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oreaDaily

제287호 9월 9일~10일 값 1000원 http://sunday.joongang.co.kr

September 9~10, 2012. no.287. sunday.joongang.co.kr

ISSUE

현대 연극의 아버지

스트린드베리의 귀환

CONTENTS editor’s letter

06

THIS WEEK PEOPLE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김선정

ISSUE

낯설게 하기 08

고교 시절 국어책에서 ‘브레히트의 소격

현대 연극의 아버지 스트린드베리 100주기 페스티벌

FOCUS

효과’라는 용어를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좀 어려운 단어여서 지금까지 생각

14

이 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시아 최고 미술장터 KIAF 20개국서 5000여 점 출품

‘낯설게 하기’죠. 맥락을 바꿔 (문화적) 충

INTERVIEW

격을 준다는 이야기입니다.

16

2012~2013 국립 레퍼토리 시즌의 개막작

베스트셀러 북 디자이너, 오진경

PORTR AIT ESSAY

으로 5일부터 남산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연극 ‘스트린드베리의 세계’

20

혜민 스님의 길 찾기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를 보고 이 용어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국립창극단이 판소리

COLUMN

현대화를 위해 연출을 의뢰한 아힘 프라

21

이어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마지막 제자

컬처#:명랑한 올림픽 스타들

여서 그랬을 수도 있고요.

FOOD

22

무대는 화려했습니다. 안숙선 명창이 3m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2> ‘구 스테이크’

REVIEW & PREVIEW

높이의 거대한 치마사다리 위에서 좌중을 압도했고, 무대는 큰 붓으로 쓱쓱 그려낸 거대한 화폭이었습니다. 동물 탈을 쓴 배

24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우들의 절창도 흥미진진했습니다.

BOOK

그런데 보면서 무대에 온전히 몰입이 되지

26

않았습니다. 2%가 부족했습니다. 왜 이럴

『제인 오스틴의 여성적 글쓰기』

SOUL-SEARCHING

아시아 최고 미술장터 KIAF

28

민신탁 김종규 이사장이 슬쩍 옆구리를

강신주의 감정수업 <19> 겸손

찔렀습니다.

GALLERY

29

“판소리인데 아무 추임새도 없이 객석에서

30

제맛인데 말이야.”

는 조용히 보고만 있잖아. 판소리는 무대

이세현 개인전 ‘플라스틱 가든’

CONTE

와 객석이 함께 주거니받거니 어우러져야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PHOTO ESSAY

까. 그때 옆좌석에 앉아 있던 문화유산국

아, 그 말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판소리 한 마당이 판소리 오페라라고 바뀐 이유가

31

조용철 기자의 마음 풍경

있겠습니다마는, 뭔가 김빠진 느낌이 들었 던 것은 저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네 요. 이것도 ‘낯설게 하기’의 일환이라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만. 북 디자이너, 오진경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S MAGAZINE

표지 뭉크가 그린 스트린드베리 초상화 (1896), 석판화, 61.747.2 ㎝

문화에디터 정형모 취재 이도은 유주현 사진 조용철 최정동 편집 우현아 교열 한규희 디자인 전유진 최귀연 통신원 이지윤(런던) 최선희(파리) 김성희(밀라노) 광고 김진영 구명서 엄태규 마케팅 박유선 박유림 기사제보 02-751-9000, 080-023-5002 광고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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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SUNDAY MAGAZINE

/ Fax 02-751-5806

THIS WEEK PEOPLE

2012 광주비엔날레 김선정 공동예술감독

“의견 일치보다 다름 안에서 공존하려 했다”

2012 광주비엔날레가 7일 막을 올렸다.

66일간 펼쳐지는 대장정에는 현대 미 술계의 새로운 조류를 이끌고 있는 40 개국 92명(팀)의 작가가 300여 점의 작 품을 선보인다. 올해는 아시아 출신 여 성 전문가 6명의 공동예술감독 체제로 운영된다. 광주비엔날레가 시작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라운드 테이블(ROUND TABLE)’이라는 대 주제 아래 ‘6인(人) 6색(色)’의 전시가 열리는 셈이다. 한국의 김선정(47·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비롯해 낸시 아다자냐(인도), 와산 알쿠다이리(아랍 에미리트), 마미 가타오카(일본), 캐롤 잉화 후(중국), 알리아 스와스티카(인도네시아) 등 여섯 전문가는 서로 다른 문화의 아름다움을 예술로 승화하기 위해 지난 15개월간 치열하게 고민해 왔다.

6일 광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6명의 예술감독이 모여 의견 일치를 억지로 도출해 하 나의 전시를 만들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보여주고 그런 ‘다름’ 안에서 각자 공존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 고자 했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김 감독의 주제는 ‘친밀성·자율성·익명성’. 그는 “한국 민주주의의 부활을 이끈 광주 민주화운동의 역 할을 반영한 현대적 도시 광주를 비엔날레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설치작가 서도호의 ‘틈새호텔’을 비롯해 크리스 마커(프랑 스)의 ‘레벨 파이브(Level Five)’, ‘해프닝’이라는 용어를 만들며 미술사적 의미가 있는 앨런 캐프로(미 국)의 작품 ‘밀고 당기기: 한스 호프만을 위한 가구 코미디’, 임동식 작가의 ‘친구가 권유한 방흥리 할아 버지 고목나무-여덟 방향’, 독일 출신 안리 살라의 비디오 작품 ‘틀라텔롤코 사태’ 등 주목받는 작품들 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든다. 김 감독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정보사회가 가져온 동질화의 문제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세계 곳 곳의 상황을 반영하는 담론에 주목했다. 그래서 전시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정치적·경제적·국가적, 그리 고 상이한 문화적 현상이 가져오는 변화와 징조를 담아낸 시각문화적 증거에 다름 아니다. 비엔날레와 관련해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꼭 어려운 게 나쁜 것 같지는 않다”며 “중요한 것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겠다는 열린 마음”이라고 말한다. “세계 곳곳에서 오는 작가들은 작품으로 자신들의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얘기를 잘 들어보겠 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또 예술은 아름다운 것, 예쁜 것이라는 등의 고정관념을 버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회화 같은 평면 작품도 많지 않고, 사회·정치·경제적 관심사를 다룬 다양한 작가가 참여한 만 큼 넓은 시각이 필요합니다.” 김 감독은 1993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의 수석 큐레이터로 활동했고, 현재 아트선 재센터 부관장이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역임했으며, 전시기획 회사인 사무소 (SAMUSO)를 설립했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회 06 SUNDAY MAGAZINE

ISSUE

스트린드베리 서거 100주년 페스티벌 13일 개막

한국 연극의 빈 자리 채우다 요한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Johan August Strindberg·1849~1912)는 우 리에겐 아직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스웨덴의 대문호이자 예술가, 철학자, 과학 자, 혁명가로서 그 이름은 근대 태동기 역사의 서너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60여 편의 희곡으로 19세기 자연주의 연극을 개척하 고 소극장 실험극을 창시한 ‘현대 연극의 아버지’, 뭉크와 함께 표현주의 회화를 개척한 화가이자 사진작가, 철학·종교·동양사상까지 섭렵한 철학자, 프랑스 망 명 시절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유황반응을 연구해 암 치료 발전에 중요한 업적을 세운 과학자, 그리고 인간애를 바탕으로 ‘공평한 세상’을 외치며 왕권과 대립하 고 민중의 편에서 철필을 휘두른 스웨덴의 국민적 영웅…. 하지만 그는 국내엔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예술과 철학, 과학 분야를 종횡무진 하며 작품 속에 당대의 사조와 시대정신을 몽땅 녹여낸 그는 각 분야를 두루 꿰 뚫는 이해 없이는 접근 불가능한 ‘세계에서 가장 난해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북 유럽과의 교류가 일천해 제대로 된 번역본도 없는 우리 연극계가 그를 기피해 온 이유다. 연출가 이윤택에 의하면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등 유명 현대극작 가들이 스스로 그의 아류임을 고백한 스트린드베리는 한국 연극의 빈자리였다. 그럼에도 그의 서거 100주기를 맞아 전 세계 18개국에서 열리고 있는 스트린드 베리 페스티벌에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동참한다. 스웨덴어 작품을 처음으로 직 접 번역한 대본이 제공된 덕분이다. 13일부터 12월 30일까지 130일 동안 서울에 서 열리는 ‘스트린드베리 100주기 기념 페스티벌’에서 국내 유일의 스트린드베 리 전공자인 동서대 이정애(63) 교수는 전 작품을 번역하고 작품해설집을 출간 해 그의 진면목을 소개한다. 이 19세기 북유럽의 르네상스맨에게서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 을까. 페스티벌의 제안자 이정애 교수에게 물었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조용철 기자·한국공연 예술센터 08 SUNDAY MAGAZINE

ISSUE

스트린드베리 귀족 아버지와 하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애정결핍과 열등의식을 겪었 던 유년기의 트라우마, 세 번의 파경 을 거듭한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한 사랑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그 의 작품세계의 모티브가 됐다. 이런 성향은 개인과 사회, 여성과 남성, 귀 족과 서민, 신과 인간 사이의 끊임없 는 권력투쟁으로 표현됐다. 반전주의 자로서 노벨과 대립해 노벨이 “스트린 드베리와 같은 성향의 작가는 노벨상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선언했다. 말 년에 스웨덴 국민이 노벨상보다 더 많 은 4만5000크로나의 거금을 모금해 전달했고, 스스로 ‘안티노벨상’이라 고 명명했다. 왕권과 대립해 모국의 제 도권에서 배척당했던 그의 희곡은 프 랑스 자유극장과 독일 베를린 자유소 극장 무대에서 명성을 얻었다. 일본 축지 소극장에서 공연되면서 아시아 문화권에 처음 소개됐다. 국내에서는 1920년대 토월회에서 ‘채권자’를 처 음 소개한 이래 현재까지 9편의 작품 이 총 23차례 무대에 올랐다.

SUNDAY MAGAZINE 09

ISSUE

국내 유일의 스트린드베리 전공자, 이정애 교수

“그가 없었다면 소극장도, 실험극도 없었다”

혁명적인 삶을 살았던 예술가

한 인간 유형을 통해 사회를 인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스트린드베리가 누구길래 100주기 페스티벌을 하나.

