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MAGAZINE VOL.71 / www.elephant-shoe.net / 2013 JULY TABLOID 20
S S A W
P U U I
R M T N
I M U T
N E M E
G R N R
SMALL TALK WITH MUSIC
EPISODE : 여름옷
EDITOR’S NOTE 장은석 이번 달은 여러모로 최대와 관련이 깊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화보 촬영에 최다 관객이 모인 웨어 더 뮤직 공연 진행, 최악의 마감 스케쥴까지. 여기에 역대 최상의 여름휴가가 이어지면 훌륭한 마무리였겠지만 현실에 해피 엔딩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고로 멋진 매거진이 만들어져 작으나마 위안이 됩니다.
6월 28일 장은석
IDA MARIA - I LIKE YOU SO MUCH BETTER WHEN YOU`RE NAKED Album : Fortress Round My Heart (2009) 여름이 오니 햇빛에 눈은 뜰 수가 없고, 더위에 정수리는 익어가며, 등에는 땀이 나 옷은 딱 달라붙는 등 짜증 나는 일이 백 가지 정도 늘었다. 하지만 이를 다 무마할 정도로 좋은 점이 딱 한 가지 있는데,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을 보는 것이다. 비록 비루한 내 몸뚱이는 드러낼 수 없어 가리고 가린 채 다니지만, 시원히 차림의 사람을 보면 괜스레 시원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보는 이유가 시원해지려는 것만은 아니다. 그냥 좋아서다. 그저 좋다.
이지선
AEROSMITH - CRAZY Album : Get a Grip (1993)
덥다. 올해도 역시 무덥다. 최소한의 천으로 만들어진 옷을 걸쳐야 살 수 있는 날씨다. 그래서 서른이 넘은 지금도 반바지에 티셔츠 한 장, 즉 동네 꼬마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차림새다. 그게 울 아버지 눈엔 불쌍해 보였는지 불효녀에게 옷 사 입으라며 용돈을 하사하셨다. 아빠, 나 더워서 그래요. 이걸로 시원한 원피스라도 사 입을게요.
Julian Kim
ALL SAINTS - PURE SHORES
Album : The Beach: Motion Picture Soundtrack (2000) 여름에는 하와이안 셔츠나 린넨 셔츠에 반바지 차림이 가장 편하다. 하와이안 셔츠는 잠옷으로 주로 입지만, 가끔 외출할 때 입는 평상복이 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영국의 여름은 아직 많이 쌀쌀하기에 한여름 복장으로 외출했다가는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 걸리기에 딱 좋다. 시원한 여름옷을 입고, 한적한 해변을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꼬….
맹선호
ROBBIE WILLIAMS - ROCK DJ Album : Sing When You're Winning (2000)
표지에서 김종진이 입고 있는 턱시도 재킷은 지미 테일러(Jimmy Tailor),
손발이 곱아, 펴지지 않아도 괜찮으니 덜덜 떨던 겨울이 역시 여름보다 열 배는 살만하단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추울 땐 한없이 껴입으면 되지만, 덥다고 살가죽을 벗을 순 없으니 말이다. 잠시 냉장고 원단이란 게 있다는 이야기에 솔깃했었는데, 그저 레이온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론 그 희미한 희망마저 사라졌다. 아이슬란드로 시집갈 방법이나 알아봐야겠다.
셔츠는 슬링 스톤(Sling Stone).
ELEPHANT-SHOE tabloid issue No.20 / 2013 JULY Publisher 장은석 / ewanjj@naver.com Editor-in-Chief 장은석 / ewanjj@naver.com Founder & First Director June / dafunk@hanmail.net Director JEE / seg1129@naver.com Julian Kim / comfortingsounds.vol1@hotmail.com 맹선호 / pluto116@naver.com 용식 / bleutk@gmail.com 지은 / cacaocat@naver.com Editor 김현수 / kitschiker69@naver.com
NOKID
COCORE - 축복
Album: Off The Grid (2012) 여름에는 옷이 많이 필요하다. 여름옷이란 한번 입고 무조건 빠는 것. 청결하지 못한 나도 여름 티셔츠는 한 번 입고 무조건 빤다. 옷을 직접 사는 걸 꽤 나이 먹고도 하지 못했었다. 돈 쓰는 게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가끔 옷을 사는데, 그 행위 자체가 마냥 신기할 때가 있다. 아. 내가 돈 주고 옷을 사다니. 역시 돈은 소중하다.
지은
벌거숭이 – 벌거숭이 Album : 벌거숭이 (1985) 더워 죽겠는데 옷이 다 뭐람.
Art Director NOKID / starfucker6@naver.com 이지선 / aniklee@naver.com 윤희진 / hujjin@naver.com Registration Number / 마포,라00343 Published by Elephant-Shoe / www.elephant-shoe.net Printed by 솔텍 / 서울 중구 필동2가 120-1 *엘리펀트슈 타블로이드의 본문은 아모레 퍼시픽에서 제공하는 아리따 글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현수
METALLICA – SAD BUT TRUE Album : Metallica (1991)
All Rights Reserved 2013 Elephant-S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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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사실 나는 패션에 둔감한 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패션 잡지를 독파하며 ‘패피’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째 내 옷장의 여름옷들이라곤 밴드 로고가 프린팅된 칙칙한 티셔츠들뿐이다. 이번 여름엔 반드시 새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쇼핑에 나섰으나 정신을 차렸을 때 난 메탈리카 티셔츠를 계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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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 S S aW ” You 봄 여름 가을 겨울 카펫 위를 걷던 그들이 아스팔트로, 흙으로, 그 ‘아래’까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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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IS 지금, 트래비스가 서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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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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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인생은 무대 아니면 객석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은 무대인가, 객석인가?
내가 보는 나, 타인이 보는 나
14 WEAR THE MUSIC 레코드 페어 VS 레코드 폐허 요즘도 음반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구요?
16 MUSIC VIDEO STILL HERE THE WORLD IS CHANGING Femi Cuti - The World is Changing
18 THE ROOM vol.6 작가의 방 책 만드는 소설가, 한유주
20 LABEL SAFARI PAN RECORDS 지하의 익스페리멘탈 음악을 지상으로 끌어올린 인디 레이블
21 REVIEW WEAR THE MUSIC collaboration #1,2 IDIOTAPE | 이승환 | PETERPAN COMPLEX | HUGH KEICE
25 코끼리신발 NOKID가 그리는 엘리펀트슈 이야기 영국 특파원 줄리안 킴이 엘리펀트슈에 오기까지
30 ORIGINAL SOUND NOVEL 무정도시 "나는 당분간 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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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 S S aW ” Yo u 봄
여
름
가
을
겨
울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습하고 더운 날씨 탓에 근사한 슈트는 그저 더위를 가중시키는 무언가였다. 흙먼지가 일었고 와이셔츠는 누렇게 변했다. 그럼에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웃는 얼굴로 촬영에 임하는 두 신사 덕에 촬영장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최고의 사진들이 나왔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포즈를 되려 제안받기도 했다. 촬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쯤 조심스레 그들에게 물었다. “힘드시죠?” 이에 그들이 대답했다. “아니에요. 우린 본 투 비 와일드Born to be Wild인걸요.”라고. 과연 봄여름가을겨울다웠다. EDIT: 지은 / PHOTOS: 지감독 / STYLIST: Fu*king Hot / HAIR: Moor Hair / MAKE UP: 이아영
김종진이 입은 보머 재킷, 팬츠는 모두 반달리스트(Vandalist), 셔츠는 슬링 스톤(Sling Stone), 슈즈는 캠퍼(Camper), 스톤 장식 타이는 지미 테일러(Jimmy Tailor), 김태관이 입은 화이트 셔츠, 팬츠는 모두 앨번드레스(Elvandress), 슈즈는 락포트(Rockport), 스톤 장식 타이는 지미 테일러(Jimmy Tailor).
DISCOGRAPHY 봄여름가을겨울 (1988년) 봄.여름.가을.겨울 2 -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1989년)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 (1992년) I Photograph to Remember (1993년) Mystery (1995년) Banana Shake (1996년) Bravo, My Life! (2002년) 아름답다, 아름다워! (2008년)
재킷을 뒤집어 입은 쇼츠 수트는 포스트 바이 재즈(Post By Jazz), 셔츠는 슬링 스톤(Sling Stone), 보우 타이는 콜록(Kolok), 로퍼는 토미 힐피거(Tommy Hilfiger).
얼마 전 한 공간을 봐두었다. 골조가 드러나고 일부분은 철거된, 날 것의 상태를 간직한 어느 지하 공간이었다. 그리고 곧 결심했다. 이곳에 그들을 초대해야겠다고. 25주년 기념 앤솔로지 음반의 제목을 야성을 되찾자며 ‘Grrrng!’이라고 지은 사내들이라면 분명히 이 공간을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았다. 예상대로 그들은 흔쾌히 초대에 승낙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제집처럼 활개 하는 그들을 발견했다. 카펫 위를 걷던 그들이 그 모습 그대로 아스팔트로, 흙으로, 그 아래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Grrrng!]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자. 신보건, 라이브 실황이건 끊임없이 음원 및 음반을 발매하고 있고, 활동 또한 왕성하게 하고 있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지금 이 시기에 앤솔로지 박스 세트 음반을 냈다. 그것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듣고 싶다. 종진 우리가 동물이었을 때 갖고 있던, 그러나 인간이 되어서는 잃어버린 야성, 과거엔 갖고 있었으나 지금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그 야성을 정확히 어떤 것이라고 명명해야 할까. 종진 초심일 수도 있겠고, 그보다 더 본연의 것일 수도 있겠고. 어쨌거나 우린 뮤지션으로서 두 가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으려고 음악을 한다는 것 하나, 그리고 그에 머무르지 않고 메시지를 지녀야 한다는 것 하나. 요새 부쩍 방송에서 많이 뵌 것 같은 기분이다.
기대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봄여름가을겨울의 시작부터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태관 안 그래도 얼마 전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나 시작했다.
종진 그렇다. 그 친구들이 실제로 연주가 된다, 안 된다에 대한
끝까지, 가지고 가고 싶은 큰 메시지가 있는 건가.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건 얘기를 나눠봐야 아는
종진 음악이 세상을 바꾼다. 이거다.
알고 있다. 제목이 ‘숲’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부분이다. 그들의 음악세계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는 말이다.
태관 그렇다. 일종의 토크쇼인데 출연하는 사람들이 음악 하는
음악이 세상을 어떻게 바꾼다고 보나.
사람에 한정된, 그런 프로다. 사실 요즘 방송에 나가면 꼭 재미있어야
핸드싱크보다 더 논란이 되는 건 밴드형 아이돌의 양성법에 있지
종진 최근 그런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물질을 분자, 원자, 양성자,
하지 않나. 그런 강박관념에 얽메이지 않아도 되는 프로여서
않을까. 그들은 대체로 음악적인 스펙트럼을 넓히기보다는 당장
초미립자까지 나누어봤더니 근원의 물질은 존재하지 않다고 하더라.
나가기로 정했다. 그냥 그 사람의 음악 세계에 관해서만 얘기해도
무대에 서는 데 필요한 만큼의 테크닉만을 교육받고 있다고
남아있는 것은 오직 ‘파장’뿐이었다고 한다. 음악이라는 게 그
되는, 그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출연했던 분들도 무척 좋아하더라.
알려져 있다.
파장을 근간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음악은 그 자체로 진리다. 나는
종진 지금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러니까 초기 단계의
종진 상당히 많은 아이돌이 그런 식으로 양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우주가 음악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것에
프로그램인지라 장르별 ‘레전드’ 급의 뮤지션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그렇지만 2년에서 5년 정도 활동을 하다 보면, 그 엔터테이너가 어느
동의하는 사람 중 하나다.
회차가 진행되면 곧 저변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도 뮤지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 그래서
어디까지 확대할 생각이길래.
그들이 그 지점에 접어들었을 때에는 대중들도 어느 정도 마음을
심오한 이야기이다.
열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종진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다. 음악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으면
종진 뭐, 그냥. 진짜 음악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세상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리듬.
열려있는 프로다. 사실 누구라고 콕 짚어 얘기할 순 없지만 딱 봐서
방송에서 문샤이너스와 프런트 맨 차승우를 언급했던 걸 본 적이
전해지는 음파와 돌아오는 파장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것. 모두
얘기가 안 통할 것 같은 사람들도 분명 있다. 그런 분들은 빼고.
있다.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문샤이너스의 근사한 점을 짚어주는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아닌가. 그러므로, ‘음악이 세상을 바꾼다’는
하면 그들의 라이브 무대가 방송에 덜 드라마틱하게 나가는
명제는 우리가 끝까지 갖고 가는 주제다.
어? 단호하다.
부분을 안쓰러워하기도 했다. 후배들에 대해 막연한 관심이 아닌
종진 그렇다. (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활동 중인 사람이어야
진심으로 애정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번 앤솔로지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를 위의
할 것. 이게 가장 중요한 섭외 포인트다. 과거에 어땠던 사람보다는
종진 사실은 잘 모른다. (웃음) 그러나 진심으로 애정은 있다.
명제로 생각하면 될까. 무엇보다 이번 신보의 준비는 그동안
지금 활동하는 사람이 과거와 현재를 모두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도 그런 걸 겪었으니까.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좋은
발표했던 음반들을 정리하는 시간기도 했을 텐데, 감회가
그래야 지금의 세대가 과거를 이해하면서 그들 스스로 자신이 현재
말을 해주고 싶다. 아마 음악을 하는 모든 팀이 그럴 것이다. 힘들
어떻던가. 그 감상을 듣고 싶다.
어디에 서 있는지 알 수 있게끔 해주는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는 좋은 말 한마디가 최고다.
종진 처음 봄여름가을겨울을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가 25주년이 되면 앤솔리지 음반을 내겠다고 약속했었다.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지금 엠넷의 시청자들이 과거라고 생각하는 선배들의 음악 세상, 그게 지금의 세대에까지 전승이 안 되는 부분이
문샤이너스 외에, 인디 뮤직 신에서 활동하는 후배 중 눈여겨본
분명히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숲’은 그 사이에서 다리의 역할을
팀이 있나.
지켰다.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못 지키는 다짐일텐데.
해주기 위한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종진 몽구스. 좋아하는 팀이다. 그리고 진짜로 잘하고 있다고
종진 맞다. 우린 축복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25주년을 기념해 두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이 신에만 국한하기엔 너무 많이 알려진
가지 버전의 음반을 냈다. 일단은 지금까지 우리가 발표했던 모든
봄여름가을겨울이니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밴드이지만, 넬도 참 좋다. 그런 개성 있는 음악은 들을 때마다
음반을 다 수록한, 총 열아홉 장의 음반이 들어있는 앤솔로지 박스
직접 언급한 것처럼 일단 봄여름가을겨울은 과거에서부터
만족스럽다.
