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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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Cover Story 4 버라이어티 윤복희 6 뜻밖의 홍 자매이시네요 16 OLD MEMORY 26 책과 산책할까요? 32 삶은 끝없는 동화 36 김기덕은 왜 ? 42 따뜻한 이경규를 만났어 46 배용준과 와인친구들 52 백청강, 진정 그를 앙까? 60 희망의 소리 64 뮤지컬 어워즈에선 무슨일이 있었나 68 웃음기 쫙 빼고 72 TV보는 락 80 데미무어의 착한 행보 84 전 상하이 총영사 직격 인터뷰 88 송지선의 마지막 한달 96 해병대 총기 사건, 안타까운 뒷얘기 104 이태원 클럽에 동행하다! 112

효재와 통영 누비 사업단에 가다 120 윙크만 해도 성희롱 126 스마트폰만 갖고 한달 살아보니 128 마음의 면역력 자존감 140 조기교육이 뇌를 망가뜨린다? 138 아프니까 청춘이다 142 일상속 셰계의 과학교육 148 그림 대화 해볼까요? 160 밥상머리에서 말하는 습관 162 여름방학 포트폴리오 164 뽀로로는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170 데톨 포밍 항균 핸드 워시 178 아이들에게 만화로 희망을 182 미리가보는 직업 -패션 디자이너 184 한고은이 레트로를 권하다 186 김민과 지춘희의 패션쇼 194 북유럽 스타일의 진수 206 패션 피플들의 서랍속 214 '셔벗 피부' 공식 222 미래형 스킨케어 230 피부 온도를 5도 낮춰야 하는 이유 236 생활속 다이어트 실천 Tip 240 요요 현상을 막는 다이어트 멘토링 244 열정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254 훗카이도의 동쪽 끝에서 만난 여름 262 안탈리아로 떠나는 여행 270 신이 준 특별한 휴가 278 닮은 듯 다른 제주 여행 282 여름 통영은 미식 천국 286 해외 여행길, 면세점 쇼핑 목록 288 부추요리 290


인사동 반상회 290 참 쉬운 엄마표 간식 308

Program August 2011 2011년 8월 둘째주 제2호 발행처 발행인 발행일 창간일 발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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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미디어 김균석 매주 월요일 2011년 8월4일 2011년 8월9일

사진/기사 JmNT TV J-on(중앙일보) J Golf QTV 무비위크 일간스포츠

연예.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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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쎄시-슈어 온스타일 여성중앙 레몬트리 인스타일 코스모폴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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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계백

MBC (월, 화) 오후 09:55~ 방송중 (총 36부작)

제작사 : 계백문전사, 크리에이티브 프로덕션, 커튼콜미디어 제작진 : 연출 김근홍, 정대윤 | 극본 정형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구태의연한 표현은 차지하고라도,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백제는 오랜 세월 ‘폭군 의자왕’이나 ‘낙화암세서 몸을 던지는 삼천궁녀’쯤으로 요약되어 지리 멸렬한 국가로 인식되어 왓다. 근래들어 백제의 기록과 유적지들이 확대 발굴 되면서 백제에 대해 무지했던 새로운 사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따. 드라마 계백은 역사 속에 감추어졌던 백제의 위대함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승자의 역사속에 억눌 렸던 백제의 한을 분출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장장 680년의 역사를 지닌 백제가 폭군왕의 과도한 음주가무때문에 망했다는 망언을 걷고, 백제가 대내외 관계속에서 얼마나 치열한 투쟁과 고통을 겪었는지를 드라마적 재미와 역사적 의미를 통해 보여주려 한다. <중략>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국가도 홀로 발전한 나라는 없는 법이다. 주변의 여러 나라와 끊임없 는 대외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백제의 멸망은 외교적 고립이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였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그것은 곧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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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제의 자주노선을 의미하기도 한다. 백제 멸망 8년저, 백제 의자왕은 신라에게 빼앗은 성을 당나라가 신라에게 다시 돌려주라고 하자, 이때부터 완전히 국교를 끊게 된다. 만약 당의 간섭과 군사적 개입 이 없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인가.... 이드라마는 국제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선택해야만 했던 백제 의 자주적 노선의 의미를 설득력 있게 그려보려 한다. 그 무엇보다 백제 말엽이 강성했던 이유는 인재에서 찾을 수 있다. 책사로 성충과 홍수가 있었다면, 탁월한 무장으로는 계백과 흑치상지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도 탐냈던 인재들이다. 사실적인 예로, 흑치상지의 경우 백제 패망 후 당나라로 건너가 돌 궐을 정복한 혁혁한 전과를 올린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대부분의 백제의 인재들은 운명을 나 라와 함께 했다. 그들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던 것이 과연 주군이었던 의자왕과의 충의 때문만 이었을까....그들에게도 이땅에서 이루고자 했던 꿈이 있었을 것이다. 성충과 홍수, 두 천재적 책사는 처음에는 의자를 도와 정권을 잡고, 이후 강력한 법치국가를 실현하려 했다. 그것은 삼국통일을 위 한 천년대계의 기반이었다. 현명한 왕이라면 다행이지만, 모든 군왕이 현명할 수는 없다. 독재적인 폭군이나, 유약한 군주가 나라를 다스린다면....삼국일통은 커녕, 나라의 십년지계도 장담하기 어렵다. 성충과 홍수는 당대는 물론 후대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국가운영의 시스템을 만들고, 가동하려 한 것이다. 계백, 660년 황산벌에서 죽었다는 기록 외엔 어떻게 낳았는지, 살았는지 아무 기록도 없는 인물... 그의 최후에서 유추해보면, 훌륭한 전략가이자 무예가였고, 적국인 신라에서 조차 그를 위대하게 평가할 만큼 대쪽 같은 충신이었다는 것... 당대의 석학 성충과 천재 흥수를 만나 새로운 국가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고 믿음을 지니게 된다. 들판의 키 작은 풀에 불과했던 그가 만났던 인연을 통 해...혹독하게 거듭나고...마침내 나라의 존망을 떠받치는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한 것이다. 어느 편견의 미망에 빠지지 않고 충의와 사랑과 미래의 에너지를 모두 끌어안고 산화한 이 사내 야말로 백제 마지막 역사의 한 페이지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계백...!!! 우리는 일생을 불살랐던 이 사내를 통해, 역사의 연속성은 승전국의 함성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가 이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MBC계백 공식 홈페이지의 기획의도에서..>

계 백 (이서진)

의자왕 (조재현)

사택비 (오현수)

은 고 (송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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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무대에서 60년

버라이어티, 윤복희 데뷔 60주년. 여섯 살 때 아버지의 창작 뮤지 컬 ‘크리스마스의 선물’로 공식 데뷔한 윤복 희가 무대에서 60년을 살았다. 그녀에겐 여 러 최초가 붙는다. 최초의 아역, 루이 암스트 롱과 공연한 최초의 한류, 아마도 최초의 미 니스커트 제작자, 그리고 월트디즈니의 보이 스 캐스팅 역할을 하는 터라 그 원작을 세계 최초로 보는 사람 중 한 명. 어마어마하다. 정 작 그녀는 “난 최초, 이런 타이틀 별로던데” 라며 시큰둥했다. ‘최초’를 기억하고 살기보 다는 지금 이 순간이 좋다는 것을, 윤복희는 그렇게 톡 쏘는 말로 대신했고, 그녀의 앙증 맞은 체구가 빛을 발했다. 취재_강승민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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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바빴다. 인터뷰 요청을 몇 달 걸러 세 차 례 했는데, 모두 퇴짜를 맞았다. 성지 순례를 계획 중이라서, 이사를 해야 해서, 데뷔 60주년 공연 세팅에 시간이 걸려서, 라는 이유였다. 모 두 이해되는 이야기들이었고, 여전히 버라이어 티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눈치를 챘다. 초여름 햇살이 강하던 어느 날, 웨스턴 스타일 에 보잉 선글라스를 낀 윤복희를 만났다. 기자 를 슬쩍 보더니 “이 선글라스가 당신 나이보다 많을 거다. 4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나는 고 개를 끄덕이며 “오늘 사진 촬영은 가수 비 콘 셉트로 해야겠다”고 농을 걸었다. 윤복희가 눈 을 말똥말똥 뜨더니 “비가 누구지? 내가 TV 를 거의 안 봐서”라고 궁금해한다. 집에 머물다 기자의 전화를 받고 세수만 간단 히 하고 나왔다는 그녀의 피부는 깨끗했다. 비 누 거품으로 씻어냈을 맑은 얼굴에는 기미와 주름살 또한 선명하다. 오른쪽 뺨과 귀를 잇는 달걀만 한 크기의 점은 ‘윤복희=자연 미인’임 을 증명한다. 최근 그녀가 몇 차례 실시간 검 색 순위에 올랐다.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해 “ 남진과 약혼 해프닝 당시, 난 나쁜 여자였다” 라고 까발렸을 때,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 그녀의 가스펠 송 ‘여러분’을 기가 막히게 불 렀을 때였다. 그런데 일부 안티가 있었던 듯하 다. 지난 해프닝을 두고 왈가왈부, ‘여러분’을 두고 오빠 윤항기 목사와 사이가 안 좋다느니 등으로 또 왈가왈부. 보다 못한 윤복희가 댓글 을 달았다. “내가 윤복희란 사람인데, 잘 알지 도 못하면서 왜들 그러시냐”고. 윤복희는, 기 자가 아는, 소셜 네트워킹을 가장 열심히 하는 ‘딴따라’다. 데뷔 60주년을 맞이한 윤복희를 최근 이사한 경기도 광주의 한 아파트 근처에 서 만났다.

윤복희 마음에 바람이 분 거지 8

윤복희가 본명인가요

애매해요. 그렇게 불리기는 했는데, 호적상 이 름은 복기(복 福, 일어날 起)거든요. 10대 때는 어머니 성을 따 성복희로, 그리고 뒤늦게 학교 에 들어가려고 보니 출생 신고가 안 돼 있었고, 이후 아버지 호적에 들어가 윤복희가 된 거죠. 뒤늦게 학교를 가셨다고요

여섯 살 때 데뷔해 쭉 무대에서 살았으니까 학 교 다닐 생각을 못했죠. 그런데 주변에서 ‘복 희가 참 똑똑한데, 학교를 다니면 좋을 텐데’ 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란 게 뭐 지? 뭔데 그런 얘기들을 하지? 조금 프라이드( 자존심)가 상했지(웃음). 그래서 서울에서 학 교 다니던 사촌 오빠를 졸라서 검정고시를 친 거죠. 공연 끝나고 밤에 공부해서 시험을 쳤어 요. 중학교부터 들어가려고 했는데, 고등학생 으로 합격했죠. 학교생활은 할 만했나요

어느 날은 눈을 뜨니 양호실에 누워 있더라고 요. 그럴 만했지. 학교생활과 무대 생활을 동시 에 했으니까요. 조퇴를 하고 정문을 나서면 나 를 픽업할 택시가 대기해 있고, 그 택시를 타 고 삼각지 사무실에 가요. 사무실에서 공연 트 럭을 타고 미 8군으로 이동하는데, 그 트럭 안 에서 촛불을 켜고 공부를 했죠. 공연 끝나고 집 에 오면 새벽 2~3시가 되고, 너댓 시간 눈을 붙인 뒤 등교하는 스케줄이었어요. 고등학교 1 년을 다니고 학교 추천으로 서라벌예대(중앙 대 전신)에 입학했는데, 그해 10월에 루이 암 스트롱의 초대로 미국 공연을 하면서 한국을 떠났으니, 학생 신분은 2년 정도였죠. 루이 암스트롱과 인연은 어떻게 된 거죠

내가 열 살 때부터 미 8군 무대에 섰는데, 암스 트롱 모창을 한 게 미국까지 입소문이 난 거죠. 한국의 앙증맞은 여자애가 모창을 기가 막히 게 한다고. 8군에는 ‘딴따라 등급’이 있는데 난


Program 윤복희 사고 이력을 보면 데뷔 60주년의 열정이 보인다 윤복희가 무대에서 환갑을 맞이했다. 이 세월을 끌고 온 과정과 열정을 어떤 말로 대신할 수 있을까. 공교롭게 도, 그녀의 사고 이력이 그 열정과 삶을 보여준다. 윤복 희는 1986년 ‘피터팬’ 공연 당시 세트가 무너지면서 척 추뼈 4개를 다쳤다. 의사는 공연을 강행할 경우 반신불 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몸 오른쪽이 일부 마비됐 고, 시력이 불안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공연을 강행했다. 그녀의 집과 은행 담보가 걸린 ‘지분제’ 공연 인 탓에 ‘아프다’는 핑계로 빠질 수 없었다는 게 이유였 다. 윤복희는 통증 억제제를 맞으며 사고 이후 4년 동안 공연을 진행했다. 4년의 투병 공연을 마친 어느 날, 세 수를 하는데 오른손이 편하게 움직였다. 엑스레이 촬영 을 하니 부러진 척추뼈 4개의 물렁뼈가 살아났더란 얘 기. 다만 시력은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이렇게 웃 는다. “내 얼굴이 뿌옇게 보이니 진한 화장을 할 필요가 없지. 보이는 세상도 뭐가 낀 것처럼 다 예뻐 보인다”고. 윤복희 패션에도 비밀이 있다. 그녀는 여름에도 롱부츠 나 어그 부츠를 착용한다. 이것도 무대 사고의 영향인 데, 발이 조금만 차가워져도 진통이 있기 때문이다. 그 녀는 이 저린 몸을 이끌고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무대 에 섰다. 막달라 마리아 역이었는데, 앉아서 하는 장면 이었기 때문에 강행했다고 한다. 이 모든 게 열정이 보 여준 ‘기적’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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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등급으로 늘 최고 대우를 받았죠. 그분이 한국에 오면서 나를 찾은 거예요. 자기 공연에 게스트로 출연해 달라고. 공연이 내 ‘밥줄’인 데, 당대 최고가 나를 선택한 거니, 안 응할 이 유가 없잖아요. 워커힐 공연에서 루이 암스트 롱과 듀엣을 했어요. 대단한 거죠. 공연이 끝나 고 2주 뒤, 미국으로 돌아간 암스트롱이 내게 계약서를 보내면서 떠나게 된 거죠. 윤복희 마 음에 바람이 분 거지(웃음). 암스트롱은 왜 당신에게 계약서를 보냈다던가요

에이, 그걸 왜 물어봐. 가수들 사이에서 그분 애칭이 팝(PaPa-파파를 줄인 말)이었는데, 내 수양 아버지가 되셨고, 아무튼 그건 ‘축복’ 인 거죠. 윤복희 하면 여러 전설이 있어요. 비틀스와 윤복희, 이런 얘기도 돌던데,

이건 무슨 얘기인가요 아, 1960년대 초반 영 국에서 ‘코리안 키튼’이란 이름으로 4인조 그 룹 공연을 했어요. 당시 비틀스가 갓 데뷔를 했 죠. 비틀스의 신곡 하나를 우리가 기막히게 잘 불렀거든요. 다음 날『런던데일리』에 비틀스 와 ‘코리안 키튼’ 사진이 나란히 실렸지. 기사 내용? 우리가 비틀스 오리지널보다 더 기가 막히게 노래를 잘 부르더라는 내용이었지(웃 음). 이후 우리가 엄청 유명해졌어요. 그 영상 이 지금도 유튜브에 나오던데.

엄마 곁에 가면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을 것 같아서 부모님을 열 살 전에 모두 떠나보냈죠.

그 ‘정’을 대신해 준 게 있나요 부모의 정이라? 그런 건 몰랐어요. 내가 부모님 손에서 자란 게 아니고, 엔터테이너적인 환경과 어른들 틈 에서 자랐으니까. 그러니 부모님이 안 계시니 못 살겠다, 이런 건 적었죠. 어머니가 일곱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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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투병하실 때 내가 여 관에서 생활했는데, 그때 죽으려고 생각했던 적은 있지. 자살을 생각한 거예요. 엄마 곁에 가면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그때 감정이 어른들이 말하는 자살 같은 것과는 다르기 도 했을 것 같은데요

글쎄? 아무튼 내가 어른들 틈에서 자라 조숙 하긴 했어요. 그래도 요즘의 사치스러운 단어 와는 다른 거지. 많은 걸 갖고 있으면서도 생 명을 가지고 사치스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다 아구창을 돌려야 해. 지구 위에 얼마나 춥고 배고픈 이들이 많은데. 연예인들에게 그런 나쁜 일들이 종종 있는데요

보세요. 취미 삼아 일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유 명해졌어. 그때 컨트롤이 안 되면 유혹들이 속 삭인다고. 필요 이상의 돈과 인기, 명예가 다 가오면 주체를 하지 못하는 거지. 성형 수술하 고, 명품 사는 데 낭비하고, 마약.술.섹스 등 나 쁜 무리들이 몰려들지. 추락하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어서 정말 조심해야 하는 생활이라 고 말해 주고 싶어요. 본인에게도 그런 유혹이 많았나요

내 앞에서 알짱거리는 애들이 있어도 내겐 우 스웠지(웃음). 난 연예계 생활을 잘했던 분들 과 함께 생활했고, 그분들의 무대 밖 생활도 다 지켜봤으니까요. 삼십대 시절부터 내겐 그 흔 한 세 가지가 없어요. 자동차, 가사 도우미, 매 니저와 기획사.

열네 살 때 월급을 가불해서 집을 살 정도 니까요 이제 데뷔 시절의 얘기를 해볼까요. 여섯 살에 아버지 윤 부길 선생이 만든 창작극 ‘크리스마스 선물’ 무대에 오른 게 데뷔였어요. 돌아보면, 이게 아버지에게 받은 큰 선물


Program 인 건가요

어린 나이에 돈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군요

무슨 말이에요? 아버지는 반대했지. 윤부길 선생이 대단하신 분이잖아요. ‘견우직녀’ 등 국내 첫 오페라를 만들었고, 전쟁 때는 예술 인 수천 명을 데리고 부산 피난을 내려가 8군 쇼를 진행했어요. 그때 연예인들이 공연을 하 고 공연료 대신 스튜, 초콜릿 등이 든 식량 박 스를 받아온 게 기억이 나요. 공연 의상 만드 느라고 부산에 ‘국제시장’이 들어섰고요. 내가 그 무리 속에서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느 낀 게 네 살이었고, 그 맛을 안 거지. 여섯 살 때 서울 중앙극장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올 리는데, 내가 오빠가 쓰던 양철 필통에 손가락 을 집어넣고, 무대에 올려달라고 ‘자해 소동’ 을 벌였던 거예요. 아버지가 ‘그럼 선물로 딱 한 번’이란 조건으로 나를 세웠는데, 그게 빅 히트가 됐어요.

열네 살에 가불해서 집을 살 정도니까요(웃 음). 내가 움직이면 항상 따라오는게 돈과 인 기였지만, 그런 것들이 내 삶에서 필요한 부분 은 아니었어요. 난 비를 피할 공간과 배고프지 않을 정도의 음식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삶을 살았으니까. 오빠에게 사준 집은 일종의 가장 역할에 충실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이후 무대에서는 늘 행복했나요

한 번 하고 딱 하기 싫어졌어요. 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싶었지. 그런데 엄마 투병하시 고, 아버지 떠나고 나니까 급할 수밖에 없잖아 요. 내가 움직이면 돈이 되니까, 누군가 가족을 챙겨야 했는데, 그 역할을 내가 한 거죠. 공연 수입으로 오빠 학비도 댔다면서요

그때 내가 꽤 유명했거든요. 수입이 꽤 됐고, 윤복희가 돈이 좀 있다는 걸 아는 어른들이 돈 을 빌려가면 이자도 받았어요(웃음). 당시 8군 에서 스페셜 A 클래스였고, 한 달 월급이 4만 ~5만원이나 됐어요. 4만~5만원이면 어느 정도죠? 지금과는 차이가 클 텐데, 자장면 값과 비교해 볼까요

에이, 이보세요? 자장면이라니. 집값과 비교 를 해야지. 몇 달치 월급을 가불해서 열네 살 때 집을 샀으니까요. 당시 오빠가 군대에 있었 는데, 제대하면 살 집을 오빠 명의로 구해 주 고, 미국으로 떠난 거죠.

난 딱 한 번 첫사랑과 결혼한 여자예요 자, 그때의 윤복희를 떠올리면 최초의 미니스커트 착용자 라는 전설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아니에요. 내가 미니스커트를 입긴 했는 데, ‘최초’ 이런 건 모르는 일이라고. 비행기에 서 내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계단을 내려오는 얘기를 하는데, 그게 CF 장면이었지, 실제 내 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내가 미니스커트를 만 든 ‘최초’는 맞지 않을까. 어릴 때부터 무대 의 상을 직접 제작했으니까. 내 취미가 바느질이 에요. 1960년대 어느 해외 국빈급 공연을 갔는 데 드레스를 안 챙겨 간 거예요. 그래서 부랴부 랴 원피스를 개조해 미니스커트를 만들었지. 그게 아마 원조일 겁니다. 애인(독일계 혼혈 가수 유주용으로 당대 인기 가수)에게 잘 보이 고 싶어 미니스커트를 입긴 했어요(웃음). 지금 말한 애인이 전남편 유주용씨죠. ‘무릎 팍 도사’에서 결혼 얘기, 남진과 약혼 해프닝 사연을 꺼내 실시간 검색 어 1위를 했어요. 결혼 생활을 정리해 볼까요.

유주용씨와는 어떻게 만나신 겁니까 십대부터 같이 공연을 하던 오빠였어요. 잘해 주고, 챙겨 주고, 돌봐주고 그러다 정이 쌓인 거죠. 어린 나 이에 오빠를 알았고, 나중에 가족을 이루면 오빠 랑 하겠지,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하다, 오빠가 프 러포즈를 했고, 1967년 내한 공연 때 약혼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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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미국으로 떠난 겁니다. 흔히 말하는 불 같은 사랑, 그런 건 아니었고요(웃음).

한 여자라는 거예요.

결혼하면 무대를 떠나 평범한 아내가 되고 싶었다고 했

그런데 인생에 ‘만약에’는 없는 거니까요

는데, 그게 잘 안 됐죠

가장으로 돈을 벌어야 하니까 무대에 올랐지만, 난 무대가 싫었어요. 내 초이스(선택)가 아니었으 니까요. 내게 무대는 컴컴하고 춥고 일을 해야 하 는 공간일 뿐이었거든요. 그래서 결혼하면 무대 를 떠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여기저기 음악 하자는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는데, 그걸 다 뿌리친 거야. 그래서 내가 계속 무대에 올랐던 거죠. 이건 내 계획과 완전 반대잖아요. 그런 마 음이 있었지만, 난 또 프라이드가 세서 그 얘기 를 남편에게 못했지. 그런 어느 날, 남편이 질투 가 생긴 거야.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섰는데 날 좋 아하고 짝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겠어 요. 그래도 ‘그건 아니다, 당신밖에 사랑하지 않 는다’고 진정을 시켰지. 그런데 하루는 신문을 보 라며 건네더라고. 남진과의 스캔들이 난 기사였 는데, 평범한 주부로 살겠다는 내 계획이 틀어진 것도 있고, 화도 나고 해서, 홧김에 ‘에라 모르겠 다, 그래 맞다!’ 하고 질러버린 거죠. 남진과의 스캔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남진씨가 날 좋아했는데, 그가 다이아몬드 반지 를 가져와 프러포즈를 하기에 심통 난 상태에서 그냥 받아든 거지. 쌍방 소통이 아니라 그가 날 일방적으로 좋아했다고. 사실 그때 ‘딴 분’이 내 마음에 있긴 했어. 그래서 그게 들통날까 봐 겁도 나서 얼떨결에 남진과 약혼을 하고 났더니, 이거 큰 잘못이다, 난 유부녀 아니냐, 이래선 안 된다 는 죄책감이 엄청 크더라고. 그래서 다 돌려주고 없던 일로 했어요. 내가 나쁜 여자였지. 그래도 분명히 알아야 할 게, 난 딱 한 번 첫사랑과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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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말한 ‘딴 분’과는 잘 안 됐나요

(뾰로퉁한 표정으로) 나 좋아했던 남자들 다 말 할까. 괜찮았던 남자들 다 말하면 거기서 골라잡 을 거야? 지금 와서 뭐 그런 게 중요하다고. 삼십 대 초반부터 내가 혼자가 됐는데, 남자들 유혹이 왜 없었겠어요. 내가 세상 물정을 일찍 알고 조숙 해서 그런 것도 있을 텐데, 결혼 생활이 참 행복 하고 좋았다면 혼자 못 살았을 거예요. 그런데 나 로서는 귀찮고 불편하기도 했거든. 그래서 이후 로는 그런 것들과 분명한 선을 긋게 된 거죠. 글 쎄 몰라, 애를 낳고 무대를 떠나 가정주부로 순탄 하게 살았다면 달라졌을 수 있겠지만. 그런데 인 생에 ‘만약에’는 없는 거니까.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여럿이 나을 때가 있는 데요

(무슨 그런 걸 묻느냐며 툴툴거리는 표정으로) 내 나이 낼모레 칠십인데, 어쩌라는 거야? 한 번 더 시집을 보내주겠다는 거야? 난 지금 이 순간 이 정말 좋아요. 외모나 경제력, 성격 이런 것 따 지지 않아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그분’을 만 났잖아요. (윤복희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삼십대에 교통 사고가 크게 났는데, 당시 어디선가 ‘걱정 마라, 괜찮다’는 성령을 받았다고 말한다. 1976년 2월 27일, 윤복희 나이 서른한 살 때다. 무대에 대한 염증, 결혼 생활 후유증, 스캔들 등이 동시다발 로 그녀를 조여올 때 일어난 일인데, 이후 윤복희 의 삶이 달라진다. 외국에서 대스타였던 윤복희 는 이후 귀국을 했다. 그리고 가스펠 송과 ‘슈퍼


Program

내가 지난해 안식년을 가졌어요. 평생 무대에서만 살아온 내게 긴 휴가란 걸 건넨 거였죠. 휴가를 보내면서 지난 생을 돌아보니까 기가 막힌 거예요. 아, 축복이었구나. 누가 그렇게 살아보라고 해도 못 살 인생이구나. 누가 날 인정 해줬고, 예쁘게 봐줬는데, 그분들께 고마움의 선물을 드리는 자리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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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등 전도 뮤지컬, ‘피터 팬’ 등 어린이 뮤지컬 등으로 눈을 돌리며 새롭게 무대 열정을 깨운다. 이후 무대는 그녀에게 무지 행복한 공간이 됐다고 말한다. 최근 화제가 된 ‘ 여러분’은 윤복희가 만든 가스펠 송이다.) 그런 걸 깨달은 겁니다. 난 별 볼 일 없는 사람 인 줄 알았는데, 누군가 어렸을 때부터 나를 택 해 훈련을 시키셨다고. 내가 돈만 버는 도구가 아 니었구나, 이런 것들도 깨달은 거죠. 이후 그렇 게 내가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이후부터 늘 신 이 난 거예요. ‘여러분’은 임재범이 부르면서 ‘불후의 명곡’이란 걸 새 삼 알렸는데요

편곡자가 내가 아는 친구야. 그 친구가 ‘여러분’을 편곡해서 부르겠다고 해서 오케이 했지. 그런데 2절까지는 자신이 없다며 양해를 구하더라고. 보 통 노래가 3분 분량인데, ‘여러분’은 7분짜리 곡이 거든. 1절만 3분을 넘기고 2절은 영어지. 사실 2 절까지 다 해야 스토리가 완성이 되는데, 그래도 공연 3일 전이라 시간이 없다니 어쩔 수 없잖아 요. 그 친구(임재범)가 노래 도중 무릎을 꿇었다 는 얘기를 듣고 내 속이 터질 것 같았어요. 이후 그 친구로부터 내가 받은 ‘성령’을 받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어요. 이 친구가 영적으로 많이 아픈 것 같아서, 기도(걱정)를 해주고 있어요. 최근 근황 중 궁금한 부분은 이사를 한 겁니다. 전원주 택이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아파트네요

사실 내가 집이며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스라엘 에 가려고 했어요. 그런 계획으로 성지 순례를 떠 났는데, ‘이제 시작이니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목 소리가 들려서 다시 돌아온 거죠. 여기는 예전에 살던 동네예요. 인터넷으로 부동산을 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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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 집을 골랐죠. 사실 나도 ‘땅이 있는 집’이 좋은데, 주변에서 혼자 살면 번거롭고 위험하다 고 하도 말려서 아파트로 들어오게 된 거죠. 공 기도 좋고 안전하니까, 주변 잔소리도 없고 참 좋 아요. 꼭대기 층인데, 옥상을 내가 쓸 수 있어서 거기 옥탑 방을 만들 계획입니다. 이스라엘 가봤 어요? 옥탑 방은 황토로 만들 건데, 거기 흰색을 칠하고, 벽난로도 놓고, 이스라엘 느낌으로 만들 어보려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윤복희 이름을 건 최초의 데뷔 60주 년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데, 뭘 보여줄 생각인가요

내가 지난해 안식년을 가졌어요. 평생 무대에서 만 살아온 내게 긴 휴가란 걸 건넨 거였죠. 휴가 를 보내면서 지난 생을 돌아보니까 기가 막힌 거 예요. 아, 축복이었구나. 누가 그렇게 살아보라고 해도 못 살 인생이구나. 누가 날 인정해 줬고, 예 쁘게 봐줬는데, 그분들께 고마움의 선물을 드리 는 자리가 될 겁니다. 내 이름을 건 무대는 처음 이죠. 난 소극장처럼 작고 소박한 곳에서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은데, 후배들은 자꾸 성대하 게 환갑잔치 하라고 하니, 흐흐. 인터뷰 중간 윤복희가 저 멀리 내다보며 이렇게 혼잣말 비슷하게 했다. “봐요, 우리가 만날 때와 지금 느낌이 또 달라졌잖아. 난 지금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해요.” 기자도 그 자리에서 못한 말을 전해야겠다. “윤복희라는 딴따라가 있어 우리도 무척 행복합니다”라고.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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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최고의 사랑’ 홍정은-홍미란 자매와 접선하다

뜻밖의 홍 자매이시네요!

아뿔싸, 흥행 돌풍을 일으킨 인기 자매 작가의 애정 넘치는 컷은 물 건너갔다. 톱스타와 전직 아이돌의 말랑말랑한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최고의 사랑’으로 또 한 번 자매의 저력을 과시한 홍정은-홍미란 작가는 ‘가식은 절대 사양’이라며, 진짜 평범한 자매의 조금 특별한 작품 이야기를 하겠단다.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이민희(studio lamp) 일러스트_김재민 장소 협조_ASTEROID COFFEE(031-909-5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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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

충전은 잘 하고 있나? ‘최고의 사랑’을 쓰면서 많이 지

언뜻 사진만 보면 자매가 ‘한바탕’ 하고 나온 건 아 닐까 오해할 정도다. “우린 표현을 많이 하는 살가 운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낯가림이 심하고 차분한 두 사람의 성격상 인터뷰용 ‘다정한포즈’는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판타지와 코 믹을 섞은 달콤하고 발랄한 미니시리즈를 주종목으 로 하는 작가였기에, 그녀들의 성격 또한 작품 그대 로일 거라 내심 추측한 기자의 착각이었다. “둘 다 사진 찍는 걸 워낙 싫어해요. 근데 오늘 촬영도 꼭 해야 하나요?” 본인들이 갖고 있는 사진을 주겠다 는걸 겨우 설득해서 결국 카메라 앞에 선 홍 자매의 표정이 편치않은 건 어쩔 수 없는 일. 하기 싫은 숙 제를 하듯 후딱 촬영을 마친 그녀들에게 작품 이야 기를 건네자 비로소 얼굴이 밝아지고 말도 ‘속사포 랩’처럼 속도를 올렸다. (사진 찍을 때와 이렇게 달 라지다니! 배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외국 여행에서 돌아온 뒤 인터뷰며 밀린 약속들을 처리하느라 이래저래 쉴 틈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글 감옥’에서 해방된 자유를 마음껏 누릴 거 라는 홍 자매의 표정은 마치 막 수능 시험을 끝낸 고3 입시생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쳐서 무조건 한 달은 쉴 거라고 공언했던데

6년간 7작품, 다작 그리고 대박 8년 차, 5년 차 예능 작가 출신의 홍정은-홍미 란 자매는 지난 2005년부터 드라마로 활동 영 역을 옮긴 후 ‘쾌걸 춘향’ ‘마이걸’ ‘환상의 커 플’ ‘쾌도 홍길동’ ‘미남이시네요’ ‘내 여자친 구는 구미호’ ‘최고의 사랑’까지 만화처럼 위 트 있는 설정, 판타지적 요소가 살아 숨 쉬는 일곱 작품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타의에 의해’ 혹은 ‘계약 때문에’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지만, 그녀들은 올해 ‘최고의 사랑’으로 절정의 필력을 과시하며 또 한 번 신드롬의 주역이 되었다.

홍정은 그간 글 쓴다고 세 살배기 아들이랑 못 놀아준 게 미안해서 작품 끝나자마자 사이판 여행을 갔다. 거기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잘 쉬기만 했다. 홍미란 대본 쓰는 동안에는 정말 상상을 초월 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끝나고 나니 홀가분해졌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매년 부지런히도 작품을 쓴다. 휴식 기가 짧은 것 같은데 대단한 체력과 실력이다

홍정은 우리도 이렇게 빡빡하게 작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진짜 쉴 틈이 없었다. ‘미남이 시네요’ 끝나고 바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를 하고, 또 바로 ‘최고의 사랑’으로 이어졌다. 매번 한 작품 끝날 무렵에 ‘다음엔 이런 드라 마를 쓸래요’라고 인터뷰를 하면 바로 다음 작품을 계약하자고 연락들이 와서 제대로 쉬 지 못하고 또 일을 진행했었다. 매번 힘들어서 도저히 못할 것 같다가도, 방송사에서 설득을 하면 또 넘어가게 되더라(웃음). 이번에도 여 름 방학 시즌에 드라마를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시작할 줄은 몰랐다. 작년 가을에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끝내놓고 올봄에 바 로 시작한 거니까. 이번에는 다음 작품으로 뭘 하겠다는 이야기 자체를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다. 말하는 순간, 일이 시작되니까. ‘선덕여왕’을 만든 박홍균 감독과 작업하고 싶어서 ‘최고 의 사랑’을 계약했다던데

홍미란 맞다. MBC에서 박홍균 감독님을 소 개시켜 준다고 하며 우리를 낚은 것이다(웃 음). MBC가 자체 제작을 한다고 해서 계약했 더니 편성을 바로 5월에 넣더라. 그래서 또 바 로 하게 됐다. 우린 매번 이런 식이다. 우리집 과 MBC 일산 드림센터가 가까워서 감독님이 랑 정말 자주 만나서 회의를 했다. 원래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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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하려다가 감독님이 ‘ 최고의 사랑’으로 바꿨고. 대본은 6부까지 써 놓고 시작을 했는데, 마지막엔 시간적으로 쫓 기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무척 지쳤었다. 그래 도 엄청난 완벽주의자인 박 감독님 덕분에 세 세한 부분까지 아주 완성도 있게 만들어져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홍 자매표 대본의 힘은 역시 캐릭터 아이돌 밴드 이야기든, 현대판 춘향전 패러디 든, 한물간 연예인의 러브 스토리든 홍 자매가 드라마를 만들 때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부 분은 바로 캐릭터다. 1층엔 주거 공간, 2층엔 작업실을 마련해 함께 살고 있는 자매는 ‘가 족 협업’ 체제를 200% 활용하며 눈만 떴다 하 면 곧바로 회의에 돌입하는 미친 스케줄로 캐 릭터 만들기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 ‘최 고의 사랑’의 독고진이 ‘정말이지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운’ 릴레이 회의의 산고 끝에 탄생했 다는 것을 그 누가 짐작할 수 있으랴. ‘최고의 사랑’은 독고진이라는 강한 캐릭터가 작품을 그 야말로 장악했다

홍정은 이런 드라마는 시작하자마자 캐릭터 가 터지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 남자와 여자를 시청자들이 마냥 좋아 하게 해야했다. 사실 ‘최고의 사랑’은 전직 아 이돌인 여자를 먼저 떠올려서 작품 구상을 했 고, 그렇다면 남자는 여자와는 레벨이 다른 톱 스타로 하면 재밌겠다 싶어서 만들기 시작했 다. 독고진의 말투가 워낙 특이하지 않나. 안하 무인에 이기적이지만 나름의 아픔이 있는 37 세의 남자를 만들려고 정말 죽을힘을 다해 회 의를 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거쳐서 막상 캐릭터를 다 완성하고 나면 그때부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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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업이 수월해진다. 큰 사건 없이도 캐릭터 의 힘만으로도 재미있게 갈 수 있으니까. ‘꼬라지하고는~’이라며 상대를 무시하던 나상실, ‘넌 민 폐 덩어리야!’라며 지독하게 예민하게 굴던 황태경처럼 일명 ‘싸가지’ 없는 인물의 계보를 이어오다가 독고진에 서는 이러한 캐릭터가 극대화된 느낌이다

홍미란 ‘독고진’은 ‘독고다이’에서 따온 이름일 정도로 자기밖에 모르는 인물이다. 모두가 알 아주는 톱스타고, 화려하면서 가식적인 부분 까지 더해 진 남자다. 나상실이나 황태경은 남 들을 정말 신경 안 쓰는 애들인데 반해 독고진 은 정말 남 신경을 많이 쓰고, 스타라서 이미 지 메이킹을 하는 법도 안다. 진짜 자기만 잘난 줄 알고 잘난 척하는 걸 좋아하는 등 단점이 많 은데 그 부분을 많이 보여주고자 했다. 자기만 너무 사랑하고 자기감정이 제일 중요한 남자가 독고진이었다(웃음). 완전 대책 없지 않나? 어떻게 보면 참 비호감일 수도 있는 성격이 독특한 캐릭 터들인데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받았다

홍정은 그건 아마 대리 만족 때문일 것이다. 걔들은 하고 싶은 대로 막 지르니까. 현실에서 는 절대로 그럴 수 없지 않나. 아무한테나 막말 하고, 자기 내키는 대로 한다는 게. 우리 자매 도 은근 낯을 가리고 소극적인 부분이 있어서 이런 캐릭터가 더 끌리나 보다. 홍미란 근데 그 부분을 정극처럼 정말 나쁘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코믹화해서 보여주니까 사 랑스러운 것 같다. 만약 진짜로 독고진이 힘없 는 스태프를 괴롭히거나 그러면 ‘저런 나쁜 놈’ 이 되지,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는 건 아니니까 (웃음). 독고진을 연기한 차승원의 열연을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독고진과 차승원을 동일시하기도 하더라

홍정은 독고진을 더 강하고 못된 사람으로 보 이게 한 것은 차승원이라는 배우의 남자답고


Program 차가운 이미지 때문이었다. 실제로 독고진이 라는 연예인이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 로 완벽했다. 이번에 처음 함께 작업했는데, 차 승원은 굉장한 완벽주의자였다. 감독님도 완 벽주의자여서 두 완벽 사나이의 대결이었다( 웃음). 차승원은 사소한 애드리브 하나도 다 미리 연구를 해서 온다. 자기가 생각해 낸 걸 우리한테 전화해서 꼬박꼬박 상의하고, 의상 도 어떻게 입겠다고 미리 알려주고. 사실 드라 마 작업하면서 배우랑 캐릭터랑 혼동될까 봐 일부러 연락을 안 하는데, 이렇게 작업하는 도 중에 통화를 많이 해본 건 정말 처음이라 우 리도 신선했다. 베테랑 배우라서 나름의 작업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네티즌들 반응이 더 웃겼다. “주인공이 정말 바보 같은 데 완전 멋있어”라고 하는 게

홍미란 우리가 바라던 대로 반응이 나왔다. 다

큰 아저씨가 일곱 살짜리처럼 유치하게 행동 하지 않나. 보통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남자 주인공은 발라드를 부르고 여자들은 이 모습 에 반하기 마련인데, 독고진은 ‘삿대질을 하면 서 비난하듯이’라는 지문 그대로 ‘하트 브레이 커’를 부르고, 30초 후엔 완전 멋진 표정으로 백허그를 했다. 어떻게 보면 진짜 말도 안 되 는 구성일 수 있는데, 독고진이라는 캐릭터가 완전히 잡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들인 것 이다.

판타지 대신 진짜 현실을 말하다 주성치의 (둘 다 주성치의 광팬이다) 비디오 와 대여점에서 잔뜩 빌린 만화책으로 유년 시 절을 보낸 홍 자매는 퓨전 사극, 여장 남자, 기 억 상실,구미호 등 그간 판타지와 소녀 감성 에 접점을 이룬 작품들을 내놓았고,이는 홍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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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 브랜드를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였다. 기 성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담한 상상력 과 시도로 마치 순정 코믹 만화를 보는 것 같 은 홍 자매의 드라마는 ‘최고의 사랑’을 통해 현실에 발을 붙이게 되었다. 전에 없던 시도라서 더 신선했다.

아지는 건 없고, 그런데 갑자기 너무나 안정적 인 결혼 상대와 너무 피곤하고 위험한 남자가 동시에 들이대는 일종의 판타지. 현실에 발붙 이고 사는 평범한 여자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데뷔하고부터 계속 잘나갔고, 신민아, 이승기, 공효진, 차 승원까지 작품마다 배우 복이 넘쳐나는 홍 자매에게는

‘최고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정말 현실 감각이

이런 생활의 걱정은 없어 보이는데

제대로 박힌 사람들이었다. 이 세계가 돌아가는 판을 정

홍미란 무슨 소리, 한 번도 편했던 적이 없었 다. 작품을 쓰는 동안은 정말 ‘너무너무너무너 무’ (이 부분을 엄청나게 강조했다) 힘들다. 물 론 쉬운 직업이 없겠지만, 우리는 세상에서 제 일 바쁜 석 달을 보낸다. 집 밖 출입은 고작 한 두 번 정도, 그야말로 감옥에 갇힌 느낌이다. 아무도 못 만나고, 오직 슈퍼에서 배달 오는 아저씨만 만난다. 일 년에 반 정도를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봐라. 스트레스의 정도 를 따지자면, 매일을 수능 시험 전날처럼 산다 고 해야 할까. 그 성적표는 일단 시청률로 적나 라하게 다 나오고, 전 국민이 내가 쓴 드라마 를 보고 수천 가지 평가를 내린다. 우리 앞에 대략 3만 개의 성적표가 떨어지는 기분이랄까. 말하니까 짠해지네. 그래도 세상 의 모든 직업은 다 힘드니까.

말 잘 아는 어른의 사랑을 보는 것 같아서 짠했다. 구애 정도 톱스타랑 자기가 사귀면 욕먹을 게 빤하니까 독고 진을 자꾸 밀어냈고

홍미란 사실 구애정(공효진 분)을 통해 연예 인의 비애보다는 먹고사는 게 참 힘들다는 것 을 말하고 싶었다. 인생이란 참 그렇지 않나. 원한다고 다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더럽고 치 사하지만 개구리 옷도 입고 텀블링도 해야 밥 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날마다 꿈을 키우 고 이뤄가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사는 건 참 팍팍한데, 그런 하루라도 열심히 사는 여 자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구애정에게 노래는 꿈이 아니고 생계였다. 앨범을 내면 ‘다음 활 동 때 필요한 레퍼토리가 생기네’였지 꿈의 이 야기가 아니었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모든 대사를 같이 쓴다. 우리는 친자매라서 득과 실을 따지지 않고 굉장히 생산적으로 일한다 홍정은 그렇다고 이걸 너무 구질구질하게 해 버리면 고단한 삶을 그리는 ‘다큐’가 되니까 그건 아니었고, 나이는 한 서른쯤 됐고, 직장 생활을 10년정도 했는데 일은 잘 안 풀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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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자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뭔가 특별했던 과거를 털어놓으라고 압박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완전 평범’이란 단어만 나 온다. 아버지 직장을 따라 내려간 구미에서 딸 넷, 아들 하나의 남매 틈에서 아주 보통의 교육 을 받고, 한 번도 튀어본 적 없는 학창 시절을 거쳐 언니 정은은 이대 행정학과에, 동생 미란 은 사범대 가정교육학과에 입학, 부모님의 뜻 에 따라 안정적인 공무원이 될 수순을 밟던 차 였다. 재미있어 보여 시작한 예능 작가를 거쳐, 홍 자매는 진짜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 작가로


Program

홍 자매 작가의 집착 뇌 구조 “어차피 우린 같은 마음이에요.” 인터뷰 내내 홍 자매에게 가장 많이 들었 던 말이다. 두 사람이 입을 모아 집착한다는 다섯 가지는 무엇?

예능 작가 출신, 웃겨야 한다는 강박 피는 못 속인다더니, MBC와 SBS 예능 작가 출신인 홍 자매 작가는 숫기 없는 평소 성격과는 달리 작품에서는 ‘개그’ 욕심을 채우려 한다. ‘개그콘서트’ 연습실의 열 정을 뛰어넘을 정도의 회의를 통해 드라마회차별로 ‘빅 재미’ 신은 꼭 넣으려한다. 내 드라마를 거쳐 가면 다 대박 나야 해 한예슬, 한채영, 강지환, 박시연, 박신혜, 정용화, 장근석 등 홍 자매의 드라마를 거친 배우들은 이전에는 대표 작이 딱히 없었지만 그녀들의 작품을 통해 독특한 연기 변신으로 인정을 받거나 큰 배우로 성장해서다 잘됐다 고 홍 자매는 자부한다. 드라마 제목은 무조건 긍정적으로!

드라마는 세트플레이, 융통성 있는 자매!

제목을 정할 때의 철칙은 노홍철에 대본으로 괜한 자존심을 부리진 않는다. 예 게서 배웠나 보다. 무조건 ‘긍정의 능 프로그램에서 단체 활동을 했던 터, 방송 힘’을 믿는다는 홍 자매. 제목이 긍 은 협업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현장 스 정적이어야 그에 딸려나오는 기사도 태프들 고생시키지 않게 장마철이나 무더운 다 긍정형이기 때문이란다. 만약 ‘최 여름, 혹한에는 주로 실내 장면을 쓴다. 영 고의 사랑’이‘얼떨결의 사랑’이었다 상으로 만들지 않으면 드라마 대본이란 쓸 면, 아무리 드라마가 대박이 나도 ‘ 모없는 글, 다 같이 즐거운 방법을 찾으려고 얼떨결에 잘됐네!’라고 나올 수도 있 늘 고민 고민!

그러면서도 출연 배우들과의 친분은 NO,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딱 2번만 본단다. 이유는? 부끄러워서! 기다려라 기무라 타쿠야 일본의 대표 미남 그룹 스마프의 멤버 기무라 타쿠야를 좋아 하는 홍 자매. 그가 출연한 ‘프라이드’ ‘히어로’ 등도 즐겨 봤 다는 홍 자매는 지난 일본 방문 때 ‘미남이시네요’ 드라마 제 작사가 기무라 타쿠야의 소속사인 쟈니스 쪽이라서 그의 사인 CD를 받아와 고이 간직하고 있단다. 다음번엔 직접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며 소녀처럼 수줍어하는

는 거라며 유난히 제목에 관심!

홍미란 작가, 같이 가요! 데뷔 때부터 호평을 받았던 홍 자매표 드라마는 나날이 진화 중이다. 홍 자매의 머릿속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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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틀었고 이제는 인생 자체를 드라마에 ‘ 올인’한 채 살고 있다. 처음엔 불안해했던 부모님도 이젠 많이 지지해 주시겠다

홍미란 예전엔 ‘공무원이 되어야지 이것들아’ 하 면서 노량진 대신 여의도에 있는 우리를 못마땅 해하셨다. 그러다 언니는 버라이어티 메인 작가 를 맡고, 나도 시트콤에서 대본을 쓰는 작가로 투 입이 되던 차에 또 박차고 나와서 드라마로 가려 니까 걱정을 많이 하셨다. 이제 자리 좀 잡는구나 했더니 또 뭘 하려고 그러느냐며. 요즘은 신기해 하신다. 우리 드라마가 좋 은 평도 많이 받고 둘이 신문에도 나오고 하니까. 홍정은 무엇보다 가족들의 도움이 크다. 막냇동 생이 어린이집을 해서 우리 애를 친엄마처럼 봐 주는 덕에 안심하고 작업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작 품을 유일하게 쉬었던 적이 내가 임신하고 출산을 했던 1년이었다. 막냇동생도 싱글이라 아예 같이 살면서 조카를 잘 봐주고 있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버텼나

홍미란 책상 앞에 멋진 유수풀에서 튜브를 타 고 있는 여자 사진을 붙여놓고 일했다. 언니랑 ‘우린 반드시 저 여자처럼 쉴 수 있다’ ‘저 여 자가 될 것이다’ 라며 힘들 때마다 그 사진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 고 유수풀 10바퀴를 둥둥 떠도는 여자가 되는 게 ‘최고의 사랑’ 때 우리를 버티게 해준 제일 큰 힘이었다(웃음). 끝나자마자 사이판에 가 서 하고 왔다.

그래도 아래층에 아이를 떼어놓고 글을 쓰려면 신경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이 주는 매력

많이 쓰일 것 같다

은 무엇인가

홍정은 ‘미남이시네요’ 할 때만 해도 갓난아기 여서 상관없었는데, 이후부턴 아이가 엄마를 찾아서 힘들었다. 그래도 위층에 엄마가 있다 는 걸 알고 안심은 하던데, 드라마 쓸 땐 ‘엄마 일해야 해’하고 만날 2층으로 올라가 버리니 까 아이가 ‘엄마 일해?’라는 말을 먼저 배우더 라. 요즘은 ‘엄마 일 다 끝났어’라고 하니까 엄 청 기뻐하는데, 오늘처럼 인터뷰가 있다고 나 가는 날에 는 ‘일 끝났다면서 왜 자꾸 나가’라 며 싫어한다. 빨리 들어가야지(웃음).

홍정은 정말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잘 끝났을 때의 만족감이 크다. 누가 우리에 게 큰돈을 주며 평생 쉬라고 해도 아마 그냥 글을 쓸 것 같다. 우린 다시 즙을 먹을 용기가 있다(웃음).

육아는 그렇게 해결을 했고, 드라마 쓸 때 식사 같은 건 어떻게 했나

홍미란 식사라기보다는 그냥 허기를 달래려고 입에 뭘 넣는 정도이다. 그래서 주로 즙을 먹었 다. 포도즙, 산딸기즙, 홍삼즙 이런 걸 쌓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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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그냥먹는 거다. 빨리 해결할 수 있으니까. 즙으로 쓴 드라마라고나 할까. 그래도 ‘환상의 커플’ 할 땐 남해에서 즉석밥 정도는 사 먹었 으면서 일했는데. 홍정은 뭘 먹을 때도 식사가 아니라 계속 대사 구상하고 그러다 보니까 일의 연장선이다. 작 품 쓰는 동안에는 정말 100% 드라마에만 몰 두해야 했다. 먹는 건 그다음 문제.

흥행 보증 수표 홍 자매, 언제든 러브콜 홍 자매 파워를 제대로 경험한 방송 3사는 그 녀들이 쓰겠다면 언제든 두팔 벌려 환영이다. ‘홍 자매 드라마는 무조건 본다’라는 열혈 팬 들도 잔뜩. 데뷔 6년 만에 스타 작가 대열에 합 류한 홍 자매는 ‘돈값 하는 작가’가 되겠다며 다시 협업을 준비한다. 근데 드라마를 같이 쓴다는 것, 어디까지 협업인가


Program 홍미란 회의와 쓰는 것 모두 100% 같이 한다. 그래서 1회부터 16회까지 모든 대사를 다 알 고 있다. 예능에서는 항상 감독, 작가들이 다 모여서 팀으로 회의를 하기 때문에 그 습관이 몸에 배여서 드라마도 그렇게 쓴다. 우리는 일 단 자매라서 득과 실을 따지지 않고 굉장히 생 산적으로 일한다. 소모전이 전혀 없는 시스템으로 회의를 하는 게 가족 체제의 장점 같다. 앞으로도 쭉 같이 쓸 계획이다. 어떤 시놉시스를 가져가더라도 방송사에서 믿어준다는 건 작가로서 참 행복한 포지션이다

홍정은 여기서 자리를 확실히 잡았다는 게 좋 다. 우린 예능으로 방송을 시작해서 드라마 쪽 엔 전혀 인맥이 없었던 애들이니까. 홍미란 언뜻 들으면 황당할 구미호 이야기를 갖고 갔을 때도 ‘홍 자매니까 뭐 자기들이 알 아서 풀겠지’ 하면서 믿어주더라. ‘도저히 믿 음이 안 가니 1회부터 10회까지 다 가져 오시 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웃음). 제작사 에서는 구미호 이야기라니까 호러물인 줄 알 고 ‘트와일라잇’ 정도의 CG가 나와야 하느냐 며 제작비 걱정을 하기에 ‘아니에요. 그냥 로 맨틱 코미디예요. 이상한 여자애가 그냥 고기 사달라고 하는 거예요’ 이러고 수습하고 다닌 정도(웃음)? 데뷔 때에 비해 몸값도 많이 올랐겠다. 얼마인지 밝힐 수 있나

홍정은 데뷔 때는 신인급에서도 최저로 받고 일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비싼 작가’ 쪽 에 속할 정도로 많이 받는다. 그래도 금액은 민 감하니까 비밀로 하자. 근데 이거 하나는 진리 인 게, 많이 받는 만큼 돈값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비즈니스의 세계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 나. 남 탓할 필요가없다. 우린 받은 만큼 더 잘 해야 한다.

홍미란 완전 동감. 결국 책임은 많이 받은 사람 한테 있더라. 그래도 아직까진 ‘시청률 참패’ 처럼 크게 실패한 적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만약 잘 안돼서 욕을 먹는 건 상상도 하기 싫 다. 드라마를 쓰는 것 자체도 엄청난 고통인 데, 온갖 욕을 먹으며 계속 쓰면 아마 뇌가 터 져 나가지 않을까?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할 것 같다. 시청자의 반 응이나 평가를 다 챙겨 보나

홍미란 우린 성공에 대한 엄청 큰 집착이 있다. 드라마가 우리 인생의 전부가 되어 있으니까. 그래서 드라마를 쓸 동안에는 엄청 예민해져 서 인터넷선을 뽑아 놓고 작업을 한다. 이건 내 인생인데 한 줄만 안 좋은 글이 있어도 마음이 엄청 상하니까. 근데 다 끝나고 나선 사람들이 ‘유치해, 말도 안돼, 큰 사건이 없어서 지루해’ 그래도, ‘우린 원래 이런 애들이야. 그래도 이 런 게 재밌는데 어쩌겠어! 하하하’ 이러면서 우리끼리 위로해 준다. 홍 자매의 드라마엔 이복 남매의 사랑, 불치병, 출생의 비밀 같은 소재가 없어서 좋다는 평이 많다

홍정은 우리는 흔히 말하는 막장 요소는 거의 안 쓴다. 시청자들이 심각하게 고민 안하고 좀 편안하게 드라마를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 리는 갈등도 빨리 풀어버린다. 마음 졸이게 다 음 회로 끌지 않고(웃음). 말랑말랑하고 순정 만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런 부분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을 보면 고맙다.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는 있나

홍미란 딱히 눈여겨본 배우는 없다. 어차피 내 작품에서 배우와 만나는 건 인연인 것 같다. ‘ 최고의 사랑’ 독고진도 원래 이승기가 거론됐 다가 차승원으로 바뀐 것만 봐도 자기 배역이 다 있는 것 같다. 친한 드라마 작가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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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은 내가 아는 유일한 드라마 작가는 동생 이다(웃음). 동생도 마찬가지고. 우린 인맥을 쌓을 방법도 없이 시작을 해서 진짜 아는 사람 이 없다. 스타 작가라서 강의 제안도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홍미란 종종 들어오긴 하는데, 다른 사람한테 뭔가를 가르치는 건 우리 성격상 안 맞는 것 같다. 어차피 숫기가 없어서 잘 하지도 못할 거 같고. 홍 자매의 작품을 좋아해서 문하생 하고 싶다는 작가 지 망생은 없나

홍미란 우리가 워낙 자매끼리만 뭘 해서인지 그런 말은 한 번도 못 들어봤다. 아마 우리한 테 오고 싶다는 사람이 없을 텐데(웃음)? 우린 그냥 자매끼리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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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똥!’과 ‘독고진’으로 상반기 안방극장을 접수한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홍정은(좌), 홍미란(우) 작가는 드라마가 끝났어도 여전히 분주했다. 종영 직후엔 가족들과 함께 사이판으로 ‘완전 휴식’ 여행을 떠났고, 7월부터 일본에서 리메이크된 ‘미남이시네요’ 때문에 TBS의 초청을 받아 며칠간 도쿄를 방문했다.(아래사진)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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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MEMORY 백영수 화백과 김명애의 프랑스 친구들_여섯 번째

파리의 여름, 캠핑의 추억을 꺼내다 녹음이 짙어진 정원을 바라보며 지나간 여름날을 돌아보다 ‘다시 젊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생 각해 본다. 하나같이 아름답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지만 그중에서 특히 캠핑의 추억이 떠오른다. 최소한의 것으로 가장 부자가된 것 같은 아침, 그리고 그 넓은 대서양의 해변에서 옷 을 훌훌 벗고 소리를 지르며 느꼈던 자유가 그리워진다. 기획_강민경 기자 글&사진_김명애

1982년, 캠핑장에서 즐거웠던 한때.

1983년, 노르망디 상륙 작전 지역의 언덕에서 남편과 함께.

1984년, 우리 식구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준 누드 비치에서.

김환기, 이중섭, 유영국, 장욱진, 이규상과 함께 한국 근현대 미술을 평정했던 백영수 화백은 ‘ 신사실파’ 화가 중 유일한 생존 화가다. 우연히 백 화백의 작품을 보고 그 가능성을 알아본 파 리 요미우리 화랑의 초청으로 1977년 파리로 건너간 그는 초대전을 성공리에 마치고 이후 한 국과 파리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프랑스 대표 화가 10여 명과 모임을 결성해 매년 전람회를 열고, 1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을 만큼 그가 프랑스 땅에 남긴 역사는 짙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프랑스에서 살아온 백영수 화백과 그의 아내 김명애씨. 한국 근현대 미술의 전설 인 백영수 화백의 개인사를 지면에서 처음으로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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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파리에서 30여 번의 여름을 보내면서 10년 가 까이 캠핑을 했고, 1987년에는 니스 뒤쪽에 휴 가용 집을 마련해 10여 년을 그곳에서 지냈다. 그리고 2000년, 노르망디로 옮긴후에는 7년 간 휴가용 집에서 휴가를 보냈다. 우리 식구가 파리에 정착하기 전인 1970년대 한국에서는 여름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릴 땐 가까운 계곡 이나 해변에 하루, 이틀 갔다 오는 것이 고작이 었다. 그래서 ‘휴가’라는 말보다 ‘피서’라는 말 을 쓴 듯하지만, 교통도 시설도 열악해 아이들 을 데리고 가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불바드 네 에 자리를 잡은 첫해에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1980년엔 이웃들에게 떠밀리듯, 그러나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이탈리아 여행을 했다. 다음 해엔 서울 여행을 했다.또 다음 해가 되자 이웃들은 다시 우리의 휴가에 오히려 자신들이 더 조바심을 내며 계 획을 세우라고 졸랐다. 사실 최근 몇 해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변하기 전의 파리에서는 피 서를 갈 필요가 없었다. 공기는 맑고 깨끗했으 며, 그늘에선 긴소매를 입어야 할 만큼 시원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거리에는 정장 차림의 노신사들이 있었고 허 리에 걸친 스웨터의 팔소매를 앞으로 당겨 느 슨히 묶고 다니는 잘생긴 청년들이 흔했다. 그 런데도 7월 중순부터 상점과 거리는 한가해지 기 시작하고 8월이면 동네의 상점이나 식당은 열린 곳보다 닫힌 곳이 많았다. 거리를 오가는 자동차 역시 이전의 반도 되지 않아 썰렁함마 저 풍겼다. 그나마 시내 중심, 볼거리가 많은 곳엔 가벼운 옷차림에 카메라를 멘 관광객들 이 채워졌지만, 휴가라는 개념이 없는 내겐 그

저 텅 빈 거리가 쓸쓸할 뿐이었다. 1982년, 여 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는 우리에게 옆 집에 사는 쥘이 자기가 쓰던 텐트와 캠핑 안내 책자, 사야 할 품목이 적힌 목록을 건넸다. 그 렇게 우리 세 식구는 앞집과 옆집 이웃에게 떠 밀려 첫 캠핑을 떠나면서도 꼭 피서를 가야 하 는 것도 아닌데 이름도 생소한 캠핑을 하려니 즐겁기보다는 은근히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캠핑장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입 구에서 자동차 한 대와 세 사람의 입장료, 텐트 하나의 값을 지불하고 들어가니 키 큰 나무들 이 적당히 심어져 옅은 그늘이 드리워 있고 길 양옆으로 쭉쭉 뻗은 네 그루의 나무 사이에 집 처럼 큰 텐트가 줄지어 서 있었다. 우리의 텐트 는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는 작았지만 침실 하 나와 부엌으로 쓸 공간이 있고 서서 움직이는 데 충분한 높이였다. 캠핑장은 면적이 굉장히 넓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샤워장, 개수 대 등 편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캠핑장 풍경을 잠깐 구 경한 뒤 식재료를 사다가 푸른 자연 속에서 요 리를 해먹으니 등산조차 해본 적이 없던 내겐 별천지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지퍼로 분리된 방(발로 펌프질을 해 부풀린 후 이불을 펼쳐 놓으니 그럴듯했다)에 세 식구가 살을 맞대고 누우니 따뜻하고 아늑했다. 바람에 펄럭이는 텐트 소리와 함께 약한 가로등 빛이 일렁이고 멀리 있는 옆 텐트의 두근거림을 들으며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텐트 안으로 스며든 뽀오얀 아침 햇살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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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경, 니스의 자갈 해변에서 혜원이와 유학생의 모습.

1990년경, 빌라의 이웃들과 함께한 피크닉 풍경.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방의 지퍼를 열고 다시 바깥쪽의 텐트도 여는 순간, “아~” 하는 감탄 사가 절로 나왔다. 이슬을 머금은 차고 깨끗한 녹색의 공기가 가슴 가득히 들어오고 피부의 숨구멍에 속속들이 스며들었다. 크게 기지개 를 펴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웃들이 꼭 챙 겨 가라며 몇 번씩이나 주의를 주었던 두꺼운 스웨터를 꺼내 위에 걸치고 따뜻한 카페오레 를 두 손에 감싼 채 버터와 잼을 듬뿍 바른 빵 을 먹는 아침. 서서히 퍼지는 햇볕은 이슬을 말리기 시작하고 옆 텐트의 이웃은 환한 웃음 과 함께 손을 흔들며 아침 인사를 했다. 세상 에서 가장 평화롭고, 내가 가장 부자처럼 느껴 지던 캠핑장에서의 첫 아침을 잊지 못할 것이 다. 그 여름 동안 우리는 불바드 네 이웃들이 짜준 스케줄대로 파리에서 남쪽으로 150km 떨어진 ‘오흐레앙’(Orleans)에서 시작해 ‘루아 르’(Loire) 강변의 캠핑장을 돌며 그곳의 많 은 성을 보았고, 대서양에 있는 ‘느와르 모티 에르 섬’(Ile de Noir moutier)의 모래사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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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남프랑스 앙 티브의 요트장에서.

서 여러 날 을 보냈다. 그 이후 우리는 이웃들 처럼 캠핑을 떠나기 위해 봄부터 여름을 손꼽 아 기다리게 되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매년 캠핑을 하며 프랑스의 서쪽 대서양을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며 근접한 도시의 볼거리와 해 변을 섭렵했다. 그리고 프랑스의 여름휴가는 더위를 피하는 ‘피서’가 아니라 햇볕을 쫓아다 니며 ‘선탠’을 하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됐다. 이곳에선 여름 방학 후에도 평상시처럼 하얀 피부로 나타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혜원이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 우리는 매년 여 름이면 새까맣게 타도록 일광욕을 했다. 1984년, 불바드 네의 이웃 마틴-알도 부부와


Program 헤어진 지 2년 만에 우리는 그들을 보러 프랑 스 중서부 엉굴렘의 조그만 마을로 향했다. 그 곳에서 3일간 그들이 내준 방에 묵으며 만남 의 기쁨을 느끼고 융숭한 대접도 받았다. 그리 고 “조금만 더 머물다 가. 이렇게 곧바로 가면 자동차 바퀴가 펑크 날 거야”라며 붙잡는 알도 의 손을 못내 뿌리치며 그들이 일러준 서쪽 바 닷가로 향했다. 일 년 동안 기다려왔던 캠핑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곳에 텐트를 치고 모처 럼 조용하고 상쾌한 흙냄새를 맡으며 녹음 속 에서 잠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해수욕을 하기 위해 그들이 일러준 길로 향하는데 이상하게 도 왼쪽에 있어야 할 바다는 보이지 않고 소나 무 숲이 계속 우리를 따라왔다. 길 양옆에 줄 지어 서 있는 자동차를 보니 분명 바다는 소나 무 숲 건너편에 있는 듯하여 한참을 북쪽으로 가다 겨우 한 곳에 이르렀다. 해가 꽤 높이 오 른 시간에 세 식구는 파라솔과 깔개, 타월, 수 영복이 든 가방과 피크닉을 할 음식과 음료수 를 나누어 들고 소나무 숲을 가로질러 걸었다. 꽤나 긴 거리를 땀이 나도록 걸은 뒤 나타난 모래 둔덕에 올라보니 대서양이 막막할 정도 로 끝없이 펼쳐졌다. “아~” 숨을 몰아쉬며 땀 을 식혔다. 잠시 후 아래쪽 모래사장으로 눈을 돌리니 빨갛게 몸을 그을리며 드러누운 사람 들이 보였는데 세상에, 모두 알몸이었다. 깜짝 놀라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눈을 뜨고 봐도 여전히 벌거벗은 사람들이 공놀이, 산책 등을 하고 있었고 어떤 이는 바다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남편의 얼굴을 보니 그도 나만큼이나 놀란 듯했다. 우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둔덕 에 앉았다. ‘이 일을 어쩌지? 다시 돌아가야 하

나? 이미 볼 것은 다 구경했는데….’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혜원이는 초등학교 3학 년까지 아빠와 목욕을 함께 한 터라 벌거벗은 남자를 보고도 별 놀라움은 없는 듯했다. 또 드 물긴 해도 팬티 정도는 입고 있는 사람도 몇몇 보였다. 남편에게 눈으로 ‘그냥 우리도 내려갈 까?’했더니 그도 ‘가자’라는 눈짓을 보냈다. 막 상 내려가긴 했지만, 우리는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하며 모래사장 중간쯤에 어색하게 자리 를 잡았다. 눈은 계속 내리깐 채 타월로 몸을 감싸 수영복을 입었다. 중학교 1학년인 혜원이 에게는 비키니의 웃옷을 입히지 않았고, 나는 가져온 원피스 수영복을 입었다. 남편과 혜원 이는 팬티만 입은 상태로 바다에 들어갔다. 나 는 혼자 쭈그리고 앉아 눈길을 어디에 둘지 몰 라 하며 힐끗힐끗 옆 사람들을 보니 어느 누구 도 내게 관심을 두는 이는 없었다. 안심이 된 나는 천천 히 그들을 관찰했는데 어린아이들 과 물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부부도 있고, 열대 여섯살로 보이는 딸과 이리저리 뛰며 배드민 턴을 치는 아빠도 있었다. 늘어진 가슴과 배를 드러낸 채 해변을 산책하는 노부부도, 바다를 향해 두 다리를 벌리고 반듯이 누워 잠이 든 중년 부부도 있었다. 벌거벗은 그들의 너무나 태연한 모습을 보며 ‘그래, 우리가 태어날 때 옷 입고 태어났나?’ 하는 생각이 들자 혼자 원 피스 수영복으로 중무장하고 있는 내가 부끄 러워졌다. 나는 살며시 수영복을 어깨에서 내 려 배꼽 아래로 돌돌 말았다. 나를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가슴을 내놓으니 정말 시원했 다. 이 작은 부분을 내놓았을 뿐인데 엄청난 자 유가 느껴졌다. ‘하긴 남자들은 당연한 듯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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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노르망디의 작은 동네 바네크로에 마련한 집. 양떼들이 평화로운 그림을 만든다.

1992년, 휴가용 집을 마련했던 니스의 작은 산동네 빌라르 쉬르 바에서.

다음 해에도 다시 만났다. 그들도 우리 를 알아보고 미소로 인사를 주고받았는데 이 땐 그 딸까지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 유로운 모습이었다.

1995년경, 모나코 해변에서 혜원이와 함께.

슴을 내놓은데 여자는 왜? 조금 불룩할 뿐인 데….’ 드물지만 팬티 수영복을 입고 있는 사 람들도 있으니 이만하면 우스꽝스럽지는 않 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이 자연스럽게 누리 고 있는 큰 자유가 부럽기까지 했다. 우리는 팬 티 수영복을 입고 삼 년 동안 그곳에 갔다. 그 리고 거의 비슷한 자리에 앉았는데 첫해에 만 난 독일인 가족(벌거벗은 부부와 팬티 수영복 을 입고 있던 열일곱 살쯤 되어 보이던 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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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우리는 니스 뒤쪽으로 45km 떨어진 작은 산동네 ‘빌라르 쉬르 슐 바’(Villars sur Var)에 휴가용 집을 마련했다. 파리에서 1000km 떨어진 지중해 쪽은 멀기도 하지만 너무 호화스러운 캠핑은 우리 식구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아예 염두에 둔 적도 없었는데, 이곳에 휴가용 집을 갖고 있는 친구의 초대로 여름 끝자락에 방문하게 되었다. 그때 알프스 를 넘는 길에 반하고, 남프랑스의 태양과 빛, 향기에 반해 우리 역시 거기에 집을 마련했던 것이다. 이후 10년간 프로방스 지역의 매력에 흠뻑 빠져 여름이면 니스의 자갈 해변과 칸의 모래사장 사이를 오가며 ‘코트다쥐르쥬’(Cot ed’Azur)라 불리는 지중해의 푸른 바다에서


Program 일광욕을 했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곳, 파 리가 우기로 회색인 겨울에도 빌라르 쉬르 바 엔 밝은 햇빛이 비쳤다. 그곳의 집에는 참 많은 친구들이 다녀가 그들과 보낸 시간들이 귀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들 역시 아직까지도 그 곳에서 함께 보냈던 추억을 그리워하고 있다. 가족 같은 이웃이 있고 여름에는 시원한 매미 소리, 반딧불의 유희가 즐거운 해질 녘 산책 길이 있던 곳. 계곡마다 물든 단풍이 내 가슴 을 아리게 했고 겨울에는 테라스에 낮아 앞산 에 쌓인 눈을 보며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었다. 그 시절은 우리의 지난 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혜원이 가 결혼을 하면서 남편과 둘만 쓰자니 전처럼 즐겁지 않았다. 주변의 미술관, 명소들은 지난 10여 년간 친구들과 모두 방문해 더 이상 큰 매력이 없었고, 여름 바닷가의 뜨거운 햇볕도 시들해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리 와 니스의 거리가 멀어 자동차로 움직이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아름다운 추억이 많아 가슴 벅차지만 좀 더 자주 사용할 수 있는 휴가용 집으로 바꾸기로 했다.

땅에서 흩어져 놀던 모습, 그 귀여운 양의 배 설물을 직접 치우던 경험까지. 그곳에서 지낸 7년 동안 후회, 좌절도 했지만 붉게 물들어 오 는 여명과 보랏빛 노을 속에 감싸여 감격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쏟아지는 별빛에 가슴을 쓸 고, 창밖에서 비추는 달빛이 너무 밝아 잠에서 깨기도 했다. 활활 타는 벽난로의 불 속에 노 르망디의 습한 공기를 말리며 내 안을 그 불 빛으로 비추어 보기도 했다. 이 여름, 녹음이 짙어진 정원을 바라보며 지나간 여름날을 생 각하다 ‘내가 다시 젊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생각해 본다. 하나같이 아름답고 다시 돌아가 고 싶은 순간들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캠핑 의 추억이 떠오른다. 최소한의 것으로 가장 부 자가 된 것 같은 아침을…. 그리고 그 넓은 대 서양의 해변에서 옷을 훌훌 벗고 소리를 지르 며자유를 느끼고 싶다.

