y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데이브레이크. L 보컬 잘생겼다! S 기타, 베이스, 드럼은 동점 보컬에서 데이브레이크 우세승. M 데이브레이크가 더 젊고 훈훈하다.

J 연주력에 의한 근소한 승리. Y 완벽함에 있어서 근소한 승리 . L 대중성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M 음악 안 듣는 친구에게도 부담 없이 추천가능한 세련되고 신나는 음악.

데이브레이크 S 데이브레이크가 할 수 있는 것은 피터팬 컴플렉스도 할 수 있지만 반대는 글쎄?

피터팬컴플렉스 노리스펙트포뷰티

J 좀 더 앞서는 연주력, 좀 더 앞서는 공력. S 데이브레이크의 내공을 이기기엔 아직. M 제가 아무리 포스트 록 빠지만 이건 욕심인 걸 알아요.

해리빅버튼

Y 모던 록에서 벗어나 포스트 록을 들을 때가 되었다. L 데이브레이크는 정말 잘 하지만, 노 리스펙트가 더 매력적.

피터팬컴플렉스 칵스

J 파워보다는 센스에 한 표. Y 피컴의 세련된 완결성에 한 표. L 드러머 예쁘다! S 변화무쌍함이 토너먼트에 강점. M 젊고 스타일리쉬 함.

노리스펙트포뷰티 J 3년 후라면 어찌될지 모르지만, 아직은 칵스! M 칵스의 음악적 영리함은 흠잡을 데가 없다.

J 한국에서 쉽게 나올 수 없는 멤버의 조합에 한 표

칵스 Y 좀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음악. L 칵스는 수륜이가 매력적, 노 리스펙트는 음악이 매력적. S 3인 구성으로도 꽉 찬 사운드를 선택.

L 수륜이가 내 취향. M 신나는데 세련되기 까지.

넘버원코리안 Y 칵스의 쿨함보다는 넘버원의 유쾌함이 좋다. S 브라스 스카의 흥겨움은 원초적 힘이 있다.

노리스펙트포뷰티

round

Y 과거보다는 미래에 투자. L 이 장르를 이 정도 하는 밴드는 흔치 않다. S 가끔은 보컬이 없는 음악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M 러닝 타임이 9분 이상은 되야 음악이지.

피아

J 왜 이래, 아직까지 피아는 모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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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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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NER

DAYBREAK Q. 가상 16강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테이브레이크가 했습니다. 축하드려요. 원석: 근데 이런 아이디어는 누가 내는 건가요? 항상 참신한 기획 기사가 엘리펀트 슈의 힘인 것 같아요. 가정이지만, 일단 저희가 와이낫 형님들을 16강에서 이긴다는 게 죄송하네요. (웃음) 그리고 로맨틱 펀치가 장미여관을 이기고 올라온다는 것도 재밌고요. 실제 로맨틱 펀치를 인상적으로 봤거든요. 보컬이 에어로 스미스의 스티븐 타일러 같은 록스타 느낌이 강하더라고요. Q. 가상의 대진표에서 데이브레이크 외에 관심 가는 밴드가 있나요? 원석: 현장에서 다른 팀을 제대로 모니터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애매하지만, 해리 빅 버튼 같은 밴드가 요새 없잖아요. 오리지널로 그냥 해버리는 느낌이 신선하더군요. 그리고 16강에서 피터팬 컴플렉스와 만난다는 가정도 재밌네요. 노 리스펙트 포 뷰티는 사실 제가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피아랑 칵스를 다 제쳤다고 하면 정말 고마운 밴드네요. (웃음) 이 인터뷰가 끝나면 찾아서 들어봐야겠어요. Q. 저희는 필진들이 다수결로 투표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실제 방송현장에서의 심사위원들의 성향은 어땠나요? 원석: 프로그램 제목이 탑밴드니까 악기 간의 발란스를 더 보지 않을까했는데, 생각보다는 가창력을 많이 보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포스트 록 같은 트랜디한 밴드들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후하지 않았지만, 칵스 같은 밴드가 호평을 받고 있으니 최소한의 균형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이제 좀 더 자세히 가상 16강 토너먼트에 대해 알아보죠. 16강에서 와이낫과 붙었어요. 필진으로 이루어진 심사위원은 5명이고 방식은 다수결이었습니다. 원석: 심사위원이 엘리펀트 슈의 필진들이라면 성향 상 저희가 쉽게 올라갈 것 같아요. 투표 이유 중에 ‘데이브레이크가 더 젊고 훈훈하다’라는 이유가 마음에 드네요. (웃음) Q. 데이브레이크에게 탑밴드에 나간다는 건 어떤 의미였나요? 원석: 계기, 도전이란 단어로 설명할 수 있죠. 멜론 루키나 헬로 루키에 나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경연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밴드에게는 위험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두 경연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었고, 밴드가 한 단계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탑밴드는 TV 방송이라 더 큰 위험부담이 있지만, 멤버들끼리 더 단단하게 뭉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니까 출연에 대해 이견이 없었어요. Q. 8강에서는 피터팬 컴플렉스를 만나네요. 결과를 예상한다면? 원석: 3:2 정도 아닐까요? 필진들의 취향을 본다면 박빙이었을 것 같은데요? Q. 4:1로 데이브레이크가 올라갔네요. 인상적인 투표 이유는 뭐였나요? 원석: 저희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이유가 인상적인데, 두 밴드가 서로 할 수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도 않고 평가의 기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만나서 그 필진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네요. (웃음) Q. 4강에서 만나는 노 리스펙트 포 뷰티라는 팀은 생소하죠? 원석: 앞에서도 말했지만, 솔직히 잘 모르는 밴드에요. 하지만 피아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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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스를 토너먼트에서 이기고 올라왔다는 건 대단한 밴드라는 얘기겠죠? KBS의 TV프로그램이라면 단순히 두 밴드만의 비교가 아닌 음반 시장이나 밴드 전체를 반영하고 대변해야 되는 입장이 있으니 엘리펀트 슈의 16강 토너먼트가 훨씬 자유롭고 신선한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Q. 반대편 조에서는 장미여관과 로맨틱 펀치의 활약이 뛰어나네요. 봉숙이로 화제가 되고 있는 장미여관에 대한 생각이 듣고 싶네요. 원석: 현장은 누가 더 센 것을 보여주느냐 하는 전쟁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다들 힘이 들어간 상태인데 이 밴드는 거의 유일하게 힘을 빼고 방송에 임하더군요. 그런 느낌이 음악에도 묻어있고, 퍼포먼스도 위트가 있어 좋았어요. 다른 밴드들과 확실히 차별이 되니까 의미가 있죠. Q. 실제 방송에서 만나보고 싶은 결승 상대가 있나요? 원석: 솔직하게 다 안 만나고 싶어요. 지금이야 같은 배를 타고 가는 감정이라 밴드끼리 동질감도 느끼고 부담도 덜 하지만, 4강과 결승은 분위기가 다를 것 같아요. 심사에 대한 이견 차이도 많을 것 같고요.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밴드와도 경연을 해서 이기고 지는 것을 가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전에 피터팬 컴플렉스 지한이에게 만약 16강 이후에 두 팀이 붙으면 한 곡을 같이 편곡해서 연주하고 내려오자 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불가능하겠지만, 진심이에요. Q. 방송에 참여하면서 어떤 감정이 드나요? 원석: 프로그램의 취향이나 방식을 떠나 그동안 데이브레이크가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의 경연이 어떤 방법을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때까지의 평가로는 8년 가까이 밴드를 해왔던 우리의 노력이 인정받는다는 기분이죠. Q. 경연, 대결 구조라는 방식이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나요? 원석: 앞에서도 말했지만, 물론 부담이 되요.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심해질 거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하고 있는 음악적 색깔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확실히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어느 라운드에서 떨어지더라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아요. 거기다 멤버들의 능력 역시 뛰어나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연주력이든 가창력이든 편곡 능력이든 말이죠. Q. 데이브레이크의 탑밴드에 출연한 궁극적인 목표군요. 원석: 그렇죠. 이런 것들이 탑밴드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밴드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서 단독공연에 사람들이 더 찾아오고 3집 앨범이 더 들려지는 게 목표에요. 지금이 데이브레이크의 양적인 팽창이 이루어져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Q. 탑밴드를 비롯해 이번 3집 활동을 하면서 새롭게 데이브레이크를 알게 된 팬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께 한마디 해주시죠. 원석: 방송을 보고 난 뒤에 우리 음악을 찾아 들을 정도면 일단 너무 고맙죠. 반드시 음악을 들은 후에는 직접 데이브레이크의 공연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이어폰으로만 들었던 음악을 넘어 공연의 재미를 느끼신다면 밴드 음악의 매력을 쉽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Q. 데이브레이크가 일반 가요를 듣는 사람들에게 첫 밴드 입문서가 되는 건가요? (웃음) 원석: 좀 거룩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을 시작으로 더 딮(deep) 한 밴드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본 조비로 시작해 슬립낫 아니면 시규어로스나 프로그레시브, 포스트 록으로 가는 것처럼 말이죠. (웃음) Q. 그런 의미에서 엘리펀트 슈 가상 16강에서의 우승은 의미가 있는 거네요. 원석: 맞아요. 우승을 하는 밴드는 많은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고, 연주력이나 음악성이 탄탄한 팀이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관심이 우승한 밴드를 넘어 밴드 문화 전체로 퍼질 수 있다고 보니까요. 만약 저희가 실제로 우승한다면 데이브레이크를 통해 홍대 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일반 분들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Q. 사실 아이러니하게 데이브레이크나 불독맨션 같은 음악이 밴드 입문서이기도 하지만, 밴드 음악을 많이 듣고 난 사람들의 마지막 선택이기도 합니다. 원석: 그렇게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죠. 탑밴드에 대해 좀 더 얘기하자면 소위 홍대, 인디 씬에서 큰 사랑을 현재진행형으로 받고 있는 밴드들은 탑밴드에 많이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유는 잘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연주력과 가창력을 떠나 진한 색깔을 보여주는 팀들이 더 참여하고, 경연 방식도 커버곡이 아니라 자작곡으로 했으면, TV프로그램을 통해 더 큰 파급효과를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아요. Q. 얘기를 들어보니 밴드 문화를 조명할 수 있는 다양한 TV 프로그램과 미디어가 존재해야 되겠군요. 한 가지 더 질문해 볼게요. 심사위원들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방식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원석: 심사위원들에게 평가를 받는다고 인지하는 순간 주체적으로 방송을 하진 못할 것 같아요. 점수와 평가를 떠나서 우리의 무대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데이브레이크 만의 밴드 사운드를 시청자들에게 전달 할 수 있다고 확신해요. Q. 인터뷰를 하고 나니 더욱 데이브레이크의 우승을 지지하게 되네요. 실제 탑밴드 방송에서도 좋은 결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원석: 감사해요. 가상이지만 좋은 밴드들과의 16강에서 우승하게 되어 기분이 좋네요. 다른 멤버들에게도 바로 소식을 알릴게요. 혹시 코끼리 트로피나 우승 상금은 없나요? (웃음)