세트, 그리고 그 중에서 우리가 직접 선정한 음악으로 세 장의 음반을 엮은 것. 하나는 모든걸 다 망라했고, 하나는 엑기스처럼 만든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전개해 온 밴드가 아닌가. 선배 뮤지션과 어린 시청자들 사이에서 좋은 매개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선배 아티스트로서 해주고 싶은 말도 있나.
셈이다.
종진 고맙다. 그래서인지 벌써 다양한 뮤지션들이 다녀갔다. 그리고
종진 개별적으로는 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장 해주고 싶은
태관 엑기스를 솎아내는 기준은 ‘정서’의 유무였다.
곧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과도 음악 얘기를 나눌 수
말은 이거다. “우리는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뼛속부터 인디였고,
종진 정서를 서두에 놓는 건 우리의 철학이다. 요즈음을 사는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돌과도 진짜 음악 얘기를
너희랑 똑같은 선배 뮤지션 봄여름가을겨울이 잘 먹고 잘 살면서
사람들은 그것을 잃었기 때문에 야성이 퇴화하는 것이다. 부디
나눠보고 싶다.
음악 하고 있으니까 변절하지 말고, 해. 그러면 너희도 우리처럼 될 수
지키고 찾길 바란다.
요즘은 자기가 직접 프로듀싱을 하는 아이돌들도 더러 있는 것
있어.” 어쩌면 이 말은 굉장히 건방진 말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건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다. 우리끼리는 그런
정서라.
같긴 하더라. 특별히 염두에 둔 아이돌이 있나.
얘기도 많이 한다. 우리가 돈을 많이 벌어서 빌딩을 사고, 페라리를
종진 그러니까, 오래전에는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잃어버린 것
태관 음악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아이돌이라면 누구든 상관없다.
몰고, 남 부럽지 않게, 멋있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변절하지 않은
중 대표적인 게 정서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낭만이라고
종진 될 수 있으면 직접 연주를 하는 아이돌과 함께해보고 싶다.
뮤지션으로도 궁색하지 않게, 멋있게 살 수 있다는 하나의 표본이
그러는데, 그건 틀렸다고 본다. 낭만은 지금도 있다. 매사에 낭만이
그래서 씻어줄 부분은 좀 씻어주고 싶다.
되는 거다, 라고.
혼재해있다. 그런데 정서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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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와 행커칩은 포스트 바이 재즈(Post By Jazz), 티셔츠는 반달리스트(Vandalist), 슈즈는 던힐(Dunhill).
음악이 우리에게 지시하는 대로 가려고 한다. 음악을 굉장히 숭고하게 생각하고. 음악을 계속 추구해서 추구하고 탐구하다 보면 맞는 길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도 생각한다. 모두가 여행을 떠날 순 없으니 누군가는 떠나서 계속 여행을 하면서 좋은 사진을 찍고 좋은 글을 써서 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서가 빠진 낭만은 어떤 것인가.
그러나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이 한결같길 바라는 팬들도 적지
그렇다면 봄여름가을겨울이 한 번쯤 꼭 꾸며보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종진 이제 그 시대에 돌입했다. 음악을 디지털로 잘게 조각내 나눈
않을 텐데.
종진 전 세계 어디건?
다음에 그걸 다시 전송해서 조합을 해서 주는 방식, 그건 과일을
종진 그들과 우리는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잘라서 3D 프린터로 전송한 뒤 뽑아내서 이게 사과다, 라고 건네는
오늘 멕시코에 왔는데, 여기 되게 좋아. 내가 너희와 함께 있었던 인천
어느 곳이건.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 종이에서 사과 본연의 맛이 느껴질까.
앞바다도 지금쯤 무척 근사하겠지?’라고 소식을 전하고, 그러다가 또
종진 미국의 하우스 오브 블루스House of Blues 클럽 투어를 하고 싶고,
모양은 그럴듯하지만 실제 사과가 가진 과즙, 우리가 딱 베어 물었을
가끔 인천도 갈테고. 그런 사이다.
그리고 와이너리 콘서트도 하고 싶다.
때 입안에 퍼지는 과즙은 어디론가 사라져있다. 관계에서 느끼는
태관 그렇다고 그런 팬들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우리도 외국
정서, 사람의 살에서 느끼는 정서, 그런 것을 배제된 가짜 정서로 주로
아티스트들 보면 옛날에 했던 곡들 좋아하지 신곡은 대체로 별로
와인과 함께하는 공연은 많이 해봤으니, 브루어리 콘서트도 괜찮지 않을까.
살아가는 패턴에 현대인들이 길들여지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뭐든지
아닌가. (웃음) 우리의 팬들도 그런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다. 처지를
종진 그건 또 뭔가?
다 갈아엎고 새로 세우는 나라에서 정서를 지키기란 쉽지 않을 거란
바꿔보면 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우리 음악도 옛날 걸
것을 안다. 그러나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듣고 싶어하지 신곡을 연주하면 당장 반응이 시큰둥하고, 뭐 그렇다.
맥주 양조장을 말한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또 좋아해 주는 날이 오지 않겠나.
종진 내가 맥주에 빨리 취하는 편이다. 태관 아쉽지만, 우리가 맥주를 별로 안 좋아한다. (웃음)
대체 어떻게 지켜야 하나. 종진 만연필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그것도 ‘제대로’ 만든다고
어쩌면 그게 또 하나의 도전이 될 수도 있겠다. 이전의 팬부터
말이다. 그럼 독일에 가서, 또는 이탈리아에 가서 150년 전부터
새로운 팬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신곡을 발표하는 것 말이다.
장인정신을 가지고 만열필을 만들어오던 곳에서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종진 최고다.
슬슬 마지막 질문을 하겠다. 엘리펀트슈 독자들에게 한마디를
거쳐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왜 이런 글자체가 나오고, 왜 이런 잉크가
태관 뮤지션의 숙명일 것이다. 팬들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 항상 다음
해줄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아마도 우리의 독자들은
나오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지 않겠나. 본연의 전통이 충분히 몸에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은.
앞서 언급했던 ‘정서’를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이들일 텐데.
종진 음악을 즐기기엔 와인이 참 좋은 술인 것 같다.
종진 “기준을 높이세요.”
익은 다음에 그다음 단계를 구현해야 제대로 된 무언가가 나오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기반을 무시하고 “내가 신기술의 만연필을
인터뷰를 준비하는 내내 궁극적으로 묻고 싶은 게 사실 그거였다.
만들거야. 지금 현재에 맞는, 미래적인걸 만들거야.”라는 생각을
조사하면 할수록 봄여름가을겨울은 지금까지 해온 활동들은 한 번
어떤 기준을 높여야 하나.
지니는 순간 정서는 떠난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옛 방식의 만연필로, 그
정리하고, 다음 도약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는 것
종진 우리 아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 친구가 올해 스물네 살인데,
속도로 썼던 그 정서는 과즙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침체되어있거나 정체되어있기보다는
‘오덕’ 기질이 다분한 DNA를 갖고 있다. 나도 그런 기질이 있는지라 함께 그런 얘기를 하며 즐기곤 하는데, 애가 약간 내공이 부족하다.
그래도 다음 단계로 가고 싶어하는 밴드인 것 같았다. 종진 사실 두렵다. 안주하고 싶고 .
그게 연륜 차이 아니겠나. 그럼에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종진 그럴 거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그렇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옆
종진 음악이 우리에게 지시하는 대로 가려고 한다. 음악을 굉장히
나라 일본의 ‘오덕’들은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구석들이
숭고하게 생각하고. 음악을 계속 추구해서 추구하고 탐구하다 보면
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자신의 기준을 아주 높게 올려놓고 거기에
[Grrrng!]은 무엇보다 ‘정리’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맞는 길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도
못 맞췄을 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더 발전하고 싶어하는 자세가
생각한다. 그동안에 해왔던 활동을 한 번 정돈해본다는 의미도
생각한다. 모두가 여행을 떠날 순 없으니 누군가는 떠나서 계속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게 바로 그거다. 기준을 높여라. 지금도 모두
있을 테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여행을 하면서 좋은 사진을 찍고 좋은 글을 써서 여행을 가지 못하는
하나같이 멋있겠지만 거기서 한 단계를 더 높이면 정말 더 멋있을 거다.
볼 수도 있을텐데.
이들에게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들 안 하니까 우리라도 해야
태관 초심을 잃지 말 것. 초심을 잃는 순간 만족은 멀어진다. 초심으로
종진 참고로 내가 역사학과를 나왔다. (웃음) 그래서 항상 무언가의
하지 않겠나. (웃음)
돌아가면 지금의 나는 아주 많이 갖고 있다는 걸 발견할 거다.
정리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초심이라. 굳이 정리하지 않는 이들도 많지 않나.
종진 우리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1988년, 우리의 공연장에는 딱
종진 다른 사람들은 안 한다고 해도 나는 뭐든지 정리가 되어 기록에
스물에서 스물다섯, 많아 봤자 서른 살의 관객이 왔다. 그리고 그들은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이런 기록이 훗날 후배에게는
늘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의 세대는 고리타분하고 기성세대의
생존 매뉴얼이 될 테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이 우리에겐 굉장히
이번에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의 라인업인 걸로 알고 있다. 어떤
냄새가 난다고. 그러나 25년 전에 그렇게 부르짖었던 친구들이 지금은
중요하다. 그래서 이 순간 우리가 즐기고 있는 음악, 우리가 나누고
무대를 보여줄 계획인가.
모두 열다섯에서 스물다섯 살의 아들딸을 두고 있다. 파릇파릇한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떻게 변하는지를 기록해놓으려고 한다.
종진 앤솔로지 음반도 발매했고, 25주년 아닌가. 안 그래도
젊은이였던 그들은 어느새 회사의 임원이 되거나, 영업을 하거나,
지난달에 충무아트홀에서 25주년 기념 콘서트를 했다. 그 공연의
가게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해야 하고, 접대술을 마셔야하며 아부도
엑기스를 모아서 페스티벌에 온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해야 하는, 그런 나이가 된 거다. 그래서 봄여름가을겨울이 공연을
그 기록을 보니 봄여름가을겨울은 어떻게 변화해 온 것 같나.
한다고 해도, ‘제가 어린 시절 좋아하던 봄여름가을겨울이 공연을
종진 주저함 없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좆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롤링스톤즈The Rolling Stones가
소울을 즐길 수도 있는 것처럼. 그러면 왜 록을 하다가 저런 음악을
혹은 버디 가이Buddy Guy 와 합동 무대를 꾸민 것처럼, 선후배
못하게 된 거다. 지금 엘리펀트슈의 독자들은 그 전철을 안 밟았으면
하는 거냐며 야유를 받을지는 몰라도, 우리가 좋으니까. 25년 동안
뮤지션과 함께하는 무대도 혹시 준비 중인가.
좋겠다. 이 반짝반짝한 불을 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약간의 희생을
계속 헤비메탈만 하란 말이야, 라고 반문할 수도 있는 거겠고. 그
종진 과거 그런 기획이 참 많았다. 그런데 항상 의도와는 다르게 시류
감수하더라도, 하루 매상에 조금 손해가 조금 나더라도, 자기 마음속에
흐름을 천천히 기록하고 싶다.
영합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 되도록 지양하려고 한다.
