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No.08 / WINTER 2012 ISSN 2287-5980
Sonic Over Ear Headphones Leather Snap Case for iPhone 5
goincase.kr/anywhere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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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스펙트럼SPECTRUM 여덟 번째 호에서는 ‘젊음’과 ‘청춘’을 이야기하겠노라고, 지난 일곱 번째 호의 마감 중에 이미 생각해두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제는 위의 단어들을 영어로 쓴 ‘유스 YOUTH ’입니다.
꾸준한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스펙트럼에는 무척 다양한 이들이 한 호, 한
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원고를 부탁하거나, 촬영 혹은 인터뷰를 위해 사전에 보내는 문서에는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몇 가지 표현이 있습니다. 관용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처음 스펙트럼을 기획하면서 지금까지 담아내고자 했던 ‘핵심’이기도 했습니다. 그 문구 몇 가지를 아래 적어봅니다.
‘스펙트럼은 ‘빛의 띠’라는 뜻이 있고, ‘생각의 범위와 영역’을 나타내는 명사이기도 합니다.’ ‘스펙트럼은 유동적인 부분도 있지만 명확한 콘셉트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어떤 행위들이 단지 소비되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진심을 담아온 이들에게 저희는 연락을 드리려고 합니다.’ 위의 문구와 같은 - 잡지이지만 흔한 잡지처럼 소비되지 않는 - 책을 만들려고 애써 왔습니다.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이번 호는 스펙트럼의 지난 2년을 마무리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훌륭하고 흥미로운 작업하는 분들과 이제 막 무언가 시작하고 도전하는 이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들의 좋은 작업과 이야기를 명확하고 심도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아래의 문장들은, 이번 ‘유스’ 호를 만들며 참여 부탁한 분들께 보낸 문서에 있는 구절입니다. ‘‘젊음’과 ‘청춘’을 뜻하는 ‘유스YOUTH’는 현대 문화를 비롯한 동시대 문화에서 하위문화sub culture 를 드러내는 중요한 키워드이자, 지금 살고 있는 모두가 겪은 향수를 내포한 단어입니다.
실제로 청년문화 youth culture 에서 파생한 문화가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는 수없이 많습니다. 또한, 스펙트럼은 지난 2년간 일곱 번 발행한 책을 통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청년 문화와 동시대 문화 및 산업과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스펙트럼 2 년의 마침표를 찍는 여덟 번째 이슈에서, 우리는 각 분야에서 – 나이와 성별과 관계없이 – 청년의 마음을 유지한 채 작업하는 분들의 ‘지금’을 담아낼 생각입니다.’ ‘유스’라는 주제를 담아내면서, 스펙트럼이 가지고 있던 ‘젊음과 청춘’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위의 작은따옴표 안의 내용을 온전히 담아내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이제 막 이번 호를 접한 독자들의 몫입니다. 함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Editor 홍 석 우 2
SPECTRUM
Contents ISSUE No.8 / WINT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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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ARTICLE YOUTH FASHION - 김보영 DESIGN - 김세일 ART - 박기현 BOOK - 이로 STREET - THINK,TALK,WRITE. MUSIC - 성창원 TECH - 이원택 TRAVEL - 홍석우
RECOMMENDATION FOR WINTER 2012
06 ARCHIVE INCASE PROJECTS
12 PEOPLE DESIGN_ TEENAGE ENGINEERING MUSIC_JANG YOON JU
132 GALLERY OH SUK KUNH VS HAN VAD
154 PRODU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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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PICTORIAL _ANYWHERE CAMPAIGN
STORE NEWS
SHARES
113
186
포토그래퍼 니나 안, 그래피티 크루 매드 빅터, 아티스트 캐스퍼 강과 문경의 그리고 에디 강과 스티키 몬스터 랩
SPACE
INCASE 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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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of Incase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디자인 브랜드 인케이스 Incase는 단순 캘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을 뛰어넘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인케이스는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한 도전정신과 서브컬쳐를 절묘하게 접목해, 애플 사용자뿐만이 아닌 Fashion과 Art, Design, Music, Street, Tech 분야에 관심이 있는 모든 소비자층에게 사랑받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포토그래퍼와 스케이트 보더, 그래피티 아티스트,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등 다양한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요구가 반영되어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탄생한다. 인케이스의 다양한 시각과 시도들은 그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강한 만족감과 제품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내며, 국내외 두터운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의 하이테크 액세서리 시장은 블랙과 그레이 등 다소 어둡고 차분한 컬러의 무채색 일변도로 컬러풀한 색상과 디자인, 새로운 소재의 시도가 다소 부족한 상황이었고, 소비자들 또한 기존에 출시된 제품들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시장에서 인케이스는 새로운 컬러, 제품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혁신적이고 완벽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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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Incase Today ‘A Better Experience, through Good Design훌륭한 디자인을 통한 탁월한 경험’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Incase의 가방, 오디오, 다양한 길이와 호환성을 가진 케이블Cable 과 충전기Charger 를 포함한 모든 제품은 애플Apple 디바이스들과는 물론, 다양한 연령층과 직종,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연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또한, 지난 7월 2012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2012 Red Dot Design Award 의 제품 디자인 Product Design 부문에서 Incase Sonic Over Ear Headphone이 수상함으로써
인케이스 제품의 뛰어난 디자인이 또 한 번 입증되었다. 인케이스는 ‘큐레이티드 바이 아키팁Curated by Arkitip’을 통해 Parra, Andre, Krink, Evan Hecox, Rostarr 등 유명한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왔으며 Ace Hotel, Paul Rodriguez, Andy Warhol, Marc by Marc Jacobs 등 전 세계 다양한 카테고리의 아티스트, 브랜드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3년 초에 선보일 스투시Stussy 와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은 Hypebeast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웹진 등에 소개되면서 출시 이전부터 두 아이코닉 브랜드의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다. 곧 뒤이어 iPhone 5를 위한 앤디 워홀의 여섯 번째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며 Sticky Monster Lab과의 작업 이후 또 한 번의 이슈를 불러일으킬 국내 디자이너와의 프로젝트도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인케이스는 다양한 브랜드들과 함께 디자인, 기능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까지도 포함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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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IV\[°:[\ZZ` Shawn Stussy가 Laguna Beach에서 서핑을 즐기며 수제 프린팅 티를 팔기 시작한 25년 전, 그는 스스로 ‘캐쥬얼 룩’과 그 의미에 대해 재정립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가장 첫 번째로 언더그라운드 서브컬쳐인 스케이트와 서핑을 그 당시 급성장을 이루던 뮤직씬, 운동복, 워크웨어들과 결합하였고, Stussy는 현재 패션업계를 구성하는 폭발적인 제품 카테고리를 창출한 선구자입니다. 뉴욕, 도쿄,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밀란, 그리고 런던의 플래그십 매장들로 Stussy는 스트리트 패션업계를 선두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과 이색적이고 신선한 콜라보레 이션 그리고 세계적인 문화창작자들과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통해 “Stussy Tribe”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6
SPECTRUM
(IV\[°[OL°*VSSLJ[PVU 2013 년 3월에 전세계 동시 출시될 Incase x Stussy Series 001 collection 은 세 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웹매거진 Hypebeast, Highsnobiety 등에 소개되면서 출시 이전부터 두 iconic 브랜드의 만남에 주목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carry bag, backpack, iPhone case, ear buds 그리고 Incase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중 이례적으로 어패럴 제품 카테고리가 더해 구성되었습니다. Incase x Stussy Series 001 collection 은 실용적인 디자인과 이동성 증진을 위 한 뛰어난 보호기술이 결합되어있습니다. 밀리터리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가방과 액 세서리는 짧은 여정 뿐 아니라 긴 탐험에도 용이한 사용을 위해 세분화된 케링 시스템 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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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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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ackpack for MacBook 17”
3. Camera Sling for Point and Shoot Camera, iPad, iPhone, iPod
2. Duffle for MacBook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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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Utility Pouches for iPhone, iP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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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lider Case for iPhone 5
3. Collab Hats
2. Capsule Headphones In Ear Headphones
4. Collab T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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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Design
Teenage Engineering Jesper Kouthoofd, Bengt Sjölén, David Eriksson and Jens Rudberg
interview 리치 림 Rich Lim, 홍석우 Hong Sukwoo text 홍석우 Hong Sukwoo translate by 김주혜 Helena M. Kim © all images courtesy of TEENAGE ENGINEERING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기반을 둔 스튜디오이다. 그들의 페이스북 페이지 소개말은 이렇다. ‘미래의 상업 제품과 소통을 위한 스튜디오Studio for future commercial products, and communication’, ‘최고의 품질, 기능적인 디자인 그리고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에 기반을 둔
제품을 만든다Create Products with Superior Quality, Functional Design and Top-class Engineering’. 그들이 만 든 제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SFMOMA) 소장품 중 하나이자 2012년도 스웨덴 디자인상 ‘디자인 에스’ 부문The Swedish Design Awards ‘Design S’ 2012
수상작인 휴대용 신시사이저synthesizer; 전자음향합성장치로 이루어진 악기. - 편집자 주 오피-1OP-1
이다. 수많은 신시사이저 중에서 디자인은 물론 기능까지 독보적인 이 제품은 디자인과 창조, 엔지니어링 분야에 있는 다양한 인물에게 영향을 끼쳤다. 앞서 언급한 소개말처럼 그들은 ‘미래를 위한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을 유심히 지 켜보면, 그들의 작업이 과거의 걸작masterpiece급 제품들과 동시대의 훌륭한 제품들로부터 영향 받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래되었지만 정교했던, 그러나 누구보다도 미래에 가까웠던 카시오 Casio
사社의 디지털 시계와 싱클레어 리서치Sinclair Research 사가 1981년에 만든 초창기 가정용
컴퓨터(PC)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인터뷰 안에서 복잡한 엔지니어링 공식을 물을 마음은 애초에 없었다. 다만 그들이 어떻게 ‘틴에이지teenage; 십 대의’의 마음을 유지한 채로 ‘엔지니어링engineering; 공학 기술’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제품들로 미래를 두드리고 있는지 듣
고 싶었다. 인터뷰는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제스퍼 쿠스우드Jesper Kouthoofd와 이메일로 이뤄 졌다. 그는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이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드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처럼 보였다. 12
SPECTRUM
STUDIO FOR FUTURE COMMERCIAL PRODUCTS
Jesper Kouthoofd
www.teenageengineering.com www.facebook.com/teenageengineering www.youtube.com/teenageengineering twitter@jugendingenieur (TEENAGE ENGINEERING) twitter@kouthoofd (personal _ Jesper Kouthoofd)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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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上 ) Absolut Choir; An Architectural Installation, comprising 22 singing dolls in various shapes and sizes by Teenage Engineering for ABSOLUT VODKA, 2007 ( 下 ) New Balance 365; A campaign for the New Balance shoe model 365 by Teenage Engineering, 2009 14
SPECTRUM
SPECTRUM: 제스퍼, 당신의 미래 작품 활동에서 시초가 될 만한, ‘무언가를 만들던
컬렉티브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그는 위의
어린 시절’ 기억이 있는가? 무엇을 만들었고,
서 관련한 몇 가지 질문은 인터뷰에서 뺐다.
그 결과물이 지금 창작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
- 편집자 주)
이유로서 더 대답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
쳤는지 궁금하다.
Jesper Kouthoofd of TEENAGE ENGINEERING이하 TE: 일곱 살 때 전자식
틴에이지 엔지니어링TEENAGE ENGINEERING
조립용품 세트kit 를 만들며 놀던 기억이 난다.
이지 엔지니어링’으로 짓게 된 이유가 있나?
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브랜드 이름을 ‘틴에
내가 1970년생이니까 1977년의 얘기다. 아
‘틴에이지teenage’에 맞는 콘셉트와 ‘엔지니
홉 살 때 전기전자 관련 잡지에서 본 디자인
어링engineering’에 관여하는 구성원들의 이
을 바탕으로 전자 드럼을 만들었던 기억도 난
야기도 듣고 싶다.
다. 여기저기서 부품을 사 모은 뒤 서킷보드
TE: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은 1999년경 에이
circuit board 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10살 때
엠 전자 프로젝트AM electronic project 로 시작했
는 가정용 컴퓨터 붐home computer boom이 일
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최초의 가정용 컴퓨
었다. 내 첫 컴퓨터는 싱클레어 리서치Sinclair
터 붐 시절처럼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새로운
Research 의 제트엑스81ZX81이었는데, 그걸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시험하고, 그 결과물로
베이직 언어the Basic language 프로그래밍을 시
사업도 시작할 수 있는 하드웨어 플랫폼을 만
작했다. 하지만 이웃에 살던 친구의 프로그
들자는 의도였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입출력
래밍 실력이 더 나았기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
케이블과 스피커, 버튼, 그리고 프로그래밍
쪽으로 관심을 옮겼다. 그때만 해도 완전히
한 그래픽을 출력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스크
아날로그 시스템이어서, ‘0, 255, 255, 0,
린을 갖춘 휴대용 사이즈의 기계를 만들었다.
255….’ 같은 식으로 숫자를 입력하면 모눈종
하지만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투자자금을 유
이 모양의 스크린에 흑백 도트디자인이 출력
치하지 못해서 상용화하지 못하고 서랍 속에
되는 식이었다. 결국,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무
처박혔다. 지금의 아두이노Arduino; 오픈 소스를 기
척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반으로 한 물리적 컴퓨팅 플랫폼. AVR 기반의 보드와 소프트웨어 개발 을 위한 통합 환경(IDE)을 제공한다. 많은 스위치나 센서로부터 값을 받
지금은 패션 브랜드로 유명하지만, 크리에
아들여, LED나 모터 등을 통제함으로써 환경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물
이티브 스튜디오와 잡지 <아크네 페이퍼Acne
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 편집자 주
Paper 로도 널리 알려진 아크네 컬렉티브 Acne
App Store 와
Collective 의
기상 너무 앞서 갔던 것 같다. 우리의 하드웨
초기 구성원 중 한 명으로 안다.
나 애플 앱스토어Apple
상당히 비슷한 사업 모델인데, 시
그 안에서는 어떤 일들을 했나?
어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기술적으
TE: 내가 회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점 – 전기, 전자, 프로
분위기가 창조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사업적
그래밍 언어 등 – 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지
uncreative and speculative 으로
변해간다고 생각
금은 간단히 구현할 수 있는 부분이 당시에는
했을 무렵, 그만뒀다. (사실, 몇 가지 아크네
꽤 숙련한 엔지니어도 실행하기 어려운 작업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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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었다. 브랜드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생
해 상품화하는 것이 아닌, ‘여러 기술을 시험
각보다 간단하다. 엔지니어링에 관심 있는 십
하는 과정에서 흥미롭고 쓸만한 것을 찾는 것’
대 특유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새로움을 향한
이 우리의 방향이다. 결국, 최종 디자인은 기
호기심idea about the freshness and curiosity 을 담
술 시험의 끝에서 도출되는 결과물일 수밖에
고 싶었다. ‘책에 있는by the book ’ 모범답안으
없다. 이러한 작업 방식의 장점은 모든 과정
로만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고 모험을 두려워
이 동시에 평행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일
하지 않는 자세랄까.
직선linear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면 이전 단 계를 기다려야 하지만, 우리 방식은 그런 단
그럼 지금의 틴에이지 엔지니어링를 설립하기
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이러한 신념은 전체 과
위한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다른 구
정 - 프로그래밍, 전자설계, 캐드CAD 그리고
성원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시제품 생산까지 - 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TE: 첫 틴에이지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시도
아이디어를 이른 시일 내에 실체화하는 데 큰
이후 몇 년 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작
도움이 된다. 오래된 실무 경험을 통한 ‘제조
업공간을 쓰고 있었는데, 앱솔루트 보드카
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manufacturing’ 구조로
ABSOLUT VODKA 에서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왔
보면 될 것이다.
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팀 이름이 필요했 고, 예전의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이라는 이 름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로 했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디자인에선 아날로 그analog 와 디지털digital 의 강력한 연결고리 를 찾을 수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을 연
현실적으로 많은 디자인 아이디어 대부분이
계하는 관점이 궁금하다.
단순한 프로토타입prototype 수준에 머문다.
TE: 우리는 적어도 전자기술 부분만을 생각
아무리 기발하고 대단한 콘셉트도 실제 제품
하면 순전한 디지털 회사a pure digital company
actual products 으로
실체화하지 않으면, 결국
이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는 기계설계에도 크
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된다.
게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기능적인 면에
아이디어를 실현realization 하는 본인만의 구
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나 제품
체적인 작업과정specific process이 있나?
자체가 외형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TE: 우리는 엔지니어다. 그래서 산업 디자이
대해 노력과 시간을 할애한다. 누군가 우리
너들industrial designers 과는 상당히 다른 관점
제품을 사용하거나 만질 때, 어떤 느낌을 받
에서 결과물을 만들어간다. 우리의 아이디어
을지 생각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집중하는
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회로의 칩, 전자 기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류 또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 등, 기술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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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이미 우리 앞에 존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디자인과 작품을 보
재하는 신기술들을 가지고 어떤 새로운 결과
면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특유의 명
물을 만들지 고민하는 것이다. 미쳤다 싶을 정
랑함이 있다. 디자인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두
도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계속된 실험을 통
는 부분이 있다면?
SPECTRUM
( 上 ) TS-1; Team Teenage Sneaker with rubber side pocket for TS1-1W sensor, 2012 ( 下 ) The KNÄPPA; The Digital Cardboard Camera, invented and designed by Teenage Engineering for IKEA, 2012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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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TE: 우리 제품은 모두를 위한for all 것이다.
과 그들의 성격을 묘사하는 주제를 띠는 것은
사용자가 어떠한 문화적, 성性적, 언어적 배
맞다.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적합한 외부 구
경을 가졌든지와 무관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
성원external team members 을 단기 초빙해서 함
다. 가끔 색상으로 이러한 면을 표현하는데,
께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들은 아티스
오피-1OP-1 이하 OP-1;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에서 2011년 출시
트일 때도, 목수일 때도 있다. 그래서 프로젝
한 휴대용 신시사이저로, 신시사이저, 컨트롤러, 샘플러 기능을 탑재한
트 초반에 누구와 함께 일할지 결정하는 단계
의 그래픽 인터페이스 출력을
가 굉장히 중요하다. 영화의 배우 섭외casting
조절하는 형형색색의 손잡이가 좋은 예다. 또
과 비슷한 셈이다. 섭외 자체를 잘못하면 아
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무리 엄청난 기술의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
다기능 기계. - 편집자 주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가 가장 신경 쓰는 부
픽Computer Graphic, CG 가 있어도 촬영을 성공
분은 결국에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직관적으
적으로 마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단
로 이해하기 쉬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계를 거치면 프로젝트 기간 지켜야 할 엄격한
는 이를 ‘목적의 명확성clarity of purpose’이라고
기준과 한계를 세우는데, 뜻밖에 이런 제약사
부르는데, 많은 사람이 이러한 관점에 동의한
항들이 창작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
다고 생각한다. 우리 제품의 첫인상은 명랑함 여기에는 기능적functional이고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작품을 할 때와 클라
교수법pedagogic, 敎授法상의 원칙에 충실한 부
playful 이지만,
이언트 의뢰를 받아 일할 때의 ‘시작’과 ‘작업
분이 공존한다.
과정’도 다를 것이다. 이처럼 다른 일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무엇인가?
이제까지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이 진행한 연
TE: 외부에서 의뢰받은 프로젝트라도, 그들
구・개발R&D 과 클라이언트client, 고객 프로젝
과 함께 일하는 것에 관한 고민과 작업과정 자
트를 보고 있으면 디자인 본질design essen-
체는 비슷하다. 단지 우리가 어떤 외부 구성원
tials 과
고도의 엔지니어링뿐만 아니라 디자
을 데려올지 고민하는 대상이 클라이언트로
인을 통한 이야기storytelling 도 포함되어 있다
바뀌는 것뿐이다. 우리가 외부 구성원을 초빙
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앱솔루트 콰이
할 때처럼 100퍼센트 환영하는 마음과 함께
어ABSOLUT CHOIR’ 프로젝트에서 나이와 성
일할 가치가 있다고 모두가 동의하지 못하면,
별을 초월하는 여러 그룹의 사람들을 모아놓
프로젝트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은 장면을 연출한 것처럼 말이다. 이제까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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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와 틴에이지 엔지니
영상 분야와 영화 제작에서 경험을 쌓았다. 세
어링 작업을 진행하면서 일관된 디자인 작업
계적으로 당신은 영화감독으로 더 잘 알려졌
과정design process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만, 기술과 음악으로 작업하는 데도 조예가
틴에이지 엔지니어링만의 ‘디자인 본질’을 정
깊다. 결국, 구체적인 기술과 추상적인 예술 두
의하자면?
가지를 동시에 하는 셈이다. 자신을 ‘예술을 창
TE: 사실 매번 디자인할 때마다 과정도 약간
조하는 엔지니어’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지닌
씩 달라진다. 하지만 우리의 디자인이 사람
아티스트’ 중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나?
SPECTRUM
TE: 잘 모르겠다. 단지 작품을 만드는 시기
안, 처음 틴에이지 엔지니어링 콘셉트처럼 좋
에 가장 흥미로워하는 주제를 접목하려고 노
은 휴대용 신시사이저 하드웨어를 만들려는
력한다. 만약 한창 꽂힌 게 햄버거라면, 어떻
의도였다. 그즈음 우리 모두 진짜 기계real in-
게 완벽한 햄버거를 ‘엔지니어링’해낼지 고민
strument 들과 그런 기계에 달린 둥그런 손잡이
하는 것이다. 아, 그런 경우에는 내가 요리사
knobs 의 느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
chef 가 되는 건가? 하지만 아까 제시한 두 가지
시에는 모든 필요조건을 완벽하게 구현 가능
보기 중 하나를 굳이 고른다면 ‘예술을 창조하
한 기술이 부족했다. 디스플레이 스크린은 너
는 엔지니어’를 고르겠다. 내게는 ‘엔지니어’
무 큰 데다 로딩 속도도 느렸고, 프로세서는 작
가 ‘예술가’보다 더 멋져 보인다.
업을 돌리기에 턱없이 전력이 부족했다. 2~3 년 정도 지난 뒤 휴대전화 사업과 기술이 어느
무언가를 만들어가면서 가장 즐거운 부분은?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OP-1의 요구사항에 맞
TE: 프로젝트 자체가 즐겁다. 스케치부터 여
출 수 없던 기술이 생기고, 작은 크기의 부품
행을 다니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
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구성원들
을 배우는 모든 순간, 공장에 방문하고 프로
과 한 작업 공간을 나눠 쓰면서 엔지니어 친구
토타입을 만드는 작업까지 모든 순간을 즐긴
몇 명도 함께 부르기로 정했고, 그렇게 지금의
다. 결과물이 나오고 프로젝트가 끝난 순간,
OP-1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상당히 공허함을 느끼는 편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 도달하는 과정은 대단히 흥분되는 여
우리는 상당 부분 과거의 여러 요소에 영감 얻
행great and thrilling trip 의 과정이다.
고 영향받는다. 또한, OP-1 이전에도 많은 종 류의 신시사이저가 존재했다. 기존 기계들의 어
‘틴에이지 엔지니어링’과 ‘OP-1’ 중 어떤 것
떤 부분들이 OP-1을 만드는데 이바지했나?
이 먼저 만들어진 건가?
TE: 여러 가지가 있다. 카시오Casio 의 훌륭한
TE: 흥미로운 질문이다. 내 기억으로는 둘 다
첫 번째 모델, 롤랜드Roland 와 야마하Yamaha
1999년 즈음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만들
초기 신시사이저 모델 등…. 하지만 최신 컴퓨
었던 것 같은데? ‘틴에이지 엔지니어링’는 회사
터, 계산기, 게임, 그리고 휴대전화에서도 여
이고, OP-1은 제품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겠
러 아이디어를 얻었다. 결국, 우리가 애정을 지
지만 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틴에이지
니고 좋아하는 모든 하드웨어로부터 영감을
엔지니어링도 한때 제품명이었으니까 말이다.
얻어 우리 자신을 위해 만든 것이 OP-1이다.
OP-1은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모
제품을 만들 때 심미학적인 영상visual aesthet-
두 괄목할 만한 성과인데, OP-1의 기원과 첫
ic 과 기계적인 균형mechanical balance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실화했는지 알고 싶다.
가 모두 중요한데, OP-1을 만들 때 그 균형
TE: 1999년에 스웨덴 신시사이저 생산업체
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했던 지점은 무엇이
일렉트론Elektron 과 작업하면서 처음 생각해
었는가?
냈다. 업계 전체가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동
TE: 필요 없는 장식은 모두 제거하려고 노력
두 가지
WINTER . 2012
19
( 上 ) OP-1; The all-in-one Portable Synthesizer, 2011~2012 ( 下 ) OP-1; Various References of Synthesizer Engines, 2011~2012
20
SPECTRUM
WINTER . 2012
21
( 上 ) OP-1 Accessories; Brick Shaft and Bender, compatible shafts of LEGO® MINDSTORM kit, 2012 ( 下 ) OP-1 Accessories; Brick Shaft, Crank, OP-1 Knobs, 2011~2012 22
SPECTRUM
한다. 사실 기계적인 면이 최종 외형을 결정
광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그다지 좋아하
한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은 순전히 기능
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의 성격
적purely functional이다.
과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스마트폰을 보라. 모
OP-1을 만들 때 고려한 특정 그룹이나 고객
든 것이 지루하다. 모든 기계가 비슷하게 생겼
층이 있었나?
고, 사용자가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은 거의 없
TE: 위에서 언급했듯, 우리 자신Ourselves 을
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옵션이 좋다. 우리는
위해서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선택권을 주고 싶다. 또한 완벽주의perfection 를 추구하고 끊임없
요즘 사람들은 제품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
이 작은 부분을 개선해나가면서 세세한 항목
고, 아이폰iPhone 과 앱스토어의 관계처럼 제
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작은 항
품으로 얻을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중시한
목까지 신경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우
다. OP-1으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사용자
리가 좋아하기 때문에, 바깥에도 우리와 같
경험이 있다면?
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믿
TE: OP-1 자체의 한계limitations 가 특별한
는다. 그렇다면 여기서부턴 또 어떠한 항목을
사용자 경험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추가해야 더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다. 그것이 작곡이나 음악 소프트웨어가 설치
단순히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한 기능을
된 컴퓨터와 OP-1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컴
추가하는 것과는 완벽히 다른 얘기다.
퓨터에서는 가상으로 거의 모든 음향의 조합 이 가능해서 창작력을 자극하는 데는 최악이
OP-1의 2012 스웨덴 디자인상The Swedish
다.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업데이트로 창작물
Design Awards 2012 ‘에스 어워드S Awards’ 수상
이 무용지물이 될 일도 없다. 20년 후 OP-1
을 축하한다. 이 외에도 OP-1의 디자인이 인
을 다시 들고 재생 버튼을 누르면, 20년 전 당
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면 함께 소개 부탁한다.
신이 만들어 녹음했던 곡이 재생될 것이다.
TE: 고맙다. 에스 어워드를 수상하게 되어
만약 에이블톤 라이브 프로젝트Ableton
무척 기뻤다. 또한, OP-1은 미국 샌프란
Live
Project;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영상 작곡 프로그램. - 역자 주 로 만
시스코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San
든 파일을 20년 후 재생하려고 시도했다고 생
Francisco, MoMA San Francisco
컬렉션 일부로 선
각해보라. (너무나 많은 것들이 바뀌어서) 이
정되기도 했다. 두 가지 모두 상당히 의미 있
미 재생할 수 없을 것이다.
는 일이다. 단지 바라는 게 있다면 단순히 외 형만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닌, 사람들에게 제
이미 시장엔 수많은 신시사이저들이 나와 있
품 전체에 대해 인정받고 기억되었으면 한다.
다. 사람들이 특별히 OP-1을 구매하거나 사
우리는 OP-1으로 사용자들이 어떤 것을 창
용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뭘까?
조해낼지 무척 궁금하다.
TE: 개인 취향이다. OP-1은 고유 캐릭터를 가진 악기이자 기계이다. 어떤 사람들은 열
스웨덴 창작자 중 특별히 관심 두고 지켜보는 WINTER . 2012
23
PEOPLE
TE: 즐겨라. 있는 척, 아는 척하기보다는 당
사람이나 회사가 있나? TE: 최근 상당히 많은 신예 전자회사들new
신이 즐기는 것을 하면 된다Have fun. Don’t be
upcoming young electronic companies 이
smart, just do things you enjoy.