2000년, 우리는 파리에서 180km, 도빌에서 3.5km, 봉플라워에서 20km 떨어진 ‘바네크 로’(Vannecroco)라는 노르망디의 작은 동네 에서 약 6600㎡의 대지 위에 지어진 시드로( 능금을 짜서 만든 음료)를 만들던 커다란 건 물을 찾아냈다. 이곳에서 우리는 꿈에도 생각 지 못했던 많은 모험을 경험하고 추억을 만들 었다. 잡초로 휩싸인 집, 한국에서 가져온 씨앗 으로 텃밭을 가꾸고 농부의 양떼 35마리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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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우진영 관장

책과 산책할까요? 할리우드 영화 ‘트렌스포머’는 전 세계적인 흥행 기록을 세웠다. ‘스스로 변신하는 로봇’ 이 인기 요인. 여기, 가장 안 변할 것 같으면서 가장 빨리 변화하고 있는 도서관이 있다. 문화 예술 분야에 혁신적인 도전을 해온 우진영 관 장은 창의적, 통합적 사고의 길로 ‘도서관식 교 육’을 제안했다. 취재_지희진 기자 사진_이재희(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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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용 성형 산업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 라 할 만하다. 실제로 매년 수백 명의 해외 의 사들이 찾아와 시술법과 병원 시스템 등을 벤 치마킹할 정도로 우리나라는미용 성형 산업 의 강대국이다. 세계의 미용 성형 제품 제조사 들도 한국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상태. 어 쩌면 이미 포화 상태인 이 시장에 조금은 뒤 늦게 독일계 메디컬 에스테틱 전문 기업이 뛰 어들었다. 바로 미용 성형 의약품 시장에 진출 한 ‘멀츠 에스테틱스’(이하 멀츠) 그것. 멀츠 가 한국 시장을 노크하게 된 데는 미국 지역 마케팅 이사였던 애런 킴의 노력이 컸다. 지난 2007년 우연히 국내 미용 성형 학회에 참석했 던 애런 킴 대표는 한국 미용 성형의 놀라운 기


Program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은 2년 전, 디지털 도서관을 만들면서 업그레이드됐 다. 종이 책과 디지털 북의 논란이 정점에 달 했던 시기, 국립중앙도서관이 변화의 선두에 선다는 것 은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도서관은 변화했 고 그 결과 지금까지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 세련된 디자인의 신축 건물에 컴퓨터로 손쉽 게 책과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를 잡으면서 도서관 문턱은 한층 낮아졌다. 지하 5층, 지상 3층인 디지털 도서관에는 커다 란 LCD 모니터가 모자이크 처럼 붙어 있고, 스마트폰에 쓰이는 아몰레드와 디지털 액자 가 곳곳에 보기 좋게 자리 잡고 있다. 종이 책 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지만 이곳에는 40만 권 에 달하는 책이 담겨 있다. 280여 대나 되는 컴 퓨터를 이용해 모니터 가득 종이 책의 질감을 느낄 수 있고, 바랜 잉크의 느낌까지 고스란히 볼수 있다. 영화 400편이 컴퓨터에 저장돼 있 어 무료로 관람할 수도 있다. 실제로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컴퓨터로 영 화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디지털 도서관은 최근 한 번 더 업그레이드됐 다. 스마트폰으로 영화관 좌석을 예약하듯, 열 람실과 세미나실 자리를 예약할 수 있게 됐고, 한쪽에는 UCC 제작이 가능한 스튜디오도 마 련됐다. 덕분에 아이들과 학생들의 발길이 잦 아졌다. 그런가 하면 책을 보며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디지털 북카페도 오픈해 여유로 운 공간이 늘어났다. 몇 해 전만 해도 ‘있었으 면’ 했던 소소한 바람들이다. 상상을 실현시키 는 사령관은 종이 책이 가득한 본관에 머무르 고 있는 우진영 관장. 행정학을 전공하고 행정 고시를 거쳐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문화공 보부 해외공보관과 로스앤젤레스-뉴욕 총영 사관을 지냈다. 영국 시티 대학교에서 예술 행

정 과정으로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으니, 문화 예술 분야에 있어서는 이론과 실전에 두루 강 한셈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우진영 관장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온 지 일년이 채 안 된 시간 동안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지식의 길’이 있다 우진영 관장을 만나러 본관으로 향했다. 1층에 들어서자 디지털 도서관과는 다른 엄숙한 분 위기와 무게가 느껴졌다. 6층에 마련된 관장 실은 소박하고 정갈했다. 더운 여름 날씨에도 우진영 관장은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고 업무 를 보고 있었는데 에너지 절약 차원도 있지만 에어컨보다는 자연 바람을, 자동차보다는 걷 기를 좋아하는 아날로그적 취향 때문이다.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시와 시집展’을 보셨습 니까? 도서관에서는 주기적으로 테마를 정해 도서전을 여는데, 이번에는 ‘시’를 다뤘어요. 시대를 관통하는 인문학 정신은 아무리 강조 해도 지나치지 않잖아요. 여성중앙도 매달 ‘인 문학 아카데미’를 열고 있으니 공감하실 거예 요. 저도 그 강연을 몇 번 들었는데, 인문학에 대한 주부들의 관심과 열정에 다시 한 번 놀랐 습니다. 그동안 알아채지 못한 거죠. 여러분이 도서관에 대해 못 알아챈 것도 있습니다. 도 서관이 창의성과 인문학의 보물 창고란 사실 이죠.” 각 분야의 책이 모여 있으니 ‘인문학의 보고’ 는 맞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고 창의성까 지 저절로 발현될까. 우진영 관장의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교육에는 도서관식과 학교식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요즘 학교 방식은 아이들이 알아야 할 것, 즉 커리큘럼을 정해 놓고 지식을 집어넣는 식이에요. 반면 도서관 방식은 알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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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야 할 것을 미리 정하지 않고 직접 찾아 가야 하죠. 자료실에는 문학과 철학, 자연과학 등이 다 모여 있습니다. 주제에 따라 옮겨가며 볼 수 있으니 통합적 사고가 되죠. 아무리 한 분야에 통달한 선생님이라도 다른 주제에 대 해서는 모르지만 도서관 사서는 그 주제에 대 한 모든 분야의 책을 알려줍니다. 이러니 도서 관 방식이 창의적이고 인간적일 수밖에요.”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는 ‘사서에게 물어보세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 지식iN’처럼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을 올려주 는데, 관련 서적리스트까지 제공한다. 그러고 보니 도서관에는 종이 책과 전자 책, 인터넷이 모두 묶여 있는 셈이다. “도서관에는 ‘지식의 길’이 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죠. 본관과 디지털 도서관을 이 어주는 길이라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어요(웃 음). 본관에는 국내에서 발간되는 모든 신문 과 잡지, 고전과 희귀본 800만여 권이 있고, 디지털 도서관에는 40만 권이 복제돼 있습니 다. 이 두 개가 융합되면 어마어마하겠죠? 앞 으로의 시대에는 국립중앙도서관이 큰 경쟁력 이 될거예요.”

도서관이 한류를 일으킬 차례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바티칸 도서관, 로마 도 서관 등은 도서관을 넘어서 세계적인 유산이 됐다. 한 나라의 중앙 도서관은 국가의 문화 수 준, 국력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인 것. 현재 국 립중앙박물관은 아시아 곳곳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아시 아와 오세아니아의 국립도서관 관장들이 모 여 의견을 나누는 연례 회의를 처음으로 유치 했다. 18개국이 참가해 국립중앙도서관의 디 지털화에 대해 정보를 나눴다. “올해 초에는 터키에 한국 자료실인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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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Korea’를 만들었고, 이집트에 하나 더 오픈 할 예정이에요. 현재는 12개 국가에 한국 자료 실이 있는데,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발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죠. 요즘 뉴욕과 파 리를 중심으로 ‘K-팝’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음 악이 떴다고 다른나라에서도 같은 것을 고집 하면 안 돼요. 한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 해서는 그 나라의 특색에 맞는 문화 아이템를 찾아서 집중적으로 알리는게 중요하죠.” 우진영 관장이 ‘한류’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 까닭은 2005년부터 2년간 뉴욕에서 총영사관 겸 문화홍보원으로 지낸 경험 때문이다. 그는 뉴욕에서 첫 한류를 일으키기 위해 다양한 프 로젝트를 전개했다. 가장 먼저 선택한 문화 아 이템은 음식. ‘몸에도 좋고 보기도 좋다’는 한 국 음식의 장점을 무기로 UN 본부에서 한국 음식 축제를 여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다음에는 현대 무용, 음악, 영화 등으로 아이 템을 확장해 갔다. “문화는 ‘넌 버벌’(none verbal;비언어적) 분 야에서 시작해야 확산될 수 있어요. 그래서 먼 저 언어가 필요 없는 음식, 무용 등으로 한국 문화를 알렸죠. 어느 정도 한국에 대한 호기심 이 생겼을 때 언어가 있는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을 보여주는 거예요.” 우진영 관장의 ‘한류 붐 업 프로젝트’는 까다 로운 뉴요커들의 관심을 끌었고 성과도 좋았 다.『뉴욕 타임스』에 한국에 대한 기사가 한 건 보도되면 환호성을 지르던 시절, 일 년 사 이에 100여 건이 넘는 기사가 실렸다. 그는 “이 제 K-팝이 자리 잡으면, 도서관이 한류를 일 으킬 차례”라며 웃었다. ‘넌 버벌’은 ‘버벌’ 분야로 확장되는데, 언어가 모인 것이 바로 책이고 책은 모두 도서관으로 모이잖아요. 그러니 도서관이야말로 문화 분 야에 있어 ‘최후의 결정판’이죠.”


Program 검색만 하는 세상에서 ‘책’과 ‘산책’을 제안하다 우진영 관장이 작은 고백을 했다. 어릴 적 그는 도서관과 그리 친하지는 않았단다. 중고등학 교 국어 선생님이셨던 어머니 덕분에 책은 다 양하게 읽었지만, 도서관은 가끔 시험 공부할 때나 가곤 했다. 그는 “이렇게 좋은 곳인 줄 알 았으면 진작 자주 갈 걸 그랬다”며 너털웃음 을 지었다. 우진영 관장의 독서량은 관장직을 맡은 이후 급격히 줄었다. 솔직히 잦은 야근과 모임 때문에 한 달에 두세 권 읽기도 버겁다고 털어놨다.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 는지 다른 이들의 경우를 참고하려고 근래에 는 자기 계발서를 주로 읽고 있다. 우진영 관장의 ‘인생의 책’ 중 한 권은 창의적 인 생각을 하게 했던 이어령 작가의『젊음의 탄생』.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방법을 다양 하게 풀어놓아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단다.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이지만 자녀들에게 도서 관을 많이 다니라고 할 형편은 안 된다. 대학을 막 졸업한 아들과 고3 수험생인 딸은 그 시기 청춘들이 그렇듯 무척 바쁘다. 대신 집에 마련 해 놓은 서가에서 짬짬이 시간을 보낸다. 그래 도 ‘한 때 국어교사’였고, 여전히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아내 덕분에 집 안에서 독서 분 위기는 자연스럽게 잡힌다고 한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우진영 관장은 애초부터

자신의 노선을 확실히 정했다. 대세에 지장이 있는 부분에서만 본인이 나서기로 한 것. “요즘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나 자신만 아는, 나밖에 모르는사람이 되지 말자 는 거죠. 자신만 아는 사람은 이기적일 뿐 아 니라 내 발전을 스스로 막는 사람이에요. 다른 관점을 인정하고, 자신을 돌아보면 보다 업그 레이드할 수 있죠.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묻 는다면 다른 이의 시각을 보기 위해서는 ‘책’ 을, 내 안을 보기 위해서는 ‘산책’을 하라고 말 하고 싶어요.” 우진영 관장은 매일 아침 50분 거리를 걸어서 출근한다. 처음에는 운동 삼아 걸었는데, 걷다 보니 걷는 것 자체가 좋아졌다. 하루 중 유일하 게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 “50분을 걷는다는 건 상당히 지겨운 일이지만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창의력은 어떤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발휘되거든요. 이 것저것 선택의 폭이 넓을 때 오히려 창의력은 발휘되지 않죠. 검색은 많이 하지만 사색은 하 지 않는 세상입니다. 책은 많이 읽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은 적고요. 하지만 책을 통해서 내 안을 자꾸만 곰곰이 들여다보다 보면, 어느 순간 반짝 하고 창의적인 길이 보일 겁니다. 우 리 도서관엔 몽마르트르 언덕도 있으니 이곳 을 자주 찾아오시는 것도 좋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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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딛고 16년 만에 책 펴낸

원로 동화작가 조장희, 삶은 끝없는 동화

조장희 작가의 자택 2층 무지개글방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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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일흔 살의 원로 작가가 16년 만에 동화책을 냈다. 파킨슨병을 앓으며 육체의 균형을 잃었지만, 동심으로 길어낸 지난날의 추억은 그립고도 따스했다. 동화는 기관사로 일하다 스물아홉에 요절 한 아버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생을 만난 후 ‘향기로 달리는 기차’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취재_성재경(객원기자) 사진_이민희(studio lamp)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입 니다.” 영화배우 황정민의 수상 소감이 아니 다. 이번 인터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기자가 한 일이라고는 동화책을 읽고 스무 개 남짓 질 문을 뽑아 팩스로 전한 것이 다다. 그러고 나 서 약속한 날짜에 원로 동화작가를 만나러 충 북 청원군으로 내려갔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에 능소화가 활짝 피어 손님을 맞았다. 현 관 앞 테라스에 앉아 있던 조장희 선생은 기다 렸다는 듯 42매에 이르는 두툼한 원고를 건넸 다. 원고지의 글은 부인 정인숙씨가 남편의 답 변을 정서한 것이었다. 조장희 선생이 16년 만에 펴낸 동화집이 더욱 특별한 까닭은 그가 파킨슨병을 얻어 집 안에 서도 휠체어에 의지하는 투병 생활을 하기 때 문. 선생은 발음이 쉽지 않아 의사 전달이 힘들 것을 염려해 미리 답변을 준비해 두었다. 이런 식의 아날로그한 인터뷰는 처음이었다. 원고 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내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글을 다시 타이핑해서 옮기는 것만 으로 한 편의 기사가 완성될 것 같았다. 글이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 다. 기사 쓰는 내내 송구했다.

스물아홉에 요절한 아버지를 그리다 꽃나라를 달리는 기관차』는 선생의 자전적 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선생은 기관 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생 때부터 세 차

례나 학교를 옮겨 다녔다. 그래서 친구를 깊 이 사귀지 못해 외로움을 많이 탔다. 경부선과 경의선을 달리던 아버지가 지선인 충북선으로 일터를 옮기면서 청주로 왔다. 농번기에 할머 니의 호출을 받은 어머니가 집을 비우면 온종 일 홀로 집을 지켜야 할 때가 많았는데, 아버지 는 그런 아들을 기관차에 태우고 충주까지 달 린 적이 있다. 그렇게 종착역에 내려 탄가루가 섞인 점심밥을 먹으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 추억이 이번 동화 에 녹아 있었다. 1995년『괭이씨가 받은 유산』후로는 책을 내지 않은 걸로 압니다. 16년간 동화를 펴내지 않은 이유가 있다 면요

소설『삼국지』를 어린이용으로 재구성해 집 필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습니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라 선뜻 수락을 했다가 곤혹을 치렀습니다. 뜻밖 에도 원고가 써지질 않더군요.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쓰기 싫었던 것이지요『. 괭이씨가 받 은 유산』을 탈고했던 양수리를 떠나 고향으 로 내려왔습니다. 주변 환경을 바꾸면 글이 잘 써질까 싶었는데, 그게 또 생각대로 되지 가 않더군요. 원고는 써지지 않고, 갈등과 회 의만 늘어갔습니다. 그러다 뇌졸중으로 쓰러 지고 말았지요. 병을 어느 정도 치료하던 중 에 파킨슨병을 얻은 것이고. 이번에『꽃나라를 달리는 기관차』를 펴낸 계기가 궁금 합니다. 작년에『시와 동화』라는 잡지에 연재를 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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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아는데요

연재가 아닙니다. 원고지 300매 가까운 적지 않은 분량인데, 잡지 발행인인 강정규 작가의 호의로 전작을 수록한 것입니다. 작년 겨울호 에 실려 세밑에 잡지가 나왔고, 그 책을 몇 권 사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연하장 삼아 보냈습 니다. 이번 책을 펴낸 에디터출판사의 김태진 대표와 제 동화에 그림을 그린 김복태 화백에 게도 책을 보냈는데, 두 사람이 제 동화를 반 갑게 읽고 책으로 펴내자고 상의를 했던 모양 입니다. 동화를 다시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드신 것은 언 제인지요? 불편한 몸으로 극기 훈련을 하듯 석 달 동안 작품에 매달리셨다고 들었습니다

파킨슨병이 있으면 균형 감각을 잃기 쉬운데, 한순간 넘어져서 척추를 크게 다쳐 수술을 받 은 적이 있습니다. 병실에 누워 생각하니 내게 도 죽음의 그림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다가오 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선 펜을 잡을 수 있는 손이 성하니 죽기 전에 몇 편을 써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 금은 고인이 된 동화작가 정채봉씨가 편집장 으로 있던『샘터』란 잡지에 오래전에 발표한 짧은 동화를 다시 쓰기 시작했지요. 병상에서 ‘도첨지와 허첨지’란 풍자 동화를 쓰 면서 연습을 한 셈입니다. 이후『시와 동화』 에서 진행한 ‘한국의 아동문학가 100인’ 시리 즈에 참여하면서 ‘새 무지개 한 자락’이란 신 작 동화를 써냈지요. ‘새 무지개 한 자락’은 큰 며느리의 임신 소식을 듣고 초음파 사진을 보 면서 구상한 것입니다. ‘꽃나라를 달리는 기관 차’는 그 후에 쓴 작품이고요. 김 대표가 책을 내자고 했을 때 두 이야기가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아 함께 싣기로 한 것입니다. (파킨슨병을 언급할 때마다 선생은 균형 감각 얘기를 많이 했다. 몸을 뜻대로 제어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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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현실이 힘들 법도 하건만, 선생은 그런 내색 을 하지 않았다. 다만 밤에 잠이 잘 안 와 가끔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한다고 했다. 손잡이를 잡고 2층 무지개글방을 오르내리거나 휠체어 에 앉아 손수 바퀴를 굴리는 일은 익숙해 보였 지만, 정원 밖으로 나가 휠체어에 옮겨 앉거나 물건을 들 때면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그때마다 부인 정인숙씨가 곁을 지켰다.)

30년 넘게 알고 지낸 선후배의 우정 조장희 선생은 서라벌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 을 공부했고, 1961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작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잡지를 펴내는 직장에 다니며 동화를 쓰기란 만만치 않았다. 1970년대 말로 기억한다. “동 화작가가 동화를 안 쓰고 뭐하는 거냐”는 선 배의 명령 혹은 청탁에 못 이겨 태평양화학의 사보였던『향장』에 원고지 10매 분량의 짧 은 동화를 매달 쓰기 시작했다. ‘흰나비의 날 개옷’ ‘나비와 할미꽃’ ‘몸살 앓는 조개’(‘진주 를 품은 조개’로 제목을 바꿔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수록) 등 우화 형식의 짧은 동화를 3 년 가까이 연재했고, 이를 계기로 사보에 동화 연재 붐이 일기도 했다. 이번에 책을 펴낸 에디터출판사의 김태진 대 표와도 직장에서 처음 만났다. 김 대표가 1978 년에『소년중앙』 수습기자로 들어오면서 당 시 중앙일보 출판국 주간으로 있던 조장희 선 생과 첫 인연을 맺었다. 김복태 화백도 오래 알 고 지낸 사이였다. 김 화백에게 일러스트 작업 을 맡기면서 인연을 맺었고, 그 후 미술기자로 발탁해 함께 일한 바 있다. 그렇게 맺은 세사 람의 인연은 30년이 넘었다. 김 화백은 샘터사 에서 나온 조장희 선생의 첫 동화집『아기개 미와 꽃씨』때부터 삽화를 그렸고, 첫 장편 동 화집『 벼락 맞아 살판났네』에도 그림을 그


Program 렸다. 또 김태진 대표가 기획한『괭이 씨가 받 은 유산』초판에도 삽화를 그리는 등 선생의 책에는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지만, 주량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고 늘 마시던 만큼은 마신 것 같아 요.”)

『 여성중앙』창간 멤버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얘기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1969년 3월에 중앙일보 출판국에 입사 했습니다. 처음에는 막 창간된『소년중앙』에 서 일하며 대기하고 있다가 9월부터『여성중 앙』창간 작업에 들어갔지요. 당시 창간 요원 은 외부에서 스카우트한 경력 기자로 채워졌 고, 야근 작업을 특히 많이 했습니다. 통행 금 지가 있던 시절이었지만, 신문사 차량만큼은 야간 통행증을 받아 운행할 수 있었지요. 늘 그 차를 타고 퇴근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시절 파이프 담배를 즐기는 멋쟁이셨다고 들었는데요

(웃음) 특별한 멋쟁이는 못 됩니다. 본래 색에 대한 감각이 좀 있었고, 균형과 조화에 대한 배 려가 좀 섬세했을 뿐입니다. 또 여성 잡지의 책 임 편집자로서 그만한 멋은 부릴 줄 알아야 한 다고 생각했지요. 병이 나기 전에는 체인 스모 커였습니다. 파이프 담배의 구수하고 달콤한 향에 취하고, 파이프의 오묘한 생김새가 아름 다워 그 미감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지요. 담배 못지않게 술을 즐기신 걸로 아는데요

동화는 순수하고 순진무구한 문학 1969년 12월 말에『여성중앙』창간호가 세 상에 나왔다. 조장희 선생은 창간호의 인기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기존의 여성 잡지 발행 부수를 크게 뛰어넘었어요. 발매 즉시 매진이 되어 재판을 찍기도 했으니까요. 광명인쇄소 라고 지금도 이름을 기억하는데, 거기서 제본 되어 나온 창간호를 안고 회사로 돌아오는데 그 따끈따끈했던 감촉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 이 납니다.” 조장희 선생은『소년중앙』『학생중앙』『 음악세계』『라벨르』등 중앙일보에서 발행 한 잡지에 오랜 세월 관여했다. 그는 1993년에 경향신문 출판 편집국장을 끝으로 직장 생활 을 끝맺고 전업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았다.

선생은 발음이 부정확해 의사 전달이 힘들 것을 염려해 미리 답변 을 준비해 두었다. 원고지 42매에 이르는 글은 부인 정인숙씨가 정 서한 것이다.

그랬지요(웃음). 중앙일보 출판국에 있을 때 술을 제법 마셨습니다. 김태진 대표도 수습기 자로 들어와서 저한테 음주 에티켓을 배웠을 겁니다. 그 리고 김복태 화백은 술이 약한 편 이어서 저한테 음주 강의를 듣느라 아마 곤혹 을 치렀지요. (술 얘기가 나오자 김 대표가 끼어들어 당시 일을 증언했다. 찌개가 끓는 동안 점심 반주로 소주 한 병을 비우고, 끓고 나면 또 한 병을 비 우던 시절 이었다. “알코올 도수가 25도라 지금보다 셌 죠. 통금이 있던 때라 밤 11시까지 술을 마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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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벼락 맞아 살판났네』로 어린이 문 화대상을,『괭이씨가 받은유산』으로 소천아 동문학상을 받았다.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오 래 하다 보면 때가 묻기 마련인데, 그 후에도 동심을 간직한 책을 꾸준히 펴낸 사실이 놀라 웠다. 선생은 “동화는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 한 문학이며 이야기인 것처럼 마음에 때가 묻 은 사람은 동화를 쓸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에 서 강한 소신이 느껴졌다. 동화란 무엇인지요? 소천아동문학상을 받았을 때 “우리 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게 되는 문화적인 충격” 이라는 말로 동화를 정의하신 적이 있지요

네, 맞습니다. 우리는 말을 배우고 말귀가 트 이면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고 자랍니다. 그 이야기에 동화의 원형이 들어 있지요. 그러나 옛날이야기는 어린이들만 듣는 게 아니라 어 른들도 함께 듣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화란 어 린이들만을 위한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는 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럴듯한 픽 션안에 때로는 풍자와 비판 의식도 담겨야 하 는 것이지요.

바라보는 시선, 기억의 조각을 모으는 방식, 작품에 대한 애착 등 여러 가지 면에 변화가 있었을 텐데요

작품은 투병 중에 쓴 것이지만, 주로 밤에 썼 습니다. 밤중에 작업을 하다 보니 상(想)을 모 으는 데 도움이 된 듯합니다. 아버지 생전에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 픽션의 공간 속에서 좀 더 자유롭게 행해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 고 내 자전적인 이야기, 성장통이 이 안에 담 겼다고 생각하니 내 동화 중에 가장 애착이 가 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투병 중에 한 가지 터 득 한 것이 있다면 찾아온 병을 굳이 증오하거 나 거부하기보다는 그것도 삶의 일부로 받아 들여 순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병을 친구 삼 아 동반자로 인정해야만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화도 힘이 닿는 한 신작을 계속 쓰고 싶습니다. 책을 읽고 인생이 ‘도시락 안에 든 하얀 쌀밥에 날아든 석탄가루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엔 어쩔 수 없이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 다. 생의 어두운 이면을 떼어놓고 밝음을 말할 수는 없

투병 중에 쓰신 이야기가 가족, 특히 부자(父子)의 이야

겠지요. 그래서인지 ‘기우’라는 말이 오래 와 닿았습니

기입니다. 동화가 다음 세대를 위한 작업이라고 한다면,

다. 그러나 파킨슨병은 기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시각

요즘 사람들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주고 싶으신 건지요

각 느끼는 엄연한 현실의 고통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동화란 순수하고 순진무구한 문학입니다. 어 떤 동화를 써도 저는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저는 아들 에게 순수하고 착하게 살라는 말밖에 더 할 말 이 없습니다. 이 바탕 위에 슬기로운 지혜를 더 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난세와 다름없는 타락 한 사회라 하더라도 이를 구원해 줄 말 한마디 가 있다면 그것이 동화겠지요. 비록 목소리는 크지 않더라도 동화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 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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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생활이 이번 작품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요? 삶을

다가오는 죽음을 감지한다는 것은 공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피치 못할 필연으로 언젠가는 닥쳐오게 됩니다. 그 죽음을 인정하 고 그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진 빚은 없는지 돌아 보고 하고자 했던 일을 서둘러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이 안타깝지요. 그러나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신작 동화를 탈고하고 나서 정말 행복했 습니다. 오늘처럼 후배들이 찾아올 때, 손자 손


Program 녀가 할아버지를 보러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한없이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집사람의 손을 잡고 있는 순간에 가장 큰 행복을 느끼지요. ‘새 무지개 한 자락’은 새 생명과 만나는 설렘을 담고 있 습니다. 현재와 과거의 기억, 아버지와 손녀, 이렇게 시 간을 두고 이어지는 삶의 결 같은 것이 잡히는 느낌이 들었고, 이 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통한 ‘부활’을 믿으시는지요

부활은 종교의 몫이지 대를 이어 번성하는 종 족 보존의 영속성과는 다릅니다. 인생은 대를 이어 계속됩니다. 그것이 동화와 인생이 닮은 점입니다. 스물아홉에 돌아가신 아버지, 저 그 리고 두 아들과 손자 손녀를 보면서 그런 확 신을 얻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그 것이 동화입니다. 자택 곳곳의 난간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선생은 그 손잡이에 의지해 2층 무지개글방을 오르내렸다. 선생은 잠시도 몸을 쉬지 않았다. 붓을 들고 한자를 써 내려갔고, 작품이 머릿속 에 그려지면 눈에 보이는 곳에 놓인 원고지에

글을 적었다. 창가에 놓인 작은 책상에도 선생 이 쓰다 만 원고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선생은 본인에게 닥친 병마의 고통을 입에 올 리지 않았다. 그보다는 혼자서 있기가 힘들어 손자 손녀를 마음 놓고 안아주지 못하는 안타 까움,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직장 을 마치고 내려와 밤새 운전해야 하는 작은아 들에 대한 미안함을 말했다. 아, 그리고 서울에서 내려온 손들을 위해 맛있 는 점심상을 차려주신 사모님 얘기도 꼭 해야 겠다. ‘어머님 손맛’이 가득한 반찬에 염치 불 구하고 밥을 두 공기나 비웠다. 능소화 곁을 날 던 호랑나비 두 마리도 애틋해서 남겨둔다.

에디터출판사 김태진 대표가 조장희 선생의 휠체어를 잡고 있다. 그 앞에서 베레모를 쓰고 웃고 있는 분이 김복태 화백이 다. 세 사람의 우정은 30년을 넘었다. 그 모습이 훈훈했다.

『 꽃나라를 달리는 기관차』에는 두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꽃나라를 달 리는 기관차’는 스물아홉에 돌아가신 기관사 아버지와의 추억을, ‘새 무지개 한 자락’은 전작의 주인공 소년이 할아 버지가 되어 손녀를 보는 이야기를 담 고 있다. 회상과 이별이라는 지난날의 이야기가 새로운 탄생과 만남이라는 미래의 이야기와 소통하면서 깊은 울 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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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불출 3년 만에 자전 영화 ‘아리랑’으로 뜨거운 논란

김기덕은 왜? 김기덕 감독이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극장 부금 사기, 믿고 의지한 사람들의 배신, 메 이저의 횡포…. 그는 프랑스 칸에서 있은 현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리랑’을 부르다 눈물을 와락 쏟았다. 그 사무친 눈물의 의미가 궁금했지만, 마이스터의 행방이 묘연했다. 그래서 자문 취재_성재경(객원기자) 사진_중앙포토, 화인컷 제공 했다. “김기덕은 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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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사자와 곰을 데려왔습니다. 동물농장을 만들고 있는 것 같네요. 울타리를 치기 위해 종려도 받 았으면 좋겠습니다.” 김기덕 감독다운 비유였다. 2004년, 그는 거칠 것이 없었다. 한마디로 잘나갔 다. 영화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 을 받았고, 같은 해 영화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받았다. ‘사자’와 ‘곰’을 데려왔으니 이 제 마지막 하나가 남았다. 그는 칸영화제에서 황 금종려상을 받고 싶다는 바람을 그렇게 에둘러 표 현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7년 뒤로 미뤄졌다. 지난 5월 칸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김기덕 감독 이 영화 ‘아리랑’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 선’에서 대상을 받은 것. 그러나 수상 소감보다 현 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리랑’을 부르다 눈 물을 와락 쏟는 장면이 더 화제가 됐다. 티셔츠에 모자 하나를 꾹 눌러쓰고 당당하게 말하던 예전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흰머리를 길게 기른 감독 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무너져 내리듯 서럽게 울었다. 날선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내면에 꼬깃 꼬깃 접어둔 감정이 한순간에 풀려나와 펼쳐진 것 같았다. 결국 종려를 손에 넣었지만, 그는 울타리 를 칠 힘마저 빠져 달아난 듯 보였다.

김기덕은 왜 눈물을 흘렸나 ‘아리랑’은 김 감독의 자화상 같은 영화다. 2008년 ‘비몽’ 이후 그가 왜 작품 활동을 중단했는지를 자 문하고 영화를 통해 자신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 는 과정을 담았다. 그는 셀프카메라 형식을 빌려 각본, 연출, 주연 등 모든 작업을 홀로 해냈다. 극 중에서 김 감독은 자신, 또 다른 자아, 자신의 그 림자,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감독 등 일인 다역 을 소화했다. 영화사를 통틀어 그런 전례가 없었 다. 칸은 이 새로움에 주목했다. 그러나 국내 반 응은 달랐다. 마이스터의 귀환은 언제나처럼 시끄 러웠다. ‘아리랑’에 한국 영화계에 대한 날선 비판 이 담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을 예고했다.

김 감독은 ‘김기덕 사단’이었던 장훈 감독을 겨냥 한 듯 “영화를 같이 하고 싶다고 이메일로 호소하 고 비 맞으며 간절히 부탁해 받아줬더니 5년 뒤 떠 났다. 자본주의의 유혹에 빠졌다”고 했다. 또 자신 의 영화에 출연한 모 배우를 지목하며 “악역이 제 일 쉽다고? 악역을 통해 자위하는 거잖아. 악역 잘 한다는 거, 내면이 그만큼 악하다는 거야”라며 날 을 세웠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을 부정적으 로 묘사한 자신의 작품들이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 했다는 이유로 훈장을 받았다며 “영화를 보고나 주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이보다 앞서 김기덕이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작 년 12월이었다. ‘마이스터 김기덕 감독, 배신당하 고 폐인 됐다’는 기사가 기폭제였다. “특유의 날카 롭고 예리한 눈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머리를 길 게 길렀고, 살이 쪘으며, 얼굴에는 윤기가 없고, 눈 빛은 흐리멍덩해졌다.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은지 머리도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기사가 기사를 낳 으며 동정론이 일었다. 2004년에 베를린과 베니 스에서 사자와 곰을 모셔온 세계적인 명장을 아 프게 한 사람들에게 관심과 비난이 쏠렸다. 김 감 독은 측근에게 배신을 당한 피해자가 되었고, 그 가 가장 아끼고 신뢰한 PD와 감독은 새삼 죄인이 되어야 했다. 김 감독은 움찔했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았더 라면 다음 날 바로 장문의 자필 편지를 써서 언론 사에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몸이 좋지 않아 지방 에서 조용히 지내는데 이상한 기사가 나와 아래와 같은 해명을 합니다. 내용의 일부는 맞고 상심도 한 것은 맞지만, 이미 그 일은 지난 일이고 장훈 감 독과는 오래전에 화해를 했습니다.” 김기덕은 배 신을 한 측근으로 추정되는 모 감독의 이름을 밝 혔고, 이로써 대중은 장훈 감독의 이름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영화를 중단하고 제가 지방에서 혼자 조용히 사 는 것은 여러 가지로 자신의 잘못된 삶을 돌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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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다스리는 시간이며 그 누구도 탓하거나 미워 하지 않습니다.” 생일날 썼다는 자필 편지의 어투 는 사뭇 진지하고 겸손했다. 김기덕은 “지나치게 영화로만 삶을 살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제 본질 을 깨달아가는 지금의 상황에 감사한다”는 말까 지 덧붙였다. 흰머리를 좀 기르고 살이 쪘다고 모 두 폐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리랑’이 칸에 공개되면서 사정이 달라 졌다. “당시는 많이 섭섭하고 안타까웠지만 이제 는 다 이해한다”던 말이 앞뒤 시제가 뒤바뀐 비문 으로 들렸다. 김기덕은 해외 언론 앞에서 눈물을 쏟았고, ‘자본주의의 유혹을 받아 떠난 기회주의 자’는 또다시 섭섭함과 미안함을 느껴야 했다. 김 기덕의 눈물에는 슬픔과 회한과 분노와 복수가 모 두 담겨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혼자서라 도 영화를 찍는 것이었고, 이렇게라도 영화를 들 고 칸을 찾았다는 생각에 그는 감개무량했다.

김기덕은 왜 상처를 들춰냈나 믿고 의지하던 PD와 감독이 짐을 싸들고 나가 회 사를 차렸다. 그들은 메이저와 손잡고 김기덕필 름에서 준비하던 영화를 제작했다. 그 영화가 송 강호, 강동원 주연의 ‘의형제’였다. 장훈 감독의 두 번째 영화는 546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2010년의 화제작이 됐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보 면 장훈의 선택을 나쁘게만 볼 수 없는 면이 있다. 일이 꼬인 것은 지난 2008년이었다. 지금도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이미 충무로에서는 유명한 사건이었다. 그 일로 김기덕은 많은 것을 잃었다. ‘영화는 영화다’가 개봉하던 2008년 9월만 해도 조짐이 좋았다. 소지섭, 강지환이 주연을 맡은 ‘영 화는 영화다’는 김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장훈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저예산 영화지 만 주제 의식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영화는 순항 을 이어가며 13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 다. 제작비 6억원이 든 걸 감안하면 ‘흥행 대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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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그러나 뒤늦게 문제를 알게 되었다. 배급을 맡은 회사가 극장 부금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고 빚 을 청산한 뒤 회사 문을 닫아버린 것. 한마디로 사 기였다. 김기덕필름은 수십억에 이르는 수익금은 커녕 1차 소송에서 겨우 원금 2억원을 회수했을 뿐이다. 괴롭고 참담했다. 김기덕은 영화 ‘아리랑’에서 말했다. “의리를 지 킨다면서 두 편 더 함께한다고 했는데 떠났다. 주 위에서는 배신이라고 말하지만 떠난 거다. 원래 삶이 그렇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실명을 거론하 며 이런 말도 했다. “장훈 감독은 메이저 업체와 계약을 하고 유명 배우들이 캐스팅됐으니 놓치고 싶지 않았을 거다. 기회주의자처럼 행동했지만 나 는 떠난 후배를 따뜻하게 격려해 주었다.”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조각난 대사들만 떼어놓고 보면 오해의 소지가 생긴다. 겉으로 화해를 했다 고 하지만, 심정적인 화해가 이뤄지지 않은 것처 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 고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기도 한다. 김기덕필름 의 전윤찬 PD는 “‘아리랑’은 김 감독님 스스로 안 에 있는 걸 모두 털어내려고 만든 영화다. 김기덕 이 김기덕에게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을 하는 자 기반성을 담았다”며 말을 아꼈다.

김기덕은 왜 혼자서 농사를 지었나 김기덕필름은 여러 가지 불상사가 겹치면서 ‘폐 허’가 되었다. 김기덕은 강원도 모처와 아내와 딸 이 있는 경기도 파주의 집을 오가며 마음을 추스 르는 시간을 보냈다. 근 2년을 그렇게 두문불출했 다. 그런 그가 ‘풍산개’ 시나리오를 들고 전재홍 감 독을 찾은 것은 작년 가을이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건네면서 ‘할 수 있겠느냐’ 고 묻더군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김기 덕필름에서 데뷔작 ‘아름답다’를 찍은 후 3년간 다 음 작품에 들어가지 못했으니까요. 당시 김기덕필 름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어요. 감독님은 저한 테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고 하셨고, 그 말을


Program 들으니 오기 같은 것이 생기더군요. 저로서는 무조 건 해야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전재홍 감독은 영화 ‘빈집’을 보고 충격을 받아 프 랑스 칸으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김기덕 감독을 만 났고 그 길로 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해 ‘시간’이란 영화에 연출부로 들어갔다. 김기덕이 “현재 저를 마지막으로 지켜주는 사람”으로 꼽는 이였다. 전 감독은 올 1월 중순에 ‘아리랑’의 완성본을 보았고, 그때 심정을 이렇게 회상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틀간 멍했어요. 작년 12월 23일에 ‘풍산개’ 촬영 을 마치고 편집을 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였죠. 감 독님이 그 힘든 상황에서 영화적으로 새로운 시도 를 한 점이 너무나 놀라웠어요. 나는 아직 멀었구 나 하고 느낄 정도로 영화가 획기적이었으니까요. 영화를 찍고 싶은데 찍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다시 깨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열망 같은 걸 강하게 느꼈습니다.” 전 감독은 칸영화제에 김기덕과 동행했다. 프랑스 방송사와 인터뷰를 할 때도 곁을 지켰다. “감독님 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정이 많고 순수한 분이세요. 제가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 순수 함이 감독님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돌파구’ 모임에 서 김 감독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 분들이라면 제 말에 공감하실 거예요.” 이런 말도 기억에 남아 있 다. 칸에서 김 감독이 물었다. “너한테 잘해 주는 친 절한 사람을 너는 좋다고 보니?” 전재홍 감독은 그 동안 겪은 일의 전후 사정으로 문맥을 이해했다. 그래서 선뜻 “네”라고 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김 감 독이 말했다. “그래도 나는 네가 사람을 순수하게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도 이제는 사랑을 하면 서 살았으면 해.” ‘아리랑’의 국내 개봉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겉보 기에 김기덕은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 개봉을 앞 두고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그는 자신에게 쏠린 이목을 거두어 제자에게 몽땅 몰아주었다. 정황이 그러했다. 김기덕은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찾기보

다는 도리어 자신과 소통하지 않는 세상을 탓하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자신의 영화를 어떤 정해진 잣 대로 재단하는 평론가들에게 분노했고, 자주 불편 하게 굴며 관객을 괴롭히거나 조롱했다. 그런 그가 감독이 아닌 현장의 스승으로 살아온 삶은 또 달랐 다. 그는 솔직하고 순수했다. 사람에 대한 믿음에 우직했고 영화에 대한 신념에 고집스러웠다. 그러 나 그 확고한 신념이 꺾일 때 누구보다 가슴 아파 했다. 공교롭게도 ‘풍산개’ 기자 시사회(6월 13일) 다음 날로 장훈 감독의 ‘고지전’ 제작 보고회가 잡 혔다. 장훈 감독은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 념관에서 열린 제작 보고회 자리에서 김기덕 감독 과 관련한 질문에 조심스레 운을 뗐다. “(아리랑) 기사를 접하고 나서 ‘고지전’ 후반 작업 중에 많이 힘들었고, 아직도 그런 상황입니다. 하지만 김 감 독님은 여전히 저에게 큰 스승이시고 제가 존경하 고 사랑하는 분입니다. 그리고 감독님이 ‘아리랑’ 을 통해 좀 더 편해지셨으면 합니다.” 한때 마음을 주고받은 두 사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했다. 김 감독은 “쉴 때 무얼 하나?”라는 질문에 “강원도 에서 농사를 좀 짓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8년 에도 강원도 모처에서 농사를 지었다. “남들처럼 김매고 밭 가는 농사가 아니라 그냥 잡초를 그대 로 둔 채 씨 뿌리고 놔두었다가 따는 거다. 옥수수, 고추 등을 심는데, 밭에서 정성 들여 키우는 것에 비해 열매도 작고 조금 열리지만, 더 맛있고 영양 도 많다. 몰랐는데 그런 농사법이 생태 농법의 하 나로 원래 있다더라. 한번 해봐라. 재미있다.” 3년 전에 한 그 말이 무슨 예언처럼 들린다. 조만간 그 가 움직일 것 같다. 한동안 오래 쉬면서 영양가 있 고 맛있는 작물을 제법 수확했을 테니까. 그중 하 나가 ‘아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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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이경규를 만났어 32년 만에 라이터를 버렸다. 녹화가 길어져도 ‘버럭’ 하지 않는다. 지친 PD에겐 하트 섞인 문자를 보낸다. 지천명을 넘어 여유를 찾은 이경규와의 온기 가득한 만남.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예상대로 까칠했다’ ‘말도 못 붙일 정도로 예 민했다’며 이경규와의 인터뷰 후 편치 않았던 그의 성격에 대해 적어놓은 기사들을 많이도 보았다. 만나기도 전에 전해 오는 소문에 걱정 부터 앞섰다. 하지만 웬걸, 푸근한 인상의 이경 규는 “나 피부 좀 좋아진 것 같지 않아요?”라 며 대뜸 피부 이야기부터 꺼내더니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인다. 지레 겁먹었던 기자의 소심증 이 민망했을 정도. 금연은 성공적이냐는 질문 에, 기분 좋게 “그럼!”을 외친다. 요즘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덧붙이자 “좋죠!”라고 또 밝게 답한다. 금연 스트레스, 그래도 행복하다

지독한 골초였던 그가 담배를 끊은 지도 벌써 7개월째. 하루 두 갑씩 거뜬히 피우던 그였기 에 올 초만 해도 금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했다. “처음엔 아주 미치겠더라고. 담배를 참으니까 성격도 포악해지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어 요. 녹화가 잘 안 풀릴 때는 담배 생각이 간절 했으니까요. 그동안 내 몸이 주인을 잘못 만나 서 술이랑 담배 때문에 많이 지쳤거든요. 지금 까지 버틴 게 아까워서라도 다신 안 피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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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뭐 이제 몸을 좀 챙겨야 하는 나이니까.” 이경규가 금연을 결심한 것은 올 초 그가 출연 하는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 자의 자격’)에서 ‘남자 그리고 암’ 편을 촬영하 다 폐기종 진단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오랜 흡 연 때문에 폐에 구멍이 생겼다며 담당의사는 이경규에게 빨리 담배를 끊을 것을 권유했다. 이경규는 자신의 병명 또한 충격적이었지만, 위암 진단을 받고 긴급히 수술을 했던 가수 김 태원 때문에라도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마음을 다지게 되었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나타나 김 태원의 위암 소식을 털어놓은 신원호 PD 앞에 서 ‘뚝뚝’ 눈물을 보였던 그였다. 이 같은 일을 겪으면서 당시 ‘남자의 자격’ 팀은 연기자며 스태프며 할 것 없이 모두 금연을 시도했는데, 지금은 이경규 혼자만 금연 약속을 지키고 있 는 상황이다. “몇 년 전에도 담배를 끊겠다고 한 적이 있었 는데 못 지키겠더라고요. 그때 딸 예림이가 ‘ 아빠 금연한다더니 화장실에서 계속 담배 냄 새가 나던데? 빨리 끊어’라고 저한테 편지를 쓴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금연하니까 가족들 도 아주 좋아하죠.” 아침마다 일어나기도 한결 수월하고 피부도 맑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이경규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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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에도 가끔씩 솟구치는 담배의 유혹에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문다고 했다. 자 기와의 약속에 철저한 성격이니만큼 이경규는 이번 결심도 성공시킬 거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하기도 했다. 내가 참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구나

이경규는 지난 5월,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열 흘 동안 호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관광만 으로도 지칠 법한데 호주의 광활한 자연 속에 서 거친 사륜구동 차를 몰면서 오프로드를 달 린 그는 당시 너무 지쳐서 끝내 눈물을 흘리 기도 했다. “그때 무리한 촬영 스케줄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너무 힘에 부치니까 몸도 안 좋아 지더라고요. 다녀와서 좀 쉬면서 겨우 회복했 죠.” 함께 촬영길에 올랐던 신원호 PD는 “제가 가 끔은 경규 형님의 나이가 쉰두 살이란 것을 잊 곤 하거든요. 호주 배낭여행도 형님 나이에선 힘든 일정이었던 거죠. 다른 멤버들보다 구성 원을 더 생각하기 때문에 가장 피곤했을 거예 요”라고 말했다. 여행 7일째 되던 밤, 최종 목 적지인 서호주 벙글벙글로 향하던 이경규는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다며 텐트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끝내 눈물을 보였다. 여행을 와서 아 프다고하면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친다고 생각해서 내내 고단함을 참던 그였다. “아무리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고 편안히 여 행을 해보라고 해도, 경규 형님은 방송 분량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쉬지를 못한 거예요. 오프로드를 달리는 차 안에서도 몇 시간 동안 혼자 계속 말을 하셨어요. 여행 하면서 카메라가 24시간 돌고 있었으니까 꼬 박 열흘을 쉬지 않고 촬영한 셈이니 탈이 날 만 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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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고된 촬영이었지만 유명한 관광지 위주 의 여행이 아니라 대자연의 거친 환경 속에서 김국진, 윤형빈, 전현무 등과 함께 시간을 보 내며 끈끈한 남자의 정을 느끼고 돌아왔다고 했다. “솔직히 여행을 가기 전엔 나 자신을 찾고 싶 었어요. 근데 한 차에 타서 하루 종일 이동하 면서 후배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나누다 보니 ‘내가 참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구 나’라는 생각에 새삼 감사하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인간관계가 성립할까

이경규를 아는 이들은 그가 참 많이 부드러워 졌다고 입을 모았다. 예전엔 하지 않던 표현 도 많이 늘어 주위 사람을 감동시킨다는 것이 다. 방송에 어려움을 겪는 후배에게 밤낚시를 제안해서 매운탕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작가들에게도 “너희들 덕분에 방송이 잘되고 있어”라며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단다. 절친한 후배인 이윤석은 “형님이 예전 같았으 면 ‘나 때문에 방송이 잘되는 거야!’라고 하셨 을 텐데 요즘은 동료며 제작진에게 공을 돌리 시더라고요. 코디네이터들을 데려다가 고기도 사 먹이시고요”라며 마음가짐이든 표현 방식 이든 한결 ‘착해진’ 선배가 보기 좋다고 말했 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촬영 당시엔 여행 가 방 가득히 즉석 밥과 고추장 등을 챙겨 와 호텔 안에서 직접 요리를 하며 모든 스태프의 엄마 를 자처하기도 한 그였다. 또한 개그맨 윤형빈 이 ‘개그콘서트’에서 왕비호 캐릭터의 마지막 무대를 오를 때는 직접 녹화장을 찾아 존재만 으로도 힘을 실어줬고, 최근 KBS를 떠난 신원 호 PD에게도 “잘했어, 스스로의 가치를 키워. 지금처럼 늘 사고 치면서 살아!”라며 감사패 를 준비하고 직접 송별회까지 열어주기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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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늘 새로운 웃음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최고의 자리에서 버텨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예능 고수 이경규를 짓누르던 짐이었음을, 불혹을 지나 지천명에 다다르자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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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렇게 잔정 많은 그를 단지 소문 때문에 어려워하고 경계하던 많은 예능 후배와 방송 관계자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이경규를 든든 한 버팀목으로 여기며 따르고 있다. ‘규 라인’ 에 합류하고파 스스로 ‘심복’을 자처하는 충성 파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하지만 역시 이경 규의 영원한 ‘노예’는 개그맨 이윤석이다. 늘 선배의 위치에 있는 것이 때로는 그도 벅찰 터. 지치고 힘들 때 연락해서 마음을 토로할 선배 가 있느냐고 묻자 “내겐 이윤석이 조언자이자 쉼터예요”라며 의외의 답을 해온다. 그가 늘 ‘ 나의 심부름꾼’ 혹은 ‘노예’라고 일컫는 그 후 배 말이다. 사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선 방송가에서도 상당히 미스터리하다고들 한다. 김태원은 ‘어 떻게 이런 인간관계가 성립되는가?’라며 유심 히 그들을 관찰했을 정도라고 했다. 이경규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이윤석을 ‘부리고’, 이윤 석은 속도 없는 사람처럼 그의 명령에 토 한 번 달지 않고 ‘따른다’는 것. 이경규의 ‘버럭 캐릭 터’는 이윤석과의 관계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건 두 사람만의 독 특한 애정 표현이라고 했다. 약 10년 전, 함께 해외 촬영을 떠났던 그들은 이경규가 “형이 평 생 너의 든든한 산이 되어줄게”라는 말 한마디 로 남다른 인연이 되었다. 이윤석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더니 “그냥 궁합이 맞겠 다 싶었어요. 내가 그런 감이 좀 있거든요. 이윤석은 성품도 유순하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서 역사, 문 화, 경제, 음악까지 아주 박학다식해요. 후배지 만 정말 존경스럽죠. 그래서 힘든 결정을 하거 나 고민이 있을 때, 늘 이윤석에게 모든 걸 털 어놓고 상담을 해요. 우리 둘이 성격이나 성 향이 대조적이라서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벌써 10년을 지켜온 사이잖아요. 앞으로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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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걸요”라며 이윤석에 대한 칭찬을 늘 어놓는다. 그 목소리에 진심이 그득했다. ‘일 평생 주종 관계’라는 우스갯소리는, 평생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이란 말의 거친 표현임 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주변에 점점 사람이 없어졌다

한때 이경규는 방송가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예능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PD 입장에선 협업 하기에 결코 편치 않은 일인자였던 것이다. 촬 영 초반에는 전투 태세로 그와 기 싸움을 펼치 는 제작진도 많았다. “몇 년 전부터 60분짜리 방송을 만드는 데 녹 화를 300분씩 하는 거예요. 그게 너무 비효율 적인 것 같아서 67분 안에 끝내자고 스태프들 을 들볶았죠. 후배들한테도 쓸데없는 말을 하 지 말라고 잘라내고 그러니까 주변에 점점 사 람이 없어졌어요. 맡고 있던 프로그램도 점점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참아야겠다’고 깊이 반성했어요. ‘남자의 자격’을 하면서 시청자들 에게 제일 호평을 받았던 것도 5시간 동안 마 라톤을 했을 때예요. 내가 후배들을 잘 이끈다 고 칭찬이 자자하더라고요. 난 그저 묵묵히 뛰 었던 것뿐인데. 요즘은 투정을 안 부려요. 24 시간 촬영도 거뜬해요(웃음).” ‘참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늘 새로운 웃음을 만들어내야 한다, 최고의 자 리에서 버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예능 고수 이경규를 짓누르던 짐이었음을, 불혹을 지나 지천명에 다다르자 알게 된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난해 한 강연회에서 그 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산에 올라갈 때 등에 멨던 배낭이 무거워서 버리고 싶었는데 꾹 참고 정상에 올라갔더니 먹을 것이 배낭 안 에 들어 있더라고요. 그러니 인생의 무거운 짐


Program 을 함부로 내려놓지 마세요. 나는 고등학생인 딸 예림이 대학도 보내야 하고 마누라도 먹여 살려야 하고, 칠순을 넘긴 부모님도 계시고, 방 송이며 영화며 책임져야 할 게 많아요. 이 모 든 게 내 어깨를 누르지만 나는 내려놓지 않 을 거예요”라던 그의 말은 전에 없던 고백이라 더 감동적이었다. ‘코미디언은 사생활이나 사 적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된다. 사람들이 그의 개 그를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라던 그의 철칙과 는 다른 이 인간적인 고백에 용기를 얻었다는 이들도 많았다. “마음이 많이 바뀌었어요. 나는 지금의 내가 정말 좋아요. 욕심도 많이 버렸고 욕망도 줄었 어요.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지금이 제일 행복 해요. 누군가 내게 ‘몰래 카메라’나 ‘양심 냉장 고’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어본다면, 전 그냥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다고 말할래요.” 욕심도 버렸고 욕망도 줄였더니…

MBC에서만 무려 여섯 번이나 방송 연예 대상 을 수상했던 그였지만 지난 2007년, 2008년 무렵에는 ‘라인업’ ‘간다 투어’ 등이 저조한 시 청률로 조기 종영되면서 ‘이경규도 한물갔다’ 는 냉정한 시선과 맞서야 했다. 퇴물이라는 말 보다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건 아들이 TV 에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하던 부모님의 근심 어린 얼굴이었다. 주말 저녁이면 TV에 나오 는 아들을 보는 것을 낙으로 사시던 분들이었 으니 말이다. 특히 45년 동안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며 성실함을 유산으로 물려준 부친에겐 더욱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중풍으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에게 기쁨을 드 리고 싶어서라도 다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 었다던 그의 바람은 2010년 KBS 연예 대상 수 상이라는 결과 를 낳았고, 대한민국 예능계의 중심엔 여전히 ‘이경규’라는 이름이 건재하다.

‘힐링 캠프’ ‘남자의 자격’ ‘화성인 바이러스’ ‘ 러브 스위치’ 등 공중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를 두고 개그맨 이수근 은 “이경규 선배님은 심장입니다. 선배님이 뛰 는 한 예능도 뜁니다”라며 무한한 존경을 표하 기도 했다. 시시각각 트렌드가 바뀌는 살벌한 예능판에서 그가 걸어온 30년의 기록은 후배 들에게도 훌륭한 지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새로운 개그에 대한 걱정과 갈등이 있 어요. 남을 웃기는 건 여전히 자신이 있지만 어 떻게 웃겨야 하는지는 자신이 없어서 늘 생각 이 많아요”라며 고민을 토로하는 그의 얼굴에 는 ‘그럼에도 개그맨이 천직’이라는 행복함이 깔려 있다. “제 팬들이 ‘30년 행복했다, 앞으로 30년 더 부탁한다’라고 하던데, 저는 20년을 더 하고 싶어요”라며 “환갑 때도 방송!”을 외치는 그 와 끝인사를 나누고 그의 트위터 프로필을 검 색해 봤다. ‘개그맨, 최고의 영화를 만들고 싶은 꿈꾸는 남자, 휴먼덩어리.’ 그가 오늘 기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이미 저 문장 속에 다 들어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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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최강희, 김현중, 이준익 감독

배용준과 와인 친구들 배우를 넘어 문화 기획자를 꿈꾸는 배용준이 기획한 책이 나왔다. 와인 애호가 배용준은 15명의 셀레브리티를 테이블로 초대했다. 취재_지희진 기자 사진_북스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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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배용준의 개인적 취향 배용준+2005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2005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_하이 클래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단골 주인공. 아시아 를 대표하는 배우 배용준과 지상 최고의 와인이라 불리는 이 와인은 환상의 궁합이다. 달콤한 과일 향기가 환상적으로 피어오르고, 타닌이 입안에서부터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대신할 수 있는 와인 들…2005 도멘 프리에르 로크 샹베르탱, 2005 도멘 필립 파칼레 주브레 샹베르탱 배용준은 와인을 자주 즐기는 와인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이사한 성북동 집 지하에는 와 인 셀러를 설치했다. 황토로 마감해 자연적으로 습도가 조절되고 온도의 변화가 심하지 않아 와인을 보관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그는 지역별로 와인을 잘 정리해 두고 있다. 배용준은 평소 지인들에게 와인을 매력을 알리는 전도사로도 유명하다. 와인을 추천하기도 하고, 블라인 드 테이스팅을 하기도 한다. “가격이나 품종, 지역, 빈티지 등을 하나도 가르쳐주지 않으면 레이블에 집착하지 않고 오로지 와인에 집 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가끔 지인들이 집에 찾아오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시켜보는데 그럴수록 다들 와 인에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테이스팅 실력이 전문가 못지않고, 로마네 콩티 와이너리 등 와이너리 투어도 했다니 이준혁 소믈리에의 말처럼 전문가나 다름없다. 하지만 와인의 빈티지와 시음 적기에 대해선 까다롭지 않다. 평론가들이 20년 뒤가 시음 적기라고 해도 그 자리에서 즐겁게 마시면 그만. 음식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이 있듯 와인 역시 취향대로 마시는 게 좋다고 여긴다. 평소 요리를 즐겨하는 그는 음식 솜씨도 수준급이다. 김치도 직접 담 가 먹을 정도. 어머니가 해준 음식을 먹으며 요리에 관심이 생겼고, 혼자서 공부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배용준은 호기심도 욕심도 많다. 직접 펴낸 책『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준비할 때는 대부 분의 사진을 직접 찍었다. 그후 사진의 매력에 빠져 평소에도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를 같이 가지 고 다닌다. 관심사가 다양하니 집에 있을 때도 무척 분주하다. 다독가인 만큼 책을 읽고 있을 때가 가장 많고 아니면 운동을 하거나 와인을 즐긴다. 한 마디로 바른 생활 사나이. 꽤 오랫동안 솔로로 지내고 있는 그에게 이준 혁 소믈리에는 “이상형을 와인으로 설명해 달라”고 제안했다. “우선 제 말뜻을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길 바랍니다. 저는 밸런스가 좋은 사람을 좋아합니다. 정신적인 건 강과 육체적인 건강이 모두 균형을 이룬 분을 만나고 싶어요. 와인 역시 밸런스가 좋은 와인을 좋아하죠.” 배용준은 최근에는 와인을 편하게 마시지 못한고 했다. 마음이 편안하지 못할 때는 와인에 다가가지 않는 것이 그만의 규칙. 최근 몇 년 동안 작품 활동을 못하고 있는 것이 배우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는 건 아 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드림하이‘ 촬영 때 다친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지금은 몸을 회복할 때라고 했다. 그래도 올해 안에는 꼭 작품을 선택해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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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예술 학교를 만들고 싶은 꿈도 있고,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배우로 일하면서 꿈은 계 속 변해 왔어요. 최근에는 환경과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좋은 가르침을 주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깨끗한 환경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mini interview 이준혁 소믈리에

“배용준은 굉장히 센서티브한 사람. 인생, 와인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와인과 사람』은 배용준이 기획하고 소믈리에 이준혁씨가 인터뷰어가 되어 셀레브리티 15인과 함께 인 터뷰를 한 뒤 엮은 책이다. 이준혁 소믈리에는 11년 차 경력으로 아기 다다시와 와인 칼럼을 같이 연재하 고, 그의 책『와인의 기쁨』등을 감수했다. 현재는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배용준과 이준혁 소믈리에의 인연은 4~5년쯤 됐다. 와인을 자주 마시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여 느 날처럼 와인을 마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배용준이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배용준씨는 굉장히 센서티브한 사람이에요.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늘 궁금해하죠. 와인을 마시다 보면 오늘 뭘 했는지, 무슨 고민이 있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풀어놓게 되는데, 그럼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을 만나 와인을 같이 마시면서 그들의 인생과 와인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했죠.”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기획에 들어갔다. 이준혁 소믈리에는 배용준의 집을 드나들며 아이디어 회의 를 했다. 사계절에 맞는 15가지 와인을 소개하고, 그 와인에 맞는 셀레브리티들을 라인업하기 시작했다. 연예계 사정을 잘 아는 배용준이 리스트 작성에 도움을 줬고 실제로 섭외에 힘을 써주기도 했다. 그렇게 구성된 인터뷰이들은 배우 임수정・최강희, 가수 김현중, 이준익 감독, 첼리스트 정명화, 서울관광마 케팅 구삼열 대표 부부, 사진작가 배병우 등이었다. 첫 인터뷰의 주인공은 배병우 사진작가. 인터뷰를 해 본 적 없는 이준혁 소믈리에를 도와주기 위해 배용준이 동행했다. “인터뷰 전에는 배용준씨와 질문 방향을 의논했고, 원고를 쓸 때는 책을 낸 선배로서 조언을 많이 해줬어 요. 배용준씨는 글을 쓸 때 한 글자 한 글자 신경 써서 쓰는 스타일이라 저한테도 많은 도움이 됐죠.” 인터뷰는 지난해 9월에 시작해 올해 3월 끝이 났다. 15병의 와인과 함께 15명의 인생을 만난 이준혁 소믈 리에는 “모두 와인 한잔하고 싶을 만큼 향기로운 분들이었다”며 웃었다.

*이 기사는 최근 발간된 책 『와인과 사람』(이준혁 저, 북스캔)에서 일부 발췌해 재 구성했다. 책의 판매액은 자 선 단체에 전액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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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임수정의 멜로 영화 임수정+1990 볼랭저 R.D

1990 볼랭저 R.D_볼랭저는 제임스 본드의 샴페인으로 알려져 있다. 007시리즈 중 ‘다이 어나더 데 이’에서 제임스 본드는 감옥에서 나온 직후 가장 먼저 볼랭저를 찾았다. 볼랭저는 남성다움을 상징 하는 샴페인이란 이야기도 있지만, 황금빛 샴페인의 품격과 깊은 매력이 배우 임수정과 잘 어울린 다. 대신할 수 있는 와인들…NV 루 뒤몽 크레망 드 부르고뉴, NV 샤토 수세리 크레망 드 루아르 임수정은 와인과 친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영화 촬영을 하다 보면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와인보다는 소주, 맥주를 함께할 시간이 많다. 하지만 그녀는 “요즘은 입에 맞는 와인을 기억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더 알고 싶은 열정이 생겼다”고 했다. 인터뷰 당시는 임수정이 주연을 맡은 영화 ‘김종욱 찾 기’가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가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때였다. 두 영화 모두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도드라지지 않는 경우였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각설탕’ 등 개성 있는 역할을 해왔던 이전과는 조금 다른 행보다. “캐릭터가 매력적인 작품보단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에요. 영화라는 매체를 정말 사랑하다 보니까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배우로서 욕심을 조 금 줄이게 되는 거죠. 이젠 자연스럽게 절제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어요.” 하지만 여전히 임수정은 멜로 드 라마의 여주인공 역할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사랑에 대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 임 수정은 “한 때는 역할이 왜 이렇게 한정적일까”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사랑에 대한 작품을 많이 하면서 느 낀 것은 아직 사랑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사랑에 대한 표현은 한계도 없고 절대로 전형적이 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자로서 나이가 들면서, 배우로서 성숙해 가면서 사랑의 위대함과 넓고 깊음을 느끼고 있어요.” 지금 그녀의 성격은 많이 밝아진 편이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 지낸다. 웃는 얼굴보다 표 정 없는 얼굴일 때가 많고, 즐겁게 말하기보단 침묵하는 모습이 더 익숙하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조 금씩 새로운 모습이 생기고 있지만, 임수정다운 모습은 변함이 없다. “배우란 삶이 마냥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후회는 없어요. 그리고 지금 그 길 위에 서 있는 제가 좋고요. 어디로 가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계속 나아갈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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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아이콘, 김현중 김현중+1998 펜폴지 그랜지

1998 펜폴지 그랜지_호주를 대표하는 품종 시라즈로 만들었고, 강렬하고 진한 맛에 폭발적인 과일 캐릭터가 특징이다. 펜폴지는 호주 와인을 세계에 알리는 견인차 역할을 한 와이너리로, 한류를 이끌고 있는 김현중에게 꼭 맞는 와인이다. 대신할 수 있는 와인들…2004 토브렉 런리그, 2004 그리녹 크릭 앨리스 블록 쉬라즈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 소주를 즐기던 김현중은 이제 ‘와인을 마시고 싶은 날’이 생겼다. 처음 마신 와인은 ‘1982 샤토 무통로칠드’. 배용준과 함께 마셨는데 너무 좋은 와인부터 마셔서인지 이젠 웬만한 와인은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이준혁 소믈리에는 “미각은 예민해서 처음 높게 시작 하면 맛을 낮추기가 어렵다”며 처음 시작할 때는 5만원대 호주 신세계 와인을 마셔보라고 추천했다. “저도 처 음에 와인은 사치스러운 술이라는 고정 관념이 있었는데 이젠 와인을 즐겨 마시다 보니까 타인의 취향이 이 해되고 더 이상 사치스럽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해외에 갈 때마다 마음에 드는 와인을 사와서 와인 셀러 를 잔뜩 채웠는데 요즘은 비어 있어요. 다시 채워 넣어야죠.” 촬영이 없을 때는 주로 스포츠를 즐기며 에너지 를 충전한다. 요즘은 축구장을 자주 찾는다. “연예인 축구단도 가입했지만, 다들 몸값이 비싸서 태클을 공격적 으로 못하겠어요(웃음). 그래서 동네 축구팀에서 경기하는 게 더 좋아요. 동네 형들은 제 다리가 부러지진 않 을까 걱정할 정도로 태클을 심하게 걸거든요.” 김현중이 실감하지 못하는 게 또 있다. 자신이 젊은 세대의 아이콘이라는 것. 가수와 배우 활동을 성공 적으로 병행하고 있고 아시아 지역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대한민국 잠실 출신 인 제가 아직 가보지도 못한 나라에 팬이 있다는 게 생소하다”고 말한다. 언젠가 팬이 한 명이라도 있 는 나라에 가서 팬미팅을 하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자신을 응원해 주 는 모습을 보며 이제부터는 되도록 긍정적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덕분에 드라마 시청률이 낮을 때도 전혀 기죽지 않고 촬영에 열중할 수 있었다. “바로 전 작품이 시청률이 좋지 않았는데, 대진운을 탓하 지는 않아요. 배우로서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거든요. 시청률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침체되면 앞 에 나서서 활발하게 리드하려고 하죠.” 그는 다양한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고 했다.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사실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작품 속 모습이 있습니다만, 광고가 더 이상 들어오지 않더라도 스스로 만 족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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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최강희와 디저트 타임 최강희+2005 에곤 뮐러 샤르초프베르거 리슬링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2005 에곤 뮐러 샤르초프베르거 리슬링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_가장 사랑스러운 배우와 가장 달콤한 디저트 와인의 매치 는 당연한 일. 최강희는 “복숭아 주스같 이 달콤한 맛에 황금색 컬러가 예쁘다”고 평했다. 이 와인은 손으로 일일이 수확하 고 작황이 좋은 해에만 만든다. 한 해에 60~150병 정도밖에 생산하지 않아 희소 성이 높다. 특히 2005년 빈티지는 호평을 받은 와인이다. 대신할 수 있는 와인들… 2005 샤 토 리외섹, 2007 샤토 생 미셀 에로이카 라슬링 최강희는 의외로 낯가림이 심하다. 이준혁 소믈리에와의 첫 만남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와인 덕 분에 곧 화기애애해졌다. 그는 와인 초보자인 최강희에게 와인잔 잡는 법부터 알려줬다. 그녀는 와인을 좋아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레스토랑에서 와인 리스트를 볼 때 잘 몰라도 소믈리에에게 물어보기가 쑥스러워 요. 주위에는 와인이나 샴페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데, 혼자만 와인을 즐길 줄 모르는 것 같아서 선택하기 가 망설여지죠.” 최강희의 솔직한 말에 이준혁 소믈리에는 “그럴 때는 좋아하는 맛의 포도 품종을 하나 정해 서 그 품종으로 만든 와인 위주로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섬세하고 화려한 맛이 매력적인 ‘피노누아’ 품 종을 추천했다. 최강희는 아직은 와인에 깊이 빠져들고 싶진 않지만, 곧 다가오는 생일에는 개그우먼 송은이김숙과 함께 마시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와인 한잔 같이 마신 적이 없다면서. “남들이 보기에 털털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스스로 깊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의도한 것은 아닌데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셔서 기뻐요. 친한 사람들은 제가 이상하다고 하고,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알고 보니 4차원이 아니 라고 실망을 하죠. 의뭉스럽고 비밀이 많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그녀는 스스로를 “식물처럼 주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불안정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사춘기이고 싶다고. 그래서 결혼 계획을 묻는 질문을 받을 때면 곤란해진다. 구체적으로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은 자신이 가장 행복할 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전 아직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 어요. 언젠가 좋은 상대를 만나면 결혼해야 되지 않나 생각하죠. 다만 소개팅이나 선을 한 번도 경험한 적 없 어서 궁금하게 생각하는 중이에요.” 그녀가 행복을 가장 정확하게 느끼는 순간은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나눌 때다. 그녀는 “피를 뽑고 골수를 기증하는 일은 가장 쉬운 일”이라고 했다. “전 통증을 잘 느끼는 편도 아니고, 주사 바늘 꼽는 것도 싫어하지 않아요. 오히려 환경운동연합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환경 보호 노력을 해야 하는 게 어려운 일이죠. 골수 기증은 20만분의 1의 확률을 가지고 있어서 10년을 기다려서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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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 빈티지, 이준익 감독 영화감독 이준익+1986 샤토 라피트 로칠드

1986 샤토 라피트 로칠드_보르도 메독 지역의 1등급 와인인 5대 샤토 중 하나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메를로, 카 베르네 프랑 등을 블렌딩해서 만들었다. 보디감이 강하고 과일 향이 진한 것이 특 징. ‘와인의 교과서’로 불리는 와인과 충 무로의 대표 주자 이준익 감독이 만났다. 대신할 수 있는 와인들… 2000 샤토 클 레르크 밀롱, 2005 샤토 퐁테 카네 이준혁 소믈리에가 이준익 감독에게 추천해 준 와인은 1986 샤토 라피트 로칠드. 이준익 감독이 영화계에 입문한 연도와 같다. 하지 만 이야기는 ‘영화’가 아닌 ‘영화인’부터 시작 됐다. “좋은 분들과 좋은 자리에서 함께 했던 와인 들이 많았지만 안성기・박중훈씨와 마셨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박중훈씨가 특히 소문난 와 인 애호가라서, 와인을 여러 병 마셨습니다. 박중훈씨는 재밌는 비유법으로 와인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정말 유쾌했어요. 안성기씨는 와인에 대한 자신의 취향이 확고한 분이라는 걸 그때 알았죠.” 이준익 감독은 배우는 물론 20~50대 촬영 스태프들과도 친구처럼 지낸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스템이 바뀐 것이 도움이 됐다. 그래서 모든 이가 평등한 소셜 네트워크도 열심히 활용 중이다. 그는 역사를 통해 현재의 관객들과 소통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제가 연출한 영화들을 보면 줄거리는 다르지만 무엇인가 비슷하다고 생각될 거예요. 이유는 인 간에 대한 연민이 크고 악인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그의 천성은 영화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포도를 가지고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와인을 만들어 내는 와인 메이커와 비슷하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와인 메이커 샤를 슈발리에의 철학은 작황 이 좋고 나쁨을 떠나 매년 일관성이 있는 품질을 만든다는 것. 그 결과 ‘역시 샤토 라피트 로칠드 야!’라고 인정할 만한 수준의 와인을 만든다. 때론 흥행에 성공하진 못하지만, 일관된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점에서 이준익 감독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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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IN

VANCOU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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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우승한

백청강, 진정 그를 앙까? 취재_성재경(객원기자) 사진_강민구(studio lamp),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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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박칼린 앙까? 진짜 앙까?” 백청강이 두 눈 부릅뜨며 아버지에게 한 말이다. 옌볜 에서 온 청년은 귀엽고 순수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 보니 쿨한 ‘까도남’이었다. 그 는 상금의 절반을 내놓겠다고 했고, 사나이답게 그 ‘뱉은 말’을 지켰다.

올 초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 글로벌 오디션 중국 편에 스물두 살의 옌볜 청년이 등장했다. 부모가 한국으로 돈 벌러 간 탓에 아이는 아홉 살 때부터 조부모 밑에서 컸다. 부모 품이 늘 그 리웠다. 청년은 두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싫었는 지 더벅머리로 한쪽 눈을 가리고 다녔다. 심사 위원석에 있던 이정현이 그 모습을 지적했다. “ 지금 스타일이 1980년대 까치 같은 느낌인데, 까치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지났습니다. 이제 헤어스타일을 바꿔보세요.” 그러자 청년은 대 답했다. “네, 알겠슴다.” ‘옌볜의 원석’ 백청강은 그렇게 등장했다. 그는 머리를 자르고 ‘위탄’ 오디션 무대에 올라 승 승장구했다. 이정현의 말마따나 까치의 시대는 끝난 듯했다. 옥석을 가려 20명이 남았고, 심사 위원 한 명이 도전자 네 명씩을 맡아서 지도하 는 ‘멘토 스쿨’이 시작되었다. 백청강은 이태권, 손진영, 양정모와 함께 김태원 스쿨에 입학했 다. 그렇게 ‘공포의 외인구단’이 결성되면서 까 치는 부활했다. 까도 까도 매력이 나오는 의외성의 사나이

백청강을 만난 것은 지난 6월 8일. 그는 ‘위탄’ 그랜드 파이널 무대에 오르기 전 “만약 우승을 한다면 상금 절반으로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도 와주고 싶다”고 했다. 그 약속을 이행하는 날이 었다. 백청강은 서울 남현동에 있는 상록보육원 을 찾아 아이들 앞에서 ‘하트브레이커’와 ‘이별 이 별이 되나봐’를 열창했다. 둘 다 그에게 의미

가 큰 곡이었다. 백청강은 ‘하트브레이커’로 감 성적인 록 발라드로 대표되던 자신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뒤집었다. 그날의 퍼포먼스는 ‘위탄’ 생방송 미션 곡 중에서 ‘다시 듣고 싶은 노래’ 1 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별이 별이 되나봐’는 말할 것도 없었다. 멘 토 김태원이 제자를 생각하며 쓴 곡이었다. 김 태원은 중국에서 처음 본 백청강을 두고 “상처 를 많이 받은 야수 같았다”고 했다. “청강이는 ‘선인장’ 같은 친굽니다. 날카로워 보이고 가시 도 있지만 그건 한편으론 상처가 만들어준 열 정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상처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분명히 다르죠. 특히 음악 하는 사 람에게는 상처가 필요해요.” 백청강에게는 상 처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는 그 상처 를 어루만지는 정서가 배어 있었다. 백청강은 옌볜에서 36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친구와 함께 오디션장이 있는 칭다오를 찾았 다. 그는 어려서부터 꿈이 확실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TV에서 H.O.T의 ‘위 아 더 퓨처’ 공 연을 보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 “청강이는 우기 기 시작하면 막지 못했어요. 한다면 하는 아이 였습니다.” 아버지 백명덕씨의 말처럼 그는 중 학교 졸업 후 음악 학원에 들어가 독하게 자신 을 단련했다. 대중 앞에서 검증도 거쳤다. 옌볜 TV의 전국 청소년 콩쿠르 오디션에서 1등을 했고, 제1회 청소년 신인가요제에서 대상도 받 았다. 그리고 3년간 옌지(연길)의 밤무대에서 새벽 3~4시까지 노래하며 꿈을 키웠다. 그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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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백청강은 우승 상금으로 1억원(2억원은 앨범 제작 지원금)을 받았다. 그는 상록보육원, 지온 보육원, 삼동소년촌, 혜명보육원에 1000만원씩 4000만원을 기부했고, 상록보육원의 아이들 방 을 돌며 옷과 신발을 손수 전달했다. 또 함께 저 녁을 먹으며 장난을 쳤다. 그는 작은 키와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 덕에 귀여운 인상이었다. 하지 만 ‘귀엽다’거나 ‘모성애를 자극한다’는 말은 한 국에 와서 처음 들었다. 오히려 과묵하고 남자답 고 쿨한 성격이었다. 까도 까도 매력이 나오는 의외성의 사나이, 그가 바로 백청강이었다. 외인구단의 다른 멘티들은 김태원의 요청으로 찾아온 박칼린을 두고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 는 것 같았다”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백청강은 달랐다. 그는 수 줍은 듯 “예뻤어요. 나이가 몇이에요?”라고 되 물으며 수컷의 본능을 드러냈다. 또 아버지와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서 아버지가 “박칼린을 알고 있다”고 하자 깜짝 놀란 듯 “박칼린 앙까( 알아요)? 진짜 앙까?”라고 사투리를 연발해 화 제가 되기도 했다. 또 있다. ‘위대한 캠프’ 파이 널 라운드를 앞두고 심한 감기에 걸려 고생할 때 아침저녁으로 라면을 먹었다고 한 말이 방 송을 타면서 동정표를 얻었다. 그러나 백청강 은 “사실 라면은 내가 진짜 좋아해서 먹는 것” 이라고 쿨하게 해명한 바 있다. ‘옌볜의 원석’은 보석으로 진화 중

백청강은 글로벌 오디션에 뽑혀 한국행 티켓을 얻었다. 덕분에 충남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 서 일하는 아버지를 만났고, 그 모습이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아버지가 아들에게 건 넨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한국에 와서 돈을 버느라 너무 일찍 떼어놓고 너 혼자 공부 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부모의 정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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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많이 느낄 때 옆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하고, 지금도 남들은 오디션 현장에 와서 응원하고 있 는데 가서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 허나 어머 니와 아버지는 중국과 한국에서 친지들과 함께 너의 노래를 들으며 응원하고 있으니 힘내….” 백청강이 국내 스케줄을 마무리하고 옌볜으로 떠난 것은 지난 6월 10일이다. 오디션에서 승승 장구한 덕에 어머니도 한국에 왔고, 세 식구는 한 몸이 되어 귀향길에 오를 수 있었다. 중국 국 적인 백청강은 그동안 비자를 받아 국내에 머 물러왔다. 비자 기간이 만료되면 기한 연장을 신청해야 했다. 물론 한시적인 조치였다. 한국 에서 가수로 활동하기를 바라는 백청강에게는 영주권 취득 같은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옌볜행의 가장 큰 목적은 여기 있었다. 옌볜에서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곳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들어간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자녀들이 무척 많았다. 그들은 백청강의 외로운 도전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고, 화려한 성공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또 한국 가수를 동 경하며 무대에서 땀을 흘리는 친구나 후배들에 게 그는 영웅이자 희망이었다. 그러나 백청강은 6월 18일에 방송된 MBC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에서 불안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한동안) 연예인처럼 스케줄이 빡빡했지만, 이제 시간이 지나면 스케줄도 하나하나 없어질 겁니다. ‘위대한 탄생 2’가 시작되면 시청자들 도 거기에 정신이 팔려서 저는 또 잊힐 겁니다.” 그렇다고 백청강이 길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서 있는 지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시작일 뿐입니다. 꿈을 이뤘다고 표현 할 수 없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한 것 뿐이지 아직 프로 가수가 아니니까요. 이제 겨 우 꿈에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고 생각합니다.” 백청강은 프로의 세계가 냉혹하다는 걸 알고 있 었고, 그 세계에 뛰어들어 성공하겠다는 각오


Program 도 돼 있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는 옌볜 에서 하루 10시간씩 김경호의 노래를 따라 부 르며 연습했다. 누군가는 모창에 가깝다고 했 지만, 정작 백청강과 한 무대에 오른 김경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자꾸 모창이라 하는 분 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백 청강은 누구보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가지 고 있습니다.” 백청강은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된 비음을 없애 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멘토 김태 원으로부터 “이제 그 비음을 조절할 정도가 되 었으니 조금씩 섞어도 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 다. 백청강의 미래가 밝은 까닭이 여기 있다. ‘ 옌볜의 원석’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다. 그는 반지든 시계든 목걸이든, 어느 자리에 박혀 어 떻게 빛나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빨리 깨우쳤 다. 앞으로 옌볜의 원석이 어떤 보석이 되어 나 타날지 궁금하다.