있었다. 그렇게 인간사를 관찰할 수 있었기에 가슴으

“소극장 실험극을 창시한 그는 안톤 체호프, 헨리크 입센과 함께 ‘현대극의 아버지’로 불린다. 자연주의

-희곡 전집 60권을 아시아 최초로 출판할 예정이다.

희곡 ‘미스 줄리’의 20쪽이 넘는 긴 서문에서 새로운

“동서대의 지원으로 11월부터 현재 번역한 25편의

현대연극의 기법, 무대와 연기 방법론을 상세히 제시

작품을 시작으로 사조와 장르별로 출판한다. 그의 작

했다. 우리가 소극장을 운영하고 실험극을 공연하는

품은 무대에서도 좋지만 읽으면서 세상을 느낄 수 있

입장에서 그 뿌리는 반드시 소개되어야 한다고 생각

는 희곡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긴 독백으로 무대에서

한다.”

지루한 작품도 있지만 바로 그곳에 그의 메시지와 철

-유독 우리나라에만 소개되지 않은 건가. 스트린드베리 동상 스트린드베리의 ‘Jealousy Night’(1893), 캔버스에 유화, 4132㎝

로 세상을 느낄 수 있었다.”

학이 담겨 있다. 아울러 인터넷에서 한국어·스웨덴어·

“일본만 해도 서구문물을 빨리 받아들였으니 연구 영어·프랑스어·독일어·일어가 가능한 스트린드베리 소도 있고 학문적인 연구가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는 연구도 없이 뒤늦게 남들이 한 것을 따라 하면서 난해 하다고 기피해 왔다. 그의 일생을 모르면 작품을 이해 할 수 없으니 당연하다. 그는 작가이자 과학자였고 당

연구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연극의 아버지라는 점이나 여성해방 측면에서 입센과 라이벌이었다.

“스트린드베리는 여성해방 측면에서 입센과 관점이

대의 모든 사조를 연구했던 사람이다. 그러니 스웨덴

달랐다. 입센의 노라는 자신을 위해 이성과 의지로 집

어를 모르면 다방면의 자료를 구할 수 없고 사상을 이

을 뛰쳐나가지만, 스트린드베리는 이성이나 의지보다

해할 수 없다. 영어나 독일어 번역을 중역한 것으로 작

사랑이 더 강한 것이기에 자식과 남편을 버릴 수 없다

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

고 주장했다. 여성이 자유롭길 원하지만 뛰쳐나가는

가능하다. 이번에 제대로

것이 여성해방이 아니라, 사랑이 모든 것을 초월한다

된 번역을 통해 무대에 오

는 것이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

른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마가 강했던 그는 작품세계가 사랑에 대한 갈증으

사상적 배경이 우선 전달

로 점철돼 있다. 그에 대한 이해는 거기서부터 출발

돼야 하고, 그것만 바로 심

해야 한다.”

어주면 이후에 누가 연출 하든 제대로 다져서 갈 수

그림·사진·철학·화학…다방면에 두각

있다.”

스트린드베리는 ‘스웨덴의 깃발’ ‘민중의 대변자’로

-그가 한국 연극과 무슨 관 계가 있나.

불리며 혁명적인 삶을 살았던 예술가다. 왕이나 평민 이나 평등하게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민중의 목

“이 사람 없이는 우리나

소리로 정부와 공직자들을 공격하며 정의를 상실한

라에 소극장이, 자유극

사회에 대한 저항정신을 드러냈다. 스웨덴 문학사에

단 같은 실험극 자체가 없

서 가장 중요한 단편소설 ‘결혼1’은 지배층의 문란한

었다. 아버지 없는 자식이

도덕성을 폭로하는 소설로 읽혀 왕과 귀족이 소송까

없는데, 그걸 모르니 안타

지 제기했지만, 당시 하루 대여료가 책값의 2배로 뛸

깝다.”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결국 출판의 자유를

-국내 최초유일한 전공자 인데, 전공하게 된 계기는.

“세심하고 서정적인 언 어의 감각성에 매료돼 그

인정받은 이 재판은 스웨덴 역사상 매우 중요한 사건 이 됐다.

-난해한 작품세계가 어떻게 대중의 사랑을 받았을까.

“우리가 그의 생애와 그가 답습한 모든 사조, 철학

의 아픔을 공감하게 됐다. 을 이해하지 못해 난해한 것이지 그쪽에선 교과서에 그의 문학작품을 읽으며, 도 실린다. 이번에 준비차 스웨덴 출장을 갔을 때도

10 SUNDAY MAGAZINE

또 공연 작품을 보면서 실

고등학생들이 보러 왔다. 연출자가 아이들에게 그러

존하는 모든 이웃의 다양

더라. 작품으로서만이 아니라 너희 인생에서 스트린

ISSUE

드베리를 피해갈 수 없다고. 인간의 모든 유형과 내면 의 심리를 파헤쳐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그의 작품이다.”

-페스티벌 부제가 ‘인간이 불쌍하다’인데, 그의 작품을 관 통하는 주제의식인가.

“그는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받았다. ‘인간이 불쌍 하다’는 슬로건은 쇼펜하우어의 인류에 대한 동정심 에 근거한 것이다. 이윤택 감독이 연출할 작품 ‘꿈’에 서도 신의 딸이 인간세상을 보고 인간들의 아우성을 전하자 인드라 신은 ‘불평은 인간들의 모국어란다’라 고 답한다. 그가 인간이 불쌍하다고 한 것도 서로 헐 뜯고 해하는 불쌍한 인간들에 대한 연민이라고 볼 수 있다.”

-동양적이고 불교적인 색채도 있다는데.

“총 120편의 문학작품 중 7편에서 불교의 업보, 윤 회설 등 불교적 사상을 찾을 수 있다. 그의 불교적 색 채는 인도 불교를 유럽에 전한 쇼펜하우어의 염세주 의와 통한다. 죽어야만 고통이 없어진다. 즉 삶이 지옥 이고, 열반에 들기 위해서는 모든 죄를 사하고 가야 하 기 때문에 여기서 고통을 받는다는 얘기다.”

-화가로서는 어떤 족적을 남겼나.

“뭉크와 함께 표현주의를 창시했다. 붓 없이 나이 프로만 표현하는 테크닉을 그가 시작했다. 화가로서 172점을 남겼고 오르세 미술관에도 작품이 있다. 재 작년에는 42억원에 팔렸다고 한다. 굉장히 낭만적인 표현주의자다.”

-이번에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유령 소나타’와 몽환극인 ‘꿈’이다. 특히 ‘유령 소 나타’는 다양한 인간유형을 통해 위선의 가면을 벗기 는 해학적인 작품이다. 결국 우리 삶 자체가 위선이요 연극이라는 결론에 이르며, 그런 인간을 불쌍히 여기 는 인류애가 깔려 있다.”

-지금 우리가 그의 작품을 보면서 무엇을 얻어야 할까.

“그는 다양한 인간의 유형을 통해 세상을 우리 앞

이정애 비교문학박사.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 스트린드베리를,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비교문학을 연구한 국내 유일의 스트린드베리 전공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객원교수, 일본 조사이대 교수 등을 거쳐 현재 동서대 미국 분교에 재직 중이다.

에 펼쳐준 사람이다. 사람을 알아야 세상을 느끼니 까. 그는 니체와 마찬가지로 100년 후를 내다보고 지 금 이런 세상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일하지 않는 귀족여자는 빵을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창녀보다 못하 다’고 했던 그는 늘 귀족층과 부닥치고, 삶 자체가 투 쟁이었다. 다른 작가들이 왕과 귀족을 옹호할 때 그는 ‘병든 사회에 아주 건강한 혁명가’였다. 우리도 유신시 대에 김지하처럼 용기 있는 작가가 있었기에 이런 세 상이 오지 않았나.”

SUNDAY MAGAZINE 11

ISSUE

12 SUNDAY MAGAZINE

ISSUE

3, 6 스웨덴의 실험극단 인티마 테아트르가 내한공연을 가질 ‘스트린드베리의 세계’ 연극 ‘코코’

인티마 테아트르가 내한공연을 가질 ‘미스 줄리’

연극 ‘유령 소나타’

연극 ‘황녀’

연극 ‘아버지’

스트린드베리 100주기 기념 페스티벌 (9월 13일~12월 30일) 한국공연예술센터와 국립극단, 게릴라극장, 한국연극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총예술감독 이윤택을 비롯해 박근형, 박정희, 김재엽 등 스타 연출가들이 총출동한다. 전 세계에서 셰익스피어보다 더 자주 공연된다는 대표작 ‘미스 줄리’를 비롯해 ‘유령 소나타’ ‘죽음의 춤 1, 2’ ‘꿈’ 등 여덟 작품이 공연된 다. 스트린드베리가 직접 설립한 실험극단 인티마 테아트르가 내한해 두 작품을 올리고 연기 워크숍을 주최한다. 부대행사로 희곡 전집을 출간하고 한 국연극학회 심포지엄이 준비돼 있다. 스트린드베리의 영향을 받은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 상영, 특별사진전 등도 이어진다.

일 자

페스티벌 첫 작품 ‘유령 소나타’(극단 골목길)

작 품 명

장 소

주 관

개막식

게릴라극장

게릴라극장

유령 소나타(Spksonaten)

게릴라극장

극단 골목길, 게릴라극장

죽음의 춤 1(Ddsdansen I)

게릴라극장

극단 드림플레이, 게릴라극장

스트린드베리와 춤을

국립극단 소극장 판

극단 마고, 국립극단

채권자(Fordringsgare)

게릴라극장

연희단거리패, 게릴라극장 *초연

미스 줄리(Frken Julie)

국립극단 소극장 판

스트린드베리실험극장 인티마 테아트르(IntimaTheater)

연기 워크숍

국립극단 소극장 판

스웨덴 인티마 테아트르(IntimaTheater)

스트린드베리의 세계(Strindbergs Vrld)

국립극단 소극장 판

스트린드베리실험극장 인티마 테아트르(IntimaTheater)

잉마르 베리만(Ingmar Bergman) 특별전

게릴라극장

게릴라극장

스트린드베리 서거 100주년 사진전

씨어터카페

한국공연예술센터

스트린드베리 단막극 전

게릴라극장

공연제작센터, 게릴라극장

꿈(Ett Drmspel)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연희단거리패, 한국공연예술센터

스트린드베리 서거 100주년 심포지엄

예술가의 집

한국연극학회

연기 워크숍

스튜디오 다락

연희단거리패

미스 줄리(Frken Julie)

게릴라극장

연희단거리패, 게릴라극장

죽음의 춤2(Ddsdansen II) 폐막식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아르코예술극장

극단 풍경, 한국공연예술센터 *초연 한국공연예술센터

SUNDAY MAGAZINE 13

FOCUS

1

아시아 최고의 미술장터 KIAF, 13일부터 17일까지 코엑스

분위기도 바꿀 겸 그림 한 점 들여놔 봐?