to p


b a n d

to u r n a m e n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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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RESPECT FOR BEAUTY Q. 먼저 가상 16강 토너먼트의 결과를 보시죠. 노 리스펙트 포 뷰티가 4강 까지 갔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우영: 놀랍네요. 진심으로 놀라워요. 한신: 원래 저희가 바랬던 이상적 결과가 그대로 반영됐네요. (일동 웃음) Q. 많은 밴드들이 탑밴드 출연을 쉽게 결정 하지는 못한 걸로 압니다. 노 리스펙트 포 뷰티는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우영: 많은 고민을 했지만, 저희 밴드는 경연이나 오디션에 큰 거부감이 없어요. 저희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어디든지 다 괜찮다고 생각하니까요. 탑밴드 시즌1을 봤을 때 장르적 특성을 타는 TV 프로그램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파급력을 생각했을 때 나가도 좋다는 판단을 했죠.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는 것보다는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었어요. Q. 노 리스펙트 포 뷰티가 트리플 토너먼트에서 떨어진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탑밴드의 다양성에 대한 한계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본인들은 떨어지고 어떤 기분이었나요? 한신: 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떨어지면 “탈락했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라는 식의 방송 멘트를 하잖아요. 막상 떨어지니까 그런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우영: 사실은 큰 기대를 하고 나간 건 아니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것치곤 실망이 컸어요. 인디 씬에서 열심히 하는 밴드들이 출연했다고 이슈화를 시킨 것에 비해 밴드에 대한 존중이 거의 없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희도 많은 오디션을 보고 경연을 한 경험이 있는데, 탑밴드 만큼 분함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Q. 분함이라면 어떤 부분에 관한 분함인가요? 우영: 아침에 오게 해서 새벽까지 기다린 뒤 촬영을 하면서 떨어지면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았어요. 탈락한 결과보다 과정에 있어 심사위원들의 태도와 스태프들의 존중 없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반영이 되서 분하더라고요. Q. 개인적으로는 트리플 토너먼트에서 통과를 하셨으면 전문심사위원단 제도가 있기 때문에 30강에도 들고 16강에도 들었을 것 같은데요. 한신: 실제로 유영석 심사위원이 저희에게 평론가들이 사랑하는 밴드라고 하더라고요. 엘리펀트 슈의 가상 16강 토너먼트가 실제였으면 엄청난 이슈가 됐을 것 같네요. (일동 웃음)

