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Issue 02. SUMMER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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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02 / SUMMER 2011

TECHNOLOGY IS LIFESTYLE TIGER JK JOH SUYONG JAMES POWDERLY vs HOJUN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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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요즘 화두가 된 단어 중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라는 말이 있 다. 의역하자면 ‘온라인 인맥구축 서비스’ 쯤 되는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미투 데이 같은 서비스가 이 범주에 속한다. 여기서 ‘온라인’이라는 단어를 빼더라도, 아니 우리가 태어나기 수백만 년 전에도 사람은 모든 것과 관계해왔을 것이다. 그 대상이 자연이든, 동물이든,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부분까지도 말이다. 스펙트럼의 두 번째 이슈를 만들면서 다시 수많은 이들과 관계했다. 인터뷰와 아 티클, 픽토리얼과 갤러리 챕터에 참여해준 이들이 중심에 있다. 이번에 만난 사람 들은 유독 ‘의사소통’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누가 봐도 그들을 대표하는 분야 가 있지만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미디어 아 티스트이면서 ‘이런저런 일을 하는 작가’로 자신을 소개한 송호준, 홍익대학교 시 각디자인과 교수이면서 세계 곳곳을 다니며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시도한 제임 스 파우더리, 음악을 만들면서 새로운 프로젝트 안에서 만난 창조자들과 작업하 는 타이거 제이케이, 그리고 웹 디자이너로 출발하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업명을 실제로 행하는 조수용까지.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이지만, 관계로 이뤄진 여러 접점을 마주한 사람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느껴졌다. 고객이든, 관객 이든, 대중이든, 평론가이든, 그들은 끊임없이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이라는 예술가가 있다. 팝아트pop art라는 장르를 개척한 선구 자로, 단순한 작업실 이상의 존재였던 ‘팩토리factory’의 설립자로, 혹은 ‘인터뷰 매 거진interview magazine’의 창간자로 알려져 있다. 육신이 사라졌어도, 남은 작품을 비롯한 정신은 어떤 식으로든 이어진다. 그는 누구보다도 세상과 소통하길 바랐 던 예술가였다. 소통 방식에 대한 호불호好不好 는 있겠지만, 앤디 워홀이 남긴 것들 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얼마 전 모노클Monocle 매거진의 편집장과 에디터를 만난 적이 있다. 꾸준히 소통 하는 이들이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것, 잡지 혹은 매체가 가진 힘을 요즘 들어 더욱 실감한다. 두 번째 스펙트럼의 편집자 서문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을, 이다음 페이 지부터 여러분도 함께 느껴주시길 바란다. Editor 홍 석 우 4 SPECTRUM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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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Editor’s Letter 04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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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of Incase Incase for Andy Warhol Collection

20 People Tiger JK Joh Su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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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Article Fashion - 최재혁 Design - 홍범석 Book - 이로 Art - 홍보라 Street - 곽민석 Music - 성기완 Tech - 박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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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Pictorial INCASE MEETS innovative people in this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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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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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Powderly vs Song Hojun

112 Product Incase 2011 Product Guide

124 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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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of Incase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인케이스 Incase는 단순 한 캘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을 뛰어넘어, 전 세계의 소비자들 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인케이스는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 한 도전 정신과 서브 컬쳐를 절묘하게 접목해, 애플의 사용자뿐만 이 아닌 Fashion과 Art, Design, Music, Street, Tech 분야 에 관심이 있는 모든 소비자층에게 사랑받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 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케이스의 제품들은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 하는 훌륭한 소재들과 우수한 색감, 그리고 휴대와 수납이 용이한 실용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며, ‘A Better Experience through Good Design 훌륭한 디자인을 통한 탁월한 경험’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충족하는 모든 제품군은 애플의 기기들은 물론, 다양한 연령층과 직종,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 도록 디자인되었다. 포토그래퍼와 스케이트 보더, 그래피티 아티스트,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등 각자의 직종과 근무 환경에도 최적화되는 인케이스의 다양한 시각과 시도들은 그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강한 만족감과 제품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내며, 국내외 두터운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의 하이테크 액세서리 시장은 블랙과 그레이 등 다소 어둡고 차분한 컬러의 무채색 일변도로 컬러풀한 색상과 새로운 소재의 시도가 다소 부족한 상황이었고, 소비자들 또한 기존에 출시된 제 품들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시장 에서 인케이스는 새로운 소재와 컬러, 제품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제품들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인케이스는 제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은 완벽히 유지하며,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컬러, 그리고 수준 높은 프로 텍트 기능의 제품들과 국내 외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 션으로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다가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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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팝아트의 아이콘과 21세기 최첨단 디자인의 만남 20세기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앤 디 워홀Andy Warhol은 세상에 도전하는 관점에서 예술을 바라보았습니다. Andy Warhol의 문 화유산은 그의 아트워크와 Andy Warhol 파 운데이션 및 Andy Warhol 박물관을 통해 지 금까지 그 유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Incase for Andy Warhol’ 컬렉션의 모든 제품 디자 인은 Andy Warhol의 원화를 토대로 제작했 으며, 비주얼 아트 홍보를 담당하는 뉴욕 소재 비영리 기관인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와의 라이센스 계 약으로 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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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ndy Warhol Andy Warhol은 1928년에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Andrew Warhola입니다. 그는 Carnegie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회화 디자인을 전공했 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시에서 광고 디자인뿐만 아니라 Vogue와 New Yorker 같은 유명 잡지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 하는 상업 미술가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 습니다. 1952년, Warhol은 Hugo Gallery에서

Torsos and Shadows 그리고, 주문 제

Fifteen Drawings Based on the

작한 여러 점의 초상화가 있습니다. 거물급

Writings of Truman Capote라는 생애 최

아티스트와 국제적인 저명인사로서의 위

초의 개인 전시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1956

상을 확고히 한 Warhol은 전 세계 박물관

년 The Museum of Modern Art 뉴욕현대미

과 갤러리에서 활발한 작품 전시 활동을 하

술관

에서 개최된 그룹 전시회에 처음으로 참가

였습니다.

한 것을 비롯하여, 1950년대에 그의 작품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POPism을 발간하

여러 곳의 전시회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기 시작했습니다. Warhol의 60년대 작품 그

1960년대는 Warhol이 가장 활발히 창작

리고 Portraits of Jews of the Twentieth

활동을 한 시기였습니다. Warhol은 대중

Century 전시 작품과 Retrospectives

문화에서 이미지를 차용하여 Campbell’s

및 Reversal 시리즈 또한, 1982년 “Andy

Soup Cans, Disasters 그리고 Marilyn

Warhol’s TV,” 1986년 MTV의 “Andy

Monroe처럼, 20세기 예술의 아이콘이 된

Warhol’s Fifteen Minutes” 등, 두 편의

수많은 작품을 창조했습니다.

케이블 TV 쇼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습

1970년대가 시작되면서, Warhol은 인터뷰

니다. 1980년대 그의 작품으로는 The Last

매거진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그림에 다시 몰

Suppers, Rorschachs 그리고 그의 첫

두했습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으로는

번째 위대한 주제인 “팝”으로 되돌아간 후 만

Maos, Skulls, Hammer and Sickles,

든 작품인 Ads 시리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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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na 1960년대 전반부, Andy Warhol은 팝 아티스트로 명성을 떨쳤으며, 1963 년 그의 스튜디오인 “the Factory”로 작업실을 옮길 때쯤에는 유명세가 날로 더해갔습니다. 1966년, Greenwich Village에서 Velvet Underground 의 연주를 본 후, 그는 그룹의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Warhol은 The Velvet Underground & Nico의 이름을 딴 데뷔 앨범을 제작하는 한편, 자신의 서명이 찍힌 Banana 아트워크로, 이 앨범의 상징이 된 앨범 커버를 디자인했습니다. 자주적인 아트워크로 디자인한 이 커버는 밴 드에 관한 요소 및 팝아트 이용이 완전히 배제된, 혁신적인 것이었습니다. 실 험적 성격의 음악과 Warhol의 혁신적인 커버 디자인은 락 앨범 역사상 가장 훌륭한 것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 컬렉션은 iPhone4 Snap Case, iPad 2 Book Jacket, MacBook Pro13”, 15” 용 Sleeve 그리고 캔버스로 제작된 숄더백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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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ouflage Andy Warhol의 Camouflage 시리즈는 그가 예술, 그 자신 그리고 사회에 대해 가장 하고 싶었던 모든 이야기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Camouflage는 자 신의 본 모습을 평범한 모습으로 감추는 것으로, Warhol의 관음증적인 일생 에 걸쳐 반복되는 주제입니다. Camouflage라는 주제는 자신의 본 모습을 감 추고자 하는 나름의 시도를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상처와 흉터를 감추며 감정을 숨김. 그가 사망하기 얼 마 전인 1986년과 1987년에 걸쳐 완성된 이 유화와 프린트 시리즈는 Warhol 의 궁극적 철학을 보여줍니다. 생존하려면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신의 이러한 철학과는 모순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전형적인 예로서, 그는 어느 환경에서나 눈에 탁 띄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프린트들을 창 조함으로써 스스로 그 주제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이 컬렉션은 iPhone4 Snap Case, iPad 2 Book Jacket, MacBook Pro13”, 15” 용 Sleeve 그리고 캔버스로 제작된 숄더백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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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w 1966년, Warhol은 창조적 표현의 아주 흥미로운 장을 새로이 연 Cow Wallpaper으로 다시 한번, 표현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그는 여기서 이미지 반복 기법을 사용했으며 실크스크린 처리는 표현 매체로서의 벽지에 아주 자연 스럽게 어울리는 기법이었습니다. Warhol은 한 이름없는 농업 신문에서 발췌한 평범한 소의 사진에서 착안하여, 전원을 소재로 한 많은 회화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녹색의 시골 풍경에서 소를 분 리함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그의 특징인 실크스 크린과 현란한 색상들을 사용하여, Warhol은 유순한 소를 다소 엉뚱하고 근 심걱정없는 존재로 변모시켰습니다; 방 전체를 커버하는 색상이 주는 코믹함 이 제품은 iPhone4 Snap Case, MacBook Pro13”, 15” 용 Sleeve 로 제작되었 습 니다. (6월 발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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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s Warhol의 1964년도 작품인 Flowers 실크스크린의 강렬한 색상은 Warhol 작품의 특징으로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사진 잡지에서 발췌한 탐 스러운 히비스쿠스 꽃송이 사진을 활용하여, 이미지를 다듬고 꽃의 위치를 바 꾸고 세세한 부분을 과감히 생략하여 콘트라스트를 강조함으로써 원래 이미지 를 수정하였습니다. Flowers 이미지는 삶과 죽음이 대비됩니다. 불길하고 어두운 배경과 대비 되는 밝고 환한 색상의 꽃이 주는 생동감. 이는 또한 자연에서도 존재하는 소 위 ‘대량 생산’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꽃잎과 꽃송이로 표현한 것이며, 이는 Warhol의 독특한 창작 방식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 제품은 iPhone4 Snap Case로 제작되었습니다. (6월 발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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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lar Signs 예술에 대한 상업적 접근과 경제적 성공에 대해 Warhol 본인 스스로 논란을 일으킨 말과 행동을 자행했습니다. 그는 1960년대 초반부터 달러 지폐를 그리 기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돈과 상업을 주제로 한 예술 작품을 창작하였습니다. 1980년대 이르러 Warhol의 Factory 스튜디오는 본인의 작품을 스스로 복 제하여 출품하였습니다. 그의 예술 작품은 소비제품으로 탈바꿈되었고 예 술과 주류 문화 세계에서는 일종의 통화가 되었습니다. 그의 1982년 작품인 Dollar Sign은 본인뿐만 아니라 관람객과 예술의 소비 제품화란 발상에 대해 풍자한 작품입니다. 이 제품은 iPhone4 Snap Case로 제작되었습니다. (6월 발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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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for Andy Warhol’ Launching Party in New York 2011년 4월 6일 저녁 8시(미국 시각 기준), 뉴욕의 오픈하우스 갤러리Openhouse Gallery에서 인케 이스와 앤디 워홀의 공동작업을 기념하는 파티가 열렸다. 이 뜻깊은 협업을 축하하기 위한 많은 사람과 친구들이 파티에 모였고, 갤러리 내부에는 앤디 워홀의 오리지널 아트웍을 사용한 인터 렉티브 아트Interactive Art 와 ‘Incase for Andy Warhol’ 제품들을 선보였다. 늦은 저녁부터 제 노 앤 오크랜더Xeno & Oaklander, xenoandoaklander.com의 음악과 뉴욕의 디스코 아이콘 러브핑거스 Lovefingers, lovefingers.org의 디제잉이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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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music

Tiger 서정권 徐廷權

JK

Seo Jeong-Kwon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image courtesy of Tiger JK and Jungle Entertainment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학생 시절이었다. 술 취한 호랑 이라는 이름의 남자들은 때로는 멜로디를 타고 때로는 인생을 노래하며, 사 람들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몇 번인가 삐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본 사건 도 터졌지만 음악의 힘, 그 속의 어떤 진정성을 느끼는 이들에게 그런 문제 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드렁큰타이거와 타이거 제이케이라는 이름은 힙 합이란 문화를 넘어섰다. 그의 얼굴과 노래는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서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위한 곡으로도, 의류매장의 광고 사진으로 도, 그리고 크리에이터 프로젝트Creators Project 같은 전혀 새로운 분야의 창 조자들이 협업하는 공간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그의 중심에는 언 제나 음악이 있다. ‘마음속 소우주를 탐험하는 일’에 음악을 비유하는 그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22 SPECTRUM


A MUSICIAN, LYRICIST AND RAPPER. THE MAN BEYOND THE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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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이하 Q): ‘타이거 제이케이’라는 이름

하는 매체가 꽤 있지만, 지금 음악계에서는

은, 이제 ‘음악’을 넘어 어떤 동시대 문화의 아

영향력 있는 매체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당신

이콘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당신은 음악과,

같은 음악가,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게 그것은

음악 외적인 영역을 어떤 식으로 구별하나?

어떤 영향을 주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표 현하는지 궁금하다.

JK: ‘목소리voice’. 즉 ‘우리가 하고 있고, 하려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을 알릴 수 있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 이하 JK): 전혀

는 공간이었다. 좀 과장되고 포장되더라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다. 오래 한 우물을 무

더 우리다운 태도가 무례하지 않을 수 있는

식하게 파왔던 것 같긴 하다. 음악과 내 삶은

그런 곳이었다. 미숙하지만 음악에 대한 어린

손발이 오그라드는 표현을 빌자면, ‘하나’였

철학이라든가, 우리가 선호하는 패션도 자랑

다. 어른이 되고, 가장이 되고, 음악이 직업

하고, 공유하고, 얻어갈 수 있었다.

이 되면서 분리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음악 과 삶이 오락가락하는 혼동기이다.

Q: 처음 미국에서, 그러니까 고등학생의 나 이로 힙합을 알고 또 공연한 일화는 유명하 다. 90년대 중반 한국에 들어와서 힘든 시절 을 보내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그때 의 대중이 ‘힙합’이란 문화와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땠는가?

음악과 내 삶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표현을 빌자면, ‘하나’였다. 어른이 되고, 가장이 되고, 음악이 직업이 되면서 분리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음악과 삶이 오락가락하는 혼동기이다.

JK: 대중의 의미를 몰랐고, 거리의 관객 위 주로 공연했다. 옷차림, 걸음걸이 등 외형적

Q: 당신은 트위터를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조단에 대한 얘기와 개인적인

인 것에 대한 신기함 혹은 불편한 시선을 느꼈

얘기, 그리고 마치 랩처럼 보이는 이야기들

었다. 문화라기보단, 춤꾼 혹은 댄스 음악에

이 흥미롭다. 트위터를 포함한 SNS는 지금

추임새를 넣는 무리 정도로 판단하는 이들이

의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그것들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미 그때도 언더그라

을 활용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가?

운드 씬은 존재했고, 동아리 혹은 흑인 음악 마니아들의 모임 등이 있었다.

JK: 좀 더럽지만 이런 표현을 쓴다. 머릿속 의 변비를 해소 해주는 곳! 화장실이다. 채워

Q: 지금은 없어진 ‘바운스BOUNCE’라는 무가 지free magazine에 드렁큰타이거가 나온 인터

진 걸 버려야 하는 휴지통이다. 누가 누군가

뷰를 보고,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나

속에 담아두면 곪아버리는 병이 될 수 있는 걸

패션 분야에는 잡지처럼 계속 콘텐츠를 전달

털어낼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에게 고백하고 싶고, 가끔 머릿속 혹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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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심한 악취가 나는 썩은 것들, 머

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긴장감이 나를 숨 쉬

릿속 변비 속에 소화되지 못한 보석들이 튀어

게 해준다. 하지만 뿌리를 알고, 예전과 현재

나오기도 한다. 공적이면서 사적인 공간, 이

또 현재가 될 미래의 것들을 (아는 것은) 내 창

런 것들을 공유하면서 얻을 것을 얻어가고,

작 작업에 큰 장점이 된다.

