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Issue 04. WINTER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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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04 / WINTER 2011

A LOOK FORWARD 2012 JOE TAN & MARKUS DIEBEL EDDIE KANG HYEONSEONG KIM KISIK PYO


Textured textiles. The Terra Collection



Editor’s Letter 에디터의 서문을 쓸 때마다 시간이 무척 빠르게 흐르는 것을 실감한다. ‘유독 비가 잦은 여름’이 었다고 회상한 지난 호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네 권째 서문을 쓴다. 2010년 초겨울, 우연한 논 의로 시작한 계간지가 어느덧 일 년을 고스란히 채워 가며 새로운 걸음을 준비한다. 직사각형 테이블에 모여 처음 스펙트럼을 기획할 때, 첫 호와 두 번째 호가 나왔을 때, 다사다 난했던 세 번째 호를 마무리했을 때마다 느꼈던 감정은 제 각각이었다. 하지만 일 년 동안 네 권 을 만들면서 스펙트럼의 ‘인터뷰’를 읽은 이들에게 느낀 바를 듣고, ‘픽토리얼’로 인해 드러나지 않았던 서울의 새로운 작업들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하며, 두 명의 예술가가 대화하는 ‘갤러 리’를 통해 새하얀 갤러리 안의 알고리즘에 그치지 않은 예술 이야기를 풀어냈을 때 받은 감정 들, 그리고 훌륭한 필자들의 참여로 하나의 현상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엿본 ‘아티클’ 섹션을 모 아 하나씩 책으로 만든 것은, 벅차고 감개무량한 작업이었다. 고작 잡지 비스름한 것 몇 권 만 들고 호들갑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빛을 본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작은 잡지에 실수와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열정 가득한 동시대 사람들을 고스란히 모은 작업에 동참해주었던 이들에게 진심 으로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지난 세 권을 연달아 본 이들은 느낄지도 모르지만, 스펙트럼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조금씩 변화해왔다. 종이 출판물 안에서 본질적인 부분을 놓지 않되 점점 스펙트럼이 하고 싶은 이야 기,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이 확장된 까닭이다. 이번에는 말 그대로 스펙트럼을 조금 넓히고, 어 느 부분에선 기존에 유지했던 틀을 조금 비틀었다. 지금까지 다룬 인터뷰 중 첫 호의 크루crew 를 제외하고 가장 젊은 인터뷰 대상자interviewee가 들어갔다. 주로 순수 예술가들을 다뤘던 갤러리 에서는 상업 사진과 개인 작업, 심지어 출판과 영상까지 넘나드는 두 명의 사진가가 만났다. 또 한, 스펙트럼의 바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케이스Incase의 공동 설립자와 디자인 담당 부사장 Chief Design Officer, CDO도 만났다. 그들이 꺼내 보여준 이야기들을 편집하면서, 그 시간과 공간감

이 떠오르고 어서 이 기분을 완성된 책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누를 길이 없다. 위에서 제 각각의 감정을 느꼈다고 했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중심에 둔 가치는 있다. 이 잡지 를 접한 이들이 여러모로 변화무쌍한 도시인 ‘서울’을 중심으로 우리가 바라본 현대사회와 문 화의 지평에 대하여, 공감이든 비판이든 어떠한 시각을 갖고 바라보았으면 하는 점이다. 우리 는 그것을 위해 서울을 여행하고, 때로는 외국의 창조자들을 섭외하고, 때로는 비슷한 공통점 을 가진 창조적인 친구들과 협업했다. 그 안에서 펼친 즐거움과 담론이 이 책 안에 녹아 있다. 즐 겁게 감상해 주시길 바란다. Editor 홍 석 우 4 SPECTRUM


Contents

ISSUE No.4 / WINTER 2011

02 Editor’s Letter 04 Archive History of Incase Ryan McGinness Arkitip

18 People Joe Tan & Markus Diebel Eddie Kang

44 Article A LOOK FORWARD 2012 Fashion - 홍석우 Design - 박창용 Art - 김정은 Book - 이로 Street - 서옥선 Music - 이용의 Tech - 김진호 Travel - 김소정

62 Pictorial INCASE MEETS innovative people in this city

94 Gallery Kim Hyeon seong vs Pyo Kisik

110 Product 136 Store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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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History of Incase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인케이스 Incase는 단순한 캘 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을 뛰어넘어, 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인케이스는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한 도전 정신과 서브 컬쳐를 절묘하게 접목해, 애플의 사용자뿐만이 아닌 Fashion과 Art, Design, Music, Street, Tech 분야에 관심이 있는 모든 소비자층 에게 사랑받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케이스의 제품들은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하 는 훌륭한 소재들과 우수한 색감, 그리고 휴대와 수납이 용이한 실용 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며, ‘A Better Experience through Good Design 훌륭한 디자인을 통한 탁월한 경험’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충 족하는 모든 제품군은 애플의 기기들은 물론, 다양한 연령층과 직종,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포토그래퍼와 스케이트 보더, 그래피티 아티스트, 언더그라운드 뮤지 션 등 각자의 직종과 근무 환경에도 최적화되는 인케이스의 다양한 시 각과 시도들은 그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강한 만족감과 제품 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내며, 국내외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의 하이테크 액세서리 시장은 블랙과 그레이 등 다소 어둡고 차분 한 컬러의 무채색 일변도로 컬러풀한 색상과 새로운 소재의 시도가 다소 부족한 상황이었고, 소비자들 또한 기존에 출시된 제품들의 틀에서 크 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시장에서 인케이스는 새로 운 소재와 컬러, 제품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혁 신적인 디자인의 제품들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인케이스는 제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은 완벽히 유지하 며,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컬러, 그리고 수준 높은 프로텍트 기능의 제품들과 국내 외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소비자들 에게 가깝게 다가설 것이다. 6 SPECTRUM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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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Ryan McGinness Leading Pioneer of the New Semiotics www.ryanmcginness.com 8 SPECTRUM

Šimage courtesy of Ryan McGinness Studios, Inc.


33 Women , 2010 enamel on wall with light fixtures

라이언 맥기네스Ryan McGinness는 기업 로고나 현대적인 비주얼 아이콘을 회화, 조각, 설치 작품 등으로 광범위하게 재해석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출신의 아티스트이다. ‘하이퍼 컬 러Hypercolor’라고 칭하는 폭넓은 어휘의 시각적 효과를 사용한 그래픽 디자인으로 유명한 그는 “새로운 기호학의 선구적인 개척자leading pioneer of the new semiotics”라고 평가받고 있다.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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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Ryan McGinness 라이언 맥기네스Ryan McGinness는 1972년 태 어나, 미국 중동부 주mid-Atlantic states 중 하 나인 버지니아Virginia 주의 버지니아 해변에 서 스케이트와 서핑 문화에 몰두한 어린 시 절을 보냈다. 그의 우상 앤디 워홀Andy Warhol 이 다닌 펜실베이니아의 카네기 멜론 대학 교Pennsylvania’s Carnegie Mellon University에서 앤드 루 카네기 장학생Andrew Carnegie Society Scholars 으로 공부하며 앤디 워홀 박물관Andy Warhol 에서 인턴을 거친 후, 현재 그는 뉴욕

Museum

의 차이나타운China Town에서 작업을

New York

하며 생활하고 있다. 라이언 맥기네스의 작업은 수많은 것에서 영감을 얻고, 모작 작가들과의 협업을 포함해 다른 아티스트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해석되거나 적용되는 작품에 관심을 둔다. 1990년대 중반 그 의 등장을 기점으로, 그는 계속해서 주류 문화에 단단히 자리매김하며 예술 세계의 벽을 허물 었다. 기업 로고와 현대적인 비주얼 아이콘을 회화, 조각, 설치작품 등으로 광범위하게 재해 석하는 그를, 보그VOGUE에서는 ‘새로운 기호학의 선구적인 개척자’로 평가했으며 뉴욕 타임스 는 ‘지난 10년간 맥기니스는 예술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의 워홀적인 혼합Warholian

New York Times

의 팝 아이코노그라피Pop Iconography; 팝아트의 도상적 연구를 뜻함. - 편집자 주 와 실크 스크린에 감사한다’라

mix

고 전했다. 그는 동서양을 종횡하며 셀 수 없이 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해왔으며, 실크 스크린을 기본으로 한 기호와 도상적 개체를 레이어드 효과와 선을 이용 한 이미지 표현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재는 ‘여성 ’ 시리즈를 상징화하여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Women

또한 그는 인케이스를 포함해 각종 매체와의 협업으로 다양하고 기발한 색의 조합을 선보인다. 맥기네스의 작업은 미국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s, , 버지니아 미술관Viginia Museum of Fine Arts, 샌디에이

MoMA

고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San Diego, MCASD, 신 시내티 미술관Cincinnati Art Museum, 스페인의 카스티야 이 레온 현대미술관Museo de Arte Contemporáneo de Castilla y León, MUSAC

과 일본의 미스미 컬렉션Misumi Collection in Japan의 상

설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10 SPECTRUM

A Whore in the Kitchen, 2011 acrylic on wood panel


Roy G. Biv., 2009 acrylic on 7 wood panels in aluminum frames

Ryan McGinness Works Exhibition, 2009 installation view, Deitch Projects, New York

Ryan McGinness, Installationview Exhibition, 2005 installation view, Deitch Projects, New York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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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Ryan McGinness Capsule Collection 라이언 맥기네스는 기업 로고나 현대적인 비주얼 아이콘을 회화, 조각, 설치작품 등으로 광범위 하게 재해석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출신의 아티스트입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의 카네기 멜 론 대학에서 장학생으로 선출되며 페인팅을 배웠고, 앤디 워홀 박물관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이 리미티드 에디션 캡슐 컬렉션은 라이언 맥기네스와의 파트너십으로 이루어졌으며, 인케이스 를 위하여 특별히 작업한 그의 작품이 프린트되었습니다. 이 특별한 아트워크는 그의 라저 블랙 홀larger Black Hole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블랙홀과 빛, 물질의 붕괴와 함께 우주에서 펼쳐지는 환 상적인 빛,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s; 사상(事象)의 지평선이란 뜻으로 블랙홀의 바깥 경계를 나타내는 천문학 용어. - 편집자 주” 에서 영감을 받은 이 시리즈는 우주와 인간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이 패턴화된 페인팅은 우주의 물리 이론을 형상화하는 동시에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마음까 지 움직입니다. 12 SPECTRUM


Ryan McGinness Shoulder Bag for 15” MacBook Pro 캔버스 코팅 소재로 제작된 Shoulder Bag은 내구성이 우수한 코튼 캔버스 구조 위에 Ryan McGinness 의 아트워크가 그려져 있는 제품입니다. 또한 누빔 처리한 내부는 강한 노트북 보호를 자랑하며 실용적인 수납공간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Ryan McGinness Protective Sleeve for 15” MacBook Pro 캔버스 코팅 소재로 구성된 Protective Sleeve는 내구성이 우수한 코튼 캔버스 구조로 방습 기능 또한 강화했습니다. 내부는 Ryan McGinness의 아트워크로 누빔 처리되어 있어 외부 충격이나 스크래치로부터 노트북을 안전하게 보호해줍니다.

Ryan McGinness Snap Case for iPhone 4S and iPhone 4

Ryan McGinness Snap Case는 하드셀 플라스틱 소재로 구성되어 있어 내구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인케 이스가 자랑하는 플래시 링Flash ring 디자인으로 사진 촬영 시 왜곡 없이 깨끗한 촬영을 가능하게 합니다.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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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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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팁Arkitip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예술 및 문화Art & Culture

잡지입니다. Arkitip은 아트워크, 프린트, 매거진

의 형식을 통해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핸 드 넘버링한 1,000부에서 2,000부의 수량을 한정 발행하 며, 잡지 안에는 각 아티스트의 작업물과 사진 등이 게재되 어 있습니다. 출력물로 다 표현하지 못한 아트워크는 각 아티 스트 및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매 호 부록으로 증 정합니다. 슈프림Supreme과 협업하여 증정한 핑거보드, 크링크Krink社와 만든 크링크 펜Krink Pen, 뉴욕의 포토그래퍼 피터 베스테Peter 와 함께 제작한 티셔츠 등은 잡지 자체의 소장 가치에 더

Beste

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인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모 든 아티스트의 작업을 보다 다양한 경로로 소개하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Arkitip의 세 가지 설립 원칙은 ‘예술을 후원한다Support the ’ ‘표현의 자유를 증진한다Promote freedom of expression’ ‘예술

arts

을 감당할 수 있고 접근하기 쉽게 한다Make art affordable and ac’입니다. 이것에 맞춰 여러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개하

cessible

고, 출판하고, 이러한 작업을 지켜보는 독자들과의 상호작용 으로 또 다른 개별 작업과 전시로 이어진다는 점은 아키팁의 커다란 장점입니다.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예술을 친숙하 게 보여주고,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도구로서 아트북 형식을 십분 활용하는 Arkitip은 스트리트 컬쳐는 물론 현대 미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잡지일 것입니다.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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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VIEW

Issue No. 0058 / COLOR 새로운 이슈의 주제를 컬러Color로 정하면서, 아키팁은 코멕스Comex社의 페인트를 사용해서 무 언가를 창조하고자 하는 아티스트 그룹을 선택했습니다. 작은 가내 수공업으로 시작해서 업계 의 메이저 회사로 성장하는 극적인 성장 과정을 겪은 Comex 그룹은 이제 전미 대륙을 그들의 페인트로 채색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슈를 채워준 아티스트들은 그들의 작품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중간단계로 매거진 을 활용하였고, 그들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제작과정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결과적으 로 이러한 노력이 고스란히 아키팁의 58번째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간되었고, Comex와 아 키팁 매거진의 더블 브랜드 페인트 브러쉬와 함께 담았습니다. 프린트 작품에 초점을 맞춘 이번 에디션에서 아키팁은 아티스트의 작업과정을 기록한 사진 시 리즈를 촬영했고, 이 시리즈는 LA의 아키팁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작품을 만든 작가들과 함 께 프로젝트를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발표될 것입니다.

Aaron De La Cruz 16 SPECTRUM


Anthony Lister

Skypager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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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design

Joe Tan & Markus Diebel

Joe Tan, Co-founder, Chief Design Officer at Incase Markus Diebel, Vice President of Design at Incase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translate 김주혜 Helena-Marie Kim ©image courtesy of Incase

처음 인케이스를 접한 것은 좋아하는 잡지 덕분이었다. 아키팁Arkitip이라는 미국 예술 잡지였 는데, 카우즈Kaws라는 미국 아티스트의 브랜드 ‘오리지널 페이크Original Fake’와 아키팁, 그리고 인케이스의 협업으로 만든 13인치 맥북MacBook 용 슬리브를 본 것이었다. 첫눈에 들어온 것은 표면에 음각 처리된 카우즈 고유의 엑스X 자 눈을 가진 해골 캐릭터였지만, 사용할수록 주목한 것은 맥북을 넣을 때의 느낌을 비롯한 지퍼의 완성도와 내구성을 포함한 사용감이었다. 디자인 과 실용성의 균형이 딱 들어맞는 기분이었다. 아이팟iPod이라는 불세출의 MP3플레이어가 나온 2001년 이후, 애플Apple이 세력을 확장하 면서 그들의 제품을 감싸는 수많은 파생 상품이 시장에 나왔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케이스가 돋보인 것은, 단지 그들이 애플이 공식 지정한 첫 번째 액세서리 업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 히려 위에서 밝힌 것처럼, 사용하면서 느낀 어떤 경험들 때문이다. 그들이 만든 가방 안에는 사 람들이 어떤 동선으로, 어떤 동작과 행위를 통해, 얼마만큼 다양한 아이템을 넣길 바라는가에 대한 고민이 들어 있었다. 궁금했다. 이런 디자인을 지휘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어떤 것들이 들어 있는지. 그래서 인케이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 디자인 책임자Chief Design Officer인 조 탄 Joe Tan 과

디자인 담당 부사장 Vice President of Design인 마커스 디벨Markus Diebel을 만났다. 그들은

제12회 세계지식포럼The 12th World Knowledge Forum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참이었다. 덤 으로, 그들이 생각한 서울에 대해서도 물었다. 20 SPECTRUM


A BETTER EXPERIENCE THROUGH GOOD DESIGN.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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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홍석우Hong Sukwoo: 인케이스의 설립 배경에

마커스 디벨Markus Diebel, 이하 MD: 조를 처음 알

대해 말해달라.

게 된 건 (유럽에서 생활하기 이전인) 미국에

조 탄Joe Tan, 이하 JT: 인케이스를 설립하기 전에

서였다. 조가 졸업 작품 프로젝트를 할 때 그

는 나와 Markus 둘 다 아이데오IDEO; 전자 공학

의 디자인을 눈여겨본 기억이 난다.

부터 산업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다루는 미국의 디자인 혁신 기업으로, 애플(Apple)이 출시한 최초의 마우스를 만든 회사로도 유 명하다. - 편집자 주

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이데오

둘의 학창시절도 궁금하다. 당신들은 어떤 학생이었고 무엇을 좋아했나?

에서 여러 브랜드와 함께 일하며 소비재 디

MD: 학창시절이라…. 절대 수학을 좋아하

자인 쪽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 중 상당 부

는 학생은 아니었다.

분이 휴대용 전자기기portable technology devices 관련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휴

아, 나도 싫어했다.

대용 전자기기를 보호하면서도 실용적으로

MD: (잘못 들었는지) 수학을 좋아했었다고?!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회사를 설 립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후 이

아니다. 정말 싫어했다.

러한 아이디어를 다른 친구들 - 예를 들면 아

MD: 마찬가지다. 하이파이브 한 번 하자. (웃

트센터 유럽Art Center College of Design, Europe 시

음)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난 미술 시간을 제일

절 대학 동기이며, 나이키Nike에서 디자이너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소묘 성적이 제일 좋았

로 일했던 인케이스 초기 파트너 바비 쳉Bobby

고, 나머지 성적은 다 평균 정도였다.

Cheng 과 함께 브레인스토밍하면서 우리 브랜

드를 만드는 과정에 살을 붙여갔다. 결국 우

주로 어떤 걸 그렸는가?

