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pendent rock magazine vol.66 / www.elephant-shoe.net / 2013 FEBUARY TABLOID 15
EPISODE : 추위
石군 커버 뮤지션을 보고 조금은 의아해하실 줄로 압니다. 저희에게도 일종의 ‘ 도전 ’ 입니다. 엘리펀트슈가 창간 이래로 꾸준히 추구해온 목표가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의 진가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자 입니다. 그리고 이번 2월호가 저희의 목표를 가장 과감하게 실현할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엘슈 2월호의 커버 뮤지션은 쾅프로그램입니다. 무한도전의 음원들이 음악차트를 휩쓰는 걸 보며 조금은 씁쓸했습니다. TV가 가지는 미디어 파워에 음악 시장 전체가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엘슈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민이 그리 길지는 않았습니다. 답이 너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엘슈의 목표를 지키는 것. 이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때문에 이번 달 커버 뮤지션인 쾅프로그램에 더 많은 애착이 갑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저희의 도전을 응원해 주세요. 저희의 방향 그대로 곧게 나아가겠습니다. 1월 29일 용식
Album : Latin (2010) 나에게도 길거리에 생긴 빙판에서 미끄럼 타던 순수한 시절이 있었고, 반팔로 스노보드를 타며 허세를 부리던 시절도 있었으며, 암만 추워도 멋을 부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빙판에서는 덜덜 떨며 걷고, 피로에 지쳐 스키장에는 몇 년 째 가지 않으며, 옷은 오로지 방한만을 위해서 입는 내가 남아있다. 겨울이 되어 추위를 느낄 때면 고 1년 사이에 한결 더 늙은 나를 확인하게 된다. 제길! 더 늙기 전에 따뜻한 나라에 가서 살아야지!
JEE
브로콜리 너마저 – 유자차 Album : 보편적인 노래 (2008)
어른이 되어도 겨울방학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추위 때문에 문득문득 하게 된다. 겨울잠 자는 곰이 너무 부러울 정도로 추위에 대한 참을성 제로인 나이지만, 그동안 추위 덕에 좁은 냉장고를 대신하였던 베란다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겨울이 끝나는 게 두렵기도 하다.
JUNE
유니클로 믹스플레이 비치 하우스의 인터뷰자리에서 유난히 제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빅토리아의 투박하고 낡은 부츠였습니다. 쿨한 외모만큼이나 까다롭기로 소문난 그녀라지만 그 부츠를 보고 있으니 왠지, 이 사람 좀 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얼핏 보이는 아름다운 눈 속에는 그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몽환적인 분위기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로서 자기 세계를 지키기 위해 감수한 오랜 시간의 단호함 또한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음공주 빅토리아도 녹여버리는 맹선호 에디터의 러블리 유쾌 파워, 비치 하우스의 ‘엘슈식’ 인터뷰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호 커버를 장식한 쾅프로그램의 태현군과는 처음 만난 자리에서부터 술내기를 한 독특한 인연이 있습니다. 그날 이후로 공연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괜히 멋쩍었는데 이번 촬영에서 딱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싹 가시는 즐거운 촬영이었습니다. 미세한 표정과 감정에 서로 집중하다 보면 굳이 말을 안 해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이번 호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지은 에디터의 <THE ROOM>, 뉴 페이스 권은선 포토그래퍼와 함께 엘리펀트슈 독자의 방을 찾아갔습니다. 고심한 만큼 시작이 좋습니다. 엘슈의 즐거운 <THE ROOM> 급습작전, 당신의 방에도 초대해 주세요. 1월 29일 Jiyang Kim
추위를 정말 안 탔다. 10대 시절에는 여름 교복을 11월에도 입고 다녔으니까. 추위가 두렵지 않았다. 20대 시절, 인삼 물을 보리차인 줄 알고 벌컥벌컥 마시고 몸이 뜨거워져 겨울에 베란다에서 잔 기억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흔이 코앞인 지금! 히트텍은 나의 피부 그 자체이다. 심지어 더 과학적이고 완벽하게 업그레이드 된 히트텍을 바라고 있다.
이지선 Album : What Are You Going to Do with Your Life? (1999) 겨울 차림새는 하의 두 겹, 상의 세 겹은 기본에 패딩점퍼와 두툼한 부츠가 기본이다. 물론 모든 옷은 안감이 기모처리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도 영하 14도 기온에는 모자라다. 그럴 때는 옷 위에 붙이는 핫팩을 등이나 목 뒤쪽에 붙여주면 버스를 기다릴 때도 춥지 않다. 그래도 추우면 자동차가 있는 남자를 만나라.
Julian Kim Album : We Are the 21st Century Ambassadors of Peace & Magic (2013) 런던에서 일을 마치고 갑자기 혼자 ‘필’ 받아 크리스마스날 당일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동네 마실 나오듯 편한 차림으로 한국에 도착해보니 그날은 올겨울 최고의 한파. 런던 템즈 강변에서 하던 조깅을 서울에서도 하겠다며 새벽 5시에 올림픽 공원에 나갔다가 세상과 이별할 뻔했고, 눈보라가 치는 새해 새벽에는 녹사평 언덕길을 가죽 재킷을 입고 덜덜 떨며 올랐으며, 돌아오기 바로 전에는 술 마시다 차가 끊겨 은석이 형과 엘슈 사무실에서 보드카로 몸을 녹였던 일들이 있었다. 한국의 겨울은 북유럽, 러시아 저리 가라는 추위였지만, 새로운 엘슈 식구들, 그리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 것만 같아 마음만은 따뜻하다.
용식 Album : Within and Without (2011) ELEPHANT-SHOE tabloid issue No.15 / 2013-FEB-2
Publisher 장은석 / ewanjj@naver.com Yun SukMu / djmou@hanmail.com Editor-in-Chief 용식 / bleutk@gmail.com Jiyang Kim / pinkymallow@naver.com Founder & First Director June / dafunk@hanmail.net Director JEE / seg1129@naver.com Julian Kim / comfortingsounds.vol1@hotmail.com 맹선호 / pluto116@naver.com 石군 / ewanjj@naver.com 지은 / cacaocat@naver.com Art Director NOKID / starfucker6@naver.com 이지선 / aniklee@naver.com 윤희진 / hujjin@naver.com Registration Number / 마포,라00343 Published by Elephant-Shoe / www.elephant-shoe.net Printed by 솔텍 / 서울 중구 필동2가 120-1 *엘리펀트슈 타블로이드의 본문은 아모레 퍼시픽에서 제공하는 아리따 글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ll Rights Reserved 2012 Elephant-S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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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감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나에게 가장 차가운 음악은 Washed Out의 음악이다. 그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는 2010년 12월이었고, 귀에 끼고 살았을 때가 2012년 2월이었으니 본의 아니게 Washed out이라는 이름은 나에게 있어 ‘차가움’이다. 사고는 감각까지 지배하리니, 비교적 느긋한 분위기의 곡들이 대부분이지만 나에게는 단지 차가울 뿐이다. 다시 보니 앨범 커버까지도 너무 춥다.
맹선호 Album : Real Estate (2009) 난 추운 날씨가 좋다. 그래서 겨울이 좋다. 볼과 코끝이 빨개진 사람들의 모습도 좋다. 옷 중엔 코트가 제일 좋다. 다들 춥다고 난리인데, 얇은 패딩 재킷에 코트까지 덧입으면 하나도 안 춥더라. 그런데 다들 춥다고 난리다. 좋아하는 러시아 개장수 모자까지 쓰면 난 정말 눈곱만큼도 안 춥던데? 약해빠진 것들. 니들이 70년대를 알아? - 이상 70년대를 약 한 달 가까이 살아본 사람 씀.
NOKID Album : 대항해시대2 OST 나는 더운 것보단 추운 게 살짝 낫다. 여름도 좋아하지만, 밤에 땀에 절어 잘 수 없을 때가 싫다. 겨울에는 난방비가 들지만 온종일 작업하고 피로에 절은 채로 뜨끈한 아랫목에 데워진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는 게 정말 좋다.
지은 Album : Breakfast In America (1979) 엘리펀트슈 사무실이 위치한 근방은 ‘돌풍 지대’라고 불린다. 그 굉장한 바람에 대항하기 위해 나는 히트텍을 두 겹씩 껴입고 출퇴근을 했다. 그럼에도 그 추위가 견딜만했던 건 내가 더는 엘리펀트 슈의 이방인이 아니라는, 그 안락한 기분 때문이었을 터. 그간 필진과 에디터 사이에서 고민하던 내게 확신을 주었던 엘리펀트슈의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애정을 전하며, 그 환대에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더해서 독자 여러분에게는 더욱 근사한 엘리펀트슈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겠다는 약속을 해본다. 이방인은 이제 안녕, 하겠다. 앞으로 엘리펀트슈의 뉴 페이스로서의 활약을 기대해달라.
CONTENTS
2013 FEBRUARY no.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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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n t e r v i e w
쾅 프 로 그 램 K u a n g p r o g r a m WORDS : 지은 / PHOTOS : Jiyang Kim
과도기적 시기의 과도기적 프로그램 쾅프로그램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고민이 많았다. 무엇보다 그들은 ‘인터뷰’라는 것을 하기에 이 시기가 적절한가 고민했다. 맞는 말이었다. 신보가 발매된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이슈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조만간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라고는 했지만 예정은 예정일 뿐, 그들은 아직 녹음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펀트슈는 바로 그 때문에 쾅프로그램을 2월의 커버 아티스트로 선정했다. 여기서 쾅프로그램의 멤버 최태현의 표현을 잠시 빌려보자면, 시기적으로 2월은 무언가 ‘만들어지는 시기’이므로. 그렇다. 겨울의 끝자락인 2월은 일년 중 가장 추운 시기여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 졸업을 하고 입학을 준비하기도 하고, 그간 꾸려왔던 일들을 정리해보기도 한다. 또 다른 지점으로 향해 갈 채비를 하며 힘을 응축하고 한 번 더 웅크리는 때이니까. 그런 각도에서 볼 때 지금의 쾅프로그램은 이 시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지점에 서 있었다. 이런 우리의 의도를 전달하자 쾅프로그램은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듯 닮은, 그래서 무심하고도 정다운 형제처럼 보이는 그들을 보며 엘리펀트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어딜 가나 ‘쪽수’로 승부를 보는 이 세상에서 너와 나, 단둘이 함께하는 여정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2월의 엘리펀트슈는 각양각색의 듀오 밴드들을 한데 모아보는 걸로 그에 대한 답도 찾아보았다. 마침 2월의 숫자 2, 듀오의 둘, 뭔가 아귀가 맞지 않나. 작위적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것 같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이미 준비해버렸다.
엘슈 촬영은 재밌었나요. 솔로 컷을 촬영할 때보다 둘이 함께 촬영할 때의 포즈가
엘슈 그런데 가만 보니 두 분이 서로 닮은 것 같아요.
훨씬 자연스럽던데요.
태현 얄개들 보컬, 완우 씨가 저희를 보고 둘이 형제인 줄 알았다고 그랬었어요.
태현 아무래도 혼자보단 둘이 같이 있는 게 편하니까요. 엘슈 그 얘기 듣고 어땠어요. 엘슈 서로 어떻게 친해진 건가요. 서로 음악 얘기라도 하다가 친해졌나요.
태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훈 전혀요.
영훈 제가 생긴 게 좀 형처럼 보이잖아요.
태현 같이 어울리던 애들이 네다섯 명 정도 있었어요. 점심시간에 같이 밥 먹고,
태현 둘 다 둥글둥글하게 생겨서 그런가 봐요.
놀고. 그러면서 친해졌어요. 엘슈 눈매가 닮았어요. 엘슈 다 같이 농구라도 했나요? 그 또래 남학생들은 보통 점심시간에 빨리 밥먹고
태현 둘 다 눈이 상안이에요.
농구하러 운동장으로 나가잖아요
영훈 눈동자가 닮았죠.
태현 저희는 늦게 먹었어요. 영훈 움직이는 걸 별로 안 좋아했어요.
엘슈 음악은 어떻게 시작했어요?
태현 반 애들이 다 급식 먹으러 나가서 교실이 비어있을 때 그냥 앉아서 우리끼리
태현 처음부터 둘이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서로 각자 다른 친구들이랑 할
수다 떨고 놀았어요. 그러다 느지막이 나가서 밥 먹고. 왜냐면은 애들이 너무
생각이었거든요. 저는 베이스 기타를 하려고 했는데 아니, 원래는 기타를 치고
쏜살같이 뛰어가잖아요. 그 속도에 맞추려면 종이 치자마자 의자에서 튀어 나가야
싶었어요. 얘도 그렇고요.
하니까요.
영훈 엄마한테 기타 좀 사달라고 했었죠. 집에서 기타 치면 시끄럽다고 안
영훈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았고요.
사주셨지만요.
엘슈 급식 세대의 훈훈한 이야기네요.
영훈 어차피 드럼은 학원에서 치고 오면 되니까. 그때 기타를 샀다면 드럼이 아니라
영훈 우리는 그냥 친한 무리에 속해있던 거죠, 서로.
기타를 전공했으려나.
태현 그런데 드럼을 사주셨어?
태현 그냥 모여서 놀던 무리가 있었어요. 그 중 한 명은 고1 때 같이 밴드도 했었고요. 엘슈 태현 씨는 왜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나요. 엘슈 그 친구도 지금 음악을 하나요?
태현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뉴질랜드로 유학을 갔었어요. 거기서 2~3년 정도
태현 네, 그런데 아직 데뷔는 안 했어요. 그 친구랑은 예전에 단편영화에 삽입될
있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검정고시를 봤었고요. 예체능계열의 입시를 준비할 시간도
음악 작업을 같이 했었어요. 제목이, 아, 까먹었다. 제목이 한 번 바뀌어서요. 개봉할
없었지만 원래 저는 예체능을 전공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어요.
때도 또 바뀌고. 엘슈 쾅프로그램 홈페이지도 그렇고, 음반 재킷도 그렇고. 디자인을 전공하는 엘슈 원제는 뭐였는데요.
학생들이 하는 밴드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태현 <그녀에게>요. <어느 심부름꾼의 운명>이란 영화도 같이 작업했었는데
태현 주변에 미술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여자친구도 그랬고, 꽃땅 바 같이하는
그건 제목이 바뀌었는지 아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어쨌든 그 영화는
작가들도 그렇고. 그리고 엄마 아빠가 다 미술 작가세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굳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어요.
미대에 가고 싶은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엘슈 영화 음악을 했던 당시의 음악 스타일이 지금의 쾅프로그램의 스타일과
엘슈 그들의 작업, 혹은 생활을 너무 가까이서 봐서 그런가요.
유사한가요?
태현 그냥 굳이 전공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되려 지금은 사운드를 다루는
태현 달라요. 쾅프로그램을 하기 전이었고, 쾅프로그램 하기 전에 저 혼자 진행했던
음악학교에 진학해보고 싶어요. 아예 외국으로, 이를테면 벨기에나 네덜란드
프로젝트도 하기 전이라서요. 그냥 전형적인 ‘영화 음악’처럼 만들어보려고 했었던
쪽으로요. 근데 잘 모르겠어요. 본격적으로 알아본 건 하나도 없거든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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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영훈, 오른쪽이 태현
엘슈 막연한 계획이군요. 태현 아직 둘 다 군대를 안 다녀와서요. 올해 하반기쯤에 갈 텐데, 갔다 오면 확고하게 생각이 정리되겠죠. 음악을 계속할 방법도 모색해 볼 테고.
