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PENDENT ROCK MAGAZINE VOL.70 / www.elephant-shoe.net / 2013 JUNE TABLOID 19
Bull dog Mansion 페스티벌 춘추전국시대 김간지 X 하헌진
SMALL TALK WITH MUSIC EDITOR’S NOTE
EPISODE : 휴가
장은석
BING CROSBY & LOUIS ARMSTRONG – GONE FISHIN’ 5월이 되고 나서야 좀 따뜻해지나 싶더니 어느새 30도를 훌쩍 넘기는 한여름 날씨로 변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장마라도 시작된 것처럼 3일 내내 비가 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요즘의 계절은 봄은 건너뛰고 여름으로, 그리고는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로 바뀌는 게 트렌드인가 봅니다. 그러다 보니 날씨는 엄청나게 춥거나 덥거나 둘 뿐이라 날씨마저도 극단의 대비를 즐겨야 할 듯합니다. 물론 더운 날씨는 더운 날씨대로, 또 추운 날씨는 추운 날씨대로 자극적인 매력이 있지만, 봄과 가을이 가진 여유로움을 느낄 수는 없죠. 그래서 봄 날씨를 만나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엘리펀트슈는 여름이나 겨울이 아닌 봄과 가을에 있는 음악과 뮤지션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음악의 분위기가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엘리펀트슈 독자라면 알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자극적이고, 치열한 여유로움을 담겠습니다. 이번 호가 그런 것처럼요.
Album : Bing Crosby ~ Louis Armstrong (1960)
아버지께서 여행회사에서 일하셨지만 정작 휴가 시즌에 휴가를 가본 적은 없다. 휴가 시즌은 여행회사가 가장 바쁜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신 낚시가 취미이신 아버지와 함께 1박 2일의 출조를 자주 다녔다. 그러다 보니 조용하고도 한가로이 보내는 시간이 휴가라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시끌벅적한 여행은 다녀온 것 같지만, 조용한 휴가는 가져본 지 오래다 보니 낚시라도 하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JEE
GENERATIONALS - PUT A LIGHT ON Album : Heza (2013)
무심코 본 영화를 시작으로 마음먹고 떠나본 첫 여행이 페스티벌이었다. 2007년 이후부터 나의 휴가는 아마도 줄곧 페스티벌이 되었던 것 같다. 고생스럽고 많은 돈이 들긴 해도 휴가철 바닷가, 휴양지 등 어디를 가나 돈은 들고 사람들에게 치여 고생했던 경험에 비하면 이왕 음악도 있고 낭만과 일탈이 있는 페스티벌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마음의 여유도, 주머니도 비었지만, 내년엔 다시 한 번 배낭을 짊어지고 반드시 떠나보겠다! 라는 휴가 계획을 세워본다.
5월 28일 장은석
JUNE
ROLL SP!KE - MONOSCOPE Album : Half a Second (2012) 쉬고 싶다. 푹.
이지선
CASSANDRA WILSON – TIME AFTER TIME Album : Traveling Miles (1999)
나는 말만 프리랜서지 반 백수라 사실 따로 휴가가 없다. 일이 없으면 그냥 휴일이니까. 내가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남들 일할 때 카페 테라스에 앉아 낮부터 맥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엔 그게 여의치 않다. 물론 엘슈의 빡빡한 스케줄도 있지만, 좀체 맥주를 마실 만한 곳을 찾지 못해서이다. 조용하고 테라스도 있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없는 그런 곳만 찾으면 나는 언제든 휴가를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카산드라 윌슨의 목소리를 더하면 금상첨화겠다.
Julian Kim
SPLASHH - VACATION Album : Comfort (2013)
요즘 친구들과의 대화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제 곧 호주로 돌아가는 한 친구는 숙소와 먹을 걸 제공할 테니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 타지에서 고생할 게 뻔한 이 친구가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나도 고마웠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럴 때면 예전에 친구들과 함께 여행 가서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마음을 붙들어 놓고 있다. 춥고 배고프고 길 위에서 노숙해도 좋으니 제발 어디론가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맹선호 표지에서 이한철이 입고 있는 셔츠, 바지, 서스펜더 모두 스토리지 앤 코(Storage & Co.)
ELEPHANT-SHOE tabloid issue No.19 / 2013 JUNE Publisher 장은석 / ewanjj@naver.com Editor-in-Chief 장은석 / ewanjj@naver.com Founder & First Director June / dafunk@hanmail.net Director JEE / seg1129@naver.com Julian Kim / comfortingsounds.vol1@hotmail.com 맹선호 / pluto116@naver.com 용식 / bleutk@gmail.com 지은 / cacaocat@naver.com Editor 김현수 / kitschiker69@naver.com Art Director NOKID / starfucker6@naver.com 이지선 / aniklee@naver.com 윤희진 / hujjin@naver.com
MOBY - LIFT ME UP Album : Hotel (2005)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신적으로 완전한 휴가란 휴거의 그날이 오기 전까진 불가능할 것 같다. 그 어떤 족쇄도 없는 자유를 느끼기 위해 떠나지만, 돌아가야 할 현실이 있는 휴가라는 것은 최소 1mg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복귀에 대한 괴로움이 점점 거대해지며 그 끝을 맺는다. 그렇다고 그 휴가가 끝없이 이어진다고 해결되느냐. 아니, 휴가 역시 반복되는 순간 일상이 되어버릴 테다. 결국, 우리는 현실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야 할 운명임을 받아들이고, 휴거의 그날까지 그저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지 별수 없다. 현실을 정 잊고 싶을 땐 술이라도 마시면서.
NOKID
LOVE X STEREO - SOUL CITY(SEOUL CITY) Album: Off The Grid (2012)
지방대를 다니던 내게 서울은 휴가의 도시였다. 만화행사도 열리고 만화책도 총판을 이용해 싸게 살 수 있고 심지어 중고만화책도 다양하게 살 수 있다. 홍대 클럽으로 공연도 가끔 보러 갈 수 있었고 이대나 홍대 곳곳에 숨어있는 중고 CD가게를 산책하며 1장의 CD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헤매곤 했다. 2006년의 이야기다. 지금의 서울은 내겐 그때완 다르다. 나 자신이 재미없어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 내게 있어 서울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좀 줄어든 도시 같다.
지은
TEXTURE LIKE SUN - WEEKEND Album: Texture Like Sun (2012)
친한 친구가 무척 근사한 남자애에게 고백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 남자애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 아이가 고백이라는 걸 할 당시에 내 친구에게 했던 약속 때문이었는데, 그게 아마 “앞으로 평생, 주말 같은 나날을 만들어 줄게.”였을 거다. 아쉽게도 그 약속은 다 지켜지지 못한 셈이 되었지만, 그 이야기는 되려 그들의 이야기와 아예 무관했던 내게 영향을 미쳤다. 나도 모르게 ‘애틋함=주말 같은 것’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각인된 것이다. 특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쁜 요즘엔 그 이야기가 종종 떠오른다. 하루하루를 주말로 만들어줄 수 있는 이와 함께 지낼 수 있다면 사실 휴가라는 건 얼마든지 반납할 준비가 되어있다.
Registration Number / 마포,라00343 Published by Elephant-Shoe / www.elephant-shoe.net Printed by 솔텍 / 서울 중구 필동2가 120-1 *엘리펀트슈 타블로이드의 본문은 아모레 퍼시픽에서 제공하는 아리따 글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ll Rights Reserved 2013 Elephant-Shoe
김현수
LINKIN PARK - FAINT Album - Mateora
어리바리한 이등병이었던 내가 손꼽아 기다려온 백일휴가의 첫 행선지는 가족이 기다리는 집도 아니요, 친구들이 기다리는 학교도 아닌, 린킨 파크의 내한공연이 열리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었다. 비록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나에겐 여전히 최고의 밴드 중 하나로 뽑히는 그들. 연주곡인 'The Requiem'에 이어 ‘Faint'가 나오자 나는 그 자리에서 그만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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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CONTENTS
Bull dog Mansion 04 불독맨션의 귀환
수많은 밴드의 이름으로 빼곡한 페스티벌 포스터에서도 눈에 띄는 이름은 있기 마련
페스티벌 춘추전국시대 09 제1막: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각양각색의 페스티벌들이 5월부터 가장 뜨거울 올여름을 예고하기 시작했다
10 제2막: 무림에는 고수가 많지
올여름 국내 페스티벌을 줄 세워 하나하나 따져본다
12 제3막: 바다 너머의 흐름에도 정통할 것
태평양 너머의 페스티벌들은 어떤 개성으로 페스티벌 전쟁에서 승부수를 띄우는가
13 제4막: 진정한 고수는 정상에서 재회한다
수십 년 동안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온 밴드가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치게 된다면?
Spectrum
2013 JUNE no.19
페스티벌은 사랑입니다
14 페스티벌은 캠핑입니다
캠핑도 안 하는 게 페스티벌이야?
자유, 그리고 페스티... 아! 글래스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되는 완벽한 자유의 땅
1999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어느 20세기 소년의 처음이자 마지막 록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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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간지 X 하헌진 마초와 마초, 그리고 블루스 LABEL SAFARI R&S RECORDS 제임스 블레이크를 발견한 인디 레이블 THE ROOM vol.5 시절을 불러온 방 옷 만드는 일러스트레이터, 민재기 만물박사 김박사 FESTIVAL PACKING 페스티벌 한번 가는 데 이렇게나 많이 필요해?
LIST
MUSIC VIDEO STILL HERE 나만 아는 나, 나만 모르는 나 Lemaitre - Fiction INTRODUCE MYSELF 9와 숫자들 | 얄개들 | 트램폴린 | 위댄스 코끼리 신발 # 그들이 엘리펀트슈에 오기까지 NOKID가 그리는 엘리펀트슈 이야기 ORIGINAL SOUND NOVEL 결혼의 이유 완벽한 그녀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남자와 결혼했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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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이 재결합시킨 밴드
불독맨션 Bulldog Mansion 수많은 밴드의 이름으로 빼곡한 페스티벌 포스터지만, 눈에 띄는 이름은 있기 마련이다. 9년 만에 돌아온 불독맨션은 올여름 단연코 그 이름 중 하나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페스티벌에 앞서 그들은 [Re-Building] 앨범으로 2013년식 불독맨션의 귀환을 알려왔다. WORDS : 맹선호, PHOTOS : 지감독
엘리펀트슈 촬영 날 새 앨범이 나오게 되었어요. 한철 발매의 순간을 함께했네요. 앨범 만들면서 녹음실 같이 닫힌 공간만 주로 다녔는데, 발매 날 이렇게 야외에 나오니 왠지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군요. 9년 만이에요. 이번 컴백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나요. 한철 2009년 가을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GMF)에 출연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2012년에 한 번 더 하고요. 그렇게 두 번의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되면서 밴드로서 함께 연주하고 공연할 때의 좋은 기분을 다시 느끼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계기는 페스티벌에 저희를 보러 온 분들이었어요. 깃발까지 만들어 온 모습에 우리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지만, 팬들도 우리 음악을 즐길 마음이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기대가 생기더라고요. 그게 이렇게 앨범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페스티벌이 불독맨션을 돌아오게 한 거네요. 한철 페스티벌의 수많은 순기능 중 하나가 되는 거 같아요. 흩어져있는 밴드를 재결합시키는 기능. 그동안 다들 어떻게 지내셨어요? 한철 저는 솔로 활동하고, 제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 <올댓뮤직> 방송하면서 보냈죠. 벌써 햇수로 3년이 되었어요. 백 회 특집을 앞두고 있지요. 정범 저는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고요. 세션 활동도 하고 있어요. 창석 저도 아이들 가르치면서 세션 활동했어요. 한주 저는 고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쳤어요. 고등학교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한주 오백 개 있어요. (웃음) 재미있었던 거 하나만 얘기해주세요. 한주 애들 소지품 검사 같은 걸 해요. 저는 처음에 음악만 가르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정작 해야 하는 것은 생활지도 같은 거 있죠? 담 넘어서 튀는 놈들 쫓아다니는 일. (웃음) 길에서 학생들이 담배 피우고 있다고 민원 들어오면 애들 잡으러 출동하고 그랬어요. 불독맨션 멤버가 그런 걸 한다니 왠지 재미있어요. 한철 학창 시절엔 도망가는 쪽이었을 텐데. (웃음) 한주 맞아요. 저도 도망가는 쪽이었어요. 그래서 그들의 사고 체계를 잘 알죠. 양쪽에서 협공하는 토끼몰이라고. (웃음) 학생들이 선생님이 불독맨션인 걸 아나요?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요. 한주 좋아하죠. 칵스 현송이랑 사론이도 우리 학교 졸업한 학생이었어요. 한철 걔들은 잡힌 적 없어? 한주 저는 거의 봐줬어요. 뮤지션 후배라고 봐주신 거군요. 한철 이제는 동료죠. 이렇게 불러야지. “어? 한주 씨!” 막 이렇게. (웃음) 한주 언젠가 뒤풀이 장소에서 만났어요. 그런데 제가 있으니까 걔들이 술자리에서 왠지 긴장하는 거예요. 사론이는 도망가서 저 멀리 골목 담 뒤에서 보고 있더라고요. 다음에 보면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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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개인 활동하면서 불독맨션 시절이 그립지는 않으셨나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리빌딩’이라기보단 ‘리모델링’에 가깝네요. 이번
체감할 수 없었을 텐데. (웃음) 그땐 음원보다는 음반 쪽에 무게 중심이
정범 라디오 같은 데서 저희 음악이 나올 때가 있어요. 그리고
앨범이 그 출발점이고요. 바뀐 음악 씬에 대해서는 부담이 조금 있었던
있던 시기였죠. 그런데 이번 미니 앨범은 ‘요즘 다들 싱글 낸다더라’,
누군가 제 소개를 할 때도 “이 형이 불독맨션이야.” 이럴 때, ‘아, 내가
것 같아요. 음악을 듣는 연령층도 젊어졌으니 우리를 아예 모를 수도
불독맨션이었지’ 이런 생각이 문득 들어요. 창석 전 개인적으로 재결합에 동의하게 된 이유가 GMF를 준비하며
있단 생각을 했어요. 새로운 팬을 만나는 기대감과 함께 그들이 우리
‘미련하게 앨범 꽉 채우지 않는다더라’ 같은 계산 때문은 아니었어요.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프로세싱 과정, 그러니까 ‘리빌딩’
음악을 어떻게 들을까 궁금한 마음도 들었죠.
과정을 보여주는 단계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늦여름이나 초봄에
합주할 때, 또 무대에 섰을 때 밴드가 주는 에너지를 느꼈어요. 그
싱글이 또 나올 계획이에요.
에너지를 받고 싶었어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웃음)
9년 동안 음악 씬에도 변화가 많았어요. 오랜만에 컴백하시면서 어떤 생각 하셨는지 궁금해요. 부담스럽진 않으셨나요? 한철 이번 앨범 타이틀이 ‘리빌딩re-building’이잖아요. 9년 동안 활동을 안 했으니까 우리 건물(불독맨션)부터 다시 지어보잔 생각이었어요.
9년 만의 새 앨범 [Re-Building]
미니 음반을 내신 거잖아요. 인터뷰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지난 음반들을 꺼내보았는데, 곡 수가 정말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웃음) 한철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어요. 앨범을 꾸준히 냈으면 그렇게까지
어떤 기준으로 앨범에 들어갈 곡을 고르셨나요? 한철 ‘리빌딩’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게 ‘불독맨션의 음악적 모토는 무엇인가?’란 질문이었어요. 저희 넷의 답은 불독맨션이 처음 만들어질 때와 같았어요. 불독맨션이 시작할 때 ‘춤출 수 있는 밴드 음악을 만들자’였거든요. 이번에도 ‘불독맨션의 음악은 계속 그렇게 E LE P H A N T-S H O E
왼쪽부터 이한주(베이스), 이한철(보컬, 기타), 서창석(기타), 조정범(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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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시지가 어떻건, 멜로디의 분위기가 어떻건 상관없이 연주는 유쾌하게 간다는 것, 그게 불독맨션의 색깔이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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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자. 지나치게 달리지도, 너무 처지지도 않게, BPM이 120에서
많다고 윤준호 형(델리스파이스)이 그렇게 저를 놀렸거든요. 저도
나이 들면서 공연장에 발길을 끊게 되는 경우가 아무래도 많을 텐데,
134 사이로’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이번 앨범도 그렇고요. 4번 트랙
오랜만에 불독맨션 앨범 듣고, 그 지점으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불독맨션 때문에 오랜만에 공연장 나들이하는 팬들도 많겠어요.
‘침대’는 나중에 추가된 트랙이에요. 나머지 곡들이 너무 달린다 싶어 이걸 하나 넣으면 EP에 흐름이 생길 것 같았어요.
해서인지 그런 추임새를 많이 하게 되었나 봐요. ‘The Way’ 같은
기다려왔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경우에도 계속 추임새가 나오거든요.
창석 그리울 때도 되었고, 공연장에 자주 못 나왔던 팬 분들은 여름도 다가오는데 보양식을 먹는 마음으로!
불독맨션 앨범은 마냥 신 나다가도 어느 순간 ‘침대’ 같은 트랙에 한
‘혼자 사는 남자’에서 “띠비띠비 빱빱뽀’! 중독성 있더라고요.
방 먹는 기분이에요.
한철 그건 공연 보러 오시는 분들께 숙제로…. (웃음)
한철 ‘침대’가 가사는 굉장히 어두운 내용이거든요. 죽음에 관한
창석 그 부분은 꼭 해주셔야 해요!
내용인데, 멜로디는 로맨틱한 편이고 연주는 빰빰빰빰 이렇게
한철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오빠가 다 준비해놨다. 몸만 온나.”
불독맨션의 페스티벌, 그리고 이한철, 조정범, 이한주, 서창석 개인의 페스티벌
발랄하게 연주돼요. 강애리자 누나의 ‘분홍립스틱’ 같은 식이죠. (웃음)
그런 추임새가 불독맨션 음악과 정말 잘 어울려요. ‘혼자 사는 남자’는
우스꽝스럽게 말하자면 변태적 취향일지도 모르지만, 그게 불독맨션의
가사가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조정범 씨의 삶을 보시고 가사 작업을
색깔을 잘 나타내준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메시지가 어떻건, 혹은
하셨다고 들었어요.
올여름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포스터에서 불독맨션 이름을 보고
멜로디의 분위기가 어떻건 상관없이 연주는 유쾌하게 간다는 것.
한철 뭐, 저 빼고 모든 멤버의 삶이 투영된 이야기죠.
정말 반가웠어요. 어떻게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한철 우리는 뭐, 우리가 하는 스타일의 공연이 있으니까 그대로 잘
창석 제 경우에는 슬픈 노래들도 비트가 없으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에요. (눈물이) 찍 안 떨어져요. 심장이 킥이랑 같이 움직여야….
실제 싱글 라이프는 어떠신가요?
하려고요. 그나저나 다들 연세가 있으셔서… 다들 더위만 안 먹길
한철 안타까운 것은 네 사람이 춤을 추지는 못한다는 거예요. 음악은
창석 가사와 똑같아요. 한주가 제일 공감했어요. 가사 좋다며.
바라고 있어요.
춤추게 하지만. (웃음).
정범 실제론 그것보다 더 비참하죠. 엘리펀트슈 6월호가 페스티벌 특집이에요. 올여름 수많은 페스티벌
작업과정은 어떠셨어요? 오랜만에 함께 작업하신 거잖아요.
불독맨션의 새 앨범을 접하는 분들에게 멤버들이 생각하는 이상적
중 가고 싶은 페스티벌, 보고 싶은 뮤지션 있으세요?
한철 곡 써서 멤버님들한테 검사 맡고(웃음), 까이고(웃음). 처음에 제가
앨범 감상법 제안해주실 수 있으세요?
한철 저는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포울스Foals 보고 싶어요.
두 곡 가져왔었는데, 그건 둘 다 까였죠.
한철 저는 움직이면서 들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걷던지, 자전거나 자동차를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도요. 요즘 핫한 밴드들이 많더라고요.
창석 결과적으로 그런가요? (웃음) 제가 굳이 까진 않았어요. 스스로
타면서 들으면 훨씬 더 신 나고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인 것 같아요.
한주 전 작년에도 한 번 봤는데, 자미로콰이Jamiroquai 보고 싶어요.
뺐을걸요? 아니야?
한주 운전하면서 들으면 좀 위험할 거 같은데. (웃음)
창석 저도요, 그런데 자미로콰이가 저희 안산 출연이 확정된 후에 다른 페스티벌에 뜨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날짜가 겹치진 않으니까.
한철 아니야! 그 곡도 나쁘지 않았는데, 그다음에 가져간 곡들이 더
정범 저도 자미로콰이가 제일 보고 싶어요.
좋아서 밀어낸 거야.
마지막 곡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는 완전히 운전을 위한
창석 약간 밑밥을 꺼내놓고 나중에 좋은 걸 꺼내는 식이 아니었을까?
곡이던데요.
(웃음)
한주 요즘 잠실에서 일산을 오가며 앨범을 듣는데, 운전하다 계기판을
이한철 씨는 개인적으로도 페스티벌을 다니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한철 아니야!
보면 깜짝 놀라요. 어느새 100이 넘고 막.
페스티벌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창석 ‘침대’ 같은 경우가 그렇거든요. 마지막에 형이 꺼냈는데, 우리가
창석 밟으라고 쓴 곡이에요. 저희 앨범 커버 디자이너도 이번에 차를
한철 2009년인가 10년인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딱 기점이었던
다 카톡창에 “이걸 왜 이제야 꺼내!” 막 그랬어요.
바꾸고 자동차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그 곡 틀고 운전한대요. 심지어 그
것 같아요. 그전에는 누가 나오느냐를 보고 공연 보러 가는 거였는데,
한철 그렇게 선곡한 후 만나서 합주하고 편곡하는 과정을 되게 길게
동호회 분들도 다 들어보셨대요. “이분들 운전 좀 하시는 분들 같은데?”