한국화랑협회(회장 표미선)가 주최하는 한

있는 갤러리아 라 코메타는 이번 행사에서 보

국국제아트페어(KIAF)는 아시아 최고·최대

테로의 작품을 몇 점 선보이는데 그중 빨간색

의 미술장터다. 지난해에는 8만 명이 넘는 관

원피스를 입고 집으로 들어서는 여인의 모습

람객이 행사장을 찾아 역대 최고 기록을 갈

을 그린 ‘Mujer entrando a su casa’는 가

아치웠다.

장 관심이 높은 작품이다.

12일(일반 관객은 13일)부터 17일까지 서울

PKM 트리니티 갤러리는 사진부터 설치,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올해 제11회 행사

조각, 드로잉, 회화까지 수많은 장르를 오가

에는 20개국 181개 갤러리가 재기 넘치는 신

는 멕시코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사무라이

진 작가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저명 예술가까

트리 22T’를 추천했다. 현실을 원과 선으로

지 수준 높은 작품 5000여 점을 준비했다. 예

분할해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술 애호가들의 궁금증을 자극해 미술시장의 회복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지난해 도쿄현대미술 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나 와 고헤이의 작품을 꼽았다. 박제된 동물 표

신진부터 유명 작가까지 총출동

면을 투명 크리스털 구슬로 뒤덮어 전혀 다

이번 KIAF에는 50만원대 판화 작품부터 10

른 생명체로 보이게 하는 픽셀(PixCell) 시

억원대의 고가 작품까지 다채로운 작품이 나

리즈다.

온다. 협회는 이번 페어에서 최고가 추정 작 품 베스트 5를 꼽았다. 풍만하면서 사랑스러운 여인을 그리는 페

이와 함께 캔버스에 날카로운 칼자국을 내 는 이탈리오 작가 루치오 폰타나, 올해 초 런 던 테이트 모던 뮤지엄 전관 전시로 화제가 된

르난도 보테로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인 ‘땡땡이 무늬 작가’ 구사마 야요이 작품 등이 기 있는 작가 중 하나다. 콜롬비아 보고타에 14 SUNDAY MAGAZINE

거론된다.

FOCUS

호주 작가 벤 퀼티(Ben QUILTY)의 ‘Baby Rorschach

라틴아메리카의 예술 열기 상륙

콜롬비아 작가 다리오 오티즈(Darío Ortíz)의 ‘Little Princess

다 VIP를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했으며, 전체

콜롬비아 작가 라파엘 바리오스(Rafael Barrios)의 ‘Nimbus

일 오후 3시), 작가 코디 최의 ‘아색주

올해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수교 50주년

참여 화랑 수를 줄이는 대신 부스 디자인과

의 미술과 신-후기 식민주의 미술’

을 맞는 해.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멕시

동선 등을 깔끔하게 정돈해 보다 쾌적한 환

(15일 오후 3시), 문찬수 원장

코, 도미니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라틴

경에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

의 ‘미술투자 성공전략’(16일

아메리카 국가 주요 갤러리 14곳이 참가해 세

혔다.

오전 11시30분), 건축가 승효상의 ‘독락당과 로

계시장에서 급격히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베네수엘라 출신의 세

다채로운 부대 프로그램

툰다 두 집 이야기’(16

계적인 옵-키네틱 아트의 거장 크루즈 디에

부대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지난해에 이어 미

일 오후 3시) 등이 마

즈(Cruz Diez)의 특별부스를 마련했다. 대표

디어아트와 설치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Art

련돼 있다.

작 ‘색채 간섭 환경’(1974)을 전시한다. 세계적인 지명도가 있는 외국 화랑도 속속

Flash’ 전을 개최한다. “30대 초반 한국 작

일반인 대상으로는

가 11명이 바라보는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양

안진옥 반디트라소 라

입국한다. 국가별로는 독일(11)일본(10)미국· 상을 보여주는 자리”(서진석 디렉터)다.

틴커뮤니케이션 대 표의 ‘라틴아메리카

호주·영국(각 5), 칠레·콜롬비아스페인(각 3)

BMW 코리아는 9월 국내에 첫 론칭하는

순이다. 한국 갤러리는 120곳이다. 특히 올해

뉴 7 시리즈를 기념해 이전 세대에 비해 새롭

미술의 현주소’(15일

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 갤러리인 에마뉘

게 진화한 모습을 구성수 사진작가의 포토

오전 11시30분, 오후 2

엘 페로탕 갤러리가 처음으로 참여해 눈길을

아트를 통해 선보인다. BMW 코리아는 VIP

시30분), 대안공간 루프

끌고 있다. 지난해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던 호

차량 서비스도 지원한다.

서진석 디렉터의 ‘동양적

주의 벤 퀼티 작가가 소속된 잔 머피 화랑도 올해 또 참가했다.

강의 프로그램도 쏠쏠하다. 우선 VIP를

은유와 한국의 현대미술’(16

위한 특강을 강화했다. 배병우 작가의 ‘빛으 일 오전 11시) 등이 있다.

올해의 차별화 포인트는 질적 향상이다. 표

로 그린 그림’(13일 오후 3시), 서정기 디자이

성인 1만5000원.

미선 KIAF 운영위원장은 “올해는 지난해보

너의 ‘미술과 산업의 아트콜라보레이션’(14

글 정형모 기자, 사진 KIAF 조직위원 SUNDAY MAGAZINE15

INTERVIEW

16 SUNDAY MAGAZINE

INTERVIEW

베스트셀러 단골 북 디자이너 오진경

표지가 하는 일은 독자에게 말걸기 책 한 권에 꼬박 한 달 걸리죠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문학동네), 『공중그네』(오쿠

건 1998년. 막연히 편집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

다 히데오·은행나무),『 즐거운 나의 집』(공지영· 푸른숲)

을 품었다. 마침 지도교수였던 안상수 선생이 “문학동

『흑산』(김훈·학고재)『 ,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세계

네에서 북 디자이너를 뽑는다고 하니 이문재 주간을

사)…. 단순한 베스트셀러의 열거가 아니다. 공통점이

찾아가 보라”고 했다. 당시로선 드물게 문학동네는 이

있다. 오진경(40)이란 이름 석 자다. 책들의 표지는 물

미 사내에 3명의 북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었다.

론 제목과 본문의 서체, 그림, 판형, 심지어 어떤 가늠

입사한 뒤 소설책을 처음 디자인했을 때의 기억은 아

끈을 사용할 것인가까지 그가 정했다. ‘책에 보여지

직도 생생하다. 신인작가 이응준의 『내 여자친구의

는 모든 것’을 디자인한 셈이다. 지금껏 이렇게 작업

장례식』(문학동네)이었다. “지하철에서 원고를 읽는

한 국내 서적만도 1000권이 넘는다. 특히 소설 분야

데 너무 설레더라고요. 책이 나오기 전의 ‘날것’을 내

에서 발군의 북 디자인 기획력을 선보이고 있는 그를

가 가지고 있다는 게. 그리고 이걸 어떻게 요리해야 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초가을 오후 만났다.

지 온전히 내 손에 달렸다는 게.” 이후 그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튀는 일러스트 표지로 이름 알려

북 디자인에 푹 빠져 지냈다. 처음엔 ‘책 같지 않다’는

5일 오후 서울 동교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

핀잔도 들었지만 2년쯤 지나자 ‘격’에 맞는 디자인도

다. 10평이 채 안 되는 오피스텔 한 벽면이 책으로 가

나왔다. 자연스럽게 디자인팀장까지 맡다 2002년엔

득했다.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작품’들이었다. 스튜디오를 차려 독립했다. 『우리는 사랑일까』(알래드 보통·은행나무), 『삼미슈퍼

프리랜서로 나서고도 일감이 떨어진 적은 없었다.

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한겨레 신문사), 『 7년

하지만 업계에서 남다른 대접을 받은 건 3~4년이 지

의 밤』(정유정·은행나무) 등 한 번쯤 읽어본 책들이 줄

난 뒤였다. 2005년 『지문사냥꾼』(이적·웅진지식하우

줄이 꽂혀 있었다.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이런

스)과 2006년『남쪽으로 튀어』(오쿠다 히데오·은행나무)

표정을 눈치채기나 한 것일까. 그가 입을 열었다.

의 표지 덕분이었다. 제목보다 튀는 일러스트가 남달

“책 한 권을 읽었다는 건 단순히 원고에 대한 기억

랐다. 특히 『남쪽으로 튀어』는 새로운 디자인을 원

만이 아니죠. 책이 책장에 꽂혀 있을 때 느껴지는 책

했던출판사에서도막상보여주니‘으악’할정도였다.

등의 뉘앙스, 흘려 쓴 듯한 제목, 커버에 두른 띠지, 그

하지만 그는 밀어붙였다. 결과는 성공. 이후 일본 소

리고 책에 대한 기사 등 이런 모든 게 총체적으로 독

설에 일러스트를 넣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처럼 번졌

서의 경험이 되죠. 우리가 블로그나 프린트물을 ‘독서’ 다. “표지는 표지의 역할이 있죠. 말하자면 독자에게 라고 하진 않잖아요. 글만 가지고 저자를 만나는 게

말을 거는 방식이에요. 글자 크기, 문체, 색깔 각각이

아니라 구조들 속에서 책이 생기니까요. 그중 가장 강

목소리를 가져요. 다정하게, 무뚝뚝하게, 단호하게 그

력한 것이 시각적인 부분이고. 그래서 북 디자인을 단

런 식으로요. 한마디로 책의 태도랄까.”

순히 패키지라고 하기에는 뭔가 설명이 안 되는 것이 많아요.”