엘슈 안 그래도 올해의 계획을 인터뷰 말미에서 물어보려 했는데 어쩐지 미리 들어버린 것 같네요. 그럼 2013년의 가장 큰 계획이 ‘입대’인 건가요. 태현 정규 1집 발매하고 공연 몇 번 하고, 입대. 큰 계획은 이래요. 생각해보니 그럼 앨범을 많이 만들어놓고 군대에 가야겠어요. 한 두 장쯤요. 영훈 미리 다 내고 가는 거죠. 태현 공개는 뭐, 2016년쯤에 하고. 엘슈 그럼 꽃땅에서는 언제까지 일할 건가요. 태현 꽃땅은 올해 3월, 혹은 4월이면 없어져요.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돼있었어요. 엘슈 꽃땅이 일종의 단기 프로젝트였던 건가요? 태현 네, 일종의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었죠. 엘슈 그럼 ‘꽃땅 프로젝트’ 는 어떤 인연으로 참여하게 된 건가요. 태현 아버지가 현대미술을 하시는 최정화 작가, 아니 ‘작가님’이죠. 어쨌든 건물주분이 아버지에게 꽃땅이 속한 ‘꿀’이라는 전체 공간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제안하셨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아버지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던 형이랑 저랑 그 밖의 몇 명에게 너희가 와서 해봐라, 하고 권한을 주신 거죠. 저까지 포함해서 총 네 명에게요. 엘슈 그럼 꽃땅이라는 이름도 그 네 명이 함께 지은 거에요? 태현 그 꿀이라는 건물 맨 위 층에 꽃집이 있었데요.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그쪽을 꽃땅이라고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렇게 지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중국집에서 나오는 ‘꽃 빵’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위치를 못 찾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고요. 꽃땅 입구 문을 열고 “여기 꽃땅이 어디에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어요. 엘슈 정이 들었을 텐데 정리할 생각을 하니 아쉽지는 않나요. 태현 그렇죠. 벌써 3년째 하고 있으니까요. 아쉬움도 있지만 꽃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다들 다른 일을 겸하고 있어서 여력이 없더라고요. 엘슈 꽃땅이 문을 닫기 전에 마지막 공연도 할 계획인가요. 태현 아마도 할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는 하나도 안 정해졌지만, 다른 때보다는 여러 팀이 나오는 공연을 하겠죠.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틀 정도 할지, 며칠을 할지. 쾅프로그램은 분명히 나오겠죠. 영훈 꽃땅 하우스밴드죠. 태현 섭외가 잘 안되거나 하면 바로 나오죠, 저희가. 엘슈 예상 라인업이 있다면요. 태현 꽃땅 운영 멤버들이 각각 좋아하는 밴드를 섭외하겠죠. 저는 앵클어택이 좋아요. 404는 워낙 자주 공연했긴 하지만 그래도 404는 불러야죠. 병1신들도 재밌을 것 같고요. 이전에 한번 공연하셨었던 윤키씨도 또 불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고요. 구남도요. 아, 근데 구남은 안될 수도 있겠네요. 미국투어 간다고 하더라고요. 영훈 저랑 친한 팀들은 꽃땅에서 공연하는 팀들과 많이 다르네요. 대체로 홍대 FF쪽에 있어서요. 엘슈 어떤 팀들인가요. 영훈 홀로그램 필름, 칵스, 뭐 이런 팀들요. 태현 얘랑 같은 학교 출신들이죠. 엘슈 요새 부쩍 호원대 실용음악과 출신의 뮤지션들이 씬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것 같아요. 다른 학교 실용음악과 출신들은 메이저 씬으로 가려는 경향이 강하고, 추구하는 장르도 재즈 쪽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호원대 실용음악과는 인디팬던트 뮤직 씬에 관심을 많이 두는 모양이에요. 영훈 호원대가 다른 학교보다는 추구하는 음악의 폭이 좀 넓은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결국은 네가 네 음악 하는 게 중요하지.” 라고 말해주고요. 정원영 교수님도 긱스라는 밴드 하시면서 자기 음악 하셨던 분이잖아요. 세션 하는 애들도 다 자기 밴드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요. 자기 음악 하고 싶은 애들이 많이 모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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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현 “처음 영훈이를 봤을 때가 중학교1학년 때였어요. 같은 반이었는데, 같이 놀던 무리 중 하나였어요. 그럼에도 서로 친하지는 않았죠. 생각해보니 그때는 좀 무섭게 생겼다고 생각했던것 같아요. 키도 크고, 덩치도 있고. 그런데 사실 알고보니 전혀 무서운 애가 아니더라고요.”
영훈 “사실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태현이에 대해서는. 그냥 똑같아요. 옛날에도 안 친했고 지금도 안 친하고. 오래 봤으니까 그냥,뭐. 근데 친하긴 친한거죠. 남들이 보면 친하다고 느끼는거죠. 사실 저도 친하다고 느끼고 있고. 매일 보고 뭘 많이 한다고 친한 건 또 아니고, 그렇잖아요.”
엘슈 왜 싫어했어요. 엘슈 그렇게 학업에 매진하던 중에 태현씨가 함께 밴드를 하자고 제안한 건가요.
태현 저게 뭐 하는 건가 싶었어요.
영훈 네, 그런데 사실 고민이 되었어요. 태현이가 같이 하자고 제안한 음악 스타일이 제가 늘 하던
영훈 난 지금도 그런데.
방식도 아니었고, 학교에서 배운 스타일도 아니었으니까요.
태현 둘의 초창기 공연을 봤었을 땐 그냥 별로였어요. 그러다 그들이 점점 좋은 곡을 발표하더라고요.
엘슈 그렇게 스타일이 다른데 왜 그 제안에 승낙했나요. 거절할 수도 있었잖아요.
‘방화범’이나 ‘식물원’ 같은. 그 두 곡은 제가 좋아하는 곡이에요. 음악적인 접근을 떠나서, 각자의 색깔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러니까 무키스러운게 ‘방화범’이라면 만수스러운게 ‘식물원’인 것처럼요.
영훈 일단 친하니까요. 친하니까 같이 음악을 하면서 생기는 재미도 있을 테고. 또 제가 안 해봤던
자기 색깔이 잘 드러나면서도 흥미로운 곡들이 발표되니까 그때부터 좋게 보이더라고요. 게다가
스타일이라 신기하기도 했고요.
정규음반이 나오면서 뭔가 정리되는 것 같더라고요, 404가 그랬던 것처럼요. 우리도 정규 1집을 내면서 정리가 좀 되야 할 텐데.
엘슈 멤버를 더 영입할 생각은 없나요? 태현 베이시스트를 한 명 더 영입해볼까 생각해 본 적은 있어요. 둘이서 몇 번 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엘슈 이참에 새 앨범 얘기 좀 해주세요. 정규 음반이 나오고 다른 팀들이 견고해지는 걸 목격했잖아요.
그럴 시기가 아닌 것 같아요.
쾅프로그램에게도 정규음반이 그런 지점이 될 텐데 말이죠.
엘슈 쾅프로그램의 세 번째 멤버는 ‘화이트 맥북’이면 된다, 이건가요?
거고요. 기존 곡뿐만 아니라 새로운 곡도 더 수록될 거에요. 그렇지만 정규 음반에 대해 확실한 건
태현 그냥 제가 세쌍둥이였으면 좋겠어요. 한 명은 베이스를 연주하고, 다른 한 명은 베이스와
하나도 없어요. 이를테면, 예전에는 지하실에서 데모를 만들었었는데 그런 질감을 이번에도 쓸지 안
신디사이저를 컴퓨터로 만지고, 나머지 한 명은 기타를 치고요. 근데 그러면 영훈이가 괴로울 수도
쓸지, 그런 것도 아직 확실치 않아요.
있겠네요.
영훈 그래도 기술적인 도움을 받으면 확 달라지긴 하겠죠.
태현 카바레 사운드에서 정규 1집을 녹음하게 되었어요. 그쪽에서 기술적인 부분도 도움을 받을
영훈 쟤가 세 명이면, 어휴. 태현 너도 세 명해. 여섯 명으로 가자.
엘슈 그래도 앨범의 큰 얼개는 있을 것 아니에요. 새 음반을 한마디로 정리해볼 수 있을까요. 태현 말을 잘해야겠어요. 너무 기대하게 만들면 안 되니까요. 사실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엘슈 갑자기 밴드의 규모가 확 커졌네요.
원래 작년 여름부터 구상했던 음반이라 지금쯤은 벌써 나왔어야 했는데, 그게 잘 안 됐어요.
태현 사실, 컴퓨터가 아닌 새로운 연주자를 둔다는 건, 글쎄요. 그렇게 되면 또 어떻게 서로 음악적인
게을렀다는 거죠. 이건 잘 생각해보고 대답해야 하는 것 같네요.
밸런스 조절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영훈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잘 모르겠다 정도?
영훈 너를 세 명으로 만들어서 너의 왕국을 만든다는 거지. 너를 방해하는 세력을 없애버리고.
태현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태현 제가 좀 독재자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엘슈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그렇게 넘어가면 안 되죠. 엘슈 영훈 씨도 그에 대항하는 영훈 씨의 세쌍둥이를 만들라니까요.
태현 그러니까 깨끗한 질감인데 군데군데 더러운 무언가가 들어가 있는 모습이랄까요. 이미지
영훈 저를 셋으로 만들면 걔네를 다 어디다 갖다 둬요. 밥은 또 얼마나 많이 먹을 테고. (웃음) 셋 다
적으론 그렇게 만들고 싶어요. 사실, 어떤 한가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앨범이 아닌, 지금까지 했던
악기는 뭘 할 것이며. 전 그냥 혼자 할래요. 얘가 자기 왕국 만들면 전 신하 하죠, 뭐. 나 그래도 영의정
것들에 대한 정리잖아요. 그냥, 지금까지의 정리,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암시를 담을 수 있으면
정도는 시켜줘, 태현아.
좋겠어요. 여기서 더 정리를 할 수가 없네요. (웃음)
태현 옛날에 영훈이가 저한테 자기가 드럼 쳐주면 탕수육을 맨날 맨날 사달라고 그랬어요. 엘슈 그럼 쾅프로그램의 정규 1집은 지금까지의 여정을 정리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여정을 예고하는 영훈 내가 사달라고 했던 게 아니라 네가 사준다고 했었어.
‘티저(Teaser)’ 정도로 생각해도 될까요. 태현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죠. 음악을 듣고 좋네, 재밌었네, 그걸로 끝나는 것보다는 앞으로가
태현 아, 내가 사준다고 그랬다.
궁금해지는 게 좋죠.
영훈 깐풍기도 사준다고 그랬고.
영훈 그냥, ‘우리 음반을 한마디로 정리하기엔 한마디가 너무 짧다’, 정도로 정리할래요. 태현 ‘한 장은 되어야 한다’, 도 좋고요.
엘슈 소박하네요.
태현 어쨌든 멤버 수를 늘리는 것보단, 2인조로서 더욱 견고해지는 데에 주력하려고요. 엘슈 왠지 비장하게 들리네요. 그럼 쾅프로그램에게 본보기가 될만한 ‘견고한 듀오’를 꼽아본다면요.
엘슈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둘이 언제까지 함께 음악을 할 것 같나요.
태현 404. 제가 맨날 404, 404하죠. 처음에 404를 봤을 땐 드럼도 플로어 타입 하나, 그리고 기타
태현 글쎄요.
정도의 악기를 사용하는 게 전부였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어떤, 자기들만의 포맷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예전보다 과격해졌죠. 정규앨범이 나오면서 그들의 음악에 완성도가 생긴 것 같아요.
엘슈 일단 군대가 첫 번째 큰 고비일 테죠.
옛날에도 좋았지만요.
태현 고비가 될 것 같진 않아요. 그거는 그거고, 이거는 이거니까요.
영훈 록킹해졌더라고요.
영훈 “군대 갔다 와서도 계속 같이 할 거에요.” 라고 했는데 군대 갔다와서 안 할 수도 있긴 하죠.
태현 위댄스도 좋고. 아, 무키무키만만수. 무키무키만만수, 견고하죠. 아주. 영훈 난 모르겠어.
엘슈 그냥 계속 같이 할 거란 의미로 알고 있을게요.
태현 무키무키만만수는 제가 참 좋아하는 밴드에요. 사실 처음에는 싫어했지만요.
영훈 별 일 없으면. 태현 뭐, 별 일이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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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라는 이름이 촌스럽다 느껴지는 것은 제 기분 탓이겠죠?
WORDS : 石군
네 명으로 이루어진 팀을 쿼텟, 세 명은 트리오, 두 명은 듀오, 한
밴드의 보편적인 구성은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이렇게 4인이다.
명은 솔로라고 칭한다. 이 중에서 솔로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보컬이 악기를 연주하는 경우 3인 구성도 가능하다. 하지만 2인이
단어인 반면, 쿼텟은 재즈나 클래식을 즐겨 듣는 이가 아니라면
되면 기타, 베이스, 드럼 중 무언가 하나는 포기해야 된다. 그렇다고
생소한 단어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듀오와 트리오는 좀 모호한
해서 듀오의 음악이 트리오나 쿼텟의 음악보다 부족하거나, 덜
존재다. 익숙한 단어지만 솔로와는 다른 느낌이다. 뭐랄까, 조금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음악 본연의 사운드에 집중하게
현대적이지 못하달까? 그건 아마도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사실인
만들기도 하며, 멤버가 적다 보니 그들의 매력이 더 강하게
것 같다. 60년대 트로트와 70년대 포크 음악의 전성기 동안 등장한
표출되기도 한다. 게다가 현대에는 전자 악기 등의 기술적 발전을
많은 뮤지션이 듀오 또는 트리오였다. 은방울자매부터 이씨스터즈,
통해 더 많은 듀오 뮤지션이 다양한 장르에서 등장하고 있다. 그것도
정씨스터즈, 사월과오월, 하사와병장이 그 예가 되겠다. 전성기를
누구보다 세련된 모습으로 말이다.
누렸던 트로트와 포크 음악이 21세기에 와서는 구세대의 음악이 되었고, 그 당시 뮤지션들의 이름조차 이제는 레트로가 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듀오나 트리오라는 단어에도 복고의 느낌이 느껴진다. (트리오가 좀 더 구수한 것은 세제 이름 덕분일지도)
재주소년
듀오 중 가장 오래된 구성은 포크 듀오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and Garfunkel)이라든지, 크로스비 앤 내쉬(Crosby & Nash)가 그 예다. 좀 더 현대로 오면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가 있다. 혹시 이들의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을지라도 이들의 음악은 들어봤을 것이다. 전국 모든 카페의 음악 리스트에 이들의 곡이 적어도 한 곡 정도는 들어 있으니 말이다. 십센치 또한 전국의 까페 사장님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포크 듀오다. 포크 음악이 가지는 특성상 이들의 음악을 정색하며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차분한 음악에 지루함을 표현하는 이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포크 듀오의 음악이 차분한 것 만은 아니다. <엘리펀트슈 어워즈 2012>에서 포크부문 대상을 받은 무키무키만만수의 경우에는 어떤 장르로 국한하기 힘들 정도로 독창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며, 영화배우 잭 블랙(Jack Black)의 밴드로 유명한 테네이셔스 디(Tenacious D)는 개그적인 요소를 음악에 쏟아부어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코미디 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무키무키만만수
아마도 가장 많은 듀오 뮤지션이 있는 장르는 일렉트로닉일 것이다. 너무나도 유명해 언급하기가 민망할 정도인 다프트 펑크(Daft Punk)라든지,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가 가장 대표적인 일렉트로닉 듀오다. 그 외에도 저스티스(Justice), 에어(The Air), 디지털리즘(Digitalism), MGMT 등 엄청난 뮤지션이 수두룩하다. 이렇듯 유명한 듀오팀이 일렉트로닉 장르에 유독 더 많은 것은 혼자서도 음악을 만들고 라이브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둘이 되면 좀 더 디테일한 사운드를 라이브로 연주 할 수 있어 많은 일렉트로닉 뮤지션이 듀오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국에도 글렌체크(Glen Check), 킬러컷츠(The Killer Cutz) 등 매력적인 일렉트로닉 듀오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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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자 악기의 발전 덕분에 2인으로도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이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팝 장르다. 팅팅스(The Ting Tings)는 보컬과 드러머로 이루어진 팀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록 페스티벌에서 라이브를 할 수 있는 것은 미디 장비 덕분이다. 물론 때때로 드러머가 기타를 연주하기도 하며, 보컬 또한 신시사이저나 기타를 연주한다. 하지만 팅팅스의 앨범에서 느낄 수 있는 풍성한 사운드가 라이브로 구현될 수 있는 데에는 전자 악기의 발전을 무시할 수 없다. 팝 밴드에게 전자 악기의 활용에 있어 교과서 같은 존재가 바로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다. 그들의 음악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실험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고 있으며, 여전히 가장 트렌디한 신스팝 음악을 만들고 있는 듀오다. 86년에 발표한 첫 앨범부터 작년에 발표한 최신작까지 총 11개의 앨범이 전부 영국 차트 10위 안에 들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비치 하우스(Beach House)와 체어리프트(Chairlift)처럼 여성 보컬의 미모과 음악적 매력 중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선택할 수 없는 팝 듀오도 있다.
앞에서 살펴본 세 가지 장르의 듀오와 지금 소개할 개러지 듀오의 음악은 조금 다른 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듀오로서 갖는 핸디캡을 오히려 자신들의 음악의 포인트로 삼고 있다. 지금은 해체했지만,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기타와 드럼의 조합을 선택하며 베이스를 포기했는데, 라이브에서도 미디를 활용하지 않는다. 곡에 따라 절묘하게 저음을 기타로 커버하고 고음은 보컬의 노래로 채우기도 하지만, 어떤 곡에서는 완전히 저음을 버리며 불완전한 사운드를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이 불완전함이 주는 매력은 쉽게 빠져들기는 어렵지만, 한 번 귀가 적응하게 되면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만큼 희귀한 매력이기 때문인데, 킬스(The Kills), 블랙 키스(Black Keys), 재팬드로이즈(Japandroids) 등이 이 귀한 사운드를 갖고 있는 듀오 팀이다.
듀오라는 구성은 장르에 따라 완전할 수도 있고, 반대로 조금은 불완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완전과 불완전은 어쩔 수 없는 한계 요인이 아니라, 뮤지션의 선택에 달린 문제가 되었다. 어떤 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 것인가에 따라 완전한 형태를 취할 수도 있고, 반대로 불완전한 형태를 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선택 안에서 우리는 그저 그 음악을 즐기며 두 뮤지션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넷 보다는 둘이 집중하기도 쉽고, 선택하기도 쉽지 않을까? 그리고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듀오 뮤지션이 등장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덕분에 한동안은 듀오라는 형태 또는 이름이 트렌디해질 것 같다. 이쯤되면 외로워 지는 것은 트리오이려나?