그 해부터는 출연진이 누구냐에 상관없이 다들 모여서 막걸리 마시며
했어요. GMF 때도 처음 맞춰보자마자 바로 몇 년 전 활동하던 순간으로
같은 반응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페스티벌 자체를 즐기러 가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일본 규슈에서 하는
돌아갈 수 있었던 것처럼, 전혀 새로운 곡이었는데 불독맨션식의
선셋 라이브Sunset Live 페스티벌을 가게 되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어떤
사운드로 결과물이 딱 나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특정 공연을 보러 간다기보단 음악만 생각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정범 레코딩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녹음하려고 했어요. 드럼을 제가 일단 녹음실에 가서 받고, 그 음원을 가지고 각 멤버들이 자기
앨범 발매 기념 공연 <Re-building>
마을이 생기는 그런 느낌이에요. 선셋 라이브는 레게, 루츠 음악 중심의 페스티벌인데,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페스티벌이에요.
집이나 작업실에서 녹음해서 메일로 돌렸어요. 들어보고 카톡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공연을 하셨을 텐데, 특히 기억에 남는 공연
한주 저는 97년도인가 뉴욕에서 JVC 재즈 페스티벌을 가게 되었어요.
이야기하다가 직접 만나서 다시 한번 얘기하고, 그런 식으로 각자
있으세요?
그런 문화를 그때 처음 봤어요. 넓은 잔디밭에 천막이 세워져 있고,
자기 파트를 자기가 책임지는 거죠. 그러다 보니 녹음실에서 녹음하는
한철 2002년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했던 공연이 불독맨션
사람들은 바비큐를 먹거나 누워 있고, 래리 칼튼Larry Carlton 같은
것보다는 시간이 걸렸던 것 같은데, 그 대신 여러 가지 사운드를
하면서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매진돼서 사람들 표 사러 왔다가
뮤지션들이 공연하는 여유로운 페스티벌이었어요. 카네기홀에서도
실험해볼 수 있었어요. 결과물에 대해서도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돌아가고, 대단했어요. 계속 축적된 에너지가 그때 탁 터진 것 같아요.
공연하고, 블루 노트 같은 온갖 클럽들까지 뉴욕 전체가 한 달 내내
수 있었고요. 결과적으로 훨씬 입체적인 효과가 났던 것 같아요.
한주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식의 단독 공연은 처음이었고, 뭔가 하고
축제였어요. 정말 재미있었던 기억이에요.
한철 곡마다 버전이 되게 많아요. ‘Do You Understand?’도 아예 다른
싶었던 게 그날 탁 터졌어요.
창석 저는 사람 많은 데를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래서 페스티벌을
가사로 하나 더 있고, 듀엣곡 버전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있고요.
정범 2000년 즈음 저희가 클럽에서 공연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따로 찾아다니진 않았고 공연하러만 갔었어요. 그런데 나이 드니까
한주 각자 집에서 체크하고 거르고 걸러 만들어냈죠.
처음에는 관객 1, 2명 놓고 한 적도 있었는데, 점점 늘어서 나중에
좋더라고요.
한철 이번에 카톡을 정말 잘 활용했어요. 저와 창석이가 둘 다 기타니까
200명이었나 그랬어요. 그게 크리스마스 이브 공연이었는데 저희가
정범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말고는 따로 보러 간 적은 없어요. 저는 부산
제가 녹음해서 창석이에게 파일을 던지면 창석이가 “형, 여기는 음이
정말 고마워서 티셔츠를 제작해 관객분들께 나눠드렸어요.
록페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부산 자체가 여름에 축제 분위기잖아요.
조금 더 내려가야 해.”, “그래? 다시 할게.” 뭐 이렇게 했죠. (웃음)
한철 그때 저희가 별로 이름 없는 밴드였는데 팬들이 티켓을 사고,
그래서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창석 확실히 자기는 못 듣는 게 있어요, 연주하다 보면.
또 선물까지 챙겨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도 선물을 줘야겠다고
한주 저도 개인적으로는 부산 페스티벌이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생각했어요.
바닷가도 있어서 여름이랑 정말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한철 이번 음반 부클릿booklet에 로고라도 넣어줘야 할 것 같아요.
그 티셔츠가 진짜 소중한 기념품이겠네요. 곧 상상마당에서 불독맨션
이렇게 페스티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올여름이 더욱 기대되네요.
창석 이게 없었으면 겨울에나 나왔죠. (웃음)
컴백 공연이 있다고 들었어요.
끝으로 불독맨션의 올여름 활동 계획 알려주세요.
한철 스탠딩 공연이에요. 팬들이 이 나이 먹어서 스탠딩으로 공연을
한철 계속 ‘리빌딩’하는 과정을 보여 드릴 예정이에요. 싱글 형태의
이번 타이틀이 ‘Do You Understand?’잖아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봐야 하느냐고 하는데, “우리도 서서 공연한다! 우리는 앉아서 하냐,
새로운 노래일 수도 있고, 불독맨션만의 어떤 공연일 수도 있고요.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영어가사 발음을 잘하셔서 놀랐어요. 이한철
게다가 뛰기도 할 거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웃음)
중요한 것은 불독맨션이 씬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만큼 우리 넷이
카톡이 큰 역할을 했네요.
어떤 의미를 갖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신 나게 음악 하는 거예요. 그게
씨는 한국어 가사 발음도 정확해서 귀에 쏙쏙 들어오는데 영어까지
계획이에요.
그렇게! 스트로베리! 토스트! (웃음)
저도 SNS에서 팬들의 반응을 봤는데, 싫다는 느낌이 아니라 행복한
창석 역시 거기서 감동을! (웃음)
투정 같던데요.
한철 그것도 녹음해서 보내면서 “발음 지적바람” 이렇게 보냈어요.
한철 저도 느꼈어요. (웃음) 예전에 공연할 때마다 앞 라인에 있던
저희는 앞으로 당분간은 불독 맨션 신 나게 볼 수 있겠네요.
멜로디가 딱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 연음이 많다고 해야 하나? 그런
자매님들 있잖아요. 늘 보이던 자매님들, 그들이 만약 그 앞에 쫙 있으면
한철 그렇죠.
멜로디라 가사 쓸 때 그런 부분과 잘 어울리도록 쓰다 보니 그렇게
진짜 나는…, 진짜, 와!
되었어요. 발음은 안 좋습니다. (부끄러워하며) 아니, 제가 서울말도 안 되는데 무슨 영어 발음을! (웃음)
알아보실 거 같아요? 한철 알아보죠.
그러고 보니 1, 2집에도 영어 가사가 좀 있더라고요.
한주 아직도 연락되는 친구들이 있어요.
한철 최근에 나오는 제 솔로 앨범 곡은 그런 게 전혀 없는데, 제가
한철 그때 막 중학교 3학년이던 애들이 벌써 대학 졸업했어요. 이번에
불독맨션 할 때는 좀 그런 게 있나 봐요. “우~예~” 막 이런 추임새가
같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고. E LE P H A N T-S H O E
7
페스티벌 춘추전국시대 제
단
1 막 :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EDIT : 지은
군이 홍익인간의 뜻을 설파하여 나라의 본을 세운 이후로 요즘처럼, 대한민국에서 록 스피릿이 불타올랐던 시절이 있었을까. 록 페스티벌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불과 몇 년 사이에 록 페스티벌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냔 말이다. 사실, 어디 록 뿐이랴. 요즘은 록 페스티벌뿐 아니라
Seoul Jazz Festival 2013
재즈와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특히 요즘처럼 페스티벌이
지수진 (24/골프웨어VMD)
범람하는 시기에는 대체 어떤 페스티벌을 가야 할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그 마음을
지난 5월, 올림픽 공원에서는 환상적인 라인업을 갖춘 재즈 페스티벌이 펼쳐졌다. 1, 2, 3차의 라인업 공개 때마다 사람들의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던 열기가 현장에서도 그대로 전해질 만큼, 엄청난 인파와 함성이 올림픽 공원을 가득 채웠다. 4개로 나누어진 공연장에는 주변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무대가 들어섰고, 다채로운 음악색깔을 지닌 출연진의 조합은 재즈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들을 수 있는 페스티벌을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무대는 스파클링 돔Sparkling dome, 스프링 가든Spring garden, 메이 포레스트May forest로 나누어졌는데, 실내 스테이지인 스파클링 돔에서는 아티스트와 함께 춤추고 호흡할 수 있었고, 스프링 가든에서는 호숫가의 근사한 풍경과 함께 아티스트와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잔디가 펼쳐진 야외무대 메이 포레스트에서는 가벼운 와인 한 잔을 들고 산책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까지 함께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비 오는 야외에서 오직 그들의 목소리만으로, 거기에 더해진 기타 선율로 사람들을 숨죽이게, 또는 가슴 벅차오르게 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숨소리마저도 음악으로 표현한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무대는 많은 사람에게 음악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감동적인 무대였다.
헤아려 미리 이 전쟁에 참전하여 이미 거사를 치르고 온 네 사람의 후기를 공유한다. 이미 성황리에 끝마친 서로 다른 색깔의 네 공연에 대한 상세한 후기와 객관적인 평가, 날카로운 총평까지 정리해놓았으니 요긴히 참조할 것.
Green Plugged Seoul 2013 정수민 (25/ 젊음의 가운데에서 한참 동전 던지기 중) 일상에 찌든 몸뚱이를 화끈한 음악으로 불살라 버리겠다며 과감한 패션을 선택한 패기가 무색하게,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3의 마지막 날은 무척 쌀쌀했다. 그렇다고 달달 떨며 천막 아래에만 있기엔 오랜만에 주어진 ‘청춘의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웠기에, 거리가 꽤 되는 문스카이moon & sky와 썬어스Sun & earth,
그리고 윈드Wind 스테이지까지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그렇게 정신 나간 와중에도 본능의 레이더망에 걸리는 신선한 무대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바스커션이었다. 처음엔 각종 금관 악기들이 나와 흥겨운 재즈 선율을 연주하길래 작년 그린플러그드에서 만났던 재즈보컬리스트 말로가 잠시 떠올랐었는데 웬걸, 재즈 선율에 익숙해질 때쯤 산달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복근(?)의 소유자가 나타나 랩을 해댔다. 그런데 그게 또 묘하게 어우러져서 혼을 홀딱 빼놓더라는 말씀. 또 하나를 꼽자면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되겠다. “우리는 끈적하게 한 번 놀아봅시다.”라고 외친 말 그대로, 그 끈적한 목소리에 발걸음이 절로 멈췄다. 구수한 된장냄새가 날 것 같은 국산 히피 스타일의 베이스와 수수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막춤을 신 나게 춰대던 키보드, 한국 특유의 애수와 록 스피릿이 뒤섞인 보컬의 독특한 음색까지, 모든 부분이 나의 취향에 들어맞는지라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페스티벌 분위기에 흠뻑 젖은 뮤지션과 관객은 변덕스러운 비바람 속에서도 모두 ‘그분’이 접신한 것처럼 신이 나게 즐겼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작년에도 내렸고 올해도 내린 비에 전혀 대응책이 없었다는 점이다. 뜨거운 감자가 무대에 올랐을 때에는 마이크에 전기 감전이 계속 일어나는 듯했고, 브로콜리너마저의 순서에서는 조명에 불꽃이 이는 등 아찔한 상황까지 펼쳐졌다. 뮤지션도, 관객도 큰 사고 없이 즐겁게 즐겼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작년보다 나아진 게 없어 아쉬웠다. 음식들도 작년보다 가격대가 높아진 것에 비해 질은 낮아 헝그리 정신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 작은 꼬꼬마 아이들부터 백발의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 ’청춘’의 마음으로 나를 허비할 수 있는 축제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한마음으로 묶어 줄 수 있는 음악과 함께 한 축제이기에 더 짜릿하게 ‘청춘’을 허비할 수 있었던 그날. 너무도 많이 소비되어 빛바랜 ‘청춘’을 제대로 곱씹어 보고 싶다면 2014년의 그린플러그드 서울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별점 / ★★★★ 총평 / ‘진격의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후끈했던 청춘 파티, 하지만 다음엔 일기예보를 더 가까이하여 변덕스런 날씨에도 모두 마음 푹 놓고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로 더 진화하길 바란다.
별점 / ★★★★★ 총평 / 별 5개로도 표현하기 힘든 이번 페스티벌은 훌륭한 아티스트와 질서를 준수한 관객의 수준 덕에 더욱 좋은 페스티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반입 음식이 제한된 상태에서 페스티벌 내의 사설업체들의 수가 현저히 적어 관객들이 좋은 공연을 여럿 놓치는 상황을 만든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51+
김현수 (24/엘리펀트슈 신입 에디터)
바야흐로 ‘페스티벌 전성시대’다. 지난 몇 년간 각종 매체에서 록 페스티벌을 심도 있게 다뤘던 터라 각종 대기업의 투자가 줄을 이었고 그 결과 올해 5월 기준 상반기에만 6개의 뮤직 페스티벌이 개최되었으며, 다가오는 하반기에도 이미 무수히 많은 페스티벌이 예정되어 있다. 이쯤하면 이웃 나라 일본이 더이상 부럽지만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뮤직 페스티벌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혹자는 전체적인 음악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을 내놓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승자는 없고 패자만 존재하는 허망한 ‘제로섬 게임’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 김빠진 콜라처럼 아무런 개성조차 찾아볼 수 없는 페스티벌 더미 속에서 고고한 모습으로 숨어 있던 한 뮤직 페스티벌을 발견했다. 이름 하여 ‘2013 51+ 페스티벌’(이하 51+). 그리고 이 글은 그날의 흥미로운 경험들을 담은, 다소 늦은 후일담이다. 문래역에 도착하여 뜨거운 금속 냄새와 용접가스 냄새가 자욱한 공장지대를 지나 공연이 열리는 문래 예술 공장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힙스터 무리가 술과 담배를 즐기며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그 광경이 낯설면서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팔찌를 교환하고 밴드 자이언트 베어가 공연하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문래동이 자아내는 금속성과 마냥 공허하기만 한 지하주차장이 묘한 앙상블을 이뤘다. 1층으로 올라가 11:11, 오대리,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무대를 감상했고 옥상에서는 곽푸른하늘과 하헌진의 연주를 즐겼다. 올해 51+는 예년과는 다르게 ‘뮤직 페스티벌’에 무게를 실었는데, 4개의 무대(지하주차장, 1층, 2층, 옥상)에서 펼쳐지는 51팀들의 공연이 마치 커다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갔다.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하며 주최 측에서 흘린 땀과 눈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51+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야마가타 트윅스터와 위댄스의 무대였는데, 어디서 온지 모를 수많은 재야의 춤꾼들이 음악에 맞춰 한판 춤사위를 벌였다. 나도 그 무리 중 한 명임을 이 지면을 빌려 고백한다. 해가 진 후에는 GRAYE와 로보토미가 나의 취기를 쿡쿡 찔러댔고 황보령=스맥소프트와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나에게 막걸리 병나발을 불게 했다. 그날 나는 결국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만 했다. 페스티벌은 끝났지만, 택시 안에서 달리는 미터기 속 말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나는 내년 51플러스가 벌써부터 기다려졌다.
별점 / 별점 : ★★★★ 총평 / 우후죽순으로 늘어가는 음악 페스티벌들 속에서 한 줄기 빛이자 백화점식 라인업에 지친 이들의 새로운 대안이 될 페스티벌!
Beautiful Mint Life 2013
RAN (23/ 웹진 ‘볍진’에서 글을 쓰고 있음) 우리나라의 수많은 음악 페스티벌들 사이에서 언제나 가장 처음으로 그 화려한 서막을 올리는 동시에 봄의 시작도 함께 알려주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3’(이하 뷰민라)에 다녀왔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뷰민라는 이번에도 역시나 티켓 오픈을 하자마자 매진 행렬을 이루며 명불허전의 명성을 이어갔다. 여타 페스티벌과 달리 뷰민라는 첫 무대가 시작되기 전, 아티스트가 직접 개회사를 선창하는데 이번 뷰민라의 개회사를 맡은 아티스트는 바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고 서로를 디스하기 바쁜, ‘사이 좋은’ 10cm와 소란이었다. 두 팀 모두 이번 뷰민라의 MVP가 되겠다며 작정을 하고 나왔는데, 10cm는 무려 잠옷을 입고 나와 무대에 드러누워 가며 노래를 불렀고(오프닝 공연인지라 아침에 갓 일어나 잠옷 입고 있는 콘셉트였다는 후문이 들린다), 보컬 권정열은 10cm 외에도 ‘우주히피’,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무대에 함께 올라 혼신의 열창을 하며 MVP를 향한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란’ 역시 관객들을 일동 기립시킨 후 노래에 맞춰 춤을 추게 만들었고, 보컬 고영배의 짧지만 임팩트있는 입담은 흡사 교주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일게 했다. 결국, 두 팀 모두 뷰민라 어워드에서 ‘최고의 아티스트’ ‘최고의 공연’ 상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이번 뷰민라에서 새로이 도입한 ‘민트 문화/체육 센터’ 프로그램은 사전에 관객들에게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는데, 그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뮤지션의 공연을 보고, 함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춤을 배우고, 노래를 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달리기를 하고, 림보를 하고, 사진도 찍는, 그야말로 뷰민라 2013은 우리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민트페이퍼의 페스티벌에서 늘 빠지지 않는 eARTh 캠페인과 더불어 환경을 지키는 모습들은 해가 지날수록 더욱더 발전하고 있으며, 심지어 완성되어가고 있는 느낌까지 받았다. 굳이 스태프가 분리수거를 요청하지 않아도 관객 스스로 직접 분리수거도 하고 환경을 지키려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같은 관객인 나조차도 살짝 감동을 받았다. 또한, 아티스트들의 애장품 경매와 관객 물품 기증 이벤트까지 진행하여 진정한 나눔의 의미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별점 / 총평 /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페스티벌. 내년엔 새로운 숨은 보석들도 많이 만나고 싶다. E LE P H A N T-S H O E
9
페스티벌 춘추전국시대 제
2막:
무림에는 고수가 많지 마
차우진 웹진 [weiv] 편집장 몇 달 전에 모 잡지에 실릴 짧은 소설 한 편을 썼다. 헤드라이너로 큐어The Cure가 선 록 페스티벌에서 만난 소년 소녀의 핏빛 러브 스토리(진짜다)였는데, ‘설마 큐어가 당장 한국에 오겠어?’란 심정으로 짠 설정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그래서일까. 솔직히 엄청나게 기대되는 밴드도 아니었고 지난달에 코첼라까지 다녀온 터라 뭐 그다지 흥미가 없긴 했지만… 그들을 보러 안산밸리록페스티벌에 가보고 싶긴 하다. (응?)
EDIT : 지은, WORDS : 이윤수 (Festival Generation), 지은
마치 벼르기라도 한 것처럼, 수많은 페스티벌이 선을 보이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뭐 이렇게 많아서야 누가 나오는지, 가격은 어떤지, 언제 하는 건지, 어디서 하는 건지, 남들은 어디를 가고 싶은 건지,
알 턱이 있나. 이렇게 막막한 이들을 위해, 올여름 페스티벌을 줄 세워 놓고 하나하나 따져봤다.
레인보우 아일랜드 Rainbow Island 2013 2013.06.07~09 남이섬 ●1일권: 8만8000원 / 3일권: 14만3000원 ✚ 해외 라인업: 트래비스 ✚ 국내 라인업: 넬, 정재형, 데이브레이크, 이디오테잎, 페퍼톤스, 어반자카파, 박새별, 임헌일(메이트), 타루, 빈지노, 진보, 정기고,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유승우, 고고스타, 라즈베리 필드, 아침, 솔루션스, 슬로우 쥰, 인스턴트 로맨틱 플로어, 기린, 스웨덴 세탁소, 김토일x에스테반, 찰리스 우쿨렐레, 음란소년, 낭만유랑악단 등 www.rainbowfestival.co.kr /rainbowfestival @Rainbow_fest 작년부터 남이섬에서 시작된 레인보우 아일랜드는 첫 회에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를, 이번에는 트래비스Travis를 라인업으로 세워 관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페스티벌 장소에 다다르는 불편이 되려 낭만으로 입소문이 난 덕에 올해도 연인들이 줄을 지어 공연을 관람할 것으로
뮤즈 인 시티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페스티벌
대구 치맥 페스티벌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Muse in City
Strawberry X-Treme Festival
Chicken Beer festival 2013
Ansan Valley Rock Festival 2013
2013.06.15
2013.06.13~16
2013.06.14~15
2013.07.18~21
2013.07.26~28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유니클로 악스홀
잠실 종합운동장
대구 두류공원 보조경기장
경기 안산시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13만2000원
●1일권: 3만3000원
●1일권: 10만원 / 2일권: 13만원
●무료
●1일권: 16만원 / 3일권: 26만원
✚ 해외 라인업: 리사 오노, 렌카, 리사 해니건
✚ 국내 라인업: 백지영, 델리 스파이스,
✚ 해외 라인업: 아프로잭, 아비치, 아민 반
✚ 다양한 라인업의 치킨과 맥주가 항시 대기
✚ 해외 라인업: 큐어, 디 엑스 엑스, 다이브, 펀,
✚ 국내 라인업: 이효리, 렌카, 한희정, 타루,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Ultra Music Festival Korea 2013
노브레인, 피아, 에일리, 정진운(2AM), 피아,
www.chimc.or.kr
닉 스프리, 램넌츠 오브 더 폴른, 뱀파이어
뷰렌, 칼 콕스, 보이 조지, 신이치 오사와,
요조, 윤하
빈지노, 네미시스, 옐로우 몬스터즈, 포스
/2013chimc
위켄드, 스크릴렉스, 스테레오포닉스, 마이
사이버 재팬, 페데 르 그랑, 퍼퓸, 케스케이드,
www.muse-incity.com
플로어, 로맨틱펀치, MC스나이퍼, 포맨,
@diverkorea
블러디 발렌타인, 나인 인치 네일스, 코히드
크루엘라, 라이옷 기어, 샌더 밴 돈, 타미
/museincity
브로콜리너마저, DOk2, 테테, 어쿠스틱
트래시, 로저 샤, 아나마나구치, 빅 배드
@MUSEINCITY
콜라보, 스타피쉬 러브, 팔로알토, 비프리,
올해 많은 페스티벌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허클베리핀
이보다 신비로운 페스티벌은 없다고 해도
이지형, 판타스틱드럭스토어, 로이킴,
여성 싱어송라이터들만을 라인업으로 내세운
culture.mog.kr/SXF/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싫어하는
솔루션스, 봄여름가을겨울, 후후, 박정현,
페스티벌. 뒤늦게 라인업에 합류한 이효리의
/smoothieking.kr
이를 찾기가 더 어렵다는 최고의 조합,
3호선버터플라이, 9와 숫자들, 아침,
비트버거, 2ELOVE 등
이름 덕에 벌써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moginteractive
www.umfkorea.com
치킨과 맥주의 콤비네이션으로 페스티벌을
디어클라우드, 갤럭시익스프레스,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페스티벌에 따라갔던
/umfkorea
남성 관객에게 반가운 희소식이 되겠다.