“이제 시작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한 것일 뿐 아직 프로 가수가 아니니까요. 이제 겨우 꿈에 한 발자국을 내딛은 겁니다”

백청강 어머니 이란숙씨 “내가 더 일찍 한국을 찾지 않은 건…” 어머니 이란숙씨는 아들이 ‘위탄’ 오디션에 나간다고 했을 때 크 게 반대했다. “세상에 그게 얼마나 한심한 일이냐. 한국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아들의 도전을 말렸었다. 백 청강은 위탄 글로벌 오디션 날짜가 대학 입시일과 겹쳤지만, 처 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다짐으로 도전에 응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보낸 7개월 대장정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이란숙씨는 옛일을 떠올리며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고백했 다. “청강이가 매번 올라갈 때마다 ‘내가 끝까지 너의 도전을 반 대했으면 어땠을까. 네 운명이 어떻게 됐을까. 진짜 내가 너에게 걸림돌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한국에) 안 가는 게 맞다. 애한테 도움이 안 되는가 보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란숙씨가 더 일찍 한국을 찾지 못한 까닭이 여기 있었다. 용기 를 내어 한국을 찾은 어머니는 미안한 마음에 몇 곱절을 더해 아 들을 응원했다. 오디션이 끝난 후에는 스케줄에 지친 아들을 위 해 홍삼을 건넸고, 팬들이 보내온 비타민을 챙기는 등 못다 한 애정을 쏟았다.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무뚝뚝하게 대했지만, 얼 굴은 웃음으로 그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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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선수의 사인 볼 경매에 기부 도우미로 나선 토니안과 ses의 슈, 개그우먼 정주리.

스타들과 함께 전하는

희망의 소리

지난 7월 9일, 특별한 나눔 행사가 열렸다. 청각 장애 어린이에 게 맑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연예인 자선 바자회가 바로 그 것. 즐겁고 따뜻한 공기가 맴돌던 현장을 소개한다. 취재_엄수진(프리랜서) 사진_이민희(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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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청각 장애 어린이를 돕기 위한 마음이 통하다

선한 마음은 원래 통하는 법이라고 하던가. 이 번 바자회는 좋은 취지 아래 뭉친 스타들과 많 은 사람들의 호응으로 한껏 따스했다. 패밀리마 트 6000점 달성을 기념하며 웅진식품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수익금 전부를 청각장애협회에 기 부해 청각 장애 어린이들이 소리를 들을 수 있도 록 도와주는 뜻깊은 자리였던 것. 좋은 취지로 이 뤄지는 행사이니만큼 함께 마음을 나누고자 사 회 여러 분야의 스타들이 자신의 애장품을 기증 해 주목을 받았다. 착한 마음이 통한 덕분일까. 비가 오락가락하고 더운 날 야외에서 치러졌는 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아와 기분 좋게 소란스러웠다. 축구 선수 박지성과 이 청용의 사인 볼, 배우 박해일의 모자와 가방, 김 명민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 시 입었던 니트, 가수 김현중과 2PM의 사인 CD 등 각기 다 른 분야의 스타들이 내놓은 다양한 물품이 금세 품절되었을 정도다. 즐겁고 유쾌한 나눔의 현장

행사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 ‘나눔’이 어렵고 딱딱하기만 한 일이 아 님을 알려주었다. 특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경 매. 박지성 선수의 사인 축구공과 손연재 선수의 사인 리듬 체조 공이 경매 물품으로 선정되어 분 위기를 고조시켰다. 10만원에서 시작한 박지성 선수의 사인 볼은 그의 뜨거운 인기를 증명이라 도 하듯 가격이 점차 올라가 흥미진진한 경매를 이끌어냈다. 최후의 2인이 1만원씩 가격을 올리 며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박지성 선수의 열혈 팬이라는 한 남성에게 40만원에 낙찰! 7만원에서 시작해 25만원에 낙찰된 손연재 선수

의 사인 볼 역시 인기였다. 특히 손연재 사인 볼 경매를 진행한 ‘기부 도우미’ 토니안은 좋은 일에 쓰이는 것이니만큼 경매가를 높이기 위해 공에 행운의 키스를 하는 등 센스를 발휘해 많은 사람 들의 호응과 웃음을 유발했다. 경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웃음을찾는사람들’ 개 그맨들의 공연 무대가 이어졌고 행사장 한쪽에 는 행사를 후원한 웅진식품의 ‘자연은’ 블루베리 음료 시음 공간도 마련되어 참가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발 벗고 나선 ‘기부 도우미’ 스타들

자선 행사가 더욱 빛나고 원활하게 물품 판매가 이루어진 데는 ‘기부 도우미’로 나선 스타들의 노 력이 컸다. 원조 아이돌에서 가수, MC, CEO로 변 화를 거듭하고 있는 토니안과 그가 이끄는 TN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 일명 ‘토니안 사단’ 이 참석해 나눔을 함께 실천한 것. 토니안과 아 나운서 최은경, 개그우먼 정주리, 김지선, SES의 슈는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석해 바자회 물품판 매에서부터 경매까지 진행하며 기부 도우미로서 활약했다. “가수, 개그맨, MC인 우리들의 소리를 듣지 못한 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죠. 아이들이 소리 를 들을 수 있고 같이 웃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조 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 디 있을까요!” 네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개그우먼 김지선은 청 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더욱 안타까웠던 듯 좋 은 일에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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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오늘 와주신 분들의 마음이 가장 값지네요” (토니안) (사진 위)높은 가격에 낙찰된 박지성과 손연재의 사 인 볼. (사진 좌)좋은 취지 덕분에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는 성황리에 치러졌다.

평소에 좋은 일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좋은 취지의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정말 기분이 좋 네요. 게다가 함께 일하는 다른 연예인분들과 마음 을 모아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되어 더욱 기쁘고 요. 사실 우리는 ‘듣는다’는 것의 소중함을 잘 모르 죠. 하지만 그 평범한 일이 청각 장애 아이들에게는 평생의 꿈일 거예요. 어린 청각 장애 친구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행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많은 청각 장애 어 린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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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눈물, 환호, 설전…

뮤지컬 어워즈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조승우는 고액 개런티에 대해 사과했고, ‘서편제’는 대상으로 한을 풀었다. 제5회 ‘더 뮤지컬 어워즈’ 3 시간의 기록.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두 ‘조’의 팽팽한 대결

조승우_“창작극보단 해외 유명 작품에 올인, 나를 두고 한 말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조광화_“조승우 겨냥한 것 아니야, 모두의 책임.” ‘서편제’로 극본상을 받은 후 해외 라이선스 작품 말고 국내 창작극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조광화 작 가의 날카로운 수상 소감 이후 남우주연상 수상차 무대에 오른 조승우는 “창작 극엔 3편밖에 출연하 지 않았다. 조 작가님이 나에게 한 말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최우수 창작 뮤지컬상 수상을 위해 또 무대에 오른 조광화는 “아까 한 말은 조승우를 겨냥한 게 아니었다. 조승우 같은 스타 도 출연하고 싶은 멋진 창작극을 만들겠다”라며 훈훈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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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고액 출연료 사과한 조승우

제대 후 복귀작인 ‘지킬 앤 하이드’로 남우주연 상을 수상한 조승우는 수상 소감에 앞서 고액 개 런티와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중앙일보(2010년10월 28일자)를 통해 조 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 출연료가 회당 1800만 원, 총 14억4000만원(80회)이라는 사실이 공개되 면서 뮤지컬계가 술렁였다. 당시 제작자인 오디 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긴급 기자 회견 을 자청해 “회당 매출의 15% 정도를 조승우에게 준 것이다. 그의 티켓 파워에 비춰봤을 때 이는 합당한 수준”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실제 ‘조승우 파워’는 대단해 매달 티켓 오픈 때마다 10분 만 에 조승우의 출연분은 동이 났고 이는 공연 전체 의 흥행, 수익과도 직결됐다. 하지만 타 배우와의 형평성 문제, 스타 마케팅에 의한 티켓 값 상승 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흘러나오는 상황. 이날 조승우는 “출연료가 공개되면서 마음이 무 거웠고 죄인이 된 느낌으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혹시라도 내 개런티로 인해 상처받은 배우가 있 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며 “받는 만큼 제 몫 을 다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민감한 출연료 이슈_

감자로 떠올랐다. 5관왕 ‘서편제’가 눈물 흘린 사연은?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서편제’는 최우수 창작 뮤지컬상을 비롯해 연출상(이지나), 극본상(조광 화), 여우주연상(차지연), 여우신인상(이자람) 등 주요 5개 부문을 석권했다. 하지만 수상자로 오 른 ‘서편제’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지난 5 월, ‘서편제’의 제작자인 피앤피컴퍼니 조왕연 대 표가 자살을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억원에 달 하는 빚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고 고인의 지인은 “그는 창작극을 외면하는 현실에 지쳤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날 극본상을 수상한 ‘서편제’의 작가 조광화는 “오늘 입은 양복은 조 왕연 대표의 장례식에서 입은 상복이다”는 말로 운을 뗀 후, 해외 라이선스 작품에만 편중된 현 실을 짚었다. 뮤지컬 ‘서편제’는_

이청준의 소설과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한 판소리 뮤지컬 ‘서편제’(2010.8.14~11.7)는 소리꾼 이자람과 실력파 배우 차지연을 통해 구성진 남 도 소리의 한을 무대로 옮겨내며 호평을 받았지 만 흥행에는 다소 부진했다.

뮤지컬계에서 A급이라 불리는 배우들은 작품의 규모에 따라 회당 50만원에서 500만원가량의 출 연료를 받지만 개런티 책정은 천차만별이다. 지 난해에는 ‘천국의 눈물’에 출연한 가수 김준수의 회당 출연료가 3000만원이라는 소문과 함께 고 액 논란에 휩싸이자 제작사가 계약서를 공개하 며 회당 800만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뮤지컬계에 스타 캐스팅이 빈번해지자 기존 뮤 지컬 배우와 연예인 간의 출연료 격차가 뜨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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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ards “지난 6월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 회관에서 열린 ‘신한카드와 함께하는 제5회 더 뮤지컬 어워즈’는 음악감독 박칼린과 뮤지컬 배우 오만석, 김무열 의 사회로 진행됐다. 최우수 창작 뮤지 컬의 영광은 총 5관왕을 달성한 ‘서편 제’에 돌아갔고 ‘빌리 엘리어트’도 4관 왕을 달성했다. 조승우가 남우주연상, 차지연이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되었 다. 남우신인상은 ‘빌리 엘리어트’의 다 섯 빌리인 김세용, 박준형, 이지명, 임 선우, 정진호가, 여우신인상은 ‘서편제’ 의 이자람이 수상했으며, 시상자로 깜 짝 등장한 황정민은 스승인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에게 공로상 트로피를 안겼 다. 신한카드 인기스타상은 ‘천국의 눈 물’에서 호흡을 맞춘 김준수, 윤공주가 함께 수상했다.

“박칼린씨는 진정한 하의 실종이네요” 시상식 진행을 맡은 오만석이 공동 MC인 박칼린의 롱 드레 스를 보며 실망한 목소리로. 2부에선 “하의 튼실이군요”라 고 또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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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요즘 애들은 발표력이 참 좋아요” ‘빌리 엘리어트’의 다섯 주인공이 모두 남우신인상을 받아 무대에 오른 후 수상 소감을 서로 먼저 말 하겠다고 수업 시간처럼 손을 번쩍 들자 오만석이 재치 있게.

“먹고살기 바빠서 앞만 보고 달리느라 미움도 많이 받았어요”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의 코러스로 주목을 받은 차지연은 ‘서 편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겹경사를 맞았다. 유명세를 이 어가며 가수로도 데뷔한 그녀는 겸손하고 아름다운 배우가 되 겠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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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김국진, 이윤석

웃음기 쫙 빼고 잘나가는 개그맨들이 모였다.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해 tvN ‘스타 특강쇼’ 무대에 선 것. 웃음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던 세 남자는 오늘만은 웃음을 거두고 진지 모드로 돌입했다. 취재_지희진 기자 사진_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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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김구라가 사는 방식 김구라는 자신의 ‘롤’을 안다. 독설 캐릭터와 이 미지를 고수하며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랄 시청 자 입장까지 고려한다. 배우가 역할에 충실하듯 예능인 역시 자신이 맡은 포지션에 충실해야 하 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원칙주의자’이기도 하다. 자신이 세운 원칙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의 독설과 막말은 일리가 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기에,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성공하 지 못하는 것보다 노력하지 않는 것’. 그는 “비주 류든 주류든 자신에게 맞는 색깔을 찾으라”는 솔 직한 말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나는 안 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이맘때 500만원짜리 원룸에 살았어요. 동현이는 유치원에 다닐 때였고, 아버지는 루게 릭병에 걸리셨고, 부채가 1억원 정도 됐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한 사람도 수입이 없다 보니까 힘 들었죠. 결정적으로 음주 운전 때문에 면허가 취 소됐습니다. 그렇게 상황이 바닥이었던 제가 지 금 의료 보험비를 100만원 이상 내고 있습니다. 미래가 불안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항상 불 안합니다. 고민이 없을 것 같은 사람도 불안하기 는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나름대로 SBS 공채 2기 개그맨입니다. 동기들이 홍록기, 이동우씨죠. 방 위병으로 근무할 때 잠깐 나와서 개그맨 시험 보 고 붙었습니다. 방송국에 왔더니 모두 서울예전 을 나왔더군요. 나한테는 기회를 아예 안 주고 자 기들끼리 밀어주니까 세상이 정말 더럽다 생각했 어요. 욕도 많이 했습니다. 홍록기는 ‘틴틴파이브’ 하면서 쭉쭉 치고 올라가

는데 나는 ‘깡패3’ 이런 것 만 하니까 내 주변에 는 상황이 좋지 않은 선배들만 있게 된 거예요. 무대에 서서도 처음에 ‘파이팅’해서 나와야 하는 데 내공이 없으니 대충 하고 들어오는 거예요. 돈 은 버니까 그 당시 친구들은 저를 부러워했죠. 하 지만 항상 저는 ‘뭔가 이거 오래 못 갈 것 같은 데’ ‘불안한데’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항상 새로운 거 없을까 하던 찰나에 깡패 역할마저 없 어지더니 IMF가 터졌어요. 어느 날 갑자기 프로 그램이 싹 없어졌죠. 그때 제가 결혼을 했을 때인 데 4000만원짜리 전세 살다가 2000만원짜리 전 세로 옮기고, 그다음엔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 만원짜리에서 살았어요. 그러다 아버지가 자동차 영업 사원을 해보라고 하셔서 차를 팔면서 지냈 는데 항상 진로에 대해 고민을 했죠. 돌아이 짓도 꾸준하게 오래 하면 인정받는다…

당시에 주병진씨가 인터넷 사업체를 차렸습니다. 쟁쟁한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죠. 근데 그런 사람들만 데리고 프로그램을 할 순 없잖아 요. 황봉알이란 친구가 저한테 같이 하자고 해서 그 당시에 인기를 끌던 박철의 라디오 프로그램 을 본뜨고 제 별명인 ‘구라’를 써서 ‘김구라의 두 시 탈출’이라고 했죠. 아예 개명도 했어요. 우리 가 쟁쟁한 사람들과 똑같이 하면 저희 프로그램 을 보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편하게 방송해 보 자’ 해서 욕을 하면서 방송을 했습니다. 아니, 얼 마나 웃겨? 우리가 하면서도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때 난생 처음으로 팬클럽이 생겼어요. 저는 욕 을 하되 사람들이 순응할 만한 얘기를 양념 삼아 재밌게 했거든요. 방송을 하면서 ‘이거 잘하면 될 것 같은데’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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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있었어요. 한 달에 60만원 벌면서, 빚을 지면서도요. 그런데 당시 주병진씨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졌고, 방송이 사라졌어요. 전 그때 가 장이었으니까『 딴지일보』 인터넷 방송을 찾아 갔어요. 그런데 그곳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전혀 안 됐죠. 그래도 거기 가선 욕하면 안 되겠다 해 서 시사 코미디를 하는데 그때 연예인들을 언급 했습니다. 유명세를 타면서 케이블로 가고, 거기서 또 인기 가 있으니까 라디오로 캐스팅되고… 돌아이 짓도 꾸준하게 긴 시간 갖고 하면 인정을 받습니다. 살아가는 방식은 남들과 똑같습니다. 그런데 일 하는 방식, 꿈꾸는 방식은 남들과 똑같이 하면 안 되죠.

많은 놈이야’ 식으로 제 이미지에 플러스가 되더 라고요. 그런 사소한 것들도 나중엔 다 쓸모가 있 더군요. 강호동, 유재석, 이경규의 성공 비결 강호동씨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정말 잘 쓰는 거 같아요. 삼국지 유 방처럼 제때 게스트들을 활용하고 그들과 호흡하는 능력이 대단합 니다. 유재석씨는 정말로 무결점의 예능인이에요. 사석에서는 정말 빵빵 터지고 야한 얘기도 많이 합니다. 방송 스타 일이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들을 배려한다든지 상투적으로 대한다 든지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요즘은 조금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만, 사람 자체가 부단히 노력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대단한 방송인이라고 생각해요. 유재석씨가 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선 저 같은 사람과 방송을 해야된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랑 하면 제2 의 전성기를 맞지 않을까 합니다. 이경규씨는 정말 멋있는 게 잘한다 싶은 후배는 적극적으로 밀어줘 요. 몇 년 전 KBS에서 했던 ‘그랑프리쇼 여러분’ 프로그램에서 전 고정 MC가 될 만한 위치가 아니었어요. 그때 이경규씨가 저를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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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가 롤 모델…

천해 줬습니다. 이경규씨 무지 생색낼 것 같죠? 그런데 단 한 번도

저는 사실 예전에 배철수씨가 롤 모델이었어요. 팝송을 좋아했거든요. 초등학교 3~4학년 때 처음 들었던 음악이 ‘guilty’라는 제목의 팝송이었어요. 팝송을 배우려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고 대학 도 영문과에도 진학했죠. 디제이가 되기 위해 관리를 철저히 했습니다. 조 금이라도 기억력에 해가 될까 봐 담배도 절대 피 우지 않았어요. 3~4년 전까지는 커피나 라면도 아예 안 먹었습니다. 디제이가 되려면 음악도 많 이 알아야 하고 영어도 잘해야겠다 싶어 어린 나 이에도 계획을 세웠던 거 같아요.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셔서, ‘토요명화’ 이런 거 보실 때 배우들 이름 나오면 그걸 노트에 적어서 영화배우 이름들을 외웠어요. 이걸 나중에 써먹 을 때가 있을까 했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MBC ‘라디오 스타’ 할 때 그런걸 얘기했더니 ‘아는 게

안 그랬습니다. 이경규란 사람을 지금까지 많은 MC들이 바라보는 이유는 그가 정말 ‘예순이 넘어서도 방송 현장에 있겠다’는 사람이 기 때문입니다. 이경규씨는 철저한 이기주의자예요. 일에 있어서는 자기밖에 모르거든요. 아직도 이렇게 방송에 남아 있는 것은 자기만 생각하고, 딴 데 한눈 안 팔기 때문이죠. 이 사람 들처럼 남들하고 다른 방식으로 자기 일을 꾸준하게 한다면 분명 어디에 가서든 리드하는 존재가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살아가는 방식은 남들과 똑같습니다. 하지만 꿈꾸는 방식은 남들과 똑같으면 안 되죠”


Program

김국진의 실패 통달 이제 막 자기 페이스를 찾았다. 시청자들에게 불 안감을 줬던 적응기가 지나고 이젠 편안한 웃음 을 전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됐다. 롤러코스터 인생에서 방송을 중단했던 하강기를 지나고, 다 시 올라오는 중. 지금은 이경규, 김구라 등 유난 히 저돌적인 MC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의 공격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두 사람 이 그에게 꼼짝 못하는 걸 보면 보통 내공은 아 닌 모양. ‘천천히 가는 게 인생 계획’인 타칭 ‘김 삿갓’은 이번 강연에서 진취적인 성향과 도전 정 신을 보여줬다. 제대로 실패하는 법…

전 ‘실패 통달’에 대해 말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정말 실패를 제대로 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게 요. 실패한 사람이 했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실패의 방법입니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 노 력하지 않으면 똑같은 실패와 실수를 되풀이합 니다. 실패는 나쁜 실패가 있고, 좋은 실패가 있습니다.

제가 한 프로그램이 의외로 그렇게 많이 실패하 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에 1억원씩 벌었습니다. 그러다 미국에 갔습니다. 갔다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한국에 왔습니다. 토요일 7시대 MC를 맡았 을 때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 런데 시청률 3%라는 불명예를 남기고 문을 닫았 습니다. 왜 망했느냐? 그 당시에 ‘개그 콘서트’ 전 에 하는 다른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5분, 10분짜 리는 잘했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짜리를 하려니 까 앞에 5분은 재밌는데, 5분이 지나니까 할 말 이 없어요. 그 55분이 제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시간입니다. 같이 진행했던 김용만씨를 쳐다보지 못했어요. 거기서 방송에 대한 많은 걸 깨달았어 요. 처절한 실패 속에서요. 사실은 예전에 더 벌 수도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1억원씩 벌었지만 몸이 너무 많이 지쳤어요. 어떻 게 보면 치료비로 1억원을 쓸 수도 있었죠. 어떨 땐 사흘 동안 단 1분도 안 쉬고 일했어요. 살려고 방송을 중단했어요. 죽을까 봐요. 내가 미국 갔다 와서 처절하게 실패하면서 방송에 대해 비법을 터득한 것이 ‘실패 한번 해보자’ 였어요. 최선을 다한 실패엔 힘이 있다…

1년 정도 방송을 쉬고 골프를 했는데, 그건 나만 깨지는 거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골프를 한 사람 들과 프로 테스트를 같이한 것은 ‘깨져보자’는 거 죠. 문득 이렇게 보니까 제 몸이 뭔가 해볼 몸이 에요. 그냥 내버려둘 몸이 아니라는 거죠. 전 윗 몸일으키기 300개, 팔굽혀펴기도 300개씩 하고 그랬어요. 의외로 제가 힘을 쓸 수 있다는 거죠. 200명이 출전한 첫 번째 프로 테스트에서 190등 했어요. 두 번째는 150등, 세 번째는 100등을 했 습니다. 네 번째 50등, 다섯 번째 10등, 그래서 여섯 번째 2등을 했습니다. 경쟁률이 20대 1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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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예선을 통과한 거죠. 그런데 왜 프로가 안 됐느냐? 안 된 이유가 있었 습니다. 그때 ‘반달곰 내사랑’이라는 미니시리즈 를 했습니다. 연일 밤샘 촬영이 이어졌죠. 본선을 치를 수 있는 이틀만 촬영을 빼달라고 한 다음 대 회에 나갔는데 200명 중에 101등을 했습니다. 그 래서 프로가 안 됐죠. 그러고서는 드라마 끝나고 열다섯 번 이상 계속 떨어졌죠. 여섯 번째는 잘 쳤는데 그다음에는 왜 떨어졌을 까요? 여섯 번째까지 철저한 계획을 세웠는데 일 곱 번째부터는 ‘하던 실력이 있는데’ 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안일한 생각이 저를 끝없이 떨어뜨 린 거예요. 어떤 선배가 저한테 “너한테 더 이상 절망할 권리가 없어”라는 말을 했어요. 대신 실패 할 권리는 있어요. 실패한다는 것은 시도한다는 것이거든요. 제일 안 좋은 건 시도를 안 하는 것, 더 안 좋은 건 포기하는 것. 계획을 세우고 끝까 지 해보려는 시도가 여러분을 성공으로 안내할 겁니다.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최 선을 다해서 얻어진 실패는 여러분들을 깜짝 놀 라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아끼지 마라…

박경림씨 알죠? 박경림씨가 중학교 때 저를 찾 아와말했습니다. “아저씨, 저 MC가 되고 싶어요.” 제 생각엔 그녀가 고등학교 올라가면 다른 길을 생각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가서 또 찾 아 왔어요. “아저씨, MC가 되고 싶어요.” 2학년 때 찾아왔을 때도 똑같았어요. 전 MC가 되고 싶 다고 찾아왔을 때도 놀랐고 MC가 돼서도 놀랐 어요. 저는 박경림씨가 앞으로도 저를 놀랠 거라고 믿 습니다.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이 일이 맞 을까 고민하는 청춘들이 많을 겁니다. 속으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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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안 맞아, 저거 하면 안 돼, 무조건 실패해. 머릿속으로 엄청난 실패를 그리죠. 제가 ‘테마게 임’ 할 때 연기는 안 하겠다는 것이 제 조건이었 어요. 너무 쑥스러워서 못 하겠다는 거였죠. 그 감독께서 “토크만 해” 하다가 “한 컷만 해봐” 해 요. 그러다 “이번 주에는 세 컷만 해볼까”했어요. 그러다 제가 ‘테마게임’을 계속했어요. 나중엔 정 극까지 했죠. 나는 연기에 재능도 없고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 지만 이걸로 우리나라 최 고 감독에게 영화 제의도 받고, 드라마 제의도 받 았어요. 내가 너무 하기 싫어했던 연기가 제가 움 직일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 된 거죠. 스스로 아니라고 생각한 일이 정말 본인의 길일 수 있어 요. 그래서 부딪혀보라는 거예요. 도도새라는 새가 있어요. 먹을 것도 많고 날씨도 좋고 어떤 동물도 살지않는 섬에 살았어요. 자연 히 도도새는 날 필요가 없었죠. 그런데 섬에 사 람들이 들어왔는데도 이 도도새가 날지 못했어 요. 그러다 사람이 들어오고 많은 동물이 유입되 면서 천적 때문에 멸종을 하게 됩니다. 20대에는 천적이 생기기 시작하고, 30대가 되면 천적이 많아지고, 40대 때는 더 많아져요. 50대 때는 다 천적이 됩니다(웃음). 도도새처럼 편안 한 것만 찾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멸종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역경을 겪고있는 분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날개를 달고 날 수 있습니 다. 자신을 아끼지 마시고, 자신의 노력을 아끼 지 마시고, 실패를 아끼지 마시고 꿈을 그려나가 길 바랍니다.


Program 과장)과 방송을 병행하고, 꾸준히 개그맨으로 살 아가고 있는 이유다. 그가 생각하는 성공은 별 거 아니다. 한 번 웃고 가는 것. 그게 성공한 인 생이다. 싸움의 룰을 깨자…

이윤석의 싸움의 기술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웃을까’보다 ‘왜 웃을까’가 궁금한 박사 개그맨. 성실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으로 그는 때론 너무 많은 노력을 해 주위 사람 들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지금 그 점이 ‘남자의 자격’에서 통하고 있다. 그렇다고 ‘완벽주의자’는 아니다. 최대한 성의껏 일을 하지만 자기가 아니 면 안 된다는 생각은 없다. 그게 이윤석이 17년 동안 교수 생활(현재 서울예전 방송연예학부 학

이윤석이 싸움의 기술에 대해 말한다고 했을 때 어 생각이 들었는지 압니다(웃음). ‘싸움’ 하면 독 특한 편견이 있어요. 정형화된 생각이죠. 치고받 고, 맞고, 누구 한 명은 이기고 한 명은 반드시 지 고… 하지만 다른 종류의 싸움도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싸움의 정형화된 편견을 버리 자, 룰을 깨보자 이런 겁니다. 저는 사람들하고 말을 잘 못해요. 저는 CF나 프 로그램이 들어와도 결정을 잘 못해요. 그러면 서 경석이 대신 다 말해 줘요. 제가 나서지 않아도 출연료가 얼만지 확인하지 않아도 경석이가 다 알아서 해줬죠. 만약 저처럼 싸움에 약하다면 대 신 싸워줄 사람을 만들면 됩니다. 저는 그런 사람 들이 많아요. 이경규 형님도 있어요. 룰을 바꾼 예들은 너무 많습니다. 룰을 깨면 싸움 에서 승리는 안 하더라도 최소한 지지는 않아요. 일본에서는 사과 농사를 굉장히 많이 짓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해에 90%의 사과가 떨어졌 대요. 한 농부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죠. 10%의 사과를 비싼 가격에 내놓자고요. 떨어지지 않는 사과란 의미를 담아 많이 팔았어요. 규칙을 조금 만 바꾸면 불행이 와도 내가 좀 불리해도 항상 방 법은 생기기 마련이에요. 싸움의 룰을 깨세요. 부부 싸움 할 땐 논리를 버려라…

룰이 적용되지 않는 예도 있습니다. 결혼을 하니 까 부부 싸움이 그렇더군요. 아내가 혹은 여자 친 구가 말을 할 때 욱해서 싸울 때가 있습니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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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 하다 보면 또 싸웁니다. 그러면 그때 그녀가 말하는 태도를 보면 됩니다. 그런 것들을 유심히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공감이 됩니다. 통증이 느 껴져서 아파할 때, 그럴 때 논리적으로 얘기해 봐 야 화가 안 풀려요. 통증이 가라앉아야 화가 풀리 죠. 싸움할 때도 화를 실컷 내다 보면 많이 풀립 니다. 그때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는 여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하세요. 싸움을 막는 방법 중에 제일 좋은 게 칭찬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자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 예쁘세요”입니다. 거기서 우리가 조금 더 신경을 써주면 좋아합니다. 칭찬할 때 조심해야 될 것이 칭찬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혹은 단점 을 먼저 얘기하고 장점을 얘기하는 것도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칭찬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칭찬은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 어야 합니다. 김구라씨 같은 경우는 “인간미 넘쳐 요”라는 말을 좋아할 거예요. 국진이 형 같은 경 우는 “짐승남이야”를 좋아할 거고요. 좋아하는 것 말고, 잘하는 것을 해라… 요즘 청 춘이 힘든 시대인데 제가 조금 무모한 주장을 하 려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꿈을 펼치세요,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전 똑똑한 개그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는 잘 하는 것이 몸 개그였어요. 일단 잘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정을 받습니다. 이경규 형님도 하고 싶은 것이 영화입니다. 잘하는 예능 하시다 가 영화를 하셨잖아요. 인맥도 확실히 중요합니다. 저도 데뷔했을 때 제 옆에 서경석이란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잘됐어요. 3년 하다가 제가 힘들 때 제 옆에서 ‘She’s Gone’ 을 같이 불러주던 김진수씨가 나타났어요.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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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덕분에 3년 하고, 그 다음에 이경규씨가 오시 고, 지금 제 옆에 양준혁 형이 와주셨어요. 많이 만들기 힘들면 소수도 됩니다. 소수지만 깊게, 양 보다 질을 찾고, 한강 같은 친구와 선배, 동료를 각 분야에 한 명씩만 만들어도 든든합니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면 소수 인맥을 깊 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물론 첫인상이 중요 하죠. 요즘은 한 번 보고 안 만나는 경우가 많거 든요.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마무리가 중요해요.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내 편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목적지를 가는 것인 인생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는 지 한 번씩 생각해 보세요. ‘함께 발화하면 연결 된다’는 뇌과학 연구가 있습니다. 행복했던 기억 을 떠올리면서 한 가지 동작을 해보세요. 이걸 계속하다 보면 나중에는 행복한 생각을 하 지 않더라도 이 동작을 하면 뭔가 행복한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저는 엉덩이에 힘을 줍니다(웃음). 불안할 때 이 동작을 하면 편안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우리가 즐거운 일이 있으면 웃잖아요. 우리가 웃 고 있으면 근육이 ‘웃고있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뇌가 엔도르핀을 만드는 것입니다. 양치질을할 때 도 ‘웃고 있네’ 라고 생각하면 행복해질 거예요. 불안하다고 책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도 ‘이거다’라고 결론을 내린 사람은 아무도 없습 니다. 다른 사람은 결론을 내려줄 수 없지만 나 자신은 결론을 내릴 수 있어요. 내가 운전해서 목 적지를 가는 것이 ‘인생’이지 누가 쭉 끌어주는 건 ‘견인’이잖아요. 그러니 따라오는 불안감을 즐 기면서 갈 길을 가세요.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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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rt COLUMN

TV 보는 樂

남자들은 왜 축구와

169cm의 메시에 열광할까? K의 전 남자 친구 Y는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와 리오넬 메시(이하 메시)의 열혈 팬 이다. K는 프리메라리가 생중계를 보기 위해 TV 앞에서 하얗게 밤을 지새우던 Y를 이해 할 수 없었다. 남자들은 왜 그토록 축구에 미치는가. 애인보다 좋은 메시의 매력은 대체 뭐란 말인가. 기획_김민주 기자 글_김선영(TV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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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축구, 이를테면 남자들의 멜로드라마

물론 K 역시 메시가 현재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는 것쯤은 안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한국-아르헨티 나 전에서 펼친 메시의 그 기막힌 플레이를 온 국민이 지켜보지 않았던가. “내 이름은 메시, 내 얘기 한번 들어볼래?”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CF 덕에 성장 호르몬 장애를 이겨내고 최강의 선수로 성장 한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라는 것도 잘 안다. 사실 Y와 사귀는 동안 배운 몇 가지 지식으로 바르샤가 어떤 팀이고, 어떤 선수들이 뛰고 있는지까지도 대략은 알고 있었다. 그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 간의 ‘ 엘 클라시코’ 더비를 시청하며 바르샤를 응원하던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문제는 그녀가 그와는 달리 축구를 진심으로 즐길 수가 없었다는 거다. 국가 대항전도 아닌 먼 나라 클럽 축구를 대체 무슨 재미 로 본다는 건지. K는 이번 기회에 그 뒤늦은 궁금증을 진지하게 풀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최종 결승전을 앞두고 남성 유저들이 많은 커뮤니티면 어김없이 챔피언스 리그(이하 챔스)가 화제였고 응원 열기도 대단했다. 어 딜 가나 Y와 비슷한 수준의 열광적인 마니아들이 있었다. 응원하는 클럽은 달라도 그 응원 팀에 대한 몰입도만은 한결같이 높았다. 팀이 이기면 밤새 웃고 떠들며 환희의 감격을 나누고, 팀이 지면 역시 잠 못 이루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 좋아하는 선수가 환상적인 플레이로 팀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면 그 선수에 대한 애정 표현은 연인에게 하는 사랑 고백 못지않게 뜨거웠다. 마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시청하면서 수시로 울고 웃으며 현빈을 향한 애정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던 K의 모습과도 흡사했다. 그 리고 불현듯 K는 깨달았다. 아, 그러니까 축구는 이를테면 남자들의 멜로드라마인 거구나! 가장 글로벌하고 대중적인 영웅 판타지와 절대 고수, 메시

챔스를 진지하게 지켜보는 동안 K는 이 지상 최대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가 무협과 유사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성에게 로맨스물이 있듯이, 무협은 단연 남성들의 대표 장르다. 거기에는 주인공이 여 러 미션을 거치며 잠재된 재능을 각성하고 절대 고수로 성장하는, 모든 남성이 소년 시절부터 꿈꾸던 영웅 판타지가 압축되어 있다. 그런데 챔스에는 다른 어떤 대중 오락물보다 그 무협의 정수와 판타지 가 강하게 녹아 있다. 무협의 3요소인 무(武), 협(俠), 정(情)이 적용될 수 있는 뛰어난 기술, 스포츠맨 십, 팀 플레이가 있으며, 무엇보다 화려한 영웅들의 대결과 승리의 서사가 있다. 즉 고유의 팀 컬러를 가진 클럽들이 최강 팀을 가리기 위해 토너먼트를 거치는 과정은, 무협에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여러 문파를 최강 문파가 차례로 격파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K는 그제야 남성들이 챔스에 그토록 감정 이입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컨대 챔스는 최강의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 총출동한 필드 위의 ‘은하 영웅 전설’이자 오늘날 가장 글로벌하고 대중 적인 영웅 판타지였던 것이다. K가 알게 된 사실이 또 하나 있었다. 이번 챔스 참가 팀 중 무협의 정 수를 가장 순도 높게 구현하는 팀이 바로 Y가 좋아하던 바르샤라는 것. 바르샤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특히 상업 자본이 지배하는 축구계에서 ‘축구 순수주의’를 외치며 정직한 스포츠맨십과 가장 뛰어난 팀 플레이를 보여주는 팀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르샤 축구를 ‘뷰티풀 풋볼’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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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르샤의 정신을 대표하는 선수가 바로 메시다. 축구계의 수많은 빛나는 별들 중에서 그가 유독 돋 보이는 것은 최강의 실력과 그에 걸맞은 품성을 동시에 지닌 스타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고의 골 결 정력과 이타적인 플레이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공격수이며, “바르샤와 가슴으로 계약했다”고 말할 정 도로 몸값보다 의리를 중시하는 선수다. 무엇보다 메시는 장애의 시련과 단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결 국 절대 고수의 반열에 오르는 성장 판타지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영웅이었다. 남자들이 챔스와 메시에 열광하는 이유. 사실 K가 나름대로 찾아낸 답은 수많은 대답들 가운데 하나 일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동안 K에게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응원하 는 클럽 팀과 선수가 생겼다. 시간은 어느새 챔스 결승전 전야였다. K는 Y에게 연락을 해볼까 잠깐 망설였다. 에필로그_ 챔스 결말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바르샤는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결승골을 기록한 메시는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이 통합 된 ‘FIFA 발롱도르’(2011)의 첫 수상자가 되었다. 그리고 K는 Y와 다시 만나는 중이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해피 엔딩이다.

TV 평론가 김선영은…

어릴 때부터 TV 중독 증세를 보였으며, 직업 덕에 온종일 TV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10아시아』 『월간 에세이』『한겨레21』등에 글을 기고하며 가끔 TV에도 얼굴을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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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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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 무어가 출연한 CNN의 프리 덤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네팔의 실종된 아이들’ 편은 6월 26일오 후 9시에 방송되었다.

네팔에서 성매매 아동 보호에 나선

데미 무어의 착한 행보 우리가 데미 무어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전남편 브루스 윌리스와의 사 이에 세 딸을 두었으며 현재는 연하의 유명 배우 애시튼 커처와 결혼했다는 사실 정도다. 그런 그녀가 반성매매 운 동을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동료 배 우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가 하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기획_조유미 기자 사진&자료_CN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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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여배우가 호소하는, 아동 성매매 근절 캠페인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정의란 무엇일까. 정의 론 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마이크 샌델 교수의 실 제 하버드대 강의 ‘JUSTICE’(정의)를 바탕으로 쓴 베스트셀러『정의란 무엇인가』를 보면 우리 가 이 시대를 살면서 부딪히는 어려운 질문들이 나온다. 자유 사회의 시민은 타인에게 어떤 의무 를 지는가, 자유 시장은 공정한가, 도덕적으로 살 인을 해야 하는 때도 있는가 등등. 세계적인 관점 에서 보자면, 이런 어려운 질문과 비견될 만한 도 덕적이고 윤리적인 판단에 준하는 이슈들이 산재 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 치여 보다 근본적 이고 심각한 문제들을 종종 외면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주위를 환기하고 심각성을 인지하 게 되는 건 관심을 가져주어야 할 이슈를 홍보하 고 전달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인 것 같다. 우리 나라 사람들도 잘 아는 세계적인 배우, 데미 무어 가 앞장서고 있는 아동 성매매 근절 캠페인도 같 은 의미에서 세계인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 다. 데미 무어는 지난해 1월 남편 애시튼 커처와 함께 노예처럼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아이들을 돕 기 위한 재단 ‘The DEMI & ASHTON FOUNDATION’을 설립하고, “현대 시대의 노예제도는 매 우 복잡한 이슈이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남자들이 이런 성매매에 참여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싶다”며『US 투데이』와 인터뷰를 통해 재단을 만들고 아동 성매매 반대 활동에 앞장서게 된 계기에 대해 이 야기했다. 지난해 3월엔 UN에서 개최한 포럼에 참가해 성매매 수요자들의 신원을 공개하고 처벌 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자기 목소리도 냈다. 올

해 초에는 현대판 노예제도의 종식을 위한 CNN 프리덤 프로젝트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아동 성매 매 실태를 폭로하기 위해 네팔로 떠났다.

인도 국경 근처, 네팔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인신매매의 주요 거 점인 바이라하와를 찾은 데미 무어. 이곳에서 네팔 소녀들이 인 도의 사창가로 팔려간다.

대도시에 일자리를 구하러 온 네팔 소녀들의 비극 네팔에 도착한 데미 무어는 성매매로 고통받 고 있는 소녀들의 교육과 재활을 지원하는 재단 을 운영하고 있는 아누라다 코이랄라를 만났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1만2000명의 네팔 소녀들 을 인신매매의 늪에서 구한 마이티 네팔 재단의 이사장인 아누라다는 데미 무어에게 매년 수천 명의 네팔 소녀들이 일자리를 약속하는 사람들을 따라 대도시로 떠나 성매매를 강요당한다고 말 했다. 또 사창가에서 여러 남자들과 강제로 성행 위를 해야만 하고 저항하면 구타까지 당했던 소 녀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쳐 집으로 돌아간다 해 도 가족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 동안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질서를 유지 해 온 네팔에서는 인구 중 약 30%가 빈곤에 시 달리는 데, 아동 성매매 이외에도 상대적으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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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위)데미 무어와 브루스 윌리스와 사이에 낳은 세 딸 루머(22), 스 카우트(19), 타울라(17) 역시 엄마의 뜻에 동참하고 있다. (가운데 우)데미 무어는 네팔 카트만두에서 내에서 자행된 아동 성 매매로 고통 받았던 피해자들을 만났다. (가운데 좌)네팔 소녀들을 인신매매의 늪에서 구한 마이티 네팔 재 단의 이사장인 아누라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데미 무어. (아래 우측)지난 해 UN에서 개최하는 포럼에 참가한 데미 무어는 반기문 총장을 만나 아동 성매매 근절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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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회적 지위가 낮은 여성들의 희생이 강요되고 있 기 때문이다. 데미 무어는 이곳에서 성매매를 강 요당했던 11세가량의 어린 소녀들을 만나 고문과 학대, 심지어는 여성스런 몸매를 만들기 위해 성 장 촉진 호르몬을 강제로 먹었다는 끔찍한 이야 기를 듣고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네팔 총리 잘라나트 카날은 데미 무어를 만난 자리에서 여성들에 게 필요한 모든 권리를 부여하는 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소셜 미디어 캠페인을 벌이는 데미 무어 자신이 직접 나서 피해 아동들을 만나 성매매 실 태를 폭로하고 있는 데미 무어는 사람들의 참여 를 이끌어내기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Real men don’t buy girls”(진정한 남자는 소녀를 돈으로 사지 않는다) 라는 슬로건이 담긴 피켓을 들고 남편과 함께 찍 은 사진을 페이스북(www.facebook.com/dnafoundation)에 올렸다. 그러자 부부의 뜻에 공감한 저 스틴 팀버레이크, 숀 펜, 에바 롱고리아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은 물론, 네티즌들도 슬로건이 담긴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이 줄줄이 올라왔다. 또한 같은 슬로건이 담긴 티셔츠 디자인을 페이 스북으로 공모했고 그렇게 당선된 슬로건 티셔츠 를 만들어 캠페인에 동참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하 고 수익금을 마련하고 있다.

강제 매춘을 당한 어린 소녀들은 가족들의 외면 때문에 두 번 상처받는다. 데미 무어는 사창가에서 구출된 어린 소녀와 함께 그녀의 가 족들을 만나기 위해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6시간 거리의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시골 마을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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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신밍과 상하이 스캔들’ 그 후 120일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 직격 인터뷰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최근『꿈꾸는 리더가 아름답다』는 신간을 냈다. 파문에 휩쓸려 리더 자 격이 훼손된 주인공의 책 제목으론 꽤 수상한데, 흥미를 끄는 것은 별책 부록 형식으로 담아낸 ‘상하 이 파동, 무거운 침묵의 진실’이다. 김 전 총영사가 스캔들 120일 만에 밝힌 진실을 응시했다. 취재_강승민 기자 사진_이민희(studio lamp)

‘덩신밍과 상하이 스캔들’. 화끈한 시나리오가 무색 하게, 결론은 시들했다. 정부 합동 조사단의 결과 발표를 돌아보자. 덩신밍의 분명한 실체는 드러난 게 없고, 국가 기밀 문서가 유출된 블록버스터 급 스파이 사건도 아니었다. 덩신밍이라는 여자는 비 자 발급 등 이권을 노린 단순 브로커, 거기에 성을 개입시킨, 이 정도. 자, 그렇게 해서 남은 건, 중년의 엘리트 남성과 브 로커 여인이 얽힌 치정 사건이다. 그럴듯한 스파이 영화를 보려다, ‘막장’ 드라마를 본 셈인데, 시나리 오만 보고 구입한 티켓은 환불될 리 없다. 환불을 못 받으니, 누구를 탓해야 할까. 영화에 출연한 주 인공(덩신밍과 남자들)? 시나리오 작가와 연출자 (언론 등)? 답은 그들 모두이면서, 자극적인 ‘스캔 들’을 기대했던 우리들이다. 상하이 파문을 떠올려보니, 기억에 남는 건 여전히 자극적인 소재들이다. 당시 덩신밍의 외모는 저잣 거리 안주감이 됐다. 그녀와 중년 엘리트 공직자들 의 다정한 사진 포즈들은 정지된 사진 너머의 은 밀한 상상을 부추겼다. 언론에 노출된 사진들은 가 공할 확산력을 보여줬다. 사진 속 피사체는 둘, 남 자와 덩신밍. 몇 장의 포즈는 연인처럼 보였다. 섹 스, 스파이 사건 등의 스토리와 절묘하게 결합하면 서 일부 언론은 대단한 시나리오를 썼다. 상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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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은 ‘마타하리’ 혹은 ‘색계’의 극장 판으로 둔 갑했다. 사실 확인은 시나리오에 묻혔고, 남은 건 ‘ 자극’과 ‘추정’이었다. 김정기(51) 상하이 전 총영사. 덩신밍과 찍은 사 진 석 장의 주인공이지만, 부적절한 관계는 아니 다. 그는 조직 기강 및 관리 소홀과 파문 등을 이 유로 퇴직 하루 전에 해임 처분됐다. 한편 덩신밍 스캔들에 등장한 A, B, C 영사 등의 ‘줄줄이’ 리스 트가 모두 ‘그렇고 그런’ 관계로 보였다면, 그는 ‘섹 스+스파이+사진’이라는 자극적인 ‘확대 재생산’의 피해자다. 그는 사진과 스파이 스토리를 두고 정치 적 음모 가능성, 사진 날짜 데이터 조작설 등을 제 기했다. 4월에는 덩씨의 남편 진모씨를 사진 조작 등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6월에 는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덩신밍 스캔들에 연루된 한 남자? 이 불편한 선입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그가『꿈꾸는 리더가 아름답다』는 신간을 냈다. 파문에 휩쓸려 리더 자격이 훼손된 주인공의 책 제목으론 꽤 수상하다. 자수성가 스토리, 누군 가에겐 글로벌 경제서(대한민국 시대정신과 북한, 미국을 통해서 본 중국의 정치, 경제 금융 등이 포 함됨), 누군가에게는 자기계발서로 읽힐 이 책에서


Program

■중국 최고위층 덩신밍의 추정 재산은 수천억원대. ■덩신밍은‘액세스(접근) 불가’의 국가적 보호 대상. ■덩신밍 남편 진모씨는 일방적인‘계약 결혼’파기로 공황 상태였다. ■덩신밍과 찍은 사진은 ‘기관’의 음모였다. ■덩신밍이 보여준 ‘괴력’에 남자들이 홀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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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를 끄는 것은 별책 부록 형식으로 담은 ‘상하 이 스캔들’에 관한 내용이다. 기자는 책 출간 전에 그 소식을 듣고 그와 접촉했 다. 일부 언론이 써댄 자극적인 시나리오 탓에 홧 병이 났다는 그는 언론 접촉을 민감하게 받아들였 다. 그에게 세 가지 조건을 달았다. 첫째, 시나리오 에 파묻힌 ‘사실’을 얘기해 보자는 것, 둘째, 한순간 에 지위와 명예를 잃은 변화를 읽어보자는 것, 셋 째, 파문에 휩쓸려 나간 ‘인생 이력’을 한번 짚어보 겠다는 것이었다. 실제 그의 이력에는 상당히 흥미 로운 지점들이 있다.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그에게 미리 말하지 않은 것 이 있다. 덩신밍이라는 여자의 실체, 그리고 사건 이후 덩신밍의 근황에 관해서는 만나서 물을 생각 이었다. 덩신밍의 확인되지 않은 실체에 대해서는 사기꾼 혹은 성을 매개해서 이권을 노린 단순 브 로커 vs 중국 태자당(중국 실세의 자제)의 한 명이 자 ‘괴력’의 ‘콴시’(관계 혹은 연줄)라는 극과 극의 인물로 엇갈린다. 인터뷰 장소는 여의도 한 호텔의 파크 카페다. 사 건 이후 그는 이 호텔 아파트에서 부인과 머물렀 다. 사건 진화를 하고, 책도 집필하면서. 김정기 전 총영사와 마주 앉았다. 중년의 뱃살을 찾을 수 없 을 만큼 몸매 관리가 잘돼 있다. 다크 브라운 계통 의 뿔테와 어투는 엘리트 인상을 풍겼다. 인터뷰 초반, “내가 얼마나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사람인 데”라며 토로를 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덩 신밍 스캔들에 연루된 한 남자? 그는 이 불편한 선 입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는 스캔들 대신 파 문 혹은 파동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기자는 명함 을 건넸고, 그는 8월쯤 돼야 명함이 나올 것 같다 며 양해를 구했다.

법무법인 영진의 고문 변호사, 중국 남경대학 국 제경제연구소 객좌교수 직함이다. 잠시 몸을 추스 르고, 8월부터 이 두 곳에 적을 두고 활동을 재개 한다.

어떤 명함인가

그때는 이미 죽은 몸이란 생각에 더 이상 무서울

파문 이후 어떻게 지냈나

주로 강연 활동을 다녔다. 한국, 중국, 북한, 미국 등을 포함한 글로벌 정치 및 경제 문제에 관한 내 용이다. 내가 마음고생으로 힘든 걸 아니까, 강연 초청을 해주는 분들이 있더라. 강연을 다니지만 ‘ 상하이 파동’에 관해서는 얘기를 안 꺼낸다. 『꿈꾸는 리더가 아름답다』는 책 제목이 수상하다고 해 야 할까. 타이밍이 그렇고, 리더로서 자격을 상실한 시점 인데

원래 중국 관련 전문서를 쓰려고 했는데, 이게 시 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기존에 나왔던 책『미래형 리더의 조건』의 개정판으로 중국의 정치, 경제 금융, 사회, 북핵 문제, 대한민국 시대 정신 등을 덧붙여 쓴 거였다. 책을 쓰면서 마인드 컨트롤이 되더라. 내가 홧병이 나면, 술로 못 푼다. 마인드컨트롤을 하는데, 글 하나하나를 정리하면 서 마음을 비우고 집중이 됐다. 안 그랬다면?

내 인생을 돌아보면 전환점이 있었다. 그때마다 새 로운 영역에서 열정을 갖고 출발을 했다. 10대부 터 앞만 보고 달려왔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인 생이라는 점에서는 프라이드(자부심)를 갖고 있 다. 그러다 하루아침에 언론의 융단 폭격을 맞고 죽을 지경이 됐다. 특히 일부 언론은 내 인생을 두 고 ‘인격 살인’도 했다. 사실 확인도 없이 남의 인 생을 함부로 재단하고 편집해도 되는 건가, 정말 홧병이 나더라. 언론을 자극하면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는데


Program

게 없었다. 바닥을 쳤기 때문에 더 이상 추락할 일 도 없었다. 일부 언론이 ‘가십 특종의 광적인 노 예’가 됐다. 자극적인 시나리오에 빠져, 3무(무책 임하고, 무분별하고, 무지한) 기사를 써댔다. 그래 서 더욱 정신을 차린 거다. 언제 회복될지는 모르 지만, 적극적으로 나의 길을 걷는 게 답이라는 결 론을 냈다.

상하이 파문을 겪으면서 집사람을 얻었다고 보면 된다. 가장 든든한 정치적 동반자이자 우군이 돼줬 다. 원래 내가 정치하는 걸 싫어했다. 정치 발 담그 는 것도 반대했고. 그런데 황당한 일을 겪으니까, 적극적으로 이해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책을 낸다니까 주변 반응이 어떻든가

집사람은 그 많은 기사들을 읽은 적이 없다. 기사 보다는 본인 판단을 믿는 사람이다.

주변에서는 많이 말렸다. 타이밍이 아니다, 늦춰라, 신문 광고도 하지 마라, (상하이 스캔들에 대한) 내용을 담으면 매장된다, 이런 충고들. 그런데 이 런 생각이 들더라. 정치 사회란 곳에 의리가 있던 가? 결국 내 스스로 돌파하지 않으면 죽는 건 나 뿐이니까. 이번에 인간을 공부했다. 사건이 터지니 까, 사방이 적이더라. 우군이 적군이 되는 민심이 참 차갑고. 인간 군상을 뼈저리게 배웠다. 부인은 ‘상하이 스캔들’ 당시 우군이었나, 적군이었나

덩신밍과 찍은 사진은 부인 입장에서도 상당한 오해감 아 닌가

덩신밍과 찍은 석 장의 사진, 새벽에 남녀 단둘이 있는 옷차림과 포즈 인가? 덩신밍과 찍은 사진은 총 석 장. 여러 손님들과 함 께 찍은 한 장을 제외한 두 장이 덩신밍과 단둘이 찍은 것이다. 사진 속 덩신밍은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다. 한 장은 의례적인 포즈지만, 촬영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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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와 소파에 앉은 공간이 의심을 받았다. 한 장은 덩신밍의 어깨에 오른손을 올리고 있다.

것일 수 있다.

언론에 노출된 사진이 상상을 부추겼다

덩신밍의 남편 진모씨, 덩신밍의 일방적인 계약 결혼 파기로 공 황 상태였다

대한민국 사회의 음흉한 시선이 오버랩된 거 아닐 까. 자기들 뒤가 구리니까, 그렇게 보는 거다. 외교 무대에서는 허그, 포옹이 자연스러운 매너다. 게다 가 덩신밍이 다정하게 찍어달라는 주문을 해서 어 깨에 손을 올린 포즈가 된 건데, 그걸 오해하는 시 선이 이상하지 않나. 덩신밍과 찍은 사진을 외교 관행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 덩신밍이 한국을 좋아했다. 사진 찍기도 좋아했고. 그래도 어떤 사진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정하게 비칠 수 있겠더라

어깨에 손을 올린 사진은 이탈리아 국경일 행사 가 있던 상하이 힐튼호텔 그랜드 볼룸의 로비에서 찍은 것이다. 많은 손님들이 스탠딩 파티를 하는 중이었다. 거기서 뭐가 있을 수 있나? 소파에 앉 은 사진은 상하이 밀레니엄 호텔 13층의 클럽 라 운지에서 찍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프랑스 총영 사와 면담 중에 덩신밍이 와서 인사를 했고, 사진 촬영을 한 거다. 덩신밍은 프랑스 영사와도 친분 이 있어 보였다. 마치 그 공간이 프라이빗한 장소 처럼 오해를 하던데, 클럽 라운지 공간에 들러보 면 알 것이다. 촬영 시간이 새벽 2시란 것도 문제가 됐다.

그 가정대로 생각해 보자. 새벽 2시에 둘만의 공간 에서 촬영을 하는데, 그렇게 자세가 꼿꼿할까? 새 벽에 여자와 단둘이 있는 옷차림과 포즈인가? 상 식대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거기 클럽 라운 지가 11시면 문을 닫는다. 사진 날짜와 시간은 부 적절한 관계로 몰아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사진 조작설은 이런 내용이다. 김 전 총영사가 재 직 당시 J 부총영사(정보기관)와 갈등 관계에 있 었고, 이에 J씨가 덩신밍의 남편 진모씨를 이용하 거나, 투합해 사진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상하이 스캔들과 사진은 진모씨가 언론과 국가 기 관에 사건을 조사해달라며 투서를 보내면서 시작 됐다. 정부 합동 조사단은 김 전 총영사의 알리바 이가 분명하고 밀레니엄 호텔 클럽 라운지의 마감 시각이 밤 11시인 점에 비추어 사진 조작의 가능성 을 열어뒀다. 일부 언론은 사진 폴더에 의심이 간 다며 조작설에 힘을 실었다. 그는 지난 4월 진모씨 를 사진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 인터 뷰는 잠시, 진모씨 이야기로 넘어갔다. 덩신밍의 남편 진모씨가 그럴 이유가 있나

복잡한 얘기들이 숨어 있다. 둘의 관계는 필요에 따른 위장 혹은 계약 결혼으로 볼 수 있다. 덩신밍 이 일방적으로 ‘계약 결혼’을 파기하면서, 당시 진 모씨가 공황 상태였을 것이다. 나와 갈등 관계를 빚던 J씨가 원한을 품고, 그 상황을 이용해 조작을 계획했을 거라 추정한다. 내가 덩신밍에게 국내 고 위 인사 연락처(사건 초기 국가 기밀 정보로 확대 됐지만, 결과적으로 기밀 정보는 아닌 것으로 판 명되었다)를 유출했다는 것도 공작 프로의 솜씨일 테고. 그런 공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까? 과연 진모씨가 단독으로 진행한 걸까? 그걸 생 각해 보면 공작의 주인공이 나올 것이다. 진모씨를 고소한 이유는?

진모씨를 고소한 건, 사실은 조작 음모자를 밝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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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위해서이기도 하다. 진모씨가 사실을 밝히면, 공작 세력이 밝혀질 것 아닌가. 그런데 공작의 세계는 복잡한 구도니까, 과연 교사자가 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덩신밍이라는 여자는 한마디로 ‘액세스(접근) 불가’의 최고위층 덩신밍의 정체는 사기꾼vs단순 브로커vs중국 비공 식 라인의 대단한 실세 등 극과 극을 오르내린다. 정부 합동 조사단은 덩신밍과 접촉하지 못했다. 과 연 덩신밍은 어떤 여자일까. 그는 덩신밍에 관한 얘기는 꺼낼수록 루머만 늘어난다며 말을 아끼려 고 했다. 그러나 덩신밍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사 실 확인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감출수록 추정만 늘어간다. 그가 말한 덩신밍은 실로 대단한 여자였 다. 중국 태자당(중국 실세의 자제)의 일원, 비공식 라인에서 괴력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콴시’(연줄), 국익에 큰 도움이 되는 인물…. 그러나 이런 말을 들을수록, 덩신밍은 더욱 ‘미스테리’하고 위험한 인 물이 돼가고 있었다.

불가’ 대상이다. 비자 발급의 이권을 노린 단순 브로커라는 조사 발표는

비자 발급은 덩신밍이 총영사관에 도움을 준 만큼 편리를 봐준 거다. 덩신밍이 뭐가 부족해서 브로커 짓을 하겠나. 조사 결과에서도 금품, 이권 등 불법 행위는 단 한 건도 없었고 단순 지침 위반이 있었 을 뿐이다. 덩신밍은 중국 비즈니스에서 국익에 도 움이 되는 소중한 자산으로 봐야 한다. 덩신밍에게 속았을 수도 있는데

중국 최고위층과 패밀리들은 베일에 싸여 있다. 문 제 해결 능력과 현장에서의 영향력 등으로 검증 이 되는 거다. 중국 영도자들과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런데 덩신밍은 상해 행사에서 영도자들과 편하게 얘기를 나눌 정도다. 또, 외교적 문제가 있 거나, 중국 고위층 면담과 접촉을 추진할 때 덩신 밍은 전화 몇 통으로 해결을 했다. 중국 비즈니스 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콴시’(연줄)다. 인간관계 가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못 한다 해도 과언 이 아니다. 덩신밍은 현장에서 검증된 비공식 라 인의 ‘콴시’다.

덩신밍은 어떤 여자로 정리하고 있나

그걸 증명할 수 있나?

덩신밍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게 낫다. 중국 정 치 정서상, 실력자에 대한 얘기는 자제할 필요가 있으니까.

중국 기관지 환구시보에서 스파이 사건이 불거 질 때 굉장히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사건은 조 기 수습이 됐다. 중국 정치에서는 행간을 잘 읽어 야 한다. 환구시보의 행간은, 한 부분에서 ‘덩신밍 =보호 대상’이라는 맥락이 숨었다고 봐야 한다. 국 내 한 신문에서 정보기관 출처로 덩신밍에 대해 재산 250억원대, 정치적 배경은 상해 당서기의 비 서장이라고 보도했다. 상해 당서기면 중국 정부의 미래 권력이다. 비서장만으로도 대단한 영향력을 암시하는 거다. 실제 재산은 거기에 몇 배를 곱할 수 있을 것이고 권력은 훨씬 더 탄탄한 배경이 있

일부 보도를 보면, 덩신밍은 사기꾼이다

덩신밍을 실제 접촉한 언론이 있나? 다들 ‘카더라’ 에 의존해서 나온 뉴스들이다. 덩신밍에 관해 오 락가락하는 얘기들은 모두 소설로 보면 된다. 정부 조사단도 그녀와 접촉하지 못했다. 중국의 VIP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프라이버시가 노출 되는 것을 굉장히 불쾌해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국 고위층을 건드리는 건 ‘성역’을 건드리는 것 과 마찬가지다. 덩신밍은 한마디로 ‘액세스(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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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것이다.

덩신밍과 남자들 덩신밍이 보여준 ‘괴력’에 끌리지 않았겠나 덩신밍과 부적절한 관계로 지목된 남자들은 H, K, P 전 영사 세 명이다. K영사는 “사랑을 시기하지 않으며 어길 시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친필 서약 의 주인공이고 H영사는 K영사와 삼각관계로 심각 한 갈등을 빚었다고 알려졌다. H영사는 한 인터뷰 에서 덩신밍과 애인 관계라고 밝혔고, 파문 이후 덩신밍과 함께 잠적했다는 소문이 있다. 상하이 교 민 사회에서는 이 얽히고 설킨 관계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H영사의 부인이 이 문제로 영 사관에서 남편과 다퉜다는 소문도 회자됐다. 남자 들은 40대 엘리트들이었다. 40대 중년 엘리트들이 왜 한 여자에게 이성을 잃었는가? 이 질문은 저잣 거리의 대단한 안줏거리였고, 일부에서는 심리 분 석까지 나왔다. 상하이 스캔들의 이면에는 ‘엘리트 +권력층 중년의 부적절한 애정행각’이 숨어 있다. 덩신밍에 빠진 남자들을 어떻게 보나

사건이 복잡하다. 일부는 어떤 음모에 희생된 측 면이 있다고 본다. 부적절한 관계를 입증하는 증 거가 추가로 나온 게 없지 않나. 부하 직원들의 프 라이버시다. 아주 유능했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 해 애썼던 사람들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 들에게 덩신밍은 업무상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은인’이었다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친밀도는 높 았을 것이다. 덩신밍의 매력이 뭐라고 보나

이 여자가 보여주는 중국 사회에서의 파괴적인 힘, 그 ‘괴력’에 놀라지 않았겠나. 그 영향력에 굉장한 신뢰를 느꼈을 테고. 한편으로 그 가공할 만한 힘 이 신비롭지 않겠나. 뭔가를 부탁하면 전화 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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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해결이 되니까.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자. 상하이 스캔들의 이면에 중년 엘 리트 남성의 심리 읽기가 있었다. “덩 씨가 매력이 있기보 다 타국에서 고독한 생활을 하는 중년 남성이 예민하고 약해 져서 생긴 일” “앞만 보고 달려온 사회 엘리트들의 억제했던 감정 분출” 등의 분석을 어떻게 보나.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 공관이 고독을 느낄 정도 로 한가한 곳이 아니다. 특히 상하이엑스포를 준비 하고 행사를 치렀던 1년 6개월 동안은 전 직원이 정신없이 바빴다. 그런데 어느 조직이건 실적 경쟁 이 치열하다. 그럴 때 업무에 도움을 주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는 소스가 있다면 누구나 관계를 형성하고 싶지 않겠나. 덩신밍이 그 소스였고, 그 이상은 모르겠다.

홧병, 그리고 명예 회복 지난 6월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는 해임 처분 취 소 청구 소송을 냈다. “허위 사실에 근거해 징계 처 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고, 해임될 정도로 품위 유 지 의무 등을 위반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상하이 파문으로 그가 졌던 책임은 이렇게 정리된다. 덩신 밍과는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고, 스파이 사건으로 불릴 만한 국가 기밀 유출 혐의도 없다. 물론, 조직 기강 문란과 관리 소홀의 책임은 별개지만.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건 이유는

법적으로는 명예 회복을 기대하지만, 정치적으로 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조직 기강과 관리 문제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지만, 파문이 커지면서 밀린 셈 이다.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조직의 수장으로서 정 치적 책임은 져야 한다. 하지만, 일과 관련해서는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다. 상하이 총영사로서 애국 심과 열정을 갖고 일했다. 상하이 총영사 취임 후 3년 동안 술집에 안 가고, 골프를 안 친다는 약속 을 지켰다. 공관장 카드도 사사로이 쓴 적이 없다.


Program

금품, 향응, 접대 없이 조직 생활을 했다. 2010년 상하이엑스포 행사는 조직원 모두가 ‘전쟁’을 치를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불명 예’다. 언론이 조금만 냉정하게 사건을 다뤘다면, 이런 불명예는 없었을 것이다. 나를 자극적인 시나 리오에 패키지로 묶었다. 무엇보다, 매장당한 내 ‘ 인생’은 꼭 되찾고 싶다. 되찾고 싶은 ‘인생’이란?

(그의 인생 이력은 상당히 흥미롭다. 큰 줄기는 역 경을 딛고 일어선 자수성가 스토리인데, 여러 번의 전환점이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고교 2년 중 퇴, 21세에 명문 대학 스타 영어 강사로 이름을 날 렸고, 밀리언셀러가 된『거로영어연구』를 저술했 다. 이후 미국 뉴욕주립대 정치학과를 최우수 졸업 했고, 법학 박사 학위와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 득했다. 중국 북경대학에서 북한, 중국학을 연구한 이력도 있다. 31세에 거로출판 CEO로 부와 명성 을 얻고 40세에 한국 사이버대학교 초대 학장으로

선출되며 대학 경영자로 경험을 쌓았다. 2007년 7 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측 국제위원장으로 일했고, 2008년 4월 총선 당시 공천 고배를 마셨다. 그로부 터 한 달 뒤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임 공관장으로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주변에서는 공식 외교 라인 출신은 아니나 다양한 글로벌 전문 지식을 갖춘 인물로 평가한다.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되자 비외 교관 출신,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다). 외교의 ‘외’ 자도 모르는 사람을 외교관 시켜놔서 그 모양이 됐다고? 미국에서 10여 년 동안 국제정 치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중국에서 4년 동안 북한 과 중국학을 연구한 전문가로서 열정을 갖고 뛰었 던 내 인생은 어디에 있나. 글로벌 정치 경제에 관 한 전문 지식도 묻혀버렸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 다. 그 인생마저 도전을 받는다면, 전문성을 두고 밤샘 공개 토론을 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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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이모가 전한

송지선의 마지막 한 달 딸을 먼저 보낸 부모는 “하고 싶은 말이 남았지만 마음속에 묻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좁은 창문 사 이로 힘겹게 몸을 던진 서른 살 맏딸의 마지막을 더 힘들게 하기 싫어서라고 했다. 스포츠 스타와의 스캔들 후 스스로 삶을 내려놓은 송지선 아나운서의 마지막을 돌아봤다. 취재_이한, 김민주 기자 사진_김민주 기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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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지난 5월 28일, 제주도 서귀포시 ‘보타사’에서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봉정식이 열렸다. 고인의 부모 가 딸의 영정 앞에 책 한 권을 올려놓고 있다. 고인이 생전에 원고를 완성했지만 미처 출간되는 걸 보지 못한 야구 서적이다. 표지 속 그녀는 야구 글러브를 낀 채 맑게 웃고 있었다.

송지선 아나운서가 스스로 생을 버린 지 5일째 되던 날, 기자는 제주도 서귀포의 한 절에서 딸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은 부모의 뒷모습을 봤다. 이 암자는 49재를 치르는 기간 동안 고인의 위패를 모셔둔 곳이다. 고인이 생전 바다를 워낙 좋아했 던 터라,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을 골랐다. 그래 서인지 절 앞마당이 해변과 지척이었다. 다음 날이 삼우제였지만, 부모는 이날도 딸을 보 려고 애써 먼 길을 왔다. 한라산 기슭의 한 추모 공원에 영면한 딸을 만나 안타까움을 달래고 오 는 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은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서른 번째 생일이었다. 영정 속 그녀 의 웃음이 너무 환해서 오히려 마음이 무거웠다. 어머니 배씨는 파란색 보자기를 꼭 안고 있었다. 보자기 속에는 책이 한 권 들어 있었다. 고 송지 선 아나운서가 생전에 썼던 야구 관련 책이다. 원고가 이미 완성돼 있었고, 그녀의 생일 즈음 에 출간될 예정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유작이 되 어 버렸다. 어머니는 딸의 처음이자 마지막 책을 영정 앞에 내려놓으며 한참을 흐느꼈다. 고인은 책 표지에 서도 예쁜 웃음만 짓고 있었다. 배씨는 딸 사진을 보니 참았던 감정이 동하는 듯 눈물을 멈추지 못 했다. 아내 곁에서 애써 울음을 참던 아버지 송씨 의 어깨도 흔들렸다. “생과 사의 길은 멀리 떨어 져 있지 않다”는 스님의 말도 부부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이날 배씨는 딸이 쓴 책을 한 장도 넘겨보지 못

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스스로 몸을 던진 딸 생각이 또 날까 봐 차마 읽을 수가 없다”며 가만 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기자에게 “나는 도저히 안 되겠으니까, 대신 가져가서 좀 읽으라”고 했 다. 기자가 “그래도 따님의 마지막 기록인데 간 직하는 게 좋겠다”고 거듭 권하자 결국 받아 들 기는 했지만 끝내 책장을 넘기지는 못했다. 부부 는 결국 표지 속 딸 사진만 한참을 어루만지더니 영정 앞에 책을 가만히 내려놨다. 아버지 송씨는 “지선이가 (구설수 때문에) 책 출간이 미뤄질까 봐 고민했는데 결국 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았다” 며 안타까워했다. 기자는 고인의 부모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스 스로 삶을 내려놓은 서른 살 여인의 아픔이 뭐였 는지 듣고 싶었다. 애써 아픔을 삭이던 부부에게 조심스레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부모는 “딸 의 고통을 속 시원히 얘기하고 싶지만,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굳게 입을 닫았다. “우 리 곁을 왜 이렇게 빨리 떠나버렸는지 모르겠다” 며 깊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부모는 지갑 한쪽 에 넣어둔 막내아들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얘가 우리 막내인데, 힘들어할 아이들을 위해서는 우 리가 기운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돌아섰다. 스포츠 아나운서로 촉망받던 송지선, 책임감 강 한 맏딸이자 효녀였던 그녀는 무슨 고민이 있었 기에 부모를 두고 먼저 눈을 감았을까.