Q. 투표 이유 중에서는 어떤 것이 제일 마음에 드시나요? 준석: ‘9분 정도는 되어야 음악이지’라는 이유가 제일 와 닿네요. (웃음) Q. 8강에서는 칵스를 만나네요. 그리고 1표 차이로 4강에 올라갑니다. 16강에서처럼 투표 이유 중에 하나만 골라주신다면 어떤 거죠? 준석: ‘3년 뒤에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칵스’라는 칵스 선정 이유가 인상적이에요. 어쨌든 3년 후 저희가 달라진다는 얘기니까요. Q. 4강에서는 우승팀 데이브레이크를 만납니다. 한신: 사실 피아랑 칵스의 음악은 잘 아는데, 데이브레이크는 탑밴드를 통해서 처음 접했어요. 여기서는 저희가 떨어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4강으로 만족해요. 준석: 이름은 많이 들었고, 인지도 있는 팀이란 건 알았죠. 홍대 길거리에 포스터도 많이 붙어 있잖아요. (웃음) Q. 제가 노 리스펙트 포 뷰티에게 매번 표를 던진 건 아니지만 4강까지 올라왔다는 부분 때문에 엘리펀트 슈의 가상 16강 결과가 너무 만족스럽더군요. 한신: 실제로 제가 바랬던 가장 이상적인 스토리였어요. (웃음) Q. 세 분이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한신: 저는 지금 이 밴드를 하려고 멤버를 모으고 있었고, ‘뮬’이란 사이트를 통해 만났어요. 우영: 만난 계기에 드라마가 없죠. (일동 웃음) 준석: 근데 요새는 예전처럼 뮬에서 만난 밴드들이 거의 없더라고요. 오히려 독특해보이기도 해요. Q. 이제 노 리스펙트 포 뷰티의 음악 얘기를 해볼까요? 이런 음악을 하기 위해 멤버들이 모인 건지 아니면 모여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건지 궁금하네요. 우영: 포스트 록 음악을 멤버들이 모두 좋아해서 이런 음악을 해보자고 모였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런 장르의 밴드들이 아직까지는 많지 않기 때문에 앨범 제작 과정에서 여러 어려운 점이 생기더라고요.

Q. 먼저 16강부터 살펴볼까요? 피아랑 붙었는데 결과 예상을 한다면 몇 대 몇일까요? 준석: 겨우 이겼을 것 같은데요? 아마도 3:2겠죠. 우영: 한국에 록스타란 개념이 약하지만 피아는 록스타잖아요. 그런 밴드를 이기고 저희가 올라간다는 가정이 새롭고 화제가 될 것 같네요.

Q. 예를 들면 어떤 점이 그랬나요? 우영: 보컬이 있는 음악과 저희의 음악은 접근 방법 자체가 다르잖아요. 보컬이 없기 때문에 세 가지 악기로 가득 채워야 되는데, 믹스할 때 문제점이 생기더라고요. 정말 잘하시는 엔지니어 분이랑 작업을 했으나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결국에는 저희가 직접 믹스를 했죠. 이쪽 음악에 대가가 우리나라에 존재한다면 큰 도움을 받으며 작업을 했을 텐데 아직은 그런 수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한신: 우영이 형이 믹스를 직접하고, 저희는 모니터를 하면서 작업을 진행했어요.

Q. 결과는 4:1이네요. 우영: 4:1이요? 저희가 피아를요? 한신: 엘리펀트 슈 필진들이 저희를 너무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일동 웃음)

Q. 노 리스펙트 포 뷰티가 개척자가 되어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우영: 장르를 개척한다는 느낌보다 저희 스스로를 개척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저희에게 맞는 사운드 저희가 원하는 곡을 계속해서 만들어가야겠죠. 한신: 일단 이런 장르에서는 저희가 제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긴 해요.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저희의 길을 개척해 갈게요. Q. 결국 믹스나 녹음 모두 음악에 대한 이해도의 문제인데 공연장에서는 좀 더 나은 상황인가요? 준석: 엔지니어에게 기타 소리 줄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죠. (일동 웃음) 우영: 예전에는 정말 많이 들었는데, 최근에 조금 나아졌어요. 준석: 개인적으로는 엔지니어를 존중하는 게 맞기 때문에 일단 줄이고 공연 도중에 조금씩 올려요. (웃음) 관객들에게 들리는 소리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무대 위의 모니터 상황도 신경이 정말 많이 쓰이거든요. 저는 무대 안에서 소리가 좋아야 공연이 만족스러우니까요. Q. 노 리스펙트 포 뷰티 같은 팀은 밖으로 나오는 소리에 대한 의견을 엔지니어와 상의 할 수 있는 이해도 높은 사람이 스태프로 있어야 될 텐데요. 우영: 그러면 너무 좋죠. 최근에 그런 경험을 해봤어요. Pg. LOST라는 해외 팀이 내한 했을 때 공연을 같이 다녔는데, 친해지고 나서 그 친구들이 사운드를 체크해서 엔지니어와 상의를 해주더라고요. 그렇게 하니까 무대 위에서 굉장히 마음이 편했어요. 한신: 이런 장르의 음악을 잘하는 친구들이 봐주니까 믿음이 생겼죠. 준석: 저는 안 믿었는데... 그 친구들이 우리 견제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도 조금 들던데요. (일동 웃음) Q. 재밌네요. Pg. Lost 친구들과 삼자대면을 시키고 싶네요. (웃음) 개인적으로 앨범 커버 디자인이 굉장히 마음에 드는데 설명을 부탁할게요. 우영: 일반적인 디자인보다 그림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저희 회사 파스텔을 통해 화가 분들을 알아봤어요. 그리고 제일 마음에 드는 그림을 선택했죠. Q. 아, 화가 분의 그림이었군요. 이 질문은 사실 제일 처음에 했어야 되는데 마지막으로 하게 되네요. 밴드 이름은 어떻게 지으셨고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준석: “Time has no respect for beauty.”라는 영화 카운테스의 대사 중에서 따왔어요. 우영: 저희는 시간만이 그런 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시간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에 대한 존중이 없다고 생각되어져서 ‘No Respect for Beauty’라는 밴드 명을 선택했어요. Q. TV 프로그램에서의 탈락한 밴드에 대한 존중이 없는 부분은 잊으시고, 지치지 않으며 계속 좋은 음악 들려주시길 바랄게요. 일동: 가상이지만, 4강에 저희 이름이 있어 만족스러웠어요. 인터뷰 즐거웠고, 엘리펀트 슈 독자 분들을 저희 공연장에서 볼 수 있었으면 더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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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Sketch 논란의 레이디 가가 공연에서 과연 어둠의 영들이 부흥했는가 lady gaga The Born This Way Ball Tour in Seoul 레이디 가가 2012.4. 27 @ 잠실종합운동장 words : 가내수공업 장인 에밀리, photo : 현대카드

미리 말해두자면, 나는 레이디 가가의 팬이 아니다. 각종 시상식 때마다 선보이는 기괴한 드레스와 깜짝 놀랄 만한 퍼포먼스를 좋아하지만, 그 이상의 관심은 없었다. 가가의 공연을 꼭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한 종교단체의 공연 반대 운동 때문이었다. 지인이 받은 문자 메시지 대로 이 공연이 정말로 ‘어두운 영혼들의 부흥회’라면, 그 얼마나 놀라운 역사의 현장인가. 게다가 서울이 월드