노우즈, 포매티브, 타쿠 타카하시, 마우리 앤 모라, DJ 아키 등 ✚ 국내 라인업: YB, DJ KOO, 셧 다 마우스,
@UMFKorea
앤 캠브리아, 허츠 등
만들어버렸다. 국악, 힙합, 록 등 다양한 음악을
홀로그램 필름, 넘버원코리안, 피아,
스무디 킹의 간판 메뉴 이름을 따 만들어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만능 페스티벌로,
프라이머리 & 자이언티 & 얀키 & 리듬파워,
페스티벌로 록, 힙합, 아이돌 가수 등 다양한
서울에서 대구로 향하는 셔틀버스도
더 레이시오스(김바다), 커먼 그라운드,
아티스트가 골고루 분포된 라인업이 눈길을
운영한다고 하니 참조할 것.
국카스텐, 이디오테잎, 페퍼톤스, 로맨틱펀치,
마이애미에서 시작된 UMF페스티벌의 첫
끈다. 앞으로 꾸준히 진행할 페스티벌인지,
아시아 진출작이 우리나라로 정해진 뒤 ‘UMF
일회성의 페스티벌인지는 아직 알려진
KOREA’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찾아온 지도
www.valleyrockfestival.com
바가 없으나 한 번 주시해 볼 만한 움직임 중
벌써 세 번째이다. 올해 역시 이름만 대면
/valleyrockfestival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Valley_Rock
알만한 유명 디제이들이 대거 출동한다. 3회 연속 페스티벌 장소로 지정된 종합운동장은
페스티벌이 안산으로 장소를 옮겨 ‘안산 밸리
낳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서울 도심 내에서
록 페스티벌’로 재탄생했다. 새로운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화려한 라인업의
진행되는 만큼 숙소, 편의 시설에 대한 정보가
여름 페스티벌 중 하나라는 점은 그것을 다
다른 페스티벌에 비해 부족한 축에 속하지만,
만회하고도 남을 이점이다.
훌륭한 라인업으로 이미 수많은 관객의 마음을
차승우 뮤지션/문샤이너스
루드비코 웹툰작가 브로콜리너마저의 공연을 보러 지산으로 가고 싶다. 장기하와 얼굴들만 있는 줄 알았던 붕가붕가레코드의 결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브로콜리너마저. 감미로운 음색으로 나의 가슴을 종종 아련하게 만들었던 그들이기에 그 선율을 꼭 직접 들어보고 싶다. 그러나 왠지, 올해도 원고를 마감하다 표를 못 구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서 말인데 엘슈 에디터 님아, 입장권 좀 구해주지 않겠나.
10
E L E P HA N T - S HO E
유승우 등
작년까지 지산리조트에서 진행되던 밸리 록
편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불만을
전망된다.
✚ 국내 라인업: 불독맨션, 넬, 데이브레이크,
올여름은 그야말로 록 페스티벌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록 페스티벌이라는 행사가 생각보다 ‘각’이 나온다는 소문이라도 돈 것일까. 기업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한국이 이렇게나 록 문화가 발전한 선진국이 되는 날이 올 줄이야. 메탈리카Metallica도 온다고 들었다. 물론 나는 안 간다. 내가 어디에 누구를 보러 가는지는 비밀이다. 알려고 들지 말 것.
사로잡은 지 오래다.
이수륜 뮤지션/칵스 포올스Foals의 신보를 듣고 엉엉 중이었던 터라 그들을 보러 안산으로 향하고 싶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것은 그저 꿈으로 남을 예정이다. 6월 25일에 입대한다. 잘 다녀오겠다.
박종현 뮤지션/갤럭시 익스프레스 불행히도 나는 한 번도 메탈리카의 라이브를 본 적이 없다. 나도 ‘Master of Puppets’의 기타 솔로 떼창에 동참해보고 싶다. 그러나 이번 안산밸리록페스티벌에 출연하게 되어 올해도 못 보게 되었다. 전사의 후예 자격을 얻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Incheon Pentaport Rock Festival 2013 2013. 08.02~04 인천 송도 23호 근린공원 내 페스티벌 행사장 ●3일권: 16만5000원 ✚ 해외 라인업: 폴 아웃 보이, 스웨이드, 빅핑크, 글라스베가스, 블러드 레드 슈즈, 스키 드로우, 스틸하트, 마마스건, 스토리 오브 더 이어 등 ✚ 국내 라인업: 들국화, YB, 피터팬 컴플렉스, 딕펑스, 뜨거운 감자, 소란, 옐로우 몬스터즈, 블랙백, 바이바이 배드맨, 윈디시티, 피네 등 www.pentaportrock.com /pentaport @pentaport 부산 록 페스티벌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페스티벌일지 몰라도, 우리나라 페스티벌의 발전은 펜타포트 페스티벌을 필두로 이루어졌다는 데에는 모두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매년 장소를 조금씩 옮겨 진행하는데 올해는 인천역에서 더욱 가까운 지역으로 옮겨 진행된다고 한다. 올해는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과 날짜가 겹쳐 관객들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제천 국제 음악 영화제
수퍼소닉 페스티벌
JIMFF 2013
SuperSonic 2013
2013. 08.14~19
2013. 08.02~04
2013. 08.14~15
메가박스 제천, 제천영상미디어센터
올림픽공원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부산 사상구 삼락강변체육공원
봄, 청풍호반 야외무대, 문화의 거리,
잠실 종합운동장
●3일권: 25만원
●2일권: 17만 6000원
●무료
JIMFF스테이지 등 제천시
●2일권: 25만원
✚ 해외 라인업: 자미로콰이, 플라시보, 위저,
✚ 해외 라인업: 스트라토바리우스,소일 앤 핌프
✚ 해외 라인업: 펫샵보이즈, 투 도어 시네마
●가격미정
✚ 해외 라인업: 뮤즈, 메탈리카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Jisan World Rock Festival 2013
Busan International Rock Festival
2013. 08.02~04
디어후프, 스위치풋, 댄디 워홀, 나스, 기타 울프, 도베르만, 토, 망쏘, 도쿠마루 슈고 등 ✚ 국내 라인업: 크라잉넛, 노브레인,
세션, 램넌츠 오브 더 폴른, 스톤드 등
www.jimff.org
✚ 국내 라인업: 갤럭시 익스프레스, 김바다, 로맨틱펀치, 피아, 휴먼레이스 등
델리스파이스, 쏜애플, 라디, 레이지본,
www.rockfestival.co.kr
로다운30(feat.주석), 옥상달빛, 최고은,
/busanrockfest
클래지콰이 프로젝트, 톡식, 락타이거즈,
클럽, 어스 윈드 앤 파이어, 핫쉘레이, 윌리 문 ✚ 국내 라인업: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자우림,
/JIMFF
십센치, 글렌체크, 딕펑스
@jimfflove
www.supersonickorea.com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이란 주제로 올해
현대카드 수퍼콘서트 19 시티 브레이크 Hyundai Card City Break 2013. 08.17~18
citybreak.superseries.kr /HyundaiCard @HyundaiCard
/SuperSonicKorea
몇 년 전부터 공연업계에 큰손이 등장하였으니,
@SuperSonic_Kor
이는 바로 현대카드. 우리나라에 올 가능성이
9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희박할 것 같던 아티스트들을 마구 데려오더니
로큰롤라디오, 테디보이즈, 킹스턴 루디스카,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은 올해 14회를 맞았다.
뮤지션의 생을 다루었거나 음악이 아름다운
김지수, 스웨덴세탁소, 우주히피, 유정균, DJ
가왕이 페스티벌에 떴다. 올해 타이틀 곡
지역 축제라는 한계가 있지만, 국내에서 가장
올해는 라이브네이션과 손을 잡고 아예
영화들을 즐길 수 있음은 물론 뮤지션들의
코난, 셧 다 마우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오래된 페스티벌로서 소신 있는 라인업을
‘바운스Bounce’로 화려하게 귀환한 조용필이
공연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일거양득의 축제라
페스티벌을 만들어 버렸다. 이름 하여 ‘시티
헤드라이너로 선다. 그간의 페스티벌은
브로콜리너마저, 아마도이자람밴드,
세운다는 점을 눈여겨 볼 만하다. 게다가 부산
브레이크’. 1차 라인업에 메탈리카와 뮤즈를
할 수 있겠다. 세계 음악 영화들을 두루 관람할
중장년층이 함께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어반자카파, 장미여관, 해리빅버튼 등
관객들과 함께 공연, 스포츠 관람을 하면 정말
세우며 이후에 발표될 아티스트에 대한
수 있으며, 청풍호수를 배경으로 영화상영과
www.jisanworldrockfestival.com
있었으나 슈퍼소닉은 올림픽공원을 페스티벌
재밌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 어느 지역보다
음악공연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원 썸머
궁금증을 배가시키고 있다.
/gojwrf
장소로 택해 편리한 교통을 제공하며 조용필,
열광적인 반응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인데,
나잇'은 영화제 내내 매일 다른 장르의 음악을
팻 숍 보이스Pet shop boys를 내세워, 한때
@gojwrf
그래서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아티스트가
제공할 예정이다.
놀던 과장, 차장님들을 불러들이기에 충분한
감동하고 돌아갔다는 후문이 있다.
여건을 갖고 있다.
밸리 록 페스티벌과 결별을 한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로 새로이 페스티벌을 만들었다. 과연 어떤 페스티벌이 되겠느냐는 우려와 기대 속에서 발표한 첫 라인업에 많은 사람이 놀랐다. 올해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페스티벌 중 하나이다.
이원석 뮤지션/데이브레이크 펀Fun.의 ‘We are young’의 떼창에도 동참하고 싶고, 야심한 밤에 참 많이도 들었던 디 엑스엑스The XX의 노래를 들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도 싶고. 이번 여름엔 안산에서 살아야 할 모양이다.
김영혁 공연기획자/음악칼럼니스트 큐어The cure를 보러 안산밸리록페스티벌로 가고 싶다. 이번이 첫 내한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이 밴드의 공연을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그렇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단지 희소성 때문에 그들을 보고 싶다고 한 거라고 생각들 하시려나. 그럴까봐 미리 말해두는데, 이 밴드의 음악이 좋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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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춘추전국시대 제
3 막 : 바다 너머의 흐름에도 정통할 것
너머의 페스티벌들은 어떤 개성으로 페스티벌 전쟁에서 승부수를 띄우는가. 태 평양 엘리펀트슈와 페스티벌 제너레이션이 엄선한, 색깔 있는 해외 페스티벌들을 소개한다.
EDIT : 지은, WORDS : 이윤수 (Festival Generation), 지은
Glastonbury Festival of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영국 2013.06.26~30 Worthy Farm, Pilton, England ● £ 205 ✚ Arctic Monkeys, The Rolling Stones, Mumford & Sons, Portishead, Chase & Status, The XX, Foals, Vampire Weekend, Public Enemy, Cat Power, Crystal Castles, Phoenix, James Blake, Glen Hansard and more www.glastonburyfestivals.co.uk 세계 최고의 음악 페스티벌이라면 단연 글래스톤베리가 아닐까. 페스티벌 제너레이션 또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작된 커뮤니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십오만 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이 페스티벌에 몰려든다. 티켓을 구하려면 선 등록 후, 엄청난 ‘광클’을 해야만 겨우 얻어낼
EXIT 세르비아 2013.07.10~14 Petrovaradin, Novi Sad, Vojvodina ● £ 95.00 ✚ Atoms For Peace, Bloc Party, Cee Lo Green, Fatboy Slim, Snoop Dogg aka Snoop Lion, The Prodigy, Chase & Status DJ SET and Rage, Diplo, DJ Fresh Live, Eric Prydz and more www.exitfest.org
수 있다는 건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 페스티벌 기간 내내 1천여 팀의 밴드들이 공연을 펼치고, 내로라하는
동유럽 세르비아에서 개최되는 페스티벌. 구소련시절
이름의 밴드들은 다 이곳을 거쳐 갔다. 페스티벌 계의
요새로 쓰이던 장소를 페스티벌 사이트로 사용한다.
디즈니랜드랄까, 규모 또한 어마어마해 페스티벌 내
요새의 벽들이 완벽한 방음을 해주며, 옆으로는 강이 흘러
구역을 샅샅이 보려면 일주일은 족히 걸릴 것.
물놀이도 가능하다. 페스티벌은 저녁 7시에 시작해 아침 8시경에 끝나는데, 여름의 세르비아는 저녁 9시가 넘어야 해가 지고 새벽 4시경에 해가 뜨는 터라 이를 고려한
Secret Garden Party 영국 2013.07.25~28 Abbots Ripton, England ● £ 137.50 ~ 195 ✚ Soulwax, Shout Out Louds, Profit, Pixel First, Django Django, Dr. Atomic and more www.secretgardenparty.com
공연 시간대임을 알 수 있다. 낮에는 수면을 보충하거나
아름다운 부티크boutique 페스티벌. 근사한 홈페이지
도심을 구경하고, 그도 아니면 물놀이를 하다 저녁부터
디자인에서부터 알 수 있듯 아름답기로 소문난
페스티벌을 즐기면 된다. 페스티벌 기간 내내 동유럽의
페스티벌이다. 특히 장소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
인구가 세르비아로 밀집된다는 얘기도 있다.
우거진 숲과 평화로운 호숫가의 정취가 그렇다. 이렇게 자연 친화적인 환경임에도 런던 도심과 멀지 않다는 것은
Sónar
이 페스티벌의 또 다른 매력이다. 라인업이 화려하지는
스페인
않지만 소박한 일탈을 꾀하기에는 충분하다. 반려동물도
2013.06.13~15
데려올 수 있는데다 입장은 무료라고 하니 반려동물과
Fira Montjuïc / Fira Gran Via L'Hospitalet, Barcelona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고의 페스티벌이 되지 않을까 싶다.
● € 40 ~ 175
Cinema Club, Jurassic 5 and more www.sonar.es DJ가 되고 싶은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감상하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창작에까지 관심을 두고 있다면 소나르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EDM(Electronic Dance Music)의 학회장+페스티벌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DJ들이 서로 디제잉에 관한 스킬을 공유하고 새로운 제품군을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는, DJ를 위한 컨퍼런스가 본 페스티벌 속에 함께 한다. 페스티벌 내내 DJ 프로그래밍 대회가 열리며, 실제 라인업에 있는 DJ가 자신의 장비와 플레잉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강연도 펼쳐진다. 또한, 낮과 밤을 나누어 다른 장소에서 펼쳐지므로 본인 취향의 맞는 분위기를 골라 티켓구매도 가능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심 내에서 즐길 수 있으므로 관광과 겸하기도 좋다.
독일 2013.09.06~07 Platz der Luftbrücke, Berlin ● € 31.90 ~ 141.90 ✚ Blur x Björk, Pet Shop Boys, My Bloody Valentine, M.I.A., Justice, Fritz Kalkbrenner, Boys Noize, Left Boy, Klaxons, Röyksopp DJ SET and more www.berlinfestival.de 훌륭한 일렉트로닉 클럽들을 보유하고 있기로 소문난 독일인만큼 DJ 라인업이 무척 훌륭하다. 특히 올해는 ‘블러X비욕BLUR x Björk’이 라인업으로 발표되어 기대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페스티벌 기간 내내 페스티벌
✚ Kraftwerk, Pet Shop Boys, Skrillex, Soulwax, Paul Kalkbrenner, Ed Banger 10, Two Door
Berlin Festival
Summersonic
사이트뿐 아니라 클럽 몇 곳도 함께 공연장이 된다. 티켓
일본
국내에서 수퍼소닉 페스티벌이 스테이지 별로 티켓을
2013.08.10~11
따로 판매했던 것과 같은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면 쉽겠다.
역시 페스티벌 티켓과 클럽 티켓을 따로 판매한다. 작년
Chiba Marine Stadium & Makuhari Messe, Tokyo / Maishima Sports Island, Osaka ● ¥13,000 ~ 28,000 ✚ Metallica, Muse, Linkin Park, Fall Out Boy, The Smashing Pumpkins, Pet Shop Boys, Earth, Wind & Fire, Beady Eye, Two Door Cinema Club, F.T. Island, CNBLUE and more www.summersonic.com 일본의 도심형 페스티벌로 국내 수퍼소닉 페스티벌과도 연계되어 있다. 한류의 힘 덕인지, 올해에는 에프티 아일랜드F.T. Island 와 씨앤블루CNBLUE도 서머소닉 무대에 선다. 도쿄 지바 롯데 야구 스타디움이 메인 스테이지이며, 대부분의 공연이 컨벤션 센터에서 이루어지기에 시설이 전반적으로 깔끔하며 교통도 편리하다.
Tomorrow World 미국 2013.09.27~29 Chattahoochee Hills, Fulton County, Georgia ● $ 127 ~ 5,104 ✚ David Guetta, Tiësto, ƱZ, Calvin Harris, Steve Aoki, Bro Safari, Afrojack, Dimitri Vegas and Like Mike, Ferry Corsten, Brennan Heart and more www.tomorrowworld.com 센세이션Sensation을 만든 ID&T에서 제작한 페스티벌, 벨기에에서 시작되었다가 올해 미국으로 첫 진출을 꾀했다. 메인 무대를 환상적으로 꾸며 놓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궁극의 비주얼을 경험하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보길 추천한다. 전 세계 각국에서 갈 수 있는 비행기 패키지 상품도 판매한다. 우리나라도 상품이 판매되고 있으나 금액이 2,200달러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함정.
Monegros Desert Festival 스페인 2013.07.20 Monegros Desert, Fraga, Aragon ● € 65 ✚ Underworld, The Bloody Beetroots, N.E.R.D., Public Enemy, Vitalic, Richie Hawtin, Feed Me, Luciano, Loco Dice, Adam Beyer vs Joseph Capriati, Ben Klock and more www.monegrosfestival.com 스페인의 사막에서 온종일 펼쳐지는 유럽형 사막 페스티벌 모네 그로스. 동틀 때부터 해질 때까지 22시간 남짓 화끈하게 펼쳐지는 페스티벌이다. 4만 명의 관객이 찾아오며 5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할지 몰라도 올해 19년째를 맞이하는 만큼 역사 깊은 페스티벌이다. 테크노, 힙합, 드럼 앤 베이스, 덥스텝이 이 페스티벌의 주된 장르.
Electric Zoo Festival 미국 2013.08.30~09.01 Randall's Island Park, New York ● $ 359 ~ 649 ✚ Avicii, Above & Beyond, Knife Party, Benny Benassi, Tiësto, David Guetta, Bassnectar, Dada Life, Armin van Buuren, Sebastian Ingrosso, Steve Aoki, Laidback Luke and more www.electriczoofestival.com 미국의 노동절 기간 동안 뉴욕 도심 속 랜달 아일랜드 파크Randall’s Island Park에서 펼쳐지는 일렉트로닉
* 페스티벌 춘추 전국시대 기사에 도움을 준 Festival Generation은
페스티벌. 총5개의 스테이지에서 내로라하는 정상급
국내외 음악, 공연 페스티벌 문화를 공유하는 문화 집단 입니다.
DJ들이 대거 출동한다. 2012년 코첼라Coachella Valley
www.festivalgeneration.com
Music and Arts Festival, 센세이션, UMF와 함께 ‘Best
Music Event’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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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페스티벌 춘추전국시대 제
4막:
진정한 고수는 정상에서 재회한다 록
페스티벌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누가 뭐래도 헤드라이너 무대다. 그 무대에 당신이 수년, 아니 수십 년 동안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온 밴드가 공연을
펼치게 된다면? 여기 그 화려했던 ‘재회의 밤’을 수놓았던 밴드들이 있다.