잃은 것을 찾고, 때론 전혀 영양가 없는 것들 워주며 시원해지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

Q: ‘음악’이라서 가능한 일들이 꽤 많은 것 같 다. 수년 전, 다큐멘터리 <KBS 스페셜 - ID:

한 제삼자를 거치지 않고 홍보하고, 편집하

희망승일>을 위한 당신의 노래 ‘행복의 조건’을

고, 짜깁기하고, 가끔 관심 받지 못한 이야

듣고 벅찬 감동과 함께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기들을 관심 있는 팬들에게 직통으로 할 수

사람을 돕는다는 것, 선의를 가진 행동을 음악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유통사나 편집자의

과 연계하는 것은 어떤 계기로 시작한 것인가?

을 단순히 버리는…. 그러므로 머릿속을 비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

JK: TV 다큐멘터리에 루게릭병편집자 주: Lou Q: 서울의 패션을 떠올리면, 사실 음악과 패

Gehrig’s disease; 척수와 뇌 그리고 뇌간의 신경세포들이 천천히 퇴

션의 접점은 꽤 많아 보인다.서울에서도 얼마

행하는 질환

전까지 ‘다음 세대Next Generation’의 디자이너

으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이 시점에

들이 물 위로 떠오르지 않는 것은 꽤 문제였

난 척수염 투병 중이었다. 아주 힘든 생활을 하

다. 지금의 서울 패션은, 음악으로 치면 ‘독립

고 있을 때였다. 몸도 마음도 약하고 어두웠을

음악가들independent musicians’처럼 다양한 실

때였고, 루게릭병이 뭔지도 몰랐다. 처음에는

력자들이 나오고 있다. 당신은, 지금 ‘베테랑’

반대했지만, 박승일 코치님의 글이 날 울렸고,

이다. 당신이 속한 ‘무브먼트Movement’ 크루에

또 루게릭병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난 그저 그

는 당신과 동년배가 아닌 젊은 음악가들도 많

분의 글을 음악 위의 박자에 맞춰 읊었을 뿐이

다. 그들과의 교류가, 베테랑인 당신에게는

다. 그리 유명하지 않을 때라 생각했던 만큼 그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분이 목표로 하고 있던 재단에 도움이 되지 않

에 걸린 최연소 농구 코치의 글을 랩

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 곡으

JK: 베테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말 했듯, 나는 ‘나의 마지막 작품’이 나를 말해준

로 힘을 얻었다는 편지를 읽었고, 특히 승일이

다. 잘됐든 못 됐든 간에. 유행과 언어, 은어,

할 수 없다. 아마도 그 기분에 중독되어 앞으로

흐름과 분위기 등이 너무 빨리 변해버리는 지

도 이런 것들을 자주 해야겠다 결심했고, 유명

금,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지 (하고) 바라며 내

세에 그리 관심 없었던 나에게 약간 다른 철학

것만 고집하고 내가 만들어 놓은 틀에 갇혀버

이 생기기도 했다. 유명세라는 것을 내가 원하

리지 않게 도와준다. 다시 말하자면, 유행과

는 걸 할 때 어떤 도구로 이용할 수 있겠구나,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게 아니라,

하고 느꼈다. 박승일 코치님의 재단에 관심 있

공존하며 인지하고 있음이 래퍼로서 한 곳에

는 분들은 이 계좌번호(루게릭병 요양소건립

안주하지 않을 수 있는 긴장감을 준다. 개인

기금 모금, 신한은행 110-288-550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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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무척 기뻐했다.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


공연에서 관중이 내 랩을 대신할 때, 나는 공중부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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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삼자를 거치지 않고 홍보하고, 편집하고, 짜깁기하고, 가끔 관심 받지 못한 이야기들을 관심 있는 팬들에게 직통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8 SPECTRUM


예금주: ROSEANKIM)와 그가 안구 마우 스로 쓴 <눈으로 희망을 쓰다>란 책을 권한다.

Q: 사적일 수도 있는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당신의 반려자인 ‘윤미래’는, 인생의 동반자 이면서 음악의 동반자처럼 보인다. 예전 어

Q: 당신의 가사를 들으면, 보통 힙합을 좋아하 는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라임’을 넘어선

느 인터뷰에서 그녀의 재능(혹은 천재성)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것은 삶의 관록에서 나

다. 그녀와 음악적으로 어떤 작업을 주고받

온 태도일 수도 있고, 살면서 깨달은 것들을 읊

는지, 혹은 어떤 것들이 서로에게 영감이 되

조리는 데서 나타난 자연스러움 같기도 하다.

는지, 그녀와의 음악 작업에 대한 일화가 있

얼마 전 개인적으로 ‘산울림’의 김창완 선생님

다면 궁금하다.

을 느끼고 좌절(?)했다는 말도 얼핏 기억한

과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의 토크를 본 적이 있 였다. 직접 가사를 쓰고 그 안에 삶을 녹여 내

JK: 타고난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있다. 물론 노력하는 이가 타고난 이보다 더 큰 걸 이룰 수

는 당신에게, ‘가사’란 어떤 것인지 듣고 싶다.

있다는 걸 믿고 있지만 미래는 천부적인 재능

는데, 그에겐 ‘멜로디’만큼 ‘가사’가 중요해 보

의 소유자다. 객관적이지 못한 의견이겠지만,

JK: 가사 때문에 사랑받은 만큼 욕도 실컷 먹 은 논란의 MC여서 관록이라는 표현에 감사

가끔 너무 쉽게 녹음하는 모습을 볼 때, 과연

할 뿐이다. 난 8집 가수다. 그 외에 피쳐링한

도다. 서로 존중하고 응원하지만 음악적 취향

곡과 다른 이들의 앨범까지 하면 앨범 15개 정

이나 의견은 다르다. 그래서 서로 앨범을 만들

도는 썼을 거다. 사람들이 모르는 게, 타이틀

때 충돌할 때가 있다. 내가 지는 편이다. (웃음)

나는 ‘내가 하고 있는 게 내 길인가’ 고민할 정

곡과 유명한 이들에 앨범에 참여한 곡 몇 곡 정의 또는 정리하려는 평론가들이 있다. 결국

Q: 당신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외에도 당신의 외적인 이미지, 혹은 패션을 좋아하

변명과 허세로 들릴 수 있겠지만, 다뤄보지

는 사람들도 있다.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어

않은 주제나, 스타일이 없을 정도로 백과사

떤 이들은 정말 치열하게 살지만 이미 남이 정

전만큼의 가사를 써왔다, 난 아주 간단하고

한 길을 그저 따라가는 친구들도 많다. 당신

쉬운 가사들을 좋아한다. ‘8:45 heaven’처

의 삶을 보면, 당신은 단 한 번도 그런 길을

럼 그냥 내가 누군가에게 고백하거나 말해주

걸어온 것 같진 않다. 지금의 젊은이들, 무

는 어투가 좋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도 이해

언가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

할 수 없이 빙빙 돌려 (말하는) 추상적인 가사

이 있다면.

등 모두 합쳐 한 10곡 정도로 나의 스타일을

들도 좋아하는 편이다. 뜻풀이가 불가능한, 위기를 조성하는 가사, 추상적이어도 뭔가 말

JK: 생각하고, 행동하고, 보고, 느끼고, 좌 절하고, 도전하고, 자신을 찾아라. 모방은

하려는 것의 포인트는 확실해야 하지 않느냐

새로운 것들을 창조하기도 하지만 자신만큼

고 뭐라고 하는 분들이 종종 있었지만, 무드

독특하고 독보적인 존재는 없다. 자신의 목

mood와 바이브vibe 를 위한 가사일 때도 있다.

소리와 모습을 끄집어내라.

하지만 곡의 느낌과 단어의 선택으로 어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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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Q: ‘음악을 만든다’라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Q: 2011년도 벌써 봄의 끝자락이다. 당신의 2011년 계획을 말해준다면.

JK: 내 마음속 소우주 속을 여행하는 것.

JK: 미래 앨범과 친구들과의 프로젝트 그룹 선주SUNZOO, 편집자 주: 프로듀서 일마인드(iLLMIND), 타이

Q: 새로운 앨범을 낼 때, 그것이 사람들에게 들려질 때에 ‘만든 사람’ 혹은 ‘부른 사람’이 느

거 JK, 윤미래, DJ 제임스 직(James Jhig), 로스코 우말리(Roscoe

끼는 희열이랄까, 그 감정은 ‘듣는 사람’ 혹은

‘팬’의 느낌과는 전혀 다를 것 같다. 물론 이제

B-Boy Championships,

는 무척 흔한 일이 되었겠지만, 당신의 앨범

Creators Project 의 럼펜스VJ Lumpens 와의 작업 그

과 노래가 사람들에게 들려질 때, 어떤 감정

리고 아동학대예방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

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다. 그리고 www.therealsunzoo.com와

Umali), 스타일리즈틱 존스(Styliztik Jones)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

, R16 코리아 비보이 챔피언십R-16 Korea World 크리에이터 프로젝트The

twitter@drunkentigerjk로 들러주시길!

JK: 솔직히 경험해보지 못했다. 공연에서 관중이 내 랩을 대신할 때, 나는 공중부양 을 한다.

사실 인터뷰는 직접 대면하고 이야기를 나

Q: 시간이 흐르고 당신이 책임져야 할 가족 이 생기면서, 확실히 젊을 때와 다른 점이 있

누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는가…?

로젝트로 한창 바쁜 시기였다. 인터뷰를 위

2011년 봄의 그는 새 앨범 작업과 다양한 프 해 그의 소속사 관계자와 한창 연락을 주고받

JK: 말조심, 행동 조심, 그리고 음악이 직업 으로 느껴질 때가 잦고, 아이들이 아름답게

던 5월 어느 비 오던 날, 타이거 제이케이가

보이고, 보호해주고 싶고, 아이와 다니는 부

프로젝트’의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직접 만

모 혹은 엄마들이 멋져 보인다. 이런 보호심이

날 기회가 생겼다. 프로젝트 소개가 끝난 후

가끔 심해서 감정적으로 행동할 때가 있다.

질문-답변 시간이 있었는데, 그에게 ‘지금까

새로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하는 ‘크리에이터

지 음악 작업해온 프로세스와 이러한 새로운

Q: 가벼운 질문 몇 가지만 더 하겠다. 당신 의 최근 관심사가 궁금하다. 즐겨 본 책, 듣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생긴 차이점과 기대하

는 음악, 좋아하는 산책길 같은 것 말이다. 혹

로 기억한다. 새로운 공동 작업에 대한 기대

은 맛집도.

를 말하면서도, 그는 그저 거기에 있었다. 변

는 점’에 대해 물었다. 그는 꽤 길게 답했던 걸

함없어 보이는 꾸준함은 이메일로 받은 성실

JK: 포티셰드Portishead, 파울루 코엘류Paulo Coelho의 <연금술사The Alchemist>, 그리고 의

한 답변에 신뢰가 들게 했다. 음악 하는 타이

정부 동네 골목들을 순찰하는 걸 즐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s

30 SPECTRUM

거 제이케이는, 그저 묵묵히 음악을 할 뿐이


유행과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게 아니라, 공존하며 인지하고 있음이 래퍼로서 한 곳에 안주하지 않을 수 있는 긴장감을 준다.

www.dt-love.co.kr www.therealsunzoo.com twitter@drunkentigerjk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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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design

JOH 조수용 Sean Joh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조수용이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의 포털사이트의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프리챌을 거쳐 들어간 네이버NHN Corporation에서,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센터장을 거쳐 CMDCreative Marketing & Design 본부장으로

NHN의 브랜드 마케팅와 디자인을 총괄했다. 아마 당신이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인다면, 그의 대표적인 작업들 – 네이버의 녹색 검색창과 칸느 광고제 에서 은상을 수상한 한글 캠페인, 웹 디자이너 출신으로 건축을 비롯한 모든 분야를 총괄 지휘한 NHN 신사옥 그린팩토리에 대해 넘치는 기사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회사에는 ‘디렉터’라는 직함이 있다(반 드시 같은 이름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무언가를 감독하고 총괄하는 일은, 사실 언제 어디서나 있어 온 일이었다. 조수용이 특별한 이유는, 하나의 회 사를 커다란 유기체로, 하나의 브랜드로 바라보고 작업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얼마 간의 숨고르기를 마치고, 다시 출발한다.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 이티브 디렉터들이 모인 주식회사 제이오에이치JOH & Company의 대표이자 또 다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로 맞이하는 새로운 장張이다. 하늘 이 맑게 갠 5월의 어느 오후, 몇 주 전 공사를 마친 새 사무실에서 만난 조수 용은 브랜딩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에 대해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32 SPECTRUM


JOH JOH & COMPANY. A CREATIVE DIRECTOR AND HIS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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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홍석우(이하 Q): 인터뷰할 때에는 항상 인터

얘기를 많이 한다. 디자인 잘하려고 사업하

뷰어의 ‘처음’이 궁금하다. 당신은 어떤 학생

는 게 아니라 사업이 잘되려고 디자인을 쓰는

이었나.

거니까. 그게 항상 기반이었다. 브랜드를 쫓 아가다 보니 가장 근접한 일이 디자인이었다.

조수용(Sean Joh, 이하 JOH): 고등학생 때까지도 미술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 다. 지금 생각하면 ‘브랜드’에 대한 막연한

Q: 알게 모르게 ‘브랜드’에 대한 생각이 무척 컸던 것 같다.

판타지가 있었다. 브랜드라고 하면, 언더우 Americana 와 롯데리아Lotteria 같은 패스트푸드

JOH: 그때는 브랜드라는 말인 줄도 몰랐고, 그런 말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아이덴티

브랜드 정도였다. 일관성 있게 브랜드를 꾸려

티identity’라는 말이 더 많았다. 당시 우리나라

간다는 것들이 별로 없을 때였다. 그런데도

최초의 아이덴티티로 오비OB 맥주가 나오던

그렇게 멋져 보였다. 햄버거 포장지부터 의

시절이었다. 대학교 가서도, 그런 걸 좋아하

자, 옷의 꼬리표와 봉투, 직원들의 유니폼까

는구나 정도였다. 디지털로 막 바뀌는 시대

지도 말이다. 꼬리표나 봉투를 모아서 계속

에 대학을 다니는 바람에, 졸업할 즈음 컴퓨

그렸다. 그걸 미술이라 생각하지는 못했다.

터를 배웠다. 자연스럽게 디지털 디자인의 첫

‘장사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했지, 예체능 쪽

주자가 됐다. 운이 좋았다. 졸업할 때, 선생

의 작업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마이크로Micro

님들이 컴퓨터로 작업한 건 인정하지 못한다

샤프 로고를 확대해서 그리는 것도 좋아했다.

고 해서, 하나는 에어브러쉬로, 다른 하나는

기하학적인 팔각형 로고였다. 똑같이 복제해

컴퓨터로 했다. 과도기였다. 그러다 보니 자

서 그리는데, 2D인데 3D처럼 보이는 느낌

연스럽게 웹이라든지 디지털 쪽으로 가게 됐

이 좋았다. 알고 보니, 그것이 ‘디자인’에 가

는데, 가면서도 인터넷, 웹, 디지털 이런 것에

장 가까운 것이었다. 디자인하려면 미술 실기

대한 애정이 크거나 그게 내 업이라 느껴본 적

를 보고 미대에 가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 한 번도 없었다. 프리챌이든, 네이버든 그

결국 미대에 갔지만,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중

라는 마음과 그걸 직접 다뤄보고 싶은 마음이

에 건물을 건축한 것도 아무렇지 않았던 거

컸다. 지금도 종종 ‘내가 디자이너인가?’ 싶

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웹 디자인하던

다. 누굴 만나도 디자인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사람이 왜 건축도 하지?’라는 반응도 들었다.

드Underwood 같은 패션 브랜드, 아메리카나

마이크로Micro 샤프 로고를 확대해서 그리는 것도 좋아했다. 기하학적인 팔각형 로고였다. 똑같이 복제해서 그리는데, 2D인데 3D처럼 보이는 느낌이 좋았다. 알고 보니, 그것이 ‘디자인’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다. 34 SPECTRUM


나에게는 네이버 브랜드를 만드는 데 중요하 니까 했던 거였다.

Q: 직업군으로 봤을 때 IT 업계에서 계속 일 해온 건데, 작업들을 보면 단지 테크놀로지 Technology, 이하 테크(Tech) 를

보여준 게 아니라 복

합적으로 맞물린 것들이 많았다. 도구들은 말 그대로 도구이고, 그 안에서 정체성 같은, 디렉팅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브랜드를 디렉 팅한다’는 개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무언가 한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없던 개념이었다.

