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6~17, 2012. no.288. sunday.joongang.co.kr
ISSUE
현대 건축 거장
http://sunday.joongang.co.kr
제288호 9월 16일~17일 값 1000원
프랭크 게리의 종묘앓이
CONTENTS editor’s letter
06
THIS WEEK PEOPLE 영화 ‘피에타’의 월드스타 조민수
ISSUE
페도필리아 08
외국에서 오래 산 경험이 있는 지인과 얼
15년 만에 종묘 다시 찾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
마 전 저녁을 먹다가 어린이 성범죄 이야기
DESIGN
가 나왔습니다. 중학교 시절 선생님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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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눈을 감으라고 한 뒤 “성폭력을 당한 경
김신의 맥락으로 읽는 디자인 <10> 플라스틱 의자
험이 있는 사람은 손들어보라”고 하더랍
INTERVIE
니다. 몹시 궁금했던 이 친구는 몰래 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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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가 그만 경악을 했다고 합니다.
‘만인예술가’전 기획한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
반 친구들의 대부분이, 심지어 남자 애들 프랭크 게리의 Eight Spruce Street (New York)
PORTR AIT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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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손을 들고 있더라는 것이죠.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적흥분을 느끼는 것
김수현의 ‘다 품는’ 얼굴
을 페도필리아(pedophillia)라고 합니다.
COLUMN
그런 취향이 있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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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있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강제
스타일#: 미셸 오바마의 전당대회 패션
HOUSE
로 욕심을 충족하는 것은 분명 범죄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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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것도 세계적으로 범람하고 있는.
최명철의 집을 생각하다 <9> 트리 하우스
세계여성단체협의회 총회 서울개최를 기 념해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숙 한
REVIEW & PREVIEW
24
국여성단체협의회장은 “최근 여성·아동
애니메이션 ‘늑대아이’
성폭행 사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BOOK
면서 “성폭력 문제를 범세계적인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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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의 달인 장효조』 『불멸의 철완 최동원』
인식하고 각국이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할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것”을 제안했습니다. 실제로 일본 여성의
SOUL-SEARCHING
15%와 에티오피아·페루 여성의 70%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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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고 하네요.
박정태의 고전속 불멸의 문장 <20>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
GALLERY
조상님들은 남녀관계를 적나라하게 그린 고려가요를 두고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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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말로 섹스에 대한 가장 명확한 정의라
코리아나 미술관 ‘마스커레이드’전
고 생각합니다. 애정남식 표현을 빌리자면 CO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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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습니다.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PHOTO ESSAY
“성은 인간이 누리는 즐거운 쾌락이자 책임 입니다잉, 한쪽만 좋으면 안 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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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좋아야 하는 것입니다잉.”
조용철 기자의 마음 풍경 트리 하우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S MAGAZINE
표지 종묘 정전 앞에선 프랭크 게리. 사진 최정동기자
문화에디터 정형모 취재 이도은 유주현 사진 조용철 최정동 편집 우현아 교열 한규희 디자인 전유진 최귀연 통신원 이지윤(런던) 최선희(파리) 김성희(밀라노) 광고 김진영 구명서 엄태규 마케팅 박유선 박유림 기사제보 02-751-9000, 080-023-5002 광고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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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SUNDAY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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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WEEK PEOPLE
영화 ‘피에타’의 월드스타 조민수
변화무쌍한 얼굴 복잡다단한 표정 베니스를 홀리다
17년 만의 영화 출연작이라고 했다 (2005년 특별출연한 ‘소년, 천국에 가 다’를 제외한다면 1995년 ‘맨’ 이후 처 음이다. 17년이 맞다). ‘김기덕 감독은 왜 조민수 사진)를 여주인공으로 캐스 팅했을까’라는 질문은 오로지 정상적인 (?) 영화에서나 나옴 직한 얘기다. 김기 덕의 영화를 놓고는 이렇게 질문해야 오히려 맞다. 조민수는 왜 간만에 나오는 영화인데 하필 ‘극악한’ 장면을 많이 찍기로 유명한 김기덕의 작품을 택했을까.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동안 끊임없이 타전돼 왔던 소식은 조민수의 여우주연상 수상이 유력시된다는 것 이었다. 아직 국내에서는 많은 사람이 ‘피에타’를 보지 못했을 때였다. 설마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응당 기대해 볼 만하다고들 했다. 그만큼 조민수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특히 후반부에 서 그는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변신을 해낸다. 조민수 때문에 영화는 드라마에서 미스터리로, 심지어 공포의 분위기를 넘나들며 사람들의 숨을 죽인다. ‘피에타’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탈 만큼 거대 한 ‘한 방’이 있는 영화인 게 분명하고 그 한 방에는 조민수의 연기가 큰 몫을 한다. 솔직히 김기덕의 영화는 데뷔작 ‘악어’에서부터 이번 신작 ‘피에타’에 이르기까지 18편 내내 대사가 생경하 기 짝이 없다. 그의 대사는 일상적 언어에서 살짝 비틀린 지점에 서 있다. 구어와 문어의 어중간한 느낌이 들 때 가 많다. 흔히들 “날것 같다”는 표현들을 쓰지만 그보다는 문명과 야만의 중간어쯤 되는 투다. 그리고 그건 김 기덕 스스로의 의도적인 말버릇일 터이다. 감독 본인이야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대사를 내뱉고 그런 톤 으로 연기하는 배우들로서는 죽을 맛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조민수는 복잡다단한 표정연기로 마음속 언어 를 전한다. 조민수는 영화에서 사람들의 신체를 담보로 고리대금업 해결사로 살아가는 이정진, 곧 이강도의 엄마 미선 역으로 나온다. 등장에서 퇴장까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게 처음엔 다소 과잉처럼 보인다. 갓난 아기 때 버려놓고서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식 앞에 나타나서는 무조건적인 용서를 구한다. 그게 눈물만으로 해결될까. 영화는 처음엔 매우 단선적인 스토리인 척 진행되지만 사실은 전복의 이중구조를 감추고 있다. 궁극적 주제 는 측은지심이다. 김기덕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한국 자본주의의 극단적 천민성”을 운운했지만 사실 이는 맥 거핀(macguffin·의도적인 속임수)이다. 이 영화에는 모두가 불쌍하다는 슬픔이 관통한다. 그 때문에 조민수 는 계속해서 운다. 나중에는 그 울음의 진의가 가슴을 친다. 그녀의 울음에 동참하게 된다. 조민수의 필모그래피는 짧다. TV 쪽 활동이 많았다. 그녀만큼 변화무쌍한 마스크를 가진 여배우는 드물 다. ‘아스팔트 사나이’나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등의 드라마에서는 밑바닥 인생이나 다방 마담 이미지 다. ‘피아노’ 같은 드라마에서는 지고지순한 여성상이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느냐, 아니면 파마 머리를 하느냐 에 따라 그녀는 다양한 계급과 계층을 오간다. ‘피에타’는 조민수의 재발견이라는 측면에서도 가치가 큰 작품이다. 김기덕 감독은 기이한 재주가 많다는 것 을 다시 느끼게 한다. 사람들은 앞으로 다른 많은 영화에서도 그녀를 만나고 싶어질 것이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글 오동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06 SUNDAY MAGAZINE
ISSUE
15년 만에 종묘 다시 찾은 프랭크 게리
무한 우주를 담은 듯 종묘 정전처럼 장엄한 공간이 어디 있으랴 <正殿>
08 SUNDAY MAGAZINE
ISSUE
캐나다 태생의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83)는 세계 건축사에 한 획을 그은 걸물이 다. 남들이 벽돌과 콘크리트를 애용할 때 그는 쇠사슬과 합판, 스테인리스 스틸과 티타늄 같은 독특 한 재료를 골랐다. 다른 사람들이 성냥갑 스타일의 고만고만한 빌딩을 지을 때 그는 나풀거리는 치 마 같은, 춤추는 연인 같은, 돛을 활짝 편 범선 같은 건물을 올렸다. 당연히 그의 ‘작품’은 튀었고 논란이 됐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다. “나는 내 직관대로 설계했으며 언 제나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다. 건물을 지으려는 고객들은 일종의 판타지를 갖고 있으며 건축 가는 그들의 의도와 기대를 알아내고 그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열성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프 랭크 게리와의 대화』중)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미국 LA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독일 바일 암 라인의 비트라 뮤지엄 등은 그에게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커츠상을 비롯한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올해는 그가 LA에서 건축사무소를 낸 지 50년이 되는 해. 이를 기념해 부인, 두 아들 내외와 함께 한 국으로 가족여행을 왔다. 삼성의 현대미술관 프로젝트 논의를 위해 방한한 지 15년 만이다. 이번 여 행에서 그는 반드시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조선왕조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는 세계 문화유산 종묘(宗廟)다. 6일 오전 종묘가 채 문을 열기도 전에 정문 앞에 도착한 그들 일행은 경건한 마음으로 성지를 방문한 순례자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최정동 기자, 프랭크 게리 스튜디오, 위즈덤피플 SUNDAY MAGAZINE 09
ISSUE
독일 바일 암 라인에 있는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 아래는 스케치 뉴욕 허드슨 강 계곡에 있는 바드대학교의
“한국인들은 이런 건물이 있다는 걸 감사해야”
행위예술을 위한 피셔 센터
6일 오전 8시50분 서울 종로구 훈정동 종묘 앞. 두 대의 차에서 벽안의 외국인들이 내렸다. 프랭크 게리
LA에 있는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와 그의 가족들이었다. 전날 삼성미술관 리움에서의 강연에 이은 만찬이 밤늦게까지 계속됐지만 그는
마이애미에 있는 뉴월드 심포니
가족들에게 재삼 당부했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다른 일정은 다 빠져도 좋은데 종묘 참관만은 반드
홍콩에 있는 Opus Hong Kong 빌딩
시 우리 가족 모두 참석했으면 한다”고. 원래 종묘는 직원들의 안내를 통한 단체 관람만 가능하지만 그는 단독 관람을 원했다. 문화재청 종 묘관리소는 삼성문화재단의 요청을 받고 “세계적인 명사가 요청하거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가능하다”며 단독 관람을 허락했다. 직원들의 안내에 그는 막바로 정전(正殿)으로 가겠다며 부인 의 손을 꼭 잡고 휘적휘적 발걸음을 옮겼다. 정전. 19실(室)에 조선왕조 19위의 왕과 30위의 왕후 신주를 모신 곳. 증축을 거듭한 기다란 맞배지 붕이 순간 시야를 온전하게 채웠다. 문득 그가 합장을 하며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고개를 움직였다. 종묘를 감싼 공기 한 모금조차 깊게 음미하는 듯했다. 이윽고 그가 말문을 열었다. “15년 만 에 보아도 감동은 여전하군.”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조용히 대답했다.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아름다운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마치 아름다운 여성이 왜 아름다운지 이유를 대기 어려운 것처럼.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그것을 느낄 텐데.” 남문에서 박석이 촘촘하게 깔려 있는 월대(月臺)로 올라가는 계단도 그는 성큼 내딛지 않았다. 종묘 관리소 직원이 “올라가시겠습니까”라고 물었으나 그는 “아니, 아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큰며느리 에게 말했다. “이 아래 공간과 위의 공간은 전혀 다른 곳이란다. 그 차이를 생각하면서 즐기렴.” 동양의 목조건물 중 가장 길다는 정전을 보면서 그는 “민주적”이라고 했다. 똑같이 생긴 정교한 공간 이 나란히 이어지는 모습에서 권위적이지 않고 무한의 우주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같이 10 SUNDAY MAGAZINE
ISSUE
장엄한 공간은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들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곳을 굳이 말하라면 파르테논 신전
프랭크 게리
정도?”라고 덧붙였다.