PHOTO : Official Site, Elephant-S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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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공간을 잠식하는 농도 짙은 목소리와 몽환적 사운드의 드림 팝 듀오 WORDS : 맹선호
PHOTO : Beach Hose Official Site
네 번째 정규 앨범 [Bloom]을 발매하고 투어에 오른 비치 하우스가 마침내 한국을 찾았다. 2004년 결성된 이 볼티모어 밴드는 [Beach House]와 [Devotion] 두 장의 앨범으로 확고한 팬층을 형성했고, 세 번째 앨범 [Teen Dream]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비치 하우스의 알렉스 스캘리(Alex Scally)와 빅토리아 르그랑(Victoria Legrand)이 한국에서의 첫 무대에 오르기 전 엘리펀트슈를 만났다.
엘슈 비치 하우스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세요? 어떻게 같이 밴드를 하게 되었나요?
엘슈 [블룸]을 만들 때는 어땠나요?
알렉스 운명 같았어요. 그냥 같이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즉흥적이었지만, 동시에 완벽했지요. 둘 다
알렉스 희열의 순간과 끔찍한 순간 둘 다 엄청 많았죠. (웃음)
어렸었어요. 2004년이었고, 22살이었죠. 그냥 함께 음악을 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음악을 연주하며 밤을
빅토리아 음악을 만드는 건 치열하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엔 어떤 것에 대해 신경을 쓰고 또 거기서 고통을
새우곤 했어요. 에어컨도 없는 데서. (웃음)
느낄수록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엘슈 서로의 어떤 점이 함께 음악을 만들고 싶게 만들었나요? 빅토리아 그냥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거 같아요. 특별히 어떤 점들을 생각하진 않았어요.
엘슈 제가 처음 비치 하우스에 대해 알게 된 건 트래비스(Travis)의 프란 힐리(Fran Healy)가 트위터로
알렉스 자석 같았어요. (웃음)
강력하게 추천했기 때문이었어요. 비치 하우스의 어떤 점이 이렇게 많은 팬을 만드는 것 같나요?
빅토리아 맞아요. (웃음)
빅토리아 잘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쉽진 않네요. 하지만 다른 뮤지션이 저희 음악을 칭찬하는 건 솔직히 기분이 좋아요. 그들은 그냥 유명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한다기보단 우리
엘슈 밴드에 단 두 명이에요. 듀오로서 장단점이 있다면?
음악의 본질을 알고 좋아하는 것 같거든요.
빅토리아 공연을 할 땐 세 명이에요. 음악을 만들 땐 우리 둘이지만. 사실 대부분은 좋아요.
알렉스 저희는 그냥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드는 건데, 그걸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니 정말 운이 좋은
알렉스 딱히 단점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둘이서만 음악을 하다 보니 꼭 필요한 것들만 만들게 되는
거죠.
점이 매우 좋아요.
엘슈 이렇게 인기가 많아진 사실이 놀랍진 않나요?
엘슈 둘이 작업하는 과정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빅토리아 처음 밴드를 만들 때 인기가 많아지고 싶다 생각한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매우 신나는
빅토리아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자연스럽지만 동시에 복잡하고, 또 치열한 과정이에요. 기본적으로
동시에 이상한 기분이에요. 둘이서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하곤 했는데, 이젠 많은 게 바뀌었어요.
우리는 영감을 얻고 음악 작업을 하죠. 많은 시간을 들여요. 언제나 다른 여행이죠.
알렉스 사실 저흰 이렇게 한국에 온 게 몹시 놀라워요. 이렇게 외국에 오게 되는 건 언제나 흥미롭고 또
알렉스 어떨 땐 희열을 느끼고, 어떨 땐 정말 끔찍해요. 뭔가를 얻기 위해서는 이런 대가가 필요하기
대단한 것 같아요. 축복받았죠. 저희 정말 운 좋은 것 같아요.
마련이니까요.
엘슈 저희도 운이 좋죠. 비치 하우스를 한국에서 보다니. [틴 드림] 앨범 이후로 많은 게 바뀌었어요. 변화를 느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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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음악계의 입장에서는 저희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저희의 삶은 거의 변한 게 없어요. 우리가 사는 곳이라던가 어떻게 사는 지라던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 같은 뭐 이런 것들 말이에요. 엄청난 부자가 된 것도 아니고요. 사실 바뀐 게 없죠. 공연은 정말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건 공연하는 게 정말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틴 드림] 앨범이 저희에게 많은 기회를 준 건 사실이에요. 이렇게 세계를 여행하고 있으니까요. 참, 저희 둘 다 나이를 먹었다는 게 변화네요. (웃음) 지금 우리는 밴드를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다르죠. 앨범도 4개고요, 이제.
PHOTO : 이지미
알렉스 9년이에요. 지금까지 600번이 넘는 공연을 했어요. 말도 안 되죠. (웃음) 엘슈 아직 비치 하우스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들에게 [블룸]이나 다른 앨범을 경험할 수 있는 어떤 이상적인 방법을 제안해주실 수 있으세요? 알렉스 못 들어본 사람 엄청 많을 거예요. (웃음) 그런데 저희는 모두가 저희 음악을 듣는 걸 바라지는 않아요. 빅토리아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아요. 알렉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길 바라요. 우리는 우리 음악을 누구나 쉽게 좋아하도록 만들지 않아요. 쉬운 팬을 원하진 않아요. 우리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이런 게 아니에요.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음악을 만들고, 사람들이 우리 음악에서 뭔가를 느끼길 바라요. 빅토리아 우리가 온 세상은 미국에서도 언더그라운드 같은 곳이었어요. 처음에 우리는 1주일에 6일을 매우 작은 공연장이라던가 창고 같은 데서 공연했고, 친구들이 공연을 보러 왔었죠. 그때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건 공연장에 온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처음 들으며 즐거워하거나 호기심을 갖게 되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아마도 그게 비치 하우스를 경험하게 되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어쩌면 우리 음악을 싫어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언젠가 다시 음악을 듣게 되고 마음이 바뀔 수도 있고요. 비치 하우스의 음악에 대해 이런 경험을 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엔 그게 솔직하고 현실적인 방법인 것 같아요. 이게 보통 사람들이 새로운 음악을 알게 되는 방법이지 않나 싶어요.
우리는 우리 음악을 누구나 쉽게 좋아하도록 만들지 않아요. 쉬운 팬을 원하진 않아요. 우리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이런 게 아니에요.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음악을 만들고, 사람들이 우리 음악에서 뭔가를 느끼길 바라요.
엘슈 투어를 오랫동안 하다 보면 같은 노래를 계속해서 부르고 또 부를 텐데, 지겨울 때가 있진 않나요? 빅토리아 이번 투어에서는 오래된 곡들을 부르기도 하고, 계속해서 셋 리스트를 바꾸고 있어요. 매번 똑같은 순서대로 부르는 건 별로더라고요. 알렉스 우리가 음악을 만들 때 우리 안의 에너지를 음악으로 이동시키는 것처럼, 공연할 때는 우리 에너지를 관객에게 이동시키는 것 같아요. 그리고 관객들은 그 에너지를 우리에게 돌려주고요. 엘슈 그런 것들이 계속해서 지치지 않고 투어를 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는 건가요? 알렉스 네, 맞아요. 새로운 도시, 새로운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얻지요. 엘슈 한국 관객들에게 어떤 기대가 있나요? 빅토리아 저에게 최고는 아무런 기대나 예상을 하지 않고 공연에 임하는 거예요. 관객이 어떻게
알렉스 하지만 한국에서 먹어본 적은 없어서 도착한 첫날 숯불 고기를 먹으러 갔어요. 정말
해주길 바라지 않아요, 그냥 그들 자체의 모습이었으면 해요.
맛있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냉면을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그리고 청와대 근처
알렉스 어떤 기대나 예상을 할 수 없어요. 한국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매우 신나요.
음식점에서 테이블 위에서 직접 끓이는 불고기도 먹어보았어요.
엘슈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에도 팬이 있단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엘슈 맛집만 찾아다닌 것 같아요. (웃음)
알렉스 저희 앨범이 발매되었단 걸 알고는 있었어요. 제 생각엔 아무도 안 산 것 같지만요. (웃음)
알렉스 저희가 먹는 걸 정말 좋아해요. (웃음)
엘슈 제 주변에 산 사람들이 있어요. 알렉스 아마 다섯 명 정도 샀을 거예요. (웃음) 아무튼 앨범이 나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렇게 오게
엘슈 한국에서의 공연이 끝나고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될 거라 상상은 했었어요.
빅토리아 집으로 돌아가서 음악 작업도 하고, 다시 투어를 다닐 거 같아요. 알렉스 많진 않아요. 몇 개 정도가 남아있어요. 그러고 나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봐야겠죠. 다음
엘슈 한국에 와보니 어떤가요?
앨범을 만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빅토리아 재미있어요. 우리 호텔 주변에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밖에 종종 구경 나가요.
엘슈 안 만들 수도 있다고요?
인상적이에요.
알렉스 아무도 모르는 거죠. 진짜여야 하니까요. 그냥 한다고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알렉스 사실 저희가 한국 음식을 좋아해요. 저희가 사는 볼티모어에도 한국 사람들이 많거든요.
빅토리아 우리는 열심히 할 테지만, 모든 건 때가 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언제나 한국 음식을 먹어요.
엘슈 당신들의 일은 모두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 같아요. 끝으로 한국의 팬들에게 한마디
엘슈 정말요? 주로 어떤 한국 음식들을 먹나요?
해주세요.
알렉스 집에선 언제나 김치와 김치찌개를 먹지요.
빅토리아 이렇게 한국에 오게 되어서 정말 좋아요. 다시 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빅토리아 불고기, 비빔밥도 먹고요. 저희 둘 다 김치를 사랑해요.
알렉스 우리에게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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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주제로 이야기하는 엘리펀트슈 에디터 본색 파악 녹취록 엘슈 대표. 고양이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다. 용식을 괴롭히며 즐김
에이, 형 또 그 말 하려고.
편집장. 직책은 그러하다. 엘슈의 실질적 막내
그날 하루 종일 자기 연애하느라 바빠서 우리 쪽 자리에는 오지도 않더라고. 용식이랑 나눠 먹을 술을
<헬로 노키드>의 작가. 밴드 코코어를 정말 좋아함
내가 다 마셨잖아.
<힙스터 지도> 에디터. 술 먹으면 기억을 잘 못 함. 평소에도 기억을 잘 못 함
맞아! 그날 너 내내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숙소에 자러만 들어왔잖아.
디자이너. 그녀가 아프면 엘슈의 디자인 작업이 올 스톱. 엘슈의 슈퍼 갑
나는 삼 일 내내 용식을 못 봤다는.
<히치하이커> 에디터이자 영국 특파원. 읽으면서 공부하게 되는 기사가 특징
으음... 어찌 되었건 형은 공연을 아주 기분 좋은 상태로 보셨고 저도 아주 행복한 결말을 만들었으니
미녀 에디터(압력有). <THE ROOM> 코너를 담당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극존칭을 씀
우리 모두 행복하네요. (웃음) 자, 이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
충혈된 눈 때문에 항상 취해있는 걸로 오해를 사기 쉬움
그러고 보니 용식 펜타포트에서도 아주 작은 사고를... 에이 누나, 이건 아니지. 뭐야 너, 뭔데 그래.
2013년 1월 18일 금요일 오후 4시. 엘슈 사무실에 총 여덟 명의 사람이 모였다. 테이블 위에는
아, 이건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만의 비밀로 남겨두려 했던 건데...
보드카, 막걸리, 소주 등 다양한 술과 함께 간단한 안줏거리가 올려져 있다. 근무시간 중에
엇, 용식 미안.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싱글벙글. ‘술’이라는 주제만 정해 놓은 채 어느
뭐 지난 일이니까. (웃음) 작년 펜타포트 첫날 공연 취재 끝나고 기자실에 앉아있는데 맥주를 한 잔씩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첫 번째 <설파전>이 시작되었다.
주더라고요. 호텔까지 멤버들 태워서 운전해야 하니까 마실까 말까 고민하다가 ‘에이, 뭐 별일 있겠어?’ 하고 그냥 마셨어요. 근데, 주차장을 딱 나서는 순간 바로 앞에서 음주 단속을 하는 거예요. 결국, 알코올 지수 측정이 안 돼서 별일 없이 넘어가긴 했는데 측정기 불 때는 진짜 오만가지 생각 들면서
이거 원래 호준이 형이 ‘술’로 주제 잡자고 했던 건데, 막상 호준이 형이 이 자리에 없네? 그냥 우리끼리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어요. 이 자리에서 차 뺏기면 어떡하지? 짐 완전 많은데, 젠장. (웃음)
하자. 형 대신 저 멀리 런던에서 온 지훈이 있잖아.
에이 뭐, 우리 선호누나에 비하면 다들 약하다. 이 분은 피를 토하셨죠.
12월 31일 날 저녁에 사무실에 깜짝 방문했는데 선호 누나밖에 없어서 완전 허탈했어요. (웃음)
이제는 껄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때는 나 정말 무서웠어. 2010년도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
지훈군, 한국에서 술은 많이 마셨어요? (둘이 동갑인데 아직 어색)
때 페이스리스(Faithless) 공연 보다가 너무 신나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거예요. 그다음 공연이 무려
어우, 많이 마셨죠. 근데 확실히 공연 보면서 술 마시는 게 기분이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생일을 맞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라 공연 중간에 화장실 가는 불상사를 막고 싶어서 혼자 막
다들 흥분 상태에서 공연 보려고 술 마시다가 한방에 훅 간 적은 없나?
비틀거리면서 인파를 뚫고 화장실로 갔어요. 가는 도중에 너무 힘들어서 모르는 사람 의자에 주저앉아
오우, 나 있어, 나 있어! 내가 카이저 치프스(Kaiser Chiefs)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그들의 고향인
있는데, 갑자기 내가 막 피를 토하네? 내가 그거 보고 너무 놀라서 한국말로 내가 피를 토하고 있다고,
리즈(Leeds)까지 공연 보러 갔었는데 ‘완전 하이 상태로 공연 봐야지!’ 하는 마음에 술을 너무 많이
나 죽는다고, 막 울면서 말했었지. (웃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 먹은 술이 레드 와인이었음. 그러니까
마신 거예요. 결국, 그날 공연 기억이 하나도 안 나서 나중에 DVD 샀잖아요. (웃음) 진짜 비싼 공연 봤어.
피가 아니라 레드 와인.
티켓이랑 기차표에 DVD 값까지.
그렇게 취했는데 기억이 나?
저는 작년 지산 첫날, 라디오헤드 공연 볼 때 기억이 거의 없어요. 기억나는 건 “아, 좋다.” 이 정도? 영석
난 술 취하면 스냅 사진처럼 순간순간만 머릿속에 남더라. 레드 와인 토하며 경악하던 장면이 한 장
형 데리러 중간에 잠깐 나갔다가 왔는데 그 사이에 술이 깨는 거 같은 거에요. 그래서 자리에 앉자마자
남아 있어. (웃음)
남은 술을 막 마셨더니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없음. (웃음)
지훈 군이랑 선호누나랑 같은 시기에 영국에 있지 않았나? 같이 술 마실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 나 또 있다. 라디오헤드와 음주의 추억. (웃음) 2008년도에 런던에서 난생처음 라디오헤드 공연을
어우, 선호누나가 제 손에 토를 할 뻔했죠.
보는데 주변 영국 애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톰 요크 목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같은
내가 술 먹으면 잘 기억을 못 하니까 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긴 한데, 확실히 손에 토는 안 했다.
해에 벨기에 베르히터 페스티벌에 가서는 ‘이번엔 제대로 볼 테야!’ 하는 마음에 또 술을 막 마시기
헛구역질만 했지. 그래도 어렸을 때는 어지간해서는 안 취했었어요. 첫 회사가 공연기획사였는데, 첫
시작했어요. 이 사람(은석)이랑 같은 마음으로. (웃음)
공연을 S로 시작해서 퇴사 전 마지막 공연이 P였어요. 그분들과 뒤풀이하며 술에 대해 많이 배웠죠.
이해합니다. 그 마음.
원래 그 둘은 주당으로 유명하잖아요. S도 대단한데 P가 정말 대박이라는 이야기는 저도 들은 적 있음.
근데 그때 빈 잔을 열 개 가져가면 맥주 한잔을 공짜로 주고 그랬거든요. 친환경 페스티벌이라며. 다른
예전 회사 실장님이 P랑 회식할 때면 컨디션을 한 병씩 직원들 손에 쥐여주셨어요. 살아서 만나자고.
애들은 막 주변 사람들한테 가서 빈 잔 얻어오고 그랬는데 우리는 우리가 먹은 걸로만 받자! 하는
(웃음)
오기로 낮부터 맥주를 막 있는 대로 마셨어요. (웃음) 지금 생각해 보면 주객전도야. 아무튼, 같이 갔던 사람들 다 술 취해서 잠들어 있다가 ‘Just’가 나올 때 벌떡 일어났어요. 근데 주변 벨기에 애들이 삥
지은이도 술 잘 마시잖아. 처음 만났을 때 주량이야기 하는데 최대 일곱 병까지 마신 적 있다고 하지
둘러서서 나한테 막 박수를 쳐주는 거예요. 쟤 공연 다 끝나가는데 드디어 일어났다고. (웃음)
않았었나?
나도 지산에서 라디오헤드 볼 때 거의 은석이 옆에서 기절상태였지.
아, 그때는 맥시멈이었고요. 이제는 그렇게 못 마셔요. 그래도 뭐 아직은 건재하죠. 대부분 숙취가
내가 뒤에 앉아서 보고 있는데 은석이랑 영석이랑 둘 다 취해서 고개로 막 원을 그리고 있더라고.