있는 불은 끄지 않았으면 좋겠다. 간절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
합니다. 제가 그곳에 가야 하는 관계로 오늘은 하루 쉽니다’, 그걸
어제는 림프 비즈킷Limp Bizkit 같은 음악을 즐기다가 오늘은 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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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내가 보는 나, 타인이 보는 나 EDIT : 장은석, PHOTO : 지감독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각기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어른을 , 친구를, 그리고 후배를 만날 때. 나는 그저 그 상황에 맞춰 태도를 바꿨을 뿐이었는데, 이를 본 친구는내게 가식적이라고 말했다. 나는 적잖이 놀란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곧 나의 하루를 살펴보았다. 나는 몇 번씩이나 태도를 바꾸며, 그때마다 다른 가면을 썼다. 어쩌면 내가 예의라 생각했던 것들을 타인은 가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도달했을 때, 가면 없는 온전한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가 궁금했다. 아니면 온전한 나는 없는 채 언제나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을까 봐 겁이 나기도 했다. 이 무렵 마주한 한희정의 앨범 [날마다 타인]은 이런 내게 힌트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1년 전쯤 한희정에게 인터뷰를 부탁했었다. 앨범 준비로 휴식 중이던 그녀는 가능하면 앨범 발표 이후로 인터뷰를 미루기 바랐고, 드디어 1년을 기다린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녀가 주문한 팥빙수가 나오기도 전에 1년 동안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서둘러 물었다. 휴식 기간에 그녀는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그녀는 1년 전 이맘때에 무엇을 했는지를 잠시 생각했다. 앨범 구상과 워밍업 중이었다 이야기를 하다 이내 웃으며 말했다. “그냥 놀았어요. 원 없이 놀았죠.” 그녀는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시간쯤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고, 세수하고, 침대 정리하고, 화분에 물 주고, 청소하고 한숨을 돌리고 나서야 그날 무엇을 할지 생각했다. 가끔은 친구 집에 모여 영화를 보기도 했고, 때로는 연극이나 무용 등의 공연을 보기도 했고, 딱히 약속이 없는 날에는 책을 읽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놀만큼 놀았다는 생각이 들던 가을, 이제는 작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녀의 첫 솔로 앨범 [너의 다큐먼트]를 만들 때에는 이전 팀이었던 푸른새벽과는 별개의 한희정이라는 뮤지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로부터 5년, 이제는 그녀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듣는 이에게 음악으로 자신을 소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3년 전에 정한 “날마다 타인”이라는 제목 또한 앨범을 어떤 곡으로 채워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자신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이는 “내가 보는 나”에서 “타인이 보는 나”로까지 이어졌다. 대다수 사람은 그녀를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우리 처음 만난 날’을 노래하는 모습으로 기억한다. 그녀는 이 모습을 싫어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이 모습 또한 한희정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한희정이 이것뿐이라 단정 지어지는 것이 싫을 뿐이다.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 그녀의 열망은 작업의 시작을 더디게 했다. 이제는 작업을 더는 미룰 수 없겠다 싶었던 어느 날, 예전에 생각해둔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늘은 반드시 곡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화분의 “흙”에서 새싹이 나오는 모습에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을 때 쓰는 “흙흙”을 연결시키는 아이디어를 2012년 초쯤부터 생각했는데, 가을이 되어서야 곡을 쓰려고 자리에 앉은 것이다. 멍하니 모니터를 보고 있다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 없이 “흙, 흙흙”이라고 녹음했다. 그런데 이것이 도입부가 되며 바로 드럼 비트가 생각이 났다. 얼른 트랙에 얹고 나니 베이스가 생각나 녹음했고, 이어 멜로디가 떠올랐다. 이에 보컬 가이드까지 만들고 이것저것 올려놓다 보니 노래 한 곡이 완성됐다. 일련의 과정이 단 하루 만에 이루어진 이 곡은 이번 2집 [날마다 타인]의 타이틀 곡 ‘흙’이다. 만들 때에는 신이 나서 만들었는데, 지금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만들었지?‘싶은 곡이다. 하루 만에 이루어진 작업과정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자신이 단아하고 과묵하며 시크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당당히 말하는 그녀가 노래 가사에 “어? 흙! 뿅! 라라”를 쓰게 될 줄은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래를 부르는 사람 또한 자신임을 그녀는 알고 있다. 정말로 친한 사람들 앞에서의 한희정임을 말이다. 친한 친구에게만 보여주던 모습을 지금 ‘흙’이라는 곡을 통해 대중에게 보여주게 되었는데 부끄럽거나, 혹은 민망하지는 않았을까. 그녀에게도 이는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과감히 틀을 깨고 보여주기로 결심을 했던 것은 ‘흙’을 만드는 동안의 과정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이 즐거움은 뮤직비디오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 호평을 받고 있는 ‘흙’의 뮤직비디오는 한희정이 직접 제작했다. 편집을 하는 동안 마치 제 3자가 된 것처럼 객관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게 되었다. 예전에 ‘우리 처음 만난 날’ 뮤직비디오 메이킹 영상을 직접 편집하며 보았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뭔가 달랐다. 한희정은 맞는데 제스쳐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변화가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그녀는 “그 변화를 긍정, 부정 한다기 보다는, 내가 어떻게 변했든 혹여 나쁘게 변했어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담담히 말했다. 그녀의 호기로움에 놀라고 있을 때 그녀는 이어 말했다. “이번 뮤직비디오를 편집하면서 본 화면 속 모습이 사실 제게는 너무나도 낯설었어요. 전과는 달리 변했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그냥 낯설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 다른 사람들은 나를 저렇게 보는구나 하고 깨달았죠.” 그녀와의 대화는 나 자신을 찾는 방법에 대한 힌트가 얼핏 보이는 듯도, 또 보이지 않는 듯도 했다. 뭔가 한 걸음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번 앨범 작업을 통해 자신을 잘 알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기대와는 달리 그녀는 더 모르게 됐다고 답했다. [날마다 타인]을 만들면서 한희정은 이런 사람이었나를 보여주고자 했으나, 만들면서 자신도 몰랐던 부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 그냥 앞으로가 기대돼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어떤 음악을 만들지 저조차도 잘 모르겠으니까요.” 그녀와의 인터뷰를 끝낸 후 그녀가 준 힌트들을 조립했다. 그 단서들은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계속해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어떤 이는 수없이 많은 가면을 바꿔 쓰며 살아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단 하나의 가면을 쓰고 있을 수도 있고, 가면 없이 온전히 자신의 얼굴로만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세 가지 케이스 중에 무엇이 더 좋은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면, 세 가지 형태 중 어디에 속하든 타인이 볼 때에는 온전히 훌륭한 ‘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진심이라면 어떤 가면을 쓰든 그건 타인이 될 수도, 가식이 될 수도 없다. 그저 나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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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넘어 세계를 뒤흔들었던 밴드
지금 트래비스가 서 있는 곳
2009년 트래비스의 마지막 내한 공연 후 어느새 4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동안 한국 공연 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커져 버려 한국에서 볼 거라 예상치도 못했던 영미 밴드들이 물밀 듯 한국땅을 밟았던 터라 그들의 세 번째 내한소식이 발을 동동 구르며 기뻐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 급한 일이 있지 않은 한, 고속도로를 달려 다시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 수많은 밴드가 서는 페스티벌에서 딱 트래비스의 무대만 보고 온다 하더라도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반가움은 충분했다. 무엇보다 아직 덥고 습한 여름도, 치열한 페스티벌 전쟁도 채 실감 나지 않는 평화로운 5월이었다. 레인보우 아일랜드 페스티벌이 열리는 남이섬으로 향하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영국과 세계를 뒤흔들었던 스코틀랜드 출신 밴드 트래비스를 만나러 가기 전, 그들의 히트곡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를 인생의 주제곡으로 여기는 한 팬에게 궁금한 것이 있냐고 물었다. 의아하게도 그는 그들의 행보에 대해 궁금해하기는커녕, 지난 몇 년간 발매된 앨범들에 대해서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몇 달 전 한 인터넷 잡지에 실렸던 힐리의 인터뷰는 더욱 놀라웠다. 런던 거리를 차를 타고 달리던 그가 우연히 BBC 라디오에서 트래비스의 음악이 나오는 것에 놀라 “이런, 라디오 원(현재 대중적으로 인기 높은 곡들을 주로 방송하는 인기 채널)이 트래비스를 틀어? 미쳤군. 믿어지지 않아. 와!” 라고 외쳤고, 그 노래가 끝나자 디제이가 “트래비스의 ‘Flowers In The Window’였습니다. 창가의 꽃들. 슬프게도 이제는 시들고 죽어버린 꽃들.”이라고 멘트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정말 웃기지 않냐고 인터뷰어에게 되묻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는 요즘 시쳇말로 표현하자면 한마디로, ‘웃펐다’. 이쯤에서 트래비스의 과거를 조금 돌아보자. 모든 성공한 밴드들이 그랬듯이 유명세란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트래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첫 앨범 [Good Feeling]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데뷔했지만, 전작에 비해
EDIT : 맹선호, PHOTO : Kay
조용하고 감성적이었던 두 번째 앨범 [The Invisible]에 Q 매거진은 별 두 개를 주었고, 한 저널리스트는 “이 앨범은 상업적으론 자살이나 마찬가지예요.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만요.”라고 그들에게 솔직히 고백했다. [The Invisible]이 발매되고 첫 4주간 앨범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리고 밴드 펄프Pulp를 비롯해 놀라운 음악 역사가 수없이 쓰인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페스티벌에서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공연을 하던 트래비스가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를 연주하는 순간 쨍쨍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관객들은 홀딱 젖었고, 밴드는 남은 곡들을 마저 연주하고 무대에서 내려와 예상치 못했던 기상변화에 우울해했다. 그리고 자정쯤 집으로 돌아와 켠 TV에서는 글래스톤베리에 갑자기 비가 쏟아진 사건과 함께 트래비스의 이름이 끝없이 거론되고 있었다. 그렇게 트래비스는 글래스톤베리 역사 중 하나가 되었다. 스코틀랜드 지역에서나 좀 팔릴 줄 알았던 인디 밴드의 두 번째 앨범은 순식간에 음악 차트에 진입했고, TV와 라디오에선 밴드의 음악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앨범 판매량은 무서울 정도로 치솟기 시작했다. 결국, 그 해 Q 매거진은 트래비스에게 베스트 앨범상을 주었고, NME는 밴드의 얼굴을 표지에 실었다. 그렇게 트래비스의 놀라운 시절이 시작되었다. “사실 트래비스가 영국에서 거대했던 시기는 18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대략 2년이죠. 우린 당시의 일들이 그저 벼락을 맞은 것 같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벼락을 맞으면 병원에 실려갈 때까지 무슨 일을 당한 지 모르잖아요. 그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라며 어버버할 뿐이죠. 개인적으로 그 시절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시간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정말 대단한 일이지만, 동시에 감당하기에 너무 큰 일이죠. 물론 밴드로서 크게 성공을 하는 것은 좋죠. 하지만 좋지 않은 점도 꽤 있어요. 대형 스타 밴드로 산다는 건 꽤 스트레스가 크거든요. 그래서 지금 트래비스가 서 있는 이곳에서의 음악적 삶과 개인의 삶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요.” 소년 같은 눈동자를 빛내며 힐리가 과거와 현재의 트래비스를 이야기했다. 옆에서 진지하게 듣고 있던 베이시스트 더기 페인Dougie Payne도 한마디 덧붙였다. “유명세와 성공이란 건 독이 되기도 해요. 그런 것들에 집착하게 되는 환경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건강한 삶이 못 될 테니까요. 물론 그렇게 거대하고 성공한
밴드로서의 인생을 경험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흥미로워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긴 해요. ‘어쩌면 다시 그런 삶으로 뛰어들 일이 생기겠지? 아니면, 그때가 마지막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거나.’ (웃음)” 솔직하면서도 내공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들이 걸어온 길이 새삼 놀라웠다. 밴드가 첫 번째 앨범을 냈던 1997년부터 지금까지 16년이란 시간 동안 꾸준히 앨범을 발매해오고 있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밴드가 해체하고 재결합하는 일이 반복되는 음악계니 말이다. “사실 우리끼리는 수없이 해체했어요. 다행히 아주 심각하진 않았을 뿐이죠. ” 드러머 닐 프림로즈가 말했다. 그가 수영장에서 목이 부러져 죽을 뻔했던 2002년의 끔찍한 사고를 떠올리니 문득 트래비스가 이렇게 우리 곁에서 음악을 계속해오고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인터뷰 내내 조용했던 기타리스트 앤디 던롭Andy Dunlop이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프림로즈의 말을 이었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여전히 함께 만들 음악이 있다는 거예요. 이번에 나올 앨범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트래비스가 컴백할 일이 없었을 테니까요. 새 앨범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해체하지 않고 계속해서 트래비스일 수 있는 이유죠.” 8월 19일 발매될 예정인 7번째 앨범 [Where You Stand] 중 미리 공개한 두 싱글 ‘Where You Stand’와 ‘Another Guy’에서 기존 트래비스의 틀을 깨려는 혁신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딱히 흠을 잡거나 할 정도로 실망스럽지도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변함없는 그들의 음악이 당연하다는 듯 구는 이런 태도는 아마도 최근의 다른 인터뷰에서 힐리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트래비스는 변함없이 ‘착하고 좋은’ 밴드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변함없이 착하고 좋은 것들을 지겨워하기도 하고, 가끔은 심지어 못되게 굴기까지 한다. 하지만 진정한 위로가 필요할 때 우리가 의지하고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존재는 그동안 우리의 시선을 빼앗았던 변화무쌍한 것들이 아니라 변치 않고 따뜻하게 곁에 있어 준 것들이다. 평소엔 잊고 있다가도 필요한 순간 느닷없이 가슴 한구석에서 되살아나 미소 짓게 하는 트래비스의 음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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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무대 아니면 객석 “인생 뭐 있습니까? 전세 아니면 월세죠.”란 최일구 앵커의 말에 김밥 레코드 김 사장님은 말했다. ‘인생은 무대 아니면 객석’이라고. 집거래보다는 공연장이 익숙한 탓에 전세와 월세보다는 무대와 객석의 개념이 한층 피부로 다가왔다. 아무튼 인생이란 건 나름 잘나갈 때가 있는가 하면 못 나갈 때가 있다는 얘기다. 남녀노소, 유명무명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인생 곡선의 가장 높은 부분이나 낮은 부분을 절댓값으로 환산하자면 제각각일 테다. 아무래도 높은 산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을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어떤 곡선보다 흥미롭고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지금 당신이 타고 있는 그 곡선이다. 당신이 지금 있는 곳은 무대인가, 객석인가?
이적의 적 같은 행보를 보며 상념에 젖다
무대
WORDS : 맹선호
WORDS : 강동훈
음악 팬을 넘어서 학창시절 우상으로 여길 만큼 존경했던 가수 이적과 결혼까지 꿈꿔본 나조차도 최근 그의 행보는 상상조차 못 했던
불 꺼진 무대 앞 객석에서 배우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중학생 때,
것이었다. 얼마 전 보게 된 신용카드 광고 속 그는 등에 멘 책가방부터 입은 옷, 몸짓, 그리고 표정까지 모든 게 낯설었다. 바보처럼 웃고
어머니가 연극 초대권을 가지고 오셨다. '품바’라는 독백극이었다.
있는 그 남자가 ‘난 왼손잡이’라고 외치며, 명문대 출신 가수라는 이유만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학습지 광고를 단호하게 거절했다던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구걸로 살아가며
그가 맞나 싶어 고개를 잠시 갸웃했지만, 놀랍게도 정말 이적이었다. ‘나라도 저 정도 규모의 광고는 탐났을 거야’라고 그의 입장에서
느끼는 것을 신세한탄 하듯 관객에게 주절주절 털어놓았다. 방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것은 서른이 넘은 내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는 <방송의 적>이란 케이블
찧는 소리를 성행위에 비교하여 사람을 웃겼던 것도 기억난다. 당시
채널 모큐멘터리Mockumentary를 통해 나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프로그램 속 이적의 모습에 실소를 터뜨리다가도 뭔가 토해내야 할 찝찝한 찌꺼기가 남은 듯한 기분은 어찌할 수 없었다. 같은 PD가 만든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 <음악의 신>을 볼 때는 배를 잡고
‘ 근의 공식 ’ 에도 아랫도리가 빳빳해지던 중학생이었고, 배우는 여자였다. 막의 후반부에 관객 중 한 명을 불렀다. 몇 안 되는 관객
깔깔댔을뿐더러, 신선한 시도라며 극찬까지 하면서 이상민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던 나였다.
중 유독 튀는 까까머리 중학생이 나갔다. 소품이었던 구걸 통을 들고 객석 사이를 돌며 구걸을 하는 것이었다. ‘한 푼 줍쇼.’ 벌겋게
그가 만든 음악으로 인해 한때 그 어떤 친구보다도 그를 가깝게 여겼던 순간도 있었고, 또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매일
달아오른 얼굴로 수줍게 배우 뒤를 쫓던 게 귀여웠던지 구걸 통은
밤 청취하며 가치관적으로도 큰 영향을 받았던 과거를 먼저 고백할 필요가 있겠다. 그 정도로 그의 음악은 뒤통수를 툭 칠 정도로
이내 가득 찼다. 모인 돈의 절반인가를 내게 주고 연극은 끝이
혁신적이었고, 동시에 아직 생각해보지도 못한 감정까지도 끌어내는 특별함이 있었다. 그가 말하는 것들은 전부 고개가 끄덕여졌고
났다. 극장을 나서며 이 돈은 가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다. 이후로 보여준 그의 대외적인 행보 또한 소녀적 망상이 다 사라진 지금까지 그에 대한 존경이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게 할
초대권이었으니까. 다시 돌아갔다. 조명은 이미 꺼져있었다.