1929년 캐나다 토론토 출생.
“재미있는 것은 이것은 미니멀리즘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플하고 스트롱하지만 미니멀리즘이 아니 다. 간단한 것은 미니멀리즘이라고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데, 미니멀리즘은 감정을 배제한 것이다. 하지 만 이것은 살아 있는 느낌이 든다. 당시 이것을 만든 사람들의 감성과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가.” 임금님이 드나들었던 동문에서 정전을 바라보며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건축가로 일하고 있는 둘 째 아들 샘에게 말했다. “이 문의 스타일을 새로 짓는 집에 적용해 보는 게 어때?” 그때 일본 관광객 수십 명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는 “15년 전 처음 왔을 때는 이곳을 구경하는 사람
본명은 프랭크 오웬 골드버그. 어머니가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54년 지금의 성으로 개명했다. 열여덟 살 때 가족이 LA로 이주해 USC와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에서 건축과 도시공학을 공부했다. 외할머니와 나뭇조각을 갖고 놀던
이 거의 없었다”라며 “한국 사람들은 이런 건물이 있다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 자기만의 문화를 이해
어릴 적 추억이 자신을
하고 존경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건축가의 길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나오는 길에 종묘 내실을 재현해 놓은 공간과 종묘제례 DVD를 10여 분간 관람한 게리는 매년 5월 첫째 일요일 종묘제례가 열린다는 소리에 “그때 오면 볼 수 있느냐”라며 관심을 내비쳤다. 1시간 가까운 투어를 마치고 나오는 길. 게리가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종묘는 세계 최고의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은 쇠락하던 빌바오시를 일약 관광명소로 만들면서 ‘빌바오 효과’라는 말을
건물이다. 그런데 여기서 보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형편없군요. 좀 정리됐으면 좋으련만.” 그는 친구인
탄생시켰다. 판지로 만든 의자,
클래스 올덴버그가 청계천 입구에 설치한 소라 모양의 설치물을 보고 난 뒤 호텔에서 이야기를 나누
티파니의 보석 컬렉션 등
자며 차에 올랐다.
다양한 분야에서 특유의 예술감각을 펼쳐보였다.
역동적 건물로 건축계 노벨상 ‘프리커츠상’ 수상 프랭크 게리는 평생을 편견과 싸워온 건축가다. 군대에서는 자신을 유대인이라고 차별한 상사와 맞서 싸웠으며 건축을 공부한 뒤로는 실험적인 재료와 역동적인 건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래서 “당신 의 건물은 왜 이렇게 독특한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그의 답변에는 약간 날이 서 있었다. SUNDAY MAGAZINE 11
ISSUE
스페인 빌바오 시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 인테리어 마이애미에 있는 뉴월드 심포니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프랭크 게리 뒤셀도르프에 있는 상업단지 데어 노이에 졸호프 판지로 만든 의자 ‘이지 엣지스’
“부탄에 가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새로 짓는 건물도 옛날 것과 똑같이 지어야 한다. 사람들은 그 게 하모니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건 관습일 뿐이다. 다 똑같아 보이면 조화인가. 그건 일차원 적 생각이다.” 그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유려하고 역동적인 곡면 건축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이제는 내 건축에 대 해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닌 것 같다”고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내 건물을 보고 많은 사람이 자신이 알던 집의 모양과 다르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또 곡면 건축은 짓기가 어렵고 돈도 많이 들 것이라고 여긴다. 편견이다. 어제 강연에서도 말했지만 컴퓨터 프 로그램을 이용하면 그런 어려움은 쉽게 해결된다.”(그는 컴퓨터를 활용한 디자인 작업을 위해 2002년 게리 테크놀로지스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미라지 전투기용으로 개발된 카티아(CATIA) 프로그램을 개량한 소프트웨어는 빌딩의 각 부분을 소수점 이하 일곱 자리까지 표시한다. 이를 통해 건축면적, 체 적, 기계 및 전기 시스템 등 원가 계산의 기본 요소가 되는 모든 것을 분석한다. 또 건물 모양을 모니터 에 띄워놓고 위로 솟아오르게 하고, 잡아당기고, 비틀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것을 2차원 이 아닌 3차원 영상으로 세밀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시공팀이 설계팀을 찾아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 바 있다.) 이렇게 정교한 설계 덕분에 그는 건물을 물고기(그는 일본 목판화와 안도 히로시게가 그린 잉어 그 림에서 영향을 받았다)나 배(보트를 타고 항해하는 것을 즐긴다), 치마(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메릴 린 먼로의 지하철 송풍구 장면 혹은 이세이 미야케의 주름 치마), 첼로(자신을 악기에 비유한다면 첼로 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등의 이미지로 형상화할 수 있었다. 로버트 라우셴버그, 에드 류샤 등 유명 미술가들과의 깊은 친분을 통해 건축과 미술의 교류를 실천 해 왔던 그는 소문난 클래식 음악 애호가이기도 하다. “영감을 준 예술가가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 “베토벤과 피에르 블레즈(프랑스의 지휘자 겸 작곡가)”라고 답할 정도다. 일전에 한 인터뷰에서 “건축
12 SUNDAY MAGAZINE
ISSUE
은 동결된 음악”이라거나 “나는 오케스트라를 조각작품처럼 여긴다”고 했던 것을 떠올리면 역동적인 형상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연상이 가능해진다. 종묘·인왕제색도에 반해 사무실에 사진 두고 감상 그는 아시아 문화에도 조예가 깊다. “15년 전 내한 당시 종묘 외에 정선의 ‘인왕제색도’에도 반했다”고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전한다. LA 사무실에도 이 두 사진을 걸어놓았을 정도다. 이번에 국립중앙박 물관에서 불상과 청자, 백자를 보고 “수세기가 지나도 느낌이 전달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며 건 축도 이래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건축이란 무엇일까. 그에게는 “의뢰인과의 협업”이다. “그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내고, 가르쳐 주고, 기대를 120% 채워주는 것, 그래서 그들이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며 그들 덕분에 내 건축도 흥미로워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5일 삼성미술관 리움 강연에서 젊은 건축가들에게 “경기 침체 등 외부적 요인 때문에 눈치보고 자신을 억누르지 말라”고 조언했다. “문제없는 시대는 없었 다. 이건 이런 문제가 있겠고 저렇게 하면 비즈니스가 안 될 것 같다고 스스로 주눅들 필요가 없다. 그건 변명이고 핑계다. 재능이 있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미래의 건물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제러미 리프킨 같은 미래학자는 화석 연료의 고 갈에 대비해 모든 건물이 태양열 발전소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질문에도 그는 정확한 설 계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했다. “50년 동안 건축을 해오면서 친구들과 환경문제를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이슈는 사람 들이 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건물을 지을 때 나오는 폐기물 같은 것이다. 보통 30~40%가 쓰레기로 나온다. 설계대로 시공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만 하면 이를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에너지 회의 에 참석한다며 자가용 비행기나 타고다니지 말고 이런 점부터 고쳐야 되지 않을까.” SUNDAY MAGAZINE 13
DESIGN
김신의 맥락으로 읽는 디자인 <10>플라스틱 의자
싸고 튼튼하고 편하고 멋진 도시 풍경의 소품
필리프 스타크가 디자인하고 이탈리아의 카르텔이 생산하고 있는 루이 고스트 의자. 프랑스 루이 16세 때 유행했던 신고전주의 의자를 플라스틱을 이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편의점 밖 흰색 또는 파란색이나 붉은색 플라스틱 의
품을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재료로 각광받았다. 30년
를 예고했다.