리는 당시 함께 살던 아파트를 기반으로 회사

MD: 만화를 주로 그렸지만, 스케치뿐만 아

를 설립했고, 그 모습은 당시 이삼십 대의 젊

니라 색채까지 마무리하는 것도 좋아했다.

은이들이 창업한 샌프란시스코의 다른 벤처

유화도 열심히 그렸다. 어렸을 때부터 쭉 만

기업들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것이 인케이

화와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았다. 수업 시간에

스의 시작이었다.

선생님께서 무언가 설명하고 계실 때면, 매번 선생님의 모습을 스케치해서 친구들에게 보

둘은 한 회사의 동료이기 전에, 오래된 친구

여주며 함께 낄낄거리곤 했다.

였다고 들었다. 처음 만난 것은 언제였나? JT: 1992년에서 93년쯤이었던 것 같다. 우

나도 학창시절에 교과서 표지에 그림 그리며

리 둘 다 스위스에 있는 아트센터 유럽에서 대

장난치는 걸 좋아했다.

학 생활을 했고, 패서디나Pasadena; 미국 캘리포니아

MD: 맞다, 딱 그런 타입의 스케치를 하곤

주 서남부, 로스앤젤레스 근처의 도시

에서도 함께 있었다

했다.

아트 센터 유럽의 본교인 아트 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Art Center

JT: 비슷하다. 미술 시간을 좋아했고, 주로

College of Design)은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위치해 있다. - 번

스케치를 많이 했다. 처음에는 자동차 그리

. 그때 처음 만났다.

역자 주

22 SPECTRUM

는 걸 좋아했지만, 나중에는 채색을 포함해


서 그림을 완성하는 것도 매우 좋아했다. 미

이었고, 비슷한 작업을 다시 할 의향이 있다.

술 외에 좋아했던 다른 두 가지는 악기 연주와 스포츠였다. 나는 스포츠 광팬이었다.

어떤 클럽이었나? MD: 테크노 클럽이었다. 내 첫 프로젝트는

어떤 종목을 좋아했나?

1989년에 연 독일 최초의 테크노 클럽이었

JT: 학창시절에는 배구와 육상을 했고, 학교

고, 천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밖에서 취미로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겼다.

두 번째는 천오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더 큰

아, 그리고 탁구도 정말 좋아한다.

규모의 프로젝트였고, 정말 재밌게 일한 기억 이 난다. 만약 인케이스 외에 다른 일을 찾는

스펙트럼을 내 포트폴리오로 쓴다. 내가 하는 일이 그 안에 다 있지 않나! 내 미니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다면, 다시 클럽 디자인을 하고 싶다. JT: 마커스와 비슷하다. 커피숍과 바 같은 공간 디자인은 여러 가지를 실험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은 전자기기나 기술 쪽이 아닌less technological, low-tech side

소비재 디자인consumer products

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식음료 케 스펙트럼은 인케이스 코리아정확히는, 인케이스를 국

이스 디자인case for food and beverage 같은? 나는

내에 유통 및 판매하는 프리즘(PR1ZM) 디스트리뷰션. - 편집자 주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강 관련 제품을

와 함께 만든 계간지이다. 다 보았는가?

재밌게 디자인하는 것을 좋아한다. 정말 단

JT: 물론 다 봤다. 스펙트럼의 전체적인 디

순하고 보편적인 것을 디자인적 사고로 재해

자인이나 분위기는 인케이스의 정체성을 잘

석하는 것이다.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특히 아트 디렉팅 부

MD: 혹시 과음 후에 숙취와 두통이 심한 편

분이 매우 맘에 든다. 인케이스 브랜드를 홍

인가? 사실, 언젠가 숙취 두통 제거제를 개

보하기에도 무척 좋아서, (에디터인) 당신에

발하는 게 내 진짜 꿈이다! 음주 전에 마시면

게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절대 다음날 두통이 없는 제품인 거다. 이걸

MD: 스펙트럼을 내 포트폴리오로 쓴다. 내

만들어서 팔면 아마 엄청난 부자가 되겠지?

가 하는 일이 그 안에 다 있지 않나! 내 미니 포

(일동 웃음)

트폴리오인 셈이다. (웃음) 조금 다른 질문이다. 얼마 전 작고한 고故 스 인케이스 외에 다른 것을 디자인한다면, 해

티브 잡스의 부재가 애플과 인케이스에 어떠

보고 싶은 것이 있나?

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나?

MD: 커피숍과 티숍tea shop, 디스코텍과 바,

JT: 그가 세상을 떠난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

클럽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디자인하고,

다. 그는 시대의 천재였고 애플과 인케이스가

자주 들르는 것을 좋아한다. 이십 대 초반에

이루어낸 성공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앞으

내가 주로 했던 디자인은 나이트클럽 관련 일

로는 약간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여전히 애플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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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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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에는 놀라우리만치 재능 있는 많은 사람이 있

문가와 함께 일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다. 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

전문 분야에서 우리가 어떻게 가장 최적의 제

고, 브랜드를 진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믿는

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도와준다. 또한, 여

다. 물론 애플 브랜드에 담겨 있는 그들만의

러 분야의 크리에이터와 함께 하는 공동작업

정신과, 타협하지 않는 품질에 대한 고집은

은 인케이스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좀 더 풍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몇십 년 동안에

요롭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진

도 애플은 우수한 브랜드로 인정받을 것이라

문화와 다른 분야의 교집합은 공동작업을 통

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해서만 발견할 수 있다. 그 결과물은 언제나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대단한 건 디자인과 비즈니스를 하나로 통합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JT: 우리와 다른 것에 대해 끊임없이 배우는 것은 인케이스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 중 하나 다. 공동작업을 통해 우리는 전에 몰랐던 분 야에 대해 가장 빠르게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그 분야의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공동

MD: 하지만 잡스의 사후에 나오는 제품들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아주 세부적인 특정 요구

을 보면, 그의 빈자리가 어떻게든 느껴질 것

needs에 대한 해결책solutions 을 제공하는 것이

으로 생각한다. 정도와 내용이 어떻든, 스티

불가능할 때도 있다. 우리는 늘 새로운 무언

브 잡스의 타계를 기점으로 애플은 변할 것이

가를 배우길 즐긴다. 특히 재능 있는 여러 아

고 우리는 그 차이를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티스트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은 멋진

JT: 좀 전에 언급했지만 애플의 디자인팀에

일이다. 앞으로도 여러 아티스트, 뮤지션,

는 뛰어난 실력의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브랜드의 디자이너들과도 함께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대단한 건 디자인과 비

작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즈니스를 하나로 통합한 결과물을 만들어냈 다는 사실이다.

서울에 방문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의 매력적이거나 재밌는 부분은 무엇이

아리 마르코플로스나 에이스 호텔Ace Hotel,

라고 생각하는가?

아키팁Arkitip 등 다방면의 크리에이터들과 활

MD: 음식! 제일 좋아하는 건 한국 음식이다.

발한 공동작업Collaboration, 협업을 벌인다. 이

샤브샤브와 비빔밥을 정말 좋아한다. 이름이

유와 원칙이 있다면?

기억나지 않아 말을 못할 뿐이지, 정말 여러

MD: 한 가지 확실한 목표는 우리의 제품을

종류의 한국음식을 좋아한다.

개선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아리 마르코플로 스Ari Marcopoulos; 미국 출신의 유명한 사진가이자 영화감독. 편집자 주

MD: 물론이다. 못 먹는 음식이 거의 없다.

같은 전

특별히 가리거나 거부감이 드는 음식도 없

멕시코계 미국인 프로 스케이트보더 겸 배우. - 편집자 주

26 SPECTRUM

매운 것도 잘 먹는 편인가?

나 폴 로드리게스Paul Rodriguez; 미국 출신의


Ari Marcopoulos Collection

Paul Rodriguez Collection

WINTER . 2011

27


Perforated Collection

Ace Hotel Collection

28 SPECTRUM


다. 하지만 닭발은 예외다! 정말 닭발은 어떻

으로 한국 기업들과 많이 일해본 적은 없지만

게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음식 외에는, 한국

아이데오에서 근무할 때 삼성Samsung 과 일한

에서 아모레퍼시픽Amore Pacific이나 사디SADI;

적이 있다. 그 당시 삼성은 좋은 디자인과 혁

삼성아트디자인교육원(Samsung Art & Design Institute)

신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던 몇 안 되는 기업 중

함께 디자인 워크샵을 연 적이 있는데, 신진

하나였고, 남들보다 앞선 그들의 깨달음이

한국 디자이너들의 재능에 놀랐던 기억이 난

삼성을 현재의 자리에 있게 할 수 있었다고 본

다. 작년까지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칼

다. ‘디자인’의 개념이 뿌리내린 역사가 길지

리지 오브 더 아츠California College of Arts에서 강

않은 나라로서 괄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본다.

의했었는데, 그때도 한국 학생들은 늘 남들 보다 열심히 작품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작품에서는 현실성을 지키면서도 은 유metaphor의 사용처럼 시적인 장치poetic approach 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무언가 상반된 듯

하지만 이러한 특색이 공존하는 한국 디자이 너들의 사고방식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미국 학생들과 차이가 있다는 건가? MD: “사디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삼성에서 도 인정받을 수 없다” 같은 의식이랄까? 한

이게 다인가? 지금 당신이 나에게 보여준 것은 우리 회사 내에서도 이미 볼 수 있는 수준의 디자인이다. 당신은 아이데오에서 온 사람이다. 훨씬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고용한 것이다.

국 학생들은 자신이 얻은 기회를 통해 교수, 고용주, 클라이언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려

MD: 나도 동의한다. 아이데오에서 미국 고

고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 반면 미국 학생들

객들과 함께 작업할 때 클라이언트들은 대부

은 학교에 다닐 때 빡빡한 일정에서 오는 부담

분 내가 가져온 디자인 초안들을 검토하기 바

감을 걱정하기보다는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빴다. 그들은 ‘디자인다운 디자인’을 본 경험

는 사실 자체에 좀 더 집중하는 것 같다. 그래

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내가 추천하

서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업과 함께 워크

고 조언해주는 대로 결과물을 만들었다. 하

샵이나 프로젝트를 하면 대부분은 이전에 겪

지만 한국 기업들은 달랐다. 예전에 코웨이

어보지 못한 부담과 책임에 상당히 힘들어한

Coway의 최고경영자 CEO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다. 이런 차이점을 지켜본 나로서는, 영리하

한 적이 있는데, 내가 가져온 여러 디자인 초안

고 재미있는 한국 디자이너 특유의 작업 방식

에 대한 그의 첫 반응은 이런 식이었다. “이게

을 보는 것이 무척 즐거운 일이다.

다인가? 지금 당신이 나에게 보여준 것은 우리

JT: 한국 사회는 좋은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

회사 내에서도 이미 볼 수 있는 수준의 디자인

가 높다. 한국 사람들은 변화에 빨리 반응하

이다. 당신은 아이데오에서 온 사람이다. 훨

고, 그 와중에도 여러 가지의 다른 디자인적

씬 다르고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

인 요소와 영향을 적절히 이해한다. 개인적

해서 고용한 것이다.” 당황과 놀라움이 교차 WINTER . 2011

29


PEOPLE

하며 미국으로 돌아갔고, 질적으로나 양적

요즘 읽는 책이 있다면?

으로 이전과는 다른 여러 종류의 새로운 디

MD: 사실 책 읽는 시간 자체가 부족한 게 문

자인을 해서 돌아오자 그제야 만족했다. 한

제다. 하지만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허핑턴

국인은 - 일본도 마찬가지겠지만 - 교육 수

포스트Huffington Post; 미국의 인터넷 뉴스 웹사이트. - 편집

준이 높고, 그만큼 디자인 수준에 대한 기대

자주

치도 훨씬 높은 편이다. 내가 유럽에서 거주

일어로 ‘거울(The Mirror)’이라는 뜻. - 번역자 주

할 때 만났던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사

통 잡지를 볼 때는 그래픽과 이미지 위주로

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디자인으로 할

보는 편이고, 자동차 관련 잡지를 볼 때는 더

수 있는 사업 기회가 더 많은 것일지도 모르겠

그렇다. 하지만 책을 읽은 지는 좀 됐는데….

다. 전체적인 수준이 한국과 일본 등에 비해

아니다, 최근에 읽은 책이 있다! 칩 히스Chip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상업화되기 이전의

Heath가

정말 특출난 아이디어나 디자인만 있어도 회

는 책인데, 왜 특정 메시지들이 사람들의 뇌

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리에 각인되어 잊히지 않는지, 어떤 아이디어

와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 독 을 본다. 보

쓴 <메이드 투 스틱Made to Stick>이라

들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는지를 소개하 무척 바쁠 것 같은데, 여가는 어떻게 보내나?

고 있다. 여러 실험과 예시를 통해 저자는 이

MD: 여가시간? 없다. (일동 웃음)

러한 ‘히트 메시지’에는 공통적인 법칙이 숨

JT: 주로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두 살 된 아

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적용하는

들이 하나 있는데, 이제 막 세상과 소통하기

방법과 사례를 다루고 있다.

시작한 이 작은 녀석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은 늘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MD: 여행을 좋아한다. 웬만하면 샌프란시 스코가 아닌 다른 곳으로. 그 외에도 친구들 과 저녁 약속 잡는 것도 좋아한다. 아, 그리고 자동차를 좋아한다. 조에게 아들이 있다면, 나에겐 그만큼의 관심과 애정을 요구하는 자 동차가 있다. (웃음)

단, 무엇을 하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하는 일에 애정이 있어야 하고, 브랜드 정체성과 목표에 들어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JT: 나도 물론 차는 가지고 있지만 늘 차고에 주차되어 있다. (웃음) 샌프란시스코는 활기

JT: 나도 자동차 관련 잡지 읽는 것을 좋아

넘치는 도시이고, 친구들과 여기저기 놀러다

한다. 그 외에도 월페이퍼Wallpaper*나 패션,

니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일

디자인, 예술 관련 잡지도 즐겨 본다. 하지

상에선 가족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것도 중

MD: 찰흙으로 여러 종류의 동물을 만드는

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코노미스트

걸 좋아하는데,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동물

The Economist나

원이 되기도 했다. (웃음)

는 편이다. 내가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칩

독일 시사 잡지들도 챙겨 보

콘리 Chip Conley의 <매슬로에게 경영을 묻다원 30 SPECTRUM


제: Peak

>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매슬로의 대

표 이론인 욕구 5단계 설을 경영에 접목하여 기업과 브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파악한 뒤, 이러한 기업의 생리를 이용하여 지속 가능한 성공을 이끌 수 있는지 소개하 고 있다. 패션, 디자인, IT, 예술 등이 점점 융합되는 요즘 시대에, 인케이스의 ‘넥스트 플랜’이 궁

Ari Marcopoulos Camera Bag을 통해 실용성과 심미성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아리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최종 결과물에 크게 만족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금하다. MD: 인케이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세 계는 크고 할 일도 많다고 생각해왔다. 우리

라 다른 사람들의 구체적인 요구까지 만족하

가 원한다면 어떤 것도 할 수 있으리라고 본

게 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가방을 원했다. 날

다. 단, 무엇을 하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장시간 갖고 다

하는 일에 애정이 있어야 하고, 브랜드 정체

녀도 편안하고, 여러 종류의 물건을 담을 수

성과 목표에 들어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

있으면서 완벽히 정리되어 어떤 것도 쉽게 찾

합과 확장의 시대에…. 잠깐, 반대로 묻고 싶

을 수 있어야 한다는 특징을 강조했다. 우리

다. 앞으로 인케이스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는 이러한 요구를 그대로 디자인에 반영했다.

생각하는가?

이 제품Ari Marcopoulos Camera Bag 을 통해 실용 성과 심미성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증

내가 제일 처음 인케이스를 알게 된 것은 아

명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아리를 비롯한

키팁Akitip 과 공동작업한 맥북 랩탑슬리브였

많은 사람이 최종 결과물에 크게 만족했고,

다. 당시 런던에 갔을 때 발견하곤, 그 후 인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케이스의 공동작업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공동작업을 단순히 마케팅 용도로 활용하는

아리 마르코플로스와 추가 작업을 할 계획

다른 브랜드와 달리, 다른 지식을 통해 새로

이 있는가?

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특징을 발견했다. 서

JT: 많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우리와 공

로 다른 특징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한 제품

동작업을 요청하고, 우리도 더 많은 크리에

에 녹아들어 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터들과 작업해보길 원한다. 만일 아리 마

주위에 많은 사진가 친구들이 아리 마르코플

르코플로스와 추가 작업을 할 기회가 생긴다

로스와 인케이스가 만든 카메라 가방을 샀는

면 더 멋지고 괜찮은 결과물을 한 번 더 만들

데, 매일 사용하기에 무척 실용적인 가방이

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칭찬했다. 이런 부분이 인케이스의 중 요한 정체성 아닐까.

그렇다면 한국 디자이너 또는 기업과 콜라보

JT: 아리와 작업할 때, 그는 자신뿐만 아니

레이션해볼 생각도 있는가? WINTER . 2011

31


PEOPLE

JT: 아까도 언급했듯이 한국 디자이너 또는

올인원all-in-one, 일체형 같은 개념이다. 노트북

기업과 작업하는 것은 정말 흥미로울 것이다.

은 여기에, 아이패드는 저기에, 아기는 이쪽

우리는 늘 다른 문화에서 온 창조적인 사람들

에 넣으면 되는…. (일동 웃음)

과 일하며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충분

JT: 어쨌든 창의적이고 음악, 여행과 관련된

히 고려해볼 만한 사안이다.

것이라면 뭐든 좋아하기 때문에, 이것만 가

MD: 물론이다. 단, 삼성이나 한국정부가 애

지고도 우리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이 많

플 스토어The Apple Store 를 열 수 있게 허락해

을 것이다.