투어의 첫 번째인지라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는 그 무대도 궁금했다. 무대 설치 기간 중에 공연장에 드나드는 로컬 스태프들의 휴대전화에 스티커를 붙이고, 사진을 찍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얼마나 대단한 걸 만들기에? 호기심은 퀴디치의 스니치 볼처럼 갈 곳을 잃은 채 뛰어올랐다. 이게 다 레이디 가가 때문이야. 공연에 대한 온갖 비방들은 계속되고 드디어 공연 날, 아침부터 몬스터핏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관객들의 사진이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했고, 공연장으로 가는 도로가 정체를 빚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서울에 큰일이라도 생긴 것 같았다. 이게 다 레이디 가가 때문이야. 무대는 기대했던 대로 아름다웠고,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무대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댄서들과 진짜다 가짜다 이야기가 분분한 말 두 마리, 모터사이클과 고깃덩어리까지. 그 중 최고로는 무대의 메인이 된 그 아름다운 성을 꼽겠다. 자유자재로 트랜스폼하며 밴드들이 숨어 있고, 예상 못 한 곳에서 가가가 등장하는 중세의 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디 가가는 자신만의 왕국 ‘Kingdom of Fame’을 완벽하게 무대 위에 구현해냈고, 가까이서 가가를 지켜본 관객들은 극찬할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 벌어지는 몇 가지 사소한 문제들을 뒤로 하고. 3층의 일부 좌석들에는 좌석번호가 붙어 있지 않았고, 관객들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아야 했다. 곳곳에 뭉텅이로 버려져 있는 좌석번호표가 주최측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애초에 공연장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설치된 스크린과 카메라 워크는 앞자리 관객들을 위한 것이었다. 조금 더 커다란 스크린과 3층 꼭대기 관객을 배려하기 위한 클로즈업은 염두에도 없었던 것일까? 가가가 면봉보다 작게 보이는 3층 꼭대기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가장 집중할 때는 가가가 어디에 있는지 찾느라 바쁘게 눈동자를 움직일 때뿐이었다. 이래서야 어두운 영들의 부흥회는커녕, 중학생 교회 수련회도 제대로 치러내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게 다 내가 동성애자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한 주님의 뜻이려니. 지금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레이디 가가의 콘서트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한창이라고 한다. 멀리서 공연을 지켜본 관객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어둠의 영들이 부흥회를 하기에는 집중력이 너무 떨어지니 안심하고 공연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빛나는 노이즈의 향연, 노 에이지 내한 공연 No Age live in seoul 노에이지 2012.4. 28 @ 롤링홀 words : 손은지, photo : Eny (SuperColorSuper)

런던 생활 4년 만에 방문한 서울은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교통카드를 사용할 줄 몰라 역에서 당황하기도 하고, 번쩍이는 공항 철도에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바로 노 에이지 같은 밴드가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되었다는 큰 변화였다.

노 에이지는 LA를 기반으로 한 2인조 노이즈 록 밴드이다. 내지르고 달리는 하드코어 밴드의 펑크적 에너지와 함께, 꽤 깊이 있는 익스페리멘탈 노이즈까지 갖춤으로써 현재 피치포크가 애호하는 밴드이자, 음악 좀 듣는다는 마니아들에게 인정받는 밴드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떴다 한들 아직 그들은 인디 음악의 천국인 런던에서조차 여전히 ‘언더그라운드’로 여겨진다. 그런 그들이 한국 땅에서 공연을? 잠시 방문한 한국에서 때맞춰 벌어진 이 역사적인 순간을 도저히 놓칠 수가 없어 다음 날 아침 런던행 비행기를 타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이 공연을 반드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런던에서 그들의 공연을 3번 정도 본 적이 있다. 런던 언더그라운드 음악 팬들은 얌전한 편인데, 혹시라도 잘 챙겨입고 온 옷이 구겨질까, 좋다고 너무 날뛰면 비교적 덜 쿨해 보이진 않을까란 생각에 음악이 아무리 좋고 신나도 서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공연을 즐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노 에이지 공연에서는 달랐다. 무대 앞에서 광란의 슬램이 벌어졌던 것. 그렇다면 공연 잘 즐기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나라 관객들은 어땠을까? 계속되는 슬램과 스테이지 다이빙에 공연장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절정’ 상태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딘 스펀트(Dean Spunt)는 드럼을 치면서 노래해야 하고, 랜디 랜달(Randy Randall)도 현란한 퍼포먼스형 기타리스트라기보단 진중하게 연주만 하는 편이기 때문에 볼거리가 화려한 공연이라곤 말하긴 어렵다. 한마디로 로우파이 인디밴드의 기본에 충실한 공연인데, 그럼에도 드럼과 기타 두 악기만으로 관객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라이브 실력과 공연장에서 더욱 빛나는 노이즈의 향연은 (밴드명도 노에이지 - 노이이지 - 노이즈 아니겠는가!) 이들 공연을 여느 평범한 인디 록 밴드 공연 중 하나로만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노 에이지 비디오를 유튜브에서 찾아보다가 인상 깊은 답글을 본 적이 있다. “노 에이지는 새 시대의 소닉 유스(Sonic Youth)다!” 어쩌면 ‘에이, 그 정도까진...’이라는 생각에 인상을 찌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곁에 영원히 ‘유스’로 남아줄지 알았던 소닉 유스가 ‘부부 문제’로 이렇게 돼버린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소닉 유스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 아닐까. 그것이 노 에이지가 되지 않을까 소심하게 중얼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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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시큼한 청춘의 소울, 모리세이 첫 내한공연 Morrissey live in seoul 모리세이 2012.5. 6 @ AX-KOREA words: 맹선호, photo: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70년대의 끝자락을 간신히 붙잡고 한국에서 태어난 내가 스미스(The Smiths)와 모리세이의 음악을 듣게 된 것은 다시 생각해봐도 꽤 운이 좋았다. 80년대 영미권에서 사춘기를 보낸 이들에게 징글쟁글한 사운드와 무심한 모리세이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진 ‘병신같은데 멋진 이야기’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는 그저 상상만 할 뿐임에도 말이다. 자기애와 자학이 공존하는 모리세이의 태도는