정도였다. 그가 썼던 판타지 소설은 한 인간으로부터 이리도 놀라운 재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스포트라이트 하나만 무대를 비추고 있었다. 어두운 객석에 누군가
느끼게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앉아있었다. 청소하려 했는지 비와 쓰레받기가 앞에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배우였다. 조금 전까지 무대 위에서 신명
그렇게 대단해 보였던 그가 이 프로그램에선 자신의 과거를 거들먹거리며, 어린 여자들을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나게 꽹과리를 쳐대는 그녀는 혼이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 허무에 나
가짜 연기란 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이적도 알았지만, 그럼에도 TV를 보다 보면 뭔가 불편했다. 아니, 그냥 재미가 없었다고
역시 젖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옆에 서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를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에 항문 외과 의사로 고정 출연하고,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함께 요란한 슈트를
발견한 그녀는 살짝 당황하며 미소를 지었다. 돈을 돌려주는 내게
맞춰 입고 ‘압구정 날라리’를 부르던 것만으로도 그의 위트를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과거 ‘UFO’나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가져도 되는데…”라며 웃어주었다. 더 이상 배우가 아니었다. 그냥 나와 같은 사람이었다.
대하여’ 같은 노래를 불렀던 그가 어느 순간 ‘달팽이’도 아닌 ‘다행이다’를 부르는 푸근한 아저씨로 굳어지는 게 못내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방송의 적>에서 자기 자신을 비웃는 설정들은 신선하기는커녕 삼성카드 속에서 그가 입은 옷과 짓고 있던
까까머리 중학생이 자라서 30대에 접어들었다. 나는 어디에 있는
표정처럼 어색하기만 했다. 이적은 이상민이 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인정받는 뮤지션의 위치에 올라
것일까. 무대, 아니면 객석. 다 끝난 무대의 청소를 앞둔 것인가?
안정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으며, 행복해 보이는 가정을 이끄는 아빠인 그는 누가 봐도 부족할 것이 없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의
20대의 나는 배우였다. 세상과 인생이라는 무대가 내 것인 마냥
인생에는 이상민만큼 내려놓을 것도 없었고, 행여나 그런 것들이 있다손 치더라도 굳이 내려놓을 필요가 없는 현실을 누구라도 알고
뛰어다녔다. 무대 뒤에서 나를 위해 희생하는 부모님은 잊은 채 모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몇 차례 보았던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이 웃었던 부분은 애석하게도 이상민이 출연한 에피소드였다.
영광과 박수갈채를 독점했다. 그리고 그 무대는 어느덧 끝났다. 불 꺼진 무대를 앞에 두고 객석에 나도 앉았다. 비와 쓰레받기를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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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보았던 인상적인 장면은 고깃집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이적이었다. 모두가 떠나고 빈 그릇만 남은 자리에 장기하를 불러내
두고 있다.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무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무대를
기타를 들고 노래하던 그의 모습은 프로그램 속에선 쓸쓸해 보였지만, 그가 부르던 노래 때문인지 진짜 이적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돌이켜보며 반성과 후회를 하고 있다. 위에서 보이지 않았던 실수와
내가 기억하고 있던 이적의 모습 말이다. 문득 ‘저런 노래가 있었던가?’ 궁금해 검색하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매듭’이란 곡이 실린
잘못은 너무도 뼈저리게 무대 밖의 사람에게 다가온다.
4집 앨범이 2010년에 발매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즈음의 인터뷰를 읽다 보니 이적이 하고 싶다는
연극을 보고 얼마 뒤 다시 그 근처를 지나갔다. 배우는 바뀌지 않았고
음악은 편곡이나 사운드적 기발함보다는 기타 하나 들고 노래해도 좋은 음악이었다. 자연스러운데 지루하지 않고, 울림을 주는
무대는 계속되고 있었다. 내가 돌아간 뒤 그녀는 청소했을 것이다.
음악의 길을 가길 원하고 있었다. 가수 이적에 대해 남부럽지 않게 잘 안다고 생각한 것은 그야말로 과거 이야기였고, 내 착각이었다.
실수를 되새기며.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며. 그리고 또 무대에
그가 변한 것 못지않게 나도 변했다. 과거에 그를 추종했단 이유만으로 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건 정말 바보 같은 일이었다.
올랐겠지. 내가 지금 그래야 하듯이.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 무대와
이러쿵저러쿵할 게 아니라 우선은 4집 앨범과 함께 곧 발매된다는 그의 새 앨범을 듣고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다. 어떤 행보를
객석을 오고 가며, 때론 배우로 때론 관찰자로 계속해서 쉴새 없이
걷든 뮤지션이란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면 되는 것일 테다. 말마따나 무대든 객석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의 현란한
돌아간다. 과거의 흔적은 비로 쓸어 쓰레받기에 담아 버린다. 새로운
행보에 혼란스러워할 게 아니라 그의 새 음악을 듣고 계속해서 그의 음악을 들을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음악이나 가끔 들으며 그를
마음으로 깨끗해진 무대 위에 올라 또 신명 나게 놀아야 한다.
기억 저편으로 넣어둘지 정하면 되는 것일 테다. 어쨌든 이 프로그램을 통한 이적의 시도는 우선 한쪽으로 젖혀두기로 했다. 사실
얼마 전 그녀를 영화에서 봤다. 이제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이적보다 내 시선을 끈 것은 미국에서 온 지루해 보이는 교포 남자애였던 존박의 끔뻑대는 눈알 연기였다. 그리고 그에게 시선을
그때의 중학생이 서른이 넘은 것처럼 시간은 흘렀다. 그녀는
돌리기 시작한 건 나나 모큐멘터리 속 출연자뿐만은 아닐 테다. 이렇게 인생은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이적에게도 새로운 시도를
연극에서 영화로 무대로 옮겼어도 여전히 배우였다. 지금도 촬영이
요구한다. 나에게도 마찬가지고.
끝나면 멍하니 세트장을 바라보고 있을까?
E L E P HA N T - S HO E
사진제공 : Festival Generation
펜스 너머 무대에는 WORDS : 장은석
공연장에는 언제나 펜스가 있다. 이는 무대와 객석을 나누기도
군인 메이드였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그런 내가 별
한 번 넘었다 돌아온 펜스의 높이는 한층 낮아져 있었고, 내가 원할
하지만, 가끔은 누군가의 인생도 나눈다. 펜스의 안은 아티스트의
넷의 참모총장님 방을 청소할 때보다도 더 신경 써서 준비했으니
때면 언제든 펜스 위를 오갈 수 있게 되었다.
공간이고 밖은 관객의 것이다. 하지만 불공평하게도 무대에 서는
그 뮤지션은 국빈급 호사를 누리게 될 터였다. 그 뿌듯함을 안고
아티스트는 객석에 들어오면 환호를 받지만, 객석에 있는 관객이
뮤지션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대기실을 꾸밀 때 필요한
펜스는 공간을 나누고, 때때로 사람의 인생도 나눈다. 그리고 누구나
무대에 들어가면 제재를 받는다. 이렇듯 펜스는 누군가에게는
스낵과 음료, 비품들을 보관하던 2평 남짓한 창고에 짐짝처럼
살다 보면 펜스를 만나게 된다. 물론 펜스 뒤에 특별한 것은 없다고
열려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닫혀있다. 불공평해 보이지만 펜스라는
끼인 채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대기했다. 결국 난 그 뮤지션의
말했지만, 펜스를 넘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뒤에 대단한 것이 있을
것의 용도가 원래 그렇다. 그러다 보니 관객으로 꽤 많은 공연을
대기실에서의 모습은커녕 무대에서의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 그저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이에게 펜스는 대단한 것을 지키고 있을
찾았음에도 펜스 너머는 나에게 조금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각 잡혀 있던 대기실이 조금 흐트러져 있는 모습을 통해 뮤지션이
것만 같아 보여 한없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넘어본
공간이었다. 공연을 보면 볼수록 도대체 저 뒤에서는 어떤 일들이
왔다갔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었다.
사람은 그 너머에 별 게 없음을 알게 되고, 다른 영역에 놓인 펜스를
일어나는지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하지만 관객인 나의 영역은 펜스
만나면 적어도 넘어보고자 하는 시도라도 해본다. 하지만 힘들게
바깥이었다. 펜스를 넘어가려면 아티스트가 되어야만 했다. 이에
허망한 마음으로 대기실을 정리했다. 거의 텅 빈 쓰레기통을 보니
펜스를 넘었음에도 특별한 것이 없다면 굳이 애써 넘을 이유가
잠시 음악을 했던 나는 내가 무대에 서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대기실에서 멍하니 있다가 공연 시간이 되면 공연하고, 공연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물론 맞는 얘기다. 대신 펜스를 넘을 때마다 그
사실을 굉장히 빠르게 알았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아티스트가 될
끝나곤 바로 숙소로 이동했을 뮤지션의 모습이 떠올랐다. 승전
너머의 공간까지도 자신의 영역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이게 무슨
수 없다면 그들 옆에 있는 “STAFF”라고 적힌 검은 후드티를 뒤집어쓴
후 갑판에 술판을 벌이고 거나하게 취해 웃고 떠드는 바이킹을
득인가 싶겠지만, 자신의 영역 위에 돌탑을 쌓아 올리는 것으로
스태프가 되어서라도 펜스를 넘고 싶었다. 이 단순한 이유 하나
기대했건만, 현실은 도서관에 처음 온 수줍은 여고생이었다. 펜스
경쟁한다 생각해 보자. 어떻게 하면 더 높은 탑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때문에 3년을 다닌 회사를 때려치고 공연 일을 시작했다. 바로 이때
너머의 첫 풍경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별일이 없었고, 너무나도
있을까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제일 첫 층의 면적과 돌탑의
펜스가 내 인생을 나누었다.
조용했다. 하지만 공연이 거듭되어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높이는 비례하니 첫 층을 넓힐수록 높은 탑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뮤지션과 직접 대화를 하는 위치가 되어 대기실 안을
그렇다면 펜스를 넘으며 계속해서 영역을 넓힌 이의 돌탑이 높을
포스터 부착, 블로그 홍보, 플라이어 배포 등의 수많은 잡무 끝에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었음에도 대기실에는 별일이 없었다. 정말이지
수밖에 없다. 자신의 탑을 높이 올리고 싶다면 영역을 넓혀야만 하고,
대기실 관리 일을 맡게 되며 처음으로 펜스 너머에 들어섰다. 운
아무 일도 없었다. 3년 동안 공연일을 하며 내린 결론은 펜스너머에
그러기 위해 때로는 내 인생을 나누려 하는 펜스를 넘으려 사력을
좋게도 대기실의 주인은 해외의 유명 뮤지션이었다. 그를 위해 내가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펜스 너머가 달리 보였던
다해야 한다. 펜스 너머에는 특별한 것은 없지만, 펜스를 넘은 사람은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카펫을 깔고 그 위에 소파를 놓고, 옆에는
때는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관객이었을 때뿐이었다. 막상 그
특별해지기 때문이다.
스탠드를 설치하고, 식탁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두고, 과일을
너머에 들어오고 나니 그 안도 밖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허망하고
씻어오고, 이를 깎을 과도와 도마를 준비하고, 음료수 각을 맞춘 다음
실망스러울만한 상황이었다. 이제 다시 펜스를 넘어 돌아올
비싼 그릇에 과자를 예쁘게 담으면 됐다. 평범한 이십 대 남자에게는
시간이었다. 건너편의 모든 것을 보고 난 터라 그 결심이 어렵지는
어색한 일이었지만, 군대에서 장군님 열 분을 한 번에 모시는
않았다. 검은 티셔츠를 벗고 펜스를 넘어 다시 관객이 되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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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E C O R D F A I R
V
침체된 음반 시장의 대안일까, 컬렉터와 셀러의 바람이 접점을 찍은 것일까. 어느덧 국내에서도 레코드 마켓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더니만 날로 성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마켓’이라는 개념 때문에 그저 음반을 팔고 사는 이벤트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러한 행사들은 단지 레코드 거래의 장을 열어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당일 행사를 위한 한정반 제작, 신보 및 특별반 최초 공개, 특별 공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찾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에 얼마 전 성황리에 끝난 두 레코드 마켓에 들른 이들을 찾았다. 닮은 점이라고는 ‘레코드 마켓’이라는 개념 외에는 찾을 수 없는 두 행사의 성격처럼, 각 행사에 들른 이들의 차림새도 그러했다.
EDIT: 지은 / WORD: 지은, 현수 / PHOTO: Kay
자식 같은 앨범을 파는 셀러도, 텅 빈 지갑에 컬렉터도, 모두 울고 만다는 슬픈 전설이 흐르는,
레코드페어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서울레코드페어(이하 레코드페어)가 지난 5월 25일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렸다. 올해는 특별히 행사 하루 전 오프닝 파티가 열리기도 했는데, 압구정 ‘ㅋㅋ’에서 영화 <Last Shop Standing>의 상영과 서울전자음악단, 배장은 트리오 등의 축하공연으로 꾸며졌다. 행사 당일에는 국내외의 레코드 판매 및 김일두, 포브라더스 등의 아티스트의 쇼케이스가 열렸다. 행사장은 수많은 컬렉터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는데 무엇보다 이번 레코드페어의 백미는 본 행사를 위해 특별 제작된 한정반 LP, 이상은의 [공무도하가], 미선이의 [Drifting]과 같이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명반들이었다. 그런가 하면 이이언의 [Guilt-Free]와 브로콜리 너마저의 [1/10]처럼 비교적 최근에 나온 앨범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으며, 이를 손에 넣기 위한 컬렉터들의 긴 행렬을 이른 아침부터 구경할 수 있었다. _ 김현수
RECORD F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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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28/바 파트타이머), 장호원 (30/플래툰쿤스트할레 셰프)
이예리 (29/문구 디자이너)
송재영 (30/드러머), 왕두현 (28/프로듀서)
정수연 (31/교사)
“바에서 일하는 틈틈이 행사를 지켜봤는데, 한정반 500장이 판매되었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왔거든요. 카탈로그에서 보니 조원선 씨의 LP 음반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집에 LP를 재생할 수 있는 기계는 없지만, 소장은 해보고 싶었어요.”
“한정반 음반들을 사러 왔다가 교환 받으러 다시 왔네요. 한정반이 제 손에 들어오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김정미,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Fire의 음반은 놓치지 않아 기뻐요.”
“저흰 오늘 행사에 셀러로 참여했어요. 스튜디오360 레이블에서 나왔고요, 저희 레이블 음반을 위주로 판매했죠. 사람도 많고 분위기도 좋아서 음반도 잘 팔린 것 같아요. 흠이 있다면 조금 덥다는 것 정도일 것 같네요.”