자에 앉아 맥주 한잔 나누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
대부터는 천연고무를 대신할 인조고무로서 합성수지
플라스틱이 의자 재료로 환영받게 된 또 다른 배경
다. 편의점으로서는 크게 부담스러운 서비스도 아니
개발 연구가 가속화됐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그 수
에는 전후 유럽의 재건과 경제부흥이 있었다. 미국의
다. 플라스틱 의자는 기껏해야 몇 천원이면 살 수 있
요가 폭발하자 독일과 미국은 인조고무 개발에 박차
마셜플랜에 따른 대대적인 원조와 각국의 경제재건
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플라스틱 의자가 불편하거
를 가했고, 더 우수하고 다양한 합성수지들이 개발돼
의지로 50년대 유럽은 역사상 최고의 경제부흥기를
나 금방 망가지는 것도 아니며 보기 흉하지도 않다. 수많은 군사기기에 적용됐다. 나름 유기적인 형태로 디자인됐고 팔걸이도 있다. 이 만큼 효율적이고 유용한 물건도 많지 않을 것이다. 48년 첫 등장 이탈리아서 본격 개발
대표적인 것이 48년 얼 C 터퍼가 폴리에틸렌을 이용
한 취향의 디자인을 찾게 됐다. 특히 크고 화려한 자
해 만든 주방용 저장용기다. ‘터퍼웨어’라고 이름 붙
동차로 대표되는 미국의 상품들은 풍요의 상징이 돼
인 이 저렴하고 깔끔한 용기는 미국 전역을 강타했다. 유럽인의 마음을 빼앗고, 유럽 제조업체들은 이런 스
천연수지의 대용품인 플라스틱은 19세기 중반 발명 ‘하우스 뷰티풀’이라는 잡지는 ‘39센트의 예술’이라 됐다. 생활용품에 광범위하게 쓰인 최초의 플라스틱
맞는다. 소비의 폭발이 일어났고 주머니가 두둑해진
전쟁이 끝나자 이 재료들은 가정 속으로 들어왔다. 소비자들은 늘어난 부를 과시할 수 있는 멋지고 다양
는 특집기사를 만들 정도였다.
은 1907년 리오 베이클랜드 박사가 개발해 특허출원
가구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미국의 찰스와 레
타일을 상품에 반영하기 시작한다. 때마침 현대예술에서는 헨리 무어와 한스 아르프 로 대표되는 유기적인 곡선의 추상조각이 전성기를
한 베이클라이트다. 옛날에는 일본식 발음으로 ‘뻬
이 임스 부부는 48년 좌판과 등받이 팔걸이가 하나로
맞는다. 이 또한 당시 디자이너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꾸라이트’라고 발음했는데, 사람들은 이 말에서 반질
된 DAR 의자를 디자인했다. 처음엔 유리섬유였다가
남겼다.
반질한 표면 질감을 떠올렸다. 그런 특성 때문에 베이
나중에 플라스틱으로 생산했다. 이 의자는 유럽 디자
이런 시대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한 나라가 이탈리
클라이트는 20~30년대 라디오·전화기 같은 가정용
이너들에게 자극을 줬고, 플라스틱 의자의 전성시대
아다. 전후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로 전
14 SUNDAY MAGAZINE
DESIGN
1. 미국의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가 디자인한 DAR. 이 의자는 처음에는 섬유유리로 만들어졌다가 나중에 더 적합한 재료인 플라스틱으로 제작됐다. 좌판과 등받이, 팔걸이가 하나의 형태에 녹아 있는데, 플라스틱은 이러한 조형을 만들어내는 데 제격이다. 2. 이탈리아의 비코 마지스트레티가 디자인한 셀레네 의자. 구조를 강화하고자 S자 형태로 꼬이게 디자인한 다리는 플라스틱의 특성을 잘 살린 것이다. 3. 덴마크의 디자이너 베르너 판톤이 디자인한 캔틸레버 의자. ‘판톤 체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은 이렇게 어려운 구조의 의자도 한번의 사출성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4. 팝 스타일을 대표하는 블로(blow) 체어. 해수욕장의 튜브처럼 가지고 다니면서 바람을 불어넣어 의자로 사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은 일회성과 유희를 즐기는 팝 스타일 의자에도 적합하다. 5. 영국의 재스퍼 모리슨이 디자인하고 이탈리아의 마지스가 생산하는 공기 의자. 속이 비어 더욱 가볍고 단 2분 만에 한 개가 생산된다.
그 첫 번째 의자는 카르텔에서 생산됐다. 화학자인
라에서 생산하게 된다. 어떠한 이음매도 없이 한 번에
하면서 디자인의 방향을 세련과 고급, 예술성으로 바
줄리오 카스텔리는 49년 플라스틱 제조회사를 만들
사출성형이 되는 이 의자 역시 플라스틱이 아니면 생
꾼다. 여기에 플라스틱이 큰 역할을 했다. 북유럽만큼
고 자동차 액세서리와 주방용품을 생산하다가 54년
산할 수 없는 기묘한 형태다.
나무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이탈리아의 가구 제조업
마르코 자누소의 디자인으로 아이들을 위한 쌓을 수
체들은 저렴한 재료인 플라스틱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의자를 개발해 64년 처음 생산을 시작했다.
락했던 이탈리아는 세계시장에 수출할 상품을 개발
60년대는 일회성과 유희를 특징으로 하는 팝 스타 일 디자인이 큰 트렌드를 형성한다. 여기에서도 플라
비슷한 시기 비코 마지스트레티는 매끈한 표면에
스틱은 최적의 재료로 활용된다. 바람을 불어 부풀리
강렬한 색상의 셀레네(Selene) 식탁 의자를 디자인
는 ‘바람 의자’ 같은 독특한 의자가 좋은 예다. 싸구
S자 다리 의자, 바람 의자, 속 빈 의자
한다. 단순하지만 엉덩이와 등받이가 미묘한 곡선을
려 플라스틱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상품으로 탈바
액체 상태에서 금형 틀에 넣어 고체 형태를 추출해
그리고 몸은 편안하게 지탱할 수 있게 했다. 구조를
꿈시킨 이탈리아의 가구회사들은 최근에는 속이 비
내는 플라스틱은 다른 어떤 재료보다 자유롭게 형태
강화하고자 다리는 밑에서 보면 S자 형태로 꼬여 있
어 더욱 가벼워진 플라스틱 의자를 단 2분 만에 생산
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복잡한 형태도 나사나
다. 이런 디자인이야말로 플라스틱의 장점을 잘 활용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용접 없이 한 번의 사출성형으로 만들 수 있다. 게다
한 것이다.
있는 의자들을 개발한 것이다.
가 원하는 색상을 쉽게 표현할 수 있고 투명하게 만드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이 개척한 플라스틱 의자는
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생산비용이 싸다는 것은
공예 전통을 존중하고 지역적 특성 때문에 나무 의자
최대 장점이다. 이런 장점들을 활용하고 싸구려라는
를 고집하는 북유럽에까지 파고든다. 덴마크 디자이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은
너 베르너 판톤은 S자 형태의 캔틸레버 의자를 59년
아름다운비례가있고개성이뚜렷한의자를선보인다.
에 디자인하지만 기술 부족으로 68년에 가서야 비트
우리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의자는 저렴한 비용으 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서 현대 도시의 한 풍 경을 이루고 있다.
김신씨는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17년 동안 디자인 전문지 월간 ‘디자인’의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대림미술관 부관장이다.
SUNDAY MAGAZINE15
INTERVIEW
‘만인예술가’전 기획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우린 모두 아티스트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예술가’를 깨워라
통섭인재양성소 ‘타작마당’ 개관 기념 전시 작아진 아이 옷을 다른 아이의 것과 바꿔 입히는 것은 예술일까 아닐까? 모바일 앱을 통해 집단 따돌림 문제의 심각성을 체험하는 일은? 산하의 풍경을 획일화하 는 4대 강 사업에 반대해 내성천 하류의 삼강보 공사를 막아내는 일은? 아트센터 나비가 4일 서울 장충동에 새로 문을 연 통섭인재양성소 ‘타작마당’ 에서 시작된 전시 ‘만인예술가’(10월 6일까지)에서는 이 모든 것이 예술이 된다. 모든 예술은 창조 행위이고, 그래서 전에 없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면 그는 곧 예술 가라는 논리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2012전’, 광주비엔날레, 미디어 시티 서울 그리고 곧 시작될 부산비엔날레까지 잘나가는 예술 프로들의 잔치가 펼쳐지는 와중에 오히려 ‘안티-비엔날레’를 내세우며 ‘아마추어’들의 참신함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전시뿐 아니라 예술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발 언장인 콘퍼런스 ‘제9공화국’을 개최했고, 특별공연 ‘더 라스트 월 비긴즈’에서는 예술장르를 아우르는 총체극을 선보였다. “‘만인예술가’ 기획전을 통해 제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예술가’를 깨우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아티스트거든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었던 스티브 잡스도 아티스트죠.”
내용은 진지하다. 이들은 모바일 게임으로 나무를 심고, 가난한 나라 아이들에게 쌀을 보내주고,
이 전시를 기획한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51) 관장의 말이다. 만인예술가(Lay
말라리아로부터 어린 생명을 지키는 퇴치운동에 동참한다. 내 손에 든 스마트폰
artist)는 평신도(layman)에서 따온 말로, 일상의 실천 속에서 예술을 하는 사
으로 행하는 작은 착한 실천들이다. ‘산책가’는 시각장애인 소년이 병원에 입원한
람들을 의미한다. 건축·패션·공연·공공예술·만화·영화·미디어아트·공예·사회운
누나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느낀 것들을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어 표현한 작품이
동 등 삶의 전 영역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행하는 풀뿌리 예술이기도 하다.
다. 소년이 부닥쳐 느낀 세상의 감각이 따뜻하게 전해진다.
전시가 보여주는 것은 보다 좋은 삶, 더 재미있는 세상을 위해 궁리하는 사람들
사실 “모든 사람은 예술가”라는 말은 현대미술가 요제프 보이스가 이미 천명했
의 다양한 노력이다. 장애인 차별,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문제, 새터민, 통일, 환경
다. 백남준은 그것을 전제로 많은 사람이 기술 수단과 정보 수단을 자유롭게 사용
문제 등은 사회정치적인 시각에서 보면 거칠고 힘든 것들이지만 문화적 시각에
할 수 있는 시대를 꿈꿨다. 그 기반을 만들어 준 것이 디지털 혁명이다.