가사뿐만이 아니라 인터뷰나 글을 통해 공공연히 노출되어왔고, 타협 없는 극단적 표현 때문에 그에겐 열성적인 추종자만큼이나 비난도 많다. 이런저런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텍스트를 통한 표현의 비중이 크다 보니 영미권 밖에서 그의 매력을 파고들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지 싶다. 그렇기에 모리세이 단독 내한공연은 2012년 종말설을 다시금 떠오르게 할 정도로 의외였다. 비관적이었던 예상과는 달리 공연장은 꽤 북적였다. 자신의 취향을 세뇌라도 시킬 듯 공연장에는 모리세이가 치밀하게 고른 음악과 영상이 플레이되었고, 7시 정각 그가 무대에 올랐다. ‘Who Is Morrissey?’라고 묻는 거대한 오스카 와일드의 무대배경 앞에 양팔을 벌리고 “내 소울을 너희에게 주겠다”며 외친 그의 자아도취적 등장은 부흥회를 연상시켰다. 그의 몸짓은 연극적이었다. 노래를 부르며 무릎을 꿇는 움직임은 세익스피어 시대의 비극적 주인공 같았다. 긴 마이크 줄을 채찍처럼 휘둘렀고, 무대 앞 열성 팬들에게 은혜라도 내리는 듯 손을 내밀어 스치듯 잡아주었다. 까만 브이넥 상의는 푹 파여 가슴골을 드러냈고, 갈아입고 나온 셔츠의 단추는 네 개쯤 풀어헤친 채였다. ‘눈을 감고 육체적으로 동경하는 사람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키스하게 해달라. 눈을 뜨면 당신이 육체적으로 경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자학적인 처절한 사랑 노래 ‘Let Me Kiss You’에서 결국 남은 단추를 순식간에 뜯어버린 ‘찢모리세이’는 객석으로 하늘빛 셔츠를 내던졌다. 가사와는 달리, 드러난 그의 상체는 중년 남자치고는 꽤 탄탄해서 치기 어린 자기과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객석에서 탈취전이 벌어지는 동안 그는 냉큼 코발트 빛 셔츠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역시 단추 네 개는 푼 채. 앙코르 ‘First Of The Gang To Die’의 막바지, 모리세이는 웅크린 새처럼 드럼세트 앞에 누웠다. 삐딱하고 까칠한 유아독존의 태도는 중년의 지금까지도 여전한 그의 여리고 예민한 소울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들 정도로 그의 뒷모습에서는 연약함이 묻어나왔다. 그의 극단적 청춘의 표현에 한 번쯤 공감했던 이라면 그날 자아도취적 몸짓과 냉소적인 말투의 그에게서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시큼한 청춘의 소울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싶다. 오스카 와일드 소설 속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화가 생각나는 밤이었다. 부끄럽고 찌질하지만 소중한 내 청춘이 스미스와 모리세이의 음악 안에 여전히 있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 사이. 조금은 어른이 된 듯도 하고, 조금은 어린이가 된 듯도 한 공연 ELEPHANT-SHOE RELEASE PARTY : MAY 2012 한받(아마츄어증폭기, 야마가타트윅스터), 위댄스, 적적해서그런지, 곽푸른하늘 2012. 5. 6 @ 살롱 바다비 words: 石군, photo: 원지인

나이는 어른인데 어른스럽지 못한 내가, 그렇다고 부모님께서 보시기에 사랑스러운 어린이도 아닌 내 상황처럼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사이에 낀 5월 6일에 엘리펀트슈의 세 번째 릴리즈 파티가 열렸다. 이번 공연에는 갓 스무 살이 된 어린 뮤지션부터 아이를 안고 공연을 다니는 아버지 뮤지션도 함께 공연했다. 공연 종반에는 관객과 뮤지션 모두가 하나 되어 춤을 췄고, 짜파게티도 나눠

먹었다. 그리고 난 조금은 어른이 된 듯도 했고, 조금은 어린이가 된 듯도 했다.

1. 곽푸른하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린 소녀의 때 묻지 않은 풋풋한 감성을 미숙하다 여겼던 반면, 나이를 먹은 최근에는 이런 감성에 마음이 동한다. 왜 아이유에게 삼촌팬이 많은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나의 삼촌레이더망에 걸려 무서운 언니, 오빠들과 공연을 하게 된 그녀, 홍대의 아이유라는 바다비 사장님의 소개 멘트로 더더욱 난처한 분위기 속에 공연을 시작했다. 물론 “홍대의 아이유란 말은 제가 한 것 아니에요!”라는 말과 함께!

2. 적적해서그런지 이렇게 저렇게 음악은 들어봤지만 라이브는 처음이었다. 비둘기 우유의 함지혜가 이 팀에서도 기타를 맡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이 정도로 연주를 잘하는 기타리스트라는 것을 이제 알았다. 드러머만 남자일 뿐 키보드, 기타 베이스 모두가 여자인 팀의 파워풀한 사운드로 공연하고 내려온 누님들에게 나도 모르게 극존칭으로 인사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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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위댄스 요즘 아는 사람이라면 안다. 이들의 공연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이들의 공연을 영상으로만 본다면 그저 키치함을 무기로 한 가벼운 팀으로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이들의 공연을 직접 본다면, 이들이 음악적으로나, 표현 방법에 있어서도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의 진정성을 본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거의 모든 관객들이 위댄스의 CD를 하나씩 사갔다.

4. 한받(아마츄어증폭기, 야마가타트윅스터) 이번 공연에서는 아마츄어증폭기도, 야마가타트윅스터 둘 중에 어떤 이름도 아닌 한받이라는 이름으로 포스터에 올랐다. 그 이유는 인터뷰에서 설명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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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처럼 관객이 두 이름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그 기대를 배신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공연은 그가 끌고 다니는 구루부구루마와 함께한 일기를 읽으며 그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 일기는 한순간에 사람을 웃겼다가도, 바로 다시 울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그 위에 얹어진 음악은 그 감정을 더 깊게 만들었다. 그는 말했다. “책과 음반은 영혼을 위한 경양식입니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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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WORDS : 용식

본격적인 페스티벌 시즌에 앞서 몸풀기가 필요하다면?

live they 2012

2012. 6. 23 sat 4PM @ AX-KOREA

해피로봇과 마스터플랜 아티스트들의 연례 사은대잔치인 <live THEY>가 6월 23일 토요일 AX-KOREA에서 열린다. 2008년을 시작으로 작년을 제외하곤 매년 관객들을 찾아온 live THEY는 탄탄한 라인업과 다양한 컨셉으로 큰 호응을 얻어왔다. 올해는 티켓 오픈 5분만에 전체 수량의 3분의 1을 판매하였다고 하니 live THEY를 기다리는 관객들이 점점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레이블공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페스티벌형식을 통해 해피로봇과 마스터플랜의 대표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이번 공연은 ‘나눔’을 테마로 펼쳐진다.

출연 팀들은 같았지만 전혀 다른 무대를 보여주었다. 2010년에는 스토리를 도입해 두 팀으로 나뉘어 팀 대항전을 펼쳤다. 특히 공연 한 달여 전에 팀 추첨 영상까지 공개하면서 공연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자극하였다. 올해는 ‘나눔’이라는 테마에 걸맞게 아동, 환경, 국제구호, 공정무역 등을 실천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사회단체들과 연계하여 부스가 운영된다. 또한 놀라운 점은 참여 아티스트들의 소장품 경매 수익금뿐만 아니라 공연과 관련된 수익금 역시 전액 기부된다는 점이다.