사랑에 아팠던 그녀, 삐뚤어진 관심을 견디 97


지 못했다 주위에서는 그녀가 삶을 내려놓은 데는그녀의 마 지막 인터뷰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보고 있다. 고 송지선 아나운서는 자살 하루 전날 한 인터뷰 를 통해 “임태훈 선수와 1년 반째 교제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임태훈은 소속 구단인 두산 베어 스 홍보팀을 통해 열애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서로의 시각 차이는 상당 히 컸다. 이 상황에서 임태훈의 입장 발표를 들 은 송지선이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 야구 관계자는 기자에게 “두 사람이 사귀었는 지는 알지 못한다”라고 전제하면서, “(고인이) 구 단의 발표 내용을 듣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지 않았겠느냐”고 귀띔했다. “여자로서 느꼈을 수치 심은 남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을 것”이 라고도 전했다. 두 사람은 야구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스타였다. 송지선은 스포츠 케이블 tv ‘MBC스포츠플러스’ 의 간판 아나운서였고, 임태훈은 두산 베어스의 주력 멤버이자 국가 대표 선수였다. 이들의 열애 설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스캔들이 터 지자 구단과 방송국은 서로의 입장에 따라 대응 책을 마련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주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두산 구단은 임태훈을 2군에 보냈고, 송 아나운서도 자신이 진행하던 ‘베이스볼 투나 잇’에서 하차해야 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둘러 싼 여러 소문이 돌면서, 양쪽 부모가 만나 뭔가 를 논의하고 ‘합의’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당사자 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놓고 구단이나 방송국, 또 는 부모들로부터 심적인 압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고인은 지난 4월 자신의 트위터에 “미래가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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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시집이라도 잘 가는 게 현명한 길인 것 같은 데, 내 사랑은 그럴 리도 없다”라는 글을 남기기 도 했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관계가 순탄치 않게 흘러가면서 그녀의 가슴에 점점 깊은 상처가 생 겼던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눈을 감기 최소한 한 달 전부터 그 아픔은 계속 커져왔다. 고인은 평소 매우 여리고 상처를 잘 받는 성격 이었다고 전해진다. 지인들은 그녀가 네티즌이나 주위의 반응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고 스트레 스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얼굴이 알려진 직업 이다 보니 때로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다. 대수롭지 않은 듯 씩씩하게 이겨냈으면 좋으련 만, 여린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지난 4월에는 야구 경기 결과를 전하던 중 말실 수를 해 한동안 악성 댓글에 시달렸는데, 당시 그 녀는 “욕설을 보니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 장이 뛰어서 멍해진다”며 힘들어했다. 며칠 후 미니홈피에는 “자살하는 연예인들 심정이 이해 가 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 와중에 임태 훈 선수와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글이 미 니홈피에 올라오면서(그녀는 자신이 쓴 글이 아 니고 팬에게 아이디를 도용당했다고 했다) 네티 즌들의 장난 섞인 댓글에 또다시 마음을 다쳤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 그리고 상처와 함 께 쏟아진 주위의 삐뚤어진 관심의 무게를 이겨 내지 못했다.

사생활로 구설수, 직장과 꿈을 동시에 잃었다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한 건 사랑의 아픔만이 아 니었다. 자살 소동과 스캔들은 결과적으로 그녀 에게서 꿈을 빼앗았고 현실적인 어려움까지 겪 게 만들었다. 송지선은 일곱 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야구장을


Program

“여자의 수치심이 극단적 선택 불렀나, 그녀를 괴롭힌 네 가지 마음의 짐, 원망스러운 부분 있지만 지금은 딸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을 뿐” 따라다니면서 야구의 재미에 푹 빠졌다. 소위 말 하는 ‘야구광’이었다. 학교 다닐 때도 보충 수업 빼먹고 몰래 야구장을 다니다 혼나기 일쑤였고, 스포츠 아나운서가 된 다음에는 쉬는 날에도 매 일 야구장을 찾았다. 심지어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휴가를 내고 중국에 가 야구 경기를 관람하 기도 했다. 그녀에게 야구는 직업이기 전에 가장 큰 즐거움이고 꿈이었다. MBC스포츠플러스에서 야구 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을 때는 “ 이제야 꿈을 이룬 것 같다”며 행복해했다. 그녀는 야구 팬은 물론이거니와 선수들 사이에서도 열성

딸의 영정과 마주한 엄마의 심경을 가늠해 보는 건 불가능한 일일 터. 하지만 고인이 쓴 책을 차 마 열어보지 못하는 모습에서 유족들이 겪는 아 픔의 크기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적인 아나운서라고 인정받았다. 하지만 자살 소동 이후, 그녀는 프로그램 진행을 중단해야 했다. 회사에서는 그녀의 거취를 공식 적으로 논의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사생활에 관 한 문제니 징계는 없다’고 밝혔지만 이미 스캔들 로 떠들썩했으니 뭔가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건 분명했다. MBC스포츠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당시 “송지선 아나운서가 계약직 사원인 데다 논 란이 크게 불거진 이상 프로그램 하차는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생활로 구설수에 오른 터라 다른 방송사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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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다. 그녀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그때 부터 그녀는 극도로 불안해했다고 한다. 유가족 들은 그녀가 “직업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초조해 하면서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마침 고 인이 생을 마감한 날은 방송사에서 그녀의 거취 를 결정해 통보하기로 한 날이었다. 여기에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쳤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고인은 10년 넘게 서울에서 혼자 생활 했는데 그동안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학비며 생 활비를 챙겨왔다. 고인의 이모는 기자에게 “방송 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한 건 아 니었고, 동생이 아직 학생이라 집에 손을 벌리지 도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녀는 심리적인 괴로 움에 현실적인 고민까지 두 배의 부담을 느꼈고, 여린 성격에 혼자 속으로만 삭이며 끙끙 앓았다.

이모가 전한 유가족의 요즘 고인의 아픔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었다. 기자는 수소문 끝에 서울에 사는 고인의 막내 이모인 배씨를 만났다. 고인과 비교적 나이 터울이 적은 그녀는 “어렸을 때 몇 년간 함께 살았던 터라 유난히 정이 가는 조카 다”라며 입을 열었다. 배씨는 “제대로 피지 못하 고 금세 시든 꽃”이라며 안타까워했고, “조카 또 래의 기자를 보니 괜히 가슴이 먹먹하다”면서 고 인의 마지막 모습과 남겨진 가족들의 심경을 전 해 줬다. 요즘 고인의 부모님은 좀 어떠신가요. 어머님이 장례식 장에서 억울한 표정으로 “나중에 모든 걸 다 말하겠다” 고 하셨는데요

지선이를 둘러싼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았잖아요. 언니는 딸에 관한 얘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 어 했어요. 그런데 다른 가족들이 이제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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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안 하기로 마음을 모았죠. 우리가 어떤 입장 을 말해도 상대는 또 다른 입장이 있을 거고, 그 렇게 평행선을 달리다 보면 또다시 별별 괴소문 이 쏟아지겠죠…. 더 말해 봐야 이상하게 부풀려 진 이야기만 나올 것 같아서 그냥 덮자고 했어 요. 그게 소문 때문에 괴로워하다 죽은 지선이의 영혼을 그나마 위로하는 길이고, 남은 네 식구도 이제 정상적인 생활을 해야 하잖아요. 어차피 세 월이 지나면 사람들은 지선이 일을 잊을 거고 조 용해지겠죠. 고인이 남기고 싶었던 말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가족들은 이제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형부가 빈소에서 기자에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남은 아이들을 보살펴야 한다”라고 말했더니 일 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저렇게 냉 정하게 말하는 걸 보니 친아빠가 아닌 것 같다’ 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기가 막히더라고요. 이러니 가족들이 무슨 말을 하겠 어요. 부모님들은 스캔들이 났던 임태훈씨 측과 연락을 했나요

이제는 아예 안 해요. 지금 와서 두 집안끼리 연 락해 봐야 뭐하겠어요. 장례식 때도 안 왔었고, 만나봐야 솔직히 뭐가 좋겠어요. 야속한 기분도 들겠어요

우리 입장에서야 원망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반 대로 누군가는 또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요. 남녀 관계는 당사자만 아는 거니까 제가 말씀 드리기는 좀 조심스러워요. 다만 지선이가 아파할 때 남자가 잡아줬으면 덜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가 족들이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 그냥 침묵하는 건 아니에요. 지선이가 이미 떠나고 없는데 굳이 남 탓해 봐야 아무 의미가 없어서 그런 거죠.


Program

관계에 대해 시각차를 보인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 서로 상처로만 남았다. 송지선은 상처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내려놓았고, 임태훈은 사건 이후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 채 두문불출 중이다.

빈소에 내걸린 이제 겨우 서른 살인 고인의 사진을 보고 지인들 은 “얘가 지금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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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마음도 여린데, 최근에 힘든 일이 많이 겹쳤죠

야구를 워낙 좋아했던 애라서 스포츠 아나운서 하면서 정말 행복해했는데 악성 댓글 때문에 많 이 힘들어했어요. 남들에게 보이는 직업이다 보 니 이런저런 스트레스도 많았고요. 다른 사람한 텐 말하지 못해도 자기 엄마한테는 힘들다고 자 주 말했나 봐요. 지선이는 마음이 정말 여렸어요. 오죽 힘들었으면 우울증 치료를 받았겠어요. 어머니와 같이 있던 방에서 세상을 떠났는데 어머니 충 격이 크겠어요

언니가 서울에 올라와서 매일 보살폈는데, 그날 딸이 죽는 걸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 어요. 잠깐 못 본 사이에 그렇게 됐다고, 계속 옆 에 있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면서 정말 많 이 울었어요. 부모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언니는 매일 절이랑 성당에 기도를 하러 다녀요. 얼마 전엔 지선이가 언니 꿈에 나타났는데 환하 게 웃고 있어서 마음이 좀 놓였대요. 그래도 날 짜가 지날수록 아픔이 치료되는 게 아니라 가슴 에 점점 더 사무친대요. 어릴 때부터 워낙 똑똑 하고 예뻐서 언니랑 형부가 3남매 중에서도 특 히 지선이를 끔찍이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두 사 람 다 매일 링거 맞으면서 남은 애들을 생각해 버티고있어요. 동생들이 아직 어리다던데, 잘 견디고 있나요

아니요. 무척 힘들어해요. 막내가 올해 스물한 살 이에요. 형부가 교수로 있는 학교에 다니는데, 학 교에서도 누구 교수 아들이라는 얘기보다 송지선 동생이라는 얘기를 더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던 애였어요. 누나가 집에 왔다가 서울로 올라가면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울 만큼 유독 따랐죠. 막내 는 지선이가 죽었다는 걸 인정할 수 없다고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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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에도 안 왔어요. 배씨는 문득 달력을 넘겼다. 날짜를 가만히 세어 보더니 “7월 10일이 49재”라며 힘겹게 입을 열었 다. 아직 너무 젊은데, 조카의 명이 그것뿐이라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스캔들 당사자 임태훈, 충격으로 두문불출 중…

고인과의 스캔들에 휘말렸던 두산 베어스 투수 임태훈은 현재 두문불출이다. 고인이 생을 마감한 날 2군으로 내려간 후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고 있다. 두산 베어스 구단 의 한 관계자는 “임태훈이 워낙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여서 2군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 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월 13일 경기도 구 리에서 열린 2군 경기에 갔을 때도 그는 선수단 과 동행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하 지 않는 선수는 있지만, 경기장에 아예 나오지 않 는 경우는 드물다. 구장 관계자들은 임태훈에 관 한 질문에 다들 함구했다. 기자는 서울 대치동에 있는 그의 집도 여러 번 찾 아갔지만 가족과 접촉할 수 없었다. 만나서 얘기 를 나누고 싶다는 편지를 남겼지만 연락은 없었 다. 이웃 주민들도 한동안 그의 가족들을 잘 만나 지 못했다고 했다. 사건 이후 임태훈 측도 심리적 인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는 국가 대표 출신의 스타급 선수다. 지난 2010 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 다. 올해도 프로 야구 개막 후 한 달 동안은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스캔들이 터지기 하루 전인 5월 6일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날 임태훈은 평소와 달리


Program 상대 타자들에게 많은 안타를 허용하며 점수를 내준 다음 마운드를 내려갔다. 고인의 미니홈피 글이 화제가 됐던 5월 7일에는 팀이 이기고 있을 때 출전해 홈런을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그리고 2군으로 내려갔다. 그로부터 2주 후, 인터넷을 달구던 스캔들이 잠 잠해질 무렵 임태훈은 1군으로 복귀했다. 이날 구단을 통해 “송지선과 연인 사이가 아니다”라고 밝혔고, 그날 경기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둬 충격에서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튿날 송지선이 생을 마감했고, 결국 그는 이틀 만에 다 시 2군으로 강등됐다. 구단 측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심신이 불안정해 2군 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태훈은 언론과 의 접촉을 피했다. 대신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 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이 일어나서 감독으 로서 유감스럽다. 감독에게도 책임이 있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팀을 잘 추스르겠다”며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동료 선수는 “본인이 잘 추스르고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며 말을 아꼈다. 주전 투수가 빠지자 두산 베어스의 성적도 하락 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개막 후 줄곧 2위를 달리 던 두산 베어스는 5월 들어 부진에 빠졌다가 임 태훈이 스캔들에 휘말린 후부터 급격히 무너지 며 7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6월 13일에는 8년 동 안 팀을 지휘했던 김경문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 유로 사퇴했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소속팀 성적 이 급격히 하락하고 김경문 감독까지 옷을 벗으 면서 임태훈의 부담도 더 커졌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임태훈이 1군에 복귀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5월 7일 송지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두산 베어스 임태 훈과의 관계 폭로 글 게재. 송지선 트위터에 자살 암시 글 등록. “미니홈피 글은 해킹당했다” 해명 5월 8일 송지선 사과 글 게재, 야구 관련 프로그램 진행 중단 5월 10일 임태훈 2군행 5월 22일 임태훈과 1년간 열애 사실 공개, 이날 1군 복귀한 임태훈은 열애설 부인 5월 23일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투신 자살, 임태훈은 두문 불출 중.

송지선의 마지막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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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군대 보낸 부모 마음을 쐈나

해병대 총기 사건, 안타까운 뒷얘기 일각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해야 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픈 사건’이라며 안타까워한다. 해병대 내무반에 발사된 13발의 총알은 눈을 감은 청년들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들의 마 음까지 쐈다. 해병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비극 이 생긴 걸까. 그 안타까운 뒷얘기를 취재했다. 취재_이한 기자 사진_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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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총기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 모 상병은, 사 고 당일 수류탄으로 자살을 시도하다 부상을 입 고 현재 해병대 2사단 의무대에 격리 구금돼 있 다. 사건 초기에는 부모가 병실을 지켰으나 일주 일 후 그가 공식 구속되면서 가족들은 현재 병원 을 떠나 있는 상태다.

김 상병 아버지 “죄인 주제에 무슨 할 말 이 있겠느냐…” 사건이 벌어진 날, 김 상병의 아버지는 아들이 다 쳤다는 연락을 받고 경북 구미에서 부랴부랴 올 라왔다. 부대 방향으로 차를 몰다 아들이 성남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말에 급히 발길을 돌렸고, 다시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겼다는 소식에 10시간 가까이 운전을 했다. 황망하게 병원으로 달려가 던 와중에야 가해자가 아들이라는 소식을 들었 다.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병원에 누운 아들 에게 그저 ‘왜 그랬느냐?’는 질문밖에 할 수 없 었다. 김 상병의 부모는 사건 당일부터 6일 동안 병원에 머물며 아들 곁을 지키다 구속된 후 집으 로 돌아갔다. 부부는 아들에게 “교도소 가면 봉 사하는 마음으로, 죄를 씻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 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김 상병이 평소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 었다는 걸 몰랐다. 사건 후 김 상병이 자신의 신 병을 비관하고 분노의 감정을 표현해 둔 메모가 발견됐지만, 가족들에게는 그런 얘기를 꺼낸 적 이 없다. 최근 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김 상병 의 동생은 지금도 뉴스 속 그 사람이 자기 형이 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한다. 김 상병은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친구들에게도 부대 안에서의 일을 잘 털어놓지 않았다.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친구들이 근황을 물으면 그냥 ‘사회 랑은 좀 다르다’고 말할 뿐 별다른 언급은 없었 다. 최근에는 친구들과 휴가 날짜를 맞춰 놀러 갈 계획을 세우는 등 여느 청년들과 다름없는 모습 이었다. 고향 친구들은 사건 속 김 상병이 자기 친구라는 사실이 전해지자 믿기 힘들다는 반응 을 보였다. 구속이 결정되고 곧 변호사가 선임됐다. 군대 인 권을 다루는 시민 단체 ‘군인권센터’에서 변호사 연결을 도와줬다. 하지만 김 상병의 부모는 ‘무슨 염치로 변호사를 선임하겠느냐. 사과하는 일 말 고는 아무것도 못 하겠다’며 변호인 접견을 한동 안 고사했다. 부모의 사양으로 결국 무료 국선 변 호인이 선임되려던 찰나, 법무법인 창조의 이 모 변호사가 김 상병의 변호를 자처하고 나섰다. 창 조는 지난 2005년 경기도 연천 GP초소에서 총 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가해자 김 모 일병 의 변호를 맡았던 곳이다. 이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들 셋을 군대 에 보내본 사람으로서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마 음이 들어 변호를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상병이나 가족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세상 을 떠난 청년이 넷이나 있고 유가족들의 마음이 아직 달래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 상병의 입장을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상병의 부모는 지난 7월 14일 변호사를 만나 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그날도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연방 고개만 숙였다. 두 사 람은 요즘 누구를 만나든 “유가족분들께 정말 죄 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정 이병 어머니 “4일만 있으면 휴가였는데…” 105


사건 당일 김 상병의 범행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 는 사람이 있다. 현재 해병대 2사단 구치소에 구 속된 정 이병이다. 조사 결과 범행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해군 중앙 수사단은 정 이 병에게 사전에 김 상병과 함께 범행을 공모했다 는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정 이병의 부모는 지난 7월 14일 기자와 만난 자 리에서 “아들의 혐의를 믿을 수 없다”며 울먹였 다. 정 이병이 부대 전입 후 선임병들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했고, 팔에는 담뱃불로 지진 상처가 있 다는 기사가 보도된 후였다. 어머니 이씨는 “아들에게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 었지만 워낙 겁에 질려 있는 데다 너무 괴로워해 서 도저히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 버지 정씨도 “집으로 전화를 걸어올 때마다 늘 잘 있다고 했고, 훈련이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견딜 만하다기에 안심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부부는 손을 앞으로 나란히 모은 자세로 한참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들이 첫 휴가를 나오기 4일 전에 사고가 터 졌어요. 며칠만 기다렸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 데….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떻게 보 면 우리 아들과 김 상병도 피해자입니다.” 정 이병의 변론은 여성 인권 변호사로 알려진 김 모 변호사가 맡고 있다. 변호사는 기자와 만나 “ 정 이병이 가족과 면회한 자리에서 ‘김 상병은 정 신병자가 절대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정 이병이 처음 가족과 만나던 날 겁에 질린 채 계속 울기만 했고, 변호사가 뭘 물 어봐도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할 만큼 바짝 군 기가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정 이병의 부모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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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이후 최근까지 언론에 해병대 관련 뉴스만 나 와도 노심초사 걱정하며 변호사에게 전화해 걱정 을 털어놓고 있다. 정 이병은 신학도 출신으로 평소 경기도 평택의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목회자를 꿈꿔왔 다. 현재 그가 다니던 교회의 지인들은 “(고참의 지시대로) 이등병이 상병과 함께 범행을 공모했 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 이병 구명 운 동을 벌이고 있다.

아들 잃은 유가족들 “아이들을 가해자로 내몰 지 마라” 지금 가장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이미 세상을 떠 난 청년들의 유가족이다. 이들은 “아들을 잃은 슬 픔은 말할 것도 없고, 가혹 행위가 이슈로 떠오르 면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이 별안간 가해자 취 급을 당하는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례식 기간 동안 성남의 국군수도병원 영안실 에서 유족과 만났을 때도 그랬다. 거기서 만난 유 족 중에는 김 상병이 평소 ‘죽이고 싶다’고 언급 했던 해병대원의 친형도 있었다. 그는 “오히려 김 상병이 동생을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형의 주장 에 의하면, 숨진 해병대원은 사고 전날도 전화를 걸어 ‘김 상병에게 시달리느라 힘들고 괴롭다’고 털어놨다, 그는 “왜 동생이 왜곡된 눈으로 비쳐지 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인의 아버지도 “김 상병이 아들을 성희롱하는 등 상습적으로 괴 롭혔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사망자의 아버지도 “피해자인 우리 아들 이 순식간에 가해자로 바뀌어버렸다”면서 “며칠 만 있으면 포상 휴가를 나온다던 아들이 총에 맞 아 죽었는데, 마치 후임병을 괴롭히는 나쁜 고참


Program

군대에서의 사건,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모들이 피부로 느끼는 구타나 가혹 행위, 왕따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래 사진은 총기 사고가 일어나기 이틀 전, 다른 해병대 부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 이등병의 유가족이 군 수사관들과 나눈 대화를 적어둔 메모다. 이 쪽지에도 구타와 가혹 행위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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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된 것 같아 억장이 무너진다”며 억울해했다. 한 유족은 “택시 기사 수입으로 대학 등록금 대 기가 버거워 조카가 어렵게 학비를 벌며 공부하 다 해병대에 왔는데 불명예스럽게 눈을 감았다” 며 침통해했다. 실제로 유족들은 군의 조사 결과 발표와 언론 보 도에 각별히 신경을 쓰면서 혹시라도 고인들이 왜곡되게 비쳐질까 염려했다. 사고 당일, 긴박한 현장에서 정신없이 기사가 쏟아져 보도 내용에 크고 작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는데, 유족 대표 들은 그때마다 거세게 항의하며 단어 하나, 작은 뉘앙스에도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상병과 정 이병 어떻게 되나, 상관 살해 적 용되면 형량 무거울 듯, 정 이병은 치열한 법 적 공방 예상 현재 부상을 당한 김 상병은 해병대 2사단 의무 대에 격리됐고, 정 이병은 2사단 구치소에 수감 됐다. 김 상병에게는 상관 살해와 살인, 살인 미 수, 군용물 탈취 혐의가 적용됐고, 공모자 정 이 병은 살인 미수를 제외한 나머지 3개 부문에 대 해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일단 김 상병은 범죄 행위 자 체가 이뤄진 상황이라고 보지만, 정 이병에게는 과연 공범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따 져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단 총기 사고를 조사한 군 당국은 “(정 이병이) 공모한 것은 맞지만,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 다”고 밝혔다. 총기 탈취나 사격 등 직접적인 범 죄 행위는 저지르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이 부분 만 보면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을 것으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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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다. 물론 이것은 1차 조사 결과이고, 정확한 내 용은 앞으로 재판을 통해 가려지게 된다. 사건이 크게 이슈화됐지만 본격적인 조사와 재판 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우선 지난 7월 19일, 사 건 발생 후 처음으로 현장 검증이 열렸다. 김 상 병 측은 비교적 순순히 조사에 응했고, 정 이병 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우선 상관 살해는 군법에서 가장 무겁게 다루는 죄 다. 만일 이 부분이 유죄로 인정되면 무기 징역 이나 사형 수준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경기도 연천 최전방 소초에 서 총기 사고를 일으켰던 김 모 일병에게도 사 형이 선고된 바 있다. 다만, 정 이병의 경우 공모 범위가 어디까지 적용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 라질 수 있다. 현장 검증을 앞두고 김 상병 변호인은 “유족들의 마음이 진정되는 게 먼저”라면서 향후 변론 계획 에 대한 말을 아꼈다. 정 이병의 변호인은 “정말 로 역할을 분담해서 범죄 행위에 가담했는지 여 부는 철저한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제 하면서 “변호인 입장에서는 공범으로 보기 힘들 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해병대 사고 일지 재구성, 의도적인 조준 사격인가 우발적 실수인가 김 상병은 왜 총을 쐈을까. 이 의문을 두고 여러 얘기가 오 간다. 삐뚤어진 군대 문화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있고, 적응 하고 참아내지 못한 개인의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7 월 4일 낮 11시 40분, 김 상병이 동료들에게 K-2 소총 13발 을 쐈다. 사건이 일어나기 두시간 전, 김 상병은 정 이병에


Program 게 ‘○○○를 죽이고 싶다’고 말했으나 정 이병은 ‘그러지

한편 김 상병 역시 왕따와 가혹 행위의 피해자였다는 주장

마십시오’라며 말렸고, 김 상병이 범행에 동참할 것을 지시

도 있다.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이병은 변호사와 만난

했으나 정 이병은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해군

자리에서 “(김 상병은) 탈영하려고 총을 훔쳤는데 총을 들

중앙 수사단이 공식 발표한 사건 당일 현장의 모습이다.

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자기에게 다가오니까 엉겁결에 쐈

해병대 측은 김 상병이 총을 ‘난사’한 것이 아니라 특정 인

다. 그다음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물을 향해 ‘조준 사격’했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범행 동

이병은 변호인을 통해 “김 상병이 부하들에게도 제법 잘 해

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사본부 측에서는 계획적으로

줬고 상관에게 깍듯했지만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

벌인 일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사건 직후 김 상

보도에 의하면, 김 상병 역시 면회하러 온 가족들에게 “(처

병이 조사단과의 면담을 통해 “모두 죽이고 도망가려고 했

음 총을 쏜) 그 순간부터 손이 덜덜 떨리고 내 정신이 어떻

다”는 진술을 한 데다, 부대원 중 일부가 “김 상병이 평소 적

게 돼버렸다”고 말했다. 실제 가장 먼저 사망한 것으로 알

응을 잘 못해 선임병에게 질책을 많이 받았다”고 증언했기

려진 이 모 상병은 평소 김 상병과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때문이다.

알려졌다.

해병대 총기 사건, 안타까운 뒷얘기 “군대라서 그렇다는 시선 경계해야”

해병대의 기수 열외가 사고 불렀나_

왕따와 가혹 행위가 이슈가 된 건 김 상병이 조 사 과정에서 구타와 ‘기수 열외’를 언급하면서부 터다. 기수 열외는 해병대에만 존재하는 은밀한 문화로 부대원들이 특정 병사를 따돌리는 행위 다. 김 상병은 누가 왕따를 시켰느냐는 질문에 사 망자 중 한 명을 거론했다. 그는 평소 김 상병이 ‘죽이고 싶다’고 언급했던 바로 그 대원이다. 그가 주동자로 지목한 사람은 김 상병보다 후임 이다.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해병대는 ‘기수’가 곧 생명이어서 제대한 지 십수 년 된 사 람들도 선배 해병에게는 무조건 깍듯하게 대하 지 않던가. 하지만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거

기 얽힌 뒷얘기가 있었다. 기수 열외 대상자로 지 정되면 후임병들을 시켜 그 사람에게 일체의 고 참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 조사 결과 김 상 병은 “기수 열외 대상자는 아니었지만, 몇몇 후임 들이 선임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 조만간 기수 열외가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을 갖 고 있었다. 공범으로 지목된 정 이병은 가혹 행위를 당했 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학대학 출신으로 목회자 를 꿈꿨는데, 한 고참이 ‘병장은 하느님과 동급이 니까 나를 믿으라’면서 정 이병 앞에서 성경책을 불태웠고, 팔을 담뱃불로 지지는 등 육체적-정신 적인 가혹 행위가 이뤄졌다. 심지어 바지에 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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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이거나 얼굴과 목에 소염제를 발라 놓고 화끈 거려도 씻거나 만지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 다고 한다. 실제로 사건 후 조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저지 른 것으로 밝혀진 해병대원 2명이 추가 구속됐 다. 김 모 병장과 신 모 상병이 폭행 혐의로 구 속된 것. 해군 중앙 수사단에서 부대원들을 상대 로 집중 조사한 결과다. 이들은 김 상병과 정 이 병에게도 직접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사망한 해병대원들과 김 상병, 정 이병 사이 에 평소 어떤 일들이 오갔는지는 아직 자세히 전 해지지 않고 있다. 군기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_

최근 군대와 관련해 안타까운 소식이 자꾸 전해 온다. 행군하던 훈련병이 탈진해 숨지는가 하면, 귀가 답답하니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가 꾀병이라며 묵살당했던 이등병이 스스로 목 숨을 끊기도 했다. 최근에도 해병대에서 자살 사 건 2건이 보도됐다. 이렇게 군대 내의 사건 사고 가 여러 차례 이슈가 되던 차에 총기 사고까지 터지면서 병영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 아졌다. 이번 총기 사고를 보면서 누가 먼저 괴롭혔는지, 누구의 잘잘못인지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잊 을 만하면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 유를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개인의 부적응으로 보 는 시각을 경계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군인권센 터 임태훈 소장은 “문제를 자꾸 특정 대상으로 만 한정 지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구조적인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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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와 사회적인 문제가 있는데 개인에게만 책임 을 물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두 해병대원의 변 호사도 나란히 그런 입장을 밝혔다. “범죄 행위 와 공범 여부에 대한 법리적인 판단은 냉정하게 내려야겠지만, ‘군대라서 그렇다’ ‘적응을 못하고 사고 쳤다’ 이런 시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구타나 가혹 행위를 사병들만의 문제라고 축소 해서 보는 시각도 문제다. 임태훈 소장은 “간부 들은 내무 부조리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사병들 사이의 악습’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고위 간부는 하급 간부들을 대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 돌 아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개개인의 군기가 아니라 조직 분위기 전체를 손대야 한다는 목소 리가 높다. 군 당국에서는 늘 ‘재발 방지 교육을 철저히 하 겠다’고 밝히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늘 불안한 게 사실이다. 군인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부모 들은 뭘 해야 될까. 인권센터 관계자와 심리 상 담가들은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나보다 약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바른 인식을 심어주 라고 조언한다. 힘없고 약한 아이와 어떻게 어울 리라고 가르쳤는지, 혹시 공부를 좀 못하거나, 집 안이 어려운 아이들과 놀지 말라고 한 적은 없 는지 짚어보자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 과는 별개로 좀 더 큰 틀에서 본다면”이라는 단 서를 달고 “나도 엄마지만 자기를 사랑하는 법 을 가르치는 데는 관심이 많은데 다른 사람을 사 랑하는 법을 가르치는 부모는 적은 것 같다”면 서 아쉬워했다. 성인이 된 아들은 군대 얘기를 부모에게 털어놓지 않는


Program 다_

국방부가 밝힌 군 사망 사고 현황을 보면 2006 년 이후 지난해까지 전부 625명이 복무 중 눈을 감았는데 자살이나 총기 사고, 폭행 등으로 인한 사망자가 400여 명으로 가장 많다. 특히 자살자 수는 지난 2006년 77명에서 2010년에는 82명으 로 소폭 늘었다. 이에 대해 임태훈 소장은 “자꾸 군기를 강조하면 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 변화에 군 이 적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군대에서 누가 괴 롭혀도 다들 ‘잘 있다, 괜찮다’라고 말하지, 스무 살 훌쩍 넘긴 아들이 그걸 부모에게 얘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 으면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 국 장은 “군대 스스로 인권이나 병영 활동 실태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군 의 특수성을 감안해야겠지만, 공정한 외부 기관 을 통한 꾸준한 감시도 필요하다고 본다”는 견해 를 밝혔다. 실제로 인권 단체 등에서는 군부대 방문 조사 등 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지난 2005년 이후 외부에서 군대 내부의 자세한 인권 실태 조사를 실시한 적은 없다. tip_해외 군 인권 보호 사례 대만은 외부 인력인 인권 운동가나 교수, 심리 상담가 등이 인권 위원으로 위촉돼 부대 안에서 활동하고 있고 독일은 지난 1915년부터 민간 위 원으로 구성된 ‘국방감독관’이 상시적으로 부대 에 방문해 조사한 내용을 공개한다. 군인권센터 는 국내에도 이 제도를 도입하자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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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노는’ ‘똘끼충만’ 딴따라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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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요즘 대세 UV와 이태원 클럽에 동행하다! 히트곡 ‘이태원 프리덤’ 발표 이후 이태원 클럽 최초 입성이다. 지난 7월 17일 새벽 1시 30분, 인기 그룹 UV가 이태원에 위치한 클럽 로코코에 나타났다. UV가 초대된다는 사실에 이날 클럽의 티켓은 진작 매진이었다. 수백 명이 빼곡히 들어찬 클럽 안에는 UV를 외치는 목소리와 환호로 엄청난 열기 를 뿜어내고 있었다. UV의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열광케 하는가. 그들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함 께,지난밤 이태원을 들끓게 한 UV와의 클럽 동행기를 방출한다.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UV가 갖는 사회적 가치

개그맨 유세윤과 아티스트 뮤지로 구성된 UV의 인기가 대단하다. 그냥 즐기려고 시작한 두 남자 의 유쾌한 놀이에 대중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빠 져들고 있다. 지난해, 재미 삼아 만든 ‘쿨하지 못 해 미안해’가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네티즌의 폭 발적인 사랑을 받은 이후 이들은 ‘집행유애’ ‘인 천대공원’ ‘이태원 프리덤’ 등을 연속으로 히트시 키며 UV의 저력을 과시했다. 뼛속까지 개그맨이 라는 의미의 ‘뼈그맨’ 유세윤과 실력파 뮤지션으 로 전문 음악 업체인 뮤지사운드를 운영하는 뮤 지의 결합이기에 이들은 개그와 음악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었다. 확실히 UV는 대중문화계에서 독보적 존재다. 일 단 개그맨인지 뮤지션인지, 그들의 정체성을 확 실하게 규정짓기 어렵다. 개그로 보기엔 너무나 잘 만든 노래, 정식 가수로 보기엔 지나치게 유치 하고 엽기적인 행각들 때문이다. 손등에 ‘뽀로로’ 스티커 문신을 새기고, 교실에서 신는 ‘삼선 슬리 퍼’로 멋을 내면서도 음악성만큼은 기성 가수 못 지않게 훌륭하니 이들이 스스로를 ‘천재 뮤지션’ 혹은 ‘범우주적 스타’라 해도 밉지 않다. 이 모든

게 ‘개그’라는 안전지대에 있기 때문에 대중은 이 들에게 관대한 시선을 보낸다. UV가 재미로 보 여주는 놀이에 대중 또한 재밌어서 동참하고 있 기 때문이다. 가수 유희열도 “이 시대 문화 아이 콘이고 신드롬의 주역인 데다 처음으로 나도 이 팀에 가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질투와 샘이 나 는 그룹”이라며 자신의 진심에 UV식 개그 코드 를 담아 이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사실 UV가 보 여주는 퍼포먼스와 음악은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꽤나 훌륭하다(기존의 개그맨들이 리메이크 음반 을 발표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UV의 음악 을 들어본 이들은 대부분 ‘중독성이 장난이 아니 다’라고 평한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가요’ 를 만드는 능력을 가졌기에 이들은 대중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이토록 완벽하게 개그와 음악 을 컬래버레이션한 이들은 없었기에 UV는 그 희 소성 면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들이 건네는 카타르시스가 흥행의 포인트

평범한 지구인 두 사람이 위대한 UV로 변하는 데 필요한 장치는 가발 하나면 된다. 이들은 가발 을 통해 UV라는 독특한 가상 쇼로 사람들을 불 러 모으고 정말 마음껏 자신들의 ‘똘끼’를 표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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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게임 음악을 하는 뮤지(위)는 코미디 연기가 하고 싶었고, 개그맨 유세윤(아래)은 음악이 하고 싶었다. 오랜 친 구인 두사람은 ‘유부남 둘’이라는 의미의 UV를 만들어 재미있게 놀고 있다.

다. 스스로를 ‘음악의 신’이라고 설정한 UV는 완 벽한 역할 놀이를 대중에게 제안하고 있는 것이 다. 빅뱅, 김조한, 정엽, 박진영까지, 그들은 내로 라하는 뮤지션들을 마구 조롱(인터넷에서는 이 를 ‘UV 능욕’이라고 말한다)해도 이런 장난에 딴 지를 거는 안티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장 난도 정도껏 하라’는 목소리도 있긴 하지만, 대체 적으로 UV는 우호적인 시선 아래에서 활동하는 특혜를 누린다. 유세윤과 뮤지는 UV 활동을 통해 돈을 벌고 성 공을 해야겠다는 집착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정말 재밌어서 곡을 쓰고, 집에서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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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뮤직비디오를 찍고, 자신들을 찬양하 는 페이크(가상) 다큐멘터리(‘UV 신드롬’)을 만 들 뿐이다. ‘진정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못 당해 낸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들은 몸소 보여 주고 있다. 외부 작곡가의 곡을 받지 않는 이유 도 ‘UV만의 독창적인 성향이 담긴 음악을 만드 는 게 정말 재밌어서’란다. 이들에게 ‘창작의 고 통’ 같은 건 없다. 이 모든 과정 자체가 남 주기 엔 너무도 아까운 자신들만의 신나는 유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말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이 두 남자의 모습에서 대중은 대리 만족을 느끼며 열광하고 있다. 그리고 UV가 보여주는 즐


Program 거운 장난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물질적 성공 같은 건 관심 없다며 쿨하게 넘기고 더 큰 재미 의 보물섬을 찾아나서는 다 큰 사내들의 놀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니까. 아래 기사는 UV의 ‘우주 대스타’라는 재밌는 설정 을 그대로 따르며 진행했습니다. UV와 세 시간 동안 야밤 동행을 하면서 사람들 이 왜 UV에게 열광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 다. UV는 “나는 왜 열정도 없고 사는 게 시들한가” 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제공하 고 있었습니다. UV와 함께한 시간을, 그들이 성공 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인 ‘행복 키워드’로 정 리해 봤습니다. PM 11:00 민낯, 뮤지션 UV의 자신감

UV를 만나기 위해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이

태원에 도착했다. UV가 공연할 클럽 앞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토요일 밤에 클럽을 찾은 남녀들은 저마다 화려한 복장으로 한껏 멋 을 냈고 “오늘 진짜 UV 오는 거야?”라며 살짝 흥분한 상태로 줄을 서 있었다. UV의 매니저에 게 전화를 걸어 그들의 행방을 물었다. 대학로의 ‘HOT 떡볶이’ 가게에서 분식을 먹고 있다는 상 황이 접수됐다. 요즘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음악 페스티벌 준비 때문에 노래 연습을 하다가 출출 해졌다는 것. 좀 일찍 와서 메이크업 하는 모습 을 찍으면 안 되겠느냐고 하자 “UV는 메이크업 을 하지 않아요. 그들은 언제나 민얼굴이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주얼 가수 타이틀은 김범수에 게나 줘버린 UV는 오직 음악만으로 승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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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자신감으로 얼굴은 내버려둔단다. 행사나 방 송을 할 때 메이크업 숍에 들를 일이 없으니 이 들의 출발지는 언제나 유세윤의 스위트 홈인 경 기도 파주다. AM 12:30 가발 쓰기는 일종의 의식 행위

우리의 만남은 클럽 옆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 서 성사되었다. 편안한 복장으로(알고 보니 무대 의상이었다!) 기다리던 UV와 감격적인(기자에게 만) 첫인사를 나눴다. 준비하는 모습부터 사진을 찍으려 하자 “일단 가발부터 쓰고요”라며 은근히 경계한다. UV에게 가발 쓰기란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배우가 짙은 분장으로 역할 준비를 하듯, 이들은 레게 스타일의 독특한 가발을 쓸 때 에만 ‘음악의 신’ UV로 변신을 하는 것이다. 이 가발은 유세윤, 뮤지에겐 확실한 자기 최면이고 지켜보는 이들에겐 ‘UV라는 쇼를 보고 있다’라는 정확한 표식이 된다. 그동안 UV는 공식 활동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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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에 가발을 쓰지 않고 나선 적은 한 번도 없었 다. 매번 다양한 스타일의 가발과 헤어밴드를 직 접 구입한다는 유세윤은 이태원 첫 공연을 기념 해 새 가발의 포장을 뜯었다. 잘 어울린다는 칭찬 에 “뮤지가 쓴 게 더 예쁜 것 같은데…?”라며 은 근히 파트너의 비주얼을 탐내면서도 카메라 앞에 서 ‘세윤신’(네티즌이 붙여준 애칭)만의 도도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쉬지 않고 선보였다. 요즘 UV를 찾는 곳이 많아 피곤하지 않으냐는 물음엔 “어차피 즐기려고 하는 거라서, 되도록 힘들다는 마음은 안 가지려고 해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UV를 많이 좋아해 주시니까 신나서 하고 있어요”라며 ‘진정 즐기는 자’의 모습을 보 여줬다. 지하 주차장이라 딱히 앉아 있을 곳이 없 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세윤신은 멀뚱히 서 있는 기자에게 자신들이 타고 온 차에 앉아 있으라며 기꺼이 자리를 양보하기도 했다. UV가 내려준 ‘ 강 같은 은혜’에 감격하며 그들의 변신을 하나하


Program 나 지켜보았다. AM 12:45 UV의 팬이라면 자격 시험은 필수

유세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뮤지는 그 룹 하이사이드의 리더로 10년 넘게 음악을 해온 뮤지션이다. 광고와 게임 음악을 전문으로 만드 는 프로듀서인 뮤지는 뛰어난 가창력과 작곡 실 력으로 UV의 음악적 수준을 높이는 중요 인물이 다. “평소 코미디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UV 활 동을 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라며 담담하게 이 야기하는 뮤지의 환한 미소가 보고 싶어 “UV의 팬이다, 1집 사인 CD도 갖고 있다”라고 하자, 2 집 수록곡인 ‘999’를 당장 불러보란다. 예상치 못 한 공격, 역시 UV다운 팬 감별법이다. UV 앞에 서 이 정도 테스트쯤은 통과해야 그들의 진정한

팬이 될 수 있는 것. 그들은 팬에게도 호락호락하 지 않았다. “‘집행유애’와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가사를 안 보고도 부를 수 있는데 왜 하필 잘 모 르는 곡을 시 키느냐”며 머쓱해하자, 대뜸 “껌 있 어요?”라며 딴소리를 한다. 역시 어디로 튈지 모 르는 UV다운 쿨함이다. 클럽 공연을 앞두고 기 대되지 않느냐는 말엔 “우리가 방송을 안 하니 까 인기가 많은지 잘 모르겠다가도, 클럽이나 콘 서트 무대처럼 관객들이랑 직접 만날 때 미친 듯 이 환호해 주니까 기분이 좋아요”라며 전혀 들뜨 지 않은 말투로 말한다. 뮤직비디오나 무대 위에 선 다양한 감정을 표출해 내는 그들이지만, 평소 엔 평정심을 유지한다. 유세윤이 무대용 신발인 핑크색 삼선 슬리퍼로 갈아 신자 모든 채비가 끝 났다. 이제 클러버들을 열광시킬 시간, UV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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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불빛, 젊음이 가득한 세상’인 이태원 거리 로 성큼성큼 나섰다. AM 1:30 UV는 떨지 않는다

혼잡한 클럽 안이라 혹시 모를 안전 사고에 대비 하기 위해 경호원만 5명 이상, 매니저까지 합세 해 족히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UV를 감싸며 무 대 옆의 작은 대기실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클 럽은 UV의 광신도들이 모인 듯, 그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로 고막이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대기실 의자에 앉은 UV는 목을 풀거나 물을 마 시는 등 라이브를 위한 별다른 준비는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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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 뮤지는 가발 이쪽저쪽에 꽃을 꽂아보다가 TV에 시선을 돌린다. “전혀 긴장되지 않아요. 재 밌을 것 같은데. TV 재밌네요”라며 담담한 목소 리로 딴소리를 한다. 평소 실력으로 해보겠다는 대단한 자신감, 무대에서 마음껏 놀겠다는 편안 한 마음이 두 사람을 더욱 미치게 하는 원동력이 었다. 정말 1초도 떨지 않던 UV는 오프닝 곡인 ‘999’의 반주가 흘러나오자 무대 위로 그냥 뛰어 올라간다. 그들의 등장에 좀 전보다 10배는 큰 환 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클럽에 모인 사람들을 순 식간에 장악하는 UV. 뛰어난 실력이 뒷받침된 ‘ 우주 대스타’다운 면모였다.


Program

AM 2:00 우린 넘버원, 당당히 최고급을 요구하라

겨우 노래 한 곡이 끝나는데도 클럽은 열광의 도 가니다. UV는 “ ‘이태원 프리덤’을 발표하고 나서 오늘이 이태원 첫 공연이에요. 아, 드디어 적당한 값을 받고 이태원 무대에 오르네요!”라고 특유의 건방진 표현으로 기쁨을 표했다. 열창으로 목이 타자 물을 달라던 UV는 “프랑스제 에모 생수 없 어요? 우린 고급만 먹는데?”라고 톱스타답게 당 당히 최고급을 요구한다. 이들이 도도한 말을 내 뱉을수록 팬들의 함성 소리가 더 높아진다. 오늘 의 드레스 코드가 복고라는 말에 클러버들을 둘 러보던 유세윤은 “뭐야, 그냥 촌스럽게 입은 거잖 아요? 거긴 그냥 옷 못 입은 사람들인 거죠?”라 고 깐죽거렸고 여기저기서 ‘킥킥’ 웃음이 터져 나 온다. UV의 ‘관객 능욕’에도 누구 하나 기분 나 빠하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한 남성 팬은 UV에 게 “형님 욕해 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 다. “에이, 무대에 있는 우리가 어떻게 욕을 해요. 그러지 말고 여러분이 시원하게 저희한테 욕해 주세요”라며 관대한 미소를 짓는 UV.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때 수백 명의 클러버가 UV를 향 해 온갖 욕을 하자, 이에 질세라 UV는 마이크를 입 가까이 대고 더 다양하고 걸진 ‘욕 세트’를 내 뱉는다. 거친 욕을 들었음에도 관객들은 까무러 칠 듯이 더 좋아하니, 이런 희한한 광경을 어디 에서 또 볼 수 있을까. 얼마 전 시상식에서도 “ 벌써 세 번째 수상이라 솔직히 좀 지겹네요. 도 대체 우리 음악을 왜 좋아하는 거죠?”라는 재수 없는 멘트를 과감히 해 화제에 오른 UV는 이처 럼 아슬아슬한 농담을 통해 의외의 웃음을 선사 한다. “우린 뭐든지 다르게 가고 싶어요. 특별한 게 좋잖아요.”

앙코르까지 총 4곡을 연달아 부른 UV는 땀으로 온통 젖은 몸을 티슈로 대충 닦고 가발을 벗은 후 다시 클럽을 빠져나갔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달라, 사인을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안전을 염려해 일단 밖으로 무사히 나가야 했다. 이태원 길거리에서 진짜 UV를 만난 사람들은 “ 어머, UV다! 대박!”을 외치며 “이태원 프리덤 짱!” 을 연발하기도 했다. 식상함을 거부하는 UV의 자유로운 정신이 무엇 인지, 가까이에서 그들의 공연을 보면 충분히 느 낄 수 있다. 손을 높이 들며 ‘프리덤!’을 외치는 그 들에게선 우리가 마음속으로만 상상하던 진짜 ‘ 자유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 그맨과 뮤지션의 성공적 하이브리드로 대중문화 계에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UV. 이들의 더 강한 장난을 기대하는 건 기자뿐만이 아닐 것이 다. 보고 있나 UV, 그대들이 진정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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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여성들의 희망

효재와 통영 누비 사업단에 가다 경남 통영의 대표적인 어시장 서호시장. 여기에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 이주 여성들의 희망이 자라나고 있는 이곳에 이효재씨와 동행했다. 기획_김지선 기자 사진_문덕관(studio lamp) 취재 협조_민들레누비사업단(055-646-8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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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통영의 보물, 누비 통영의 누비는 섬세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이곳의 지역 특화 사업이다. 통영에서는 적극적으로 통영 의 전통 누비를 지원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통영YWCA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결혼 이주 여성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다. 이 훈련은 통영 YWCA 에서 운영하는 ‘민들레누비사업단’으로 2009년부 터 바느질 교육과 판매를 시작했고 올해 2011년부 터 한국여성재단으로부터 ‘다문화가정 직업ㆍ창 업 지원 사업’ 파트너 단체로 인정받아 직업 교육 비 지원을 받고 있다.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은 생명 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삼성생명이 ‘민들레누비사 업단’을 후원하는 것. 다방면에서 이루어지는 훈 훈한 후원이 경제적인 도움의 측면을 넘어 일상의 행복과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이주 여성들의 누비 관련 교육은 통영YWCA 부 속 기관인 통영 지역 자활 센터 가온누비가 담당 하고 있다. 결혼 이주 여성들 중 많은 수가 결혼

전에 재봉틀을 이용한 직업을 가졌고 그래서 누 비 기술을 비교적 쉽게 습득하는 것을 보고 이러 한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이곳은 단순히 결 혼 이주 여성들의 취미 생활을 넘어 이들의 일자 리를 창출하고 통영 전통 누비기술 전수와 기술 인력을 확보하는 취지를 갖고 있어, 단순히 결혼 이주 여성을 돕는다는 개념 외에도 통영의 문화 자원을 지속시키는 역할도 한다. 여기서 잠깐 누비 이야기를 하자면 누비는 두 겹 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줄이 죽죽 지게 박는 바 느질이나 이러한 방법으로 만든 물건을 말한다. 종류도 여러 가지인데 간격에 따라 잔누비-중누 비-드문누비, 형태에 따라 홈질누비-박음질누비, 솜의 유무에 따라 솜누비와 겹누비로 분류하기도 한다. 솜을 넣어 홈질한 것은 볼록누비, 골이 깊고 넓어 오목하게 보이는 것은 오목누비, 솜을 넣지 않고 천과 천만을 누빈 것을 납작누비라고 한다. 이곳 ‘민들레누비사업단’의 대표적인 누비는 잔누

민들레누비사업단’의 주요 품목은 가방이다. 다채로운 컬러의 누빔 가방은 실용성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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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전과 카드 등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주머니.

(하)누빔 천으로 만든 지갑은 내구성 이 좋아 오래 써도 쉽게 해지지 않는다고.

비다. 잔누비는 누비 간격이 0.5cm 이내의 것으로 그 바느질이 정교하여 올을 셀 수없을 정도다. ‘민 들레누비사업단’을 응원하고 그들의 작업에 영감 을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씨와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

업에 참여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교육 기간 동안 수강료는 물론이고 재료비까지 무상으로 지원되 고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다. 초급반 과 중급반, 고급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받고 실력 이 향상되면 빠르면 6개월 후에 건너편 작업장으 로 가서 임금을 받으며 누비 제품을 생산하게 되 는 시스템이다. “민들레누비사업단은 통영YWCA의 부속 시설과 비슷한 개념으로, 자체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돼요. 하루 종일 집에서 살림만 하는 이주 여성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면서 동시에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곳이죠. 특히 누비는 한국어를 못 해도 가능 한 작업이라서 참여율이 높아요. 또 교육이 끝난 후에는 이곳 민들레누비사업단에 취업을 하거나, 가사일로 시간이 여의치 않은 여성은 아르바이트 형식으로도 참여할 수 있어요.” 통영YWCA 회장 허점숙씨는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우리 문화인 누 비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여기까 지 성장해왔다고 설명한다.,

이주 여성들의 한국살이 누비 바느질과 이주 여성들의 꿈이 자 란다 ‘드르륵드르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통영YWCA ‘민들레누비사업단. 통영항에 바로 근 접한 이곳은 계단을 중심으로 교육장과 작업장 으로 나뉘어 있다. 수업 때마다 15~20여 명의 이 주 여성들이 참여하는데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중국 등 국적도 다양하다. 서로 언어는 다 르지만 타국에서 산다는 동질감이 이들을 친구로 만든다고. 이 교육장에서 이주 여성들은 1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 두 시간 동안 누 비 교육을 받는다. 원하는 이주 여성은 누구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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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도 다르고 정서도 다른 이곳이 낯설기도 하 고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으니 왜 답답하 지 않겠어요. 통영YWCA 한글교실에서 언어 교 육을 받는데, 10개월~1년 사이에 한국어 실력이 월등히 향상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 람도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집에만 있게 되어 한 국 생활 적응이 더욱 힘들죠.” 통영YWCA 민들 레누비사업단에서 누비 교육을 담당하는 허영희 팀장은 타국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이주 여 성들이 취미를 가지면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된다 고 말한다. 자라온 환경이 다른 탓에 한국 여성 들과도 쉽사리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녀들


Program 교육장을 방문한 이효재씨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누비 연습을 하는 이주 여성들에게 한 명씩 인사를 건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은 새로 사귄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교육장을 찾는다고. 이익창출을 넘어 이곳이 그 녀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지 7년째인 샤론은 김나영이라는 한국이름을 또렷하게 발음하며 자 신을 소개한다. “처음에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필리핀에서도 집에서 재봉틀을 사용했기 때문에 시작할 때부터 부담 감도 없었고요. 누비가 쉬운 것만은 아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을 한국사람들이 사용한다 는 자부심도 생기고, 필리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누비가 이제는 내 나라의 문화라고 생각돼서 할

수록 기분이 좋아요.” 6개월의 과정이 끝난 후 모두 작업장으로 이동하 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지 1년 이 지난 딘티하우(한국 이름 강한나)가 그 예다. “재봉틀 실력이 잘 늘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이곳 에서 재단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해서 그때부터 재단을 담당하고 있어요.” 약간은 어두운 표정을 띠고 있던 앳된 모습의 우 즈베키스탄 이주 여성은 한국으로 시집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연히 고향에 있는 가족이 많이 그리울 거예요. 언어가 달라 남편과 대화도 되지 않고 심지어 나이 차이도 많으니 이 것저것 힘든 부분이 많겠죠. 이곳에는 우즈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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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탄 여성이 한 명뿐이라 쉽게 마음을 나눌 수 있 는 친구도 없는 상태여서 저도 신경이 많이 쓰여 요. 꼭 이 여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결혼 이주 여성들이 평생 고향의 가족들을 마음에 품고 살 아가고 있어요.” 누비 교육 담당 허영희씨의 설 명이다.

이효재에게‘ 디자인’을 배우다 “저도 바느질장이에요.” 이효재씨가 자신을 이렇 게 소개하자 한쪽에서 “장이는 기술자라는 뜻이 에요”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이효재씨를 자신과 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주 여성들이 갑 자기 동질감을 느끼면서 한결 표정이 부드러워 진다. 이주 여성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인사 를 건넨 이효재씨는 그녀들의 누비 솜씨를 감상

하는 내내 꼼꼼한 바느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이효재씨는 바느질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방 전 체를 다 누비지 말고 어느 부분은 비워두세요. 한 국은 원래 여백의 미를 좋아하잖아요.” 그러면서 자신이 손수 만든 테이블 매트를 꺼내보였다. “ 제가 좋아하는 꽃과 꽃잎 모양을 가장자리에 조 용하게 바느질했어요. 이 바느질만으로도 충분히 누비 작품이 탄생되거든요.” 그리고 이효재씨는 단순히 바느질만 한다고 생 각하지 말고 앞으로 디자이너의 마인드로 어떻 게 하면 더 좋은 그리고 세련된 누비 제품을 만 들 수 있을지 고민하라면서 사물에 대한 관심을 높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홀

올해부터 통영YWCA의 ‘민들레누비사업단’에서 누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허영희 팀장과 결혼 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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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한국말을 전부 이해하지 못해도 마음이 통하면 그만이다. 이곳에도 이효재씨를 좋아하는 이주 여성들이 많아 짧은 강의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리는 제품을 만들어보세요. 그러면 자신이 만든 작품의 값어치가 올라가게 되죠. 저는 ‘시작은 미 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을 좋아해요. 여러분에게 정말 들려주고 싶은 말이네요. 지금 은 비록 조그마한 이곳에서 누비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반드시 누비로 전 세계를 누비게 될 것이 란 꿈을 잃지 마세요.” 이효재씨는 이날 여성들 에게 자신이 가진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 꿈이 사 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들려주고 싶 었나 보다. ‘민들레누비사업단’의 모든 제품은 ‘꽃피는 아침 마을’(www.cconma.com)에서 구매할 수 있다. 구 매 목적이 아니라도 그녀들의 솜씨를 감상하고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이효재씨는 이날 직접 만든 누비 테이블 매트와 냄비 받침 그리고 지인이 선물한 토끼 모양 받침에 담긴 디자인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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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 변호사의 패밀리 로펌

못생긴 사람은 윙크만 해도 성희롱? 직장 문화다 관례다 하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 과연 어디까지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될까. 기획_지희진 기자 사진_중앙m&b

변호사 이재만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서울 지방변호사회 이사 겸 법정위원장 을 역임하였고 현재 서울중앙 지방법원 조기조정위원, 대한체육회 법률고문, 경찰청 법률고문,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KBS TV ‘여성공감’의 ‘이재만 변호사의 드라마 법정’, SBS ‘라디오 로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성과 가족, 청소년을 위한 생 활 법률을 쉽게 알려주는 ‘친절한 법 해설가’로도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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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직장 내 성희롱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성희롱의 기준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생각은 확연히 다르게 마련 입니다. 가해자는 “말 한마디 한 게 무슨 성희롱인가?”고 항변하고 피

해자로서준비한각종증빙자료를가지고각지방자치단체에있는성

해자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성적 굴욕감과 모욕감이 느껴졌다”고 신

희롱신고센터나 국가인권위원회(국번 없이 1331)에 신고 접수하는 것

고하는 것입니다. 이런 확연한 인식의 차이 때문에 성희롱의 기준에 대

이 첫 번째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해 명백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2010년 6월 4

가해자 중심 조사를 해서 가해자에게 성희롱 예방 교육 참가나 손해 배

일 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정의되

상을권하고,만일기업내의성희롱환경개선이필요한정도의내용이

어있습니다.이법2조2항에는“직장내성희롱이란사업주-상급자또

라면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노동부나 해당 기업에 권고할 수도 있습

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

니다. 만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가해자가 무시하면 그 권고 내용

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

을 증빙으로 하여 법원에 민사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가해자는 해고나 인사상 불리한

불이익을주는것을말한다”고했으며‘성적굴욕감과혐오감을느끼게

조치를 받을 수 있나요

하는 직장 내 성적 언동 전반을 포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14조에는 “사업주는

어디까지가 성적 언동인가는 논란이 있을 테지만 그 기준은 ‘피해자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

느끼는 주관적인 굴욕감과 혐오감’이 기준이 됩니다.

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고 모두 성희롱이 성립되나요

된다”고해서인사상불이익을엄격히금지하고있습니다.뿐만아니라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성적 언동과 이에 대한 반응에는 개인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

차가 있게 마련입니다. 예컨대 잘생긴 미남 미녀가 성적인 암시가 담긴

하여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하여 성희롱

짓궂은 농담을 할 때는 굴욕감을 못 느끼면서 못생긴 사람은 윙크만 해

가해자에 대한 징계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14조 2에는 “성희롱

도혐오감을느끼는경우가있습니다.이렇듯개인차가있기때문에‘누

피해 근로자가 고충 해소를 요구할 경우 근무 장소 변경, 배치 전

가 보더라도 성적인 언동임이 분명한 행위’여야만 성희롱이 성립됩니

환 등 가능한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

다. 예컨대 어떤 직장 동료나 상사가 “여자는 꽃이야. 꽃으로 가만히 있

으며 고객 등으로부터의 성적 요구 불응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을 때가 제일 예뻐.”라는 말을 했을 때, 이에 대해서 여직원이 “그런 말

인사상 불리한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습니다.

은 주의해 주세요”라고 수차례 당부했는데도 그런 언행이 계속되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회사 측

면 이는 성희롱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여직원이 커피 좀 타다

이 압박을 가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주면손님이좋아하실거야”라는말을하며접대를권하는행위는경우

고용노동부 산하 관할 지방 노동청을 통하여 진정이나 고소, 고발 등을

에 따라서는 성희롱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야한 사

할 수 있습니다. 진정이나 고발의 경우에는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범죄

진을 깔아 놓고 여직원들 앞에서 고의로 노출하며 낄낄거리는 태도 등

사실을 알고 있는 제3자도 가능합니다. 지방 노동 관서의 장은 관련 법

은 성희롱에 해당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의 진술과 주변의 객

령 위반을 조사한 다음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시정 지시를 하고

관적 정황에 따라서 징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시정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수사를 의뢰하게 됩니다. 아

성희롱을 당했다면 어떤 절차로 해결해야 하나요

직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이 부족하여 범죄 행위인 줄 모르고 인위적으

성희롱은 피해자의 주관적 느낌을 판단 기준으로 하지만, 객관적인 증

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므로

빙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면 주변 정황에 대한 자

법률적 구제 방법이 있고 가해자나 성희롱 환경을 관리 감독하지 않은

세한 진술서를 작성해 두거나 증거(녹취 등), 증인 등을 서둘러 확보해

회사 측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또 피해자가

두는 것이 입증에 유리합니다.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신고 접수하여 정정당당하게 대처하면 권리 구제

다면오히려직장내에서인심만잃고불이익을당할수도있습니다.피

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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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만 갖고

한 달 살아보니 두 남자가 스마트폰으로 한 달간의‘서바이 벌’에 도전했다. 트위터가 아니면 아무하고 도 말할 수 없는, 말하자면 ‘고립’상태에서 의 실험이었다. 스마트폰과 SNS는 이들을 고립에서 구원해 줬을까. 취재_이한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나 홀로 전국 일주에 나선 박준영씨.

지난 6월 10일, 케이블 채널 tvN에서 ‘스마트폰 연애시대’라는 다 큐멘터리를 내보냈다. 스마트폰만 갖고 한 달 동안 서바이벌에 도 전하는 내용이었다. 도전자는 두 명, 아이폰 유저 박승제(26)씨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지냈고, 스마트폰 초보 박준영(20)씨는 SNS로 만난 사람하고만 대화하면서 전국 일주에 도전했다. 오프 라인 관계를 모두 끊고 생존과 소통을 모두 스마트폰에만 의존해 보는 도전이었다. 실험자들은 트위터로만 얘기할 수 있다. 한 달 뒤, 실험을 마친 도전자 중 한 명은 “140글자의 분명한 한계 를 느꼈다”고 말했고, 또 한 명은 “요술 방망이처럼 뭐든 가능했다” 고 말했다. 스마트폰 서바이벌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자. mission 1_CCTV 달린 빈집에서 혼자 놀기

인터넷만 있으면 버틸 줄 알았는데… 실험이 시 작되기 전에는 몇 달이라도 혼자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밥은 직접 해 먹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하 면 되고 마실 물도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트위터 만으로 사람들과 대화하라고 했지만, TV와 인터 넷만 있으면 혼자서도 얼마든 시간을 보낼 수 있 다고 믿었다. 주말이면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있 는 게 일상이었으니까. 하지만 웬걸, 딱 3일이 지 나니까 외로워지기 시작했다. 일주일도 버티기 힘 들었다. 교감은 있는데 소통이 없더라_트위터로 많은 사람 과 수다를 떨었지만, 거기에 올릴 수 있는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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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집에 고립됐던 박승제씨.

최대 140글자 이내였다. 그 숫자에서 오는 한계 가 분명했다. 상대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글자로 만 소통하려니 감정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 사람 의 웃음에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 SNS에서는 온 통 ‘ㅋㅋㅋ’와 ’ㅎㅎㅎ’밖에 없었으니까. 교감이 계속 오가기는 하지만 그 와중에 깊은 소통이 이 뤄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저 의미 없는 수다의 반복일 뿐, SNS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는 있지만 깊이가 깊어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혼자 있다 보니 계속 트위터에만 매달 리게 됐다. 평소 내가 과묵한 성격인 줄로만 알았 지, 이렇게 말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줄은 몰랐 다. 그렇게 혼자 스마트폰 액정을 들여다보는 시 간이 자꾸 늘어나면서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누군가 쓴 글에 따라 기분이 왔다 갔다 하 는 게 제일 견디기 어려웠다. 다른 사람의 멘션( 글)은 같은 단어여도 내 기분에 따라 다르게 해 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조울증을 겪듯, 액정 에 뜬 글에 따라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다. 하루 에 몇 시간씩 트위터에 글을 남기는 일상이 계속 됐다. 그 와중에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건 누군 가와 눈을 마주 보고 얘기하는 거였다. 그만큼 소 통이 그리웠다. 그동안 사람들의 얘기에 진심으로


Program 관심을 기울여본 적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 다. 나는 과연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지낸 걸까. 눈으로는 휴대 전화를 들여다보면서 건성으 로 옆 사람과 얘기했던 건 아닐까. 그렇게 반성하 며 한 달을 버텼다. 사람 눈을 보면서 얘기하고 싶어요_실험용 집에서 나오자마자 서울 강남역으로 갔다. 사람이 굉장 히 많았다. 오프라인에서의 소통에 굶주렸던 터 라 그 분위기가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 보니 아니었다. 불특정 다수와의 교감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가족들과 만나서 식탁에 둘러앉아 같이 밥을 먹고 싶었다. 결국 바로 집으 로 발길을 돌렸다. mission 2_트위터 하나 믿고 전국 일주에 도전하다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로 도와줄까? 한 달간의 전국 일주, 여행 경비는 50만원, 사람들이랑 말을 하면 안 되고, 보름간의 잠자리와 하루 한 끼의 식사는 트위터 친구들의 도움으로 해결하는 미션이었다. 이름도 얼 굴도 모르는 남자한테 선뜻 잠자리를 내줄 사람이 있 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트위터의 누군가는 분명히 도 와줄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놨다. 그래도 방송 촬 영 미션이니까. SNS를 만나면 스마트폰은 요술 방망이다_먼저 전남 해남으로 갔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땅끝에서 출발 해 서울로 올라오면 좋을 것 같았다. 트위터에 전국 일주 계획을 올려놓고 무작정 도와줄 사람을 기다렸 다. 이틀이 지났지만 도우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단 한 명의 트친(트위터 친구)도 만나지 못했다. SNS로 연결된 사람과만 말을 할 수 있다는 규칙 때문에 이 틀 동안 철저히 군중 속의 고독을 맛봤다. 결국 트위터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모임에 참가하기로 했다. 멘토 역할로 실험에 참가한 『시사IN』고재열 기자가 도와줬다. 그가 나를 ‘트친 소’(트위터 친구를 소개합니다)하자 순식간에 팔로워 가 1000명으로 늘었다. 그때부터 스마트폰은 ‘요술 방 망이’가 됐다. 필요한 것을 SNS에 올려두기만 하면

누군가 나타나서 해결해 줬다. 밥을 사주는 사람, 미 용실이 어딘지 알려주는 사람, 자기 집에서 재워주겠 다는 사람도 있었다. 트위터의 힘은 팔로워 숫자에 따 라 몇 배로 늘어났다. 소설가 이외수 선생, 박원순 변 호사 같은 트위터 유명 인사와도 만났다. 이외수 선 생의 사모님은 “촬영 말고 정말로 혼자서 다녔으면 더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조언하셨다. 촬영이 니까 쉽게 도움을 얻을 거라며 안심했던 게 부끄러 웠다. 다음에는 정말 그래 보고 싶었다. 하지만 촬영 중이 아니었다면, 나 혼자서 유명인의 도움 없이 ‘전 국 일주 중이니까 도와주세요’ 했다면 이만큼의 피드 백이 있었을까. 남의 밥상에 수저라도 얹어라_SNS의 힘은 팔로워의 숫자로 정해진다. 그들이 나와의 관계를 끊는(언팔 로우) 것도 순식간이다. 파워 트위터리언의 힘에 숟 가락을 얹어 SNS의 관계를 넓혔다면 그걸 유지하는 건 오직 자기 몫이다. 정보가 됐든 재미가 됐든, 유 익한 걸 줘야 팔로워들이 나를 신뢰하니까. 실험이 끝나고 팔로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지 고민해 봤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는 대신 세상 경험을 먼저 하고 싶었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해볼 생각이다. 학교는 그다음이다. 지금은 그 얘기 위주로 트위터를 운영하 면서 팔로워들과의 관계를 유지한다. 동갑내기 대학 생들과 다른 얘깃거리로 말이다. 서바이벌을 위해 선택한 앱

유리집 박승제씨_실험용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제 품이었는데 ‘이마트’ 앱을 내려 받으니 생필품을 전부 구매할 수 있었다. ‘TED’ 앱을 받아서 동영상 강의를 들었고 팔굽혀펴기 숫 자를 세주는 앱을 설치해 놓고 매일 운동에 매달렸다.

전국 일주 박준영씨_스마트폰엔 여행 정보가 많지만 나는 앱 보다는 트위터의 힘을 더 많이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지 도’만 다운로드하고 나머지는 트위터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강원도 행 고속버스 시간표도, 생전 처음 가보는 동네의 식당 주소도 온라 인으로 연결된 누군가가 알려줬다. 스마트폰의 위력은 앱이 아니라 SNS에서 거미줄처럼 연결된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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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의 새로운 화두

마음의 면역력, 자존감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 사태가 일어난 원인 중 한 가지는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실패를 겪었을 때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굳은 심지(心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잘 이겨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은 위기에도 쉽게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 것일까? 행복한 어른으로 자라게 하는 힘, 아이들의 ‘자존감’ 에서 그 답을 찾았다. 취재_지희진 기자, 박해나(프리랜서) 사진_이민희(studio lamp) 일러스트_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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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핀 교수는… 정신건강 상담사이자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 최근『 우리 아이 자존감의 비밀』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녀는 행복한 삶을 위해 서는 자존감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자존감을키우는 것은 99% 부모의 양육법 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Program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조세핀 교수 성공으로 이끄는 사고방식, 자존감을 말하다

2008년, EBS 프로그램 ‘아이의 사생활’의 ‘자아 존중감’ 편 이 방영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적극 적인 데다가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 실험 결과 로 증명된 것. ‘학업 스트레스’는 자존감을 망치는 요인이며, ‘부모의 지나친 사랑’은 아이의 자존감 형성을 그르친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나왔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자존감’은 여 전히 자녀 교육의 뜨거운 감자다. 당시 ‘아이의 사생활-자 존감 편’에 출연해 이슈가 됐던 조세핀 하버드대 교수에게 ‘자존감’이 왜 중요한지를 물었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긍정적 에너지, 자존감

자존감은 자아 존중감, 그대로 해석하면 ‘스스로 존중 하는 마음’이다. 즉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이고 주어 진 일을 잘 해내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심리 적 특성이다. “자존감을 이렇게 생각하면 쉬울까요? 모든 사람들이 집을 짓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탄탄하고 고른 땅에 집 을 짓는 것과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은 같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고 해도 큰 차이가 나기 마련이죠. 자존 감은 그런 집 짓기의 기초 공사 같은 것입니다. 자존 감이 탄탄하게 자리 잡은 아이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내고 쉽게 극복할 수 있죠.” 자존감은 자신에 대 한 신념으로 스스로에 대한 좋은 점뿐만 아니라 나쁜 점까지도 인정하고 좋은 모습으로 바꿔가려는 긍정적 에너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갖 고 있어요. 10대에서 30대까지의 사망률 1위가 자살 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일이죠. 공부를 잘하는 것,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 이에요. 하지만 진짜 삶에서는 그것이 다가 아니잖

아요. 자신의 삶을 즐기고 행복을 느끼는 게 중요하죠. 엄마 의 역할은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주 어진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자존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인 것이죠. 자존감은 아이의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이 니까요.” 자존감 높은 아이 vs 낮은 아이

조세핀 교수는 자존감의 정도를 아이들의 행동을 통 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새로운 상황을 마주했 을 때 아이들의 행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존 감이 높은 아이는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 잠시 낯설 어하지만 이내 호기심을 보인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 은 아이는 일단 거부감을 보이면서 피하려고 하고 대 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경 향이 있다. “흔히 이런 행동을 보면 부모님들은 아이가 내성적이 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성격과는 별개의 문 제입니다. 내성적이고 외향적이라는 것은 새로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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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를 받아들이는 프로세싱의 차이거든요. 내성적인 아이들은 외향적인 아이들보다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 고 하는 것이지 회피하지는 않아요.” 또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실패를 경험할 경우 안 타까워하면서도 왜, 어떤 이유로 실패를 했는지에 관 심을 갖고 다음 기회에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다. 그리고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면 적극적으로 전문 가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 은 작은 실패에도 크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 이게 된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자존감도 높다?

아이의 자존감을 판단할 때 물론 ‘공부를 잘하는가’도 판단 기준이 된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새로운 지 식을 습득할 때 흥미를 갖는다. 그래서 대개 공부도 잘하는 편. 이런 아이들은 특히 자기 주도 학습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다. 스스로를 믿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자 기 주도 학습을 할 때 지속적으로 실천하지 못해 좋 은 결과를 내지 못 할 때가 많다. “주의할 것은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모두 자존감이 높 은 것은 아니란 거예요. 미국 아이들의 경우는 성적과 자존감이 비례해요. 하지만 한국 아이들만은 예외죠. 자존감이 높고 낮은 것을 떠나서 성적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답니다.” 미국 학교에서는 시험이 끝난 후 아이들끼리 서로 시 험을 잘 봤는지를 묻는데, 한인 아이들이 “fail”이라고 답하면 “Real fail or Asian fail?”이라고 다시 한 번 묻 는다고 한다. 한국 아이들은 만점이 아닌 것을 모두 ‘Fail’이라 부르기 때문. 이러한 과도한 경쟁의식 탓에 우리 나라 아이들에게는 자존감과 성적이 비례한다는 등식을 적용할 수 없다. 8살이 되기 전, 자존감은 거의 완성된다

“0세부터 18개월까지는 애착 형성의 단계예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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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매우 중 요한 시기죠. 자아 발달 단계에서는 이때를 신뢰 또 는 불신을 갖게 되는 단계로 봅니다. 이 시기에 엄마 가 아이의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중요한데 만약 아이가 울 때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귀찮아하면 아이의 신뢰감 형성에 문제가 생기고 처음부터 낮은 자존감이 생기게 돼요.” 18개월부터 5세까지는 자율성과 수치심이 결정되는 시기다. 만약 이 시기에 아이 스스로 하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고 모든 것을 엄마가 도와주는 행동을 하면 아이는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자신은 아무것도 못 한 다는 의식이 생기게 되어 자존감에도 상처를 입게 된 다. 그리고 5세부터 7세 사이에는 자기 주도 능력과 죄책감을 배우게 된다. 이때는 어른의 행동을 모방하 고 혼자 힘으로 뭐든 해보려고 하는 때. 만약 이 시 기에 엄마·로부터 혼이 나고 거절을 당하면 죄책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은이렇게 8세가 되기 전 이미 자존감이 거의 완성된 다는 것이다. 자존감은 평생을 통해 지속되므로 이후 에도 노력을 하면 바꿀 수 있긴 하지만 8세 이후부터 는 엄마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학교에 가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다양한 환경에서 영 향을받기 때문. 그래서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 느 때보다 영­­·유아 시절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학부모님이 메일로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내셨는데 어느 날부터 아이가 자기의 모습을 그릴 때 팔이나 다 리를 그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뭐든 엄마가 다 해주니 아이가 자신에게는 팔다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처럼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살펴보면 99%는 부모에게 잘못이 있어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행동 을 그대로 배우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한국 어머니들 은 뭐든 일일이 다 간섭하고 욕심을 너무 많이 내요. ‘다 널 위해서 하는 거야’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그 말 은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에요. 정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아이를 위


Program 한 것인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것인지를요.”

조세핀 교수는… 정신건강 상담사이자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 최근『 우리 아이 자존감의 비밀』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녀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자 존감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자존감을 키우는 것은 99% 부모의 양육법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Q

이제 일곱 살이 된 아이가 자신에게 불리하거 나 혼날 상황이 되면 “내가 안 그랬는데”라는말 부터 하기 시작했어요. 혼자 놀다가 어질러진 장난감 을 엄마가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내가 안 어지럽혔 어”라고 말하는 거죠. 하루는 색종이로 바람개비를 만 드는데 잘못 자른 것 같아 “이건 왜 이렇게 잘랐어?” 라고 물어봤더니 또 “내가 안 그랬는데”라고 하더군 요. 왜 아이가 이렇게 거짓말을 할까요?