주목받고
있다. 각각 이름을 말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_
시일 내에 놀랄만한 제품들이 출시될 것이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작업을 돌아보면 그 지난 세대의 스웨덴 브랜드, 아티스트나 엔지
들의 작업의 한계가 어디인가 생각하게 된다.
니어 중 어린 시절의 당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얼핏 지켜본 포트폴리오만 꺼내봐도 전자기
인물이 있다면…?
계와 하드웨어 디자인, 미디어 아트와 게임 개
TE: 이케아IKEA, 스티그 칼손Stig Carlsson; 스
발, 음악 제작과 제품 디자인은 물론 영화 제
웨덴 스톡홀름 출신의 엔지니어이자 스웨덴 왕실 연구소 공학 석사로 ‘
작과 사운드 소프트웨어 개발과 연구까지 대
스피커(speaker)’ 분야의 혁신가로 불린다. - 편집자 주
, 파시트
체 어디서 어떻게 이어진 것일까 궁금할 정도
Facit; 타자기의 명가 브랜드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올리베티에 빗대어 ‘
다. 하지만 이토록 다양해 보이는 그들의 작
스웨덴의 올리베티the Swedish Olivetti’라 불리는 타자기 브랜드.
업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현재 사용 가능
, 라르스 랄레르스테트Lars Lallerstedt;
한 신기술’로 ‘가장 최전선의 제품을 만든다’
- 편집자 주
,요
스웨덴 산업 디자인의 개척자로 불리는 대표적인 산업 디자이너
는 점이다.
빈 휄스트롭Öyvind Fahlström; 브라질 상파울루 출생의 스
이 중에는 OP-1처럼 상용화한 제품도, 몇
웨덴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로, 구체시(conctrete poetry; 뜻글자(표
몇 기업과 협업한 프로젝트도, 이케아와 함
의문자)로 이루어진 그래픽 이미지처럼 일련의 문자들이 군집을 이뤄 ‘시
께 만든 골판지 디지털카메라The KNÄPPA cam-
각적 인상’을 만들어내는 시의 형태)에 대한 최초의 개념적 표명으로 유명
era 처럼
하다. - 편집자 주
등…. 무척 많다.
진짜 집에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간
단하면서도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발상을 전 환한 제품도 있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제
2012년, 가장 흥미진진했던 순간은?
스퍼는 자신이 아티스트인지 아니면 엔지니
TE: 꽤 힘든 한 해a tough year 였다. 2012년이
어인지에 대한 물음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방
끝나는 순간, 12월 31일이 가장 기쁠 것 같다.
향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아티스트라는 단 어보다는 엔지니어라는 단어가 더 멋진 것 같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2013년 계획은 어떻
다’고 말이다.
게 되나?
사람들이 그들의 작업을 보면, 단번에 눈길을
TE: 아직 상세하게 말할 단계는 아니다. 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겉모
가지, 우리가 이제까지 해온 것과는 정말 다른
습보다 더 깊숙하고 진지한 사유思惟가 있다.
무언가를 할 예정이라는 것만 알려드리겠다.
기술에 기반을 둔 제품들로 점진적으로 세상 을 바꿔가는 사람들이란 인상을, 인터뷰를 마
마지막 질문이다. 현재 활동 중이거나 이제 막 시작하려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24
SPECTRUM
치고서 받았다.
WINTER . 2012
25
SHARES
NINA AHN 27 PHOTOGRAPHER MAD VICTOR 42 GRAFFITI CREW EDDIE KANG 62 ARTIST CASPER KANG 112 ARTIST SML 130 ARTIST MOON KYEONGEUI 153 ARTIST ‘Shares’는, 재능 넘치는 다섯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스펙트럼 안에서 무작위 페이지로 보여줍니다. 이번 호에서는 포토그래퍼 니나 안Nina Ahn, 그래피티 크루 매드 빅터Mad Victor, 아티스트 에디 강Eddie Kang 과 캐스퍼 강Casper Kang 그리고 문경의Moon Kyeongeui 와 스티키 몬스터 랩Sticky Monster Lab 의 작품을 골랐습니다. 26
SPECTRUM
1
Untitled, 2012 by 니나 안(Nina Ahn) www.ahnhuijeong.com www.flickr.com/photos/hjnina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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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SPECTRUM
pr1zmstore.com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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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music
JANG YOON JU 장윤주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 all images courtesy of Jang Yoonju and Esteem Agency
장윤주. 우리나라에서 ‘슈퍼 모델’이라는 말이 그녀만큼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16년이 넘는 시간을 패션계에 몸담았다. 풋풋한 십 대 시절부터 꽤 연륜이 쌓인 지금까지 수많 은 훌륭한 스태프와 작업했다. 지금의 그녀는 패션모델을 넘어섰다. 패션에 별 관심 없는 이들 도 그녀의 이름과 얼굴을 안다. 예능 프로그램과 상업 광고, 혹은 그녀가 만든 음악과 앨범을 듣 고 호감 간 이도 많을 것이다. 장윤주와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3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의 패션에 대해 강의를 준비하 고 있었다. 학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패션을 문화로 만드는 이들을 초대하여 이야기 나누 는 강의였다. 그 중 패션모델에 대한 카테고리가 있었는데, 단지 잘 나가는 게 아니라 패션 모델 의 과거와 현재, 또 그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를 찾고 싶었다. 게스트로 섭외하러 갔던 보그 코리아VOGUE Korea 의 패션 뉴스 디렉터 신광호에게 장윤주를 추천받고는 적격이라 생각했다. 몇 번 인사 나눈 적은 있었지만 5분 이상 대화해본 적도 없을 만큼 생경한 사이였다. 그런 그녀 에게 여러 경로로 ‘게스트로 와 주십사’ 청했다. 당시에도 장윤주는 무척 바쁜 일정 속에 있었지 만, 말 그대로 흔쾌히 받아주었다. 당시 그녀는 서른 살이었다. 홍대 산울림 소극장 근처 카페에 서 만나 강의 준비를 위한 사전 인터뷰를 하다가, ‘서른 살의 느낌’에 대해 얘기한 것이 지금도 남 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였는지 기억하진 못한다. 다만, 아직 ‘미지의 세계’였던 서른 살의 모습이 생각보다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고, 봄의 푸른 하늘과 구름을 보며 어린 마음에 느꼈다. 얼마 전 그녀는 새 음반을 발매했다. 모델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유명한 그녀가 오롯이 즐겁 게 - 마치 일이 아닌 것처럼 - 작업했다는 두 번째 음반 제목은 <아임 파인(I’M FINE)>이다. 누구 보다도 높은 대중의 관심을 받는 ‘패션계 인사’인 장윤주는 스스럼없이 사람을 대하고 자신이 원 하는 것을 이룰 줄 아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와 함께, 그냥 ‘보통 여자’이기도 했다. 30
SPECTRUM
AN INCREDIBLE SUPER MODEL BUT SHE’S A SINGER-SONGWRITER. ALSO SHE’S JUST AN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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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Hong Sukwoo: 이번 주(인터뷰는 2012 년 11월 23일 금요일에 진행했다) 2집 음반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Korea>의 진행자MC 도
<아임 파인(I’M FINE, 이하 I’M FINE)>이 발매됐고,
다. 사람들도 더 많이 알아보게 됐다. ‘어? 이
라디오(그는 2012년 11월 5일부터 KBS 라
렇게 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일만 했
디오 CoolFM <장윤주의 옥탑방 라디오> 디
다. 진행자라든지 새로운 매체에 관한 도전도
제이(DJ)를 맡았다)도 진행한다. 무척 바쁘
있었지만, (상업) 광고도 많이 찍었다. 아티스
겠지만, 근황이 궁금하다.
트이든 배우이든, 광고를 찍는다는 것은 여러
Jang Yoonju이하 YJ: 계속 음반을 준비했다. ‘이맘때쯤 라디오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
효과가 있다. 파급효과는 크지만 이미지가 굳
는데, 좋은 시간대의 디제이 요청이 들어왔
단 광고의 목적과 콘셉트대로 나를 맞추는 것
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의 반은 새 음반 <I’M
이 다른 어떤 작업보다 강하다. 실제로 즐겁
FINE> 에 대한 생각이고 나머지 반은 라디
거나 감성적인 모습처럼 다양한 내면의 모습
오 생각이다. 일정도 이 두 가지에 관해서만
을 보여주기보단, 모델 이미지 특유의 노출이
잡혀 있다. 음반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여서 홍
나 몸매 같은 외적인 이미지를 가장 부각하는
보도 해야 하고, 라디오도 자리 잡아야 하니
작업이 광고가 아니었나 싶다. 예전만큼 모델
까 무엇보다도 나의 어떤 톤tone; 어조, 말투 과 색
활동을 활발히 하진 않지만, <도전! 슈퍼모델
이 자리 잡는 작업에 집중한다. 2집 앨범은 표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으로 계속 모델 이미지
현하고자 했던 전반적인 톤이 잘 나온 것 같
를 지니고 갈 수 있었다. 다양한 매체에 얼굴
다. 그것을 어떤 계획으로 보여주고, 홍보할
보이고, 얘기하고, 작업하면서 바쁘게 지내
것인가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생각한다. 음
면서도 ‘나’라는 사람이 ‘일’을 벗어나서 혼자
반 작업도, 진행도, 사진이나 글 쓰는 것에서
집에 있을 때는 다시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가
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톤’이다. 결
게 된다. 원래 지닌 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과적으로는 내가 하려는 어떤 색을 얘기하고
항상 생각했다. 유명해지고 바빠지고 사람들
자 하지만, 그 작업의 전체적인 톤에 대해 계
이 손뼉 쳐줄 때, 나도 모르게 휩쓸릴 수 있겠
속 생각하고 있다.
다고 생각했다. 쉽게 얘기하면 그 안에 안주
맡고 <무한도전>이라는 정말 큰 매체도 만났
어지는 면 또한 큰,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일
해버리는 거다. ‘어? 나의 이런 모습을 사람 이번 스펙트럼 주제는 ‘유스YOUTH ’이다. 청년
들이 좋아해 주네. 그럼 이렇게 가면 되겠구
문화 youth culture 라는 단어처럼 ‘유스’는 모든
나!’하고 생각하곤 그대로 쭉 가는 사람들도
불완전한 것들을 내포한다. 1집 <드림Dream,
있다. 그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
2008>을
고 싶진 않았다.
냈을 때보다 4년이 지났고, 대중적
으로는 이전보다도 더 유명해졌다. 그리고 이
32
제 삼십 대 중반을 바라본다. ‘개인 장윤주’에
그렇다면 여전히 장윤주를 장윤주답게 하
게 그간 어떤 것들이 달라지고, 또 바뀌었나.
는, 바뀌지 않고 온전히 유지되는 것들은 무
YJ: 4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바빴다. 2009
엇인가?
년에는 음반 활동만 하다가, 2010년부터는
YJ: 나다울 수 있는 것, 내가 가진 앞으로의
SPECTRUM
목적이나 비전을 헷갈리지 않는 것. 그것을
생기는 재미가 있다. 혼자 있을 때에도 밥을
‘중심’이라고 한다면, 그 중심을 잡아주는 것
잘 지어 먹는다. 쌀 씻고 반찬 만들고, 이런저
은 무엇일까. 사실 일로 만난 사람들을 사적
런 거 해먹어야지 하면서 말이다. 작년에 웬만
으로 잘 만나지 않는다. 일단 공과 사가 어우
한 요리를 다 해봤다. 엔초비 파스타를 자주
러졌을 때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았다. 정말
해 먹었고, 국물 내기 어려운 잔치국수는 좀
필요할 때에는 사적인 만남도 갖지만, 사적인
까다로웠다. (웃음) 요즘은 된장찌개를 자주
것이 연결돼서 공적인 것을 이뤄가야 한다고
끓인다. 된장만 맛있으면 재료가 뭐든지 상관
생각하진 않는다. 확실히 선 긋고 싶다. 그래
없는 요리다. 된장 풀고 미역 조금에 모시조
서 혼자 있는 시간에 내 중심에 대해 많이 생
개만 넣기도 하고, 감자부터 갖은 채소를 다
각한다. 나에겐 ‘신앙’이 무척 큰 존재다. 그
썰어 넣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다.
신앙을 둘러싼 아주 평범한 친구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하는 일과는 정말 거리가 먼, 마
당신의 이십 대를 돌이키면 이미 스무 살 무렵
치 학창시절 만난 것 같은 교회의 또래 친구들
부터 탑 모델이 됐다. 그 후 모델과 패션계를
이다. 그런 평범한 친구들과의 만남이 중심을
넘어서 방송 진행자, 라디오 디제이, 베스트
잃지 않고 갈 수 있게 한다. 여러 사회 공동체
셀러 저자 그리고 뮤지션으로 살고 있다. 하
나 가족 공동체와는 또 다르다. 교회 공동체
나만 해내기도 어려운 세상인데 이 많은 것들
안에서도 어떻게 보면 나는 그들에게 특별한
을 어찌 다 하며 살고 있나?
연예인으로밖에 치부될 수 없을 거다. 가끔은
YJ: 뭐든지 자연스러운 게 좋다. 스타일도,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연예인 산악회나 조
일도, 거기 참여하는 스태프들도 그렇다. 부
기 축구회라도 들어야 할까?’ 싶기도 하다. 외
자연스럽게 억지로 하려던 것들은 다 잘 안 됐
톨이가 되는 것 같은 순간도 있다. 그런 순간
다. 자연스럽게 주어진 일에 온 힘을 다할 때
에도 평범한 친구들과의 시간이 소중했고 잘
나도 모르게 다음 계단을 밟게 됐다. 모델 일
할 수 있도록 잡아줬다. 자칫 잘못해서 인기
을 시작하고, 책(스타일리스트 서은영과 함
얻게 되고 더 유명해지면서 ‘이쪽’ 사람들과 크
께 낸 <스타일 북Style Book>을 지칭. - 편집
루crew가 되고, 평범한 친구들과의 교제를 져
자 주) 내고, 음반 낸 것은 사실 자연스럽게 연
버렸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다. 하
결된 것이었다. 2집도 비슷하다. 대중적인 인
지만 내가 믿는 중심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
기가 올랐을 때 싱글 앨범을 내야 한다는 사
었다. 반대로 바쁜 만큼 혼자 있는 시간도 많
람들도 있었지만, 그게 중요하진 않았다. 정
았다. 특히 작년에 독립하고서 달라진 것들이
말로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내고 싶었다.
많다. ‘공간’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여기 이
지금까지의 작업은 모두 한울타리 안에서 이
꽃을 꽂으면 예쁘겠다, 저기엔 이런 색이 들어
루어진 일이다. <스타일 북>도 전혀 경험하지
가면 좋겠다’ 하면서 공간에 대한 감각을 풀어
않은 일이 아니라 해온 분야에 관해 이야기하
낸 시간이었다. 그리고 요리에 눈을 떴다. (웃
는 책이었다. 앨범은 더 오랜 시간 준비했다.
음) 그 매력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젠 맛에 대
진행자 일도 패션에 관련한 프로그램이었다.
해서 나름대로 좋고 싫음과 스타일이 조금씩
지금 시대에 맞게 일이 확정된 것뿐이란 생각 WINTER . 2012
33
PEOPLE
도 든다. 만일 한 20년 전에 패션모델로 활동
따라다녔는데, 음악 하는 사람들이랑 함께 할
했다면, 계속 런웨이와 잡지 화보 속에서 여
때 가장 행복하고 편해 보여요.” 정말 일이란
행자처럼 사는 게 다였을 수 있다. 나뿐만 아
생각이 안 들었다. 사실 패션잡지 촬영 때도
니라 시대가 변해가면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
좋은 사람들과 재밌게 놀다 와야지, 생각한
는 부분들을 하게 됐다. 하다 보니 그 일에 대
다. 그와 비슷한 셈이다. 이전부터 계속 곡 작
해 욕심이 생기면서 매력을 알게 된 것도 있
업은 해 왔고, 작년 겨울부터 모아둔 곡을 추
다. 그래서 크게 생각할 때에는, 나의 확실한
리기 시작했다. 이 곡은 넣고 저 곡은 빼는 작
정체성, 중심, 본질을 잃지 않고 가져가고 싶
업을 하면서 든 생각이 있다. 이십 대 때에는
다. 그래야만 멋있고, 속된 말로 ‘후지지 않는’
항상 여자의 외면적인 아름다움을 동경했다.
것 같다. 그게 초심일 수도 있다. 그 부분에 대
‘저 언니는 어떻게 저렇게 섹시할까, 몸매는 어
해서만 잘 지켜 가면, 자칫 조금이라도 벗어날
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하는 것들. 어릴 땐 내가
때 다시 돌아보게 된다. 여러 작업이 한꺼번에
여자라는 생각을 잘 안 했다. 가끔 ‘관상에 남
이뤄져도 나는 나인 거고, 그걸 보는 사람들
자가 보이는데?’ 할 정도였으니까. 여자와 남
에게도 자연스러웠으면 좋겠고, 자연스럽지
자가 공존하는 모델 이미지가 필요하기도 했
않을까 생각한다.
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를 지나친 나무도 하 늘도 아니면 스쳐 간 어떤 남자도 내가 여자인
새로 나온 2집 음반 얘기를 해보자. 1집 제목
걸 아는구나 생각하게 됐다. 예전엔 그런 생
은 ‘꿈DREAM ’이었고, 2집 제목은 ‘나는 괜찮
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해도 ‘여자이
아요I’M FINE ’다. 작곡과 작사 그리고 피아노
구나’ 생각하게 된 거다. 그 생각이 내면에서
연주를 했다. 1집의 장윤주는 이제 막 음악가
막 올라오면서 앨범 작업의 흐름이 잡혔다. 1
라는 - 대중에게는 모델 장윤주의 반전反轉일
집을 만든 이십 대 때에는 꿈, 저 멀리 나를 데
수도 있는 - 모습을 내디뎠고, 이제는 무언가
려다 줄 어떤 비상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괴롭
괜찮다고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2집 음반으
고 만족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
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나?
도 많았다. 2집 작업은 ‘오늘 그리고 여기, 나
YJ: 꼭 무언가 전하려던 건 아니었다. 1집 활
는 여자’라는 것 -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것들
동하면서 ‘과연 2집을 낼 수 있을까, 언제가
- 에서 출발했다. 누구나 가진 사소한 것들에
될까’ 정말 많이 생각했다. 모든 게 처음 부딪
감사했다. 내가 여자인 것, 지금 여기 있는 것,
히는 부분이어서 낯설고 어려운 것들이 많았
오늘을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사실 처
다. 작년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rand Mint
음 지은 앨범 제목은 ‘여자’였다. 오늘, 지금을
Festival, GMF ’
사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자는 마음이었다.
레이디로 선정되고 오랜만에 공
연했는데, 그때 ‘이제 슬슬 다음 앨범을 준비
굳이 메시지라고 하면, 그냥 여자였다.
할까?’ 생각하게 됐다. 좀 지쳐 있을 때에도
34
합주하는 게 가장 신 났다. 당시 다큐멘터리
앨범 제목과 동명인 첫 곡 ‘I’m Fine’을 들으
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내내 함께 한 피디PD
면 마치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편하게 이야기
님이 그러시는 거다. “윤주 씨를 일주일 동안
하는 느낌이다. ‘평범한 여자’라고 이야기하는
SPECTRUM
장윤주 1집 <드림Dream>, 2008 Photographed by Cider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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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당신이지만, 사람들은 여러모로 혜택받거나
는 이성을 정직하게 볼 수 없겠구나 싶었다. 이
선택받은 여자라고 느낄 수도 있다. 당신이 라
후에 만난 다른 이성도, 둘이 있을 때에는 인
디오에 처음 출근(?)할 때에도, 그 일거수일
간적인 모습을 좋아했는데 사람들과 있을 땐
투족까지 ‘장윤주의 일상 패션’이라는 기사가
쌀쌀맞고 낯설게 대했다. ‘넌 모델이고 누구에
떴다. 그런 당신에게 ‘평범함’이란 무엇인가?
게나 눈길 받는 사람이니까, 사람들과 있을 때
YJ: ‘I’m Fine’이란 곡은 작년에 독립한 집에
나까지 그럴 필요는 못 느꼈다’고 하는데, 엄
서 만들었다. 오후 4시 정도였고, 우울melan-
청나게 섭섭했다. ‘아…. 그러면 어느 한 사람
choly 한 상태였고, 피아노 치면서 한 번에 뚝딱
에게 한 여자일 수 없는 걸까? 패션이라는 환
만들어버렸다. 가사는 아직 붙이지 않은 상태
상fantasy 에서 16년 동안 일하다 보니 어떤 이
였지만 뭔가 여자에 대해 쓰고 싶었다. 지난 4
미지가 너무 강하게 틀에 박힌 건 아닐까?’와
년 동안 내가 다시 여자란 것을 분명히 받아들
같은 생각을 오랫동안 하면서, 막막하고 어떻
이면서, 앞서 말한 오늘과 지금에 관한 얘기가
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감정에서부터 (앨범 작
긍정적인 메시지라면 아픈 상처처럼 부정적
업을) 시작했다. 무척 많이 상처받고, 어떤 한
인 메시지도 있었다. 그걸 들춰보면, 나는 그
사람, 한 여자의 시각으로 쓴 가사였다. 개인
냥 여자인데 계속 특별한 여자로 바라보는 시
적으로 멜로디보다 가사가 더 중요하다. 1집
선이었다. 아까 얘기한 ‘광고’도 내가 ‘모델’이
땐 가사를 잘 쓰려고 노력했다. 2집은 반대로
라는 어떤 ‘코스프레’하는 것일 수 있다. 일로
간결하게 썼다. 음악적으로는 1집보다 더 세
그렇게 보이는 것은 좋지만, 사랑이란 감정 앞
련되고, 더 클래식하고, 더 현대적으로 변한
에선 사람들이 모델로서 바라볼 때와 달리 ‘깬
건 있지만 가사만큼은 더 편하고 솔직하게 썼
다’고 느낄 만큼 뻔한 보통 사람이다. 어쩔 수
다. ‘I’m Fine’ 가사도 그냥 카페에 앉아서 썼
없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어떤 한 사람 앞에
다. 눈물도 많고 밥도 잘 먹고, 화장도 잘 안 하
서만이라도 나를 평범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고, 당신 어깨에 기대서 온종일 있어도 행복한
는 거였다. 내가 한 남자를 보듯이 한 여자로
그런 여자라고 썼다. 맨 마지막 가사가 ‘이대
봐주면 좋겠는데, 연인 관계에서조차, 그 한
로 나는 좋아요’인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
사람마저도 나를 모델로서 좋아했다. ‘저 사
여자가 지닌, 한 여자가 품은 사랑에 대한 관
람이 나를 왜 만나고 있지? 나를 인간으로서
점이지 싶다. 그래서 <I’M FINE>의 메시지는
아니면 모델로서 좋아하나?’ 하는 생각을 오
사실은 ‘한 여자로 봐주세요’라는 비명일 수도
랫동안 한 적이 있다. 결국, 그의 입술을 통해
있다. 눈물일 수도 있고.
인간 장윤주보다 모델 장윤주를 더 사랑한 것
36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항상 의심하고 불안했
이번 앨범의 음악적인 부분을 더 물어보려고
던 부분을 직접 들으니 큰 충격이고 상처였다.
했는데, 지금은 이게 묻고 싶어졌다. 장윤주
그날 밤 집에서 어린애처럼 팔짝 뛰면서 엉엉
에게 음악의 힘은 뭔가.
울었다. 그 사람은 내 평소 모습보다 스키니 진
YJ: 1집이 말 그대로 꿈이었다면, 2집 앨범
에 킬힐의 모습을 더 좋아했구나, 하는 생각이
은 쉼이고 위로였다. 그리고 일상이 되었으
들면서 무척 막막해졌다. 앞으로 내게 접근하
면 좋겠다.
SPECTRUM
나는 글 쓰는 사람이지만, 시를 쓰거나 소설
몇 번이나 고쳤는데, 결국 처음 마음먹은 대로
을 쓰거나 당신처럼 작곡하고 가사 쓰는 사람
갔다. 그 가사도 오랫동안 기록한 것을 조금씩
을 보면 여전히 신기하다. 어릴 적 당신도 음
수집한 거였다. 예전에는 헤어지면 추억들을
악을 ‘듣는’ 사람이었을 텐데, 음악을 처음 ‘만
간직하고 가끔 꺼내 보곤 했다. 이제는 그 짓
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
을 하고 싶지 않다. 더 아파지고 싶지 않은 거
YJ: 곡, 작사, 멜로디마다 모두 조금씩 다 달
다. 가사에 쓴 것처럼 ‘아, 여기까지구나’ 하곤
랐다. ‘플라이 어웨이Fly Away’가 처음 대중 앞
문득 떠오르면 ‘아, 그랬었지’ 해도 감정을 질
에 선보인 곡인데, 그 곡을 만들 때는 여행 중
퍽하게 주무르진 않게 됐다.
이었고 그때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계기라기보다는 안에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한 곡씩 음악 만드는 것과 그걸 모아 앨범으로
수단이자 통로였다. 어떤 큰 계기가 휘몰아쳐
내는 것은 아주 다른 작업일 듯하다. 곡 작업
서 감정의 끝까지 갔을 땐 사실 오히려 더 작
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
업하지 않았다. 그때 상태를 기록하는 정도였
YJ: 사실 무척 어려운 선택이다. 가사 쓰는 것
다. 나중에 보면 ‘이랬구나’ 혹은 ‘이걸로 뭘 써
보다 제목 짓는 게 더 어려운 것처럼. 제목도
야겠다’고 싶지만 사실 일기 정도였다. 예전
많이 고쳤다. 수정한 것 중에 후회되는 게 ‘힐
에는 싸이월드 일기장에 쓰곤 했지만, 지금
링’이었다. 원래는 ‘너와 내가 함께’라는 제목
은 사실 특별히 (공적으로 드러나게) 쓰는 곳
이었는데, 회사(소속사 에스팀Esteem Models)
은 없다. 어떤 면에선 좀 귀찮기도 하고, 두렵
에서 ‘무슨 복음 전도하러 가? 아예 에마누엘
기도 하고, 괜한 글을 쓸까 봐 하는 마음도 있
이라고 하지?’라고 해서 바꾼 거다. 그런데 윤
다. 대신 여러 공책에 글을 쓴다. 그냥 깨작깨
건 씨의 ‘힐링이 필요해’가 나와서…. (웃음)
작 쓰는 공책도 있고, 묵상과 기도 노트도 있
‘더 필드The Field ’도 사실 ‘광야’였다. ‘오래된
고, 가사만 쓰는 노트도 있다.
노래’도 ‘지나가는’이었다. 이번 앨범 프로듀 서 김정범 씨에게 ‘지나가는’의 데모를 ‘오래된
다 손으로 쓰는 건가?
노래’라는 제목으로 줬다. 그랬더니 원래 제
YJ: 워낙 뭔가 쓰는 걸 좋아한다. 요즘은 아
목대로 가자는 거다. 이 멜로디는 ‘플라이 어
이패드iPad 로 쓰기 시작했다. 글 쓰는 것도 중
웨이’를 쓸 때 만들었다. 한창 보사노바에 꽂
독이지 않나. 아주 시시콜콜한 것까지 미친
힌 스물네 살 때였는데, 어떻게 편곡해야 하
사람처럼 다 기록해두기도 하고, 감정의 끝이
는지 대책이 없었다. 앨범 작업하며 하나씩
나 평범한 일상을 기록했다가 나중에 작사할
곡을 수집할 때, 혼자는 힘들 수도 있다. 객
때 들춰보기도 한다. 사실 2집 수록곡 중 ‘오
관적이지 못하니까. 프로듀서에게 “이건 너
래된 노래’ 가사 쓸 때는 좀 슬펐다. 사랑에 대
무 가스펠인데요?”라는 말을 듣고 뺀 곡도 꽤
해 지겨워하고, 순간의 말장난이고, 어제는
된다. ‘힐링’도 어떻게 보면 가스펠이다. 개인
사랑하고 오늘은 이별하는 뻔한 노래가 지겹
적으로는 좋지만, 너무 그쪽으로 빠지지 않도
다가도 다시 영원한 사랑을 꿈꾸고…. 사랑에
록 배제한 곡이 꽤 된다. 프로듀서 의견을 듣
관한 감정을 바라보면서 ‘다른’ 가사를 쓰려고
고 많이 상의했다. WINTER . 2012
37
장윤주 2집 <아임파인 I’M FINE>, 2012 Photographed by Cider 38
SPECTRUM
당신은 ‘현실적인’ 사람인가? 아니면 ‘피터팬
말 모르겠다. 나도 내일 어떻게 될 수 있다. 오
콤플렉스’처럼 마냥 아이로 남고 싶은 마음을
늘이 오늘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으로 즐기며
간직한 사람인가?