서 바라보면 ‘샐러드(국내 거주 이주민을 위한 다문화방송국과 극단의 이름)’처
“디지털이 처음 나왔을 때 인간이 종속된다고 했지만 아니라는 거죠. 테크놀로
럼 부드러운 문제가 된다. 그렇게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
지가 파워풀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그보다 더 우위에 있었습니다. 인간은 무한을
나가는 사람들이 ‘만인예술가’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형식은 기발하고
품을 수 있는 존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존재거든요. 기계를 만드는 회사는 사용
16 SUNDAY MAGAZINE
INTERVIEW
장충동 타작마당 전시 풍경
SUNDAY MAGAZINE 17
INTERVIEW
무하재의 ‘keep drawing’
유동휘의 ‘서둘러요 조합맨’
방법을 제시하지만 인간은 주어진 프로그램 안에 한정되지 않아요. 이런 것을 가 장 잘하는 사람들이 아티스트입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잖아요?” 노관장의말은디지털시대에우리모두가예술가가될수있는근거이기도하다. 이 전시에는 물론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 중인 프로 미디어아티스트들도 참여 하고 있다. 아트센터 나비에서는 작가 김영희와 박수미가 물리적 컴퓨터 기술과 부드러운 섬유디자인을 결합시킨 ‘웨어러블 컴퓨팅(wearable computing)’ 작 업을 선보이고 있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기술을 인간적으로 길들이는 작업이며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디어아티스트 유동희의 신종 사회게임 ‘강남부자를 이겨라’에서 컴퓨터와 사용자는 똑같이 1억원을 가지고 10년간 총 10번의 이사를 한다. 컴퓨터는 강남지 역에서만, 사용자는 강남 외 지역에서만 이사를 다닐 수 있다. 이 게임은 지난 10년간 서울의 실제 부동산 시세 자료를 이용해 ‘강남 불패 신화’ 를 검증한다. 사회적 변화를 보여주는 복잡한 통계자료를 감성적으로 소화해 보 여주는 것이다. ‘서둘러요 조합맨’은 철거와 재건축 과정의 이슈를 역시 게임으로 보여준다. 18 SUNDAY MAGAZINE
무하재의 ‘트리 플래닛’
INTERVIEW
김태윤류한길윤지현의 ‘happysuare Plan B’
장충동 타작마당 전시 풍경
“예술가가 되는 것은 삶의 주인이 되는 것”
무하재의 ‘어슬렁_왕궁 앞’
물건을 만드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이 잡지는 ‘개인 제조시대의 풀뿌리 기술
지금은 외장은 다 뜯어내고 골격만 남겨 그 자체로 현대미술품처럼 보이는 서울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DIY(Do it yourself)의 적극적인 삶을 위한 정보를 나누고
장충동 ‘타작마당’ 건물은 전시 이후 리모델링을 통해 통섭인재양성소로 자리매
있다. 이들에 따르면 800만원 정도면 온라인상에 공개된 오픈 소스를 이용해 나
김할 예정이다. 이곳은 10년 넘게 미디어아트라는 한길을 걸어온 노 관장의 꿈이
만의 인공위성을 띄울 수 있다.
여무는 새로운 시작점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예술과 기술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
“10초 영화제에서는 누구나 감독이자 관객이다. 기존의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
임을 직접 실현하는 것”이다.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자는 구호는 오래전부터 존
으면 당신이 직접 만들고 상까지 줘라.” 3년째 ‘10초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
재했었지만 대부분의 예술이 미술관이라는 제도에 흡수되고 말았었다. 그는 이
고 있는 스튜디오 셀터 관계자의 말이다. 이들은 예술을 타인의 예술창작물을 그
런 상황들을 넘어서고자 한다.
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한다.
“디지털 혁명이 시작된 20여 년간 우리는 엄청난 문화사적 변혁을 겪고 있지 않
‘오픈소스·자유문화·공유경제·지식생태를 지지하며, 여러 가지 민주적인 창작
습니까? 그것은 위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생활과 밀착해 생겨
과 소통 도구를 활용하는 독립활동가이자 생활예술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아
나고 있죠. 중요한 것은 그 진화의 코스를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겁니다. 미디어아트
티스트 어슬렁(본명 이미영)의 말은 기분 좋은 울림으로 남는다.
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 흐름을 타는 창의적인 활동인지가
“구경꾼으로 남아 있지 않겠다. 내게 필요한 것을 상품과 서비스로만 해결하는
중요합니다. 타작마당은 바로 그런 것을 위한 장소입니다. 예술과 산업의 융복합
소비자로 살지 않고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로 했다. 예술가가 되는 것은 자신의 본
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하는 산파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성을 되찾고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창작을 공유하면 세상이 좋아질
이 공간에는 벌써 ‘신종 예술가’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잡지 ‘MAKE’의 한 국편집장 정희씨는 “공개된 기술에 개인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접속해, 자기만의
것이다.” 글 이진숙 미술평론가 kmedichi@hanmail.net, 사진 최정동 기자, 아트센터 나비 SUNDAY MAGAZINE 19
PORTRAIT ESSAY
권혁재 기자의 不-완벽 초상화
김수현의 ‘다 품는’ 얼굴 “눈·코·입 하나하나 따져보면 제 얼굴 참 대충 생겼습니다. 저는 오히려 대충 생겨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연기자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얼굴에 담을 수 있잖아요. 어제는 왕이었다가 오늘은 도둑이 되어도 어울리는 얼굴. 참 다행입니다.”
20 SUNDAY MAGAZINE
COLUMN
스타일#: Mrs. 오바마의 대선 출정식 패션
부드러운 핑크에 듬직한 팔뚝 딱~미셸 스타일
를 연출했다. 한 번도 경제·의료·
멀리서 열리는 전국체전보다 우리 학교 운동
즐겨 입는 브랜드도 남다르다. 대통령 취임
회가 더 궁금한 게 사람 마음이다. 고급스럽
식 무도회 드레스는 대만 출신의 26세 신예
세금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
게 표현하면 ‘뉴스의 근접성’쯤 될까. 지리적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작품을, 취임식장에서
남편에 대한 사랑을 피력하며
으로, 심리적으로 나와 가까운 곳에서 일어
입은 연두색 계열의 노란색 투피스와 코트는
대중의 호응을 얻어냈다. 이
난 일에 더 관심이 쏠린다는 뜻이다.
쿠바계 디자이너 이사벨 톨레도의 야심작이
후 나온 기사들은 호소력 깊
이런 연유로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선이 코
었다. 이번에 입었던 핑크색 드레스 역시 아프
은 미셸의 연설문이 ‘남편 뺨
앞에 닥쳤다지만 지금껏 별 관심 없이 지나
리카계 미국인 디자이너 트레이시 리즈의 작
쳤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치기 일쑤였다. 게다가 오바마가 재선을 하느
품이었다. 게다가 옷이며 구두며 200~500달
여기엔 민소매 드레스 덕
냐 마느냐의 긴장감은, 선거를 90여 일 남겨
러 안팎의 합리적 가격대를 선호한다. 이러니
에 훤히 드러나는 알통 박힌
놓고도 아직 누가 링에 오를지도 모르는 우리
보수적이고 우아한 이미지를 트레이드 마크
팔뚝이 최고의 액세서리가 됐
나라 상황보다 더 흥미진진하지도, 드라마틱
로 삼는 기존의 퍼스트레이디들과는 다를 수
다. 일각에선 옷과 어울리지 않
하지도 않으니까.
밖에.
는 탄탄한 근육은 제발 가려달
그런데 지난주 신문을 보다 미국 대선 기
여기에 전문가들이 한마디씩 한다. 미셸의
라고 비꼬기도 한다. 하지만 미셸
사에 눈길이 멈췄다. 미국 퍼스트레이디인 미
옷차림은 철저히 계산된 패션이라고. 서민 정
은 이미 여러 번 인터뷰에서 자신
셸 오바마의 사진 때문이었다. 4일(현지시간)
치를 내세우고 인종차별의 벽을 무너뜨리겠
의 팔뚝을 자랑스러워 했다. 매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민주
다는 오바마 정부의 의지를 피력하려는 것
헬스에 가며 다진 근육을 자랑하기 위해 일
당 전당대회 대선 출정식에 참석한 그가 지
아니냐는 얘기다.
부러 민소매를 즐긴다는 얘기도 했다. 이제
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한 컷. 흥미로웠 던 것은 그의 옷차림이었다. 진분홍색 민소
이런 주장에 굳이 반론할 필요도 없다. 자 ‘정치는 이미지’라는 말이 옳다면, 유권자들 고로 정치인의 옷이란 하나의 메시지로 통하
매 원피스에 같은 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는 법이니까. 하지만 이번 대선 출정식의 옷
은 그의 말보다 팔뚝으로 그를 든든해 하는 게 아닐까.
남편의 정치운명이 달린 중요한 행사에 마치
차림은 그 이상을 보여줬다. 옷으로 나를 표
요 몇 년 새 패션계 최고 인기 스타일은 ‘믹
칵테일 파티에서나 볼 법한 옷차림을 하고
현할 줄 아는 진짜 ‘패셔니스타’가 됐다고나
스 앤드 매치’다. 느낌이 서로 다른 아이템
나오다니.
할까.
들을 함께, 나풀나풀한 스커트와 밀리터리
미셸의 패션이 튀는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
여자에게 핑크색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
재킷을 아래위로 입는 식이다. 아마도 미셸
니다. 역대 그 어떤 퍼스트레이디도 감히 하
가. 다섯 살 꼬마도 핑크색만 고집하며 ‘여자’ 은 이 믹스 앤드 매치를 옷 이상으로 확장시
지 못한 옷차림을 해 왔다. 대통령 취임식 땐
임을 공표한다. 거기에 드레스라면 ‘공주’ 이
킨 고수 중 고수임이 분명하다. 몸과 옷, 상황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 차림을, 자선 행사엔 7
미지를 벗을 수 없다. 한데 그날 미셸은 ‘천상
과 옷의 부조화를 조화롭게 만들어 냈으니
부 바지에 아가일 체크 패턴의 카디건을 입고
여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표
말이다. 역사가 그를 재클린 오나시스보다 더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났다. 가끔은 아예 한
현했고, 신념을 전파했고, 사람을 끌어당겼
옷 잘 입는 퍼스트레이디로 기억할지도 모를
쪽 어깨를 훤히 드러낸 티셔츠를 입고 대중
다. 분홍색 드레스 하나로 공격적이지 않으면
일이다.
앞에 나서기도 했다.