WORDS : 김현수
블러 Blur [Parklife]와 [The Great Escape]의 연이은 성공으로 밴드는 최전성기를 맞았지만, 호재와 악재는 항상 같이 온다고 했던가. 음악적 견해로 시작된 멤버들 간의 내홍은 점점 깊어만 갔고 결국 그레이엄 콕슨Graham Coxon은 7집 앨범 [Think Tank] 녹음 도중 밴드를 탈퇴하게 된다. 앨범은 UK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밴드는 사실상 해체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9년 밴드는 극적으로 원년 멤버로 재결합하여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공연했다. 그해 여름 하이드 파크에서 단독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2010년에는 레코드스토어 데이Record
Store Day 를
기념하여 7년 만에 싱글
‘Fool’s Day‘를 발표하기도 했으며,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 기념공연에도 출연했다. 2013년에는 코첼라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프리마베라 사운드 Primavera
Sound ,
록 베르히터 Rock
Werchter
페스티벌까지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스톤 로지스 The Stone Roses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으로 단숨에 브릿 팝의 총아로 떠오른 스톤 로지스는 1983년 결성 후 1996년 해체하기까지 단 두 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솔로활동 및 새로이 밴드를 결성하며 각자의 길을 걸어가던 멤버들은 2011년 기자회견을 통해 재결합 투어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2012년 6월 29일 맨체스터 히튼 파크Heaton Park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아일 오브 와이트Isle of Wight 페스티벌,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그리고 코첼라 페스티벌까지 현재까지 꾸준히 페스티벌 라인업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펄프 Pulp 1981년 데뷔 이후 오랜 무명생활을 거쳐 [His 'n' Hers]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듬해 [Different Class]로 최고의 인기를 구사했던 펄프. 같은 해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 스톤 로지스가 갑자기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바람에 그 자리를 채워 페스티벌 역사에 한 획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프론트맨 자비스 코커Jarvis Cocker 는
독특한 언행과 괴짜 같은 행동으로 자주 입방아에
올랐고, 차기작들이 예전 같지 않은 반응을 얻으며 결국 밴드는 2002년 베스트 앨범을 끝으로 해체하게 된다. 이렇게 조금씩 기억 속에서 잊혀간 펄프는 2010년 11월, 밴드에게 가장 큰 명예를 안겨다 준 앨범 [Different Class]의 라인업으로 재결합한다는 ‘뜬금포’를 알렸고, 2011년 밴드에게 의미 깊은 페스티벌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스페셜 게스트로 깜짝 출연했다. 이후 레딩/리즈 페스티벌, 코첼라 등 주요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석권하며 누구보다 성공적인 복귀를 보여주고 있는 펄프는 최근 미공개 트랙 ‘After You’를 발표하며 차기 활동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페이브먼트 Pavement [Slanted and Enchanted], [Crooked Rain, Crooked Rain], [Wowee Zowee] 등 이루 셀 수 없는 명반들을 발표하며 ‘미국 최고의 인디 록 밴드 ’ 라는 찬사를 받았던 페이브먼트. 하지만 연이은 멤버 간의 불화로 1999년 투어를 마지막으로 결국 해체하고 만다. 해체 후 10년이 지난 2009년, 그들은 기적적으로 재결합해 코첼라 페스티벌, 프리마베라 사운드 등 다양한 페스티벌에서 역사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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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그리고 페스티... 아! 글래스토glasto*
WORDS : JUNE
* 영국 Glastonbury Festival을 종종 glasto라 줄여 부르기도 한다.
페스티벌은 사랑 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도덕시... 아! 윤리시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가짜 돈 500만 원을 나눠준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채 선생님이 칠판에 붙이고 있는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메모지를 바라본다. 메모지에는 끊어지지 않는 우정, 영원한 젊음, 불같이 뜨거운 사랑, 드라마 같은 인연, 평생 아프지 않은 몸, 최고의 자동차, 호화로운 집, 타임머신, 복권 1등 당첨 등등 너무나 많은 것들, 혹은 조건들이
페스티벌이란 건 참 희한하다. 적금을 들어야 할 정도로 비싼 표는 돈이 있다고 다 사는 것도 아니라서 난리법석을 피우며 컴퓨터 앞에 종일 붙어 있어야 할 때도 있고, 준비할 것은 또 어찌나
적혀있다. "자, 지금부터 나눠 준 가짜 돈으로 경매를 시작할 거야. 경매를 통해 각자 가지고 싶은 것을 누가 더
많은지 어깨가 빠지도록 짐을 챙겨야 한다. 잠자리는 불편하고, 맛도 없는 음식은 비싸기만
많이 모으느냐가 이 게임의 룰이니까 머리를 잘 써서 최대한 많은 메모지를 확보해라. 참고로 1등을
한데다가 비라도 온다 치면 이 돈과 시간을 들여 왜 이러고 있나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하는 학생에게는 준비한 상품과 앞으로 윤리 수업시간에 어떤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선생님의
그런데도 참으로 이상한 것이 또 페스티벌이다. 페스티벌 마지막 밤부터 왠지 모를 아쉬움이 스멀스멀 솟아오르다 결국 집에 도착할 즘이면 어느새 다음 페스티벌을 꿈꾸게 된다. 도대체 어떤 마력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페스티벌을 꿈꾸는 걸까.
확인서를 줄 거다. 심지어 수업에 안 들어와도 된다. 모두 이해했지?"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각자 원하는 것이 적혀있는 메모장을 마음속으로 확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작된 경매. 하나둘씩 메모지가 팔려나가던 중 '완벽한 자유'라는 메모장이 경매에 나온다. "이번 품목은 '완벽한 자유'다. 잘 생각하고 가격을..." 선생님이 말을 마치려는 순간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외친다. "선생님, 저요!" "어, 그래 얼마로 시작할 거니?" "500만 원 전부 다요." "호준아, 게임의 룰은 말이다..." "알아요, 선생님 '완벽한 자유' 저 주세요."
페스티벌은 캠핑입니다
WORDS : 장은석
하늘'호'(昊)자에 말달릴 '준'(駿)이라고 부모님에게 이름을 받은 이 학생은 커서 음악과 영상, 그리고 설치미술, 퍼포먼스라는 각기 다른 플랫폼을 하나의 아트 디렉션으로 보여주는 롤스파이크Roll
어렸을 적 나는 굉장히 활동적인 아버지 덕분에 야외 활동을 즐겼었다.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닌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끈덕지게 따라다녔다.
Sp!ke라는 미디어아트 그룹을 만들고, 영국과 일본 서브컬쳐subculture에 충격을 받아 해외
왜냐면 캠핑이 좋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름이 되면 거실에 텐트를 치고 그 안에 내 방을 꾸며놓았고, 하루를 그 안에서 보냈다. 그러던 어느
서브컬쳐를 국내에 알리고 싶은 마음에 엘리펀트슈라는 온라인 잡지를 시작하게 된다.
날 우연히 아버지께서 보시던 1969년 우드스탁Woodstock 라이브 비디오를 텐트에 누운 채 봤다. TV 안에는 난민촌에나 있을 법한 허름한 텐트가 끝도 없이 깔려 있었고, 텐트마다 거지꼴을 한 사람들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흡사 세상에서 가장 한가로운 사람들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스피커에서 음악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텐트를 박차고 나와 공연장으로 미친
자유.
듯이 달려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산타나Santana,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등 수많은 뮤지션이 공연을 하고
거기다 앞에 붙은 '완벽한'이란 형용사.
있었다. 이를 보고 있는 관객들은 텐트 안에서보다 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광경은 세상에서 캠핑이 가장 즐거운 일이었던 내게 큰
비현실적이며 불가능에 가까운 '완벽한 자유'를 난 고등학교 1학년 때 얻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충격이었다. 그리고 록 페스티벌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캠핑보다 즐거운 무언가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살아왔다. 하고 싶은 일만. 내가 원하는 대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나이를 조금 더 먹고 우드스탁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니 매년 열리는 페스티벌이 아닌 간헐적으로 열리는 페스티벌이었다. 미국에서
페스티... 아! 글래스토에 가면 항상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반쯤은 갈 수 없다 생각했었지만, 이 정보를 얻고 나서부터는 그야말로 신기루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그때에도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누구보다 빠르게 손을 들어 '완벽한 자유'를 얻었던 열일곱 소년으로 말이다.
해외에는 수없이 많은 페스티벌이 있었지만 내 머릿속에 있는 음악 페스티벌은 우드스탁 뿐이었다. 페스티벌에 대한 정보가 한없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되는 글래스토. 나에게 글래스토는
부족한 시대였다. 그 후 입대하며 365일 캠핑 라이프를 즐기게 되었다. 그때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한 달에 한 번씩 배송되어 오는 잡지를 읽는
추억으로의 시간 여행이자, 20년 전 500만 원으로 샀던 '완벽한 자유'를 확인시켜주는 장소이다.
것이었는데, 한 번은 그 잡지에 후지 록 페스티벌Fuji Rock Festival 후기가 실렸다. 이를 보며 세상에는 우드스탁 같은 야외형 음악 페스티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군대 월급을 모으기 시작했다. 목표는 분명했다. 후지 록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서였다. 2006년 7월 7일. 칠월칠석
처음에는 악명 높은 글래스토의 '홍수' 사진을 인터넷에서 접하고, 도저히 혼자 아니, 여러 명이라도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나는 사회와 재회했고, 27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마이클 이비스 Michael Eavis 할아버지(글래스토의 기획자)의 농장으로 향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아마 레딩Reading 페스티벌에서 후에 엘리펀트슈 멤버가 된 지훈이를 만나지 않았으면 지금도
첫 음악 페스티벌이자, 첫 해외 페스티벌에 도착하여 어둑어둑한 밤에 손전등 빛에 의지하여 텐트를 치고, 접이식 의자에 앉아 핫도그와
물에 잠긴 텐트와 진흙으로 범벅이 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아무리 음악을 좋아해도 저긴 갈 곳이
맥주를 마시던 순간은 여전히 잊지 못하는 순간이다. 신기루 속에 존재하던 그곳에 내가 있다는 그 묘한 기분은 마시던 맥주의 차가운 기운이
아니야'라고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마치 이솝우화 '여우와 신포도'의 여우처럼.
퍼지듯 온몸에 퍼져 갔다. 꿈이 현실이 된 3일은 순식간에 흘러갔고, 꿈은 다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페스티벌이 끝난 다음 날 아침, 같은 곳에서 같은 핫도그를 먹고 있었지만,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 후 며칠 동안 간단한 여행을 했지만, 강한 양념의 음식을 먹은
생각해보니 한 번도 혼자 글래스토에 간 적은 없다.
후에 심심한 음식을 먹은 것처럼 밍밍할 뿐이었다. 그 의미 없는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던 날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공항 버스를 기다리고
첫 경험은 지훈이랑 둘이었고, 다음 해는 여러 명이 함께 단체로, 그다음 해도 다른 멤버들로,
있는데, 우연히도 옆자리에는 서머소닉Summersonic에 다녀온 관객이 있었다. 그들은 서머소닉에서 본 뮤지션 얘기에 흥분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인 재작년엔 엘리펀트슈 대표 자리를 이어받은 은석이를 비롯해 또다시 여러 명이 갔다.
이를 듣고 있던 우리 그룹도 후지 록 페스티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젠가 한 번은 혼자서 글래스토로 떠나고 싶다. 그들도 우리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지 자기들이 본 뮤지션이 더 대단했음을 우리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알 수 없는 경쟁이
나 홀로 맞이하는 '완벽한 자유'는 어떤 느낌일까?
시작됐다. 분명 얘기는 각자의 그룹끼리 하고 있었으나 그 이야기의 청자는 상대방 그룹이었다. 뮤지션 경쟁에서 승부가 나지 않자 서머소닉
실제 혼자 공연을 보고 페스티벌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하고 외로워질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룹은 숙소였던 호텔 자랑을 시작했다. 인테리어가 어떻고, 서비스가 어땠으며, 조식은 어땠고, 그 호텔에 뮤지션 누가 묵어서 로비에서
어릴 때부터 스스로 만들어 좌우명으로 여기는
만났고 등등 끝없는 숙소 자랑에 우리는 오히려 으쓱해졌다. 그리고는 우리가 텐트를 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으며, 그 텐트 앞에 접이식
'독립 : 혼자 일어서는 것이 아닌 쓰러질 때 혼자인 것'
의자를 놓고 앉아서 먹던 맥주 맛이 얼마나 근사했는지, 그 의자에서 본 풍경이 얼마나 훌륭했으며, 페스티벌 현장에 준비된 온천에서 한
이란 문장만큼은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을 것 같다.
목욕이 얼마나 좋았으며, 경사진 곳에 친 텐트 속에서 잘 때면 침낭 채로 아래로 흘러내려 굼벵이처럼 기어 올라가며 한참을 웃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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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버너에 코펠을 얹어 끓여 먹은 라면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등을 한없이 떠들었다. 그러다 버스가 왔고 그들과는 서로 다른 버스를
그래, 떠나자.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 버스 안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진정한 페스티벌은 역시 캠핑을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혼자 배낭을 메고, 나의 독립을 확인할 수 있는 '완벽한 자유'의 땅 글래스토로.
E L E P HA N T - S HO E
트라이포트 - 어느 20세기 소년의 처음이자 마지막 록페
WORDS : 김영훈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 모든 수험생의 바이블이었던 <수학의 정석> 대신
이 간이화장실이란 게 사실은 거대한 똥구덩이 위에 세워놓은 조촐한 플라스틱
시대에 용기 있게 공연을 추진했던 기획사도, 한에 맺혀 이런 공연을 기다렸던
<월간 핫뮤직>을 맹렬히 독파하던 소년 한 명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이 소년은
구조물이란 건 들어가고 나서야 알았다. 빠지면 죽는다는 공포와 싸우며 소년은
팬들도, 꿈에 부풀었을 밴드들도 모두 상처만 입었다.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은
언니네 이발관 1집을 듣다 분노에 사로잡히고 만다. ‘록 스피릿 그런 정신
제주도 흑돼지의 고단함을 이해했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
단순히 불운했던 해프닝이 아니라 정말로 비극 그 자체였던 것이다.
관계란 곧 ‘침대’와 ‘과학’의 관계만큼이나 명징한 것이었다. 이 신성한 등호(라
줄을 서 있는 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지자 어느 센스 있는 인류가 포터블 오디오를
소년이 환불 명부에 이름을 적고 나올 때 공연은 재개되었다. 매드 캡슐
쓰고 이꼬르라 읽는다)를 부정하는 것은 종교적 죄악이나 다름없었다.
가져와 RATM 1집을 틀었다. 영어 랩으로 된 노래(라 쓰고 ‘Killing in the
마케츠The Mad Capsule Markets였다. 하지만 소년과 일행은 이미 모든 진기를
없음 아무렴 어때’라는 가사 때문이었다. 소년에게 있어 ‘록’과 ‘록 스피릿’의
Name’이라 읽는다)를 조선인이 떼창하는 풍경에 소년은 눈에서 물이 나올
소진한 상태였다. ‘ RATM 봐야 되는데 ’ 라고 중얼거리면서 땅만 보고
시대가 그러했다. 서태지의 ‘시대유감’은 가사가 불온하단 이유로 연주곡이 되었고,
지경이었다. 이 거지들을 보라. 록 스피릿 하나로, 타는 목마름으로, 주린 배를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다시 버스를 타고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3집 앨범은 제목이 불온한 두 곡 때문에
움켜쥐고 랩을 하는 이 아름다운 거지들을 보라. 마침내 대망의 무대가 열렸을
서울역까지 가는 동안 소년과 일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간단한 루트를
라이센스가 불발되었으며, [Cowboys from Hell]과 [Vulgar Display of Power]의
때, 출발선에 선 소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일행이 같이 뛰고 있는지는
두고 왜 수풀을 헤쳐 갔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흠뻑 젖은 생쥐들이 서울역
절반이 금지곡 판정을 받은 판테라Pantera는 [Vulgar Display of Cowboys]라는
중요하지 않았다. 진흙탕에 발이 푹푹 빠져도 ‘28일 후’의 좀비처럼 온 힘을
포장마차에서 우동에 소주 한 잔을 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세상을
건전(?) 합본 앨범을 발매해야 했다. TV를 틀면 립싱크 일변도의 표절 댄스곡이
다해 뛰었다. 출발선에서 스테이지까지 50미터였는지 100미터였는지는 잘
다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무언가 비겁자가 된 기분이었고, 어디 가서 ‘내가
난무할 뿐이라 록 팬들은 조악한 클럽이나 영상실을 기웃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곳곳에서 나자빠지는 좀비들을 피하고 뛰어넘으며 무대
조선의 록 스피릿이다’라고 말 할 자격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진한
주고도 멀쩡한 앨범 한 장, 멀쩡한 공연 한 번을 구경하기 힘들어 악에 받친 소년이
최전선의 자리를 차지했던 것만은 또렷이 기억난다. 폭우를 앞둔 습한 공기에
패배감과 함께 벡Beck의 ‘Loser’가 마음속에서 반복 재생됐다.
‘록은 과학입니다!’라고 절규했던 게 꼭 철없는 소리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단체로 강제 부비부비를 시전 중인 거대 인파 때문에 곧 숨이 막혀왔다. 공연이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보았다.
시작하기도 전부터 탈출을 감행하는 아가씨들이 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공연이
그날 집에서 한 샤워는 소년의 인생 최고의 샤워였다. 그것은 뭐랄까 거대한
시작됐다. 애쉬Ash였다(먼저 나오기로 했던 국내 밴드들은 딜레이로 인해
점토 인형이 ‘씻고 나서 하얘졌어요’라고 고백하는 것과 같은 샤워였다. 온몸에
출근조차 하지 못했다).
묻은 흙먼지를 씻어내니 1kg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금세 행복해진 마음과,
1999 Triport Rock Festival
여전히 남아있는 패배감과 피로한 몸이 뒤섞인 채로 소년은 기절하듯 잠이
Deep Purple, Dream Theater, Rage Against the Machine, Prodigy
감히 장담컨대 애쉬 역사상 이렇게 환호를 받았던 공연은 없을 것이다. 조선의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소년은 거실에 틀어놓은 TV 소리에 눈을 떴다. 리포터들이
인천 송도
록 마니아들이 오랫동안 쌓아놓은 울분이 원기옥처럼 일시에 터져 나왔다.
전국의 피해 상황을 분주히 전하고 있었다. ‘ 서울이 ㅈ됐어요 ’ , ‘ 부산이
9만 원
크래쉬Crash가 바통을 이어받았을 때도 마찬가지. 떼창과 슬램과 헤드뱅잉의
ㅈ됐어요’, ‘대전이 ㅈ됐어요’ 말인즉, 몇십 년 만의 폭우로 전국이 ㅈ됐다는
일대 향연이 벌어졌다. 이제는 30대 중반이 된 소년은 이때의 관람 문화가 이후
소리였다. 그리고 마침내 등장한 인천의 리포터가 ‘인천도 ㅈ됐다’는 소식을
소년은 넋을 잃었다. 이 찌라시는 필경 저 멀리 적도에서 날아온 것이리라. 곧바로
조선 록 콘서트의 규범이 된 게 아닐까 추측한다(물론 소년에겐 이만한 규모의
전하며 말미에 다음과 같은 멘트를 붙였다. ‘이번 폭우로 인해 트라이포트
소년의 마음에 태풍이 불었다. 소년의 정줄은 캔자스 외딴 마을로 도로시와 함께
내한공연이 처음이었으므로 아무런 근거도 없으며, 사상자까지 냈던 New Kids
록 페스티벌은 취소됐습니다. 캠핑하던 관객들은 새벽에 모처로 긴급
날아 가버렸다. 그러므로 이것은 어느 20세기 고대 소년의 록 스피릿 이야기,
on the Block 류의 아이돌 공연은 분위기가 다르므로 패스한다).
대피했습니다’ 이불 속에서 눈만 껌뻑거리던 소년은 이 소식에 환희의 하이킥을 시전했다. ‘보았느냐. 내 이럴 줄 알았다. 나만 RATM을 못 본 것이 아니다. 나는
폭우에 쓸려간 채 지금은 전설로 남아있는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의 이야기다. 아마도 크래쉬의 공연이 중반에 이르렀을 때였던 것 같다. 마침내 하늘에 구멍이
패배자가 아니라 현자였느니라! 으하하하!!!’
열정의 포로가 된 소년은 단순하다. 오직 전진, 또 전진뿐이었던 소년은 RATM
뚫리기 시작했는데 사실 처음엔 아주 좋았다. 더위와 갈증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가사를 외우고 배낭과 텐트를 챙겼으나 송도가 어디 붙어 있는지 모른다는
관객들 대부분이 오히려 비를 반겼다. 하지만 빗줄기가 심각하게 굵어지면서
사실을 인천에 도착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무엇이 두려울까. 비슷한
비극이 시작됐다. 아직 공연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스태프들이 공연 장비를 비닐로
차림새에 아이스박스를 든 선구자들이 저만치 앞서 가고 있지 않은가. 달리
싸기 시작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밴드가 무대에서 거의 쫓겨나는 상황이었다.
Teenage angst has paid off well Now I'm bored and old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소년의 눈에 비친 그들은 홍해를 가르는 모세요, 골고다
그러나 안흥찬이 ‘딥 퍼플 형님이 오셨는데 이것만은 반드시 불러야겠다’며
언덕을 오르는 예수였다. 과연 약속의 땅에 이르는 길은 험난했다. 대로를
‘Smoke on the Water’ 연주를 강행했다. 이때의 영상은 유튜브에도 있는데 한
벗어나 가로등 하나 없는 수풀을 헤쳐나갔고, 기억이 희미하지만 둘러진 펜스의
번들 찾아보시라. 조악한 무대와 열정적인 관객, 어수선한 분위기가 짧은 영상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커트 코베인이 삶에 대한 열정을 잃었을 때 쓴 이 가사를
개구멍 하나를 통과했던 듯도 하다(역에서 교통편을 묻지 않고 이렇게 간 이유를
고스란히 기록돼있다.