준다면. (일동 웃음) 만약 한국에 애플 스토

_

어가 생기면, 우리는 한국 특유의 특징을 살 린 정말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들을 만나기로 한 장소인 한 호텔 바에 갔

공동작업에서 중요한 것 중 또 다른 면은 완

을 때, 고백하자면 전날의 피로가 풀리지 않

성된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에 대한 배려이

은 시점이었고 그들은 연속으로 잡힌 인터뷰

다. 애플 스토어에는 수많은 제품이 진열되

에 흥미를 잃던 참이었다(고 들었다). 준비해

겠지만, 공동작업을 통해 탄생한 제품은 ‘한

간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같은

국의 애플 스토어’를 대표할 오브제가 될 것이

질문을 모두 버리고, 산업 디자이너이자 경

기 때문이다. 화가나 조각가를 예로 들자면,

영자, 그리고 평범한 남자이기도 한 그들에

가치에 걸맞은 갤러리에 그의 작품을 전시하

게 정말로 궁금한 것이 무엇이었나 떠올렸다.

도록 배려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므

조 탄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커먼 프로젝트

로 애플 스토어가 한국에 생기는 것이 선행되

Common Projects

어야 하지 않을까? 단, 미국에서 크나큰 반향

커스 디벨은 교과서에 낙서하고 수학을 싫어

을 일으킬 한국인 아티스트가 나온다면 우리

한다는 점에서 하이파이브할 정도로 비슷했

는 그와 작업할 의향이 있다. 결국 중요한 것

다. 물론 이러한 성향이 그들의 작업에 어떤

은 관계성과 적절성이다.

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고, 마

다만, 그들의 디자인은 거창하고 거대한 무엇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와서, 인케이스의

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 깊숙한 곳에 파고들

‘넥스트 플랜next plan’은 무엇인가?

어 자신도 모르게 편리하고 행복한 경험을 하

JT: 더 아름답고, 더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

게 하는 장치란 생각이 들었다. 유쾌하면서

고,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도 진지한 두 남자였다. s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 줄 수 있는 일을 더 많 이 할 수 있다면 좋겠다. MD: 언젠가는 꼭 자전거 헬멧을 디자인해 보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다. JT: 뭐, 자전거 헬멧도 좋다. 애견 가방도 만 들자. MD: 그럼 아이를 넣고 다닐 수 있는 가방도! 32 SPECTRUM


WINTER . 2011

33


PEOPLE

interview

art

Eddie Kang 에디 강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image courtesy of Eddie Kang

강석현Eddie Kang, 에디 강의 작업실은 한남동 어느 아파트 상가에 있었다. 작업실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띈 것은 미완성 작품과 습작이 아닌, 오래된 장난감 로봇과 인형들이었다. 초합금 마징가 제트와 철인 28호부터 유럽 어느 빈티지 가게에서 샀을 법한 털실 인형까지, 그의 작업을 관통 하는 ‘그리움’이라는 요소가 작업실 한 편에 놓여 있었다. 강석현보다 ‘에디 강’이라는 이름이 친숙한 이유는, 그가 외국에서 먼저 주목받은 작가이기 때 문이다. 처음 그의 작품을 알아본 것은 상하이上海 현대 미술관The Shanghai Museum of Contemporary Art, The Shanghai MoCA 의

기획자 빅토리아 루Victoria Lu였다. 2007년 그녀는 <애니마믹스 비엔날

레Animamix Biennale>전의 초대 작가 중 한 명으로 에디 강을 발탁했다. 그 후 그는 다양한 개인전 과 단체전을 거쳐, 올해 초 서울에서 개인전 <스토리텔러Storyteller>를 열었다. 에디 강의 작품 안에선 작가의 기억과 경험에서 나온 형형색색의 오리지널 캐릭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 느 작가들처럼 내면의 고민과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그의 이야기에는 묘하게 사람을 기분 좋 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비단 귀여운 캐릭터 때문은 아니었다. 작품과 작가를 만나며 느낀 어 떤 감정 때문이었다. 34 SPECTRUM


EDDIE KANG, AN ARTIST, ALSO HE’S A ‘STORYTELLER’.

WINTER . 2011

35


Masked, mixed media on canvas, 33.5 x 24cm, 2010

36 SPECTRUM


홍석우Hong Sukwoo: 장난감을 무척 좋아하나

즐긴 요소들을 되돌려놓는 것이다. 순수했던

보다.

시절을 되찾아보자는 일종의 실험이다. 중학

강석현Eddie Kang: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장

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도시

난감을 다시 모은다. 시간을 돌릴 순 없지만,

에서만 살다가 청소년기를 시골에서 보내게

그 시간에 대해 스스로 약간의 보상을 한달

됐다. 소위 말하는 ‘깡촌’이었다. 학교 안에선

까. 어렸을 때 무척 소중했던 많은 장난감이

원하는 것을 웬만큼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어느 날 모두 사라지지 않았나. 그때는 발맞

학교 바깥은 끝없는 농가였다. 그런 곳에서

춰 살아가느라 신경 쓸 틈조차 없었다. 그러

4년을 보내고, 도시와 시골의 중간 지점에서

다 중학생 시절부터 부모님 몰래 장난감을 사

대학 생활을 마쳤다. 2003년 즈음 다시 서울

모으곤 했다.

에 돌아오니, 도시 생활이 너무 삭막한 거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놈이 시골 생활을 접하고

초기 작품을 보면 ‘인형’과 연결된 작업이

오니,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

많다.

작했다. 직업 특성상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

혜화동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근처에 다 극

동들을 관찰하는데, 사람들은 언제나 바쁘

장이라, 유치원에서 인형극을 보러 파랑새극

다. 그들이 주고받는 언어 또한 주식과 좋은

장에 자주 갔다. 대학로와 혜화동이 변하는

집, 교육 등 똑같은 관심사만 존재하는 것처

모습을 자주 봤고, 볼 때마다 아쉬움이 많다.

럼 보인다. 그런 이들에게 웃음의 계기를 주

그래서 어린 시절 얘기에 연연하는 것일 수도

고 싶었다. 이제는 꿈이 커져서, 작가로서 서

있다. 내가 속했던 세상이 변하는 것이니까.

울이라는 곳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사람들과 ‘긍정’과 ‘추억’을 나누는 것이 작업

사람들은 언제나 바쁘다. 그들이 주고받는 언어 또한 주식과 좋은 집, 교육 등 똑같은 관심사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반의 이야기가 된다. 어릴 때부터 예술가를 꿈꿨나? 어머니가 화가이시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을 때 많이 반대하셨다. 아마 작가인 채로 가장이 되었을 때의 고생 이 안타까워서 반대하신 것 같다. 차라리 디 자인 분야처럼 실용적이고 정기적인 소득이

사실, 서울은 ‘변한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

있는 직업을 택했으면 하셨다. 그렇지만 어릴

로 빠르게 달라진다.

때부터 작가 이외의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

흔적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없애 버리니

었다. 어머니를 따라 화방과 갤러리를 다니면

까, 사람들이 계속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

서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내 안에 크게 박혀

다. 좋아하는 작업 소재가 몇 개 있다. 흘러간

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마음’을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어렴풋한 기억 속

보듬을 수 있는 뭔가를 하고 싶었다. 그림을

에 존재하는 소중한 것과 꾸밈없는 마음으로

그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WINTER . 2011

37


PEOPLE

감정적으로 민감한 청소년기를 혼자 보낸 셈이

수는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다. 유학생활이 작품에 끼친 영향이 있는가?

생각한다. 마음속 깊숙한 어딘가에 들어가

특정한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유학 생

있는 것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잊고 있던

활에서 생겼다. 미국의 교육 방식이 한국에

순수함을 일깨워내고, 소통하고 싶다.

비해 여유로운 편인데다, <죽은 시인의 사회> 에 나온 학교처럼 굉장히 서정적인 분위기의 고등학교여서 혼자 사색하기 좋았다. 오로지 미술에 집중해서 보냈기 때문에 데생이나 정 물을 그리는 시간에도 사색한 감정을 표현하 는 데 익숙해진 면도 있다. 타지에 와 있으니 감정이 더 풍부하고 예민해지면서 어린 시절 에 대한 생각이 깊이 떠오른 것 같다. 또, 미 국이 한국만큼 변하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순수함’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망각하고 살 수는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음속 깊숙한 어딘가에 들어가 있는 것뿐이다.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이 왕성해진 점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도시와 시골 양쪽 환경에 모두

한국에 돌아와서 바라본 미술계는 어떤 곳

노출되어 있어서 여유와 각박함, 느린 사람과

이었나?

바쁜 사람의 양면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

2003년쯤이었다. 소위 말하는 ‘아트 버블art

런 것들을 단순하게 (향수병처럼) ‘그리워서

bubble’이 정점으로 가던 때였다. 경매에서 젊

슬프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 자체를

은 작가들의 작품이 고가로 낙찰되기 시작하

즐겨보기로 했다.

고, 일본과 중국에서 걸출한 스타 작가가 나 오고, 아시아 미술이 주목받던 때였다. 자연

미국에 있지 않고 한국에 돌아왔다.

스럽게 대중과 시장이 젊은 작가들에게 눈을

졸업 후 미술사를 공부해볼까 생각한 적도 있

돌리던 시점이었다. 나도 그 흐름에 동참하고

다. 하지만 한국에서 병역 문제를 빨리 끝내

싶었지만, 군 복무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그

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돌아왔다. 산업기능요

2년 반의 시간에 나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

원 복무를 마친 후에는, 3년 정도 작업과 전

대학 땐 영상을 전공해서 회화는 늘 혼자 작

시로 너무 바빠서 2009년이 되어서야 다시

업했는데, 근무 후 집에 돌아와서 본격적으

미국에 갈 수 있었다. 바쁜 작업들을 마치고

로 그림을 그렸다. 2006년경, 한국에 있던

나면, 내년쯤 얼마간 다시 가려고 한다. 처음

동문과 전시를 열고, 시점과 분위기가 잘 맞

그림에 몰두했던 시절의 기분으로 돌아가서

아떨어져서 좋은 전시회에 많이 초대받았다.

다시 나를 돌아보고 싶다.

그게 모여서 지금까지 왔다. 사실 그 시기(아 시아 미술의 아트 버블 시기)엔 너무나도 많

지난 시절을 떠올리는 것에 대해 강한 애착

은 일이 일어나서 젊은 작가들이 길을 잃기 쉬

이 느껴진다.

웠다. 다행히 내게는 좋은 기획자와 멘토men-

‘순수함’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망각하고 살

tor가

38 SPECTRUM

있었기에, 그 강한 소용돌이 속에 휩쓸


Comic, acrylic on canvas, 49 x 21cm, 2010 (上) Reflection, acrylic on canvas, 32 x 32cm, 2010 (下) WINTER . 2011

39


Installation view, <Storyteller>, Gallery IHN, 2011 (下) 40 SPECTRUM


리지 않고 내 방식을 고수할 수 있었다.

만, 만나는 건만으로도 좋은 계기가 될 거라 고 하셨다. 급하게 코팅한 작품들을 어쭙잖

작가에게 기획자curator와 갤러리스트gallerist

은 파일에 넣고 호텔로 갔다. 그곳엔 이미 기

는 어떤 존재인가? 사실 미술계라는 것은 훌

획자를 만나러 온 관계자들과 그들과 친분 있

륭한 작가의 좋은 작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

는 작가들이 모여 있었다. 거기 있던 관계자

라, 모든 관계자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

들은 작품을 보려도 하지도 않았다. 발표하

지 않나?

는 방법도 모르고 급하게 준비해 간 데다, 책

여기 한 명의 작가가 있다. 그를 작가이면서

받침처럼 작품 이미지를 코팅한 방식에 대한

동반자로, 그리고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로

핀잔만 들었다. 그러던 중 기획자라는 분이

보는 기획자와 갤러리스트가 좋은 것은 당연

오셨는데, 내가 준비해 간 이미지를 계속 반

하다. 문제는 모든 관계자가 작가를 그런 식

복해서 보시더니 몇 가지를 고르곤 이 작품들

으로 보진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를 돈벌이

을 쓸 수 있느냐고 물어보셨다. 가능한 작품

수단으로 보느냐, 아니냐는 뻔히 보인다. 작

몇 개를 알려 드렸더니, 당장 그 작품들을 상

가의 지금보다는 미래를 보고, 한국에서 이

하이로 보내 달라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슈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국제적인 무대에서

당시, 기획자와 동석한 사람 중에는 훗날 대

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가늠하고, 작

만에서 첫 개인전을 연 갤러리의 대표도 있었

가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언제든지 변화

다. 그들은 다른 관계자들과 작가들을 뒤로

를 모색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기획자가 정

한 채, 곧바로 내 작업실로 가서 당시 진행 중

말 좋은 기획자이다. 하지만 젊은 작가들은

이던 작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경험이 적다. 그런 것을 알아보기가 쉽지만 은 않다.

짜릿짜릿한 얘기다. 그는 어떤 기획자였나? 빨간색 뱅 헤어에 굉장히 단호한 분위기의 여

당신의 작품은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먼저 알

성으로, 이름은 빅토리아 루Victoria Lu였다.

려졌다(<애니마믹스(2007년)>, 상하이 현

그때 멘토(에디 강은 그녀를 ‘멘토’라 불렀다)

대미술관). 젊은 작가로서 커다란 기회를 잡

가 해준 이야기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

은 셈인데, 그에 관한 일화가 궁금하다.

는 너를 만났다. 중요한 것은 단순하게 이 전

2006년 가을쯤, 작은 그룹전을 두 번 정도

시 한 번을 연결하는 게 아니다. 젊은 작가들

한 상태였다. 나와 연이 있는 도예 작가분이

을 위해서 해주고 싶은 것은, 너의 경력career

있으셨다. 어느 토요일 밤, 작업 중에 그분에

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였다. 멘토는 지금도

게 전화가 왔는데 포트폴리오가 있느냐고 여

나를 만나면 “너에게 이젠 경력이 있다. 그 시

쭤보셨다. 지금 있는 작품 이미지들을 갖고

작점에서 미미하게나마 도움을 줬다는 사실

일요일 아침 9시까지 신라호텔에 올 수 있느

이 기쁘다.”라고 말씀해 주신다. 사실, 그분

냐고, 상하이 현대미술관 기획자가 그룹전에

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그분

참여할 한국 작가들을 만나러 와 있으니 만나

과 닿은 인연 덕에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보라는 얘기였다. 컬렉팅이 되는 건 어렵겠지

Biennale 2011에도

참가하게 되었고, 대만에서 WINTER . 2011

41


PEOPLE

의 첫 개인전과 상하이와 도쿄에서도 개인전

정보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을 실현하기에,

을 열 수 있었다. 그분이 나에게 해주셨던 것

바느질은 굉장히 좋은 방식이었다. 어렸을

은 바라는 것 없이 묵묵히 뒤에서 받쳐주고,

때, 할머니께서 재봉틀로 늘 무언가를 만드

믿어주고, 힘써주신 것이다. 정말 말 그대로

셨다. 그때 ‘손으로 만들어지는 건 무엇이든

멘토였다. 심지어 작가는 손이 중요하다고,

특별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바느질하면

무거운 짐도 들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워낙

서 항상 내 마음과 이야기가 들어간다는 것

바쁜 분이라 잠깐씩만 뵙지만, 뵙고 나면 기

을 느낀다. 캔버스에 그릴 때는 붓의 스트로

분이 좋아진다.

크stroke가, 스케치할 때는 펜 자국이, 색연필 을 쓸 때는 색깔 하나하나의 명암이 그림에 담

작업에 대한 조언도 해주는 편인가?

고 싶은 감정이 된다. 인형을 통해 어릴 적의

물론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과 앞으로의

부서질 것 같으면서도 갓 태어난 병아리 같은

작업 방향에 대해 특히 많은 얘기를 나눈다.

행복함을 담고 싶었다. 처음에 인형을 붙이

사실, 기획자와 작가는 이런 것들에 초점을

는 작업을 했었던 건 하나의 ‘단막극’ 같은 작

맞춰야 한다. 팔기 위한 작품을 논하는 것이

업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어린 시절 극장에서

아니라 작가의 깊이와 그것을 구현한 작품을

봤던 인형극처럼, 하나의 캔버스 위에 단막

어떻게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많이 얘

극의 한 장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기해야 한다. ‘빅토리아 루’라는 기획자가 수많은 기성 작가 가 아닌 당신에게 관심 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음양의 이치라고 했다. 의미가 있는 인연이 되기 위해서 만났다면서. 나도 인연 이었다는 말에 동감한다. 굳이 작품 안에서 이유를 들자면, 캔버스에 ‘인형을 붙이는 작

대게 작업이 막힌다는 것은, 색감이나 이미지가 생각하는 대로 표현이 안 될 때다. 부연설명이 많이 필요하다면 막힌 거다.

업’이 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당신의 작업은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영상 작업에 대해 얘기해보자. 초기 작품이라 할

등으로 확장되었다.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는

수 있는 봉제인형 시리즈는 어딘가 여리고 세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심한 느낌이 든다.

요즘은 입체작업(인형)과 평면작업(캔버스)

처음 바느질을 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실

을 분리하는 중이다. 처음 인형을 붙인 작업

과 시간이었다. 의례 남자아이들은 싫어하지

이 벽에 걸린 하나의 장면에 대한 이야기였다

만, 나는 싫지 않았다. 그 후 미국에 가서 어

면, 이제는 하나의 ‘공간’ 속에 여러 개의 장면

렸을 때 가지고 논 장난감들이 그리워지고,

을 연결하고 싶다. 공간에 대한 욕심이 생기

그것을 작업에 대입시킬 방식을 생각하게 됐

면서, 캔버스라는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하

다. 작업에 내 손길이 많이 들어가서 감정과

나의 거대한 공간 속으로 어렸을 적의 추억과

42 SPECTRUM


기억, 감정이 들어오게 하고 싶었다. 캔버스

이 강하다. 전시장에도 무리지어 오는 작가

가 존재하는 공간과 조각이 존재하는 공간이

들이 있고, 어떤 전시에는 꼭 오는 무리가 있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 마음속에 있는 하나

다. 개인적으로 소통하다가 친구가 되는 일이

의 방으로 들어간다는 개념으로 작업하고 싶

익숙하다. 억지로 섞여 불협화음을 내는 것

어졌다. 훗날 가능하다면, 전시장의 소리까

보다는 내 작업을 잘하면서 만나는 인연을 소

지도 조절하고 싶다.

중히 여기고 싶다.

2007년 상하이 현대 미술관의 전시에서, 당

현재 진행 중인 작업과 앞으로의 계획은?