“중학교 학생들에게 사회 과목을 가르쳐요. 최근에 시민 혁명을 공부할 때 학생들에게 콜드플레이Coldplay 노래를 들려줬죠. 오늘 산 음반도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네요”
E L E P HA N T - S HO E
S
R E C O R D P Y E H E O
WEAR THE MUSIC
집에서 구운 CD부터 데모앨범, 재고, 망작, 실험물의 집결지,
레코드폐허 암암리에 4회째를 맞이한 레코드폐허는 6월 23일, 살롱 바다비에서 조용히 막을 올렸다. 행사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D.I.Y 음반 마켓’을 지향하며 데모 앨범, 재고, 테잎, 망작, 실험반을 섭렵해오던 본 행사는 이번 회에서 그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했다. 노컨트롤의 테잎 앨범 [무죄], 트로트 듀오 조와 정의 [슬픈가요], 불교스토너 메탈밴드 420의 [무구정광대다라니봉] 등의 음반을 입고하거나, 망한 밴드 회고전을 열어 해당 밴드의 음반을 판매하는 등의 활동이 그것이었는데, 이는 레코드 폐허만의 실험성을 엿볼 수 있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회기동 단편선의 신보 [처녀], 404의 미니앨범 [4], 텔레비전과 텔레플라이의 신보가 레코드폐허에서 최초 공개되기도 했고, 아티스트가 소장하고 있던 의류와 이펙터를 거래하거나, ‘뇌폭탄주’를 판매하는 등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또한, 유카리, 곽푸른하늘X단편선, 쾅프로그램, 뚜레죽음(나잠 수),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텔레플라이, 씨 없는 수박 김대중 등의 라인업으로 구성된 공연까지 선보여 관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_ 지은
RECORD PYEHEO
정진용 (32/크라이스트퍽 보컬)
이동욱 (22/드러머)
서새롬 (22/공연장 파트타이머)
션 Shawn (34/북 에디터)
“뇌폭탄주라는 칵테일을 만들고 있어요. 레시피를 조금 공개하자면, 컵에 얼음을 깔고, 소주를 붓고 맥주를 붓고, 사이다를 붓고, 마지막에 진로 포도주로 마무리를 해줘요. 끝내주죠?”
“오늘 공연에 참여하게 되어 오게 되었어요. 저희 무대를 제외하고는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과 쾅프로그램의 무대가 기대돼요.”
“낮부터 맥주를 한잔했더니 취기가 올라오네요. 딱히 사고 싶은 게 있어서라기보다는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놀러 왔어요.”
“출판사에서 영어 교재를 만들어요. 국내 밴드들이 해외 투어를 할 때 돕기도 하고요. 최근 영국에서 아폴로18과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갤럭시익스프레스가 투어할 때 함께 했었죠. 오늘 레코드폐허는 분명 즐거운 행사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행사를 열지 않더라도 평소에도 이런 음반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남는 게 사실이네요.”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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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 : 장은석
THE WORLD IS CHANGING 16
E L E P HA N T - S HO E
FEMI KUTI
Directed by: No-Domain Production: MMI Creative Executive Producer: Nicolas Bénac Art & Editing: No-Domain Graphics & Color Grading: Ana Gale Project Coordinator: Juan Gélas Creative Direction: Nicolas Bénac, Juan Gélas & No-Domain. Lagos Footage: Sunkanmi Ajao & Sunday Essien Record label: Naïve
페미 쿠티 Femi Kuti 월드 뮤직에 관심이 있는 이에게 아프로비트Afrobeat는 낯선 음악 장르가 아니다. 재즈Jazz, 하이라이프High Life, 펑크Funk 스타일에 아프리카 토속리듬을 더한 이 음악은 음악 자체는 굉장히 흥겨운 반면에, 가사는 정치적인 색채가 굉장히 강하다. 페미 쿠티는 이 아프로비트의 창시자인 펠라 쿠티Fela Kuti의 맏아들이다. 정치운동가였던 할머니에, 다양한 사회적 발언이 가득한 음악으로 수감생활을 했던 아버지 등의 영향으로 그의 음악도 다분히 정치적인 색이 강하다. 그는 주로 아프리카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에이즈와 빈곤 등의 주제를 가지고 음악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음악은 미래의 무기”라고 말한 펠라 쿠티의 의지의 전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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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EDIT : 지은, PHOTOS : 지감독
vol.6 작가의 방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방의 모습이 몇 개 있다. 영화감독의 방, 셰프의 방, 밸리 댄서의 방, 그리고 작가의 방이었다. 각각의 방마다 내가 보고 싶던 전경은 다르겠지만, 이 중 가장 궁금했던 건 언제나 ‘작가의 방’이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글을 쓰는 이의 방에 필연적으로 놓여 있을 커다란 책장, 그리고 거기에 꽂힌 책들의 모음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저변을 가늠할 수 없는 범주의 책으로 채워진 책장을 가진 작가의 이름이 떠올랐다.
책 만드는 소설가 한유주 (30/ 작가)
한유주는 글을 쓴다. 그것도 매우 실험적인 글을 쓴다. 달의 뒷면에 대한 소설을 시처럼 써내려가기도 하고, 동작 하나를 포착해 몇 페이지의 서사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한유주가 ‘한유주’일수 있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한유주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한다’. 플레이 모빌의 사진을 찍어 만화를 연재하기도 하고, 묵묵히 베이스를 연주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이미 수많은 책이 그녀를 거쳐 번역되었다. 그러더니 얼마 전부터는 혼자서 ‘출판’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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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어릴 때 인형을 못 갖고 놀아서 그런지. 제가 돈을 벌게 되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니까 한때 미친듯이 플레이 모빌을 사 모았죠. 그래서 사진 찍고 혼자 만화 만들어가며 블로그에서 갖고 놀았는데, 그걸 시작으로 문학 웹진에서 연재까지 하게 되었죠. 책으로도 엮으려고 했었는데 그 와중에 그 매체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그냥 흐지부지되었죠. 울리포 프레스에서 다시 내보면 어떻겠느냐고도 하는데, 이제 와서 책까지 내려고 하면 안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제가 어렸을 때니까요.“
그만큼 애정이 있겠어요. 네. 저는 집, 제 방을 좋아해요. 특히 이곳에서 보내는 새벽 시간을 좋아해요. 저는 해가 져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이어서요. 작업도 대부분 그 시간에 하고요. 그때의 이 방의 모습이 궁금해지네요. 그냥 좀 더 차분해진달까요. 낮에도 어수선한 편은 아닌 곳이지만, 밤이 되면 아무래도 좀 더 조용해지는 것 같아요. 상수동 중에서도 제가 사는 이쪽은 딱 주택가라서요. 저쪽엔 카페가 좀 많아도요. 그럼 이곳에서 가장 아끼는 게 있다면요. 다 아끼죠. 집에 물건을 많이 두지 않으려는 편인데도 잡동사니가 많아요. 누가 준 인형, 내가 맥도널드에서 억지로 모은 해피밀 피규어. 가산을 탕진하게 하는 플레이 모빌, 언제부터인가 하나둘씩 모으게 된 향수들, 그리고 책. 저 책들 보면 요새는 그냥 다 내다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어요. (웃음) 아니, 왜 그런 말을? 저 책장의 꽂혀있는 책더미가 저로서는 줄이고 줄인 거거든요. 그런데도 저렇게 많아요.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면 다들 책 때문에 죽으려고 하더라고요. 저주스럽다면서. (웃음)
뭘 하던 중이었나요. 번역을 하고 있었어요. 요즘 제프 다이어Jeff Dyer의 책을 번역하고 있거든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직접 출판도 하잖아요. 출판사 이름이 ‘ 울리포 프레스’던가요? 맞아요. 안 그래도 거기서 곧 만화책 한 권이 나와요. ‘겸디갹’이라는 친구의 작품으로요. 보통 그림이 좋으면 스토리 텔링이 안되거나 스토리가 좋으면 그림이 잘 안 어울리거나,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 친구는 좀 묘한 스토리 구조를 갖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이걸 책으로 엮으면 의미가 있겠다 싶더라고요. 울리포 프레스는 완전히 독립출판도 아니고, 완전히 문학 출판사도 아닌 위치에 있잖아요. 그래서 재미있는 기획들을 제한 없이 할 수 있어요. 만화책도 그런 기획 중 하나죠. 울리포 프레스의 첫 책 <뽈바지>는 재판에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악기 연습이라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 안 해요. 안 해요. (웃음) 기형도 20주년 공연 때 한 번 섰던 게 파장이 크네요. 성기완 선배가 시인 황병승 씨와 둘이서 밴드를 하나 하는데 잠깐 와서 뭘 해달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냥 하라는 대로 베이스 친 게 다인데 그게 너무 커진 것 같아요. 딱 한 번 했는데 말이에요. 그 이후로는 함께 공연한 적이 없나요? 그렇죠. 계속할 생각이 있었으면 제가 연습이라도 열심히 했을 텐데 아니었거든요. 듣는 건 좋아해도, 꾸준하게 하게는 안되고요. 되게 짜증도 나요. 못하니까. 그때도 성기완 선배한테 많이 혼났어요. 못한다고. (웃음) 그래도 눈여겨 봐왔으니 함께하자고 하셨겠죠. 성기완 선배가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내가 너를 쓰는 이유는 키가 커서 베이스를 메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요. (웃음) 제가 키가 174 정도 되거든요. 보통은 여자들이 베이스를 못 멘 데요. 커서. 번역 일을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그냥 이것저것 의뢰받는 대로 하는 편이에요. 번역 일을 하며 경제적인 도움도 받지만, 나름의 재미도 느끼고 있어요. 이를테면, 얼마 전엔 재즈와 관련된 책을 번역한 게 하나 있는데, 그거 하면서 재즈를 좀 많이 듣게 되었어요. 그런 식의 재미가 있는 거죠.
The Room compilation vol.5 “작업을 할 때는 음악을 듣지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음악을 찾게 되는데, 그럴 때 듣는 곡들을 골랐어요. 왜인지는
주로 어떤 곡들이었는데요? 그 책에 찰리 파커Charlie Parker, 레스터 영Lester Young을 비롯해서 한 일곱 명 정도가 등장해요. 그들의 음악을 하나씩 듣고 그랬었죠. 대부분 집에서 작업할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거의 집에 있죠. 잠깐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오거나, 커피 한 잔 마시러 갈 때를 제외하고는요. 제가 집을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고요.
모르겠지만, 이 곡들을 들으면 작업이 잘되는 기분이 들죠.” ● ● ● ● ●
Neil Young - Like a Hurricane Arcade Fire - My Body is a Cage Pixies - Hey Lali Puna - Lowdown New Order - 1963
특히 이 방의 채광이 무척 좋네요. 그렇죠. 그래서 이 집을 구하기가 되게 어려웠어요. 이전에는 할머니랑 살고 있어서 살림살이들이 좀 큰 편이었거든요.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세간을 줄여 조금 작은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집’ 같은 집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 동네 가격은 가격대로 그동안 너무 비싸진데 반해 시설은 “이게 집인가?” 싶을 정도로 열악했고요. 한 삼십 군데 정도 보다가 마지막으로 본 집이 이 집이었죠.
김태용 작가와 작업했던 책이었는데, 오백 부 냈던 게 다 팔리긴 했어요. 그런데도 적자가 백만 원이 나더라고요. 울리포 프레스가 완전한 형태의 1인 출판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혼자 출판을 하는 터라, 필요한 비용은 번역해서 번 제 돈으로 메꾸고 있거든요. 원래 목표는 일 년에 한두 권 정도의 책을 출간하는 거였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은 일 년에 한 권이라도 냈으면 좋겠다 싶죠. (웃음)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은 아니라지만 이렇게 적자가 계속 나면 유지하는 데 힘들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다음 책은 좀, 제가 생활비를 갖다 붓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으면 좋겠어요. 출판이라는 게 참 힘들죠.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지만 첫 책을 내보고 나서 느낀 게 많긴 해요. 전 오백 부 정도밖에 책을 안 찍었고, 부대비용을 많이 절약하면서 낸 거거든요. 그런데도 적자를 봤는데, 다른 출판사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 건가 싶어요. 특히 문학 출판사들요. 문학은 전혀 안 팔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문학을 전문으로 출판하면 도대체 그 출판사는 어떻게 굴러가나 싶더라고요. 요즈음의 현실에서 ‘출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남 걱정을 해줄 처지는 아니지만 좀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되려 쉽게 생각해버리자고 마음먹은 부분도 있고요. 그냥 다른 출판사에서 못하는 것들을 해보려고 해요. 볼륨이 너무 작거나, 정말로 시장성이 없거나, 이런 책도 오백 부 정도 찍으면 어떻게든 딱 오백 부는 나가더라고요. 그냥 좋은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싶었죠. 솔직히 제가 딴 걸 하고 놀아도 어찌하다 보면 백 만원을 쓸 것 아니에요. 정말 순식간에요. 의미도 없이. 그럼 그 돈을 그런 거 안 하고 책을 만드는데 쓰면 괜찮은 거 아닌가 싶어요. 긍정적이네요. 첫 책 <뽈바지> 가 울리포 프레스의 그런 성격을 잘 드러내 주었다고 생각해요. 소설가 김태용이 프랑스식 가명으로 쓴 시집이었거든요. 시도 훌륭했고요. 그렇지만 다른 출판사에서는 못하는 일이잖아요. 그런 걸 하고 싶어요. 다만 돈과 시간과 사람이 너무 부족할 뿐이죠. (웃음) 그럼 작가 한유주의 글은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곧 나와요. 제목은 <불가능한 동화>고요. 그 외에도 항상 뭔가 일을 하고 있을 거에요.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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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EL
safari
저노동 고효율 언더그라운드 음악 탐험기
EDIT: 맹선호 / WORDS : 손은지
지하의 익스페리멘탈 음악을 댄스 플로어와 페스티벌의 장으로 끌어올린 인디 레이블 사운드/그래픽 아티스트 빌 쿨리가스Bill Kouligas가 창립한 판 레코드(PAN 또는 Pan Act라고도 불린다)는 현재 런던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하는 익스페리멘탈 일렉트로닉 음악 레이블이다. 2008년 베를린에서 처음 만들어진 판 레코드가 본격적으로 언더그라운드 음악 팬 사이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작년부터다. 지난 <레이블 사파리>를 통해 라이즈L.I.E.S 레코드를 소개하며 작년 유수의 언더그라운드 잡지들이 2012년 ‘올해의 레코드 레이블’ 중 하나로 라이즈 레코드를 선정했다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 그때 라이즈와 함께 각종 레이블 순위 상위권에 나란히 올랐던 또 하나의 레이블이 바로 판 레코드다.