살자는 마음이 삼십 대를 지내면서 딱 들어왔
YJ: 음…. 그리 현실적인 사람은 아니다. 이
다. 그러고서 (삶이) 좀 더 편해졌다.
성적인 사람도 아니고. ‘감성이냐, 이성이냐’ 라고 물으면 감성에 가깝다. 지금 현실을 감사
당신이 ‘동료’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누구인
하며 살지만, 뻔한 세상이 주는 편견을 무시하
가? 삶에 있어서, 혹은 음악 아니면 다른 분
고 등지는 면도 있다. 그렇다고 별나라에서 상
야더라도 말이다.
상하며 살진 않지만, 어찌 보면 내 세계에 갇
YJ: 모델 송경아 씨. 같은 해에 데뷔했고 나이
혀서 그 안에서 꿈꾸고 사는 쪽이 더 맞겠다.
도 한 살 차이다. 항상 앨범 사진을 함께 작업 한 사이이다Cider, http://cider.1px.kr씨, 정신정경아
누군가는 당신을 동경할 것이다. 여기선 대중
씨…. 사적으로도 친하지만 공적인 것까지 할
에게 공개된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종종 그
수 있는 동료이다. 사실 이번 앨범은 여자에
러한 사람을 직접 만나게 되면, 어떤 이야기
관한 이야기라서 남자가 찍어야 하지 않을까
를 해주는가?
생각도 했다. 조금 끈적하게 찍고 싶은 마음도
YJ: 이십 대 청춘을 사는 친구들에게 어떤 얘
있었다. 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둘 다 성
기를 하면 좋을까, 항상 생각한다. 나는 저 멀
숙했으니까 또 다른 우리가 나올 거로 생각했
리 있는 것을 선호하고 위를 올려다보며 살았
다. 사이이다의 사진을 보면, 그것만 해온 사
다. 대부분 이십 대는 그런 시간이지 않나. 어
람이라 다른 작가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부분이
떻게 그때부터 모든 것을 단념하고 현실을 받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콘셉트와 사진 얘길 많
아들이겠나. 그때 나도 계속 위를 바라보다
이 나눴다. 결국, 생각한 대로 사진이 나와서
넘어지곤 했다. 요즘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언니, 사진이 성숙해지고 많이 늘었어!”라고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은 것 같
했더니, “윤주야,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네가
다. 그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
그렇게 변하고 그런 사람이 된 것 아닐까?”라
들을 생각해보길 권한다. 방 청소일 수도 있
고 하더라. 한 명 더 얘기하면 에스팀 김소연
고 운동이나 영어 공부일 수도 있다. 내가 할
대표다. 함께 일한 지 13년째다. 사장과 소속
수 있는 것을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 안 그러
모델이 아니라 정말 동료다. 앨범 작업하면서
면 정말 우울증에 걸릴 수 있는 청춘이다. 일
도 많은 부분을 공유했다. 음악적으로는, 이
단 ‘여기, 지금here and now’이 중요하다. 미래
번 앨범이 나오고서 직접 사인 시디CD 를 전해
에 대해 마냥 생각하기보단, 지금과 여기에 대
주고 싶은 뮤지션들이 있었다. 먼저 정원영한국
해 바라보고 살 수 있다면, 어느 때보다 오늘
퓨전재즈 분야의 선구자격인 존재로, 자신의 이름을 딴 ‘정원영 밴드’를
을 즐겁게 살 수 있다면, 그게 좋은 것 아닐까.
이끌며 현재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이다. - 편집자 주
내일 당장 죽는 사람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교수님도 이번에 앨범이 나왔는데, 공연장 가
있다. 어제 사랑했는데 오늘 헤어질 수도 있
서 직접 드렸다. 정재형 씨도 음악적으로 항
다. 나이 들수록, 시간 지날수록 내일 일은 정
상 진지하게 바라봐주고, 충고해주고, 좋아
교수님.
WINTER . 2012
39
PEOPLE
해 주신다. 이적 씨는 이번 앨범의 많은 과정
른셋과 마흔셋이 무척 다를 수도 있지만, 크
을 함께 해 준 사람이다. 따끔하게 충고해 줄
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계속 일하고 있을 거
부분은 해주고. 사실 이분들은 동료라기보단
고, 전문가로서 뭔가 더 할 수도 있고, 작업
선배의 개념이다.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봐 주
도 계속할 것이다. 내가 선택하고 함께 가는
는, 그래서 고마운 음악 선배들이다.
누군가 옆에 있을 테고,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가정’이라면 가정인데, 계속 내가 바
당신에게도 아직 해보지 못한 ‘꿈’이 있나? 있
로 서 있고 싶은 욕심은 있다. 여성으로서,
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떤 선도자leader로서 계속 있고 싶다. 늘 하
YJ: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지만…. ‘잡
는 얘기가 하나 있다. 누군가 ‘당신의 비전이
지’를 만들고 싶다. 어떤 콘셉트가 될지는 모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위로자慰勞子’가 되
르지만, 모델 활동하면서 시각visual 적인 작
고 싶다. 패션 비즈니스로, 노래로, 어떤 메
업에 대한 아쉬움이 좀 컸다. 포트폴리오에
시지를 전하는 사람으로 될 수도 있다. 궁극
는 수많은 사진이 있지만, 마음에 쏙 드는 사
적인 비전이다.
진은 열 장도 안 된다. 아쉬웠던 작업을 직접 포트폴리오처럼 만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출
그때 나는 마흔이겠다.
발이었다. 어찌 보면 강할 수도 있고, 밋밋할
YJ: 그때 우리가 달라진 게 있을까?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너무 나가지 말고 마
_
치 내 음반 같은 잡지라면 어떨까 싶다. 두 가 지 콘셉트가 계속 왔다 갔다 하는데, 스태프
한 시간 반 정도 대화를 마치고 그녀는 곧장
를 꾸리고, 콘셉트를 잡고, 글보다 사진과 이
라디오를 진행하러 여의로도 떠났다. 장윤주
미지가 중심이 되는…. 사이이다라는 동료가
는 일종의 ‘만능 엔터테이너’로 보이기도 하지
있어서 우리끼리 만들어볼까도 한다. 더 늙기
만, 이야기할수록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
전에 한 번 확 벗어젖힐까 하는 생각도 있고.
고, 그 안의 무언가를 지켜가고 유지하려는
(웃음) 쉽진 않을 거다. 반대로 쉬울 수도 있
‘작업가’로 보였다. 사실 패션 질문도 여럿 준
겠지만.
비했었다. 하지만 굳이 물어볼 이유가 떠오 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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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후 장윤주는 무얼 하고 있을까? 반대로
지금껏 스펙트럼 인터뷰에서 이처럼 한 사람
지난 십 년은 어땠나?
의 ‘생각’과 ‘마음’을 끄집어낸 적도 드물다. 이
YJ: 십 년 전이면 스물셋이었다. 그때는 현실
번 주제인 ‘유스YOUTH’를 준비하면서, 되려 어
에 만족 못했고, 우울했고, 열등감에 사로잡
떤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사람의 ‘마음’은
혔고, 계속 끝없이 방황하고 싶었고, 살짝 미
어떻게 움직이고 또 돌아가고 있을까 하는 궁
치고도 싶었다. 그렇지만 ‘젊음’이라는 가장
금함이 컸다. ‘패션모델 장윤주’가 아니라 온
큰 무기가 있었다. 젊음이라는 희망을 뺀 나머
전히 그녀 자신과 음악 이야기를 나눴다. 그
지는 다 어두웠던 것 같다. 앞으로 십 년 뒤며
래서일까. ‘우리가 달라진 게 있을까?’ 되묻
마흔셋이다. 그리 멀리 느껴지진 않는다. 서
는 그녀의 마지막 말이, 꽤 긴 여운이 됐다.
SPECTRUM
장윤주 2집 <아임파인 I’M FINE>, 2012 Photographed by Cider
www.jangyoonju.com www.facebook.com/JANGYOONJU www.esteemmodels.co.kr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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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NaS - Nas said “I’m like being locked down around new faces, and none of em fam”, Spray on Canvas, 90.9 x 72.760cm, 2012 by 매드빅터, 세바(XEVA of MAD VICTOR) www.madvictor.com 42
SPECTRUM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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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1zmstore.com
ARTICLES
Fashion 김보영 Design 김세일 Art 박기현 Book 이로 Street Think, Talk, Write. Music 성창원 Tech 이원택 Travel
홍석우
‘아티클’은 매 호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인물들이 얘기합니다. 때로는 잡지 기사처럼, 일기처럼, 혹은 보고서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경계는 없고 주관은 있는 글의 집합이 이 챕터의 정체성이 되길 바랍니다. 여덟 번째 호의 주제는 ‘유스YOUTH ’입니다. 지금도 현대 문화의 다양한 장르 안에서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것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것들에 치인 이들은 종종 젊음 그 자체와 젊은이들이 만들었던 문화의 재래再來를 꿈꿉니다. 올가을을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처럼 향수鄕愁 로 나타날 수도 있고, 기억과 그 파편들이 모여 알게 모르게 지금의 작업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여덟 명의 필자에게 당신의 ‘유스에 대한 생각ABOUT YOUR YOUTH ’을 물었습니다. ‘유스’라는 주제에 따라 무척 사적인 회상일 수도 있고, 이미 드러난 현상에 대한 담담한 관찰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 또한 ‘아티클’의 주제와 상통할 것입니다.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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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FASHION
BLAME IT ON MY YOUTH
얼마 전 지하철 플랫폼에 서 있다 안전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겨 울이 오기 직전, 그날의 패션은 레깅스에 맨투 맨 티셔츠, 스타디움 점퍼, 그리고 하이탑 스 니커즈였다. 이건 딱 20년 전, 그러니까 열두 살에서 열다섯 살 사이 사춘기를 온몸으로 겪 던 시절 유니폼처럼 즐겨 입고 다니던 가을 패 션이다. 머리에 왕방울만 안 달았을 뿐 고리 달 린 ‘유발 레깅스’까지 20년 전과 한치도 달라지 지 않은 패션에 나도 모르게 ‘씩’ 웃음이 나면서 가족들이 가끔 나에게 하는 말인 “나이에 맞지 않게 ‘거지같이’ 하고 다닌다”는 말이 조금은
이든 학교에서 처음 시도한 게 나였다. 목이 늘
이해가 갔다(이 말을 처음 들은 건, 서른이 넘
어지는 풀오버도, 비비화도, 고리바지도, 거
은 나이에 유니클로UNIQLO 스키니진, 엠엘비
기에 어린이 샌들을 벗고 숙녀용 플랫슈즈를
스타디움 점퍼,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처음 신은 것도 나였다. 아동화가 아닌 숙녀용
저지, 나이키Nike 코르테즈를 신고 큰
플랫슈즈를 신고 학교에 갔을 땐 친구들이 시
MLB
Appar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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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세배하러 갔을 때인 듯하다).
기심으로 신발을 숨겨놓아 집에 가지 못하고
나의 꼬꼬마 시절 패션을 확인해 보고자 어릴
엉엉 운 적도 있다. 당시 최고의 유행이던 ‘마
적 사진을 뒤져보니 난 당시 꽤 앞서 가던 꼬마
리아 호아키나(어린이용 드라마 <천사들의 합
패셔니스타였다. 지금과 달리 어릴 땐 키가 큰
창> 등장인물. - 편집자 주)’ 머리를 해주지 않
편에 속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대장 역할
는 엄마를 원망하며 “이제 내 머리는 내가 묶겠
을 주로 했고, 엄마는 다른 엄마들에 비해 나
다”고 선언한 게 열 살 때였으니, (지금과 달리)
이도 어리고 사회생활을 했던지라 어떤 패션
패션에 꽤 관심이 많은 아이였나 보다.
SPECTRUM
김보영 패션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블링(Bling) 편집장 www.thebling.co.kr
그 시절에도 앞서 가는 패션은 ‘잘 나가는 초
장하지 않은 채 반복과 재생을 하는 셈이다.
딩(난 ‘국딩’ 세대지만)’의 필수 조건이었고, 걸
누구나 그렇듯 이십 대 초반엔 힙합, 에스닉,
스카우트에 육상부, 무용부까지 하며 나름 잘
아방가르드 등 유행에 휩쓸리며 패션의 질풍
나간다고 착각했던 나의 아침 시간은 머리를
노도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결국 나의 패션은
옆으로 묶을까, 리본을 달까, 스프레이를 뿌
열세 살 때와 다르지 않다. 그러니 내 패션을
려 앞머리를 세울까를 고민하는 데만 20분을
탓하려거든 어린 시절을 강타한 디스코와 힙
보내고 컬러 스키니진에 어울리는 ‘잠바’를 고
합을 탓하시라!
르느라 “밥 먹으라”는 엄마의 외침도 건성으
오늘 나는 스키니진에 피코트를 입고, 워커 부
로 듣던, 바쁜 시간이었으리라. 이미 아동복
츠를 신고 출근길에 나섰다. 그리고 빌라 앞에
에서 벗어나 주니어복의 세계에 입문해 ‘나인
서 나랑 똑같은 스타일로 차려입은 동네 초등
투나인’ ‘스테파넬’ 옷을 입기 시작한 5학년 시
학생과 마주쳤다. 나보다 키가 크고, 내 코트
절, 친척이 선물해준 ‘김민제 아동복’과 ‘오로
보다 그 아이 코트가 더 비싸 보인다는 게 반전
라 공주 부츠’에 망연자실하며 역시 어른들과
이었지만, 나는 왠지 그 아이가 20년 후 어떤
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통탄한 기억도 있
패션을 즐기게 될지 알 것 같았다. “잘하고 있
다. 그리고 내 패션은 거기에서 한 발짝도 성
어, 꼬마 패셔니스타!”
결국 나의 패션은 열세 살 때와 다르지 않다. 그러니 내 패션을 탓하려거든 어린 시절을 강타한 디스코와 힙합을 탓하시라!
© images courtesy of Kim Boyoung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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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WAYS ON MY MIND
02 DESIGN
중학교를 졸업하던 86년 겨울, 친한 친구의
속에 일렉트릭 뮤직을 찾아 듣던 기억이 난다.
선물로 받은 믹스테이프 - 80년대 레코드점
그 중 가장 좋아했고 많이 들었던 펫샵보이즈
에서 그 당시 유행하는 히트송을 녹음하여 판
는 음악뿐 아니라 앨범 표지cover 역시 당시 화
매한 카세트테이프 - 중 우연히 관심이 가던
려하거나 과격한 여타 앨범 표지 이미지와는
곡이 있었고 수소문 끝에 원본 LP를 알아내어
다르게 매우 군더더기 없는minimal 디자인이었
용돈을 모아 샀었다. 그 앨범은 당시 또래 친
다. 레코드숍 진열대에서 본 그들의 표지는 오
구들이 주로 듣던 헤비메탈heavy metal 과는 다
히려 도드라져 보였고, 새 앨범이 나올 때마
른 일렉트릭 기반의 신스팝synth pop 장르 밴드
다 일관된 콘셉트와 결과물에 감탄하곤 했다.
중 하나인 펫샵보이즈Pet Shop Boys 의 ‘<플리즈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
Please>’라는
앨범이었고, 그 후 펫숍보이즈의
하며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유독 관심이 많
음악에 매력을 느끼며 새로 발매되는 싱글과
았다. 당시 가장 최고로 쳤던 디자인은 데이
앨범을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다.
비드 칼슨David Carson 유의 파격적이고 진보적
당시 주위 친구들 대부분이 머틀리크루Mötley
인 디자인이었다. 유학 중 교수로 만난 그의 디
Crüe;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헤비 메탈 밴드. - 편집자 주나
건
자인 발상은 탁월했고, 발상을 결과물로 옮기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는 과정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독특
초에 크게 인기를 끈 미국의 하드 록 밴드. - 편집자 주
, 메탈리카
했다. 나름 적지 않은 경쟁을 뚫고 수업을 들은
Metallica; 1981년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성된 미국의 헤
선택 받은 학생 중 하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에 열광하는 것이 소위 ‘대세’
서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디자인 스타일은
스 앤 로지스Guns N’ Roses;
비 메탈 밴드.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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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던 탓에 내가 좋아했던 음악 장르의 이야기
찾을 수 없었고 고민은 다시 생겨났다.
를 공유하기란 쉽지 않았다. 다행히도 몇몇 마
그리고는 내 스타일을 찾기 위해 실험해 보기
음 맞는 친구들과 넘쳐나는 헤비메탈의 파도
를 반복했지만 이상하게도 일련의 모든 실험
SPECTRUM
그 스타일이 왜 좋고, 이 감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알아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해답은 뜻밖에도 허무하리만큼 가까이 있었다.
김세일 디자인하우스 본부장 miklies.com twitter@miklies
은 결과적으로 한가지 스타일로 결론지어져
하거나 본질과는 상관없이 장식decoration 에만
버렸다. 그 스타일이 왜 좋고, 도대체 이 감성
열중한 수많은 앨범 표지 디자인들 속에서 펫
은 어디에서 왔을까 알아내기 위해 많은 시간
샵보이즈의 본질은 그들이 만드는 ‘음악’이었
을 보냈지만, 해답은 뜻밖에도 허무하리만큼
다. 그들의 앨범 표지 디자인은 그 본질을 최
가까이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펫샵보이즈의
대한 표현해주는데 전력을 기울인 디자인이었
앨범 표지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다. 데뷔 이래 현재까지 펫숍보이즈의 모든 싱
펫샵보이즈의 앨범 디자인은 그들의 음악 색
글과 앨범들은 마크 패로우Mark Farrow 라는 디
과 흡사하다. 매 앨범 사용하는 디자인 재료들
자이너 한 사람이 디자인한다는 점 또한 그 어
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듯한 인물 사진과
떤 디자인 사례보다 위대하게 여겨지는 부분
그래픽, 서체의 조합이고
이다. 만약 그들이 현대
마치 디자인하지 않은 듯
사회의 단순한 클라이언
한 단순함 그 자체이지만,
트와 디자이너 관계였다
그들의 느낌을 전달하기
면 거의 불가능하리라 짐
에는 충분할뿐더러 자세
작되는 작업들이 20여
히 들여다볼수록 평범하
년 넘도록 이어질 수 있던
지 않은 배열구성layout 과
이유는 서로에 대한 완벽
정교함detail이 숨어있다.
한 존중과 이해가 바탕에
그 디자인들을 통해 나는 헬베티카Helvetica 서
깔렸기 때문이지 않을까.
체의 호흡법을 깨달았고, 포트레이트 사진의
몇 달 전 공식 웹사이트에서 펫샵보이즈의 신
어조tone 와 분위기mood 를 고민하기 시작했으
보 <엘리시움Elysium>을 사전예약구매pre-order
며, 적정한 색상 사용법을 배워나갔다. 반복
신청했다. 이전 앨범에 비해 다소 차분하고 어
되는 고민의 과정에서 하나씩 해답을 찾아냈
두운 음악일 것으로 예측 가능한 앨범 표지 디
던 짜릿함은 학교에서 얻을 수 없었던 값진 배
자인이 역시나 마음에 들었다. 조심스레 상자
움이었다. 그것들이 결국 내 디자인의 근간이
를 열어보는 순간, 유년 시절 용돈을 모아 버스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류장 앞 레코드숍에서 샀던 펫샵보이즈의
무엇보다 펫샵보이즈 앨범 디자인들이 내게
싱글앨범 <Always on My Mind>를 처음 개
준 결정적 메시지는 ‘대상의 본질을 왜곡 없
봉했을 때가 중첩되고 있었다.
이 시각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 좋은 디자인 이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시각적으로 화려
© images courtesy of Pet Shop Boys, EMI Records
WINTER . 2012
49
03
젊음
ART
50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래도 나는 그 길을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젊음은 내 안에서 다른 모습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햇살처럼 밝기만 했던 유년시절을 지나 도달
에서만 이뤄졌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를
한 청년기를 생각해보면 젊음은 보이지 않는
포함한 내 주위 사람들을 노르웨이 숲 어딘가
무거운 짐이었다. 이어폰 너머로 전해진 뉴
로 보내버렸던 하루키도 맥주와 한신 야구 경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 의 달콤함
기를 보며 소소한 일상을 즐겼듯이 나 역시 지
과 경쾌함을 지나서 도달한 커트 코베인Kurt
금은 사라진 버진 레코드Virgin Records 에서 작
Cobain 의
절망적인 읊조림이랄까. 무언가 항
은 위안거리를 찾아냈고, 영화에 대한 감상을
상 미숙했고, 불안했으며 또한 알 수 없는 상
나름의 스크랩 북에 끼적였다. 그 일기장은 ‘가
실감과 박탈감에 슬퍼했었다. 당시 발매되었
와이’한 일본 스티커와 영화 표, 잡지에서 오
던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베스트 앨범 카세
린 기사나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 오
트테이프 표지에서 그녀가 푸른 슬픔 속에 빠
려낸 기사와 사진들을 모아 콜라주 작품을 만
져 노래하고 있던 것처럼 그리고 짐 모리슨Jim
든다면, 아마도 20세기 말, 20대였던 나의 심
Morrison 이 달빛 드라이브Moonlight Drive 로 영혼
리적 지형도를 그려 낼 수 있을 것이다. ‘선망과
의 부엌Soul Kitchen 에 도달해서 울고 있던 것처
욕망 그리고 위안’이라는 부제가 붙은. 지금도
럼 말이다. 특별한 타이틀은 없지만, 나의 젊
간혹 좋아하는 이미지들과 글 들을 만나면 끊
음은 낮은 베이스 전주에서 사이키델릭한 건
임없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모아 놓기는 하지
반 음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던 시기였다. 그
만 이 물성 없는 존재들은 과거 오려낸 이미지
리고 그 질문들의 대부분은 ‘무언가’이어야만
들과 문구들로 ‘어떻게 스크랩 북을 꾸밀 것인
하는 명제주의적인 존재와 살아있다는 것 자
가’ 하는 편집을 즐거움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
체가 낯선 실존주의적인 존재에 관한 것들이
다. 외국에 나가게 되면, 팸플릿, 전단, 잡지,
었다. 왜냐하면, 대학 졸업을 앞둔 나는, 프로
기차표, 극장표 등등과 같은 것들을 여행 가방
스트Frost 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의
안쪽 주머니에 가득 넣어서 오지만 한 번 소유
결말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가고 싶은 길, 가
하면 그뿐이다. 20대 때와 같은 집중력을 발
도 되는 길, 가서는 안 되는 길, 가야만 하는 길
휘하지 못하는 나는 이 기념품들을 쇼핑백에
그리고 가게 되는 길. 그러므로 가고 싶은 길이
차곡차곡 넣어 책장에 꽂아 놓아두고 가끔 밥
바로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
벌이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꺼내 본
에게 축복을! 나는 그런 축복을 누리지 못했기
다. 하지만 나는 안다. 단지 ‘즐거움’만이 순수
에 원형 탈모증과 조울증에 가까운 자아 분열
한 목적이었던 젊은 날 나의 스크랩들이 진정
을 일으켜 주위 사람들을 혼돈에 빠지게 했다.
한 나의 절대 반지였다는 것을. 그러므로 나의
그렇다고 해서 나의 일상이 우울함과 사색 안
젊음의 나날들 속에서 내가 ‘왜 그래야만 했는
SPECTRUM
박기현 독립 큐레이터 vitrine by AAM
지’도 모른 채 선택했던 길과 그 길에서 만난 사
수Lac Leman 가 내려다보이는 로잔Lausanne 의
람들 그리고 얻은 사물과 기억들이 지금의 나
한 언덕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었다. 때마침 열
이다. 이것을 깨닫지 못한 채 안개처럼 우리를
린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전시를 보러
감싸고 있는 불안감 속을 가벼운 휘파람을 부
가는 나를 위해 언니네 집에서 2시간 거리인
르는 마음으로 걸을 수 있기를. 그리고 가능하
로잔까지 형부가 운전해 주었다. 미술관 근처
다면 치유할 수 없는 상처는 받지 않고 걸어갈
카페에서 우리를 따라온 막내 조카와 아이스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빛나면서도 무거운 젊
크림을 먹었는데, 그 카페에서 미술관까지 이
음을 버텨내는 최선의 방법이다. 나는 이 최선
어진 조그만 언덕길이 있어서 산책도 할 겸 걸
의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마음 한
어가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언덕길을 한참을
곳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을 별처럼 달고 있
걸었는데도, 형부의 설명대로라면 금방 도착
고 가끔 안개보다 어두운 폭풍이 인생에서 몰
해야 할 미술관은 보이지 않았다. 점점 더 나
아칠 때면 이 상처들마저 덩달아 빛나 어디론
무들이 우거지기 시작했고, 나는 불안해졌다.
가 숨어 버리고 싶어진다. 이상한 것은 이러한
그러나 곧 나무들 사이로 건물들이 보이기 시
상황이 닥치면, 예전보다 더욱 능숙하게 대처
작했다. 안도감에 잠시 쉬기로 한 나는 언덕 아
해낼 수 있는 지금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론
래에서 빛나고 있는 레망 호수를 보면서 갑자
낯섦과 당혹스러운 가운데 나를 추스르게 했
기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는 것을 느꼈다.
던, 그리고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했던 젊음이
인생의 중간 정도에 이른 나는 장거리 달리기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를 방금 마친 사람처럼 많이 지쳐있었으면서
이제는 젊지 않다는, 무언가로 규정되지 않기
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심장에 또다시 무언가
에 더 많은 가능성을 가졌던 그 빛나는 힘을 잃
를 향해서 달리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도달하
었다는 생각에 힘들었던 어느 날, 나는 레망 호
고 싶은 곳은 잘 보이지도 않았고, 그곳으로 가는 길은 다시 알 수 없는 길이며, 나는 혼자 일 거라는 - 어쨌거나 사람은 모두 고독하다 는 걸 알았기 때문에 무서워서 눈물이 났던 것 이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래도 나는 그 길을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젊음은 내 안에 서 다른 모습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 image courtesy of Camille Kihy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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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BOOK
그럴 수도 있지만 같은 확률로 아닐 수도 있다고 교란하기
관용어란 습관적으로 쓰는 말을 뜻한다. 뜻을
저 관용구들은 책임지지 않는다. 훌륭한 인생
두 번 반복해 읽는다. 습관적으로 쓰는 말. 습
의 가치를 북돋아 주는 말임은 분명하지만, 그
관적으로 쓰는 말. 그리고 바로 기억나는 관용
말들이 한 줄의 문장만 남아 ‘쌓여온, 깎여온,
어, 속담, 격언을 떠올린다. “될성부른 나무
오해받아온’ 평균의 값은 놀랍도록 요동치는
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든지, “인생은 겸손에
개인의 뾰족한 사건들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대한 오랜 수업이다”든지, “가는 말이 고와야
한 권 그 자체로 “관용서”가 되려는 책을 본다.
오는 말이 곱다”든지. 이들 관용어가 뜻 그대
그리고 책의 얼굴이 아니라 책의 요약이 되려
로 습관적으로 내 머릿속과 입에서 튀어나올
는 그들의 제목도 읽는다. 문장의 주소를 알려
때, 그러니까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우리가 그
주는 것이 아니라 혹여 오해할까 의미를 항변
렇지 않음을 옹호하거나 그러함을 확신하고자
하는 수사를 읽는다. 책을 천천히 읽지 않아도
이미 단단하게 검증됐던 문장들을 떠올릴 때,
이미 부제 하나만으로도 책에 대해 말할 수 있
우리의 언어는 점점 비슷해진다. 평준화된다.