A

아이의 자존감 높이는 양육 원칙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문제 행동을 하면서 엄마에게 SOS를 보낸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였을 때는 적절 한 대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부터 아는 것이 시급하다. 다행인 점은 말 한 마디, 행동 하 나를 꾸준히 바꿔나가다 보면 아이의 자존감을 회복 할 수 있다는 것. 스스로를 사랑하는 당당한 아이로 키우는 자존감 육아법. 아이와의 대화, 엄마의 공감과 이해가 필수

엄마가 어떤 말을 꺼내기 전에 아이가 먼저 겁을 먹고 있어요. 아이의 이런 두려움이 어디서 시작 됐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죠. 아마 평소 엄마가 아이와 대화할 때 지나치게 비판적이거나 비 난하는 태도를 보였을 가능성이 높아요. 자존감에 있 어 공감과 이해는 필수적이거든요. 아이가 아이다워 질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공감에 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장난감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도 일곱 살 아이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아이는 이미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 있지만 엄마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덜컥 겁이 난 것이거든요. 이때의 거짓말은 악의적인 것이 아니 라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것이니 이럴 때는 아이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야단을 치기보다 왜 거짓말을 했을 까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해요. “와! 아주 재미있게 놀고 있구나”라고 공감의 모습을 보인 뒤, “그런데 이렇게 어질러놓으면 엄마가 치우기 힘들겠지?” 라고 말하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와도 아이는 거짓 말을 하지 않을 거예요.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

Q

내년이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그래서 일곱 살이 되면서부터 학습지를 시작했어요. 조 금 늦게 시작한 것 같아 걱정을 했지만 별문제 없이 잘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다시 보니 문제 를 건성건성 풀고 어떤 것은 그냥 읽기만 하고 지나 치더라고요. 왜 그랬냐고 물으니 “어려워 보여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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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더군요. 어릴 적부터 퍼즐이나 운동을 할때 자신이 없으면 쉽게 포기를 해서 걱정이었는데, 학교를 가서 도 계속 이렇게 하면 어쩌죠.

A

아이의 자제력, 끈기, 참을성, 자기 조절 능력은 만 3세부터 형성되어 만 7세쯤되면 어느 정도 기 본 틀이 잡혀요. 그래서 유아기 때는 아이가 해도 되 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잘 구분해 주는 것이 중요하며 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떨쳐내고 성공하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해요.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아 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해주다 보니 스스로 실수를 할 틈도 주지 않고 있어요. 밥도 먹여주고, 입혀주고, 닦아주는 등 모든 것을 엄마 손으로 하다 보니 아이 의 자기 조절 능력 형성을 방해하게 되죠. 이렇게 포 기가 쉬운 아이들이라면 실수나 문제 상황에서 부모 가 도와주기보다 아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문제를 어려워하면 엄 마가 나서서 같이 풀려고 하기보다 아이 스스로 문제 를 풀 수 있도록 쉬운 것부터 진행을 하세요. 스스로 모든 문제를 풀고 나면 “혼자 침착하게 문제를 다 풀 다니, 대단한데?”라며 아이를 칭찬하는 것도 중요합 니다. 이렇게 조금씩 단계를 올리면 아이가 집중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일 거예요.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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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자 랑부터 늘어놔요. 운동회 나갈 계주 선수를 뽑았 는데 2등을 했다며 새로 산 운동화만 아니었으면 1등 을 했을 거래요. 할머니는 잘했다며 칭찬을 해주는데 저는 어쩐지 너무 잘한다고만 하며 아이를 키워 걱정 이에요. 지난번 영어 테스트에서도 다 안다며 큰소리 치더니 결국 테스트에 떨어졌지요. 아이가 자만심에 빠져서 노력하지 않는 아이가 된 것 같아요.

A

칭찬은 아이가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하는 효 과적인 방법이에요. 하지만 칭찬을 남발하면 아 이는 자기중심적이 되기 쉽죠. 또기대만큼 칭찬을 받 지 못하면 금세 좌절감에 빠지게 됩니다. 바람직한 행 동에 대한 칭찬과 무엇이든 잘했다며 응석을 받아주 는 것은 다른데 자존감과 자기중심적 행동은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죠. 무조건 칭찬을 하는 것도 좋지 않지 만 지금 상황에서는 결과 중심의 칭찬 방식이 더 큰 문제예요. 달리기 결과나 영어 테스트 결과에만 초점 을 맞춰 아이를 칭찬하면 아이는 그 과정이나 노력 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하고 실패할 경우에도 해결책 을 찾기보다 자책을 하게 만들죠. 칭찬의 기술은 아 이가 노력한 과정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거 예요.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노력했다면 칭


Program 찬을 해주고, 결과가 좋더라도 과정이 나빴다면 그 일 은 훌륭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필 요합니다.

렇다면 더욱 부모의 평소 양육법을 점검해 봐야죠. 대 게 유아기의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어서 다른사람이 자기 것을 빼앗아가는 것을 싫어하고 방해를 받으면 화를 내요. 부당한 상황에서도 반응하지 않는 것은 아 이가 상황을 포기하기 때문인데, 이 경우 부모는 평 소 아이에게 도덕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 하지는 않 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람 많은 곳에서는 얌 전히 있어야 해” “양보를 해야 착한 아이지”등 아이가 착해지기를 강요했다면 아이는 늘 행동하기 전 주저 하게 되거든요. 아이의 마음을 달래준 뒤, 차례를 지 키지 않는 친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해결책을 제시해 주세요. 일관성 있게 화를 내라

Q

동생이 생긴 후로 아이가 부쩍 어리광이 심해 졌어요. 동생을 따라 젖병에 우유를 먹겠다며 떼를 쓰기에 “누나는 컵에 먹는 거야. 요구르트를 줄 게”라며 살살 달래고 타일렀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 생 각하는 의자에 앉는 벌을 줬어요. 5분후에 보니 아이 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앉아 있더라고요. 달래도 듣지도 않고 아예 눈도 마주치지 않아요.

A

착한 것과 자존감 낮은 것은 다르다

Q

집에 있을 때는 활동적인 아이예요. 가족이나 친 척들과 있을 때는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재롱둥이 죠. 그런데 집 밖에만 나가면 아이가 너무 얌전해져 요. 유아 놀이방에서 만난 다른 아이들 틈에서 미끄럼 틀 한 번 못 타고 서성이기만 하죠. 그러나 결국 아이 들에게 밀려 또 울고 말아요.

A

이런 경우 엄마들은 아이를 두고 ‘순하다’ ‘얌전 하다’ ‘착하다’라고 착각하는데 하지만 이런 아이 는 자존감이 낮은 거예요. 특히 아직 유아기인데도 그

생각하는 의자는 아이에게 스스로의 행동을 돌 아보고 반성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좋은 훈육 도구예요. 하지만 아무 상황에서나 생각하는 의자를 활용하는 것은 좋지 않고, 또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죠. 우선 이 경우는 떼쓰는 아이에 대한 엄마의 반응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누나니까’ ‘형이니 까’ 하는 식의 대화는 바람직하지 못하고 처음에는 ‘ 요구르트 줄게’ 하며 보상을 제안하다 갑자기 화를 내 는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도 문제예요. 무엇보다 중요 한 것은 벌을 주고 난 뒤 아이를 달랠 때는 엄마가 아 이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아이 를 꾸짖을 때 화를 내지 않고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하 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무리가 더욱 중요하거든요. 반 성의 시간을 준 뒤에는 반드시 아이를 다독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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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으로 말로든 엄마가 여전히 아이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아이의 자존감을 지켜줘야 해요.

일상 속 자존감을 높이는 양육 tip

1 아이의 속상한 마음만 받아들인다_부모는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 표현도 수용해야 한다. 화나고 속상하 고 떼를 쓰는 마음 자체를 받아주면 아이는 자신의 감 정을 억압하지 않고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까지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자존감 발달을 위해서는 먼저 감정에 대해 반 응하고 그다음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대안 행동을 제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2 목표를 작게 설정해 성공의 경험을 맛보게 할 것_자 존감이 높아지려면 욕심을 줄이고 성공 경험을 늘려 주어야 한다. 너무 허황되고 큰 목표가 아닌 세부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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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세우게 하고 이것을 하나씩 성공해가는 경험 을 통해 자존감이 향상될 수 있다. 아이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목표를 이루어나갈 수 있게 된다. 3 자존감을 건강하게 하는 아이의 장점 찾기_아이에 게는 일반 지능 검사로는 발견할 수 없는 다양한 능 력들이 숨어 있다. 아이가 잘하는 부분, 열심히 집중 하고 있는 부분을 격려하고 개발시켜 준다면 아이는 자신이 잘하지 못했던 부분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부모의 시선을 통해 아이는 장점을 찾아가 면서 자존감이 더욱 건강하게 발달한다. 4 살아 있는 교과서가 돼라_타인의 감정을 잘 인식하 려면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신을 살아 있는 교과서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일상생


Program 활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아이 앞에서 짧고 적절한 말로 표현할 것. 아이와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고, 부부간에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 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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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교육이

뇌를 망가뜨린다?

최근 ‘사교육 없이 우리 아이 키우기’ 포럼에서 조기 교육이 뇌 발달에 손상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뇌 발달 시기에 맞지 않는 자극과두뇌 발달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다. 기획_강승민 기자 취재_박해나(프리랜서) 사진_김진희(studio lamp),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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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Q

유아 교육 포럼에서 두뇌 발달 시기에 따른학습 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아기의 뇌는 엄마 배 속에서 엄마 뇌의 1/4 정도 크기가 형성돼 태어납니다. 350g 정도죠. 그리고 1년 사이에 1000g 이상으로 성장합니다. 20세 전 까지 뇌 발달이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거죠. 뇌 발 달에는 적절한 자극이 필수입니다. 아무 자극도 주지 않으면 뇌는 발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두 뇌 발달 시기에 따른 적절한 학습은 우리의 뇌에 효과적인 자극이 됩니다. 두뇌 발달을 촉진시키 는 것이죠. 하지만 그 자극이 너무 과해도 뇌는 망가질 수 있습니다.

Q

도 떨어집니다.

조기 교육이 두뇌 발달에 과도한 자극이 된다는 것인가요

유아기 때는 아직 뇌가 다 발달하지 않아 수용할 수 있는 영역이 작은데,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 이 지속되면 뇌에 과부하가 생기게 됩니다. 220 볼트의 전깃줄에 10만 볼트의 전류를 흐르게 하 는 것과 마찬가지죠. 결국 불이나겠죠? 유아기의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을 넘어서는 것은 뇌에 스트레스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뇌 발달 시 기에 알맞지 않은 학습을 하는 것도 큰 문제입 니다. 뇌는 앞쪽부터 뒤쪽으로 서서히 발달하는 데 2~3세 때는 뇌의 가장 앞부분인 전두엽이 발 달하게 되죠. 그러고 나서 가운데 부분인 두정엽 과 측면의 측두엽이 발달하고 마지막으로 후두 엽이 발달합니다. 이렇게 연령에 따라 발달하는 뇌의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학습을 하 는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조기 교육은 이러한 뇌 발달 시기에 맞지 않는 자극을 주기 때문에 효과

Q

유아기 때는 가장 먼저 발달하는 전두엽에 맞는 학습을 해야겠네요

전두엽은 2~3세 때 빠르게 발달하는데 종합적인 사고와 창의력, 주의 집중력 등을 조절하는 역할 을 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알맞은 학습을 할 경우 창의력이나 주의・집중력 등을 높여줄 수 있 습니다. 암기 위주의 학습보다 는 창의적이고 정서적인 학습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전두엽은 인성, 도덕성도 담당하고 있습니 다. 그래서 전두엽 발달에 문제가 생기면 범죄자 가 될 확률이 커지는 거죠. 실제로 국내 연쇄 살 인범들은 유아기 때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 요. 유아기 때 받은 정서 교육과 인성 교육이 평 생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인 성이나 창의력 교육보다는 영어 학습이나 초등 선행 학습을 시키는 부모가 많습니다. 하지만 영 어 같은 학습은 초등학교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유아기 때는 다양한 인지 교육과 창의 · 정서 교 육을 통해 전두엽을 발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 합니다.

Q

초등학교 때는 학습과 관련된 뇌가 발달하게 되나요

2~3세가 지나면 서서히 대뇌 피질이 발달하게 됩니다. 특히 9세에서 11세 사이에 발달하는 두 정엽과 측두엽이 학습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두 정엽은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뇌’라고 불리고 측 두엽은 ‘언어의 뇌’라 불리죠. 측두엽은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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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부터 빠르게 발달하는데 9세부터 11세 사이 아이들의 어휘가 눈에 띄게 풍부해지고 표현력도 훨씬 좋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죠. 이 시기에 언어 를 배우면 관련 뇌가 발달하는 시기라 조금만 자 극을 주어도 훨씬 빨리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됩 니다. 따라서 영어 학습의 적기는 초등학교 때라 고 볼 수 있죠. 언어 교육은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많은 학부모들이 유아기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지만 사실 측두엽이 발달하지 않았 기 때문에 그리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고 있는 시간을 통해 이루어지죠. 그래서 잠을 충 분히 자고 난 아침에 신경 전달 물질이 가장 많 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 전달 물질을 하루 종일 소 모하고 나면 밤에는 다시 잠을 자면서 신경 전 달 물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하루 8시간 의 수면 시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충분히 잠을 잔 뒤 가장 좋은 컨디션의 두뇌 상태에서 학습하 는 것이 몇 시간 덜 자고 공부하는 것보다 더 효 과적입니다.

Q

국내 뇌의학 연구의 권위자 서유헌 교수는

유아 시절에도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직 덜 발달한 언어의 뇌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 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은 이중 언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미국 에서 어린 시절부터 살던 아이들이 영어와 한국 어 둘 다 잘하는 것은 이중 언어 환경에 자연스럽 게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밖에서는 영어를, 집 에서는 식구들과 한국어를 사용하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라면 집에 서는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겠죠. 그러면 아이들이 부담을 가장 적게 받으면서 자 연스럽게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Q

건강한 두뇌 발달을 위해 지켜야 할 점이 있을까요

뇌는 신경 전달 물질이 나와서 정보 전달을 하는 데 그 물질은 우리가 먹는 음식의 영양소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신경 전달 물질을 만드는 활동은 뇌가 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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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부터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뇌학회 초대 회장, 한국뇌신경과학회 이사장등을 역임했다. 대학 시절부터 ‘ 뇌’ 분야를 연구해 왔으며『머리가 좋아지는 뇌 과학 세상』 『 천재아이를 원한다면 따뜻한 부모가 되라』『 잠자는 뇌를 깨워라』등 4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고 얼마 전 교육 포럼에서 두뇌 발달 시기에 따른 학습법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Program

'해외동포국제무역타운' 밴쿠버 설명회 ▶장소: Executive Hotels & Resorts (노스로드 한인타운 신협은행 인근) ▶주소: Ball Room #A 405 North Rd. Coquitlam ▶일시: 8월 19일(금), 오후 4시 ▶예약: ☎604-544-5155, ☎604-763-2842 ▶좌석관계로 반드시 사전예약 ▶주최: 해외동포국제무역타운 추진위원회 ▶후원: 중앙일보 밴쿠버지사 ▶홈페이지 www.okto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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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행복하다는 학교 前 거창고 전성은 교장 인터뷰

아프니까 청춘이다? 맞다, 그런데 왜 아플까 참된 사람이 되려면 월급이 적은 쪽, 황무지로 가라’고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 경남 거창에 있는 학 생들이 행복한 학교, 거창고등학교 얘기다. 그 학교에는 ‘공부는 왜 하는가’ ‘학교란 무엇인가’처럼 아 무도 묻지 않는 궁극적인 질문들을 던지는 참스승이 있다. 취재_지희진 기자 사진_이민희(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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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경남 거창에 있는 거창고등학교는 어느 학교보다 도 유명하다. 서울에서 차로 네 시간을 달려야 도 착하는 곳에 위치해 있고, 한 해 졸업생이 120여 명 남짓한 작은 학교지만 전국구 인기를 자랑한 다. 이유는 두 가지. 독특한 교육관과 뛰어난 학 업 성적 때문이다. 40여 년 전부터 명문 대학교 합격생 비율 20%를 유지하고 있는 거창고는 수년 전부터는 수능 시 험 평가에서 연속으로 전국 20위권 안에 들어 언 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58년 전, 개교했을 때도 최초의 남녀 공학 고교이자, 최초의 공교육 대안 학교로 화제를 모았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수업을 하다가도 책장을 덮 고 교사와 학생 모두 운동장으로 뛰쳐나가 토끼 몰이를 했다는 거창고의 일화는 전설처럼 내려 오고 있다. 지식 교육 외에도 전인 교육을 중요 시하는 거창고의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 목이다. 때문에 성적으로 전국 상위권에 올랐다는 것은 거창고 입장에서는 전혀 반가울 리 없는 일이다. 그런 이유로 전성은 전 교장은 재직 기간 동안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난 교직 생활을 통해 느낀 점을 담아 책『왜 학교는 불행 한가』(메디치)를 펴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교육 전문가나 학부모, 학생들을 만나면 ‘지나친 교육열’과 ‘자주 바뀌는 교육 정책’, ‘질 낮은 공교 육’ 이 세 가지를 학교의 문제로 꼽는다. 그러나 그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원인을 알려주거나, 해 답을 내려주는 경우는 없었다. 새로운 학교 모델 로 인정받았고,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라고 불리 는 거창고에서 40여 년간 몸담은 전성은 전 교장 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을까. 한 말씀 들으러

경남 거창으로 향했다.

아버지의 업(業)을 이은 아들, 학교를 떠 나고 난 뒤 서울에서 네 시간을 달려 도착한 거창 IC에서 다 시 30분을 들어가니 낮은 산 중턱에 전성은 전 교장의 집필실이 나타났다. 학생들이 가끔 농사 를 짓는 ‘거창고 농장’ 뒤에 자리 잡은 소박한 집 이었다. 2006년에 정년 퇴임한 그는 매일 이곳으 로 출근해 글을 쓰고, 연구를 한다. 지금 그가 연 구하고 있는 것은 아버지 전영창 목사가 생전 기 록했던 교육에 관한 문서들을 해석하는 일이다. 전영창 목사는 1956년 거창고를 설립한 초대 교 장으로 평생 ‘학생을 바르게 키워내는 일’에 몰두 했던 교육자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신학 공부를 한 그는 미국 선교사들과 함께 한국에 전인 교육 기관을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전국을 돌다 지금의 거창고 자리에 학교를 세웠다. “아버님은 항상 ‘아이들은 모두 평등하고, 귀하지 않은 아이는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어요. 원경선 이사장님(원혜영 국회의원의 아버지)은 참된 학교가 가야 하는 길에 대해 이야기하셨죠. 두 분을 비롯한 거창고의 스승님들께 듣고 배운 것들을 전하고 싶어서 책을 쓰기로 했습니다.” 한자가 빽빽하게 들어찬 낡은 문서는 전성은 교 장만 알아본다. 그는 “돈을 주고 해석해 보라고 해도 모두들 못하겠다고 두 손을 들더라”며 웃었 다. 아버지가 못다 한 ‘업(業)’은 아들이 대를 이 어가고 있었다. 그는 서울에서 배재고등학교를 다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계신 거창고등학교로 내려왔 다. 짧은 거창고 학생 시절을 지나,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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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제학과를 졸업한 뒤에 다시 거창고등학교로 돌아와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서른둘, 지 극히 어린 나이에 교장직에 올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40여 년이 흐르고, 정년 퇴임 시기가 다가오니까 빨리 그만두고 싶더라고요. ‘ 교육’을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전 성은 전 교장의 자기 고백이다. ‘학생을 섬기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라는 아버지의 교육 관에는 동의했지만, 대한민국의 교육과 정반대의 교육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설립자 전영창 선생이 만들었다는 거창고의 직업 선택 십계명만 봐도 그렇다. 이 십계명은 지금까지 거 창고 강당에 걸려 있다. ‘월급이 적은 쪽을 선택하라 /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닌 나를 원하는 곳을 택하라 /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 모든 조건이 갖춰진 곳 은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 하라 /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곳을 가 라 / 한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로 가라 / 사회적 존경성을 전혀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 부 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 다. 의심치 말고 가라 / 왕관이 아닌 단두대가 기 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이지요. 벌써 20년 전 에 학생들이 강당으로 몰려와서 십계명을 떼자 고 시위를 했어요. 지키지도 못할 십계명인데 부 담이 된다는 게 이유였죠. 그래서 제가 아버님을 비롯한 세 명의 스승님 이름을 대면서 ‘뗄 수 없 다’고 말했어요. 그분들만큼은 아무런 의심 없이 십계명을 실천했던 분들이니까요. 그랬더니 학생 들이 아무런 말을 못하더라고요.” 전성은 전 교장은 십계명을 하나씩 세 번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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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서 학생들에게 훈화를 하곤 했다. 훈화 시간에 는 거창 주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의 학생들까지 들으러 왔다. 그는 “물론 이 십계명을 철저히 지 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 지니고 산 다면, 가끔씩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지 않겠느냐” 고 물었다.

학교를 불행하게 하는 세 가지 신화 우리 교육의 어두운 현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 다. 그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전성은 전 교장은 ‘세 가지 신화’ 때문이라고 말을 꺼냈다. 그가 말하는 ‘신화’의 뜻은 ‘잘못됐지만, 모든 사 람이 믿는 것’ ‘의심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이다. 첫 번째 신화는 ‘이렇게 교육하면 이런 사람이 나 온다’는 생각이다. 전성은 전 교장은 “사람들은 학교 교육만으로 인격이 길러지고, 변화할 수 있 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했다. “아주 위험한 생각이에요. 학교는 어떤 분위기,

“시험 성적 등 숫자로 표시된 학생의 정 보는 제일 부정확하고 의미 없는 정보예 요. 87점과 91점 받은 학생 사이에 도대 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Program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할 뿐 어떤 사람을 변화 시키지 못합니다. 그 한계를 분명히 알아야 해요. 또 학교는 외딴 섬이 아닙니다. 한 사회의 문화와 가치관을 만드는 건 그 사회에서 비판 없이 통용 되는 ‘상식’인데, 학교 역시 그 상식에 지배를 받 죠. 하지만 학교는 상식에 순응하고, 그 사회의 기준에 맞춰 성공하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돼요.” 그는 또 “학교와 학생은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 는 고대 국가에나 있을 법한 교육관이 지금도 존 재한다고 비판했다. 여전히 ‘부국강병’을 목표로 ‘ 인재 양성’에 애를 쓰고 있다는 것. ‘인재’란 자본 주의 초기, 사람을 ‘인적 자본’으로 여겼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통제받고 있을까. 그는 교과서, 교과 과정, 평가, 학교 설립 허가 등이 우 리의 교육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해진 교과서로 만든 교과 과정은 결국 사지선 다 정답 문화를 낳고 또 성적 위주의 주입식 교 육을 만듭니다. 그리고 주입식 교육에 필요한 것 은 명령과 복종이니 사제 관계는 자연스럽게 사 라지게 되죠. 이것을 막기 위 해서는 교육의 상 당 부분을 자율에 맡겨야 해요. 그러면 아이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할 수 있는 ‘섬김’의 교육을 실천할 수 있죠.” 두 번째 신화는 더욱 착각하기 쉬운 것이다. ‘부 모가 자식보다 어른이고, 교사가 학생보다 선생( 先生)이며, 내가 너보다 세상을 더 잘 안다’는 생 각이다. 전성은 전 교장은 “과연 먼저 태어났다고 능력이 더 나은 걸까요?” 하고 물었다. “어른이 아이보다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더 나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교사가 학생에게

그런 생각을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내가 학 생보다 나은 게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평등한 관 계 속에서 교육을 해야 하죠. 다른 학교 학생에겐 너그럽게 그럴 수 있지만, 또 우리 학교 학생에 겐 그러지 못합니다.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 은 마음 때문이죠.” 거창고등학교 학생들은 좋게는 ‘자유분방하다’, 나쁘게는 ‘건방지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선생님 에게 시도 때도 없이 질문을 하고, 교장 선생님 도 스스럼없이 대하기 때문. 거창고의 수업 방식 은 소크라테스와 그 제자들처럼 선생님과 학생이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방식이다. “묻는 사람에게 대답을 해주고, 되묻고, 다시 대 답을 듣는 방식을 중국에선 ‘학문’(學問)이라고 합니다. 배울 학(學)과 물을 문(問), 배움은 묻는 데서 시작한다는 거죠. 공자와 맹자가 모두 사용 했던 방식이에요. 묻는 사람에게는 대답이 주어 지지만, 그것은 정답이 아닌 해답일 뿐입니다. 활 짝 열려 있는 답이죠. 거창고에서는 교사와 학생 이 서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배우는 길을 동행합 니다. 그게 바로 ‘자율’이죠.” 거창고등학교는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 으로 유명하다. 샛별초등학교, 샛별중학교와 함께 재단 법인인 ‘거창고등학회’에 속하는데, 이사회 는 교육 이념을 잘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교장 으로 임명한다. 학교 운영에 대한 전적인 권한은 교장이, 학사 일정과 교수 방식 등에 대한 권한은 교무 회의가, 그리고 교육 활동 운영에 대한 결정 권은 학생회가 갖는다. 교육 활동은 예술제, 운동 회 등 학생들이 주관하는 행사를 말한다. “매년 4월 마지막 주가 되면 50년 전통의 예술제 가 열려요. 학생회는 미리 각 반 대표들의 의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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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서 그해 예술제 계획서를 작성해 교무부에 제출하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죠. 하지만 결국 최 종 결정권은 학생회에 있어요. 예술제 진행은 물 론이고, 평가도 학생들이 합니다. 교사들은 학생 들이 조언을 요청하기 전에는 관여하지 않고 지 켜보기만 하는데 이게 거창고의 자율이죠.” 30여 종목의 경기가 치러지는데, 그 수준은 보잘 것없지만 직접 무언가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평가 하는 데서 오는 학생들의 기쁨은 대단하다고 한 다. 이렇게 학생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율적인 과정을 통해 스스로 가치관을 만들어나간다.

공부는 낚시, 등산, 스포츠 같은 취미 중 하나다 전성은 전 교장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공부다. 퇴임한 후에는 새벽이면 일어나 신학, 교육학 등 을 공부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고 했 다. 그러나 역사는 좋아해도 수학은 싫어한다. 공 부에도 선호가 있고, 취향이 있는 것. 하지만 우 리는 ‘공부는 열심히 하면 할수록 결과가 좋아진 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이게 마지막 세 번째 신 화다. “공부를 강제로 시키면 성적이 올라갈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공부는 바둑이나 운동, 낚시, 피아 노 등과 같은 취미 중에 하나입니다. 공부에 취미 가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이 있어요. 공부 를 잘하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고, 축구 를 잘하는 재능을 갖기도 하고, 시를 잘 쓰기도 하고… 사람은 저마다 갖고 있는 재능이 다릅니 다. 그런데 부모들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공 부에 자녀가 재능이 있는데 발견하지 못한 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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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착각하는 거죠.” 그는 “낚시 전문가가 되려면 낚시를 공부하고, 전 문 등산가가 되려면 등산을 공부하듯, 학교 공부 는 여러 가지 전문성 공부 가운데 하나일 뿐”이 라고 했다. 학교 공부를 잘하는 재능을 타고난 아 이는 부분적인데, 마치 모든 아이가 그 재능을 타 고난 것인 양 성적에 목을 매는 사태는 이런 신 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젠 아이들이 학교 공부의 노예 생활에서 벗어 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의 소질이 뭔지, 재능과 관심은 뭔지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하죠. 재능과 소질에 비해 관심을 소홀 히 하기 쉬운데, 매우 중요해요. 슈바이처는 음악 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지만, 신학에 관심이 있어 공부했고, 결국 의사가 되어 아프리카로 들어갔 어요. 관심이야말로 인생을 결정하는 요소예요.” 그는 재능과 소질, 관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 ‘공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학교 교육, 특히 초등학교 때는 아이들의 재능과 소질, 관심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숫자로 모든 것을 판단하 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시험 성적, 수능 성적 등 숫자로 표시된 학생의 정보는 제일 부정확하고 의미 없는 정보예요. 국 어 점수 87점 받은 학생과 91점 받은 학생 사이 에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시를 잘 쓰는 아이인지, 소설을 좋아하는 아이인지 아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숫자로는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숫자를 조금 완화시킨 것이 등급인데, 그것도 학 생을 선발하는 데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죠.” 2003년부터 2년 동안 참여 정부의 교육혁신위원 장을 지낸 그는 당시 ‘학생 교육 이력철’을 만들


Program 자고 제안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3까지 재 능, 소질, 관심을 기록한 이력을 보관하자는 것.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탄핵 사태를 맞이하면서 개혁안은 빛을 보지 못했다. “교육 개혁은 20년 동안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하 는데 많이 아쉽죠. 입학사정관제만 해도 그래요. 원래 계획은 아이들이 몇몇 대학에 쏠리지 않고 자신의 적성, 관심에 맞는 전국의 대학에 골고루 지원하도록 장려하려는 정책이었어요. 그런데 몇 단계 과정을 생략한 채 실시하다 보니 점점 또 다 른 경쟁 구도가 되어간다는 비판을 받고 있죠.” 정부와 학교 모두 변해야 하지만, 단기간에 이루 기는 힘든 일. 부모부터 생각을 바꾸는 게 현명 할지도 모른다.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재능과 소질, 관심이 잘 드러나지 않아 모두 알기는 어 렵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발견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저는 딸 넷, 아들 하나를 두었습니다. 다섯 아이 에게 한 번도 공부하라고 강요한 적 없고, 열심히 산으로 들로 바다로 데리고만 다녔죠. 그렇게 똑 같이 키웠는데도 다섯 명이 모두 제각각이에요. 넷째는 연극배우가 되고 싶어 했는데, 지금은 영 어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관심은 연극인데, 소질 과 재능은 영어 쪽인 거죠. 현재는 영어 연극을 가르치면서 세 가지 모두가 충족되니 행복하다 고 합니다. 막내는 그림과 연극을 좋아하지만 사 진을 하고 있어요. 크게 다른 분야가 아니라서 혼 란스럽지는 않은 모양이에요.” 그는 자신 역시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적성이나 관 심 분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교육 자도 자기 자식 앞에서는 별수 없다”며 웃었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자주 ‘다 너를 위해 하는 말

이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자식을 위하는 마 음이 맞는지, 나를 위한 마음은 아닌지 곰곰이 생 각해 보세요. 세 가지 신화를 말씀드렸지만 그 신 화를 깨기란 쉽지 않습니다. 피눈물 나는 자기반 성이 있어야 하죠. 저도 이 세 가지를 거창고등 학교를 그만둘 때쯤에서야 제대로 알았습니다(웃 음). 쉽지는 않겠지만, 스스로에게 세 가지 신화 를 갖고 있지는 않은지 물어보세요. 학문이란 묻 는 일을 배운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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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속 세계의 과학 교육 호주의 학교에서는 ‘과학의 밤’이란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한 학기에 걸쳐 연구하고 실험한 결과를 선생님과 가족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자연 과학 분야가 월등히 앞선 독일의 연구소들은 상설 ‘school labor’를 설치해 두고 학생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과학 현상을 흥미롭게 설 명하고 있다. 그 밖에도 프랑스는 일주일에 1시간씩 방과 후에 진행하는 과학 클럽을 통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준다. 이렇듯 세계 교육 선진 국의 아이들은 교과서 안의 딱딱한 이론 과학이 아닌 실생활 속 체험을 통해 과학 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기획_이미정, 강민경, 지희진 기자 일러스트_음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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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WORLD WIDE Germany 글·사진_홍혜정(독일 통신원)

과학 박물관을 찾은 엄 마와 아이가 인체 모형 을 끼워 맞추는 놀이를 하고 있다.

school labor 통해 과학적 호기심을 발전시키는 독일 독일이 2011년까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80명에 이른다. 그중에서 화학, 물리, 의학 등 자연 과학 분야의 수상자만 68명. 독일이 자 연 과학 분야에서 앞서가는 나라임을 증명해 주는 숫자다.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뛰 어난 기술로 명성을 누리고 있는 독일 자동 차 기업인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도 우 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 예로 아우디사 의 광고 문구인 ‘기술을 통해 앞서가는 기업’ 은 과학과 기술을 사랑하는 독일인들의 성향 을 잘 보여준다. 과학 기술을 귀하게 여기며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이 독일의 사회적인 분위기다. 과학 감수성을 키우는 조기 과학 프로그램

독일 사람들은 어릴 때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가정에서는 정 착된 토론 문화를 활용해 부모들이 아이들과 끊임없이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어린 이 박물관을 찾아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킨 다. 이런 박물관들은 가족 단위뿐 아니라 매 주 20여 개의 유치원 그룹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재밌게 과학의 원리를 익힐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 박 물관에서는 거창한 실험 도구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도구를 이용해 과학 놀이를 한다. 예를 들어 옷걸이와 노끈 을 연결해 소리를 들어보면서 공기 중의 소 리 전달에 대해서 배우는 식이다. 몇몇 대학의 부속 유치원에서는 정부가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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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조기 과학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한다.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 실험이나 베이킹파우 더에 식초를 넣어 반응을 지켜보는 등 쉬운 재료를 통해 과학을 가르치고, 무엇보다 시각 적 효과 등을 통해 과학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바이오 사이언스 분야에서 140 년 전통을 쌓아온 기업 ‘바이엘’의 경우 오 래전부터 ‘BayLab’ 시설을 운영하면서 어린 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한 프로그램의 이름 은 ‘Make Science Make Sense’. 과학적 지 식보다 감수성과 호기심을 우선시하는 독일 사람들의 과학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 목이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는 한 주제를 2주 동안 다루며 탐구 활동을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몸’이 주제라면 몸의 기능에 대한 과학적 지 식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뼈의 숫자를 세는 수학적 놀이를 접목해 통합적 사고를 기르도 록 한다. 이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과학은 재밌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는다. 아이들의 과학 아지트 ‘school labor’ 독일의 많은 대학 연구소들은 중.고등학생들 에게 연구소 탐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 부 연구소는 아예 상설 ‘school labor’를 설치 해 놓고 청소년들이 단체나 개인으로 언제든 지 방문하도록 했다. ‘school labor’에서는 일 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과학 현상을 흥미롭 게 설명해 주고, 아이들이 직접 실험할 수 있 도록 다양한 실험 기구들을 갖추고 있다. 예 를 들어 ‘휴대폰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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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표시를 관찰하며 숨겨진 과학적 의미를 찾고 있는 학생.

심사위원들이 대회에 참석한 학생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를 알고 싶은 학생이라면 물리 연구소를 찾 아 실험을 하고 체험하면 된다. 연구소 탐방 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개월 에 걸쳐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운영되기 때 문에 주제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도 가능하다. 우선 연구소를 탐방하기 전, 학생들은 그룹 별로 모여 해당 주제에 대해 조사를 한다. 실 험을 할 때는 연구소 담당 연구원들이 학생 들의 수준에 맞추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지 도해 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과학적 지식도 체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연구소는 초 · 중


Program 소년 연구 대회’는 세 명이 함께 출전하는 팀 프로젝트로 운영된다.

등학교가 요청하면 수시로 학교를 방문해 학 생들에게 자연 과학 분야를 소개하는 설명회 를 열기도 한다. 킬 대학 부설 연구소 ‘이페엔’은 과학 교육 과 정과 학습 지도를 연구하는 곳으로 독일 과학 교육의 중심지다. 물리 · 생물 · 화학 전문가, 교육 전문가, 교육 심리 전문가까지 모여 학 생들에게 과학을 쉽게 잘 가르칠 수 있는 방 법을 고민한다. 10여 년 전부터 시작한 ‘지구 시스템 프로젝트’의 경우, 학생들이 어려워하 는 지질학을 어떻게 수업에 녹여낼 것인가를 연구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여러 지질학 연 구소에서 의견을 모아 지질학 개념에 대해 쉽 게 풀이한 자료는 각 학교에 제공돼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대학에서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수학, 물리, 화 학, 전기학, 메커니즘 등 과학 과목 강의를 따 로 개설하고 있다. 교사의 추천을 받은 학생 들은 주말이 시작되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부터 3시간씩 대학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한 학기 강의를 마치면 원하는 학생은 시험 을 칠 수 있으며 이 성적은 대학에 입학할 때 인정받을 수 있다. 팀 프로젝트를 통한 과학 탐구 활동 독일에서는 과학 대회가 자주 열린다. 학생들 역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을 통해 증명하 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대회 에 참가한다. 만 14세까지 참여 가능한 ‘청소 년 실험대회’와 만 15세부터 21세까지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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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대학의 상설 연구소를 찾아 자유롭 게 과학 실험을 한다.

모형 풍력 발전기를 만드는 과학 시간.

배수관 연결을 고려해 과학적으로 집을 짓는 아이들.

이 주어지는 ‘소년 연구대회’가 매년 전국적 인 관심 속에 치러지고 있다. 1966년부터 개 최된 이 대회는 생물, 화학, 지구과학, 수학, 물리, 공학, 작업환경 분야 등 일곱 분야로 나 뉘어 진행되는데 참가자는 개인 혹은 3명까 지 팀을 구성하여 참가할 수 있다. 독일의 과학 대회는 하루 동안 참가자들의 과 학 실력을 겨루는 게 아니라 몇 개월에 걸친 실험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아이들은 실험 전 후 과정을 통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과학 적 지식과 연결시키는 법을 배운다. 이때 전 국적으로 6000여 명의 과학 교사나 각 분야 의 전문가들이 적절한 실험 기구나 전공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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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도시별, 각 주별 예선 대회를 통과한 학생은 전국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데 경쟁률이 상당하다. 2011년에는 72개 학교에서 출전하였는데 그중 195명의 학생들 만이 본선까지 출전했다. 많은 독일 기업들은 이 대회와 파트너십을 맺 고 상금을 지원할 뿐 아니라 학생들이 대회에 참여하는 데 소요되는 교통비, 식비 등 일체 의 경비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회의 수상자들에게는 기업에서 몇 주간 실 습할 수 있는 기회나 연구소와 기업에 취업 할 경우 우선권을 주고 있다.


Program WORLD WIDE Australia 글·사진_박소형(호주 통신원)

케이트는 엄마와 함께 채소를 돌보며 환경에 대해 공부한다. 지렁이 농장에 음식물 찌꺼기를 집어넣는 일도 케이트의 몫이다.

일상에서 과학의 주제를 찾는 호주 흥미 그리고 현재 삶과의 연관성, 이 두 가지 가 호주 과학 교육의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호주의 학생들에게 과학은 어렵고 지루한 과 목이 아니다. 교과서라 할지라도 이론을 설명 하는 데 만화를 이용하는 건 다반사이고, 구 체적인 실험 가이드에 따라 집에서 직접 실험 을 하는 일도 많다. 좀 더 어렵고 복잡한 이 론이나 내용은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배우고 반 학생들끼리 과학 박물관이나 도서 관,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며 직접 눈으로 보 고 손으로 만지며 탐구한다. 호주의 학교는 종종 ‘과학의 밤’(Science Night)이란 행사를 연다. 학생들이 개인이나 팀을 이루어 한 학 기에 걸쳐 연구하고 실험한 결과들을 선생님 과 가족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이다. 학생 들은 자신만의 발명품을 독특하고 기발하면 서도 핵심을 빠뜨리지 않고 발표한다. 또 호 주에는 각 주마다 학교 과학 교사들이 모이

는 단체가 있어 학생들의 과학 교육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 ‘사이언스 빅토리아’의 경우를 보면 해마다 과학 재능자 찾기, 과학 드라마 대상 등의 대회를 개최해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어낸다. 또 이 단체는 학습 부교재와 실험 자재 등 과학 교육에 유용한 자료들을 끊임없 이 찾아내고 특정 주제의 과학 캠프나 세미나 를 열어 교실에서 하지 못한 과학 교육의 깊 이를 채워간다. 생활 속에서 과학을 접하는 호주의 아이들 중학교 2학년인 맬컴은 ‘과학의 밤’ 과제물 준 비로 요즘 한창 바쁘다. 과학 선생님과 정한 몇 가지 주제에 맞춰 이번 학기 내내 조사를 하고 실험을 했다. 주제는 네 가지인데, 환경 안에서 화학과 연관된 문제들, 약품으로도 쓰 이는 식물들, 화학으로부터 얻는 에너지, 화학 반응으로 일어나는 색상의 변화가 그것. 동네 공원에서 식물을 채집해 스크랩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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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공원에서 식물을 채집하고 있는 맬컴과 형 로버트.

사이언스 빅토리아’는 각 학교의 과학 교사들이 모여 과학 교육의 방향을 함 께 모색하는 단체다. 과학 교육에 유용한 자료들을 오프라인 모임은 물론 홈 페이지를 통해서도 끊임없이 공유한다.

호주의 과학 교과서. 만화나 도표, 사진 등 아이들의 흥미 를 유발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많다.

인터넷이나 도서관에서 환경 관련 자료들을 찾아 정리하기도 했다. 산성과 알칼리성을 구 분하는 색상 실험은 안내 책자를 따라 읽으 며 집에서 형과 함께 실험했다. 대부분의 실 험 재료들은 집 안에 있는 일상용품들. 이렇 듯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재료들을 이 용한 실험이 많은 이유는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워주기 위해서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과 목이지만, 일상생활과 연관된 것이 많아 아이 들은 과학을 ‘놀이’처럼 익히고, 평소에 갖게 되는 호기심을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는 유 용한 지식이라고 인식한다. 초등학교 2학년인 케이트는 요즘 지렁이를 키우는 재미에 푹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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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 있다. 엄마가 하루 종일 부엌에서 모은 음 식물 찌꺼기들을 들고 마당 뒤로 가 검은 플 라스틱 상자(지렁이 농장) 안에 밀어 넣는다. 축축한 헝겊과 흙이 들어 있는 상자 안에서 지렁이들은 이 음식물을 먹고 분해해 배설한 다. 지렁이가 배설한 흙은 정원의 채소를 키 우는 옥토가 되고 지렁이 농장에서 흘러나온 흙즙은 천연 비료가 된다. 케이트는 환경 문 제의 화두가 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고민하면서 지렁이 농장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 는 방법, 천연 비료를 만드는 방법 등 케이트 는 끝도 없는 질문을 쏟아내고 엄마와 함께 여러 가지 실험과 조사를 하며 답을 찾아간 다. 케이트는 이 실험을 통해 뒷마당의 채소 와 화초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Program

WORLD WIDE France 글·사진_박언영(프랑스 통신원)

과학 클럽에서는 선생님 의 지도 아래 일주일에 한 번씩 비누나 사탕 만 들기 등 아이들이 호기심 을 느낄 만한 주제로 과 학 실험이 이루어진다.

눈높이실험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프랑스의 과학 클럽 프랑스는 각 시마다 학생들과 지역 시민을 위 해 저렴한 가격으로 각종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그중 취재를 위해 찾은 과학 클럽은 초등학교 근처에 자 리 잡고 있으며, 초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까 지(프랑스 초등학교는 5년제) 128명의 학생 들을 12명씩 그룹을 만들어 화요일부터 토요 일까지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1 시간씩, 그리고 고학년인 5학년들은 1시간 반 을 할애해서,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비누· 초 · 사탕 만들기 등을 배운다. 복잡한 화학을 가 르치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호기심 을 이끌 만한 주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과학 의 원리를 익히게 하는 일종의 과학 과외 학 습인 셈이다. 취재를 요청했던 날은 저학년

학생들과 함께 나디아, 사브리나 두 교사가 사탕 만드는 실험을 함께 하고 있었다. 그날 만든 사탕은 1844년부터 이어져온 전통 사탕 인 베를랭고. 설탕가루 250g, 포도당 25g, 레 몬 1개, 물 7.5cl, 색소 2방울을 가지고 한 시 간 동안 사탕 만들기 실험이 이어졌다. 먼저 냄비에 설탕과 레몬즙, 물을 부어 140℃까지 끓여 시럽을 만든 뒤(컵에 찬물을 붓고 끓인 시럽을 떨어뜨려 동그랗게 뭉쳐지게 되는 정 도) 대리석이나 평평한 돌에 식용유를 바르 고 그 위에 붓는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뒤 집개로 굳어 있는 시럽을 식혀가면서 떼어낸 뒤 가위로 잘라 설탕가루에 묻히면 완성된다. 그다음 교사가 실험 내용을 칠판에 정리해 주 면 학생들이 각자의 노트에 만드는 법을 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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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거친 후 수업을 마치 게 된다. 이런 실험은 아이들의 호응도가 좋 아 매번 1시간으로는 부족할 정도라고. 아이 들은 학교의 틀을 벗어나 과학 클럽에서 교 사들과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며 과학을 재미 있게 접하고 있었다. 파리에 위치한 대규모 과학 산업관 프랑스에서는 학교 밖 또 다른 과학 교육의 장으로 1970년대에 프랑스 대통령 직을 역임 했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텡이 1986년 6년 간의 공사를 거쳐 완성한 과학 산업관이 있 다. 이곳은 과학 산업 문화를 폭넓은 대중, 특히 아동들과 청소년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만든 곳으로, 파리 및 근교에 있는 학교들의 견학 장소가 된다. 한 해 1만 3000개 학교가 방문하는 곳으로 교실에서 이 론으로만 알았던 것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경

(위)과학 산업관 견학 후 자 뭇 진지한 모습으로 ‘과학 산업관 방문 기록서’를 작성 하고 있는 학생들

험해 볼 수 있다. 과학 산업관에는 2세부터 고등학교까지 나이와 학년에 맞는 다양한 프 로그램들이 있고, 전시회 형식으로도 마련되 어 있다. 견학 후에는 ‘과학 산업관 방문 기록 서’라는 보고서를 학교에 제출하도록 하는데 보고서는 에너지, 위성, 우주, 변혁, 소리, 빛 등 10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특별히 흥미로 웠던 부분과 재미없었던 부분들을 학생이 자 유롭게 체크하도록 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아 이들을 위해 마련한 과학 프로그램은 그뿐만 이 아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1937년 화 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장 페랭이 파리에 세운 디스커버리관이 있고, 1991년부터 매년 과학 축제가 프랑스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주로 전시, 강의, 교육 아틀리에, 연구소 개방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 에 프랑스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과학을 밀 접하게 만날 수 있다.

(위)과학 클럽에서는 간단한 실험일지라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 보도록 지도하고 있다. (옆)과학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내용을 꼼 꼼하게 기록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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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WORLD WIDE Netherlands 글·사진_지은주(네덜란드 통신원)

금속, 화학, 건축, 음악 속에서 과학을 발견하는 네덜란드 네덜란드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세계 정상 급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과학 분야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 원을 등에 업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 음은 물론, 실제로 과학 기술 분야의 세계 경 쟁력 보고서에서 세계 8위를 차지하는 저력 을 보여주고 있다. 네덜란드가 이토록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찾 을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바로 교육에 있다.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과학 연구를 위하여 그 무엇보다 인재 양성에 많은 투자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 · 중 · 고등학교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과학 교육 역시 체계적이고 실용 적인 배움을 모토로 고등 교육의 튼튼한 토 대를 만들어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과학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실험 준비물만 나눠줄 뿐 아 이들의 다양한 실험 결과에 대해서 ‘맞다, 아 니다’ 식의 결론은 도출하지 않는다. 또한 실 험 준비물을 보고 어떤 실험을 할지를 아이들 스스로 추측해 보도록 하는 등 무엇보다 창의 적인 생각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 었다.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과학 교육과 밀 접하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과학적인 지식을 얻고 싶을 때 사이언스 숍을 찾는다. 각 대학 마다 사이언스 숍을 설치해 연구비와 예산을 들여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있는 아이들 역 시 이러한 기관들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인 교 육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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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보고 만질 수 있는 과학 놀이터, 니 모 과학관 1997년에 문을 니모 과학 박물관은 ‘과학 기 술의 체험과 발견’(To do and discover)이라 는 슬로건 아래, 실생활 속의 과학 원리를 역 할 놀이를 통해 배우는 과학 탐구 공간이자 놀이 공간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Please Do Touch!’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데, 직접 보고 만지는 참여나 체험 형태의 전 시물로 공간이 가득 차 있다. 작동법을 확실 히 알지 못하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만지다 보면 자연스레 그 원리를 터득한다는 설명이다. 역학 에너지의 원리를 배우는 체인 리액션 (chain reaction), 생명체 DNA, 뇌의 세계, 금 속, 화학, 건축, 음악을 망라한 모든 코너에 서 과학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이곳은 말 그대로 아이들의 과학 놀이터다. 그중에서 도 건축 기술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만든 기계 공원과 환경을 생각하는 미래 대체 에너지를 보여주는 에너지관이 특히 인상 깊었다. 먼저 기계 공원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복잡하게 설 치된 기계 구조물들을 작동시키면서 건축의 기본적인 성질, 균형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게 된다. 또 에너지관은 네덜란드의 상징인 풍차 의 원리를 체험하는 것은 물론 생수 정화를 해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 이 특별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니모 과 학관은 학교 밖 학습 장소로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과정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배우도록 하는 과학 체험 교육, 과학 이벤트 등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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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이론이 아닌 체험을 통 한 과학 현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수업 시간 을 이용해 이곳을 찾고 있다.

(위)학생들이 힘의 원리를 깨닫는 실험을 하고 있다.


Program

(옆)물의 정화 시스템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치.

(아래)현미경을 통해 세포를 관찰하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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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즐거운

그림 대화 해볼까요? 엄마와 아이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지만, 정작 말을 해도 서로의 마음을 모를 때가 많다. 목소 리 대신 그림으로 교감하는 엄마와 아이들의 색다른 대화. 그 속에서 발견한 내 아이의 진짜 마음.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김진희(studio lamp)

“지금부터 20분 동안 서로 말하지 않고 그림으로 얘기해 볼까요?” ‘엄마, 아빠와 미술로 이야기하는 마음학교’ 수업에 모인 네 가족이 각자 앞에 놓인 미술 재료들을 만 지작거리며 들뜬 표정으로 지켜보다 선생님의 독 특한 제안에 갸우뚱한다. 받아든 종이에 각자의 나 무를 그린 후 엄마와 아이가 이를 합쳐서 한 그루 의 가족 나무를 완성시키는, 이날 수업의 포인트는 ‘비언어적인 소통’이었다. “어머님들, 평소에 애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많은 말 을 하죠? 그런데 아이들의 말은 얼마나 잘 들어주 시나요? 혹시 목소리만 듣느라 아이들의 눈빛이나 표정은 놓치고 있지 않나요?” 선생님의 연이은 질 문에 어머니들은 ‘말하지 않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 며 크레파스를 집어 들었다. 엄마와 재잘재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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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아이들도 모처럼 조용히 입을 다문 채 그림 에 빠져들었다. 바로 옆에 앉아서도 서로 말을 나 누지 않은 채 각자의 나무 그리기에 열중하는 모습 이 제법 진지했다. 아이들과 대화하기 힘든 부모에게 제격 요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미술 치료 수업이 인기다. 아이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들의 관심도 높다. 이번처럼 부모와 아 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수업에도 많은 가족이 모인 다. 주말에 진행되는 수업에는 주로 일하는 엄마 들이 많이 오는데, 평소에는 아이와 함께할 수 있 는 시간이 적어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기대도 높다. 수업 에 참여한 한 어머니는 “애들 교육에 관심은 많지 만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


Program 는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파악하기가 힘들더라고 요. 아이와 대화를 잘 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 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 아이의 진짜 이야기 를 들어보려고요”라며 참여 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사람들은 종이에 메모를 하거나 낙서를 하는 것만 으로도 자신의 마음이 드러나기 마련. 다양한 도구 와 재료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면 마음속의 이야기 가 어느 정도 흘러나온다. 각자의 스케치가 끝나자, 엄마와 아이들이 나무를 합쳐서 공동 나무 꾸미기를 진행했다. 아이와 엄마 가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고 만든 종이를 하나로 끼운 후, 이번에는 함께 상의하면서 완성해 가는 과 정이다. “이제부터는 마음껏 이야기하면서 함께 만 드는 거예요”라고 선생님이 말하자, 아이와 엄마들 이 참았던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시끌시끌했다. 아 이가 어떤 나무를 그리고 싶었는지 물어보고, 아이 또한 엄마가 그린 그림을 짚으며 “이게 뭐야?”하고 묻는다. “엄마, 나는 과일을 좋아하니까 온갖 과일 이 열리는 나무를 그려보고 싶어” “엄마는 우리 후 영이 나무를 만들고 싶어. 후영이가 좋아하는 분수 도 있고 미끄럼틀도 있고 수박도 있는, 세상에서 제 일 소중한 나무 말이야”라며 엄마와 아이는 눈빛을 교환하고, 서로의 표정을 읽었다. 엄마가 자신의 이 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나무 를 꾸밀 방법들에 대해 이것저것 말을 이어갔다.

창의적이고 역동적으로! 아이들은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고 엄마와 협동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 에 즐거워하며 나무 꾸미기에 집중했다. 특히 각종 도구와 재료를 활용해 구멍을 뚫거나 실로 꿰거나, ‘마카로니’ 같은 음식 재료들을 종이에 꽂거나 풀 로 붙이는 등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작업에 큰 관 심을 보였다. 수업 도중 한 아이는 실에 마카로니를 꿰어 세상에 서 하나뿐인 목걸이, 팔찌를 엄마에게 직접 걸어주 기도 했다. 애교가 뚝뚝 묻어나는 행동에 엄마는 “ 정말 고마워, 진짜 소중한 목걸이네~”라며 아이를 칭찬해줬다. 그러자 곳곳에서 다른 아이들도 엄마 에게 줄 선물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요즘 한자 배우기에 빠져서 한자가 새겨진 나무를 만든 아이, 달콤한 과일이 잔뜩 열린 나무를 만든 아이 등 4팀 4색의 독특한 나무 네 그루가 완성되 었다. “평소엔 제가 간섭을 하는 편인데, 그냥 내버 려두니까 이렇게 특별한 그림이 그려지네요. 정말 신기해요, 별말 안하고 칭찬만 했는데도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나무가 만들어졌어요.” 이처럼 부모의 정서적인 반응은 아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무를 들고 함께 사진을 찍는 엄마와 아이, 그림으로 한층 더 가까워진 가 족의 사랑스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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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습관

밥상머리에서

기획_강승민 기자 글_김미경 사진_중앙m&b

김미경 원장은… 18년간의 스피치 노하우를 담 은 베스트셀러『아트 스피치』 저자. 방송에서 솔직한 입담을 펼치며 잘 알려진 스타 강사로 다수의 팬을 거느리고 있다. 최 근 ‘키즈 스피치 리더십’ 등 다 양한 커뮤니케이션 콘텐트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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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명문 대학 아이비리그 재학생 중 30%가 유 대인이라고 합니다. 유대인이 전 세계적으로 두각 을 나타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원인 을 가정에서 찾는 교육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유대인 가정에는 독특한 가족 습관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족 구성원끼리 끊임없이 대화를 나 누는 게 제일 눈에 띄는 점입니다. 무언가 결정해 야 할 사항이 생겼을 때, 우리 가정에서는 주로 부 모님이 결정하지만, 유대인 부모들은 설사 본인의 생각이 있다고 해도 자녀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스피치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이고, 주체적인 아이로 자라게 되는 거죠. 이게 유 대인의 높은 명문대 진학률의 이유라고 많은 전문 가들이 말합니다. 공부라는 게 자기 스스로 해야 발 전하는 것이지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억지로 머릿 속에 넣어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스피치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훈련’밖에 없습니다. 훈련이라는 표현이 좀 강하긴 하지만, 사실이 그


Program 렇습니다. 좀 순화시켜 표현하면 ‘습관’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빌 게이츠의 말하기 습관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주말 이면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사업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을 나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들인 습관이어서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 것이죠.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지만, 본인 스스로 밥 상머리에서 이루어지는 가족 간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얻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된 적이 있었습니 다. 실제 우리나라의 명문가에서는 밥상머리 대화 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말하기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주변에 말 잘하는 사람들을 한 번 곰곰이 떠올려보세요. 평소 말수가 적은데 말을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즉시 해버리는 스타일의 사람들 이 이야기를 잘하죠. 본인이 의식했는지 어땠는지 는 모르지만, 그 사람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말 을 잘하고 싶다’라는 열망을 강하게 품었던 사람들 입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주변 사람들이 즐거워한 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좋 아할까?’라는 고민을 부단히 해온 것이죠. 물론 평 소 말하기에서 체계를 가지고 스피치 능력을 끌어 올리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성공적 인 스피치를 하게 되는 과정은 거의 다 비슷하고 참 단순합니다. 이번 여름 방학 동안 아이들에게 이 습관만 들이게 해도 매우 뜻깊을 거라고 생각합니 다. 사실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습 니다. 친구들 앞에서 재미있게 말하거나, 선생님께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교단에서 매일 강의하는 선생님도 처음에는 엄청난 두려움 이 있었을 겁니다. 사실 그 두려움이 에너지입니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그 노력 을 통해 개인의 능력이 발전하는 것이니까요.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스피치 능력은 훈련을 통 해서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습관 들이기와 경험 의 문제입니다. 한 번, 두 번 계속 도전하고 경험하 다 보면 어느덧 자유자재로 이야기하는 자신을 발 견하게 될 겁니다. 집에서 말하는 습관을 만드세요 첫 번째_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순간순간 재치 있게 말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듣는 사람들 도 이내 지겨워하죠. 하지만 듣는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소 재를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사실 주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찾는 일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바로 내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할머니가 들려준 옛날이야기, 친구의 해외여행 이야기, 연예인의 생활 등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 등은 언 제나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입니다. 스피치 소재를 찾는 것은 시간을 따로 두고 하는 게 아니라 일 상생활 중에 ‘늘’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일기 쓰기, 메모하기, 독 서하기, 친구들의 이야기 경청하기, 질문 많이 하기 같은 행동을 습관 들이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누군가에게 들은 소 재가 자신만의 스피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_머릿속에 먼저 설계도를 짜는 일입니다 그 설계도는 복잡한 게 아닙니다. 보통 A-B-A’ 구조로 돼 있죠. 글짓기를 할 때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입니 다. A(주제 밝히기)에서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꺼내고요. B(주 제 검증)에서는 A에서 말한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A’에서는 다시 한 번 주제를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어떻습니까? 간단하죠.

세 번째_자신의 말에 자신감을 갖는 일입니다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어쩐지 말대꾸 같고, 그 래서 말을 하지 않다 보니 불합리한 상황도 그냥 당하고 넘어가 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더군다나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다그치 거나 잘못을 크게 확대해서 혼내기라도 했다면 아이들의 입은 굳어버릴 거예요. 하지만 말하기에서 중요한 것은 말의 힘을 믿 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혹시 선생님의 질문에 할 수 있는 대답이 없다면 그 이유라도 정확하게 설명해 야 하는데,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는 절대 자신의 마음을 알아 줄 리 없습니다. 그냥 우물쭈물, 대충 얼버무리면 그게 더 버릇 없어 보이는 것이죠. 설사 조금 버릇없어 보이더라도 언제 어디 서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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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 전형까지 준비하는

여름 방학 포트폴리오 방학 중 체험 활동이 포트폴리오가 되는 시대가 됐다. 자 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그 과정을 평가하는 제도가 입학사정관 전형이기 때문. 진로 선택부터 자기 주도 학습 , 신나는 체험활동까지,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수 있는 서머 스쿨을 찾았다. 기획_강승민 기자 취재_이미회(자유기고가), 엄수진(프리랜서)

서 머 스쿨 고르는 6가지 기준

2012년 대입부터 수시 비중이 60% 이상으로 결정 돼 사상 최초로 정시 비중을 앞지른 데다 과학고 와 영재고 등은 물론 국제중에서도 입학사정관 전 형을 도입함에 따라 입시 준비 트렌드 또한 크게 변화하고 있다. 학교 성적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 는 시대는 지난 것. 학교 성적은 물론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까 지를 보여줘야 한다.그러나 이 변화는 공부에만 매 달려왔던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혼란을 준것도 사 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다. 학과 공부에서 자 유로운 여름 방학을 맞아 자신에게 꼭 필요한 서머 스쿨을 선택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하는 학생 이 많은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 하지만 자기 주도 학습법, 리더십, 진로 탐색, 독서캠프 등 분야도 다 양하고 종류도 많다 보니 옥석을 가리기 쉽지 않다. 강충인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교수는 입학사정관 전형 캠프나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6가지 기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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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합되는지를 고려해 보라고 조언한다.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캠프인가, 둘째 캠프가 암기 위주가 아니라 체험적이고 활동적인가, 셋째 캠프 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넷째 진로를 이미 선 택한 경우라면 자신이 원하는 학과와 관련이 있는 가, 다섯째 자기를 발견할 수 있는 캠프인가, 여섯 째 교사진의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가. 또한 강충인 교수는 입학사정관 전형이란 창의적 인 체험 활동이 중시되는 공교육인 만큼 부족한 부 분을 캠프 등을 통해 보충하는 한편 학부모와 함께 하는 활동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입학 사정관 전형에서는 주변 사람들 모두가 학생의 멘 토가 돼야 한다는 것. 어떤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 니더라도 방학에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거나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일상 을 떠나 자연과 함께하다 보면 평소에 하지 못했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자녀의 고민이나 호 기심, 미래의 꿈 등을 발견하는 수확을 얻을 수 있 기 때문이다.


Program

먼저 보낸 선배 맘의 캠프 후기 서울교대 자기주도학습 캠프에 참가 - 초등학교 2학년 윤솔비 엄마 김나영씨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기 때문에 자기 주도 학습 캠프에 보내는 게 아직 이른 건 아닐까 고민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집을 떠나 혼자 생활 하면서 처음 만나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사귄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렇 지만 사실 캠프에 보내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 니다. 아이가 3일 캠프에 다녀온 것으로 눈에 띄게 변화를 보인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의 캠프겠지요. 그런데 집에 돌아온 아이의 일상을 보면 캠프에서 마냥 놀다 온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3일 동안 아이 는 쉼 없이 자극을 받고 머리가 깨이는 느낌을 받 았다고 해요. 캠프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왜 공

부하는가, 어떻게 공부하는가, 무엇을 위해 공부하 는가, 나는 어떠한가’ 등 지금껏 한 번도 접하지 못 한 것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캠프가 아이에게는 하나의 터닝 포인트였던 거지요. 시키는 공부에서 벗어나려 하다 캠프에 다녀와서 한 가지 변화를 꼽으라면 엄마가 시키는 공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었 습니다. 가령 제가 먼저 하라는 교과 공부 대신 연 산 문제집을 푸는 거예요. 왜 이걸 풀고 있느냐고 물으니 지금 공부에 집중이 잘 안 돼서 이걸 먼저 하고 머리를 좀 돌려 교과문제집를 풀면 잘될 것 같다고 하는 거예요. 클래식 음악을 작게 틀어놓는 것도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음악까지 틀어놓 고 공부를 하더라고요. 아이 스스로 공부하는 순서 를 정했다는 것, 집중이 잘 안 되는 상황을 인식하 고 집중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했다는 것.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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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캠프 이후 처음 시도한 아이의 자기 주도 학 습이었습니다. 아이는 캠프가 좋았다고 말합니다. 제 생각도 같습 니다. 아직 어려서 뭘 얻을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 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서울교대 프로 그램을 비롯해 방학 캠프들이 너무 비싼 게 사실이 거든요. 비용이 절반 정도만 돼도 주저 없이 보내 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제 경우, 돈이 아까워서라도 아이가 캠프에서 배워온 것들과 활동지들을 바탕 으로 후속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캠프에서 받은 자극들이 일상에서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도로 아 미타불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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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무지막지한 숙제를 남기다 며칠 놀다 오라고 아이를 보내고 저는 한숨 돌려야 지 했는데 실은 엄마에게 무지막지한 숙제를 남겼 네요. 캠프 3일 동안 아이에게 학습 동기 부여와 의 욕을 높이는 데 분명한 자극을주고, 구체적인 방법 을 제시함으로써 아이로 하여금 해볼 만하다는 생 각을 갖게 한 게 가장 큰 수확인 듯합니다. 다만 그 것을 일상으로까지 연장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는 캠프에서 돌아온 이후, 학습 주체자인 아이와 학습 조력자인 엄마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겠지요.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프로그램이 거의 학습 위주 여서 운동이나 레크리에이션 같은 활동이 부족하 다는 거였어요. 캠프를 선택할 때 이런 부분도 미 리 점검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Program

독서&봉사 포트폴리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독서와 봉사 활동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해서 자료를 축적해야 하는 필수 과목이라 할 수 있다. 독서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작성하는 게 관건 독서 활동은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과하기 위해서 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산맥이다. 심사위원들은 독서 이력을 통해 학생의 이해력, 창의력, 사고력을 평가하고 지원자의 관심 분야 등을 파악한다. 서류 를 제출할 때 당황하지 않고 준비된 독서 이력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읽은 후 스스로 독서 내용을 정리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이나 독서 기록장에 독 후감을 최소 한 달에 1권, 1년에 10권 이상 작성하 고 특정 시기에 몰아서가 아니라 학년별, 학기별로 꾸준하게 감상문을 작성해 사고의 흐름이 드러나 도록 하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다양한 분야 의 독서를 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자신의 진로와 관련이 있는 분야의 책을 읽으면 좋다. 또 한 다양한 책을 읽고 ‘나만의 추천 도서목록’을 만 든다든지 학습 일기 등을 쓰는 것도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봉 사 활동은 양보다 질! 입학사정관제에서 봉사 활동 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학생의 사회 봉사 정신과 인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에서 가 장 중요한 요소는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봉 사 활동을 하는 이유, 둘째 지속적인 참여 여부, 셋 째 봉사 활동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가, 넷째 지원 한 학과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가 바로 그것. 대학 이 봉사 활동을 평가할 때는 등급을 정해 놓고 일

정 시간 이상이면 해당 등급을 주는 방식을 채택하 고 있다. 입시만을 위해 몇백 시간을 봉사 한다거 나,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이것저것 마구잡이식 으로 봉사 활동을 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 다.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게 바로 합격의 지름길. 봉사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포트 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좋다. 봉사를 하면서 힘들었 던 점, 보람 있었던 일, 변화된 것등을 진솔하게 기 록해 두면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특별한 봉사 활동 기록을 제출할 수 있다. 봉사 활동 정보 는 청소년자원봉사, 청소년활동종합서비스 사이트 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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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진로 찾기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는 학교 성 적은 좀 떨어지더라도 앞으로 더욱 성장할 가능성 과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가 바로 리더십과 자신감 등 인성에 관한 부분. 공부만 잘하는 바보가 아니 라 대인 관계가 뛰어나고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 난 사람이 진정한 인재라는 것. 다양한 체험 활동 을 통해 리더십과 자신감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을 고르는 게 관건.

전문가들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파악했다면 입 학사정관 전형의 절반 이상은 준비했다고 해도 과 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이야기. 하지만 세상에는 할 일도 많은 법. 설사 하 고 싶은 일을 골랐다 하더라도 자신의 적성과 소질 에 맞지 않는다면 한낱 꿈에 지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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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다양한 가능성 을 열어놓고 꿈과 실현 가능성을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방학 기간은 아이들이 다양한 체 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Program 2011년 한국에서 있었던 여름방학 캠프 서울교대 자기주도학습 캠프 49만2000원문의_02-3474-2362 www.brainup.ac (주)조선에듀케이션 맛있는 멘토스쿨 통학캠프 참가비_86만원 문의_02-2299-7002 edu.chosun.com/selfstudy 비전아카데미 자기주도학습 여름방학 기숙캠프 참가비_200만원(1차), 168만원(2차) 문의_031-851-5073 큰사람연구소 자기주도학습 산사체험캠프 참가비_77만원 문의_1688-8420 www.imentossam.com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우리말 논술캠프 참가비_45만원(초중등), 52만원(고등) 문의_02-3279-0900 등대리더십 독서캠프 참가비_33만원 문의_031-971-2731 edu.liskorea.org 테마한국사/세계사논술캠프 참가비_22만원(한국사), 23만원(세계사) 문의_02-568-2179 www.edulove1004.com 연세대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GLAD 한국의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등의 학생들이 참여 참가비_140만원 문의_02-2123-3968 해병대슈퍼리더십 캠프 참가비_45만원(4박 5일 숙박형), 120만원(9박10일 숙박+야생 형) 문의_1644-0242 www.camptank.com 정조와 다산에게 배우는 리더십 아카데미 참가비 3만원 문의_070-8118-6888 www.ggfc.co.kr NLP집중력 자신감 리더십 캠프 참가비_60만원(초등학생), 65만원(중학생) 문의_02-582-3296 www.MindNLP.com 청소년진로컨설팅캠프 참가비_74만원 문의_02-720-6253 www.insungschool.co.kr 우주비행사 캠프 참가비_22만원 문의_02-3477-0933 www.spaceschool.co.kr 과학로봇CEO 캠프 참가비_56만원 문의_1688-2143 www.werobo-edu.com 호기심 사이언스 캠프 참가비_21만원 문의_02-568-2175 www.edulove1004.com 어린이 궁궐문화 현장학습 참가비_6만5000원 문의_02-730-4796∼7 www.koreaschool.co.kr 어린이인권다큐캠프 참가비_20만원 문의_02-568-2175 www.edulove1004.com 꿈나무 재테크 환경캠프 참가비_3만원 문의_1577-1004 camp.myang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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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는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뽀로로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여기서 출발했다. 뽀 로로 제작사인 오콘을 찾아 ‘뽀로로 엄마’ 우지희 상무를 만났다. 궁금한 이야기가 많았다. 유아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한 특종에, 아기 공룡 크 롱이 친구로 등장한 배경까지…. 뒷얘기가 무성했다. 취재_성재경(객원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오콘 제공

한 부부가 아이와 함께 이민을 갔다. 유치원에 서 동양인이라고 놀림을 받던 아이는 홧김에 이 렇게 소리쳤다. “그만해. 나 뽀로로 만든 나라에 서 왔다구!” 그 뒤로 아이의 인기는 급상승해 누 구보다 빨리 유치원 생활에 적응했다는 후문이 다. 이 얘기는 실화다. 뽀로로는 땅 위를 쪼르르 걷고 있는데,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구름을 뚫고 우주로 날아오를 기세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메 인 화면에 이틀이 멀다 하고 ‘뽀로로’ 기사가 실 리는 판이니. 그날도 그랬다. 뽀로로의 미국 진출 을 앞둔 시점에 ‘디즈니사의 뽀로로 매각 제안’ 기사가 터져 나왔다. 매각 대금으로 제시한 금 액이 1조원이란 소리가 들렸고, 디즈니사가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면서 진실 공방으로까지 번졌 다. “뽀로로를 파는 건 박지성이 국적을 바꾸는 것과 같다. 돈은 많이 벌 수 있을지 몰라도, 사흘 지나서 돌 맞아 죽을 것 같았다.” 오콘의 김일호 대표가 어느 강연에서 한 말이 기사가 되어 널 리널리 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뽀로로 제작사인 오콘을 찾았 다. 태아가 세상의 빛을 보기 전 10개월을 엄마 배 속에서 보내듯, 뽀로로가 방송을 타기 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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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의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서 세포 분열하며 산고를 치르는 곳이 오콘이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 가?’ 일찍이 폴 고갱이 자신의 그림에 붙인 멋진 제목에서 힌트를 얻었다. ‘뽀로로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그 답을 듣기 위해 남편 김일호 대표와 함께 오콘의 창업 멤버로 활 동한 우지희 상무를 직격 인터뷰했다.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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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기획에 들어가 2년여의 제작 기간을 거 쳐 2003년 6월에 첫 방송을 한 걸로 아는데요 아 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오콘, 하나로통신(현 SK 브로드밴드), EBS의 공동 참여로 프로젝트가 시 작됐어요. 아이코닉스의 최종일 대표와 오콘의 김일호 대표가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우리만의 작품을만들자며 의기투합했죠. 하나로통신의 투 자를 받기로 하면서 공동 제작사로 들이고 EBS 가 더빙, 음악 녹음 같은 후반 작업에 힘을 보태 기로 하면서 일이 풀렸어요. 여전히 네 곳이 공동 제작하는 건가요 네, 동일 해요. 네 곳이 공동 출자해서 수익을 나누는 구 조로 보면 돼요. 기획과 마케팅, 제작을 아이코닉 스와 오콘에서 나눠서 하고 있죠. 아시다시피 한 편에 5분짜리 영상을 2편씩 묶어서 일주일에 2 회씩 방송하고 있어요. 52편을 묶어서 한 시즌으 로 보는데, 현재 3기까지 나왔어요. 4기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현재 4기를 제작중 에 있어요. 올가을이나 겨울을 목표로 하고 있 습니다만,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네요. 늦어도 내 년초에는 방영될 거예요. 이번에 새로운 인물이 하나…. 새로운 인물이오? 기존 캐릭터 외에 또 누가 새롭 게 추가되나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얘기인데…. 그게 사실이면 특종인데요? 전 세계 유아를 대표해 서 묻겠습니다. 어떤 캐릭터인가요 새 인물이 등장하는 건 확실해요. 애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캐릭터죠. 동물은 아니고요…. 여기 까지만 말씀드릴게요. (우지희 상무는 상당히 난 처해했다.) 초기에 북한이 뽀로로 제작에 참여했다던데, 그건 무슨 얘기인가요 당시에 하나로통신이 대북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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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하고 있었거든요. 북한의 삼천리 총회에 제작 을 제안했고, 그쪽에서 받아들이면서 뽀로로 1, 2 기 제작에 북한 측이 참여하게 됐어요. 제작 과정에 문제는 없었나요? 의사소통 같은 의사소통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에서 표현력에 차이가 있었어요. ‘신나게 뛰어가다’ ‘모두가 행 복한 표정을 짓다’ 같은 스토리보드상의 표현을 시각적으로 옮길 때는 작업자의 감성과 경험이 반영되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작업물을 보면 정말 신이 나서 뛰는 모습이 우리하고 달라서인 지 느낌이 안 산다고 할까요? 우리 는 동기 부여 가 되잖아요. 타이틀에 작게라도 이름이 올라가 면 디자이너로서 자긍심도 갖게 되고, 그래서 요 구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기 마련인 데, 북한에서 온 작업물을 보면 딱 거기까지라는 인상을 받을때가 많았어요. 늘 방영 일정에 쫓기 다 보니 부족한 대로 받아서 우리 쪽에서 수정 한 적이 많아요. 뽀로로와 친구들 캐릭터는 어떻게 나왔나요? 탄생 비화를 듣고 싶은데요 지역과 인종을 뛰어넘는 캐릭터로는 사람보다 동물이 낫죠. 쥐는 미키마 우스, 고양이는 헬로키티, 강아지는 스누피…. 이 런 식으로 접근해 우리는 펭귄으로 갔어요. 유럽 에서 방영된 ‘핑구’라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큰 도움이 됐어요. 아기 펭귄 핑구는 말을 안 하는 데, 우리는 말을 하는 따뜻한 캐릭터로 갔죠. ‘아 기곰 푸’의 따뜻한 감성 같은 걸 넣고 싶었거든 요. 펭귄을 주인공으로 하되 여러 동물 친구들이 북극에 함께 산다는 설정으로 캐릭터를 잡았어 요. 여우(에디)는 영리한 꼬마 발명가로, 비버(루 피)는 요리를 잘하는 상냥한 여자 캐릭터로, 백 곰(포비)은 덩치가 있는 우직한 캐릭터로 갔죠.