탐험의 시작 개인적으로 판 레코드는 가장 소개하고 싶은 레이블이면서 또 소개가 망설여졌던 레이블이다. 그 이유는 판 레코드의 음악적 성향 때문이었는데, 판 레코드가 ‘익스페리멘탈 ’ 이라는 말 외의 다른 수식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소위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들을 주로 발매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음악은 익스페리멘탈, 아방가르드, 노이즈, 구상 음악(musique concrete) 따위에 익숙하지 않은 음악 팬에게는 어려운 음악으로 여겨질 수 있을뿐더러, 심하면 ‘과연 음악이란 무엇인가’란 근원적 고민까지 하게 만든다. 명백히 그들은 대중음악 시장의 테두리 밖에 존재하며, 소속 뮤지션과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그 팬들 역시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존재 자체와 그들이 이루어낸
추천 음악
For
클럽 댄스 음악 마니아
일본 프로듀서 코우헤이 마츠나가 Kouhei Matsunaga는
NHK'Koyxeи - 101
NHK’Koyxen라는 이름으로
제목부터 ‘댄스’인 [Dance Classics Vol. I (2012)], [Dance Classics Vol. II (2012)] 두 장의 시리즈 앨범을 판 레코드를 통해 발매했다. 이 앨범들은 판 레코드의 음반 중
작지만 큰 성공은 주목해 볼 가치가 있다. 그리고 틀림없이 국내 음악 팬 중에도 일반 대중음악 시장에선 자신을
상대적으로 듣기 편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위한 음악을 찾을 수 없었던 사람, 또는 새로운 음악 세계에 대한 경험에 목말라 있는 음악 팬이 있을 것이라는
들려주고 있으므로 판 레이블 초심자와 일반
생각에 용기를 내어 소개해본다.
테크노, 하우스 팬들에게도 추천한다. 또한,
Heatsick - Ctait Un Rendez Vous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이용해 미니멀 비트의
2012년, 판 레코드가 상대적으로 폭넓은 계층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들이 클럽 음악이라 일컬어지는 댄스 음악에 보다 관심을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년 판 레코드에서 발매한
힛식Heatsick의
[Déviation
디스코 하우스를 들려주는 스티븐 워윅Steven Warwick의
원맨 프로젝트 힛식의 [Intersex
EP], 리 갬블Lee Gamble의 [Dutch Tvashar Plumes] 그리고 NHK’Koyxen의 [Dance Classics Vol. I], [Dance
(2011)]와 [Déviation EP (2012)] 역시 듣고
Classics Vol. II] 등의 앨범은 익스페리멘탈하면서도 댄스 클럽에도 충분히 어울릴만한 음악적 성향 또한
있자면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있는 당신을
띠고 있다. 이에 대해 레이블의 보스 빌 쿨리가스는 이것이 의도된 것은 아니며, 그저 익스페리멘탈 음악의 한
발견하게 될 것이니 즐겁게 감상해 볼 것.
접근 방식으로서 댄스 음악의 요소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여전히 익스페리멘탈 음악 레이블로서의 정체성을 고수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었다. 어쨌든 이러한 새로운 음악적 시도 덕분에 런던, 베를린 등 유럽 각지의 클럽에서 판 레이블의 음악이 보다 많이 플레이 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최근까지도 판 레코드는 모하마드Mohammad, 자 모프Jar Moff, 존 비제John Wiese 등과 같은 ‘익스페리멘탈 노이즈 음악’에 가장 치중하고 있지만, 위에 언급한 앨범들은 실험적인 재미와 함께 익스페리멘탈 초심자들도 충분히 발가락과 목을 까닥거리며 들을 수 있는 댄스 비트를 제공하니 익스페리멘탈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 없이 편안하게 한번 들어보길 권한다.
For
아방가르드 노이즈 러버
Jar Moff - Tziaitzomanasou
아무래도 판 레코드를 본격적으로 알기 위해선 역시 제대로 된 익스페리멘탈 노이즈 음반을 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독일의 익스페리메탈 아티스트 자 모프의 새로운 노이즈 콜라주 EP
판 레코드의 성공은 이러한 음악적 변화 외에도 다른 익스페리멘탈 음악 레이블에 비해 레이블 관련 행사를 활발히 벌인 덕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판은 소속 뮤지션의 라이브 쇼와 클럽 디제이 행사 외에도 레이블 전체의 이름을 걸고 하는 레이블 쇼케이스 행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열어오고 있다. 지난 2012년 1월, 런던의 언더그라운드 공연장 카페 오토Café OTO에서 이틀간의 Pan Act 페스티벌(이틀 모두 매진되었다)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데 이어, 작년 10월에는 폴란드의 대표적인 언더그라운드 음악 페스티벌 언사운드Unsound에서 사흘
[Commercial Mouth]가 올해 초 판을 통해 발매되었으니 당신이 아방가르드 노이즈 음악 팬이라면 도전해 보자. 즉흥 재즈 스타일의 노이즈 음악에 관심있다면 청자를 다채로운
Andre Vida - A Delicate Situation
‘자유 음악’의 세계로 인도해주는 헝가리 출신 익스페리멘탈 색소포니스트 안드레 비다Andre
동안 레이블 특별 무대를 가지기도 했으며, 올해 1월에는 베를린의 아트, 뮤직 페스티벌인 CTM 페스티벌에서
Vida의 3CD 컴필레이션 앨범 [Brud: Volumes
레이블 최대 규모의 쇼케이스 행사를 벌였다. 그리고 이제 유럽 대륙을 넘어 언더그라운드 음악, 예술의
I-III (1995-2011)] 또한 강력 추천한다.
본고장인 뉴욕에서 6월 14일부터 29일까지 2주동안 다양한 퍼포먼스와 설치 예술 이벤트가 이어지는 아트, 뮤직 페스티벌을 ‘Pan Act’란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으니, 그들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판 레이블의 적극적인 이벤트 프로모션은 지하에만 존재하던 익스페리멘탈 음악을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대중에게 소개하고 들려주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으며, 또 그 숫자는 많지 않더라도 다양한 취향을 가진 음악 팬에게 획일적이지 않은 대안 문화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혹시나 유럽 여행 중 운 좋게 판 레코드의 이벤트 일정을 발견하게 된다면 놓치지 말고 새로운 음악과 예술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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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링크 www.pan-act.com
/ panact
@ bill_kouligas
soundcloud.com/pan_recs
EDIT: 장은석 / PHOTOS: Kay
엘리펀트슈와 오넬컴퍼니가 함께 만든 웨어 더 뮤직Wear the Music
공연에 이디오테잎IDIOTAPE, 이승환, 피터팬
컴플렉스PETERPAN COMPLEX가 함께 했다. 1,000석 규모의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6월 22일, 23일 양일 모두 객석을 가득 채웠다. 이번 공연의 콘셉트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었다. 이에 이디오테잎은 새로운 VJ, 조명감독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였다. 그 결과 이디오테잎이 그동안 해온 무대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collaboration no.1 IDIOTAPE collaboration : objectif collaboration no.2 LEE SEUNG HWAN + PETERPAN COMPLEX
무대를 만들었고, 새로운 영상과 조명의 조합을 만들었다. 게다가 이 공연에서 2집에 들어갈 신곡을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이 신곡을 테이프에 담아 관객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또한, 피터팬 컴플렉스는 이승환의 노래를 편곡하여 무대에서 부르는 등 다양한 기획 요소를 담아낸 공연이었다. 웨어 더 뮤직은 올해 하반기, 또 다른 콘셉트로 4회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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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IOTAPE collaboration : objectif 이디오테잎의 공연은 이디오테잎, 영상, 조명 이 셋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조명장비와 LED가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세팅 시간은 공연 당일뿐이었기 때문에 장비반입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모여야만 했다. 그런데 운 없게도 공연장 근처가 공사 중인 바람에 트럭이 장비 반입구로 들어올 수가 없었고 시간은 계속 지체됐다. 안 그래도 모자랐던 시간이 지연되니 현장 분위기가 점점 긴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예상시간보다 거의 한 시간 늦게 리허설이 시작되었지만, 다행히도 공연은 정시에 시작되었다. 무대를 가리고 있던 흰 천이 떨어지며 이디오테잎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객석의 분위기도 곧바로 그들의 텐션을 따라잡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1부가 끝났고, 5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 재생된 후 바로 2부가 시작되었다. 2부에서 이디오테잎은 커버곡을 연주했는데, 그들의 팬이라면 익숙할 블러Blur의 ‘song2’부터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거쳐 산울림의 ‘개구쟁이’와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의 ‘Sabotage’에 다다를 때쯤에는 공연장이 관객의 열기가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디오테잎을 대표하는 ‘even floor’가 연주되자 공연은 하이라이트에 이르렀다. 멘트 하나 없이, 잠시의 휴식도 없이 진행된 100분의 공연은 두 번째 신곡을 들려주며 끝났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1,000명 관객의 기분을 하나하나 알 수는 없었지만, 공연 후 대기실에서 만난 이디오테잎은 여태까지의 공연 중 최고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며 대기실에서만 근 2시간을 자축하며 즐거워했다. 마침 그날이 이디오테잎 디구루의 생일이었다고 하니, 아마도 잊지 못할 생일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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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 피터팬 컴플렉스 아침 일찍 공연장에 도착했다. 공연장은 텅 비어있었지만, 아직도 어젯밤 공연의 열기는 남아있었다. 다시 어제처럼 관객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로 이 공간이 가득 차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빨리 공연이 시작되기를 바랐다. 특별한 무대장치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날과 비교하면 세팅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오후 한 시가 조금 넘었을 때쯤에는 준비를 마쳤고 2시부터는 피터팬 컴플렉스의 리허설이 시작됐다. 여섯 시 정각에 관객이 입장을 시작했고, 여섯 시 반에는 게스트 휴 키이쓰Hugh Keice의 공연이 시작됐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휴 키이쓰와 엘리펀트슈는 인연이 깊다. 영국 투어 기사를 싣기도 했고, 바다비에서 진행되는 릴리즈 파티에도, 상상마당에 열렸던 비욘드 라이브에도 함께 했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입국일을 앞당긴 바람에 한국에서 풀 밴드로 연습할 시간이 없어 혼자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기타 소리에 더해진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공연장이 가득 채워졌다. 바로 피터팬 컴플렉스의 공연이 시작됐다. 그들은 이번 공연의 주제인 콜라보레이션에 맞춰 여러 뮤지션의 노래를 그들의 스타일로 편곡하여 불렀다. <탑밴드>를 통해 이미 유명해진 곡들 뿐만 아니라 최근 출연 중인 <밴드의 시대>에서 커버한 ‘해변으로 가요’도 들을 수 있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피터팬 컴플렉스가 이승환의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를 불렀을 때였다. 피터팬 컴플렉스 스타일로 재구성된 이 노래는 이승환의 팬과 피터팬 컴플렉스의 팬 모두를 만족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곧이어 무대에 오른 이승환은 역시 ‘이승환’이었다. 공연을 앞두고 컨디션 관리를 위해 외출도 자제한다는 그의 힘이 압도적으로 드러났다. 예상과는 달리 공연의 서두 부분은 발라드곡들로 채워졌다. 공연 중 어느 순간 그의 록 넘버들이 연주되며 끝까지 강렬한 무대가 계속되었다. 물론 앙코르 무대에서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과 ‘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 같은 곡들을 부르며 관객들에게 친근하고도 아름다운 그의 곡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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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PHANT - S H O E RELEASE P A R T Y
엘리펀트슈의 릴리즈 파티는 매달 첫째 주 일요일에 열립니다. 릴리즈 파티에서는 해당 달의 엘리펀트슈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리이자, 인디펜던트 뮤직 신의 뮤지션과 공연장의 공정한 이윤 추구를 지지하는 엘리펀트슈는 공연의 수익금을 살롱 바다비와 아티스트에게 1:1로 전액 환원합니다.
6월의 릴리즈 파티 : 미안하지만...이건 곧 매진될 거야. EDIT: 지은 / WORDS : 김현수 / PHOTOS : Kay
HEALTHY MUSIC IND
이달도 무사히, 엘리펀트슈가 발간되었음을 자축하고자 만든 공연입니다.
독특한 공연 부제로 각종 SNS에서 소소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엘리펀트슈 6월호의 릴리즈 파티. 실제로 공연은 티켓 오픈과 함께 금세 매진되었고, 공연 당일 바다비에는 수많은 관객이 입추의 여지 없이 들이찼다. 정시가 되자 최근 순항 중인 얄개들의 무대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얄개들은 ‘무허가 오두막 ’, ‘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 ‘ 눈알에 눈물’과 같은 인기곡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공연장의 수많은 여성 팬들을 ‘얄얄’거리게 만들었고, 그다음 순서를 장식한 밴드 위댄스는
9와 숫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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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 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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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램폴린 /
위 댄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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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STRY
SAVE THE MUSICIANS
무아지경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바다비를 춤판으로 물들였다. 공연 후반부에서 위보(참고로 위보는 위댄스 보컬의 약자이다)는 ‘또 놀자’를 부르며 오는 길에 사왔다는 오렌지를 관객들에게 나눠주는 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이 뜨거운 분위기를 이어받은 트램폴린은 공연의 주된 레퍼토리인 ‘1995’, ‘Bike’, ‘Little Animal’, ‘Anthropology’와 같은 트랙들을 연주했고 관객들은 일렁이는 리듬에 몸을 맡기며 공연을 즐겼다.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 밴드 9와 숫자들은 1집과 2집의 수록곡들을 고르게 선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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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을 만족하게 했다. 마지막 곡을 앞두고 리더 송재경은 과거 기타리스트 유정목과 함께 춥고 배고프던 시절 바다비에 기거했던 일화를 들려주며 가슴 뭉클한 순간을 자아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9와 숫자들은 로큰롤 트랙 ‘북극성’을 들려주었고, 그렇게 6월의 릴리즈 파티도 막을 내렸다.