게 하려는 시도를 본다. 이 책이 당신을 변화
정말 관용어가 만능의 열쇠처럼 수많은 각각
시키겠지만, 그 변화의 폭과 방향은 저자가 의
의 상황들을 뒷받침해주었을까. 알아볼 만한
도한 그대로일 것이라는 고약한 교육을 부추
떡잎/재능이 아니라는 생각에 좌절한 숱한 가
기는 띠지와 홍보 문구를 본다. 의심과 감정
능성과 강요된 겸손의 미덕에 모든 연예인과
의 큰 파동 없이 습관적으로 구매하고 습관적
예술가가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고왔던
으로 받아들여 끝내 습관적으로 살게 하는 책
말들의 답으로 돌아온 폭력적인 언행 앞에서
들. 너는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달콤한 말
그때 책 읽기는 독서가 아닌 점성술이 된다. 언어의 별자리여, 내가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줘, 내가 맞는다는 확신을 줘, 우리는 모두 괜찮을 것이라는 착시를 줘, 나의 궤도를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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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이로 무명의 쓰는 사람, 서점 유어마인드운영 twitter@whoisiro www.your-mind.com
는 독서가 아닌 점성술이 된다. 언어의 별자리 여, 내가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줘, 내가 맞 는다는 확신을 줘, 우리는 모두 괜찮을 것이라 는 착시를 줘, 나의 궤도를 지켜줘. 습관적으로 쓰는 말. 습관적으로 사는 삶. 반 복되는 생활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습관적 으로 즐기는 문화. 2013년에는 더 많은 책이 관용의 세계를 의심하기를, 배신하기를, 바꿔 치기를, 안심시키고 도망가기를, 그럴 수도 있 지만 같은 확률로 아닐 수도 있다고 교란하기 로 우리를 그저 그런 세계로 욱여넣는 표지들.
를, 간지럽히기를, 쓸데없는 세계와 맞바꾸기
태어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거의 서른 해 동
를, 포로로 잡았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놓
안, 나는 너무나 오래 습관적으로 살던 대로
아주기를, 분노하도록 유도하기를, 아프게
살았다. 관용이라는 궤도에서 벗어날 시도조
꼬집기를 간절히 바란다. 괴상한 젊음의 탄
차 하지 못했다. 보수적인 습관 속에서 그 우
생을 위해.
스운 성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줄 유명인들
추신. 첨부한 이미지는 <장 콕토: 데생 129 선
의 명언을 수집하듯 살아왔다. “맞아 맞아”와
집>, 열화당, 1982년. 관용의 궤도에서 벗어
“아, 그렇지 그렇지”에 마취된다. 그때 책 읽기
난 수많은 초상을 만날 수 있다.
© image courtesy of Jean Cocteau, Youlhwadang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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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STREET
YOUTH IN THE ALLEYS
얼마 전 이 원고 외에도 ‘유스YOUTH’라는 주제
닌 진짜 ‘유스’는 무엇일까?’ 그저 어린 시절을
로 작업한 적이 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한
되뇌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가 가진 청년
패션 디자이너의 새로운 레이블 캠페인 이미
문화란 무엇인가 말이다. 그것이 있기는 한 걸
지 작업이었는데, 주제가 ‘유스’였다. 젊음, 청
까. 어디선가 포장된 청년 문화만이 인터넷과
년 문화 youth culture 등 수많은 유스를 은연중에
사람들 사이를 떠돌다가 마치 우리 것인 양 착
접했고 여전히 접하고 있다. ‘청년 문화’ 하면
각하며 받아들인 것은 아닐까…?
떠오르는 것은 일련의 이미지들이 다. 헐벗고 눈 풀린 청년들이 어디 론가 떠나가고, 대체로 공허한 이 상을 좇고, 친구들끼리 시작한 동 네 밴드가 전설이 되거나 허무하 게 막을 내리곤 한다. 불안한 눈빛 과 정체 모를 알약과 주사기들은 덤 일 것이다. ‘미쳤거나 젊거나 혹은 둘 다’인 천 재와 그 무리가 아무렇지 않게 한 일 들에서 정제된 유스의 심상心象을 본다. 그게 유스가 맞는지는 모르 겠지만, 적어도 수십 년 정도 이어 져 온 반항과 저항이 담긴 모습임은 분명하다. 다시 작업 얘기로 돌아가면, 그렇 게 이미 고정된 모습들은 주로 외 국 청년문화에서 수없이 봐왔다. 몇 번인가 가진 미팅 때 던질 질문 은 하나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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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누구에게나 존재했던 것이고, 그 마음을 유지한 채 행하는 모든 것이었다.
Think, Talk, Write.
그래서 필자와 사진가 그리고 작업을 측면 지
결과물을 뽑아냈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사실
원했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는 머리를 맞댔
작업을 마무리하고 회상하며 이 글을 쓰는 지
다. 서양 문물 가득한 유스의 기운을 빼고,
금까지도 ‘거리에서 만난, 알게 된’ 유스는 여
정말 우리가 가졌던 유스는 무엇일까 생각해
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더 나이 들고서 언
봤다. 기억 속 유스는 항상 골목길 안에서 일
젠가 깨달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친구들과 작
어났다. 스무 살 이후 소위 ‘스트리트’라는 씬
당 모의해서는 무언가 만들고 실패하던 시절
에서 벌어진 모든 창작자와 디자이너와 그들
이 내 청년 문화의 한순간이었다고. 하지만 우
을 둘러싼 여러 어른의 공식 안에서 벌어진 생
리가 철이 들고 무언가 하고 있을 때에는 이미
존게임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이전에 정말
‘시장’이란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여전히 재
로 뛰어놀며 지내던 시간 안에도 골목이 있
미를 좇아 무언가 한다고 말하면서도, 오롯이
었다. 작업실 한쪽의 책을 꺼내봤다. 사진가
그것만을 좇기에는 이미 나이가 퍽 들었다는
고故 김기찬 선생의 사진집 <골목 안 풍경 전
생각이 앞서니까 말이다.
집The World of Alleys, 2011>이었다. 이제는 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무언가를 이야기한
울에서 찾기 드문 달동네 사람들이 그 안에 있
다. 글의 서두를 끊었던 작업도 그러한 시도
었다. 선생은 1968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
중 하나일 테다. 나이 든 사람이든 아니든, 아
중림동을 중심으로 골목과 그 안에서 만난 사
직 마음속에 무언가 꿈꾸는 것을 지닌 사람들
람들을 찍었다. 작업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십
과 하는 대화는 그것이 새벽녘 술자리이든, 한
수 년 전 찍은 이들을 수소문해 성장한 모습을
낮의 커피숍이든 유쾌하다. 마음을 치고 두근
사진집 안에 함께 배치하기도 했다. 처음 이
거리게 한다. 종종 지칠 때도 있다. ‘삶’을 책임
사진집을 봤을 때 느꼈던 감동은 세월이 지나
지며 나아가게 된 이 시대 사람들은 요절을 꿈
고 변한 골목 사람들의 모습에서 왔다. 맞다.
꾸지도 않는 것 같다. 맞춰가는 삶을 사는 사
‘유스’는 어떠한 이미지라든지 특정한 인물들
람들과 아직도 골목 어디선가 날릴 종이비행
이 행하는 문화만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존
기를 한 손에 품은 사람들이 있다. 내게 ‘유스’
재했던 것이고, 그 마음을 유지한 채 행하는
는 후자에 가깝다. 그런 사람들이 아직 주위
모든 것이었다.
에 있다면, 당신의 ‘유스’도 여전히 현재 진행
그 후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서 꿈 같은
중일 것이다.
Creative Agency Based in Seoul twitter@thinktalkwrite
© image courtesy of Kim Ki-chan, Choi Ji-in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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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MUSIC
봄의 재생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책을 읽으러 강원도에 며 칠 다녀왔다. 바닷가는 많이 다닌 터라 계곡 을 골랐는데, 계곡을 품은 산에 단풍이 가득 해서 좋았다. 책을 읽으러 갔다고는 했지만, 사실 줄곧 책만 읽은 것은 아니었다. 영화도 한 편 보고 지역 음식도 맛보고 계곡 산책도 하고 그릴에 고기와 해산물도 익혀먹었다. 그리고, 노래도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각자가 고른 노래들을 서로 에게 들려주며, 노래와 노래가 가진 기억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나는 주로 중고등 학교 시절에 들었던 노래를 들려주었다. 한창 테이프만 사들이다가 처음으로 CD를 구매했
지금은 컴퓨터를 하며 노래를 앨범째 돌려놓
던 기억, 앨범 표지만으로 음반을 골랐는데 너
으니 곡보다는 앨범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
무나도 유명했던 록 밴드였던 기억, 홍대 앞부
은데, 당시에는 음원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터 신촌까지 걸어서 온종일 음반점을 돌았던
유행가가 아니라면 구매해서 듣는 것이 거의
기억, 처음 듣고는 제목을 몰라 몇 년간 찾아
유일한 방법이었던 시기였다. 한 번 산 음반을
헤매다 다시 만나게 된 노래에 대한 기억 등….
닳도록 돌리다 보니 좋아했던 노래들에는 어
한 번 산 음반을 닳도록 돌리다 보니 좋아했던 노래들에는 어느새 기억도 끌려들어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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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성창원 단편집 <1,095> 저자 www.oodllboo.com
느새 기억도 끌려들어 가 있었다.
가치는, 노래를 처음 듣는 아내에게는 해당하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시절에는 록보다 메
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는 나의 이야기를 즐
탈이라는 단어가 더 멋져 보였고, 일본 비주
겁게 들어주었다. 내 이야기, 그리고 가수에
얼록 등의 하위문화가 생각보다 크게 자리하
관한 이야기.
고 있었고, 마스터 플랜이 클럽에서 레코드 회
그들 중에는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가 되었고, 지금은 펜타포트로 자리 잡은 축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시점에서 작업이 끊
제가 트라이포트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지만
긴 예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열정과 그들의
홍수를 만나 그대로 쓸려갔었다.
열정이 교차한 순간을 기억한다. 그 순간의 그
예전의 것들에는 촌스러움이 있다. 당시의 문
들이 그 순간의 나에게는 최고였고, 노래는 내
화가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타임라인의 일부분을 장식하는 사운드트랙이
좋아했던, 그리고 여전히 좋아하는 노래들
되었다. 이런 감정들이 작용하는 이치는 잘 모
이 얼마나 촌스러운지 판단하는 일은 여간 힘
르겠지만, 노래를 듣고 나면 당시의 의욕과 열
든 것이 아니다. 감정과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정이 다소나마 재생되는 기분이 든다.
있어서,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시간으로 되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여운도 있었지만 기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물어봤
억에서 얻어낸 활력도 있었다. 그렇게 조그만
다. 좋은 노래인지. 역시나 모든 노래가 지금
새싹을 자양분 삼아 또 다른 작업을 해나간다.
시점에서, 그리고 아내의 취향에 좋은 노래는
단풍이 떨어지고 산속에 첫눈이 오는 지금, 내
아니었다. 시간과 기억이 담겨 내 안에서 커진
마음에는 봄이 온다. 볕이 든다.
© images courtesy of Sung Changwon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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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YOUTH, NEO-GEO CD
07 TECH
에스엔케이SNK, 이하 SNK 라는 게임 회사가 있었
는 아니었다. 이런 문제점을 SNK도 잘 이해
다. 게임에 지식이 없어도 이름만 들으면 웬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비책을 마련했는데, 바
한 남자들은 다 아는 게임 회사였는데 2001
로 ‘네오지오 시디NEO-GEO CD, 이하 네오지오 CD. - 필
년 파산했다. 이후 플레이모어PLAYMORE 에
자주
인수되어 현재는 ‘에스엔케이 플레이모어SNK
재의 네오지오를 시디CD, 이하 CD 로 읽을 수 있
PLAYMORE ’로 명맥을 이어가지만, 예전만큼 명
게 한 플랫폼으로서, 생산단가가 비싼 카트리
성을 누리진 못하고 있다. 지금 SNK가 어찌
지를 CD로 바꿔서 소프트웨어 가격을 낮추는
됐건 간에, 나의 어린 시절이자 SNK 최정점
방법을 꾀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CD를 기록
기의 이야기이다.
매체로 사용하는 게임기가 많지 않았다. CD King of Fighters
는 쌌지만, 시디롬CD-ROM 이 비쌌다. 게다가
용호의 권, 아랑전설, 메탈
시디롬 초창기 시대여서 로딩 속도가 엄청나
슬러그 등의 걸출한 게임을 제작한 회사로 주
게 느렸다. 어쨌든 네오지오 CD를 사면 비교
로 아케이드오락실판 게임 발매 후 자신들의 가
적 저렴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단, 1배
정용 콘솔인 ‘네오지오NEO-GEO’로 이식해 판
속 CD롬으로 2D 도트 그래픽 연산량이 엄
매했다. 당시에는 아케이드와 가정용 게임기
청난 SNK 게임을 읽어야 했기 때문에 매 스
의 사양spec 차이가 엄청나게 커서, 가정에서
테이지마다 1분에서 3분가량의 로딩 시간이
비슷한 수준의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거의 불
필요했다.
SNK는 킹오브파이터즈The Series, 통칭 ‘킹오파’와
가능에 가까웠다. 그것에 거의 근접하게 실현 한 꿈의 게임기가 네오지오였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네오지오의 콘솔 가격은 당시 경쟁 하던 닌텐도NINTENDO 의 슈퍼패미컴국내에는 현대 에서 ‘슈퍼컴보이’로 수입. 이하 SFC. - 필자 주
이나 세가SEGA
의 메가 드라이브국내에는 삼성에서 ‘슈퍼 알라딘보이’로 수입. 이하 MD. - 필자 주
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
았지만, 카트리지는 이야기가 달랐다. 카트리지 가격이 보통 1만 엔대 전후였던 SFC나 MD보다 네오지오는 보통 4만 엔 이 상의 가격으로 출시돼서 국내는 물론, 일본에 서도 아이들이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게임기 58
’의 출시였다. 간단히 말하면 카트리지 체
SPECTRUM
이원택 폴러 스터프 코리아
(Poler Stuff Korea) 브랜드매니저 www.facebook.com/ Polerstuffkorea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나서 PC로 당시의 게
이것들은 내게 있어 ‘유스Youth의 의상衣裳’과도 같다. 그때 마음에 들었던 옷을 찾고 있지만, 어차피 너무 커버린 내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임을 무료로(불법이지만!) 즐길 수 있다. 몇 분 씩 걸리던 로딩도 사라졌고, 눈에 거슬리던 도 트도 에뮬레이터와 그래픽카드 기능으로 미려 하게 연결된 선으로 감출 수도 있다. 하지만 왜 인지 예전과 같은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이런 기억들 탓인지 지금도 일본에 가면 아키바あき ば; 전자제품 상가가 밀집한 도쿄 아키하바라(秋葉) 지역. - 편집자 주
나 덴덴타운でんでんタウン; 오사카 닛폰바시에 있는 전자제품 밀 그래도 좋았다. 내가 네오지오 CD를 샀을 당
집 상점가. - 편집자 주
시엔 오락실에서 킹오브파이터즈95The King of
지곤 한다. 어릴 때는 가지고 싶었지만 도저히
을 들러 복고retro 게임매장을 뒤
Fighters 95 가
성황리에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
가질 수 없었던, 혹은 금방 내 손을 떠나갔던
런 게임을 집에서 즐길 수 있던 것도 다 네오지
- 그때는 보통 카트리지를 게임매장에서 등
오 CD 덕분이었다. 생일에 친구들과 집에 모
가 교환했다 - 게임기나 소프트웨어를 사곤
여 게임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대전 액션게임
한다. 꼭 플레이를 위해서 구매하는 것은 아
에서 지는 친구는 다음 친구에서 스틱을 넘겨
니다. 반드시 플레이하고 싶다면 대부분 PC
줘야 했다. 나는 게임을 곧잘 하는 편이었고
로 가능하지만, 당시 비벼대다시피 잡고 있던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좀처럼 스틱을 뺏
컨트롤러, 후후 불어가며 꼽던 카트리지, 실
기는 일은 없었다. 무더운 여름날, 좁은 방안,
제 게임과 생판 다른 멋진 삽화에 속아서 샀
작은 티브이TV 그리고 북적대는 친구들과 미
던 카트리지, 혹시라도 흠집이 날까 노심초
칠 듯이 오래 걸리는 로딩에도 그때만큼 게임
사한 CD 등이 당시의 추억을 되살려주기 때
을 즐긴 적은 없었다. SNK에서는 이 지루하
문이다.
고 긴 로딩 시간을 어떻게든 해결해보고자 몇
이것들은 내게 있어 ‘유스Youth 의 의상衣裳’과도
가지 해결책(이라기에도 민망한)을 마련했는
같다. 그때 마음에 들었던 옷을 찾고 있지만,
데 어떻게든 빨리 간단한 게임 이미지를 로딩
어차피 너무 커버린 내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해서 메인 게임의 긴 로딩 시간 동안 보여주는
잘 안다. 하지만 그 옷을 입고 경험한 많은 기
것이었다. 그래 봐야 로딩 시간이 줄어드는 것
억, 잊고 있던 추억을 다시 만나고 싶다.
은 아니었지만, 당시 꼬꼬마들은 그런 소소한 서비스 하나가 감사할 따름이었다.
© image courtesy of SNK PLA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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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TRAVEL
TOKYO AND SPRING 2006
처음 일본에 간 것은 2006년 봄이었다. 도쿄
도쿄에 간 이유는 간단했다. 소위 ‘패션’한다
였다. 당시 여자친구와 한 달 조금 넘게 살았
는 이들은 어릴 적부터 파리 보그VOGUE Paris
다.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빌린 작은 원룸이었
라든지 밀라노와 뉴욕을 꿈꿨다고 하지만, 내
다. 지금이나 그때나 일본은 불경기였지만,
게는 언제나 도쿄가 희망 목록 가장 꼭대기에
지금과 다른 한 가지는 환율이 무척 낮았다.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처음 사본 패션잡지도
공항에서 환전해도 100엔에 700원 정도였으
일본 스트리트 패션 잡지였고, 패션에 경도되
니 말 다 한 셈이다.
기 전에는 일본 가정용 게임기 문화에 심취해
며칠 지내고 오는 여행이야 그전에도 해봤지
있었다(진지하게 ‘게임잡지 기자’를 꿈꿨던 것
만, 장기간을 그것도 연인과 간 여행은 그때가
이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다). 잡지에서
처음이었다(지금까지는 마지막이기도 하다).
만 보던 패션 디자이너들의 매장과 수많은 옷,
짐을 풀고 숙소 근처를 돌았다. ‘한류’ 열풍은
수없이 상상한 하라주쿠와 시부야 뒷골목의
배용준과 최지우가 열연한 <겨울 연가> 수준
패션 가게들은 이미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머
이었다. 아이돌도 케이팝K-pop 도 없었다. 해
릿속에 입력되어 있었다. 쉴 새 없이 걷고 숙소
가 지는 동네 근처를 거닐다 생필품 몇 가지를
에 돌아오면 항상 다리가 퉁퉁 부어 있었다. 그
사러 모든 식료품이 천 엔 정도였던 ‘천엔 가게’
렇게 한 달을 걸어도, 여전히 속속들이 뒤졌다
에도 자주 들렀다. 젊다기보다는 어렸을 때의
기엔 아쉽고 모자랐다.
여행이니, 돈이 풍족했을 리도 만무했다. 타
2006년의 하라주쿠는 지금과 무척 달랐다.
임 세일을 기다리는 빠릿빠릿한 주부처럼 매
SPA 브랜드라고는 유니클로UNIQLO 뿐이었
의 눈으로 파인애플과 냉동식품을 집곤 했다.
다. 한 번이라도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히고
설거지는 누구 담당, 요리와 청소는 누구 담당
자 노력(?)하는 젊은이들은 하라주쿠 갭GAP
하는 식으로 역할도 분담했다. 새로운 장소에
매장 사거리를 서성였다. 전위적인 유럽 패션
서 새로운 언어가 들리는 동네에선 여전히 여
디자이너들이 가장 득세하던 시절도 그 무렵
행자이면서도 이방인이었지만, 지나는 순간
이었다.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조차 되지 않
들이 참 즐거웠다.
은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들 - 헨릭 빕스코
이제는 직업이 된 패션이 아직 꿈틀거리는 열정과 패기 같은 것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60
SPECTRUM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 twitter@yourboyhood www.yourboyhood.com
움’이었다. 이제는 직업이 된 패션이 아직 꿈틀 거리는 열정과 패기 같은 것들로 점철되어 있 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련한 무언가가 소비대 국의 핵이던 2006년의 도쿄에 있었다. 아니, 있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일본에 간 것은 취재와 여행을 함 께 한 2010년 겨울이었다. 새로운 친구들을 브Henrik
Vibskov,
베른하르트 빌헬름Bernhard
만나고, 도쿄의 패션과 문화계 인물들을 취재
Willhelm,
캐럴 크리스천 포엘Carol Christian Poell
했다. 2006년 이후 혼자 도쿄에 갈 때에는 항
이 그 거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꼼데갸르송
상 도심 번화가에서 떨어진 우에노上野의 단골
COMME des GARÇONS 과
요지 야마모토Yohji
비즈니스호텔에 묵지만, 2006년 여행의 마
같은 일본 패션 대가들의 바통을 이
지막 숙소는 도쿄를 벗어난 외곽이었다. 에미
어받은 차세대 디자이너들의 전성기도 그때가
넴 노래만 줄곧 틀던 쯔까멘つけ麺; 일본 라멘에서 파생
아니었나 싶다. 준 다카하시Jun Takahashi 의 언
된 종류. - 편집자 주
더커버UNDERCOVER 와 니고NIGO® 의 베이씽에
을 수십 번 드나들며 ‘짝퉁’ 판 돈으로 가게를
Yamamoto
집 젊은 주인은 동대문 새벽시장
이프A BATHING APE® 같은 브랜드는 이미 대중
차렸다며,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맥주’를 마
적인 브랜드가 되어서, 한창 ‘로컬local, 지역’ 젊
시고 취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비 그친 밤이기
은이들은 그다음을 찾고 또 만들고 있었다. 서
도 했다. 우리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던 날, 그
울에선 패션에 관해 대화하고 싶어도 그 숫자
는 공항 가는 길에 먹으라고 볶음우동을 만들
가 무척 한정적이라고 느꼈던 시절, 하라주
어줬다. 눈물만 안 났지 마음이 찡했다. 2006
쿠原宿와 시부야渋谷와 오모테산도表参道, 시모
년의 봄은,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오는 리무진
키타자와下北沢와 나카메구로中目黒 그리고 지유
버스 안에서 여름으로 변했다.
가오카自由が丘 골목을 이 잡듯이 뒤지며 무언가
그런 여행을 다시 갈 수 있을까. 아직도 종종
하나 ‘건진’ 다음 생각한 것은, 일종의 ‘자유로
생각한다.
©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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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ked, Mixed Media on Canvas, 33 x 24cm, 2012 by 에디 강(Eddie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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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ked, Mixed Media on Canvas, 33 x 24cm, 2012 by 에디 강(Eddie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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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tewatch | Svart by Jesper Nyrén Svart는 스웨덴 출신의 아티스트 Jesper Nyrén과 Mutewatch가 공동으로 제작한 스페셜 에디션입니다. 제품의 패키지에 Jesper Nyrén의 독특한 패턴이 프린트 되어 있으며 특별하게 밴드의 길이 조절 부분이 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pr1zmstore.com
PICTORIAL
INCASE ME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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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열다섯 팀의 공간에 스펙트럼이 찾아갔다. 그들의 공간, 그들 자신, 그리고 인케이스 text 김지혜 Kim Jihye, 홍석우 Hong Sukwoo edited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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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디자인과 손쉽게 활용이 가능한 기능으로 모든 취향과 직업, 열정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인케이스 제품은, 특화된 디바이스 보호, 최소 한의 디자인 및 혁신적인 기능화 함께 다양한 소재와 실루엣을 자랑하며 개인 물 품과 기기를 서로 연결, 보호 및 정리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모든 인케이스 제품은 자연스러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완벽한 휴대성을 경험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케이스와 함께 어디에 있나요?