JOH: 돌이켜 생각하면, 브랜드를 끌고 간다 는 것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팅한다는 것은 엄

은 주인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것을 인

밀히 말하면 ‘주인오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그랬기

이 브랜드가 실패하면 제일 슬퍼할 사람, 성

때문에 내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말을

공하면 제일 기뻐하고 덕을 크게 보는 사람

들었던 거로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 ‘네이버

만이 디렉팅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사

라는 브랜드를 만드신 분이죠?’라고 묻는다

람 직업이 브랜드 매니저라든지 크리에이티

면, 솔직히 이해진이라는 창업자가 만든 것

브 디렉터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닐 수

이다. 나는 그걸 잘 읽고 더 좋은 것들을 보

있다. 그렇게 하고자 하는 주인을 가장 닮은

여 드린 거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사람이거나, 그 사람을 가장 많이 돕는 사람

주인이 결정해야 한다. 애플Apple도 스티브

인 거다. 그게 정확한 표현이다. 세상에 있는

잡스Steve Jobs가 할 것이고, 현대카드Hyundai

많은 브랜드들 - 애플이든 스타벅스든 현대

Card 도 정태영 사장이 할 것이다. 크리에이티

카드이든 네이버든 다 주인이 있다. ‘망치면

브 디렉터 일을 한다는 것은 그게 좋아서 해야

내가 망치는 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하는 거지, ‘아, 이거는 아닌데’라고 생각하

것이다. 그 사람이 브랜드 매니저이고 크리에

면서 할 수는 없다. 브랜드를 더 좋게 할 아이

이티브 디렉터이다. 그 밑에 ‘나, 크리에이티

디어를 실행하자고 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브 디렉터’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인의

위험risk이 없지 않나. 회사의 맨 위에 있는 사

마음을 잘 읽었거나 잘할 수 있게 돕는 사람

람이 승인했으면 그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다.

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디

겉보기엔 멋있어 보이지만, 크리에이티브 디

자인 기반의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나 디렉터

렉터는 결국 직장인이다. 정말로 위험을 앉고

인데’, ‘나 저 사람보다 많이 아는데 왜 맡겨주

게임을 할 수 있는지, 위험을 앉고 게임을 할

지 않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사실

마음으로 충직한 참모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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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SPECTRUM


다. 내 경우에는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을 만

당히 공표할 수 있는 회사가 있을까. 그래서 크

났던 것이다. 나의 능력도 있었겠지만 그분들

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자기 이름을 걸고 싶으면

이 나를 그렇게 쓴 게 더 중요하다. 솔직히 그

위험을 더 지는 수밖에 없다. 로컬local 디자이

렇게 생각한다.

너들이 넓은 세상에 나가고 싶은 것도, ‘실패 해도 내가 지고 성공해도 내가 할 거야’라는 식

Q: 사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명칭과 그 직함을 가진 분들을 패션 쪽에서 생각해

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

보면, 선례가 꽤 있다. 버버리Burberry의 크리 스토퍼 베일리Christopher Bailey라든지 루이비

Q: 좀 더 구체적으로 묻겠다. 지금은 복합적 인 이야기를 느끼는 방법의 시대라고 생각한

통Louis Vuitton의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같

다. 그런 면에서 당신은 굉장히 탁월한 경험

은 사람들 말이다. 모든 걸 바꾸고, 혁신적인

이 있다. 정체성, 디렉팅, 브랜딩이 마케팅이

것들을 보여주고, 그걸 바탕으로 대량 판매

나 외적인 부분과 어떤 방식으로 연계되어 이

하는 제품들이 함께 상승하는 현상이 분명히

뤄지는가?

존재했다. 우리나라에도 디렉터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지속적인 일관성을 찾 기는 어려운 편이다.

JOH: 그 사람이 얼마나 경영자 같았는지에 대한 것 아닐까. 주인의 머릿속에는 브랜드의 미래뿐 아니라 사람 관리, 재무, 어떻게 일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똑같이 말하지만 ‘사람’을 브랜드로 쓰지 않아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먼 길이다.

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체계까지 다양 한 고민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시스템에 대한 에이티브 디렉터는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온다

JOH: 확신하는 게 하나 있다. ‘아무 생각 없 는 멍멍했던 소비자로서의 나를 박제화한다’

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브랜

라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그냥 멍청하게 음

드로 잘 가꿔지는 곳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료수 꽉 차 있는 풍경을 쓱 보던 나를 잊지 않

마크 제이콥스처럼, (LVMH의) 회장이 ‘나는

도록 고정시키는 거다. 지금 내가 패키지 디

이 사람 찍었어’라고 정한 것 자체가 크리에이

자인을 한다면, 1센티미터라도 몰입한 이상

티브 디렉팅이다. 그리고 마크 제이콥스 이름

이미 객관성을 잃어버릴 거다. 그래서 그때

으로 가는 거다. 만일 그가 빠지면 시스템은 불

의 나를 잘 기억해야 한다. 모든 매체를 관통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사람이

하는 얘기일 것이다. 음식점이나 카페에 가서

없으니까,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크

딱 봤을 때의 느낌. 사실 꼼꼼하게 하나도 안

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똑같이 말하지만 ‘사

본다. 어떤 느낌만 있다. 그 느낌 중 상당히 많

람’을 브랜드로 쓰지 않아서 우리나라에서는

은 부분은 뜻밖의 것들이 많다. 화분, 그릇,

아직 먼 길이다. ‘나 이 사람 바잉했어’라고 당

아니면 다 치우고 조명 하나 때문에 느낌이 올

이야기가 된다. 고민을 대신해주지 않는 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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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있다. 확실하게 뭔지는 모른다. 그 느낌

탁월하고 빠지는 게 없다는 거다. 누가 따라

을 박제화한다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쉽다

해도 잘 안 될 것이다. 프라이탁은, 사실 리사

는 것이다. 이제까지 디자인하려고 했던 많

이클링recycling, 재활용 은 너무 진부해서 지겨운

은 것들이 ‘디자이너처럼 보지 않기’라는 것

수준인데, 그 고리타분한 리사이클링을 감각

이 중요했었다. 건축이든, 인테리어이든, 제

적으로 만들어서 ‘전 세계 유통’을 한다는 것

품이든, 서비스이든, 소비자는 구분해서 생

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진짜 비즈니스를 잘

각하지 않는다. 한순간에 들어온다. 그에 반

하는 것이고, 균형이 잘 맞아 있다는 것이다.

해 만드는 사람들은 (서로의 영역을) 쪼개고

가방 좀 예쁘게 만드는 것은 누구든지 할 수

또 쪼갠다. 그게 의미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

있다. 그런 것을 일관성 있게 장사한다는 것

자체를 부정해왔다. 예를 들면, 건축 쪽에서

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가장 인정하는 두 개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서로 존중을

의 브랜드이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건축가는 덩어리를 만든다. 건축가가 볼 때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다 만들어진 덩어리의 안을 꾸미는 사람이다.

Q: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 하라 켄야Hara Kenya 도 좋아하시겠다.

그 두 가지를 같이 생각하는 게 맞는데, 실제 지 온도와 촉감을 넣는 것이 인테리어 디자이

JOH: 물론 좋아한다. 하라 켄야, 멋진 사람 이지만 사실 더 멋진 사람은 그를 고용해서 무

너라면, 건축가는 빛과 덩어리에 대해 이야기

인양품을 그렇게 만든 오너가 더 대단한 크리

한다. NHN 그린팩토리 같은 경우가 그 경계

에이티브 디렉터라는 것이다. 그런 안목을 갖

가 허물어진 결과물이다.

고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디렉터이다.

세상에서는 구분되어 있다. 손에 닿는 곳까

더 값싸게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켄야 같은 사

Q: 당신의 트위터에서 브랜드에 대한 정의 를 봤다. ‘쓰기 편한 실용성, 감각적인 아름

람에게 맡기고, 후카사와 나오토Fukasawa Naoto에게 디자인을 맡긴 오너의 역량이다.

다움, 합리적인 비용과 브랜드 철학과 의지 의 반영’이라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좋아하 는 브랜드가 있는가?

Q: 비슷한 의미로 꼼데갸르송COMME des GARÇONS 을 좋아한다. 창업자 레이 가와쿠보 Rei Kawakubo 는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그들의

JOH: 아주 이상적인 브랜드를 두 개 꼽는다. 무인양품無印良品, MUJI과 프라이탁Freitag이다.

이름을 단 레이블을 내준다. 대단하다. 자기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없다’라는 브랜드가 무

랜드 안에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드러나게 하

척 강한데, 균형이 기가 막히게 맞다 보니 어

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름만으로 모든 걸 움켜쥐는 게 아니라, 브

떤 사업에 진출해도 다 브랜드 고유의 톤으로 같다. 어떻게 할지 상상이 될 정도이니까. 그

JOH: 후배들이 무얼 원하는지 잘 아는 것이 다. 사람 이름을 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가

정도로 브랜드가 강하다는 것은 균형이 몹시

장 바라는, 가장 마지막에 하고 싶은 것이다.

풀 수 있다. 심지어 항공사를 해도 말이 될 것

38 SPECTRUM


사실 더 멋진 사람은 그를 고용해서 무인양품을 그렇게 만든 오너가 더 대단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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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리를 놔준다는 것은 정말로 마음을 읽

은 정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스토리가 어

고 있는 것이다.

떻게 전달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되면, 지 금의 규칙으로는 홍보 대행사를 부르고 마케

Q: 이제 당신은 어떤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 렉터가 아니라, 자신의 성을 딴 회사의 대표

팅을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에게는

가 되었고 새로운 작업들을 준비한다. 그것

것이 모두 한 덩어리인 거다. 다행히 우리 사

들이 궁금하다.

무실의 구성원이 그렇게 되어 있다. 건축가와

하나로 보인다. 공간, 스토리, 콘텐츠에 대한

디자이너와 마케터가 같이 있으니까 하나로

JOH: 평소에 꿈꾸던 사업들을 하나씩 펼칠 계획이다. 늘 의식주를 하고 싶었다. 패션,

보고 싶다. 그렇게 브랜드를 내 손으로 만들

먹는 것, 공간 같은 것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

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그 일을 시작하기도 전

했다. 가장 돈을 많이 쓰고, 많이 보고, 나의

에 외부 기업을 컨설팅하는 일이 생겼다. 주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했던 것은 다 의식주에

관은 똑같다. ‘이 브랜드는 어떤 게 어울릴 것

있었다. 하나를 더한다면, 지금은 의식주만

같다는 제 생각에 공감하신다면 제 것처럼 한

큼 중요한 게 ‘정보’이지 않나. 인터넷이라는

다’라고 했다. 다행히 그렇게 봐주시는 커다

게 있지만, 진짜 정보는 ‘누가’ 주는 정보인지

란 두 개의 브랜드와 작업 중이다. 여기에도

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봤다. 너무 많으

건축과 브랜드, 디자인이 섞여 있다.

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

니까. 트위터의 좋은 점은, 누군가 한 번 걸 러서 올려준다는 것이다. 갈수록 그런 형태 로 갈 것이다. 그래서 잡지는, 절대 죽지 않을

Q: 그렇다면, 조&컴퍼니는 어떤 회사라고 정의 내릴 수 있나?

것이다. 지금보다 더 좋은 잡지들이 많이 나 가 생각하는 브랜드를 입혀서 가고 싶은 마

JOH: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들이 모여서,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 첫째

음이 잡지라 한다면, 그 중간에 먹는 것에 관

는 우리 브랜드를 얘기하는 것이고, 마인드

한 브랜드도 준비하는 게 있다. 공간으로 가

가 맞는다면 다른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다.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라는 것에 내

면, 실제로 내 집을 설계해서 짓고 있다. 오피 스 공간을 만드는 것과 집을 짓는 것이 작은

Q: 롤모델이 있다면?

출발이다. 건축 공부한 친구들과 같이 일한 를 하고 싶다, 음식점을 하고 싶다는 것은 어

JOH: 글쎄, 너무 많기도 하고. (웃음) 좋아 하는 브랜드들 전부이다. 스티브 잡스이든

쩔 수 없이 다 부동산과 연계되는 문제다. 사

정태영 사장이든…. 최근에 프라이탁 형제

실은 음식을 잘하는 사람의 비즈니스가 아니

Markus & Daniel Freitag가 한국에 왔을 때 만나서

라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 하는 비즈니스라고

이야기하면서, 정말 멋있었다. 세상을 보는

볼 수도 있다. 그렇게 얽혀 있다. 나뉜 게 아니

진지한 시각이라고 할까? 그 열정이 정말 부

다. 이것이 성공할 방법을 얘기하자면, 결국

러웠다. 그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돈

다. 사실 그게 다 같은 이야기이다. 무슨 카페

40 SPECTRUM


도 잘 벌 수 있다면, 꼭 그랬으면 좋겠다. 꼭

것보다 ‘사람’에 대한 얘기가 더 맞다고 본다.

잘돼야 한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가

애플을 보고 디자인, 디자인하는 것도 맞지

난해야 한다는 공식은 깨져야 한다. 그런 친

않는 말인 것 같다. 한결같이 끌고 가는 것이

구들이 돈도 잘 벌고 잘 됐으면 좋겠다. 나는

중요한 것이다.

디자이너가 나중에 중요한 사람이 될 것이라 을 싫어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점

Q: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 디자인의 브 랜드들을 보면, 작은 부분을 놓치지 않고 사

점 커먼센스common sense, 상식가 될 것이다. 웬

람의 ‘마음’을 건드린다. 디지털 세상에 많이

만큼 잘하지 않고는 잘한다는 말 듣기 어려

들어와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아날로그’에 많

울 거다. 디자인을 커먼센스로 가지고 있는

이 빠져 있는 것도 비슷하지 않나. 잡지 또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다방면에

그렇다. 종이를 만지는 촉감을 대신할 것이

든지 디자인이 다음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말

걸쳐 박학다식한 사람

의 근성을 가진 사람이 더 주목받을 것이다.

진짜 그렇게 하자는 것은 누구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것까지 해야 해!’, ‘안 하면 안 돼!’라고 하는 것이 브랜드다.

디지털에서 탄생할 것 같지는 않다.

JOH: 동감한다. 애플이 그렇게 정교하게 포 장지 하나 뜯는 부분까지 디자인하는 것은, 이성적으로 짠 프로세스적인 문제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물건을 뜯어 봤을 때 의 느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 라고 본다. 그 느낌을 기억하고, 이 느낌대로 왔으면 좋겠다고 주장한 것이 브랜드 디렉팅 의 전부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쉽다. 누가

Q: 좀 더 통합된다는 얘기인가?

하자고 했을 때, 진짜 그렇게 하자는 것은 누 구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것까지 해야

JOH: 경영학을 공부 안 해도 경영하지 않나. 그 안에 커먼센스가 있는 거다. 의사소통, 예

해!’, ‘안 하면 안 돼!’라고 하는 것이 브랜드

의범절, 사람 관리에 대한 믿음과 신뢰, 이런

인 자체는, 정말 얕다. 다른 많은 브랜드가 애

것들은 기본이고 상식이지 않나. 인간이라면

플을 따라 한다면서 디자인에 투자하는 것을

해야 하는 것들 아닌가. 디자인도 그렇다는

보면 안쓰럽다. 그렇게 해도 안 되는 것이다.

거다. 좋은 걸 보고 좋다고 해야 하는데 혼자

위에서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건 오너

아니라고 하면 감이 없는 거니까. 이미 많은

밖에 못하는 거다. 고용된 경영자는 그 결정

브랜드가 검증했다고 본다. 현대카드도, 애

을 할 수 없다.

다. 그렇게 보려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디자

플도 그렇다. 스티브 잡스가 디자이너여서가 만드는 거다. 콘셉트가 너무나도 잘 정제되

Q: 결정권을 가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무 언가 추진할 때, 복잡한 구조를 가진 큰 회사

어 있다. 애플을 말할 때 디자인 얘기를 하는

보다 오히려 작은 브랜드들이 정체성과 보여

아니라, 누가 봐도 스티브 잡스의 고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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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주는 방식에서 저항을 덜 받으면서 원하는 것

가 작았을 때의 느낌을 커서도 계속 가지고 있

을 풀어가는 경우도 요즘은 종종 보인다.

는 브랜드라는 거다. 아직도 애플을 쓰면서, 나는 마이너에 속한 사람처럼 느끼게 하는 요

JOH: ‘브랜드의 미래’는 그곳에 있다고 확신 하고 있다. 지금 쓰는 책에 대한 내용의 근간

인은 일관성에 있다고 본다. 애플에서 배워야

이기도 하다. 브랜드의 미래와 지향점이 무엇

가지 않기’와 ‘B급스러움으로 남아 있기’라고

이냐고 했을 때, 이제까지 모든 브랜드는 전

본다. 결국에는 많은 브랜드가 이제까지 있던

부 ‘A급’과 ‘주류’처럼 보이는 대중적인 명품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규칙을 다시 봐야 하는

이 지향점이었다. 비싸고 많이 팔리는 매스

순간이 폭발적으로 올 것이다.