오작교를 건너는 칠석의 밤 ELEPHANT-SHOE TABLOID RELEASE PARTY
2013-07-07 pm6:30 salon Badabie 15,000won
그러나 진짜 칠석이 아니라는게 함정
더 루스터스 위아더나잇 적적해서 그런지 청년들
무더위와 함께 여름의 또 다른 불청객은 TV를 타고 넘어오는 사다코가 아닌 열대야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 부엌에서 물을 마셔 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양을 세어 보기도 하지만 이놈의 양들은 또 왜 이리 많은지 아무리 세어 봐도 도무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귓전에서 왱왱대는 모기의
The 존재를 발견하기라도 했다간 그날 밤은 뜬눈으로 지새울 수밖에 없다.Roosters 애꿎은 이불만 걷어차며 불면의 We함께하는 Are the 밤을 지새우는 여러분을 위해 엘리펀트슈가 개성 강한 네 팀의 밴드와 특별한NighT 공연을 준비했다. WORDS : 김현수
+ www.elephant-shoe.net
JuckJuck GRUNZIE The Lads
루스터스 The Roosters 복고 사운드의 신흥 강자
하모니카, 오르간,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는 악기편성에서 알 수 있듯, 루스터스의 음악은 복고 사운드 그 자체이다. 그들의 경쾌한 로큰롤은 듣는 이로 하여금 절로 들썩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엘리펀트슈 2013년 5월호 “Wear The Music” 코너에서 루스터스의 베이스, 남고래의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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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The L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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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사운드 2011년 결성되어 씬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던 청년들은 지난달 첫 EP앨범 [청춘]을 발매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청춘과 낭만에 대한 감상을 꾸미지 않은 투박한 태도로 던지는 청년들만의 개러지한 사운드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위아더나잇 We Are The Night
미안하지만... 이건 곧 매진될꺼야 ELEPHANT-SHOE TABLOID RELEASE PARTY
9와 숫자들 얄개들 트램폴린 위댄스
2013-06-02 pm6:30 salon Badabie 15,000won
9 and the Numbers yalgaedle Trampauline Wedance
+ www.elephant-shoe.net
오빠가 돌아왔다 위아더나잇의 전신 ‘로켓다이어리’에서 선보였던 음악을 기반으로, 더 강렬하고 세련된 사운드로 무장한 이들의 음악은 그 자체로 비장함이 느껴진다. 드라이빙, 클러빙, 댄스 플로어를 사로잡겠다는 그들의 각오가 7월, 엘리펀트슈 릴리즈파티에서는 어떻게 발현될지 기대된다.
적적해서 그런지 JuckJuck Grunzie 정규앨범 발매가 코앞에 2012년 엘리펀트슈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적적해서 그런지는 현재 정규앨범 발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9와 숫자들, 트램폴린, 위댄스, 얄개들
텀블벅에 매진하고 있다. 30만원 이상 예약할 시 원하는 멤버를 하루 동안 빌려준다고 하니 그들의 팬이라면 주목할 것. 참고로 엘리펀트슈 편집장도 텀블벅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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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김태춘
패배자대부흥성회 2013.07.13 7:30PM @ 클럽 오뙤르
직구 블루스 부흥성회에 참석할 것 우리나라에서 블루스는 철저히 소외된 장르였다. ‘홍대 여신’이란 단어가
몰아 다양한 장르의 블루스 뮤지션들의 앨범이 연이어 발매되었으며
진물이 날 정도로 미디어에 범람할 때에도, 젬베 소리와 어쿠스틱 기타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소리가 서교동 골목마다 울려 퍼질 때에도 블루스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대중들에게 블루스란 그저 성인 관광나이트나 캬바레에서 추는
여기 김태춘이라는 뮤지션이 있다. [블루스 더, Blues]의 문제적 트랙
사교댄스의 배경음악일 뿐, 그 어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개’를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지만 사실 부산을 근거지에 둔 밴드 ‘일요일의 패배자들‘에서 왕성한 활동을 선보인 바 있는 잔뼈 굵은
소수만이 차가운 지하 클럽에서 구슬피 기타 줄을 튕겨댈 뿐이었다. 그랬던 블루스가 최근 각광받기 시작했다. 블루스만을 담은 한국 최초의 블루스 컴필레이션 앨범 [블루스 더, Blues]가 발매되었고, 그 기세를
뮤지션이다. 한마디로 말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그런 뮤지션은 아니라는 말이다. 밴드 해체 후 솔로로 전향하여 기존에 발표한 바 있는 데모앨범의 보완작업을 거친 후 2013년 3월, 대망의 1집 앨범 [가축병원블루스]를 발표하게 되는데, 감히 ’올해의 문제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파격을 선사한다. ’니 얼굴은 예쁜 편이야‘, ’악마와
EXPECTED SETLIST
나‘와 같은 트랙에서는 그의 날 선 언어와 풍자적 정서를 엿볼 수 있으며 ’내 사랑은 롯데캐슬 위에‘에서는 그의 태도가 정파보다는 사파에 더 가깝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동료 블루스 뮤지션들이
가축병원블루스
힘을 쫙 빼고 현실의 이야기들을 담담히 기술할 때 김태춘은 커브도
개
슬라이더도 아닌 몸쪽 꽉 찬 직구를 내다 꽂는다.
개들의 세상 내 사랑은 롯데캐슬 위에 니 얼굴은 예쁜 편이야
다가오는 7월, 그의 첫 번째 단독공연 ‘패배자대부흥성회’가 열린다고 한다. 우리 모두 이번 기회에 지난 과오를 모두 내려놓고 김태춘
악마와 나
‘부흥가’님이 전하는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설교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여담으로 이번 공연에서 김태춘은 밴드 논NON의 드러머
일요일의 패배자들
곽원지와 밴드 굴소년단의 키보디스트 박희진과 함께하는 합동 무대를
지옥에서 온 편지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_ WORDS : 김현수
QUINCY JONES
The 80th Celebration Live in Korea 2013.07.25 8PM @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
비싸서 안가겠다고?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퀸시 존스Quincy Jones, 7월 25일 첫 내한공연 개최”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혹시라도 동명의 다른 뮤지션이 있는지 수차례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입력해 보았다. 하지만 퀸시 존스라는 이름을 가진 뮤지션은 단 한명 뿐이었다. 그렇다. 20세기 팝 음악의 거장이자 흑인 음악의 대부, 그리고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전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게 만들어준 최고의 조력자인 바로 그 퀸시 존스가 맞았다. 나는 뉴스 기사 전문을 수없이 정독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퀸시 존스의 한국 방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1년 방한하여 3박 4일간 기자회견 및 방송출연, 국내 음악 산업계 종사자들과의 대담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고 그 해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Montreux Jazz Festival 무대에 신인 밴드 엠플렉스M Plex를 초청하는 등 한국과의 연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최근 SNS에서 타이거 JK, 윤미래, 비지로 이루어진 힙합팀 MFBTY를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단초가 되어 퀸시 존스의 역사적인 첫 번째 내한 공연으로 이어진 것이다. 1993년 미국 시카고 주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시절 트럼페터로 처음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레이 찰스Ray Charles와 함께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으며 라이오넬 햄프턴Lionel Hampton과 함께 투어를 돌기도 하였다. 밴드 활동 이후에는 영화나 텔레비전 음악을 주로 담당하였으며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등의 앨범 프로듀서를 맡으며 승승장구해 나갔다. 그렇지만 대중들에게 퀸시 존스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바로 마이클 잭슨과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Off the Wall], [Thriller], [Bad] 3연작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마이클 잭슨을 20세기 팝의 아이콘으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퀸시 존스는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밥 딜런, 라이오넬 리치 등 당대 최고의 스타와 함께 ‘We Are The World’를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국내 음악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이번 기념비적인 내한공연은 아마 일생 단 한 번뿐인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글을 읽고 있지만 다소 높게 책정된 티켓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이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_ WORDS :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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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E C O M M E N D E D A L B U M S
FLAMING NUTS 크라잉넛 2013.06.07 드럭레코드, 로엔 엔터테인먼트
WORDS : 고양
참 오랜만이다. 사실 신보만 안 냈다 뿐이지, 적지 않은 활동을 펼친 크라잉넛이지만 팬으로서는 우리 형님들(그들에겐 왠지 “형님!”이라고 부르고 싶은 그 무언가가 있다) 앨범이 언제 나올까, 애가 탔던 것이 사실이었다. 어릴 적, 내가 느꼈던 펑크란 그저 기존 세대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에 대한 치기 어린 반항의 응집체로, 그리고 그런 사회에 대한 반항을 즐기는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슬램을 하며 그 반항을 온몸으로 표출했던 젊음의 도구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치기 어린 소년들도 나이를 먹었다. 세상을 향한 불만을 고래고래 소리치던 그들이 이제는 생활의 고민에 대한 메시지를 담기 시작한 것 같다. ‘돈 많으면 성공하나’라고 묻던 그들이 이제는 ‘조금은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소위 말하는 ‘꼰대’가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여전히 그들의 가사는 우리 젊은 세대를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꿈을 위해 부딪치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들의 펑크는 예나 지금이나 신이 나고 즐겁다. 한 밴드로, 그것도 ‘인디 씬’에서 오랜 시간 ‘버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존재는 특별하다. 오랫동안 한 밴드를 유지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인디 씬 안에서 계속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도, 인디 음악의 팬들에게도 희망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그들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다. 그러나 ‘크라잉넛’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10대, 그 질풍과도 같던 시기에 날 달래주던 그 음악으로 남아 있다. 소싯적, 노래방에서 ‘말달리자’를 한 번쯤 불러봤다면, 이제 ‘돈이 필요해’를 부를 준비하시라.
KIDS IN LA Kisses 2013.05.14 Cascine
WORDS : 장은석
초콜릿이 아니다. 이번 앨범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키세스Kisses는 LA 출신의 신스팝 듀오이다. 2010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The Heart of the Nightlife]에서는 가벼운 파티 음악이었다면, 이번 두 번째 정규 앨범에서는 무게감을 찾았다. 제씨Jesse와 진지zinzi 둘의 보컬이 모두 미성에 하이톤이다 보니 경쾌한 음악에 잘 어울리긴 했지만 지나치게 가벼워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바뀐 음악 스타일 속에서 둘의 보컬은 더욱 빛난다. 그렇다고 단순히 보컬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At the Pool’처럼 느린 비트 속에서 보컬이 멜로디 라인을 만들어가는 곡은 그 무엇보다도 보컬의 능력이 중요한데, 충분히 그 맛을 살려 노래를 완성했다. 3년 동안의 시간 동안 보컬 부분에 있어서도 성장한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전의 밝고 경쾌한 스타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Funny Heartbeat’나 ‘Adjust Glasses’가 그러한 곡인데, 이는 패션 핏Passion Pit의 음악과 닮아있다. 이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앨범이지만, 이번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곡은 1,2,3번 트랙인 ‘Up All Night’, ‘The Hardest Part’, ‘Huddle’이다. 이 곡들을 연달아 앞에 배치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Up All Night’는 드럼머신으로 만든 비트는 묵직하고 베이스 라인은 타이트한데 반해 보컬은 한없이 나른한데, 이 조합이 묘하게 빠져들게 만든다. 이어지는 ‘The Hardest Part’에서는 엄청나게 매력적인 스네어 사운드를 만들어냈는데, 이로 만들어진 비트는 쉬이 잊히지 않는다. 그 위에 셔플 기타와, 아날로그 신시사이저가 만들어 내는 멜로디는 듣는 이를 달렸다, 걸었다, 다시 달리게 하는 등 듣는 이의 귀를 조련한다. 세 번째 ‘Huddle’에서는 어중간해지기에 십상인 미들템포를 가지고 타이트한 구성을 완성했다. 이들은 이 세 곡을 통해 이들은 현대의 수많은 신스 팝 밴드가 원하는 시크함을 밴드의 색으로 가져왔다. 당분간은 이 앨범 하나면 나 자신의 시크함을 높이는 데 부족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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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MORE LIGHT
청춘
Primal Scream 2013.05.13 Ignition Records
청년들 WORDS : 장은석
최정상에 오른 밴드가 신보를 발매하지는 않은 채 공연 활동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아마도 그들에게 신보란 잘 되어야 본전인데다가, 그 본전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프라이멀 스크림도 그런 팀이라고 생각했다. 1991년 발표한 세 번째 앨범 [Screamadelica]의 ‘Loaded’나 ‘Come Together’로 도약한 후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2008년 [Beautiful Future]를 발표한 이후 5년 동안 신보가 없었기에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런 나에게 신보 소식은 놀라운 일이었는데, 특히 앨범 자켓 사진은 더 놀라웠다. 여태까지 그들의 앨범아트웍은 [Screamadelica]를 빼고는 모두 다 별로였는데, 이번 것은 달랐다. 덕분에 음악까지도 기대하게 되었는데, 초창기의 그루브가 넘치는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놀라울 정도로 트렌디하게 만들어내며 못해도 중박 이상의 앨범을 만들어냈다.
2013.06.05 Mirrorball Music
WORDS : 장은석
스무 살이 갓 되었을 시절 한문으로 [소년]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공연을 하던 기타리스트를 보고는 그 티셔츠가 갖고 싶었다. 실제로 그 티셔츠를 구해 한동안 그 옷을 즐겨 입었다. 그토록 성인이 되고 싶어 했던 내가 막상 성인이 되어서는 소년이 되고 싶어 했다. 이 마음이야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소년이라는 티셔츠를 입기에는 부끄러운 나이가 되었다. 대신에 [청년]이라는 단어에 애착을 갖기 시작했다. 소년과 청년의 경계란 모호하지만, 두 단어 안에 내포된 에너지는 왠지 더 크게 느껴져 더 아끼는 단어가 되었다. 그즈음이었다. 청년들이라는 밴드의 이름을 듣게 되었을 때가. 이름만으로도 그들에게 호감이 생겼었고, 우연히 갖게 된 데모 앨범을 듣고는 관심 리스트에 등록했다. 그들의 이 첫 EP앨범은 소년과 청년의 경계만큼이나 모호한 밝고 경쾌함과 가벼움의 경계를 절묘하게 유지하면서도 젊음의 에너지는 가득 차 있다.
SOUNDHOLIC FESTIVAL 2013 제작일지
자료제공: 사운드홀릭 / EDIT: 맹선호
대표밴드 자우림뿐만 아니라 글렌체크, 몽니, 전기뱀장어 등 홍대를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하며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레이블 사운드홀릭이 10주년을 기념해 사운드홀릭 페스티벌 2013을 홍대 등지에서 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소속 뮤지션뿐만 아니라 노브레인, 이상은, 십센치 등 60여 팀이 7월 한 달간 총출동하는 페스티벌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 지난 3월부터 야심 차게 준비해왔다는 페스티벌을 한발 먼저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에 페스티벌 스태프에게 지금까지의 제작일지를 부탁했다.
2013년 3월 사운드홀릭 페스티벌 2013의 방아쇠가 드디어 당겨졌다.