신을 ‘한국 애니마믹스 아티스트의 새로운 세

내년 홍콩아트페어 전시를 위해 새로운 조각

대A New Generation of Korean Animamix Artist’라고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추억을 다시 떠올릴

표현했다. 이 표현에 동의하나?

수 있는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만 밝히겠다.

저 표현은 전시 동안만의 유효한 표현이었다 고 생각한다. 훈장 같은 거다. 제일 듣기 좋았

패션과 디자인처럼 더 상업적인 분야와 현

던 말은 ‘기존의 젊은 구상 작업 작가와 다른

대 미술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협업이 무

이유는 오리지널 캐릭터만을 사용하기 때문’

척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사실, 당신은 이번

이라는 표현이었다.

스펙트럼의 인터뷰 대상이면서, 맵스Maps 매 거진의 5주년 기념 커버를 함께 작업할 예정

작업이 막힐 때는 무얼 하나?

이기도 하다. 이것은 스펙트럼의 기획이자 맵

대개 작업이 막힌다는 것은, 색감이나 이미

스의 첫 번째 아티스트 표지 작업이며, 에디

지가 생각하는 대로 표현이 안 될 때다. 시각

강과의 트리플 콜라보레이션인 셈이다. 이

적으로 표현이 안 되고, 부연설명이 많이 필

처럼 다른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요하다면 막힌 거다. 그럴 때는 작은 캔버스

생각은?

에 자유롭게 그림 그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

주체성을 잃지 않고, 조절할 수 있다면 굉장

샌가 괜찮아진다.

히 좋은 것이다. 콜라보레이션의 가장 안 좋 은 예는, 어떤 매체와 작가가 뭔가를 하는 데

작가들의 세계는 어떤가? 술도 마시고, 교류

있어, 단순하게 이미지 차용만으로 그치는

도 활발한가? 친한 작가나 작업에 매력을 느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색깔을 녹이면서 그것

끼는 작가가 있다면?

과 융합해서 새롭고 창조적인 걸 만든다면,

딱히 없다.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 한국은 학

그러한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연이 너무 세다. 종종 파리Paris에 와 있는 것

가령 헤라Hera 와의 작업에서도 작품을 모두

같다. 뭉쳐 있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이 극

새로 만들었고, 패키지 디자인까지 했다. 이

명하게 나뉜다. 나는 이방인에 가깝다. 유학

번 맵스 매거진과의 콜라보레이션을 기대하

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많은 이야기를 듣는

는 이유는 재미있으면서 자신들의 철학을 확

다. 그렇지만 딱히 그런 이야기들을 부수려고

실히 보여주는 잡지와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도 않는다. 작가들은 뜻밖에 무리 의식

종종 만나게 되는 기획자, 패션 디자이너, 뮤 WINTER . 2011

43


PEOPLE

종종 만나게 되는 기획자, 패션 디자이너, 뮤지션 같은 이들 중 자신의 색과 철학이 뚜렷한 이들은 그것을 밀어붙인다. ‘아, 이 사람들도 진정한 예술가로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들도 다 안다. 관객들을 우롱하지 않고, 관객

지션 같은 이들 중 자신의 색과 철학이 뚜렷한

너가 아니므로 사람들에게 맞춤형으로 대할

이들은 그것을 밀어붙인다. ‘아, 이 사람들도

순 없다. 소비재를 파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

진정한 예술가로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에 근거해 조사하고 작업할 수도 없다. 하지

런 콘텐츠를 가진 스펙트럼이나 맵스는, 백

만 진정성을 갖고 관객을 대할 순 있다. 그들

화점으로 치면 바잉을 잘한 편집매장 같은 곳

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하는 의무도 있다.

이다. 의식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또 다른

그걸 통해 그들의 생각을 듣고, 알게 되고, 나

의식 있는 젊은이들의 문화를 보여준다는 것

의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아가야 한

이 좋다. 이런 작업들은 즐기면서 하게 된다.

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 유기견처럼 관심 두는 문화에 대

_

들을 쉽게 보지 않고, 내가 관객보다 잘났다 고 생각하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 문화 영 역이 넓어지면서 관객의 수준 또한 진화한다. 아는 것도 많고 날카로운 질문도 많아진다. 보이는 것만 보는 관객도 있겠지만, 그들 모 두가 관객이다. 결국, 배려에서 오는 소통은 어디든 통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관객은 내 작품을 외면할 수도 있다. 우리는 디자이

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더욱 대중적으로 풀 수 있는 작업도 해보고 싶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대화를 마치고, 강석현 은 새로운 작품의 아이디어를 위해 대학로 근

마지막 질문은 일종의 ‘작가론’이다. 작가는

처 프라모델 가게에 간다고 했다. 작업실을

작품을 통해 결국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나오기 직전까지 나눈 대화를 곱씹으며 -

작가론이기 때문에 좀 더 근본적인 면을 얘기

그림과 작가론에 대해, 그리고 예술이 세상

해야 할 것 같다. 미술의 개념이 점점 복잡하

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꼬리를 이어진 물음

고 난해해지는 성향을 띠는 요즘, 작가 중 일

을 떠올리며 이태원 앤틱 가구점 언덕을 내려

부는 알아들을 수 없으면 그런 채로 상관없다

갔다. 우리는 살면서 내면의 많은 것을 잊거

고 말한다. 그런 요소들이 미술을 더 어렵게

나 잃는다. 그것들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만

만들고 미술관의 벽을 더 높이는 계기 아닐

은 아닐 것이다. 그가 찾는 것과 들려주려는

까.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로애락을 전

것은 작가 혼자만의 꿈일 뿐일까? 이 만남 이

달하기 위해서 작가는 소통할 수 있어야 하

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강석현

고, 관객을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내

의 이야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목표이고, 그런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

는 것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나부터 그의 작

는 것이 작가로서의 지론이다. 한 가지 더, 치

품을 통해 행복한 기분을 느낀 것이 그 증거

열한 생각에서 나온 작업인지 아닌지는 관객

일 것이다. s

44 SPECTRUM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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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S

A LOOK FORWARD 2012 Nasa 우주캡슐 오리온 발사

46 SPECTRUM

기아 박스카 레이 출시

런던 올림픽

서울시장 보궐선거

수능

facebook

iPhone 4S

도가니

갤럭시 노트/탭

빅뱅 MTV EMA 수상

마이클 잭슨 타살


신분당선 개통

앵그리버즈

지구 이상기온

슈스케

윌리엄 왕자와 부인 케이트

유럽 경제 위기

패션왕

챔피언스 리그

프리미어 리그

태국 홍수

원더걸즈

할로윈

Fashion 홍석우 Design 박창용 Art 김정은 Book 이로 Street 서옥선 Music 이용의 Tech 김진호 Travel 김소정

‘아티클’은 매 호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인물들이 얘기합니다. 때로는 잡지 기사처럼, 일기처 럼, 혹은 보고서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경계는 없고 주관은 있는 글의 집합이 이 챕터의 정체성이 되길 바랍니다. 네 번째 호의 주제는 ‘2011년-2012년 트렌드 예측2011-2012 Trend Forecast’입니다. 최근 수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 변화의 신호는, 단지 해당 분야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습니다. 스 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는 패션부터 여행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리 삶을 바꿔 놓 았습니다. 예술과 패션 또한 유통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기도 합니다. 이번 호 에서는 패션과 디자인, 예술과 책, 스트리트와 음악, 테크와 여행 분야의 2011년도 트렌드를 바탕으로 다가올 2012년을 예측해보았습니다. 종종 글 안에는 객관적인 통찰과 함께 깊숙한 사견이 들어가겠지만, 그 또한 ‘아티클’의 주제와 상통할 것입니다.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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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Good, Strong Analog Sign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 twitter@yourboyhood www.yourboyhood.com

2010년을 기점으로 국내에서 폭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의 바람은, 2011년에도 거셌다. 개

인의 일상은 물론 기업의 홍보나 마케팅을 돕는 차원을 넘어서, 얼마 전 끝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처럼 국민의 삶에 직접 영 향을 끼치는 분야까지 다양한 객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또 내 세울 수 있는 어떤 ‘장場’이 되었다. 수많은 패션 객체와 매체 또한, 누구보다 영리하게 활약 중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SNS의 힘은, 앞으로 세상을 더욱 좁게 만들 것이다. 세계적 인 인기를 끄는 페이스북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셀 카질’을 양산하며 ‘제2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인식되는 중 이지만, 블로그 등 기존 매체를 제외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보 여주는 것은 단연코 단문 전송 기반의 SNS들이다. 그중에서 도 트위터Twitter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스마트폰 위에서 손가 락 몇 번만 움직이면, 지구 반대편에서 막 열린 패션쇼의 소소 한 감상을 볼 수 있다. 패션 잡지 몇 개만 팔로우follow해도, 누 구보다 빠른 소식을 하루에 수십 개씩 받아서 볼 수 있다. 종종 트위터의 위력을 보면서 거스를 수 없는 파도 위에 올라탄 기 분이 든다. 하지만, 그만큼 모두가 열 올리고 있기에 마치 조지 오웰의 <1984>를 보는 듯한, 이상하고 불쾌한 감정 또한 동시 에 드는 요즘이다. 트위터가 처음 세상에 빛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그것이 꼭 필 요한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지구촌을 뒤흔든 몇 번의 커다란 사건들이 트위터를 타고 번지면서, 극한 상황이든 정치적 상 황이든 스마트폰과 SNS의 조합, 그중에서도 트위터와의 조 합은 엄청난 상승효과를 발휘했다. 트위터에 푹 빠진 이들은 이제 어떻게 하면 이걸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까, 어떻

48 SPECTRUM


수십 년 몸에 익은 ‘직접 매장에 가서 무엇을 살 때의 기쁨’을 대체할 무엇이 숫자 1과 0으로 점철된 세상에서는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게 더 많은 ‘지지자follower’를 가질 수 있을까, 어떻게 그들을 ‘ 이용’할 수 있을까 골몰한다.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가장 빠 른 소식을 보고 듣는다. 하루만 이 커뮤니티에 들어가지 않 으면, 종종 업계 사람들을 만날 때 대화하기 어려운 경우, 마 치 소외된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기분이 꼭 나쁘지만도 않은 것이다. 자의自意 로 공개하는 작지만 커다 란 공간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은 나뿐일까. 2011년의 중심에 SNS가 있고 그 바탕에 정보 기술IT을 활용한 디지털 문화가 깔렸다는 점은 주지하지 않아도 될 만한 사실이다. 앞으로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 더라도, 우리는 그것에 적응할 것이고 사람들은 필요 하지 않았던 -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던 - 문화를 받아 들이고 좀 더 자신에게 맞춰 사용할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고故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은 900페이지가 넘는 두껍 고 무거운 책이지만, 아이패드의 아이북스iBooks에서보다는 직접 서점에 가서 그 책을 구매한 행동이 더 뿌듯했다는 경험 말이다. 수많은 정보가 SNS와 인터넷 검색창에 범람하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세련되게 편집하고 ‘디지털 세상에 없는’ 정 보로 무장한 아날로그 잡지가 빛을 발하지 않을까. 처음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 수많은 패션 매거진 애플리케이 션app을 내려받았지만 이제 더는 보지 않는다. 잡지는 역시 종 이로 봐야 제맛이다. 수십 년 몸에 익은 ‘직접 매장에 가서 무엇 을 살 때의 기쁨’을 대체할 무엇이 숫자 1과 0으로 점철된 세상 에서는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편리해질 무렵 오는 삐딱한 시선이, 모든 것을 휩쓴 커다란 바람 사이에 비집고 들 어갈 여지를 만들 것이다. s image courtesy of Minumsa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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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MASS’ to ‘micro’

박창용 그래픽 디자이너 twitter@carljungpark www.callmecollector.com

자, 2012년이다. 우스갯소리겠지만 마야인들이 종말을 예 고했다던 2012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건 롤랜드 에 머리히Roland Emmerich; 재난영화의 귀재라 불리는 독일 출신 영화감독. – 편집자 주 의 영화건, 어쨌든 2012년은 찾아오고 이렇게 트렌드도 예 측한다. 2011년의 이런저런 상황들을 들여다보면 지구가 미지의 행 성에 부딪히진 않더라도 앞날을 핑크빛으로만 예측하기란 쉽 지 않은 듯하다. ‘디자인’이라는 고고한 세계도 매일같이 널 뛰는 주식시장과 동떨어져 있지는 않다. 경제상황이 열악해 질 때 가장 먼저 검토되는 것이 외향의 축소 아니던가. 하지 만 이것이 꼭 부정적인 견해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외향 의 축소라기보다는 디자인이라는 개념에 대한 ‘재검토’가 맞 다. 디자인을 외형적인 ‘치장’에만 올인했던 서울시와 서울 시 민이 이 오류를 통해 ‘디자인’이라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개 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그 자체의 토양 을 오래도록 바꿔오기도 했다. 디자인의 정의가 미적, 경제 적 개념에서 점차 인문학적 영역으로까지 넓어지면서 포괄하 는 스펙트럼도, 그에 따라 파생되는 ‘트렌드’도 복잡하고 다 양해지는 것이다. 일단 2011년까지 인류가 도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은 유행했고 과거의 디자인 유물들은 발굴되었다. 그야말로 ‘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해본 셈’이다. 이 때문에 2012년의 디자인은 이 모든 것들이 교배된 ‘하이브리드hybrid, 혼합물’ 또 는 각자의 디자인 개성이 깊이를 더해가는 ‘춘추전국시대’로 요약할 수 있다. 불안한 경제심리와 인터넷, 이동 통신mobile

50 SPECTRUM


여전히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선 먹통인 플래시Adobe® Flash®와 액티브엑스ActiveX는 역사 속 유산으로 사라질 확률이 높다.

communications에 의해 대두한 마이크로 문화mirco culture; 일반적인 문화 안에 들어 있는 문화의 작은 단위. 지배적인 문화 내에 있는 특정한 정체성과 특성이 있는 문화 의 총칭. - 편집자 주

등이 결합하면서 트렌드는 세분되고 이에 관한

연구는 심도를 더해갈 것이다. 시장이 ‘매스mass’에서 ‘마이크로’로 이동함에 따라 경쟁력을 갖춘 프리랜스 디자이너, 외부 컨설턴트와 같은 ‘아웃소싱 인 력’은 각광받을 것이다. 디자인의 풍경은 이미 많이 바뀌지 않 았던가. 어느 것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자유분방함. 각자의 개 성을 존중하거나 혹은 아예 관심 두지 않거나. <키츠네Kitsuné> 는 여전히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리면서 음반을 내고 옷을 팔 것 이며(키츠네는 하이브리드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다), <바 이레도Byredo; 벤 고햄(Ben Gorham)이 설립한 스웨덴 스톡홀름(Stockholm) 기반을 >는 먼지 한 올 허락할 것 같지 않은 깨끗한 패

둔 향수 회사. - 편집자 주

키지에 향수를 담을 것이다. 하지만 길 위에서 전통적인 플루 이드 디자인플루이딕 스컬프쳐 Fluidic Sculpture; 유체공학적 조형의 현대 아 반떼와 조카가 갖고 놀던 장난감 차를 닮은 닛산Nissan의 큐브 Cube가 나란히 달리듯이 터부나 손가락질을 걱정할 필요는 없

다. 단지 남다른 감각을 전송하는 손가락만 바빠질 테다. 그리 고 이 전송의 물결 속에서, 여전히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선 먹 통인 플래시Adobe® Flash®와 액티브엑스ActiveX는 역사 속 유산 으로 사라질 확률이 높다. s image courtesy of Kitsuné, Byredo Parfums, Nissan.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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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The Art Collaboration’ Boom 김정은 이안북스 대표, 이안매거진 편집장 twitter@iannbooks www.iannmagazine.com www.facebook.com/iannbooks

어렵다. 2011년 미술계에 대한 재조명과 2012년 트랜드를 예측해보라니. 문화예술품의 앞날을 예측한다는 건 그 상품 에 대한 브랜드 가치측정과 판매전략이 가능하단 얘기이지 않 나. 그렇다면 나는 여기에 상품의 브랜드 가치라 할 법한 블루 칩 작가들을 소개하고 소위 눈높은 문화시민으로서 골라 봐 야 할 전시들을 나열하면 되는 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난 5월 신세계백화점이 만들어낸 ‘제프 쿤스Jeff Koons 마케팅’과 같은 좋은(?) 선례가 있다. 신세계 왈, “당시 단기적 매출 수익을 14% 끌어올렸으며 장기적으로는 롯데나 현대 같은 경쟁업체와 차별화를 이끌었다.” 하니 올 해 미술계의 핫 이슈임은 분명하다. 온갖 패션지와 광고전단 에 뿌려진 쿤스의 ‘세이크리트 하드Sacred Heart’는 이를 예술작 품으로 보지 않아도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싶을 만큼의 소비 충동과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외국 경 매에서 인정한 보증수표 작품을 구매함으로써 국제적인 아 트 컬렉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작가와의 콜라보레이 션collaboration, 협업이란 명목 아래 백화점 쇼윈도 및 디스플레 이에 그의 작품을 도배했으니 이보다 좋은 마케팅, 홍보가 어 디 있겠나. 고급예술에 대한 소비전략은 소위 대중에게 친근한 예술성 을 호소하는 작가를 내세워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는 아트 마케팅의 한 트렌드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사례가 처 음 있는 일은 아니다. 루이뷔통Louis Vuitton과 무라카미 다카시 Murakami Takashi, 村上 隆가 만들어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는 한

정판limited edition이란 방식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는 동시에 ‘ 망가manga, まんが; 일본에서 나온 출판물 만화의 총칭. - 편집자 주’라는 대중적 52 SPECTRUM


인 코드를 예술화하는데 이바지했다. 덤으로 작가의 작품 값 도 상승시켰으니, 이러한 기업과 작가 사이의 콜라보레이션 은 가치투자가 있어야 하는 쌍방의 상생관계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물론 미술의 상품화 쟁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이 를 상업주의적 폐단이나 현대 예술의 실추로 볼 것인가는 잠 시 미술비평가에게 미뤄두는 것이 좋겠다. 사실 자기반성이 나 자신만의 미학이 없다면 애초부터 가치상품화를 위한 투 자가 있을 리 만무하다. 2012년 미술계 트랜드에 대해 전망한다면 그것은 바로 ‘콜라 보레이션의 붐’이다. 삶이 여유로워지면서 우리는 제품의 단 순한 편리성을 넘어, 남과는 다른 ‘삶의 가치’를 소비하고 싶 어한다. 그리고 건축이나 가구, 패션 등 실생활 아이템들은 작품 같은 제품군을 모색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결 국, 이 시대의 요구needs 는 실용성을 넘어 다른 오리지널 제품 군의 확장을 위해 예술을 이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협업 덕분 일까? 앞으로 예술과 상품의 경계 짓기는 의미 없는 논쟁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s image courtesy of Jeff Koons & SHINSEGAE