2008년 live THEY가 시작될 때만 해도 레이블 단위의 기획공연이 전무하던 때였다. 같은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이 서로의 세션이 되어 한 무대에 올라있는 모습은 그때 당시만 해도 신선한 즐거움 이었다. 다음해 열린 live THEY 2009에서는 동일한 라인업으로 첫 날은 어쿠스틱, 둘째 날은 일렉트로닉 컨셉으로 진행되며 변화를 주었다. 더군다나 셋 리스트의 90%이상이 달라

6시간 반의 러닝타임을 꽉 채워줄 출연 팀들 또한 이번 live THEY에 대한 갈증을 채워준다. 권순관, 데이브레이크, 랄라스윗, 본킴, 소란, 솔루션스, 오지은, 이지형, 조브라운, 칵스 등은 흡사 페스티벌 라인업을 연상케 한다. 대부분의 관심이 데이브레이크와 칵스에 쏠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루와 박솔로 이루어진 솔루션스의 첫 무대에 주목하고 싶다. 나루는 데뷔 앨범 [자가당착]으로 ‘모던 영재’라는 수식어를 얻었으며 두 번째 앨범 [yet]을 통해서는 원맨밴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박솔은 ‘슈퍼스타K3출신’이 아닌 ‘뮤지션’ 박솔로 불리기 위해 첫 앨범 [The Song Is You] 이후 꾸준히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두 뮤지션 모두 해피로봇 뿐만 아니라 홍대 인디씬을 이끌어갈 미래로 불린다는 점에서 이 둘의 조합은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MUST-hear SONGS 데이브레이크 좋다 SILLY

오지은 또 왜 그래 밤의 열차

랄라스윗 완벽한 순간 우린 지금 어디쯤에 있는 걸까

이지형 솔직히 말해도 될까 Ordinary Day

본킴 웃어봐 Danger

조브라운 사랑 같은 건 You Are My Dream

소란 살빼지 마요 준비된 어깨

칵스 얼음땡 Oriental Girl

마스터플랜 소속의 힙합 뮤지션, 본킴과 조브라운을 위 뮤지션들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은 live THEY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고등학교 때 랩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획득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본킴은 국내에서 가장 독특한 보이스를 지닌 하이톤 래퍼로 인정받고 있다. 조브라운은 2010년 정규 1집 [Me, Myself & I]의 발표와 함께 힙합플레이어가 선정한 2010년 4월의 신인아티스트로 뽑혔으며 노리플라이의 ‘ 내가 되었으면 ’ , 데이브레이크의 ‘ SILLY ’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면서 새로운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해피로봇과 마스터플랜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발전과 함께 live THEY도 횟수를 거듭할수록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공연장의 규모뿐만 아니라 출연 뮤지션들의 무게감도 역대 급인 이번 공연은 어느 때보다 착하고 뜨거운 무대가 될 것이다. 뜨거운 여름과 함께 찾아올 본격적인 페스티벌 시즌에 앞선 몸풀기가 필요하다면 live THEY와 함께 하는 건 어떨까?

프레드페리의 뷰직세션이 이디오테잎을 만났다.

IDIOTAPE

FRED PERRY SUBCULTURE VIEWZIC SESSION 2012

2012. 6. 29 FRI 8PM / 30 SAT 7PM @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드디어 이디오테잎(IDIOTAPE)과 뷰직(VIEWZIC)이 만났다. 이디오테잎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흡입력으로 관객들을 광란의 상태로 만들지만 이번에는 영상 퍼포먼스라는 무기를 장착하였다. 이디오테잎이 일렉트로닉 음악과 록음악의 경계를 허물며 기존의 것과는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 뷰직은 음악을 상대로 영상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커뮤니케이션하며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둘의 결합은 이미 예고된 것일 뿐만 아니라 가장 기다려왔던 조합이다. 이번 공연은 <프레드페리 서브컬쳐 뷰직세션 2012 (FRED PERRY SUBCULTURE VIEWZIC SESSION 2012)>의 전반기 마무리이자 하이라이트가 될 공연으로 벌써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록커도 춤추게 만드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이디오테잎의 음악은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꿈틀거리는 사운드로 듣는 이들을 흔들어 놓고 때로는 전속력으로 내 달리며 감정을 고조시킨다. 이렇게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감각과 몸의 움직임을 지배해버리는 이들의 음악에 아무리 일렉트로닉 음악이 생소하더라도 팔짱 끼고 무표정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재형 이효리의 유앤아이>에서 이들의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디오테잎을 알지 못하는 방청객들이 대부분

EXPECTED SETLIST PLUTO 080509 MELODIE SUNSET STRIP IDIO_T HEYDAY TOAD SONG EVEN FLOOR WASTE LEAGUE SONG2 20

E L E P HA N T - S HO E

이었겠지만 ‘Pluto’ 도입부 만으로도 무장해제 되어버리는 모습은 공중파 음악방송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이디오테잎의 음악은 사실 특별한 분석이나 해석의 여지가 없는 듯해 보인다. 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듣는 이를 신나게 만드는 음악’이라는 존재이유도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이 담고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은 이들의 음악을 계속 듣게 만드는 또 다른 힘이라는 점에서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단순히 빈티지 장비를 사용해서가 아니라 몇몇 곡의 멜로디와 메시지는 추억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소리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여렸을 적 즐겨 하던 문방구 앞 전자오락기의 뿅뿅 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Toad Song’의 ‘두껍아, 두껍아’ 멜로디와 ‘Even Floor’에서의 민요와 같은 사운드는 듣는 이의 오래된 감성을 자극한다. 또한 ‘Heyday’는 인생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청춘의 향수를 노래한 곡이라고 하니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도 담고 있다. 뷰직의 영상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작년에 무대스태프으로 참여했던 기업 프로모션 공연이 시작이었다. 고백하건대 그 이전까지는 ‘음악을 뒷받침 하는 영상’이라는 한정된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 접했던 뷰직의 영상은 기존에 이미 익숙했던 곡들을 새롭게 들리도록 하는 힘이 있었다. 음의 파동을 그대로 느끼게끔 하는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음악에 따라 몸이 쿵쾅거리는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영상의 힘은 작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첫날 저녁 오픈 스테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뷰직클럽’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공연에서 몽구스, 캐스커, 글렌체크 등이 뷰직의 영상과 함께 무대에 올랐고 개인적으로는 애초에 음악보다는 영상에 더 집중해 공연을 보았다. 여러 무대 중 글렌체크의 공연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영상이 오히려 음악을 끌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매우 신선했다. 다시 한번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음악과 영상의 관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어버리는 기회였다. 이번 공연이 담고 있는 것은 단순히 이디오테잎의 일렉트로닉 음악만이 아니다. 음악과 영상의 조화로움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서로가 부딪히고 합쳐짐을 통해 나타나는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를 최대로 느끼기 위해서 관객인 우리가 할 일은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오는 감각들에 솔직해 지는 것이다. 덧붙여 이 감각들을 온몸으로 표출해 낼 수 있다면 누구보다 제대로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RECOMMENDED ALBUMS