없는데 태인 막걸리인가? 그게 정말 인생 처음으로 숙취를 느껴본 술이에요.
그날 공연 끝나고 내가 은석이 끌고 숙소까지 들어가는데 진짜 죽을 뻔했다. 나보다 1.5배는 큰 애를.
어, 그거 나도 먹어봤다. 그게 예전 코코어 단공 때 1 FREE DRINK로 나눠준 적이 있었는데. 영석님도 거기 계셨었어요? 저도 있었어요. (웃음) 저 막 우성님(코코어 보컬)한테 직접 먹여드리고
우리 막내 용식이 그때 어디 있었어?
건배도 하고 그랬었어요. 그때 막 이상하게 춤추는 사람부터 어떤 사람은 무대 위에 올라가서 막 울고,
여기서 잠깐. 이제는 내가 막내가 아니라는 걸 밝히고 넘어가야지. 이제는 지은양이...
또 라이터 켜고 막 뛰어다니는 사람까지 정말 난장판이 따로 없었는데. 혹시 그때 영석님도...?
너보다 어린 남자애 데리고 와 그럼. 막내는 무조건 남자야. (웃음)
저는 원래 술을 잘 못하기도 하는데, 그 막걸리가 제 입맛에는 너무 맛이 없어서 별로 먹지도 않았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용식이 때문에 내가 술을 더 많이 마시긴 했지.
다만, 그들을 보며 즐거워만 했지. (웃음) 오, 생각해 보니 이 막걸리가 저한테 정말 의미가 있네요. 이때 지양 편집장님이 공연장에서 사진을 찍고 계셨던 게 기억이 나거든요. 그때는 이렇게 엘슈에서 만나 뵙게 될지 상상도 못하고 그냥 팬심으로 바라보았었는데. 그날 공연에서 두 분을 미리 뵌 거네요. 공연 때 술 먹는 이야기 나와서 궁금한 건데, 뮤지션 입장에서는 어떤 술 마시고 올라가는 게 기분이 제일 좋지? 형은 어때요? 나는 샴페인. 공연 전에 밥 먹으면서 샴페인 한 잔 마시고 올라가면 딱 기분 좋을 만큼 취하거든. 반대로 기분 나빠지는 술도 있어요? 소주. 소주는 정말 최악이었어. 언젠가 크리스마스이브 공연 때 소주를 먹고 올라간 적이 있었어. 근데 날이 날인지라 클럽에서 산타복을 입어 달라고 부탁하더라고. 그래서 가뜩이나 옷 때문에 심기 불편해 있는데 포토그래퍼가 전기 코드를 잘못 건드려서 음악 자체가 아예 다 꺼진 거야. 순간 너무 열 받아서 그 자리에서 산타 모자 집어 던졌어. (웃음) 형 그날 키보드도 집어 던졌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 그랬었지. 근데 다행히 부서지지는 않고 그냥 건반 하나만 빠져서 조심스럽게 다시 끼웠지. (웃음) 그리고 그 클럽 공연 잘리고. (웃음) 오, 형이 진정한 록 스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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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님이 감동을 느꼈습니다. 리나 2013년 1월 26일 리나(Li Na) 대 빅토리아 아자렌카(Victoria Azarenka)의 호주 테니스 오픈 여자 결승전. 평소 테니스 중계 보는 걸 좋아하지만, 여자 결승을 생중계로 본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면서 본 건 더더욱 없었던 일. 지금은 세계 랭킹 3위인 남자 선수 앤디 머레이(Andy Murray)가 신인 시절 서브컬쳐의 상징인 프레드 페리를 입고 테니스 코트를 누빌 때 내가 뛰는 것 마냥 적극적으로 응원을 했지만, 아디다스로 갈아탄 뒤 바로 시들해졌다. 머레이 이후로 테니스 경기는 보지만 응원하는 선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날도 리나와 아자렌카의 경기를 무덤덤하게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경기장 근처에서 폭죽이 터지기 시작하더니 급하게 경기가 중단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밤하늘에 피는 아름다운 불꽃은 10분 동안이나 생중계 전파를 탔다. 알고 보니 그날이 호주 건국일이었던 것. 하지만 건국을 축하하는
맹선호 님이 사진을 공유 했습니다.
불꽃놀이는 리나에게 불운의 시작이었다. 연속해서 게임을 따낸 리나로서는 좋은 흐름이 끊기는 순간이었다. 몸이 굳어버린 리나는 코트에서 넘어졌고,
영국을 여행하는 이라면 꼭 한번 들린다는 브릭 레인의 이 베이글 가게에는
머리까지 바닥에 부딪혔다. 왜 거기서 넘어지는 실수를 했는지 궁금했는데
무서운 사연이 있어…
2세트 초반, 공을 받아치기 위해 몸을 틀다가 왼발을 잘못 디뎌 이미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고 한다. 치료 뒤 코트에 다시 섰지만, 실책을 쏟아내기 시작해 결국 우승이 좌절된 리나. 경기장을 찾았던 관중 대부분은 불운한 리나를 끝까지 응원했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호주 오픈 우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리나가 만약 올해 프랑스 오픈이나 US 오픈, 아니면 윔블던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더 큰 감동을 느낄 것 같다. 프레드 페리를 입고 있지 않아도 응원하는 선수가 2013년 1월 26일, 정말 오랜만에 생긴 것이다. 리나 화이팅!
화이팅! 6 11시간 전 망원동 신혼집에서 White Chapel 그간 <힙스터之道>를 통해 ‘쿨하고 또 쿨하다’며 소개해 왔던 영국의 이스트
이지선 나는 샤라포바처럼 배드민턴 치는 여자임.
런던은 사실 꽤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예술가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며 소위
12분 전 · 좋아요 3
유명해지기 시작하는 지역들이 대개 그렇듯 런던의 동쪽 지역 역시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살던 낙후된 지역이었고, 그 음침한 분위기는 아직까지 찾아볼 수 있다. ‘마일 엔드(Mile End, 이스트 런던의 지역 이름이기도 함)’로 펄프(Pulp)가 전율이 느껴지는 가난과 더러움을 노래했다면, 영국 드라마 <화이트 채플>은 이스트
ELEPHANT-SHOE NEWS FEED
런던의 화이트 채플 지역을 배경으로 음울하고 스산한 살인 사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화이트 채플의 소위 스타급 연쇄 살인범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나는 이 선혈이 난무하는 드라마에 푹 빠지고
지은 님이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말았다.
Wonderbra Wire-free Package 사건을 헤쳐나가는 주인공들 역시 몹시 흥미로운데, 무엇보다 챈들러 경위(DI Joseph Chandler)는 강박증을 가진 이들에게 훌륭한 역할 모델(?)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의 강박증을 보며 내 강박증 정도는 귀여운 수준이구나 안심했고, 또 강박증이 심해도 그처럼 매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준 그 덕분에 다시 한번 외모를 가꿔야겠다는 다짐을 했단 얘기다. 또, 리퍼 연구가로 어마어마한 ‘덕력’을 뽐내던 버칸(Edward Buchan)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경이롭게도 그 ‘덕심’으로 공무원 취업까지 하게 된다. 역시 덕후가 최고다. (아, 참고로 엘리펀트슈는 사장이 덕훕니다.)
이것은 과학. 그야말로 진보이자 현재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가장 먼 미래이다. 이 미래의 기술에 매료된 것은 불과 한 달 전 즈음. 그다지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나 볼륨이 살짝(일까) 아쉬운 몸을 지닌 내게 원더브라는 꽤 오랜 친구였다. 그러나 특유의 '완벽한 와이어'는 시간이 흐를수록 몸을 옥죄었고, 심지어는 그 때문에 체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럼에도 원더브라가 주는 극적인 효과는 마약처럼, 그 모든 고난을 감수하게끔 했다. 그런 내게 ‘Wonderbra’라는 글자 옆에 붙은‘Wire-free’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파격'이었다. 나는 당장 지갑을 열어 한 세트를 구매했고, 며칠간의 테스트 기간을 가진 뒤 바로 16종 패키지를 구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혁신이다. 수많은 브랜드에서 와이어리스 속옷을 내놓은 바 있지만, 편안함과 볼륨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은
무서워요 4 오전 2시 아무도 없는 엘슈 사무실에서
원더브라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 겨울철, 두꺼운 옷에 파묻혀 몸의 맵시가 더욱 밋밋해 보일까 봐 걱정하는 수많은 동지, 그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생각하며 조심스레 공유해본다.
맹선호 챈들러 역의 루퍼트 펜리 존스가 카일리 미노그 전 남친이였다네요.
신기해요 12 오후 4시 엘슈 사무실에서
6분 전 ·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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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군 전 덕후가 아닙니다. 저는 평범한 편입니다.
石군 여자는 신경 써야 할 게 정말 많네.
1시간 전 · 싫어요 3
8분 전 · 당연해요 6
이지선 덕후는 자신이 덕후가 아니라 합니다.
용식 이거 얼마에요?
1시간 전 · 좋아요
9분 전 · 좋아요
石군 님이 덕력을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이지선 님이 병세를 업데이트 했습니다. 2013년 1월 내내 병에 시달림. 1. 노로바이러스 장염 (Norovirus)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주된 증상은 갑작스러운 심한 구역질과 구토, 설사, 복통, 오한, 38℃ 정도의 발열과 구토 몇 시간 전부터 위에 팽만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보통 하루 이틀 만에 치유되고 후유증도 남지 않는다. 그러나 면역 능력이 저하된 노인이나 유아는 증상이 지속되면서 사망한 예(토사물에 의한 질식, 흡인성 폐렴으로 인한 사망)도 보도되고 있다. 또한, 감염되어도 발병하지 않은 채 끝나는 경우(불현성 감염)나 감기 증후와 유사한 증상만 나타날 경우도 있다. (출처:위키피디아)
연애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랑은 하고 있다. 내 고양이 보일이와! 주변에서 나이 많은 (솔로)남자가 고양이를 키우면 왠지 안쓰럽다며 나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곤 하는데,
- 즉 손 안 씻고 아무거나 주워 먹다 걸림. 2. 편도염 (扁桃炎, tonsilitis) 편도염또는 편도선염은 염증 때문에 편도가 아픈 병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전혀 상관없다. 나에겐 나만의 보일이가 있으니까! 보일이와 동거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편도염이라고 하면 구개편도염을 말한다. 편도염은 구개편도(편도선)의 어느
무엇이든 그저 고양이만 들어가 있으면 좋아하는 고양이 바보가 되어 버렸다. 특히나
한 쪽이나 양쪽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생긴다. 보통 10~40세 사이의
고양이가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는 리스트를 작성해서 하루에 한 번씩은 보고 있다.
사람들에게 발병하는데, 첫 증상은 목구멍이 붓고 아프면서 음식물을 삼키기
<MusicVideo Still Here> 코너를 진행하며 다양한 뮤직비디오를 소개하고 있지만, 사심만으로 2012년 최고의 뮤직비디오를 뽑는다면 에드 시런(Ed Sheeran)의 ‘Drunk’를 고르겠다. 이 뮤비에 에드 시런과 함께 등장하는 고양이는 실연에 빠진 주인을 위해 같이 맥주를 마시고, 게임도 하고, 여자도 꼬시는(이게 중요하다!) 등 다양한 스킬을 갖고 있다.
어려워진다. 심해지면 열, 두통, 요통, 목의 뻐근함, 구역질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목구멍의 편도 옆에 고름이 모여 농양이 생긴다. (출처:위키피디아) - 장염으로 며칠 못 먹는 바람에 영양부족, 면역결핍 상태에서 일 좀 했다고 발병 * 전부 다 면역력을 키우면 해결된다. 혹은 일을 쉬던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꿈꾸는 모든 로망이랄까 욕망이랄까 하여튼 그런 것들이 응집된 뮤직비디오다. 그 외에도 2010년 공개된 홀리 퍽(Holy Fuck)의 ‘Red Lights’는 고양이와 개가 차를 몰며 경쟁하는 레이싱 액션 느와르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졌다.
쯧쯧 12 22시간 전 구파발 근처에서
고양이의 비정한 눈빛 연기와 함께 디테일이 살아있는 표정 연기가 체크 포인트! 뭐, 개와 고양이 중 레이싱의 승자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외에도 비요크(Bjork)의 ‘Triumph of a Heart’에서는 비요크의 남편으로 나온 고양이가 함께 춤을 추기도 했으며(엄청나게 조악한 합성이 오히려 매력 포인트!), 팻보이 슬림(Fatboy Slim)의 ‘The Joker’에는 엄청난 수의 아기 고양이가 코스프레를 하고 등장한다. 게다가 먼 과거로 거슬러 내려가면 큐어(The Cure) 또한 ‘The Lovecats’ 뮤직비디오를 고양이의 시점으로
石군 충분히 쉬었던 것 같은데? 4시간 전 · 너 미워 1
만들기도 했다. 왠지 이 정도 애정이면 아무런 연출 없이 그냥
용식 우리 모두 십시일반해서 지선 누나 건강검진을.
고양이를 3분 동안 촬영하여 그 위에 음악을 얹는, 그러니까 5분이면
4시간 전 · 좋아요
만들 수 있는 뮤직 비디오를 막 올해의 뮤직비디오로 뽑을지도? 이거 <MusicVideo Still Here> 코너의 대위기려나?
귀여워요10 오전 3시 내 방 침대에서
용식 님이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나는 수원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수원’ 하면 떠오르는 여러 이미지가 있지만
맹선호 가끔 이상한 소리까지 내며 뮤직비디오를 반복해서 보고
아무래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왕갈비일 것이다. 실제로 수원에는 갈비집이 정말 많다.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 가족들과 외식할 때면 열에 아홉은
있을 땐 솔직히 좀 변태 같아요.
갈비집을 갔었다. 그렇게나 자주 갔으니 그곳에서 끓여주던 ‘갈빗대가 들어있는
6시간 전 · 맞아요 2
된장찌개’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된장찌개의 표준이었다. 이 이야기를 왜 갑자기 하느냐 하면 얼마 전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간 수원의 한 갈비집에서
이지선 내가 보일이를 주워다 줬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내가 생각했던 그 표준이 깨졌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지역 출신 친구들을 통해
감사하도록!
이 세상 모든 된장찌개가 다 그렇지 않다는 건 오래전에 깨달았지만 ‘수원에
8시간 전 · 좋아요
있는 갈비집 마저!’라는 생각이 들며 일종의 배신감이 들었다. 나중에 점원분께 물어보니 예전에는 꼭 갈빗대를 넣어주었지만, 요즘에는 그렇지는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남은 갈빗대를 포장해가서 그날 저녁에 된장찌개에 넣어 끓여 먹었는데 그 맛이 유달리 더 부드럽고 풍부했다. 그리고 된장찌개의 표준에
NOKID 님이 추억을 로드했습니다.
나만의 생각이 더 강해졌다. 역시 된장찌개의 완성은 갈빗대지!
<스타크래프트 2>와 <대항해시대 2>
<수원에서 갈비를 먹으려는 이들을 위한 팁>
대세를 <LOL>에 빼앗기고 이제는 마니아 게임이 되어버린 <스타크래프트 2>, 도스게임 시대 절정의 게임 중 하나였던 <대항해시대 2>. 이 두 가지 게임을 틈틈이 동시에 즐기고 있다. <스타2>는 곧 테란미션 '자유의 날개'에 이어 새로운 저그미션 '군단의 심장'이 3월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 무척 기대된다. 예전과 같은 인기를 구가하지 못하는 <스타2> 중계를 지켜볼 때마다 관객들로 꽉 차있는 현장 모습이 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얼마 전 오랜만에 듣게 된 <대항해시대 2>의 8비트 오프닝 멜로디가 내 향수를 자극했다. 이젠 윈도우에서 돌아가지도 않는 게임을 가상 도스 프로그램을 돌려 다시 해 보았다. 아련한 추억의 음악에 맞춰 도트로 움직이는 주인공이 머나먼 바다로 나가 무역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역시
수원에는 3대 갈비집이 있다. 본수원갈비, 가보정, 삼부자갈비 이렇게 세 집이다. 고기 자체의 맛을 중시한다면 역시 본수원갈비다. 게다가 내가 어렸을 때는 거의 독주하다시피 손님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가보정에 손님을 많이 빼앗기다 보니 1인분의 고기양이 다른 집에 비해서 많은 편이다. 그리고 된장찌개와 냉면 맛이 다른 집들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 (개인적인 의견. 어머님은 가보정을 더 높이 평가.) 가보정의 경우 다른 곳에 비해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에 주차가 비교적 편한 편이다. 그리고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아이까지 만족하게 하는 다양하고 맛 좋은 밑반찬이 이 집의 최고 자랑이다.
‘언젠간 나도 세계로 나가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쓸데없는 개드립.
삼부자갈비의 경우 갈비탕 맛이 죽인다. 고기는 먹어본 적 없어서 평가 패스.
나가요 7 6시간 전 단양 근처에서
배고파요 9 1일 전 수원에서
지은 엘리펀트슈에는 덕님들이 많습니다.
石군 놀러 가면 사주는 건가?
2시간 전 · 많아요 12
1시간 전 · 좋아요 10 · 싫어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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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 번 다시 봐볼까?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
진짜다! 진짜 산타가 나타났다!
산타 할아버지께. 이미 모든 판단이 끝났으니, 되돌리기는 쉽지 않겠죠? 아마 제가 전에는 나쁜 아이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이놈들 보셨습니까?