소년은 항상 좋아했다. 가사와는 달리 십 대의 마지막 여름을 트라이포트에서
- Nirvana, ‘Serve the Servants’
보낸 소년의 울분은 이듬해 잘 보상받았다. 마음의 짐이었던 RATM이 단독공연을
모르겠다). 한참을 걸어 마침내 저 멀리 찬연한 불빛이 비쳤을 때, 소년과 일행은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으로, 소아시아를 정벌한 줄리어스
곧 폭우로 인해 공연을 잠정 중단한다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관객들이
했고, 소년의 올타임 페이보릿이었던 스매싱 펌킨스 역시 내한했다. 하지만
시저의 마음으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왔노라. 우왕~’
빠져나간 공연장 한가운데서 소년과 일행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잠시 비를
트라이포트는 유명을 달리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 바닥에 앉아 들뜬 마음으로
피할 것이냐, 아니면 이대로 앞자리를 사수하며 기다릴 것이냐. 고민은 오래가지
호박들의 공연을 기다리던 중 듣게 된 2회 트라이포트 소식에 소년은 웃음을
소년과 일행(참고로 이 분은 훗날 출가하여 스님이 되셨다)은 서둘러 텐트를 치고
않았다. 여러분도 아실 것이다. 세상엔 맞으면 아픈 비가 있다. 중력가속도를
터트렸다. ‘고작 그린데이Green Day, 위저Weezer,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맥주를 흡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또다시, 이상하게 생긴 폴대를 손에 쥐고서야
잔뜩 머금은 채 퍼부어서 바늘로 찌르는 듯 따가운 비 말이다. 비침을 맞으며
a Down이라고?
소년은 태어나 텐트를 쳐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시간이
20여 분을 걸어 텐트에 도착했을 때는 몰려오는 오한에 몸을 주체하지 못할
배부른 소리지만 그때는 정말 배가 불렀었다. 웬만한 대형 밴드는 이제 단독
지났다. 안 된다. 주변의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왠지 외롭다. 남자로서, 야생의
지경이었다. 그리고 살아야겠다는 다급한 마음으로 텐트에 들어갔을 때 소년의
공연으로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던 데다, 록페의 헤드라이너라면 적어도
로큰롤 키드로서 자존심이 상한 소년은 끝내 자신의 힘으로 텐트를 치겠노라
멘탈은 지구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추락하고 만다. 물이 한 뼘 넘게 차있었다.
전년도 수준은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2000년 트라이포트는
다짐했지만 일단 창피하니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그리고 30분이 더 지나서야
간단히 요기나 하겠다고 나오는 통에 텐트 문을 닫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곳엔
50장이 팔렸네, 60장이 팔렸네, 500장이 팔렸네 하는 흉흉한 루머만을 남긴 채
소년은 지금까지 텐트를 거꾸로 치고 있었음을 깨달았고, 성채를 완성하기까지
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자리도, 갈아입을 마른 옷도 없었다. 소년과 일행은 각자
예매 부진으로 전격 취소되고 만다. 물론 이때는 몰랐다. 향후 6년간 이 땅에서
30분을 더 허우적거려야 했다. 맥주를 사와 마침내 텐트에 입성했을 때 소년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말없이 몸만 바들바들 떨었다. 훗날 이 이야기를 들은
‘대규모’ 록페의 씨가 마를 것이란 걸 말이다.
또 다른 실존적 문제에 직면한다. ‘왜 이렇게 어둡지? 램프가 필요했던 것인가’,
J양은 ‘그렇게 추우면 둘이 안고 있지 그랬느냐’고 했는데 남자를 몰라도 너무
‘바닥은 또 왜 이렇게 딱딱하지? 매트가 필요했던 것인가’ 그 어둡고 불편했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엉덩이만은 기필코 사수해야 하는 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렸을 때 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여전히 열광적인
새벽, 소년과 일행은 록 스피릿을 곤두세운 채로 대한민국 음악계의 현실을
남자 아니던가(단지 끌어안는다는 설정만으로 이렇게 이어지는 전개).
음악 마니아였지만 더 이상 록 스피릿 따위에 연연하진 않았다. 오히려 당년의
비토했고, 텐트 치는 법 하나를 가르치지 않는 대한민국 교육의 무상함을 규탄했으며, 내일 예쁜 여자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다 잠들었다.
근데 티켓값은 왜 그렇게 비싸? 그걸 누가 가?’ 지금 생각하면
코베인이 머리에 엽총을 발사했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30대 한 30분쯤 지났을까. 소년과 일행은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이런 폭우에 공연이
중반에 접어든 지금, 구(舊) 소년의 핸드폰엔 팝보다 클래식 음원이 더 많이
재개될 리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목숨이 위태로웠다.
들어가 있다. 스탠딩보단 앉아서 보는 걸, 캠핑보단 숙소에서 자는 걸 선호한다.
날이 밝아 우선 식량부터 흡입하기로 한 소년과 일행은 오솔길(이라 쓰고
소년의 멘탈은 이미 황순원의 ‘소나기’에 빙의해있었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십 대의 울분이 보상받았건 말건, 단 하나도 없던 록페가 다섯 개가 됐건 말건
진흙탕이라 읽는다)을 따라 캠프장을 빠져나왔다. 얇은 티셔츠 차림으로 세면을
우리는 여기서 죽는다. 여기서 죽으면 RATM 공연은 영영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이제 소년은 배고픔을 잃은 채 늙고 고루해졌다. 하지만 말이다. 스키드 로우Skid
마친 언니들이 젖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장면은 평생
소년과 일행은 말없이 텐트를 걷고 짐을 챙겼다. 티켓박스에 이르자 한 무리의
Row나 테스타먼트Testament 같은 고대 형님들의 이름을 라인업에서 발견할 때,
잊지 못하리라. 이때의 공연장에 식량 저장소라곤 고작 두세 군데 뿐이었는데
성난 군중이 주최 측과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돈 물어내라 이 사기꾼들아!’
캠핑 할 돈도 없어 콘크리트 바닥에서 신문지 덮고 새우잠을 자는 현대 소년들을
MSG로도 해결이 안 되는 오묘한 싱거움의 우동이 일품이었다. 흡입을
그렇다. 악에 받친 조선 록 팬들에겐 울분을 토해낼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발견할 때마다 노인네의 마음엔 다시 한 번 태풍이 몰아친다. 마치 정대만의
마쳤으니 이제는 배출과 정화의 시간. 허나 10시 30분 오픈에도 불구하고 두
하늘을 원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안일하게 준비한 주최 측을 비난하는 수밖에
3점슛처럼 몇 번이고 되살아난다. 결국 우리 같은 떨거지 청년 하위문화
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얼리버드들이 눈에 띄었다. 지금 싸고 씻느라 시간을
없었다. 점점 불어난 시위대의 숫자는 곧 수백에 달했다. 그렇게 2시간여를
신봉자들은 때가 되면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언니네 이발관’이
허비하면 앞자리를 놓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무대 설치 미비로 결국
질질 끌다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 놓으면 대책을 강구해 알려주겠다는 약속을
틀렸던 것이다. 젊으면 젊은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시들지언정 죽지는 않는 것.
오후 2시가 지나서야 무대가 오픈되는 미증유의 비사를 이때는 당연히 몰랐다.
받고서야 사태가 일단락됐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슬픈 광경이다. 손을 맞잡고
세상은 이를 록 스피릿이라 부른다. 풍악을 울려라. 여름이 돌아왔다.
소년과 일행은 간이화장실에서 급한 용무만 해결하고 줄에 합류하기로 했다.
통곡을 해도 시원찮을 사람들이 서로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었으니 그 열악한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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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와 마초, 그리고 블루스
김간지 X 하헌진
WORDS : 지은, PHOTO : 지감독
날이 더워지자마자 페스티벌이다 뭐다 신이 나서들 들썩거리는 씬을 보고 있자니, 이럴 때일수록 무게 중심을 잡아줄 이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진정한 남자가 필요한 시즌이 온 것이다. 나는 주저함 없이 두 남자의 이름을 떠올렸다 1874년, 시카고에 살던 H는 피자X땅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K는 도x노 피자에서 일하고 있었다. 둘은 주말마다 미시시피 강에서 함께 라이딩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그날도 어김없이 라이딩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문득, K와 H는 여자를 꾀려면 음악을 해야 한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다. 그 길로 K는 데니스 챔버슨Dennis Chambers에게 드럼을 배웠고 H는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에게 기타를 배웠다. 그렇다. 이미 다 눈치챘겠지만, K는 김간지, H는 하헌진이다. 조금 더 진솔한 이들의 이야기는 이렇다. 서로 다른 공연으로 들른 ‘제1회 레코드 폐허’에서 하헌진은 김간지에게 즉석에서 함께 공연할 것을 제안했다. 김간지는 흔쾌히 수락했고 그날의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공연의 주최 측은 그들에게 한 번 더 함께 무대에 서 보지 않겠냐며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그들은 얼떨결에 두 번째 공연을 했다. 팀 이름도 따로 짓기 귀찮아 공연 주최 측에서 급한 대로 붙여준 ‘김간지X하헌진’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팀이 되었다. 그 또한 ‘얼떨결에’. 얼떨결에 지은 팀 이름이라지만 오히려 더 힙스터 같이 느껴진다는 말에 “그건 제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인데요.”라고, 하헌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 마초라면 무릇 힙스터란 표현에 낯간지러워할 줄 알아야지, 라고 생각할 때쯤 그들은 내게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저기요, 죄송하지만 저희는 마초가 아닌데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저희는 이런 식으로 촬영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오픈카에 슈트를 입고 올라탄 비비 킹B. B. King의 사진을 들이민 게 누구더라. 셔터 소리에 굳었던 몸이 풀리자마자 “ 저희가 한 번 악기를 바꿔 들어 볼게요.”라고 말하며 촬영을 쥐락펴락했던 게 누구더라. 물론, “진짜 마초들은 이런 거 안 해요. 내면의 마초성을 무의식중에 짓눌린 애들이 더 예쁜 거 하려고 하잖아요. 머리 한쪽으로 넘기고, 너와 나의 관계에서 흐트러진 시간 속에
심장에 구멍 맞은 것처럼 너때문에..., 이런 거 하는 애들이 진짜 마초에요.” 라고 말한 하헌진의 주장에 어느 정도 수긍을 하긴 했다. 그러나 마초감별사인 나의 촉으로 볼 때 김간지와 하헌진은 그들과는 또 다른 부류의 마초임을 확신하는 터라 이러한 발언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그들의 마초성을 증명해보기로 했다.
1. 그들은 스스로 트러블 메이커가 되었다 김간지는 이 발언 후 자신의 세 치 혀를 후회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인디 씬도 서양 힙합 씬의 정서가 좀 도입되어야 해요. 서교 사이드랑 동교 사이드를 나누어서 편을 먹고, 서교 사운드는 크라잉 넛을 중심으로, 동교 사운드는 언니네 이발관을 중심으로 가는 거죠. 그래서 홍대 지나다니다가 마주치면, ‘동교 사이드, 게이 뮤직’하고 총을 쏘고, ‘서교 사이드, 무식한 놈들’ 하면서 같이 총 쏘고. 이런 파이팅이 필요해요.”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발언을 성급히 뱉고는 뒤늦게 후회하는, 딱 그만큼의 외강내유의 속성을 가진 그는 강인해 보이는 겉과 달리 마음속에 여린 소녀 하나쯤을 키우는 여느 마초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불과 몇 주 전, ‘이번 저희 앨범은 딕펑스 스타일입니다’라고 경솔히 SNS에 게시했다가 디시인사이드 딕펑스 갤러리에서 난도질을 당했음에도 이러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그는 ‘후회는 잠깐, 순간은 영원히’인 마초 특유의 마인드를 탑재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하헌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역시 SNS를 통해 ‘이번에 추기경으로 선정되신 추 기경(75)입니다.’라는, 대체 왜 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개그를 구사하고는 일간베스트, 디시인사이드, 오늘의유머 등에 그 게시물이 퍼 날라져 무식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트위터는 그런 맛에 하는 것 같아요.”라며 껄껄껄 웃었다. 아아, 마초다.
2. 여성에게 냉담하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인터넷에서 센 척하는 여자들 다 혼나야 해요. 오빠 공연에 웃통을 벗고 오겠네, 어쩌고 하는데 사실 공연장 가면 맨날 똑같아요. 담배 한 모금 피우고 콜록콜록할 거면서 센 척은 무슨.”이라며 콧방귀 끼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잠시 혼란스러웠다. 마음속으로 ‘섹스’를 세 번 외치면 그날 공연의 드럼을 잘 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하고 다니는 김간지가, 그리고 그 섹드립을 늘 태연하게 받아쳐 주는 하헌진이 이렇게 ‘츤츤’거리다니. 그런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각자가 생각하는 ‘마초’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하헌진은 “바깥 일하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거죠.”라고 대답했고, 김간지는 “아녀자들이 이해 못 할 중요한 일이죠.”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여성들에게 “여성 분들 제게 멘션 보내고 싶으시면 제 계정 말고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나잠 수 계정으로 보내세요. 그게 제 세컨 계정이에요.”라며 구애의 끈을 놓지 못하는 김간지의 눈웃음에는 여성에게 가혹하지만, 여성 없이는 정작 단 하루도 살지 못하는 뭇 마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3. 주변에 남자밖에 없다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음반 작업에 돌입했다고 말하는 그들은 자신들의 음반을 네 가지 단어로 소개했다. 원 테이크, 동시 녹음, 서라운드 스테레오, 무손실 CD 압축, 이라고. 이 네 단어로 많은 사람을 한 번 낚아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그들에게 프로듀서가 누구인지 묻자 김간지는 자신의 세컨 트윗 계정을 관리하는 ‘나잠 수’라고 말했다. 피처링 또한 누구에게도 부탁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니, 협연을 해도 로다운30의 윤병주와 하더니만, 그들의 행보에서 여성의 손길은 어느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특별히 바쁘지 않을 때는 매일 둘이 만나 노닥거린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합주를 너무 안 해서 되려 공연에서는 즉흥으로 연주하고 즉흥으로 틀린다고 했다. 게다가 여성에게는 새침했던 그들이 서로에게는 매우 관대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하헌진은 “홍대에서 드러머라는 타이틀로 활동하는 사람이 매우 소수인데, 그런 면에서 간지가 드러머로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좋아 보여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협업을 핑계로 자신들의 주변을 남성으로 에워싸 남성들끼리의 끈끈한 유대를 견고히 하며 거기에서 자신감을 얻는 마초 전형의 모습을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의 가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나는 그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 질문의 전형,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였다. 이에 하헌진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오늘 저녁 공연도 뭐 할지도 모르겠고,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 라고 말했고, 김간지는 “ 유기견을 보호하고, 신곡으로 미스터 코리아를 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끝까지 제멋대로인 그들을 보며 나는 내 논증이 완성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떠올렸던 첫 의도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올해 페스티벌 중 출연하는 곳이 있나요?”라고. 이에 그들은 “제비 다방에서 우리만의 페스티벌을 할 생각이에요.”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남들이 뭐라 해도 누구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이 두 남자의 행보를 보며 씬의 한 축이 그래도, 굳건히 서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굵고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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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EL
safari
저노동 고효율 언더그라운드 음악 탐험기
WORDS : 손은지
<레이블 사파리> 첫 회를 통해 소개했던 레이블 라이즈 L.I.E.S.가 ‘잘 알려지지 않은 언더그라운드 레코드 레이블을 탐색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발견한다’는 코너의 기획 의도와는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던 반면, 지나치게 마이너하고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던 관계로 독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힘들었을 거라는 자기반성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레이블의 역사도 오래되고 ‘유명인’도 보유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다고 생각되는 레이블, 그러면서도 주목할 만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도 많이 이끌고 있어 코너의 기획 의도 역시 퇴색시키질 않을 법한 레이블로 고르는데 신중을 기했다. 그 신중한 고려의 결과는 바로 R&S 레코드!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가 지금처럼 스타가 되기 이전, 런던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의 컬트 팬들에게 막 인정을 받기 시작하던 시기에 R&S 레코드를 통해 발매했던 EP 앨범 [CMYK (2010)]와 [Klavierwerk (2010)]는 블레이크의 팬 사이에서는 유명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블레이크의 정규 앨범들은 유니버셜/폴리도르와 같은 대형 레이블을 통해 전 세계로 발매되고 있지만, 그가 오늘의 자리에 올라서는데 가장 중요한 발판이 되었던 것은 소규모 인디펜던트 레이블 R&S 레코드를 통해 발매했던 이 EP 앨범들이었다. 블레이크는 이 인연으로 지금도 R&S 레이블 관련 행사라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며 우정을 과시하고 있기도 하다.
탐험의 시작
추천 트랙 Joey Beltram - Energy Flash (1990) 추천 트랙으로 지금의 R&S를 만든 고전 테크노 트랙 중 하나인 조이 벨트람 Joey Beltram의 ‘Energy Flash’를 골랐다. 초창기 언더그라운드 댄스뮤직의 선구자 중 한 명인 뉴욕 출신 프로듀서 벨트람이 십대 시절 만들었으며, R&S를 통한 그의 국제적인 데뷔곡이기도 했던 ‘Energy Flash’는 테크노 음악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꼭 들어봐야 할 초창기 테크노 필청곡이다. 참고로 ‘R&S Records Classics’는 테크노 음악을 조금 깊게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검색어’이기도 하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찾아 들어볼 것.
그럼 지금부터 R&S 레코드가 어떠한 레이블인지 본격적으로 파헤쳐보자. R&S 레코드는 1983년 벨기에의 겐트(Ghent)에서
추천 밴드
시작된 인디펜던트 레코드 레이블이다. 70년대 디스코 시대 이래로 일렉트로닉 음악계에서는 레코드 레이블이 뮤지션만큼,
클래식 테크노가 아닌 신진 밴드 중 주목할 밴드로는 개인적으로 본델파크
또는 그 이상으로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아 왔다. 레이블은 그 자체로 어떤 음악의 질을 보증하는 기준으로서 작용하기
Vondelpark를 지목하고 싶다. 런던 출신 3인조 밴드 본델파크의 2010년 데뷔 EP
시작했고, 몇몇 유명 레이블은 특정 음악 씬을 이끌어 나가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R&S 레코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Sauna]는 발매 당시 런던의 언더그라운드 씬에서는 이미 컬트적인 화제가 되기도
가장 핫한 최첨단의 테크노 음악을 내놓을 레이블의 도래를 알린다.
했었는데, ‘California Analog Dream’에서의 혼란스럽고 소외된 청춘의 단상과 드리미dreamy한 사운드, 세련된 멜로디는 그들이 마이너적인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앞서 제임스 블레이크에 대해서만 언급했지만, 일렉트로닉과 테크노 음악에 대해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R&S 레코드의
충분히 스타로 커가리란 예상을 하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2013년 발매된 그들의
지난 카탈로그가 초창기 언더그라운드 댄스음악의 역사를 훑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한 이름들로 가득 차있다는
정규 데뷔 앨범 [Seabed]는 주목할 가치가 있는 앨범. 추천 곡으로는 Sauna EP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소위 언더그라운드 댄스음악의 선구자들이라 불릴만한 프로듀서들의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
버전의 ‘California Analog Dream’과 데뷔앨범 [Seabed]의 싱글 ‘Dracula’를
후반까지의 테크노 클래식 트랙들을 줄줄이 보유하고 있는 것. 그 이름들은 바로 Aphex Twin, Derrick May, CJ Bolland,
들어보길 권한다.
Jaydee, Kenny Larkin, 69 (Carl Craig), Joey Beltram, Model 500 (Juan Atkins), Ken Ishi, Dave Angel 등이다. 하지만 테크노 씬에서 이렇게 확고한 위치를 지켜오던 R&S 레이블은 2000년 레이블의 창립자인 반데파펠리에Vandepapelier가 “이제 지겹다”는 이유로 돌연 문을 닫음으로써 기약 없는 휴식기에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R&S는 약 6년간의 휴식 후, 현재의 위치인 런던으로 이주하여 다시 문을 열게 된다. 그리고 동시대 음악 씬의 최첨단 뮤지션들을 발굴하는 작업에 다시 한번 열중하기 시작하는데, 그 뮤지션들이 바로 James Blake, Pariah, Space Dimension Controller, Egyption Hip Hop, Teengirl Fantasy, Blawan, The Chain, Lone, Vondelpark, Airhead 등이다. R&S 레코드는 기본적으로 레이블의 슬로건 ‘In Order to Dance’처럼 ‘춤을 추기 위한’ 음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소속 뮤지션들은 장르적인 면에서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을 넘어 다양한 장르들을 아우르고 있으며, 그러한 다양성 속에서도
Vondelpark
실험적이고 비전형적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즉, R&S는 ‘사람들을 춤추게 하겠다’는 궁극적인 목적 안에서 결코
- Dracula (Official Video, 2012)
평범하지 않은, 참신하고 폭넓은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레이블 이름인 R&S의 뜻은 무엇일까? 뭔가 대단하고 의미심장한 단어의 약자가 아닐까 싶지만, 많은 언더그라운드 레이블의 이름들이 그러하듯이 역시 별 의미가 없다. 레이블의 공동 창립자이자 부부 이름(Vandepapeliere & Sabine Maes)의 약자인 것. 그럼 너무나 명백하게 자동차 페라리를 연상시키는 말 모양의 로고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역시 단순했다. 그것은 그냥 반데파펠리에가 페라리의 광 팬이었기 때문이다.
관련 링크 www.randsrecords.com
/ randsrecords
@ rands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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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WORDS : 지은, PHOTOS : 지감독
vol.5 시절을 불러온 방
누구나 동경하는 시대가 있기 마련이다. 돌청색 진이 유행했던 80년대일 수도 있겠고, 너도나도 히피가 되고 싶어했던 70년대일 수도 있겠다. 작년에 개봉했던 우디 앨런의 영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영화가 아닌 바로 이 현실에서, 자신이 살고 싶은 시대를 선택한 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옷 만드는 일러스트레이터 민재기 (29/ Storage & Co. MD, Illustrator) 로큰롤 파티가 한창이던 클럽에서 민재기는 조용히 빠져나왔다. 한 손에 든 맥주병을 내려놓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취기를 못 이기고 클럽 앞에서 웃고 떠드는 어린애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을 때쯤 낯선 이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을 걸었다. “저희는 엘리펀트슈라는 잡지에서 나왔는데요….”