하는 점이 있다면, ‘A급과 매스티지로 넘어

티지masstige 명품 말이다. 루이뷔통 같은 브 잘 팔리고 멋진 브랜드이지만, 루이뷔통을 들

Q: 의식 있고 일관된 정체성이 있는 브랜드 들 중에는, 상업적인 부분에서 조금 아쉬운

고 있는 게 멋져 보이는 것은 얼마 안 남았다

점들이 있다. 경험이 있고 여러 작업을 해온

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믿

입장에서 젊은 브랜드의 도전에 대해 조언해

는다. 그것을 ‘B급 브랜드’라고 표현한다. ‘A

준다면.

랜드가 지향점일 것이다. 루이뷔통은 여전히

급’ 바로 밑에 있는 브랜드라는 건데, 잘 만들 동일시할 수 있는, 인간적인 브랜드라는 것

JOH: 물건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크다. 의식 있게 물건

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브

을 만든 것보다 어쩌면 더 큰 게 유통이다. 유

랜드이든, 컨설팅하는 브랜드이든, 그 부분

통이란 시장도 크리에이티브 마인드를 갖고

을 지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애플도 그

봐야 한다. 조금 더 가면, 부동산도 그렇게 봐

렇게 해석한다. B급 브랜드의 감성을 계속 유

야 한다. 근데, 이런 얘기 좀 싫지 않나. 그

지하는 브랜드. 실제로는 대중 시장을 다 먹

런 건 누가 해주면 안 되나 생각한다. ‘이렇

었지만, 여전히 B급스러운 거다. 회장이 나

게 좋은 물건을 만들었는데 왜 안 가져가고,

와서 가격을 얘기하는 컨퍼런스도 그렇지 않

집세는 자꾸 올리지? ’하는 식이 된다. 그러면

나. 스티브 잡스가 열정적인 걸 떠나서, 아직

안 된다는 거다. ‘이 사람은 집세를 정말로 왜

도 ‘로컬’스러운 감성을 잃지 않는 거다. 회사

올려야 할까?’, ‘내가 집주인이면 어떻게 할

어진 B급 브랜드에 사람들이 자기 정체성을

까?’, ‘돈이 몇십억이 있어서 건물 하나 샀다 면 나는 안 올릴 것인가?’, ‘(물건을 사게 하

잘 만들어진 B급 브랜드에 사람들이 자기 정체성을 동일시할 수 있는, 인간적인 브랜드라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는) 이 사람의 매력적인 점은 무엇인가?’ 이렇 게, 창의적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다 각자의 이득을 취하는 퍼즐이 맞춰 져 있다. 유통 전문가가 있다면, 그가 매력적 이라 느끼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다른 분야, 내가 하는 것이 실제로 소비자에게 들어가는

42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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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johcompany.com twitter@sean_joh 44 SPECTRUM


지점까지 두려워하거나 도망가지 말고, 창의

것에 대한 아주 현실적인 접근이다. 예를 들

성을 보는 것이 진짜 브랜드이고 디자인이다.

면 ‘멀티탭’ 같은 거다. 마음에 드는 멀티탭을

그 지점에서 도망가는 브랜드는 지금까지 만

살 수가 없었다. (웃음) 그래서 아이디어도 더

들어진 1,000개 중의 999개였을 것이다. 다

넣어서,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디

좋은데, 그거는 모르겠다, 우리나라 거지 같

자인에 대한, 브랜드에 대한 관점을 보여주고

은 나라다, 유통업체가 다 잡아서 못하겠다,

싶었다. 또한 올해는 계속 준비하겠지만, 먹

백화점 수수료 운운하면 안 된다는 거다. 어

는 것에 관한 ‘건강하고 스타일리쉬하게 먹는

느 나라든 악조건은 많다. 피하고 싶은 것들

것’에 대한 해답도 아직 시장에서는 없는 것

자체를 창의적으로 봐야 한다. 재무관리도

같다. 그 부분도 반드시 꼭 해보고 싶다. 대신

창의적으로 보는 식으로. 그게 진짜다. 멋있

망하면 안 되겠다. (웃음)

는 제품을 만드는 게 진짜가 아니다. ‘크리에 이티브’라는 말에는, 영역의 구분이 없다. 재 무, 회계, 총무, 부동산, 다 창조적일 수 있는 영역이다. 그게 다 창조적이어야지 그게 진짜 ‘크리에이티브’라는 거다. 한 시간 반 남짓의 시간은 훌쩍 지났다. 직접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에는, 영역의 구분이 없다. 재무, 회계, 총무, 부동산, 다 창조적일 수 있는 영역이다. 그게 다 창조적이어야지 그게 진짜 ‘크리에이티브’라는 거다.

내린 커피를 다 마시고, 모노클Monocle과 오 프Off 매거진에 대해 얘기하고, 지면으로 공 개하기는 어려운 몇 가지 프로젝트의 프로토 타입을 봤다.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렇게 바꿔볼까’하고 생각했다는 아이디어 들은, 추측하건대 꽤 호응을 불러일으킬 것 같았다. 우리의 삶은 점점 통합될 것이다. 전 부 다른 개체들이 교차하며 교류하는 일이 늘 어날 것이란 생각은, 인터뷰 이후 확신에 가 까워졌다. 때마침 조수용은 다민족 마을처

Q: 마지막 질문이다. 올해의 계획은.

럼 각기 다르게 꾸민 사무실의 작업 공간에 대해 설명했다. 돌아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JOH: 올해 두 개 정도의 큰 외부 브랜드의 컨 설팅이 성사되면, 두 브랜드의 디렉팅 결과가

전, 회사 내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나올 것이다. 잡지를 하나 창간할 것 같고, 작

의 특성들이, 사무실에서 본 그 사소한 차이

지만 공간 프로젝트에 물려 있는 제품 몇 개

들이 만든 하모니가 그려졌다. 크리에이티브

가 런칭할 것이다. 그 제품들은 멋있고 무게

디렉터들이 만들어 낼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잡는 제품들이 아니고, 늘 쓰면서 불편했던

들여다보고 싶었다. s

전체적인 느낌을 공유하면서도 독립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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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SPECTRUM


TECH NOL OGY IS LIFE STYLE

articles

Fashion / 최재혁 Design / 홍범석 Book / 이로 Art / 홍보라 Street / 곽민석 Music / 성기완 Tech / 박수만

‘아티클’은 매 호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인물들이 얘기합니다. 때로는 잡지 기사처럼, 일기처 럼, 혹은 보고서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경계는 없고 주관은 있는 글의 집합이 이 챕터의 정체성이 되길 바랍니다. 두 번째 호의 주제는 ‘기술테크놀로지(Technology),이하 테크(Tech)이 나의 삶Life Style에 끼친 영향’입니다’ 입니다. 트위터와 미투데이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하고, 맛집을 찾는 애플리케이션 을 보고, 처음 간 도시의 지도를 따라 편집매장을 찾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곧바로 사진 찍거나 메모장 앱에 적어두는 것은 모두 테크가 우리에게 준 새로운 일상의 단면입니다. 패션과 디자 인, 책과 예술, 거리문화스트리트 컬쳐와 음악, 테크 분야의 사람들은 어떻게 이 새로운 문화를 받아 들이고, 또 사용하고 있을까요. 기술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생각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문제 이겠지만, 필자들의 생각을 엿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겁니다. 덤으로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Apps 목록’도 함께 넣었습니다.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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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Journey this weekend with Apps 최재혁 신세계백화점 남성복 바이어 blog.naver.com/kooljae twitter@dasentinel

주말여행을 즐기는 나로서는 바쁜 주중 생활에서 주말여행의 일정을 짜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큰 스트레스이다. 바쁘게 일 하고 주말이 되면, 그냥 차 몰고 바로 집을 나서서 88도로나 강변북로를 타는 거다. 좌회전이니 우회전이니 그딴 것들은 무시하고, 정처 없이 고민 없이 나가는 거, 그게 바로 일상탈 출이고 뇌를 꺼내 유한락스 칠 한 번 하는 행위의 시작인 거다. 그런데 늘 그렇듯, 뇌 표백이 끝나고 나면 목적지를 찾아야 하 고 배를 채워야 하는 의무감이 생긴다. 늘 그래 왔다. 내 차에는 늘 다양한 버전의 지도와 여행안내책 자와 맛집 책들이 널븐러져 있었다. 잠시 정차하고 목적지를 찾다 보면 정리되지 않은 다양한 정보 속에서 급한 내 성격이 배겨나지를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윙스푼 맛집Wingspoon 앱과 네이버 지도Naver Map 앱은 신세계 중의 신세계다. 물론 지역별 맛집 정보는 내 머릿속에도 있지만 스마트폰처럼 팍팍 구동되 지는 않으니까. 그런 점에서 윙스푼 맛집 앱은 비록 대중성 획 득을 위해 마니아의 취향은 조금 덜 반영이 되었지만 좋은 아 카이브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엄청 난 휴대성. 블루리본 서베이Blue Ribbon Survey; 우리나라 최초의 레스토랑 평가서

같은 책 두 권 정도를 들고 다니는 듯한 든든함이 있다. 또

한, 맛집을 바로 찾아주는 지도 검색 서비스와 지역별로 일목 요연하게 정리한 편리성은 미국의 자갓 투고ZAGAT to go 앱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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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가 인간을 향하고, 인간의 마음을 윤택하게 하는 어떤 하나의 목적성이 있다면,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이 어플은 내 ‘위장’를 윤택하게 한다.

그리고, 네이버 지도를 켠다. 맛집 또 는 주변 명소를 보고 교통정보를 확인 한 후, 올레 네비olleh navi가 알려주지 못하는 나만의 루트를 다잡는다. ‘후 티 앤 더 블로우피쉬Hootie & the Blowfish’ 같은 음악 하나 틀어놓고 출발하면, 나의 주말은 윤택하고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윙스푼의 담당자는 정말 이 일이 좋아서 한다는 느낌이 든다. 내 취향에 맞지 않거나 수준 미달 인 정보도 물론 있지만, 내가 주로 가는 지역에서 ‘설마 이런 것 까지?’라고 생각한 것이 반영된 것을 보면 언젠가 최초로 맛집 정보에 열광했던 조선일보 오태진 기자의 맛집 칼럼 이후 가 장 안정된 콘텐츠를 보여준다. 테크가 인간을 향하고, 인간의 마음을 윤택하게 하는 어떤 하 나의 목적성이 있다면,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이 앱은 내 ‘위 장’을 윤택하게 한다. 그러니 내 마음도 자연스럽게 ‘따땃’해 윙스푼 맛집

지지 않을까. s

지역별 전국 맛집 정보를 편리하게 보여주는 앱

네이버 지도 거리뷰, 항공뷰, 빠른 길 찾기, 주변검색 등 똑똑한 기능을 가진 지도 앱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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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리마인더 Reminder

홍범석 visual creator, isLAD www.creatorlad.com twitter@is_LAD

아, 그…. 뭐였더라. 그 왜…. 그…. 아…. 도무지 생각나지 않 는다. 길을 지나다 상당히 괜찮은 버네큘러 디자인vernacular design; 특별한 디자인 의도를 갖지 않은 채 오랜 기간 필요에 의해 진화한 지방 고유의 문화와 특징이 담긴 디자인

을 봤는데, 어느 골목, 어느 벽에 붙어 있었는지

도무지 생각나질 않는다. 경리단 주변을 돌고 돌아도 보이질 않는다. 몇 년이 지났다. 찾았느냐고? 우연이라도 다시 보게 된다면 가슴 벅차게 반가울 것 같긴 한데, 실현 불가능하다. 디자이 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나도 뭔가를 긁어모으는 습성이 있 다.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모조리 기록하고 담아두려 고 한다. 늘 오감을 열어두고 흡수할 태세를 갖추고 있으면,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도 무언가를 발견하는 예민함을 발휘하 지만, 동시에 인풋input이 너무 많다. 좀 전의 것을 기억하려고 무진장 애쓰다가 그 사이에 또 뭔가를 발견하고, 그 사이에 스 치듯 떠올랐던 건 또 생각이 안 난다. 답답하다. 왜 이렇게 기 억이 안 나는 거야. 그래서 늘 카메라와 노트를 들고 다녔다. 카메라로 이것저것 찍고, 가끔 셀카, 노트에는 아이디어 스케치를 가장한 낙서꾸 러미, 기타 잡생각, 가끔 들어올 돈 계산해보고, 사고 싶은 신 발 리스트 적어보고…. 음, 나 매우 인간적이지 않나. 아, 재 밌는 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을 때 보다 더 많은 걸 보게 된다는 거다. 기록하고 않고의 차이로 만 보기에는 차원이 좀 다르다. 아무래도 카메라를 들고 있 다는 사실을 인지하다 보니 뭐 건질 거 없나 하고 더 많이 관 찰하게 된다. 노트를 들고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다. 뭐라도 좀 끼적여보고싶은 마음이 생긴달까. 그런데 요즘은 굳이 카 메라하고 노트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기록욕’이 샘솟는다. 무 엇 때문일까. 50 SPECTRUM


‘테크’는 나의 모든 기억과 나의 모든 생각을 언제든 어디서든 남길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 내 기억과 생각들을 또다시 끄집어내어 본다.

몇 년 사이에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널리 퍼져서 내 손에까지 닿았는데, 이게 기록욕을 자극한다. 카메라, 사진첩, 메모 장. 사실, 이런 기능들이 일반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이라는 이 름을 달면서 새로 생긴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카메라 기 능과 메모 기능은 어느 휴대전화에나 기본적으로 들어 있었 다. 그런데 왜 나는 이제 이 기능들에 열광하는가. 처음 휴대 전화를 손에 쥐었을 때를 생각해본다. 아무 데서나 전화할 수 있고, 문자를 보내면 상대방 휴대전화에 뜨는 게 좋았다. 휴 대전화가 지닌 가장 기본적인 기능, 전화와 문자. 그것에 열 광했던 거다. 바야흐로 이천십일 년, 스마트폰의 시대다. 애플리케이션이 계속 만들어지고, 스마트폰의 기능은 거의 무한대로 늘어났 다. 휴대전화라는 이름 대신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을 달고 내 손에 쥐어진 이것. 친구가 요새 어떤 음악가의 노래가 좋더라 고 흘려버리는 말을 메모장에 입력한다. 길을 걷다 보도블록 의 색조합이 괜찮다는 생각에 사진 찍는다. 커피 한잔하러 들 어간 카페 벽에 걸린 재밌는 액자들도 찍는다. 서점에서 우연 히 발견한 책이 마음에 들어 적는다.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공연 포스터를 찍는다. 친구와 농담 따먹기 하다가 떠오른 아 이디어를 기록한다. 스마트폰의 메모와 사진첩을 보면서, 난 그 음악가가 누군지 찾아볼 것이고 노래 몇 곡을 들어볼 것이다. 아마 그들의 팬이 될 것이고, 내 작업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TiltShift Generator TSTilt-Shift 렌즈로 찍은 사진처럼, 도시 전경이나 풍경을 미니어처처럼 보여주는 사진 앱

다. 보도블록의 색조합을 디자인에 응용할 것이고, 액자들이 걸려 있는 카페 벽면은 레이아웃을 좀 더 재밌게 잡아야겠다고 고민할 것이다. 메모장에 적어둔 책을 사 읽고, 그게 내 사고 방식을 바꿀지도 모르고, 포스터를 보고 찾아간 공연은 또 다 른 아이디어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친구와 생각 없이 떠들 다가 적은 아이디어는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큰 획을 긋는 무언 가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Secret Diary 날짜와 장소, 사진과 메모를 동시에 기억하기 좋은 기록용 앱

‘테크’는 나의 모든 기억과 나의 모든 생각을 언제든 어디서든 남길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 내 기억과 생각들을 또다시 끄집 어내어 본다. s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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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실수의 역사와 기술의 방식 이로 무명의 쓰는 사람 책방 유어마인드 운영 www.your-mind.com twitter@whoisiro

유년시절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대한민국의 국민학생 남자 아이에게 텔레비전 만화 시리즈란 곧 왕이요, 법도였다. 나 에게 주어진 선택권이란 고작 “어떤 시리즈를 볼 것인가”였으 니. 통키를 보면 전국의 아이들이 모두 함께 피구를 했고, 드 래곤 볼을 보면 모두 함께 종이카드 따위를 모았다. 쉽게 흔들 리고 쉽게 옮겨가는 아이들의 마음에 또 다른 형태의 광풍이 분 적이 있는데, 미니카 경주를 다루던 애니메이션이었다. 모 두 앞을 다투어 미니카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 옹졸한 유행 속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있어서, 상위의 아이들은 금빛 번쩍 이는 일제 미니카를 소유했고, 우리들은 은박 칙칙한 중국제 미니카를 가지고 놀았다. 그러던 중 꽤 큰 완구회사에서 <전 국 미니카 경주대회> 같은 행사를 열었고, 나의 마음은 심하 게 요동쳤다. 고교야구 후보선수가 메이저리거 다승왕을 바 라보듯 경외와 염원을 담아. “나는 반드시 저곳에 간다”고 생 각했다. 나의 중국제 미니카로도 입선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이라 믿었다. 유년의 믿음이란 언제나 엉성할 뿐이어서, 곧 조각조각 무너 졌다. “본 완구사의 부품 및 모터만 사용할 수 있음”이라는 커 다란 글씨를 보게 되었다.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고 나의 종이 박스를 열어보았다. 누가 보아도 그 완구사의 제품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너무나 추악한 미니카 하나와, 모터 케이스 하나 가 보였다. 친구가 버린 일제 모터 케이스를 담아두었던 기억 이 났다. 그런 폭력적인 상황이 조금도 상처가 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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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온갖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방대한 데이터, SNS와 네트워크가 발달한 시대를 유년으로 통과했다면, 나의 미니카 경주는 달라졌을까.