앞으로 예술과 상품의 경계 짓기는 의미 없는 논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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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어 퓨 굿 맨과 트랜스포머3에 대한 주식투자 이로 무명의 쓰는 사람 책방 유어마인드 운영 twitter@whoisiro twitter@your_mind_com www.your-mind.com

(앞으로 이어질 글에는 영화 <어 퓨 굿 맨A Few Good Men, 1992>과 <트랜스포머3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2011>에 대한 아주 이 상한 종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어 퓨 굿 맨>은 유년시절의 나에게 괴악한 영화로 남아 있다. 명장면으로 꼽히는 후반부가 유독 그랬는데, 정의를 대 변하는 다니엘 캐피 중위는 흐름의 절정에서 연극적인 과정을 통해 네이단 제셉 장군에게서 자백을 이끌어낸다(실제로 <어 퓨 굿 맨>은 브로드웨이 연극이 원작이었다). 상식적으로는 성립 불가능해 보이는 장면을 톰 크루즈와 잭 니콜슨의 강인 한 연기가 상식의 경계 너머로 밀고 나간다. 감정적인 불도저 로 장면을 밀어버린다. 톰 크루즈는 얼굴의 모든 근육을 씰룩 이며 장면을 포장해낸다. 괴상한 장면은 그 순간, 캐피 중위가 제셉 장군을 도발하고 제셉 장군이 오랜 군인의 자존심을 양념으로 그 도발에 순순 히 껌뻑 넘어가는 순간이다. 상황을 파악한 제셉 장군의 표정 이 약해진다. 옅어진다.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던 고위 장교 는 그 순간 사라져 그저 군복을 입은 아저씨가 된다. 1992년 의 나는 생각했다. “지금 누가 나쁜 거였지?” 그 격정의 0.5 초만을 스틸 이미지로 전환하여 보았을 때, 누가 약자이고 누 가 악인인가. 얼마 전 개봉했던 <트랜스포머3>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반부 에 패배한 채 처량하게 쓰러져있던 메가트론은 여주인공 칼리 의 몇 마디에 벌떡 일어나 ‘악의 힘’으로 결말이 ‘해피엔딩’이 되 는데 기여한다(이 문장은 모순이 아니다). 그 어처구니없는 순 간, 악의 상징이자 수장이 인간의 몇 마디 비아냥에 발끈하여 이성을 온통 잃는 그 순간에, 과연 누가 악인가. 자신의 이상 을 위해 어떤 무모한 짓이든 하는 쪽인가, 자존심 하나에 흔들 려 쉽게 목숨을 잃는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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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순간적인 판단을 포스팅하면, 그 글을 보는 누군가 역시 즉각적으로 그에 대해 판단한다.

구차하게 영화 두 편의 이야기를 빌려 왔지만, 결국 선한 사 람의 모든 순간이 선의가 아닐 수 있으며, 악한 사람의 모든 순간이 악의가 아닐 수 있다. 이거냐 저거냐, 초콜릿이냐 바 닐라냐, 그것도 아니면 초콜릿 바닐라 반반 혼합이냐의 문제 가 아니다. 순간순간 사람의 파편을 들여다보면 자존심, 시 행착오, 자기 배신과 확신, 이유 없는 고집과 응석들이 뒤섞 여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라고 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 변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우리는 자연스럽 게 순간적으로 판단하길 강요당한다. 하나의 사건이 화제가 될 때,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우리는 즉각적으로 판단하 여 그 판단에 대한 ‘글’을 작성하여 웹에 올린다. 당신은 이쪽인 가 저쪽인가. 좌측인가 우측인가. 옳은가 그른가. 혁신적인가 구태의연한가.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 내가 순간적인 판단 을 전송하면, 그 글을 보는 누군가 역시 즉각적으로 그를 판단 한다. “아, 저 녀석 그쪽이군.” 맙소사, 그때 우리의 삶에 남는 것은 도식과 카테고리뿐이다. 이제 당신은 한 명의 인간이기 도 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폴더이기도 한 것이다. 마치 주식투자의 과정과 같다. 시간을 쪼개어 매일매시매분 매초 결정한다. 결정은 오직 두 가지, 팔 것인가, 살 것인가. 이 전 지금, 지금, 다음 지금. <어 퓨 굿 맨>의 혼란스러운 표정 따 위 고려하지 않는다. 나에게 2011년은 <어 퓨 굿 맨>과 <트랜 스포머3>의 사이에서 모두가 자신의 위치를 배팅하던 한 해 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 현상은 2012년에 보다 첨예하게 가속화될 것이다. 이 그래프는 모뎀이 기계음을 내던 그때부 터 아래로 꺾여본 적이 없으니까. 몇몇 의문과 기대로 각오하 고 있다.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혹은 어떻게 변하지 않을 것인가. s image courtesy of Castle Rock Entertainment & Columbia Pictures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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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멋대로, 또 마음대로 서옥선 파운드 매거진 편집장 twitter@found_mag www.foundmag.co.kr

스물아홉이 되던 해에 영국의 지방 소도시들을 여행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읍내’ 정도 규모의 도시인 체스터Chester에 갔을 때, 슈퍼마켓 앞에서 본 어느 할머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타탄체크 스커트에 양모 스웨터를 입은 곱고 단정한 영 국 할머니를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하얗게 센 머리를 밝은 핑 크색으로 염색하고, 검은색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그분은 문 신이 가득한 팔뚝을 내놓은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한 손에 는 장을 본 비닐 봉투를 든 채로. 파릇한 소녀 시절부터 껌 좀 씹고, 록 공연장에 출석 도장 찍어온 내공이 엿보이는 그 할머 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멋대로 사는구나. 저렇게도 나이 들 수 있구나….’ 거의 동시에 나는 한국에서의 내 처지 (?)를 생각했다. 서른이 코앞이니 결혼을 해라. 서른이 코앞 이니 펑크 록은 안 어울리지 않니? 서른이 코앞이니 너도 이제 남들처럼 살아라. 이런 귀 따가운 잔소리들에 콧방귀를 끼고 있는 것은 체스터에서의 펑크 할머니에게서 받은 너무 강한 인 상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2011년의 트렌드를 돌아보고, 2012년의 트렌드를 예상해 보라는 원고 청탁을 받고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뜬금없다 할 것 같다. 나는 단지 트렌드 따위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대 로,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살라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오 래전부터 한국의 주류 문화에 섞이지 못한 사람들은 미국을 부러워하고, 일본을 부러워했다. 미국에 가면 이런 특이한 사 람들이 있고, 일본에 가면 저런 이상한 사람들이 멋대로 살 고 있다는 거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 다양하게 변화하는 트 렌드의 물결 속에서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하고, 그것을 고집 해도 좋은 풍요로운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주류 문화에 반할지라도,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당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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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더, 트렌드세터라는 사람들이 하는 말 따위 잊고, 이제 거울 속의 당신 자신에게 스스로 목소리를 내라고, 그리고 그것에 진실하라고 말해 보라.

게 표현하고 멋대로 즐기는 용기의 문제는 있 겠지만…. 잡지를 만드는 직업의 특성상 트렌드에 민감 하다는 사람들도 가까이 보고, 자주 접하는 편이다. 대부분 소신 있게 잘 사는 친구들이 지만, 리아나Rihanna를 좋아하는 아이가 갑 자기 미스피츠Misfits의 티셔츠를 입고 와선 “요즘은 펑크 룩이 대세에요!”라고 말할 땐, ‘너 혹시 미스핏츠를 브랜드 이름으로 알고 있는 거 아니니?’라고 묻고 싶다. 적어도 문화에 대한 최소한 의 이해를 하고서 트렌드를 찾고, 쫓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서 하는 소리다.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상태에서 표현되 는 멋은 겉모습의 시각적인 아름다움 말고도 더 많은, 더 큰 멋 스러움을 담아낼 것이 뻔하고, 또 당연하기 때문이다. 2011년은 남들이 트렌드라고 말했던 것들을 따라다니기 바 빴다고 치자. 내년 1년이 마무리될 시점에서는 “2012년은 나 의 트렌드는 내 멋대로, 내 마음대로였어.”라고 말할 수 있다 면 그런 자신을 더 뿌듯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트렌드 리 더, 트렌드세터라는 사람들이 하는 말 따위 잊고, 이제 거울 속의 당신 자신에게 스스로 목소리를 내라고, 그리고 그것에 진실하라고 말해 보라. s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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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RETRO is BACK

이용의 디제이/프로듀서 twitter@plastickid www.plastickid.net www.360sounds.net

‘복고’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필자에게는 1960~70년대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2011년에 UV가 등장하고 미국에서는 더 론리 아일랜드The Lonely Island가 크게 유행하면서 1990년대 스타일의 복고풍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주 옛날의 추억과 느낌보다,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추억을 회상하고 나누며 안줏거리 삼는 것에 익숙해 졌다. 올해 개봉한 영화 <써니> 또한 그런 느낌을 잘 표현한 작 품이 아닐까 싶다. 트렌디한 외국 음악이 점령했던 대형 클럽이 1980년대와 90 년대의 흘러간 가요가 나오는 선술집pub으로 바뀌는 현상을 보면, 확실히 이전보다 많은 사람이 당시를 회상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과도기적인 스트리트 패션과 아직 자리 잡지 않은 문화들의 태동기인 1990년대의 음악과 패션, 영상은 요즘 사 람들의 작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가까운 10년 전으로 가고 있는 성향이 그것이다. 음악의 질과 사운드는 최신이지만, 춤과 패션은 복고 느낌이 강했던 2011년에는 과거의 음악 트렌드를 편집하고 재구성 해 만든 새로운 장르도 눈에 띄었다. 뭄바톤moombahton; 일렉트 로닉 댄스 뮤직의 장르 중 하나로, 미국 출신 디제이이자 프로듀서인 데이브 나다(Dave Nada)가 2009년에 만든 트랙을 시초로 둔다. - 편집자 주

이나 포스트 덥스텝post dubstep;

레게 코드에 일렉트로닉 음악을 더한 덥스텝(dubstep)에서 파생된 음악적 경향 중 하나. - 편집

같은 장르들은 흔히 말하는 잡종(?)스타일의 음악인 듯하

자주

지만 이미 서양에서는 마니아가 많이 생겼고, 이 장르들을 주 제로 한 파티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비욘세Beyoncé 는 디 플로Diplo; 디제이 크루 메이저 레이저(Major Lazer)의 멤버이자 프로듀서. - 편집자 주의 기존 곡을 사들여 그 위에 노래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 58 SPECTRUM


2011년 동안 있었던 국내의 큰 페스티벌에서 어딜 가든지 보 였던 셔플 댄스shuffle dance 또한 큰 이슈가 됐다. 미국에서 활 동하는 엘엠에프에이오LMFAO의 타이틀곡이었던 파티 록 앤 썸party rock anthem을 시작으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댄스 플로어를 비비며 셔플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몇 십 명이 다같이 추는 모습을 보면 가끔 재밌을 때가 있다. 그래 도 내년에는 셔플 댄싱을 그만 보았으면 좋겠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주 옛날의 추억과 느낌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추억을 회상하고 나누며 안줏거리 삼는 것에 익숙해졌다. 2012년에 대한 말이 참 많다. 혹자는 2012년에 지구가 멸망 한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2012년에 결혼을 꼭 할 거라 고 했다. 이렇듯 2012년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꽤 주목받는 해가 되었는데, 이런 좋은 시기에 새로운 장르의 음악들이 더 수면으로 올라와 대중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음악적으로도 화려하고 새로운 소스보다는 미니멀하고, 어 쿠스틱한 느낌이면서 본능적인 감각을 건드리는 음악이 많이 나올 것이다. ‘기본’을 생각하며 그 범위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 는 작품들이 신선함을 유지할 것이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가사를 가진 노래들이 특히 많이 나오 는 생각도 해본다. 유독 자연재해에 대한 뉴스가 많은 요즘, 인간들은 어디서 어떤 천재지변이 생길지 모르는 불안한 마 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함들은 언제 나 ‘문화’라는 도구로 표현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치유되는 부 분도 있다. 다른 이의 말에 더 귀 기울이게 되고 지구인으로서 전 세계 사람이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모습에, 음악이 어떤 보 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s image courtesy of LMFAO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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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이미 스마트한 세상에 새롭게 던져진 스마트한 화두 김진호 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twitter@GreatNoise11 esquire.ikissyou.com

얼마 전 아버지께서 갤럭시S 2Galaxy S2를 사셨다. 휴대전화는 자고로 전화만 잘 터지면 된다고 주장하시던 분이다. 평소 문 자도 많이 사용하지 않으셨다. 전자제품에 문외한인 어머니가 진작부터 아이폰4iPhone 4를 사용하고 계신 것에 자극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2G 폰’을 고집하던 친구 녀석 하나도 며칠 전 스마트폰을 샀다. 낡은 휴대전화를 애지중지 아꼈지만 최신 스마트폰의 유혹을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이로써 내 주변 모 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었다. 2011년 현재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가 2,000만 명을 넘 어섰다. 한국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4,000만 명 중 절반 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2년여 만에 보급된 것 이란 점을 생각하면 가히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2010 년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을 시작한 한 해라면, 2011 년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아이패드iPad, 갤럭시 탭Galaxy Tab 등 의 스마트 기기들이 보편화된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패 러다임이 등장하면 어느 정도 보급과 보편화의 단계가 필요한 데 지금이 바로 그 단계인 것이다. 마법 상자 같던 TV,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컴퓨터 등이 지금은 그저 일상의 일부 가 된 것과 같은 이치다. 스마트 기기들 역시 일상의 일부로 자 리 잡아가는 과정이다. 스마트기기가 보편화되면서 이것들을 어떻게 ‘스마트’하게 활 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한 해이기도 하다. 본격적 으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 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데이터를 활용하길 바라게 되었고 포털사이트, 각 통신사, 애플 등에서 앞다투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클라우드 서비스 자 체가 새롭게 생긴 개념도 아니고 그다지 획기적인 기술도 아니 다. 다만,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꼭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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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편리한 기술로 인식된 것이다. 이건 최근 IT 업계의 경향 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꼭 새롭고 획기적인 기술만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지났음을 알 수 있다. 과거의 기술도 필요에 따 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사람들이 애플에 열광하는 이유 는 신기술 때문이 아니다. 하드웨어의 사양이 떨어지더라도 얼마나 조화롭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꿀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2012년에도 역시 센세이션한 기술의 등장을 기대하기는 어 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단, 기기가 보편화된 만큼 얼마나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근거리무 선통신Near Field Communication, NFC’ 기술이 이 고민에 대해 가장 발 빠르게 해답을 보여주고 있다. NFC는 비접촉식 근거리 무 선통신 기술을 말하는데 최근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단 NFC가 탑재된 스마트폰 케이스가 출시되었고 조만간 NFC 를 기본으로 탑재한 스마트폰들이 대거 출시될 것이다. NFC 가 탑재된 스마트폰은 신용카드 결제, 교통카드 기능은 물론 마트에 진열된 상품에 접촉만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때론 집 열쇠가 되기도 하고 도서 대출, 주차 위치 저장 등 무궁무 진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이미 전화기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좀 더 생활에 밀접하고 편리한 활용이 가 능해지는 것이다. 스마트폰 주변기기의 기하급수적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1년 스마트폰 주변기기 시장은 2,400억 원 규모로 추산 하고 있는데 2012년에는 더욱 큰 성장을 이룰 것이 분명하다. 더 훌륭한 디자인의 케이스, 끝내주는 음질의 스피커, 헤드폰 등 스마트폰이 보급되면 될수록 주변기기도 함께 발전할 것이 다. 이 또한 새롭지 않은 기술이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매김하 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는 조연이라 니 왠지 스마트기기가 평등한 세상을 구현하는 선구자가 되지 는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보게 된다. s

하드웨어의 사양이 떨어지더라도 얼마나 조화롭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꿀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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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삶과 같은 여행

김소정 잡지 및 광고 프로듀서, HOUSEGREY.COM 아트디렉터 twitter@annanywhere www.housegrey.com

‘집을 떠나서 새로운 장소로 옮겨간다.’ 그것을 기본 명제로 하 는 여행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스위스 태생의 철학자, 소설가, 수필가. 대표 저서로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불안> 등이 있다. - 편집자 주

의 말처럼 지금

내 주위에 있는 것들과는 전혀 다른 환경, 풍경, 사람, 예술, 건물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생각 속에 둘러싸인 다. 이 때문에라도 그 자체로서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행복한 기대감은, 여행지에서 밤잠을 설치고 새벽에 눈을 떠 도 피곤하지 않은 몸과 오히려 선명한 정신력을 갖게 해 일상 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끔 한다. 그렇 게 ‘새로운 나를 만나는 일’은 멋진 경험이지만, 처음에는 언제 나 영광스러운 실패투성이다. 내 인생의 첫 번째 여행은 스물다섯 살에 만난 유럽에서의 80 일이다. 혼자 80일을 여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 지만 의욕이 앞서서인지, 순간적인 계획들이 자꾸만 더해졌 고 계획이란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까진 알 턱이 없었다. 결국 나는 아무도 없는 글래스고Glasgow; 스코틀랜드 남서부의 항구 도시

의 중앙역에서, 스톡홀름의 외곽 공원에

서도 하룻밤을 지내야 했다.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독일에서 고 작 5일을 지냈다. 스위스에서도 이틀, 오스트리아에선 하루, 그리고 야간열차를 타고 이탈리아 어느 도시에 도착하는 ‘하드 코어’한 일정이었다. 웃을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유럽을 여행하는 대부분의 사람 이 이런 식의 경로를 따른다. 오늘 아침은 독일이지만 내일 아 침엔 오스트리아 빈에 있고 그리고 이틀 후 새벽엔 프라하나 부다페스트에 있다. 유럽에 처음으로 왔으니, 혹은 언제 다 시 올지 모르니 무조건 많은 나라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겠 지만, 여행이 끝나고 나면 애석하게도 기억에 남는 것은 없 62 SPECTRUM