오후가 되어서야 이곳에 온다면서요. 오전에는 거의 잠을 자요. 집이 조금 멀거든요. 원래는 지금 쯤이면 지하철을 타고 이곳으로 한창 오고 있을 시간인데 어제는 친구네 집에서 자서요. 그 집이 이 근처라 이 시간에 여기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공간이 무척 근사해요. 친구들도 자주 놀러 와요. 거의 놀이터 수준이죠. 미끄럼틀을 하나 설치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요. (웃음) 한 번 오면 다들 다섯 시간씩 있다 가고 그러거든요. 사실 이 공간은 ‘Storage&Co’라는 이름 아래 옷을 만들고 셀렉해서 파는 가게인 게 먼저이고, 그 안에 제 공간이 있는 셈이거든요. 그렇지만 친구들이 와서 쉬고, 놀고도 갈 수도 있는 편안한 공간이기도 하다는 게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민재기 씨를 기억하는 독자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지난 호 <웨어 더 뮤직> 코너에서 민재기 씨가 직접 복각한 근사한 옷차림이 소개되었잖아요. 그때가 아마 클럽 빵에서 1960년대 로큰롤을 조명하는 파티였었죠.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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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자주 보는 편이었는데 요즘엔 바빠서 공연을 거의 못 봤거든요. 그러다 밴드 루스터스의 기타, 남고래의 초대로 들르게 되었어요. 오랜만에 본 재미있는 공연이었죠. 특히 그 포브라더스, 좋던데요. 제가 킹크스The Kinks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들이 무척 킹크스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1950년대 로큰롤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었죠. 제가 그 당시의 문화 자체를 다 좋아해요. 옷 스타일도, 그림체도, 음악까지도요. 그날도 척 베리 Chuck Berry 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처럼요. 썬 레코드The sun record 쪽 아티스트의 음악을 많이 들어왔거든요. 작업할 때도요? 작업할 때는 연주 음악 위주로 들어요. 요즘 많이 듣는 건 링크 레이Link Wray고요. 최근 그림체를 조금 더 더티하게 만들려고 하는 중이라 그런 걸 많이 찾아 듣고 있어요.
얼마 전 SNS를 통해 샘 해밍턴 씨도 이곳에 왔다 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재밌는 소식이라고 생각했죠. 맞아요. 근데 되게 멋있는 형이더라고요. 재밌기도 했고요. 여기에 사이즈가 큰 옷이 많은 줄 알고 왔는데, 그분께 맞는 옷이 없어서 제가 되레 아쉬웠죠. 대부분은 밴드 하는 친구들이 많이 놀러 와요. 크라잉 넛의 인수 형도 자주 오고. 아까 말했던 루스터스의 그 친구도 집이 이 근방이라 빵에서 공연할 때마다 알려주고요. 포니의 승보도 거의 맨날 오죠. 여담이지만 승보도 그림을 되게 잘 그려요. 그래서 저하고 약간 통하는 부분이 많아요. 그림 얘기도 많이 하고. 그분들도 이곳에 와서 영감을 많이 받겠어요. 대부분 저랑 재밌는 걸 많이 공유해요. 이를테면, 유튜브를 보면서 요즘 어떤 밴드가 괜찮은지 얘기하는 것처럼요. 외국 밴드 뮤직비디오도 자주 보고, 특이한 잡지도 보면서요. 서로 문화적인 교류를 하는 편이에요. 워낙에 마음 맞는 친구들이니까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죠.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옷을 만든다면서요. 우연히 밴드하는 친구들의 공연 포스터를 그려주게 되었어요. 그러다 옷을 만드는 의류 쪽 사람들까지 알게 되어서요. 제가 직접 핸들링으로 옷을 만드는 건 아니고요. 패키지에 들어가는 그림을 주로 그려요. 옷도 디자인하긴 하지만요. 그럼 처음으로 그림을 그려주었던 밴드가 어떤 팀인가요. 크라잉 넛이요. 그때 로고를 그려드렸죠. 그 후로 서교그룹사운드의 뱃지도 작업했고, 카피머신, 문샤이너스 등등. 꽤 많이 작업했네요. 이 책상이 그 작업을 하는 곳인가요. 네. 사실 그동안 여기저기에 제 그림을 너무 많이 뿌려 놓다시피 한지라 그림의 톤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진 느낌이어서요. 요즘에는 제 것만 그리고 있어요. ‘텀블링 다이스Tumbing dice’라고, 아예 제 작업에 이름을 붙여서 진행하고 있죠. 텀블링 다이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롤링스톤즈의 노래 제목이에요. 그 곡에서 받았던 느낌을 제 나름의 관점에서 해석해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아요. 특별히 전시를 염두에 두고 하는 작업은 아니지만, 하루에 세 개 정도씩은 꼭 그리고 있어요. 누드 잡지에 낙서도 많이 하고요.
이 애는 ‘버디 리Buddy Lee’라고 해요. 옛날에 왜, 청바지 브랜드 중에 ‘리Lee’ 있잖아요. 프로모션으로 제작했던 인형이에요. 이 애가 입고 있는 옷도 모두 거기에서 나온 옷을 이 사이즈로 제작한 거고요.
누드잡지에 어떤 낙서를 하는데요. 이를 테면 이런 <플레이 보이Play boy > 지에 ‘Tumbling Dice’라고 그려놓는 것 같은 거죠. 나중에 이런 것들을 모아서 반소매 티셔츠를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에요. 책상 위에 멋진 물건이 많네요. 좋아하는 물건을 많이 가져다 놨어요. 특히 이 피규어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 원 주고 샀어요. 원래 <매드Mad>라는 옛날 빈티지 코믹스 매거진에서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와 콜라보레이션을 해서 나온 ‘그린 랜턴Green lantern’ 피규어거든요, 얘가. 되게 싸게 산 거죠. 그래서 좀 더 애착이 가나봐요. (웃음) 벽에 커트 코베인의 그림도 붙어 있고요. 제가 나름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을 좋아해요. 너바나Nirvana의 음악은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냥 커트 코베인 자체를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커트 코베인 기일 전에 많이 그려놨었죠. 어떤 면에서요? 원래 그런지한 느낌을 좋아해요. 그렇지만 그냥, 커트 코베인을 보고 있으면 영감을 얻을 때가 많거든요. 러프함이라고 해야할까요. 꼭 그런게 아니더라도, 멋있잖아요. 사람 자체가.
The Room compilation vol.4 “요즘 1960년대 개러지 음악을 찾아 듣는 재미에 빠져있어요. 제가 워낙 B급 감성의
이 그림은 또 뭔가요. ‘웰코Well.Co’라고, 곧 저희 브랜드가 나와요. 그래서 일단 시험 삼아서 무지 상자에다가 이미지를 그려본 거고요. 워크 웨어 브랜드인데, 1800년대 오버롤Overalls*이나 청바지, 말 그대로 워크 웨어를 재현하는 브랜드가 될 거예요. *상하가 하나로 이어진 작업복.
요새는 뭘 공유했나요. 대부분 괜찮은 외국 밴드 정보를 많이 공유해요. 제가 맨날 옛날 음악만 듣다 보니 요즘 밴드를 잘 몰라서요. 얼마 전, 승보가 놀러 와서 ‘다이브DIIV ’라는 밴드를 알려주더라고요. 옷도 비트Beat 족처럼 입고 다니고, 멋있더라고요. 음악 스타일도 괜찮고요. 이번에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도 온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가게 일이 바빠져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들을 보러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내고 싶어요. 그림 그리는 것 외에 또 벌이고 있는 일은 없나요. 문샤이너스의 차승우 형하고 같이 작업하고 있어요. 음악 작업은 아니고 라이더 가죽 재킷을 만들 거에요. 승우 형이 옛날 복식에도 박식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형의 디렉팅을 중심으로 가죽 재킷을 만들고 있어요. 아마 곧 출시될 거에요. 아마 두 달 뒤 쯤에요. 한여름에요? 사실 한국에서 가죽 소재의 옷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겨울에 입기엔 너무 춥고, 그렇다고 가을에 입기엔 너무 덥고. 그냥 멋을 위해 입는 거죠. (웃음) 일단 고증에 맞춰서 1950년대 복식의 가죽 재킷을 복각하고 있어요 옷을 ‘만든다’는 개념은 익숙해도 ‘복각’한다는 표현은 낯설어요. ‘복각’이라는 게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실루엣을 비슷하게 만드는 게 아니에요. 지퍼, 보이는 실밥, 고리와 같은 부자재 하나하나까지 완벽하게 재현해야 복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복각은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요. 이번에 시작한 거에요. 이곳을 같이 운영하는 친구와 제가 빈티지를 워낙 좋아해서요. 일본에는 복각 브랜드가 무척 많아요. 그에 비해 한국은 완복각을 하는 브랜드가 거의 없죠. 그래서 저희가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자료조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원본 빈티지도 많이 보면서 연구하고요. 장인정신을 요구하는 작업이군요. 사실 복각이라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많아요. 지금이 그 당시도 아닌데 복각을 해서 뭐하냐고요. 그렇지만 저희는 그 감성 자체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제게는 그때의 감성을 이곳에, 2013년에 재현하는 일이라 의미 있는 작업인 거죠.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요즘 홍대 인디 뮤직 씬에서 스타일이 괜찮다고 생각했던 밴드를 꼽아줄 수 있을까요.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따끔한 일침인가요. 사실 제가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분명한 건 패션과 음악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거에요. 그래서 1960년대 모즈 Mods 스타일의 음악을 하면 모즈 스타일의 옷을 입고, 로커빌리Rockabilly 스타일의 음악을 하면 로커즈Rockers 스타일로 입는 것처럼요. 자신들의 음악을 시각적으로도 표현하는거죠. 근데 그걸 제대로 갖춰입는 밴드를 거의 못 봤어요.
‘원초적 거칢’이 묻어나는 장르를 좋아하는 터라 [Nuggets] 같은 유명한 개러지 컴필레이션 앨범들도 몇 개 소유하고 있어요.”
The Undertakers –Unchain My Heart ● We The People – My Brother The Man ● The Sonics - Strychnine ● Troyes – Rainbow Chaser ●
지금 착용한 의상도 그런 건가요. 그렇죠. 그 시대의 옷이죠. 제가 워크 웨어를 좋아하는 게, 실생활에서 활동성이 좋을 뿐 아니라 무척 튼튼하거든요. 유행도 잘 안 타는 스타일이고요. 원래 유행 타는 걸 되게 싫어하는데 이런 옷은 나중에 자식한테 물려줘도 될 만큼 오리지널리티가 있거든요. 여기 꽃혀있는 책들도 의상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데 대부분 워크 웨어에 관련된 서적들이에요. 일본 서적이 많은데 <라이트닝Lightning>을 많이 보고요.
아쉽네요. 그렇죠. 아쉽기는 아쉬워요. 또 근데 한국에서 그런 옷들 자체가 구하기가 어려워요. 우리나라의 음악 씬은 또 특히 사정이 좋진 않으니까요. 뭐 밴드뿐만 아니라 다 그런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사람도 그렇고요. 그런 사람들을 취재하는 사람도 그렇죠. 그렇네요. (웃음)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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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Know-It-All
세상에는 물건이 참 많다. 그리고 그에 얽힌 얘기도 많다. 만물 Ph.D. 과정을 수료한 김 박사님의 만물학 강좌를 들어보자.
2교시 : 기본 리스트 텐트, 침낭, 장화, 우비, 세면도구, 옷, 양말, 선크림, 선글라스, 모자,
비해 마실 거리는 부족하고 엄청나게 비싸다. 작은 콜라 페트병이 3,
손전등, 휴대폰, 카메라, 비상약, 물티슈, 화장지, 음료수, 담요
4 천 원 선이니까. 그래서 김박사의 제안은 원하는 취향의 음료수를 챙겨가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구입하지는 말고, 도착 예정지의
손전등 캠프장에 전기시설이 제대로 되어있는 페스티벌도 있지만
FESTIVAL PACKING LIST 페스티벌엔 뭘 가져가지? WORDS : JUNE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기 때문에 제일 먼저 챙길 물건은 바로 손전등이다. 깊은 밤 자신이 쳐놓은 텐트를 찾아갈 때, 화장실에 갈 때,
장화 마지막으로 장화가 왜 페스티벌의 둘도 없는 친구인지 이유를
물건을 찾을 때 손전등은 깜깜한 밤하늘,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줄
따져보자.
것이다.
첫째, 비가 내린 공연장과 캠핑장의 진흙으로부터 당신을 완벽하게 지켜준다.
침낭 햇빛이 쨍쨍한 한낮에도 그늘을 찾아 들어가면 선선함을 느낄
둘째, 간이화장실의 비와는 다른 종류의 액체와 각종 오물로부터 당신을 보호해준다.
수 있는, 에어컨이 잘 팔리지 않는 영국에서 캠핑을 하는 새벽에는 엄청난 추위를 감당해야 한다. 고로, 침낭은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좋다! 하지만 여기서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데, 침낭가격은 외국보다는 한국이 저렴하고,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글래스톤베리가 아니더라도
1교시 : 짐을 꾸리는 이유
가까운 할인점을 이용하면 된다.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다시 텐트와 침낭을 챙긴다는 것은 꽤 번거로운
셋째, 새벽의 쌀쌀한 날씨에 자칫 차가워질 수 있는 발을 따뜻하게 해준다. 넷째, 패션의 마지막이 신발인 것처럼 페스티벌 패션의 완성은 장화로 끝난다.
일이다. 실제로 글래스톤베리에서는 많은 사람이 비에 젖은 침낭과
글래스톤베리, 레딩 & 리즈, 티 인 더 파크, 베르히터, 다운로드,
텐트를 그냥 버리고 오는 것이 사실. 그러니 아주 좋은 침낭을 사기가
브이, 후지 록, 지산, 안산, 펜타포트 등등. 뜨거운 여름, 수많은 음악
애매해진다. 밤에는 무지무지 추운데 말이다.
페스티벌이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는 이때,
3교시 : 심화 리스트 1회용 BBQ 도구, 박스 테이프, 깃발, 장화용 양말, 슬리퍼, 미니 가방, 보온 내의, 에어 매트리스, 에어 베게, 스위스 칼
강력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거금을 들여 티켓을 샀다면, 당신을
코끼리신발 애독자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다리는 일은? 그렇다. 바로 짐을 싸는 것! 그래서 만물박사 김박사는
만물박사 김박사 : "대형 할인점에서 특별세일 하는 침낭을
1회용 BBQ 도구 자연 속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토마토, 소시지,
록 페스티벌로 가지고 갈 커다란 배낭에 무엇을 집어넣어야 할지
구입하세요. 저는 미국제품이 많은 코스트코에서 '콜맨 Coleman'사의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한마디로 천국 그 자체다. 거기다 비싸기로
독자분들과 같이 고민해보려고 한다. 물론 여유가 있거나 혈기왕성한
괜찮은 제품을 단돈 2만 원에 구입하였습니다."
소문난 영국은 물론이고, 해외 페스티벌에서는 살인적인 물가에
나이가 지났다는 이유로 캠핑을 하지 않고 호텔을 이용하는
플러스 알파가 적용된 큰돈을 지불하고 음식을 사 먹어야 한다.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내용이지만, 캠핑 말고는 다른 방법이
참고로, 유럽의 록 페스티벌에서 수만 명이 버리고 가는 텐트와 침낭은
그러므로 두 끼에서 세 끼 정도 1회용 BBQ 도구를 가져가 해결할 수
없는 글래스톤베리 같은 록 페스티벌 또한 지구상에는 많으니 일단은
국제기구를 통해 아프리카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에 구호물품으로
있다면, 마음은 좀 더 가벼워질 것이다.
읽어 보시란 말씀.
전달된다고 한다.
"어! 올해에 가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시다??"
음료수 막상 해외 페스티벌에 가보면 케밥부터 초밥에 이르기까지
분위기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틀 정도 먼저 캠프장에 텐트를 칠
후훗. 어차피 내년, 혹은 내 후년, 아니면 3년 뒤에는 모두 가게 될 테니,
다양한 먹거리에 놀라게 된다. 돈을 평상시보다 조금 더 지불하면
생각이라면 이 물건을 꼭 챙겨가기 바란다. 특히, 글래스톤베리처럼
걱정은 붙들어 놓고 상상으로라도 미리 짐을 한번 꾸려보자.
배를 만족시키기는 어렵지 않은 일. 그러나 의외로 각양각색의 음식에
캠핑 외에 다른 숙박 방법이 없는 페스티벌이라면 더욱 유용하게 쓰일
박스 테이프 만약 당신이 아주 부지런한 사람이거나 록 페스티벌의
수 있다. 텐트를 쳐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의외로 캠프장에서 명당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그리고 아주 적당한 장소에 텐트를 쳤다 하더라도 뒤늦게 도착해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오는 다른 캠핑족들의 텐트를 막기란 만만치가 않다. 이럴 때, "여긴 내 자리!!! 넘어오면 XXX!" 라는 의미로 자신의 텐트 주변에 나무막대와 테이프를 이용해 울타리를 친다면, 꽤 한적한 기분과 만족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깃발 해외 페스티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깃발은 수만 명이 모이는 복잡하고 넓은 장소에 같이 놀러 온 친구들끼리 길을 잃지 않기 위한 표지판 역할을 해준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깃발을 일행이 가지고 있다면, 친구들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어둠이 짙게 내린 캠프장에서도 자신들의 텐트를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단체로 록 페스티벌에 놀러 간다면 깃발은 필수품이다. 장화용 양말 직접 신어보면 보통 양말과는 확실히 다르다. 어차피 장화는 필수 준비물이니까 같이 준비하자. 보온 내의 최대한 많이 준비하자. 안 그러면 입 돌아간다. 에어 메트리스 에어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침낭을 놓으면 장담하건대 입이 안 돌아간다. 거기다 에어 베개까지 있으면 금상첨화.
4교시 : 출발 4교시 수업을 통해 엘리펀트슈 독자들에게 만물박사 김박사가 사족에 가까운 말을 남긴다. 어차피 짐은 자기가 꾸리는 것이고, 벌어지는 일들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물은 그저 준비물일 뿐, 음악이 있고, 친구가 있고,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밴드가 있으니 맨몸으로 떠난들 어떠하리오. 세상은 ‘킵.온.록.킹.KEEP ON ROCKIN'’일 지어다. 20
E L E P HA N T - S HO E
WORDS : 장은석
나만 아는 나 나만 모르는 나
비밀이 없는 세상이다. 생전 한 번 본 적도 없는 사람을 온라인에서 조금만 검색을 하면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생년월일은 기본이고, 사는 곳,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취향은 어떻고, 성격은 어떤지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이렇듯 숨기려야 숨길 수 없게 된 요즘은 많은 사람이 숨기기를 포기하고, 오히려 더 드러내고자 한다. 물론 실제 자신의 모습보다 좀 더 멋지게 포장해서 말이다. ( 소위 병신처럼 보이는 사람조차도 전략적인 경우가 많다.) 포장의 방법에는 적극적인 것과 소극적인 것이 있다. 전자는 내가 바라는 롤모델을 따라 하는 것이며, 후자는 내가 싫어하는 대상의 안 좋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이용하거나, 두 가지 방법을 혼합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만든다. 이러한 행동은 대체로 나를 본연의 나보다 더 멋지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은 한 명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대상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충한 제스쳐를 취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발현되는 나는 나의 모습도 아니며, 그렇다고 누군가의 근사한 모습도 아닌 그저 이상한 모습일 뿐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행동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분명 나를 좀 더 근사하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 중심에 내가 있어야 한다. 내 성향과는 다른 무언가들을 따르거나, 너무 많은 것을 제약한다면 길지 않은 시간에 이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에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에도 궁합이 있는 것이다. 유재석이 아무리 유느님이라 할지라도 박명수가 유재석을 롤모델로 삼는다면 그 결과가 뻔히 보이지 않는가. 그러니 모두가 좋아하는 이를 따르기보다는 나와 어울리는 롤모델을 찾아야 한다. 그러니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내가 원하는 나로 다가설 수 있게 된다. 그게 비록 진실한 자신은 아닐지라도, 평생 연기할 수 있는 가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LEMÂITRE
FICTION
* 폴리 아티스트 Foley Artist 폴리 아티스트란 영화, TV 프로그램, 비디오 게임, 라디오 등에 쓰이는 Directed and edited by Johannes Greve Muskat Fred: Fridtjof Stensæth Josefsen DoP: Lasse Nyhaugen Colorist: Håvard Småvik @ Go!Electra
모든 음향 효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말한다. 20세기 초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일했던 잭 폴리 Jack Donovan Foley 라는 음향 기사는 모든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이는 후시 녹음의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었다. 이에 음향을 만들어 내는 이들을 폴리 아티스트라 부르고, 녹음 스튜디오는 폴리 스튜디오라 부른다.
르메트르 Lemâitre 빅뱅 이론을 처음으로 주창한 벨기에의 물리학자 조르쥬 르메트르 Georges Lemaître에서 팀명을 가져온 노르웨이 오슬로 출신의 일렉트로닉 듀오 르메트르는 2010년 결성되어 지금까지 총 네 장의 EP 앨범을 발표했다. 네 장의 EP를 발표할 동안 정규앨범을 하나쯤을 발표할 법도 한데, 이들은 정규앨범을 만들고 활동하는 것에 있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앨범을 만들기 위해 1~2년 정도의 시간을 이에 매진하는 것이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그래서 5곡 정도가 든 EP앨범을 그때그때 발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2012년부터 올해까지 발표한 연작 EP [Relativity] 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기 시작했다. 특히 [Relativity 2]는 캐나다와 미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뮤직비디오의 음악 ‘Fiction’은 가장 최근 발표한 [Relativity 3]에 수록된 곡으로,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은 노르웨이의 유명한 코미디언 프리토프 스텐세쓰 Fridtjof Stensæth가 출연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신동엽 급의 코미디언인 그가 인디 밴드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The Friendly Sound (2010)
Relativity 1 (2012)
Relativity 2 (2012)
Relativity 3 (2013)
것은 연줄이 있어서도 아니었고, 돈을 많이 주어서도 아니었고, 그저 재밌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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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E MYSELF
표현을 잘 못하는 한국인들에게 서양인들의 적극적인 표현은 때로는
INTERVIEW 전문보기
어색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만들고 괜스레 뿌듯해졌다.