서도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 퍼스트레이디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SUNDAY MAGAZINE 21
HOUSE
최명철의 집을 생각하다 <9> 트리 하우스
마음의 생채기 아물게 하는 나무 위 유토피아
힐링(Healing). 치유의 시대다.
린 시절 큰 나무를 만나면 오르고 싶어진
인류의 문명은 고도로 찬란해지는데, 개인
다. 여러 번 달라붙어 오르게 되면 그렇게 좋
의 몸과 마음은 저마다 상처가 있나 보다. 요
을 수가 없다. 자유롭다. 모든 사물들이, 심지
가나 명상, 심리학이나 정신과 치료, 나아가
어 아버지까지 작아 보인다. 두근거린다. 내
템플스테이 등 조용히 치유하던 시절과 달
앞으로 나만의 풍경이 펼쳐진다. 가만히 앉
리 책에서도, 학교에서도, TV 등 미디어에서
아 있어 보면 비밀스러운 나만의 시간이 생겨
도 이제는 상업화된 힐링이 유행이다. 선남선
난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이런 장
녀가 아닌 일류 스타나 대통령 후보까지도 힐
소를 유토피아와 비교되는 ‘헤테로토피아
링 캠프에 나와 자기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Heterotopias)’라 명명했고, 에세이 『of 잔디 깔린 뜨락이나 푸른 숲속, 시원한 물가
other spaces』에서 정원이나 영화관, 박물
등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내 몸을
관, 도서관 및 유원지 등을 현실 속 대안적 이
치유하는 행사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상향의 장소로 기술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 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나무 안 다치게 작고 간단하게
서부개척과 산업화로 경제발전에 여념이
트리 하우스의 역사는 다양하다. 현재까지
없던 1823년 미국에서 오페라 ‘클라리, 밀
도 파푸아뉴기니의 코로와이족은 생존형 트
라노의 아가씨’의 노래 중 ‘Home! Sweet
리 하우스에서 원시적 삶을 살고 있다. 고대
Home!’의 가사다. 즐거웠던 힐링 캠프
로마시대 악명 높은 칼리귤라 황제는 연회를
도 해가 지고 조명이 꺼지면 막 내린 무
위해 거대한 트리 하우스를 사용했다는 기
대처럼 혼자가 된다. 돌아오는 길에 그저
록이 남아 있다(Pliny, the Elder’s Natural
‘내 쉴 곳은 작은 집’ 그 집밖에는 없다. 최근 숲으로의 행렬 중에 ‘트리 하
History).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가의 트리 하우스는
우스(Tree House)’가 치유의 공간으 그림으로, 낭만주의 시대 로빈슨 표류기에서
22 SUNDAY MAGAZINE
로 떠오르고 있다. 트리 하우스란 나
는 소설로, 홍차왕 립톤이 남긴 사진에도, 20
무 위에 지어진 작은 집을 말한다. 어
세기 들어 최고의 흥행영화 타잔의 집이나
HOUSE
트리 하우스 전문 건축가 안드레아 베닝(Andreas Wenning)이 설계한 독일 북부 멜레(melle)의 트리 하우스 ‘매그놀리아 앤 파인(Magnolia and Pine)’.
실내.
‘매그놀리아 앤 파인’의 테라스.
‘매그놀리아 앤 파인’
만화영화 ‘타잔’의 트리 하우스 스케치. ⓒJohn Puglisi
아바타의 나무마을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천으로 된 고리를 매다는 방식을 사용하고
다 숲속에 힐링을 위한 시니어 콘도미니엄을
장소로 남아 있다.
있다. 마치 해먹이나 멜빵 같은 원리로서 ‘나
새로 주문받아 열심히 작업 중이라고 한다.
트리 하우스를 현대화시키고 건축가의 영
무와의 완전 공존’을 실현하고 있다.
역으로 끌어들인 독일의 건축가 안드레아 베
트리 하우스를 지을 때에는 ‘최소한의 법
닝(Andreas Wenning)은 사람과 나무의
칙’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구조, 최소한의 재
힐링 위한 생활형 숲 체험 공간 한국은 자랑할 만한 숲의 나라다. 삼림 면적
‘조화’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트리 하우스는
료 등 새가 나무에 둥지를 짓는 것처럼 사람
비율이 국토 면적의 70%로 핀란드나 스웨
일단 ‘건강한 나무’에 의존해야 한다. 나무의
에게 필요한 만큼의 최소 공간으로 구성해
덴같이 삼림이 풍부한 나라다. 벌거숭이 민
둥지 및 가지가 그 위에 올라가는 집의 무게
야 한다. 내부 역시 군더더기를 줄이고 최소
둥산을 경제발전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울
를 견뎌내야 한다. 땅 위에 세우는 일반 건축
한으로 실내 마감을 해야 한다. 이렇게 덜어
창하게 조성했다. 양적으로는 풍부해진 이
물과 달리 구조적 안정성이 중요하다. 살아
내고 비워내는 과정 속에 자기 자신에 대한
제는 나무를 사랑하고 숲 가꾸기를 실천할
있는 수목을 지주로 사용하므로 호스트 트
몸과 마음의 치유도 병행되는 것이 아닐까.
수 있는 일상생활 속의 삼림문화가 필요하다.
리(Host Tree)에 대한 사전 검토나 세운 후
이렇듯 사람과 나무의 조화를 원칙으로
현대인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도시 면적
의 점검은 필히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한다.
2003년부터 시작된 트리 하우스가 독일 외
속에서 밀도가 높은 삶을 살아가면서 경제
또한 나무는 살아가는 유기체이기에 집이
에 미국이나 브라질 등 많은 나라에서 각광
적 풍요로움은 얻었으나 심신의 여유로움은
나무의 성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받고 있다. 2007년 독일 멜레(Melle)의 한 저
많이 잃어버렸다.
미국 오리건주에서 매년 개최되는 세계
택의 숲에 지어진 트리 하우스는 널찍한 테
트리 하우스는 어린 시절의 판타지나 일
적 트리 하우스 모임인 WTC(World Tree-
라스를 별도의 지주로 세워 또 다른 스타일
상으로부터의 탈출, 건강한 숲에서의 치유
house Conference)에서는 구체적인 구조
을 선보이고 있다.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기
등 궁극적인 자연으로의 회귀가 주는 청량
나 공법에 대한 연구나 실험이 활발하다. 초
위해 나무에만 의존하지 않고 부분적인 지
함으로 다시금 어른들의 로망이 되고 있다.
기에는 양쪽에서 조이는 샌드위치 공법이
주구조를 결합할 경우 훌륭한 작품이 가능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한 한국 건축의 전
사용됐다. 하지만 이는 나무의 성장을 저해
해진다.
통을 이어가면서 우리의 삼림을 진정한 힐
하는 것으로 판명돼 이후로는 특수한 볼트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켜고
를 나무에 박는 GL공법이 일반화되었다. 하
심호흡을 할 때 나는 어디 있는가. 이런 느낌
지만 이 또한 나무에 생채기를 내는 방법이
들이 치유의 공감을 이룰 때 숲은 새로운 힐
기에 안드레아 베닝은 인장력이 강한 특수
링 캠프가 된다. 이 작가는 현재 미국 플로리
링 캠프로 만들고 싶다. 최명철씨는 집과 도시를 연구하는 ‘단우 어반랩(Urban Lab)’을 운영 중이며,‘주거환경특론’을 가르치고 있다. 발산지구 MP, 은평 뉴타운 등 도시설계 작업을 했다.
SUNDAY MAGAZINE 23
REVIEW & PREVIEW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늑대아이’
제도권 안에서 살아가는 게 과연 최선일까
기인 ‘경계 허물기’가 맞물린 결과다. ‘시달소’
극한상황을 함께 견뎌내는 인간과 개의 우정
가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경계를, ‘썸머워즈’가
에, 과연 인간이 개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
디지털 세계와 아날로그 세계의 경계를 허물
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었다면 ‘늑대아이’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13일 개봉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
허물고자 했다. 우리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
이션 ‘늑대아이’는 대지진 발생 당일 제작회
온 암탉’이 동화 속 악역에게도 모성이 있고
의를 시작한 때문인지 인간과 자연을 조명하
생태계의 법칙에 따른 이유가 있음을 일깨우
는 시선이 한층 대안적이다. 호소다 감독은
는 살짝 진보적인 동화였다면, ‘늑대아이’는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계에서 미야자키 하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이 만든 세계와 자연세
야오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인물. 스튜디
계의 경계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며 존재에 관
오 지브리의 잠재적 후계자로 낙점돼 ‘하울
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어른을 위한 동
의 움직이는 성’(2005)을 만들던 중 스폰서
화다.
인 도쿠마 서점의 입김으로 중도하차했지만,
늑대인간과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유키와
이듬해 경쟁사인 가도가와 서점에서 제작한
아메 남매. 누나 유키는 어린 시절 늑대의 야
감성애니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하 시달소)
성을 마구 드러내는 천둥벌거숭이였지만 철
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래’로 떠올랐다. ‘시
이 들자 학교생활에 적응하며 온전한 인간이
달소’와 2009년 작 ‘썸머 워즈’는 모두 일본
되기를 택하고, 온순하고 겁 많던 동생 아메
엄청난 재난을 겪은 후 인간의 가치관은 변
아카데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
는 자연을 ‘선생님’ 삼아 산으로 돌아가길 택
하게 마련인지, 개인주의로 치닫던 일본인들
상했고, ‘늑대아이’도 개봉 한 달간 300만 관
한다. 동화를 읽으며 “왜 늑대는 항상 나쁜 역
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자연과 이웃을 돌아보
객이 들어 동시기 개봉한 블록버스터 ‘다크
할을 하다 결국 죽임을 당하나. 그런 거라면
고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
나이트 라이즈’에 밀리지 않았다니 과연 대
늑대가 되고 싶지 않다”며 방황하던 아메가
다. 지난해 말 톱스타 기무라 다쿠야 주연으
세는 대세인가 보다.