We Eat Your Dog Yellow Monsters 2012. 4. 24 올드레코드 이 앨범이 나오기 직전 영국 북쪽의 맨체스터에서는 큰 싸움이 있었다. 맨체스터 소재의 두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가 있었고, 이 경기의 승리자가 우승팀이 되는 결정적인 경기였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신경전이 엄청났고, 그 중 한국인이 뿔날 만한 도발도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팬이 자신의 유니폼에 “Park Ji Sung 8(ate) my dog(박지성이 내 개를 먹었다)”고 새겨 놓았던 것이다. 이에 화가 날 대로 난 내 속이 옐로우 몬스터즈의 이 앨범으로 좀 진정됐다. “우리가 네 개를 먹었다”라는 제목이 마치 동양인을 비하한 맨체스터 시티의 버릇없는 팬의 도발에 대답한 것 같았다. 게다가 음악은 이전 앨범의 강력함은 유지한 채, 균형감을 높였다. 보컬과 코러스의 톤을 맞췄고, 펑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한 방을 가진 후렴구 또한 곡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으며 등장하고, 또 퇴장한다. 펑크 음악의 본토라 할 수 있는 영국의 펑크 밴드의 음악을 들어보면 후렴구는 기가 막히게 훌륭하나, 이를 받쳐주는 멜로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축구처럼 록 음악도 본인들이 종주국이라 목에 힘주는 그들에게 한 방 날려줄 음악으로는 제격이다. “그래! 내가 네 개를 먹었다! 그래서 뭐?!”

Punch Drunk Love One Punch 2012. 5. 22. 루오바 팩토리 솔직히 이야기하겠다. 난 요즘 한국의 포크, 어쿠스틱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아티스트의 한 앨범 안에서 곡이 구분되지 않는 것을 넘어, 각기 다른 뮤지션의 음악까지도 그 곡이 그 곡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쿠스틱 뮤지션의 공연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보곤 했다. 그런 나의 뺨을 후려친 팀이 바로 원 펀치였다. 작년 가을 바우터 하멜과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공연에 오프닝 밴드로 무대에 섰을 때 이들의 공연을 처음으로 제대로 봤었다. 여섯 달이 지난 지금 이 앨범을 듣다 보니 그때 이들이 ‘아직 나는 꿈을 꿔’, ‘사람의 마음’, ‘갈라파고스’를 불렀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 정도로 당시 이들의 공연은 인상적이었다. ‘사람의 마음’처럼 기타가 주가 된 곡에서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편안함이, ‘아직 나는 꿈을 꿔’처럼 키보드가 중심이 된 곡에서는 킨(Keane)의 리듬이, ‘갈라파고스’처럼 풀밴드 사운드에 스트링을 활용한 곡에서는 펀(Fun) 또는 미카(Mika)의 서사적인 표현을 능숙히 해낸다. 게다가 두 남자의 멋진 화음과 더불어 기타와 피아노가 서로를 보조했다가도, 때로는 둘이 같이 전면에 나서 멋진 하모니를 보여주기도 한다.

Bloom Beach House 2012. 5. 15. Sub Pop 드디어 떴다! 신보가 나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들이 드디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발표된 지 2주 만에 영국 차트 15위, 미국 차트 7위를 차지하며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개인적으로 음악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첫 번째 척도로 균형감을 보는 내게 고음, 또는 저음으로 특화된 음악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음악은 균형감이 완벽히 잡혀 있느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 모래 위에 지어진 집은 기초가 부실해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상누각(沙上樓閣)처럼 비치 하우스의 음악도 모래사장 위에 지어진 집 같다. 고음과 저음으로 판단하는 종적인 균형감에 있어서 이들의 음악은 고음과 하이 톤에 치중하여 붕 뜬 느낌을 주었지만, 고음에 특화된 악기와 한숨을 내뱉듯 부르는 노래가 치밀하게 조화되면서 횡적으로는 완벽한 균형감을 이뤄냈다. 덕분에 듣는 이는 안정감 있게 하늘 속을 유영하게 한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음악을 왜 “드림 팝”이라 부르는지 자연스레 이해가 된다. 비치하우스의 음악은 종적인 균형감만을 중시하며 2차원 세계에 머물던 나조차도 횡적인 균형감이 추가된 3차원 세계를 꿈꾸게 만들었다.

Like Wind Blows Fire Cheers Elephant 2012. 05. 08 Cheers Elephant 미국과 영국은 서로가 여러 면에서 경쟁자이지만, 문화 부문에서의 경쟁은 눈곱만큼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다. 더구나 록 음악에 있어서는 서로가 종주국이라 주장하며 난투극을 벌인다. 두 나라의 록 음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인디 씬을 놓고 비교하자면 현재는 미국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지역별로 다양성을 갖고 있을뿐더러, 보다 다양한 음악 스타일과 실험성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텍사스 같은 미국 남부지역에서는 70년대 큰 인기를 누린 싸이키델릭 록 음악이 다시 떠오르고 있고, 뉴욕을 중심으로 한 북동부에서는 예예예스(Yeah Yeah Yeahs)나 클랩 유어 핸드 세이 예(Clap Your Hands Say Yeah)를 필두로 한 전형적인 인디 사운드의 팀이 대세이다. 뉴욕에서 그리 멀지 않은 펜실베니아 주에서 활동 중인 치어스 엘리펀트 또한 기존에 발표한 2장의 앨범이 모두 뉴욕 스타일의 스타일리시하면서도 가벼운 인디 사운드였다면, 이번의 앨범은 텍사스의 사이키델릭 록을 뉴욕 스타일로 꾸며내 사이키델릭 팝으로 만들어냈다. 텍사스의 뜨거운 열기가 이들의 음악에 불을 붙인 것일까? 드디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비록 몇몇 매체에서 이 앨범을 데뷔앨범이라 부르는 굴욕을 맛보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2012. 06 ELEPHANT-SHOE CHART * 이 차트는 향뮤직의 5월 음반 판매량을 기준으로 합니다.