그는 당시 독자들의 취향을 재빠르게 파악하고 있 었다. 블로그·미니홈피가 처음 유행하면서 지극히 개

오씨 역시 북 디자이너가 되기 전까지는 몰랐던 부

성 있는 스타일을 원할 때였기 때문이라 먹혔다. 그렇

분이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광고회

다면 현재 ‘표지의 트렌드’는 뭘까. “일러스트가 가득

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 출판계로 전업한

한 표지는 이제 너무 많아요. 오히려 독자들이 시끄럽 SUNDAY MAGAZINE 17

INTERVIEW

18 SUNDAY MAGAZINE

INTERVIEW

다고 느낄 정도죠. 그래서 이젠 여백이 있고 마음을

라 받고 있지 않다. 몸값 높은 디자이너가 된 비결을

가다듬을 수 있는 디자인이 더 독자의 시선을 끌게

물었더니 처음엔 “자기 일처럼 해주니까요”라는 교

될 거예요.”

과서적인 답을 했다. 그러다 다시 말을 이었다. “얘기

한데 정작 오씨가 공을 들이는 건 표지가 아니란다. 를 잘해요. 디자이너 중에 저처럼 사람 만나 얘기하 바로 면지(커버와 본문 사이에 들어가는 종이)다. 표

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죠. 출판사 편집자는

지가 굉장히 화려한 세계라면 면지는 단순히 읽는 세

글로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난 그것을 시각적으로

계라는 것. 아무것도 없는 종이를 넘기면 제목을 한

연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신문·잡지

번 더 언급해 주고 차례를 말해주고 전체적인 뉘앙스

를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넓혀야죠. 책

를 풍겨준다. 그래서 독자가 책을 펼치고 몰입할 수 있

이라는 사각형 세계 안에서 조형만 치열하게 고민하

도록, 책의 문을 열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는 분들이 있지만 난 이것이 도대체 바깥세계의 무엇

“진짜 첫 문장을 만나는 순간까지 자상하게 배려가

과 닿아 있는지를 파고들어요. 그것을 편집자와 계속

돼 있지 않으면 독서를 풍부하게 경험하기가 힘들죠. 토론하고. 그래서 나중엔 제목까지 골라달라고 하고, 잘된 책과 잘못된 책의 기준은 이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디자이너가 가장 잘 연출해야 할 부분도 그 래서고요.”

대박이 날 것 같은지 물어보기도 하고 그러죠(웃음).” 그는 원래 디자인이 좋아서 일을 시작했는데 이젠 책이 더 좋아진다고 했다. 책이 디자인을 통해 완결되 는 그 과정이 언제나 굉장히 신기하고 매력적이라는

세상사에 대한 공감이 디자인의 힘

이유였다.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베스트 디자인을 골

업계에선 그에 대한 공통된 평이 있다. ‘텍스트에 대

라달랬더니 죄다 최근 책들만 내놨다. 『흑산』『월

한 공감력이 뛰어나다’는 것. 오씨 스스로도 “원고에

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현대문학) 등 간결하면서 단아한

몰입하지 않으면 디자인이 성공적으로 나올 수 없다” 모양새였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전에는 장난끼 있고 고 말한다. 그래서 감정 이입이 쉽게 되고, 디자인의

발랄한, 약간 수줍은 듯한 디자인이었다면 이제는 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소설책 디자인을 장기로 삼는다. 더 당당해졌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한 달에 두 권 이상 소설책을 만들지는 않는다.

“예전엔 일을 하면서도 좀 긴가민가했는데 요즘엔

역할에 몰입해야 할 배우가 겹치기 출연을 못 하는 것

내 결정에 확신이 들어요. 북 디자인 실무서를 직접

처럼. 디자이너도 소설의 스토리에 푹 빠져 살기 때문

써보겠다는 욕심도 이젠 슬슬 생겨나네요.”

에 ‘드라마가 섞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 권을 완성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하는 데 보통 한 달쯤 걸리는데 시리즈라면 세 배쯤

사진 최정동 기자

은 예상해야 한다. 이쯤에서 궁금했다. 승승장구하는 디자이너라고 아쉬움이 없을까. 그래서 물었다. ‘내가 해봤으면’ 싶 은 욕심 나는 책, ‘다시 했으면’ 하는 후회되는 책은 없느냐고. 그는 ‘없다’고 단언했다. 웬만한 베스트셀 러는 다 해봤으니 그렇고, 최선을 다했으니 돌이킬 필 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굉장한 자신감이었다. 그렇다 면 한번 더.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책들을 맡는 것일 까, 아니면 디자인이 좋아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일까’. 이번에도 단호했다. “당연히 후자죠. 김훈이나 공지영 책이 모두 잘 팔리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했다면 몇 만 부는 더 팔렸을 텐데 하는 책들도 있죠. 저는 디자 인은 말을 거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대화의 방식이 틀 렸다고 생각하는 책들이 있어요.” 현재 그는 연말까지 작업할 책들이 다 결정돼 있다. 대략 20여 권. 이 중에는 소설가 황석영의 등단 50주 년을 기념해 만드는 전집의 리뉴얼도 포함돼 있다. 지 금도 출판사의 러브콜이 쇄도하지만 더 이상은 무리 SUNDAY MAGAZINE 19

PORTRAIT ESSAY

권혁재 기자의 不-완벽 초상화

혜민 스님의 길찾기 “네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습니다. 사춘기의 가난한 삶. 삶이 뭔지 알기 위해 지독히 고민했습니다. 극복해 보려고 UC 버클리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예서도 삶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요가 스승을 찾아 인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그 물음을 풀어보려 전공을 종교학으로 택했습니다. 구도자로 살아가는 지금, 비로소 내 안에서 삶의 길을 찾습니다.”

20 SUNDAY MAGAZINE

COLUMN

컬처#: 명랑한 올림픽 스타들

자기가 선택한 길 즐겁게 가는 그들 존경한다, 진짜로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고쇼’ ‘힐링캠프’ 등

못지않다. 승리를 위해 고통을 참았던 시간

에 나와 여유 있는 대화를 나누던 유도선수

의 눈물로 감동을 주기보다는 틈만 나면 웃

조준호가 얼마 전 ‘라디오 스타’에 나와서는

기고 재치를 뽐내고 싶어한다. 승부차기의 긴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8강

장이 부담스럽기보다는 “단독으로 클로즈업

전에서 어이없는 판정번복 깃발로 본인의 눈

이 될 수 있는 기회라서 더 좋았다”고 말하는

에 눈물을 쏟고 보는 이들의 가슴도 그렇게

이들이며 금메달을 놓쳤어도 “왜 울어요 (은

아프게 했던 그였다.

메달로) 이렇게 기분 좋은데”라고 말하는 이

그런데 “광고 출연이 소원”이라는 그는 “국

들이며, 거구의 역도선수로 외모는 신경도 안

내 휴대전화와 외국 휴대전화를 양손에 쥐

쓸 것 같지만 “사진에 얼굴 크게 나올까 봐 항

고 외국 걸 들었다가 한국 것으로 선택을 번

상 뒤에 선다”며 여자로서의 귀여운 욕심까

로 자신이 선택한 일의 하나이며 또 다른 인

복하는 내용의 광고콘티까지 구상해 놓았다” 지 숨기지 않는 이들이다. 늘 ‘정신력’ ‘투혼’ 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고 한다. 본인의 절절한 아픔을 가지고 그렇

을 앞세우는 과거의 경기력과는 다르게 서양

게 웃음을 만들어 내다니. 그런 유머감각과

인들 못지않은 체격과 체력으로 멋진 승부를

여유가 있었기에 쉽게 잊기 힘든 시련을 겪고

일궈낸 이 신세대 스타들의 숨겨진 무기는 이

범한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여겨왔

도 금세 크나큰 승리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

같은 발랄한 자기애와 자신감인 듯하다.

던 것 같다. 그들은 늘 비장해야 하고 평생 한

나 보다. 토크쇼들에서 만날 연예인들의 쥐어짜내

생각해보면 이전 시대의 운동선수들은 평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장미란과 기성용

눈 팔지 않아야 하며 기계처럼 묵묵히 운동

이었다. 장미란은 4위로 마지막 경기를 마친

만 해야 좋은 선수로 여겨졌다. 그리고 더 높

는 듯한 이야기만 듣다가 오랜 기간을 바쳐

뒤 짧은 회한의 눈빛 뒤에 기도에 이어 바벨

은 순위, 1초라도 빠른 기록 같은 숫자로 그들

한순간에 평생의 희열을 얻어낸 올림픽 스타

을 어루만지며 한때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그

의 가치를 매겨왔었다.

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신선함과 생생함이 넘

것에 대해 경건하고 숙연한 감사를 보냈다.

그러나 달라진 젊은 선수들의 모습은 우리

쳐난다.

어릴 적 “역도를 한다는 것이 참 싫었다”는 그

의 눈도 달라져야 함을 요구한다. 그들은 우

국제경기에서 스포츠 스타들이 반짝 인기

가 이렇게 자신의 일로 세계 최고에 오를 정

리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사람이며, 같은 감

를 얻고 TV쇼를 휩쓰는 일이야 새삼스럽지

도로 최선을 다하고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정과 같은 유혹과 같은 희망을 품은 사람이

않지만 확실히 이번 올림픽 이후 이들을 보

보낼 정도가 되기까지, 그가 살아온 자세는

며, 때로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사

면 이전과는 달라진 표정과 자세가 눈에 띈

일을 하는 우리 모두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람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단지 ‘운동’이라는

다. 자기 절제와 겸손, 투혼과 눈물, 촌스러움

만들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저렇게

직업을 선택한 직업인이며, 그 직업에 대해 우

과 어눌함, 이런 것들이 과거 스포츠 스타들

모든 것을 걸어보았던가. 내 일에 진심으로 고

리가 유난히 신성시할 필요도 남다른 의무

하면 떠오르는, 혹은 우리가 그들에게 기대

마운 마음을 가져보았던가.

감을 강요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후회 없을

하는 이미지였다.

또 ‘다시 태어나도 운동을 하겠다’고 하는

정도로 자신의 일을 아름답게 가꾸는 그들

그런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기성

대신 “나는 박지성처럼은 못 살겠다” “서른

에게 뛰어난 성적 때문만이 아니라 그 삶의

용·박태환처럼 꽃미남이거나 여자 배구, 펜

살까지만 할 생각이었다”고 당당히 밝히는

자세에 대해서도 진심 어린 존경을 보낼 줄

싱선수들처럼 늘씬한 모델 수준으로 잘생기

기성용은 더 이상 소명의식과 외골수로서의

알아야겠다.