NO PLACE FOR MY DREAM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왔던 사운드홀릭의 첫 번째 페스티벌이
Femi Kuti
이런저런 아이디어 공유 단계를 넘어 본격적으로 기획회의가
2013.06.25 Knitting Factory
WORDS : 장은석
날이 더워지면 냉면이나 아이스크림처럼 찬 음식을 찾게 되지만, 반대로 삼계탕과 같은 뜨거운 국물 또한 찾게 된다. 마찬가지로 더울 때 찾게 되는 음악 중에서도 이열치열의 음악이 있다. 대체로 더운 나라의 음악들이 이에 해당되는데, 아프로비트 장르 또한 훌륭한 보신 음악이다. 그런 면에서 페미 쿠티의 신보는 적합한 시기에 발표되었다.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가본 적도 없는 아프리카 생각난다. 그렇다고 사바나와 같은 초원은 아니다. 그보다는 허름한 도시에 도착한다. 그곳을 구경하다 폭염에 지쳐 후줄근한 주점으로 들어간다. 그렇다고 딱히 시원하지도 않은 그곳에서 맥주 한 잔을 시키는 딱 그때쯤에 들릴 음악이다. 뙤약볕 아래를 걸을 때 이 음악을 들으면 시원한 듯도 하고 더운 것 같기도 한 묘한 기운이 몸을 휩싼다. 그리고 대체로 시원해졌다.
10주년을 기념하며 그 세팅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작되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여타 록 페스티벌과는 다르게 7월 한 달 내내 홍대에서 페스티벌을 진행하게 되었는가 자문해보았다. 그저 한여름 페스티벌 시즌에 맞춰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추억거리를 선사하고 끝내기 위함은 분명 아니었다. 사운드홀릭이 홍대에 처음 둥지를 틀고 십여 년간 그 명맥을 이어오며 밴드 및 씬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해 왔던 것만큼, 사운드홀릭 페스티벌 2013은 많은 밴드들의 터전이 되어온 홍대 클럽 씬의 의미와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자 기획한 것이다. 이러한 기획의도에 맞게
2013년 5월 5월은 정신없는 한 달이었다. 17, 18일 양일간 열렸던
메인 스테이지는 클럽 사운드홀릭시티로, 서브스테이지는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3 운영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음에도
클럽을 포함, 홍대에서 밴드 공연을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사운드홀릭 페스티벌에서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5월은
장소들로 선정하였고, 라인업 또한 홍대 씬에서 요즘 성장하고
계속되는 출연진 섭외와 티켓 구성, 특별 무대 구성으로 회의에
있는 아티스트들과 더불어 홍대 씬을 기반으로 성장해 후배
회의를 거듭했다. 21일 1차 라인업 공개를 시작으로 30일 최종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아티스트들로 구성하기로 했다.
라인업 공개와 함께 공식 티켓 오픈이 되기까지 모든 일이 쉴 틈 없이 진행되었다. 공식 블로그에서 진행된 각 출연 아티스트별
2013년 4월
아티스트들이 속속 나오는 등 다시 한 번 페스티벌에 대한 뜨거운
기획의도와 콘셉트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출연할 밴드들을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만큼 더욱더 특별하고
선정하는 동시에 사운드홀릭 페스티벌2013을 알리기 위한
알찬 무대와 프로그램으로 관객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디자인 작업도 시작되었다. 4월 15일, 티저 포스터가 공개되었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된 아티스트들도 함께 페스티벌을 일구어
세기말 반동자
나가자는 일환으로 페스티벌 타이틀이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님의 손글씨로 특별하게 제작되었다. 미인은 글씨체마저 예쁜 것인가!
포브라더스 2013.06.19 카바레 사운드
단체관람신청은 오픈 후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마감되는
WORDS : 장은석
로큰롤 사운드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열광케 하는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로큰롤 사운드 자체가 가진 힘이 역으로 밴드만의 색채를 갖게 하는데 방해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로큰롤 밴드로서 두각을 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포브라더스의 첫 정규앨범 [세기말 반동자]는 로큰롤 밴드가 갖는 이러한 핸디캡을 훌륭히 극복한 앨범이다.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로큰롤을 골조로 쓰고 있기는 하지만 외벽을 세울 때에는 로큰롤에 한정 짓지 않음에 있다.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중구난방의 앨범이 될 수도 있었지만 튼튼한 로큰롤 골조가 중심을 제대로 잡아주고 있다. 게다가 8번 트랙 ‘취’의 [넌 좀 더 취해야만해, 이제 그만 깨어날 수 있도록]처럼 멋스러운 가사에, 11번 트랙 ‘다다다’은 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속에서 브릿팝의 정취까지 느껴지니 한 곡, 한 곡마다 즐길 요소가 다분한 앨범이다.
2013년 6월 어느덧 페스티벌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루하루 날짜가
자우림의 합주실에 방문하여 받아 온 김윤아님의 손글씨는 그대로
다가올수록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스태프 사이에서도
티저 포스터에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긴장과 설렘이 넘치는 것이 보인다. 페스티벌 공식 블로그의 일별 아티스트 소개나 사운드홀릭쇼 트위터(@SoundholicSHOW)로 진행하는 아티스트별 추천곡 소개를 진행할 때도 단어 하나하나 고심하게 된다. 오늘은 MC딩동이 페스티벌 소개 영상 촬영을 위해 사무실을 방문할 예정이고, 지금 사무실 한쪽에서는 공연 때 활용할 아티스트 인터뷰 영상 편집이 한창이다. 편집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밤낮없이 작업하는 우리 스태프도 고생이지만, 바쁜 스케줄 속에도 페스티벌 취지에 선뜻 응하며 함께 하기로 한 아티스트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아티스트와 스태프, 그리고 관객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나가는 페스티벌의 서막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가 행복할 7월 한 달, 사운드홀릭 페스티벌 2013, 파이팅!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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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ORIGINAL SOUND NOVEL
앨범 커버에 덧붙이는 단편 소설 EDIT : 장은석 / WORDS : 봄꿀
무정도시 내가 바란 것은, 단 한가지였다. 머리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 언제나 그랬다. 유리한 싸움을 할 때에는 말할 것도 없고, 내가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을지라도, 그래서 바닥을 구르거나 기어야 할 때에도. 내 위가, 장이, 폐가 누군가의 나이프에 깊숙히 찔리게 되더라도 그래서 상처에서 끝도 없이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게 되더라도 머리 모양이 흐트러지는 건 바라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지? 처음에, 그러니까 팔년 전에,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나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그 때 내게 중요했던 것들이 있었다. 지금도 물론 그렇지. 피투성이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멀어지려는 의식을 가까스로 붙잡으며 그녀의 집으로 향할 때도, 나는 남은 손으로 머리 모양을 다듬었다.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비가 그치고, 이 세상 모든 것이 젖어 있던 그 때, 건물의 불이 모두 꺼져있고 어둠이 세상을 온통 조용하게 만든 그 때, 땀과 피로 온 몸이 젖은 채로 여전히 피가 스며나오는 상처를 한손으로 누르며 계단을 하나하나 걸어올라가면서, 아니, 걷는 게 아니라 내 두 발을 억지로 끌어서 움직이게 만들면서도, 나는 때때로 멈춰서 한손으로 머리를 만졌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에요?” 그녀가 나즈막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비명에는 놀라움과 슬픔, 그리고 두려움이 미묘하게 섞여 있었다. 그녀가 나를 부축했다. 책상용 스탠드 하나가 어둠의 한켠에서 작은빛을 겨우 발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실크 슬립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너무 까매서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다. 그녀는 때때로 이 세상과 멀어지고 싶어하는 것처럼 굴었고, 혹은 때때로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것처럼 굴었다. 그 둘 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런 걸 바랐다. 나는 고통 때문에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제발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빌고 빌고 또 빌었다. 그녀는 나를 침대에 눕히려고 했지만 나는 그냥 서 있겠다고 했다.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부엌쪽으로 걸어갔다. 난 내가 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그녀가 한번도 내 얼굴을 바라보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도대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나는 작은 간이 소파에 앉았다. 눈앞이 자꾸 흐려졌다. 잠시 후, 그녀는 부엌에서 나와 거실 입구에 섰다. 나는 그녀의 손에 무언가 들려있는 걸 보았고, 그것이 어쩌면 나이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술 잔 두 개였다. 그녀는 여전히 내 얼굴을 보려 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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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렸다. 내 몫으로 가져 온 술잔은 탁자에 그냥 올려두었다. 어두웠지만 나는
“울고 있어?”
눈동자로 나를 드디어 쳐다봤을 때, 나는 그냥 그녀를 향해 한번, 딱 한번,
그녀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래요, 나는 당신이 죽게 되어서 슬퍼요. 그래서 울어요.”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나는 리볼버를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었다. 잊고 있던
“앰뷸런스 불러야죠.”
그녀가 내뱉듯이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고통이 갑자기 온 몸으로 뚜렷하게, 그리고 급격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그래도 그 말이 나를 좀 기분좋게 해주었다. 나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거기에 주저 앉았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잠시 후 나는
“경찰이 깔렸어.”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전등 스위치를 올렸다. 딸칵,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두 손으로 머리모양을 한번 다듬었다.
통증 때문에 말하는 게 힘들었지만 나는 더듬거리지 않으려고 한글자,
잠자고 있던 모든 것이 갑자기 생생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전등을 켜지
한글자를 또박또박 발음했다.
않는 편이, 어둠 속에 머무는 편이 더 좋을 거라는 사실을 안다. 이렇게 밝은 빛
어둠이 몰려가고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할까? 차가 주차된
“누가, 당신을 이렇게 만든거죠?” 그녀는 자신의 술잔을 단숨에 비운 후 내게
아래에서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쳐다보며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둠
곳까지 걸어가는 게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지만 결국 나는 차에 다다랐다.
물었다.
속에서 하고 싶진 않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릎까지 내려운 그녀의 슬립은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녀의 창이 보였다. 새벽의 희뿌연 어둠 속에서
“글쎄, 누군가 나를 배신했네.”
내 피로 더러워져 있었다. 나는 벽에 기댄 채로 있는 힘을 다해 주머니에서
오로지 빛나고 있는 딱 하나. 그건 너무 안전하고 평화로워보였다. 아마 그
그녀가 내 몫의 술잔도 비웠다. 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었다. 나는 그녀가
리볼버를 꺼낸 후, 총구에 사일런트를 끼웠다. 그녀가 천천히 몸을 돌려 내게
장면을 본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하리라. 차에 몸을 구겨넣었다. 자꾸 잠이
울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온 힘을 다해 그녀의 한쪽 팔을 잡았다.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얼굴은 땀에 젖어 있었고, 창백했다. 나는
쏟아지려고 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상했다. 처음에는 지키고 싶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그녀가 더 이상 다가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총구를 그녀에게 향하게
것이 있어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잃어야 그걸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했다. 그녀가 멈춰섰다. 그녀는 시선을 내 얼굴로 주었지만, 여전히 내 눈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건지 모르게 되었다. 그게,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지키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고 있어?”
피하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총구와, 내 머리 위쪽, 그래, 내 머리모양을 번갈아
싶었던 것이 뭐였지? 핸드폰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잠시 졸음에 나를 맡기기로
“그래요, 나도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잖아요.”
바라보는 것 같았다.
했다.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죽어도 슬퍼할 사람이 이제는 한 명도
“나를 좀 일으켜 주겠어?” 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덫에 걸린 작은
“당신 머리가 헝클어졌어요.”
남아있지 않으니까, 나는 당분간 죽지 않을 것이다.
짐승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스스로 일어서는 수 밖에 없었다.
“알아.”
“내가 죽게 돼서 슬퍼?” 나는 비틀거리며 그녀를 지나쳐 벽쪽으로 걸어가면서
“나는 좋은 사람이에요.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물었다.
“알아.”
“그래요, 당신이 죽게 돼서 슬퍼요.”
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내 눈을 들여다봤을 때, 슬픔과 두려움이 뒤섞인
E L E P HA N T - S HO E
Keane - Silenced by the Night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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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뉴욕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루 리드가 7월 1일 심각한
뮤지션 여러분 본인의 음악을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탈수현상으로 병원으로 호송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다행히도
프로필과 사진,음원 링크 (youtube /sound cloud등 웹상의 스트리밍)를 espromote@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다음날 바로 퇴원했다는 소식이 그 뒤를 이었는데요. 올해 71세의 루 리드가 몇달 전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하네요. 다행히 수술 결과가
+ WHERE YOU CAN GET ELEPHANT-SHOE TABLOID
좋아 최근 칸 국제 광고제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고 하고요. 거기에서 루 리드는 사람들에게 “비타민 먹는 걸 잊지 말라”는 말을
배포처 요청/수정 문의 info@elephant-shoe.net
남겼다는군요. 앞으로도 건강히 만수무강하세요! Café aA 02-3143-7312
CAFÉ PROJECT A. 02-3142-9883
TAILOR COFFEE STORE 02-335-0355
Café SUKARA 02-334-5919
CAFÉ RONIN
The Blessing 02-334-1545
FRED PERRY 롯데백화점 본점 02-772-3675
café stay in 02-336-7757
The café house 쩜쩜 02-322-5580
FRED PERRY 롯데백화점 잠실점 02-2143-7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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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CAFÉ
무대에서 떨어진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공연이 끝나고 응금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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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싸롱 02-337-9373
들렸다고 하네요. 다행히도 무사히 공연을 마무리하고 바로 다음날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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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의 공연도 잘 치러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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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보니 관객들이 전부 당황한 현장의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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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심각했는지 느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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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 역시 언제나처럼 뜨거웠죠. 데이빗 보위와 다프트 펑크가 출연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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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잉을 했다고 하네요. 얼마 전 새 앨범을 냈던 비디아이 역시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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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아침 11시 시크릿 게스트로 무대에 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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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디스코가 주최하고, 밴드 명과 같은 이니셜로 불리는 SOD 페스티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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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퀸을 시작으로 술탄 오브 더 다프트 펑크 같은 충격적인 라인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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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로 발표한 이 페스티벌은 술탄 오브 더 본 조비에 이어 결국 술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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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 더 라디오헤드로 그 충격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제는 듣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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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근 아 이 슬 란 드 까 지 진 출 한 AT P 페 스 티 벌 아 이 슬 란 드 의 헤드라이너였던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시즈의 닉 케이브가 공연 중
하네요. 무대에서 떨어지는 순간을 그대로 담은 공연
올해도 어김없이 6월 마지막 주는 영국에서 열린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소식으로 가득했습니다. 롤링 스톤즈를 비롯한 초대형 헤드라이너도
아톰스 포 피스의 멤버 나이젤 고드리치와 함께 이틀 연속 새벽마다 깜짝
불렀음에도 많은 관객이 실망했다는 소식 또한 들려오는군요.
곡이 되어버린 ‘Creep’을 공연한다는 설명을 포스터에 새겨놓은 SOD 페스티벌, 그 이름만큼이나 어떤 페스티벌이 될지 예측할 수 없네요.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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