이거면 되겠다”는 생각뿐. 모터 케이스를 바꿔치기하여, 완구 사 제품인 척 위장했다. 스스로 전략에 대견해하면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유년의 믿음이란 언제나 엉성할 뿐이어서, 그 전 략 역시 산산이 무너졌다. 출발 선에 섰을 때, 어떤 극성 때문인

지 나의 미니카는, 뒤로 달렸다. 아직도 원리를 모르겠지만 모 터가 거꾸로 돌아, 후진했다. 장내에 쏟아지는 웃음과 비아냥 들. 실격. 탈락. 기록에 한 줄 등장조차 못할 바보. 최근에 들어 그 시절 생각을 다시 한다. 지금처럼 온갖 기술 과,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방대한 데이터, SNS와 네트워크가 발달한 시대를 유년으로 통과했다면, 나의 미니카 경주는 달 라졌을까. 아니, 똑같은 결과였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개 인의 역사와 비례하여 움직이지 않는다. 전극도 모르면서 모 터 케이스를 바꾸는 그 순간적인 감정과 극적인 착오 앞에, Tech는 무의미하다. 그런 사실이 나에게 큰 위안을 준다. “요새 아이들” 역시 나의 유년처럼 끊임없이 실수하며 아주 멍 청하게 살고 있을 테니까. 쉬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는 지금 역 시, 기술은 나의 생활을 바꾸었을지 모르지만 나의 역사를 바 꾸진 못했다. s

Nieves Zines 비닐에 포장된 표지의 표현이 압권인 스위스의 (zine; 독립 유통 출판물) 전문 출판사 앱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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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새로운 이웃을 꿈꾸다. 경험하다. 또다시 꿈꾸다. 홍보라 갤러리 팩토리 디렉터 www.factory483.org twitter@galleryfactory

그렇다. 돌이켜보면 나는 처음부터 온전히 개인과 개인의 (우 연 혹은 필연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일종의 커뮤니티를 만들 고 싶었던 것 같다. 2002년 삼청동에 작은 창고를 고친 갤러 리 팩토리@galleryfactory 를 열게 된 계기도 개인과 개인이 동등 하게 만나서 만들어내는 가능성과 잠재한 에너지에 주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앤디 워홀의 팩토리쯤 되는 예술적 인 고상함을 기대했겠지만, 어이없게도 난 그저 맘 맞는 동료 들과 함께 지속적인 협업의 가능성을 담보해주기 위한 기지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 어떤 선한 의지로 시작한 단체institution라도 시간이 지나면 일종의 주도권hegemony 을 형성하게 되고 개인은 그 안에서 단 편적으로 재단되는 과정을 꽤 긴 사회생활을 통해 지켜보면 서, 홀로는 미미한 개인일지라도 그들이 유기적으로 엮이면 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연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꿈꿔왔다. 그 런 꿈이 그냥 순진한 바람이 아닌 실현 가능한 어떤 것으로 인 식되기 시작한 것은 갤러리가 효자동으로 이전하면서 만나게 된 이웃의 예술가 부부, 그래픽디자이너@wkrm02, 건축가들을 덕분이었다. 그들과 함께 참으로 운이 좋게도 동네의 헌책방 가가린@gagarinusedbook 을 열게 된 것도 철저한 기획에 의한 것 이 아니라 즐거운 이웃 맺기 과정을 통해 생긴 우연한 결과였 다. 아마도 이런 신종 이웃 혹은 유사 이웃에 대한 사람들의 갈 망이 머리로 생각하면 도저히 계산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이 헌책방이 3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유일한 원동력일 것이다. “장소에서 자유로워진 신종 이웃과 동네에 대해서 곰곰 거리 고 있어요. 주목해볼 만한 새로운 이웃의 특성은 공동체의 안 정된 관계보다는 공유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다이내믹하게 열 린 관계를 지향한다는 점인 듯. 동네란 ‘~한 사람 다여 붙어라’ 할만한 열린 플랫폼@citysoul, 2010년 10월 28일 오전 1:51:23 from Osfo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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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조합의 신종 이웃이 급속히 형성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징후는 트위터라는 SNS 프로그램을 통해 또렷이 가시화되고 있다. for iPhone”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조합의 신종 이웃이 급속히 형

성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징후는 트위터라는 SNS 프로그램 을 통해 또렷이 가시화되고 있다. 위의 트윗은 내가 그간 생각 하고 있던 신종 이웃에 대한 개념을 트위터가 허용하는 140자 이내로 너무도 깔끔하게 정리해준 트위터 사용자 ‘@citysoul 조재원, 01 Studio 소장

’의 글이다. 이 트윗을 시작으로 올해 3월에는

갤러리 팩토리에서 @citysoul이 객원 기획자로 참여해 다양 한 신종 이웃의 사례를 수집하는 <Neighboring Effect_이웃 효과>라는 전시와 세미나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 다시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난 이렇게 “자기 분 야에 대한 기본기와 가치관이 명료한 개인들이 만나 수면의 경 계가 아닌 심연에서 만들어내는@citysoul TwitBird iPad 2010년 5월 6일 오전 1:37

” 새로운 통섭의 가능성을 또 한 번 경험하는 행운아가

되었다. 그것도 이번엔 효자동이라는 물리적 환경을 뛰어넘어 “기억으로 가입하고 망각으로 탈퇴한다@jsjeong3 정재승, 물리학자” 는, 트위터라는 새로운 환경 안에서 말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흔들흔들 트위터의 타 임 라인을 유영하며 다양한 생각을 수집하고, 때론 새로운 가 능성의 징후를 발견하고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s

Osfoora, for twitter 가볍고 빠른 것으로 유명한 트위터 앱

* 본문에 들어간 ‘@-’ 부분은 글쓴이가 언급한 트위터 사용자의 아이디 로, 문맥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두었습니다.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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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Essential Street

곽민석 쇼프매거진, 누드본즈 대표 www.syoff.com www.nudebones.co.kr boillers.com iaintnojoke.org minshox.com twitter@MINSHOX

아이폰iPhone을 쓴다. 아이패드iPad와 맥북 프로MacBook Pro도 쓴다. 용도는 제각기 다르다. 맥북 프로에는 지금까지의 거의 모든 작업이 들어 있다. 일과 블로그를 포함한 모든 일상이 들 어 있다. 누드본즈와 쇼프 매거진과 보일러스 크루의 자료들 은 물론 블로그에 올리는 개인적인 사진들까지. 이 컴퓨터가 없어진다면, 한 마디로 바보가 될 거다. 아이폰은 전화기 역할에 충실하다. 음악 듣는 것도 중요하다. 앱을 자주 쓰는 편은 아니지만, 네이버 지도나 다음 지도Daum Maps 앱은 새로운 곳에 가거나 친구를 만날 때, 지하철역 출구

를 찾을 때 유용하다. CGV 영화예매나 씨너스 같은 영화관 앱도, 여자친구와 영화 보러 갈 때 사용한다. 맥북도 아이패 드도 없는 바깥에서 프리미어 리그 중계를 봐야 할 때, 라이브 TV박스 Pro 앱으로 축구도 본다. 얼마 전 뉴욕과 LA에 다녀왔다. 올해 9월경 출간할 ‘우리나라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책에 담을 인터뷰와 취재 때문이었다. 스트리트 문화, 음악, 브랜드, 예술인들, 스케이트보드 등 익 스트림 스포츠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그것들이 어떻게 유 입되었는지를 담을 책이다. 교보문고처럼 큰 서점에 자주 가 도, 우리나라의 스트리트 문화가 생긴지 좀 되었는데도 불구 하고 잡지들에 간간이 나오는 것 외에는 알차게 정보를 담은 책이 없다.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주변 친구들이 ‘스트리트 문 화’ 안에 있으니까, 그것들을 좀 더 대중에게 소개하고 싶었 다. 이 문화를 그저 화려한 패션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는 걸 안다. 어렵다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 지만 내게 스트리트 패션과 문화란, 단순하고 친근하다. 그 안 의 사람들, 브랜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달해야 할 것 같 았다. 그래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뉴욕과 LA의 스트리 트 문화를 취재했다. 56 SPECTRUM


새로운 도시에서 처음 가는 매장에 갈 때 아이폰의 구글 지도 Google Maps 앱을 쓴다. 매장 스태프나 디자이너를 인터뷰할 때

에는 음성 메모Voice Memo 앱을 쓴다. 출장을 다녀와서는, 출판 사의 편집자와 책의 레이아웃과 디자인을 얘기하면서 아이패 드를 사용한다. 좋아하는 스트리트 문화에 관한 책과 사진 이 미지를 PDF로 담아서 출판사 편집자에게 보여주는 식이다. 모든 시각 자료에 최적화된 이 기기는 무언가를 보여주기에 최

하나 고백하자면, 내가 아이패드를 제일 자주 쓰는 곳은 자기 직전의 침대 위다. 하루를 정리하며 이메일을 체크하다, 만화책과 영화를 보며 잠이 든다.

적화되어 있다. 하나 고백하자면, 내가 아이패드를 제일 자주 쓰는 곳은 자기 직전의 침대 위다. 하루를 정리하며 이메일을 체크하다, 만화책과 영화를 보며 잠이 든다. 맥북이 엄마라 면, 아이패드와 아이폰은 자식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을 만날 때, 이제는 전화번호를 묻는 것처럼 트위터 아 이디를 묻는다. 팔로우하네 마네, 하며 친분을 쌓고 그 안에서 정보와 소소한 이야기를 본다. 기본적으로 트위터는 가볍다 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들에 대해서 그렇게 진지하 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달까. 트위터에 무겁고 진지한 것 들은 절대 올리지 않는다. 외국 친구들을 빼면, 안부 수단으 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만일 친구의 생일 멘션이 남겨져 있다면, 굳이 멘션을 남기기보단 직접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 할 것이다. 그래서 왕왕 트위터로 관계를 설정하거나 정치하 는 듯한 기분이 들 때, 묘한 거부감이 든다. 그래도 트위터를 끊어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트위터를 홍보 수단으로 쓰는 것도 본 다. ‘정보’와 ‘마케팅’은 중요하고, 트위터는 그것을 위한 좋은 수단이다.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왠지 그렇게 쓰기 주저 한다. 이건 진정성이라든지 오리지널리티 같은 문제는 아니 다. 개인 취향일 뿐이다. 디지털이 삶에 파고들수록, 어린 시 절 숱하게 다닌 ‘오프라인’의 공간감에 매력을 느낀다. 매장을 연다면 오프라인 매장만 열고, 책을 낸다면 오프라인 공간에 서 전시하고 싶다. 이토록 디지털 세계에 둘러싸였으면서도, 아날로그적인 면이 강한 걸까.

Daum map 내 주변의 맛집, 은행, 약국, 주유소, 주차장 등의 장소 검색 및 주소, 전화번호 검색, 실시간 버스 정보 반영 앱

디지털은 손쉽게 수많은 이미지를 접할 수 있게 했지만, 직접 발로 걸어가서 만나고 느끼는 것들은 또 다른 경험이다. 얼마 전의 뉴욕과 LA가 그랬다. 모순인 건, 모르는 도시의 멋진 곳을 찾는데 또 ‘디지털’을 사용한다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s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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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1 beat 1 dot

성기완 시인, 뮤지션 ‘3호선버터플라이’ 기타리스트 www.3bf.co.kr twitter@kumbawani

K씨는 모든 소리를 비트 beat의 관점에서 재구성한다. 사운드 레이어sound layer, 음악 계층들을 쌓는 일을 통해 더 큰 소 리의 단위라 할 수 있는 소리 모듈module, 단위이 구성된다. 소리 모듈의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트beat’의 개념이다. 비 트는 소리 데이터의 레이어들을 동기화synchronization할 때 기 본이 되는 음악적 개념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의 사운드 도 구들은 음악 작업을 할 때 소리의 ‘점dot’들을 찍게 한다. 소 리의 점을 찍는 작업을 ‘시퀀싱sequencing’이라 부른다. 미디편 집자 주: MIDI; 악기 디지털 인터페이스(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프로

그램들을 활용하여 음악을 만드는 일은 한 마디로 소리의 점 들을 찍는 일이다. 말하자면, 하나의 점이 하나의 비트를 이 루는 단위가 된다. ‘1 beat 1 dot’의 개념은 멜로디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음정을 지니고 있는 긴 박자의 소리 역시 하나의 도트로 어택attack 과 릴리즈release 포인트시작점과 끝나는 점 를 표시할 수 있다. 목소리 역시 반복적인 비트로 처리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비는 아날로그 오디오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저장해주는 기기, 바로 샘플러 sampler다.

컴퓨터의 용량이 크지 않던 과거에는 샘플러가

독자적인 외부 기기로 출시되곤 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완전히 통합되어 플러그-인 형태로 프로그램에서 로딩된다. 샘플러는 미디 신호를 주고받으며 아날로그 데이터가 비트 단위로 기능하도록 도와준다.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의 1988년 작 <디퍼런트 트레인스Different Trains>의 1악장 ‘전쟁 이전의 미국America - Before The War’은 샘플링된 목소리를 반복적으로 플레이함으로써 독특한 효과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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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승무원의 소리, 판매원의 외침, 안내 방송 등을 재현함으로써 생생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면서 기차의 사운드에 역사성歷史性을 부여한다.