수랭식 직렬 4기통 1,000cc 엔진을 탑재한 193마력짜리 내 사슴!
네 이 노오오옴!
대역죄인 킬러스 음악을 듣고 있는 나쁜 아이
산타는 왜 어른에게는 선물을 주지 않나요? WORDS : 石군
어른이건 아이건 나쁜 놈은 나쁜 놈이지!
내가 산타가 없다고 말한다면, 나에게 동심을 잃었다든지, 순수함을 잃었다는 소리를 할 것인가? 그렇다면 난 그런 사람이다. 동심이나 순수함은 없는 그런 사람. 하지만 난 산타가 있다고 믿는 사람보다도 더 산타가 있길 바란다. 믿지 않겠지만, 평소 나는 굉장히 손해 보며 사는 편이다. 지하철에서의 경우를 보자. 나는 자리에 앉을 때에 전에 앉았던 사람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있을 때면 다른 사람이 내가 버린 것으로 생각할까 싶어 줍는 사람이며, 대부분의 좌석이 비어있어 노약자석에 앉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때에도 굳이 일반석에 끼어 앉아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굉장히 소심해 보이는데, 맞다. 나는 소심한 사람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소심한 사람이 손해를 보고 사는 법이다. 근데 이게 억울한 것은 그렇게 손해 본 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알아봐 주길 바래서 선행을 하는 것이냐고? 나는 선행을 할 마음은 없다. 그저 소심해서 손해를 볼 뿐이다. 그러니 손해를 본만큼 칭찬이라도 해주거나, 그게 싫다면 나보고 안됐다고 동정이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산타를 간절히 바란다. 산타가 있다면 누가 착한 짓을 했는지, 누가 나쁜 짓을 했는지 알 테니까. 그래서 크리스마스 날이 되면, 산타에게서 선물을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를 가지고 착한 놈, 나쁜 놈이 구별될 테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나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생각을 한 뮤직비디오를 만났다. 이 뮤직비디오에서는 산타가 완전군장을 메고 나쁜 놈을 말살하러 다닌다. 내가 그저 소심하게 나의 선행을 알아봐 주길 바랐다면, 이 뮤직비디오 감독은 산타가 나쁜 놈들을 징벌해주기까지 바란다. 감독은 아마도 나보다 더 소심한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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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뇨?
기다려라. 할아버지가 간다!
어! 쁜 놈이었 넌 역시 나
시원한 에그노그나 사 마셔야지.
응?
루돌프야!! ㅠㅠㅠㅠㅠㅠ 에그노그(Eggnog) 크리스마스 시즌에 마시는 음료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인기가 많다. 이름에 들어가 있듯이 계란이 당연히 들어가며 우유, 크림, 설탕에 브랜디나 럼, 위스키, 버번, 보드카 등의 술도 넣어 만드는 음료다. 이 에그노그는 미국에서 “비만을 부르는 최악의 음료”로 꼽히기도 했다. 에그노그를 마시면 이윤석도 이 산타아저씨 몸으로 만드는 기적의 음료랄까?
How to 1. 우유와 크림을 센 불에 끓여줍니다. (비율은 2:1) 2. 계란 노른자를 거품기로 저으며 설탕을 넣는다. 3. 1이 끓으면 바로 불을 끄고, 2에 부으며 저어준다. 4. 원하는 술을 넣고 섞어준다. 5. 바로 마셔도 되고, 냉장고에 넣어 차게 식혀서 먹어도 된다.
오늘 밤만 지나면 크리스마스가 끝난다! 제발 오지 마!
드디어 찾았다! 요놈!
라이언 파디(Ryan Pardey) 산타 역할을 매력적으로 수행한 그의 이름이다. 그의 직업은 굉장히 다양한데, 배우라는 직업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뮤지션, 작곡가, DJ, 프로모터이기도 하며, 킬러스의 투어 매니저이기도 하다. 킬러스의 팬들로부터 “ 캡틴( The Captain)”으로 불리는 그의 나이는 충격적이게도 서른네 살, 79년생이다. 이를 들은 엘리펀트슈 에디터 맹선호 누나는 “역시 79년생 중에 매력적인 사람이 많아.”라고 칭찬을 했는데, 그녀의 나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산타가 애타게 킬러스를 찾은 이유? 보컬 브랜든이 산타에게 편지를 써서 “제가 과거에는 버릇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에요.”라고 구차하게 빌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려면 킬러스가 6년 전에 발표한 크리스마스 싱글 ‘Don’t Shoot Me Santa’를 봐야 한다. 여기에서 산타는 이미 브랜든을 납치하여 땅에 묻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삽을 들고 신 나게 춤을 추며. 하지만 산타가 땅을 파고 있던 사이에 킬러스의 다른 멤버들이 그를 구출해서 도망친다. 그러니 산타는 무려 6년에 걸쳐 이들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크리스마스라는 주제를 가지고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킬러스가 매년 12월 1일이면 크리스마스 싱글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이 싱글로 벌은 수익은 U2의 보노가 운영하는 에이즈 재단인 프로덕트 레드(Product Red)에 기부된다. 덕분에 우리는 매년 12월이 되면 킬러스의 신보이자, 새로운 캐롤을 얻을 수 있게 됐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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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엘리펀트슈가 선택한 뮤지션 넷,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과 시시콜콜한 이야기
그녀의 '오'뮤직 비디오 다들 보셨나요?
코너 사상 가장 호방한 인터뷰
작년 여름 그리고 오후. 홍대 메이크업 숍
2012년 12월 2일 15시 37분. 양평역
셀카를 찍었을 때 어디 가고 있었어요? 주말마다 본가가 있는 양평에 가는데요, 일요일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를 기다리며 찍은
셀카를 찍었을 때의 구체적인 상황이 궁금해요.
사진이에요.
혼자였고 주변에는 로프트 디 스태프분들이 있으셨어요. 단독공연 날이었고, 이후에는 공연을 했죠.
데뷔 앨범 [이응]의 타이틀이 흥미로웠어요. ‘이응’으로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ㅇ' 은 예쁘잖아요. 동글동글하고 잘 굴러가게 생겼고요.
사진이 엘슈 표지로도 손색이 없어요. 엘슈 커버를 장식하게 된다면 하고 싶은 컨셉이 있나요? 팜므파탈. 재미있겠죠?
EP 앨범 타이틀인 [Mom & Sex]를 듣고 어머님께서 어떤 반응을 보이셨는지 궁금해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예술을 이해하시는 분이에요. 별말씀은 없으셨어요. 다행이죠?
혹시 [Gayo] 앨범 커버 사진도 셀카로 찍은 건가요? 아뇨, 포(POE)의 물렁곈이 찍었어요. 런던의 지하철에서요.
‘오’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관람차는 총 몇 번이나 타셨어요? 월미도에 있는 관람차였는데, 세 번 정도 탔고요. 404의 정세현 오빠가 촬영해
[Gayo]는 전혀 가요스럽지 않은 앨범이에요. 그래서 더 ‘Gayo’라는 앨범 타이틀이 인상적인데,
주셨어요. 물론 제가 부탁했고요.
혹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붙인 타이틀인가요? 네. ‘이것도 가요다’라는 의미로요.
‘오’에서 성인가요의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혹시 본격적으로 성인가요 쪽으로 진출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본인이 좋아하는 가요는요? 뮤지션과 곡도 하나 꼽아주세요.
음악을 하면서 관심이 없는 부분이에요. 저는 그냥 성인가요 느낌도 있는 퓨어킴이고 싶어요.
김현식 ‘ 내 사랑 내 곁에 ’ . 어릴 적부터 들어왔고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는 곡이에요. 공연장에서 아버지 앞에서 부른 적이 있죠.
“이래서 꼭 내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이유가 있다면? 글쎄요. 시간이 나면 제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셔서 뮤직비디오를 한번 보시고 들으실지 말지
‘이런 뮤지션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내 것도 들어봐라!’라고 말할 수 있는 팀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판단해보세요.
파이스트(Feist). 제가 좋아해요.
롤모델로 삼고 있는 여자 뮤지션이 있나요?
사실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최소한 30대 이상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프로필을 보니
없어요. 사실 제일 어려운 게 진짜 자신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20대 초반이더라고요. 실제 나이보다 더 성숙한 음색과 느낌을 갖게 된 이유가 따로 있다고
저는 성인이고 이것은 가요잖아요.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리고 장르적으로 규정하는 일은 제가
생각하시나요? 작업 과정에서 가장 본인을 힘들게 했던 곡은요?
그렇게 태어난 것 같아요. 모순된 성향과 관계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은 창작하는 부분에서 그렇게 많이 힘들었던 적은 없어요. 그냥 기술적인 부분에서 집중하기 귀찮다고 생각한 적은 종종 있었고요. 그런 면에서 [이응]의 편곡 부분에서는 대부분 귀찮음을
만약에 밴드를 결성한다면 다른 팀 멤버 중 영입하고 싶은 멤버가 있어요?
느끼며 작업했죠, 사실.
노 코멘트.
길에서 본인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 있어요?
앙코르가 항상 반갑지는 않을 것 같아요. 혹시 그런 경험이 있나요?
“오, 퓨어킴이다!”랑 “생각보다 몸집이 작네?” 이 정도요? 물론 저에게 다가오실 때는 “예뻐요” 이런 말씀도 해주시고요. 부끄럽고 신나서 보통 도망가요.
늘.
존경하는 뮤지션과의 합동 무대를 꿈꿔본 적 있나요?
성장과 도약.
먼저 합동 무대에 대해서는 꿈을 꿔본 적이 없고요. 왜냐면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은 그분들 자체로
개인적으로는 성숙과 성장을 이루고 싶어요. 뮤지션으로서도 마찬가지고요.
감상하는 게 좋아요. 그걸로 충분히 만족해요.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페스티벌무대에 서는 거요.
좋은 음악과 공연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습니다.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요!
그들을 사로잡을 계획이에요.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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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호랑나비를 좋아하는 미국 교포
첫 정규앨범에 대한 귀띔
1월 17일 밤 11시 30분. 작업실 1월 18일.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카페
사진이 정말 예뻐요. 촬영할 당시 앨범 녹음을 진행 중이었어요. 주위가 이것저것 장비들로 어지러워서 멋진 사진을
셀카 찍으면서 왜 얼굴은 가린 거에요.
촬영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아예 조명을 다 끄고 아이폰 카메라 플래시로 조명을 해봤어요. ‘별과 함께
전날 밤늦게까지 유튜브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패스트푸드를 먹었더니 제 얼굴이 무척
빛나는 웨일’이란 의미부여도 해보며 재미있게 찍었어요.
뚱뚱하더라고요. 이 사진을 보며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많이 들었던 질문이겠지만, Whale(고래)이라는 팀 명을 쓰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 2세라고 들었어요. 자라면서 처음 들었던 한국 노래는? 제가 기억하는 첫 한국 노래는 ‘ 호랑나비 ’ 에요. 아마 제가 열 살 때쯤이었을 거예요.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그 가수의 에너지를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Whale’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고래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신비롭고 아름다워요. 깊은 바닷속 거대한 생명체가 고주파의 신비로운 소리로 노래하며 대화하잖아요. 음악을 하는 저에겐 웨일만큼 환상적인 이름은 없는 것 같아서 그 의미와 이미지를 빌려 쓰고 있는 거죠. 저의 숙제는 그 이름값을 대중에게 음악으로 전달하는 거고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로 한 계기가 있나요? 한국에 음악 활동만을 하기 위해 왔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저의 뿌리를 만나보고 싶었어요.
W&Whale의 앨범에 수록된 ‘Whale Song’은 본인에 관한 곡인 건가요? 아니면 고래에 관한
제 부모님의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고요. 지금까지 살아오며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곡인가요?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그 질문들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고 싶습니다. 비록
저에 관한 곡이요. 개인적으로는 창작의 즐거움을 처음 느끼게 된 곡이에요. 말 그대로
100% 한국인이 아니지만 제 존재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어요.
웨일이라는 사람을 말하는 첫 번째 곡이니만큼 다 표현해보고 싶었죠. 가사 하나하나에 저의 소망과 꿈을 새겨놓고 하나둘씩 이루어 나가는 제 모습에 행복을 느껴요.
자신의 음악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 딱 한 곡을 들려줄 수 있다면 어떤 곡을 꼽을 수 있을까요?
유튜브에 있는 어쿠스틱 영상들을 보면서, W&Whale 때의 일렉트로닉 음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제 첫 음반에 수록된 ‘Everything-Always’란 곡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제 자신에 관해 이야기한 곡인데, 불필요한 것 없이 기타와 보컬만으로 한 번에 녹음한
다른 매력을 느꼈어요. 앞으로 나올 Whale의 첫 앨범에서도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들려주실
곡입니다. 빅 포니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고요.
사운드에 있어서는 제한하지 않을 것 같아요. 온전히 어쿠스틱한 나무 냄새나는 곡도 있다는 힌트
건가요? 정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앨범의 색깔을 만들어갈 계획이에요.
‘I Love Lucy’는 제목이나 멜로디에서 존 레논(John Lennon)이 연상되기도 했어요. 혹시 그에게 영감을 받아 작업한 곡인가요?
이번 새 앨범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딱 일까요?
그의 음악을 즐겨 듣고 또 좋아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영감을 받아 작업한 곡은 아니에요. 이 곡은
글쎄요...브릿팝과, 컨츄리, 블루지한 선율을 좋아하신다면 Whale의 솔로 앨범을 기대하셔도
불편한 관계들 때문에 슬퍼하던 여자아이에 관한 곡이에요. 그녀는 <I Love Lucy>라는 오래된
좋을듯해요.
시트콤의 에피소드를 보며 그 슬픔을 달래곤 했어요. 이 곡을 쓸 당시 제가 슬플 때 하는 일에 대해 덤덤하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전 보통 많이 자려고 했어요. 예민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우린 어떤
W&Whale로 활동할 때와 현재 Whale로 솔로 활동할 때의 장단점이 궁금해요.
식으로든 그런 관계에 얽매이곤 하죠. 그럴 때 어떤 사람은 TV나 영화를 보고, 어떤 사람은 운동을
장점은 제가 모든 면에서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아요. 단점이라면 "우리 웨일이" 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저처럼 잠을 자곤 하죠.
정겹게 불러주는 사람이 이젠 없다는 것?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유명인 중에 같이 밴드해 보고 싶은 사람 있어요?
같이 밴드를 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요?
전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윌 페렐(Will Ferrell)과 하고 싶어요. 전 코미디언을 무척 존경합니다. 송
마음 같아선 포지션별로 최고의 연주자들과 밴드를 구성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긴 해요. 밴드에 있어
라이터와 코미디언은 많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타이밍에 적절한 단어를
가장 중요한 건 연주 실력이 아니라 그 밴드의 '합'인 것 같아요. 아주 어렸을 때 동네 친구끼리 기타
선택해서 이야기해야 하죠. 윌 페렐과 같은 분이라면 무언가 창작해서 대중에게 전달하는 좋은
들고 북(드럼)들고 만나서 띵까띵까 놀다가 그들 가슴에 뜨거운 ‘spirit’이 생겨 주옥같은 명곡을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아티스트로서 지켜야 하는 엄격한 기준을
쏟아내는 밴드들처럼, 저도 어렸을 때부터 늘 꿈꾸던 로망이 저의 밴드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가지고 싶거든요.
비틀즈처럼, U2처럼.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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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vol.1 여기가 당신의 방인가요 앞으로 엘리펀트슈는 당신과 더욱 가까워질 생각이다. 암묵적인 통보라고 생각해도 좋고 일종의 다짐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다만,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당신을 찾아간 지도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가는 엘리펀트슈가 한층 성숙해진 마음가짐으로 전하는 모종의 ‘고백’이라는 것만 알아두길. 엘리펀트슈가 당신과 음악 사이를 좁혀주었던 한 발자국이었다면 2013년, 새롭게 출범하는 코너 ‘더 룸’은 엘리펀트슈가 당신에게로 향하는 한 걸음이라고 해두자. 우리는 그 어떤 뮤지션보다도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을 알고 싶다. 당신은 그저 당신이 즐겨 입는 티셔츠, 자주 손이 가는 책, 좋아하는 노래 몇 구절 따위를 우리에게 살짝 알려주면 어떨까. 더해서, 당신의 방으로 엘리펀트슈를 은밀히 초대할 것. 당신을 채우는 당신만의 것, 당신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엘리펀트슈에게도 공유해 줄 것. 다가서는 자세가 영 도도한가. 그렇지만 놀랍게도 이 WORDS : 지은 / PHOTOS : 권은선
김선효 (남/28세/대학원생) 김선효는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을 파리에서 보냈다. 그곳에서 개러지 록의 부흥을 현장에서 체험한 것이 그의 큰 자랑거리 중 하나였지만, 그는 정작 음악이 아닌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스키니진을 입는 무표정한 남자지만 도회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고향은 대전이라며 순박하게 웃는가하면, 불과 얼마 전에는 정들었던 파리를 떠나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엘리펀트슈는 그를 더 룸의 첫 번째 타자로 정했다. 의외의 조합으로 조립된 그의 이야기에 숨겨진 조각들을 우리가 알고 싶었던 것처럼 우리의 독자들도 그러할 것이라는 직감에서였다. 덧붙이자면 그는 몹시 친절한 사람이기도 했다. 이 느닷없는 기획에 호감을 보여주었단 사실만으로도 그의 상냥함은 자명했지만, 아침부터 들이닥쳐 인터뷰하고 방의 구석구석을 찍어대던 엘리펀트슈의 기습에도 싫은 기색 하나 없었으니까. 그는 되려 웃는 낯으로 촬영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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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제안에 응한 이들이 있긴 있었다.