고 세련된 옷차림에 섹시한 매력까지 연예인

운동선수가 아니었다. 그저 인생의 한 부분으

글 이윤정 대중문화평론가 filmpool@gmail.com SUNDAY MAGAZINE 21

FOOD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2> ‘구 스테이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입은 즐거워라

는 자체 숙성고를 갖추고 4주 동안 저온에서

는 필요없었다.

숙성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굽는 기술은 미국에서 사용하는 방법들

맛볼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그

을 모두 연구한 뒤 장점들만 따서 자신들만의

러다가 찾게 된 곳이 ‘구 스테이크’다.

고유 기법을 개발했다. 관건은 겉은 바삭바

‘구 스테이크’는 정통 스테이크 전문 식당

삭하면서도 안은 부드럽고 육즙이 살아 있도

이다. 2009년 문을 열었으니 역사가 얼마 되

록 굽는 것.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셰프와 함께

지 않았는데도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

몇 개월 동안 거의 매일 1~2㎏의 고기를 먹어

명한 곳이다.

야 했다.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유명해지게 된 것

‘구 스테이크’가 유명해진 또 다른 이유는

은 품질 좋은 스테이크에 대한 고집과 노력

우리나라에서 거의 처음으로 드라이 에이징

때문이었다. 스테이크의 맛은 고기, 숙성, 굽

(Dry Aging) 스테이크를 선보였다는 것이

는 기술 이렇게 세 박자에 의해 결정되는데

다. 드라이 에이징이란 고기를 공기 중에 노

이것을 모두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출한 상태에서 숙성하는 것이다. 드라이 에

왔다고 김현석(47) 대표는 말한다.

이징을 하게 되면 공기 중으로 고기의 수분이

‘구’에서는 미국산 프라임(Prime)급 쇠고

증발돼서 마른다. 그래서 사용 가능한 고기

기를 쓴다. 프라임급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부분이 많이 줄어들어 원가가 올라가지만 그

잘 안다고 착각하는 음식 중 하나가 비프 스

쇠고기 중 품질이 상위 1.5%에 해당한다. 22

만큼 고기의 맛이 더 농축된 깊은 맛이 난다.

테이크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개월 미만의 어린 소만 사용한다. 미국에서

최근에야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를 취급

언젠가 미국 출장길에 스테이크를 주문했

도 고급 호텔이나 최고급 스테이크 전문점에

하는 레스토랑이 많지만 ‘구’에서 시작할 당

다. 그런데 달랑 고기만 나왔다. 소스를 달라

서만 쓴다. 처음 시작할 때 여러 종류의 고기

시에만 해도 미국에서조차 많지 않았다고 한

고 했더니 일단 맛을 보라는 것이었다. 먹어보

를 다 시험해 봤는데 스테이크에는 역시 미국

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경험했던 그 고급스

고 그래도 필요하다면 그때 가져다주겠단다.

산 쇠고기가 가장 잘 맞아서 사용하게 되었

러운 깊은 맛을 못 잊어서 국내에 선보이기로

다고 한다.

마음먹었는데 배울 만한 곳이 없어서 고생을

하도 자신 있게 얘기하길래 일단 한 점을

22 SUNDAY MAGAZINE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다. 과연 소스

잘라 먹어보았다. 그랬더니, 와우! 부드러운

스테이크용 쇠고기는 반드시 제대로 숙성

육즙이 입안에 가득 차면서 고기의 풍미가

시켜야 좋은 맛이 난다. 육질이 더 부드러워

퍼지는 것이 참 대단했다. 고기 본래의 맛이

지고 감칠맛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구’에서

많이 했다”며 “몇 개월 동안의 시행착오 과정 에서 버린 고기도 엄청났다”고 말한다. 좋은 스테이크를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고

FOOD 와인바 ‘뱅가’서 갈라 디너 선보이는 프랑스 명장 셰프 에릭 트로숑

“마장동 육회와 오골계탕 매우 인상적” 올해로 요리 경력 31년의 에릭 트로숑(48·Eric Trochon 사진 오른쪽)은 프랑스가 자 랑하는 ‘명장(MOF·un des Meiller Ouvrier de France)’ 셰프다. 그가 한국을 찾아 프랑스 정통 요리와 와인의 환상 궁합을 선보인다. 8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강남 구 신사동 포도플라자의 와인바 ‘뱅가’에서 열리는 특별 갈라 디너 행사다. 이 행사는 뱅가가 미국에서 발간되는 세계적인 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 (Wine Spectator)’가 수여하는 ‘레스토랑 와인리스트 어워드(Restaurant Wine List Award)’를 국내 최초로 3년 연속 수상한 것을 기념하는 자리. 이 상은 미슐랭 의 별점처럼 와인글라스 숫자로 표기되는데 전 세계에서 글라스 세 개를 받은 와인 레스토랑은 75곳, 두 개는 876곳, 한 개를 받은 곳은 2842곳이다. 뱅가는 지난해에 이어 글라스 두 개(Best of Award of Excellence)를 받았다. 국내에서 유일하다. 뱅가의 와인리스트 선정을 주관한 포도플라자의 김혁 관장은 “800여 종의 와인 리 스트를 갖추고 독보적인 올드 빈티지 셀렉션 등 밸류 와인들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 온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 에릭은 “프랑스 요리는 흔히 까다롭고 복잡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기교 없이 원재료의 맛에 충실한 스테이크와 함께 곁들인 음식들.

‘구 스테이크’ 내부 사

진 3 스테이크를 구울 때면 제대로 구워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셰프가 침으로 찌른 다음 그 온도로 확인한다.

‘구 스테이크’ 이태원점. ‘구’는 한문으로 입 구(口)자를 의미하고 733이

라는 숫자는 주소다.

데, 그것은 기술적인 측면만 강조됐기 때문”이라며 “섬세한 테크닉과 신선한 식재료 가 결합해 만들어내는 감동의 맛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디너에서는 지역 와인과 지역 음식의 조화를 보여준다. “마리아주(결혼)라 는 말은 먹을 것과 마실 것의 조화를 뜻하기도 합니다. 입안을 전체적으로 감싸는 조화로운 느낌, 더하거나 뺄 게 없는 바로 그 상태야말로 모든 셰프가 추구하는 미

집 뒤에는 강한 자존심과 역경을 이겨낸 인

식의 단계죠. 그래서 음식은 오케스트라입니다. 아무리 소리가 작아도 그 악기가 빠

생 스토리가 있다. 프로야구 구단까지 가지고

지면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아주 작은 역할을 하는 식재료라도 결코 무시할 수

있었던 준재벌 가문의 큰아들, 유명 대학을

없죠.”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한 건축가, 야심만만

그는 요리사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에너지, 카리스마, 에스프리’를 꼽았다. “수

한 사업가의 자리를 거쳐 도착한 곳은 아버

백 명을 대상으로 음식을 만들 때는 최고의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셰프의 음식 철학

지의 사업 실패에 따른 빚더미와 절망스러운

을 모든 보조 셰프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그들을 한몸처럼 만들어야죠. 그렇게 일

미래였다. 최정상에서 바닥으로 떨어져서 한

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없이 방황하다가 다시 일어서겠다고 굳게 마 음먹고 시작한 것이 ‘구 스테이크’였다. 한번

한국도 수차례 방문했다는 그는 “한국 음식에는 역동성이 있다”면서 마장동 육 회, 오골계탕의 진한 육수 등에서 아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바닥에서 절망을 경험한 사람이 다시 일어서

행사는 8일 오후 세미 갈라 디너를 시작으로 프랑스 남부지역과 부르고뉴의 음식

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한 신념을 갖게 되

과 와인을 선보이는 갈라 디너, 각각 전식·본식·후식 스페셜 메뉴와 그에 맞는 와인

는 법이다. 김 대표는 그런 신념과 자존심으

을 매칭하는 이벤트로 이어진다. 02-516-1761.

로 다시 일어섰다.

글·사진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김 대표의 목표는 ‘구 스테이크’를 세계적 으로 유명한 정통 스테이크 하우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본고장인 뉴욕 맨해튼을 공략할 계획도 이미 세워놓았다고 했다. ‘구’ 라는 이름은 한문의 입 구(口)자를 따온 것 이다. 입을 즐겁게 하는 곳이라는 뜻이란다. ‘구 스테이크’가 세계인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구 스테이크 구 스테이크 528(1호점): 서울시 강남 구 신사동 528-3 (02-511-0917), 구 스테이크 733(2 호점):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33-70 (02-794-7339) 주영욱씨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그중 사진, 여행, 음식 을 진지하게 좋아한다. 마케팅리서치 회사 마크로밀코리아 대표이사.

프랑스 셰프 에릭 트로숑(사진 오른쪽)과 포도플라자 김혁 관장.

SUNDAY MAGAZINE 23

REVIEW & PREVIEW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서울 충무아트홀, 10월 7일까지

안타까운 사랑과 위대한 희생  주제가 힘겨웠나

폭력과 혁명 사이 광기의 어디쯤, 자기를 던

자기 목숨을 기꺼이 내던지는 한 남자의 순

져 정의를 되묻는 희생과 대속의 아이콘. 영

애보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다. 온갖

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크리스토퍼 놀란

악으로 점철된 시대에 절대선을 실천하는 어

감독이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힌 작품이 올해

떤 이의 성스러운 희생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로 탄생 200주년을 맞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삶에 대한 희망의 부활을 노래하기 위함이다.

『두 도시 이야기』다. 1859년 발표된 이래 2억

영국인 변호사 시드니 칼튼은 알코올 중독

부 이상 판매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디킨

에 빠진 염세주의자. 프랑스 귀족 찰스 다네이

스는 이 작품에서 여러 사회계층을 폭넓게 조

를 우연히 돕게 된 그는 찰스의 연인 루시 마

명하는 파노라마적 접근방식으로 운명적인

네트에게 반해 새사람이 되지만, 루시는 찰스

사랑의 삼각관계와 당대 사회상을 엮어놓았

와 가정을 이루고 시드니는 주변을 맴돈다. 혁

다. 대혁명의 포퓰리즘으로 개인적 복수를 포

명이 일어나자 귀족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장하던 공포정치의 시대를 비판적으로 바라

단두대에 오르게 된 찰스. 시드니는 사랑하

보는 작가의 시선이 파리와 런던을 오가는 웅

는 루시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결심한다. 누군

대한 스케일 속에 녹아 있다.