자라서 자유의지로 당당히 늑대이길 택하는
로 화제를 모았던 TBS 개국 60주년 특집 대
24 SUNDAY MAGAZINE
짜 주인공은 썰매 개들이었다. 자연이 주는
호소다 감독은 이번 작품이 대지진의 영
것은 인간이 자연의 존재에 덧씌운 스테레오
하드라마 ‘남극대륙’은 패전 후 일본의 자존
향을 받았고, 재난에도 퇴색되지 않는 ‘모성
타입을 근본부터 허무는 의미다. ‘늑대’란 결
심을 회복하기 위해 남극탐험을 떠난 사람들
예찬’을 테마로 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
국 인간이 만든 제도권 밖에서 가치를 찾는
의 이야기였다. 내셔널리즘의 회복을 외치는
다. 그런데 왜 ‘늑대’일까? 이는 워낙 변신 코
삶에 대한 알레고리인 것.
드라마일 것 같지만 뜻밖에도 이 드라마의 진
드를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취향과 감독의 장
마을의 어른 니라사키는 등교를 거부하
REVIEW & PREVIEW
‘2012 국가브랜드 컨벤션’, 9월 17일~10월 16일 미국 워싱턴D.C. 앤드루멜런 오디토리움 등
워싱턴 가는 국가대표급 문화행사
한·미 수교 130주년, 한·미 FTA 실시 원년을 맞아 미국에서 한 달간 ‘2012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컨벤션‘이 열린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기획한 이번 행사는 다양한 한국의 전통 문화 행사로 한류 열풍을 새롭게 이끈다는 취지다. 9월 18일 리셉션에서는 ‘영혼의 울림’을 주제로 안숙선 명창과 미국 재즈 밴드의 판소리 협연, 김혜순 디자이너의 한지로 만든 한복 패션쇼 등의 행사를 선보인다. 한국문화원에 서는 ‘한국 공예, 천 년을 이어온 솜씨’를 주제로 나전칠기, 목칠 공예 등 전통 공예품 대 표작들을 전시하며, 작품 소개 외에 병과 만들기 시연 및 ‘떡살과 다식판 이야기’ 등 다양 한 현지인 참여 행사도 곁들여진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이배용 위원장은 “우리의 자랑스 러운 문화와 역사는 차세대들에게도 이어져야 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는 아메를 “어릴 때부터 학교에 잘 안 가는 놈
글 유주현 객원기자, 사진 국가브랜드위원회
은 장래성이 있다. 에디슨이나 나처럼”이라 며 두둔한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제도권에 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에게 진정 필요조건인 가를 새삼 돌아보게 하는 대사다. 엄마는 아
‘한국 공예의 법고창신’전, 10월 7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 문의 02-726-4428
앤틱하면서도 모던한 공예 명품들
들이 늑대인간의 후예로 당당히 자랄 방법 을 함께 찾고, 아들의 선택을 응원한다. 공존 할 수 없는 두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 스 타일이 어느 한쪽이 아닌 양쪽 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감독 스스로 밝 힌 바 있듯, 삶에 있어 ‘제도권 안에 수렴되기’ 와 ‘제도권 밖에서 가치 찾기’는 어쩌면 선택 의 문제인지 모른다. 영화는 자녀를 제도권에 성공적으로 안착 시키려는 우리 ‘학부모’들의 목표가 모성의 본질은 아니며, 아이를 제대로 성장시킬 방법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10명의 전통공예 작가와 9명의 현대작가가 함께 뭉쳤다. ‘옛
을 인간과 자연에 공평히 물어보는 것이야말
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현대적으로 변화시킨’ 공예 명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로 ‘부모’의 참모습이 아니냐는 대안을 늑대
강금성(패브릭 작가), 구은경(공예가), 김덕환(중요무형문화재·금박장), 김상수(강원도무
와 인간의 결합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판타지
형문화재·옻칠장) 등 각각의 작가들이 전통 소재,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들은 현대
를 통해 제시한다. 그럼에도 진지하게 고개를
적 ‘쓰임새’에 초점을 맞췄다. 서양식 침실 가구들을 나전과 옻칠로 디자인하고 제작한
끄덕이게 되는 이유는 뭘까. 황당한 판타지
대진침대의 프리미엄 브랜드 ‘VVL the Room’과 빈컬렉션의 설치는 전통공예의 현대
속에서도 내 주변에 정말 있을 법한 배경과
적 해석을 보여준다.
인물들에 내재된 보편적인 감성을 새롭게 발
2500만원짜리 침대 헤드부터 5000원짜리 젓가락까지 출품작도 다양하다. 침구 일체,
견해 내는 호소다 감독의 ‘공감의 힘’이 아닐
금박 오브제 벽걸이, 현대적 디자인에 전통 옻칠과 금박을 입히거나 나전칠기로 멋을 낸
까. 그것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힘이기도 하다.
티테이블 등 최고의 공예 솜씨가 발휘된 다양한 실생활용품들이 전시·판매된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joo@joongang.co.kr
글 유주현 객원기자, 사진 롯데갤러리
사진 얼리버드픽처스 SUNDAY MAGAZINE 25
BOOK
프로야구 레전드 시리즈『타격의 달인 장효조』『불멸의 철완 최동원』
두 전설 떠난 지 벌써 1년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겠지만, 운동선수들은 다른 분야에 비해 노
당시 후추닷컴 명예의 전당 코너에 실렸던 원
력의 과정 자체가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외
고를 기반으로 정리했다.
국에서 유명한 운동선수들을 그 나라의 국
책은 선수들의 일대기와 12년 전의 와이드
가원수 이상으로 대우하는 것도 그 사람의
인터뷰,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임호균 투수
지난 과거의 노력과 과정 같은 것을 높이 평
가 두 사람을 회고하는 글이 공통적으로 실
가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은 거죠.”(장효
려 있다. 하지만 한국 야구의 역사를 만들어
조, 133쪽)
“2011년 9월 7일과 9월 14일. 그 일주일 사이
갔던 두 선수의 이야기 조각을 갖고 있는 사
부산 토성중 3학년 때부터 이미 돌풍을 일
에 한국 야구는 가장 위대한 타자와 투수를
람은 너무 많아서 이 책만으로는 그 방대한
으켰던 최동원에 대해 저자는 “아마추어 무
잃었다. 우리 야구가 장효조와 최동원을 떠나
퍼즐을 쉽사리 완성시키기 어렵다.
대에서 경쟁의 대상을 찾을 수 없었던 ‘최
보낸 그 9월의 일주일은 그저 허망하고 덧없
그럼에도 전성기 시절 두 선수의 생동감 넘
는 ‘이별의 상징’이었다.”(이태일 NC 다이노
치는 모습들은 반갑다. 전국의 야구장을 누
을 받으려고 매번 몸부림쳤다. 그게 전부였다”
스 대표)
비며 현장을 렌즈에 담아온 주간야구 장원
고 말한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고? 아 니다. 통산 타율 3할3푼1리를 자랑하던 장효
저자: 최준서 출판사: 한스미디어 가격: 각 1만2000원
최준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전임교수가
우 기자가 이들의 생생한 눈빛을 다시 살려낸 덕분이다.
고’의 실력이었고, 그는 ‘최고’에 걸맞은 대접
1984년 삼성과 롯데의 한국시리즈. 다섯 게임에 등판한 최동원이 4승1패라는 경이적
조(1956~2011)와 한국 최고의 투수 최동원
고등학교 때까지 작고 볼품없는 ‘평범한
인 성적을 올렸던 것은 프로야구사의 명 장면
(1958~2011)은 여전히 우리들 마음속 ‘명예
후보 선수’가 ‘천재 타자’가 되기까지 얼마나
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그가 너무 잘났기에
의 전당’에서 뛰고 있다.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을지 상상하기란 어
모두 그를 괘씸해 했다고 말한다. 연세대도,
한국 야구를 빛내던 이름 두 개가 우리 곁
렵지 않다. 장효조에게 연습이나 훈련은 “자
구단도, 부산 팬도, 대구 팬도, KBO도, 심지
에서 사라진 지 어느새 1년. 이를 기리는 마음
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였고, 그
어 메이저리그에서 보기에도 그는 괘씸했다.
이 두 권의 책으로 나왔다. 프로야구 레전드
런 그가 보기에 후배들은 “일일이 책을 찾지
심지어 저자 역시 최동원이 괘씸하다고 말한
시리즈 『타격의 달인 장효조』『불멸의 철
않고 컴퓨터 버튼만 눌러 쉽게 정보를 찾으
다. “이제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을 더 이상
완 최동원』(이상 한스미디어)이다. 2000년
려는” 신세대였다. “어느 분야든 최고의 자리
볼 수 없기에.”
대 스포츠 웹진 ‘후추닷컴’의 발행인이었던
에 오른 사람들은 모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
글 정형모기자 hyung@joongang.co.kr
세상에 예쁜 것
한 권의 책을 위하여
김혁의 스페인 와인 기행
저자: 박완서 출판사: 마음산책 가격: 1만2800원
저자: 김언호 출판사: 한길사 가격: 2만원
저자: 김혁 출판사: 알덴테북스 가격: 3만9000원
신간 안내
26 SUNDAY MAGAZINE
작가 박완서가 세상을 떠
36년 동안 2700여 권의
와인 전문가 김혁의 스페인
난 지 1년. 어떤 책에도 실
책을 기획·편집·디자인한
와인 이야기. 스페인 와인은
리지 않은 원고들을 맏딸
출판인 김언호가 우리 시
국내에서는 가치를 제대로
호원숙씨가 발견했다. 독
대 출판문화의 모든 것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
자와의 대담, 강연, 편지와
이야기한다. 저자는 1980
나 스페인은 그 풍부한 역사
헌사 등 2000년 이후 기
년대에 출판인들과 함께
와 문화, 음식과 함께 알면
고한 다양한 형식의 산문
출판의 자유를 위한 선언
알수록 매력적인 와인의 나
38편을 책으로 묶었다. 일상의 깨달음, 시대와 사
문을 쓴 이래, 새로운 책 문화를 위한 연대운동인
라다. 피카소 미술관이 있는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회에 던지는 메시지 등 박완서 특유의 감수성과
파주출판도시 건설에 앞장서는 등 일련의 출판운
돈키호테의 고향 라만차를 거쳐 스페인 와인의 시작
혜안이 빛나는 소중한 문장들이다.