더 룸의 첫 번째 타자가 된 기분이 어때요 사실 나 같은 사람이 이런 데에 나와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파리에 있을 때 친했던 친구가 만드는 잡지에 포토그래퍼로 참여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런 건 해본 적이 없거든요. 한국에 온 소감이 어때요. 일단 여기로 이사 온 지 2주일밖에 안 되어서 집이 좀 휑해요. 그래도 재밌어요. 얼마 전엔 불어 학원에서 불어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도 시작했어요. 3월에 대학원에 입학하거든요. 그때까지 해보려고요.
“리버틴즈와 스트록스 음반 사이에 걸스데이 음반을 놓은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배치에요.”
대학원에서는 어떤 공부를 할 생각인데요? 파리에서는 미술사학을 전공했었어요. 한국에서는 그 연장선으로 미술경영을 공부하려고 대학원에 입학했고요. 나중에 제 갤러리를 갖는 게 목표거든요. 그런데 전공은 미술이면서 방 안에는 음악과 관련된 물건이 더 많네요. 이를테면 세간도 다 갖추어지지 않은 방에 기타가 놓여있는 것처럼요. 전 중학교 2학년부터 프랑스에서 유학을 시작하게 된 경우에요. 그런 제가 낯선 땅에서 심심할까봐 그랬는지 아버지가 한국에서 기타를 사오셨었어요. 그때부터 혼자 기타를 연습하곤 했는데 그때부터 쭉, 제 방에는 항상 기타가 있어요. 기타가 중요한 물건이었군요. 그렇죠. 그리고 한창 기타 연주에 심취해있을 무렵에 TV에서 처음으로 스트록스(The Strokes)의 뮤직비디오를 봤었어요. 그게 아마 열여덟 살 때였던가. 패션부터 음악까지, 난생 처음 보는 스타일에 충격을 받았죠. 이전에는 디젤 바지에 뉴에라를 쓰던 애였거든요. 근데 그 이후로 스키니진을 입었죠. 자랑은 아니지만 나름 파리에서도 스키니진을 처음 사입은 세대에요. 오늘 입고 있는 바지도 그때 샀던 스키니진이고요.
“엽서 모으는 걸 좋아해서 냉장고에 하나씩 붙여놓죠. 반듯하게 열을 맞추는 제게 정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스트록스의 영향이 대단했네요. 어찌보면 미술사학도 그들 때문에 전공하게 되었어요. 그때만 해도 전 미술을 잘 몰랐죠. 현대미술은 더더욱요. 그런데 한창 스트록스에게 빠져있을 때 어떤 잡지를 읽었는데 거기서 스트록스를 벨벳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의 재림이라고 표현했더라고요. 그런데 벨벳언더그라운드의 제일 유명한 앨범 커버를 앤디워홀이 했잖아요. 그때 벨벳언더그라운드를 통해 앤디 워홀을 알게 되었고 팝아트에 빠졌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미술에 관심을 갖게됐죠. 음악을 통해 역으로 미술에 가까워졌군요. 또 어떤 팀들을 좋아했었는지 궁금해지네요. 음, 한때 <NME>에서 띄워 주는, ‘ 더(The) ’ 로 시작하는 밴드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전 그런 팀들보다는 당시에 ‘마이스페이스 밴드’라고 불리던 팀들이 좋았어요. 왜, 레이블에 계약 안하고 마이스페이스에 공연 영상이랑 음악 올리면서 활동하는 팀들 말이에요. 예를 들면 당시 디올 옴므 쇼에 섰던, 에잇 레그스(Eight Legs)나 리틀안즈(Littl’Ans), 아니면 틴에이져스(The Teenagers)요. 리버틴즈(The Libertines)는 가장 동경했던 밴드고요. 그런 팀들은 주로 어디에서 공연을 했나요. 어디가 제일 괜찮았고요? 파리파리(Le paris paris)라는 클럽이 떠오르네요. 파리에서 가장 댄디한 공연장이라고 해야할까요. 파티가 있을 때마다 150명 정도밖에 못 들어가는 작은 곳이죠. 웬만하면 다 초대 받아 들어가야 하고요. 그래서 그날 공연하는 팀에게 마이스페이스로 메시지를 보내서 게스트로 들어갔었죠. 아니면 쇼케이스(Le showcase)라는 클럽도 있었어요. 프랜들리 파이어스(Friendly Fi r e s ) 의 파 리 라 는 노 래 있 잖 아 요 . 그 가 사 에 도 나 오 는 곳 이 에 요 . 프랜들리 파이어스가 뜨기 전에 거기서 공연했거든요. 아, 그리고 거기에서 플라스티씬(Plastiscines)도 만났죠. 우리가 걔네를 하도 보러다니니까 클럽 가면 그들이 우리한테 먼저 인사하고 그랬죠. 같이 밴드하던 친구는 걔네를 보러 뉴욕까지 갔었고요. 엄청난 팬이었네요. 예쁘잖아요. 지금이야 플라스티씬이 <가십 걸(Gossip girl)>에 나오면서 엄청나게 유명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우리랑 합주실도 같이 썼었거든요. 요즘은 같이 밴드 하던 친구들이랑 술이라도 마실 때면, 걔네 지금 많이 떴는데 우리 기억하고 있을까, 얘기하죠. (웃음)
“에잇 레그스의 셋리스트에요. 항상 공연을 갈때마다 그 아티스트의 셋리스트를 슬쩍 가져오곤 했죠. 이것 말고도 몇십장은 더 있을 거에요.”
합주실을 같이 썼다고 말하는 걸 보니 직접 음악을 하기도 했었나보네요. 프랑스에서는 바칼로레아라고, 그러니까 3일 동안 보는 대입 시험이죠. 그게 끝나자마자 바로 밴드를 만들었었어요. 그때가 한 2006년 겨울이었을 걸요. 그때까지만 해도 프랑스는 개러지록을 잘 몰랐어요. 이미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개러지 록이 흥했는데도 말이죠. 그러다 2007년 즈음인가. 그때도 밴드를 할 때였는데 그 무렵 파리에서도 개러지 열풍이 불더라고요. 파리에 인디 밴드들이 마구 생기기 시작했죠. 고등학교 애들이 리버틴즈의 보컬 피트 도허티(Pete Doherty)처럼 따라 입고, 공연하고. 우리도 그런 무리들 중 하나였고요. 한국 밴드들은 어떤 것 같아요? 솔직히 한국 밴드는 잘 몰라요. 아, 얼마 전에 들은 얄개들. 좋더라고요. 리얼 이스테이트(Real estate)나 스미스(The Smith) 같은 기타 선율이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음악들이 있잖아요. 얄개들 음악을 들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포니의 스타일리쉬함도 좋고, 근데 사실은 걸스데이도 좋아해요.
“뭐든 모아두는 걸 좋아해요. 플라스티씬이 나왔던 <Rock&Folk>매거진부터 공연 티켓, 친구들과 찍은 사진까지 다 모아놨죠. 아, 당시 동경했던 리버틴즈의 피트 도허티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아 사 모았던 목걸이, 선글라스, 모자도 빼놓을 수 없죠.”
리버틴즈, 스트록스, 벨벳언더그라운드, 플라스티씬, 포니에 걸스데이까지 얹는 건가요. 사실 제가 리버틴즈나 스트록스 같은 밴드의 음악을 듣는다는 데에 괜한 자부심이 있었어요. 대학교 땐 극에 달했죠. 왜냐하면 그 시기에 프랑스 애들은 뮤즈나, 레드핫칠리페퍼스 같은 메인 스트림 음악을 들었거든요. 그러다 한국에 들어와 군복무를 하며 걸스데이를 알게 되었어요. 너무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그들의 노래를 많이 듣다 보니 그런 게 없어졌어요. 힙스터 마인드, 그런거요. 관대해질 수 있게 만들어준 은인들이네요. 그렇죠. 복무 후에 파리로 돌아가 대학생활을 열심히 했죠. 그때 걸스데이 노래를 들으며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래서인지 졸업할 때 성적이 대학교 통틀어서 제일 좋았죠. (웃음) 그들에게 트위터로 멘션을 보낸 적도 있어요. 너희 덕분에 좋은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 붙었다고요. 물론 답장은 못 받았지만요. 보냈다는 것도 중요하죠. 항상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에요.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앞으로 이 방을 어떻게 채우고 싶은지 궁금해요. 일단 빈 벽면에다가 액자 큰 거 세 개 정도 놓고 싶어요. 세로로 긴 거 세 개나 가로로 긴 거 두 개 정도. 작은 화분을 몇 개 놓거나 아니면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생각해봤고. 아비니시안 같은 종으로요. 스푼이나 접시처럼 소소한 식기구도 좀더 사야하고. 여력이 더 되면 조그만 카페트를 사려고요. 거기 앉아서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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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 선 사랑
WORDS : 용식
나는 혈액형과 별자리 조합 중 3대 최악으로 꼽히는 ‘AB형 + 쌍둥이자리’다. 이 조합에는 수많은 단점이 있지만, 그중 최고 단점은 싫증을 잘 내고 인내심이 부족해 무언가 하나를 깊게 파고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내가 음악도 아니고 영화를 주제로 한 페이지 분량의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다. 게다가 이해하기 쉬운 영화도 아니다. 그리고 무려 작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하지만 ‘사랑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이만큼 딱 맞아떨어지는 영화는 없다. 제목은 <아무르(Amour)>, 즉 ‘사랑’이고 영화 속 인물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은 ‘죽음’이다. 이 영화는 보는 내내 관객들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사랑과 죽음
“평생 사랑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병들었다.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상황에서 사랑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이 질문이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과
이번 호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Spectrum>을 통해 엘슈의 다양한 시선을 보여 드리려 합니다. 저희가 선택한 첫 주제는 사랑과 죽음입니다.
행복이 당연한 만큼 나이가 들어감과 죽음도 너무나 당연하다. 즉, 위의 질문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보편적 상황에 대한 질문이다. 영화 속 조르주(장 루이 트랭티냥)는 아내인 안느(에마뉘엘 리바)를 사랑했고, 나이가 들어 병들어 버린 그녀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이 상황 속에서 그에게 사랑과 죽음의
그리 우울하지만은 않아요. 겁내지 마세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조르주의 속마음을 엿보려고 한다.
사진제공 : 티캐스트
조르주의 사랑
조르주의 죽음
미적 개념 중에 ‘숭고’라는 개념이 있다. 처음 보았을 때 부담스럽고 불쾌한
영화의 유일한 배경인 노부부의 집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두
감정이 들게 하지만 어느 순간 빠져버리게 하는 그 무엇을 설명할 때 이 단어를
사람의 사랑을 지켜나가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조르주는 딸의
쓴다. 경외의 의미를 포함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숭고는 영화 속
도움까지도 거절해가며 이 공간을 두 사람만의 공간으로 만들어
조르주의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다. 자기 손으로 아내의 숨을 직접 끊는
버린다. 하지만 아내의 죽음과 함께 이 공간은 급격하게 무너져
모습이 경악스럽지만, 이 선택은 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아내를 위한
내린다. *조르주는 유서를 쓰던 중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비둘기를
스스로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나의 대답은 “글쎄...”다. 고통받는
것이다. 몸은 점점 마비되어가고 의사 전달조차 어려운 그녀가 마지막으로
잡아 품에 안는다. 그토록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신들만의
지킬 수 있는 건 인간의 존엄성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스스로 선택할 수
공간을 지키려 했던 그였지만 아내가 부재한 상태에서 이
사람의 곁을 지키고 있다는 만족감 즉, ‘ 나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다하고 있어.’라고 생각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아무리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를 지켜주기 위해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비둘기는 그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생명체이다. 하지만
상대방을 아끼고 사랑한다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 아닌가.
만약 그녀를 계속 옆에 두고 싶은 그의 욕심을 채우려 했다면 그는 그런 결단을
비둘기가 아내를 대신할 수 없다. 결국, 그는 아내의 환영을 따라
그러므로 조르주의 선택은 사랑이고 그 사랑은 숭고하다.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집을 나선다. 영화는 그의 죽음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그가 생각하는 사랑이다.
다만 그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그 공간을 미련 없이 떠나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해답을 내려보자”가 아니라 “이 모든 일이
장면을 보여주며 그의 죽음을 암시한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기억하자”이다. 해답은 그리 중요치
* 조르주가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온다. 창문이 열려있고 그 밑에 안느가 주저앉아있다. 마비되어 버린 몸 탓에 그녀는 스스로 몸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를 보자마자 안느가 말한다. “왜 이렇게 빨리 들어왔어?” 그녀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하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지만 이마저도 그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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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위에서 던졌던 다시 질문을 한번 곱씹어 보자. “평생 사랑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병들었다. 우리는 조르주와 같이 행동할 수 있을까?
않다. 그리고 어느 해답을 내리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 아내가 살아있을 때도 집안으로 비둘기가 날아 들어온다. 하지만 그는 비둘기를 바로 내쫓는다. 이때의 비둘기는 그에게 단지 외부로부터의 침입자일 뿐이다.
다만 미래 상황의 가정을 통해 현재에 더 충실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삶은 유한하지만, 그 안에서의 사랑은 무한하다.
절대로 알아서는 안 되는 죽음
WORDS : 石군
사랑을 하게 되면 누구나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 자신의 죽음을 말이다.
후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가고, 상대방은 그전까지의 자신을 죽인 채
그동안의 생활 패턴, 취미, 패션, 좋아하는 음식 등 이 모든 것을 애정의 대상을 위해 모두 바꾸며
애정의 대상만을 위한 자신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고 있는 사람은 자신을 죽인
자신의 죽음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애정의 대상을 위한 새로운 나의 탄생을 보게 된다. 이 죽음에
채 살고 있는 상대방의 마음을 절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그 상대방은 그럴수록 더 어떻게든 자신의
있어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양쪽 모두가 죽음을 경험하지 않은 채 사랑을 하는 경우일 것이다.
마음을 알아봐 주기 바라는 마음에 몇 번이고 자신을 죽인다. 그리고 더 이상 죽일 수 없는 자신을
하지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연애를 경험한 나로서는 이런 경우는 없거나, 로또 1등 당첨확률보다
보게 되고, 자신이 아닌 낯선 자신을 느끼게 된 순간 이 관계에 죽음이 찾아온다.
낮은 확률로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존재하는 케이스는 양쪽이 모두 죽음을 경험하거나, 한쪽만 죽음을 경험하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떤 선택을 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결국 문제는 단 하나다. 사람은 아무리 사랑을 한다고 하여도 완벽히 상대방을 이해할 수는 없을뿐더러, 자신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이가 다 그렇다는
양쪽이 모두 죽음을 경험했다 해도,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기 자신의 죽음만을 알 수 있을 뿐
것은 아니다. 주변에는 로또 1등 당첨확률보다도 낮은 확률의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도 있으니까.
상대방의 죽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너무나도 좋아했던 것을 상대방을
하지만 그들이 정말 로또 1등에 당첨된 것인지, 양 쪽 모두가 죽음을 맞이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위해 포기했는데, 상대방은 내가 너무나도 싫어하는 저 행동을 왜 포기해주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만약 후자라면, 그럼에도 그들이 성공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문제는 상대방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양쪽에서 피어나와 겹쳐지는 순간 그 죽음은
점진적이고 더디게, 아주아주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여 자신이 죽었는지를 알 수 없을 정도의
무의미하게 되어버리고, 사랑에 죽음이 다가온다.
죽음이었기 때문이리라. 덕분에 행복한 사랑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간절히 바라야 한다. 내가 죽었음을 모르기를. 그리고 상대방 역시도.