그렇게 처음 본 낯선 풍경과 나의 에너지가 맞물려 엄청난 힘으로 변화한다면,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그 효력을 발휘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다. 나 역시 몇 개의 나라를 빠르게 거치며 보았던 유명 성당 이나 캐슬은 이름조차 가물거린다. 그래서 그 실패의 상처가 가득했던 첫 여행 이후, 나는 이런 식의 여행과는 작별을 고 했다. ‘이제 안녕…!’ 여러 곳을 둘러보는 대신에 한 장소에 오래 머무는 삶과 같은 여행이 요즘 여행의 새로운 모습이다. 독일 베를린에서만 일 주일, 포르투갈의 파로에서만 일주일, 크로아티아에서의 보 름. 그렇게 하니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고, 새로운 기억들이 생겨났다. 포르투갈에서는 숙소 옆에서 우연히 발견한 지역 식당 ‘오추추’에서 먹었던 숯불구이 치킨의 맛에 흥분했고, 크 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 근처 통 나무 산장에서 쏟아질 듯한 은하수와 별을 새어가며 로맨틱 한 밤을 보낸 적도 있다. 어느 수녀님의 즉석 기도에 감동해 종 교를 가져볼까 고민하기도 했고, 90센트짜리 에스프레소 맛 에 감동하기도 했다. 다음의 여행 일정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 게, 일상처럼 사람들을 만나고 주변을 보면서 그 시간을 사랑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여행을 하는 방법에 정답이란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방 식이, 자신의 취향이 묻어나는 여행이 제일 좋은 것이다. 많 은 사람이 가니까, 유명하니까 간다는 것은 이제 여행의 방 법이나 목적에서 제외하면 좋겠다. 새로운 곳을 방문하더라 도 평소 내 모습처럼 지내다 보면 거짓 없고 꾸밈없고 조바심 이나 무리한 계획이 없는, 진정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 다. 그렇게 처음 본 낯선 풍경과 나의 에너지가 맞물려 엄청난 힘으로 변화한다면,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그 효력을 발휘할 지도 모를 일이니까! s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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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ORIAL

innovative people in this city 64 SPECTRUM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열다섯 팀의 공간에 스펙트럼이 찾아갔다 그들의 공간, 그들 자신, 그리고 인케이스 Fashion, Music, Photography, Design, Art and Subculture in Seoul. 1~6 written by 홍석우 Hong Sukwoo / 7~15 written by 김지혜 Kim Ji 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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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gseok Yoon

윤형석 / 커버낫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COVERNAT creative director

윤형석은 커버낫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2011년 가을이 시작될 무렵 한적한 논현동 주택가로 본거지를 옮겼다. 넓은 정원 딸린 양옥집을 고친 쇼룸을 보면, 개인 디자이너의 한계는 어디일까 생각하게 된다. 커버 낫의 요즘은 바쁘다. 내년 봄/여름과 가을/겨울 시즌을 거의 동시에 준비하고 마무리하며, 2011년 가을/겨 울 시즌 또한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클래식’에 대한 그들만의 해석 덕분에 더 많은 이 들이 커버낫을 알아 가는 중이지만 그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내년 이맘때 즈음, 외국 어느 매장에 걸린 커버 낫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www.covernat.net / twitter@covernatyun (personal), twitter@COVERNAT_ (COVERNAT) 66 SPECTRUM


Andy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4S (Advert) / Andy warhol protective sleeve for MacBook Pro 13�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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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bie Yoon & Andy Kim

윤원정 & 김석원 / 앤디앤뎁 디자이너

Andy&Debb designer

앤디앤뎁은 지난 10년 한국 패션 디자이너 시대를 가장 앞에서 이끈 브랜드 중 하나였다. 이제 그들은 새로 나아 갈 길과 함께 또 다른 도전을 모색한다. 김석원은 ‘프로젝트런웨이 코리아’ 시리즈의 멘토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 렸고, 윤원정은 앤디앤뎁보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삼은 ‘뎁(DEBB)’의 전개를 통해 여성복의 새로운 해석을 보 여주었다. ‘각자 가진 부분으로 갖지 않은 부분을 상호 보완하는 존재.’ 걸출한 두 명의 패션 디자이너를 한데 묶 은 앤디앤뎁을 이르는 가장 알맞은 표현 아닐까. 이 책이 발행되었을 즈음 문을 열었을 청담동의 앤디앤뎁과 뎁 매장도 얼른 방문하고 싶다. www.andyndebb.com / twitter@andyssam (Kim Seok won) 68 SPECTRUM


Ace hotel portfolio for iPa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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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chul Kim Joohyung Ban

김현철 / 그릴파이브타코 대표

Grill5Taco CEO

반주형 / 그릴파이브타코 사장

Grill5Taco director

처음 그릴파이브타코라는 길거리 타코 판매 트럭을 본 것은 어느 음악 축제였던 걸로 기억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은 트럭이 아닌 번듯한 매장으로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릴파이브타코는 세상 에서 단 한 곳, 바로 가로수길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타코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스트리트 문화를 좋 아하는 이들의 사랑방이기도 하다. 수많은 카페와 음식점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게 요즘 서울 모습이지만, 이곳 만큼은 오래도록 자리 잡았으면 한다. 음식을 문화로 생각하는 얼마 되지 않는 소중한 곳이니까. grill5.tistory.com / twitter@grill5taco (Grill5Taco), twitter@BanHyung (Ban Joo hyung) 70 SPECTRUM


P-ROD skate pack lite (Aqua/Fuch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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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ki Min

민수기 / 므스크샵 대표 겸 바이어

msk shop president & buyer

2008년 겨울, 압구정역 근처에서도 꽤 찾기 어려운 장소에 작은 남성복 편집매장이 생겼다. 이 작은 매장이 시 작할 때 함께 한 브랜드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 므스크샵은 스무 개가 넘는 브랜드가 모인 작지만 단단한 편집매장이 됐다. 민수기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이름의 므스크숍을 매장의 규모나 브랜드의 개수로 평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는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우리나라 패션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는 데 힘쓰고, 그들의 훌륭한 컬렉션을 므스크샵의 색에 맞춰 보여주는 것에 자신의 이십 대 후반을 바친 사람이니까. 다양한 패션 매 장이 늘어나는 요즘, 그의 고민 또한 늘겠지만 사실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 그와 므스크샵을 지지하는 사람들 이, 지금도 주위에 풍성해 보이니까. www.mskshop.net / twitter@mskshop (msk shop), twitter@sookimin (personal) 72 SPECTRUM


Coated canvas sleeve for MacBook Pro 15” (Tau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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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won Choi

최경원 / 스타일리스트

stylist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클라이언트를 둔 다른 직업군과 비슷한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일리스트의 고객은 영화배우일 수도, 브랜드 광고 작업일 수도, 혹은 무대를 달구는 아이돌 그룹일 수도 있다. 최경원은 어릴 때부터 스타일리스트가 꿈이었다. 수년간의 어시스턴트 생활을 거쳐 독립한 그녀는 불규칙한 생활에 치이면서도, 아름다운 여배우의 무대 인사를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녀는 지금 동료 사 진가들과 작업실을 함께 쓴다. 올해의 당면 목표는 ‘자신만의 작업실을 갖는 것’이다. 누군가를 꾸미는 일로 다양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는 얘길 들으며 작업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 그녀의 바람이 어서 이뤄지길 바랐다. www.choikyoungwon.blogspot.com / twitter@chochowon 74 SPECTRUM


Nylon sling sleeve for MacBook Pro 13� (Fuchsia/Insig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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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yeon Kim

김주연 / 엘르 코리아 패션 에디터

ELLE Korea fashion editor

김주연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패션 에디터로 살았다. 패션 에디터로 일하는 것이 남들에게는 화려하 게 보일지 모르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마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 보다도 이 일의 보람을 잘 안다. 패션의 최전선에서 발생한 다양한 정보를 편집하고 골라내서 독자에게 전달하 고, 멋진 이미지로 포장한다. 그것은 종종 자신의 취향을 넘어선 영역이기도 하지만, 가끔 메일함을 열었을 때 만나는 ‘패션 에디터 지망생’들의 글을 보며 기분을 다잡기도 한다. 그녀는 얼마 전 <피피 라핀의 스타일북>이 란 책을 통해, 패션 에디터가 아닌 번역가로서 이름을 올렸다. 책의 옮긴이 소개에서는 ‘바다’를 무척 좋아한다 고 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바다를 볼 수 없는 서울에선 63빌딩 쪽 한강이 사람도 없고 좋다는 ‘일급 정보’를 슬며시 알려주었다. twitter@jooyeon_kim 76 SPECTRUM


Andy warhol protective sleeve for MacBook Ai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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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ji Yoo

유영지 / <살롱 그란데> 대표

<Salon Grande> owner

살롱 그란데의 유영지 대표는 앞서 연 그란데의 임시개장 기간에 한 외국인에게 메뉴판에도 없는 파스타를 만 들어 준 적이 있다. 3년 후, 가로수길을 지나던 그 외국인은 다시금 그란데를 찾게 되었다. ‘맛있는 음식’은 그 식탁에 함께 한 사람, 공간의 분위기, 그 순간 흐르던 음악 같은 환경이 모여 누군가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다. 그 소중함을 잘 아는 크루(crew)가 모여 있는 곳, 살롱 그란데는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을 머금은, 따뜻한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78 SPECTRUM


Nylon sling sleeve for MacBook Pro 13” (Pompien red/Lead) / Neoprene sleeve for MacBook Pro 13” (Prairie Green) / Terra tote bag (Cream/ Fiery 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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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hyun Jo

조서현 / 맞춤 모자 전문가

hand-made hat maker

조서현은 본인을 디자이너라 소개하기 쑥스럽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디자인이란 만드는 사람의 고집이 들어 가야 하는데 본인의 작업방식은 그렇지 않다고 말이다. 그는 모자를 만들 때 ‘유연성’을 가장 우선시하여 소재 부터 세밀한 부분까지 의뢰한 사람의 의견을 반영한다. 런던 새빌로우(Savile Row)의 맞춤 매장들을 보며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는데 서울에서 오래도록 맞춤 모자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조서현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 었다. 디자이너가 아니면 어떤가. 홍대 어느 골목, 모자 가게를 찾은 누군가는 마음과 손길이 세심하게 닿은 모 자를 받고 가슴 가득 만족감을 느낄 테니 말이다. www.ranggan.com / twitter@rangganhat 80 SPECTRUM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4S (Do it yourself) / Pingpong protective cover for iPhone 4 (Clover) / Slider case for iPhone 4&4S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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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mpens

럼펜스 / 비주얼, 미디어 아티스트

visual & media artist

국회의사당 외벽에 로보트 태권브이가 등장한다. 사이좋기로 유명한 부부 타이거JK와 윤미래를 철천지 원수 지간으로도 만든다. 이 모든 것이 비주얼-미디어 아티스트 럼펜스의 아이디어다. 일상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 을 것 같은 일을 상상하는 그는, 그 상상을 토대로 작품을 만든다. 영역의 제약 없이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어서 비 주얼 아트에 매력을 느끼는 그는, 어린아이처럼 제약 없이 많은 것을 실현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그의 작품 을 보는 우리에게 무척 다행인 일일지도 모르겠다. www.lumpens.com / twitter@lumpenss 82 SPECTRUM


Convertible book jacket for iPad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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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an Lee

이사강 / 뮤직비디오, 영화 감독

music video & film director

이사강 감독은 말하자면 ‘이슈 메이커’다. 얼마 전 유브이(UV)와 함께 한 뮤직 비디오를 비롯해 그녀의 행보는 늘 주목받는다.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도 외모지만 쉬이 거절하지 않고, 예의 상냥한 태도가 그녀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라 생각한다. 2년 만에 만난 그녀는 사실 조금 달라져 있었다. 화려하게 왁자지껄 즐기는 파티보다는 집 안 에서 조용히 작업하는 시간을 즐긴다. 지금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기보다 현재 있는 일에 온 힘을 다하고 싶다 고 말한다. 그런 그녀에게 남다른 목표가 생겼다. 바로 ‘놀이처럼 일하는 것.’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 라보는 그녀의 놀이란 무척이나 재미있을 것 같다. twitter@lovesagan 84 SPECTRUM


Pivot On ear headphone (Ash/Pink) / Nylon sleeve w/ handles for iPad (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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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onshiners

더 문샤이너스 / 가수, 록 밴드

musician, rock band

차승우 (기타, 보컬) Seungwoo Cha 백준명 (기타) Junmyung Baek 최창우 (베이스) Changu Choi 손경호 (드럼) Kyungho Son

듣고 있는 음악, 얼마 전에 본 영화, 술을 마시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하는 모든 일상이 노래가 된다. 그래서 자신 들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경험이든 상상이든 간에 반드시 ‘진심’이 묻어나야 한다. 진심을 담아 곡을 쓰고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것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서울의 이야기를 - 비 록 그것이 슬픈 이야기라 할지라도 - 쓰고 연주하고 노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더 문샤이너스. 달밤의 정취 가 소리 없이 스며드는 것처럼, 그들이 연주하는 신 나는 비트의 음악은 오늘, 서울 하늘 아래 살아가는 청춘들 의 가슴을 뜨겁게 울린다. www.facebook.com/moonshiners.official / twitter@moonshiners1234 86 SPECTRUM


Sonic Over ear headphone (Primer/Fluro Blue) / Nylon backpack (Fir green/Golden r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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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woong Choi Dongwoo Park

최지웅 / 프로파간다 그래픽 디자이너

Propaganda graphic designer 박동우/ 프로파간다 그래픽 디자이너

Propaganda graphic designer

프로파간다의 두 그래픽 디자이너, 최지웅과 박동우와의 만남은 한마디로 유쾌했다.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 은 상대가 해주기 때문에 지금까지 작업할 수 있었다는 둘은, 닮은 듯 달라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며 프로파간 다를 이끌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을 선보이는 프로파간다에게 이 분야의 매 력은 다름 아닌 ‘파급력’. 즉각적인 피드백 때문에 때로는 감독이나 배우처럼 영화의 성공을 절실히 기대한다 는 그들이다. ‘정말 성공한 영화의 포스터를 만들고 싶다’라는 소원이 부디 이루어져, 그들의 열정 또한 파급력 있게 세상에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www.propa-ganda.co.kr twitter@propaganda01 (Choi Jee woong), twitter@propaganda02 (Park Dong woo) 88 SPECTRUM


Rostarr snap case for iPhone 4 & 4S / Coated canvas sleeve for MacBook Pro 15� (Pale g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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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hyun Hyun

현우현 / 디제이, 프로듀서

DJ, producer

제주도에서 자란 소년은 음악이 좋아 고등학생 시절에 학교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었다. 그 시절은 아름답고 화 려했지만, 시간이 지나 친구들은 모두 다른 길을 찾아갔고 소년은 마음과 몸이 자랐어도 여전히 좋아하는 음 악을 하고 있다. 디제이 현우현은 어딘지 그가 만지는 음악과 달리,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어 밤 의 클럽보다는 늦은 오후 통의동 거리의 산책이 어울릴 것 같았다. 하지만 뭐,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의외성 이란 원래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으니까. 그 무시무시한 힘으로 앞으로 어떤 행보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www.locksmithmusic.com / twitter@runtaz 90 SPECTRUM


Reflex On ear headphone (Black/Fluro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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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a Chung

정현정 / 주얼리 디자이너

jewelry designer

정현정은 뉴욕에서 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한다. 직접 요리도 하고, 데코레이션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 대해 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녀의 일상은 매우 다채롭다. 하지만 인터뷰 후 그녀의 삶에는 일종의 일관성이 있음 을 깨달았다. 필요에 의해 찾는 사람을 누르거나 헤치지 않도록 늘 조화로움에 대해 생각하며 디자인을 하는 그 녀는, 주변을 향한 섬세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 상냥한 시선이 여성과 조화로운 주얼리를 만들게 하며, 역시 조화로운 일상을 만드는 그녀만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www.tanachung.com 92 SPECTRUM


Andy warhol Book jacket for iPad 2 (Ban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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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Park

루이스 박 / 포토그래퍼

photographer

9년간의 런던 생활을 접고, 서울행을 결심했을 때 많은 이들은 루이스 박에게 좁은 서울이 무척이나 답답할 거 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변화가 필요해 런던으로 향했듯이 9년이라는 시간 가운데 런 던 생활은 일상이, 서울은 여행이 되었다. 루이스 박은 목적지에 막 도착한 여행자의 기분으로 서울에서 전시회 를 기획하고 있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이 행복한 포토그래퍼는, 자신과 새로운 작업을 함께할 친구들을 만나는 일에 설렘을 느낀다. 포토그래퍼 루이스 박의, 두 번째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다. www.imlouis.com / www.housegrey.com 94 SPECTRUM


Sling pack for DS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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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HYEON 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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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 Kim Hyeon seong Lives and Works in SEOUL

http://ohboyzine.egloos.com, twitter@ohboyzine 김현성은 1990년대부터 한국 패션 매거진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패션 포토그래퍼 중 한 명이다. 그의 사진 은 종종 패션에 대한 그의 태도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꾸밈이나 과장이 없고, 건조하면서도 피사체에 집 중하는 사진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 다름없다. 꾸준히 김현성의 사진을 본 사람이라면 대번에 그의 사진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사진을 배운 그가 처음부터 ‘패션 사진’을 하 려던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우연한 기회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그대로 지금까지의 직업이 되었다. 김현 성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오래도록 산 토박이면서, 서울의 아름답지만은 않은 모습들 - 오히려 치부에 가깝다 고 느낄 만한 것도 - 을 렌즈 안에 담기도 한다. 또한, 2009년부터 ‘환경’과 ‘동물 복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패션 문화 잡지 <오보이!OhBoy!>를 창간했고, 얼마 전 2주년을 맞이했다. 다양한 것들이 빠르게 변하는 서울에 서 하나의 작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말 그대로 ‘아티스트’가 아니면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현성은, 사진 과 자신이 편집장을 맡은 잡지를 통해 그 뜻을 이어간다. 96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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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O KISIK 표기식 Pyo Kisik Lives and Works in SEOUL http://blog.naver.com/pyokisix, twitter@pyokisix

디지털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한 표기식은 대학생 시절부터 사진과 영상, 모션그래픽, 웹 디자인 분야를 넘나들 며 작업을 이어왔다.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표기식에게 ‘사진’은 또 다른 표현 도구 중 하나인데, ‘주관적 시 선’이 다분하다는 점에서 그의 다른 작업들과 조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이안북스IANNBOOKS에서 출 간한 표기식의 사진집 <흩어지다Shattered>에는 지난 몇 년간 찍은 사진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의도적으로 표 현한 듯 보이는 흐릿한 풍경과 거친 입자 속 사람들은 지난 세기, 사진의 가장 위대한 힘이었던 ‘사실’을 있는 그 대로 보여준다는 점과 정면으로 대비되지만, 반대로 그의 사진이 지닌 함축적이고 회화적인 매력을 극대화한 다. 그를 전업 사진가라고 부르긴 애매한 측면이 있겠지만, 일상에서 마주친 소재를 기록하고 그것들을 재생 산하여 다양한 매체로 구축한다는 점에서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포토그래퍼가 아 닐까 싶다. 그의 블로그(http://blog.naver.com/pyokisix)에 들어가면, 표기식의 삶과 맞물려 돌아가는 개인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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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매거진의 다섯 번째 챕터 ‘갤러리’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재능 넘치는 두 명의 아티스 트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그 네 번째 시간에는 두 명의 포토그래퍼, 김현성과 표기식을 만 났습니다. 지금껏 회화와 미디어 아트 등 순수 미술을 중심으로 다룬 ‘갤러리’로서도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김현성은 벌써 10년 이상 활동하며 한국 패션 사진의 한 부분을 맡아왔습니다. 수많은 패션 잡지와 광고를 비롯하여 현재는 환경과 동물 복지에 대한 메시지를 패션과 문화 에 결합한 <오보이OhBoy!> 매거진의 편집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상업 사진과 개인 작 업을 병행한 김현성의 사진이 패션 매거진을 중심으로 정도正道를 걸었다면, 표기식의 방식은 좀 다릅니다. 얼마 전,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작업한 사진을 모아 사진집을 낸 이 젊은 사진가 는, 패션 사진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좀 더 개인 작업에 몰두합니다. 베테랑이라 부를 수 있 는 김현성과 이제 막 두각을 나타내는 표기식. 이 두 명이 만나 사진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지금’ 을 얘기했습니다.