동과 출판 인프라 구축에 힘써 왔다.
안달루시아에 이르는 문화 속 와인 이야기.
GUIDE
금주의 문화행사 영화
전시
클래식
행사
나이트 폴
고헤이 나와 개인전
트리오 탈리아 창단 10주년 기념 콘서트
박외선 1주기 추모 학술세미나
감독: 주현량
기간: 9월 5일~11월 4일
일시: 9월 19일 오후 8시
일시: 9월 17일 오후 4시
배우: 임달화·장가휘
장소: 서울 청담동 아라리오 갤러리, 아라리
장소: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
장소: 서울 동숭동 연낙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오 천안
문의: 02-541-6235
문의: 02-741-2808
수사 능력이 뛰어나지만 정작 아내의 자
문의: 02 -541- 5701
트리오 탈리아는 김이정(바이올린)ㆍ이숙
한국 현대무용의 선구자 박외선(사진) 선
살사건을 풀지 못해 괴로워하는 형사 람
2011년 젊은 작가로는 최초로 도쿄현대미
정(첼로)ㆍ오윤주(피아노)로 구성된 3인
생의 업적을 조명하는 학술세미나가 열린
(임달화)은 유명 피아니스트 살인사건의
술관 전관에서 개인전을 성공리에 마친 일
조. 첫 해외 무대였던 오스트리아 공연 이
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남정호 교수의 ‘예
용의자로 가석방 중인 왕원양(장가휘)을
본 작가 고헤이 나와의 개인전. 그의 ‘픽셀’
후 유럽ㆍ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술가로서의 박외선’, 성기숙 교수의 ‘박
지목한다. 죽은 피아니스트의 딸에게 스
시리즈와 최신작 ‘트랜스’ 시리즈의 대표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 제1번’, 쇼스타
외선의 무용사적 업적’ 등 두 편의 논문이
토커의 위협이 이어지고, 왕원양이 범인
작 40여 점을 선보이는 국내 첫 대규모 전
코비치의 ‘피아노 3중주, 제2번’ 등을 연
발표되고, 육완순 김매자 등 무용계 원로
이라는 증거가 하나씩 드러나는데….
시다.
주한다.
들이 기억 속의 박외선을 반추한다.
이탈리아 횡단밴드
김영옥 개인전-아리랑 숨결
피스 콘서트(Peace Concert)
한국 현대미술의 오늘, 그리고 내일
감독: 로코 파팔레오
기간: 9월 25일까지
일시: 9월 21일 오후 7시30분
기간: 9월 19일~10월 31일(매주 수요일)
배우: 알렉산드로 가스만 등
장소: 서울 인사동 갤러리 통큰
장소: 경기도 문화의전당 썬큰무대
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등급: 15세 관람가
문의: 02-732-3848
문의: 031-230-3244
문의: 02-708-5050
동네 밴드를 했던 네 명의 친구 니콜라, 살
김영옥 화백은 우리 민족의 행복에의 염
9월 21~23일 열리는 제2회 ‘피스 앤드 피
두산그룹의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무료
바토레, 로코, 프랑코는 10년 만에 재결성
원을 돌에 새기고 찍고 그리는 ‘천부인’
아노 페스티벌’의 전야제. 지난해 열린 첫
로 운영되는 두산아트스쿨 강좌. 미술관,
을 결심한다. 음악축제에 참가하기로 한
기법을 사용하는 작가다. 하늘의 ‘한’이
회에 이어 박종훈ㆍ조재혁ㆍ윤홍천ㆍ김다
비영리 공간, 미술비평, 미술시장, 큐레이
이들은 차로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돌에 새겨지고 땅의 풍요로움이 찍기의
솔 등 한국 피아노계에 새로운 파장을 일
터, 미술가를 주제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
를 10일 동안 도보로 여행하기로 한다. 미
반복으로 표현돼 마침내 섬세한 회화로
으킬 젊은 거장들을 만날 수 있다. 피아니
과 함께 우리나라 현대미술계를 살펴본다.
모의 저널리스트 트로페아가를 이들의
완성된다. 생명활동의 화려함과 장엄함
스트 김대진(사진)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심상용 동덕여
여행을 위성방송으로 편성하려는데….
이 영묘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복지단체에 피아노 기부 행사도 열린다.
대 교수 등의 흥미로운 강좌가 이어진다.
THIS WEEK CHART 베스트셀러
자료=교보문고
순위 책명
영화 예매
자료=맥스무비
작가·출판사 순위 영화명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김난도·오우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스님·쌤앤파커스
광해
감사합니다 한국 이케다 다이사쿠·조선뉴스프레스
본 레거시 피에타
사랑하지 말자
이병률·달 김용옥·통나무
이병헌·류승룡·한효주
레지던트 이블5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공연 예매
자료=인터파크
주연 순위 공연명 뮤지컬 위키드오리지널 내한공연
밀라 요보비치
뮤지컬 시카고
제러미 레너·레이철 웨이즈
자료=풍월당
-
음반사
테오도라키스
C&L Music
인순이·최정원·아이비
밀로쉬 : 라티노
뮤지컬 헤드윅
오만석·박건형·이영미
로맨틱 클라리넷-칼 라이스터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황정민·서범석·홍광호
메디테이션
MIRARE
임창정·최다니엘
뮤지컬 레미제라블
정성화·조정은·문종원
드뷔시: 솔로 피아노 음악
Hyperion
박성훈·장지우·윤정빈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조민수·이정
공모자들
클래식 음반
출연 순위 음반명
DG
익스펜더블2 실베스터 스탤론·브루스 윌리스
연극 옥탑방 고양이
안철수·김영사
이웃사람
김윤진·마동석·김새론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류정한·윤형렬·임혜영
꿈꾸듯이 : 가이야르(첼로)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칼 팔레머·토네이도
늑대아이
(목소리) 미야자키 아오이
연극 뉴보잉보잉1탄
한밤의 음악 : 니콜라 유르겐센
빅 픽처
도둑들
아프니까 청춘이다 안철수의 생각
타임
김난도·쌤앤파커스
더글러스 케네디·밝은세상 노베르토 앤젤레티 외·부글PLUS
김윤석·김혜수·이정재·전지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차태현·오지호·민효린
설주미·황유진·변세영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대구) 윤영석·양준모·선민
손열음: 피아노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김도현·김재범·성두섭
쇼스타코비치: 재즈 앨범
Camerata
Doremi 미디어 신나라 Orfeo 오뉴월뮤직 Decca
SUNDAY MAGAZINE 27
SOULSEARCHING
박정태의 고전 속 불멸의 문장과 작가 <20>『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어려워도 해야 하는 두 가지, 고독과 사랑
That something is difficult must be a reason the more for us to do it 무언가가 어렵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되어야 합니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 대했습니다.”
로 보기 위해서는 끈기 있게 내면을 오래도록
문입니다. 무언가가 어렵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응시하면서 무겁게 닫혀 있는 사물의 내부로
우리가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되어야 합니다.
이맘때면 떠오르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경건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로댕의 작품
사랑하는 것 역시 훌륭한 일입니다. 왜냐하
시 ‘가을날’은 이렇게 시작한다. 젊은 시절 누
은 그에게 깨우쳐주었다. 그가 첫 번째 편지부
면 사랑은 어려우니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
구나 한번쯤 읊조려봤을 그의 시에서는 한없
터 젊은 시인에게 고독 속으로 침잠하라고 서
의 사랑, 그것은 우리에게 부과된 과제 중에
는 그리움과 외로움이 묻어난다. “지금 집이
릿발처럼 엄하게 꾸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 가장 힘든 과제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우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 지금
“당신은 당신의 눈길을 외부로만 향하고 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 깨어서 책
는데 무엇보다 그것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이
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 낙엽이 흩날리
세상의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충고하고 당신
여덟 번째 편지에서는 큰 슬픔을 겪은 젊
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 이리저리 불안
을 도울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할 수 없습니
은 시인에게 슬픔이란 무언가 새로운 것, 무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1875~1926)
리가 해야 할 최후의 과제이며 궁극적인 시험 이자 시련입니다.”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 나 ‘고독과 방랑의 시인’ 으로 불렸다. 장미 가시에
다. 당신에겐 단 한 가지 길밖에 없습니다. 당
언가 미지의 것이 우리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릴케의 시는 아름답지만 쉽게 읽히지 않는
신의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십시오. 가서
순간이라고 위로한다. “슬픔의 소리를 듣지
으로 죽었다는 전설을 남
다. 산문도 마찬가지다. 그의 대표작『말테의
당신에게 글을 쓰도록 명하는 그 근거를 캐
않기 위해 사람들이 슬픔을 시끌벅적한 곳으
겼다.
수기』는 아주 느리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보십시오.”
로 들고 갈 때 오히려 그 슬픔은 위험스럽고
스레 헤맬 것입니다.”
서 어렵게 읽어야 한다. 여기에는 이런 구절이
스쳐 지나가는 생각의 편린들, 그리고 일상
나온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때가 오기까지
의 풍요로움을 말로 불러내는 내면으로의 전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당신을 위로
기다려야 하고 한평생,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향(轉向)으로부터 시가 흘러나와야 한다는
하려 애쓰는 이 사람이 당신에게 가끔 위안
것이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당신의 귀
이 되는 소박하고 조용한 말이나 하면서 아무 런 어려움 없이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십
의미(意味)와 감미(甘味)를 모아야 한다. 그러
나쁜 것이 되는 것입니다.”
면 아주 마지막에 열 줄의 성공한 시행을 쓸
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감방에 갇혀
수 있을 거다. 시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
있다 할지라도, 당신은 당신의 어린 시절을, 시오. 나의 인생 역시 많은 어려움과 슬픔을
럼 감정이 아니라 경험이기 때문이다.”