가를 위해 죄 없이 단두대에 오르는 시드니의

그 소설이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아직 따

24 SUNDAY MAGAZINE

행동이 마치 예수의 대속과 부활처럼 성스럽

끈따끈한 브로드웨이 2008년 작을 아시아

게 그려질 때, 시드니의 낭만적인 순애보는 혁

초연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천재 작곡가 질 산

명이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며, 개인적 증오를

토리엘로의 ‘뮤지컬 사상 최고 난이도의 노

해소하는 사회적 폭력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

래’, 토니상을 4회 수상한 무대감독 토니 월튼

는지 묻는 진지한 질문으로 변모한다.

의 무대 디자인이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

그러나 격동의 시대상황 속 다양한 인간 군

로 많이 읽힌다’는 찰스 디킨스의 텍스트와

상을 조명하는 가운데 안타까운 사랑과 위대

만났을 때, 우리의 히어로는 어떤 모습일까.

한 희생을 그린 대서사시를 무대로 옮기는 과

‘두 도시’의 영웅은 도시를 구한 수퍼히어

제는 힘겨워 보였다. 대서사시를 떠받칠 중심

로가 아니라 정의가 무엇인지 되물은 조용한

이 흔들린 탓이다.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성격

혁명가다. 혁명의 기운이 감지되던 18세기 말

은 판이한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프랑스, 과거의 악을 새로운 악으로 응징하는

대립과 화해, 희생으로 향하는 큰 줄기는 얼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마나 매력적인 소재인가. 그러나 흥미로운 지

REVIEW & PREVIEW

작전구역, 9월 14~1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문의 02-2005-0114

무용계 혜성의 파격적인 몸짓

유럽의 젊은 안무가와 한국의 무용수 9명이 함께 무대에 선다. LG아트센터가 제작하는 해외 합작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안무를 맡은 피에르 리갈은 프랑스 출신으로 현재 유럽 무용계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 육상선수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의 그는 현대무용 의 틀에서 벗어난 파격적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압축기’ 등 다양한 뜻을 가 진 ‘프레스’라는 작품을 대학로의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선보여 관객과 평론가들 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제목인 ‘작전 구역’은 전쟁이 일어나는 현장을 뜻하는 말. 기괴하지만 한편 으로는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는 현상들을 무대에서 선보인다. 국내 공연에 참여하는 한 국 무용수 전원은 그대로 오는 11월부터 유럽 투어에 나선다. 프랑스 노르망디 페스티벌, 롱 포앵 시어터, 스위스의 시어터 비디 로잔 등지에서 10개 도시 28회가 예정돼 있다.

점을 만들지 못한 평면적인 연출은 주인공을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LG아트센터

혁명 상황과 주변 인물에 매몰시켜 버렸다. 찰스와 시드니 두 주인공은 각각 개막 15분, 22분이 지난 시점에 느지막이 첫 등장하며 초반 몰입에 실패했다. 다이내믹한 캐릭터인

2012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8월 30일~10월 28일, 국립극장, 문의 02-2280-4114

세계 국립극장 대표작 총집합

시드니가 나쁜 남자에서 착한 남자로 변신하 고 결국 절대선을 행하는 과정이 극적으로 보 이지 않는 것도 중심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주 변 인물들의 캐릭터가 극에 자연스레 녹아들 지 못해 주인공을 부각시키지 못한 것.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없는 것도 한몫했다. 성악과 출신 투톱 류정한과 전동석의 가창력 대결은 귀가 호사로울 정도로 ‘고난이도’로 들리긴 했지만 가슴에 와닿는 성질은 아니었다. 희생과 부활의 성스러운 순간을 묘사하는 엔딩은 여운을 남겼다. 어지럽게 돌아가던 철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공연예술제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이 막을 올렸다. 페스티벌의

골 구조물이 깨끗이 물러나고 밤하늘 가득

주제는 ‘예술의 영원한 화두-사람, 그리고 삶’. 사람과 삶의 다양한 모습이 5개국 15개 작

한 별빛에 잠겨 의연히 단두대에 오르는 시드

품을 관통한다.

니.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브루스 웨인

특히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중국의 전통문화인 경극부터 발레·현대무용까지 중국의

의 유서에 그대로 차용한 ‘지금 나의 행동은

문화를 폭넓게 반영하는 세 작품을 선보인다. 중국국립경극원의 ‘숴린낭’이 페스티벌의

지금껏 내가 했던 그 어떤 행동보다 가치롭다’

서막을 열고, 중국 홍콩현대무용단의 ‘K 이야기’는 인간의 이기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는 독백과 함께 조용한 혁명가로서의 감동을

를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포착한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이라크전을 소재로 한 폐막작

전한다. 하지만 루시와 찰스에게도 공감의 끈

‘블랙워치’. 영국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의 작품으로, 뮤지컬 ‘원스’로 2012 토니상 8개 부

이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영웅의 희생이 관객

문을 휩쓸며 최근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존 티파니의 참신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그 밖

의 마음속에 부활로 승화되길 바란다면.

에 슬로바키아의 ‘인간혐오자’, 터키의 ‘안티고네’ 외에 국내 초청작 9편을 선보인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국립극장

사진 BOM코리아 SUNDAY MAGAZINE 25

BOOK

서울대 인문 강좌 시리즈2『제인 오스틴의 여성적 글쓰기』

남녀라 다른 게 아냐 사람은 누구나 달라

제인 오스틴(1775

던 제인 오스틴이 소설을 통해 욕망 앞에 당

을 함부로 대하는 ‘막장 드라마’의 시어머니

~1817)은 하나의

당한 근대 여성상을 보여줬다고 강조한다. 문

처럼 엘리자베스를 무시하는 다아시의 이모

상징이다. 사랑을

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작품과 작가 분석임

캐서린 드 버그 여사에게도 꿀리지 않는다.

꿈꾸는 여성들의

에도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것은 이 책이 탄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오만과 편견』은

로망을 구현해 낸

생한 배경 덕분이다. 책은 2010년 일반인을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성장 소설의 성격이

‘오스틴표 로맨스’ 대상으로 서울대와 민음사가 공동으로 운영

강하다. 오만에 사로잡힌 다아시는 상대에

한 ‘서울대 인문 강좌’를 지면으로 옮긴 시리

대한 배려와 공감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사랑

는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생명력 을 잇고 있다.

의 본질에 접근해 간다. 편견에 치우쳤던 엘 리자베스도 오해를 풀면서 사랑에 마음을

‘오스틴표 로맨스’의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

저자에 따르면『오만과 편견』의 생명력의

연다. 인격의 성숙과 함께 평등해 지는 관계,

1813년 발표된『오만과 편견』이다. 이 소설은

기원은 현실에 단단히 발붙인 실재성이다. 소

이것이 소설의 근저에 깔린 덕분에『오만과

200여 년이 넘는 세월이 무색할 만큼 다양한

설 속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이 살고 있는

편견』은 여성 문학의 고전이 될 수 있었다는

문화 텍스트로 변주되며 여전히 살아 숨 쉬고

당시 상황은 오늘의 여성이 감내하고 견디는

것이다.

있다. 영국 BBC의 동명 미니시리즈와 조 라이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집을 보내려는

작가의 열린 시각도 한몫했다. 저자는 “오

트 감독의 동명 영화는 소설을 브라운관과 스

부모의 닦달을 견뎌야 하고, 권위와 복종을

스틴 소설의 주제는 단연 여성이지만 그것은

크린으로 옮긴 전통적 방식의 접근이다. 반면

강요하는 상류층 인사들의 권력 행사에 맞서

그저 여성이 남성과 다르다는 식으로 전개되

에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와 ‘제인

야 하는 등 여성으로서, 사회적 약자로서 세

지 않는다. 오스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남성

오스틴 북클럽’(2007), BBC 드라마 ‘오만과

상과 맞서야 하는 엘리자베스의 삶은 현대를

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다름이 아니라 누

편견 다시 쓰기’(2008) 등은 원작에 현대적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과 중첩된다.

구에게나 있는 차이”라고 말했다. 차이를 인

전 세계 수많은 독자가『오만과 편견』에

정함으로써 남성에 대한 분노가 아닌 인간에

책은 이처럼 강력한 텍스트에 대한 지적

열광하는 것은 각종 제약과 제도적 굴레 속

대한 창조적인 탐구를 할 수 있었고, 그 산물

해부작업이다. 또한 이를 단순한 로맨스 소

에서도 어엿한 주체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엘

이 불멸의 작품『오만과 편견』이 될 수 있었

설로 읽는 시각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다. 저

리자베스의 모습 때문이다. 원치 않는 청혼을

다는 이야기다.

자는 프랑스 혁명 이후 격동기 유럽을 살았

당당하게 거절하고, 아들의 가난한 상대 여성

글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

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

배흘림기둥의 고백

저자: 류태형 출판사: 명진출판 가격: 1만4000원

저자: 조우석 출판사: 중앙m&b 가격: 1만3800원

저자: 서현 출판사: 효형출판 가격: 1만7000원

해석과 변주를 가미한 새로운 시도다.

저자: 조선정 출판사: 민음사 가격: 1만8000원

즈 중 하나다.『청나라, 키메라의 제국』 『카 프카, 유대인, 몸』과 3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신간 안내

26 SUNDAY MAGAZINE

음악 칼럼니스트인 저자

광고인 박웅현, 사진가 윤

현대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

가 지휘자 정명훈이 걸어

광준, 가수 조영남, 배우 차

라보는 전통 건축에 대한 고

온 음악 인생을 들려준다.

인표…. 이 책은 열정적인

찰서다. 또한 자연친화적 아

국제 음악콩쿠르 피아노

중년을 살아가는 12명의

름다움으로 어물쩍 넘어가

부문에서 2등을 할 정도

남자가 서재에서 털어놓

는 한국 전통 건축에 대한

로 재능이 있었지만 지휘

는 밀담이다. 그들에게 서

감상에 도전장이기도 하다.