©Images courtesy of Kim Hyeon seong, Pyo Kisik

interview & text /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 정재환 Jae ChungJDZ 98 SPECTRUM


01 Start 시작

김현성Kim Hyeon seong, 이하 K: 원래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싶었 다. 원하는 학교, 학과에 계속 낙방하고 삼수까지 하다가 결 국엔 디자인과도 사진과도 아닌 애매한 조소과에 들어갔다. 그러다 당시, 사진작가 김중만을 아는 형의 지인으로 만났다. 그때 김중만은 유학 생활 후 어시스턴트도 없이 혼자 사진 작 업을 했는데, 아는 형의 집 마당에서 작업하는 걸 보고 우연히

돕게 된 것이 시작이다. 그날을 계기로 2년 반 정도를 함께 일했다. 당시 학생이던 내게 ‘사진이 재미있고 좋다면 제대로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라고 제안한 것도 그였다. 당시 김중만의 풍경 사진에 푹 빠져 있었는데, 찍고 싶은 풍경을 찾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사진이나 그래픽, 그림 할 것 없이 시각적인 것은 다 좋아했는데, 결국 사진이 나의 시각적인 관점을 표현하는 도구가 됐다. 표기식Pyo Kisik, 이하 P: 일종의 취미로, 아주 자연스럽게 혼자 사진을 찍은 것이 발단이다. 굳이 계기를 찾자면, 이번에 낸 사진집엔 빠진 사진인데 예전에 찍은 사진 한 장에서 찾을 수 있다. 코 스모스와 그 주변을 찍은 사진인데 무지개처럼 흐릿하게, 정말 아름다운 컷이 나왔다. 사실 그 사진은 렌즈 플레어 현상lens flare effect; 피사체에 반사된 빛이 렌즈를 통해 이미지센서에 맺히는 과정에서 반사돼 생기는 현상. 편집자 주

으로 우연히 나온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그 한 장의 사진이 멈추지 않고 매일 무언가를 도

전하며 찍은 원동력이 됐다. 한 가지 더하자면, 그 당시가 2003년에서 2004년도 즈음인데 싸 이월드가 굉장히 유행했다. 당시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때 그 사진이 미니홈피에서 꽤 인기 가 있었다. 만일 내가 유명해지고, 사진 스크랩 수가 늘어나면 헤어진 여자친구가 이 사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좀 우습게도. 그런 생각에 더 열심히 사진 찍지 않았나 싶다. 홍석우Hong Sukwoo: 두 분 모두 시작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후, 김현성은 패션과 상 업 사진을 시작했다. 프로로서 처음 뛰어든 1990년대를 어떻게 기억하나. K: 사실 그 당시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풍경이나 주변의 것들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먹고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순진했다. 물론 유학 중에 패션 사진 공부도 했지만 열정을 품은 곳은 순수예술 쪽이었다. 하지만 귀국해 보니 당장 무언가를 하기엔 상황 이 여의치 않았고, 개인전을 하는 것도 방법적으로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상업사진을 해 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이엔씨EnC, 나인식스뉴욕96NY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대하패션現 데코네티션

의 마케팅팀에 있던 아는 누나에게 연락이 왔다. 그 회사에서 명동에 트렌드20Trend 20이

라는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발행하는 무가지無價紙의 사진을 찍게 된 것이다. 그렇 게 사진을 찍기 시작하니까 하퍼스바자 코리아Harper’s Bazaar Korea 같은 잡지 일도 들어오고, 그 러다 보니 작은 규모라도 공간이 필요했다. 워낙 자연광에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규모가 어 떻든 자연광이 드는 작은 스튜디오를 대치동에 얻었다. 돈도 모자라고 공간의 반을 나눠서 임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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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스튜디오였지만 그 당시 패션 사진 작업이 굉 장히 재미있었다. 선진국의 작업을 따라 하는 수준 이긴 했어도 패션 브랜드의 아트 디렉터, 판촉실現 , 포토그래퍼 모두 창작의욕에 불타 있었다.

마케팅팀

광고주들도 항상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했다. 당시엔 ‘스타 마케팅’이란 게 없었다. 신선한 얼굴과 피사체를 찾는 길거리 캐스팅처럼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다. 보이밋걸Boy Meet Girl, 쿨독Cool Dog, 무크 Mook 같은 광고들은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보이밋

걸’ 같은 경우에는 나와 안성진, 김욱 셋이서 브랜 드 카탈로그를 완벽히 다른 포맷과 콘셉트, 판형으 로 각각 만들었다. 그 후 3~4년이 흐르고 ‘스타 마 케팅’이 생기면서 일하는 분위기와 작업 환경이 계 속 바뀌었다. 모든 걸 스타에 맞춘 시안에 따라 돌 아가니까 일 자체가 수동적이 됐다. 나도, 광고주

김현성Kim Hyeon seong _ 을왕리Eulwangni, 2003

도, 대행사도 모두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스타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유독 우리나라가 스타 마케팅 중심 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K: 어느 정도는 인터넷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의 핵심은 매출인데, 인터넷 소통이 활발 해지면서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일종의 통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지면에 찍힌 스타의 옷을 보고 사러 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요즘은 인터넷 안의 정보 교류에 대하여 어마어 마한 파급력을 느낀다. 표기식 작가는 상업사진에 발을 들여놓기 전, 주로 어떤 사진을 찍었나. P: 계속 일상을 기록했다. 주변, 자전거를 타며 본 풍경, 친구들을 담았다. 어떤 목적을 두고 찍은 사진이라기보다 내가 갔던, 있던 곳의 기록이다. 사람이 같은 시간에 여러 장소에 있을 순 없으니까 촬영을 하는 나도 그 자리에 있던 셈이다. 그러한 시간의 기록이다. 내가 사진을 시작 할 때 즈음 디지털카메라 붐이 불었다. 그렇지만 나는 ‘초점, 노출만 맞으면 사진은 문제없이 나 온다’라는 것만 믿고 갖고 있던 필름 카메라로 계속 사진을 찍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디 지털카메라도 올해 샀다. 사실 지금,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그것을 직업적으로 또는 100 SPECTRUM


김현성Kim Hyeon seong _ 서울Seou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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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식Pyo Kisik _ 서울, 관악산 숲Forest, Gwanaksan, Seoul,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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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식Pyo Kisik _ 제주도Jeju Island, 2010

작업으로서 풀어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P: 처음 잡지에 사진을 실은 것은, 자전거 여행길을 다룬 칼럼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그 후 다 른 것도 찍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편집장의 권유로 텅 빈 클럽에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 내내 자연광의 사진만 찍다가 어두운 곳에서 조명을 두고 찍는데, 나도 확신이 없었고 필름 카메라이 다 보니 바로 확인할 수 없어서 에디터도 많이 불안했을 거다. 다행히 사진이 잘 나와서 그 이후 로 몇 번 같이 작업하게 됐다. 내 작업 기반이 영상과 그래픽 디자인이다 보니, 그래픽 디자인 같 은 경우는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잡지들과 아트워크 작업을 한다. 그 작업을 계기로 다른 작업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어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보여 드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제안이 올 때마다 거절하지도, 피하지도 않고 늘 찍던 대로 작업했다. 굳이 디지털카메라를 쓰지 않고 필 름 카메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사진이나 그래픽, 영상 작업의 접근 방법은 다 비슷하 다. 예를 들어, 영상 같은 경우 사진을 잘 붙이면 영상이 되는 거고, 그래픽도 마찬가지다. 근데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까 이걸 하다 저걸 하면 스스로 전환이 잘 안 되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픽 작업하다가 사진 촬영하면 약간 주춤하는 현상을 발견한다. K: ‘멀티 플레이어multi player’의 안 좋은 면이다. 우리 둘 다 그걸 경험했다. 사실 그런 현상을 좋 지 않게 보지만, 요즘 사회가 멀티 플레이어를 원하니까. P: 사진 하나에 몰입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긴 하다. 가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기도 하나. P: 그런 건 아니다. 정체성은 작업 자체로 표현되는 것이니 상관없다고 여기고, 그저 하는 것 들을 모두 잘하고 싶다. 아직은 사진과 그래픽, 영상 중에 어느 것 하나만 해야겠다는 게 좀 위 험한 생각 같다.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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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Kim Hyeon seong _ 이수혁Lee Soo hyuk, 2009 / 이연희Lee Yeon hee, 2010

02 Photography 사진

두 분 사진에는 고유의 스타일이 있다. 단어로 표현할 수 없 는 일종의 느낌이다. 자신의 사진에 대해 어떻게 표현할 수 있 을까? K: 한마디로 표현하기엔 부적절하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 반체제反體制’? 말 그대로 체제에 반反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

까. 지금 상업 사진은 너무 매뉴얼화manual化되어 있다. 그렇다고 다양한 것도 아니다. 결과물 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상업 사진을 만드는 과정, 그러니까 광고주와 광고 대행사, 포토그래퍼 의 관계와 일을 만드는 과정과 항상 비슷한 결과물이 나오는 구조가 싫다. 꼭 그것 때문에 지금 처럼 사진 찍는 건 아니지만, 만약 그런 과정에 순응했다면 내 사진도 비슷해졌을 것이다. 일단 우리나라 상업 사진 시장 자체가 좁다. 살아남기 위해서 포토그래퍼가 해야 하는 행동양식 같 은 것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준다. 자신의 결과물에 자신 없어 하고, 현장 분위기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그런 외적인 요소가 강한 것이 좀 문제다. 나의 경우, 시안이나 콘셉트를 요구할 때마다 대답은 한결같다. ‘보여 줄 게 없다.’ 내 사진 그 자체가 곧 시안이고, 피사체만 달라질 뿐이니까. 물론 그쪽에서 원하는 사진을 찍어 줄 능력도 없다고 생각한다. 계속 꾸준히 일을 해왔지만, 이 런 방법이 그동안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할 수 있던 비결일 수도 있겠다. 나는 계속 나다운 사진 104 SPECTRUM


김현성Kim Hyeon seong _ 설리Sulli,2010 / 권지용Kwon Ji yong, 2007

을 찍고, 그런 사진을 좋아하고 찾는 이들의 사진을 찍는 것이다. 포토그래퍼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이유에, 지금 언급한 상업 사진의 매뉴얼화가 원인 중 하나일까. K: 일단 지금 구조는 일을 많이 해야 한다. 대부분의 포토그래퍼들에게 ‘물이 올랐다’ 싶은 순 간이 있다. 그땐 뭘 찍어도 기막힌 결과물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정말 많은 일이 몰려든다. 하 지만 또 한 번에 기운이 확 떨어지는 시기가 온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것을 이기기 위 해 무척 노력하지만, 어려울 수도 있다. 극복하더라도, 작품 자체라기보다는 분위기나 외적인 요소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스튜디오도 ‘대여rental 시스템’이 있어서 꼭 개인 스튜디오가 아니 더라도 자기 사진만 열심히 찍으면 잘할 수 있는 구조가 있으면 좋겠다. 표기식의 사진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감성이 묻어난 다고 생각했다. P: 늘 카메라를 지니고 다니면서 순간을 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이 나지 않을까. 흐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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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면 흐린 대로,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그때 그 순간을 찍는다. 보통 내 사진이 다른 사진들과 좀 다른 분위기가 난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입체감을 거의 감(感)으로 만 인식하는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매력을 느끼는 피사체가 있는가. P: 주변에 있는 것들. K: 일상. 마찬가지로 주변에 항상 있는 것들로 꽃, 나무, 하늘, 집, 자동차 같은 것에 매력을 느 낀다. ‘일상을 담는다’라는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차별할 방법은 개인의 시각밖에 없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개인의 감성을 담은, 개인의 기록. 그것이 작품이냐, 아니냐 하는 것을 구별하 고 싶진 않다. 다만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시선을 담은 것이라면 다 작품이 되는 것이다. ‘얼마 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03 Photographs of each other 서로의 사진

K: 일상을 찍은 개인의 기록인 사진 중에서도 표기식의 사진 은 대상을 보는 시각, 색감, 구도까지 모든 것이 굉장히 희귀 하다. 개인적으로 표기식의 사진이 나의 것과 매우 다르다는 점에서 좋아한다. 비슷한 일상을 보지만 나의 시선과 아주 반 대에 있는 것으로, 표기식의 사진은 몽환적이고, 의도된 우연 함에서 오는 미학美學이 있다. 다 큰 남자가 소녀의 느낌을 만

들어내는 것이 조금은 섹시하기도 하고, 그런 소녀적인 느낌과 함께 오는 퇴폐미頹廢美 또한 아 주 좋아한다. 표기식의 사진은 나의 감성에 비추면 아주 예쁜 사진이다. 그의 탐미적인 사진에 비해 나의 사진은 매우 건조dry하고 일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건데, 그런 식으로 차별화를 두 려고 애쓰는 편이다. 표기식의 사진을 보면 ‘어떻게 찍었지?’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둘 사 이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같은 대상을 바라본다는 게 흥미로운 부분이고, 그 점 에 관심 두게 된다. P: 비슷한 생각이다. 그렇지만 스스로 한 번도 앞서 언급한 특징을 염두에 두고 찍은 적은 없 다. 요즘 사진집을 내고서 재밌는 점이, 사진에 대한 피드백을 더 잘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K: 요즘 사진에는 후반 작업이 당연시되었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좀 남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만 봐도 그런 것들을 이용해서 색감과 구도가 멋진, 아주 잘 ‘만든’ 사 106 SPECTRUM


표기식Pyo Kisik _ 조치원Jochiwon, 2004 / 조치원Jochiwon, 2005

표기식Pyo Kisik _ 서울, 한강망원지구Mangwon Hangang Park, Seoul,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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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들이 넘쳐난다.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생명이 없는 사진으로 보인 다. 그런 사진들 사이에서 표기식의 사진은 자연스러운 감성과 기술적인 면이 조화롭게 어우 러져 있다.

04 Seoul 서울

P: 은근히 서울 사진을 많이 찍고 있긴 한데, 사람들이 잘 모 르는, 숨겨진 서울의 모습을 찍는 편이다. 계획적으로 만들어 진 곳에서는 카메라를 꺼내기가 꺼려진다. 항상 자전거를 타 고 다녔던 곳이나,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는, 또는 관심이 몰 리지 않는 곳의 사진을 주로 찍는다.