왕이나 가질 수 있는 그 소중한 재산을, 그 기
지니고 있으며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뒤처져
억의 보물창고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 사람이
이런 시인에게 한 문학 지망생이 인생과 시 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물어왔다. 이에 답을
세 번째 편지에서는 “예술작품이란 한없
해준 열 통의 편지를 묶은 것이『젊은 시인에
이 고독한 존재”라며 비평의 글은 되도록 읽
얼마나 솔직하고 겸손한 인물인가. 이런 스
게 보내는 편지(Letters to a Young Poet)』 지 말고, 늘 자기 자신과 자신의 느낌이 옳다
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젊은 시인 프란츠
고 생각하라고 말해준다. 예술가는 그렇게
크사버 카푸스는 어떻게 됐을까. 그는 결국
로 파리에서 생활하며 이탈리아와 독일, 덴마
나무처럼 성장해 가는데, 그 무엇에 의해 강
인기 작가로 성공했고, 통속소설을 써서 돈
크, 벨기에, 스웨덴 등지를 여행했고, 그래서
요되거나 재촉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릴케가 그토록 당
때로 몇 달씩이나 답신을 미루곤 했는데, 편지 “모든 것은 산(産)달이 되도록 가슴속에 잉태
부했던 고독과 사랑은 지켜내지 못했다. 너무
다. 편지가 쓰인 1903~1908년 사이 릴케는 주
를 쓰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필요했기 때문
하였다가 분만하는 것입니다.”
찔린 게 화근이 돼 백혈병
그러한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어려웠기 때문일까.
박정태씨는 고려대 경제
한 통씩 편지가 이어질수록 젊은 시인을
나도 지나왔던 길을 잠시 되돌아본다. 인
학과를 나와 서울경제신
향한 릴케의 애정은 깊어가고, 일곱 번째 편
생의 고비 때마다 늘 어려운 길보다는 쉬운
문, 한국일보 기자를 지냈
이 시기는 또 그가 조각가 로댕으로부터 보
지에서 절정을 이룬다. “고독하다는 것은 훌
길을 택하려 하지 않았는지. 그렇게 해서 과
는 법을 배운 시간이기도 했다. 사물을 제대
륭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독은 어렵기 때
연 지금 얼마나 쉽게 살고 있는지.
이다. “그것은 바로 약간의 정적과 고독, 그리 고 너무 낯설지 않은 시간을 말합니다.”
28 SUNDAY MAGAZINE
다. 출판사 굿모닝북스 대 표이며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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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쓴 인간들 ‘나와 다른 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갖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가볍게 눈화장을 하는 것부터 다양한 직업 적 역할을 수행하거나 심지어 성적 정체성을 바꾸는 것까지 그 층위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마스 커레이드’전은 1990년대 이후 자신의 성, 인종, 민족의 정체성을 변형하고 자아와 타자, 남성과 여성, 백인 과 유색인, 인간과 비현실적 존재 등을 넘나드는 역할극을 시도해 온 ‘페르소나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 영상과 사진전이다. 각기 다른 인물로 변장하고 카메라 앞에 선 사진작가 강영호, 여성으로 분장한 앤디 워홀을 찍은 ‘레이디 워홀’ 시리즈의 크리스토퍼 마코스 등 국내외 작가 16명의 작품 30점을 볼 수 있다. 잭 스미스의 대표적인 영상물 ‘황홀한 피조물들’(1963, 46분)은 하드코어적인 내용이 많아 19세 이상만 볼 수 있다. 성인 3000원. 일요일 휴관.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코리아나 미술관
마스커레이드(Masquerade) 전, 8월 30일~11월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 미술관, 문의 02-547-9177
카타르지나 코지라, ‘여름동화’(2008), 영상 19분58초
야수마사 모리무라, ‘바다의 선물:전장의 고지에 깃발을 올리다’(2010), HD영상 23분
SUNDAY MAGAZINE 29
CONTE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의사는 주사파? 행히 일자 목은 아닙니다. 어깨가 아픈 것은
일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게 건강보험에
목 때문입니다. 늘어난 목 인대를 치료하면
서 70% 지원되는 겁니다. 그만큼 안정성이
어깨 통증도 사라집니다. 자, 한번 만져보겠
확보된 시술이라는 거죠.” 왜 자꾸 안전을 강
습니다. 어이쿠, 이거 완전 돌덩이군요. 이 정
조할까? 안전하다고 자꾸 말하는 것은 위험
도면 2년 전부터 아팠을 겁니다. 두통이 없다
한 시술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닌가?
는 말은 믿을 수 없네요. 통증 때문에 밤에 잠
의사가 주사실로 들어온다. “이 주사는 안
도 못 잘 겁니다. 주사를 맞아야겠어요. 안전
전합니다. 긴장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주
합니다. 통증도 전혀 없고요.”
사니까 조금 아프기는 합니다.” 역시 위험한
나는 두통이 없다. 왼쪽 어깨가 아픈 것도
것이 틀림없다. 말도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
겨우 두 달 전부터였다. 잠도 잘 잔다. 그런데
에는 전혀 통증이 없다고 했다가 이젠 조금
두 달 전부터 왼쪽 어깨가 아팠다. 특별히 다
의사는 왜 환자가 말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
아프다고 한다.
친 것도 아니고 무리하게 운동한 적도 없었기
이지 않는 것일까? 의사는 주사파일까? 주사
때문에 그냥 잠을 잘못 자 그런 거려니 여겼
를 놓아야 할 증상을 미리 만들어 놓고 그것
끝내고 애들하고 먹고 와라. 슛, 슛. 4번 슛, 에
다. 통증이 더 심해지지도 않고 못 견딜 정도
을 실제 증상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환자에
이, 종석아, 거기가 아니잖아. 왜 그러니?”
도 아니었다. 나는 병원에 가지 않았고 왼쪽
게 주입하는 것이다.
어깨는 참을 수 있을 만큼 아팠다.
의사의 장담과 달리 아팠다. 의사는 다 끝
주사실로 이끄는 간호사는 남자다. 주사를
났다며 몇 가지 주의사항을 일러준다. “오늘
나이가 들고 늙으면 몸 여기저기가 고장난
맞는 환자의 심리는 불안하다. 그나마 간호사
은 샤워하지 마세요. 자세가 중요합니다. 바
다. 늙음은 듬직한 일꾼이다. 그는 부지런하
가 여자이기 때문에 간신히 환자는 진정하는
른 자세. 누울 때는 천장 보고 눕고. 물을 많
고 성실하다. 게다가 자발적이다. 인내심과 책
것이다. 그런데 남자라니. 불편하고 불안하다. 이 마시세요. 하루에 1L 이상. 담배는 피우지
임감도 강하고 목적의식도 뚜렷하다. 그는 단
남자 간호사는 내게 베개에 이마를 박고 목
마세요. 참, 스트레스 좋지 않습니다. 절대 안 정과 휴식을 취하세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몸에서 탄력과 생기와
을 쭉 뺀 채 시술대 위에 엎드려 누우라고 한
건강을 빼앗고 대신 주름과 피로와 질병을
다. 가만, 이것은 단두대에 목을 내놓는 자세
새겨 넣는다. 늙음은 죽음이 생명에게 건네
와 닮았지 않은가? 목은 맹수가, 뱀파이어가, 를 받은 탓인지 갑자기 목이 뻣뻣해지고 통
는 끈질기고 집요한 설득인지 모른다.
망나니가, 권고사직이 노리는 부위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어깨 통증이 더 심해졌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의사는 말한다. “다
병원비가 9만원이 넘게 나왔다. 스트레스 증이 몰려온다.
“주사는 여섯 대 원장님이 직접 놓을 겁니
다. 왼쪽 목까지 아팠다. 결국 병원을 찾았다. 다.” 왜? 주사는 간호사가 놓는 게 아니던가?
들숨날숨
“자, 3번 슛, 종석아, 점심 먹었냐? 이거 빨리
원장이 직접 놓아야 할 정도로 위험한 주사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장이다. 눈물과 웃음이 꼬물 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아내를 탐하다』 『슈 슈』를 썼다.
“현대인은 최대한의 욕망 충족을 행복으로 착각” ▶“현대인은 스스로 최대한 욕망을 충족하
▶“목숨이 일 주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선고
▶“나는 내가 미리 예상한 결과대로 되느냐
기 위해 디지털-사이버 후기 자본주의 사회
받으면 어떻게 할지, 살아갈 날이 3년밖에 남
에 상관없이 모든 것이 좋다는 것을 믿는다.
를 형성했다. 현대인은 자유, 책임, 정의 등을
지 않았다고 하면 무엇을 할지, 직접 시뮬레
내가 나 자신이 될 때, 나의 그 독특하면서도
망각하고 최대한의 욕망 충족을 행복으로 착
이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라면 아마도
완전한 장엄함이 나 자신과 모두에게 가장
각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인격 주체로서의
매일 반복해 온 생활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
유익한 방향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그러니
인간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포함하는
다. 내 인생의 목적은 지금처럼 인간관계를 쌓
내가 나 자신이 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
당위의 학문으로서의 윤리학을 되살리지 않
고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그때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진실로
으면 안 된다. 인간 존재란 가치지향적인 인격
인생의 최종 목표라고 생각하면 마지막까지
나에게 속한 모든 것이 가장 마술적인 방식
주체일 때 문화 창조자가 될 수 있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이 이상적이다.”
으로 내 삶 안으로 들어온다.”
-강영계의 『철학의오솔길』중에서 30 SUNDAY MAGAZINE
니구모 요시노리의 『1일1식』 중에서
-무르자니의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중에서
PHOTO ESSAY
조용철 기자의 마음 풍경
노을 고운 가을 바다 철 지난 바닷가에 갔습니다. 지난여름 그 많던 사람은 떠나가고 없습니다.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세상 인심 또한 저 파도 같은 물거품이 아닐까요. 저기 작은 섬 소나무들은 변함없이 오늘도 푸르네요. 스멀스멀 노을이 피어오릅니다. 내 마음도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여름날이 아쉬운 아이들도 노을 속으로 뛰어듭니다. 노을빛 세상, 노을이 참 고운 가을날입니다. --충남 보령 무창포해수욕장에서
조용철 기자의 포토에세이 ‘마음 풍경’은 세상의 모든 생명과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 경이로운 삶의 의지에서 내일의 꿈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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