_Anywhere 캠페인에 자세히 알고 싶다면 캠페인 페이지에 방문하시길 바 랍니다. 또한 인케이스 코리아의 Facebook과 Twitter, Me2day 그리고 Instagram을 통해 다양한 _Anywhere 캠페인에 참여해 보세요. _Anywhere 캠페인을 통하여 친숙한 환경에서부터 장엄한 광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의 인케이스를 만나보실수 있습니다. Incase Korea Campaign Page goincase.kr/anywhere Facebook facebook.com/incasekorea Twitter twitter.com/incasekorea Instagram #_Anywh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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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감과 창의성은 Express _Anywhere라는 타이틀로 여러분께 선보여 집니다. 우리의 새로운 테라컬렉션은 볼드한 악센트와 풍부한 질감, 천연 소재가 어우러져 독특한 스타일과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과 강력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또한 여전한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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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k Oh 오혁/ 뮤지션, 샌드위치 딜리버리 클럽 기타 겸 보컬 musician, Sandwich Delivery Club Guitar/Vocal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오혁. 그는 스무 살이다. 홍익대학교 예술학부에 다니는 그의 집 안에는 키보드와 그림 그리고 좋아하는 운동화들이 가득 널려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클럽 공연으로 음악을 접하고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는 그는,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바탕에 둔 어쿠스틱 팝 곡을 쓴다. 박력 넘치는 첫인상과는 ‘ 뜻밖이다’ 싶을 정도의 달콤한 가사와 멜로디. 이런 반전(反轉)이 앞으로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큰 매력이 되지 않을까. 이제 귀국한 지 1년이 채 안 됐다는 그에게 한국과 서울의 문화는 아직 낯설다. 하지만 개인의 관점이나 취향이 다수에게 전파되는 데에 박하지 않은 서울의 분위기는 그를 도전하게 하고 꿈꾸게 한다. 내년에는 EP와 정규앨범을 낼 계획을 세운 싱어송라이터 오혁. 그의 말처럼, 비주류 문화가 주류가 되어갈 수 있는 흐름 한가운데 그의 음악이 자리 잡는 날도 머지않을 듯하다. facebook.com/hyukk.oh.3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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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sule In-Ear Headphones (Hot Red+M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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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eun Kim 김지은/ 프리마돈나 디자이너 겸 디렉터 Fleamadonna designer & director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는 김지은의 ‘프리마돈나(Fleamaddona)’ 작업실은 분주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로 시작한 프리마돈나도 어느덧 여섯 살이 됐다. 그새 프리마돈나는 국내를 넘어 미주 및 일본, 중동에서도 환영받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가 됐다. 특히 2013년에는 프랑스와 파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편집매장 콜레트(colette)에도 진출할 계획. 패션의 요충지이자 발신지인 파리에서 서울의 젊은 패션 문화를 여실히 보여줄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녀가 프리마돈나를 처음 시작할 즈음 영감 얻을 수 있는 멋진 것들은 외국에서 찾아야 했다. 하지만 어느덧 멀리 나가지 않고서도 서울에서 충분히 찾고,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로 그녀의 작업이 완성된다. 어쩌면 그녀가 하는 작업 자체가 좋은 디자인에 대한 프리마돈나만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뚜렷한 본연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조심스레 말하는 그녀를 보며, 자기 스타일이 있는 소수 여성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프리마돈나가 세계 곳곳에서 확실한 ‘서울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www.fleamadonna.com twitter@fleamadonna (Fleamadonna official), twitter@Jei-fleamadonna (persona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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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stal Slider Case for iPhone5 (Rasp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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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SHOE&Co. 산슈앤코 이상은 Sang eun Lee / SANSHOE&Co. co-director 김수혜 Soo hye Kim / SANSHOE&Co. co-director
동양화를 전공한 구두 디자이너 김수혜와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이상은은 오래된 친구다. 회사에 속한 한계를 느끼던 김수혜는 함께 ‘구두와 액세서리’를 만들어보자고 이상은과 의기투합했다. 그들은 지난 4 월부터 차근차근 산슈앤코(SANSHOE&Co.)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구두 산업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성동구 성수동의 산슈앤코 사무실은 어느 빌딩 3층에 있다. 고양이 두 마리와 디자이너 두 명이 둥지를 튼 공간에는 - 이 책이 나올 즈음 사람들이 만나게 될 - 산슈앤코 첫 번째 컬렉션 표본(sample)들이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보통 새내기 디자이너들이 놓치는 제품 외적인 부분이었는데, 포장지는 물론 상자 패키지와 라벨까지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거나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고전적인(classical) 요소를 담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들과 직접 만나기 전, 산슈앤코의 구두를 인스타그램 사진으로 접했을 때에는 당연히 ‘남성용 구두’일 것으로 생각했다. 다양한 여성용 구두를 만나기 어려운 편중된 시장에서 산슈앤코의 도전은 일종의 ‘모험’일 수도 있지만, 남자 구두에서 영감 받은 디테일로 여자가 신어도 멋진 실루엣의 구두를 만든다는 점은 그들만의 강점이다. 지폐를 넣는 단단한 디자인의 가죽 지갑에 ‘벅스(BUCKS)’라는 이름을 붙인 이 재치 있는 브랜드에는 남자들이 더 열광할 수도 있다. 걱정할 건 없다. 조금만 기다리면, 내년 봄부터 산슈앤코의 남성용 구두 컬렉션도 만날 수 있다니까 말이다. ‘메타(META)’라는 이름의 지퍼 달린 검정 코 구두를 신게 될 2013년 봄의 어느 날을 상상해본다. www.sanshoe.com (official), blog.naver.com/LE2SE (blog)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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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hol Snap Case for iPhone4S & 4 (Glass), Pathway Slip Sleeve for 13â&#x20AC;? Macbook air (Gabard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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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이 필요할때에는 적절한 도움을 찾는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날의 기술은 영상회의에서부터 화이트 보드 App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동시에 함께 작업할수 있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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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agazine 디어 매거진 팀 디어 TEAM DEAR 남현지 Hyunji Nam 최보리 Boree Choi 박신영 Shinyoung Park 정진수 Jinsoo Cheong
이제 세 번째 호 발간을 앞둔 디어 매거진은 패션 제작산업과 소상공인들을 주제 삼아 조금 다른 관점의 ‘패션’을 이야기한다. 겉보기엔 화려하지 않아도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고, 자칫 잊거나 잃기 쉬운 ‘과정’을 소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은 디어 매거진만이 가진 특징이자 장점이다. 요즘 청춘들이 간과하는 것들로 화두를 던지고,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디어 매거진은 소중하고 중요한 작업을 한다. 하이패션(high fasfion)과 SPA 브랜드 사이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국내 제작업체 및 상인들에게 직접 연락하고, 일정을 잡고, 발품 들여 찾아가며 만들어낸 기획물을 통해 서울의 패션을 더 진중히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잡지 안에 있는 셈이다. 내년에는 디어 매거진 콘텐츠로 전시회를 준비한다는 ‘팀 디어(TEAM DEAR)’. 소규모이지만 소신 있는 행보를 보이는 그들을 보며, 서울 청년 문화의 새로운 면을 들여다볼 수 있길 바란다. www.dear-magazine.com facebook.com/dearmagazinepage, twitter@dear_magazine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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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x On-Ear Headphones (Ash/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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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 Spiyo 김미영/ 클랩클랩 디자이너 clap clap designer 윤대주/ 스튜디오 스피요 디렉터 Studio Spiyo director
‘스튜디오 스피요(Studio Spiyo)’는 고등학교 동창 여섯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분야가 모두 달라 더욱이 서로에게 영감이 되어 가는 그들. 그 가운데 문구류(stationery)를 만드는 디자이너 김미영의 브랜드 ‘클랩클랩(clap clap)’은 손뼉을 치는 소리라는 단어 뜻처럼, 생활 속에서 행복하고 웃음이 나는 즐거운 디자인을 제안한다. 몇 년 동안 회사에 다니다 문득 ‘재미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시작, 직장생활을 접고 디자인 문구를 만들기 시작한 데에 후회는 없다. 오히려 서울 곳곳의 많은 아티스트와 더 일찍 만나지 못한 것,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를 일찍 나누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할 것이라 말하는 그녀. 내년에는 클랩클랩의 대표 아이템들에서 가지를 뻗친 더 많은 아이템으로 더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움직일 생각이다. 그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해가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www.clapclapdesign.com (clap clap official), www.studiospiyo.com (Studio Spiyo official) ringogo.egloos.com (Miyoung Kim personal blog), twitter@putdixa (Miyoung Kim personal) facebook.com/putdixa (Miyoung Kim persona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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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prene sleeve for (Dark grey/Pink 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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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플레이그라운드에 하루종일 음악이 멈추지 않도록 Play _Anywhere에 소개되는 인케이스의 Audio Collection은 원음에 가까운 내추럴한 사운드(Natural Sound)와 미니멀한 디자인을 접목시켜 세 련된 외관처럼 멋진 피팅감과 완벽한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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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n Bunny 야광토끼/ 뮤지션 musician
야광토끼(Neon Bunny)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임유진에게 홍대는 익숙하다. 서울의 청년문화가 꽃피우는 곳이자 그 중심의 인디씬(indie scene)이 있기 때문이다. 일렉트릭 신스팝(electric synthpop)에 기반을 둔 음악을 만드는 임유진은 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음악을 해왔다. 그녀의 음악을 듣고 그녀와 소통하는 계층은 고등학생부터 이삼십 대까지 폭넓지만, 기본적으로 그녀보다 어린 친구들이 다수다. 그들에게 그녀의 음악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니, 모두 똑같은 일상에서의 탈출 또는 자유를 얻게 하는 ‘공감’과 ‘쉼’이 아닐까 싶다는 그녀. 매일의 삶 속에서 스치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곡 작업을 하기에, 생각이든 그림이든 낙서이든 모든 것이 그녀의 재료가 된다.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교감. 그것은 주류 상업 음악이 채우지 못하는 ‘독립 음악(independent music)’의 가장 큰 매력이자, 그녀의 음악을 듣는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부분일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들은 야광토끼의 음악은 서울의 겨울 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www.neonbunnymusic.com, facebook.com/neonbunnymusic, twitter@doggyrichstyle www.doggyrich.com (The Black Skirt + Neon Bunny + Artistssin officia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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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ic On-Ear Headphones (Primer/Fluro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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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 VICTOR 매드빅터/ 그래피티 아트워크 팀 graffiti artwork team 세바 XEVA/ graffiti artist, art director 세미 SEMI/ graffiti writer, character designer 이지훈 JH Lee/ painter, Crion director 마파 MAPA/ graffiti writer 성한 Sung Han/ photographer 원제이엠 1JM/ pro skater, rapper 라즈 LAZ/ team manager, designer
1999년 즈음, 힙합 음악의 인기와 매스컴의 주목으로 우리나라에도 그래피티 문화가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활동한 지 10년이 넘어서는 그래피티 아트워크 팀 ‘매드빅터(MAD VICTOR)’는 그렇게 우리나라 그래피티 문화의 중심이 되어왔다. 캔버스 이상의 공간을 상대로 하는 그래피티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었다. 차원이 다른 규모와 자유로움을 지닌 채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문 포용력은 10년 넘게 서울 거리 곳곳을 변화시킨 원동력이었다. 매드빅터는 올해 처음으로 그들의 이름을 걸고 전시회를 열었다. 거리에 있던 작품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 처음 모인 셈이다. 매드빅터는 첫 전시를 기점으로 그래피티를 대중들에게 더 쉽게 소개할 방법들을 구상 중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그래피티를 접하게 될 다음 세대의 참여 기회를 늘리고, 그들이 이 문화를 지금처럼 즐겁게 이어가고 누릴 수 있도록 단단히 기반을 다져갈 계획이다. 매드빅터의 대표 작업은 ‘그래피티’로 알려졌지만, 대화를 마치고서는 직접 일구어낸 하위문화(subculture) 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에 재미와 책임감을 더해 행복한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시대가 빠르게 변해도 달라지지 않을 ‘사실’이 있다면, 이런 것 아닐까. www.madvictor.com, facebook.com/madvictor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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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lon Protective sleeve (Eb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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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ni Cho 조은이/ 스윗 스튜디오 달디 오너 sweet studio DALD owner
언제나 달콤한 냄새가 나고 달콤한 것을 나누어 먹는 사랑방. ‘스윗 스튜디오 달디(Studio DALD)’는 그런 곳이다. 달디에는 똑같이 생긴 케이크가 단 하나도 없다. 주문자의 사연을 듣고, 그 이야기와 대상에게 맞는 개인에 최적화한 맞춤 케이크를 만든다. 이야기가 있고 성의가 담긴 달디의 케이크는 받는 사람에게 기분 좋은 선물이 된다. 올해 직장생활을 관두고 스튜디오 달디를 열면서 오너 조은이의 삶은 달디를 중심으로 바뀌었다. 여가 때도 달디에서 친구들과 함께 달콤한 것을 먹으며 대화의 창을 열고, 주말에는 직접 만든 쿠키를 들고 벼룩시장(flea market)에 참여해 새로운 사람과 소통을 시도한다. 조은이의 계획 속 달디는 단순히 케이크나 쿠키를 파는 공간만은 아니다. 또래의 젊은 아티스트와의 만남과 협업을 통해 달디의 특징을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십분 활용할 생각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은 시도들은 내년을 위한 새로운 준비나 도약이 된다. ‘단 것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데, 그녀의 작업과 일 모두가 많은 사람에게 기분 좋은 선물이 되어갈 것 같다. facebook.com/sweetstudioDALD, twitter@sweetstudioDALD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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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e Rojas Campus Pack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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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로운 레인지 컬렉션은 외부의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Explore _Anywhere라는 슬로건을 돋보이게 합니다. 강화된 방수 기능과 견고한 재질, 그리고 안전을 위한 스카치까지, 5종의 레인지 컬렉션은 여러분의 기어와 함께 테크놀러지를 완벽하게 보호하며, 로드와 트레일 등 외부에서 완벽한 캐링 솔루션으 로 설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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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limited Edition 언리미티드 에디션/ 인디펜던트 북 마켓 independent book market
‘독립 출판물(independent publication)’이라는 단어가 마치 사라진 것처럼 느낀 시절이 있었다. 모든 출판물은 대형 유통 구조와 서점에 종속되었고, 정말로 보고 싶거나 읽고 싶은 것들을 찾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독립 출판물을 비롯한 소규모 제작자들의 ‘홍보와 판매의 장’인 ‘언리미티드 에디션 (Unlimited Edition)’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소규모 출판물과 제작자들의 축제다. 단지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문화를 즐기고 공유하고 싶은 이들이 모여 직접 창작물을 사고판다. 벌써 4회째를 맞이한 이번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2012년 11월 17일(토)과 18일(일), 합정동 무대륙에서 열렸다. 이틀간 수많은 사람이 이 공간을 방문했고, 직접 방문해서 느낀 열기는 해가 갈수록 ‘무언가 만드는 사람들’이 더 다양해진다는 흥분과 기쁨이었다. 이번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소규모 출판물 및 출판사들의 작업, 특별출연자의 대담과 다큐멘터리 상영, 공연 등이 열렸다. ‘스스로 무엇을 만들고, 알리고, 판매하고, 공유한다’는 것. 단순명쾌하지만 쉽지 않은 일련의 ‘작업’들이 모인 소중한 공간이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 www.unlimited-edition.org (official) www.yourmind-bookshop.com/archives/category/text-2/unlimited-edition (archive)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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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hol Snap Case for iPhone 4S & 4 (Andy Photobo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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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on Storage Stage9 스테이지 나인 손희락 Huirak Son/ 리타 디렉터, 스테이지 나인 공동 대표 Leata director, Stage9 co-owner
‘손희락’이라는 이름은 서울에 기반을 둔 스트리트 패션 및 문화권에서 익히 알려졌다. 필자 또한 그와 사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주위 사람들과 항상 연결되어 있었고 그들은 모두 무언가 만들어가는 이들이었다. 손희락은 오랜 시간 홍대 근방에 스튜디오를 두고 남성복 ‘리타(Leata)’를 만들어왔다. 리타가 표방하는 ‘최적의 제복(optimal uniform)’이라는 콘셉트는 그가 옷을 만들면서 염두에 두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현대인들의 제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밀리터리, 워크웨어, 스포츠팀의 팀복 등 실용적인 디자인을 현시대감각에 맞추어 LEATA라는 이름으로 리디자인을 한다’는 공식 웹사이트의 콘셉트는 리타가 추구하는 방향을 가장 잘 말해준다. 손희락은 홍대에서 압구정동으로 리타의 터전을 옮기면서, 커스텀 쥬얼리 브랜드 ‘신트리플식스(Sheen TripleSix)’의 디렉터이자 금속 조형물 아티스트인 신형수(Sheen)와 함께 쇼룸 겸 작업 공간 ‘스테이지 나인(Stage9)’을 열었다. 이곳은 리타의 디렉터 손희락과 신형수가 함께 만든 곳으로, 공간의 절반은 고객이 직접 제품을 보고 살 수 있는 쇼룸 겸 매장 공간이고 안쪽 나머지 반은 작업 공간이다. 매장 안 집기는 작은 진열장 하나를 빼곤 모두 신형수가 직접 만들었다. 그만큼 공간 안에는 두 브랜드의 분위기가 잘 녹아 있다. 거의 10년 전, 동대문 근방과 압구정동 일대에서 시작한 스트리트 패션과 문화는 이제 물리적인 구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분포해 있다. 하지만 손희락은 스테이지 나인을 통해 다시 그 ‘기원’에 가까운 곳으로 회귀를 택했다. 그가 만드는 옷과 제품들이 그 어느 매장보다 잘 어울리는 이곳에서, 이미 스트리트 패션을 넘어서고 있는 새로운 문화와 패션의 시작을 본다. www.leata.net, www.sheen666.com, facebook.com/leata.net, twitter@leata0610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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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e Rojas Phone Case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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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떠나 나만의 휴식, Escape _Anywhere 가 필요합니다. 선명한 컬러와 편안한 스 타일을 갖춘 Incase Nylon, Terra 가방은 튼튼한 재질, 기기 보호 및 손쉬운 정리가 특징인 제품으로, 어디 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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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l Namgung 남궁철/ 스타일리스트 stylist
남궁철은 2년 전부터 여자 아이돌 그룹 스타일링을 맡고 있다. 이른 오후 찾아간 작업실에는 단 한 번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 재치 있는 소녀들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많은 옷가지와 신발이 정리되어 있었다. 소년 시절부터 패션과 음악, 문화에 대해 생각한 그의 기록들이 모여 지금의 직업적인 관점과 스타일이 된다. 이제 스물아홉 끄트머리에 선 그는 여전히 재미를 추구하지만, 재미 너머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는 것이 이전과 조금 달라진 점이다. 그래서 남궁철은 취미와 놀이처럼 기록한 사진들로 내년 즈음 책을 만들 생각이다. 본질을 잃고 변해가는 것들에 아쉬움이 있는 그의 시선이 새로운 기록으로 남게 되면, 분명 놀이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치열하게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의 휴식기가 되면 덩달아 여유가 생긴다는 그는 청년의 얼굴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여유 시간에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담아낼 순간들을 기대한다. namgungquestiondies.blogspot.kr facebook.com/namgungquestion, twitter@namgungquestion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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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M by Incase for iPhone5 (CHISEL), Nylon Protective sleeve (Eb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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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xed Gear Girls Korea(Fg2) 픽시소녀단 김현주 Hyunjoo Kim 김우희 Woohee Kim 이고운 Go Woon Lee
‘김미역’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김해란은 2008년 여성 픽시드 기어 바이크(fixed gear bike, 이하 픽시) 크루, 픽시소녀단(Fixed Gear Girls Korea, 이하 Fg2)을 만들었다. 당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브레이크와 기어 없는 자전거’ 열풍은 수많은 픽시 크루 열풍을 만들었지만, 실제로 꾸준한 활동과 라이딩이 유지되는 팀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녀가 이 팀에 지닌 애정을 알 수 있다. ‘리더’격인 몇 달 전 김해란은 베를린으로 떠났지만, 팀의 일원인 김현주와 김우희, 삐랑뚱땅은 여전히 Fg2로 활동하고 있다. 김우희가 처음 픽시를 접한 것은 2009년, 예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의 픽시 때문이었다. 원래 자전거를 좋아해서 미니벨로(Minivélo)를 타던 김현주는 그보다 1년 전 쯤 잡지를 통해 처음 픽시를 보고 빠져들었다. 구성원 중 어린 편인 이고운은 ‘삐랑뚱땅’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데, 픽시로 시작한 그녀의 자전거 여정은 현재 로드 사이클(road cycle)로 전향해 프로 선수로 활동 중이다. 그들에게 픽시는 단지 ‘자전거를 타는 운동’이 아니다. ‘픽시 타고 소풍 가자’라는 이름으로 라이딩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이나 디자인, 패션 등의 공통분모가 나타났다. 그것들이 모여 ‘픽.타.소’ 2회와 3회 때에는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단순한 놀이나 운동을 넘어서 구성원 각자의 영역 - 예술, 디자인, 영상 등 - 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즐긴다. 처음부터 의식하지 않은 작업이었더라도, 그것만으로 이미 청년 문화의 하나가 된 셈이지 않을까. 김현주에게 왜 픽시를 타느냐고 물으니, 그는 위의 이야기를 하고는 수줍게 웃으며 덧붙였다. “(그래서)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들이 픽시를 타는 이유를 물은 것 자체가 우문(愚問)이었다. 함께 즐기는 행위를 통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자연스레 나타난다. 그러한 ‘공유’가, 그들이 이 크루에 속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fixedgeargirls.tistory.com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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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e Messenger Bag (Moss Green), Terra Campus Pack (Charcoal Chambray), Paul Rodriguez Skate Pack Lite (Cobalt/Red 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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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출시한 카메라 컬렉션은 우리의 Capture Anywhere의 중심에 있는 제품군입니다. 모든 레벨, 모 든 장소 - 필드에서 스튜디오까지 포토그래퍼들의 필요에 맞게 그대로 디자인된 이 카메라 컬렉션은 헤더 패 브릭의 세련된 질감과 유니크한 외관과 더불어 멋진 사진을 위한 빠르고 쉬운 카메라 엑세스가 가능하며, MacBook과 iPad 등 여러분의 디바이스들을 수납할 수 있어 어디에서든 곧바로 에디팅이 가능하도록 했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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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jae Yeom 염승재/ 1984 디렉터 겸 바이어 1984 director & buyer
출판사를 넘어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1984’를 찾아갔다. 책과 문화, 라이프스타일이 어우러진 공간 여기저기엔 염승재 디렉터의 관점이나 관심이 들어가 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1984’의 이름으로 기억할 수 있는, 출판사와 목적이 같은 공간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그는 요즘 1984의 이름으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한다. 또한, 3대째 이어가는 - 1984의 모체(母體)인 - 혜원 출판사에서 제작한 오래된 책들의 표지를 리뉴얼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소규모로 자신의 길을 가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눈에 띄게 늘어가는 가운데, 서로를 향한 소통의 장이 모자라 그것이 문화가 되지 못하는 과정을 안타깝게 바라본 지 수년째. 그에 대한 욕구가, 1984를 통해 염승재가 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가능성 있는 젊은 감각과 감성을 위한 공간이 되고 싶은 ‘1984’.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커질 수 있는 것은 키우면서 조금씩 성장해간다면, 서울의 청년문화라 할만한 새로운 시도들이 1984 안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www.re1984.com twitter@re1984 (1984 official), facebook.com/1984culture (1984 official) twitter@lastnitethought (personal), facebook.com/lastnitethought (persona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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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Campus Pack (Natural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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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beom Cho 조재범/ 가정식당 범스 공동대표 겸 요리사 Home cooking bistro BUMS co-owner & chef
사무실이 밀집한 청담동 어느 골목에 들어서면 ‘범스(Bums)’라는 한식당이 있다. ‘소박한 가정식 식당 (home cooking bistro)’를 표방하는 이곳은 요리사(chef) 조준범과 조재범 형제를 포함한 삼 남매가 운영하는 곳이다. 문 연 지 2년 반 정도 된 이곳은 보통 사람들이 ‘청담동’하면 떠올리는 겉치레 가득한 이미지와는 다르다. 전문적으로 요리를 전공하지 않은 형제는 처음 문 열기 전부터 직접 할 수 있는 요리를 내세우자고 생각했다. ‘직접 할 수 있는 요리’라는 것은 그들이 좋아하고 즐겨 먹던 음식에서 출발한 것들이다. 돋보이려고 이름을 짓고 마케팅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인기 메뉴 중 하나인 ‘1977년 김치찌개’ 는 조재범의 형 조준범이 1977년생이라는 데서 착안했다. 어머니가 직접 끓여주시던 맛을 연구해서,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최상위 품종의 국내산 재료들로 음식을 마련한다. 범스를 유명하게 한 또 다른 메뉴인 ‘외할머니 게장 정식’ 또한 비슷한 연유다.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맛을 살려 손님들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도록 대접하는 것이다. 촬영을 위해 방문한 때는 이제 막 겨울 느낌이 나던 11월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한바탕 점심 손님이 빠지고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었지만, 벌써 몇 테이블에 손님이 찼다. 일본에서 온 여행객들도 있었다. 조재범이 우리에게 대접한 메뉴는 가지볶음밥과 해물파전이었다. 점심을 거하게 먹은 후라 몇 입 집어 먹었을 뿐인데도, 짜지 않고도 음식 간이 두루두루 밴 느낌이었다. 사실, 음식만큼 예민하고 까다로운 분야도 없다. 사람들의 입맛은 제각각이고, 수려한 포장으로 유행을 좇기도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언젠가 들통 나고 만다. 요리 무경험자였던 요리사들이 만든 작은 밥집에 여전히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한 번 맛본 손님들이 그 진솔함을 기억하기 때문 아닐까. 으리으리한 실내장식과 세련된 음악 같은 것이 아닌, ‘맛있는 밥’을 찾는 손님들 말이다. facebook.com/bums888 (Bums official), twitter@bums888 (Bums official) twitter@cloudyroadahead (persona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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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hol Protective Sleeve 15â&#x20AC;? (Br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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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jo Kimm 김기조/ 붕가붕가 레코드 수석 디자이너 & 기조측면 디렉터 BGBG Records Ltd. head designer & Kijo Side director
고유의 느낌으로 누가 봐도 어떤 사람의 작업인지 아는 힘. 김기조의 작품엔 그런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작업실이 밀집된 강남이나 홍대 일대가 아닌 도봉산 밑 개천 옆에 자리 잡은 그의 스튜디오 ‘기조측면(Kijo Side)’은 뜻밖이면서도 친숙하다. 작업실은 보통 그곳을 쓰는 사람을 대변한다지만, 기조 측면의 공간 역시 그의 디자인과 무척 닮아 있었다. 김기조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같은 공간의 동시대 사람들과 분리되지 않으면서도, 일상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답변을 들으니, 김기조의 타이포그래피가 왜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딘가에서 둥지를 틀고 집단이 되기도 전, 터무니없이 오르는 임대료 때문에 이리저리 방랑자처럼 불안하게 문화를 누리는 젊은이들의 어려움. 어릴 적부터 문화적 토대가 된 서울에서 청년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에는 이런 문제점도 있다. 그 문제 한가운데서 김기조는, 시대와 공간을 벗어나지 않는 현실감을 지닌 채 자신의 작업을 묵묵히 이어간다. 기조측면 한편에 있던 ‘가끔은 그래도 괜찮아.’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타이포그래피가 단순한 디자인 일부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이런 문구를 작업으로 만들 수 있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kijet.egloos.com, www.bgbg.co.kr, twitter@kijoside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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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hol Snap Case for iPhone4S & 4 (Br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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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erness VIII, Acrylic and Screen Ink on Canvas, 110 x 110cm, 2012 by 캐스퍼 강(Casper Kang) www.casperkang.com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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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text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Space’는, 스펙트럼이 고른 서울 안의 공간 세 곳을 보여주고 그곳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코너입니다. ‘지금 가장 뜨고 있는’ 공간 대신, ‘지금 한 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공간들을 엄선하여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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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위키피디아의 언급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는 ‘대 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4년제 국립 예술 특수대학’이다. 사진의 배경인 본교는 성북구 석관동에 있고 그 안에 영상원과 연극원, 전통예술원과 미술 원이 있다. 또한, 서초구 서초동 교사에는 무용원과 음악원이 있다. 학교의 모습은 보통 대학교 캠퍼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본교의 지리적 특성이 수 년 전 방문 후 내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본교 바로 옆 울타리를 지나면 유네스 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 왕릉인 ‘의릉’이 있다. 의릉 부지 안에는 유 신 정권 시절부터 군사 독재 정권 시절까지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와 국가안전 기획부안기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어색하고도 기묘한 동거를 마친 바로 옆 자리에서, 예술에 열정 가득한 학생들이 매일 무언가 창작하고 고뇌한다. 물 론 이곳은 재학생과 관련인들을 위한 국립 대학이다. 하지만 졸업 전시나 작 품전의 계절이 오면 외부인으로서 방문해도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다양 한 학과와 학부에서 발표하는 전시를 보러 교정 곳곳을 돌아다니면 그 안에 서 벌어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그래서 종종 이곳에 간 다. 내부인에겐 일상이자 치열한 장소를, 외부인으로서 발견하러 말이다.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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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창고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일까. 함께 일하던 형이 처음 벨기에에 갔을 때, 겉보기 에는 낡은 창고일 뿐인데 공업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 두 층을 오른 순간, 시끄러운 음악과 북적이는 사람들 가득한 ‘클럽’이 나왔다고 했다. 서울의 땅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예술과 음악의 터전이 점점 변두리로 밀리면서 그러 한 ‘순간’을 서울에서 발견하는 때도 왕왕 생겼다. 밀리고 밀린 서울 변두리 어 딘가에서, 알 사람만 아는 휑한 공간에서, 무언가 남들은 모르는 비밀스러운 일들이 벌어질 것만 같은 그런 발견 말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대림 창고는 말 그대로 ‘창고’로 쓰이던 성동구 성수동의 건물을 고친 곳이다. 패션 관련해서 는 최근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 와 에이치앤엠H&M 의 협 업 컬렉션 파티가 열렸고, 그 얼마 전에는 캐나다 구스Canada Goose 의 발매 행 사가 열렸다. 딱히 구역이 나뉘지 않은 넓은 공간이라 공연이나 영화 촬영 세 트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무엇이든 빨리 받아들이고 전파하는 패션 이벤트 가 열린 이상, 위에서 말한 것처럼 비밀스러운 공간이 되진 않겠다. 하지만 근 대도 아닌 현대에 지은 오래된 건물들이 새로운 사람과 움직임을 만나 탈바 꿈하는 것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단 부수고 보는’ 서울에선, 특히.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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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 한국고속철도KTX 시대 이전의 서울역은 방문할 때마다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고풍스러운 건물 내부는 당시에도 첨단이었지만, 사람들의 희 로애락喜怒哀樂이 드러나기에는 그만한 장소도 없었다. 수십 번 넘게 드나들며 감흥이 없어질 즈음인 2004년, 거대한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이 덤으로 들어 선 민자역사가 신축되면서 서울역 앞에는 ‘옛’이라는 단어가 추가됐다. 사람 들은 으리으리한 새 서울역사로 몰렸고, 그렇게 조용히 남아 자리를 지켰다. 그 후 옛 서울역사의 ‘날 것’의 모습과 복원된 모습을 본 경험이 (운 좋게도) 두 번 있다. 2007년, 옛 서울역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남긴다는 당시 문화관 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 발표 이후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패션 디자이너 홍승완의 ‘스위트 리벤지Sweet Revenge 컬렉션이었다. 안에 있던 상가와 개찰구 등이 모 두 사라지니 마치 시간여행 한 듯한 옛 모습이 드러났다. 1년 즈음 지났을까. 서울 국제사진페스티벌SIPF 을 보러 다시 갔을 때에는 이전에 보지 못한 서울 역의 맨살을 그대로 만진 기분이었다. 이처럼 여러 행사를 치르며 명맥을 이 은 옛 서울역사는 이제 새 이름과 모습을 찾았다. ‘문화역서울 284’라는 이 름으로, 서울과 대한민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공간을 새로운 문화공간 으로 고친 것이다. 가장 바쁜 사람들이 오가는 새 서울역사 바로 옆에, 문화 를 이야기하는 옛 서울역사가 있다. 이것은 공기처럼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일종의 축복이기도 하다. 하나 더, ‘284’라는 이름은 국가지정 문화재 사적 284호인 옛 서울역사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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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NDATION
‘Recommendation’은, 스펙트럼이 다루는 여덟 가지 분야 - 패션, 디자인, 아트, 북, 스트리트, 음악, 테크, 여행 -
RE R COM C MMEN DATI TIONS TIO 안에서 스펙트럼 스태프들이 추천한 일종의 안내서입니다. 이번 호의 주제는 ‘2012년 겨울’입니다.