자의 길을 택한 학창 시절

재는 책만 보는 공간이 아

저자는 한국 전통 건축의 구

동양인으로서 유럽 각국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닌, 인생 2막을 고민하는 베이스캠프. 이 책을 통

조는 당시 자연 조건에 따라 적응하기 위해 진화했다

에게 발탁된 비결, 귀국 이후 클래식 대중화를 위

해 우리 시대 중년 남자들의 엉뚱함과 진지함을 함

는 주장을 펴며 이를 논리적으로 추리해 낸다. 건축

해 노력한 활동 등이 각 장에 소개된다.

께 엿볼 수 있다.

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도 쉽게 이해할 만큼 친절하다.

GUIDE

금주의 문화행사 영화

전시

클래식

행사

엘 불리:요리는 진행 중

이경자 도예전 ‘시간에 대한 사유’

피아니스트 서혜경 리사이틀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감독: 게레온 베첼

기간: 9월 28일까지

일시: 9월 15일 오후 5시

일시: 9월 13일 오후 2시

등급: 전체관람가

장소: 서울 역삼동 갤러리두인

장소: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장소: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미슐랭 가이드 최고등급 별 셋에 빛나는

문의: 02-567-1212

문의: 031-783-8000

문의: 02-741-8374

세계적인 레스토랑 엘 불리(스페인). 그곳

흙으로 삶을 빚는 작가 이경자의 여섯 번

유방암을 이겨내고 2008년 1월 성공적으

‘전통과 과학’이라는 대주제 아래 열리고

의 수석 셰프인 페란 아드리아는 창의적

째 개인전. “나만의 컬러를 찾겠다고 흙을

로 컴백한 피아니스트 서혜경의 공연. 여

있는 ‘2012 아름지기 아카데미’의 세 번

이고 열정적인 요리사다. 매년 다음 시즌

분석하기에 바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

성 피아니스트 세계 최초로 2010, 2011

째 강연.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와 함

을 위한 신메뉴 개발을 위해 6개월간 영업

게 됐다. 그냥 작업을 즐기면 된다는 것을.”

년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집, 차이콥스

께 조선시대 ‘의궤’를 살펴보는 시간. 조

을 중단하고, 50여 명의 요리사와 함께 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각기 다

키 협주곡 전집을 녹음하기도 했다. 베토

선 왕실의 정치·문화·사회상의 진면목을

리 연구에 몰두한다. 혁신적인 요리를 개

른 의미로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작가의

벤ㆍ쇼팽ㆍ슈만ㆍ브람스 등 다양한 레퍼토

보여주는 역사서인 의궤를 통해 우리 선

발하기 위한 노력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다양한 해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리를 선보인다.

조의 기록문화의 우수성을 돌아본다.

인시디어스

성순희 초대전 ‘생의 화음’

2012 윤이상 콘서트

동남아문화의 수수께끼

감독: 제임스 완

기간: 9월 5~25일

일시: 9월 15일 오후 8시

기간: 9월 27일~11월 15일 매주 목요일

배우: 패트릭 윌슨, 로즈 번

장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 리서울 갤러리

장소: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장소: 한-아세안센터 아세안홀

등급: 15세 관람가

문의: 02-720-0319

문의: 02-580-1300

문의: 02-2287-1141

조시 부부와 세 자녀 주변에 기이한 현상

30년 넘게 서울예고 미술 선생님으로 재

내년에 열리는 제4회 ‘국제윤이상작곡상’

한-아세안센터가 한국동남아연구소와

이 계속 벌어지더니 6세 아들이 의문의 사

직 중인 작가의 열다섯 번째 개인전. 접시

을 홍보하기 위해 개최하는 콘서트. 윤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열린 강좌 시리즈. 동

고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집안을 감싼 불

와 꽃, 촛불, 책과 물고기 등이 그려진 실

상의 걸작들을 다수 세계 초연한 지휘자

남아 지역 전문가들이 전해주는 아세안

길한 공기는 공포로 번져가고…. 3개월 뒤

내 정경과 주변 풍경을 소재로 삼는 작품

한스 첸더의 작품과 윤이상의 작품이 한

국가들의 역사·문화·사회 다방면에서 다

이들에게 다가온 구원의 손길은 누군가

들로 ‘생의 화음’을 연출한다. 어둠과 빛

무대에서 연주된다. 페터 히르시(사진)가

채롭고 심도 있는 강의를 펼친다. ‘미얀마

목숨을 건 ‘영혼의 여행’을 해야 한다고

이 공존하는 작품을 통해 보는 이의 마음

지휘봉을 잡아 서울윤이상앙상블과 함께

의 가족 구성원들은 왜 성이 모두 제각각

경고하는데….

을 정화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정교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일까’ 등 흥미로운 주제가 가득하다.

THIS WEEK CHART 베스트셀러

자료=교보문고

순위 책명

영화 예매

자료=맥스무비

작가·출판사 순위 영화명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공연 예매

자료=인터파크

주연 순위 공연명

자료=풍월당

김난도·오우아

본 레거시

제러미 레너·레이철 웨이즈

공모자들

임창정·최다니엘

감사합니다 한국 이케다 다이사쿠·조선뉴스프레스

익스펜더블2 실베스터 스탤론·브루스 윌리스

연극 옥탑방 고양이

박성훈·장지우·윤정빈

쇼팽:야상곡-이반모라베츠

Supraphon

안철수의 생각

이웃사람

김윤진·마동석·김새론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황정민·서범석·홍광호

바이스 : 아르스 멜랑콜리에

Glossa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차태현·오지호·민효린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김도현·김재범·성두섭

한밤의 클라리넷

Orfeo

김윤석·김혜수·이정재·전지현

Naive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달

뮤지컬 위키드 오리지널 내한공연

-

밀로쉬 : 라티노

DG

기도:리처드용재오닐

UniversalMusic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류정한·윤형렬·임혜영

비발디 : 바이올린 협주곡 ‘황제’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칼 팔레머·토네이도

링컨: 뱀파이어 헌터 벤저민 워커·도미닉 쿠퍼

연극 뉴보잉보잉1탄

러브 송 : 안네 소피 폰 오터

Naive

사랑하지 말자

피에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대구) 윤영석 양준모 선민

천상의 하프 : 마라 갈라시 외

Glossa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1

김난도·쌤앤파커스 김용옥·통나무 E.L.제임스·시공사

SSAT 해커스잡취업교육연구소·챔프스터디

도둑들

인순이·최정원·아이비

음반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스님·쌤앤파커스 안철수·김영사

뮤지컬 시카고

클래식 음반

출연 순위 음반명

조민수·이정진

설주미·황유진·변세영

스텝업4:레볼루션 라이언구즈먼·캐서린매코믹

뮤지컬 시카고(대구)

인순이·최정원·아이비

슈만:피아노오중주외 HarmoniaMundiFrance

더레이디

뮤지컬 헤드윅

오만석·박건형·이영미

로맨틱 클라리넷-칼 라이스터

양자경·데이비드슐리스

Camerata

SUNDAY MAGAZINE 27

SOULSEARCHING

강신주의 감정 수업 <19> 겸손

Humilitas

모든 건 당신 뜻대로  사랑하니까 “그의 겸손은 자신이 자랑하던 돈의 무기력함을 자각하는 데서 오는 슬픔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각이야말로 그가 드디어 사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가치들의 왕좌에

세 앞에서 파리의 여자들, 특히 백화점에서

처럼 금지된 것은 금지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에밀 졸라 (Emile Zola, 1849~1902)

앉아 있다. 그래서 인간에게 너무나 소중한

일하는 아가씨들이 자기에게 기꺼이 몸을 내

가치, 예를 들어 행복, 우정, 심지어 사랑마저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그에게 드

도 돈의 압도적 힘 앞에는 명함조차 내밀지

니즈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드니즈에 대한 호

못하고 있다.

감은 그저 하찮은 신참에 대한 동정심에서

불행히도 무레는 돈이 통용되지 않는 방법

물론 말로는 이야기한다. 돈으로 사랑을

비롯되었지만, 무레는 점차 그녀가 발산하는

이라고는 하나도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그러

사거나 팔지는 않겠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주

예상치 못한 매력에 끌리게 된다. 그러자 무

니 절망할 수밖에. 무레는 지금까지 느껴 보

변에 난립하고 있는 연애 정보 회사는 무엇이

레는 늘 그랬듯 돈과 권력으로 드니즈를 유

라는 말인가. 심지어 맞선이나 소개팅 제안

혹하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던 것이다. 아

이 오면 우리는 바로 이렇게 되묻는다. “그 사

니, 오히려 더 많은 돈과 더 높은 직위로 유혹

람 직업은 뭐야, 학교는 어디 나왔는데?” 그렇다. 지금 우리는 사랑보다는 돈이나 안

더 큰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법. 그렇지만 도 대체 어떻게 해야 드니즈를 자신의 무릎 위 에 앉히고 사랑의 키스를 나눌 수 있을까.

지 못했던 감정에 빠지게 된다. 그것은 드니즈 마네, 세잔 등과 친분을 쌓 고 미술평론가로 활동하

라는 한 여성에 대한 ‘겸손’의 감정이다.

다가 소설『나나』 『목로

“겸손(humilitas)이란 인간이 자기의 무능

할수록 드니즈는 무레로부터 더욱 멀어지기

주점』 『제르미날』등이 포

과 약함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슬픔이다.”

만 했다. 이쯤에서 무레가 무기력을 느끼는

함된 ‘루공-마카르 총서’

(스피노자의『에티카』중에서)

정적 소득을 얻으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무레는 지금까지 자신

스무 권으로 ‘자연주의’를 개척한 거장이 된다.

그렇다. 스피노자의 말대로 무레의 겸손은

결국 우리는 지금 돈을 사랑하는 시대에 살

이 가진 돈과 권력이면 아무리 사랑이라 한들,

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사랑한다는 사람이

얻지 못할 것이 없다고 자신해 왔기 때문이다.

데서 오는 슬픔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주목해

돈의 메신저에 지나지 않는 것만큼 씁쓸한

마침내 그는 스스로 절망하며 절규한다.