1 5집 - Slip Away 넬 (Nell)

2 2012

무키무키만만수

3 4집 - Beginner’s Luck 페퍼톤스 (Peppertones)

4 We Eat Your Dog (MINI ALBUM) 옐로우 몬스터즈 (Yellow Monsters)

5 서로 (Each Other) 옥상달빛

6 백년

회기동 단편선

7 1집 - Shade

브로큰 발렌타인 (Broken Valentine)

8 Guilt-Free

이이언 (eAeon)

9 2집 - Looking Around 제이레빗 (J Rabbit)

10

Ice Cube (EP)

11

1집 - Natural

12

데자뷰 (EP)

13

1집 - Haute Couture

14

작은방

15

Ultrahighfrequency

16

Hard ‘N’ Loud (EP)

17

파는 물건 (EP) - 재발매

18

Burnout (EP)

19

11111101 (일반판)

20

3집 - 이렇게 이런 날들

3호선 버터플라이

소란 (Soran)

몸과 마음

글렌 체크 (Glen Check)

이한철

유에이치에프 (UHF)

해리빅버튼 (HarryBigButton)

눈뜨고 코베인

포 (Poe)

이디오테잎 (Idiotape)

페일 그레이 (Pale G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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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음악 - [Dragon Ash - Rainy Day And Day]내 어릴 적의 지존 밴드 Dragon Ash의 베이시스트 ‘바바이쿠조’의 명복을 빕니다. 이달의 만화 - [모테키] 갑자기 문득 생각난 만화. 한국어 출판이 되지 않아 어둠의 경로를 통해 보았는데 알고 보니 작년에 영화도 나왔네.. 정말 슬픈 만화다. 이달의 구매 - [아이패드1 16g wifi]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아이패드를 샀다. 그리고 여자친구느님에게 드렸다(슬픔). 하지만 내가 더 많이 썼다. 하하 지금까지 아이패드1은 카메라가 한쪽에만 있고 2는 양쪽에 있는 줄 철석같이 믿고있었다. 내가 바보였다. 1은 양쪽 다 없다. 이달의 아이패드 앱 - [스머프]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다 친구의 스머프 마을을 엿보고 좌절. 같은 마을 키우기인데. 왜 내 마을은 아프리카 오지마을 같으냐.. 이달의 강 - [남한강] 아우...요즘 날씨가 좋으니 집 앞에 남한강도 죽인다. 자전거 타고 강가 따라 달리면 기분이 좋다. 이달의 내 통장 - 드디어 소폭의 상승세. 밥은 굶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이패드 구매로 적신호. 이달의 좌절 - [기타] 지금까지 펑크 같은 곡을 한다고 피크로 기타를 너저분하고 조잡하게 갈기다가 갑자기 친구들과 어쿠스틱을 해보자 해서 급전환. 깔끔하게 쳐보려하지만 영.. 오른손을 잘라버리고 싶다. 이달의 게임 - [데드스페이스2] 급한 마감을 끝내고 3일동안 밥도 굶고 잠도 줄여가며 두 번 클리어했다. 눈알이 쉬이 피곤해져 흔들릴 때마다 pause를 누르고 먼 산을 바라보며 다시 괜찮아질 때까지 잠시 휴식하며 위장을 채우고 또다시 키보드질. 덕분에 엘슈 마감에 늦었다. 石편집장. 날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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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recandplay.net

빛과소음 / Light and Noise 2010. 4. 25. @ 여의도

렉앤플레이는 2009년 11월부터 도시의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라이브 연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기록된 연주를 엘리펀트 슈를 통해 탭진에서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들려드리려 합니다. 우리는 뮤지션과, 라이브와, 공간과, 술을 중시합니다. 우리는 착합니다. 겁먹지 마세요.

고드래미의 숲 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의 여의도공원은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연인들로 붐볐습니다. 배드민턴과 캐치볼을 하며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돗자리에 몸을 뉘인 사람들, 천천히 걸어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짐을 풀었고, 아이들 몇이 관심을 보이며 드러머 수진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공원이라서일까요, 요 어린 것들이 별로 수줍어하지 않더군요. 캠코더를 손에 들고 우리를 촬영하기까지 하는 한 미디어 꿈나무를 보며 잠시 밥줄의 위기감을 느끼던 중, 불벅이 높은 곳에 올라가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옆에서 낮잠을 자던 두 연인은 느닷없는 악기 연주에 놀랐는지 다소 멍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다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깨워서 미안해요). 그러긴 했어도 빛과소음은 레코딩보다 다소 부드럽게, 연주를 해나갔습니다.

분실 사실 여의도에서 가고 싶은 곳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MBC 총파업 농성장입니다. 요새는 비중있는 이슈 대접도 못 받는 이 일을 영상에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아무도 농성을 하고 있지 않더라구요... 헛헛하여 빌딩숲 사이를 돌아다니던 차에 여의도역 쪽으로 가는 길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앰프 때문에 앉아 있어야 하는 꿀버섯을 향해 나머지가 걸어가면서 연주를 해보자고 그 자리에서 결정이 났습니다. 길 복판에서 노래를 부르는 불벅 옆으로 사뭇 다른 표정의 수진과 승현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노라니 각 빌딩의 경비원들이 수상한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차들과 여의도역으로 향하는 행인들이 주위를 스쳤고, 심한 일교차에 바람은 어느새 서늘해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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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전 기타리스트였던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의 새로운 솔로 EP 앨범이 곧 나올 거라네요. 현재 발표한 발매일은 7월 17일이라네요. 그런데 작년에는 2012년 초반에 나온다고 했다가 또 연기된 것이니 이번 발표를 너무 믿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데뷔 앨범으로 대박을 친 멈포드 앤 손즈(Mumford and Sons)의 두 번째 앨범이 이번 가을에 발표 된다네요. 그리고 백신즈(The Vaccines)의 새 앨범도 곧 발표될 예정인데 그 첫 곡을 공개했네요. ‘No Hope’라 붙여진 이 곡을 BBC Radio 1에서 불렀답니다. 백신즈의 새 앨범도 10월쯤에 나올 것 같아요.

여름이 다가오니 굵직한 페스티벌의 헤드라인 발표가 이어지고 있네요. 뉴올리언스의 슈퍼돔에서 열리는 부두 페스트(Voodoo Fest)의 헤드라이너로 그린데이가 서게 됐습니다. 올 여름 바쁜 스케쥴을 뛸 예정인 그린데이인데, 어쩌면 하반기에는 그린데이 단독 공연이 한국에서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요!

지난 매거진에서 앨범이 소개된 바 있는 알라바마 쉐익스(Alabama Shakes)가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어서 많은 인터뷰가 있었어요. 그 중에서 이제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어 스태디엄에서 공연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던 질문에 그들은 웃어버렸습니다. 자신들이 노력해서 채울 수 있는 공연장은 아직도 1,500명 정도이고, 그런 곳에서 공연을 해도 공연 전 대기실에서는 엄청나게 긴장이 된다고 말하네요. 그러니 큰 경기장에서의 공연은 절대 불가능하고, 아직은 2~300명 정도가 들어올 수 있는 술집에서의 공연이 더 매력적이라고 하네요.

요즘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가 일본에서의 공연을 취소했습니다. 그 이유는 탈진 때문이었다는데요. 그 동안에 너무 많은 스케쥴을 소화했고, 일본까지 가기에는 너무 힘들었다네요. 그 후 그녀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나는 도쿄에서 모두와 함께 있고 싶어요. 하지만 정말 미안하게도 나는 지금 아픕니다. 이를 항상 기억하고 있고 꼭 도쿄로 갈 거에요.”라고 밝혔습니다.

비지스(Bee Gees)의 리드 싱어 로빈 깁(Robin Gibb)이 5월 20일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고 그 영향으로 2004년에 나온 [Number Ones]와 2009년에 나온 [The Ultimate Bee Gees] 두 컴필레이션 앨범이 영국 차트에 진입했습니다. 비지스를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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