기차의 반복적인 리듬을 묘사하고 있는 현악 4중주의 연주는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동시에 미국의 산업화, 도시개발 등을 사운드로 추억하게 만든다. 거기 더해지는 사람 목소리 샘플은 반복적으로 활용됨으로써 비트로 기능하면서 기차 안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승무원의 소리, 판매원의 외침, 안내 방송 등을 재현함으로써 생생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면서 기차의 사운드에 역사성歷史性 을 부여한다. 비트 단위로 모듈화됨으로써 서양의 소리, 동양의 소리, 아 프리카의 소리 따위의 개념은 쓸데없는 것이 된다. 더욱 근본 적인 데이터의 세계에서는 음악적 소리, 비음악적 소리 같은 구분도 전혀 쓸모없다. 또한 시퀀싱의 단위로 패턴화됨으로 써 모든 것이 ‘리듬화’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멜로디 역 시 비트 단위로 쪼개진 소리들의 모듈을 구성하는 하나의 레 이어일 뿐이다. 따라서 음악 안에서 리듬과 멜로디를 구분하 고 멜로디에 더 창의적인 가치를 부여하려고 하는 서양적인 뿌리 깊은 무의식적 서열화를 막아준다. 비트 단위의 재구성 은 서양 음악 위주의 음악 생산방식, 해석방식, 또는 규범화 방식에 근본적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저작권카피라이트, copyright 이라는 개념 역시, 기본적으로는 멜로디를 중시하는 서양 음 악적 발상에 근거하고 있다. 서양 음악에는 왜 리듬에 관한 저 작권은 없는가! 그 관점에서는 아프리카 음악은 절대 저작권 을 획득할 수 없다. 그것은 아무 때나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되는 ‘리듬-하인’일 뿐이다. 그러나 디지털 음악 생산 프로그램들 은 그와 같은 전통적인 음악관을 전면 부정한다. 오히려 디지 털의 방식을 통해, 비트 단위로 존재하는 아프리카 음악은 ‘음 악적 허브’가 된다.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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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미투데이 TV 광고 뒷얘기 박수만 Director of me2day of NHN www.sumanpark.com me2day.net/sumanpark

일본 얘기 하나. 몇 년 전 일본의 10대들이 모바일에서 커뮤니 티 서비스를 이용하는 패턴에 대한 한 보고서를 재미있게 봤 는데요, 모바일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일본의 10대들은 평균 적으로 4개의 둥지를 가지더라는 겁니다. 중학교 때 친구들이 모인 둥지,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모인 둥지, 동아리 친구들이 모인 둥지, 아르바이트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둥지에 서 활동한다는 얘기죠. 온라인 동호회 등 관심사 중심의 온라 인 활동이 많은 우리와는 달리, 주로 기존 오프라인에서 알고 있는 사람들과 온라인/모바일에서도 주로 소통한다는 점이 재미있었고, 똑같은 사람이라도 각 둥지에 따라 풀어내는 얘 기와 역할과 성격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본 얘기 둘. 똑같은 휴대전화에 사진업로드 프로그램을 설 치하고, 10명짜리 그룹과 커플에게 나눠주고, 각각 사진을 찍어 공유하게 한 실험에 대한 논문을 읽었습니다. 10명짜리 그룹은 공통으로 뭔가 특별하고 얘기할 만한 정보가 담긴 ‘뉴 스거리가 되는newsworthy’ 사진을 올리는 반면, 커플은 이보다 훨씬 자주 올리면서도 의미 없어 보이는 ‘눈앞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같은 도구를 쓰고 똑같 은 사람이라도, 속해 있는 둥지에 따라 내용도 달라지고 쓰임 새가 달라진다는 점이 역시 눈길을 끌었습니다. SNS라고 부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

서비스와 소셜네트워킹Social Networking 서비스로 구분

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일 때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라고 하고, 반대로 대부분이 그 서비스를 통해서 알게 된 사람일 때 소셜네트워 킹 서비스라고 합니다. 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톡/미투데이 등 SNS 서비스 내에서 연결된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어떤 서 비스가 소셜네트워크에 가까운지 소셜네트워킹에 가까운지 60 SPECTRUM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이런 현상의 이유는 SNS 서비스 들이 친구관계를 쉽고 간편하게 맺을 수 있지만, 그 관계가 ‘친 구’ 한 가지뿐이어서 사람들을 한 둥지에 담는 데는 한계가 있 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 서비스가 한 둥지의 역할을 하 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4월 9일부터 시작한 미투데이 광고 <나오늘지금> 캠 페인은 이런 배경 아래 시작했습니다. 이미 작년 <오늘의 미친 짓> 캠페인으로 인지도 75%를 달성했지만, 미투데이를 왜 써

지금 이 순간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연락이 된다는 느낌, 코드가 딱 맞는 친한 친구 몇 명을 포함해 심지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사람이라도 온라인 코프레젠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더 잘하고 싶어서 일상을 나누는 미 투의 활동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 매일 다른 TV 광고가 나가 도록 했습니다. 내가 지금 보고 느끼는 이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느낌을 온라인 코프레젠스Online Copresence라고 하는 데요, 미투데이를 잘 쓰는 사람들의 주된 이용목적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리고자 했습니다. 위의 한 실험에서 커플들이 각 자 자기 시선을 그대로 담은 사진을 올리고 그걸 서로의 대화 로 느끼는 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그 순간에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죠. 내가 보는 시선의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건, 어깨에 힘 들어갈 필요도 없고 허세와 자랑으로 포장할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 다. 초고속 인터넷 정보왕국 대한민국 출신인 우리는 이미 자 신을 표현할 닉네임 하나씩은 가지고 있고, 이름과 직함과 나 이로 규정되는 틀을 한 꺼풀 벗고 사람들과 만날 수 있기도 하 죠. 지금 이 순간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연락이 된다는 느낌, 코드가 딱 맞는 친한 친구 몇 명을 포함해 심지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사람이라도 온라인 코프레젠스를 느낄 수 있 습니다. 2007년 2월 시작된 미투데이라는 둥지는 이런 특성 을 갖고 발전해왔습니다. 한국에도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일찍이 조성됐다면 우리도 이런 대중화를 몇 년 전부터 맞이할 수 있었고, 우리나 라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만든 새로운 서비스도 일찍 만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둥지에서 어떤 목적으로 쓰는 SNS가 인기를 끌게 될지 관전포인트를 가지고 이용해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

Me2day 한국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미투데이의 스마트폰용 앱.

각에 이 지면을 맡게 된 저는 ‘미투 만드는 만박’입니다. * 이 글은 글쓴이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다’체를 쓰지 않고 그대로 문 체를 살렸습니다.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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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ve people in this city 62 SPECTRUM


pictorial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열세 팀의 공간에 스펙트럼이 찾아갔다 그들의 공간, 그들 자신, 그리고 인케이스 included Fashion, Music, Photography, Design, Art and Entertainment scene in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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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e Youngzin

이영진 / 배우, 모델

actress, model

01/13

이영진은 사람들에 따라 기억하는 모습이 다르다. 어떤 이는 인상적인 영화 속의 배우로, 어떤 이는 잡지와 컬 렉션 속의 모델로 그녀를 기억한다. 이영진을 만난 날은 바람과 햇살이 황금비율로 조화를 이룬 일요일 오후 였다. 친구들은 옆에서 음악을 듣고 맥주를 마셨고, 그녀는 강아지 ‘크림’과 함께 한강 풀숲을 거닐었다. 때로 는 중성적으로, 때로는 여성스러운 얼굴을 가진 그녀는 배우와 모델을 넘나든다.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는 웃 음을 가지고서. twitter@rieyz81 64 SPECTRUM


Andy Warhol Protective Sleeve for MacBook Pro 15� (Banana) / Andy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 (Ban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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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Minjun

박민준 / 디제이, 360 사운즈

DJ, 360 Sounds

02/13

박민준은 디제이 소울스케이프란 이름으로 더 알려졌고, 일부는 에스피오네(Espionne)라는 이름으로 기억한 다. 그는 우리나라의 디제이와 음악 프로듀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면서도, 항상 ‘즐길 수 있는’ 일을 따라왔고 사람들은 그것에 조용하지만 뜨겁게 동조했다. 360 사운즈도, 얼마 전 문을 연 룸360(rm.360)도 그 랬다. ‘우리나라에서는 열 명 정도 보는’ 잡지 왁스 포에틱스(Wax Poetics)와 그가 심혈을 기울여 들여온 오래 된 LP들을, 곧 룸360에서 만날 수 있다. 360sounds.com / djsoulscape.wordpress.com / twitter@slscp 66 SPECTRUM


A.P.C. Book Jacket for iPad / Sticky Monster Lab Snap Case for iPhone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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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Mirim

이미림 / <하퍼스바자코리아> 패션 에디터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editor

03/13

패션 에디터의 한 달은 바쁘게 지나간다. 마감이 끝난 후 짧은 휴식 다음에는 다시 새로운 잡지를 위한 촬영과 섭외, 인터뷰와 취재, 다양한 이해타산자들과의 조율이 기다린다. 밤새 원고를 쓰고 출장까지 다녀오면, 새로 나온 자동차의 시승기 또한 그녀의 몫이다. 치열한 한 달이 지날 즈음 그 결과물은 두툼한 잡지에 실려 고스란 히 드러난다. 다양한 이들을 만나는 직업이 자신과 꽤 맞는 편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소녀 같은 웃음을 짓는다. bazaar.ikissyou.com / twitter@mirimlee 68 SPECTRUM


José Parlá Book Jacket for iPad / Perforated Snap Case for iPhone 3GS (Mage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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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Wonsun Park Jiwon

김원선 / 아트 디렉터, 엘리펀트 디자인 컴퍼니 대표

art director, elephant design company

박지원 / 프로젝트 디렉터, 엘리펀트 디자인 컴퍼니 대표

project director, elephant design company

04/13

맨손으로 디자인 회사를 일군 김원선과 박지원은 원래 친한 형 동생 사이였다. 그래픽 디자인을 하던 김원선은 패션 스타일링부터 브랜드 마케팅까지 다방면의 일을 해온 박지원과 한솥밥을 먹기로 했다. 회사가 커지고, 직 원이 늘고, 외부 기업들과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들은 여전히 즐거운 생각을 공유하고, 일 과는 다른 영역의 작업을 실천하려 한다. 얼마 전 다녀온 베를린에서 고민이 늘었다는 김원선과 항상 금요일 밤 같은 웃음을 띤 박지원은 무척 다르면서도 꽤 잘 맞아 보이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콤비처럼 보인다. elephants.co.kr / twitter@wonsun_elephant / twitter@varkjiwon 70 SPECTRUM


Rostarr Sleeve for MacBook / Andy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 (C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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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sica

제시카 / 요가 강사, 배우

yoga trainer, actress

05/13

제시카라는 이름은 유명 연예인의 요가 강사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캠페인 모델로, TV에 등장하는 단골 패널로도 유명하다. 그녀는 십 대 시절부터 요가를 배웠고, 어느새 삶 대부분이 됐다. 객관적으로 봐도 꽤 부러 움의 대상인 그녀이지만 요즘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그녀는 지금, 어린 시절 꿈꿨던 ‘배우’라는 목표를 위해 다시 학교에 다닌다. 얼마 전 출연한 독립영화도 곧 세상에 나올 것이다. 호흡이나 발성처럼 연기 연습을 하 면서 요가와 함께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말한다. wyoga.co.kr / twitter@WYOGA1 72 SPECTRUM


Lounge Case for iPa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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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Aram

김아람 / 일러스트레이터

illustrator

06/13

일러스트레이터 김아람을 처음 본 것은 2008년, 폴앤엘리스(Paul&Alice)의 프레젠테이션으로 기억한다. 지극히 ‘폴앤엘리스’스럽다고 느낀 그림들이 지극히 ‘김아람스러운’ 그림이었다는 걸 느낀 데에는 긴 시간이 걸 리지 않았다. 수년 후 그녀는 조용한 소공동 양복 거리에 작업실을 얻었다.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첫 아 뜰리에도 썼다는 곳이었다. 책과 잡지를 좋아하는 그녀의 취향이 듬뿍 느껴지는 작업실은 흡사 작은 도서관 같 다. 고증과 창작 사이에서 펜을 놀리는 손길은 작업용 앞치마를 두른 그녀와 잘 어울렸다. kimaram.com 74 SPECTRUM


Andy Warhol Book Jacket for iPad 2 (Ban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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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W Production

김성욱 / 디렉터, GDW 프로덕션 대표

07/13

director of photography

Director & President of GDW Production 남현우 / 포토그래피 디렉터 서형우 / 디렉터

director

김지용 / 디렉터

director

신동글 / 디렉터

director

김동호 / 어시스턴트 디렉터

assistant director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다섯 명의 남녀가 영상을 만드는 작업실에 모였다. ‘GDW 프로덕션’이란 이름으로, 익 스트림 스포츠부터 음악, 패션과 상업 광고 영상까지 다양한 영상을 뽑아냈다. 이제 막 발동이 걸린 터보 엔진 처럼, 서울과 지방으로, 미국과 뉴질랜드로, 말 그대로 세계를 무대로 동분서주하다. 욕심도, 꿈도, 하고 싶 은 것도 못해본 것도 많다. 그들의 익살 가득한 표정만큼, 아직 보여주지 않은 영상들이 지금껏 봐온 것들 이 상을 기대하게 한다. gdwproduction.com 76 SPECTRUM


P-ROD Skate Pack LX / Andy Warhol Protective Sleeve for MacBook Pro 15� (Camo) / Perforated Snap Case for iPhone 4 (Deep Vio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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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Lee McQuown / 포토그래퍼 Lee Solne 이솔네 photographer

제임스 / 모델

model

08/13

이솔네와 제임스는 각각 사진가와 모델로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개인 작업도 함께 하는 연인이다. 몇 달 전 이사 한 테라스가 있는 집에서 식물을 키우고, 동네 친구들과 즐겨 찾은 카페와 작은 술집 얘기도 나눈다. 제임스를 종 종 피사체로 마주하면 그 눈빛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솔네는 패션만이 아닌 기록하는 도구로 서의 사진도 담담히 이어왔다. 사진가와 모델의 ‘교감’을 말할 때 제임스의 깊은 곳에 감춰진 무엇을 가장 잘 끌어 낼 수 있는 사진가는 이솔네일 것이다. 그만큼 끈끈하게 이어져 있을 테니까. 78 SPECTRUM


Courier Messenger Backpack (Grade Jade) / Sling Pack for DSLRÂ / Andy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 (C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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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Hojun

송호준 / 아티스트, 스튜디오 hhjjj

artist, studio hhjjj

09/13

송호준은 미디어 예술가이자 ‘OSSI(오픈 소스 인공위성 구상(Open Source Satellite Initiative)’라는 이름 의 인공위성 제작 연구소 대표이다. 지상 최고로 강력한 무기를 만들고, 혼자 힘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 한 연구에 몰두한다. 동료의 말처럼 그는 잠을 거의 자지 않는다. MIT 미디어랩(media lab)에서 자신의 프로 젝트를 발표했고, 크리에이터 프로젝트(The Creators Project)의 일원으로 곧 파리와 리옹을 방문한다. 그 의 뿔테 안경 너머에는, 뜨거운 심장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초소형 인공위성이 우주에 떠 있을 날을 기다린다. hhjjj.com / twitter@opengod 80 SPECTRUM


Origami Workstarion for iPad and Wireless Key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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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Jihyung

최지형 / <쟈니헤잇재즈> 패션 디자이너

<Johnny Hates Jazz> fashion designer

10/13

최지형의 옷은 능수능란하게 줄 타는 재주꾼 같다. 여성이 입고 싶은 옷과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옷의 균형이 적 절하다. 누구보다 실루엣에 신경 쓰면서도 그녀의 옷이란 걸 알 수 있는 섬세함이 곳곳에 숨어 있다. 작은 쇼 룸의 작은 브랜드로 출발한 쟈니헤잇재즈는 몇 년 만에 서울을 대표하는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가 됐다. 서 울에서, 파리에서, 세계 곳곳에서 밀려드는 관심은 그녀의 브랜드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추신. 계절의 여왕이라는 봄에, 생의 반려자를 맞이하게 될 그녀에게 진심 어린 축하의 말을 전한다. johnnyhatesjazz.co.kr / twitter@hates_jazz 82 SPECTRUM


Andy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 (Camo) / Book Jacket for iP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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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Bumkyung

김범경 / 재지스포츠서울

<Jazzy Sport Seoul> label owner

11/13

김범경은 독립 음악 레이블 재지스포츠서울의 오너로, 다양성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단비 같은 음악을 전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친구와 만든 파티 기획자로서, 음악에 무한한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파티와 술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적도 있지만 스포츠 클라이밍(Sport climbing: 인공 암벽타기)을 만난 후로 그는 조금 달 라졌다. 그가 준비하는 스포츠와 음악, 그리고 패션을 결합하는 프로젝트는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카운터 밸런스(Counter Balance)’라는 이름으로. jazzysport.co.kr / twitter@jazzysportseoul 84 SPECTRUM


Courier Messenger Bag (Dove gray) / Craig Stecyk Sleeve for MacBook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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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ni Kang

강승현 / 패션 모델

fashion model

12/13

강승현은 뉴욕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패션모델이다. 세계적인 패션과 뷰티 브랜드 광고에서, 패션 잡지 와 TV에서, 런웨이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이름만 대면 아는 수많은 패션 잡지와 작업했지만 단순히 디자 이너의 옷을 입은 사람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프로듀서 이준엽, 스타일리스트 윤애리와 함께 ‘리본 프로세스 (Reborn Process)’라는 레이블을 만들고, 하나뿐인 빈티지를 재해석한 옷들을 뉴욕과 서울에 선보인다. 누 가 봐도 그녀는 예쁘다. 하지만, 타고난 외양을 넘어선 행동파적인 모습이 그녀 안에 있다. rebornprocess.com / twitter@hyonikang 86 SPECTRUM


Origami Sleeve for iPad (Fuch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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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aehyun

김재현 / <쟈뎅드슈에뜨> 패션 디자이너

<Jardin de Chouette> fashion designer

13/13

쟈뎅드슈에뜨의 옷에는, 보통 여성복에서 느끼기 어려운 ‘힘’이 담겨 있다. 고급스러운 소재 위에 얹은 커다란 스 터드와 색색의 그래픽, 과감한 실루엣은 디자이너 김재현이 그리는 당당하고 에너지 넘치는 여성상의 재현(再 現)이다. 논현동 언저리 새하얀 주택을 고친 쟈뎅드슈에뜨의 아틀리에에는 힘 있는 옷들이 걸린 행거와, 그녀가 손수 심고 물을 주며 키우는 다양한 식물과, 5월 햇살과 그녀의 보잉 선글라스 안에 스며든 여유로움이 있었다. 그녀에게 어떠한 뮤즈(muse)가 있더라도, 그녀 자신을 대체할 뮤즈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jdchouette.com / twitter@jdchouette 88 SPECTRUM


Andy Warhol Book Jacket for iPad 2 (Ca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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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ergen Teller