죽을 것 같은 질투
WORDS : 이지선
세상에는 사랑에 눈먼 자보다 질투에 눈먼 자들이 더 많다. 사랑보다 질투가 더 뜨겁고, 끈질기고,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그 질투가 사랑을 죽인다. 여자는 애인이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남자는 만나고 있던 애인을 정리하고 이 여자를 만나기로 했다. 연애가 시작되고 알콩달콩 ‘부농짓’을 하며 남자의 친구들과도 슬슬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들과 싸이월드 일촌을 맺은 것이 화근이었다. 남자는 과거의 사진들을 모두 정리했지만, 남자의 친구들이 그럴 이유는 없었으니까. 거기에는 남자가 전 애인과 다정하게 얼굴을 맞댄 사진이 한 장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전 애인의 댓글도 달려있었다. 열면 안 되는 문을 열어버린 것이다. 여자는 남자의 전 애인이 못내 궁금했다. 하지만 남자에게 물어봤자 신통찮은 대답이 나올 뿐이었다. 여자에게 이건 기회였다. 전 애인의 미니홈피에 들어갔더니 이런, 일촌이 아니라 볼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일촌 평과 방명록에 있는 주변 인물들 미니홈피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 애인의 흔적과 일상이 조금씩 나타났다. 그녀의 주변에서는 그들의 이별을 의아해하며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그녀는 최근의 이별이 꽤 힘든 것 같았다. 슬그머니 신이 났다. 샅샅이 뒤져보니 몇 년 전까지는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그러다 메일주소를 알아냈다. 검색을 돌려보니 인터넷쇼핑 문의 글부터 카페 활동내역까지 주르륵 나왔다. 그녀는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보드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 중이었다. 여자도 그 동아리 카페에 가입했다. 카페에 올라온 글을 하나씩 열어보다가 그녀가 시즌 방 술자리에서 멋진 요가 포즈로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그녀는 요가강사였다. 여자는 그녀가 강사로 일하는 요가학원을 찾아내 등록했다. 수업에 들어가니 웹에서만 존재하던 그녀가 실존한다는 사실에 호기심도 더욱 커졌다. 여자는 자신을 알아볼까 봐 조바심이 났지만 가까이 갈수록 왠지 모를 우월감이 생겼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다. * 대상 : 엘리펀트슈 에디터들
바닥에 누워 송장자세를 하고 있을 때 여자의 목 뒤로 차가운 손이 쓱 들어왔다. 순간 목을 조르는가 싶어 눈을 반짝 떴다. 남자친구의 전애인은 달콤한 살 내음을 풍기며 여자의 목 뒤를 마사지해주었다. 이제는 친근한 기분까지 들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고 몇 마디 나누기도 했고, 비 오는 날엔 버스 정류장까지 우산을 같이 쓰고 가기도 했다. 이 여자에게 그녀의 뒤를 밟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매일 별 생각 없이 미니홈피를 들락거리며 몇 개월이 흘렀다. 어느 날 배경음악이 바뀌어 있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잔잔히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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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나오자 여자의 머릿속에서는 갑자기 불길이 일었다. 방금 전에 들어가 본 남자의 미니홈피에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라고 적혀있던 것이 생각나서였다. 불길이 온몸을 휘감았다. 뭐야, 서로 그리워하기라도 하는거야? 불같은 질투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남자를 죄었다. 의심했다. 화를 냈고 날뛰었다. 이유는 분명했지만 사실 이유는 없었다. 그러다 남자가 돌아섰다. 여자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질투는 사랑 때문이었으니까. 죽도록 사랑하면 질투가 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쿨한 사랑 같은 건 진짜 연애가 아니라고 믿었다. 여자가 억울하건 어쨌건
엘슈 1호 부부의 답변 男: 와이프를 위해서는 그럴 수 있다. / 女: 아니오.
시간은 흐르고 남자는 잊혀졌다. 죽을 것 같던 사랑은 생각보다 쉽게 식었다. 그러나 여자의 인터넷 즐겨찾기에는 그 미니홈피의 주소가 남아있었다. 여자는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다. 미니홈피 속의 그녀는 아직도 혼자인 듯했다. 여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창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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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WORDS : 맹선호
힙스터는 어떤 영화를 보는가 <3> 힙스터들이 좋아하는 영화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음악 영화들을 소개하려 한다. 힙스터를 정의하는데 음악이 빠질 수 없는 것처럼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힙스터들에게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지난 1,2편을 통해 계속 이야기해왔다. 그렇기에 음악 자체가 영화의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인 영화들이 그들의 리스트에서 종종 발견되는 건 놀랍지도 않은 일이다. 그 음악적 주제가 그들의 음악 취향과 겹친다면 더욱 완벽할 테고 말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들은 힙스터의 취향을 배제하더라도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흥미로울 리스트가 될 테니, 볼만한 음악 영화들이라고 제목을 바꾸어도 무방하겠다.
What is a Hipster? 유행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스키니 진, 뿔테 안경, 픽시(fixed-gear) 자전거 등으로 대표되는 고유한 스타일과 인디 음악/영화 등의 하위문화(subculture)를 향유하는 부류로 얼리 어덥터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신 유행을 좇는 이들로 여겨지는 것도, 주류와 자신들을 구별 지으며 집단적 우월감을 갖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만은 없기에 종종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음악계의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 지금이 K-Pop의 전성기이듯 음악사적으로 의미 있는 시대가 몇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매드체스터(Madchester, 80년대 후반 영국 맨체스터의 음악 씬)는 특히 흥미로운 시기이다. 24시간 파티하는 사람들 (24 Hour Party People, 2002)에서는 당시 팩토리 레코드(Factory Records : 조이 디비전, 뉴 오더, 해피 먼데이즈 같은 밴드의 소속사로, 당시 폭발하던 클럽문화와 함께 전성기를 누렸다)의 기념비적 이야기가 부풀린 묘사들과 함께 재미있게 그려졌다. 그러니까 망나니로 유명한 해피 먼데이즈(Happy Mondays)의 숀 라이더(Shaun Ryder)가 비둘기들에게 독을 먹여 맨체스터 시내에 하늘에서 떨어진 죽은 비둘기 수천 마리가 나뒹군 실제 사건들 같은 것 말이다. 특히,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의 보컬 이언 커티스(Ian Curtis)는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시드 비셔스(Sid Vicious)만큼이나 영화에 즐겨 등장하는 전설적 존재인데, 그의 이야기는 컨트롤 (Control, 2007)에 담담하면서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또 다른 음악계의 전설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이기 팝(Iggy Pop), 루 리드(Lou Reed) 같은 뮤지션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 1998)은 영화만큼 사운드트랙 앨범도 보물이다. 영화 속 가상의 밴드인 ‘Venus In Furs (루 리드가 있던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의 실제 보컬은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Thom Yorke)라든지 파고들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분량상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같은 감독이 연출한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2007)는 밥 딜런(Bob Dylan)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힙스터 뿐만 아니라 밥 딜런 본인에게까지 인정받았다.
한다. <힙스터지도>는 남다른 취향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애정 어린 시선으로 힙스터 문화와 그 풍류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음악적 로망을 구현해주는 영화 힙스터들은 이제 이 영화가 지겨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High Fidelity, 2000)는 음악적 로망을 구현해주는 영화 중에서도 클래식이다. 지난 편에 언급했던 빌 머레이(Bill Murray)의 대를 잇는 힙스터적 아이콘 같은 존재 존 쿠삭(John Cusack)과 ‘락덕’의 대표 얼굴 잭 블랙(Jack Black)이 함께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며 맨날 어떤 노래가 좋네 안 좋네 티격태격하는 것은 언제 봐도 재미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이 카메오로 잠깐 등장하는 소소한 재미도 놓칠 수 없다. 락앤롤 보트 (The Boat that Rocked, 2009)는 아예 커다란 대형 선박에 해적 라디오 방송국을 차려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고, 올모스트 페이머스 (Almost Famous, 2000)의 주인공은 막 뜨기 시작하는 한 밴드의 투어를 따라다니며 저널리스트의 꿈을 이룬다. <올모스트 페이머스>의 감독 카메론 크로우(Cameron Crowe)의 저널리스트 시절을 투영했다고 하는데, 그루피로 출연하는 페니 레인(Penny Lane) 캐릭터는 70년대 모델이자 뮤지션이었던 베베 뷰엘(Bebe Buell)에게서 따왔다고 한다. 그녀는 리브 타일러(Liv Tyler)의 엄마로, 스티븐 타일러(Steven Tyler) 뿐만 아니라 데이빗 보위, 믹 재거(Mick Jagger) 같은 70년대 스타 뮤지션들과 염문을 뿌린 걸로 유명하다.
음악 다큐멘터리 음악 다큐멘터리들도 빼놓을 수 없다. 블록 파티 (Block Party, 2005)는 미국의 코미디언 데이브 샤펠(Dave Chappelle)이 2004년 브루클린 거리에서 열었던 특별한 공연을 미쉘 공드리(Michel Gondry : 팬층이 확고한 감독으로 힙스터 팬도 많다)가 촬영한 다큐멘터리.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모스 데프(Mos Def ) 같은 힙합 뮤지션들이 총출동한 이 공연에는 로린 힐(Lauryn Hill)이 소속사의 반대를 딛고 푸지스(The Fugees)의 재결합 공연을 펼친다. 시규어 로스(Sigur Rós)가 아이슬란드 곳곳에서 펼쳤던 공연들에 대한 기록인 헤이마 (Heima, 2007) 역시 수많은 힙스터들을 매료시켰으며, 디트로이트의 무명 뮤지션 로드리게즈(Rodriguez)가 남아프리카에서는 유명세를 얻고 있었다는 실로 영화 같은 이야기를 다룬 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2012) 은 최근 이 리스트에 등장했다. 다큐멘터리 덕분에 재조명된 로드리게즈는 힙한 페스티벌로 꼽히는 미국의 코첼라(Coachella)와 스페인의 프리마베라 사운드(Primavera Sound) 페스티벌 2013년 라인업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힙스터지도>를 끝맺으며 지난 몇 달간 엘리펀트슈에 양질의 기사들이 넘쳐나는 관계로 그동안 마지못해 휴재했었다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변명과 함께 이렇게 돌아오자마자 끝맺는 인사를 드리게 되네요. 기다리는 독자는 거의 없을 거란 생각에도 불구하고 계획했던 영화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싶었고, 그 김에 이렇게 제대로 끝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힙스터지도>는 아마 엘리펀트슈 사상 가장 많은 악플이 달린 시리즈가 아닐까 합니다. (뭐, 어차피 다른 글에는 리플이 거의 안 달리므로 이 점에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처음 웬 ‘병맛’ 같은 악플을, 그것도 달린 지 두 달여 후에 발견했을 땐 이틀간 의기소침해 있었지만, 뭐 세상일이란 게 다 잊히는 법 아니겠습니까. 뭐, 발견한 그날은 마침 글로벌 개더링에 오비탈(Orbital)을 보러 놀러 갔을 때라 기분을 조금 망쳤지만 말이지요. (그 악플에 힙한 댓글을 달아주신 익명의 독자분께는 아직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첫 악플이 달렸던 힙스터 영화시리즈 1편을 정좌하고 앉아 다시 읽어보아도 구성이며 분석력이며 나쁘지 않던데요? (고백하자면, 도입부는 좀 뜯어고치고 싶습니다만.) 그래도 간혹가다 달리는 힙스터를 지인으로 둔 분들의 공감 리플에 저는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생각해보니 힙스터란 소재를 다루는 기사에 비꼼이 난무하는 리플들이 달리는 것이야말로 적절한 반응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련의 귀찮은 행위들, 그러니까 이 시리즈를 굳이 읽고, 굳이 리플을 단다거나 링크를 추출해서 트윗하는 독자들이야말로 힙스터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추측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이 시리즈의 본질에 충실한 결과를 얻은 것이란 자화자찬과 함께 <힙스터지도>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힙스터를 좋아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것은 당연히 악플 때문은 아니고, 저의 냄비 같은 습성 덕분에 예전만큼 힙스터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힙스터들이 깔린 런던을 떠난 지도 이제는 꽤 지나 현실적 소재가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처음엔 런던에서 흔해 빠지다 못해 여기저기서 조롱당하던 힙스터란 존재에 대해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때문에 이 시리즈를 시작한 거였는데, 이제 이 정도면 됐지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지난 수년간 힙스터 관찰을 해오며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배우고, 또 공유할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힙스터지도>는 끝나지만 힙스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얼마 전 비치 하우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가슴 속에도 힙스터 취향 삼천 원쯤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언제든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긴다면 특집기사로 깜짝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밑밥은 일단 깔아놓고 떠납니다. 그동안 관심 가져주신 분들 감사해요. (첫 번째 악플 단 당신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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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폴즈 파이브의 공연을 보지 않았다간 큰 탈이 날게야!
WORDS : 石군
벤 폴즈 파이브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엄청나게 많다 보니
아무튼 내 마음속 우상인 벤 폴즈와의 첫 만남은 2008년 후지 록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심히 고민이 되지만, 우선 그들의
페스티벌에서였다. 지금은 누구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다른 팀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처음으로
공연을 보러 이동하면서 곁눈질로 벤 폴즈의 공연을 구경하고 있었다.
들은 곡은 ‘Song for the Dumped’였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향해서 “내
패기 있게 비가 오는 날 진흙탕에 쪼리를 신고 걸어가고 있던 나는
돈 내놔! 그리고 내 검은 티셔츠 돌려주는 것도 까먹지 말고!”라고 외치는
제대로 미끄러졌고 생애 처음으로 느껴보는 고통을 맛봤다. 지나가던
이들의 패기에서 강한 희열을 느꼈고, 내 언젠가는 이런 롸킹한 모습을 한 번쯤은 보여주고 말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그때 내 나이 열일곱. 한참
친절한 일본인은 내게 “ 다이죠부데스까?(괜찮으세요?) ” 라고 물었고, 나는 “다이죠부데스(괜찮습니다.)”라고 답했다. 하나도 안
혈기 넘치는 고딩이었지만, 이런 패기를 보여줄 기회는 없었다. 고딩은
괜찮았지만, 건담 애니메이션으로 습득한 일어는 여기까지였으니
고딩인데 남고 다니는 고딩이었으니까. (남고 학생 여러분 힘내세요!)
다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간신히 의무실에 도착한 나는 페스티벌
어쨌든 그로부터 14년이 지났지만, 이 패기를 시전할 기회는 여전히
현장에서 엑스레이 세 장을 찍고, 인대가 끊어진 것 같다는 소견서를
없었다. 그렇다고 그동안 내가 솔로였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소심했을
받고, 간이 깁스를 하고, 목발까지 받는 호사를 누렸다. 가난한 고(苦)
뿐이다. 솔직히 집에서 소심하게 외쳐보긴 했다. 마음속으로.
축제인으로서 치료비를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진료비는 무료였다.
EXPECTED SETLIST
Michael Praytor, Five Years Later Jackson Cannery Hold That Thought Selfless, Cold and Composed Erase Me Landed Sky High Thank You For Breaking My Heart Brick Do It Anyway Army Underground Song for the Dumped
“후지락은 친절했습니다.” 여기에서 내가 얻은 교훈은 벤 폴즈님의 공연을 보지 않았다가는 큰 사달이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그 후 벤 폴즈님이 내한을 하면 조건반사처럼 공연장을 찾았고, 이번에도 역시 벤 폴즈님의 내한이라는 조건에 티켓구매라는 반사반응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 벤 폴즈님을 모르는 분은 괜찮습니다만, 혹시라도 벤 폴즈님을 안다면 이 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벤 폴즈님 내한이 잡혔다는 것을 몰랐다면 몰라도, 알고 나서도 보지 않는다면 큰 우환이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요. 그런데 어쩌죠? 당신은 이미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셨으니 어쩔 수 없네요. 얼른 티켓을 준비하세요. 그리고 최근 셋리스트를 살펴본 결과 작년에 발표한 신보 [The Sound of the Life of the Mind]의 10곡 중 8곡 정도를 부르니 신보를 꼭 듣고 가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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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음악 - [59] 코코어의 베이시스트였던 김재권님의 프로젝트 59의 일렉트로닉 앨범 [가고 오는 정든 길]. 그렇게 화려하지도 신 나지도 않지만 구수하고 정감 있는 일렉트로닉이라 은근히 자주 듣게 된다. 코코어 4집부터 조금씩 시도된 일렉트로닉은 대부분 재권님의 작업이었던 듯.
이달의 영화 - [서칭 포 슈가맨] 록 문화를 전반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소문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은 영화. 로드리게스라는 70년대 가수에 관한 내용으로, 시공을 넘나드는 기막힌 다큐멘터리이다. 이 영화를 보고 그의 앨범이 사고 싶어졌다.
이달의 감상 - [이사] 공기 좋고 풍경 좋은 단양에서의 1년을 벌써 다 까먹었다. 집계약도 기한 끝. 집주인을 위해 전세광고 A4용지 출력. 25분 정도면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도시를 한 바퀴 빙 둘러가며 붙이고 보니, 왠지 모르게 머쓱하고 미안함이 밀려온다. 1년을 살면서 단양 팔경조차 다 돌지 못하고 이사를 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다. 아기자기하게 계획했던 1년이 별 성과 없이 사라져 머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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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수와 오렌지 앰프 "이 물이 우리나라 물 중에 최고야." "그래? 진짜 제주도에서만 판매되는 거야?" WORDS : JUNE
세상에는 물건이 참 많다. 그리고 그에 얽힌 얘기도 많다. 만물 PH.D 과정을 수료한 김박사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렇다니까. 그래서 이번에 제주도 온 김에 두 박스 사갈 거야." 위 이야기는 아주 아주 오래전, 불독맨션의 이한철 형님과 지인 사이의 실제 대화 내용이다. 얼마나 오래된 이야기냐면 대화 속 제주도에서만 판다는 이 물이 현재 우리가 편의점에서 쉽게 사 먹는 삼다수일 때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두 박스를 서울까지 힘들게 사간 분은 일주일 뒤 당혹스러운 뉴스를 접한다. '제주 삼다수 전국유통!' 이 얘기를 한철 형님에게 전해 듣고 정말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바로 오늘 소개하려는 오렌지 앰프 역시 뮤지션들 사이에서 삼다수와 비슷한 이미지로 여겨진다.
'영국 사운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삼다수가 전국 유통이 되지 않던 그 '아주 아주 오래전'에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뮤지션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영국 밴드들이 어떤 이펙터 조합으로 앰프를 통해 앨범에 담긴 사운드를 만드는지는 공부를 한다고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몇몇 정보에 밝은 뮤지션들이 이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영국에 오렌지라는 앰프가 있는데, 여기에 연결만 하면 바로 영국 사운드가 나온대!!" "이름이 오렌지야?" "응! 앰프 색깔도 오렌지색이고, 조작할 버튼도 몇 개 없어서 너무 간단하대!"