Program 크롱은 뭐죠? 악어인가요 크롱은 악어가 아니라 알에서 깨어난 아기 공룡이에요. 1기 1화에 나오 는 에피소드인데, 안 보셨나요?

대치동 뽀로로 엄마가 된 사연 뽀로로 제작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보통 새 시즌 에 들어가면 1년 안에 52편을 끝내는 걸로 계획 을 잡아요. 기간이 늘어날수록 제작비가 초과되 기 때문에 마지노선을 정하고 움직이는 거죠. 한 두 편의 샘플 시나리오를 빼고는, 주제를 한두 줄로 정리한 개략적인 에피소드만 갖고 시작한 다고 보시면 돼요. 52가지 주제를 여러 작가들 에게 나눠주고 시나리오를 쓰게 하죠. 이렇게 스 타트를 끊고 나면 정신이 없어요. 시나리오 점 검하고, 스토리보드 나오는 대로 애니메이션 작 업 들어가고…. 방영 날이 다가오면 쪽대본으로 드라마 찍는 상황이 벌어지죠. 동시다발로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업무 분장과 스케줄 관리에 신 경 써야 해요. 뽀로로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아이들의 대통령 이라는 ‘뽀통령’을 넘어 ‘뽀느님’이라는 신의 단계 로 넘어간 것 같은데요 제가 아들 둘을 키우고 있 어요. 첫째 준성이가 2001년생이에요. 2003년에 뽀로로가 방영될 때 그걸 보고 자랐죠. 애들 사 이에서 뽀로로 인기가 엄청나다는 건 알고 있 었어요. 준성이가 유치원에서 “우리 엄마가 뽀 로로 만든다”고 해서 스타가 됐죠. 제가 ‘대치동 뽀로로 엄마’로 꽤 유명해요(웃음). 그렇지만 아 이가 없는 어른들은 대부분 반응이 시큰둥했어 요.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 으니까요. 확실히 떴다는 느낌을 받은 게 언제인가요

두 가지 일이 기억나네요. 올 초에 강호동씨가 ‘1 박 2일’에서 “뽀로로는 대통령, 방귀대장 뿡뿡이 는 국무총리쯤 된다”고 한 말이 알려지면서 세간 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죠. 연등사건도 떠오르네 요. ‘부처님 오신 날’ 연등 행사에 사전 협의 없이 뽀로로 연등을 제작해서 언론 홍보에 활용한 적 이 있어요. 제작사 입장에서는 저작권 보호를 위 해 사용 금지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 일로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나중에 허락은 했지 만, 연등 행사에 쓴 것 같지는 않더군요. 과정상 에 아쉬움이 있는 것이죠. 이런 일들이 겹치면서 어른들도 뽀로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뽀로로가 너무 떴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다른 좋 은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작품도 많은데, 뽀로로가 너무 독식한다는 느낌은 없는지요? 대통령 임기가 재선, 삼선 이어지면 말들이 많아지잖아요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와 경쟁을 하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죠. 개인적으로는 타깃 층을 달리한, 경쟁력 있는 애니메이션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웃나라 일본을 보세 요. 짱구, 도라에몽, 케로로 같은 많은 캐릭터들 이 살아남아서 경쟁하고 있잖아요. 일본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3D 애니메이 션으로 유아 시장을 공략한 이유가 있지 않나 요? 2D 애니메이션 시장은 일본이 꽉 잡고 있잖 아요 3D 애니메이션 붐이 인 게 1990년대 중반 이에요. 픽사에서 나온 ‘토이 스토리’가 시작이었 죠. 오콘은 1990년대 후반에 SBS 인기가요의 ‘룰 루랄라’나 SBS 뉴스의 ‘나잘난 박사’로 3D 캐릭 터를 구현하는 기술력을 쌓았어요. 하지만 그 이 상의 뭔가가 필요했죠. 애니메이션 시장의 절대 강자인 일본 작품은 우리나라 정서와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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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봤어요. 흥미와 재미 위주였죠. 유아용 애니메 이션을 선택한 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상대적 으로 경쟁자가 적었고, TV 방영을 기반으로 캐 릭터 사업을 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 기 때문이에요. 뽀로로 이후 해외 마켓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을 주 목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애니메이션 한류’는 어 디까지 왔나요 초기에 비하면 인식이 많이 좋아졌어요. 뽀로로 가 큰 역할을 한 건 맞지만 아직 ‘애니메이션 한 류’를 논하기는 어려워요. 그러기에는 마켓 장악 력이 너무 떨어지거든요. 타깃 층에 캐릭터 인지 도를 쌓으려면 오래 방송을 타야 해요. EBS에서 꾸준히 뽀로로를 방영한 덕에 이만큼 인지도가 쌓인 거죠. 하지만 해외는 달라요. 130여 개국에 수출을 한 건 맞지만, 보통은 에이전트를 통하기 때문에 팔고 나면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하기 힘들 다는 뜻이죠. 영향력 있는 방송사에서 얼마나 오 래 뽀로로를 방영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요. 적어 도 1년은 꾸준히 방송해야 인지도란 게 생겨요. 현지 미디어에 영향력을 미치고 그 효율성을 높 일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비즈니스를 빼고 애니메이션을 논하 긴 어려워 오콘의 김일호 대표가 남편이라고 알고 있는데 요 네.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 선후배 사이죠. 남 편이 88학번이고 제가 91학번이에요. 소위 말하 는 캠퍼스 커플이죠. 남편이 학교 다닐 때부터 스케일이 컸어요. 아르바이트를 해서 주머니 사 정이 넉넉했고, 돈을 잘 쓰고 다니다 보니 따르 는 후배가 많았죠. 남편이 1996년에 LG전자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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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센터를 나와서 ‘오 컨설팅’이라는 브랜드 디 자인 컨설팅 회사를 차렸어요. 자본금 500만원 에 개인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썼죠. 그때 저도 같이 일했고. 당시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기업으로부터 수주 를 받아 인터넷 홈페이지나 CD-ROM 등의 멀티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다만 발주처가 시 키는 일만 하지는 않았어요. 그걸 왜 만들려고 하는지, 발주처 고객의 입장에서 근본적인 문제 를 끊임없이 고민했죠. 그런 문제 해결의 과정이 있었기에 뽀로로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산업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은 조금 거리가 있어 보 이는데요 비즈니스를 떼어놓고 애니메이션 사업 을 논할 순 없어요. 어떤 캐릭터든 상품화를 염 두에둬야 해요. 캐릭터를 잡을 때부터 사업성을 고려해서 기획에 들어가죠. 캐릭터를 상품화하 는 업체에서 제품을 만드는 데 어렵지 않은 형 태여야 하고, 캐릭터 모델이 아이들이 보편적으 로 좋아하는 동물이어야 해요. 크롱은 당시 공룡 이 인기였기에 좋은 반응을 얻었죠. 반면에 알바 트로스(새)는 기획 단계에 넣었다가 나중에 뺐 어요. 어른 역을 맡은 선생님 캐릭터였는데, 이 야기가 너무 교육적으로 흐르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꼭 상품화를 염두에 둬야 하나요 ‘선물 공룡 디보’ 만 해도 제작 기간 3년에 80억원에 이르는 돈이 들었어요. 흥행에 대한 확신 없이 어떤 사명감만 으로 제작에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죠. 그렇다고 방송에 나가면 바로 피드백이 오는 게 아니에요. 앞서 말했듯이 1년 이상 꾸준히 방송 을 이어가야 시장에 인지도란 게 생기죠. 장기적


Program 인 안목이 있어야 해요. 투자자도 멀리 보고 기 다릴 줄 알아야 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뽀로로 4기 외에 또 있나요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극장용 3D 입체 영화 를 제작 중이에요. ‘뽀로로와 신나는 아이스 레 이싱’이라고 눈밭에서 펼치는 스포츠 이야기를 담고 있죠. 마지막으로 오콘의 꿈은 뭔가요. 어떤 미래를 그리 고 있나요 아직은 모자란 점이 너무 많아요. 디 즈니가 가진 산업적인 노하우만 해도 우리보다 100년이 앞서잖아요. 전문 인력의 풀만 해도 상 당하고. 세계적으로 일본이 가지고 있는 애니메 이션 시장이란 게 있어요. 그에 필적할 만한 성 장을 위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결국 오콘만의 스타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 인정을 받는 것이 우리의 목표죠.

plus 오콘 김일호 대표 인터뷰 1조원 매각 거절한 뽀로로, 장부 가액은 0원” 오콘은 뽀로로와 디보로 대박을 쳤다. 그런데 의 외로 회사 실적은 좋지 않았다.

오콘 김일호 대표는 그 이유를 두고 이렇게 말했 다. “지난 2009년에야 흑자로 돌아섰어요. 지난 해 매출 52억원에 당기순 이익으로 6억원을 올 렸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1조원에 팔라는 제안을 거절했습니다만, 뽀로로의 현재 재무제표상 자 산 가치는 ‘0원’입니다. 100억원을 투자해 작품을 만들었더라도 5년간 정기상각을 통해 제로가 되 거든요. 눈에 보이는 수치로는 그렇습니다.” 뽀로로와 디보는 상각이 끝났다. 하지만 차기작 제작에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경우 미국에서는 70배를 쳐주지 만, 우리나라 은행은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기다 려주지 않는다. 콘텐츠 사업이 힘든 이유는 눈에 보이는 수익이 있어야 움직인다는 점이다. “캐릭터는 통계적으로 데뷔 3년이 고비입니다. 이후 7년을 넘기면서부터 브랜드화가 돼요. 뽀 로로는 9년차인데 계속 성장하고 있잖아요. 이 제 막 해외 시장이 열리고 있고. 그동안 직접 사 업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내년에 영화가 개봉하 고 테마파크와 의류 사업이 본격화하면 매출에 도 탄력이 붙을 겁니다.” 김일호 대표는 장기적으로 사업 부문을 분리할 생각이다. 그는 역량 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작지만 크리에이티브가 강한 회사로 오콘을 키 우고 싶어 한다. 비즈니스를 디즈니사에 맡기는 픽사가 그의 롤 모델. 오콘은 서초동 사무실을 떠나 뽀로로 테마파크와 어린이 도서관이 있는 판교의 신축 사옥으로이전을 앞두고 있다.

뽀로로와 가상‘메신저 토크’ 뽀통령과의 대화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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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집중력이 문제였다. 5분 안에 많은 얘기를 뽑아내야 했지만, 이 자유 로운 영혼을 뜻대로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서….” 뽀로로 주제곡이 자꾸 귓전을 맴돌았다. 성 기자_‘포켓몬스터’ ‘토마스와 친구들’ 같은 외국 캐릭터가 주름잡던 애니메이션 시장에 국산 토종 캐릭터가 선두 주자로 나서다니 정 말 격세지감입니다. Pororo_격세지감이요? 성 기자_아, 죄송합니다. 말이 좀 어려웠나요? 그럼 쉬운 질문부터 갈게요. 세계적으로 많은 팬이 있는 걸로 압니다. 본인의 매력은 어 디 있다고 보시나요? Pororo_안경빨’이죠. 성 기자_안경이 아니라 고글 아닌가요? Pororo_아, 고글이군요. 고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발 포샵으로 고글 지운 사진 유포하고 그러지 마세요. 제동이 형이 안경 벗 으면 이상하잖아요. 저도 그래요. 눈이 작다고요. 성 기자_그렇군요. 또 질문 들어갑니다. 최근 한 네티즌이 님을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마스코트로 삼자는 주장을 펼쳤는 데, 어떻게 보시는지? 모자에 새긴 P자가 평창을 뜻한다는 얘기도 들리던데요? Pororo_회사에서 아는 얘긴가요? 성 기자_회사요? Pororo_오콘이랑 아이코닉스요. 성 기자_무슨 아이돌 그룹도 아니고, 회사 눈 치를 봐야 하나요? Pororo_사실 제가 마음 놓고 연애도 못 해요. 워낙 쏠린 눈들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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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기자_아, 그럼 좋아하는 분이 있다는…? Pororo_좋아하는 사람은 많죠. 가까이에. 성 기자_혹시 패티(펭귄)인가요? Pororo_전 요리를 잘하는 분이 좋아요. 성 기자_아, 그럼 루피로군요. Pororo_외모로 누구를 평가하는 건 아닌 것 같 아요. 성 기자_좋은 말씀이세요. 그래도 이왕이면 패 티 외모에 루피의 요리 실력을 갖춘 분이 낫지 않을까요? Pororo_그런 얘기는 따로 만나서 하시죠. 성 기자_‘뽀로로와 노래해요’를 봤는데, 노래 실력이 상당하더군요. 따로 연습을 하나요? Pororo_따로 하는 건 없어요. 목이 짧아서 소 리가 잘 나오는지도 모르죠. 그래도 유브이 형들에 비하면 아직 멀었어요. 성 기자_유브이라면 ‘이태원 프리덤’을 부른 바로 그 UV? Pororo_네. 세윤 형이 손등에 제 문신을 하고 나온 걸 봤거든요. 성 기자_기억나요. ‘유희열의 스케치북’이었 죠? Pororo_솔직히 창피했어요. 제 얼굴이 너무 못생기게 나와서. 성 기자_화제를 바꿔서, 강호동씨가 “뽀로로 는 대통령, 방귀대장 뿡뿡이는 국무총리쯤 된다”고 한 적이 있는데, 혹시 나중에라도 정 계에 입문할 의향이 있으세요? Pororo_대통령이면 끝까지 간 것 아닌가요? 저한테 뭘 더 바라시죠? 성 기자_듣고 보니 그러네요. 분위기도 바꿀 겸 이름으로 삼행시 한번 지어보죠. Pororo_그거 재밌겠는데요. 성 기자_그럼 제가 운을 띄울게요. 뽀?


Program

Pororo_(5초 후에) 뽀로로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 기자_로? Pororo_로망을 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성 기자_로? Pororo_(3초 후에) 근데 로망이 뭐죠? (대화는 여기서 끊겼다. 정확히 5분이 지나 있 었다. 잠시 후 자신을 ‘포비’라고 밝힌 친구가

메신저에 등장해 “뽀로로 여기 없는데. 크롱이 랑 비행기 타러 갔어”라고 했다. 기자는조용히 메신저 창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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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의사들이 추천, 아이들의 즐거운 손 씻기 습관

데톨 포밍 항균 핸드 워시 체험 학습이나 물놀이 등 아이들의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여름. 그만큼 유해 세균에 감 염되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연평균 6번 이상 감기에 걸린다는 아이들의 건강을 챙 기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손 씻기에서 시작된다. 엄마 의사들이 추천하는 손 씻기 노하우를 공개한다. 기획_김혜진(프리랜서) 사진_이재희, 이민희(studio lamp) 모델_전선빈・전율희 남매 헤어&메이크업_H#(02-547-1517) 장소 협찬_대림 비앤코 문의_데톨(080-022-9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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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손을 씻기 전 한 손에만 세균 6만여 마리! 아이들 건강 습관 ‘손 씻기’ 몇 년 전부터 대한의사협회와 질병관리본부는 손 씻기 생활화를 위해 ‘1830’(하루에 8번 30초 동안 손 씻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도 식중독 및 전염병 예방, 개인 위생을 위해 체험 수업 을 할 정도로 손 씻기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워주고 있다. 실제 보통 한 사람의 한쪽 손에만 6만 마리 의 세균이 있어 WHO에서는 올바른 손 씻기만으로 감염성 질환의 70%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 다. 이렇듯 손 씻기는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방법. 특히 외부 활동이 많으면서 도 면역 체계가 약한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손 씻기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로 만 손을 씻는 것보다 항균 기능 핸드 워시로 씻어내는 것이 좋은데 데톨 포밍 항균 핸드 워시는 펌 핑을 하면 처음부터 거품으로 나와 아이들의 손 씻기에 흥미를 주는 제품이다. 손을 씻은 후에는 촉 촉함이 오래가 보습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하다는 평.

손 씻기, 하나의 놀이로 인식시켜주세요

깨끗한 손을 만드는 7단계

류화정(신사 테마피부과 원장)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며 단 체 생활을 하니 간단한 감기부 터 수족구병 같은 전염성 질환 이 가장 걱정이에요. 박테리아 처럼 급속도로 세균이 퍼지는 유해 물질에 감염될까 신경 쓰 이죠. 이런 병들을 예방하는 가 장 기본적인 방법이 손 씻기예 요. 그래서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을 기 르게 했어요. 아이들은 일단 손 씻는 것을 귀찮아하니까 거 품이 있는 제품을 이용해 손 씻기를 하나의 놀이처럼 인식시 켜주는 것이 좋아요. 저희 아이들은 몇몇 제품 중에서도 데 톨 포밍 항균 핸드 워시의 오렌지&모이스춰라이징이 향이 좋다며 좋아해요. 손을 씻으면서 향을 맡기도 하고 거품을 가 지고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기도 하면서 놀이라고 인식해서 인지 자주 손을 씻죠. 손을 씻은 후엔 보습을 챙기는 것도 잊 지 마세요.

1_손에 물을 묻힌 뒤 한쪽 손바닥에 데톨 포밍 항균 핸드 워시를 펌핑해 다른 쪽 손바닥과 서로 비빈다. 2_손바닥으로 손등을 문지른다. 3_양 손바닥을 깍지 낀 후 문지른다. 4_오른쪽 손가락 끝을 모아 왼쪽 손바닥에 문지른다(손을 바꾸어 반 복). 5_엄지손가락을 다른 손으로 잡고 원을 그리듯이 돌리면서 문지른다( 손을 바꾸어 반복). 6_손바닥 위를 손가락으로 원을 그 리듯이 돌리면서 문지른다. 7_손목을 손바닥으로 감싸 쥐고 비 빈다(손을 바꾸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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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균 전용 제품으로 아이 건강 지켜요 최경은(광명성애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며 단체 생활을 하니 간단한 감기부터 수족구 아이가 면역력이 발달되고 있는 4세여서 핸드 워시 제품을 구입할 때 꼼꼼하게 따지는 편이에요. 더욱이 호기심 많은 남자아이다 보니 만지 는 물건이 뭔지도 모르고 가지고 노는 경우가 많아서 걱정도 되고요. 그래서 아이에게 항균 제품으로 손을 오랫동안 구석구석 꼼꼼하게 씻 는 습관을 길러주고 있어요. 어린아이들은 대충 손을 씻는 경우가 많 거든요. 손을 씻은 아이들의 손을 검사했더니 엄지손가락 밑 손바닥 쪽 에 가장 세균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결과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에 게 손을 깨끗이 씻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해요. 데톨 포밍 항균 핸드 워시는 아이가 거품 놀 이를 하며 기분 좋게 손을 씻게 해주는 제품이에요. 게다가 항균 작용으로 유해 세균을 99.9% 이상 없애주는 만족스러운 제품이죠.

꼼꼼한 손 씻기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이지연(GF 소아청소년과)

여름철에는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인한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아 이들이 많아요. 또 아이들이 열광하는 모래놀이도 자주 하는데 개나 고 양이의 분변으로 오염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기생충도 걱정되고요. 각 종 유해 세균은 올바른 손 씻기를 통해 대부분 제거할 수 있어요. 그래 서 저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항균 전용 제품으로 손 씻는 습관을 들여 건강을 지키고 있어요. 야외 활동 등 손을 씻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손에 묻은 유해 세균을 간편하게 제거해 주는 손 소독제를 가지고 다 니게 해요. 데톨 손 소독제는 휴대가 용이하도록 50ml 제품도 판매해 아이들이 외출하기 전 꼭 챙겨줘요. 저도 피부가 민감해서 아무 제품이나 함부로 쓰지 못하는 편인 데 데톨 손 소독제는 순해서 아이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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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밴쿠버에

으로

배달합니다. 관람문의 604-544-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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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봉사단 관례상 미 성년자를 단원으로 선발하지 않아 마음을 접어 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성군은 포기하지 않 고 관계자들을 설득하기에 나섰다. 포트폴리오 를 제작하고 관계자에게 여러 번 e-메일을 보내 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 다. “이 봉사단에선 내 재능이 꼭 필요할 것이라 는 확신이 들었죠.” 성군은 한 달에 한 번, 아동·청소년 복지사업과 관련한 희망 스토리를 만화로 제작해 홈페이지 (www.kidsfuture.or.kr)에 게재한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웹툰 봉사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성유동군

아이들에게 만화로 희망을, 탈북 청소년에게 영어 지도 일반다문화 가정 초등생 110명 함께 참여하는 캠프 열어 연극게임 통해 한마음 강승현 기자 byhuman@joongang.co.kr

성군의 만화는 월간 뉴스레터로 제작돼 후원자 들에게 발송되기도 한다. ‘아이들과 미래’ 이원형 전략기획팀장은 “웹툰단 이 활동하면서 후원자들의 기부 만족도가 높아 지고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성군은 “ 만화를 보고 응원댓글을 달아주거나 스크랩 해 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힘이 나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뿌듯해했다. 최근 재능을 살린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면서 하남YMCA는 지난달 16일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는 청소년봉사단을 발족했다.

만화·그림 그리기로도 봉사 만화가를 꿈꾸는 성유동(서울 석관고 2)군은 지 난해 7월부터 사회복지단체 ‘아이들과 미래’에서 나눔웹툰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만화를 통해 기부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게 나눔 웹툰 단원들의 역할이다. 성군은 만화를 그리면 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 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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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명의 단원들은 재능과 희망에 따라 환경사 진·재능나눔(예술·문화공연)·희망 그림봉사등으로 나눠 활동하게 된다. 글쓰기에 특기가 있는 학 생이라면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말동무를 하면 서 자서전을 만들어주는 활동을 할수도 있다. 그 림봉사단에는 하남애니메이션고학생 30명이 신 청했다. 하남YMCA는 분야별로 전문적인 교육 도 함께 실시해 9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할 계 획이다.


Program 하남YMCA 이용원 사무총장은 “비교과 활동이 늘면서 창의적 봉사활동을 찾는 학생들이 많아 졌다”면서 “시간 채우기식 봉사보다 자신의 재 능과 흥미를 고려해 봉사에 참여하 는 것이 더 보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다문화 가정 자녀 위한 봉사도 기획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기획한 학생들도 있다. 미국에 유학 중 인 신채 영(미국 더블린 재롬 고교 11년)군은 6월 초 귀 국해 8월 초 출국 직전까지 일주일에 한 번 탈 북 청소년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지난해 여름 방학 때 우연히 탈북자 가정자녀를 가르쳤던 신 군은 국내에 그들을 돌보는 청소년 단체가 적다 는 사실을 알았다. 방학이 끝나고 미국으로 간 후 인터넷의 무료광고 게시판에 탈북 청소년들 을 함께 가르칠 학생들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 다. 신군은 지난 3월, 이를 통해 모인 10여 명과 탈북자녀들의 영어학습을 돕는 봉사단체 ‘엔코 (www.myenko.org)’를 조직했다. 봉사단원중 8명 은 신군과 같은 유학생이다. 이번 여름방학을 이 용해 귀국한 이들은 국내에 있는 봉사단원들과 함께 서울 강서구 가양7종합 복지관에서 탈북자 가정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신군은 “아이들이 ‘왜 영어를 배워야 하냐’며 거 부감을 나타내 처음엔 힘이 들었다”며 “하지만 함께 수업을 하면서 탈북 청소년들에 대한 선입 견이 없어지고 아이들의 실력이 느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할 계획”이라며 “봉사단 활동도 방학 때 마다 꾸 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학생 들이 활동에 좀 더 많이 참여해 학기 중에도 지 속적으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칠 수 있었으 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청심국제고 다문화 동아리 회원들은 지난달 22 일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한 ‘글로벌 시민의 식’ 캠프를 청심국제고 교정에서 열었다. 이번 캠프는 일반 초등학생 60명과 다문화 가정 초등 학생 자녀 50명이 참여해 1박2일 일정으로 진행 됐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 열린 이 캠프는 다 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일반 학생들과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서로 소통하는 자리로 마 련됐다. 프로그램 기획부터 수료증 발급까지 캠 프 진행의 전 과정은 동아리 회원들이 도맡았 다. 프로그램은 ‘다문화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토의, 서로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보는 연극, 몸 과 몸을 부딪치며 친해지는 게임 등으로 구성됐 다. 동아리 회장인 민성원(청심국제고 3)양은 “ 다문화 가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생각하 다 캠프를 기획했다”며 “지난해 캠프에서는 다 문화 가정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했는데, 다문화 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선 일반 학생들도 참가해야 한다는 생각에 규모를 키웠다”고 말했 다. 민양은 “학교에서 일을 하시는 필리핀 청소 부 아주머니가 캠프에 참가한 자신의 아들을 보 며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뿌듯하면서도 큰 책 임감을 느꼈다. 황정옥 기자

새학기를 앞두고 미국으로 다시 떠나면서 신군 은 “아이들과 e-메일을 주고 받으며 계속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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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보는 직업 청소년 롤모델에게서 듣는 진로 조언 디자이너 스티브J·요니P 부부

“영감은 오는 게 아니라 찾아 떠나야 하는 것.” 아이디어 스케치로 가득한 스티브J & 요니P의 작업실을 찾은 장세일(맨 왼쪽)·김연 주(맨 오른쪽)양.

Two heads are better than one.(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디자이너 ‘스티브J& 요니P’의 서울 한남동 작업실 곳곳에서 눈에 띄는 문구다. 부부 디자이너 스티브J(정혁서34)와 요니P(배승연34)가 패션 디자이너가 되길 꿈꾸는 장세일(인천 인천여고 2)·김연주(서울 영파여고 3)양의 일일 멘토로 나섰다. “인터넷포털 정보들로는 2% 부족하다”는 장양과 김양이 지난달 20일 오후 스티브J와요니P 부부의 설승은 기자 lunatic@joongang.co.kr 작업실을 방문해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연주 디자이너의 실제 생활이 궁금하다. 요니P 대답을 들으면 환상이 깨질 텐데. 디자이너

니까 디자인만 할 것이라고들 생각하는데 그렇 지 않다. 우리 일의 핵심인 디자인은 정작 양으 로 따지면 전체 일의 20%밖에 안된다. 나머지 80%는 세일즈나 홍보 같은 사업적인 일이다. 디 자인만 하면 정말 좋겠지만 우리가 만든 옷을 팔 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 계약을 따기 위해 옷을 싸들고 해외를 돌 때는꼭 보따리장수가 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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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주문받은 옷을만들고 박스 포장을 해서 보 내는 일도 한다. 고강도 육체노동이다. 화려함만 보고 패션업계 에 발을 들인 사람들 가운데 중도 포기자도 많 다. 하지만 디자인을 사랑한다면 나머지 일도 즐 겁게 해낼 수 있다. 세일 늘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게 쉬울것 같진 않다. 영감은 어디서 떠올리는지.


Program 스티브 사실 영감이 기다린다고 오는게 아니다.

요니P 넓은 세상에 나가 다양한 패션을 접하면

우연도 한두 번이다. 영감은 찾아 떠나야 하고, 만들어 내야 한다. 이 부분이 정말 치열하고 힘 들다. 여행도 가고 그림도 보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찾아본다. 친구들도 많이 만난다. 늘 더듬이 를 곤두세우고 세상의 트렌드를 살핀다.

서 사고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은 유학 의 장점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미국 파슨스가 뜬다 싶으면 그리로 확몰리고, 벨기에 앤트워프 가 뜬다 싶으면 그 학교로만 유학을 간다. 나라 마다, 학교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심플한 미국 스 타일을 가진 친구가 톡톡 튀는 디자인을 중요시 하는 영국으로 가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학 교를 결정할 땐 대세를 따르기보다 먼저 자신의 스타일을 따져라.

요니P 하나의 컬렉션이 끝나면 푹 쉴 수있을 거

라 생각하지만 다음 시즌을 위한 영감을 찾아다 니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끊임 없이 새로운 영 감을 받아 작품으로 풀어내는게 디자이너의 숙 명이다. 세일 입시 미술을 배우면서 가끔 ‘나중에 패션 디

자인을 할 건데 석고 데생이 과연 필요할까’ 하 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스티브 나도 고교 때 입시 미술을 했다. 하지만

이때 잘 닦아둔 회화 실력이 디자인 할 때 도움 이 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패션 디 자인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깊이 있는 디자인은 탄탄한 이론과 실기 실력이 뒷받침돼 야 한다.

스티브 하나 더 명심할 것이 있다. 유학이 성공의

보증수표가 될 거란 생각은 버려라. 유학파가 없 던 시절에나 통하던 오래된 얘기다. 자기만의 스 타일을 빨리 구축해서 성공한 순수 국내파디자 이너도 많다.

디자이너 스티브J요니P는 차세대 디자이너로 주목받는 부부. 한성대 의상학과를

연주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중요한 마음가짐이

졸업하고 정씨는 영국 세인트 마틴에서,배씨는 런던 패

있다면.

션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에는 독자 브랜

요니P 나만의 정체성, 아이덴티티를 갖는 것이다.

드 ‘스티브J & 요니P’를 시작했다. 패션잡지 ‘보그’의 칼

사람들은 유행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 어 ‘요즘 프린트 디자이너가 돈을 잘 번다더라’ 처럼 좀 잘된다 싶은 분야로 몰려든다. 그 분야 에 맨 처음 자리 잡은 사람은 인정을 받겠지만 그를 따라 우르르 몰려간 사람들은 팔로어밖에 안 된다. 남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길 을 찾아가라.

럼니스트 율 데 이비스가 꼽은 주목할 만한 100인의 디 자이너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4월 열린 서울 패션위크 에서 가장 많은 주문을 받은 디자이너기도 하다.

세일 대학 졸업 후 해외 유학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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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니스타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

한고은이 레트로를 권하다 유행이 돌아오는 시간만큼 여러 번 만나게 되는 인연이 있다. 한고은과 에디터의 사이도 그렇다. 올여름 고전 여배우들이 시대를 넘나들며 사랑해 온 복고 패션이 유행한다기에 3년 전 첫인사 를 나눴던 패셔니스타 한고은에게 되돌이표 패션, 레트로 무드 화보를 청했다. 기획_조유미 기자 사진_조세현(icon studio) 헤어&메이크업_제니하우스 청담점 의상 스타일링_선희정

아름다운 여배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레트로 패션에 도전할 때는 약간의 모던함이 가 미된 디자인을 선택해야 엄마 옷을 물려 입은 듯한 촌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고은이 입고 있는 옷은 매럴린 먼 로가 입었던 화이트 홀터넥 드레스를 점프 슈트 형태로 변형한 것. 58만5000원 · 로 버트 로드리게즈 by D.NUE

여름 호 첫 커버 촬영에 이어 시작된 레트로 패션 화보. 이른 아침부터 준비하느라 지칠 만도 한데, 조명을 맞추고 테스트 사진을 찍는 잠시의 시간에도 한고은은 기 분 좋게 큰 소리로 웃고 음악에 몸을 맡기며 이리저리 흔들어 보인다. 보통의 직업 을 가졌더라면 일생 한 번 만나기 어려운 스타들과 자주 작업을 하다 보니 지인들에 게 “그 사람, 실제로는 어때요?”란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한고은이 어떠냐 하면, 첫 인상부터 말하자면 범접하기 어려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랄까. ‘한고은’임을 알려주는 허스키한 보이스에 보면 깡말랐지만 사진상으로는 보기 좋게 탄탄한 몸, 슈 트렌치코트 DVF, 크리스털실제로 볼 장식 네크 리스 미네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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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단순하게, 어울리게 염정아의 매력이란…

멋대로, 염정아와 어울릴 촬영지들을 준비했더랬다. 드라마 촬영을 마칠 즈음 해외로 떠나 좋은 그림을 만들어보자고, 친절하게 제안을 하고 싶었다. 상냥한 프러포즈에 매니저는 무뚝뚝한 답을 전해 왔다. 해외에 가는 걸 한사코 거절하니 서울에서 찍자는 것. 결국 장대비 쏟아지던 날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나름의 준비물은 표지 사진과는 다른 이미지의 화보 컷을 얻기 위한 소품, ‘가발’이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그녀는 머리에 색색 헤어롤을 만 채 메이크업실에 앉아 있었다. 휴대폰이 안 터진다며 종종걸음 치다가, 촬영 끝나는 대로 서둘러 가야 하니 메이크업 받는 동안 (헤어드라이어 돌아가는 그 북새통의 공간에서) 인터뷰를 하잔다. 당황스러운 제안이다. 조심스럽고 우아하기보단 격의 없이 털털한 쪽이다. 겸양 떠는 염정아는 기대하지 말자고, ‘무릎 팍 도사’에 나온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나 예쁘잖아’라는 말도 밉지 않게 내뱉고는 개구쟁이 소년처럼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면 그만. 직설 화법으로, 반복적으로 자랑을 해대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행복을 숨기지 않았고 까칠함도 자신 있게 드러내는데,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다 알 것만 같았다. 염정아가 의외로 수더분한 여자라는 걸. 만나고 나서 알게 된 염정아의 매력이란, 단순하게 하지만 어울리게 사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 그걸 터득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를 그녀는 보여주었다. 기획_안지선 기자 사진_조세현(icon studio) 스타일리스트_이 윤경 헤어_이혜영(프리랜서) 메이크업_이현아(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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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모델 출신답게 수준급 포즈 실력에 사진가의 작은 요구를 바로 알아듣고 척척 몸을 바꿔 보이 면서 울었다 웃었다 표정 바꾸기를 식은 죽 먹기 로 보여주는 여배우. 여기서의 반전은 그녀와 진 짜 만남은 촬영을 마친 뒤 커피 한잔 앞에 두고 인간 한고은과의 인터뷰에서 시작된다는 점. 에디터_처음 안면 튼 것이 2008년 11월이었습 니다. 기억나시지요? 한고은_네. 오랜만에 조세현 작가와 촬영하던 날이었지요. 에디터_감성 풍부한 배우여서 그런지 그때나 지 금이나 카메라를 응시하며 눈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요즘 시대는 ‘감성’의 시대 화적인 교류를 즐기다 보면 나 자신도 좀 새로워 지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시 간을 내기가 용이하지 않을 땐 집에서 혼자 좋 아하는 음악을 듣고 와인이나 샴페인을 즐기며 사진첩을 들여다봐요. 혼자 있는 시간을 꽤 즐기 는 편이라 그런지 여유로운 시간들이 참 소중해 요. 페르소나적인 기질이 있는 제 경우는 대외적 으론 매우 대범하고 활발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굉장히 소심하고 혼자의 시간을 더 즐기 는 편이에요. 저희 할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 어요. “살아온 인생을 추억하면 단 5분도 안 걸 리는 일들이 그땐 그 순간이 왜 그리도 길고 힘 들었는지 모르겠다”고요. 가끔은 제가 보냈던 지 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그 시간들이 만들어낸 지 금의 나를 찬찬히 짚어봐요. 그러면 조금은 마음 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요. 에디터_혼자 있는 시간도 좋지만 그래도 배우들 은 ‘잘 알려진 얼굴’이어서 좋을 때가 있지 않나 요. 참, 한고은씨의 경우는 ‘잘 알려진 목소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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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벌어진 에피소드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고은_제겐 그런 에피소드가 참 많아요. 특이한 목소리 때문에 갓 데뷔했을 땐 어느 PD분께 “넌 목소리 때문에 연기를 못할 거야”라는 말도 들었 어요. 지금은 목소리로 절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아주 많아졌죠. 심지어 114에 전화번호를 문의할 때도 텔레마케터분들이 전화번호 안내를 해주신 다음 “혹시 그런데, 한고은씨 아니세요?”라고 물 어봐요. 택시 기사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제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확실한 개성이 목소리가 아닐까 싶어요. 잘 알려진 얼굴이어서 좋다기보 다는 제 목소리가 좋다고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 도 많아서 그런지 전 제 목소리가 좋아요. 에디터_휴식기라서 그런지 몸과 마음이 안정돼 보여요. 이럴 땐 미래를 꿈꾸게 되지 않나요. 한고은_얼마 전에 제 동생이 있는 미국에 다녀 온 뒤 이런 꿈이 생겼어요. 환갑이 넘을 때 즈음 엔 긴 생머리에 청바지와 흰 티셔츠를 입고 충 직한 개 한 마리 키우면서 전원생활에 빠져 사는 건 어떨까. 지금이야 배우로서 더 인정받고 성공 하고 싶다는 욕심도 크지만, 어쨌든 마지막에는 행복한 내 가정을 꾸리고 싶은 게 여자 마음이니 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한평생을 함께하며 한 백 년 살아도 좋고요. 에디터_긴 생머리에 청바지, 흰 티셔츠 이야기가 나왔으니, 오늘 화보 주제 잠깐 이야기해 볼까요. 옷, 까다롭게 고르시죠? 한고은_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서 그런지 옷 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입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 해요. 특정 옷은 별로다, 명품만 좋다 등 스타일 에 대한 편견은 갖고 있지 않거든요. 다만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가 유행


Program 시킨 룩처럼 가슴에 커다란 코르사주를 달아 연 출한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의 룩은 저라 면 절대 시도하지 않을 스타일이에요. 뭐, 사라 제시카 파커는 예뻤지만. 에디터_오드리 헵번, 비비안 리, 재클린 오나시스 등의 룩으로 대변되는 레트로 패션은 ‘아름다운 여자’로 불리는 데 유리한 패션이 아닐까 합니 다. 이미 예쁘다고 공증받은 옷들이니까요. 나만 의 레트로 룩이랄까. 옷장에 있는 옷을 요즘 식 으로 다시 입기도 하나요? 한고은_십대 때 잠시 ‘고스 룩’에 빠진 적이 있 어요, 검은색 옷만 입고 일부러 스타킹을 찢기도 하고, 가운데 머리만 남긴 모히칸 스타일 헤어도 했지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씨가 유행시킨 짙은 아이라인 화장을 하고 목걸이는 겹겹이, 귀 고리는 양쪽에 네 개씩 뚫어서 했어요. 상상이 가세요? 전 맹목적으로 유행을 따르진 않아요. 대신 맘에 드는 스타일이 있으면 몇 벌씩 사두거 나 같은 디자인을 색깔별로 구입하죠. 저만의 레 트로 패션이라면, 서른이 넘어서부터 십대에 입 던 그 블랙 룩을 다시 찾아 입기 시작했다는 거?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요. 하하. 에디터_지금의 모습에서 자신을 가장 아름답게 포장해 주는 색이 있다면? 한고은_보통 여성스러운 분들은 핑크색을 좋아 하던데, 전 왠지 핑크색은 간지러워서 도저히 엄 두가 나지 않아요. 전 붉은 계열을 좋아합니다. 따스하고 강해 보이는 존재감이 좋아서요. 에디터_예쁜 옷을 차려입은 여자에게 힘을 주 는 건 주위의 시선과 관심이라고 합니다. 주위에 서 뭐라 하든 자신이 만족하는 옷을 입는 편인 가요? 여배우들은 대개 베스트 드레서와 워스트

드레서 선정에 예민해하던데…. 한고은_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되면 기분 좋겠죠? 레트로 무드가 유행할 때 손꼽히는 고전 배우들 도 당시엔 베스트 드레서였을 거예요. 여배우로 서 베스트 드레서가 된다는 건 명예로운 일이기 도 하고요. 어떤 여배우가 베스트 드레서로 뽑혔 나 저도 매우 챙겨 보는 편이지만… 대외적인 모 습과 개인적인 모습은 참 많이 다른 거 같아요. 전 배우로서 공식적인 자리에 갈 때엔 다른 이 들의 시선에 아주 많이 신경을 쓰지만 평소에는 개인적으로는 오드리 헵번 머리라고 우기는, 저 를 제외한 모든 다른 이들은 사무라이 머리라고 칭하는, 머리를 꼭대기로 동그랗게 틀어 올린 번 헤어에 편안한 차림으로 다녀요. 에디터_치장하는 게 항시 즐거울 수만은 없는 일 이지 싶어요. 멋내기에 지치면 어떻게 하나요? 한고은_사실 저는 촬영 때를 제외하면 메이크업 을 안 해요. 미용실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화장 하는 것도 그다지 즐기지 않고요. 드라마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촬영 땐 아이라인만 그리면 됐거 든요. 메이크업도 제가 직접 했어요. 평소엔 옷 도 수수하게 입는 편이에요. 화면에 비치는 모습 은 화려하고 세련되어 보일지 몰라도 청바지 하 나를 구멍이 나 해질 때까지 몇 번을 기워 입기 도 해요. 대신 가방, 슈즈, 선글라스로 평범한 룩 에 포인트를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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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엔 가운데 머리만 남긴 모히칸 스타일까지 시도할 정도로 과감했죠. 지금도 그런 기질이 좀 남아 있는지 같은 옷이라 해도 내 맘대로 입을 때가 더 많아요” 미니멀한 옷과 강렬한 소품 올여름에 입어볼 만한 복고풍의 레트로 스타 일은 과한 디테일이 없고 미니멀한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대신 강렬한 느낌을 주는 가죽 뱅글이나 스카프 등으로 과감하게 연출하면 스타일에 강약을 줄 수 있다. 흐린 핑크 컬러 의 커팅 블라우스, 화이트 쇼트 팬츠 모두 가 격 미정·Y⊇proZect , 블랙 패턴 스카프 69 만8000원·로베르토 까발리, 가죽 뱅글 7만 2000원·디블루메, 멀티컬러 실반지 130만원 대·리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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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제인 버킨이 입던 대로, 요즘 식의 정장 바지 옛날 옷 중에는 지금 입어도 괜찮을 만한 디자인이 꽤 많다. 제인 버킨이 입던 와이 드 팬츠나 나팔바지로 불리는 벨보텀 팬츠 가 그렇다. 대신 컬러는 유행하는 색으로 선 택하는데, 여름이니까 비비드한 형광 컬러 면 더 좋지 싶다. 형광 컬러 홀터넥 톱 37만 8000원·DVF, 오렌지 팬츠 8만9000원, 웨 지 힐 17만9000원·자라, 화이트 원석 반지 가격 미정·제이미앤벨, 블랙 팔찌 79만8000 원·KNOTWORT by 쇼퍼홀릭, 화이트 구슬 팔찌 39만8000원·SECRET by 쇼퍼홀릭, 민 트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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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드레서가 되는 건 여배우의 로망, 평소엔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편안한 차림으로 다녀요”

브리지트 바르도의 헤어스타일 스타일링에서 옷만큼이나 중요한 헤어와 메이 크업. 올여름 레트로 패션은 컬러가 도드라지는 것이 특징이라 메이크업은 아이라인 정도만 그 리고 헤어는 브리지트 바르도처럼 살짝 부풀리 면 약간은 섹시한 느낌의 레트로 무드를 연출 할 수 있다. (왼쪽) 그린 원피스 8만9000원·자라, 핑크 꽃 웨지 힐 62만9000원·헬레나앤크리스티 트위기의 깜찍함, 스무 살의 한고은 1960년대에 과한 속눈썹 메이크업을 하고 미니 스커트를 입었던 20대의 트위기 모습을 연상시 키는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한고은. 스무 살 때의 자기 모습이 생각난다는 그녀는 『쎄씨』 『키키』 등 틴에이저 잡지를 찍던 시 절엔 이런 포즈를 했다며 깜찍한 표정을 지어 보 였다. (오른쪽) 컬러 스트랩이 들어간 블라우스 23만원, 퍼플 스커트 25만원·Y⊇proZect, 스트 라이프 헤어밴드 가격 미정·블랙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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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풍성한 실루엣의 화이트 원피스는 구호,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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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양지 라스베이거스에서

김민과 지춘희의 패션쇼 결혼 이후 소식이 뜸했던 배우 김민을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났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 녀가 가지고 있던 건강한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았다. 기획_이미정 기자 사진_이건호(studio dhal) 메이크업_조수민(김활란 뮤제네프) 헤어_한(김활란 뮤제네프) 스타일리스트_신수 희 의상_미스지컬렉션 소품_쿠론(02-542-7248 www.couronne.co.kr), 에스콰이아(031-730-9453 www.esquire.co.kr) 촬영 협 조_라스베이거스 관광청(02-775-3232 www.visitlasvegas.co.kr), 유나이티드 에어라인(02-751-0300 www.kr.united.com), 시저 스 팰리스(702-731-7110 www.caesarspalace.com)

‘신의 정원’이라는 명칭에 어울리게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시저스 팰리스 호 텔의 수영장. 김민이 서 있 는 곳은 VIP들을 위해 운 영되는 프라이빗한 공간이 다. 하늘거리는 시폰 소재 의 오프숄더 원피스 · 비즈 장식의 목걸이 미스지컬렉 션, 가죽 소재로 제작한 스 트랩 샌들 에스콰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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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제가 사는 LA에서는 트레이닝복이 일 상복이에요. 특별한 날에는 파티복을 빼놓을 수 없지만요.”한국에서는 파티 등에서 입기에도 다소 부담스러운 스 팽글 원피스도 LA에서는 입을 기회가 많다고. 디너 파티에 잘 어울리는 화려한 스팽 글 장식의 V넥 원피스 미스지컬렉션, 악어가죽의 패턴을 살린 빅 사이즈 클 러치 백・비즈 장식이 달린 스웨이드 소 재의 구두 에스콰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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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촬영을 할 때 가장 아쉬운 점은 여건 상 여분의 의상을 많이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 획에 맞게, 꼭 그만큼의 의상만 챙겨 가야 하기 때 문. 그녀와의 촬영이 끝날 때쯤 한 벌 더 챙겼던 원피스를 꺼내‘한 컷 더!’를 외쳤다. 바로 그렇게 해서 탄생된 컷. 플라워 패턴을 살린 원피스・화이트 옥스퍼드화・ 비즈 귀고리 미스지컬렉션, 선글라스 스타일리스 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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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의상에 맞춰 내추럴한 이미지를 시도해 보았 던 컷. 그녀는 오랜만의 화보 촬영이라 어색 하다고 말했지만 의상과 장소를 바꿀수록 그 녀의 촬영 집중도는 높아졌다. 화이트 원피스 미스지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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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미스지컬렉션의 의상을 입어 보는 김민이지만 누구보다 옷에 대한 해 석이 빨라 촬영은 막힘 없이 수월하게 진 행되었다. 여름에도 가볍게 걸칠 수 있는 점퍼·스팽 글이 달린 미니스커트·비즈 귀고리 미스 지컬렉션, 악어가죽 패턴을 살린 골드 클 러치 백 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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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사계절 내내 따뜻한 LA에 사는 덕분에 보 기 좋게 태닝된 피부, 틈틈이 요가와 발레 로 관리한 몸매는 화보 촬영이 시작되면 서 빛을 발했다. 슬리브리스 원피스·벨티드 셔츠·스킨 컬 러의 샌들 미스지컬렉션, 골드 컬러의 클 러치 백 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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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에게는 실로 오랜만의 촬영이다. 촬영팀 못지 않게 비주얼에 욕심이 나는 것은 그녀 역시 같은 마 음. 아침 일찍 일어나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았으면 서도 시안과 헤어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며 머리를 다 시 감을 정도였다. 상의는 품이 넓은 셔츠 스타일로 하의는 스팽글 스 커트로 제작된 원피스.비즈 귀고리 미스지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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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수영장 한가운데에서 포즈를 취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그녀에 게 집중되었다. 더블 버튼 재킷 · 화이트 스커트 · 옥 스퍼드화 미스지컬렉션, 화이트 컬러 의 직사각형 토트백 쿠론, 선글라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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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부담스 러워하는 김민 옆에서 꼼꼼히 챙겨주는 디자이너 지춘희 덕분에 촬영 현장은 늘 화기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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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처럼 지내는 디자이너 지춘희 덕분이다. 촬 영차 라스베이거스에 방문하는데 잠깐 올 수 있겠느냐는 지춘희의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 인 것이다. “민이는 배우 시절에 우리 집 건 너편에 사는 이웃사촌이기도 했지요. 예전에 도 지금처럼 아침밥은 꼭 챙겨 먹었고, 운동 도 늘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너무 바 른 생활 배우 같다’고 놀리기도 했지만요.” 지 금도 변함없이 김민은 요가와 발레를 빼놓지 않으며, 아침 식사 역시 거르는 법이 없다. 지 춘희는 그녀를 두고 ‘천성이 건강한 배우’라 는 말을 덧붙였다.

대중은 기억하는 일보다 잊는 일에 더 익숙하다. 아마도 영상의 홍수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볼거 리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은 잊혀지는 배우가 아 닌, 언제라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배우였다.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치고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여성중앙 촬영팀을 제일 먼저 반겨준 것 은 바로 그녀였다. 2006년 영화감독 이지호와 결 혼한 뒤 LA에서 가정을 꾸린, 한동안 브라운관 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 김민 말이다. 오랜만에 마주한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이 었다. 그동안 매체에서 볼 수 없었던 김민이 화 보에 등장한 것은 그녀와 세월을 뛰어넘어 친구

둘의 첫 만남을 회상하면, 한국어가 서투른 배우와 그런 배우가 신선한 디자이너와의 만 남이었다고. 데뷔 초 따로 국어 수업을 받을 만큼 김민에게 한국어는 낯설었다. ‘연예가중 계’에서 해외 리포터로 활동한 뒤, 본격적으 로 연기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국어책을 옆 에 끼고 살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김민 은 다섯 살이 된 딸에게 한국어와 영어를 번 갈아 가며 말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었다. “ 딸아이가 모국인 ‘한국’을 잊지 않도록 또 저 처럼 나중에 한국어가 서툴러 고생하지 않도 록 일 년에 한 달 정도는 한국에 머무르는 편 이에요.” 모든 아이들이 그러하듯 김민의 딸 역시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한 달 동 안 유치원에 다니며 차츰 한국 생활에 익숙 해질 때쯤 다시 또 미국에 가는 식이라 아이 와 엄마 모두에게 힘들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에게 한국을 알려주는 것이 먼 저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첫날 블랙 정 장을 입고 호텔 1층 일식 레스토랑에서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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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던 시크한 김민의 이미지와는 달리, 촬영 소품 으로 준비한 플라스틱 반지를 보면 ‘딸’ 생각이 제일 먼저 나고, 하루 일과는 딸아이 유치원 스 케줄에 맞춰 돌아간다고 말하는 그녀 역시 다른 엄마들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다. 촬영 후 휴 대폰에 담긴 아이의 최근 모습을 기자에게 보여 주기도 했는데 사진 속 아이는 엄마를 닮아 귀 엽고 씩씩한 개구쟁이 같았다. “여자아이라서 그 런지 유독 액세서리에 관심을 보이고, 거울 앞에 서서 멋 부리는 걸 좋아하지요. 제가 촬영하느라 여기 오는 바람에 지금 LA에서는 남편이 아이 와 씨름을 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 단둘이 있 어본 적이 별로 없거든요.” 디자이너 지춘희와의 화보 촬영 덕분에 김민 역시 뜻밖의 짧은 휴가 를 얻은 셈이다. 오랜만의 촬영이었지만 누구보다 즐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물며 잡지 촬영도 이러한데,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궁금했다. 이따금씩 인터 넷을 통해 그녀의 컴백 기사가 나오곤 했기 때문 이다. 대체 우리는 그녀를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잠깐씩 한국에 머무를 때 유독 컴백 기사가 많 이 뜨더라고요. 제가 한국에 들어와 있으니 ‘뭔 가 활동을 시작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하나 봐요. 물론 개인적인 일을 위해 한국에 들렀던 것이지 만 ‘만약 작품을 다시 시작한다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해 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랐기 때문에 엄마의 부 재도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고민 중이에 요.” 간혹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한국 드라마여 도 그녀 또래 여배우의 활약이 돋보이는, 그래서 감춰두었던 연기에 대한 욕심이 다시 생길 것 같 은 드라마는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고. 그렇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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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을 보니 연기에 대한 마음을 아예 접은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만 그녀 손에 쥐어진다면 김민을 브라운관에서 만 나는 일도 그리 먼 일은 아닌 듯싶다. 촬영 다음 날 마주 앉아 브런치를 즐기며 나눴던 인터뷰는 그렇게 끝이 났다. “저는 오전의 남은 시간 동안 요가를 하면서 보낼 예정이에요. 오후에는 슬슬 LA에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야겠죠?” 돌아 서는 김민을 보면서 어쩌면 그녀는 지금 자신만 의 영화 속에서 아내와 엄마라는 배역에 충실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입구는 마치 잘 가꿔진 정원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곳에서 이제는 오래된‘친구’같 기만 한 두 사람이 여름 햇살을 받으며 기념 촬영을 했다. 벨티드 민소매 원피스·옥스퍼드 화·플라 스틱 반지 미스지컬렉션, 손잡이가 있어 토트백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그린 컬러 의 숄더백 쿠론, 선글라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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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패션 위크에 펼쳐진

북유럽 스타일의 진수 매 시즌마다 소개되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한국의 패션 피플들이 트렌드를 좇지 않는 북유럽 사람들의 패션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생활을 뒤로하고 패션만이라도 쉬어 가고 싶어진 것일까? 그 진짜 이유를 덴마크 코펜하겐 패션 위크에서 찾아보았다. 기획_김지선 기자 참고 도서_『북유럽 디자인』(시공아트)『, 북유럽 디자인 경영』(매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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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1960년대 H&M의 초창기 매장 전경. 스웨덴 브랜드로 그 당시에 는 Hennes라는 브랜드 네임을 사용했다. 2_스타일리시한 베이식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주는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의 2011 F/W 컬렉션. 3_덴마크의 프리츠 한센은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가구를 선보인다. 4_심플하면서도 유니크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스웨덴의 칩먼데이.

게 이해할 수 있다.

자연을 생활 속에 심은 북유럽 \디 자인 패션 트렌트는 잠깐 불고 사라지는 바람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북유럽의 패 션 속에는 시대의 정서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기에 북유럽 문화와 정서, 지리적 위치 등을 먼저 리서치하면 그들의 패션을 좀 더빠르

북유럽 스타일은 다른 말로 스웨덴과 덴마크, 노 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에 속하는 5개국이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위치하 고 있어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라고도 하고, 북 유럽 국가의 인종을 일컫는 노르딕이란 단어를 사용해 ‘노르딕 스타일’이라고도 한다. 북유럽은 바다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가을부터 봄까지 차 갑고 세찬 바람이 분다. 여름에는 밤 11시가 되 어도 해가지지 않는 백야가 펼쳐진다. 영하 1도 만 돼도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찾고 영상 20도 의 맑은 날씨에는 모두 반팔을 입는 이곳.『북유 럽 디자인』의 저자 안애경씨는 “북유럽 사람들 은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있으며 다음 세대를 위해 이를 지키고자 하는 강 한 의지가 있다. 북유럽 디자인은 기능적이고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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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_핀란드 원목으로 원형을 기본으로 한 디자인이 눈에 띄는 핀란 드의 아아리카. 6_옷과 리빙 소품 등이 다양한 핀란드의 마리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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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적이며, 계층과 빈부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민주적인 사고방식을 배경으로 한 일상적 디자 인이다”라고 북유럽 스타일을 정의한다. 과연 그 들이 어떤 패션을 추구하고 있을지 궁금증이 더 욱 깊어지는 대목이다. 본격적인 북유럽 패션으 로 넘어가기 전, 한국에 북유럽 디자인이 알려지 게 된 계기는 스칸디나비안 가구에서 찾을 수 있 다. 스칸디나비안 가구는 디자인이 단순해서 특 별해 보이지 않지만 원목의 나뭇결을 살리는 등 자연으로부터 얻은 것을 해치지 않아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이 특징이며 대표적인 브랜드로 이 케아를 꼽을 수 있다. 또 화려하지 않으면서 절 제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도자기와 접시, 그릇에는 북유럽 사람들 특유의 편안함이 깃들 어 있다. 이미 많은 주부들사이에서 이딸라, 아라 비아핀란드, 구스타브스베리, 호가나스 등의 브 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북유럽 디자인은 한철 부는 바람이 아니라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자리해 있다. 9년 동안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북유럽 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깊은 안지훈 디자 인 마케터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영역이 넓 어지고 있는 현상은 소비자들이 단지 미니멀한 외형적 특성에 매혹되어서라기보다는 그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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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스타일을 통해 편안함과 친숙함, 인간과 가 장 가깝고 우리가 편하게 느끼는 자연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일 때뿐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의 품이 가장 편안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하루가 다르게 변 해 가는 세상 속에서 늘 경쟁하듯 사는 현대인 이 북유럽 스타일의 매력에 빠져드는 이유가 여 기에 있다.

패션 위크의 피날레는 이제 코펜하겐 에서 표정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을 온통 하얗게 칠한 모델이 런웨이를 걸어 나오고, 다음 모델 은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 전체를 뒤덮은 채 등 장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한 모델이 검은색 액 체를 손에 묻혀 하얗게 칠한 얼굴에 바른다. 바 로 AW11 코펜하겐 패션 위크의 바바라 아이 공 이니(BarbaraiGongini) 패션쇼 현장이다. 한 편의 퍼포먼스 공연을 보는 듯한 이러한 패션쇼 스타 일은 코펜하겐 패션 위크를 처음 와본 사람이 아 니라면 낯설지 않다. 세계 4대 컬렉션으로 꼽히 는 파리·런던·밀라노·뉴욕 컬렉션에 참가하는 많 은 패션 브랜드들이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 해 사실상 ‘돈’이 되지 않는 실험적인 패션을 기 피하고 일회적인 디자인만 고집하는 것과는 대 조적이다. 최근 덴마크에서 열리는 코펜하겐 패 션 위크를 향한 패션계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 고 있다. 코펜하겐 패션 위크는 시즌별로 특별


Program

한 패션 트렌드를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아트 적인 볼거리가 많아 아티스트들에게까지 영향력 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을 비롯한 세 계 여러 나라의 바이어들이 4대 컬렉션의 피날 레인 파리 컬렉션을 거쳐 본국으로 돌아갔던 예 전과는 달리 다음 패션 위크가 열리는 코펜하겐 으로 향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북유럽 패션이 갖고 있는 특징에 있다. 매 시즌 잠깐 유행하는 ‘ 잇’ 아이템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은 것, 트렌드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꺼내 입어도 전혀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것 이 가장 큰 특징. 스칸디나비안 가구가 어느 공 간에나 잘 어울리는 것처럼 옷 역시 어떤 것과 매치해도 잘 어우러지는 것이 이들이 지닌 디자 인 파워다. 의도하지 않은 경쟁력이랄까. “북유 럽 사람들은 대중적인 유행을 좇기보다는 자신 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고집스럽게 연출하는 데 매우 익숙하고 그 능력이 뛰어나요.” 스칸디나비 안 빈티지 팩토리 블로그를 운영 중인 안지훈 디

자인 마케터의 설명이다. 평범하면서도 튀는 듯 하고, 세월이 지나도 스타일리시한 패션을 완성 할 수 있는 북유럽 스타일을 조금 더 알고 싶다 면 www.copenhagenfashionweek.com를 방문하거 나 오는 8월 3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S/S 2012 코펜하겐 패션위크를 눈여겨보자

최근 세계 4대 컬렉션만큼이나 많은 패션 피플의 관심을 받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 패션 위크 현장. 북유럽 사람들은 독립적으로 활 동하는 패션 디자이너들의 의류 및 액세서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작은 규모의 부티크나 스튜디오를 찾는 사람도 많다. 코펜하겐 패션 위크에서 다양한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맨 위 사진은 앤-소피백 2011 F/W 컬렉션의 피 날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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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5개국의 대표 브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코노_실용성과 편안함, 합리적인 가격의 신발 브랜드. 안경과

이케아_심플하고 세련된리빙 전문 브랜드.

벨트, 시계, 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피예뢰벤 콘켄_심플하고 독특한 이미지가 특징.

덴마크 핀란드 마리아쿠르키_실크스카프와 타이 전문 브랜드. 마리메코_세련된 색상과 패턴 매치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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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우드_북유럽 남성들 의 워너비 패션 스타일. 헨릭 빕스코브_창의적인디자인으로 주목받는다.


Program 아이슬란드 아이스웨어_아이슬란드 기후를 고려해 편리함과 기능성을 고루 갖춘 아웃도어 브랜드.

한국에 들어온 북유럽 디자인의 민주 정신 코펜하겐 패션 위크를 통해 한국에는 잘 알려지 지 않은 북유럽 패션 브랜드를 찾아보는 것도 재 미나다. 그러나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너무 나 생소한 브랜드들이 등장해 어디서부터 시작 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데일리 프로젝트에서 북유럽 브랜드 바잉을 담 당하고 있는 바이어 서민수는 앤-소피백(AnnSofie Back)과 헨릭 빕스코브(Henrik Vibskov), 칩먼데이(CheapMonday)를 주목하라고 귀띔한 다. 특히 앤-소피 백은 한국에서는 데일리 프로 젝트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브랜드로 위트 있는 디자인과 북유럽스러운 중성적이면서 고딕한 느 낌이 있어 한국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밖에 우리나라에도 론칭한 덴마크 브랜드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은 브룬스 바자를 비롯해 리드미컬 한 컬러감을 잘 살리는 헨릭 빕스코브, 쿨 키즈

를 위한 언더그라운드를 베이스로 한 우드우드 등이 있는데, 이들 제품은 편집 숍 데일리 프로 젝트와 무이, 애딕티드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미 한국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 는 브랜드도 있다. 청바지 전문 브랜드인 칩먼데 이와 북유럽의 개성 넘치는 아크네, 백팩으로 요 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피옐뢰벤 콘켄, 이젠 세 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은 H&M, 스카프 전문 브랜드 마리아쿠르키, 착화감이 편한 신발 브랜 드 스코노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레인 부츠로 유 명한 트레통 역시 북유럽 브랜드다. 한편 북유럽 스타일이라고 하면 무채색 계열이나 톤 다운된 컬러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선 입견일 뿐이다. 얼마 전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서 그 진가를 발휘한 핀란드 의류 회사 마리메 코가 그 대표적인 예. 이 브랜드의 제품은 자연 원색에 가까운 빨강과 녹색, 파랑을 활용해 톡톡 튀는 북유럽의 개성을 보여준다. 1_마리메코의 컬러감을 즐길 수 있는 타월. 2_비닐봉지를 연상시 키는 H&M의 재미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백. 3_인형, 트리, 나무 등 커다란 인형을 쓰고 등장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AW11 에코 컬렉션. 4_귀여운 강아지를 데리고 등장한 덴마크의 AW11 CHP 비전 프레스 컬렉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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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여성스러움을 보여준 덴마크의 AW11 이드와 너스트036 컬렉션. 213


패션 피플들의 서랍 속 직업상 혹은 개인적인 취미로 선글라스, 클러치 백, 주얼리, 시계 등 다양한 소품을 모으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패션 피플들의 프라이빗 컬렉션 대공개. 기획_이미정 기자 사진_김황직, 정애란(studio il) 제품 협찬_제니하우스 도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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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선글라스 테에 달린 리본 디테일이 포인트로 요즘 즐겨 착용하는 선글라스. 샤넬 2_안경과 선글라스로 혼용해서 사용할 수 있어 실용적인 제품. 칩먼데이 3, 7_패션 브랜드에서 나온 서브 아이템이지만 개성 강 한 디자인이 좋아 요즘 배우들을 스타일링할 때 즐겨 사용한다고. 칩먼데이 4_영화 ‘써니’에서 어린 춘화 역의 강소라가 썼던 보잉 선글라스. 레이밴 5_모양이 독특해 끼는 것보다 머리 위에 올리는 등의 스타일링 을 할 때 좋다. 구찌 6_채경화씨가 좋아하는 복고 스타일의 선글라스. 김민희나 이효리 등 국내 셀레브리 티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브랜드. 린다패로 8_클래식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구입한 제품. 린다패로 9, 10, 11, 13_황학동에서 구입한 선글라스와 안경테. 지금은 옛날 이야기지만 한때 이런 선글라스는 1000원대에 판매되기도 했다고. 12_그러데이션 렌즈에 프레임이 가느다란 디자인이라 주로 경호원 역할의 배우에게 사용한다. 10년 된 제품. 베르사체

선글라스 하나만으로도 개성 표현 채경화_영화 의상 담당 영화 ‘추격자’와 ‘써니’ 등 수많은 영화에서 의상을 담당한 채경화씨. 오래된 소품을 소중하게 보관하는 아 버지 덕분에 영화를 촬영하다가도 빈티지한 소품이 필요하면 바로 부모님의 서랍장을 연다. ‘황해’에서 김 윤석이 낀 선글라스는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제품으로 실제 배우가 몹시 탐을 냈으나 일상생활에 착용 하기에는 불편해 아쉽게 포기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또 영화 ‘써니’에서는 채경화씨가 중학교 시절 쓰던 안경을 고쳐서 사용하기도 했는데 그 역시 아버지의 ‘탁월한 보관 능력’ 덕분이었다고. 서울 황학동의 빈티 지 시장에서 영화에 필요한 개성 강한 선글라스를 찾는다면, 개인적으로 즐겨 착용하는 선글라스는 레이 밴이나 샤넬 등 소장 가치가 있는 명품 브랜드의 가장 유명한 디자인. 특히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큰 프레 임의 선글라스를 즐겨 쓰면서, 얼굴이 작아 보이는 기능적인 효과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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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5_뉴욕 소호의 로드 숍에서 구입한 빈티지 나비 목걸이와 귀고리. 2_미국 플로리다에서 자연 소재를 그대로 건조시켜 금으로 도금해 주얼리를 만드는 핸드메이드 작가에게 직접 구입한 나뭇잎 목걸이. 3_유 인영이 착용해 이슈가 되었던 빈티지 귀고리. 일본에서 구입. 4_‘청담보살’에서 박예진이 착용한 귀고리. 촬영 당시 박예진과 함께 빈티지 주얼리를 자주 구입하러 다녔다. 5, 7, 12_일본 빈티지 숍에서 직접 구입 한 제품들. 6_그녀와 작업한 여배우들이 한 번씩은 착용했다는 진주 팔찌. 글램갓. 8_짧은 커트 머리의 박 예진을 돋보이게 해주었던 큐빅 귀고리. 글램갓 9_초커이지만 손에 두 번 감아 팔찌로 이용하기도 한다. 10_레이어링하기 좋은 반지. 글램갓 11_‘마이 프린세스’에서 김태희가 착용해 이슈가 되었던 반지. 13_서 우가 한 시상식에서 패셔니스타상을 받을 때 착용한 목걸이. 14_김고은보미씨가 좋아하는 빈티지 스타일 의 팔찌.

화려한 주얼리는 원 포인트 아이템으로! 김고은보미_스타일리스트 이수경, 박예진, 서우, 유인영 등 여배우들의 스타일을 담당하고 있는 김고은보미씨는 액세서리를 정말 좋 아한 나머지 최근 ‘글램갓’(www.glamgod.kr)이라는 핸드메이드 주얼리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화려하 고 볼드한 액세서리를 여배우들에게 스타일링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는 그녀 역시 워낙 다양한 스타일 의 주얼리를 매일 바꿔가며 착용하는 트렌드세터다. 촬영 현장에서 본인이 하고 있던 반지나 목걸이, 팔찌 등을 바로 여배우에게 건네는 경우도 다반사. 평소 액세서리 전용 백을 서너 개 가지고 다닐 정도로 많은 양의 주얼리를 보유하고 있는 그녀는 특히 유니크한 빈티지 주얼리에 애착이 간다고. 빈티지 주얼리는 다 른 액세서리와 레이어링하기에도 좋고, 한여름에 맥시 드레스나 블랙 원피스, 레오퍼드 패턴의 의상과 함 께 스타일링하면 훨씬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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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100년이 넘은 브랜드의 메탈 시계. 예전에는 태엽을 감아서 사용하는 시계로 유명하다. Tissot 2_시곗줄 에 기계적인 느낌을 살려 ‘시팀펑크’라 불리는 디자인을 이용한 제품. 3_손으로 촘촘히 짠듯한 시곗줄 때 문에 구입. 해밀턴 4_가죽 밴드의 클래식한 느낌이 좋아 구입. 타이멕스 5_타이멕스 시계의 베젤 부분만을 이용, 뉴욕의 핸드메이드 작가에 의해 개성 있는 브로치로 탄생됐다. 6_베젤 뒤에 사용했던 사람이 실험실 을 운영한 지 20년을 기념하며 써넣은 개인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세이코 7_코르크를 이용해 제작한 제 품. 8_밴드 안에 스프링이 달려 있어 착용이 간편하다. 스피델 9_뉴욕에 갔을 때 가죽 밴드가 특이해 구입 한 것. 10_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보급형으로 나온 포켓 워치. 시곗줄은 100% 실버 제품. 11_뉴욕의 빈티 지 숍에서 구입한 제품. 12_‘배구 클럽’에서 기념으로 맞춘 시계. 13_카메오 로켓 시계. 카메오 뚜껑에는 사 진 등을 보관할 수 있다.