I N T R O D U C E Y O U R S E L F
자랑이 하고 싶었고, 공연 제목에 호기를 부렸다. <미안하지만... 이건 곧 매진될꺼야>라고 명명된 이번 릴리즈파티는 티켓 오픈 10분 만에 매진되었다. 그 주인공들의 인터뷰가 여기에 있다. EDIT : 장은석, 지은, INTERVIEW : 고양
9와 숫자들 Q. 언제 찍은 사진인가요?
얄개들
유병덕: 서울대학교 축제에서 공연을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온 직후에요. 대학생들이 보내준 응원에 힘입어 한층 들뜬 상태로
트램폴린
Q. 언제 찍은 사진인가요?
찍었어요.
시호: 저희가 밴드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시기입니다. 참 화목해
꿀버섯: 감회에 젖은 표정들이죠!
보이지 않나요?
송재경: 콘셉트는 80년대 뉴웨이브 밴드 대형이었고요.
Q. 그렇다면 멤버들의 결속력을 100점 만점으로 계산하면 몇 점
Q.팀명이 ‘9와 숫자들’인데, 평소에 좋아하는 숫자가 있나요.
Q. 언제 찍은 사진인가요? 파마한 후에 기분이 좋아서 집에서 기념으로 찍었어요.
정도 될까요?
송재경 : 저는 9요. 꽉 찬 듯하지만, 어딘가 비어있는 느낌이
Q. 팀명 ‘트램폴린Trampauline’은 어릴 적에 ‘방방’ 혹은
시호: 0점입니다. 엠티라도 갈까 생각 중이에요.
좋더라고요. 완벽하진 않지만 노력하는 성실한 이미지 같아서요.
‘퐁퐁’이라고 부르던 놀이기구를 가리키는 말이죠? 단어의 어감과 단어가 가진 공중에서 뛰는 움직임을 떠올리게 하는
Q. 팬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의식하는 멤버는 누구예요?
숫자들은 모두 성격이 있는데 저에게는 0의 성격이 신비롭고 좋게
이미지가 맘에 들었어요.
시호: 완무와 제가 가장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래도 노래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밴드에서 정목 씨가 먼저 0이라는 숫자를
부르면 의식할 수밖에 없어요. 뭔가 까발려지는 느낌이어서요.
차지해서 저는 3을 선택했어요. 지금은 3을 아주 좋아합니다.
Q. 요즘 어떤 음악을 자주 듣나요.
Q.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은 어떤 것인가요?
시호: 요즘엔 닐 영Neil young을 정말 많이 들어요. 'Hey Hey, My
송재경: 병덕이가 들어온 후 지금의 라인업으로 처음 했던 공연이요.
Q. 트램폴린의 음악을 딱 한 곡 들려줄 수 있다면 어떤 곡을
My'라는 곡이 있는데 가사가 무척 아름다워요. 커트 코베인Kurt
홍대의 작은 카페에서 한 어쿠스틱 공연이었는데 꾸밈없고
고르겠어요?
cobain이 유서에 이 노래 가사를 인용했어요. 'It’s better to burn out
소박했던 분위기가 기억에 남네요.
‘Bike’요. 이 곡이 트램폴린은 이런 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곡인 것 같아요. 리듬도 있고 귀염성도 있고, 오묘하기도 하고.
than fade away(천천히 사라지느니 한순간에 불타 없어지는 편이
유병덕: 얼마 전 봄꽃음악제전이 기억이 많이 남아요. ‘눈물바람’을
낫다)'라고. 하지만 저는 이렇게 살지는 못합니다.
부를 때 몇몇 분들은 울고 계셨고, ‘몽땅’을 부를 때는 모두가 따라
완무: 요새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The Rise and Fall of
불렀어요. 다 같이 노래 부르고, 다 같이 웃고 울고 이야기했던
Q, 트램폴린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에게 추천하고 싶은 음악이 있나요?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앨범을 자주 듣게
공연이었어요. 정말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에어Air나 글래스 캔디Glass Candy, 헤큐버Hecuba 정도가 제가
되더라고요.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현대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입니다.
원진: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le의 ‘America’요.
Q. 봄꽃음악제전은 참신한 기획이었어요.
거꾸로는 헤임Haim이나 리틀 드래곤Little Dragon이 있군요. 지인들이
경환: 랜디 뉴먼Randy Newman이랑 <Black Snake Moan> OST를
유정목 : 처음에는 멤버끼리 모여 재미있는 단독공연을 해보자란
트램폴린이 생각난다고 이야기해 주었는데, 개인적으로 알던
자주 들어요.
취지에 날씨도 좋은 봄날이니 카페 같은 곳과 클럽 등 두세 군데에서
유병덕 : 저는 0이라는 숫자가 좋아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Q. 그런데 스펠링이 다르네요. 약간 여자 이름처럼 들리게 하려고 장난쳐 본 거예요.
팀들은 아니었어요. 그들도 괜찮으니 트램폴린을 좋아하신다면
하는 단독공연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일이 엄청나게 커졌죠. 지난 Q. 얄개들의 음악을 딱 한 곡 들려줄 수 있다면 어떤 곡을 꼽을
얘기지만 준비하느라 힘들었어요.
건가요?
유병덕 : 재경이 형이 아이디어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Q. 요즘 어떤 음악을 자주 듣나요.
시호: ‘무화과 오두막’을 들려주고 싶어요. 한 번 들으면 공감하지
이렇게 일이 커지기도 하고요. 재경 형과 같이 음악을 하면서 즐거운
너무 듣고 싶은데 음반이 사라져 못 듣고 있는 앨범이 있어서
않을 수 없는 가사죠. 제 입으로 이런 말 하려니까 조금 겸연쩍기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추천할게요. 빅 스타Big Star의 [Third/Sister Lovers] 앨범입니다. 모든
하지만 사실입니다. 인기도 제일 많더라고요.
송재경 : 다들 힘들었지만 하루 종일 재미있는 일도 많았어요. 미션
찾아보시길.
곡이 훌륭하지만 일단 지금 듣고 싶은 ‘Big Black Car’로. Q. 혹시 꿈꾸고 있는 무대가 있나요?
카드를 한 장씩 나눠서 가장 많이 수행한 분들을 뽑아 선물을 드리는 Q. 얄개들 음악의 가장 큰 힘은 뭘까요.
이벤트가 있었는데, '9 앞에서 맨체스터 댄스 추기'가 있었거든요.
시호: 다른 건 몰라도 조화롭다는 부분에선 자랑스러워요.
아무도 안 하실 줄 알았는데 저를 툭툭 치고 격렬한 댄스를 선보이신
한강 성산대교의 웅장한 붉은 철골 아래서 해 질 녘에 공연하고
분들이 몇 분 계셨어요. 대단히 기쁘고 재밌었답니다.
싶어요. 거기에는 멋진 철교에 한강도 있고 잔디밭까지 다 있거든요.
Q.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어떤 것인가요?
그런데 MR 깔아놓고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성인 풍의 음악 공연만
시호: 머릿속에 그림이 펼쳐질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듣는
Q. 혹시 꼭 해보고 싶은 공연이 있나요.
있어서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아쉬워요. 개인적으로 최고로 멋진
사람을 제가 그린 그곳으로 정확히 데려올 수 있는 그런 음악이요.
송재경 : 자연 속에서 공연해보고 싶어요. 숲 속이나 들판, 해변과
미래의 공연 장소로 꼽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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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에서요. Q. 2013년도 벌써 반이 지났어요. 뮤지션으로서, 남은 2013년에
유병덕 : 저는 장기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우리가 연주할 수 있는
Q. 남은 한 해의 목표는요.
대한 계획은요.
곡이 지금보다 더 많이 쌓이면 매회 콘셉트를 다르게 해서 긴 공연을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가고 싶은데, 3집을 준비하며 방망이 깎고
전원: 2집을 올해 안에 내는 게 목표에요.
하는 거죠. 보람도 있을 것 같고 다양한 사람과 소통할 수 있을 것
있습니다.
경환: 모르는 사람과 능글맞게 대화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효선
유완무(기타, 보컬), 송시호(베이스, 보컬), 이경환(기타), 정원진(드럼)
꿀버섯(베이스), 유정목(기타), 유병덕(드럼), 송재경(보컬)
E L E P HA N T - S HO E
R E L E A S E P A R T Y R E V I E W
오월은 푸르구나 오빠들은 잘한다 WORDS : 김현수, PHOTO : Kay
날씨가 점차 따뜻해짐에 따라 그간 움츠러든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하다가도 각종 페스티벌로 우리네 지갑 역시 한없이 가벼워지는 5월. 엘리펀트슈가 여러분의 지갑 다이어트에 일조하고자 최근 홍대에서 가장 뜨거운 밴드만을 모아 릴리즈 파티를 열었다. 공연 시작까지는 꽤 시간이 남았음에도 이미 살롱 바다비 앞에는 ‘오빠들’을 영접하러 온 부지런한 소녀 팬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첫 번째 순서를 맡은 개러지 록 밴드 판타스틱 드럭스토어Fantastic Drugstore는
섬세한 연주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개성을 맘껏
발산하였고 특히 ‘아저씨’, ‘똥개’와 같은 곡에서는 여지없이 떼창이 뒤따랐다. 뜨거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파블로프Pavlov는 2008년 발매된 EP [반드시 크게 들을 것]에 수록된 ‘불을 당겨주오’와 ‘얄개들’로 공연장의 뜨거운 열기에 기름을 부어버렸고 ‘한껏 조여진’, ‘재즈의 모든 것’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젊음을 한껏 불태웠다. 이수륜의 프로젝트 재즈밴드 오마쥬Hommage의 공연이 시작되자 소녀 팬들의 데시벨은 지붕을 뚫을 듯했으나 이내 공연장은 연주에 몰입한 멤버들이 이뤄내는 앙상블로 가득 채워졌고 그 어떤 숨소리조차 느낄 수 없었다. 앙코르 곡으로 선보인 ‘Decalcomanie'는 이번 공연의 백미. 마지막 순서는 최근 순항 중인 홀로그램 필름Horogram Film이 장식하였는데 일렉트로닉 록과 신스팝을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레파토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5월 청춘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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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
SILENCE YOURSELF
MODERN VAMPIRES OF THE CITY
Savages
Vampire Weekend
2013. 05. 06. Matador Records
2013.05.06 XL
WORDS : 장은석
새비지스 Savages 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포스트 펑크 밴드다. 힘을 계속해서 잃고 있는 펑크 씬에 아름다운 여성 네 명으로 이루어진 새비지스의 등장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순히 외모의 매력만으로 BBC의 ‘Sound of 2013(그 해의 가장 주목할 신인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는 없다. 포티쉐드Portishead의 제프 배로우Geoff Barrow의 말마따나 새비지스의 음악은 사람들을 록 음악에 처음 빠져들게 했던 클래식한 밴드들의 사운드를 갖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올라 록 음악 원류의 사운드를 만들어 내고 있는 이들의 밴드명에 야만인이라는 뜻의 새비지스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 보인다. 이 아름다운 야만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분명 라이브에서 더 강렬하겠지만, 앨범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FLOATING COFFIN Thee Oh Sees 2013. 04. 16 Castle Face Records
WORDS : 김현수
지난 2월 24일 한국에서 성공적인 첫 공연을 한 바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개러지 록 밴드 디 오 시스Thee Oh Sees가 새 앨범 [Floating Coffin]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전작 [Putrifiers II]가 2012년 9월 11일에 발표되었으니 신보를 준비하는 데에 채 1년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대개 음악적 창작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다작 밴드는 흔히 ‘앨범 간의 완성도가 극명히 차이가 난다’ 혹은 ‘앨범에서 건질만한 노래가 얼마 없다’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있으나, 디 오 시스는 2008년부터 매년 1장씩 준수한 완성도의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며 그들만의 색깔을 더욱 공고히 다져 나갔다. 이번 앨범 역시 그간 발표했던 전작들과 비교해봤을 때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밴드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강점인)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채롭고 깊이 있는 음악들’을 다수 포진시키며 리스너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 셈이다. 그들은 40분도 채 되지 않는 플레이타임 동안 연신 앞만 보며 전력질주 하는데, 본작에서 가장 댄서블할 뿐만 아니라 질주감 넘치는 리듬을 보여주고 있는 ‘I Come From The Mountain’, 기존에 발표한 'The Dream'이나 ‘Contraption/Soul Desert’와의 구조적 유사성을 보이는 ‘Tunnel Time' 과 같은 곡들은 이들을 ‘꽤 들을만한 인디 록 밴드’에서 ‘반드시 들어봐야 할 그룹’으로 변모시키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렇다고 이 밴드가 무작정 달리는 것만은 아니다. ‘Strawberries 1+2‘는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블루지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바이올린 멜로디를 바탕 삼아 현대 사회에 내버려진 그리스신화 속 미노타우로스의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는 ‘Minotaur’와 같은 트랙에서는 비장미마저 느껴진다. 늘그랬듯이디오시스는신보를발표한지금이순간에도열심히차기작을준비하고있을것이며 발매와동시에좋은평가를받을것이분명하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을 등한시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앨범은 디 오 시스의 디스코그라피Discography 뿐만 아니라 최근 발매된 작품 중에서도 가장 밝게 빛나기 때문이다.
LA MUSIQUE NUMERIQUE WORDS : 장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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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앨범 [Contra]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멋지게 극복한 뱀파이어 위켄드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모든 밴드가 한번은 지나야 할 음악적 갈림길에 서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기존의 음악 색을 유지하며 깊이를 더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음악으로 변신을 시도하느냐, 이를 두고 그들은 치열하게 고민했을 테고 결국은 전자를 선택한 듯 보인다. 밴드는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멜로디와 박자의 곡들로 새로운 앨범을 가득 채웠다. 그들의 결과물은 반박의 여지 없이 여전히 매력적이다. 브루클린에서 귀하게 자란 도련님들은 어느새 쑥쑥 자라서, 존재감 있는 음악을 만드는 어른으로 성장하였다.
Yeah Yeah Yeahs 2013. 04.22 Universal Music
숀 리Shawn Lee는 영화 <오션스 서틴>, <브레이크업>, 드라마로는 <CSI 마이애미>, <로스트>, <위기의 주부들>, <닙 턱>, <어글리 베티>, 비디오 게임 <불리>, <슬리핑 독스> 등에 들어갈 음악을 만들었으며, 라나 델 레이, 에이미 와인하우스, 알리샤 키스 등의 음반 작업에도 참여한 뮤지션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커리어를 쌓은 대부분이 대중에게보다는 뮤지션에게 더 유명하듯 그 또한 굉장히 유명한 제작자일 뿐이었다. 숀 리만큼이나 수많은 TV 시리즈의 음악을 만든 AM 역시 그랬다. 그런 둘이 모여 음악을 만들었고, 첫 앨범 [Celestial Electric]을 2011년에 발표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앨범은 대중에게 닿지 못했다. 하지만 전자 음악이라는 뜻의 이번 앨범은 다르다. 전자 악기와 리얼 악기 사이에 효과음들이 등장하는데,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이 부분을 사운드 이펙트의 달인답게 매끄럽게 처리하며 맛을 살렸다. 이 맛깔 나는 사운드 덕분에 이들은 드디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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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위켄드의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Modern Vampires Of The City]에 대한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묵직하다’가 맞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들의 음악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볍고 경쾌한 멜로디의 변주였다면, 이번 앨범은 그 색깔은 그대로 유지하되 5년 차 밴드의 무게감 있는 내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뿌연 스모그로 뒤덮인 80년대 뉴욕을 담고 있는 커버가 눈길을 끄는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곡은 ‘Step’이다. 뱀파이어 위켄드의 음악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묵직한 멜로디와 나지막한 보컬이 돋보이는데, 이 곡 하나만으로도 그들이 앨범에 담아내고자 했던 음악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멜로디는 무겁지만, 에즈라 코에닉Ezra Koenig의 독특한 목소리가 곡의 중심을 잡아주는 ‘Unbelievers’, ‘Ya Hey’ 같은 곡들도 눈에 띈다. 영민함도 여전하다. 묵직한 음악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기존 팬들을 위해 가볍고 경쾌한 ‘Diane Young’도 중심에 배치했다.
MOSQUITO
AM & Shawn Lee 2013. 05. 07 Park the Van
WORDS : 명명
WORDS : 지은
모기가 남자아이의 손등에 내려앉는다. 그러더니 침이 달린 주둥이를 아이의 살에 꽂고는 피를 쭉쭉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점점 배가 불러가던 모기는 곧 형형색색의 빛깔로 빛이 나기 시작하고 더는 부풀 수 없을 만큼 모기의 배가 부풀었을 때, 아이는 모기를 때려죽인다. 이 괴이한 이야기는 예 예 예스Yeah Yeah Yeahs의 신보 수록곡, ‘Mosquito’의 뮤직비디오 내용이다. ‘흔들리지 않는 것을 흔들고 싶고 섞이지 않는 것을 섞고 싶다’고, 프런트 우먼 카렌 오Karen O는 전작 [It’s Blitz!]로 활동할 당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그 발언이 이 뮤직비디오로, 그리고 나아가서는 이번 앨범과도 들어맞는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나뿐일까. 그들은 이번 신보를 통해 예 예 예스 특유의 불온한 정서와 복잡한 감정선을 한 데 얽어 놓았다. 또한 전위적인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을 아우르는 뉘앙스도 잊지 않았다. 게다가 카렌 오가 실제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불렀다는 ‘wedding song’이 수록되어 있고, 또 다른 트랙인 'Sacrilege'의 뮤직비디오에는 릴리 콜Lily Cole이 출연해 ‘Mosquito’와는 상이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이게 모두 이 한 앨범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는 게 믿어지는지. 지금 당장 가까운 음반가게에서 확인하길.
NDED
ALBUMS 포토그래퍼 초딩손이 기록한
현대카드 MUSIC Go! Liverpool 프로젝트 현대카드 뮤직 Go! Liverpool 프로젝트 투어 캐스터로 선발되어 2주간 영국에 다녀온 포토그래퍼 초딩손이 갤럭시 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아폴로 18, 게이트 플라워즈와 함께한 잊지 못할 영국 투어의 기록을 엘리펀트슈와 공유합니다. 엘리펀트슈 웹사이트에서는 지면에 미처 담지 못한 사진들까지 더해 투어 사진들을 더 크고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YOU’RE NOTHING Iceage 2013.2.19 Matador Records
WORDS : 손은지
2013.4.23-4.24 ㅣ The Forum ㅣ London 첫 공식 일정이었던 런던 The Forum에서의 공연이 끝나고 밴드와 스태프 너나 할 것 없이 장비를 함께 투어 버스에 실었다.
2013.5.1 ㅣ Night & Day Cafeㅣ Manchester 공연 중 무대에 드러누운 아폴로 18의 최현석. 이날 공연에서 아폴로 18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2013.4.25-4.27 ㅣ Yales Cafeㅣ Wales The Korea Rocks 애프터 쇼 파티에서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2013.5.2-5.4 ㅣ studio2ㅣ Liverpool Liverpool Sound City 2013 페스티벌에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임병학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한참을 연주했다.
2013.4.28 ㅣ The Barflyㅣ London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로 발 디딜 틈 없었던 런던 캠든 타운의 공연장 The Barfly
2013.5.5 ㅣ Paper Dress Vintageㅣ London 투어의 마지막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린 런던의 한 빈티지 가게는 순식간에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임병학의 멋진 재킷은 가게에서 바로 사서 입은 것.
덴마크의 노이즈 펑크 밴드 아이스에이지Iceage의 두 번째 정규앨범이 마타도어 레코드를 통해 발매되었다. 평균 나이 17살의 소년티 풀풀 나던 십대 밴드는 자연의 섭리대로 이제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훌쩍 자란 외모만큼이나 그들의 음악은 성숙했고 정돈되었으며 세련되어 졌다. [New Brigade] 앨범에서 내지르던 불완전한 분노와 불안은 당시에도 그들의 실제 나이에 비해 월등히 어른스럽고, 음악적으로도 깊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You’re nothing]에서는 한층 더 성장했다. 청춘의 힘과 혼돈, 여기에 세심한 감성까지 더한 펑크 음악, 이제 앨범만 내면 잡지마다 8점 이상씩 받는 ‘우등생’ 펑크 밴드로 등극한 아이스에이지의 새 앨범을 당신의 분노를 대리 표출해 줄 펑크 음악으로 추천한다.
WHERE 옥상달빛 2013.04.30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WORDS : 고양
‘힐링 healing’이라는 단어는 요즘 대세의 단어 중 하나인 듯하다. 심지어 힐링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프로그램도 나오고, 힐링 여행, 힐링 음식 등등, 어디서들 그렇게 치이고들 사시는지 궁금할 정도로 힐링이 중요한 시대에 사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어느 세대이던 그때의 고민과 그때의 인생의 무게가 있고 그에 맞는 힐링은 분명 필요하다. 힘내라는 한마디, 맛있는 음식도 좋지만, 좋은 음악을 듣는 것만큼 직접적인 힐링의 방법이 또 있을까? 이번 옥상달빛의 2집은 정말이지 ‘힐링’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음반이 아닐까 싶다. 따뜻하고 경쾌한 멜로디와 재치 있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가사는 동네 언니가 사주는 따듯한 차 한잔처럼 느껴진다. 그 언니가 들려주는 솔직하고도 애정이 어린 카운셀링을 듣는 기분도 들고. 특히 이번 타이틀 곡인 ‘괜찮습니다’는 힘들다는 이야기의 약발이 더 이상 듣지 않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대신 꺼내어 준다. 힘들고 지친 이들이여, 옥상달빛의 2집이 지금 지쳐있는 당신의 마음을 다독일 것이다.