실제로 그러했다. 오렌지 앰프는 노브* 가 몇 개 되지 않아 기타를 꽂으면 영국 사운드가 바로 튀어나오는 느낌이었다. 노브를 확확 돌려도 본질적인 특성이 크게 바뀌지 않아 톤을 정리하는 과정이 굉장히 간단했다. 쉽게 만들 수 있는 영국 사운드! 뮤지션들은 열광했다. 몇몇 뮤지션들은 거금을 들여 배편으로 오렌지 앰프를 들여와 공연에 사용했고, 관객들은 그 소리를 직접 들으며 역시 말로만 듣던 훌륭한 앰프라며 놀라워했다. 물론 앞에서 말한 대로 '아주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다.
지금은 이러하다. 오렌지 앰프는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80여 개국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기술력과 위치 등 모든 조건이 가장 적합한 인천에 공장을 세웠다. 그 이후로 국내에서는 방송을 비롯해 페스티벌, 혹은 공연장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앰프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눈에 많이 뛴다고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이 낮아진 건 아니다. 오히려 제주도 물 삼다수처럼 영국산 오렌지 음료를 서울에서 편안하게 마시는 느낌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오렌지 앰프의 역사 오렌지는 1968년 런던, 클리포드 쿠퍼(Clifford Cooper)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사실 앰프 제조 회사가 아닌 녹음 스튜디오가 시작이었다. '오렌지 앰프' 전에 '오렌지 스튜디오'라는 이름이 먼저였던 것이다. 클리포드는 친구 브라이언 햇(Brian Hatt)과 건물 지하에 직접 못질과 납땜을 하면서 스튜디오를 만들었고, 곧 뮤지션들이 너도나도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스튜디오가 되었다. 이유는 굉장히 스튜디오가 넓었음에도 건물 주변에 주거하는 사람이 없어 큰 사운드로 녹음을 할 수 있었기 때문. 그것도 한밤중에 말이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클리포드가 1968년 가을, 100와트 앰프를 디자인해 매트앰프(Matamp)사에 주문한 것이 오렌지 앰프의 첫 시작이었다. 그 이후 큰 인기를 끌었던 OR120이 개발되었고, 오버드라이브 버전인 OD120 역시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참고로 오렌지 기타 앰프는 EL34라는 진공관을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70년대에는 헤드와 캐비닛이 합쳐진 형태인 콤보 스타일의 앰프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으며, 90년대와 2000년 초반에는 AD 시리즈, 2001년에는 Crush 시리즈, 2004년에는 Rocker 시리즈를 연속해서 선보였다. 그 후 Rocker시리즈에 리버브(Reverb) 기능을 강화한 Rockerverb를 내놓았고, 2010년에는 여기서 더 업그레이드된 Rockerverb MK2를 출시하였다. 이렇게 끊임없이 등장한 앰프 중에서도 가장 획기적인 제품은 2006년 첫선을 보인, 휴대가 간편한 기타 앰프 Tiny Terror가 아닌가 싶다. 말 그대로 휴대성을 가장 우선시 한 이 앰프는 가격 대비 성능으로 보면 테러 그 자체였다. 뒤에 Micro Terror, Dual Terror, Dark Terror로 시리즈가 늘어났는데, 그만큼 많은 기타연주자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모델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소수 마니아와 프로뮤지션을 위한 시리즈도 계속 개발하고 있다. 커스텀 샵 모델인 Retro50, AD50, 40주년 기념 모델이 그것이다. 참고로 Tiny Terror가 69만 원인 반면 2008년에 40개만 한정 생산한 40주년 커스텀샵 모델은 800만 원이다. 국내 오렌지 앰프 중고가가 현지 새 제품 가격보다 비쌌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적당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개인이 사용하기엔 너무 비싼 앰프인 사실이 슬프다. P.S. : 오렌지의 설립자 클리포드 쿠퍼는 영국 내에 오렌지란 상표 등록을 다방면으로 해놓아 오렌지 모바일* 을 비롯해 오렌지 이름과 관련된 업체로부터 엄청난 로열티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상 영국 친구에게 들은 믿거나 말거나 정보.
사진제공 : 오렌지 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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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 노브 – 앰프의 소리를 조절하는 둥근 모양의 버튼 * 오렌지 모바일 – 영국의 이동통신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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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어쩌면 저 근사한 앨범 재킷을 엘리펀트슈 지면에 얹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원빈이 내 남자는 아니더라도 그의 얼굴이 박힌 브로마이드를 소장하면 마치 그가 어느 정도(!) 내 남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두 멤버의 친조부가 모델이 된 이 앨범 재킷은 뮤지션으로서의 진정한 시작점을 알리는 첫 정규 음반에서 그들이 가진 향후의 포부까지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타이틀 곡 ‘Guns for Hands’를 비롯한 그간의 대표곡들을 잘 정리해 발매했으니 음악에 대한 부연설명은 따로 하지 않겠다. 덧붙이자면, 한국 발매반에는 여섯 곡의 보너스 라이브 트랙이 추가됐다고 하니 이 점 꼭 기억할 것.
2013년의 비-사이드인 지금을 위한 비-사이드 앨범
DEAD IN THE BOOT
WORDS : 石군
Elbow 2012.9.27 Fiction/Polydor
신년이 되고 나니 사주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러던 중 사주는 음력과 관련되어 있어 구정이 지나기 전에 보는 것은 신년 운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는 새해를 맞았지만, 아직도 지난 2012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이 모호한 시기에 모호한 앨범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의 브릿팝 밴드 엘보우의 비-사이드 앨범 [Dead in the Boot]다. 2011년 발표한 앨범 [Build a Rocket Boys]를 통해 최고 전성기에 오른 그들은 자신들의 15년 음악 역사에서 비-사이드로 묻힌 곡 중 13곡을 골라 앨범을 발표했다. 10번 트랙 ‘BuffaloGhosts’를제외하곤대부분이2005년이전의곡이다.큰인기를누린 최근 앨범의 비사이드 곡이 아닌 초창기의 곡을 고른 이유는 이번 앨범을
나후 (Nahu)
스탠딩 에그 (Standing Egg)
하비누아주 (Ravie Nuage)
브로콜리 너마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김일두 & 하헌진
사비나 앤 드론즈 (Savina & Drones)
램넌츠 오브 더 폴른 (Remnants Of The Fallen)
통해팬이된이들에게보내는메시지일것이다.자신들의과거도봐달라는.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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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앨범 커버에 덧붙이는 단편 소설 WORDS : 물고기군
공장지대
그
는 몇 년째 돈을 벌지 못했다. 생활은 부모님이 매달 부쳐주는 돈으로 꾸려갔다. 동생도, 가끔 건너뛰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대체로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탰다. 그는 처음 얼마간, 한 반년 정도는 그런 생활에 굴욕감을 느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런 굴욕감도 자신이 극복해야 할 여러 문제 중 하나로 여기기로 했다.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고, 장사나 사업을 하기에는 주변머리가 없었다. 그는 그 사실을 두 번의 사업 실패 이후에 깨달았다. 그는 웬만하면 자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원했다. 동료나 거래처나 직원이나 심지어 손님이나 누구도 만나지 않는 그런 사업이 있다면, 그게 바로 그가 원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턱이 없었다. 닥치는 대로 뭔가 일을 해야 했지만, 그는 아직 자신에게 시간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그는 의류사업에 관심이 갔다. 몇 년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변화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자신의 옷조차도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올라가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또 어쩌면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신의 몸뚱이가 어떤 옷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느꼈다. 어떤 옷을 입어도 도무지 맵시가 나지 않았다. 그 후로 옷에 관심을 끊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옷을 사는데 재미를 붙였다. 그는 진지하게 의류 쇼핑몰을 해볼까 생각했다. 심지어 패턴이나 재봉을 배워서 직접 옷을 제작하는 일까지 고려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원에 다녀야만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한 지가 몇 달 전인데도 그는 단지 옷을 사기만 할 뿐이었다. 어쩐 일인지, 그 옷들이 썩 잘 어울렸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오늘 받아볼 옷 생각이 났고, 택배 상자를 개봉할 때마다 마음 깊이 행복감을 느꼈다. 그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거울이 무슨 마법을 부리는 걸까? 그가 사는 옷은 대부분 값싼 보세 옷들이었다. 그리고 구입한 제품의 반 가까이를 한 번 입어보고 나서 반품했다. 맘에 들지 않아서 그러기도 했지만, 때로 그렇게 반품하려고 구입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거울에 한 번 비춰보기 위해서. 그렇다 해도 결국에는 돈이 부족했다. 처음에는 단지 몇 십만 원이었다. 카드 서비스로 그 Pat Metheny – And I Love Her Album : What`s It All About
정도는 별 부담 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먹는 거나 다른 지출을 줄여서, 즉, 그다음 달에 그렇게 해서 금방 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하듯이 일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몇 백만 원이 되었다. 그는 동생이 일하는 공장에 찾아갔다.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면서 공장지대에 도착했을 때는 집에서 출발한 지 두 시간도 넘어서였다. 그러고도 다시 마을버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천 원짜리 지폐를 발견했다. 그가 돈을 주워 주머니에 챙겨
불빛에 도로가 번들거렸는데, 아무리 기억해 봐도 언제 비가 왔는지 알 수 없었다.
같은, 공장지대 내를 운행하는 조그만 버스를 타고 30분을 더 들어갔다. 그는
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두 사람이 걸어왔다. 젊어 보이는 남녀였다.
공장지대는 계속 이어졌다.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건물들. 철망. 송전탑. 그리고
문득 동생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떠올려봤다. 명절이나 부모님 생일
보자마자 그는 단박에 그들이 돈의 주인임을 알아챘다. 바닥을 살피면서 그들은
유난히 하얗게 빛나는 가로등이 반듯하게 줄을 맞춰 저편까지 이어져 있었다.
때는 반드시 부모님 집에 모여 식사를 했으므로, 금방 그 날짜를 추측해볼 수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왔다. 꼬마야, 여기서 혹시 천 원짜리 못 봤니? 여자 쪽이
그는 문득 고독감을 느꼈다. 어쩐지 쌀쌀하게 느껴져서 후드를 뒤집어썼다. 도로
있었는데(약 두 달 전에 어머니 생일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날의 일이 하나도
물었다. 남자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확신을 하고 있었다.
한가운데 이상하게 기차 레일 같은 쇠줄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는 그 가운데로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렇게 동생의 공장에 와보는 건
“난 깜짝 놀랐어.” 동생이 말했다. “형이 못 봤다고 했을 때 말이지. 난 당장 그 두
걸었다. 옛날 생각이 났다. 그때도 이렇게 혼자 걸었던 것 같다. 동생에게 받은
처음이라는 사실이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나서 곧바로 취직했으니 벌써 십
사람이 형의 주머니를 뒤질 거라 생각했는데…… 안 그랬지.”
돈으로 카드빚을 갚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그 돈으로 해야 할
년도 넘게 동생이 다니는 공장이었다.
그는 가만히 있었다.
일은 옷을 사는 일이었다. 그는 그 생각만 했다. 얼마 전 노트북 화면으로 보았던
공장이름을 확인하고 들어가려는 데 수위실에서 붙잡았다. 그는 동생 이름을
“왜 그랬을까?”
재킷 생각을 했다. 진짜 멋진 옷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는 매일 집에만
댔다. 수위는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공장은 한 채 건물만 해도 엄청나게 커
“뭐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자신이 바닥을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가
보였는데, 그런 건물이 뒤쪽으로 몇 채 더 이어져 있었다.
“그냥 왜 그랬는지 궁금해.”
문제일까? 왜 나는 입고 나갈 데도 없는 옷들을 구입하는 걸까? 그들이 다가왔을
직원 휴게실은 식당도 겸하는 곳으로 역시 엄청나게 넓었다. 여섯 명이 앉을 수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속이 메슥거렸다. 동생의 넓은 바짓단이 눈에 들어왔다.
때, 그는 자신이 그 돈을 못 봤다고 하리라는 걸 짐작조차 못 했다. 그는 아무
있는 테이블이 백여 개는 돼 보였다. 작업 중이라 그런지 테이블에 앉아 있는 건
형편없는 옷이었다. 그는 동생이 좀 더 멋지게 옷을 입길 바랐다. 동생은 형을
생각이 없었다. 그랬다. 그는 그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려줄
그 혼자뿐이었다.
바라봤다. 어쩐지 형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젊어진 느낌이다. 그러고
수가 없었다.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문득 아직도 그들이 그 돈을
동생은 유니폼 점퍼를 입고 있었다. 처음 보는 옷이었다. 바지는 사복인 것
보니 형은 아주 멋지게 보였다. 살도 많이 빠지고, 얼굴 피부도 좋아졌다. 옷도
찾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히 지상을 헤매는 게 아닐까. 그는
같았는데, 보통의 정장 바지로, 그가 보기에는 바짓단이 너무 넓었다. 동생은
아주 멋졌다. 마치 연예인 같다고 동생은 생각했다. 쫙 달라붙는 바지에, 조금
괴로움을 느꼈다. 그게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닌가. 그 바닥에 떨어진 천 원짜리를
직접 올 필요는 없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네가 일하는 곳도 보고 겸사겸사
헐렁한 후드 야상을 입고 있었다. 동생은 형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봤을 때, 자신이 느꼈던 말 못할 행복감이 어디서 왔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온 거라고 말했는데,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금방 테이블에 사람들이 차기
어렸을 때부터 항상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었다. 공부도 나았고, 운동이나 예술적
고작해야 천 원짜리일 뿐인데. 그것으로 살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천 원어치
시작했다. 모두가 동생과 같은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만 다른 옷이었다. 말을
재능이라 할만한 부분에서도 나았다. 동생은 자신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뿐인데. 그는 도저히 그 돈을 돌려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돈은 이제 그의
하는 건 대개 동생 쪽이었다. 그의 생활에 대해서 뭔가 묻지는 않았다. 그는 그런
없다고 느꼈다. 사실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그냥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동생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동생의 배려를 느꼈다. 그것이 그를 오히려 초조하게 만들었다.
뿐이었다. 그런 성실성을 누군가는 훌륭하게 여기겠지만 정작 스스로는 가치가
그는 멈춰 섰고, 공장지대를 둘러봤다. 그가 본 옷은 정말 멋진 옷이었다. 단지
밖으로 나와서 담배를 나눠피웠다. 어느새 주위는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없다고 느꼈다. 동생은 그때 형이 그들에게 천 원짜리를 못 봤다고 했을 때 정말
그게 자신한테 어울릴지가 의문이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는 한참 동안 그
마당을 가로질러 사람들이 줄지어 건물 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멍하니
놀랐다. 형은 그런 사람이었다.
자리에 서 있었다. 모든 게 그 천 원짜리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는 세상에 대해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두워지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다시 동생
버스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안내판을 봤더니 배차간격이 한 시간가량 되어서,
생각했다.
쪽을 바라보았다. 문득 동생이 둘이 아주 어렸을 때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그는 걷기 시작했다. 가다가 버스가 오면 올라탈 생각이었다. 밤이 되었고, 거리는
어느 날 둘은 아파트 뒤편 한적한 도로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그가
텅 비어 있었다. 도로에도 차가 거의 없었다. 마치 비가 내린 후처럼 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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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치고 그리 비싸지는 않네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arcadefire로 멘션 날려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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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밴드 로고에 자극적인 커버하면 영국밴드 스웨이드(Suede)를 빼놓을 수 없죠. 무려 11년 만의 정규 앨범인 [Bloodsports]은 타이틀만큼이나 강렬한 이미지의 커버를 선보였네요. 3월 앨범 발매에 앞서 미리 공개된 트랙 ‘ Barriers ’ 는 그동안의 시간의 흐름만큼 세련되어진 사운드가 느껴지는군요. suedebarriers.viinyl.com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니 들어보세요. 그나저나 브렛 앤더슨의 퇴폐적 관능미는 여전하네요.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싱글 ‘Where Are We Now?’ 발매 소식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혹시나 기대하면서도 역시나 나오지 않을 거라 여겼던 새 앨범도 [THE NEXT DAY]라는 타이틀로 올해 3월 발매 예정입니다. 이미 거장인 그의 ‘그 다음 날’은 어떤 모습일까요? ‘Where Are We Now?’로 미리 느껴 보아요.
2011년 [Angles] 앨범 이후로 거의 2년 만에 스트록스(The Strokes)가 다섯 번째 앨범에 수록될 신곡 ‘One Way Trigger’를 온라인상에 선 공개했습니다. 예전 인터뷰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노르웨이 신스팝 그룹 아하(A-Ha)의 ‘Take On Me’가 많이 생각나네요. 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군요.
4월 12일부터 2주간의 주말 동안 열리는 미국의 코첼라(Coachella) 페스티벌 라인업이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스톤 로지스(Stone Roses)와 블러(Blur)의 더블 헤드라이너부터 루 리드(Lou Reed), 시규어 로스(Sigur Rós),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뿐 아니라 쟁쟁한 신인 밴드들까지 정말 최고군요. 피닉스(Phoenix)가 헤드라이너라는 게 약간 의외이긴 합니다. 지난 앨범 [볼프강 아마데우스 피닉스(Wolfgang Amadeus Phoenix)]에 이은 이번 앨범 [파산! (Bankrupt!)]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지네요.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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