빈티지 시계를 액세서리로 이용하는 즐거움 민지원_빈티지 숍 lobjet1920 마스터 고가의 제품보다는 착용했던 사람들의 스토리가 느껴지는 빈티지 시계에 열광하는 민지원씨는 시계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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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라 다양한 빈티지 액세서리를 좋아해 아예 서울 한남동에 숍을 오픈했다. 그녀가 꺼내놓은 시계들을 보 면 미국, 호주, 영국 등지에서 공수된 것인데 안타깝게도 시계의 제 역할을 하는 것은 극히 일부다. 그녀의 말을 빌리면 휴대폰이 시계의 모든 기능을 대신하는 요즘, 빈티지 시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액세서 리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제품, 밴드가 요즘 보기 드문 소재로 제작된 것 위주로 모으고 있다. 특히 호주의 빈티지 시계는 마치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들고 나온 것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제품이 많다고. 최근 빈티지 시계에 여러 팔찌를 레이어링하 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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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1_하드 케이스를 면으로 감싼 뒤 로프로 둘둘 말아 시크한 느낌을 살렸다. 202FACTORY 2_고등학교 2학 년 때부터 즐겨 사용하던 클러치 백. 인조 가죽 소재를 이용, 독특한 모양으로 디자인한 것이 재미있어 아 끼는 제품. 3_엄마에게 물려받은 클러치 백으로 한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다. 발망 4_PVC 재질을 이용, 여 름 한철 사용하기 편리한 투명 클러치 백. 202FACTORTY 5_뱀피 소재의 파우치형 백. 자그마한 소지품 들을 넣어 세컨드 백으로 이용한다. 가로수길 편집 숍에서 구입. 6_친구에게 선물 받은 것. 비비드한 레드 컬러라 포인트 소품으로 활용하기 좋다. 7_커버에 지퍼 장식이 달려 있어 실용적이다. 국내 클러치 백 디 자이너 브랜드 건트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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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한 패션 아이템, 클러치 백 이보람_202factory 디자이너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이보람씨는 금속과 섬유를 동시에 배운 덕에 자신이 직접 필요한 가방을 만들다 브랜드를 론칭하기에 이르렀다. 202 Factory라는 브랜드로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있는 가방을 소량만 제작, 기존의 기성품과 차별을 두 고 있다. 사실 클러치 백만큼 드는 사람의 개성을 단번에 드러내주는 아이템도 없는데, 펑범한 룩이라 할지 라도 클러치 백과 함께 연출하면 훨씬 스타일리시해 보이기 때문이다. 클러치 백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 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크기라고. 백의 사이즈에 따라 스타일이 천차만별 달라지는데, 손 안에 들어갈 만한 작은 사이즈는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고, 빅 백을 연상시키듯 큰 사이즈의 클러치 백은 캐주얼하면서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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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한 분위기를 낸다. 본인도 백 디자이너이긴 하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를 꼽아보면 어디에나 매 치하기도 편하고 다양한 컬러를 선택할 수 있는 캄포마르지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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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여배우들의

‘셔벗 피부’ 공식 물광, 윤광, 도자기를 이어 최근 ‘셔벗 피부’라 는 뷰티 신조어가 뜨고 있다. 이는 적게는 서 너 살에서 많게는 열 살 넘게 어려 보이거나 촉촉하고 탄력 있어 보이는 피부를 뜻한다. 드 라마의 집중도까지 높여주는 드라마 속 여배 우들의 피부 메이크업 레시피. 기획_이미정, 최은초롱 기자 사진_김황직(studio il), mbc, sbs, kbs 어 시스트_고윤지(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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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페이스, ‘로맨스 타운’ 민효린 ‘로맨스 타운’에서 민효린은 상큼 발랄하면서도 솔직하 게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가사 관리사 역을 맡고 있다. 자신의 나이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역할이라 캐 릭터에 맞게 블러셔만을 이용해 사랑스러운 메이크업 을 연출했다. 피부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 공급. 드라마에 서는 펄베이스를 사용 하면 조명을 받았을 때 유분이 있는 것처럼 표현되기 때문에 대신 탄력 있는 피부 표 현을 위해 수분이 많은 기초 제품만 사용한다. by 장혜 정(제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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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메이크업의 교과서, ‘시티헌터’ 박민영 드라마상에서 제복으로 블랙 슈트를 입어야 하는 경호 원역이라 의상에 맞게 내추럴한 메이크업이 관건! 실 제 나이와 비슷해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듯한 느 낌으로 피부 표현을 한 뒤 또렷한 이목구비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메이크업의 포인트인 리퀴드 파운데 이션과 컨실러는 2:1 비율로 믹스하여 쫀쫀한 제형으로 만든 뒤 최대한 얇게 발라 오래 유지되도록 했다. by 손 주희(정샘물인스피레이션)


Program 박민영의 뷰티 아이템 1_피부 톤을 화사하게 연출해 주는 핑크빛 블러셔. 단델리온 10g 4만2000원·베네피트 2_투명한 피부를 강조하기 위해 피치 계열을 사용한다. 페이스 잇 올 어바웃 립스틱 세미 매트 OR201 3.5g 8800원·더페이스샵 3_가볍게 밀착되는 기능이 있는 비비 크림. 페이스 잇 파워 퍼펙션 비비크림 40g 2만2900원·더페이스샵

민효린의 뷰티 아이템 1_피부 톤에 맞게 믹스해서 사용할 수 있는 멀티블러셔. 더 시크릿 쿼드러플 블러셔 10.5g 2만2000원·바닐라코 2_소량만 사용해도 완벽 커버가 가능한 제품. 스키니 파운데이션 15g 3만2000원·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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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피부 표현, ‘미스 리플리’ 이다해

러블리 페이스, ‘최고의 사랑’ 유인나

이다해가 학력을 속이고 한국 최고 호텔의 메이 드가되어 자신의 성공을 위해 세상과 한판 사기 극을 펼치는 역을 맡았다. 극 중 나이 역시 본인 과 같은 28세. 배역상 시크하고 세련되어 보이 는 메이크업이 콘셉트라 화려하지 않으면서 또 렷한 눈매로 힘을 주었다. 크림 타입의 블러셔를 비비 크림과 1:1로 섞어서 피부 표현을 한 뒤 블 러셔로 살짝 생기 있어 보이게 하는 것이 포인 트. by 자영(제니하우스 청담점)

사람들에게 주목받길 원하고 자기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는 여배우 역이라 화려한 메이크업을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실제 나이보다 2~3살 어 려 보여야 하므로 맥의 래즐대즐러를 입술 안 쪽에만 발라 볼륨감 있는 입술을 표현했다. 잦 은 촬영과 길어지는 대기시간으로 건조해진 피 부에는 아벤트의 미스트를 수시로 뿌려주며 바 비브라운의 수딩 밤을 이용해 촉촉 함을 유지한 다. by 임은경(드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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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이다해의 뷰티 아이템 1_피부 수분을 지속시켜 주는 기초 제품은 꼭 챙긴다. RGII 프리미엄 EX크림 55ml 15만원선·다나한 2_크림 타입 블러셔는 비비 크림과 섞어 바른다. 컨버터블 컬러(거베라) 4.25g 4만2000원·스틸라

유인나의 뷰티 아이템 1_발색력 좋은 블러셔로 페이스 라인을 화사하게 잡아준다. 스마일 핏 블러셔(3호) 8g 1만원·페리페라 2_결점 없는 피부 표현에 필수품. 코렉터 1.7g 3만5000원·바비브라운 3_건조한 피부 타입에 좋은 촉촉한 비비 크림. BB CREAM 40ml 6만 원·바비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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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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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메이크업, ‘당신이 잠든 사이’ 오윤아

무결점 동안 외모, ‘사랑을 믿어요’ 박주미

극 중에서 실제 나이보다 세 살가량 많게 등장하 는 오윤아는 오로지 성공에 혈안이 된 산부인과 의사 역을 맡았다. 아픔이 많은 배역 인데다 드 라마 후반부에는 이미지가 강하게 변할 예정이 라 너무 화려하거나 밝은 느낌을 배제하고 최소 한의 메이크업만 하고 있다. 파운데이션을 바를 때 스펀지보다는 브러시를 이용해 빠르게 펼쳐 바른 다음 들뜬 부분만 스펀지로 살짝 두드려 피 부를 표현했다. by 황란(드엘)

오랜만에 컴백한 그녀가 맡은 역은 큐레이터였 다가 남편과의 불화 후 가정을 위해 전업주부 가 되는역이다.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역할로 ‘ 너무 화려하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수수하지 도 않게’ 메이크업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파운데이션을 바를 때 소량을 사용해 꼭 필요한 부분에 가볍게 반복하여 두드려주면서 단단히 밀착시키고 입술은 혈색있어 보이는 정도로만 표현한다. by 홍성희(정샘물 인스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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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박주미의 뷰티 아이템 1_t존과 모공이 도드라지는 부위에 발라주면 매끄러운 피부 표면을 만들어 준다. 쎌 루라 트리트먼트 로즈 일루젼 라인 필러 30ml 17만5000원·라프레리 2_입술 중간 부분에만 틴트를 발라서 자연스러운 혈색을 표현한다. 차차틴트 12.5ml 4만5000원·베네피트 3_보습력이 뛰어나고 발랐을 때 시원한 청량감까지 느낄 수 있는 수분 파운데이션. 페이스 아키텍트 스무딩 플루이드 파운데이션 27ml 5만5000원·슈에무라

오윤아의 뷰티 아이템 1_피부 표면을 매끈하게 표현할 수 있는 프레스드 파우더. 미네랄라이드 스킨피니쉬 내추럴 10g 4만2000원·맥 2_얼굴이 화사해 보여 스타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립스틱. 립 칼라(세먼) 3.4g 3만4000원·바비브라운 3_하이라이트 효과가 생기는 수분 베이스. 스트롭 크림 50ml 4만4000원·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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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메이크업, ‘당신이 잠든 사이’ 오윤아

무결점 동안 외모, ‘사랑을 믿어요’ 박주미

신애라는 이번 드라마에서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만월당 13대 종부 역을 맡았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늘 밝고 열심히 살아가는 캐 릭터인데다 본인 나이보다 아홉 살이나 어려 보 여야 하므로 메이크업 콘셉트는 내추럴하게 잡 았다. 기초 단계 만큼은 시간 간격을 충분히 두 고 수분을 공급한 뒤 미세한 펄이 가미된 메이 크업 베이스를 소량만발라준다. 이 때 브러시를 이용하면 반짝거리는 피부를 극대화시킬 수 있 다. by 장진아(이경민 포레)

인터넷상에서 셀카를 통해 10대 부럽지 않은 피 부를 자랑했던 최화정은 이번 드라마에서 연예 기획사 대표 역을 맡았다.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도 젊고 당당한 커리어 우먼인 그녀 가 등장할 때마다 생얼에 가깝게 표현된 피부와 레드나 핑크등 짙은 컬러의 립 포인트 메이크업 은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일이 되었다. by 노화 연(끌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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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최화정의 뷰티 아이템 1_투명한 피부를 강조하는 레드 립 메이크업은 최화정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멜트 어웨이 립 샤인 3g 3만9000원·샤넬 2_컨실러가 파운데이션 케이스에 내장되어 있어서 이 제품만 있으면 셔벗 피부 메이크업이 가능하다. 30ml 3만5000원·라네즈

신애라의 뷰티 아이템 1_투명한 피부를 강조하는 레드 립 메이크업은 최화정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멜트 어웨이 립 샤인 3g 3만9000원·샤넬 2_컨실러가 파운데이션 케이스에 내장되어 있어서 이 제품만 있으면 셔벗 피부 메이크업이 가능하다. 30ml 3만5000원·라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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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과학자들의 연구 올림픽

WCD에서 찾은 미래형 스킨케어 ‘피부 과학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피부과학회(WCD)가 아시아에서는 29년 만에, 한국에서는 최초로 열렸다. WCD의 가장 큰 주제는 ‘늙지 않는 피부’를 갈망하는 여자들을 위한, 현 피부 상 태를 유지시키는 성분 개발과 관련된 연구 결과였다. 세계 유명 피부과 전문의들과 스폰서를 맡 았던 브랜드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미래형 뷰티 기술에 대한 리포트를 전한다. 기획_조유미 기자 사진_김황직(studio il)

아시아 뷰티 시장의 잇 시티, 서울에서 열린 세계피 부과학회

세계피부과학회(WCD, World Conference on Dermatology)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해 외 유명 피부과 전문의, 약사, 브랜드 담당자들은 한국 여자들을 “피부 관리에 관심 많고 스스로 잘 가꿀 줄 아는 아시아 시장의 뷰티 리더”라고 평했다. 또 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은 아시아 지 역 뷰티 기자들은 한국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 는 스파, 뷰티 숍과 함께 마스크 팩, 비비 크림과 같이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한국 브랜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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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만든 토종 뷰티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피 부 과학자들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WCD는 122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1889년 프랑스 파리 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4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 다. 세계 120개국 피부과 전문의들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데, 지금까지 WCD 행사를 개최한 13개국 중 아시아 국가는 1982년 일본(도 쿄에서 열림)이 유일했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 로 WCD 유치에 뛰어든 것은 2002년 무렵부터. 이후 약 10년 만인 2011년에 유치하게 된 데는 레이저 시술을 비롯한 선진적인 피부과 케어, 세


Program 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뷰티 브랜드의 제품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기업의 한국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지난 5월 24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WCD 행사는 피부과 전문의들의 워크숍을 비롯해 라이브 시술 강의, 스폰서로 참가한 뷰 티 브랜드의 전시 부스 등으로 이루어졌다. 그 중 우리나라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아모레퍼시 픽의 여러 가지 연구가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한국 여자들의 입술 나이에 대한 연구는 인상적 이었다. 2010년 충북 제천시에 거주하는 20대부 터 60대까지의 한국 여성 114명을 대상으로 입 술 형태, 혈류량, 입술 색을 연령별로 평가하여 변화하는 인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 나이가 듦에 따라 인중과 입술 너비가 길어지며 아랫입술의 두께가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다. 또 입술 볼륨을 나타내는 입술 높이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윗 입술의 높이가 줄어들었고 입술 색의 밝기와 붉 은 기는 나이가 들면서 흐려지는 경향을 보였다. 재밌는 결과는 입술 미세 주름이 연령의 증가에 따라 감소했다는 것. 이 연구 결과는 한국 여성 들의 입술 노화를 케어하는 립스틱 신제품 개발 에 활용되고 있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서울대학 교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팀과 10년간 공동 연 구한 결과를 통해 피부가 반복적으로 열에 노출 되면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증가하는 등 노화가 가속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체온이 정상 온도인 사람이 30분만 강렬한 햇볕에 노출 되면 피부 온도는 최대 43℃까지 상승한다. 피부 온도는 37℃ 이상 올라가면 열에 의한 혈관의 수 와 면적이 증가해 콜라겐 섬유와 탄력 섬유가 급

격히 파괴되고 이로 인해 피부 열 노화 현상이 가속화된다. 이 연구 결과는 설화수 스킨케어 제 품 개발에 활용돼 열 노화를 다스려주는 안티에 이징 기능이 들어간 소선보 크림으로 출시됐다. 연구 결과로 더 주목받은 피부과 전문 브랜드의 진 화

WCD의 공식 스폰서로 참여한 로레알 코리아의 몇몇 브랜드는 아시아 8개국 뷰티 기자들을 대 상으로 한 행사를 따로 열었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여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더모 코즈메틱 브 랜드 비쉬는 새로운 안티에이징 성분인 ‘람노스’ 를 개발해 아시아 여자들의 피부를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오는 9월 한국 시장에 출 시 예정인 리프트 악티브 덤소스 크림을 소개했 다. 또 피부 노화를 케어하는 항산화 효과가 있 는 메디컬 스킨케어 브랜드로 곧 국내에 론칭하 는 스킨수티컬즈는 자외선에 의해 발생하는 피 부 노화와 세포 손상을 예방하는 비티민 C와 E 등 항산화 성분의 역할과 임상 실험 결과를 소 개했다.

한국에서 열린 피부 과학 올림픽 WCD 의 연구 성과 제니피크 효과로 피부 과학 연구의 선두에 선 랑콤연구소의 신개발 성분 ‘LR 2412’

랑콤이란 브랜드를 두고 대개의 여자들은 ‘피부 과학’에 관련된 이미지보다는 이지적인 파리지 앤풍의 여자들을 먼저 떠올릴 듯싶다. 흥미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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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랑콤은 이미지에 집중하는 럭셔리 뷰티 브랜 드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2002년 파리, 2007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어 2011년 서울 대회까지 WCD에 꾸준히 참여해 오고 있는 브랜드다. 한 국을 여러 번 찾았던 랑콤연구소의 베로니끄 델 비뉴 박사는 새로운 안티에이징 성분을 이야기 하기에 앞서 세계 각국의 여자들이 아름다워지 고 싶어 하는 욕구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아름 다운 피부에 대해 먼저 분석했다. 신분증에 기록 된 나이와 여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나이가 달 라지고 있다는 것. 가령 45세 여성이라 할지라 도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35세의 여 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예를 들었다. 특히 ‘뷰 티풀 스킨’에 대한 기준이 나라별로 다른데 프랑 스 여자들은 피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충 분히 ‘쉼’의 흔적이 반영된 피부이며, 미국 여자 들은 건강한 피부를 통해 자신감을 표현하고, 한 국 여자들은 많은 화장품을 사용해 탱탱하고 어 린 피부를 만드는 것이 성취해야 할 뷰티 목표로 여긴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여자들의 다양한 피 부 비전을 반영한, 랑콤의 연구 결과를 통해 발 표된 신개념 성분은 핵심 분자 ‘LR 2412’. 한국 엔 9월에 소개되는 안티에이징 신제품 비지오네 르 개발에 사용됐다. 핵심 분자 ‘LR 2412’는 지난 해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제니피크의 테크 놀로지와 비견될 정도로 혁신적인 성분으로 식 물의 자가 치유 시스템에서 착안됐다. 랑콤연구 소는 이 성분이 든 랑콤의 신제품 비지오네르를 히알루론산이나 보톡스 주입, 필링, 레이저 등의 피부과 시술을 고민하고 있는 35~60세 여성 68 명에게 사용해 보도록 했다. 결과는 3명 중 2명 이 시술을 받으려고 했던 생각을 바꿨다. 또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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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한 피부를 가진 340명의 아시아 여성들에게 비지오네르를 사용하게 했는데 6주 후 주름 감 소, 모공 축소, 다크 스폿과 피부 톤 개선의 효과 가 관찰됐다.

1_베로니끄 델비뉴 박사는 피부 생물학을 전공한 약학 박사로 1987년 로레알 그룹에 입사해 프랑스에 있는 생 물물리학연구소에서 경력을 쌓아 랑콤과학연구 소장이 되었다. 랑콤연구소의 혁신적인 성과물들은 그녀가 외 부의 피부과 전문의를 영입해 오랜 시간 연구를 진행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Program

WCD에서 소개된 랑콤연구소의 개발 성분 ‘LR 2412’의 분자 구조. 친환경적인 화학 공정을 통해 합성되며 표피 층부터 진피층 상층부까지 스며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성분으로 피부의 거침과 건조함, 미세 주름과 같은 노화 의 징후를 완화시킨다.

2_아시아 프레스들이 모인 가운데 랑콤연구소의 신개 발 성분 ‘LR 2412’가 발표되었다.

제니피크는 지난해 국내에 소개되면서 랑콤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입증했던 제품. 피부 속에 존재하는 4000 개의 유전자를 분석한 뒤 젊음을 활성화시키는 에센스 로 탄생됐던 제품이다. 삼성동에서 진행된 WCD 랑콤 전시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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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제품을 많이 바른다고 하여 피부 속 수분이 유지되지는 않는다. 피부 세포 내 보습 인자들의 이동 통로를 원활하게 만들어 피부 곳곳에 수분이 전달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이 들어간 제 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라네즈 워터뱅크 에센스(60ml 3만5000원대)가 바로 그런 제품.

아모레퍼시픽에서 피부 수분 유지 에 필요한 미네랄을 일정 비율로 배 합시켜 개발한 워터 펌프 시스템TM 의 보습 지속 효능을 측정했다. 라네 즈 워터 뱅크 에센스를 바른 지 24시 간 후에도 피부 속 수분량이 개선되 어 촉촉함이 유지되었다.

1차적인 노화 현상, ‘건조함’을 커버하는 라네즈의 워터 사이언스 피부 건조는 탄력 저하, 칙칙함, 주름 등 깊은 노화 현상 을 도미노처럼 유발하는 1차 노화 현상이다. 특히 20대 에 탄력 저하나 주름 등이 눈에 띄게 관찰되지 않아 보습 관리에 소홀했다면 30대 이후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에 급속도로 진행된 노화의 징후들이 피부 바깥으로 드 러난다. 라네즈에서 WCD 부스 행사를 통해 보여준 워 터뱅크 에센스는 이런 피부 노화 현상에 주목한 연구를 반영했다. 한국 여자들에게 ‘촉촉한 피부’는 메이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만들고 싶은 피부 형태로 꼽힌다. 아 모레퍼시픽 안순애 연구원은 “이런 여자들의 욕구를 반 영해 에어컨, 자외선 등으로 빼앗기는 피부 속 수분을 안팎으로 지켜주는 수분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 했다. ‘워터 펌프 시스템TM’이란 천연 보습 인자라고 할 수 있는 아미노산과 다당체가 다량 함유된 수분 홀더를 만들고 신초나 복초로도 불리는 해안가에서 자생하는 함초 추출물을 통해 피부 속 독소를 정화시켜 피부 세포 내 보습 물질을 운반하는 채널을 활성화시키는 작용을 뜻한다. 또 피부 속 보습 인자는 유해 환경에 피부가 상 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각질층이 건조해지는 현상을 방 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스템과 성분은 라네즈 워 터뱅크 제품 라인 개발에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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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스, 크림, 아이 젤로 이루어졌던 라네즈 워터뱅크 라인은 최근 건조한 피부에 즉각적으로 수분을 공급하 는 워터뱅크 미네랄 스킨 미스트가 출시되면서 총 5종 으로 구성되었다.


Program

아모레퍼시픽의 특화 기술 성분으로 캡슐화된 쌀눈 추출물이 들어 있는 화이트닝 슬리핑 팩. 여기에 묵은 각질 제거 효과가 뛰어난 우레아 성분 을 포함시킴으로써 캡슐화된 쌀눈 성분이 피부 깊숙이 스며들 수 있도록 개발됐다. 임상 결과 하루 만에 수분 증가, 각질 감소, 피부 톤 개선 등의 효과가 나타 났다. 아시아 지역의 환경적 영향을 고려한 연구 친숙한 로컬 성분으로 만든 마몽드 캡슐 화이트닝 WCD에서 소개된 마몽드의 제품 중에는 맑고 투명한 피부 만들기에 집중하는 한국 여자들을 위한 맞춤형 화 이트닝 제품도 포함됐다. 옛날 왕실에서 부드러운 살결 과 아기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쌀 배아 추출물 을 캡슐화시킨 슬리핑 팩이 그것. 쌀 배아 추출물은 미 백은 물론, 피부 보습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성분 으로 비타민 A, B1, E, 엽산 등 다양한 종류의 영양분이 들어 있어 피부를 촉촉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이중효과 가 있다. 또 묵은 각질 제거 효과가 뛰어난 우레아 성분 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 표면을 일차적으로 정리하고 캡 슐화 된 유효 성분이 피부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상태 를 만들어 주는 기술을 적용시켰다. 임상 결과 하루 만 에 피부 표면의 각질이 감소하고 피부 속 수분량은 증가 했으며 피부 톤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꾸준히 사용할 경우 멜라닌 색소가 감소해 맑은 피부 톤 을 만들어주는 효과도 있다. 특히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사이는 피부 재생이 가장 활발한 타이밍. 이에 착안해 잠들기 전 바르는 사이에 산뜻한 젤 타입의 슬리 핑 팩으로 제품이 나왔다.

투명한 피부 만들기에 집중하는 한국 여자들을 위한 맞 춤형 화이트닝 제품을 소개하는 마몽드의 WCD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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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노화, 피부 온도를5도

낮춰야 하는 이유

뜨거운 햇볕 속에 포함된 자외선은 기미 등을 유발하는 멜라닌 색소를 증대시키고 적외선은 피 부 안에 자극을 주어 열 노화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증상별로 피부 온도 낮추는 몇 가지 대안. 기획_조유미 기자 사진_김황직(studio il) 모델_김현희 헤어&메이크업_포레스타 의상 스타일링_선희정

일차적인 피부 열 노화를 막아주는 수분 미스트 세계피부과학회에서 (주)아모레퍼시픽이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피부 온도가 정상인 사람이 30 분 정도 강렬한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 온도는 최대 43℃까지 상승한다고 한다. 또 피부 온도가 37℃ 이상 올라가면 열에 의한 혈관의 수와 면적이 증가 해 콜라겐 섬유와 탄력 섬유가 급격하게 파괴되면 서 열 노화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제시했다. 이렇게 피부 속 콜라겐 조직이 파괴되고 모공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다시 본래의 상태로 회 복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 그래서 피부가 달아올랐 을 때 발생하는 열 노화 증세를 막기 위해서는 수분 미스트를 피부 위에 뿌려서 응급 케어를 하거나 단 시간 동안의 얼음찜질과 세안으로 열을 내려주어 야 한다. 1_피부에 뿌리면 시원한 느낌을 주는 쿨링 미스트. 크리스탈 빙하수 훼이셜 미스트 100ml 2만원··싸이닉 2_피부 탄력을 회복시키는 재생 기능까지 포함된 아로마 미 스트. 200ml 6만3000원·준 제·콥스 by 어반 스페이스 3_햇빛에 자극받고 달아오른 피부를 진정시켜 주는 꽃잎, 식 물 추출액 성분 미스트. 오 후로랄 125ml 9만5000원·시슬리 4_진정·보습 기능이 있는 미네랄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뜨거 워진 피부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라메르 미스트 128ml 8만2000원·라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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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피지 분비량을 늘리는 열 노화 청담 이지함 피부과 전문의 이현주씨에 따르면 피 부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피지 분비량이 10%씩 상승하고 이에 따라 모공이 넓어지고 각질도 증가 한다고 한다. 아침저녁 36~38℃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세안한 뒤 마지막에 차가운 얼음물로 헹구면 모공을 타이트하게 조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모공 이 늘어지지 않도록 피부 조직을 튼튼하게 만드는 수분 세럼을 발라 기초 케어를 하고 특히 번들거리 는 지성 피부는 피지 조절 효과가 있는 수분 크림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_과잉 피지 분비로 피부 표면은 번들거리지만 속은 건조한, 뜨거워진 지성 피부를 위한 수분 크림. 해양 심층수를 기본으로 미네랄 성분 중 아연을 보충해 피지 생성을 억제한다. 이드라 후 레쉬 안티-샤인 올데이 하이드레이팅 & 매티파잉 아이시 젤 50ml 2만5000원·로레알 파리 2_바르자마자 즉각적으로 피부 온도를 3℃까지 떨어뜨려주는 쿨링 효과가 있는 아이스 수분 에센스. 유스 에센셜 컨센트레이티드 소르베 에센스 30ml 8만9000원·디올 3_피부 속의 열이 오르면 얼굴 중에도 특히 약한 부위인 눈 아래가 처지기 마련. 다크서클과 부기도 완화하는 아이 세럼. 아이디얼리스트 쿨링 아이 일루미네이터 15ml 9만8000원·에스 티 로더 4_얼음물로 세안한 듯 시원함을 주는 제품으로 햇볕에 의해 증발한 피부 속 수분을 보충해 주 는 석류 성분 세럼. 하이드라 스킨-하이드레이팅 세럼 30ml 10만원·달팡 5_‘열 노화’에 관련된 연구를 통해 탄생한, 낮에 쓰는 안티 에이징 크림. 피부 속에 열이 오르 지 않도록 외부의 열과 스트레스, 자외선 차단 기능을 넣었다. 소선보 크림 40ml 15만원대·설 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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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적인 피부 열 노화를 막아주는 수분 미스트 여자들은 피부 상태가 나빠졌을 때 ‘뒤집어졌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피부 온도가 올라가고 혈류 가 몰려 충혈되면 피부 톤이 붉어지고 트러블 부위 의 염증도 더욱 심해진다. 특히 여드름 피부라면 수 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인 요인으로 피 부에 열이 오를 수 있으니 마인드 컨트롤도 필수다. 열대야가 있는 날은 잠들기 전에 피부 진정 효과가 있는 쿨링 팩을 사용하고 비타민 C가 함유된 과일 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1_천년초 선인장을 그대로 잘라 넣은 천연 팩으로 햇빛에 자 극받은 부위를 진정시킨다. 2매 4900원·네이처 리퍼블릭 2_복합성 피부를 가진 이들이 사용하기 좋은 수분 마스크로 오이 추출물이 들어 있어 바르면 시원한 기분이 든다. 에너제 틱 페이스 마스크 50ml 6만50000원·겐조 3_부직포 시트 대신 최근 홈쇼핑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투 명 겔 마스크. 캐나다 휘슬러 빙하수로 만들어 피부에 밀착 되면 시원함이 느껴진다. 크리스탈 클리어 마스크 40개 4만 4000원·CJ몰 4_마스크 속에 든 녹두 추출물이 피지 분비를 조절해 주고 티 트리 오일 성분도 들어 있어 트러블 부위까지 케어한다. 아크 넥스 트러블 케어 마스크 5개 2만원·닥터 자르트 5_부분적으로 푸석푸석해지는 눈가 주변에 자극 없이 밀착되 는 젤 타입의 아이 마스크. 2매×6개 15만원·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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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칙칙하고 누런 피부 톤을 양산하는 콜라겐 당화 현 상을 케어 하는 쫀쫀한 타 입의 화이트닝 크림. 화이 트젠 인텐스 크림 60ml 8 만원·아이오페

한의학적으로 찬 성질을 지 녀 피부 열을 내려준다고 밝 혀진 백화사설초를 넣어 만 든 미백 크림으로 자외선 차 단 효과도 있다. 상백크림 40ml 7만원·설화수

화이트닝과도 연관되는 피부 열 칙칙해진 피부 톤과 다크 스팟을 케어해 주는 크림 과 세럼. 화이트닝 모이스 춰라이징 크림 50g 14만 원, 화이트닝 컨센트레이 트 컨티뉴어스 액션 TXCT 30ml 16만원·샤넬

아름나운나라 피부과 전문의 김현주씨는 “자외선 A는 피부 깊숙이 파고들어 기미 등을 유발하고 자 외선 B는 표피층에 도달해 일광 화상의 원인이 되 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외선은 피부 속에 열이 나도록 만드는 파장으로 15분 정도만 노출되어도 피부 내 온도는 40~42℃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 피부 표면에 혈류가 증가하면서 혈관 확장 증상이 생기고 볼 주위에 붉은 기가 생성된다. 또 피부 속 열은 멜 라닌 세포의 활성을 가속화시켜 피부가 전체적으 로 칙칙해지도록 만든다. 이런 경우 화이트닝 기 능이 들어가 있는 에센스나 크림 제품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사용하면 피부 열은 낮추고 피부 속에 잠재된 기미로 칙칙해진 톤을 동시에 커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피부 온도 상승이 가져오는 또 다른 트러블 모델로 피부과 청담점 피부과전문의 안지수씨는 “피부 온도 가 올라가면 염증 부위에 혈류가 늘어나면서 미세한 출혈이 생겨 붉어지거나 가려움증이 발생한다. 이 때 피부 진정을 위 해 쿨링 마스크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또 휴가 지에서 장시간 햇빛에 피부를 노출한 뒤라면 피부 속 수분이 증가하면서 땅김현상이 오래 지속될 때는 피부과 시술을 고 려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피부과 전문의 이지선씨는 피부 속 수분을 보충하는 데 유용한 성분으로 알려진 히알루론산을 함께 흡수시키는 저온 냉각 시술의 하나인 쿨젠테라피를 추 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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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 비키니 프로젝트 비키니를 입기 위해서는 365일 꾸준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준 비할 시간도 없이 휴가 계획이 잡혔다면 벼락치기라도 해야 한 다. 벼락치기도 잘만 하면 오래 공들인 것 못지않게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치밀한 전략은 기본. 단기간에 S라인 몸매를 만들어 주는 식단에서부터, 간단한 운동 팁까지 드디어 시작된 비키니 타임을 위한 4주 플랜. 기획_최은초롱(객원기자) 사진_김황직(studio il) 모델_김현정 헤어&메이크업_A. by BOM(02-516-8764) 제품 문의_080-080-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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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스타 트레이너 윤경섭씨가 제안하는

생활 속 다이어트 실천 Tip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저염식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단기간에 가장 많은 감량 효과 를 볼 수 있는 것은 단식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주기 때문에 실행하기 힘들기도 하고 건강에도 무리를 주기 때문에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다이어트는 장기간 습관처럼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비키니를 입기 위해 단기간에 감량을 해야 한다면 그나마 권장하는 방 법은 저염식 식단. 하지만 저염식 식단만으로는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탄 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방법을 병행해야 한다. 실제로 이 방법은 체중 감량이 필요한 운동선수들이나 촬영을 앞둔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으로 흰색 음식군에 속하는 흰쌀, 밀가루, 소금, 설탕, 조미료 등을 먹지 않는 것이다. 설탕을 제한하기 때문에 단맛이 나는 음식 은 거의 다 먹을 수 없고 부족한 탄수화물은 단백질로 대신한다. 예를 들어 식물성 단백질 식품 인 콩이나 두부 종류, 동물성 단백질인 참치나 연어, 닭고기, 달걀도 좋다. 하지만 돼지고기나 쇠고기는 간을 하지 않고 섭취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식단에서 제한하도록 한다. plus tip 아침에는 우유나 토마토 주스 한 잔에 견과류 약간(아몬드나 땅콩,호두 등)과 시리얼이나 오트 밀을, 그리고 점심에는 닭가슴살이나 참치, 연어 샐러드 종류를 권한다. 직장인들에게는 다소 무리한 식단일 수도 있지만, 단기간에 체중 감량 효과를 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필수. 정말 점심 식사만큼은 밥을 먹어야 한다면 일반 식사를 하되, 염분 함량이 높은 음식은 절대 피 해야 한다. 그리고 식이 섬유를 섭취하여 대장의 활동을 돕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생오이나 당근, 셀러리 등을 먹는 것도 좋다. 저녁 식사 메뉴로 적합한 것은 삶은 달걀과 수박 등의 제철 과일.수박은 수분이 많고 이뇨 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체중 감량에 많은 도움을 주고. 삶은 달 걀에 들어 있는 카제인 단백질은 몸속에 오랫동안 남아 자는 동안에도 몸에 지속적인 단백질 을 공급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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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 상태에서 실시하는 유산소 운동

슬리밍 제품과 함께 하면 좋은 스트레칭

기상하면 일단 물을 한 컵 마시고, 공복 상태에서 유산 소 운동을 한다. 이때 실시하는 유산소 운동은 저녁 시 간의 2배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아침에 꾸준히 등 산을 해서 체중 감량을 한 사람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우리 몸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탄수화물을 원하게 되는데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신체 활동을 하게 되면 몸에 저장되어 있던 지방을 태우는 효율이 그 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 하 려는 사람은 반드시 아침 공복에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 다. 그리고 저녁에는 근육을 자극하는 웨이트 트레이닝 이나 근력 운동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데, 운동 후에도 근육 회복을 위해 몸 안에서는 지속적으로 칼로리를 소 비하기 때문이다.

plus tip 매끈한 다리 라인을 가꾸려면, 저녁 시간 때의 하체 스 트레칭과 마사지도 빼놓을 수 없다. 다리 부종이 그대로 지방처럼 굳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것을 방지하

의자 끝부분에 손을 짚고 팔 힘으로 몸을 아래위로 움직이는 운동. 보기 싫은 팔뚝살 제거에 도움이 된다. 팔꿈치가 벌어지지 않도록 최 대한 안으로 모으고 몸을 앞뒤가 아니라 아래위로만 움직이도록 주 의한다.

기 위해 종아리와 허벅지를 마사지해준다거나, 취침 시 다리를 베개 등에 올려놓으면 좋은 효과를 낸다. 좀 더 빨리 효과를 보려면 잠깐씩이라도 물구나무서기를 하 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 헬스클럽에는 대부분 거 꾸로 매달릴 수 있는 기구가 준비되어 있으니 이를 활 용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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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무릎에 수건을 대고 최 대한 가슴 쪽으로 힘껏 당긴다. 허벅지 앞쪽과 뒤쪽이 늘씬해지는 스트 레칭.


Program

비키니 입기 전 날씬한 옆구리를 만들기 위한 필수 동작. 수건을 양 손에 쥐고 머리 위로 팔을 쭉 뻗은 상태에서 팔꿈치가 구부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좌우 옆구리가 땅기도록 스 트레칭한다.

탄력 있는 엉덩이를 만들어주는 스트레칭 동작. 상체를 최대한 많이 숙일수록 올려놓은 쪽 다리의 엉덩이 근육 이 탄탄해진다. 한 번 숙인 상태로 15~20초를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다.

윤경섭 트레이너는… 웰니스컴퍼니의 퍼스널 트레이너인 윤경섭씨는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 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 단기간에 확실한 보 디라인이 만들어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트레 이닝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를 다시 찾는다. 그가 전담하고 있는 연예인도 많은데, 요즘 잘나가는 차승원도 그중 한 명이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하지원의 명품 몸매도 그의 크로스 피트 트레이닝 의 결과물이다. Pick 비키니를 위한 선택, 리포존 리포존은 허벅지, 배, 엉덩이, 팔뚝 등 지방이 많은 부위에 효과적으로 작용해 셀룰라이트를 분해하 고 혈액 순환을 도와 보디라인을 잡아주는 슬리밍 제품. 원하는 부위에 바르고 마사지하듯 문질러주 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사지 롤러 100ml 4만5000원, 리포존 보디 앰플 5ml×14개 4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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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별로 필요한 해결법은 따로 있다

요요 현상을 막는 다이어트 멘토링 왜 사람마다 살이 찌고 빠지는 정도가 다를까. 얼마 전 한 다이어트 프로그램 전문 한의원에서 체질별로 살 찌는 정도가 다르고 그에 따라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요요 현 상 없는 체중 감량을 위해선 체질별로 다른 운동과 식이 요법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기획_조유미 기자, 석현지(프리랜서) 사진_이재희(studio lamp) 의상 협찬_나이키, 아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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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체질에 따라 다이어트 방법도 다르다

을 통해 식습관 외에도 성격, 체질 등에 따라 살찌는 일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짜주는 전문 클리닉에서는 요요

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렇게 기존의 여러

현상 없는 체중 감량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자신

체질 구분법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살이 빠

의 체질에 따라 식생활과 생활 습관을 교정하라고 충고

지고 요요 현상이나 탈모 등의 부작용이 없도록 한국 여

한다.『다시는 살 안 찌는 체질로 바꿔라』의 저자인 김

자들의 체질을 몇 가지로 구분해 보았다.

용민 한의사는 “살이 찌는 체질은 선천적인 요인보다는

Q_체질이 사람마다 다를 텐데, 몇 가지 체질로 어떻

후천적인 요인이 강하다”고 이야기한다. 또 그는 “나는

게 분류하나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음식이 나에게 잘 맞고,

먼저 체질을 수(水), 화(火), 토(土) 세 가지로 구분하고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등 남들과 다른 내 체

각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정리했다. 사실 많은

질을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체질에 따

사람들의 체질을 세 가지만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사

라 살이 찌는 원인이 다르고 군살이 붙는 형태도 다르기

람에 따라 여러 체질의 특징이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한

때문이다. 가령 체질적으로 수분 대사 기능이 약해 몸이

다. 이럴 때는 세 가지 체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

잘 붓는 체질이라서 살이 찌는 경우가 있고, 체질적으로

는 체질에 맞추어 구성한 방법을 적용하면 무리 없이 다

몸속에서 저장하는 기능이 뛰어나 다른 사람에 비해 덜

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먹어도 살이 찌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체질은 후천적인

Q_체질별 다이어트의 핵심은 뭔가

요인에 의해 고질화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식습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모든 다이어트의 과정은 결코

절대적인데, 아무리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을 타고났더라

쉽지 않다.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고 잠시만 방심해

도 오랜 기간 고열량 식품을 즐기거나 과식, 야식, 불규

도 어느새 살이 불어나 우울해지기도 한다. 무조건 굶는

칙한 식사를 반복하면 결국엔 살이 찐다. 어찌 보면 기

혹독한 다이어트를 지양하고 요요 현상의 굴레에서 벗

본적인 원리다. 김용민 한의사에게 다이어트를 위한 나

어날 수 있도록 내 몸에 맞는 다이어트법을 실천하는 것

만의 체질 진단법에 대해 물어봤다.

이 핵심이다. 식욕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을 때 더 강해진다. 따라서 체질에

Q_다이어트 체질, 한방에서 말하는 사상 체질인가

맞는 음식을 필요한 만큼 먹으면 식욕을 상당 부분 억제

기존의 사상 의학이 어느 체질 이론보다 인간을 분류하

할 수 있다. 또 바쁜 현대인들에겐 다이어트 처방은 복

고 그에 따른 생리적·병리적 기술이 정확한 것은 틀림없

잡하고 세세할수록 따라 하기 어렵다. 보통 식이 요법을

다. 분류에 따른 완벽한 의학 체계를 이루고 있는 사상

중요시하는 다이어트는 음식의 열량을 일일이 계산해

의학은 임상에 활용하면서 효과를 많이 보았다. 하지만

먹도록 한다. 운동도 마찬가지. 규칙적인 운동을 할 줄

비만 치료는 일반 병을 치료하는 것과는 다른 특징을 가

모르는 사람에게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운동을 해야

지고 있다. 건강과 체중 감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한다고 알려주면 오히려 기가 질린다. 실제로 비만 환자

잡아야 하고, 사상 의학에 맞춘 체질에 맞는 좋은 처방

들에게 처방을 지나치게 상세하게 하고 실천하기를 권

을 해도 식습관과 생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다이어트

했을 때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에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이어트 전문 한

그래서 식이 요법, 운동 요법, 생활 요법은 물론 심리적

방 치료를 하면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온 많은 사람들

인 부분까지 치료해 주는 체질별 맞춤 프로그램을 짜서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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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슨 체질일까 다이어트를 위한 체질 진단법 체형 ·· 피부타입 (I) ·· 피부타입 (II) ·· 행동 양태 ·· 쉽게 살이 찌는 부위

뷴류 체크 1.상체가 크고 가슴이 큰 편이다. 음수 2_전신이 다 살이 찌고 몸매가 원통형이다. · 3_하체에 살이 찌고 상체는 마른 편이다. 1_피부 탄력이 강한 편이다. 땀 2_피부가 두꺼운 편이다. · 3_피부가 얇고 탄력이 약하다. 커피를 1_민감성 또는 중성 피부다. 마셨을 때 2_유분이 많은 지성 피부다. · 3_메마른 건성 피부다. 1_선택을 빨리 하는 편이다. 배변 2_느긋해 보이지만 결정하면 꾸준히 한다. · 3_생각이 많아서 선택할 때 결정을 빨리 하지 못한다. 손톱의상태 1_어깨와 팔 쪽으로 살이 잘 붙는다. · 2_전신으로 두루 살이 찌는 편이다.

··

3_팔다리가 가늘면서 배만 볼록 나온다. 체중 변화 1_체중이 늘고 주는 폭이 크고 변화가 많다. 2_어려서부터 항상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었다. ·· 3_체중의 변화가 없는 편이다. 성격(Ⅰ) 1_성격이 급하다. 2_성격이 느긋한 편이다. ·· 3_성격이 꼼꼼하다. 성격(Ⅱ) 1_시작은 잘 하는데 마무리가 안 된다. ··

2_체력이강하고무슨일이든한번하면끝 까지하는편이다. 3_무슨일을하면철저하게하지만지나치면불안해진다.

성격(Ⅲ) ·

1_불의를 보면 못 참는 편이다. 2_겁이 많은 편이다. 3_매사가정확하게맞아떨어져야마음이놓이는편이다.

형상(Ⅰ) ·· 형상(Ⅱ) ·· 주로생기는 피부트러블 은? ·

근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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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콧구멍이 약간 들린 편이다. 2_얼굴에서 코가 큰 편이다. 3_볼살이 적고 입이 약간 돌출되어 있다. 1_눈이 맑아 초롱초롱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2_눈매가 부드럽고 둥근 편이다. 3_눈빛이 매섭지 않고 부드러운 편이다. 1_빨갛게 여드름이 잘 올라온다. 2_모공이 넓다. 3_각질이 벗겨지고 얼굴이 땅긴다. 1_근육이 단단하게 잘 생기는 편이다. 2_근육이 둥글둥글하고 완만하게 생기는 편이다. 3_근육이 잘 생기지 않고, 뼈가 드러나는 편이다.

뷴류 2_물을 잘 안 마셔서 마시려고 노력한다. 3_물을마셔도조금씩입을적시는정도로자주마신다.

1_손발에 땀이 잘 나지 않는다. 2_평상시 땀이 많은 편이다. 3_땀이 잘 나지 않고, 날 때는 식은땀이 흐른다. 1_가슴이 두근거리고 예민해진다. 2_기분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3_힘이 빠지며 소화가 잘 안 된다. 1_배변 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2_변비가 잘 생기고, 2~3일이 넘어가면 괴롭다. 3_설사를자주하고화장실을며칠못가도괜찮다.

1_유연하지만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2_두껍고 단단하며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3_쉽게 부러진다.

식욕

1_먹을때는엄청많이먹고,안먹을때는거의안먹는다.

·

2_식욕이 왕성한 편이다. 3_식욕이 강하지 않으나 간식을 즐긴다. 1_빨리 먹는다. 2_보통 속도로 먹고, 밥보다 반찬을 즐긴다. 3_천천히 먹는 편으로 밥을 주로 많이 먹는다.

음식먹는 속도

· 추위타는 정도

1_추위를안타는편이고,답답해서더운곳은참지못한다.

·

3_손발이쉽게뜨겁거나차가워지고항상몸이찬편이다.

스트레스받 을때의행동

· 체격 ·

체크

1_찬물을좋아해서물한잔정도는시원하게마신다.

2_특별히추위나더위를많이타는편이아니다.

1_당황하면약간화를내면서공격적인자세를취한다. 2_침착한편이지만전반적으로우울해지다가한번씩욱한다.

3_초조하고 걱정스러워 잠을 잘 수가 없다. 1_골반이 작은 편이다. 2 _골반이 크고 엉덩이에 살이 많다. 3_히프가좀처지면서허벅지로이어져살집이붙는다.

1_무더운 여름날 2_차갑고 습기 많은 날 · 3_바람 불고 추운 날 기타 특징 1_인삼이 체질에 안 맞는 편이다. 2_기관지가 좋지 않아서 가래가 많은 편이다. · 3_식후에 유난히 잠이 오면서 눕고 싶다. · · 표시 문항은 2점씩이고, · 표시 문항은 1점씩이다. 1, 2, 3번 중 어떤 번호가 가장 많이 체크되었는지 확인하고, 문항별 배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합산한다. 1번: 점, 2번: 점, 3번: 점 가장싫어하 는날씨유형


Program 1번 점수가 가장 높다면_열이 많고 매운 음식을 즐기는 화 체질 몸에 열이 많은 화 체질의 경우 열정적이고 화끈하며 성격이 급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이 특징. 불같은 성격 탓에 스트레스를 받 으면 먹는 것으로 푸는 경향이 있어 쉽게 살 이 찐다. 평소에는 잘 안 먹다가도 스트레스 를 받으면 폭식을 하게 되어 갑작스럽게 살 이 찌는 유형이라 볼 수 있다. 화 체질이라 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몸에 열이 많은 편으로 몸속 열이 위쪽으로 올라가는 성질 이 있어 상체 비만형 몸매가 많다.

2번 점수가 가장 높다면_성격이 느긋 하고 식탐이 강한 토 체질 둥글둥글한 외모에 성격도 너그럽고 낙천 적인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토 체질이다. 시 중에 소개되고 있는 다이어트 방법들은 모 두 토 체질에 맞춘 다이어트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음식이든 잘 먹고 잘 소화시 키기 때문에 수 체질이나 화 체질과 다르게 전 체적으로 두루 살이 쪄 고도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3번 점수가 가장 높다면_생각이 많고 몸 이 찬 수 체질 차가운 물을 닮은 것이 특징인 수 체질은 작은 얼굴, 좁은 어깨와 가늘고 긴 팔을 가져 얼핏 보 면 마른 체형의 소유자인 것처럼 보인다. 물처 럼 몸이 차가울 뿐만 아니라 생각이 많고, 예민 한 성격으로 기혈 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가 많다. 이런 체질은 몸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 가 하체가 붓는다. 부었던 몸의 형태가 그대로 살이 되는 경우가 많아 마른 상체에 비해 튼실 한 허벅지와 펑퍼짐한 엉덩이, 허리에 붙어 있 는 군살이 수 체질의 전형적인 몸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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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규 칙적인 식사와 따뜻한 물, 찹쌀과 현미 같은 따뜻하면서 도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몸속의 차가운 기운을 데워 주면서 기혈 순환이 잘되도록 도와야 부종이 줄어든다. 또한 다이어트할 때 기운이 떨어지기 쉬운 체질이기 때 문에 과격한 운동으로 힘을 빼기보다는 가벼운 스트레 칭을 하고, 성격이 예민하므로 복잡한 생각을 덜어줄 수 있는 요가 같은 운동이 적합하다. 수 체질에게 이로운 음식 & 해로운 음식 우선, 성질이 따뜻한 음식으로 몸을 데워주어야 혈액 순 환이 원활해진다. 끼니때마다 보리밥이나 찬밥 대신 찹 쌀과 현미를 적당량을 섞어 따뜻한 밥을 해 먹는 것이 좋 고 돼지고기보다는 닭고기가 체질에 잘 맞는다. 만들어 먹는 방법도 중요한데, 같은 재료라도 차게 먹는 방법보 다는 따뜻하게 만들어 먹는 레시피가 도움이 된다. 가 령 닭고기와 인삼, 찹쌀을 넣어 먹는 삼계탕이 차게 먹 는 치킨 샐러드보다 낫다는 뜻. 채소 중에도 따뜻한 성 질이 있는 부추가 좋고 파나 생강, 마늘 같은 양념을 사 용하는 것이 좋다. 다른 체질에 비해 당질을 많이 섭취 당신이 수 체질이라면

해야 하므로 수분이 풍부한 토마토, 사과, 귤 등의 신선

따뜻한 음식을 먹고 스트레칭으 로 하체 부종을 막하라

한 과일을 자주 먹되 여름 과일인 참외나 수박 같은 찬

수 체질은 본래는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지만, 비장

로 대신하자.

성질의 과일은 제한할 것. 또 우유나 요구르트 역시 찬 성질이 있는 유제품이니 두유처럼 따뜻하게 먹는 음료

이 약하고 소화 기능이 원활히 이루어 지지 않아 한꺼번 에 비교적 많은 양을 먹게 되는 식사보다는 간식을 즐기

수 체질의 하체 부종을 줄여주는 요가 동작

거나 편식을 하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체질적

다리 뻗고 앉아서 상체 굽히기

으로 살이 잘 붙지 않는다 할지라도 초콜릿, 과자 같은 단 음식을 즐기게 되면 살이 찌기 마련이고 살이 한번 찌 면 잘 빠지지도 않는다. 또 몸이 쉽게 차가워지고 땀을 적게 흘린다. 체질적으로 따뜻한 성질을 가진 음식을 먹 어야 하지만 뜨거운 음식은 소화시키기가 어렵기 때문 에 오히려 찬물을 찾게 되어 부종이 심해진다. 수 체질 을 가진 사람이 다이어트를 할 때는 군살을 정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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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허리 주변의 신장을 강화시켜 하체 부종을 해소하는 동 작이다. 또 히프 라인을 강화시켜 엉덩이가 처지지 않도 록 만들어주어 수 체질의 체형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기혈 순환 장애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 수 체질에게 이 자세는 내부 장기, 특히 위와 장을 따뜻하게 만들어 몸 을 데워주고 소화 기관을 강화시킨다.

1_바닥에 엎드려 이마를 바닥에 붙인다. 2_양 손바닥은 허벅지 쪽을 바친 뒤 숨을 들이마시며 두 다리를 들어 올린다. 이때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들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올려 자세를 유지하고, 괄약근도 힘껏 조여주면 더 좋다. 몇 초간 유지하다 숨을 내쉬며 천천히 다리를 내린다. 이로운 음식

1_다리를 뻗고 않아 양손으로 발끝을 잡은 뒤 가슴을 펴 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숙인다. 이 때 발뒤꿈치가 바닥에서 떨어질 정도로 힘껏 당겨주면 좋다. 10초간 자세를 유지한 후 당겼던 발을 풀어준다. 2_1의 동작이 편하게 느껴진다면 다음은 숨을 들이마셨 다 내쉬며 상체를 천천히 숙여 이마가 다리에 닿도록 내 려간다. 이마가 닿지 않을 경우 한쪽 다리를 접고 몸을

부추, 찹쌀, 토마토

숙이면 좀 더 편히 굽힐 수 있다.

하체 부종을 막는 메뚜기 자세

않좋은 음식 우유, 요구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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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한 달만에 7kg을 감량한 조미 령씨는 결혼 후 늘어나는 체중이 고민이었다. 경상도가 고향인 조미령씨는 어릴 때부터 익숙했던 맵고 짠 음식 을 즐겨 먹고 빠르게 먹는 식습관,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게다가 새벽 2~3시에 잠자리에 들어 하루에 3~4시간 정도만 수면을 취하는 그녀의 잘못된 수면 패 턴도 살이 찌는 데 한몫을 했다. 수면 시간이 짧으면 작 은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오히려 식욕은 점 점 왕성해진다. 이는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부추기는 ‘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식욕을 억제해 주는 ‘렙틴’ 호르몬은 덜 분비되기 때문이다. 조미령씨 는 수면 패턴을 바꾸고 맵고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개선하 는 한편 운동 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아침에 찬물 한 잔을 마셔 열을 식 히고 매운 음식보다는 담백한 음식이나 몸의 열을 낮춰 주는 차가운 성질의 수박이나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좋 다. 근육이 발달한 체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적인 운동인 에어로빅이나 댄스, 자전거 타기 등의 근력 운동 을 하는 것이 좋다. 당신이 화 체질이라면

매운 음식 멀리하고 불같이 오르

화 체질에게 이로운 음식 & 해로운 음식 변비에 걸리기 쉬운 화 체질에게는 식이 섬유가 풍부하

는 화를 잠재워라

며 찬 성질을 가진 보리가 잘 맞는다. 육류 중에서는 성

마른 하체에 어깨가 넓고, 팔뚝이 굵어 체중에 비해 건

질이 찬 돼지고기가 좋다. 하지만 돼지고기는 지방이 많

장한 느낌을 주는 체형을 가진 사람이 화 체질이라고 볼

기 때문에 수육으로 먹거나 이왕이면 지방이 적고 단백

수 있다. 위장에 열이 많은데 성격까지 급하여 화를 내

질 함량이 높은 앞 다리살 위주로 먹을 것. 후추, 겨자,

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속이 뜨거워진다. 소위 열받

생강 같은 매운 양념으로 조리한 음식은 몸에 열을 돋구

으면 자꾸 더 먹는 스타일이라고 정의하면 이해가 쉬울

기 때문에 먹지 않도록 한다. 몸속 열기로 수분이 고갈

듯하다. 결국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폭식을 하고 신진대

되기 쉬운 체질이니 참외나 수박, 바나나 같은 수분과

사 기능이 좋은 체질이라 음식을 빨리 먹어 살이 찌기 쉽

비타민, 무기질이 많은 과일이 먹으면 좋다.

다. 이처럼 화 체질이 비만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트 레스다.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고, 몸속 열을 더하는 매 운 음식은 삼가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체질을 고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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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옆구리&등살에 효과적인 덤벨 동작 호흡과 함께하는 스트레칭 자세

군살 없는 뒤태 라인 만드는 자세

화 체질은 어깨가 넓고 팔뚝이 두꺼우며 옆구리에 살 이 많이 붙는 상체 비만 체형이 되기 쉽다. 가벼운 스 트레칭보다는 덤벨을 이용한 무게감 있는 운동이 도움 이 된다.

1_매트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뒤, 한 손에 덤벨을 들고 반대편 다리를 들어 몸을 일직선으로 만든다. 이는 몸의 균형을 잡는 동작으로 등 라인과 다리 라인을 가꿔준다. 이때 고개를 많이 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복부에 힘 을 주면 뱃살을 빼는 데도 효과적이다.

1_무릎을 꿇고 앉아 상체를 똑바로 세운 다음 양팔을 뒤 로 보내 깍지를 낀다. 2_숨을 들이마시면서 팔을 쭉 뻗 어 뒤로 들어 올린다. 숨을 내쉬면서 상체를 천천히 숙 여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한 뒤, 팔을 머리 쪽으로 천천 히 당겨준다. 몇 초간 숨을 멈추고 이 자세를 유지한 후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다.

2_양손에 덤벨을 들고 사선으로 어깨를 잡은 뒤, 천천 히 고개를 숙여 몸을 기억자로 만든다. 이때 등을 펴고, 등과 다리가 직각이 되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 상체를 더 많이 숙이면 허벅지 근육을 당겨주어 허벅지 라인을 가꾸는 데 효과적이다.

이로운 음식

않좋은 음식

바나나, 콩, 오이

찹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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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가 100kg에 육박해서야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되 었다. 첫 번째 처방은 바로 참을 수 없는 식욕을 줄이는 것. 기름진 음식을 최대한 피하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 로 탄수화물을 줄여야 했다. 빨리 먹고 과식하는 식습관 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라도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도록 규칙을 정했다.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어 먹으면 뇌의 신경이 많은 음식을 먹은 것으로 자각해 소량으로도 포 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토 체질의 경우 체질적 으로 지방을 잘 연소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 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좋다. 이때 땀이 흐를 정도 로 운동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토 체질에게 이로운 음식 & 해로운 음식 토 체질은 체질적으로 간이 튼튼하지만 넘치는 식탐으 로 인해 간이 약해지기 쉽다. 또한 폐도 약해지기 쉬우 므로 간과 폐의 기능을 강화해 주는 음식이 좋다. 섬유 질이 풍부해 포만감을 주는 도라지, 연근, 우엉, 파프리 카, 브로콜리가 좋다. 지방 성분과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는 견과류도 신경을 많이 쓰는 토 체질에게 좋으며, 당신이 토 체질이라면

육류의 경우 단백질이 풍부한 쇠고기가 좋은데 지방은

식욕을 줄이고 땀이 날 때까지

최대한 제거하고 살코기만 먹도록 하며 밥을 같이 먹지 말 것을 권한다. 닭고기 자체는 훌륭한 다이어트 식품이

운동하라

지만 토 체질은 너무 많이 먹으면 체내에 노폐물이 쌓일

세 가지 체질 중에 가장 살이 찌기 쉬운 체질. 식욕이 강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해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하며, 소화기가 튼튼해 많이 먹

달걀이나 조개, 게, 새우, 낙지, 오징어 등의 해물도 토

어도 소화가 잘된다. 따라서 다른 체질에 비해 몸 전체

체질에겐 독이 된다.

가 두루 살이 쪄 고도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고도 비만 일 경우 혈관 질환이나 고혈압 등 성인병에 노출될 확률 이 높아지기 때문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다이어트 가 필요하다. 실제로 당뇨병을 앓던 고도 비만 환자 서 혜경씨는 약만으로는 혈당 조절이 힘든 심각한 상황이 었다. 대부분의 토 체질이 그렇듯 서혜경씨는 성격이 느 긋해 살이 계속 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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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복부 비만과 전신 비만에 도움이 되는 자세 활 자세

쟁기 자세

배에 자극을 많이 주어 복부 비만에도 좋고, 팔과 등, 허 벅지 등의 군살을 빼는 데 효과적이다.

복부를 수축시켜 장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동작으로 변비를 해소하고 노폐물을 없애주므로 복부 비만에 좋 은 자세이다. 뿐만 아니라 등에도 자극을 주어 잘 빠지 지 않는 등 군살을 제거하는 데도 효과적인 동작.

1_바닥에 엎드려 양손으로 발목을 잡는다. 배에 살이 많 이 찐 사람은 양손으로 발목을 잡기가 어려울 수 있으므 로 그때는 한쪽만 잡고 반대쪽 다리는 쭉 펴준다. 2_숨 을 들이마시면서 다리와 상체를 동시에 들어 올린다. 시 선은 위를 향하도록 하며 다리를 들어 올릴 때 양 무릎이 닿지 않도록 약간 벌려주는 것이 좋다. 배에 힘을 주고 10초 정도 자세를 유지한 후 숨을 내쉬며 자세를 푼다.

1_등을 바닥에 대고 눕는다. 숨을 들이마시며 다리를 배 와 직각이 되도록 올린다. 허리까지 들어 올려 다리를 머리 뒤로 넘긴다. 2_양발이 바닥에 닿으면 견딜 수 있 는 만큼 자세를 유지했다가 숨을 내쉬며 천천히 원래 자 세로 돌아온다.

이로운 음식

않좋은 음식

파프리카, 브로콜리, 아몬드

달걀, 메추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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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PD 남미에서 62일

열정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가진 건 멕시코행 티켓 한 장뿐. 첫날 묵을 숙소도 예약하지 않고 무작정 비행기에 올랐다. 환전상에게 사기를 당하고 택시 기사에겐 바가지를 썼다. 가난한 이들이 고된 삶을 사는 땅에서 낭만을 찾으려 했던 걸 반성도 했다. ‘나가수’ 하차 후 머리 식힐 겸 떠났던 남미에서의 두 달…. 그는 보고 느낀 게 너무 많다고 했다. 취재_이한 기자 사진_김영희(MBC PD)

LA공항에서 밤 11시 30분 비행기를 타야 했다. 도착지는 멕시코시티. 긴장됐다. ‘ 남미는 치안이 불안하다던데…’ ‘나는 스 페인어 한 마디도 모르는데….’ 남미를 보 고 싶어 무작정 비행기를 탔지만 막상 미 지의 땅이 가까워지니 떨렸다. 영어가 잘 안 통한다기에 떠나기 전에『스페인어 문 법 첫걸음』과『회화 포켓북』을 사서 벼락 치기 공부를 했다. 물론, 그런다고 스페인 어가 될 리는 없었다. 믿을 건 남미 여행 책 한 권과 회화 포켓북뿐이었다. 환승을 기다리면서 포켓북을 들고 호텔에 서 방 얻을 때 쓴다는 표현을 줄줄 외웠 다. 여행책을 보면서 동선도 점검했다. ‘ 멕시코와 쿠바를 찍고 베네수엘라로 내려 가서 남미 대륙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 자….’ 그렇게 대략적인 플랜만 잡아놓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멕시코 도착을 두 시간쯤 앞두니, 괜히 긴 장돼서 책을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았다. 짐가방을 뒤졌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 가. 책이 없어졌다. 그것도 두 권 다.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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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에 두고 온 거다. 당황스러웠다. ‘이 바 보야 그걸 잃어버리면 어떡해’ 하면서 자 학을 했다. 불안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비행기는 곧 멕시코에 도착했다. 별 수 없었다. ‘에라~ 뭐 인생 별거 있냐. 물어 물어 손짓 발짓 해보지 뭐….’ 무작정 택 시를 탔다. 그렇게 남미에서의 첫날이 시 작됐다. 오랜 도시에서 사람의 색깔을 보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 프런트에 물어봤다. 딱 한 군데만 구경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 야 되느냐고. 그랬더니 칸쿤에 가면 피라 미드가 있다고 알려줬다. 마야 문명이 세 운 ‘테오티우야칸’이었다. 이집트와는 또 다른 느낌의 웅장함이 있다는 설명. 마음 이 동해서 당장 짐을 꾸리고 현지인들만 탄 시외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칸쿤 으로 갔다. 비행기 티켓이 없어 겨우 잡 아탄 버스였는데 살면서 그렇게 오래 버 스를 타본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런 웅장함 앞에 서는 건 살면


Program

“차 타고 3시간 가서 경비행기 갈아타고 1시간, 거기서 모터 보트로 6시간 들어간 다음 내 려서 2시간을 또 걸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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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포토시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앞뒤좌우 어디 를 둘러봐도 땅과 하늘을 빼면 아무것도 없는 신기한 풍 경이다. 기둥 하나, 나무 한 그루 없이 온전히 나 혼자 서 있는 느낌은 평소 알던 세상과 너무 다른 모습이다. 1

1_페루 리마 바닷가에 있는 ‘사랑의 공원’. 현지인들에 게는 낭만적인 데이트 장소로 통한다. 2_잉카 문명이 태어난 페루 티티카카 호수의 원주민 아 이들은 한결같이 때묻지 않고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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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4

Program

5 3_쿠바 ‘하바나’에서 본 족히 20년은 되어 보이는 올드 카. 쿠바는 도시 전체의 옛스러움이 독특한 멋을 풍기 는 곳이다. 4_콜롬비아의 수도이자 번화가인 보고타의 야경. 남미 도 대도시들은 서울처럼 활기찼다. 5_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에서 본 탱고는 열정적이고 섹시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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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한 번쯤 꼭 해볼 만한 일이니까. 다만, 나중에야 알았다. 버스를 여섯 시간쯤 타 는 건 이 동네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 라는 걸. 칸쿤에서 쿠바 하바나로 갔다. 이름만 들 어도 왠지 가보고 싶은 곳인데, 직접 보니 정말 멋졌다. 알다시피 거기는 굉장히 오 래된 도시다. 마치 폐허처럼 낡은 건물과 고철이 다된 듯 오래된 자동차가 허름한 뒷골목 구석구석 가득 들어섰다. 그 자체 만으로 너무 멋있었다. ‘앤티크’라는 말 로는 부족한, 그냥 ‘하바나스러운’ 멋이 었다. 뒷골목 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 오래된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기타를 치 는 사람들. 그들에겐 그저 생활이겠지만 외지인에게는 굉장한 낭만이었다. 버스를 타고 또 ‘7시간’을 달려 쿠바 중 부 지방의 작은 마을 크리니다드로 갔다. 혁명가 체 게바라가 잠시 살았던 곳이다. 여기는 집들이 전부 파스텔톤이었다. 마 을 전체가 그랬다. 예전에 아프리카를 여 행할 때 그곳의 화려한 원색이 인상적이 었는데, 남미도 특유의 색이 있었다. 아프 리카가 태고의 자연이 가진 힘 있는 원색 이라면 남미는 뭔가 인간다운, 사람다운 색깔이 있었다. 너무 튀지도, 너무 흐릿하 지도 않고 오랜 세월에 걸쳐 적당히 빛이 바랜 깊은 색. 그러면서도 황홀할 만큼 예 쁜 색이었다. 오랜 도시의 소시민들이 수 백 년간 덧칠해 왔을 파스텔색 벽은 그렇 게 사람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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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거든 겸손한 마음으로 여행하세요

다음 목적지는 베네수엘라다. 남미의 최 북단. 지도를 기준으로 여기서부터 시작 해 왼쪽으로 한 바퀴 돌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강력 범죄도 많고, 여 행자들에게 불친절해서 위험하다고 들었 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인데 뭐 어떻 겠느냐’ 싶었다. 안타깝게도, 소문은 진짜였다. 밤 10시에 공항에 내렸는데, 환전할 곳이 없어 뒷골 목 암환전상에게 갔더니 바로 사기를 당 했다. 야밤에 혼자 그들과 싸우기도 뭣해 서 그냥 택시를 타고 수도 카라카스로 갔 다. 문제가 또 생겼다. 흥정을 끝낸 기사 가 출발하자마자 ‘따블’을 외쳤다. 그 시 간에 내릴 수도 없고, 버스는 이미 끊겼기 에 울며 겨자 먹기로 두 배를 줬다. 그때 화난 마음을 달래준 건 택시에서 본 풍경이었다. 개인적으로 남미에서 가 장 인상 깊게 본 풍경이 거기 있었다. 밤 11시쯤 됐을까 싶은 시간, 긴 터널을 지나 밖으로 나왔는데 천지 사방이 전부 불빛 이었다. 호박색 백열등이 수천 개쯤 있는 것 같았다. 별이 반짝반짝하는 것처럼 환 히 빛나는데 굉장했다. ‘정말 예쁘네’ 하 면서 감탄을 거듭했다. 그 빛에서 뭔가를 더 느낀 건 다음 날 오 후였다. 왔던 길을 되짚어가는데 알고 보 니 전부 가난한 판자촌이었다. 한 집마다 하나씩 켜둔 유일한 전등. 판잣집들이 그 렇게 다닥다닥 붙어 있고 주변에 불빛은 하나도 없으니까 아름답게만 보였던 거 다. 카라카스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


Program 데, 그 산을 온통 낡은 판잣집이 뒤덮고 있었다. 결국 전날 본 불빛은 가난한 사 람들이 지친 몸을 잠시 쉬던 일상이었다. 그걸 보고 아름답다고 느낀 마음이 왠지 이상하게 느껴졌다. 고단한 일상의 풍경 을 보고 감탄했다니 아이러니다. 비록 의 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힘든 삶에서 낭만을 찾는 게 과연 좋은 여행일까’ 하 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그들에게 미안해졌고, 앞으로는 더 겸손한 마음으 로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살아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가, 어떻게 살까

남미의 자연은 웅장하다. 그중에서도 길 이가 990m라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앙 헬 폭포’를 보고 싶었다. 기상 조건이 좋 지 않고 워낙 험해서 사람이 잘 가지 않 는 곳이다. 폭포 주변은 지형이 융기돼서 땅이 한참 솟아올라 있고 그 사이로 강물 이 흐르는데 땅이 수십 미터씩 솟아 있 어서 인공위성으로도 강이 잘 안 찍힌다 고 했다. 거기 가려면 카라카스에서 비행기로 1시 간 30분, 차 타고 2시간, 경비행기로 1시 간을 더 간 다음 거기서 모터보트로 6시 간을 들어가야 했다. 문제는 내려서 또 2 시간을 더 걸어가야 된다는 것. 고생 고생 해서 가보니 ‘무릉도원이 중국이 아니라 여기 있었구나’ 싶은 기분이었다. 인터넷 에서 그곳을 일컬어 ‘비경을 넘어서 마경 (악마의 경치)이다’라고 쓴 글도 봤는데 이해가 갔다. 워낙 웅장하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색다른 아름다움이었다. 그즈음 되니 남미에 슬슬 적응이 되면서 도 몸은 피로가 쌓여갔다. 콜롬비아에서 카리브해 해변 도시 ‘카르타헤나’에 들렀 다. 현지에서 굉장히 유명한 휴양지다. 며 칠 쉬며 컨디션을 다듬었다. 다음은 남미 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핵심 코스 갈라파 고스니까. 갈라파고스는 커다란 섬 12개로 이뤄진 군도다. 그중에서 숙박 시설이 갖춰진 섬 은 딱 한 곳이다. 다른 섬에 며칠 머물려 면 배 위에서 자야 된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제대로 구경하려면 4박 5일 코스의 크루즈를 타 라고 했다. 가장 와보고 싶었던 곳이어서 여기서는 돈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승객 이 60명인데 종업원만 100명 정도인 최 고급 배를 탔다. 나를 뺀 나머지 승객은 전부 백인 노부부였다. 여기는 다윈이 쓴『종의 기원』이 시작된 곳이다. 신에 대한 믿음이 절대 가치이던 시절에 진화론을 주장한 그의 도전 정신 을 느껴보고 싶어서 꼭 들르려던 곳. 그런 데 막상 도착하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 다. 물론 다윈의 정신이 온몸으로 느껴졌 다. 하지만 위대했던 다윈은 이제 세상에 없고, 지금은 내가 이 땅을 밟고 있지 않 은가.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숨 쉬고 있고 생명력이 있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고 감 사한 일인지, 이렇게 강한 생명력을 갖고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될지를 생각했다. 내 미래에 대해 그렇게 차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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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생각해 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 다. 물론, 눈앞에서 이구아나를 보는 재미 도 굉장했다. 길에서 만난 사람은 전부 내 스승이더라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남부 쿠스코스로 가는 기차를 탔다. 잉카 문명의 절정인 마 추픽추가 있는 곳. 사진으로만 봐도 신비 하고 웅장한 그곳을 꼭 눈에 담은 다음 잉 카 원류가 살았다는 티티카카 호수로 넘 어갈 계획이었다. 기차는 3등석이었다. 제일 싼 칸이어서 4 명이 같이 앉았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 은 이스라엘 여학생들이었다. 기차로 5시 간을 가면서 제법 친해졌는데 말을 붙여 보니 19세라고 했다. 우리 나이로는 20 세. 그런데 7개월째 배낭여행 중이라고 했다. ‘학교를 안 다니나’ 싶었는데, 고등 학교 졸업하고 대학 입학을 1년 미룬 채 세계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아! 이거구나’ 싶었다. ‘스펙이고 어학연 수고 다 필요 없다. 젊은 애들은 누가 뭐 래도 이런 걸 한번 해봐야 된다….’ 거기 서 결심했다. 내 아들은 강제로라도 1년 동안 쫓아내리라. 아프리카도 좋고 남미 도 좋다. 어디든 가라. 가서 부딪히고 보 고 느껴라. 한국에 오자마자 그 얘기부터 꺼냈더니 다행히 자기도 가겠다고 했다. 여행 가는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꼭 하는 얘기가 있다. 시간이 있을 때는 돈이 없 고, 돈이 있을 때는 시간이 없다고. 하지 만 그건 핑계다. 내가 보기에는 의지와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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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의 문제일 수 있다. 누구든 떠날 수 있 으니까. 여행을 길게 가는 사람들을 보고 꼭 ‘버리고 떠난다’고 하는데, 그건 버리 는 게 아니라 얻으러 가는 거라고 생각한 다. 용감한 이스라엘 소녀들을 보면서 느 꼈다. 여행은 다른 사람을 보면서 끝없이 뭔가를 배워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 생각을 한 번 더 한 건, 페루를 떠나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 갔을 때다. 라파 스는 남미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도시다. 빈민가의 생활 수준은 처첨할 만 큼 낙후돼 있고 인구 밀도가 워낙 높아 도 시가 가난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곳 사람들은 굉장히 여유롭고 친절했다. 만일 일정이 조금 더 여유가 있 었다면 거기서 며칠 더 머물고 싶을 정도 였다. 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감자볶음은 얼마나 맛있고 인심이 후하던지. 다음 날 또 갔더니 나를 알아보고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던 아주머니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할머니가 파는 거리의 냉차도 정말 맛있었다. 여기야말로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느낌이 진하게 들었다. 남미는 내게 용기를 가르쳐줬다

칠레로 갔다. 버스로 24시간 걸리는데 아 예 기내식(?)을 준다. 저녁에는 파스타, 아침에는 빵을 식판에 담아 주는데 맛은 둘째치고 너무 신기했다. 산티아고를 걸 어보고, 모아이 석상이 있는 이스터 섬도 들렀지만 이상하게 기내식 나오던 버스 생각이 더 강하게 난다.


Program 칠레의 주요 목적은 빙하였다. 최남단 파 타고니아는 한국을 기준으로 사람이 사는 가장 먼 땅이다. 말하자면 지구의 ‘땅끝 마을’인데 이곳 빙하와 유빙이 세계적으 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흔히 빙하가 하얀색이라고 생각 하는데 거기서 보니 은은한 푸른빛이었 다. 파란색도 아니고 코발트도 아닌, 굉장 히 깊은 푸른색이다. 갑판에 있는 바에 앉 아 넋을 놓고 구경하고 있는데, 누군가 빙 하를 깨트려 그 조각을 갖고 왔다. 놀랍게 도 바텐더가 그걸 갈아 칵테일을 만들어 줬다. 혹시나 싶어 위스키 온더락을 주문 해 보니 그것도 빙하에서 캐온 얼음으로 준다. 술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나라별 맥 주를 한 캔씩은 다 먹어봤는데 전부 괜찮 았다. 하지만 빙하에 타 먹은 위스키 하나 로 다른 맥주는 전부 ‘아웃’이었다. 거기서는 아르헨티나가 가까웠다. 공항 에 내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로 갔 다. 거기는 탱고의 고향이다. 바닷가에 터 를 잡은 거리의 여자들이 선원을 유혹하 려고 추던 춤이 탱고다. 직접 보니 굉장히 열정적이고, 자극적이고, 또 섹시했다. 한 번쯤 배워보고 싶은 춤이었다. 사람들이 남미에서 뭘 보고 느꼈느냐고 물어보면, 아르헨티나에서 본 탱고 얘기 를 들려준다. 그저 열정적인 춤인 줄만 알 았는데 볼수록 뭔가 슬퍼진다. 뱃사람을 상대하던 여인들의 고된 삶이 엿보여서 그런 것 같았다. 누가 봐도 열정적인데, 과연 저들의 열정은 어디서 시작된 건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거기서 나만의 해석 을 내렸다. 저 여자들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의지와 용기에서 나왔다는 결론. 삶이라는 게 그렇다. 작은 용기를 내느냐 못 내느냐에 따라 인생이 풍요로워질 수 도 있고 재미없을 수도 있다. 탱고를 추 는 여자들의 섹시한 몸짓에서 나는 그런 용기를 읽었다. 그녀들의 것과 모양새는 다르지만, 살면서 용기를 내는 순간이 몇 번만 더 있으면 내 인생도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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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동쪽 끝에서 만난 여름 시레토코 샤리행 보통열차는 오호츠크해를 곁에 두고 긴 호를 그리며 동쪽으로 달렸다. 우토로 온천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시레토코 국립공원에 발을 들인 순간, 비로소 진짜 여행이 시작됐다. 땅이 끝나는 그곳에 원시의 숲이 있었다. 글&사진_성재경(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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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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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아바시리에서 보통열차를 타고 시레토코 샤리로 향했다. 창밖으로 자연이 만든 원생 화원과 오호츠크해의 풍경이 펼쳐지며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 2_우토로항에서 오로라 호를 타고 시레토코 해상 관광에 나섰다. 그러나 짙은 안개 탓에 30분 만에 회항했다. 3_시레토코 국립공원 초입에 들어서자 심상찮은 풍경이 펼쳐졌다. 새끼 사슴들이 어미 를 쫓아 도로를 건너는 중이다.