✚ 프로젝트 시작 당시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사람들이 투어가 끝날 무렵에는 너무나도 애틋한 사이가 되어있었다. 헤어지기 아쉽고 안타까워 투어가 끝날 무렵에는 조금만 더 영국에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지냈다. 한국에 온 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함께 보낸 그 시간을 잊지 못해 매일 농담 삼아 이야기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49인승 버스에 짐과 악기들을 실어야 할 것만 같다고. 영국도 그립지만 나는 다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그 시간이 가장 그립다. 2013.4.29 ㅣ Air Studios ㅣ London 1880년대 교회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해 만든 Air Studios에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레코딩을 볼 수 있었다.
PHOTOS, WORDS: 초딩손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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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Wear The Music 01
IDIOTAPE
2013.06.22.7PM @ 인터파크 아트센터
이들의 공연을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본 사람은 존재할 수가 없다
WORDS : 김현수
흔히들 사람의 만남에서 첫인상은 3초 안에 결정된다고 한다. 그만큼
앉은자리에서 바로 티켓을 예매했고, 그렇게 페스티벌이 열리는 인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전반적인 이미지에 대한 평가와 결론이 모두
드림파크로 떠났다. 하지만 페스티벌 당일, 펜듈럼의 공연이 취소되는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음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특정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린 나는 충격과
뮤지션을 처음 접하게 될 때 보고, 듣고, 느낀 감상들이 꽤 오랜 시간 동안
공포의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졸지에 반쪽짜리 록 페스티벌에 온 셈이
플레이리스트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나에게 ‘가장
된 것이다. 어렵사리 예매한 티켓인데 이렇게 LCD 사운드시스템의
충격적인 첫인상’을 선보인 팀을 꼽으라면 바로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공연만 보고 집에 돌아올 수는 없었다. 오기가 생긴 나는 정처 없이 소리가
이디오테잎일 것이다. 여기, 조금은 특별했던 이디오테잎과의 첫 만남을
나는 곳으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스테이지에는
소개하고자 한다.
무수히 많은 신디사이저와 드럼 세트, 그리고 3명의 사내가 있었다. 그
이디오테잎을 처음 영접(?)한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순간 내 눈앞에서 무언가가 번득였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다양한
당시 나는 LCD
소울왁스Soulwax,
인종의 사람들과 함께 어깨동무하며 블러Blur의 ‘Song 2’를 따라 부르고
펜듈럼Pendulum 같은 음악에 빠져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펜타포트
있었다. (당시 ‘Song 2’는 이디오테잎 공연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
사운드시스템LCD Sound System과
록 페스티벌에서 LCD 사운드시스템과 (비록 디제이 셋이긴 했지만) 펜듈럼이 같은 날 공연을 펼친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두말하지 않고
2008년 결성된 이래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글로벌 개더링 등 국내 주요 뮤직 페스티벌에서 연이어 인상 깊은 모습을 선보인 이디오테잎.
EXPECTED SETLIST Pluto
이들은 ‘록과 일렉트로닉의 절묘한 이종 교배에 성공하며 한국의 일렉트로닉 뮤직을 한 단계 진일보시켰다’는 극찬을 받으며 씬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2010년 EP [0805]를 발표했고 EP에 미처 담지 못한
Melodie
사운드를 완벽히 구현해낸 1집 [11111101]은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Wasted
이는 곧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 일렉트로닉 음반상 수상으로
Sunset Strip
이어졌다. 온몸의 신경계를 자극하는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로 관객들을
IDIO_T
무아지경의 경지로 내모는 이디오테잎. 이들의 공연을 한 번도 못 본
Heyday 080509 Song 2(Blur Cover) Even Floor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본 사람은 존재할 수가 없다. 그 이유가 궁금한 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 보길 권한다. 이번 단독공연에서 이디오테잎은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리믹스 트랙과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은 신곡을 공개한다고 한다. 사실 이 이유만으로도 당신이 이번 단독공연에 가야 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브로콜리너마저
이른 열대야 2013.6.21 – 7.14 @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는 브로콜리너마저의 여름 장기 공연이 돌아왔다
WORDS : 고양
여름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무서운
그 여름밤을 위해 미리 먹는 여름날의 보양식처럼 2011년부터
공포영화를 보고 나서 머릿속에 맴도는 장면, 위협적인 소리로
시작된 브로콜리너마저의 여름 장기 공연 ‘이른 열대야’가 올해도
청바지까지 뚫고 들어오는 모기의 진격 같은. 그러나 그중 최고는 바로
조금은 이른 여름 팬들을 찾아온다. 평일 공연임에도 전회 매진될
한낮의 뜨거운 햇볕이 익혀 놓고 간 자리에 남는 뜨거운 여운, 열대야가
정도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공연은 3년의 세월 동안
아닐까. 여름밤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아무래도 저녁임에도 쌀쌀하지
명실공히 브로콜리너마저의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않은, 그래서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그 날씨가 낭만의 시작일 테다.
브로콜리너마저만의 음악적 색채와 함께 꾸미지 않은 담백한 창법은 한여름의 하얀 리넨 셔츠같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올해는 서울에서의 13회 공연 후 부산에서도 이 공연을 만나볼 수
EXPECTED SETLIST
있다고 하니 서울보다도 더 더운 부산에서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고 있던 팬들에게 분명 즐거운 소식이 아닐까 한다.
유자차 앵콜요청금지 막차 1/10 보편적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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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아래 열광적으로 슬램하며 젊음을 불태우는 록 페스티벌도 짜릿하겠지만, 여름밤의 산들바람과 어우러지는 브로콜리너마저의 콘서트로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는 것도 근사하지 않을까. 아직도 한여름의 록 페스티벌 중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면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브로콜리너마저의
춤
공연으로 워밍업 하기를 추천한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과 함께
졸업
여름밤 가로등 불빛 아래서 춤을 춘다면 참으로 완벽한 2013년의 어느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여름밤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엘리펀트슈가 좋아합니다 엘슈 에디터들의 천차만별 '좋아요' 컬렉션
E N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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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님에게 여동생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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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님이 H&M을 좋아합니다. 사실 예전부터 오래 자리를 지키던 스타벅스가 사라지고 공사가 진행될 때만 해도 자꾸만 변해가는 홍대가 싫증 나고 실망스러워 '이 자리에 의류 매장이 들어서서 뭐 하겠어?'라며 못마땅해 했다.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발로 그곳을 찾을 땐 좀 웃기면서 씁쓸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가까운 곳에 H&M 매장이 있어 솔직히 편리하고 좋기까지 하다. 덕분에 최신 트렌드를 읽어가며 늘 쏟아져 나오는 신상들을 저렴하고 사이즈에 맞게 구입할 수 있을뿐더러 금전적 여유가 없을 때도 가끔 솟구치곤 하는 쇼핑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친구들끼리 가끔 “유니클로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라며 농담처럼 말했는데, 이젠 H&M도 함께 묶어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이곳이 더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음악이다. 최근 기분 전환 삼아 가끔 매장을 둘러보곤 했는데 쇼핑보다 더 내 관심을 끌어당긴 건 매장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었다. 제너레이셔널즈Generationals, 알루나조지AlunaGeorge의 따끈한 신곡들과 더불어 장르 상관없이 괜찮은 음악이 줄곧 흘러나오는 것이 맞춤형 플레이어가 따로 없단 생각에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CDP나 MP3는 묵혀둔 지 오래였고, 새로운 음악을 발굴하자니 이제 귀차니즘까지 더해져 내 음악 저장고는 업그레이드를 멈추었기에 귀가 지루하던 터였는데 그날 새롭게 알게 된 제너레이셔널즈는 한동안 계속 들을 정도였으니 덕분에 제대로 기분전환이 된 셈이다. H&M의 광고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가 'Blue Velvet'을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불렀던 광고는 아직까지 음악과 영상이
말 그대로 여동생이 생겼다. 갑자기, 그것도 아주 상 꼬맹이로. 내막은 이렇다.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고, 다른 광고들도 고급스러운 영상 때문인지 저렴한 옷이라는 선입견을 희석해준다. 시즌마다 발행되는 매거진은 페스티벌이나 뮤지션에 관련된 패션 이야기와 함께 스타일리쉬하게 포장되어
석가탄신일 연휴 첫날, 아침에 일어나 간밤에 온 메시지들을 확인하던 중 평소 친분이 있었던
실린다. 광고만 놓고 본다면 '저렴함'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캣맘 아주머니의 메시지를 발견했다. 아주머니와는 아파트 단지 화단에 사는 고양이들에게 가끔 먹을 것을 챙겨주다 알게 된 사이인지라 그다지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무슨
시원한 세일 덕분에 주시하던 옷을 몇천 원에 구입한 기억만으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H&M. 디테일하게
일인가 싶어 그 메시지부터 확인을 해보았다. 아파트 화단에 못 보던 어린 고양이가 있어
살펴보면 광고도 광고지만, 앞서 말했던 매장을 채우는 음악의 선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세련된 곡
주인을 찾아주려 했지만 이틀 동안 나타나지 않아 유기된 것으로 판단, 보호하고 있으니 한 번
리스트는 '그냥 둘러나 봐야지' 했던 마음을 쇼핑으로 이끈다. 이것이 기업의 상술이라 할지언정 다양한 문화
와서 보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그 내용이 왠지 머릿속에서 떠나질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상승시켜 나아가는 이들의 노력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덕분에 이젠 H&M에
않았다. 대충 밥을 챙겨 먹고 바로 아이를 보러 집을 나섰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난 주위에 좋은
음악 들으러 가는 재미까지 생겼다.
입양처가 있는지 찾아보고 연결해드려야겠다는 생각 정도만 가지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아이를 마주한 첫 순간,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귀한 품종의 아이였던 것이었다. 내 생각은 그렇다. 유기 고양이는 종을 따질 것 없이 다 똑같은 유기 고양이일 뿐이라고. 그렇지만, 품종이 있고, 게다가 나이까지 어려 예쁘기만 할 아이가 왜 아파트 화단에 버려진
가봐야지 2 홍대 H&M 맹선호 이제 Topshop만 들어오면!
것이었는지, 다른 유기 고양이들에게 가졌던 의문에 몇 배가 더 생겼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품종이 있는 아이들은 야생성이 희석되게끔 인간이 개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
장은석 여자들은 쇼핑하는데 왜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려요?
아이처럼 나이까지 어리면 길 생활에서 오래 버틸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지라 내가 되려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찬찬히 생김새를 뜯어보고 싶어 가까이 다가가 눈을 바라보았을 때, 처음으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그 길로 그 아이를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무엇보다 걱정했던 것은 올해로 3살이 된 우리 집 터줏대감 묘猫 치노의 반응이었다. 새로운 개체의 출현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병이 걸린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던 터라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고맙게도, 치노는 사흘 만에 어느 정도 경계를 풀어줬다. 덕분에 아이는 ‘엔나’라는 이름도 얻을 수 있었다. 동물병원에서 엔나는 3개월 정도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리고 더불어 아주 건강하다는 소견도 함께 전해주었다.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과 함께 사는 삶은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와는 거리가 먼, 언제까지나 동경으로만 남을 일인 줄만 알았다. 표면적으로는 내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그 근거로 말하곤 했지만 사실은, 그냥 자신이 없어서였다. 내가 여럿의 생활을 과연 책임질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임감은 상황이 만드는 모양이다. 치노와 살 때에 비해 지금의 나는 훨씬 부지런해졌다. 두 냥님들의 화장실도 더 자주 청소하고, 밥도 시간 맞춰 주려 하고, 환기도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더 많이 교감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알레르기 증상도 더 호전되는 것 같고, 생활도 정돈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빈집을 지키는 시간이 길었던 치노가 새로운 동생과 조금씩 의지하며 지내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주인과 사이가 좋아도 고양이는 결국 고양이끼리가 가장 편한 모양이에요.’라고 말해주었던 지인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만약 둘째를 들이고 싶은데 고민 중이신 애묘인들이 있으시다면, 고민 말고 묘연猫緣에 따르라고 권하고 싶다. 정말로, 고양이는 고양이들끼리만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니까.
이쁘당 6 침대에서 여동생과 이지선 장은석에게 주워 준 보일이를 내가 키웠어야 하는데!!!
김현수님이 펌프를 추천합니다. 며칠 전, 주말을 맞아 누나와 함께 영화관을 다녀왔다. 영화가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좀 남았기에 근처 커피숍에 들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아케이드 센터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곳엔 펌프 잇 업(줄여서 펌프라고 많이 부르곤 했다)이 있었다. 음악에 맞춰 화면 하단에서 올라오는 화살표를 밟는 바로 그 리듬 게임 말이다. 나는 지갑에서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꺼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케이드 센터로 갔다. 그리고 묵묵히 동전을 넣고 기기 앞에 올라섰다. 마치 눈뜨고 코베인의 1집 앨범 재킷처럼 말이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첫 번째 스테이지가 끝나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고, 두 번째 스테이지 때는 나의 모습을 몰래 촬영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모든 스테이지를 끝마쳤을 땐 곳곳에서 박수갈채가 터졌고 난 머쓱하게 발판 아래로 내려왔다.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의 목을 베고 온 관우처럼 나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 카페모카 아이스로 시킬걸.” 한 때 게임을 바탕으로 한 스낵이 출시될 정도로 펌프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대형 아케이드 센터에서만 몇몇이 가동될 뿐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따금 펌프를 즐긴다. 왜냐하면, 펌프에는 남자의 인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극악의 난이도에 번번이 가로막혔을 때 느끼는 좌절, 그리고 티셔츠가 땀에 흥건하게 젖을 때까지 열심히 플레이한 후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의 그 쾌감, 그리고 나의 자태를 멀리서 바라보며 사랑에 빠지는 소녀까지. 자, 어서 나와 함께 테스토스테론을 온몸으로 느껴보지 않겠나?
추억 돋네 3 아케이드 센터 맹선호 저도 어릴 때 DDR 좀 했다능
나도 1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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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ORIGINAL SOUND NOVEL
앨범 커버에 덧붙이는 단편 소설 WORDS : 물고기군
결혼의 이유 그녀는 자신이 남편과 결혼한 이유가, 그러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와 결혼한 이유가 엄마 때문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친구들이 입을 모아 말했듯이 그는 결혼상대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몇몇 사람은 그녀가 아예 결혼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어쩌면 평생 독신으로 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에게도 그녀의 결혼보다 상대가 그라는 사실이 더 놀라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이전까지 전혀 연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녀 주위에는 남자가 끊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딜 가나 눈에 띄는 미녀였고, 언제나 미소 짓는 얼굴에 활달한 성격이었다. 그녀는 명문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1년 만에 때려치우고, 곧바로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회계사 시험을 준비해서 전공자보다도 더 짧은 시간 내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몇 년 경력을 쌓은 후에는, 실무능력은 말할 것도 없이, 누구와도 어울리는 친화력, 탁월한 리더쉽, 또 추진력 등으로 이름을 알렸고, 기존보다 몇 배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회사들이 줄을 섰다. 누구도 그런 완벽한 그녀의 배우자를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 그녀가 그와 만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겉보기와 달리 무언가 대단한 것을 숨긴 남자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게 무엇인지 사람들은 알 수 없었다. 사실을 말하면 그녀도 처음에는 몰랐다. 그녀는 결코 속물적인 여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막연히 자신과 같은 전문직종에 근무하거나, 아니면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자기 일을 갖고 그 일에 자부심을 가진 남자가 자신의 미래의 남편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녀가 그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언제나 완벽히 그녀의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녀의 부탁이나 요구에 ‘노’라고 대답하는 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공주처럼 떠받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 남자의 천성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녀는 회사에서 아무리 나쁜 일이 있었다 해도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금방 잊어버릴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마치 온 세상이 다 자기편처럼 느껴졌다. 물론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는 그녀에 비해서뿐만 아니라, 그녀가 아는 대부분의 남자에 비해서도 거의 무능력자에 가까웠다. 실제로 그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서른 중반에 이르른 그녀는 사람의 일이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자기 자신의 경우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했던 일 중의 하나는 그녀의 언제나 밝은 모습 이면에 있는 상상키도 어려운 어두운 면이었다. 그녀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똑 부러지는 여자인데다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또 마음먹기만 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슈퍼우먼처럼 보였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이 자유롭다 느낀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자기 뜻대로 해본 적이 없다고 느꼈다.
결정에 태클을 걸었지만, 어쩐지 사위에게는 ‘노’를 하는 법이 없었다. 일은
그전까지 남편은 잘 봐줘 봤자 아르바이트에 불과한 일을 전전했었다. 남편의
간단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일이 있으면 남편에게 말하면 됐다. 남편은
성공에 가장 기뻐한 사람은 그녀보다 그녀의 엄마였다.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문제는 그녀의 엄마였다. 언제부터 엄마와 사이가 틀어졌는지 그녀는 알 수
그녀의 요구에 ‘노’를 하지 않았고, 엄마는 남편의 요구에 ‘노’를 하지 않았다.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엄마의 남모를 도움이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모든
없었다. 따져보면 최초의 조짐은 대학입시 때부터였는지도 몰랐다. 전공을
결과적으로 그녀의 요구에는 ‘노’가 없었다. 결혼식장을 정하는 일부터,
면에서 죽이 잘 맞았다. 그녀와 보내는 시간보다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더 길게
정하는 데 사소한 의견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전부터 주욱 그래 왔듯이 당시
웨딩드레스나 신혼여행지, 신혼집, 그 모든 일이 그녀의 결정이었다. 그녀는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상관없었다. 어쨌든 남편은 그녀의 요구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엄마의 의견을 따랐다. 그러니까 의심이랄까, 괴로움이랄까
그제야 그와 있으면 세상이 자기편처럼 느껴진 게, 단지 느낌에 불과하거나
여전히 ‘노’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만일 이제 엄마와 밖에서 단둘이 만나
하는 감정이 생긴 건 그보다 훨씬 후의 일이었지만, 그녀는 때때로 대학입시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정말 자신이 슈퍼우먼이
식사를 하지 말라고 해도 남편은 결코 ‘노’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작이라고 착각했다. 그녀는 소리쳤다. 그때도 그랬잖아. 엄마가 원한
되었다고 느꼈다.
정말 그럴까? 그녀는 문득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그녀는 남편에게 아무것도
전공으로 했잖아. 그러면 엄마는 그녀만큼 크게 소리쳤다. 그게 어떻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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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하지 않았다. 내가 이제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는 걸까? 단지 그가 내 곁에
원한 일이야. 네가 원한 거지. 한번 균열이 발생하자 걷잡을 수가 없었다. 모든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있는 것만으로 모든 게 충족된 걸까? 그녀에게 든 진짜 무서운 생각은, 남편이
일에 두 사람은 충돌했다. 옷을 고르는 일부터, 어학연수, 취업, 회계사가 되는
거기에는 슈퍼우먼과는 거리가 먼, 그리고 5년 전의 자기 자신과도 먼, 아니
언젠가는 ‘노’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언제든 그런 순간이 올
일, 여자친구 등등. 엄마는 그녀가 하는 모든 결정에 영향력을 끼쳤다. 그녀는
자기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그렇게 되리라 상상도 못했던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거라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꼈다. 진짜 무서운 생각은, 바로 그 순간을
대학을 졸업한 순간부터 하루도 집을 나가는 것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미녀가 아니었고,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도 아니었다. 딱히 뭐가
피하기 위해, 자신이 더 이상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충분히 그럴 능력을 갖춘 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엄마와
이유였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경력은 결혼 후 급속히 사양세로 접어들더니
하는 것이었다. 남편은 언제나 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나는 언제나 네
아빠가 있는 집에 남았다. 그를 처음 집으로 데려가면서, 그녀는 당연히 엄마가
완전히 박살이 났다. 이제 아무도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를
편이니까. 그녀는 그 말만큼 무서운 말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결혼을 반대하리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드시 내 뜻대로 하겠다,
무서워하는 사람도 생겼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불같이 화를 냈다. 5년
엄마를 이기겠다 마음먹었다. 그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두 사람은 십
전만 해도 사람들은 그녀가 서른다섯 살이란 걸 믿지 못했는데, 5년이 지난
년 만에, 아니 과장되게 말하면 엄마와 딸로 관계를 맺고 나서 최초로 완벽한
후에는 반대의 이유로 그녀가 마흔 살이란 걸 믿지 못했다. 그녀는 잘 웃지 않게
의견일치를 이뤘다. 한판 싸움을 준비했던 그녀에게는 맥 빠지는 일이었고
되었다. 어떤 것도 그녀를 즐겁게 만들지 못했다. 단 하나, 남편을 제외하면
엄마를 이겼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만, 어쨌든 그보다 기쁨의 감정이
말이다. 그녀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더 컸다. 기뻐해야 할 일은 또 하나 있었다. 그 후에도 엄마는 사사건건 그녀의
것은 결혼 후에 남편이 시작한 사업이 뜻밖에도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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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Byrne and St. Vincent - Who Album : Love This Giant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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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았는데요. Bat For Lashes를 포함, 인디 밴드가 총출동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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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Field Day 페스티벌에서는 Animal Collective가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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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만에 쓸 수 있을 거라며 이 난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네요.
탐나는 걸 보니 전 아무래도 리암 같은 록스타가 되긴 글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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