FOR WINTER 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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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SFDF 2013 AWARDS 홍석우 Hong Sukwoo
삼성 패션 앤 디자인 펀드Samsung Fashion & Design Fund, 줄여서 에스에프디에프 SFDF, 이하 SFDF 는 2005년 처 음 시작되었다. 매년 남성복과 여성복 분야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패션 디자이너와 한국계 패 션 디자이너들에게 지원받고, 그들 중 두 명에서 세 명을 선정하여 상금을 주고, 선정된 패션 디 자이너와 브랜드가 더 탄탄한 재정적 기반에서 체계적으로 활동하도록 후원하는 것이 주된 목 표다. 2012년 11월 27일 화요일에 열린 제8회 SFDF 시상식에서는 작년에 이어 남성복의 씨 와이 초이Cy Choi, 여성복의 유돈 초이Yudon Choi 가 선정됐다. 이번에는 서울의 사디삼성 아트 디자인 , 뉴욕의 파슨스 뉴 스쿨 오브 디자인Parsons The New School for
학교, SADI(Samsung Art Design Institute)
Design,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Central Saint Martin College of Art & Design 이라는 대표적인 패
션 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SFDF 장학금SFDF Scholarship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특 히 주목할만한 점은 사디 외의 두 학교에서 ‘한국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 리나라를 대표하는 패션 기업이 주관하는 시상식에서 외국의 재능 넘치는 패션 학도들과 ‘연결 점’을 만들고 후원한다는 점에서 무척 긍정적인 제도가 되길 기대한다. www.sfdf.co.kr © image courtesy of SFDF & Hong Sukwoo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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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WOOK KIM 리치 림 Rich Lim
사진의 작품은 김욱Wook Kim 의 <pattern: orpi>이다. 그는 우리나라 고대 도자기 문양을 바 탕으로 강남구 청담동의 필립 림 플래그십 매장3.1 Phillip Lim Seoul flagship store 의 벽면을 독특한 패턴들로 장식했다. 그는 다양한 장식 예술의 역사와 곤충학, 풍경, 모자이크 세공tessellation 과 같은 방대한 영역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든다. 그에게 예술은 매일 반드시 필요한 존재 이다. 이러한 철학은 그의 작품으로까지 확장되며, ‘예술art’과 ‘장식예술decorative art’이 만나 하 나의 장르가 된다. www.wookkim.com © image courtesy of Woo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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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OCIETY 6 김래현 Kim Rae hyun
예술art 이란 더는 고지식하거나 따분하고 어려운 분야가 아니다. 사실 이런 수식어조차 지겨울 정도로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삶 속에서 쉽게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소 사이어티 식스Society6’는 젊은 작가들이 직접 만든 예술 작품을 판매하고, 그것들을 아이폰 케 이스나 티셔츠처럼 일상용품에 적용한다. 그것도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혈기왕성 한 작가들의 작품들로 말이다. ‘예술’과 ‘상업성’이라는 단어는, 다신 둘로 나눌 수 없는 자웅동 체처럼 느껴진다. www.society6.com © image courtesy of Societ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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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LULA MAGAZINE 김지혜 Kim Ji hye
‘소녀들의 꿈.’ 1년에 단 두 번, 5월과 11월에 발매하는 영국 패션 잡지 룰라 매거진Lula magazine 은 페이지 가득 예쁜 소녀들이 등장한다. 전 세계 여성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 잡지는 십 대이든, 이십 대이든 혹은 사십 대이든 여성이라면 가슴 한쪽에 간직한, 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소녀의 꿈을 다양한 화보로 표현한다. 어릴 적 꿈꿔왔던 동화 속 판타지를 재현한 사진 한 장 한 장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나이를 먹고 있다는 느낌 따위는 저 멀리 사라질지도. 조금 투박하게 도 덜 자란, 그러나 순수한 소녀의 감성 그대로를 담고 있어 마치 풋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듯한 풋 풋하고도 싱그러운 느낌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www.lulamag.com © image courtesy of Lula magazine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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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DRXROMANELLI × HEAD PORTER ARMY VS NAVY COLLECTION 양준무 Joon Yang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전방위 아티스트 닥터 로마넬리DRxRomanelli 와 일본 의 대표적인 가방 브랜드 헤드 포터Head Porter가 2012년도 가을/겨울 시즌을 위한 협업 프로젝 트, ‘아미 대 네이비 컬렉션ARMY vs NAVY collection’을 발표했다. 기능성과 디자인을 놓치지 않으 면서도, 최근 남성복 및 액세서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가지 키워드 - 빈티지 밀리터리 디 테일과 밀리터리 색상 - 을 ‘닥터 로마넬리’의 느낌으로 영리하게 재해석했다. 오래된 미군복에 서 영감 받은 이번 컬렉션은 그가 만드는 특유의 빈티지 터치와 패치워크 또한 다양하게 엿볼 수 있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발매되지 않았지만, 이처럼 ‘합’이 잘 맞은 협업 컬렉션을 하루빨리 국 내에서도 만나고 싶다. www.drromanelli.com www.headporter.co.jp © image courtesy of DRxRomanelli & Head Porter 126
SPECTRUM
MUSIC
SEBASTIAN × THE RAKES - WE DANCED TOGETHER 정재환 Jae Chung
처음에는 프랑스 뮤지션이자 디제이DJ 세바스티앵Sebastian 의 <세바스티앵 리믹스Sebastian Remixes> 앨범에서 듣곤 가장 좋아하던 노래였다. 거칠고 강하지만 적절히 칠링chillin’ 하면서 펑
키funky 한 느린 비트와 보컬의 어우러짐이 듣기 좋았다. 어느 날 친구가 아이팟으로 노래를 틀 었는데, 많이 들어봤던 노래였다. 세바스티앵 앨범에서 들었던 노래보다 조금 더 빠르고 경쾌 한 밴드 버전. 원곡은 더 레이크스The Rakes 라는 영국 독립밴드 노래로, <텐 뉴 메시지Ten New Messages> 앨범의 수록곡이었던 것이다. 이 곡 역시 거칠고 강한 목소리이지만, 꾸밈없고 자연
스러운 창법으로 부른다. 한 곡만 반복해서 들어도 좋다. 이 곡에 관심이 간다면, 꼭 둘 다 들 어봤으면 한다. © images courtesy of Sebastian & Ed Banger Records, The Rakes & V2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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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FANTASTIC APP ‘THE DAILY RECOMMENDATION’ ON IPAD 홍석우 Hong Sukwoo
신사의 스타일 저널The Gentleman’s Style Journal 을 표방하는 남성 패션지 ‘판타스틱 맨FANTASTIC MAN ’은 1년에 두 번 발행된다.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책 속에는 항상 그들이 신사라고 생각한 사
람들이 그때 가장 관심 두는 무언가를 추천하는 코너가 있었다. 영리한 그들은 이것을 ‘더 데일 리 리코멘데이션THE DAILY RECOMMENDATION’으로 바꿔서, 매일 추천하는 것들을 올리기 시작했 다. 그들이 매일 추천한 것들은 제법 아카이브가 쌓였고, 그것을 모아 아이패드iPad 앱으로 출 시했다. 세련된 배열과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이 앱은, 방치된 채 누르지도 않는 여타 앱과 달리 정 말 ‘매일’ 들어가서 보게 된다. www.fantasticman.com itunes.apple.com/app/fantastic-man/id553809499 © image courtesy of FANTASTIC MAN 128
SPECTRUM
TRAVEL
THE HOTEL CHELSEA 임지윤 Karen Lim
1905년에 문 연 이후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첼시 호텔. 60년대 뉴욕의 독립 문화 와 청년 문화 역사와 감성이 독특한 건축구조에 고스란히 담긴 첼시 호텔은 앤디 워홀의 펜트하 우스였으며 - 그가 공동 감독한 영화 <첼시 걸Chelsea Girls, 1966> 촬영지이기도 하다 - 오 헨리 O. Henry, 유진 오닐Eugene O’Neill, 마크 트웨인Mark Twain, 밥 딜런Bob Dylan, 마돈나Madonna 등 당대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단골로 장기 투숙했던, 그 시대 젊은이들의 꿈이자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본산이었다. 시대가 지나고 쇠락한 60년대의 그림자와 비밀을 간직한 이곳은 우여곡절 끝에 2011 년 문을 닫고 현재 개보수renovation 공사 중이다. 미국 국가 사적지U.S.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 로 지정되기도 한 첼시 호텔이 어떻게 다시 우리를 압도하는 공간으로 태어날지 궁금하다.
www.hotelchelsea.com © image courtesy of The Hotel Chelsea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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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tickymonsterlab.com
Runner & Hipper, Multimedia, 2012 by 스티키몬스터랩(STICKY MONSTER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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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SUK KU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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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근 OH SUK KUNH Lives and Works in Incheon & Seoul
www.facebook.com/sukkuhn.oh, blog.naver.com/punchandjudy (blog) 오석근은 1979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현재 그의 스튜디오 복숭아꽃(Peach Blossom)도 인천 아트 플랫 폼(Incheon Art Platform)에 있다. 그가 중고교 시절을 보낼 당시 청소년들은 지금보다 억압된 환경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다. 오석근이 처음부터 ‘사진’에 관심 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영화’에 더 큰 관심이 있었 다. 영화학도가 되려고 독립 영화를 만드는 동아리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그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 을 경험한다. 개인의 능력과 효율적인 조직으로 돌아가지 않고, 일그러진 권력과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이었 다. 그는 말 그대로 우연히 사진을 접한다. 사진을 찍으며 할 수 있는 것 - 그것도 영화와 관련해서 - 을 찾으 면서부터다. 처음 카메라를 ‘진지하게’ 손에 쥔 이후 지금까지 사진 작업에 몰두했다.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 학교(Nottingham Trent University School of Art & Design)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일본의 스튜디오 경험(Viva Studio)을 거쳤다. 첫 개인전 <벌거벗은 노출(Bare Exposure - Noster Nostri), 2007> 이 후 한국 교과서 안에 들어간 ‘평면적인’ 개인을 되짚어본 <교과서: 철수와 영희(The Text Book: Chulsoo & Younghee), 2008>를 통해 겉으로 보기에 발전한 한국 사회 이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4년 만의 개인전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 재와 먼지(灰塵) (From the Sea to Youth + Dust and Ashes), 2012>로 그는 오랜 시간 꾸준히 작업한 현재 청소년들의 표상과 돌연변이처럼 성장한 도시 환경을 이야기한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한국 사회’ 안에서 만들어지는 ‘개인’과 그 안의 관계를 통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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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 IN THE SELF - SUBSIST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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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VAD
한받 HAN VAD Lives and Works in Seoul blog.daum.net/sudmazo, www.jaripmusic.org ‘한받’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진식은 홍대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자립 음악가이다. 보통 홍대의 음 악씬을 ‘인디 씬(indie scene)이라고 부르는데, 이 안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인디 뮤지션’이라 는 호칭 대신 스스로 ‘자립 음악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의 음악가 활동에는 몇 개의 개인 프로젝트와 밴 드가 들어가 있다. 그는 각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른 성격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인다. 개인의 고민을 포크(folk)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아마츄어 증폭기(Amature Amplifier)’ , 신스팝에 기반을 둔 댄스 음악 을 선보이는 ‘야마가타 트윅스터(Yamagata Tweakster)’ , 펑크 밴드로서 펑크 음악을 만드는 ‘스트레칭 져니(Stretching Journey)’ 등이 한받이 만든 음악 세계 안에 있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음악 활동 에서 주어진 ‘시스템’과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생각해왔다. 한국에서 음악 한다는 것은, 방송 과 음원 순위가 주도하는 메이저 시장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무척 척박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음악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음악을 만들어 유통하고, 재생산하는 환경 자체에도 많은 관심을 뒀다. 그에 동의하는 음악인들과 함께 만든 것이 ‘자립음악생산조합’이다. 조합의 웹사이트 설명에 따르면 그들 은 ‘작은 규모의 음악생산자들이 자유롭게 음반과 공연 등 음악과 관련된 작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가 장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음악 생산의 인프라를 구축해나가는 것’을 가장 큰 목 표로 둔다. 그의 음악적인 과정은 이제 ‘조합’과 함께 있다. 그 둘은 떼놓을 수 없는 하나의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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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2장 103, Digital C-print, 2010 by Oh Suk kuhn
구루부 구루마(Groove Guruma), 2012 by Han Vad
스펙트럼 매거진의 아홉 번째 챕터 ‘갤러리’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재능 넘치는 아티스트를 소개 하는 공간입니다. 그 여덟 번째 시간에는 ‘사진’과 ‘음악’으로 작업하는 두 명을 만났습니다. 바로 사진가 오석근과 음악가 한받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들은 오랜 시간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했습 니다. 무언가 ‘만든다’는 공통점 외에, 이미 커다란 보이지 않는 규칙으로 정해진 환경과 지역 속 에서 어떻게 해야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는 점에서 둘은 무척 닮았습니다. 또한, 그들은 둘 다 한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각자의 ‘언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진처럼 한눈에 드러나거나 음악처럼 한 번에 듣고 감지할 수 있지만, 작업 결과물로만 말하기에는 그들이 추구 하는 선명한 색깔이 그 과정으로 녹아 있습니다. 그 과정이 단지 각자의 감각 혹은 실력으로 이뤄 낸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작업을 위해 다양한 시대적 고민을 함축하고, 단지 관찰로 끝내는 것 이 아니라 그 고민을 모아 지금 시대로 이어진 무언가에 연동합니다. 지금의 고민을 공유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선순환으로 이어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합니다. ‘독립獨立’과 ‘자립自立’ 같은 키워 드는 뜬구름 같은 표어가 아닌, 그들 작업을 표현하는 가장 적확한 단어일 것입니다.
© images courtesy of Oh Suk kuhn, Han Vad
interview & text by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 (JDZ) edited by 김지혜 Kim Jihye & 홍석우 Hong Sukwoo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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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Introduction
음악에 입문(?)했다고 안다. 음악에 ‘꽂힌’ 계기가 있다면 좀 더
소개
자세히 알고 싶다.
홍석우 Hong Sukwoo: 한받은 2003년 홍대 클럽빵 오디션으로
한받 Hahn Vad, 이하 HV: 특별히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 다. 이십 대 초반에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장래희망으로 영화감독을 적었으니까. 졸업하고서 서울로 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집안 반대에 부딪히면서 고향 대구에 남아 좌충우돌 영화 인생을 맞았다. 그 와중 잠깐 기타를 배웠는데, 취 미라기보단 멋대로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게 재밌어서 장난처럼 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영화를 접게 됐을 때, 음악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그때부터 ‘노래다운 노래’를 할 수 있었다. 오석근은 어떻게 처음 사진 찍기로 마음먹었나. 오석근 Oh Suk kuhn, 이하 SK: 우연이지만, 좀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 나도 한받처럼 영화 를 하고 싶던 영화 동아리 대학생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문학, 심리학, 신문방송학 같은 것에 관 심이 많았다.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집이 엄해서 사달라고도 못했다. 그러다 원하지 않은 대학에 갔는데, 영화의 시각적인 매력이 좋아 독립영화 동아리를 택했다. 그런데 하다 보 니 폭력적이고 계급적인 영화 (제작 현장의) 시스템 자체가 싫어졌다. 개인적인 갈등을 겪던 때 에 우연히 사진을 접한 후 ‘나한테 잘 맞는구나’ 싶었다. 신기했고, 좀 잘하는 것 같았다. (웃음) 사진을 우연히 접했다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 접하게 되었나? SK: 영화를 하다 보니 필름 작업해야 할 일들이 생겼다. 그때 카메라의 기본기를 알아야 한다 고 해서 서울예술대학교 다니는 선배에게 배웠다. 그러다 재미를 느꼈다. 1998~1999년도 정 도였다. 이제 꽤 오래전이다. 한받은 지금까지 아마츄어 증폭기Amature Amplifier; 한받의 1인 프로젝트인 아마츄어 증폭기는 공식적으로 2002년부터 , 야마가타 트윅스터Yamagata Tweakster; 2005년
2008년을 활동기간으로 두지만, 현재도 비정기 공연에 참여한다. - 편집자 주
, 스트레칭 져니Stretching
결성한 한받의 1인 프로젝트 그룹으로 신스팝을 위주로 한 춤과 노래 및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다. - 편집자 주
Journey; 2008년 최윤성과 한받이 결성한 펑크 밴드로 기타 및 보컬의 최윤성(죠니), 기타 및 코러스의 백재중(토니), 베이스기타와 보컬의 한받(안쏘 니), 드럼과 보컬의 허찬(찰리)이 구성원. - 편집자 주
등으로 활동했다. 각기 활동하는 콘셉트와 곡의 성격 또한 다
르다. 아직 한받의 음악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에게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HV: ‘아마츄어 증폭기’는 맨 처음 ‘노래 같은 노래’를 만들게 된 때의 이름이다. 당시 살아가는 한 남성의 판타지fantasy 를 노래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내면에 있던 꿈과 환상 등의 노래였다. ‘야 마가타 트윅스터’는 좀 다르다. 개인적으로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아마츄어 증폭기가 좋다. 하지만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몸을 많이 사용하는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움직임이 발산하는 힘으로 많은 사람에게 또 다른 에너지를 전하는 목적이 있었다. 아마츄어 증폭기가 내면적이라고 한다면, 야 마가타 트윅스터는 샘플비트sample beat 와 단순한 코드 진행만으로 몸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부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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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고, 주변 사람에게 외적으로 발산하는 에너지를 전달하려고 했다고 보면 된다. ‘스트레칭 져니’는 순수한 펑크punk 다. 여러 친구와 펑크 밴드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보컬 친구최 윤성
의 유학으로 현재 중단 상태다.
오석근과 한받은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나? SK: 한받이 야마가타 트윅스터로 활동할 때, 2008년 홍대 클럽 쌤Club SSAM 에서 모임 별Byul. org 과의 합동 공연에서 처음 봤다. ‘아, 저 사람은 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완성
형이 아니라 거의 초창기였는데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였고, 대단히 인상 깊었다. 그 뒤 한받 이 2008년과 2009년 진행한 ‘서교 지하보도’ 공연이 정말 재미있었다. HV: 현재는 서교 지하보도가 사라졌고, 그때 사람들이 두리반 사태로 옮겨 간 셈이다. SK: 그 와중에 스트레칭 져니의 공연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음악에 한창 관심 두고 활동할 때였 는데, 내가 참여한 <젊은 모색 2008; 2008년 12월 5일부터 2008년 3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 술관에서 열린 전시. 젊은 한국 작가들인 오석근, 나현, 위영일, 이재훈, 이혜인 등이 참여. 편집자 주> 전시 때 한받을 초청했다. <젊은 모색 2008>의 케이터링은 무척 고급스러운데, 한 받이 (퍼포먼스로) 수류탄 던지고 오렌지 주스 뿜고…. 전체를 보면 재밌는 광경이었다. (웃음)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1장 01, Digital C-print, 2009 by Oh Suk ku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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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gata Tweakster Digital Single <DON TA RYEONG> Cover, 2010 by Han Vad
Yamagata Tweakster, <Yamagata Tweakster in Shelter, Shanghai, China 2010>, 2010 by Han Vad
HV: 기억에 많이 남은 공연이다. 하면서도 역부족이다 싶은 공연이 있는데…. 무리했다. (웃음) SK: 지금 생각하면 공간 해석에 무리가 좀 있었다. 큰 교훈을 얻었고, 자만심에 빠지지 않는 계기도 됐다. 사실 오석근은 사진 작업 외에, 내 세대에게는 일종의 충격적인 하위문화sub-culture 파티였던 ‘도스에이도스DOS A DOS’ 설립자로 알려졌기도 하다. 꽤 시간이 흐른 일이지만, 그 이야기를 오 랜만에 듣고 싶다. SK: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진행했으니…. 2009년 이후로 누구도 언급하지 않은 일이기 도 하다. 변화도 많이 이끌긴 했다. 결국, 재미있게 놀았다. 생각해보면 모든 게 너무 이르지 않 았나 싶다. 사실 가능성이 많은 파티였는데, 세부적으로 똑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충분히 변화할 수 있었음에도, 구성원들의 단합 문제나 방향성의 문제들을 넘지 못했다. 한국 에서 하는 파티로서 가져가야 하는 방향이 분명히 있는데, 전위적인 부분과 자본적인 부분이 상 충하는 문제였다. 어긋났던 것들 내면의 욕망을 생각해 보면, 당시 제대로 조종control 하지 못했 던 부분이 컸다. 만일 다시 기회가 오면 애초에 더 빈틈이 없게 구성할 것이다. 놀면서 해야 할 일 을 어느 순간 감당 못하게 되고, 구성원들을 추스리고 수익도 냈어야 하는데 너무 순수하게만 갔다. 만일 지금 한다면 제대로 기획하고 전략을 짜서 공격적으로 갈 수도 있다. 시각적인 부분 도 더 예술적으로 다듬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도 더 주력할 것이다. 몇 가지 놓친 - 너무 화려하게glam 보이고 거부감이 드는 - 부분들도 있었다. 크게 보면 당시 한국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뭔가 생성되고, 꺾이고, 발산하는 시스템 속의 결과물 아니었나 싶다.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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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 혹시 있나. SK: 재미를 위한 목적이라면 ‘전시’가 있다. 작업실에서 지인들과 항상 춤추고 노니까 그것을 파 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놀고 싶으면 작업실로 오시오.’ (웃음) 앞으로 다시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진정성을 가진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잘 만나느냐에 달렸다. 한받은 당시 ‘도스에이도스’ 파티에 가본 적 있는가? HV: 없다. 그 당시 나는 그런 것들을 파악하는 수준이었다. 참여하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
02 Past Works
한받의 블로그http://blog.daum.net/sudmazo 에서 아래와 같은 문
과거의 작업들
갔음을 또한 목도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홍대의 지난 10년은
구를 봤다. ‘음악가로서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클럽이 사라져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외형적이고 내면적인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음악가들은 여전히 생기고 음반을 낸다. 그동
안 지켜보면서 느낀 점과 깨달은 점도 있을 것 같다. HV: 어떻게 하면 음악가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까.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자립음악생산조합 음악생활협동조합으로, 2010년 홍대앞의 철거농성장 두리반을 도우려고 모인 음악가 중 일부가 준비모임을 결성하고 2011년 4월 발기인대회와 8월 첫 총회 이후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작은 규모의 음악생산자들이 자유롭게 음반과 공연 등 음악과 관련된 작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가장 적합한 환경 을 제공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음악 생산의 인프라를 구축해나가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 공식 웹사이트는 www.jaripmu-
sic.org이다. - 편집자 주’이다. 홍대를 벗어나 새로운 지역에서도 음악의 흐름을 만드는 목적으로 시작
했다.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홍대에 살고, 홍대에서 시작해서 버티며 저항한다. ‘구루부 구루 마Groove Guruma, 흥얼흥업; 2012년 1월 17일 시작한 한받의 개인 사업으로, 주로 홍대 주변을 돌며 음반을 팔고, 춤추고 노래한다. 이렇게 직 접 음반을 오프라인으로 유통한다. 한받은 ‘구루마 일지’라는 이름으로 구루부 구루마 활동을 기록 중이기도 하다. - 편집자 주
’ 또한 일종의 ‘저
항의 표현’이다. 당장 오늘 오후에도 (구루부 구루마를 끌러) 나가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매장이 들어서고, 사라지고, 변하는 거리 모습을 보며 자본의 속도를 바로 눈앞에서 본다. 두려움을 느 낀다. 구루부 구루마로 사람을 만나고, 내 것뿐만 아닌 친구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것은 신음하 는 거리를 위한 나의 저항 방식이다. 음악을 지속해서 흘려보내는 것, 공기 안에 계속 음악을 뿜 어내는 것으로 저항의 몸짓을 보여주는 셈이다. 같은 맥락의 질문이다. 어떤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사진가도 계속 나온다. 오석근은 일종의 젊은 작가군으로 분류된다. 동시대 사진가로서 현재 사진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SK: <월간사진Monthly Photo> 인터뷰에서도 한 얘긴데, 요즘 사진을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실 험도 비평도 없고, 기획자마저 사라진다. 성향도 어딘가 보편적이고 잘된 혹은 유명한 외국 작 업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계는 실제로 내 선배 또래가 많다. 선배들은 지금 자리를 지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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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1장 23, Digital C-print, 2009 by Oh Suk kuhn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1장 30, Digital C-print, 2009 by Oh Suk kuhn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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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1장 51, Digital C-print, 2011 by Oh Suk kuhn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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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려고 실험보다 안정을 택한다. 사진계에 인재풀pool이 넓은 것도 아니다. 사진은 자신의 언어 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것도 별로 없다. 여기(전시장) 있는 사진들을 보면 사실 말이 안 되는 시 도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이 보면 정말 저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시도 들이 좀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 사진계는 침체기 같고, 답이 없는 듯하다. 실제로 한국적 인 언어로 그것을 풀어내려 시도하고, 도전하는 작가는 많지 않다. 나 또한 서양 위주 사고와 (작 가적인) 언어 등을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표현하는 데 좀 더 자유로워졌으면 하고, 그에 따른 연 구도 많이 했으면 한다. 2007년 오석근은 첫 번째 개인전 <벌거벗은 노출Bare Exposure - Noster Nostri>에서 유학 시절 만 난 이들의 초상을 담았다. 길거리에서 즉석 섭외한 사람과 주위 사람들의 조합이었다. 지금은 도시 풍경과 어린 시절 기억을 ‘정형화한’ 기억 혹은 상황의 재현으로, 또한 동시대 청소년의 표 상과 당신 기억 속의 심상 안에서 접점을 찾는 듯 보인다. 사진작가로서 작업에 대해 ‘품고 가는 것’과 ‘변해 가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SK: 내 기준, 내 생각, 세계관. 한국인의 모습, 우리 내면, 우리 정서에 있는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강박, 상처, 기록되지 않은 역사 같은 것 말이다. 한국만의 특이사항이라고 볼 수 있지만, 비슷한 상황의 나라들이 (지닌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짚어보고 파헤치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계속 생각하 며 의문을 던진다. 내 안의 편견들 -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사실은 아닌 것들, 익숙한데 익숙하 지 않은 것, 익숙함 가운데 발견하는 생경한 것들 - 을 통해 느끼는 불안이 있다. 그런 것을 파헤 치고 바라보는 것이 ‘자신의 언어’가 아닐까 싶다. 이런 것들이 (작가로서) 지속해서 가져 가는 것 이다. 반대로 변하는 것은 방법론方法論이다. 사진을 예술이라 생각하고, 더 효과적인 방법을 끌 어와서 표현한다. 예를 들면 (사진만이 아닌) 설치나 영상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사진도 기존에 있던 남의 것을 가져오기도 하고, 내 작업을 부식시키거나 태우기도 한다. 그렇게 (작업을) 씹 고, 뜯고 하면서 더 효과적인 방법들을 찾아낸다. 틀을 계속 깨면서 나아가고 싶다. 한받도 개인 안의 여러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각기 다른 모습 안에서 발견하는 ‘자기 언어’ 가 있지 않을까 싶다. SK: 음악은 ‘가사’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한받의 2009년 앨범 <수성랜드Soo Sung Land, 2009>에서도 충분히 느꼈다. 잔잔한데 날카롭고, 구수한데 날 것인 느낌. 그렇게 가사 쓰는 사람은 흔치 않다. HV: ‘날 것 같은’ 느낌. 나는 그것을 ‘아마츄어의 느낌’으로 본다. 그것을 처음 어디서 가져왔느 냐면 포르노에서, 특히 일본 포르노에서 가져왔다. 포르노도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길거리에 서 사람을 즉석 섭외해서 그대로 찍는 게 있다. 어떻게 보면 그것도 날 것이다. 실제 연기하는 배 우가 아니니까. 그런 날 것의 느낌을 계속 추구한다. 아마츄어 증폭기 때는 남성의 외로움, 아버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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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ricide Boy> Cassette tape Cover, 1998년 제작한 생애 첫 번째 앨범 by Han Vad
Amature Amplifier, <소년중앙 BASIC(Soneyon Heart Basic)> 재발매판 Cover, 2010 by Han Vad
Amature Amplifier, <극좌표(極座標, polar coordinates)>, 2004 by Han Vad
Amature Amplifier, <수성랜드(Soo Sung Land)>, 2009 by Han V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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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와의 적대적 관계 속에서 오는 느낌을 노래했다. 지금은 그 관계를 다 해소했지만, 야마가타 트 윅스터에서도 계속 추구한다. 그런 걸 보면, 원초적인 생생함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SK: 한받의 음악에는 변주가 많다. 어떤 것은 포크, 어떤 것은 잔잔하다가 과감한 텍스트가 나 오기도 한다. 그 안에서 엄청나게 많은 상징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수성랜드>는 아버지에 대 한 증오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HV: <수성랜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완성한 음반이다. ‘수성랜드’는 실제 아버지가 페인트 칠을 했던 놀이동산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집 근처에 있던 유원지인데, 이 수성랜드가 계속 진화 한다. 마치 건물 중축처럼 말이다. 앨범 표지의 로켓 놀이기구를 바로 아버지가 칠하셨다. 유원 지가 처음 문 열 때, 기념으로 인근 학생들에게 책받침을 나눠줬다. 그런데 수성랜드 홍보용 책 받침 안에 로켓을 타고 있는 아버지 얼굴이 보였다. 충격이었다. 집안에서는 근엄하고 과묵한 아 버지가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로켓에 타고 있었다. (촬영할 때) 마땅한 사람이 없으니 아버지 를 넣은 것 같은데, 내게는 그 모습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유인원’이라는 곡의 가사에도 이 얘기가 나온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때의 충격이 떠오른다. 몇 년 전에 업그레이드한 로켓 놀이 기구 모습도 봤다. 최근에는 수성랜드가 없어졌다고 하더라.