유르겐텔러 / 포토그래퍼

photographer

Special guest

노출의 ABC를 무시한 듯한 빛의 활용, 자연스럽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피사체, 우윳빛 감도는 쨍한 톤의 사진 을 본다면, 유르겐 텔러가 찍은 사진일 가능성이 크다. 대림 미술관에서 열린 국내 첫 번째 전시 <터치 미(Touch Me)>를 위해 방문한 그는,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와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의 캠페인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개인 작업을 함께 선보였다. 서울에서 보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스펙트럼과 만났 다. 스펙트럼은 언제나 그의 독자적인 시선을 주목한다. juergenteller.com 90 SPECTRUM


Sling Pack for DSLR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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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POWDE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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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파우더리 James Powderly

b., 1976 / Chattanooga / Tennessee / United States / Lives and Works in SEOUL/NYC 제임스 파우더리는 테네시 주의 채터누가에서 태어나 나사(NASA, 미항공우주국)의 프로젝트에 우주 공학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그는 나사에서 화성탐사차량(Mars Exploration Rover, MER) 프로젝 트에 참여하고, 아티스트 에반 로스(Evan Roth)와 함께 만든 그래피티 리서치 랩(Graffiti Research Lab, GRL)으로 기술 기반의 미디어 아트 활동을 보여준 엔지니어이자 아티스트, 그리고 디자이너 이다. 그래피티 리서치 랩은, 월드와이드웹(www)과 컴퓨터를 사용한 디지털 월드의 기술자들과 도 시 문화(urban culture)의 일원인 그래피티 아티스트들과 행동가들을 이어준 일련의 ‘오픈 소스 문화 (open source culture) 운동’이 되었다. 그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아이라이터 프로젝트(EyeWriter Project)는 눈동자의 움직임만으로 글을 쓰거나 그래피티를 하게 돕는 표현 수단으로, 루게릭 병에 걸 린 전신 마비 상태의 예술가 토니 콴(Tony Quan)을 위해 고안되었지만 비싼 의료 기기와 달리 실생 활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다수 사용했고 또한 그 과정을 웹사이트(eyewriter.org)에 공개했다. 제 임스 파우더리는 현재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에서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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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courtesy of JAMES POWEDERY, HOJUN SONG

interview & text /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 정재환 Jae Chung(JDZ) translation / 이민영 Mi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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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JUN SONG

송호준 Hojun Song

b., 1978 / S. Korea / Lives and Works in SEOUL / www.hhjjj.com 송호준은 ‘기술은 판타지다(Science is Fantasy)’라는 구호를 가지고 사회와 사람들에게 깊숙하게 관여하도록 목소리를 내는 테크놀로지 기반의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그는 대학교에서 전기전자파 공학 을 전공하고, 인공위성 회사 쎄트랙아이(Satrec Initiative)에서 근무하는 등 자신의 예술 작업에 대 한 기계공학적인 기반을 갖고 있다. 현재 그는 사회와 기술, 그리고 대중 사이에서 상호작용하는 예술에 집중한다. 그의 연구소인 스튜디오hhhjjj(Studio hhjjj)의 설명처럼, 최근 그의 작업은 ‘극한의 기술 을 사용하여 풀어내는 이야기(Use Extreme Technologies as Narratives.)’에 집중한다. 그것은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는 과학의 그늘, 즉 ‘극한의 힘’을 파괴가 아닌 유머와 진지함, 그리고 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작업이다. 그의 작업 전반에 깔린 오픈 소스 운동이나 인텔(Intel)과 함께 하는 크리에이터 프 로젝트(The Creators Project) 등을 통해 더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핵 낙진에도 녹 지 않고 항상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The Strongest Weapon In the World)’ , 개인이 쏘아 올리는 인공위성 프로젝트인 오픈소스 인공위성 운동(OSSI, Open Source Satellite Initiative) 등이 있다. 이것들은 모두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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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매거진의 다섯 번째 챕터 ‘갤러리’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재능 넘치는 두 명의 아티스 트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그 두 번째로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두 명의 미디어 아티 스트, 제임스 파우더리와 송호준이 만났습니다. 제임스 파우더리는 아티스트이자 과학 기술 자, 엔지니어로, 채터누가의 테네시 대학교University of Tennesse에서 음악이론과 작곡을 전공했 습니다. 그는 아티스트 에반 로스Evan Roth와 함께 설립한 그래피티 리서치 랩Graffiti Research Lab, 이하 GRL

을 통해 기술자들과 그래피티 아티스트, 즉 스트리트 아트와 오픈 소스open source에 기

반을 둔 쌍방향 소통과 테크의 결합을 시도했습니다. 또 다른 아티스트 송호준은, 고려대학교 전기 전자 전파공학부를 졸업하고 KAIST 전 ICU 공학부 대학원을 수료한 후, ‘과학은 판타지 다Science is Fantasy’라는 구호를 몸소 실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입니다. 그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극한의 기술에 개인의 판타지를 결합한 일련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핵 낙진에도 녹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와 개인이 쏘아 올리는 ‘인공위성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제임 스 파우더리와 송호준은 ‘기술technology’을 기반으로 ‘예술art’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을 낱낱 이 공개하고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는 오픈 소스 운동에 적극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습 니다. 이러한 공통점 덕분일까요? 두 명의 아티스트는 서로의 작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개인적 인 호감이 있었습니다. 94 SPECTRUM


홍석우(이하 Q): 송호준 작가님과 제임스 파우더리 교수님에 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송호준(Hojun Song, 이하 S): 사람들은 저를 미디어 아티 스트라고 하지만 굳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관심 분야 가 닿는다면 그게 뉴 미디어가 됐든 옛날 방식이라 일컬어지 는 표현수단이든, 음악이나 패션이든 상관없이 모든 수단으 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작가다. 요즘 관심 있는 작업 의 종류는 ‘극한의 기술’을 이용해서 사회 속에서 이야기를 만 드는 작업이다. 인공위성 기술, 방사능, 우라늄 목걸이, 이 세

요즘 관심 있는 작업의 종류는 ‘극한의 기술’을 이용해서 사회 속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이다.S

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등을 실제로 만들면서 사회 속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제임스 파우더리(James Powderly, 이하 J): 저는 현재 홍 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 제임스 파우더리이다. 나사의 우주 공학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화성탐사자동차MER의 바위 연마도구Rock Abrasion Tool, RAT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그 일을 그만둔 후 미국 뉴욕 아이빔 센터Eyebeam Art and Technology Center 의 오픈랩OpenLab 레지던시에서 만난 아티스트 에반 로스와 함께 그래피티 리서치 랩Graffiti Research Lab, 이하 GRL을 만들었다. GRL을 통해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작업을 선보인 셈이다. 나 사에서의 역할이 크리에이티브 분야이다 보니 기술자들 사이 에서 이단아 같은 느낌이었고, 아티스트 쪽에서는 기술자의 역할이라 이단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그 둘이 결합해 서 나만의 역할이 생겼다.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James Bond’라고 할까?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처럼 ‘새로운 무기가 나왔 다’라고 소개해주면, 어떤 이들은 필요 없다고 하고, 어떤 이 들은 그걸로 새로운 작업을 하는 거다.

Q: ‘제임스 본드’에서 무기를 만드는 박사님 같다. J: 그래피티 박사님? (웃음) Q: 수많은 예술의 표현 방법 중, 왜 그래피티를 선택했는가?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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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관심 있던 것은 아니었다. 조금 화가 나서 시작한 느낌이었다. 테크 일 자체가 정부가 자금을 대는 일이었고 제어 받는다는 느낌에 저항하는 기분으로 시작했 다. 나사에서 군부軍部에 관한 작업이 많았고 내 작업이 그렇게 쓰이는 것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됐다. 좋게 얘기하는 사람들 은 기술자는 중립적인neutral 위치에 있으니까 그 작업들이 좋 게도, 나쁘게도 쓰일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사실상은 그런 모 든 작업이 군사 목적으로 쓰이는 일이 많았다. 나사를 그만두고, 아이빔의 오픈랩에서 에반 로스를 만난 것 은 어떤 면에서는 행운이었다. 그와 함께 GRL을 시작할 수 있 었기 때문이다. 에반 로스는 그래픽 디자인을 비롯한 그래피 티에 대한 생각이 있었고 나는 해커의 도구가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융합할 수 있었다. GRL의 작업은 (나사에서처럼) 중 립적이 될 수 없다. 그래피티라는 것은, 호불호가 분명하기 때 문이다. 나사에서는 내가 힘을 갖고 있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GRL에서는 내가 작업을 제어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피티 아 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투자를 하고, 돈을 주고, 갤러리에다 아티스트가 그림을 그리게 한다. 반면 싫어하는 사람들은, 불 법이라면서 못하게 막는다. 보는 사람들의 시야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또한 GRL을 하면서 해커hacker와 그래피티 아티스트 사이에 유사점을 발견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는 도시 전체를 캔버 스로, 작업 공간으로 본다. 예를 들면 열차는 굉장히 비싼 운 송 수단인데, 거기에 그림을 그리면 그게 온 도시를 돌며 자동 으로 전시가 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해커 또한 컴퓨터의 고도 화된 기술 체계를 이용하는 것인데, 컴퓨터 안의 가상 세계 를 캔버스 삼아 작업한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기본적으 로 대담하고 용기 있다. 해커들은 일본의 오타쿠처럼 자기 세 계에 빠져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 둘에겐 공통분모가 있었 고, 그것을 이어주고 싶었다. 옛날에는 그래피티를 하면 몰래 하거나 도망가야 했다. 하지 만 우리가 하는 방식은, 하고 있어도 (어디서 하는지 모르니 까) 잡지 못한다. 건물에 손상을 입히지도 않고, 막을 수가 없 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당당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생중계 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요소들을 기술로서 실현할 수 있는 것 96 SPECTRUM


Graffiti Research Lab at Rotterdam James Powde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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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지금의 세계 흐름 또한,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점점 미 디어 아트에 많은 관심이 있다. 이러한 작업이 세계의 주류가 되는 중이다. 즐겁게 할 수 있고 관심 있는 것을 했을 뿐인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Q: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작품은, ‘과학은 판 타지다’라는 구호와 일맥상통한다. 그것에 대해 설명해달라. S: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의 아이디어는, 2006년 북 한 핵실험과 핵 폐기 문제가 큰 화제가 되었던 시기에서 얻었 다. 러시아와 미국 같은 강대국들은 핵을 갖고 있으면서 북한 에 정치적, 경제적인 압박을 가하는 모습을 봤다. 그 후 ‘폭탄 의 어머니Mother of Bomb ’라는 이름을 달고 핵폭탄보다 더 강력 한 무기가 러시아에서 나왔다. 그에 질세라 ‘폭탄의 아버지The Father of Bomb ’를

미국에서 만들었다. 보고 있자니 웃겼다. 계

속 더 강력한 무기, 군비를 만들며 견제하는 모습을 보며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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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송호준

가 가장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핵 폭발에도 절대 부서지지 않고, 아름다운 메시지를 내보내며, 진실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 장치가 달린 것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2006년의 첫 번째 프로토타입은 구球 모양 이었다. 방사능 센서가 들어 있어서 핵폭발이 일어나면 메시 지가 나오는 것이었다. 2010년의 두 번째 작품은 망치로 세 게 후려치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나를 때려 도 사랑해주겠다는 것으로, 공격당할수록 사랑을 느낄 수 있 는, 어떤 의미에서는 조롱이었다. 지금도 계속 정말로 핵폭발 에 견딜 수 있는 기술들을 찾고, 그걸 만들기 시작함으로 인해 사람들이 웅성거릴 수 있는 반응을 유도한다.

Q: 두 분이 처음 만났을 때의 얘기도 궁금하다. J: 2008년에는 촛불집회와 인터넷 실명제 논란 같은 사회적 인 이슈가 많았다. 그때, 홍대의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에 서 큐레이터 박소현이 기획한 <실험실 01: 사회적 개입Social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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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embled phallus 송호준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바’에 대한 것이다. 이 융합의 장점이라면, 전달하는 프로세스가 기존 미디어가 가진 속도에 비해 훨씬 빠르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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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Intervention>이라는 전시에 참여했다. 거기서 소현 씨 소개로 호

준을 만났다. 우리 둘 다 경찰이 개입하고, 미디어가 조종당 하는 사회 문제에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인터넷 실명제라든지, 경찰들이 시위할 때 카메라로 시위하 는 사람들 얼굴 사진을 찍고, 벌금을 물린다든지 가게 문을 닫는다든지 하는 제재가 가해질 때, 그 안에는 테크가 들어갔 다. 사람들은 점점 시위에 참여하지 않고, 목소리가 작아지 고, 관심을 끊게 됐다. 그것은 테크에 연결된 일이었고 그런 쪽 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이 통하 겠다 싶어서 이어졌다. 호준은 서핑도 하고, 멋진 친구였다. 그런 것도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됐다. (웃음) Tony Quan wearings EyeWriter

S: 알고 보니 스노보드였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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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분은 아트와 테크의 경계에서 그것들을 융합하는 작업 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테크를 이용해 만든 작품으로 끝나 는 게 아니라, 꾸준히 테크를 이용해 소통한다. 사람들에게 어 떤 영향을 끼치고 싶은가?

S: 아트와 테크는 원래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산업사회에 들 어와서 실용적으로 분야를 나눈 것이다. 두 개의 경계에 있다 기보단, 원래 모든 사람은 그 경계에 있다. 단지 내가 하는 작 업이 당연한 그 경계 속에서 이것저것 이용하다 보니까, 요즘 뜨는 말로 ‘융합’이라는 카테고리에 놓인 게 아닌가 한다. (아 이폰을 가리키며) 지금 우리가 보는 이런 것을 기술이라 부르 지만 (컵을 가리키며) 이것도 기술이었고, 활이나 유화 같은 것 또한 엄청난 기술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테크라는 말을 지 금처럼 쓰지 않았던 시점이었을 뿐이다. 사실, 기술이란 것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인간이 만든 거니까. 영화 <터미네이터> 를 보면 기계와 인간의 대립 구조가 있는데, 사실 기계도 사람 이 만든 것이지 어디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융합이 란 말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기술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발전했기 때문에, 기술을 습득하는데 당연히 오랜 시간을 써야 한다. 나는 기술이 습득 102 SPECTRUM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기본적으로 대담하고 용기 있다. 해커들은 일본의 오타쿠처럼 자기 세계에 빠져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 둘에겐 공통분모가 있었고, 그것을 이어주고 싶었다.J


Graffiti Research Lab with F.A.T. Lab Kan-eyes Graffiti Research Lab with Tony Quan a.k.a. TEMPT ONE James Powde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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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ffiti Research Lab at Roma James Powde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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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업은 1퍼센트가 이해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이 주체적으로 개입하고 상호작용하면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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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in triggered old arcade VJing machine. co-worked with VJ Ziro, at Zero One Design Center DIY Nuclear Fusion Reactor Docu. Familia Robot Exhibition, Buenos Aires etoy x OSSI 송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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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용하는 것뿐이라는 표현이 더 맞

그의 비디오 작업을 보면 제임스가 왜 그걸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은 아티스트로서 가장 중요한 점이다. ‘왜 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 말이다. 다른 모든 작업을 하는 사람들, 어떤 기술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중요하다.S

지 않을까. 기술은 우리 사회와 주변을 다 둘러싸고 있지 않 나. TV 보고, 자동차와 비행기를 타고,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쓰는 상황에서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로 작업할 뿐이다. 뭔가 를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로서는, 우리 주위를 둘러싼 많은 것, 대표하는 것을 이용하기 나름이다. 조금 더 빨리 지식을 습득 했다는 면에서 융합처럼 보이지만 몇십 년이 지나면 다들 그것 을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Q: 시간이 흐르면, 아트와 테크의 융합에 대한 화두가 자연스 러운 상황이 될 거라는 건가? S: 그렇다. 공책에 펜으로 글 쓰듯이, 의자에 색칠하는 것 같 은 느낌일 것이다. 남들보다 조금 더 먼저 생각해서 이슈가 된 것이지, 본질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 나 ‘그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바’에 대한 것이다. 이 융합의 장 점이라면, 전달하는 프로세스가 기존 미디어가 가진 속도에 비해 훨씬 빠르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물론 테크의 특징이다. 인터넷의, SNS의 특징이다. 그 러면 조금 더 효율적이고 신선한 방식의 작업이 일어날 수 있 지 않을까 싶다. 하나 덧붙이자면, 테크는 지금도 과도기라는 것이다. 내가 하는 작업에 대해서는 법제화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우왕좌왕하는 시점이다. 그게 재밌는 관점이 된 거다. 우리에게 있어 기회라고도 생각한다.