홋카이도 하면 겨울이었다. ‘윈터 홀릭’에 빠진 이들은 눈 축제가 열 리는 2월에 삿포로를 찾았고, 오타루 운하를 걸으며 영화 ‘러브 레 터’의 추억에 잠겼다. 그러나 여름의 홋카이도를 본 이들은 말이 달 랐다. “홋카이도의 진짜 매력은 여름에 있지.” 그 여름을 보고 싶었 다. 스케치북에 칠해진 검정 크레용을 못으로 긁어내면 알록달록한 밑그림이 드러나듯, 한겨울 눈 속에 묻혀 있던 홋카이도의 맨살과 마 주하고 싶었다. 그래서 6월 말에 여행 가방을 꾸려 홋카이도로 날아 갔다. 기차와 버스로 번갈아 달리며 홋카이도의 중심부, 후라노와 비에이에 걸쳐 있는 언덕들을 보았다. 그 풍경은 달력 사진을 보듯 아름다웠다. 소운쿄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홋카이도의 지붕’으로 불리는 다이세 쓰산의 최고봉(구로다케)을 둘러본 뒤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여행 중반의 피로를 풀기도 했다. 좋았다. 그렇지만 2퍼센트 부족했다. 이 쯤에서 발길을 돌렸다면, 당신은 홋카이도산 옥수수 대신 스위트콘을 고명으로 올린 삿포로 미소라멘을 맛본 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홋카이도의 정수는 동쪽 끝에 꼭꼭 숨어 있었다. 시레토코. 행인지 불 행인지, 여행의 마지막 날에야 그곳에 닿았다. 샤리행 보통기차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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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시레토코로 향했다. 소운쿄에서 가장 가까운 가미카와역에서 출발해 아바시 리에 닿은 뒤 그곳에서 보통열차로 갈아탈 생 각이었다. 점심은 엔가루역에서 파는 ‘카니 메시’(게도시락)로 대신했다. 일본 기차 여행 에서 에키벤(철도역 도시락)을 먹는 즐거움 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 하야세 준의 만 화『에키벤 철도 도시락 여행기』에 엔가루역 의카 니메시를 소개한 것도 한몫했다. 도시락 구성 은 단출했다. 식초에 절인 게살과 삶은 달걀 의 노른자, 김, 생강과 당근 초절 임이 흰 밥 위에 얹혀 있었다. 맛은 그럭저럭. 그래도 한국에서 가져간 컵라면에 뜨거운 물 을 허락한 역무원의 친절은 인 상적이었다. 매콤한 라면 국물이 그립던 참이 었으니. 세 시간을 달려 아바시리역에 닿았다. 시레토 코 샤리행 보통열차를 기다리며 역사 주변을 기웃거렸다. 감옥 박물관과 유 빙관이 있는 아바시리는 다음 날 메만베쓰 공 항을 거쳐 출국하기 전에 둘러볼 요량이었다. 샤리행 기차는 두 시간 간격 으로 운행했다. 천장에 붙박이 선풍기가 달려 있고, 창문도 양쪽 클립을 누른 채 위로 들어 올리게 되어 있었다. 이 로컬 트레인은 시간을 20년 전으로 되돌린 타임머 신 같았다. 의자 쿠션에 덧댄 벨벳 느낌의 파 란 천마저 낯이 익었다. 정선선 을 마지막으로 10여 년 전에 사라진 ‘비둘기 호’ 열차가 꼭 이랬다. 기차 왼편으로 오호츠크해에서 가장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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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기타하마역이 훌쩍 지나갔다. 오호츠크해 와 도후쓰 호수를 사이에 두고 약 8km의 사구를 따라 ‘고시미즈 원생화원’ 이 이어졌다. 인위적으로 가꾼 화원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자연이 풀과 꽃들을 불러들여 생겨난 화원이다. 기차는 겐 세이카엔역에 잠시 정차했다. 기차에서 뛰어 내려 목책을 따라 해당화가 드 문드문 핀 언덕을 걷는 사람들 틈에 끼고 싶 은 욕망을 애써 바닷바람에 날려 보냈다. 아 직 갈 길이 멀었다. 샤리역에서 내 려 바로 앞 터미널에서 노선버스로 갈아탔다. 334번 국도를 타고 해안도로를 40분쯤 달리 자 길 오른쪽으로 오신코신 폭 포가 보였다. 조금 더 달리면 우토로 온천 마 을이었다. 땅이 끝나는 곳, 시레토코

우토로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시레토코 그 랜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창밖으로 오론코 바위와 삼각바위가 눈에 들


Program 어왔고, 빨간 등대가 서 있는 항구에는 두 척 의 배가 정박해 있었다. ‘오로라호’는 한겨울 이면 러시아 아무르강에서 떠내 려 온 유빙을 관광하는 쇄빙선으로 운항했고, 한여름에는 시레토코 국립공원의 절경을 바닷 길로 보는 관광선으로 출항 했다. 항구로 걸어가 한 시간 반짜리 코스로 배에 올랐지만, 물안개와 흩날리는 가랑비 탓 에 30분 만에 회항했다. 오호츠 크해 돌고래를 만나면 박명수의 안부를 전하 겠다는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박명수는 ‘ 무한도전’에서 “오호츠크해 돌고래 떼죽음”으 로 시작하는 랩을 한 적이 있었다. 홋카이도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새벽 4시 면 날이 환하게 밝는다. 호텔 조식을 먹자마

자 짐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그러고 보니 북 반구의 여름 아침은 늘 맑고 쾌청했던 기억이 있다. 시레토코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도중 처 음 만나는 오르막길인 푸유니 곶에 이르자 오 호츠크해의 해안선과 우토로항이 한눈에 잡혔 다. 그러나 시레토코의 진면목은 이와오베쓰 강을 건너면서 시작된다. 연어와 송어를 잡아 서 부화시키고 방류하는 채포장이 있는 강 하 류는 고기들이 회귀하는 가을철이면 불곰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안내원은 “이 길을 오 가며 다섯 번 정도 곰을 봤다”며 “이와오베쓰 유스호스텔에 전기가 들어온 게 최근일 정도 로 문명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때였다. 버스가 속도를 늦추더니 멈춰 섰다. 사슴 서너 마리가 떼를 지어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노롯코 열차 안에서 본 비에이의 언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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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국립공원에만 2만 마리의 사슴이 살아 요. 지금은 번식기라 새끼들이 많죠. 늑대 같 은 포식자가 없다 보니 마릿수가 늘면서 자연 훼손이 심해졌어요.” 귀에 번호표를 달아 마 릿수를 관리하고 사슴 고기를 가공하는 시설 을 세워 운영하는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문득 사흘 전에 후라노에서 맛본 산조쿠 나베 가 떠올랐다. 향토식당 ‘쿠마게라’에서 맛본 전골 요리에 오리고기와 닭고기 외에도 사슴 고기가 들어간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는데, 그 까닭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2005년 7월 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시레토코는 예로 부터 아이누족의 땅이었다. 시레토코는 아이 누어로 ‘땅이 끝나는 곳’을 뜻한다. 메이지 시 대 때 일본 정부가 홋카이도 정착 사업을 벌 이면서 주민들의 이주를 시도 했지만, 척박한 자연환경으로 개척에 실패하고 말았다. 도로 옆에 무너진 집들이 그 흔적으로 남아 사슴 들의 놀이터로 변해 있었다. 시레토코 5호(五 湖)에 이르기 전 오른쪽으로 난 도로는 ‘카무 이왓카 폭포’로 이어졌다. 카무이왓카는 이오 산 중턱에서부터 분출하는 온천 폭포로, 통행 이 허락된 날에만 왕래가 가능했다. 호수, 바다, 숲… 그리고 여름

시레토코에 있는 다섯 개의 호수를 둘러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지상 3미터 높이에 설 치된 나무다리를 따라 제1호수까지만 둘러보 는 고가보도 코스, 필드 하우스 뒤로 난 오솔 길을 따라 네 개의 호수를 둘러보는 지상보 도 코스. 7월 말까지는 큰곰 활동기라 지상보 도 코스를 트레킹하려면 반드시 인솔자가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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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해야 했다. 큰곰 대처법도 교육을 받아야 하 고, 투어 비용(5000엔)도 따로 있었다.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필드 하우스 왼편으로 난 길 을 선택했다. 고가보도는 호숫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야 생 동물의 생활권과 시레토코의 절경을 즐기 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절충한 결과물이었다. 보도 양쪽에 고압 전선을 달아 만약에 있을 불상사에 대비했다. 또 성글게 짠 나무 기둥은 사슴이 무난히 넘나들 정도로 넓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레토코의 비경이 파노라 마로 다가왔다. 낮게 자란 대나무밭 사이의 초 지는 작은 못을 품고 있었고, 해풍과 폭설에 단련된 나무들이 숲을 이룬 시레토코의 연산 (連山)은 희부연 안개구름에 잠겨 있었다. 좀 더 들어가자 사슴 두 마리가 느릿느릿 걸어가 는 낮은 구릉 너머로 오호츠크해가 나왔다. 바 다와 하늘에 경계가 없었다. 나무다리 끝에 1호수 전망대가 있었다. 2호수 로 이어지는 숲길은 막혀 있었다. 8월이면 길 이 열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5개 호수 를 둘러보는 3km 하이킹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편으로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웠 다. 여행 마지막 날 시레토코의 비경을 이렇 게라도 만났으니. 비틀스의 ‘노르웨이의 숲’ 에서 조지 해리슨이 연주한 시타르(인도악기) 의 선율이 바람을 타고 실려 온 듯도 했다. 시 레토코는 땅의 끝나고 새로운 바다가 시작되 는 곳이었다. 눈앞 산등성이 너머에 태평양이 있었다. 무지개 끝에 보물 항아리가 있듯 시 레토코는 숲 한가운데에 여름의 정수를 숨기 고 있었다.


Program

후라노 치즈 공방

오타루_커스터드의 맛 홋카이도 여행을 삿포로에서 시작했다. 삿포로 프린스 호텔에 짐을 풀고 가까운 오타루로 향했다. 한겨울에 유 명한 오타루 운하는 가볍게 돌아보는 걸로 패스. 인력거 두 대를 지나쳐 오타루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사카이마 치 도리로 향한다.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가득한 로드 숍 은 ‘득템’하기 좋은 곳. 메르헨 교차에 있는 오르골당이 워낙 유명하지만, 이 거리의 진짜 매력은 달달한 디저트 가게에 있다. 낙농업이 발달한 홋카이도는 작은 유리병 에 든 우유만 맛봐도 가공품의 싱싱함을 가늠할 수 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수제 초콜릿, 케이크와 과자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 많은 가게들 중 롯카테이(六花亭) 를 감히 추천한다. 나무 테 모양의 독일식 케이크 ‘바움 쿠헨’으로 유명한 키타카로(北菓樓)와 나란히 붙은 가게 로, 2층에 가면 아이스크림과 커스터드를 맛볼 수 있다. 조금 강하게 로스팅한 원두커피가 공짜인데, 이게 꼭 필 요하다. 커스터드 속에 꽉 찬 달달한 슈크림이 쌉쌀한 커

피에 녹아들때 혀의 돌기가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의 자에 앉아 쉬어 가기에 딱 좋다.

후라노_가볍게 돌아보는 재미가 있는 후라노에도 닝그르테라스, 치즈·아이스밀크 공방, 와인 하우스 등 둘러볼 곳이 꽤 있다. 닝그르테라스는 우리나 라 ‘전원일기’ 같은 일본의 장수 드라마 ‘기타노 구니카 라’(북쪽의 나라에서)의 극작가 구라모토 사토가 만든 숲 속의 쇼핑몰로, 여름보다는 눈 내린 겨울이 더 운치가 있 다.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은 인근 후라노 스키장의 로프 웨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알아두자. 치즈 공방은 건물 외관보다 내부가 훨씬 멋지다. 2층에 가면 치즈를 무료로 맛볼 수 있고, 치즈 만들기 체험(유료)도 할 수 있 다. 치즈 맛에 빠져 바로 옆 아이스밀크 공방을 지나치진 말자. 이곳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은 홋카이도에서 맛본 것 중 최고였다. 후라노 와인은 희소성이 있다. 홋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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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만 팔고 홋카이도에서만 맛볼 수 있으니까. 와인 하 우스 규모는 작은 편. 지하 저장고로 내려가면 졸참나무 오크통에 숙성중인 와인을 볼 수 있다. 2층에서 종류별 로 와인을 시음한 뒤 구입할 수 있다. 비에이_그 언덕 꽃향기에 취해 눈·코·입이 호사를 누렸으니 할 말이 많은 곳이다. 보통은 후라노에서 노롯코 열차를 타고 북쪽의 비에이로 향한 다. 낙엽송, 분비나무, 자작나무가 철길 따라 펼쳐지고, 보리와 감자를 심은 푸른 언덕에 화룡점정으로 가문비 나무가 서서 수직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달력에 나올 법한 언덕 풍경을 가까이 보려면 비에이역 앞에서 출발하는 트윙클 버스를 타면 된다. 기차 시간에 맞춰 남동쪽으로 도는 ‘다쿠신칸 코스’를 선택한다. 다쿠 신칸은 홋카이도의 아름다움에 반해 비에이 지방에 머물 며 풍경 사진을 찍은 마에다 신지의 작품이 전시된 곳. 파 노라마 로드의 중간에 있는 신에이의 언덕, 비에이 최대 화원인 시키사이의 언덕이 코스에 포함되어 있다. 멀리 서 보면 융단처럼 화려하지만 곁에서 보면 농부들이 애 써 농사짓고 화초를 가꾼 것임을 알 수 있다. 켄과 메리 나무, 마일드 세븐 언덕 등이 있는 북서쪽 패치워크 길도 유명하다. 팜 도미타 & 아오이이케 & 우에노 농장 ‘팜 도미타’는 후라노에서 가장 큰 농장이자 일본에서 라 벤더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 1950년대 중반 남프랑스 기후와 비슷한 이곳에 향료를 채취하기 위해 라벤더를 재배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후라노에서 노롯코 열차 를타고 여름에 임시로 정차하는 라벤더 바타케역에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6월 말이라 라벤더는 활짝 피 지 않았다. 유리병에 든 푸딩이 유난히 맛있었던 곳. 푸른 연못이란 뜻의 ‘아오이이케’는 비에이역에서 시로 가네 온천 방면으로 차로 20분 떨어져 있다. 알루미늄 성분이 포함된 지하수가 강물과 섞이면서 코발트블루로 빛 나는 신비한 연못이다. 수로 정비 공사로 물길이 바 뀌면서 생겨난 못으로, 1989년에 공사를 마쳤지만 사람 들에게 알려진 것은 사오 년밖에 되지 않는다. 죽은 낙엽 송과푸른 연못이 빚어낸 비경 때문에 카메라를 든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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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이 많다. 아사히카와 근교에 있는 ‘우에노 농장’은 1906년에 홋카 이도로 들어온 우에노가의 개척민 후손들이 가족 정원 개념으로 조성한 곳. 지난 2008년 후지TV에 방영된 ‘바 람의 가든’의 무대로, 여러해살이식물 위주로 심어 팜 도 미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영 국식 정원으로 창고를 개축해서 만든 카페, 벽돌을 쌓아 만든 펜스, 나지막한 뒷산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 다.

tip. 알아두면 좋은 정보 일본 여행 시 9월 말 한정 상품으로 나온 일본항공(JAL) 의 ‘재팬 세이버’를 활용하면 좋다. 직항이 아닌, 국제선 과 일본 국내선을 함께 이용하는 방식으로 항공료가 크 게 절감된다. 도쿄(하네다)-메만베쓰-삿포로-오사카 이런 식으로 일 정을 짤 경우 42만원(세금 별도)에 가능하다. 문의_일본항공(www.kr.jal.com), 02-757-1711 도호쿠 대지진으로 일어난 원전 사고로 방사능 걱정이많 았다. 홋카이도가 사고 지역에서 500km 이상 떨어져있 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었다. 일본정부관광국 홈 페이지(www.welcometojapan.or.kr) ‘3.11 지진 이후의 최신 정보’에 올라온 방사능 모니터링 맵을 참고한 뒤 믿 고 떠났다. 한글로 되어 있어 여행 정보를 얻는 데도 도 움이 됐다. 팜 도미타


Program

라벤더 바타케역

삿포로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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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터키의 진수

안탈리아로 떠나는 여행 터키’ 하면 대개 이스탄불을 떠올릴 테지만, 진정한 여름 터키의 모습을 보고 싶다 면 지중해 연안의 작은 도시 안탈리아는 어떨까. 해변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도 있고, 다이내믹한 수상 레포츠도 즐기며 역사의 흔적을 따라 시간 여행도 할 수 있다. 기획_조한별(프리랜서) 사진_터키관광청(02-336-3030), 이혜승, 조희섭(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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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1_위에서 내려다본 안탈리아 항구의 모습. 2_여행객 들을 위한 배와 어부들의 낚싯 배들이 안탈리아 항구 에 정박되어 있다. 3_바닷물 아래로 옛 도시의 흔적 을 찾아 볼 수 있는 수중도시 게코와의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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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페르가몬의 왕 아탈로스는 어느 날 신하들에 게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찾아오라는 명을 내렸다. 그리고 마침내 지중해와 높은 하늘, 천혜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을 발견하고 도시를 건설했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의 터키 안탈리아다. 예로부터 ‘지상의 파라다이스’로 잘 알려진 안탈 리아야말로 아름다운 여름휴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최고의 풍경과 감동을 주는 도시이다. 기원전 2세 기경에 세워진 안탈리아는 긴 시간만큼이나 품고 있는 이야기와 색깔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빡빡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위해 찾은 이들에겐 지중 해 최고의 휴양지가 되고, 잊지 못할 짜릿한 모험 을 기대하는 이들에겐 다이내믹한 놀이터가 되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에겐 살아 있는 역사 교육 의 현장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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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_휴식 여행 회색빛 도시를 벗어나 에메랄드빛 지중해 해변으로

부드러운 모래가 깔린 해변과 장엄한 암석 절 벽, 맑고 고요한 지중해 해안과 높이 솟은 토 로스 산맥으로 둘러싸인 안탈리아는 유럽인들 이 가장 좋아하는 최대 휴양지다. 특히 도시를 따라 펼쳐지는 해변은 그 길이가 1600km에 이 를 만큼 규모가 대단하다. 시내에서 외곽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해변이 모습을 드 러내고, 오래된 등대가 있는 해변가의 산책로 는 유럽의 풍경을 닮아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 낸다. 특히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산의 능선들 이 바다 표면에 반사되어 다양한 채도의 푸른 빛을 만들어내는데, 그 빛이 아름답기로도 유 명하다. 안탈리아의 대표적인 해변은 서쪽 끝 에 위치한 콘얄트 해변. 조약돌이 깔린 자갈 해 변으로 해수욕과 스노클링, 요트 여행을 위해 유럽인들이 특히 많이 찾는 곳이다. 물은 바다 의 밑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하지만 파 도는 의외로 센 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종종 음악 콘서트와 같은 특별 이벤트도 열려 여름 해변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요즈음 해외여 행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어딜 가든 한국인 이 많다고 하지만, 이곳만은 동양인이 극히 적 어서 이국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며 휴식을 취 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옛 항구에서 낭만을 느끼다

해변만큼이나 여유로움과 낭만이 넘치는 옛 포 구는 안탈리아의 대표적인 명소. 로만 하버라고 불리는 작은 항구 위로는 오토만 시대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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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스러운 집들이 빼곡하고, 그 아래에는 색색 의 돛을 올린 배들이 정박하고 있는 풍경이 어 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로만 하버를 돌아가 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노천카페가 있는데, 일몰 직전에 찾아가면 노을이 물들어 가는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그 리고 마리나 항구에서는 다양한 보트 투어 프 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오랜 세월을 실감할 수 있는 거친 석회암 절벽과 성벽, 항구 위에 펼 쳐지는 고풍스러운 거리와 방파제 위에서 낚시 하는 터키인들이 어우러진 광경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조금 더 바다로 나아가다 보면 깎아지른 해안 절벽에 거칠게 낙하하는 폭포를 볼 수 있다. 이는 바다와 바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여간해서는 보기 힘든 자연 경관이다. 날이 좋으면 폭포 위에 선명하게 뜬 무지개도 볼 수 있다. 보트 투어는 대개 1시간, 2시간, 6 시간 코스로 나뉘어 있다. 신비의 수중 도시, 게코와

지진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지중해 속으로 가 라앉아버렸다는 게코와는 안탈리아 중심지에 서도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20명 남짓 탈 수 있는 배를 타고 하루 정도 투어를 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가라앉은 도시 게코와를 만나볼 수 있다. 투명한 바닷물 아래로 내려다 보면 성벽이며 돌담, 도로, 계단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대 도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중간 중간 배를 세워 놓고 수영할 수 있는 시 간을 주기도 한다.


Program

안탈리아의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는 강에서 짜릿한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part2_ 모험 여행 웅장한 자연 속에서 짜릿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곳

안탈리아 레저 프로그램 중 인기가 높은 ‘블 루 보야지’는 체슈메(에게해 연안)에서 안탈 리아(지중해 연안)로 항해하는 요트 여행 코스 다. 지중해와 에게해의 바람을 가르며 망망대 해를 항해하다 보면 어느새 답답하고 무거웠던 마음이 상쾌해진다. 또 안탈리아 부근의 리키 아에는 세계 10대 트레킹 코스가 있다. ‘리키 안 웨이’라고 불리는 이곳이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이유는 30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리키 아의 고대 유적과 경이로운 자연 경치를 동시 에 즐길 수 있기 때문. 매년 한 번씩 ‘리키아 웨 이 울트라 마라톤대회’도 열린다. 총 240km에 이르는 도로를 6개 코스로 나누어 하루에 1개 코스씩 6일 동안 완주하는 일정으로 진행되는 데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해변을 가진 파타라 고대 도시에서 캠핑할 수도 있다. 리키아 웨이 의 고도는 해수면부터 800m에 이르고, 마라톤

코스의 대부분은 숲, 바위, 산, 해변으로 이루어 져 있어 천혜의 자연을 가까이서 느낄 수가 있 다. 그리고 동부 해안에 위치한 아쿠아 파크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은 레저 센터로 수영, 윈 드서핑, 수상스키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 길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 천국, 페티에

페티에는 짜릿한 레저를 즐기려는 이들에게 그 야말로 천국과 같은 곳이다. 특히 먼저 다녀온 이들이 강력히 추천하는 종목은 바로 패러글 라이딩이다. 패러글라이딩 출발 지점에서 해 발 2000m 산꼭대기까지는 한 시간 정도 소요 되는데, 낡은 승합차로 거친 산길을 오르는 동 안은 곡예를 넘듯 아슬아슬하면서 스릴이 넘 친다. 그렇게 도착한 산 정상은 뿌연 구름으로 꽉 차있어 하늘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몽환적 인 기분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은 가이드와 동 행하는데, 가이드가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들 을 보며 특정 장소의 특징, 자연물의 생성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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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기 때문에 안탈리아 와 주변 지중해 도시를 한눈에 제대로 감상할 수가 있다.

(위)안탈리아와 지중해 도시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페티에의 패러글라이딩.

(옆)터키의 대표적인 수상레저 시설, 아쿠아 파크.

part3_역사 여행 보고 만지며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

고대부터 지금까지 오랜 역사를 이어온 안탈리 아는 아이들에겐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다. 카 레이치 중심에 자리한 하드리아누스의 문은 기 원전 2세기경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를 기리 기 위해 세운 것으로 대표적인 고대 기둥 양식 인 이오니아식 기둥도 볼 수 있다. 13세기에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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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진 37m 높이의 장대한 첨탑 이브리 미나 렛은 안탈리아를 대표하는 역사적 건축물. 빨 간 벽돌로 쌓은 탑으로 8개의 홈이 파인 나선 형을 띠고 있는 특이한 구조. 이 밖에도 다양한 고대 건축물과 첨탑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터 키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고고학박물관은 주로 그리스 로마 시대 의 조각 작품과 당시의 생활 을 짐작케 하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놀라 울 만큼 잘 보존된 12신의 대리석 조각이 인상 적이다. 관람 소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이 고,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고대의 숨결이 살아 있는 도시, 보드룸

보드룸은 고대에 할리카르나수스로 불리던 에 게해의 휴양지이자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투 스가 태어난 곳. 마우솔루스 왕이 지배하던 기 원전 4세기에 가장 번성했는데 왕의 사후에 그 의 부인이 건설한 거대한 영묘 마우솔레움은 아직도 그대로 보존되어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 보드룸에서 남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아폴로 신전이 나오는데, 그리스 델 포이 신전과 더불어 유명한 신탁지인 아폴론의 신역으로, 헬레니즘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이 다. 로마시대에는 이곳에 120개 이상의 거대한 대리석 돌기둥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높이 20m, 지름 2m의 돌기둥 3개만 남아 있는 상태 다. 신화 속 메두사의 머리가 입구의 기단에 놓 여 있고, 신전 주변에는 당시 신탁을 찾아 모여 든 신자들을 위한 숙박 시설과 목욕탕 터가 그 대로 남아 있다. 로마, 비잔틴, 터키 제국 당시 문명의 흔적을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보물 같은 곳이다.


Program

(위)고대 로마시대에 수많은 연극과 공연이 펼쳐졌던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원형 극장 아스펜도스

(옆)안탈리아를 대표하는 13세기 첨탑, 이브리 미나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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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가들이 귀띔해 준 안탈리아 여행 이야기

터키 안탈리아와 인근 지중해 도시 여행을 준 비하는 이들을 위해 한발 먼저 그곳을 다녀온 여행 작가들이 생생한 현지 이야기를 들려주었 다. 그들이 추천하는 여행 코스부터 다녀온 사 람만이 알 수 있다는 자잘한 현지 여행 팁까지 모조리 담았다.

가족 여행객을 위한 안탈리아 ‘체험 여행’ 조희섭(『터키 지독한 사랑에 빠지다』저자)

터키는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데도 평균 8 시간 이상 걸릴 만큼 넓은 나라다. 그러나 안 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 연안 휴양지들은 가까운 거리에 있어 일정만 잘 짠다면 알찬 여 행을 할 수 있다. 안탈리아를 여행한다면 특정 지역보다는 시내 전체를 둘러보길 권한다. 고 대 역사와 휴양지가 만나는 곳이라 지중해 해 변을 걸으며 여유를 즐기다가도 바로 시가지로 이동해 역사 유적들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 다. 안탈리아의 매력은 무엇보다 여행객을 위 한 인프라가 터키 어느 도시보다 잘 갖춰져 있 다는 것. 때문에 가족 단위로 갈 때도 교통, 숙 박, 음식 등 큰 불편 없이 여행을 할 수가 있고 인원과 주머니 사정에 맞는 숙박 시설을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추천 코스

꺼지지 않은 불이 피어오르고 있다. 어두워질 무렵 산 중턱쯤에 가스 냄새가 나는 지점이 있는데,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위 틈 사이 로 환하게 피어오르는 불을 볼 수가 있다. 생 경한 볼거리와 추억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카쉬_터키를 찾는 이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 이 바로 카쉬다. 안탈리아에서 30분마다 출발 하는 버스가 있을 만큼 교통편도 좋다. 규모가 작은 마을이라 조용하고 평화로워 가족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작은 항구 와 지중해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많 아 아이들과 물놀이하기도 좋다. 다이빙과 패 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레저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페티에_페티에 시내에서 30분가량 떨어진 요루 데니즈 라군 비치에서 보트 체험을 해보길 추 천한다. 배를 타고 3박 4일 동안 지중해 위에 서 먹고 자며 올림포스까지 이동하는 프로그 램으로, 가족과 함께 지중해 섬들을 여행하고 수영도 하면서 유유자적 즐길 수 있다. 밤에는 배 위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볼 수도 있고, 새벽엔 지중해 위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도 있 어 지중해의 매력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나 홀로 여행객을 위한 안탈리아 ‘쉼표 여행’ 이혜승(『두 번째 터키』『모로코 낯선 여행』저자)

올림포스_안탈리아 인근 작은 마을 올림포스에

가면 1박 2일 일정으로 올림포스 산에 올라가 보기를. 그곳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 란 뜻의 ‘야나르타쉬로’라는 돌이 있는데, 올 림포스 산이 존재하고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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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유적지 탐방보다는 해변 여행을 추천한 다. 대개 비용 대비 많은 곳을 가고, 많은 것을 보아야 알찬 여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여


Program 행은 휴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 든 일정을 현지에서 직접 정하고 조금 더 여유 롭게 움직여보는 건 어떨까. 안탈리아 시가지 에는 여행 사무소가 많고, 대부분 1일 여행 프 로그램이어서 훨씬 저렴하고 다양하게 일정을 짤 수가 있다. 또 현지 가이드와 세계 각국에 서 온 사람들과 동행하고 식사도 같이 하기 때 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 가 될 수 있다. 추천 코스 안탈리아 해변_안탈리아는 서쪽으로 길게 해 변을 끼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든지 자신의 위치에서 가까운 해변을 찾아가면 된다. 스노 클링, 요트 여행, 통나무배 타기는 꼭 한번 해 보면 좋을 것들. 특히 통나무를 엮어 만든 터 키식 전통 통나무배를 타고 물 위를 유유히 떠 가며 주변 도시를 구경하는 것은 고전적이면서 도 운치가 있다. 아스펜도스 극장_안탈리아 동쪽으로 약 50km 떨어져 있는 아스펜도스 극장은 가장 잘 보존 되어 있는 로마식 원형 극장이다. 약 2만 명의 관객이 들어갈 수 있는 대형 공간임에도 특별 한 음향 장치 없이 관객석 끝까지 소리가 잘 전 달될 만큼 음향 효과가 뛰어난 구조물이다. 타르수스_안탈리아 동쪽에 자리한 도시. 사도 바울이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지만, 그곳을 추 천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길게 늘어선 해 안도로 때문. 도로를 따라서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푸르고 눈부신 해안 풍경이 끝없이 펼쳐 지는데, 지금껏 어디서도 보지 못한 환상적인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위)안탈리아 내 한적한 공원. 어디를 가든 터키 국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위)노천카페에 앉아 안탈리아 해변 풍경을 즐 기는 이혜승 작가 (옆)고대의 흔적 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안탈리아 의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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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준 특별한 휴가

시저스 팰리스 in Las Vegas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볼거리와 스페셜한 이벤트가 있는 라스베이거스에서의 핵심은 어떤 리조트를 선택하느냐다. 기획_이미정 기자 자료 제공_시저스 팰리스(1-702-731-7110 www.caesarspalace.com)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한국사무소(02-775-3232 www.visitlasvegas.co.kr)

라스베이거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메인 스트립을 가득 메운 리조트 건물들이다. 리조트 자체의 규모가 워낙 커 각종 오락 시설과 편의 시설, 쇼핑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고대 로마를 콘 셉트로 한 시저스 팰리스 호텔이라면 오감 만족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시저 스 팰리스는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호텔 중 하나로 꼽히며 세계적인 가수와 스타 셰프를 만날 수 있고, 쇼핑몰 포럼 숍과 ‘신들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수 영장이 있어 호텔 안에서 휴가에 필요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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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Dining 시저스 팰리스 내 아우구스투스 타워 에 위치한 기 사부아 레스토랑은 세계적인 스 타 셰프 기 사부아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자 신의 미슐랭 스리 스타 레스토랑을 재현한 곳 이다. 기 사부아 레스토랑은 관광객들뿐만 아 니라 라스베이거스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곳 이라 예약이 필수. 오는 9월에는 또 한 명의 프랑스 요리 대가, 미셸 리샤르 역시 시저스 팰리스에서 만날 수 있다. 미셸 리샤르는 요리 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상 을 수상한 미국에서 손꼽히는 프랑스계 스타 셰프. 특히 워싱턴 DC에 있는 센트럴 미셸 리 사르는 『뉴욕타임스』에 최고의 맛집으로 소개 된 바 있다.

Pool 멋진 시설을 자랑하는 특급 호텔 수영장 에서의 휴식은 라스베이거스 여행의 묘미! 라 스베이거스 최고의 수영장으로 꼽히는 시저스 팰리스의 ‘신들의 정원’에는 무려 7개의 풀장 이 있어 여유로운 공간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 길 수 있다. 고대 로마 시대 양식을 살려 디자 인한 수영장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할 정도. 시저스 팰리스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서비 스로 셀레브리티들이 즐겨 찾는 호텔로도 유 명한데, ‘신들의 정원’에서 여유롭게 태닝을 즐기다 뜻밖에도 옆자리에 있던 할리우드 셀 레브리티와 눈이 마주칠 수도! Refreshment ‘신들의 정원’에서 강렬한 햇볕 을 즐겼다면, 더위를 피해 시원한 디저트를 맛 볼 차례. 영화 ‘세렌디피티’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유명 디저트 레스토랑 ‘세렌디피티 3’ 또한 빠질 수 없는 시저스 팰리스의 명소다. 세렌디피티의 인기 메뉴 ‘프로즌 핫 초콜릿’ 을 즐기면서 영화 ‘세렌디피티’ 속의 주인공 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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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만큼 이나 유명한 것은 바로 세계적인 가수들의 콘 서트다. 공연장 콜로세움은 뛰어난 음향 시설 과 무대 시설로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이 손꼽 는 공연 장소이다. 이곳에서의 공연 관람을 마 지막으로 라스베이거스의 밤을 장식한다면 아 마도 평생 잊을 수 없는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셀린 디옹은 7월과 8월, 12월과 내년 1월에 걸쳐 공연을 가질 계획이고, 엘튼 존은 10월, 샤니아 트웨인은 12월 초에 공연을 계획 하고 있다. 여행 전 예매는 필수! Golf 골프 마니아라면 미국 내 톱 10 골프 클 럽이 두 곳이나 있는 라스베이거스를 그냥 지 나칠 리 없다. 톱 4를 차지한 카스카타 골프 클럽은 스트립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볼더 시 티에 위치해 있다. 카스카타는 투스칸 스타일 의 클럽 하우스 등 뛰어난 부대 시설을 자랑 할 뿐만 아니라 레드 락 캐니언과 반짝이는 호수를 배경으로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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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pping 시저스 팰리스에는 라스베이거스 최 고의 쇼핑몰로 손꼽히는 포럼 숍이 위치해 있 어 호텔 안에서 논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포럼 숍은 페라가모, 크리스찬 디올 등 유명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갭, 익스프레스 등 저렴한 중저가 브랜드까지 160개가 넘는 매장이 입점 해 있어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현지인들에게 도 인기 있는 쇼핑몰. Spa 세계 100대 스파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시 저스 팰리스 호텔 내에 위치한 ‘쿠아 배스 앤 스파’를 빼놓을 수 없다. 고대 로마 스타일 대 중탕, 북극 아이스 룸, 최면 요법 등 다양한 트 리트먼트 프로그램이 여행 중 쌓인 피로를 풀 어준다.


Program

시저스 팰리스 호텔은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 중의 하나이며 스트립 중심가에 있 는 큰 호텔이기도 합니다. 위치상으로도 별 5개인 Bellagio 호텔과 Mirage 호텔 사이에 있으며 객 실은 총 3,348개입니다. 1962년에 USD $35m 을 들여서 Jay Sarno에 의해 지어졌으며 Bally’s 호텔 주인이기도 한 Kirk Kerkorian이 소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 주제는 이름 그대로 로마의 제왕 줄리어스 시저와 그의 왕궁이며 호텔 스펠링은 Caesar’s 가 아닌 Caesars로 호텔 손님 모두를 다 시저왕처럼 대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 내에 The Forum Shops라고 쇼핑센터가 있으며 명품 쇼핑센터로 잘 알려져 있고 우리가 잘 아는 Dior, Louis Vuitton, Gucci 등이 전시/판매되고 있습니다. 시저스 팰리스의 또 하나의 자랑은 콜로세움 입니다. 2003년 3월 25일 예전에 경기장이었던 콜로세움을 지어서 그 안에서 공연을 하는데 최 근 들어서 시저스 팰리스 호텔 콜로세움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셀린디온의 콘서트입니다. 총 좌석수 4,082개이며 지난 3월 15일 2011년부터 다시 셀린디온이 콘서트를 하기 때문에 콘서 트가 있는 날이면 호텔내부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찹니다. 셀린디온 공연을 보기 위해 전국/전 세계에서 라스베가스를 방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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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고수 두 사람의

닮은 듯 다른 제주 여행 바캉스 피크를 맞아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이달이 제주살이 7개월째인 여행 기자출신 부부와 올레길 23코스를 전부 다 걸어본 남자가 여름 제주의 풍경을 책 으로 전해왔다. 취재_이한 기자 사진_리더스하우스, 스타일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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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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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예쁜 함덕 서우해변 &노을 멋진 이호테우 해변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가면 제주도에서 물빛 이 가장 예쁜 바다가 나온다. 백사장 모래가 유 난히 흰빛이어서 햇빛을 받으면 바로 눈이 부 시고 바다도 마치 연둣빛인 듯 반짝인다. 함덕 해변은 여유롭다. 해수욕장 길이가 900m 를 넘고, 바다 안쪽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가도 허리춤밖에 오지 않을 만큼 경사가 완만하다. 백사장에서 바다 쪽을 보고 서면, 왼쪽 해변에 는 빨간 등대가 서 있고 오른쪽에는 바다 쪽으 로 툭 튀어나온 땅 위에 다리가 놓여 있다. 해 변이 마치 오목한 만처럼 생겨서 아늑한 느낌 이 든다. 파도가 잔잔하고 얕아서 해수욕을 즐 기기에도 적당하다. 제주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인 이호테우 해 변도 이맘때가 좋다. 이곳은 함덕과 달리 낮에 는 제법 북적인다. 외지인들 때문은 아니고, 최 근 제주 청년들이 카약 등 레포츠를 즐기는 곳 으로 애용하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오후 늦은 시각쯤 해변에나가면 점심때 와는 완연히 다른 멋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매 력적이다. 석양이 질 때 이곳 바다는 마치 오렌 지빛처럼 보인다. 바닷가에서 등대 너머로 보 는 노을은 제주 제일이다. 여름 제주 추천 리스트

서핑과 요트_요즘 제주에도 레포츠가 유행이 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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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곳은 김녕해수욕장이다. 보드에 연을 매 달고 윈드서핑을 즐기는 ‘카이트 서퍼’들이 자 주 출몰한다. 중문 해변 근처 항구에서는 요트 세일링 프로그램이 인기다. 재래시장 맛집_제주시민들의 부엌이라는 동문 시장에 숨은 맛집이 많다. 제주 사람들은 길가 에 널린 횟집 대신 여기서 해산물이나 회를 떠 간다. 동문재래시장 입구 약국 옆 ‘금메달식당’ 은 매운탕을 잘 끓이고 수산시장 골목 안 ‘남 해수산’에서는 2만원이면 방어 한마리에 술까 지 곁들일 수 있다. 백사장과 숲길이 어울리는 4코스, 베릿내오름에서 해넘 이 보는 8코스

표선해수욕장에서 시작해 해비치앞 산책로를 지나 남원포구까지 가는 길. 올레 중에 가장 코 스가 길지만 크고 작은 산책로의 표정이 다채 로운 곳이다. 백사장과 돌길, 대나무나 야자나 무 숲길도 있고 몽실몽실한 자갈밭도 지난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장거리 코스니까 아이를 데려갔다면 주의할 것. 대신 바닷길 바 로 바깥쪽에 시외버스가 다니니 힘들면 중간에 서 끊고 버스를 타도 된다. 편의 시설이나 맛집 대신 피크에도 비교적 사람이 덜 몰리는 아기 자기한 경치에서 재미를 찾는 길이다. 표선 바 닷가로 나가면 KBS ‘1박 2일’팀이 묵었던 게 스트하우스도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곧장 바


Program

다 위 일출을 맞을 수 있어서 좋다. 8코스는 주상절리와 중문관광단지를 지나는 길로 바다 풍경이 예쁘다. 바닷길을 걷다가도 지루하면 언제든 관광지로 다시 나갈 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올레에 들른 초보 여행자들이 가기 좋다. 중문을 지나 베릿내오름에 올라가 서 보는 일몰이 뷰포인트다. 외국단체 관광객 이 많으니 주말은 피할 것. 여름 올레 추천 리스트

무인도 바다낚시_올레길 12코스를 걷다가 수 월봉과 당산봉 풍력발전소 사이 자귀내포구로 가자. 키가 3미터 남짓한 옛날 등대가 정겨운 한적한 바다가 나온다. 여기서 배를 빌려 바닷 가 앞 차귀도로 가자. 제주에서 가장 큰 무인도 이고 경치가 굉장히 좋다. 양념 없는 옛날 물회_올레 5코스 근처 서귀포 시 공천포(공샘이)에 가면 20년 넘게 물회 하 나로 승부하는 집이 있다. 이름도 정직하다 바 로 ‘공천포 식당’. 향 좋은 깻봉(깻잎 꽃대)에 김과 고춧가루만으로 맛을 낸 옛날 제주식 물 회다. 여름에는 한치물회와 자리물회를 추천 하지만 해삼물회나 소라물회 같은 메뉴도 괜 찮다.

김형오·고선영 부부는… 잡지사 사진기자 출신 남편과 여행 담당 기자 출신 아내. 나란히 프리랜서로 독립한 다음 ‘마흔이 넘으면 제주에 가서 살자’던 다 짐을 실천해 서구포 대평리의 시골집을 얻어 제주에 눌러 앉았다. 이들이 최근 펴낸『여행의 달인, 제주』는에세이 위주의 제주 여 행 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모처럼 지역별, 코스별, 취향별로 알짜 정보들을 모아 정리한 원조 여행서다.

뚜벅이 여행가 박상준씨는… 왕년에 영화에 대한 글을 쓰던 기자출신 프리랜서 여행 작가. 언 제부터인가 제주 올레가 눈에 들어와 스물세 개의 올레길을 전 부 걸었다. 지난 1년간 수시로 서울과 제주를 들락날락하며 올레 의 사계절을 전부 경험했다. 그가 최근『구석구석 제주올레』에 바닷길 따라 제주 한 바퀴를 다 돌아본 사람의 명징한 기억을 담 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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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통영은 미식 천국 8월의 통영에는 먹을 게 많고 볼 것도 널렸다. 식도락가들 이 이맘 때 꼭 맛보는 음식들을 소개한다. 지중해 느낌이 물씬 나는 리조트 숙박권 행운도 놓치지 말 것. 취재_이한 기자 사진_리더스하우스, 스타일북스 제공 취재_이한 기자 사진_중앙포토, ES 리조트 제공

통영 풍경이 한 눈에…

통영은 느릿느릿 걷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도시다. 쪽빛 바다와 짙푸른 숲이 어우러진 경치가 일 품이어서 어디 방향으로 걸어도 그저 좋은 길만 만난다. 통영 경치를 제대로 구경하려면 일단 미 륵산에 올라가는 게 좋다. 해발 500m가 채 안 되는 야트막한 산이지만숲길이 좋고 계곡이 예쁜, ‘있을 건 다 있는’ 산이다. 등산로 따라 ‘미래사’까지 오른 다음 30분만 더 가면 정상이다. 날만 맑으면 한산도와 우도부터 매 물도까지 수십 개의 섬들이 한눈에 보인다. 숲길이 제법 시원해서 여름에도 비교적 상쾌하게 걸을 수 있다. 숲길 바깥쪽으로는 해안 절경 따라 굽이굽이 뻗은 22km짜리 산양일주도로가 있다. 바다 를 끼고 도는 드라이브 코스로 괜찮고, 해가 넘어갈 때쯤 ‘달아공원’에서 잠시 낙조를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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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원래 통영은 소매물도나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구경하는 길에 잠깐 들러 가거나, 거제도로 가 려는 여행자들이 하루쯤 들르는 곳이었다. 하 지만 요즘은 걸을 곳 많고 먹을 것 지천이어서 온전히 거기서만 머물려는 관광객도 많다. 통영 미식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식도락가들은 통영에 가면 3가지 원칙을 지킨 다. 통영에서가 아니면 절대 못 먹는 것들을 골 라 먹는 게 첫째고, 중앙시장과 서호시장에 가 서 좌판 아무 데나 앉아 먹어보는 게 둘째, 그 리고 마지막은 어둑해지면 바닷가 곳곳의 ‘다 찌집’에 가서 가짓수를 헤아리기도 힘든 해산 물을 안주 삼아 양껏 술을 마시는 거다. 우선 통영이 아니면 못 먹는 음식을 골라보자. 토박이들의 대표 음식이라면 ‘빼떼기 죽’과 ‘ 우짜’가 좋겠다. 이름만 봐도 통영이 아니면 절 대 구경 못할 것 같은 ‘포스’가 풍긴다. 빼떼기 죽은 고구마를 말린 다음 팥과 강낭콩 을 넣고 끓인 죽이다. 원래 통영 토박이들의 한 겨울 점심 식사였는데 요즘에는 사철 가리지 않는다. 욕지도에서 나는 고구마로 만들었는데 단팥죽보다는 담백하고 적당히 달달해서 간식 으로 먹기 좋다. 우짜는 ‘우동’과 ‘자장면’을 합친 단어다. 말 그 대로 우동 위에 자장을 부어 먹는 ‘신기한’ 메 뉴다. 향남동 골목에서 시작된 음식으로 4050 세대 통영 출신 도시인들이 고향에 가면 제일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다. 토박이 주당들은 ‘뱃 사람 해장에는 우짜가 최고’라며 엄지를 세운 다니 한번쯤 도전해 보자. 바닷가 근처 중앙시 장이나 서호시장에 가면 먹을 수 있다.

점심에는 3000원 시락국, 저녁에는 1만원짜리 소주

중앙시장과 서호시장에서는 사실 먹어봐야 할 게 따로 있다. 시락국이다. 시락국은 겨울에 새 벽배 타던 사내들이 장터에 앉아 뜨끈하게 한 그릇 먹고 나가거나 전날 밤 거나하게 취했으 면 쓰린 속을 달래려 훌훌 말아먹던 국밥이다. 그냥 시래깃국이 무슨 맛일까 하겠지만 먹어보 면 왜 유명한지 안다. 조금 더 깨끗한 밥집을 원하면 시내 식당에서 멍게비빔밥이나 졸복국 정도가 좋다. 통영 멍 게는 원래 싱싱하기로 유명한데, 여기다 김과 깻가루를 뿌려 비벼 먹으면 마땅한 반찬이 없 어도 한 그릇은 그냥 넘긴다. 작은 붕어만 한 크기의 졸복에다 미나리와 콩나물을 넣어 끓 여낸 졸복국은 바닷가 음식치고는 굉장히 개 운하다. 저녁에는 ‘다찌집’에 가자. 소주1병에 1만원, 맥 주 1병에 6000원이고 술만 시키면 해산물 안주 를 양껏 내준다. 술을 많이 시킬수록 귀한 안주 가 나오니 주당일수록 ‘돈 버는’ 집이다. 봉평 동 오거리의 ‘울산다찌’가 단골이 많다. 지중해식 리조트에서 하룻밤 산양일주도로를 달리다 산양면 미남리로 가면 지중해풍 리조트 가 나온다. 통영 ES리조트다. 온통 흰벽에 직선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유연한 디자인이 재밌다. 창문도 비대칭형에, 어딘가 모르 게 비틀린 듯한 아치형 통로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탈리아 휴 양지에 있는 ‘샤르데니아 리조트’를 모티브로 지은 건물이다. 산 을 깎아내지 않고 언덕 경사 따라 그대로 건물을 얹은 덕분에 주 위 경치와 조화도 잘 된다. 이곳은 산꼭대기에 야외 수영장이 있다. 물속에 몸을 담근 채 360 도로 보이는 전망이 그야말로 일품. 수영장 옆 전망대는 일출과 일몰을 한꺼번에 볼 수있는 뷰포인트다. 이곳은 회원 전용 별장 형 리조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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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키모토 에센스 마스크 by 정샘물(메이크업 아티스트) 촬영차 해외에 갈 때마다 면세점에서 사 가는 제품이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시트 마스크 팩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곳에 갈 때는 해외 스태프들에게 선물하기 좋 아 여러 개 구입하는 편. 스타들이 더운 날씨와 밤샘 촬영 으로 지쳐 있을 때 메이크업 전 10분 정도 피부에 올려놓 은 뒤 메이크업을 하면 피부 메이크업이 잘된다. 17ml×6 매 12만원, 면세점가 $82(약 8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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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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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해외 여행길, 면세점 쇼핑 목록 시중 가격보다 약 30%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면세점 화장품 쇼핑은 여자들에겐 빠뜨릴 수 없는 여행 전 필수 코스. 자기 관리 잘하는 여자들이 면세점에서 꼭 산다는 제품만 추려봤다. 기획_조유미 기자 사진_김황직(studio il) 파우치 협찬_캐스 키드슨

2 아모레퍼시픽 모이스춰 바운드 리프레싱 마스크

5 라프레리 캐비어 럭스 크림

by 이지연(QTV 대표)여름 시즌에 출장을 가면 장시간 에어컨을

by 박지윤(MTV 네트웍스 코리아 PR 매니저)일 년에 두 번 정도

작동시키는 공간에서 해외 스태프들과 미팅을 할 때가 많다. 그

정기적으로 미국, 동남아 등으로 출장을 가는데 빡빡한 스케줄을

러다 보니 피부가 쉽게 지치고 피곤해지는데 저녁 시간이면 특별

소화하느라 쉽게 피곤해진다. 그래서 피곤할 때 바르고 자면 아

한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마스크 팩을 붙이고 휴식을 취한다. 아

침에 즉각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을 골라 쇼핑한다. 일 년

모레퍼시픽 마스크를 추천하는 이유는 다른 제품과 달리 에센스

에 한 번 구입하는 라프레리 캐비어 럭스 크림은 피부 탄력, 영양

가 담긴 시트가 피부에 밀착되어 상쾌한 느낌을 주기 때문. 은은

과 보습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스킨케어 제품. 6~8개월 정도

한 대나무 향이 기분까지 유쾌하고 즐겁게 만든다는 점도 다른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양이 넉넉하다. 가격이 비싼 것이 흠. 50ml

브랜드 제품과의 차별점이다. 2ml×6매 8만원, 면세점가 $59(

49만9000원, 면세점가 $364(약 39만4000원)

약 6만3000원)

6 바비 브라운 비비 크림 3 시세이도 메이크업 퍼펙트 리파이닝 파운데이션

by 윤소연(MBC 예능 PD)평소 밤낮없이 방송 편집하고 촬영하

by 서희영(메이크업 아티스트)본래 면세점 전용 제품으로 개발

다 보면 화장대에 앉아 꼼꼼하게 메이크업을 할 시간이 없어서

된 파운데이션인데 한국 여자들의 피부에 잘 맞는 제품이라 반

궁여지책으로 출근길에 비비 크림을 바른다. 바비 브라운 비비

응이 좋았는지 올해 초 국내 시세이도 매장에서 판매되기 시작

크림은 ‘섹션TV’를 진행하면서 그룹 샤이니 촬영차 들렀던 일본

했다. 제품 속에 구슬이 들어 있어 흔들면 소리가 나는 액상 타입

출장길에 구입한 제품. 회색빛이 도는 저가 제품에 비해 파운데

의 파운데이션으로 피부 톤이 고르지 못한 사람들이 사용하기 좋

이션처럼 피부를 자연스럽게 커버하고 부드럽게 스며드는 느낌

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휴대하기도 간편하다. 30ml 6만

이 좋아 두 개째 사용하고 있다. 40ml 6만원, 면세점가 $43(약 4

2000원, 면세점가 $46(약 4만9000원)

만7000원)

4시슬리 에뮐씨옹 에꼴로지끄

7 오리진스 스팟 리무버 안티블레미쉬 트리트먼트 젤

by 김현희(『고현정의 결』 편집자) 엄마의 화장대에서 발견했

by 김유하(YTN 아나운서)얼굴에 카메라 앵글이 집중되는 아나

던 에센스 로션으로 피부 관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20대부터

운서로 활동하다 보니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받을 때 가끔씩 돋아

소량씩 사용했다. 스킨 다음 단계에 바르면 에센스를 바르지 않아

나는 뾰루지를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 면세점에서만 판매하는 오

도 될 정도로 피부가 촉촉하며, 아로마테라피 효과가 있어 면세점

리진스 스팟 리무버는 피부 자극은 적으면서 효과가 좋은 아이템.

에서 구입한 뒤 여행길에 지친 피로를 풀 때 현지에서 사용하기도

뾰루지가 돋기 시작할 때 트러블이 생긴 부위에 살짝 발라두면 금

좋다. 125ml 22만원, 면세점가 $171(약 18만5000원)

세 진정된다. 7월부터는 한국 매장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10ml 2 만원, 면세가 $16(약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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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만큼 영양가가 풍부한 식재료도 드물다. 부추는 ‘비타민의 보고’라고 불릴 만큼 비타민이 풍부할 뿐 아니라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칼슘, 무기질의 함량도 높다. 지치기 쉬운 7월, 부추 요리 한 상. 기획_강민경 기자 글&요리_이정화 사진_우창원(WNP studio) 캘리그래피_양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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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프란체스카 여사가 이승만 박사의 식탁에 항시 올렸다는 부추는 정월에서 구월까지 먹는다고 해서, 또 부부의 정을 오래 유지시켜 준다고 해 서 경상도에서는 ‘정구지’라고 부른다. 일반 사 람들은 잘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기도 하고, 또 다소 촌스러운 어감 때문에 동생은 서울에 와 서 쓰지 말아야 할 사투리 리스트 첫 번째로 꼽 기도 했다. 또한 한방에서는 체내를 따뜻하게 하고 피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이유로 ‘기양 초’라 부르기도 한다. 부추만큼 영양가가 풍부 한 채소도 드물다. 부추는 ‘비타민의 보고’라고 불릴 만큼 비타민 A·B1·B2·C 등이 풍부할 뿐 아니라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칼슘, 무기질 의 함량도 높다. 부추즙은 피를 맑게 해 허약 한 체질을 개선하고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동의보감』에는 ‘ 간의 채소’라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간 기능을 강화하는 작용 역시 뛰어나다. 어떤 일이든 마 찬가지겠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나의 일 역시 노동의 강도가 세서 체력이 상당히 중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심’을 믿는 편이라 보약이나 비타민 제품 하나 챙겨 먹지 않는 무 심한 내가 유일하게 건강을 생각해서 찾아 먹 는 음식이 있으니, 그게 바로 부추다. 부추를 이야기할 때 방아 잎을 빠뜨릴 수 없다. 한국의 허브라 불리는 방아 잎은 남해에서 자 라는 나물로 다소 생소한 식재료지만, 사실 음 식의 감칠맛을 더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다. 특히 경상도에서는 방아 잎을 거의 모든 요 리에 사용하는데, 그래서 내 기억에도 어렸을 때 집집마다 현관 밖에 혹은 옥상에 방아 잎 화분을 하나씩 키웠던 풍경이 남아 있다. 방아

잎은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지만 특유의 시원 하고 독특한 향이 있어 생선 요리나 육류 요리 의 비린 맛을 제거하는 데 제격이고, 요리할 때 향신료 개념으로 한두 잎 넣으면 한 끗 차로 감칠맛이 살아나 음식의 풍미를 높여준다. 결 혼 후 서울로 오면서 화분에 방아를 심어서 따 로 챙겨 왔을 만큼 예전부터 방아 잎에 대해선 극성을 부리곤 했다. 심지어 딸아이는 엄마 하 면 떠오르는 것이 방아 잎이라고 말할 정도. 모 든 요리에 두루 사용하지만, 방아 잎과 부추는 궁합이 특히 좋아 부추 요리에는 늘 방아 잎이 함께한다. 방아 잎으로만 전을 부쳐 먹으면 영 양가가 조금 아쉽고, 또 부추로만 전을 해 먹 으면 향이 아쉽기 때문에 어릴 때 어머니는 부 추와 방아 잎을 함께 넣은 전을 자주 만들어주 시곤 했다. 달군 뚝배기를 쇠고기 기름으로 닦 은 후(찌개를 끓일 때 뚝배기에 배어 있던 기 름이 우러나와 구수한 맛이 난다) 된장을 풀어 방아 잎을 후두둑 뜯어 넣고 풋고추를 넣어 바 글바글 끓인 후 부추를 넣어 완성한 칼칼한 된 장찌개, 생부추를 넣은 비빔밥, 부추와 방아 잎 을 넣어 부친 전으로 차린 상차림이면 어느 식 탁도 부럽지 않다. 개운하게 잘 먹었다는 느낌 이 들고, 힘이 솟는다.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의 우선순위가 바뀐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밥상머리에서 늘 쏟아내 셨던, 이 음식은 어디에 좋고, 또 저 음식은 왜 먹어야 하는지 등의 끊임없는 ‘음식 잔소리’가 마흔이 넘으니 하나씩 되살아나며 문득문득 그 리워진다. 행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소소 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리라. 하루에 세 번,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을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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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요리의 맛을 느끼고 그 과정을 즐기는 것, 즉 가까운 일상 속에서 소소 한 행복과 가치를 찾길 바란다. 어린 시절, 꿀에 절인 인삼 한 숟가락을 먹으면 백원을 준다는 엄마의 꼬임에 억지로 떠먹었던 인삼 한 숟가 락의 힘이 지금까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체 력으로 이어진 것 같아 어머니께 새삼스레 감 사한 마음이 든다. 부추 된장찌개 재료 된장 3큰술, 멸치(국물용) 10마리, 청양 고추 3개, 호박 1/4개, 부추·쇠고기(기름 부위) 약간씩 만들기 1_달군 뚝배기를 쇠고기 기름 부위로 문지르듯 닦은 다음 멸치와 된장을 넣고 볶는다. 2_호박은 깨끗이 씻어 나박 썰고, 청양 고추 는 어슷 썰고 부추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_1에 3/5가량 물을 부은 다음 끓인다. 4_3에 청양 고추를 넣어 좀 더 끓인 후 호박을 넣는다. 5_찌개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먹기 직전에 부추를 넣 어 마무리한다.

부추 검은깨 샐러드 재료 영양 부추 1/2단, 검은깨 2큰술, 전복(또는 닭가슴살) 적당량, 소금 약간 만들기 1_영양 부추는 손질한 다음 깨끗이 씻어 건져 5cm 크기로 썬다. 2_전복은 끓는 물에 삶거나 찐 후 식혀서 어슷 썬다. 3_분쇄기에 검은깨와 소금을 넣고 갈아준다. 4_위의 재료를 한 데 넣고 버무 려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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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와 방아 잎은 궁합이 좋기 때문 에 나는 부추 요리를 할 때 방아 잎 을 꼭 함께 쓴다. 부추는 방아 잎의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주고, 방 아 잎은 부추의 부족한 향을 채워 주기 때문. 거의 모든 요리에 방아 잎을 사용하는 나에게 어머니는 종 종 방아 모종을 보내주시는데, 그걸 화분에서 곱게 키워 요리에 사용하 곤 한다.


Program 부추 닭백숙 재료 닭(중간 크기) 1마리, 삼계탕용 한약재 묶음, 마늘 10쪽, 부추 약간 양념(고춧가루・집간장 약간씩)

만들기 1_냄비에 닭과 함께 닭이 잠길 만큼 물을 부은 다음 한 약 재료를 넣고 푹 끓인다. 2_1에 마늘을 넣고 5분가량 더 끓인다. 3_부추는 깨끗하게 손질한 후 4~5cm 크 기로 썬다. 4_2의 닭 국물을 조금 덜어 고춧가루를 넣 고 잘 갠 다음 집간장으로 간을 맞춰 양념을 만든다. 5_큰 그릇에 백숙을 담은 후 부추를 수북하게 얹어 완 성한다.

이정화씨는… 굵직굵직한 인테리어 작업을 해오고 있는 디자이너 이정화씨는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다. 식재료 하나도 까 다롭게 선택하고 양념을 많이 넣은 음식엔 손도 대지 않을 만큼 자연 그대로의 조리법을 즐긴다. 디자이너로 서의 미적 감각은 식탁에서도 발휘된다. 요리를 전문으로 하지 않더라도 누구보다 건강하고 맛있게, 세련되 게 한 상 차려 먹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그녀로부터 식당에서는 살 수 없는 맛의 비법을 전수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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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 방아잎전 재료 밀가루 2컵, 부추 1/2단, 홍합살(또는 조갯살) 100g, 풋고추 10개, 물1½컵, 방아 잎・소금 약간 씩, 양념장(멸치 맛국물・간장 약간씩, 양파・풋고추 적당량씩)

만들기 1_부추는 손질한 후 깨끗이 씻고 풋고추와 방아 잎도 씻는다. 2_홍합살은 소금물에 넣고 흔들어 껍질이 붙어 있지 않도록 손질한다. 3_부추는 제 길이를 다 사용하거나 7cm 정도로 잘라주고 풋 고추와 홍합, 방아 잎은 적당한 크기로 썬다. 4_밀가루에 물과 소금을 넣고 반죽한 후 위의 재료 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5_양념장용 양파와 풋고추는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6_멸치 맛국물에 간 장을 넣고 5의 양파와 풋고추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7_달군 팬에 4를 한 국자 분량씩 올려 넓 게 펴고 한쪽 면이 적당히 익으면 뒤집어서 꾹꾹 눌러가며 노릇하게 부친다. 8_접시에 전을 담고 양념장과 함께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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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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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연구가 박희지씨가 손님 초대하던 날

인사동 반상회 초여름 저녁 정성스레 차린 요리와 다분히 문화적인 수다로 시작된 인사동 반상회 풍 경. ‘청석길’로 불리는 인사 11길에 위치한 한국공예문화진흥원 카페로 이사를 한 요 리 연구가 박희지씨가 옥상 텃밭으로 이웃 어른들을 초대했다. 기획_조유미 기자 사진_문덕관(studio lamp)

요리 연구가 박희지씨가 관훈갤러리와 아리수 갤러리 관장들, 바로 옆 건물 부산식당 주인 등 청석길 터줏대감 격인 동네 이웃들과 옥상 텃밭 에서 연 조촐한 파티. 마침 갤러리에 들렀던 한 복 디자이너 김영진씨도 참석해 더욱 화기애애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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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청석길로 이사 온 요리 연구가의 음식 인사 얼마 전 박희지씨가 자신의 인사동 요리 작업실 두 길 건너에 있는 한국공예문화진흥원 내에서 카페 ‘SFL’(Slow Food Lab)를 운영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이곳은 관훈갤러리, 아리수 갤러리 등 인사동 터줏대감들이 운영하는 오래된 화랑들이 둥지를 튼 고즈넉한 청석길 입구. 인 사동의 가로수길이라고 해야 할까. 박희지씨는 그곳에선 시작은 소소하지만 그 끝은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시도와 문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도 함께 보내왔다. 인사동 열한 번째 골목길에 이사 온 후 아직 한 번도 동네 어르신들께 인사를 못 드려 민망했다 는 박희지씨는 어느 여름날 이른 저녁 인사동 반상회를 계기로 인사도 드릴 겸 정성 들여 만든 음식도 대접할 겸 이웃 어른들을 초대했다. 식사를 대접하는 장소로는 지천에 풀이 널린 옥상 텃밭을 선택했다. 푸근한 음식 초대 자리에서 인사동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낭만 수다 “현대화된 인사동 거리는 참으로 요란스럽다. 장사꾼들이 가득한 거리나 결코 한국의 것이라 말 하기 부끄러운 메이드 인 차이나 물건들도 그렇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것에 대한 생활적 인 접근이나 현대화시킨 우리 것을 재발견하는, 우리 삶의 철학이 반영된 새로운 시도가 아쉽 다.” 반상회 수다의 주제치곤 좀 무거운 느낌이지만 ‘우리 문화’와 연관된 이야기들이 오간다. 메인 음식으로 나온 대하구이와 닭고기구이를 먹고 살짝 쉬어갈 즈음 자신의 한복을 전시해 놓 은 한국공예문화진흥원 ‘폴딩展’ 관람차 들렀던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씨가 인사동 반상회에 합 세했다. 관훈갤러리 강영희 관장과 함께 텃밭 공부를 함께한 ‘도시 농부 아카데미’ 1기 출신이란 다. 한남동에서 오신 객원 손님(김영진의 아틀리에가 한남동에 있다)께 드린다고 박희지씨는 단 과와 수박에이드부터 내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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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_마트에 체리가 많이 나와 있기에 사다가 디저트용 타르트를 구웠다. 한 조각씩 덜어 치즈를 얹어 먹으면 더 맛있다. 2_하나씩 집어 먹는 재미가 있는 주악은 우리 선조들의 다과로 약과 보다는 느낌이 가벼워 여름 다과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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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하나씩 집어 먹는 편수 재료_만두피, 애호박 500g, 애오이 400g, 표고버섯 3장, 쇠고기(우둔살) 150g, 소금 1작은술, 참기름 · 식용 유 약간씩, 쇠고기 양념(진간장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 깨소금 · 참기름 1/2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초장(청 · 홍고추 1작은술씩, 진간장 1큰술, 다진 파 · 깨소금 1/2큰술씩, 식초 · 물 1큰술씩) 만들기 1_애호박과 애오이는 돌려 깎아 곱게 채 썬 후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짠 다음 달군 팬에 참기름과 식용유 를 섞어 두르고 살짝 볶아 식힌다. 2_표고는 물에 불려 곱게 채 썰고, 쇠고기도 채 썰어 분량의 양념을 넣 고 조물조물 주물러 팬에 각각 볶은 뒤 접시에 펼쳐 식힌다. 3_큰 그릇에 1, 2를 넣고 고루 섞어 소를 만든 다. 4_만두피에 3을 한 숟가락씩 떠 넣고 네 귀퉁이를 한데 모아 붙여 네모지게 편수를 빗은 후 찜통에 찐다. 5_분량의 재료로 초장을 만들어 곁들인다.

메인 음식을 먹고 난 뒤 밥이 아쉬운 분들을 위해 준비한 깻잎쌈밥. 밥 속에 치자 단무지를 송송 썰어 참기름에 살 짝 무쳐 넣어 주먹밥을 만든 뒤 멸치 맛국물에 살찍 조린 깻잎을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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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 위해 박희지씨가 차린 여름 음식들 무더운 이 계절, 여름 음식은 간을 세게 하지 않아야 한다. 파, 마늘도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고기도 기름기 없는 우둔살을 주로 쓴다. 그리고 재료 각각의 맛을 기억해 두었다가 어울릴 것 같은 맛의 짝을 잘 맞추어야 한다.

닭고기구이와 아스파라거스 재료_뼈를 바른 닭다리살 350g(손질한 것), 아스파라거스 10대, 청주 · 진간장 1큰술씩, 소금 · 마늘편 · 생강편닭고기 구이와 아스파라거스 재료_뼈를 바른 닭다리살 350g(손질한 것), 아스파라거스 10대, 청주 · 진간장 1큰술씩, 소금 · 마늘편 · 생강편 · 후춧 가루 약간씩, 실파 2줄기, 조림 간장(진간장 · 물 1/4컵씩, 설탕 3큰술, 유자청(또는 슬라이스한 레몬) 1큰술, 마른 홍고 추, 마늘 3쪽, 대파 1대(흰 부분만), 슬라이스한 생강

만들기 1_닭다리살은 기름을 제거하고 손질하여 청주, 생강편, 후춧가루, 진간장으로 밑간한다. 2_분량의 재료를 섞어 조림 간 장을 만든다. 3_달군 팬에 1을 올려 70% 정도 익힌 후 조림 간장을 2~3번 발라가며 굽는다. 4_아스파라가스는 딱딱한 밑동은 자르고 끓는 소금물에 데친 후 소금, 후춧가루, 마늘편을 넣고 살짝 볶는다. 아스파라거스 위에 닭다리살을 올리 고 실파의 파란 부분으로 장식한다.

귤밭 위의 대하구이 재료_대하 6마리, 하우스 귤 2개, 소금 · 청주 약간씩, 양념(고추장 3큰술, 설탕 · 참기름 1큰술씩, 다진 마늘 · 소금 · 정 종 약간씩)

만들기 1_대하는 수염과 다리를 다듬은 후 요리 후에도 오그라들지 않게 배 쪽에 칼집을 2~3군데 넣는다. 등 쪽에 칼집을 넣어 반으로 가른 뒤 내장을 꺼내고 청주, 소금을 살짝 뿌린다. 2_볼에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고 섞어 1의 대하에 바른 후 30 분 정도 재웠다 그릴이나 팬에 굽는다. 3_귤을 얇게 슬라이스하여 깔고 2의 대하를 올린 뒤 허브나 민트로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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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쌈밥과 편수를 먹을 때 곁들인 물김치와 수박에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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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손님들 위해 박희지씨가 차린 여름 음식들 무더운 이 계절, 여름 음식은 간을 세게 하지 않아야 한다. 파, 마늘도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고기도 기름기 없는 우둔살을 주로 쓴다. 그리고 재료 각각의 맛을 기억해 두었다가 어울릴 것 같은 맛의 짝을 잘 맞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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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박이 제철이라 수박과 향이 잘 맞는 바질을 활용했다. 씨를 뺀 수 박과 보드카(또는 샴페인), 시럽, 바질을 넣고 갈아 얼음을 꽉 채운 잔에 탄산수와 함께 담았다. 여름에 어울리는 음료는 민트와 향이 어울리는 키 위와 오렌지주스가 있다.

하나씩 집어 먹는 재미가 있는 주악은 우리 선 조들의 다과로 약과보다는 느낌이 가벼워 여름 다과로 내었다. 주악 위에 생강청을 조금 뿌리 고 허브 꽃으로 장식했다. 주악 옆의 금귤은 봄 에 조려서 얼려 두었던 것으로 텃밭에서 딴 민트 꼭지를 달아주었더니 시원하고 깔끔한 여름 맛 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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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여름 향기 가득한 아이디어 스타일링 “박희지씨의 음식은 옛날 맛인데, 보여지는 식감이 예뻐서 참 좋다”는 김영진씨의 칭찬에 “소 박한 음식들을 예쁘게 스타일링하니 시각적인 맛도 있다”며 인사동 반상회장이자 한국공예문 화진흥원 관장인 최정심씨가 몇 마디 거든다. 박희지씨는 오는 손님들의 취향을 고려해 약간 의 맞춤식으로,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도록 재료를 조금씩 달리한 샐러드를 여러 가지 준비 해 놓았다. 장식도 과하지 않게 했다. 요리조리 예쁘게 식재료를 올려두고 야생 꽃과 허브 몇 가지만 뿌렸을 뿐인데 어느새 근사한 음식 세팅이 완성됐다. 박희지씨는 테이블 세팅이나 음식을 담을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우선 창밖을 관찰한다. 여름 의 푸릇한 잎사귀, 꽃봉오리들을 보면서 세팅의 주제를 정한다고 한다. 여름에는 무성하게 자 라 채반에 얹거나 접시로도 쓸 수 있는 넓적하고 진한 초록의 잎들을 쓰고, 가을이면 곱게 물 든 단풍잎과 열매를, 겨울엔 꽁꽁 숨어 잠든 것 같은 앙상한 나뭇가지를 이용해 테이블을 꾸 민다. 집에 허브를 키우고 있다면 더 좋다. 민트, 로즈메리, 바질 몇 잎만 올려도 음식과 식탁 이 싱그러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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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타이저 혹은 디저트로 안성맞춤인 주악과 금귤을 덜어놓은 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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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테이블 세팅을 위해 거창한 준비는 하지 않았다. 얇은 초 몇 개를 켜고 양란 몇 단을 사다 얼음과 물을 가득 채운 스테인리스 볼에 꽃꽂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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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입맛에 맞춘

참 쉬운 엄마표 간식 방학이 되면 아이들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 긴 시간 동안 집 안에서 아이들과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홈메이드 간식을 소개한다. 디저트 카페나 블로그, 아이를 둔 에디터나 최근 요리책을 낸 루미코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간식 퍼레이드. 기획_이미정 기자 사진_이재희(studio lamp) 요리&스타일링_박선희(『캐릭터 도시락』저자)

우유 빙수 “팥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우유 빙수를 준비해 보자. 얼음 우유에 연유를 곁들여 달콤하게 즐길 수 있다. 기호에 따라 코코넛 슬라이스 등을 첨가해도 좋다.” by 카페 클락와이즈 재료_우유 250cc, 연유 1큰술, 냉동 블루베리 2~3개 만들기 1_우유는 지퍼 백에 넣어 얼린다. 2_언 우유를 지퍼 백에 넣은 채로 밀대로 밀어 잘게 부순다. 3_그릇에 2의 우유를 담고 연유를 넣은 후 블루베리를 얹어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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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식빵 피자 “동그란 식빵을 두께감이 있게 썬 다음 밀대로 밀어 도우로 활용하면 손쉽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를 만들 수 있다.” by 에디터 안지선 재료(2개 분량)_롤 식빵 1/5쪽, 피자 치즈 슬라이스 2장 , 방울토마토 4개, 바질 8잎, 올 리브 2개, 올리브 오일 약간 피자 소스(토마토 홀 1캔, 양파 1/2개, 토마토케첩 5큰술, 다 진 마늘 2큰술, 소금 · 설탕 약간씩) 만들기 1_올리브 오일에 양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 토마토 홀을 넣고 자작하게 볶듯이 조린 다. 2_1이 반쯤 졸면 케첩과 소금, 설탕으로 간해 피자 소스를 만든다. 3_롤 식빵을 밀어 만든 도우에 2의 소스를 바른 뒤 피자 치즈를 얹고 방울토마토, 올리브, 바질 잎을 토핑 해 180℃ 오븐에서 5분간 굽는다. 아이 입맛에 맞춘 참 쉬운 엄마표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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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슬러시 “수박을 냉동실에 15분 이상 얼린 뒤 사용하자. 얼리지 않고 믹서에 갈면 과일 주스가 되 어버려 시원한 맛이 덜하다.” by 블로거 나로맘김아름 재료_수박 10조각(5×5cm), 꿀 2큰술, 레몬즙 1큰술 만들기 1_수박은 조각내어 씨를 뺀 다음 얼린다. 2_믹서에 얼린 수박과 시럽, 레몬즙을 넣어 간다.

수박 젤리 재료_수박 간 것 250cc, 가루 젤라틴 5g, 레몬즙 1작은술 만들기 1_씨를 걸러낸 수박을 갈아 체에 밭친다. 2_1에 가루 젤라틴을 섞은 후 중탕시켜 젤라틴 을 녹인다. 3_2에 레몬즙을 섞은 후 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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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그래놀라 “견과류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메이플 시럽과 설탕으로 코팅한 그래놀라를 만들어주면 잘 먹는다. 영양가도 높아 끼니 대신으로 챙겨줘도 손색이 없는 간식이다” by 카페 Passion 5 재료_견과류(호두·아몬드·슬라이스 아몬드 등) 200g, 우유・설탕 3큰술씩, 메이플 시럽( 혹은 꿀) 2큰술, 계피 가루 1작은술, 팬 크기의 코팅 유산지 1장 만들기 1_볼에 모든 재료를 넣고 고루 섞는다. 2_팬에 코팅 유산지를 깔고 1을 펼쳐 올린다. 3_ 예열한 오븐에 2를 넣고 200℃에서 10~12분 동안 굽는다. 4_3을 꺼내 완전히 식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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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 떡볶이 “영양까지 고려한 아이 간식으로 손색없는 것은 바로 시판용 불고기 재료를 활용한 떡볶 이. 조랭이 떡과 배즙, 표고버섯, 약간의 양념만 더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장 떡볶이 를 뚝딱 만들어줄 수 있다.” by 블로거 재키 재료_시판용 양념 불고기 300g, 조랭이 떡 150g, 배즙 1큰술(혹은 배 주스), 불린 표고버 섯 2개, 간장·설탕·기름 약간씩 만들기 1_시판용 양념 불고기에 불린 표고버섯과 배즙을 넣고 고루 섞는다. 2_조랭이 떡은 끓는 물에 데쳐낸 뒤 기름을 살짝 두른 프라이팬에 간장, 설탕으로 밑간한다. 3_2에 1의 양념 불고기를 넣어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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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스위트 포테이토 “스위트 포테이토는 삶은 고구마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오븐에 굽는 과자다. 고구마 마다 단맛이 다르기 때문에 설탕, 꿀, 연유나 올리고당을 넣어 단맛을 조절하는 것이 좋 다.” by 루미코 재료_밤고구마 250g, 버터 25g, 생크림 2큰술, 설탕 1큰술, 달걀노른자 1/2큰술, 계핏가 루·소금 약간씩 만들기 1_고구마는 쪄서 뜨거울 때 껍질을 벗긴 다음 볼에 넣고 으깬다. 2_1에 녹인 버터와 나머 지 재료를 넣고 섞는다. 3_짜주머니에 2를 넣고 모양 있게 짠 다음 170℃로 예열한 오븐 에서 15분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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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 아이스크림 “더운 여름, 아이스크림을 찾는 아이들에게 몸에 좋은 웰빙 간식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단호박을 으깨 아이스크림 틀에 넣어 얼리기만 하면 시판 아이스크림 못지않은 간식을 만들 수 있다.” by 블로거 비바리 재료_단호박 350g, 우유 100cc(1/2컵), 설탕 2큰술, 계핏가루·메이플 시럽・아몬드 슬라 이스 약간씩 만들기 1_단호박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찜통에 쪄서 껍질을 벗긴 뒤 볼에 담아 포크로 으깬다. 2_1의 으깬 호박에 우유와 설탕, 계핏가루를 섞는다. 3_2를 틀에 넣고 얼린다. 4_그릇 위 에 메이플 시럽과 아몬드 슬라이스를 뿌려 장식한 뒤 3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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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캐러멜 바나나 아이스크림 “시판용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바나나만으로도 카페 스타일의 디저트를 만들어낼 수 있 다. 코코넛 슬라이스를 살짝 볶아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도 좋다.” by 루미코 재료_바닐라 아이스크림 3스쿠프, 설탕 4큰술, 물 3큰술, 버터·럼이나 브랜디 1큰술씩, 얇게 썬 바나나・코코넛 슬라이스 약간씩 만들기 1_프라이팬에 설탕과 물만 넣어 젓지 않고 갈색이 날 때까지 끓여 캐러멜을 만든다. 2_1 이 갈색이 되면 버터를 넣고 섞는다. 3_2에 바나나와 럼, 코코넛 슬라이스를 넣고 잘 섞 는다. 4_3을 식힌 후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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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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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8월 여성중앙 Program 3 2011년 8월 22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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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11 2011년 8월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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