03 Works of Each Other
둘은 다른 작업을 하고 있지만, 서로 작업에 대해 어떻게 생
서로의 작업에 대한 생각
SK: <수성랜드> 음반을 듣고 이번 작업이랑 어울리겠다 싶어
각하고, 또 공유하는지 듣고 싶다. 비슷한 것을 공유해나가 는 접점이 있나? 서 한받을 오프닝 공연자로 초청했다. 우리의 공통점은 날 것, 변주, 내면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저항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 그렇게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 한받의 가사에
공감한 것도 많다. 나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또한, 아버지와 가족과 관계한 작업을 한다. 그 안에 숨겨진 인간적인 관점, 사회에서 드러나지 못한 억압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HV: 아마츄어 증폭기 때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점점 무게감을 주더니, 마침내 그 느낌이 가장 농밀해질 때 가족에 관한 노래가 많이 나왔다. 일단 가족 이야기 에서 출발한 것이 공통점 아니었나 싶다. 장르는 다르지만, 그래서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함께 무언가 작업하거나, 작업할 계획이 있나?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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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던 껌 라이브, 라운드 로빈, 2009 by Han Vad
SK: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오늘 만나서 처음 얘기했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 더 구 체적으로 계획해서 진행한다면 내년 즈음 무언가 (결과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주위 ‘동료’에 관한 이야기도 궁금하다. 작업 관점이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에는 누가 있나. HV: 그런 동료라고 하니까 석근 씨가 먼저 떠오른다. (웃음) 도스에이도스DOS A DOS 도 재미로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그렇게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 대단하다. 끝까지 가진 않았지만 하나의 단계이지 않았나 싶다. 그 이후로 사진 작업에 열중하는 것도 멋지다. 또 다른 친구들은 함께 독 립 음악 하는 투사들이다.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같이 하는 친구들인데, 홍대를 벗어나서 석 관동 ‘클럽 대공분실Club DGBS, http://clubdgbs16.tistory.com 문래동 ‘로라이즈 서울LOWRISE SEOUL, http://lowriseseoul.wordpress.com, 이태원 꽃땅CCOOTT DDANG, www.ccott-ddang.com 등 각자 새로운 동
네에 음악을 심는 개척자들이 있다. 다른 관점에서는 순교자와 비슷하다. 그런 친구들과 조합을 결성했었다는 것은 감개무량한 일이다. 이 흐름이 무너지지 않고 적어도 10년은 갈 수 있다면, 자 본에 저항하는 좋은 흐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SK: 남들이 보기엔 허튼짓이지만 우리가 보기엔 진정성을 취하는 움직임이다. 멀리서 마음 으로 응원하거나 ‘좋아요’ 한 번 눌러주거나, 기회가 있으면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는 꽤 되지 않 나 싶다. 친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동료’ 아닐까. 독립, 자생의 개념…. 자생하지 못하면 도구 가 되거나, 이용되거나, 상처받는다. 그래서 다른 작가들도 뜻을 같이하는 조합이 필요하다 고 생각한다. HV: 다양한 조합이 만들어지면, ‘조합 대 조합의 작업’도 가능할 것이다. SK: (서울이 아닌) 지역별로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서로 도와주면서 흐름이 생긴다면 좋겠다.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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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VAD, Self Portrait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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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Present Works Discourse and Keywords
오석근 작가는 외국 전시를 빼면 오랜만의 개인전이다. 게다
현재의 작업들 - 담론과 키워드
관련된 얘기를 하다 보니 증축・변형된 집들에 관심이 생겼다.
가 보통 갤러리가 아니라 증축・개조한 종로5가 한옥이다. 전 시 준비 과정을 듣고 싶고, 왜 이 집이어야 했는지도 궁금하다. SK: 결국 모든 게 작업 연장선이다. 작업하면서 한국 사회와 인천, 군산, 서울 등지의 근대 유적을 찾아봤다. 시대 요소들 이 달라붙으면서 이상한 괴물이 형성되는 모습을 봤다. 이번
전시 특성상 단순한 화이트 큐브white cube 전시장은 재미도, 의미도 없을 거란 생각으로 여러 곳 을 둘러봤다. 작업과 어울리는 전시를 하려면 가옥家屋에서 해야 했는데, 우선 이 전시가 가족 이 야기를 담기 때문이었다. 대물림되는 이야기들이 있으니 그것을 다루는 장소는 ‘집’이어야 했고, 증축・변형된 하나의 작품으로써 공간에 나타나는 동반 상승효과synergy 를 기대했다. 또한, 개 인전을 준비하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좀 다른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변화의 시간을 보냈다. 변화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SK: 자유로운 속도 안에서 성장하고, 소화해내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작 품은 변주가 많다. 지난 4년의 삶이 내게도 변주 그 자체였다. 사기도 당했고 아픔도 있었다. 전 시가 잘 되기도 하고, 잘 안 되기도 했다. 4년 만에 개인전을 하는 이유는 ‘정리를 잘하자’, ‘욕심부 리지 말자’, ‘난 지금 이런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전시를 조금 더 자주 해야겠 다는 생각이 드는데, 요즘 전시를 하면서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웃음)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1장 62, Digital C-print, 2010 by Oh Suk kuhn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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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근의 개인전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 재와 먼지灰塵 From the Sea to Youth + Dust and Ashes>
지금 전시 장소는 어떻게 발견했나. SK: 말 그대로 이 잡듯이 뒤지다 발견했다. 엄청나게 돌아다녔다. 명동, 충무로, 종로 그리고 서울 외곽까지…. 생활과 밀접하면서도 변화가 많은 지역 중심으로 봤다. 집이라는 장소를 전 시 공간으로 택하는 것은 실리나 편리, 외관과 상관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부분 도 있다. 괜찮은 곳을 발견하면 ‘여기 누구 살아요?’ 물어보고, 산다고 하면 일단 보류한다. 안 산 다고 하면 ‘한 달쯤 빌릴 수 있어요?’ 묻는다. 안 된다면 또 보류. 이렇게 한 달을 돌아다녔다. 공 간을 보러 다니면서 발품 팔아 발견한 것도 정말 많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이 소중하다. 꾸준 히 작업으로 이어갈까 한다. 처음 한받에 관심 생긴 것은 아주 예전에 우연히 블로그에서 본, 수년 전 홍대 인디 음악씬에 대한 글 때문이었다. 인터뷰하기 전 다시 들어가서 보니, 기록이 무척 많이 쌓였더라. ‘자립에 관한 연 구’만이 아니라, ‘실패의 기록’과 ‘자립의 기록’처럼 세분화해서 꼼꼼히 적어뒀다. 한받과 오석근 에게 독립獨立이 아닌 ‘자립自立; 스스로 서다’이란 무엇인가? HV: 자립이 그렇게 고정된 개념은 아닌 것 같다. 뭔가를 쫓아가는 하나의 이상향인데, 스스로 의 힘이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미약하다고 많이 깨닫는다. 그래서 비슷한 처지의 개인들, 음악 가나 미술가들이 힘을 모아 조합을 결성한 계기가 됐다. 그 시작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가진 힘, 경험을 믿고 무언가 생산한다는 것에서 비롯되지만, 그걸 바탕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재생산할 수 있을 때 온전한 자립이 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무언가 산 출했을 때, 그것을 기꺼이 받아줄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자립’이라는 것은 ‘연대連帶’ 를 요청한다. 자립과 연대가 모여 ‘자연’을 이룬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같이 연대해서 자립의 장場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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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먼지(灰塵) 02, Digital C-print, 2011 by Oh Suk kuhn
SK: 음악은 판매할 수 있지만, 사진이나 예술 작품은 (국내 실정상) 좀 애매하다. 수집가collector 가 사거나 미술관에 들어가는 건데,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얻어가는 무언가’이다. 자립은 전시와 작업 기반을 스스로 만드는 것인데, 결국 (외부) 피드백feedback 이 있 어야 한다. 음악은 판매를 통해 자생自生하고, 사진은 (작품으로) 보이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주는 것이 해답 아닐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사회에 던지고, 사람들이 보면서 무언가 느끼고, 순환하는 자생이 필요하다. 두 사람의 의견을 조합하니 ‘소통’의 이야기 아닌가 싶다. 작업을 결과물만으로 보여주는 데 각자 한계는 없나? 가령 음악을 난해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진의 표면만을 보는 관람 객도 있을 것이다. 혹시 그렇게 느낀다면, 어떤 방식의 다른 소통법을 구사하나? HV: 일단 내 음악이 전위적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 오히려 대중적이라고 생각한다. SK: 한받의 음악과 공연을 듣고 보면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많이 보여주고, 이야 기한다면 어떤 것이든 어렵지 않다고 느낀다. 삶과 분리되는 완벽히 생소한 세계를 보여주는 것 은 아니기 때문이다. HV: 자립음악생산조합 안에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을 생산하 는 기술을 배우고, 외부로부터의 지원보다 조합 내에서 대출받아 자체적으로 음반을 만들고, 판매 수익을 상환하는 자립형 생산 기반을 만들고 있다. ‘구루부 구루마’를 끌면서 음악을 제공 하는 새로운 유통 형식을 만들고, 쌀을 받고 음악을 제공하는 물물교환도 한다. 기본적으로 음 악은 영혼을 위한 안식이다. 상대방은 몸을 위한 양식으로 (화폐 대신) 쌀을 주고, 나는 영혼을 위한 양식으로 음악을 준다. 서로 행복한 방법이다.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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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앞서 언급한 것 같은데, 내 이야기와 우리 이야기, 살면서 느끼는 것과 깨달은 것을 파헤치 면서 날 것과 살아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론理論이랄 것도 없다. 거기에 새로운 시도를 더할 수 있 다면 좋고, 그것으로 타인과 호흡한다면 더 좋다. 전시나 작업을 위해 다른 일도 하고, 지역 사회 나 학교에서 수업하면서 예술을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바뀌 고 시각도 바뀔 수 있다. 단숨에 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한받의 의견처럼 혼자 할 수도 없다. 삶의 다양한 가치를 알려주면서 계속 알리고, 교육하고, 변화해야 한다. 결국 장 기전長期戰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노력하면서 자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움직임을 지속 하면 일반 시민이 다양한 전시를 보게 될 것이다. 예전 전시 때, 와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들 이 있었다. 그게 엄청나게 감동이다. 예술을 하는 의미는 이런 게 아닐까…? 보고, 느끼고, 깨우 치고, 얻어가는 것에 다시 용기 얻고 즐거움 얻는 피드백 말이다. 앞서 ‘자신의 언어’를 얘기했다. 동감하는 사람도 있 겠지만,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어려움을 느끼는 젊 은이들도 있다.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SK: 공부해야 한다. 삶은 소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놓치는 것도 많다.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것을 다 공 부해야 한다. 은연중 영향받은 것들을 파헤쳐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훗날 그 안에서 무언가 나온다. 그 무언가를 자기화自己化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자기 언어가 될 것이다. 그런데 결코 쉽지 않다. 나 또 한 찾아가는 중이고 어렴풋이 보이는 단계일 뿐이다. 이십 대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다쳐보기도 하 고, 아파보기도 하고, 외국도 나가고, 여행하면서 시 각도 넓히고, 편견을 없애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
Amature Amplifier, <2/9/Y/O/M/C/(29세의 자위대) Cover, 아마츄어 증폭기 첫 번째 앨범, 2002 by Han Vad
러면서 근원적인 것을 발견해야 비로소 언어가 된다. HV: 경험을 위해 동티모르도 가지 않았나오석근은 2000 년부터 2002년까지 동티모르 세계 평화유지군 상록수 부대 사진병으로 군 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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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 편집자 주
SK: 동티모르는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다. 오지 탐 험의 느낌이다. 강이 범람하는 지역에 사람이 사는 것을 보며 많은 걸 느꼈다. 물체와 외모에 관한 편견 이 깨졌다. 누가 아프다고 해서 세 시간 걸려 찾아갔 는데, 보통 기준으로 정말 못 생기고 늙은, 임신한 여
Stretching Journey, 1집 <스트레칭 져니>, 2009 by Han Vad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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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였다. 이가 다 빠져서 더 이상해 보이는 얼 굴이었다. 그녀와 남편을 차에 실었다. 비포 장도로를 덜컹거리며 가는데, 두 사람에게서 너무 심한 냄새가 나서 창문을 열었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남편은 아내가 다칠까 봐 운전 하는 우리에게 화를 냈다. 그 와중에도 둘은 계속 사랑의 표현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알 고 보니 겨우 19살이었다. 차가 흔들릴 때마 다 소리를 지르는, 악취 나고 못 생긴 19세 부 부. 내 안의 수많은 편견이 깨졌다. 세 시간 동 안 그들을 보며 위생관념, 문명, 도시에 대한 생각이 모두 달라졌다. 어떤 외국인은 그때 나의 시선으로 지금의 우리를 볼 수도 있다. 그 뒤로 일본, 영국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 경험들로 시각이 달라진 셈이다.
05 Future Plans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2013년의 계획이 궁금하다.
미래의 계획들
있다. 일본 공연을 통해 외국에서의 경험을 늘리고 싶다. 아마
HV: 12월에 앨범이 나오고 내년 1월 26일 일본 도쿄 공연이 츄어 증폭기의 공연 요청도 있다. 또한, 내년은 음악 활동 10주 년이 된다.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새로운 앨범이 나올 수도 있 다. 자세한 계획은 조금 더 기다려달라.
SK: 내 공간을 만드는 것. 1년은 인천에 있으면서 지역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고, 문화예술학교 오석근은 인천 주재의 컬렉티브 커뮤니티 스튜디오525 부설 꾸물꾸물 문화학교에서 강연했다. - 편집자 주
일을 도울 생각이다. 조금 더
내실을 쌓는 시기로 삼을 생각이다. HB: 구루부 구루마를 끌고 다니는 것도 1년이 되어간다. 구루부 구루마 일지를 기록한 1주년 책도 자체 출판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_ 이 인터뷰는 2012년 12월, 오석근의 개인전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 재와 먼지灰塵 From the Sea to Youth + Dust and Ashes>이 열린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 179번지 한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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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tantes Dilemma II, Oil on Canvas, 183 x 122cm, 2012 by 문경의(Moon Kyeongeui) blog.naver.com/ruddml7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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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PRODUCT GUIDE
Eo Travel Collection EO 트래블 컬렉션은 여행에 대한 접근을 심플함과 연계성으로 정의하는 새로운 세대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습니다. 비지니스, 영감 혹은 재미를 위한 기기 사용에 의존하며 변모하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기내용 컬렉션입니다. 각각의 EO 트래블 백은 똑똑한 수납기능과 믿음직한 보호기능을 결합하여 여행을 좀 더 쉽고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만들어줍니다. EO Collection은 Incase 명동 영플라자 스토어와 압구정 스토어, goincase.kr에서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Hardshell Roller for Macbook Pro 17”, iPad
Backpack for Macbook Pro 17”, iPad
Roller for Macbook Pro 17”, iPad
Duffel Macbook Pro 115”, iPad
Rolling Brief for Macbook Pro 15”, iPad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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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 Travel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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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Pathway Collection 인케이스만의 시그니쳐 기능인 지능적 수납과 디바이스 보호를 기본으로 마그네틱 여밈과 심플한 기하학 구조를 더해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레더 트리밍과 와 최상급 코튼 트윌 소재로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감각을 더하는 세련된 실루엣의 패스웨이 컬렉션Pathway collection 은 Tote, Shoulder Bag, Rolltop Sleeve, iPhone Pouch 등 총 6으로 구성되었으며 국내외 High-end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 백화점을 통해서만 소개 될 예정입니다.
Pathway Tote for Macbook Pro 15”, iPad
Pathway iPhone Pouch for iPhone 4 / 4S
Pathway Shoulder Bag for Macbook Pro 15”, iPad
Pathway Folio for Macbook Air 11” / 13”, Macbook Pro 13” / 15”
Pathway Rolltop Sleeve for Macbook Pro 15”, iP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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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hway Field Bag for Macbook Pro 13”, iPad
Pathway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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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Nylon Collection 최상의 휴대성, 보호 기능과 편안함을 제공하며 가장 큰 호응을 얻고있는 Nylon Collection은 2012 가을시즌을 맞아 더욱 다양해진 컬러웨이가 추가되었습니다. 몸에 딱맞는 생체공학적 착용감을 위해 업그레이드한 실루엣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맞춤형 방 습방한 나일론 소재 컬렉션으로 현대인들의 가벼운 여행에 귀중품을 휴대할 수 있는 완벽한 솔 루션을 제공합니다. 그중 나일론 프리미엄 백팩은 더욱 세분화되고 강화된 수납공간과 뛰어난 착용감을 더해 진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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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lon Campus Pack for MacBook 15”
Nylon Compact Backpack for MacBook 15”
Nylon Backpack for MacBook 17”
Premium Backpack for MacBook 17”
Nylon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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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Range Collection 2013 년 Black/Ultramarine, Dune Metric Camo 컬러웨이가 추가 소개될 예정인 레인지 컬렉션은 당일 여행을 위해 디자인되었습니다. 이 레인지 컬렉션은 도시, 숲, 혹은 어디든 매일을 여행하는 현대인들을 위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인케이스 고유의 디바이스 보호기능과 방수 및 방습, 방한 기능 구조로 어떤 상황, 어떤 목적지에라도 이상적인 캐링 솔루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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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e Messenger for MacBook 13”
Range Messenger Bag Large for MacBook 15”
Range Backpack for MacBook 15”
Range Lage Backpack for MacBook 17”
Range Collection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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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Terra Collection 테라컬렉션을 구성하는 천연 소재는 간단한 수납과 가벼운 여정을 위한 캐쥬얼한 백을 만드는 목적과도 잘 어울립니다. 새로운 재질과 컬러로 제작된 테라컬렉션은 볼드한 악센트와 풍부한 질감, 천연 소재가 어우러져 독특한 스타일과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과 강력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또한 여전한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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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Convertible pack for MacBook 13”
Terra Tote Bag for MacBook 13”
Terra Sleeve for MacBook 11” / 13” / 15”
Terra Campus Pack for MacBook 15”
Terra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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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Heathered Collection 헤더드 컬렉션은 혼색 모직물로 제작되었으며 인케이스의 가장 대표적인 가방 디자인으로 제작된 컬렉션입니다. 부드럽고 풍부한 혼색 모직물로 제작된 이 컬렉션은 깔끔한 실루엣과 인체공학적으로 진보된 디자인 원리를 추구하며 완벽한 디바이스의 보호기능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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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Heathered Sleeve for MacBook 11” / 13” / 15”
Heathered Tote Bag for MacBook 13”
Heathered Backpack for MacBook 17”
Heathered Shoulder Bag for MacBook 13”
Heathered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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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Camera Collection 인케이스의 카메라 컬렉션은 사진가들의 요구사항을 채워주기 위한 넓은 범위의 가방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혼색 모직으로된 내구성있는 외부는 독특한 세련미를 자랑합니다. 내부의 탈부착 가능한 패드형 파티션는 다용도 DSLR와 렌즈의 배열 및 정돈을 가능케합니다. 외부 파티션으로의 접근은, 촛점을 맞추고 아이폰과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것에 이상적이며 또한 아이패드, 맥북과 같은 특별한 디바이스의 수납에 탁월한 컬렉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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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DSLR Pro Sling Pack / Sling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DSLR Case for DSLR, iPhone
DSLR Pro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Point and Shoot Pouch for Compact Camera, iPhone
Point and Shoot Field Bag for Compact Camera, iPad, iPhone
Point and Shoot Pouch Case for Compact Camera, iPhone
Camera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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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Audio Collection Incase Audio의 헤드폰 제품군 출시는 기능성과 무결점 사운드, 그리고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무장한 헤드폰으로 사용자들에게 보다 감동적인 체혐을 선사하고자 하는 당사의 의지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런 당사의 의지는 Soundesign이라고 명칭한 당사의 독특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통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Incase Soundesign는 정밀 사운드 엔지니어링과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접목하여 당사의 헤드폰은 세련된 외관처럼 멋진 느낌과 완벽한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헤드폰 개발에 대한 당사의 전체론 접근 방식은 맞춤형 디자인, 최첨단 오디오 엔지니어링과 생명 기계학을 하나로 통합하여 성능이 극대화된 헤드폰 출시가 가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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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vot On Ear Heaphones
Capsule In Ear Heaphones
Sonic Over Ear Headphones
Reflex On Ear Heaphones
Audio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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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Rodriguez Collection 이동과 투어가 많은 스케이트 보더들의 필요에 부합하기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Paul Rodriguez Signature Collection 은 프로 스케이트보더이자 트레블러인 Paul 의 자문을 얻어 혁신적 소재와 프리미엄 구조를 접목하였습니다. 기능성을 강조한 디자인, 수납 및 사용상의 편리함과 최고의 내구성이 특징입니다.
Skate Pack for MacBook 15” Protective Sleeve for MacBook 15”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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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ffel Bag Skate Pack Lite for MacBook 15””
Paul Rodriguez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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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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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5 인케이스의 정밀한 핏은 향상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뿐만 아니라 인케이스의 미니멀한 디자인 원칙을 지킴과 동시에 사용자의 편리함까지 생각합니다. 새로운 iPhone 5 용 제품은 이 전통을 지키면서 가장 얇고 가장 가벼운 iPhone 의 디자인과 상호 보완하여 새로운 기술을 완벽히 보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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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nap Case for iPhone 5 2. Metallic Slider Case for iPhone 5 3. Leather Snap Case for iPhone 5
iPhon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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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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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4S & 4 인케이스의 정밀 공학으로 이루어진 iPhone 4 용 제품은 시각적 효과와 질감 효과를 동시에 이용하여 지속적인 보호 옵션의 범위 를 넓히고 있습니다. 각 제품은 향상된 내구성과 다양한 개개인의 취향을 위해 진취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이고 다양한 재료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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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rystal Slider Case for iPhone 4S & 4 2. Heathered Snap Case for iPhone 4S & 4 3. Metallic Hammered Snap Case for iPhone 4S & 4
iPhone 4S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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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Andy Warhol Collection 20 세기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인 Andy Warhol 은 세상에 도전하며 예술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앤디 워홀의 문화유산은 그의 아트워크와 Andy Warhol 재단 및 Andy Warhol 박물관의 노력을 통해 지금까지 그 명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제품 디자인들은 Warhol 의 원작을 토대로 하며, 비주얼 아트 홍보를 담당하는 뉴욕 소재 비영리 기관인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와의 라이센스 계약으로 제작됩니다.
1. Warhol Sleeve for MacBook 11”, 13”, 15” 2. Warhol Portfolio for iPad 3 3.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S & 4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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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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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o Collection 2013 년 Brillo 의 100 주년을 기념 해 Andy Warhol Foundation 과 Incase 가 1964 년 Andy Warhol 의 작품 Brillo boxes 에서 영감을 얻어 한정판으로 제작한 콜렉션입니다. 당시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흔한 공산품과 동일하게 작품을 제작하여 순수와 상업 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대량생산과 소비에 대한 찬양과 비판이 공존하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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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Pr1zm Hipsack Pr1zm Hipsack 은 2009 년부터 한국과 아시아 지역에 Incase 를 공급해 온 Pr1zm Distribution 을 위해 Incase 에서 500개 한정으로 특별하게 제작되었습니다. 이 힙색은 간편한 수납과 이동이 편리한 기능성을 추구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제작되었습니다. 트랜디한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고급스러운 헤더드 패브릭을 사용하였고 이와 대조되는 지퍼 디테일로 변화를 주어, 절제되면서도 세련된 느낌으로 전 제품과는 차별화를 두었으며 힙색의 용도뿐만이 아니라 크로스 백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멀티 기능의 힙색은 아이폰과 지갑, 열쇠고리 등 간단한 외출을 위한 모든 소지품들을 간편하고 안전하게 수납할 수 있습니다.