J: 나는 기획자impresario로 보이고 싶다. 나는 전문 해커도, 전 문 기술자도, 전문 그래피티 아티스트도 아니지만, 그것들을 모아서 대중에게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었다. 그래서 내 작업을 보는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연결하고 보여주는 기 획자 혹은 제작자producer로 인식했으면 좋겠다. 요즘 정말 관심 있는 것은 엔터테인먼트인데, 예술 작품을 박 물관에서 볼 때 하루에 천 명이 본다면, 프로그래머들이 활동 하는 웹에 클릭하는 사람들은 몇천에서 몇만 명이고, 유튜브 YouTube 는 하루에 몇천 만명을 넘는 사람들이 볼 것이다. 유튜

브에서 내가 감탄하는 것은 관객과 소비자, 제작자가 한 장소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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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있다는 점이다. 내 작업도 그렇게 보였으면 좋겠다. 박물 관에는 관심 있는 사람들만 간다. 유튜브는 아무나 다 본다. 그래서 다양한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상업적인 커뮤니티를 싫 어하는 아티스트도 있지만 나는 재미있다. 보통 아티스트들이 테크를 이용할 때 범하는 가장 큰 결핍 중 하나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재미를 놓치는 것이다. GRL이나 아이라이터 등의 과정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얻 고, 테크가 더 대중화될 수 있다. ‘나도 해볼래’ 하면서 더 퍼지 는 것이다. 내 작업은 1퍼센트가 이해하는 것이 아닌, 모든 사 람이 주체적으로 개입하고 상호작용하면서 받아들이기를 바 란다. 나는 한 가지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좋은 점을 볼 수 있다. 대중들이 그걸로 쉽게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을 만들고 싶다.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동떨어져 있고 즐기는 사람만 즐긴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그것을 좀 더 대중화시키 는 발판을 만들고 싶다.

Q: 2008년의 첫 만남 이후 많은 소통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서로의 작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당 신들의 공동작업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J: 호준을 소개받을 무렵 주위에서 그는 ‘한국판의 나’라고 얘 기했다. 막상 호준을 만나보니, 내가 가장 들떴을 때의 나였 다. 더 경험 있는 기술자이고, 음악도 더 잘 연주하고, 보드 도 잘 타는 사람이었다. (웃음) 호준의 작업을 보면, 호준의 작업은 테크에 대해 경험이 많을 뿐 아니라 예술에 더 가까이 접근한다. 그저 D.I.Y.do-it-yourself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삶 의 여러 단편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사랑이나 위험처럼 다양 한 감정들 말이다. 나는 항상 중립적인 부분에 대한 결핍을 넘어서 오픈 소스의 잠재력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의 작업은 이미 여러 면에서 그 걸 보여주고 있었다. 항상 생각하던 오픈 소스와 테크의 결합 은 물론, 지식의 위험성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보여 주고 있기에 그의 작업이 중요하다. 아직 나는 지식이 극한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를 본 적이 없다. 우연히 그것을 보여준 사람도 있겠지만, 호준은 의도한 상태 108 SPECTRUM

Apple 송호준

Eyewriter-Quad James Powde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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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작업을 이어왔다. 또한 여타 젊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테크 자체의 기술적으로 멋진 점에 치중하는데, 호준은 그들 이 무시하는 테크의 무서운 점을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런 양면성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 깊었다. 미적인 스타일보다 다른 이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것을 드러내는 모습을 작업에서 보여주는 것이 말 그대로 오픈 소스와 일치하고 일관성 있다. 그리고 호준은 절대 잠을 자지 않는다. 호준이 알려준 카페인 이 듬뿍 든 건강 드링크는 엄청나다. (웃음)

S: 제임스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GRL의 비디오를 보고 작 업을 좋아했다. 처음 제임스를 만났을 때 공통관심사가 많은 걸 알고 더 관심이 생겼는데, 그러면서도 항상 GRL의 작업 안에서 제임스의 역할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제임스가 스스 로 전달자communicator이자 전략가strategist라고 소개했듯이, 제임스는 자기 작업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소통되고 받아들여 지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의 비디오 작업을 보면 제임스가 왜 그걸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은 아티스트로서 가장 중요한 점이다. ‘왜 하는지’ 를 보여줄 수 있는 것 말이다. 다른 모든 작업을 하는 사람들, 어떤 기술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굳이 공동작업이라고 설정하지 않아도, 이렇게 얘기 하고 소통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같이 일하는 것으로 생각한 다. 마지막으로 나는, 제임스가 서울에 있으니까 서울에 관련 된 또 다른 많은 작품을 보고 싶은데, 예전부터 둘이 얘기해왔 던 ‘오픈 김치 프로젝트’를 생각해본다. 김치를 만드는 전통적 인 방법이 비밀리에 부쳐져 있는데, 그냥 우리나라 전통 김치 만드는 비법을 공개하자는 거다. 그러면 세계적으로 홍보도 더 잘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베를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갖 고 김치를 만들어보고, 각국에서 만들 방법을 제시하는 거다. 그러면 각종, 지역적인 비밀리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공개함 으로써 다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뭔가를 더 알리 고 싶으면, 공개하라는 것. 오픈 소스 문화 운동의 또 다른 형 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s 이 인터뷰는 2011년 5월 11일 수요일, 서울의 이리 카페에서 진행되 었습니다. 110 SPECTRUM

항상 생각하던 오픈 소스와 테크의 결합은 물론, 지식의 위험성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보여주고 있기에 그의 작업이 중요하다.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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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Product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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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케이스에서는 새롭게 출시된 iPad 2, New MacBook Air 를 위한 다양한 제품은 물론, 기존에 출시한 Perforated 스타일을 재해석한 다양한 케이스 등 여러 새로운 제품을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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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ated Collection 인케이스의 Perforated Collection은 Apple의 새로운 제품을 위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컬렉션은 모든 제품 군에 적용되며 각각의 케이스는 최대한으로 경량화 되도록 설계되 었으며 시각적 임팩트와 미니멀한 모습을 제공합니다.

1. Perf Snap Case for iPhone 4 2. Perf Snap Case for iPod Touch 4 3. Perf Hard Shell Case for MB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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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oy Collection 합금처럼 요소의 총합보다 소재의 조합이 뛰어난 Incase의 Alloy Collection은 가방과 슬리브에 프리미엄 소재를 사용하였습니 다. 테크널러지의 진보에 영감을 받은 컬렉션의 거친 표면은 새로운 테크널러지의 차원을 반영하고있습니다.

1. Alloy Messenger Backpack 2. Alloy Backpack 3. Alloy Compact Backpack 4. Alloy Campus Pack 5. Alloy Messenger Bag 6. Alloy Sleeve for MB Pro 15”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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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ier Collection Incase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떠한 환경속에서도 사용에 용의한 최상의 제품을 제공하는것 입니다. 열악한 환경속에서 근무하는 메신져들의 요구에 적합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 닙니다. Courier Collection은 모든 커리어들이 기대하는 내구 성, 방수기능, 편리성들이 특싱입니다.

1. Courier Messenger Bag 2. Courier Messenger Backp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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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lon Collection 진보적인 디자인 원칙과 모든 기능의 목적은 Incase의 Nylon Collection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입니다. 인조 모피안감, 인체 공 학적 디자인, 강화된 노트북 수납 공간, 방습방한에 강한 내구성 높은 구조는 최상의 편안함과 스타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보호기 능을 제공합니다.

1. Nylon Backpack 2. Nylon Compact Backpack 3. Nylon Sling Pack 4. Nylon Campus Pack 5. Nylon Messenger Bag 6. Nylon Protective Sleeve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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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ted Canvas Collection 현대적인 디자인과 최고의 기능성이 특징인 Incase의 Coated Canvas Collection은 세련된 라인과 사려 깊게 마련된 기능을 자랑합니다. 내구성이 우수한 코튼 캔버스를 사용한 이 컬렉션은 방습코팅 마감으로 내구성을 더욱 높이고 특별한 질감까지 갖추 었습니다.

1. Coated Canvas Backpack 2. Coated Canvas Shoulder Bag 3. Coated Canvas Sle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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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2 Incase의 iPad 2용 제품은 혁신 적인 기기에 걸맞는 다양한 기능 과 보호기능을 제공합니다. 기존의 iPad케이스중 가장 인기있었 던 북자켓과 매거진 자켓을 재설계했으며 iPad 2 제품뿐만 아니라 무선키보드용 케이스도 제작하고있습니다. 124 SPECTRUM

1. Magazine Jacket for iPad 2 2. Book Jacket for iPad 2 3. Origami Workstation for iPa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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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MacBook Air Incase의 MacBook용 제품은 정밀한 기술을 이용한 보호와 현 대적인 디자인의 미학, 개개인의 선택의 다영성을 위해서 제작되 었습니다. 각각의 케이스와 슬리브는 안목 높은 MacBook 사용 자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1. Perf Hardshell Case for MB Air 2. Neoprene Sleeve for MB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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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e news 인케이스 x 10 꼬르소꼬모 x 빅뱅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Incase x 10 Corso Como Seoul x BigBang Collaboration Project

2011년 3월 24일 저녁 8시, 서울의 대표적인 라이프 스타일 콘셉트 스토어 꼬르 소 꼬모 서울의 3주년을 위한 공동작업을 기념하는 파티가 열렸다. 이번 공동작업의 주인공은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팝스타가 된 빅 뱅으로, 인케이스의 아이폰 케이스와 랩탑 슬리브를 비롯하여 빅뱅이 직접 디 자인한 스컬 티셔츠, 베이스볼 점퍼를 선보였다. 파티에서는 빅뱅이 직접 제 품을 소개하고 럭키 드로우 이벤트를 여는 등, 참여한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특히 인케이스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인 아이폰 케이스와 랩탑 슬리브는 오프닝 당일, 매장에 선보이자마자 순식간에 품절되며, 인케이스와 10 꼬르소꼬모, 빅뱅의 저력을 보여 주었다. 126 SPECTRUM

10 꼬르소 꼬모 서울(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79번지, 02-3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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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e news 인케이스의 앤디 워홀 컬렉션(Incase for Andy Warhol), 아시아 최초의 국내 런칭 이벤트

Incase for Andy Warhol’s first showcase in Asia at Frisbee

2011년 5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국내 최대 애플 제품 전문 스토어 프리스비(Frisbee) 명 동점에서 아시아 최초의 ‘인케이스 앤디 워홀 컬렉션 런칭 오프닝 이벤트’를 마쳤다. 앤디 워 홀과의 콜라보레이션이 패션과 뷰티, 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보인 사례가 있지만, 테크 관련 브랜드로서는 인케이스가 최초로 선보이며 그 의미를 더했다. 이벤트 운영 기간, 인케이 스가 준비한 다양한 선물과 인케이스의 앤디 워홀 컬렉션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기회가 마련되어 많은 일반 소비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인케이스의 앤디 워홀 컬렉션은 대중들이 사랑하는 그의 1960년대 대표적인 작품인 카모플라쥬 시리즈와 바나나 스크린 프린트, 플 라워 프린트와 카우 프린트, 달러 사인을 이용한 Snap Case for iPhone 4(70,000원)와 15” Protective Sleeve for MacBook Pro(105,000원), Shoulder Bag(280,000 원)의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인다. 128 SPECTRUM

프리스비 명동(서울시 중구 명동2가 33-6, 02-318-7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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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www.incasestore.co.kr

서울

홍대 프리즈비 02-323-1765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58-12

목동 에이샵 02-2163-2635 서울시 양천구 목1동 916번지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1층

강변 아이샵 02-3424-6228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 546-4 테크노마트판매동 6층

미아 에이샵 02-2117-1863 서울시 성북구 길음3동 20-1현대백화점 미아점 7층

광화문 핫트랙스 02-3700-6577 서울시 종로구 종로 1가 1번지 교보빌딩 지하 1층

반포 에이샵 02-3479-6187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19-3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 신관 5층

구로 인터스포츠 02-2624-3120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60-3

삼성 에이샵 02-6002-1620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1 코엑스몰 폭포길 N23 삼성 에이샵 02-3467-8373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7번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층 서대문 에이샵 02-3145-2944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30-33번지 현대백화점 U-PLEX점 9층 압구정 에이샵 02-548-6177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494번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WEST 5층 압구정 에이샵 02-3449-5485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429번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지하1층 영등포 에이샵 02-2638-2730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42 신세계 타임스퀘어 2층 영등포 에이샵 02-2639-1464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34-5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B관 6층 신촌 에이샵 02-3145-2944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30-33번지 현대백화점 신촌점 9층 천호 에이샵 02-2225-7094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455-85번지 현대백화점 천호점 11층

노원 컨시어즈 02-938-2773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606-14 논현 로닌 070-8282-3502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16-14 한일빌딩2층 명동 에이랜드 02-318-7654 서울시 중구 명동 2가 53-6 목동 핫트랙스 02-2648-6873 서울시 양천구 목동 917-1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문정 인터스포츠 02-431-7082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108-5 반포 블루핏 080-595-1155 서울시 서초구 반포1동 19-3 수유 핫트랙스 02-995-9961 서울시 강북구 번동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선릉 에이라이프 02-2051-2015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07-27번지 역삼아이파크타워 1층 시청 에이라이프 02-754-2015 서울시 중구 회현동1가 202 1층 신사 에이랜드 02-542-7639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5-2 신사 플로우 02-515-8050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4-3 102 압구정 카시나 02-3443-8148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63-16 다울빌딩 압구정 라이풀 02-544-1793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61-14 2층

건대 프리즈비 02-2218-3195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227-342번지 1층 S101호

압구정 플랫폼 플레이스 02-742-4628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5-27

명동 프리즈비 02-318-7120 서울시 중구 명동2가 33-6

이대 윌리스 070-7732-8862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45-10

서초 프리즈비 02-536-1050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03-35 데시앙루브 1층

잠실 핫트랙스 02-417-9961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7-18 롯데캐슬골드 지하 1층

신촌 프리즈비 02-335-0471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30-3 2층

종로 어노인팅 02-2269-2028 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 107-2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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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케이스(Incase) 전국 스토어

천호 에이샵 02-2225-7094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455-85번지 현대백화점 천호점 11층 청량리 넵툰 02-3707-1866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620-69 롯데프라자 청량리점 1층 청담 10 꼬르소 꼬모 02-3018-1010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79번지 청담 오렌지스펙트럼 02-517-0702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32-6 현대빌딩 5층

천안시 신부동 354-1번지 갤러리아백화점 천안점 4층 대전 프리즈비 042-221-7041 대전시 중구 은행동 45-6

충북 청주 인터스포츠 043-221-3140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1가 106번지

경북 경기 분당 에이샵 031-776-8000 경기도 성남시 서현동 266-1번지 분당퍼스트타워 지하 1층 수원 에이샵 031-898-8761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125-1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7층 일산 에이샵 031-924-2200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2611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7층 일산 에이샵 031-924-2200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2198-2 전자랜드 일산점 1층 중동 에이샵 032-623-2719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64 현대백화점 중동점 7층 중동 에이샵 032-323-7161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 1056-1 수원 에즈샵 031-250-9909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2가 40-1 동인트루빌 110 성남 핫트랙스 031-753-9961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1동 5542번지 교보생명빌딩 안양 핫트랙스 031-442-9961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 4동 676-1 CGV일번가 4층

충남 대전 에이샵 042-485-6177 대전시 서구 둔산2동 1036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 7층 천안 에이샵 041-551-6177

대구 원트릭샵 053-428-0560 대구시 중구 삼덕동 1가 대구 핫트랙스 053-425-9961 대구시 중구 동성로 2가 88-25번지 교보생명빌딩

경남 부산 에이샵 051-802-9201 부산시 진구 부전동 168-291 부산 에이샵 051-667-0775 부산시 동구 범일동 62-5번지 현대백화점 부산점 7층 울산 에이샵 052-228-0756 울산시 남구 삼산동 1521-1 현대백화점 울산점 7층 진주 에이샵 055-791-1793 진주시 평안동 195번지 갤러리아백화점 진주점 6층 부산 프리즈비 051-745-2661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495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4층 부산 프리즈비 051-245-1035 부산시 중구 광복동 2가 8-2번지 부산 프리즈비 051-808-0947 부산시 진구 부전동 242-19 부산 핫트랙스 051-819-9961 부산시 진구 부전2동 536-3 교보생명빌딩 창원 핫트랙스 055-264-9961 창원시 상남동 78-3 창원마이우스 웰빙랜드 지하 1층 디지털존

전북 전주 핫트랙스 063-288-3700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96-1 엔떼피아빌딩 1층 SUMM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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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2 / SUMMER 2011

Publisher

양준무 Joon Yang

Publishing Director 김세일 Seil Kim Editor

홍석우 Sukwoo Hong Assist. 이주용 Juyong Lee

Designer

유영아 Younga Yoo 김기범 Kibum Kim

Photographer

정재환 Jae Chung (Studio BONE) -

Contents Manager 백은영 Lily Baek Contents Supervisor 리치 림 Rich Lim Distribution Manager 한재훈 Jay Han Contributing Editors

최재혁 Jaehyuk Choi, 홍범석 Eden Hong 이로 iro, 홍보라 Bora Hong, 곽민석 Minseok Quuax 성기완 Kiwan Sung , 박수만 Suman Park

Contributor

이민영 Min Lee

©2011 Spectru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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