야 할 것은 그의 겸손은 동시에 한 여성을 자

자신이 자랑하던 돈의 무기력함을 자각하는

“마치 전쟁이라도 치르듯 그를 아연실색하

기 뜻대로 할 수 없다는 자각이기도 하다는

게 하는 상황 속에서 그는 점점 더 끓어오르

점이다. 바로 이것이 사랑 아닌가. ‘나의 뜻대

진 사람들은 사랑을 살 수 있다고 자신한다. 는 욕망을 억누를 수 없었다. 이건 그로서는

로’가 아니라 ‘당신 뜻대로’가 바로 사랑의 표

이들의 오만은 돈이 많다는 이유로 이성(異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조그마한 여자는

어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무레는 진정한 사랑

性)들이 자기에게 꾀어드는 것을 자주 경험

언젠가는 그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었다. 그는

을 배우게 된 것이다.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하긴 그렇다. 돈을

언제나 여자의 도덕성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

위해 사랑을 파는 사람이 없다면 그들이 어

생각했다. 이제 그에게는 오직 한 가지 목표

서 항상 자신의 무기력을 토로할 수밖에 없

일이 또 있을까. 사랑이 돈으로 매매될 수 있을까. 돈을 가

만이 존재했다. 다른 것들은 그 절대적 필요

다. 나의 구애를 받아줄지 거부할지가 전적

19세기 파리는 단순히 한 국가의 수도이

앞에서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녀를 자신의 방

으로 상대방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자

기보다는 세계 자본주의의 수도였다. 이곳에

으로 들여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힌 채 그녀의

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레의 겸손, 그러

서 인간에게 가장 지고한 기쁨을 선사하는

입술에 키스하는 것, 그것만이 그가 원하는

니까 자신이 자랑하는 돈이 사랑 앞에서는

떻게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겠는가.

사랑이 ‘매매’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장을 목

것이었다. 그런 광경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기력하기만 하다는 자각이야말로 그가 드

도한 소설가가 있었다. 에밀 졸라다.『여인들

온몸의 피가 요동치면서 몸이 떨려 왔다. 그러

디어 사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 행복 백화점』에서 졸라는 돈으로 살 수 없

면서 그는 자신의 무능함에 절망했다.”

나타내는 증거다. 이것이 바로 돈으로 사랑을

는 사랑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추적했다.

드니즈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여자였

스무 살의 어린 시골 아가씨 드니즈가 파

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무레는 자신의 힘

리에 소비의 상징으로 처음 등장한 으리으리

과 매력이 오직 돈에서만 나온다는 것을 알

한 백화점에 취업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돈이 전혀 먹히지 백화점의 젊은 사장 무레는 자신의 재력과 권 28 SUNDAY MAGAZINE

않는 여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바타유의 말

매매하는 우울한 파리에서 졸라가 우리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대중철학자.『철학이 필요한 시간』 『철학적 시읽기의 괴 로움』 『상처받지 않을 권리』등 대중에게 다가가는 철학 서를 썼다.

GALLERY

붉은 산수와 무지개 우리 산하의 풍경을 섬세한 붉은 붓질로 형상화해 온 이세현(46) 작가가 이번엔 붉은 캔버스 위에 색을 입혔다. “한 가지 색을 사용함으로써 작품이 갖게 되는 제한성을 내용으로 뛰어넘고자 했다” 는 것이 작가의 변이다. 그의 작품은 아름다운 유토피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쓰러져 가는 건 물과 포탄의 흔적이 보이는 한국사의 아픈 흔적들이 딱지처럼 남아 있다. 특히 이번 신작에서는 동 시대의 아픔과 사회적 현실을 보여주는 파편을 모아 분재의 모양 속에 인위적으로 그려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작업인 ‘비트윈 레드’ 시리즈와 신작 ‘레인보우’ 시리즈 등 회화 21점과 조각 4점을 선보인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학고재 갤러리 이세현, 비트윈 레드-149, 2012, 리넨에 오일, 150x150㎝

이세현, 무지개, 2012, 리넨에 오일, 200x200㎝

‘이세현 개인전-플라스틱 가든’ 8월 29일~10월 14일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 문의 02-739-4937

SUNDAY MAGAZINE 29

CONTE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흠이 매력? 을 정도였다. 지금도 가끔 입바람을 위로 불

오전 촬영이 끝나 평창동으로 장소를 옮

쓸쓸해진다. 남들은 회사에 청춘을 바쳤는지

겼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점심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김 부장은 머리숱을 바

을 거리에서 먹었다. 그렇다고 길바닥에 앉아

쳤다.

먹은 것은 아니고 놀이터 한쪽에 이동식 탁

가족 놀이마당에선 촬영이 한창이다. 촬

자와 의자를 놓고 밥차에서 밥을 타 와 먹었

영을 위해 머리 단장과 메이크업을 한 모델은

다. 맛있었다. 가짓수는 적었지만 반찬은 정

딴사람 같다. 보통사람보다 두 배쯤 세로가

갈했고 밥은 따뜻했다. 그렇지만 그 음식을

긴 눈썹이 아니라면 몰라볼 정도다. 김 부장

식당에서 먹었어도 여전히 맛있었을까? 밥이

이 광고대행사 김양미 이사에게 말한다. “메

며 반찬이며 국을 하나도 안 남기고 싹싹 비

그날은 CF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가능한 한

인 모델이 다 좋은데 딱 하나 눈썹이 흠이네

울 정도로 점심이 맛있었던 것은 어쩌면 길에

해가 지기 전에 촬영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요.” 김 이사는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매력

서 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흠이 오히려 맛을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시작된다. 김 부장은

이죠. 흠이 곧 매력이랍니다. 사람의 매력은

돋운 것이다.

첫 촬영장인 올림픽공원으로 출근한다. 공

대부분 흠에 있어요.”

원은 또 하나의 세계라서 넓고 아득하다. 길 눈이 어두운 김 부장은 촬영 장소를 바로 찾

정말이다. 처음 볼 때는 살짝 어색했는데 볼수록 모델의 눈썹이 매력적이다.

식사를 마치고 입가심으로 인스턴트 커피 를 마시면서 김 부장과 김 이사는 그런 이야 기를 나눈다. 그때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

지 못하고 헤맨다. 결국 대행사 PD가 마중 나

흠이 매력이다. 외모만 그런 게 아니다. 성

는지 김 이사는 김 부장을 찬찬히 살펴본다.

온다. PD는 김 부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격이나 어떤 능력도 마찬가지다. 가령 TV에

숱 없는 머리와 어지러운 수염과 좁은 어깨

만 대강의 인상 설명만 듣고 단박에 알아본

서 많이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와 짧은 다리를 본다. 이윽고 김 이사가 말한

다. 공원은 넓고 사람은 많아도 수염 기른 대

있다. 대개 출연자들은 처음 볼 때 서툴고 거

다. “그러고 보면 부장님은 매력투성이네요.”

친 ‘생짜’들인데 그래도 다들 나름대로 매력

의외의 칭찬에 당황한 김 부장은 귀까지

대머리는 김 부장의 흠이다. 숱이 거의 없

이 있다. 그 기이한 매력은 그들의 흠에 있는

빨개진 얼굴로 대답을 찾느라 한참을 궁리한

는 머리는 원래 나이보다 열 살은 더 들어 보

건지도 모른다. 탁월한 강점은 치명적인 약점

다. 간신히 한마디 칭찬을 한다. “아무리 찾으

이게 만든다. 어울리지도 않는 수염을 기르

에서 비롯된다. 공짜는 없다. 그러니까 약점

려 해도 도무지 이사님 흠을 찾을 수 없네요.”

머리 아저씨가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다.

들숨날숨

고 당연하지만 매혹은 사라져버린다.

다 문득 자신이 대머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는 이유도 다 대머리 때문이다. 김 부장도 입

을 보완할수록 강점도 줄어든다. 새롭고 기형

사했을 때는 머리숱이 많았다. 앞머리가 자

적인, 강렬하고 불안한 매력은 어느새 고만고

꾸 눈을 가려 입바람을 위로 부는 버릇이 있

만한, 편하고 예쁜 볼거리가 되고 만다. 그리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장이다. 눈물과 웃음이 꼬물 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아내를 탐하다』 『슈 슈』를 썼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식을 키우는 일” ▶“청소하고 밥상을 차리는 일 같은 일상생

▶“아이의 성장과정은 탯줄이 끊기는 과정

▶“엄마들은 시작을 위해 공부를 해야만 한

활이나 늘 만나는 가족, 직장동료, 지인과 같

의 반복이다. 탯줄이 끊기며 아기가 처음으

다. 그 공부는 세상을 배우는 것이고, 세상

은 사람들은 새롭지도 않고 특별함도 없다고

로 자신의 호흡을 하듯 아이는 그렇게 성장

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여긴다. 하지만 설거지든, 늘 하는 업무든 지

한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 들어가

(중략) 엄마들이 시작에 대한 개념을 가져야

금 하는 일을 수단으로 대하면 ‘단 한 순간도

며 아이는 울었고 그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

하고, 이 사회가 엄마들의 욕망을 현실로 만

제대로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반대로 깨어

랐다. 탯줄은 내가 혹은 사회가 끊었다. 삶에

들 수 있게 뒷받침해 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

있는 마음으로 하는 일은 자녀와의 사소한

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키우는 일이

야 엄마 ‘개인’이 행복하고 그것이 다시 엄

대화나 장보기일지라도 존재의 온전한 경험

다. 그중 으뜸은 분명 자식을 키우는 일이라

마들이 행복한 ‘사회’로 연결돼 변화할 것이

이고 참다운 삶의 경험이 될 수 있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

-이현경『영혼을 깨우는 책 읽기』중에서 30 SUNDAY MAGAZINE

안승철『내인생의실험은아직끝나지않았다』중에서

-문현아『엄마도 때론 사표 내고 싶다』중에서

PHOTO ESSAY

조용철 기자의 마음 풍경

둘이서 가을빛 좋은 날 둘이서 정동길을 걸었습니다. 잘 여문 은행 두 톨 담장 위에 톡 떨어집니다. “마음 풍경이네···.” 어깨에 메고 있던 카메라를 내게 건네줬습니다. 늘 카메라와 한 몸인 동료의 마음이 고맙습니다. 신문사는 다르지만 오랫동안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사진에 대한 그의 쉼 없는 열정이 내 꿈을 깨우곤 합니다. 같이 가는 길, 벗이 있어 행복합니다.

-서울 정동길에서

조용철 기자의 포토에세이 ‘마음 풍경’은 세상의 모든 생명과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 경이로운 삶의 의지에서 내일의 꿈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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