K: 자주 이야기하지만, 사실 서울을 굉장히 싫어한다. 일단 도시 자체가 주는 느낌이 마치 유전 자가 잘못되어 잘못 자라난 괴생명체의 터전으로 느껴진다. 정치적으로도 잘못 이용되는 것 같 고, 욕망에 비해 선한 기운이 전혀 없는 도시 같다. 그렇지만 그 어떤 곳보다 서울에서 사진 찍는

표기식Pyo Kisik _ 서울, 난지 한강공원Nanji Hangang Park, Seoul, 2011 108 SPECTRUM


김현성Kim Hyeon seong _ 서울Seoul, 2003

것을 가장 좋아한다. 굳이 사진의 작품성을 위해서 어디를 가는 것보다, 서울에 있는 작가들의 시선으로 서울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내가 싫어하고 추한 모습의 서울이라도, 내게는 서울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일단 찍는다. 아무리 의미가 없어 보이는 피사체에, 의미가 없 는 행위일지라도 서울은 나의 도시이기 때문에 일단 찍어야 한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한 편으로는 서울 안에서 좋아하는 피사체들이 사라져 가는 모습들을 본다. 그것들이 사라지는 게 짜증스럽기까지 해서, 비판까진 아니더라도 서울의 개발을 조금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는 생 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더욱 서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계속 찍어나가고 싶다. P: 듣다 보니 나와 김현성의 차이점을 느꼈다. 김현성은 서울에서 태어나서 계속 서울에서 살 아왔고 나는 이제 겨우 서울 생활 5년째다표기식의 고향은 대구다. - 편집자 주. 그래서 나의 시선은 ‘서울은 어떤 곳이지?’하는 여행자 같은 것으로, 아직 궁금한 점이 많다.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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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Present, and Future 현재, 그리고 미래

P: 얼마 전 사진집 <흩어지다Shattered>를 냈다. 어머니가 쓰 시던 카메라를 수리하면서부터 찍은 사진들이니까 2003, 2004년부터 2010년까지의 기록이다. 이번 사진집 디자인 을 맡아주신 라RAAH; 출판사 겸 디자인회사. - 편집자 주의 최형경 대표 제 안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원래는 정말 두툼하고 전형적인 형

태의 사진집을 출간하고 싶었는데, 1년 전부터 다시 진행해서 만들었다. 앞으로 더 좋은 사진 을 찍는 데 에너지를 쓰겠지만, 지난 사진들을 묶어서 가지고 있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트폴리오 개념으로 제작했다. 그리고 식당 차우기食堂 Chaugi; 종로구 재동에 있는 요리사 정창욱의 레스토랑. - 편 집자 주

의 사진을 디지털카메라를 산 올해 3월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찍는다. 요리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다는 점이 무척 자극적이었다. 책으로 나오게 될지 어떨지는 아 직 잘 모르겠다. 그 외에는 마감을 지켜야 하는 상업 사진 작업과 모 타블로이드지에 들어가는 아트워크 사진, 또 영상 작업도 틈틈이 한다. K: 사실 <오보이!OhBoy!> 작업보다 개인 작업을 더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전혀 못하고 있 다. 거의 <오보이!>에만 매달리고 있고 그 외 광고 사진 작업 등을 한다. <오보이!> 작업을 하기 전에는 일부러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사진 찍었는데, 요즘 그걸 하지 못해 조금 답답하다. 개 인 중에는 여자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는 게 있다. 나중에 책으로 내고 싶은데, 지지부 진하다. 지금 하는 작업들의 시스템을 잘 갖춰서 개인 작업할 시간을 낼 수 있을 정도가 되고 싶 은데, 게으르고 소극적이어서 같이 일할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2012년의 계획이 있다면. P: 자그마한 작업실을 갖고 싶다. 김현성의 첫 스튜디오처럼 자연광이 들어오는 곳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K: 일단은 <오보이!>를 열심히 만드는 것. 사실 단기적인 계획은 없다. 다만 장기적으로 환경 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해서 개선점을 찾고 싶고, 사람들 때문에 고통 받는 동물들을 도울 방 법도 계속 마련하고 싶다. 이것을 큰 계획으로 잡고 그 안에서 방법을 찾는 게 나의 계획이다. s

이 인터뷰는 2011년 10월 13일 목요일, 서울 청담동의 UFO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110 SPECTRUM


21-15 Chungdam-Dong Gangnam-Gu Seoul Korea +82 2 3444 4007 www.jdchouette.com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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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New Incase Product Guide 인케이스의 홀리데이 시즌 컬렉션은 단순함의 미학에 자연스러움을 함께 담고자 했습니다. 새롭게 출시하는 테라 컬렉션Terra Collection은 천연소재와 오버사이즈, 대담한 악센트 컬러로 일 상에서 간단한 여행까지 어떤 용도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디자인했고, 나일론 컬렉션에 서 새로 발매하는 색상 또한 그레이, 울트라마린 등 차분하면서도 개성 있는 색상에 대조되는 팝 컬러를 얹었습니다. 또한 이번 시즌,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의 3국에서 독점발매하는 인케 이스와 일본의 빔스BEAMS가 협업한 리미티드 제품도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컬렉션, 새로운 컬러, 새로운 협업으로 홀리데이 시즌을 맞는 인케이스의 신제품을 소 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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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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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Collection 테라 컬렉션은 새롭고 자연스러운 재질로 인케이스의 심플하고 캐 쥬얼한 가방을 새롭게 재해석한 컬렉션입니다. 오버사이즈 지퍼 와 대담한 악센트를 준 심플하고 클래식한 외관은 인케이스의 제 품 보호 기능과 함께 모든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제품 이 될 것입니다.

1. Terra Campus Pack 2. Terra Tote Bag 3. Terre Sleeve for Mac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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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Sonic

Over Ear Headphones 20 Hz - 20 KHz 주파수 대역의 고성능 40mm 티타늄 오디오 드라이버 유닛을 포함을 내장한 풀 사이즈 오버 이어 헤드폰 · 차음성을 높이기 위한 귀 형태와 일치하는 이어컵 · 티타늄 재질의 고성능 40mm 오디오 드라이버 · 편안한 피팅을 위한 전체 조절 가능한 이어컵 · iPhone, iPad, iPod를 위한 마이크와, 볼륨, 리모트 기능이 있는 2개의 교환식 케이블 포함 · 보관용 파우치와 1/4인치 오디오 어댑터 포함 Colors

Black / Fluro Green

Reflex

Over Ear Headphones 20 Hz - 20 KHz 주파수 대역의 고성능 40mm 오디오 드라이버 유닛이 내장된 헤드폰

· 스틸 프레임에 프리미엄 캔버스로 코팅된 헤어밴드 · 모든 방향으로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이어컵 · iPhone, iPad, iPod를 위한 마이크와, 볼륨 리모트 기능이 있는 케이블 포함 · 고성능 40mm 오디오 드라이버 · 인케이스만의 소프트 터치 코팅을 한 이어컵

Colors

Black / Fluro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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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 / Fluro Pink

Oregano / Fluro Orange

Primer / Fluro Blue

Ash / Fluro Orange


Audio

Pivot

On Ear Headphones 20 Hz - 20 KHz 주파수 대역의 40mm 오디오 드라이버 유닛이 내장된 경량의 헤드폰 · 쉬운 휴대를 위한 접이식 이어컵 · 편한하고 경량화된 디자인 · 편안한 피팅을 위한 전체 조절 가능한 이어컵 · iPhone, iPad, iPod를 위한 마이크와, 볼륨 리모트 기능이 있는 케이블 포함 · 고성능 40mm 오디오 드라이버 · 인케이스만의 소프트 터치 코팅 Colors

Black / Fluro Green

Primer / Fluro Blue

Ash / Fluro Pink

Capsule

In Ear Headphones 20 Hz - 20 KHz 주파수 대역의 8.5mm 오디오 드라이버 유닛이 포함된 인 이어 헤드폰 · 완벽한 피팅과 뛰어난 차음성을 위한 귀의 형태와 일치하는 타원형 이어팁 · 내구성 강한 매트 코팅과 유니바디 구조 · iPhone, iPad, iPod를 위한 마이크와, 볼륨 리모트 기능이 있는 케이블 포함 · 완벽한 피팅을 위한 다른 사이즈의 이어팁 3쌍 포함 · 수납 케이스 포함

Colors

Black / Fluro Green

Oregano / Fluro Orange

Primer / Fluro Blue

Ash / Fluro 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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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boration

Ace Hotel Collection 1999년 시애틀에서 문을 연 에이스 호텔Ace Hotel은 독특하고 다양한 분위기와 정돈된 편안함으로 여러분의 여 행을 재정의하기 위하여 설립된 호텔 체인입니다. 이제 Ace Hotel은 각각의 도시와 어울리는 분위기로 다양 한 지역에 있으며, 로컬 아티스트와의 협업 및 다양한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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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uffle Bag 2. Shoulder Bag for 15” MBP 3. Protective Sleeve for 15” MBP 4. Portfolio for iPad 2 5. Snap Case for iPhone4S & 4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대한 동등한 이해를 바탕으로, Ace Hotel 컬렉션은 클래식 디자인과 그 느낌, 그리고 성능을 모두 만족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위하여 디자인하였습니다. 이 컬렉션의 강화된 제품 구조와 디자인은 아메리칸 메이드 왁스 코튼 캔버스, 소프트 태피터taffeta 안감과 함께 여행에 필요한 각각의 장비와 모바일 기기 에 대한 완벽한 보호를 제공합니다.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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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boration

BEAMS by Incase 이 리미티드 에디션 빔스BEAMS 팩은 인케이스가 만든 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입니다. 인케이스 시그니쳐 캠 퍼스팩을 기반으로 디자인하였으며, 내추럴 코튼 캔버스와 블루 데님, 그리고 레더 재질 하단부의 조합은 고 급스러운 Look & Feel을 보여줍니다. 이 리미티드 에디션은 인케이스 미국 본사의 온라인 스토어, 일본 빔 스 스토어, 그리고 한국 인케이스 공식 온라인 스토어 세 곳에서 단독 판매하며, 그중 데님 BEAMS 팩은 일 본 BEAMS에서만 단독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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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EAMS Pack (Gray Canvas/Black Leather ) 2. BEAMS Pack, BEAMS Exclusive (Indigo Denim/Black Leather)

1976년 도쿄의 하라주쿠에 문을 연 BEAMS는 세계의 다양한 프로그레시브 디자인과 액세서리를 소개하 며 일본의 청년 문화youth culture를 바꾸어 왔습니다. 일상으로부터 시작하는 의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BEAMS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 음악, 아트, 음식 등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스토어로 성장했으며, 지금까 지 100곳 이상의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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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New colors for Fall. The Nylon Collection

진보적인 디자인 원칙과 모든 기능의 목적은 Incase의 나일론 컬렉션Nylon Collection을 뒷받침 하는 원동력입니다. 부드러운 인조 모피 안감, 인체공학적 디자인, 강화된 노트북 수납공간, 방습과 방한에 강한 내구성 높은 구조는 최상의 편안함과 스타일뿐만 아니라 최고의 보호기 능을 제공합니다.

1. Nylon Backpack 2. Nylon Compact Backpack 3. Nylon Campus Pack 4. Nylon Messenger Bag 5. Nylon Sling Sleeve 120 SPECTRUM


Nylon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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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Andy Warhol Collection 시대를 앞서는 비주얼 아티스트인 앤디 워홀Andy Warhol은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였으며 테크놀로지가 현대 문화 와 예술의 미래를 선도할 것을 내다보았습니다. 자신의 “아내”라고 부른 오디오 레코더를 항상 지니고 다니고, 최신 음악 그리고 저명인사 친구들과의 대화 녹 음 내용을 듣기 위해 항상 헤드폰을 끼고 있던 Warhol은 그의 살아생전의 생활 속에서 항상 테크놀로지와 함 께 호흡하며, 아티스트와 창의적 사색가로서 끊임없이 발전하였습니다. 그는 또 컴퓨터를 예술 창작 활동 도구 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예술을 접목한 선구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의 아트워크와 Incase의 최첨단 디자인을 접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20세기 미국의 걸출한 예술가인 Andy Warhol은 세상에 도전하며 예술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앤디 워홀의 문화유산은 그의 아트워크와 Andy Warhol 재단 및 Andy Warhol 박물관의 노력을 통해 지 금까지 그 명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제품 디자인들은 Warhol의 원작을 토대로 하며, 비주얼 아트 홍보 를 담당하는 뉴욕 소재 비영리 기관인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와의 라이 센스 계약으로 제작됩니다.

©/®/TM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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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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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Elvis Collection 2. Do it yourself Collection 3.Advertisement Collection 4. Empire Snap Case 5. Telephone Snap 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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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Rodriguez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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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Rodriguez Collection 이동과 투어가 많은 스케이트 보더들의 필요에 부합하기 위해 새 롭게 디자인한 폴 로드리게즈 시그니쳐 컬렉션Paul Rodriguez Signature Collection 은 프로 스케이트보더이자 여행가인 Paul의 자문을 얻어 혁신적 소재와 프리미엄 구조를 접목하였습니다. 기능성을 강조 한 디자인, 수납 및 사용의 편리함과 최고의 내구성이 특징입니다.

1. Skate Pack 2. Skate Pack Lite 3. Protective Sle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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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oy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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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oy Collection 요소의 총합보다 소재의 조합이 뛰어난 합금처럼 Incase의 알로이 컬렉션Alloy Collection은 가방과 슬리브에 프리미엄 소재를 사용하였습 니다. 기술의 진보에서 영감 받은 컬렉션의 거친 표면은 새로운 차원 의 테크놀로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1. Alloy Messenger Backpack 2. Alloy Backpack 3. Alloy Compact Backpack 4. Alloy Campus Pack 5. Alloy Messenger Bag 6. Alloy Sleeve for MB Pro 15” WINTER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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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ier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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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ier Collection Incase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사용이 쉬운 최 상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메 신저들의 요구에 적합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 닙니다. Courier Collection은 모든 커리어들이 기대하는 내구 성, 방수기능, 편리성이 특징입니다.

1. Courier Messenger Bag 2. Courier Messenger Backp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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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ted Canvas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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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ted Canvas Collection 현대적인 디자인과 최고의 기능성이 특징인 Incase의 Coated Canvas Collection은 세련된 라인과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기 능을 자랑합니다. 내구성이 우수한 코튼 캔버스를 사용한 이 컬 렉션은 방습코팅 마감으로 내구성을 더욱 높이고 특별한 질감까 지 갖추었습니다.

1. Coated Canvas Backpack 2. Coated Canvas Shoulder Bag 3. Coated Canvas Sle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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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4S and iPhone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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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4S and iPhone 4 Incase의 정밀 공학으로 이루어진 iPhone 4용 제품은 시각적 효과와 질감 효과를 동시에 이용하여 지속적인 보호 옵션의 범위 를 넓히고 있습니다. 각 제품은 향상된 내구성과 다양한 개개인 의 취향을 위해 진취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이고 다양한 재료로 만 들고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모두 iPhone 4S와 호환되는 제품입니다.

1. Pro Slider Case 2. Monochrome Slider Case 3. Tortoise Snap 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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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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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2 Incase의 iPad 2용 제품은 혁신적인 기기에 걸맞은 다양한 기능 과 보호기능을 제공합니다. 기존 iPad 케이스 중 가장 인기 있었던 북 재킷과 매거진 재킷을 재설계했으며, iPad 2 제품뿐만 아니라 무선키보드용 케이스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134 SPECTRUM

1. Book Jacket Select for iPad 2 2. Mag Snap Case for iPad2 3. Origami Workstation for iPad 2


Mac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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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MacBook Air Incase의 MacBook용 제품은 정밀한 기술을 이용한 보호와 현 대적인 디자인의 미학, 개개인의 다양한 선택을 위해서 제작되었 습니다. 각각의 케이스와 슬리브는 안목 높은 MacBook 사용자 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1. Perf Hardshell Case for MB Air 2. Neoprene Sleeve for MB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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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E

NEWS

TECH

Apple Premium Reseller

AFARM

에이팜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안에 입점한 애플 전문 매장으로 전 국 이마트 34개 점포, 백화점 2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인천 신세계백 화점 및 충청 신세계백화점에 이어 최근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경 기, 광주, 마산 신세계백화점의 4개 점포를 지속적으로 열면서 전국 적으로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에이팜에서는 애플 제품뿐만 아니라 고객의 필요성을 인지한 다양한 가방과 헤드폰, 케이스는 물론 2,000 여 종이 넘는 액세서리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에이팜만의 다양한 프 로모션으로 애플 제품을 우리나라 최저가로 만나볼 기회를 부여한다. 에이팜 인천 http://cafe.naver.com/applesupport/ 인천시 남구 관교동 15번지 지하1층 애플 메가샵 032-430-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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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STORE

NEWS

Flagship Store

KASINA

1997년 스케이트보드 코어샵을 연 이후, 전 세계 스트리트 컬처에 막 대한 영향력을 끼친 핫 아이템과 브랜드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획득하 며 15년이 지난 지금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스트리트 컬쳐 및 패션 브랜 드 유통 업체로 성장한 카시나는 2011년 말 현재 서울 압구정, 명동, 홍 대와 부산 남천 지역에 프리미엄샵 4곳, 피나클스토어 1곳, 스투시 챕 터 2곳, 클래식클럽샵 1곳, 나이키 에너지도어 1곳까지 총 9개 직영 매 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압구정동의 본사는 온라인스토어를 함께 운 영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컨트롤하는 카시나는 국 내 스트리트 컬처를 쉬지 않고 움직이는데 힘쓰고 있다. 카시나 http://www.kasina.co.kr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663-16 다울빌딩 02-3443-8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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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서울 대학로 에이샵 02-741-0497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28 목동 에이샵 02-2163-2635 서울시 양천구 목1동 916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1층 미아 에이샵 02-2117-1863 서울시 성북구 길음3동 20-1 현대백화점 미아점 7층 반포 에이샵 02-3479-6187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19-3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 신관 5층 삼성 에이샵 02-3467-8373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7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층 삼성 에이샵 코엑스 1 02-6002-1620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1 코엑스몰 폭포길 N23 삼성 에이샵 코엑스 2 02-6002-1640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1 코엑스몰 B1F T21 서대문 에이샵 02-3145-2944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30-33 현대백화점 U-PLEX점 9층 신촌 에이샵 02-3145-2944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30-33 현대백화점 신촌점 9층 압구정 에이샵 02-3449-5485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429번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지하1층 압구정 에이샵 02-548-6177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494번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WEST 5층 영등포 에이샵 02-2638-2730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42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2층 영등포 에이샵 02-2639-1464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34-5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B관 6층 천호 에이샵 02-2225-7094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45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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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4 / WINTER 2011

Publisher

양준무 Joon Yang

Publishing Director 김세일 Seil Kim Editor

홍석우 Sukwoo Hong 김지혜 Ji hye Kim

Designer

유영아 Younga Yoo 김기범 Kibum Kim

Photographer

정재환 Jae Chung Studio BONE

Videographer

김래현 Rae hyun Kim Studio BONE 고윤성 Yoon sung Go Studio BONE -

Contents Manager 백은영 Lily Baek Contents Supervisor 리치 림 Rich Lim Distribution Manager 한재훈 Jay Han Contributing Editors

박창용 Chang yong Park, 김정은 Jeong eun Kim, 이로 Iro, 서옥선 Okseon Seo, 이용의 Plastic Kid, 김진호 Jinho Kim, 김소정 Ann Kim

Contributor 김주혜 Helena-Marie Kim

©2011 Spectru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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