Pr1zm Hipsack For iPhone / iPod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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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1zm Hips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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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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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3 인케이스의 New iPad 용 제품은 혁신적인 기기에 걸맞은 다양한 기능과 보호기능을 제공합니다. 새롭게 선보인북자켓 레볼루션과 마키슬리브는 보호와 기능등 동시에 갖추였으며, 다양한 소개와 다양한 기능들로 사용자의 요구조건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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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gazine Jacket for iPad 3 & iPad 2 2. Canvas Maki Jacket for iPad 3 & iPad 2 3. Origami Jacket for iPad 3 & iPad 2
iPad 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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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mini 페블 텍스쳐의 고급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Book Jacket, 커버를 말아 다양한 각도로 iPad mini 를 거치 할 수 있는
Canvas Maki Jacket, 서류를 수납할 수 있는 내부 포켓이 있는 Folio, 네오프런 재질이 가벼워 휴대가 간편하고 실용적인 Neoprene Sleeve 까지 iPad mini 를 위한
1. Book Jacket for iPad mini 2. Folio for iPad mini 3. Maki Jacket for iPad mini
새로운 케이스를 만나보세요.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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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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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ger 인케이스의 충전기는 iPod, iPhone 그리고 iPad 를 충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자동차에 사용하기 위해서 12V 전원공급 장치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전압 용량 및 DC 와 AC 에 호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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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bo Charger for iPhone, iPod, iPad 2. Dual Car Charger for iPhone, iPod, iPad 3. Mini Car Charger for iPhone, iPod, iPad
Mac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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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Book 인케이스의 MacBook 용 제품은 정밀한 기술을 이용한 보호와 현대적인 디자인의 미학, 개개인의 다양한 선택을
1. Hardshell Case for MB Air 11”, 13”
위해서 제작 되었습니다. 각각의 케이스와 슬리브는 안목 높은 MacBook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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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E NEWS
TECH
WILLY’S
윌리스는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Apple Premium Reseller로서 애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한국 애플 공식 총판 자격을 획득한 애플 전문 매장이다. 윌리스는 국내 최고의 애플 공인 서비스센터와 애플 매장을 함께 직접 운영하는 유일한 애플 프리미엄 매장으로 고객에게 알맞은 제품 선택에서 제품 교육, 제품 수리까지 고객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대, 종로, 신사와 같이 서울 중심지에 직영점을 운영하며, 잠실점, 김포공항점은 롯데 마트 디지털 파트 내에 있어 고객이 편하게 애플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윌리스는 ‘새로운 버전의 프리미엄 애플 스토어’라는 자부심과 함께 고객과 소통하는 매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대점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45-10호 / 070.7732.8862~4 / AM 11:00 ~ PM 9:00 종로점 서울시 종로구 종로2가 9번지 YMCA 빌딩 1층 / 070.7732.7361~2 / AM 11:00 ~ PM 9:00 신사점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5번지 페이토 빌딩 1층 / 070.7732.7001~2 / AM 11:00 ~ PM 9:00 잠실점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40-1 롯데마트 잠실점 디지털파크 1층 / Tel.02.2143.1500~1 / AM 10:00 ~ AM 12:00(연중무휴) 김포공항점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 886번지 롯데몰 MF층 롯데마트 디지털파크 / Tel.02.6116.1700~2 / AM 10:30 ~ AM 12:00 (연중무휴) 184
SPECTRUM
STORE NEWS
LIFESTYLE
KOON WITH A VIEW 신사점
청담동 1세대 편집매장 쿤KOON 에서 새로운 콘셉트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쿤 위드 어 뷰KOON WITH A VIEW 를 열었다. 이번에 문 연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은 분당에 이은 두 번째 매 장이었다. 이에 쿤 위드 어 뷰에서는 10월 19일 매장 개장을 기념하기 위해, 전날인 10월 18일 오프닝 파티를 개최했다. 오프닝 파티 행사에는 소녀시대 제시카, 슈퍼주니어 최시원, 고준희, 서인영, 이하늬를 비롯한 2PM 준호, 찬성, 2AM 임슬옹, 박효신, 이종석 등이 참석하여 쿤 위 드 어 뷰의 개장을 축하해 주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으로 하이엔드 컨템포러리high-end contemporary의 새로운 스타 일을 제안하는 쿤 위드 어 뷰는 대기업 SPA 브랜드의 치열한 격전지로 변모한 신사동 가로수길 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쿤 위드 어 뷰 신사점은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까지 총 6개 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층마다 다양 하고 독특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KOON WITH A VIEW 신사매장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6-5 / 02.3443.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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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서울 프리스비 명동본점 02-318-7120 서울 중구 명동 2가 33-6 프리스비 홍대점 02-323-1765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8-12 프리스비 건대점 02-2218-3195 서울 광진구 자양동 227-342 1층 S101호 프리스비 강남점 02-536-1050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03-35 강남 태영 데시앙루브 프리스비 강남스퀘어 02-501-6652 서울 강남구 역삼동 809 금화(월드메르디앙)B/D 1F 프리스비 신촌점 02-335-0471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3 랜드로바 2층 에이샵 코엑스 1호점 02-6002-1620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1 에이샵 코엑스 2호점 02-6002-1640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1 코엑스몰 T21호 에이샵 타임스퀘어점 02-2638-2730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42 타임스퀘어 2F 에이샵 신세계 센트럴시티점 02-3479-6187 서울 서초구 반포동 19-3 신세계 센트럴시티 신관 5F 에이샵 현대백화점 목동점 02-2163-2635 서울 양천구 목1동 916번지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1F 에이샵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02-2211-1064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지하 1F 에이샵 갤러리아 압구정점 02-548-6177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94 갤러리아 명품관 West 5F 에이샵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02-3467-8373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7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미아점 02-2117-1863 서울 성북구 길음동 20-1 현대백화점 미아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신촌점 02-3145-2943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33 현대백화점 신촌점 9F 에이샵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02-3449-5474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지하 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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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에이샵 현대백화점 천호점 02-2225-7094 서울 강동구 천호동 455-85 현대백화점 천호점 11F 에이샵 신세계 영등포점 02-2639-1464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34-5 신세계영등포 B관 6F 윌리스 신사 070-7732-7001 서울 강남구 논현동 5 페이토 빌딩 윌리스 종로 070-7732-7361 서울 종로구 종로2가 9 YMCA빌딩
713롯데백화점 7층 컨시어지 잠실 02-2143-1756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관 지하 1층 컨시어지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강남점 02-531-2808 서울 강남구 대치동 937 롯데백화점 8층 컨시어지 영등포 02-2164-6014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618-496 롯데백화점 9층
윌리스 이대 070-7732-8862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45-10
컨시어지 일산 031-909-3033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784 롯데백화점 8층
윌리스 잠실 02-2143-1500 서울 송파구 잠실동 40-1 롯데마트 잠실점 디지털파크 내 1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미아점 02-944-2304 서울 강북구 미아동 70-6 롯데백화점 8층
윌리스 김포 02-2664-6021 서울 강서구 방화동 886번지 김포 국제공항 앞 롯데 몰 지하 1층
컨시어지 코엑스점 02-3452-3599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8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아케이드 F-11B
컨시어지 압구정점 02-543-3599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8-11 컨시어지 노원 02-938-2773 서울 노원구 상계2동 606-14 컨시어지 건대 02-497-3599 서울 광진구 화양동 6-1 외 필지 동서빌딩 1층 컨시어지 대치점 02-564-3599 서울 강남구 대치동 1021-9 컨시어지 역삼 02-3453-3599 서울 강남구 역삼동 649-14 컨시어지 이태원 02-796-3599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18-27 컨시어지 대학로 02-747-3599 서울 종로구 명륜4가 58번지 컨시어지 신천 02-422-3599 서울 송파구 잠실동 184-21 서경빌딩 1층 컨시어지 신촌점 02-363-3599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18-20 컨시어지 명동 02-6361-8399 서울 중구 명동1가 59-5 SK건설 명동빌딩 1층 컨시어지 종각 02-737-3599 서울 종로구 관철동 13-13 종로코아빌딩 내 1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본점 02-772-3806 서울 중구 소공동 1 롯데백화점 8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노원점 02-950-2769 서울 노원구 상계동
컨시어지 목동점 02-2642-3599 서울 양천구 목동 917-1 CBS건물 1층 레스모아 연신내점 02-389-2856 서울 은평구 대조동198-1 레스모아 왕십리점 02-2200-1595 서울 성동구 행당동 168-1 에이팜 신세계 본점 02-310-1472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52-5 신세계 백화점 본점 신관 9층 KMUG 가산점 02-2026-3080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28 우림라이온스밸리 A동 118호 어노인팅 종로점 02-2269-2028 서울 종로구 종로3가 107-2 디자인스킨 홍대점 02-3141-4233 서울 마포구 동교동 166-6 와이즈파크 4층 디자인스킨 홍대점 디자인스킨 양재점 070-8875-5597 서울 서초구 양재동 12-1 양재역 분당선 지하 GS 상가내 (양제역 9번출구 방면) 핫트랙스 광화문점 02-732-9961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핫트랙스 영등포점 02-2678-9961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41-10 타임스퀘어 2층 폰트리, 필름나라 신길점 070-4150-3692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110-20 퓨어메이트 신길 필름나라점
인케이스(Incase) 전국 스토어
폰트리 서초점 02-3465-3020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45-3 국제전자센터 7층 33호 폰트리 용산점 070-7565-2476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16-1 선인상가 21동 2층 40호 캐논프라자 충무로점 02-2264-5994 서울 중구 충무로3가 25-3 캐논프라자 10corso Como 청담 02-3018-1010 서울 강남구 청담동 79 로닌 홍대점 070-8282-5311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7 아트빌딩 5층 로닌 논현점 070-8282-3502 서울 강남구 논현동 216-14 한일빌딩 2층 아이샵 구의 02-3424-6228 서울 광진구 구의동 546-4 테크노마트 판매동 6층 에이랜드 명동 1호점
070-7820-7530 서울 중구 명동 2가 53-6번지 에이랜드 코엑스점 070-7820-7492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에이랜드 신사점 02-542-7639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5-2 에이랜드 홍대점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7-4 웨얼하우스 압구정점 02-544-1793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1-14 2층 인터스포츠 구로점 02-2624-3120 서울 금천구 가산동 60-3 인터스포츠 문정점 02-431-7082 서울 송파구 가락동 708-5 인터스포츠 양재점 02-2155-1770 서울 서초구 양재동 215번지 1층 GVG 서초점 070-4143-0855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37-22 대우디오빌프라임 B115호 카시나 신사 02-3443-8148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3-16 다울빌딩 1층 카시나 프리미엄 명동 02-773-3523 서울 중구 명동2가 83-5 눈스퀘어 4층 퍼스트룩 청담 02-2107-1200 서울 강남구 신사동 651-21 CGV 청담 시네시티 4층
플랫폼 플레이스 압구정점
02-742-4628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5-27 플로우 청담 02-515-8050 서울 강남구 청담동 82-10 신세계 맨즈 스타일 플러스 명동 1588-1234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52-5 신세계 백화점 본점 7층 Koon 가로수점 02-556-9828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0모마빌딩 블리커 청담 블리커 한남
경기 프리스비 분당점 031-709-1745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68-3 정인빌딩 1층 롯데백화점 분당 031-738-2850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14 롯데백화점 2층 에이샵 갤러리아 수원점 031-898-8761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125-1 갤러리아수원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중동점 032-623-2719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64 현대백화점 중동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일산점 031-822-3737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2611 현대백화점 일산점 7F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중동점 032-320-7775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40번지 롯데스퀘어 1층 컨시어지 일산 웨스턴돔점 031-906-3599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867 웨스턴돔 A동 I-102 컨시어지 평촌 031-383-3799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1046-6,7번지 아트타워빌딩 1층 컨시어지 안산 031-405-3599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41-2 제1층 2120호 컨시어지 수원 영통점 031-205-3598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995-5 1층 제 118-1호 컨시어지 구리점 031-240-1002 경기 구리시 인창동 676-6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안양점 031-463-2637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 88-1 롯데백화점 6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평촌점 031-8086-9540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1039 롯데백화점 평촌점 5층 레스모아 동탄점 031-371-5460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96, 98번지 A블럭 1층 KMUG 안양점 031-447-4325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145 KMUG 판교점 031-696-7877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81-0 H스퀘어 N동 118호 디자인스킨 수원점 031-240-1099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가 18 수원역사 내 지하 1층 웨얼하우스 안양점 031-466-1793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66 1층 에이팜 의정부점 031-8082-0637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168-54 신세계 백화점 6층
충북 레스모아 청주점 043-255-0107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2가 56-1 컨시어지 영플라자 청주점 043-219-9149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2가 1-2 롯데영플라자 청주점 4층
충남 프리스비 대전점 042-221-7041 대전시 중구 은행동 45-6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대전점 042-601-2013 대전 서구 괴정동 423-1 롯데백화점 지하 1층 에이샵 갤러리아 센터시티점 041-412-9729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521-3 갤러리아 센터시티 7F 레스모아 천안점 041-523-0786 충남 천안시 신부동 461-3 빼빠 천안 041-563-3740 충남 천안시 동남구 문화동 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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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에이팜 충청점 041-640-5117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354-1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B관 3층
경북 프리스비 대구점
053-428-7050 대구 중구 동성로 2가 152-5번지 에이샵 현대백화점 대구점 053-245-3413 대구 중구 계산동2가 200 현대백화점 대구점 지하 2F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봉무점 053-945-2629 대구 동구 봉무동 1545 롯데몰 이시아폴리스점 2층
컨시어지 해운대 마린시티점 051-744-3599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07 해운대 두산위브제니스 107호
전남
컨시어지 부산서면 051-819-3599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190-1
컨시어지 광주충장로점 062-224-3599 광주 동구 충장로 3가 74-1
컨시어지 부산대 051-515-8599 부산 금정구 장전동 309-17
컨시어지 광주 062-221-1827 광주 동구 대인동 7-1 롯데백화점 8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광복점 051-678-3933 부산 중구 중앙동 7기 20-1 롯데백화점 신관 4층
컨시어지 광주월드컵 062-606-2995 광주 서구 풍암동 423-2 롯데아울렛 지상 2층
컨시어지 부산본점 051-810-4675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503-15 롯데백화점 6층
레스모아 광주점 062-236-1927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2가 1-2
컨시어지 센텀시티 051-730-3338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96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7층
에이팜 광주점 062-360-1369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12-3 신세계 이마트 지하1층 애플매장
컨시어지 롯데 백화점 대구점 053-660-3731 대구 북구 칠성동 2가 롯데백화점 지하 2층
인터스포츠 광복 051-257-3020 부산 중구 광복동 1가 10
아이폰마켓 광주점 062-225-1313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60번길 30-1(구 황금동 81-1번지)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상인점 053-258-3646 대구 달서구 상인동 1502 롯데백화점 6층
신세계 맨즈 스타일 플러스 부산 051-745-2782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95 신세계 백화점 센텀점 5층
레스모아 순천점 061-755-9432 전남 순천시 남내동 9892-1
레스모아 대구성서점 053-584-8710 대구 달서구 호림동 19-8
gosouth 부산점 051-244-4676 부산 중구 대청동 2가 30-13
인터스포츠 대구 053-986-9116 대구 동구 봉무동 1548-2 아시아폴리스 내 원트릭샵 대구 053-428-0560 대구 중구 삼덕동 1가
에이샵 현대백화점 울산점 052-228-0756 울산 남구 삼산동 1521-1 현대백화점 울산점 12F 에이샵 현대백화점 울산점 052-228-0756 울산 남구 삼산동 1521-1 현대백화점 울산점 12F
강원 레스모아 원주점 033-733-0071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52-4 레스모아 춘천점 033-251-2172 강원도 춘천시 조양동 50-16
온라인 경남 프리스비 서면점 051-808-0947 부산시 진구 부전동 242-19
에이샵 전주점 063-288-8582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130-1
프리스비 부산점 051-245-1035 부산시 중구 광복동 2가 8-2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전주점 063-289-3555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971롯데백화점 5층
에이샵 경성대점 051-625-2940 부산 남구 대연동 73-29 1F 에이샵 신세계 센텀시티점 051-745-2661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95 신세계 센텀시티 4F 에이샵 서면점 051-802-9201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168-291 1F 에이샵 갤러리아 타임월드점 042-485-6177 대전 서구 둔산동 1036 갤러리아 타임월드 8F 에이샵 현대백화점 부산점 051-667-0775 부산 동구 범일동 62-5 현대백화점 부산점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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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SPECTRUM
레스모아 레스모아 전주점 063-231-1347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89-1 인터스포츠 전주점 063-288-9713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 2가 26-1 멀티샵 엑스 전주점 063-283-3177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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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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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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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
에즈샵
MACMALL
500m
BagMan
Footgear
아이폰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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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8 / WINTER 2012 ISSN 2287-5980
PUBLISHER 양준무 Joon Yang joon@pr1zm.com
EDITOR 홍석우 Sukwoo Hong yourboyhood@gmail.com 김지혜 Ji hye Kim
CONTENTS MANAGER 임지윤 Karen Lim
limji@pr1zm.com
thekey13@gmail.com
Asst.권도경 DoKyung Kwon dk.kwon@pr1zm.com
DESIGNER 유영아 Younga Yoo yoooada@gmail.com
CONTENTS SUPERVISOR 리치 림 Rich Lim rich@pr1zm.com
이윤희 Yun Hee Lee
ooo@pr1zm.com PHOTOGRAPHER 정재환 Jae Chung Studio BONE jdzcity@gmail.com VIDEOGRAPHER 김래현 Rae hyun Kim Studio BONE rapbong.k@gmail.com 고윤성 Yoon sung Go Studio BONE
htmnike@gmail.com
CONTRIBUTING EDITORS 김보영 Boyoung Kim 김세일 Seil Kim 박기현 Camille Kihyun Park 이로 Iro 띵크, 토크, 라이트. Think, Talk, Write. 성창원 Changwon Sung 이원택 1Tech Lee
CONTRIBUTOR 김주혜 Helena-Marie Kim
j.helena.kim@gmail.com
프리즘디스트리뷰션(주) www.pr1zm.com / 스펙트럼 www.spectrumprojects.com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24 ICT타워 10 층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36 길 55 ICT타워 10 층) 02-3442-1014 © 2012 Spectru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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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스펙트럼SPECTRUM 여덟 번째 호에서는 ‘젊음’과 ‘청춘’을 이야기하겠노라고, 지난 일곱 번째 호의 마감 중에 이미 생각해두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제는 위의 단어들을 영어로 쓴 ‘유스 YOUTH ’입니다.
꾸준한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스펙트럼에는 무척 다양한 이들이 한 호, 한
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원고를 부탁하거나, 촬영 혹은 인터뷰를 위해 사전에 보내는 문서에는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몇 가지 표현이 있습니다. 관용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처음 스펙트럼을 기획하면서 지금까지 담아내고자 했던 ‘핵심’이기도 했습니다. 그 문구 몇 가지를 아래 적어봅니다.
‘스펙트럼은 ‘빛의 띠’라는 뜻이 있고, ‘생각의 범위와 영역’을 나타내는 명사이기도 합니다.’ ‘스펙트럼은 유동적인 부분도 있지만 명확한 콘셉트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어떤 행위들이 단지 소비되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진심을 담아온 이들에게 저희는 연락을 드리려고 합니다.’ 위의 문구와 같은 - 잡지이지만 흔한 잡지처럼 소비되지 않는 - 책을 만들려고 애써 왔습니다.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이번 호는 스펙트럼의 지난 2년을 마무리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훌륭하고 흥미로운 작업하는 분들과 이제 막 무언가 시작하고 도전하는 이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들의 좋은 작업과 이야기를 명확하고 심도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아래의 문장들은, 이번 ‘유스’ 호를 만들며 참여 부탁한 분들께 보낸 문서에 있는 구절입니다. ‘‘젊음’과 ‘청춘’을 뜻하는 ‘유스YOUTH’는 현대 문화를 비롯한 동시대 문화에서 하위문화sub culture 를 드러내는 중요한 키워드이자, 지금 살고 있는 모두가 겪은 향수를 내포한 단어입니다.
실제로 청년문화 youth culture 에서 파생한 문화가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는 수없이 많습니다. 또한, 스펙트럼은 지난 2년간 일곱 번 발행한 책을 통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청년 문화와 동시대 문화 및 산업과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스펙트럼 2 년의 마침표를 찍는 여덟 번째 이슈에서, 우리는 각 분야에서 – 나이와 성별과 관계없이 – 청년의 마음을 유지한 채 작업하는 분들의 ‘지금’을 담아낼 생각입니다.’ ‘유스’라는 주제를 담아내면서, 스펙트럼이 가지고 있던 ‘젊음과 청춘’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위의 작은따옴표 안의 내용을 온전히 담아내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이제 막 이번 호를 접한 독자들의 몫입니다. 함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Editor 홍 석 우 2
SPECTRUM
Contents ISSUE No.8 / WINTER 201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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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10
130
30
118
132
02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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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ARTICLE YOUTH FASHION - 김보영 DESIGN - 김세일 ART - 박기현 BOOK - 이로 STREET - THINK,TALK,WRITE. MUSIC - 성창원 TECH - 이원택 TRAVEL - 홍석우
RECOMMENDATION FOR WINTER 2012
06 ARCHIVE INCASE PROJECTS
12 PEOPLE DESIGN_ TEENAGE ENGINEERING MUSIC_JANG YOON JU
132 GALLERY OH SUK KUNH VS HAN VAD
154 PRODUCT
66
184
PICTORIAL _ANYWHERE CAMPAIGN
STORE NEWS
SHARES
113
186
포토그래퍼 니나 안, 그래피티 크루 매드 빅터, 아티스트 캐스퍼 강과 문경의 그리고 에디 강과 스티키 몬스터 랩
SPACE
INCASE STORE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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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of Incase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디자인 브랜드 인케이스 Incase는 단순 캘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을 뛰어넘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인케이스는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한 도전정신과 서브컬쳐를 절묘하게 접목해, 애플 사용자뿐만이 아닌 Fashion과 Art, Design, Music, Street, Tech 분야에 관심이 있는 모든 소비자층에게 사랑받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포토그래퍼와 스케이트 보더, 그래피티 아티스트,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등 다양한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요구가 반영되어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탄생한다. 인케이스의 다양한 시각과 시도들은 그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강한 만족감과 제품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내며, 국내외 두터운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의 하이테크 액세서리 시장은 블랙과 그레이 등 다소 어둡고 차분한 컬러의 무채색 일변도로 컬러풀한 색상과 디자인, 새로운 소재의 시도가 다소 부족한 상황이었고, 소비자들 또한 기존에 출시된 제품들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시장에서 인케이스는 새로운 컬러, 제품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혁신적이고 완벽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4
SPECTRUM
Incase Today ‘A Better Experience, through Good Design훌륭한 디자인을 통한 탁월한 경험’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Incase의 가방, 오디오, 다양한 길이와 호환성을 가진 케이블Cable 과 충전기Charger 를 포함한 모든 제품은 애플Apple 디바이스들과는 물론, 다양한 연령층과 직종,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연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또한, 지난 7월 2012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2012 Red Dot Design Award 의 제품 디자인 Product Design 부문에서 Incase Sonic Over Ear Headphone이 수상함으로써
인케이스 제품의 뛰어난 디자인이 또 한 번 입증되었다. 인케이스는 ‘큐레이티드 바이 아키팁Curated by Arkitip’을 통해 Parra, Andre, Krink, Evan Hecox, Rostarr 등 유명한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왔으며 Ace Hotel, Paul Rodriguez, Andy Warhol, Marc by Marc Jacobs 등 전 세계 다양한 카테고리의 아티스트, 브랜드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3년 초에 선보일 스투시Stussy 와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은 Hypebeast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웹진 등에 소개되면서 출시 이전부터 두 아이코닉 브랜드의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다. 곧 뒤이어 iPhone 5를 위한 앤디 워홀의 여섯 번째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며 Sticky Monster Lab과의 작업 이후 또 한 번의 이슈를 불러일으킬 국내 디자이너와의 프로젝트도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인케이스는 다양한 브랜드들과 함께 디자인, 기능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까지도 포함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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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IV\[°:[\ZZ` Shawn Stussy가 Laguna Beach에서 서핑을 즐기며 수제 프린팅 티를 팔기 시작한 25년 전, 그는 스스로 ‘캐쥬얼 룩’과 그 의미에 대해 재정립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가장 첫 번째로 언더그라운드 서브컬쳐인 스케이트와 서핑을 그 당시 급성장을 이루던 뮤직씬, 운동복, 워크웨어들과 결합하였고, Stussy는 현재 패션업계를 구성하는 폭발적인 제품 카테고리를 창출한 선구자입니다. 뉴욕, 도쿄,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밀란, 그리고 런던의 플래그십 매장들로 Stussy는 스트리트 패션업계를 선두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과 이색적이고 신선한 콜라보레 이션 그리고 세계적인 문화창작자들과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통해 “Stussy Tribe”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6
SPECTRUM
(IV\[°[OL°*VSSLJ[PVU 2013 년 3월에 전세계 동시 출시될 Incase x Stussy Series 001 collection 은 세 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웹매거진 Hypebeast, Highsnobiety 등에 소개되면서 출시 이전부터 두 iconic 브랜드의 만남에 주목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carry bag, backpack, iPhone case, ear buds 그리고 Incase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중 이례적으로 어패럴 제품 카테고리가 더해 구성되었습니다. Incase x Stussy Series 001 collection 은 실용적인 디자인과 이동성 증진을 위 한 뛰어난 보호기술이 결합되어있습니다. 밀리터리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가방과 액 세서리는 짧은 여정 뿐 아니라 긴 탐험에도 용이한 사용을 위해 세분화된 케링 시스템 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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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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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1. Backpack for MacBook 17”
3. Camera Sling for Point and Shoot Camera, iPad, iPhone, iPod
2. Duffle for MacBook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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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4. Utility Pouches for iPhone, iPo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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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1. Slider Case for iPhone 5
3. Collab Hats
2. Capsule Headphones In Ear Headphones
4. Collab Teeâ&#x20AC;&#x212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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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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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Design
Teenage Engineering Jesper Kouthoofd, Bengt Sjölén, David Eriksson and Jens Rudberg
interview 리치 림 Rich Lim, 홍석우 Hong Sukwoo text 홍석우 Hong Sukwoo translate by 김주혜 Helena M. Kim © all images courtesy of TEENAGE ENGINEERING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기반을 둔 스튜디오이다. 그들의 페이스북 페이지 소개말은 이렇다. ‘미래의 상업 제품과 소통을 위한 스튜디오Studio for future commercial products, and communication’, ‘최고의 품질, 기능적인 디자인 그리고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에 기반을 둔
제품을 만든다Create Products with Superior Quality, Functional Design and Top-class Engineering’. 그들이 만 든 제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SFMOMA) 소장품 중 하나이자 2012년도 스웨덴 디자인상 ‘디자인 에스’ 부문The Swedish Design Awards ‘Design S’ 2012
수상작인 휴대용 신시사이저synthesizer; 전자음향합성장치로 이루어진 악기. - 편집자 주 오피-1OP-1
이다. 수많은 신시사이저 중에서 디자인은 물론 기능까지 독보적인 이 제품은 디자인과 창조, 엔지니어링 분야에 있는 다양한 인물에게 영향을 끼쳤다. 앞서 언급한 소개말처럼 그들은 ‘미래를 위한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을 유심히 지 켜보면, 그들의 작업이 과거의 걸작masterpiece급 제품들과 동시대의 훌륭한 제품들로부터 영향 받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래되었지만 정교했던, 그러나 누구보다도 미래에 가까웠던 카시오 Casio
사社의 디지털 시계와 싱클레어 리서치Sinclair Research 사가 1981년에 만든 초창기 가정용
컴퓨터(PC)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인터뷰 안에서 복잡한 엔지니어링 공식을 물을 마음은 애초에 없었다. 다만 그들이 어떻게 ‘틴에이지teenage; 십 대의’의 마음을 유지한 채로 ‘엔지니어링engineering; 공학 기술’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제품들로 미래를 두드리고 있는지 듣
고 싶었다. 인터뷰는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제스퍼 쿠스우드Jesper Kouthoofd와 이메일로 이뤄 졌다. 그는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이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드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처럼 보였다. 12
SPECTRUM
STUDIO FOR FUTURE COMMERCIAL PRODUCTS
Jesper Kouthoofd
www.teenageengineering.com www.facebook.com/teenageengineering www.youtube.com/teenageengineering twitter@jugendingenieur (TEENAGE ENGINEERING) twitter@kouthoofd (personal _ Jesper Kouthoofd)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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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上 ) Absolut Choir; An Architectural Installation, comprising 22 singing dolls in various shapes and sizes by Teenage Engineering for ABSOLUT VODKA, 2007 ( 下 ) New Balance 365; A campaign for the New Balance shoe model 365 by Teenage Engineering, 2009 14
SPECTRUM
SPECTRUM: 제스퍼, 당신의 미래 작품 활동에서 시초가 될 만한, ‘무언가를 만들던
컬렉티브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그는 위의
어린 시절’ 기억이 있는가? 무엇을 만들었고,
서 관련한 몇 가지 질문은 인터뷰에서 뺐다.
그 결과물이 지금 창작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
- 편집자 주)
이유로서 더 대답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
쳤는지 궁금하다.
Jesper Kouthoofd of TEENAGE ENGINEERING이하 TE: 일곱 살 때 전자식
틴에이지 엔지니어링TEENAGE ENGINEERING
조립용품 세트kit 를 만들며 놀던 기억이 난다.
이지 엔지니어링’으로 짓게 된 이유가 있나?
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브랜드 이름을 ‘틴에
내가 1970년생이니까 1977년의 얘기다. 아
‘틴에이지teenage’에 맞는 콘셉트와 ‘엔지니
홉 살 때 전기전자 관련 잡지에서 본 디자인
어링engineering’에 관여하는 구성원들의 이
을 바탕으로 전자 드럼을 만들었던 기억도 난
야기도 듣고 싶다.
다. 여기저기서 부품을 사 모은 뒤 서킷보드
TE: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은 1999년경 에이
circuit board 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10살 때
엠 전자 프로젝트AM electronic project 로 시작했
는 가정용 컴퓨터 붐home computer boom이 일
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최초의 가정용 컴퓨
었다. 내 첫 컴퓨터는 싱클레어 리서치Sinclair
터 붐 시절처럼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새로운
Research 의 제트엑스81ZX81이었는데, 그걸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시험하고, 그 결과물로
베이직 언어the Basic language 프로그래밍을 시
사업도 시작할 수 있는 하드웨어 플랫폼을 만
작했다. 하지만 이웃에 살던 친구의 프로그
들자는 의도였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입출력
래밍 실력이 더 나았기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
케이블과 스피커, 버튼, 그리고 프로그래밍
쪽으로 관심을 옮겼다. 그때만 해도 완전히
한 그래픽을 출력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스크
아날로그 시스템이어서, ‘0, 255, 255, 0,
린을 갖춘 휴대용 사이즈의 기계를 만들었다.
255….’ 같은 식으로 숫자를 입력하면 모눈종
하지만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투자자금을 유
이 모양의 스크린에 흑백 도트디자인이 출력
치하지 못해서 상용화하지 못하고 서랍 속에
되는 식이었다. 결국,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무
처박혔다. 지금의 아두이노Arduino; 오픈 소스를 기
척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반으로 한 물리적 컴퓨팅 플랫폼. AVR 기반의 보드와 소프트웨어 개발 을 위한 통합 환경(IDE)을 제공한다. 많은 스위치나 센서로부터 값을 받
지금은 패션 브랜드로 유명하지만, 크리에
아들여, LED나 모터 등을 통제함으로써 환경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물
이티브 스튜디오와 잡지 <아크네 페이퍼Acne
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 편집자 주
Paper 로도 널리 알려진 아크네 컬렉티브 Acne
App Store 와
Collective 의
기상 너무 앞서 갔던 것 같다. 우리의 하드웨
초기 구성원 중 한 명으로 안다.
나 애플 앱스토어Apple
상당히 비슷한 사업 모델인데, 시
그 안에서는 어떤 일들을 했나?
어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기술적으
TE: 내가 회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점 – 전기, 전자, 프로
분위기가 창조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사업적
그래밍 언어 등 – 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지
uncreative and speculative 으로
변해간다고 생각
금은 간단히 구현할 수 있는 부분이 당시에는
했을 무렵, 그만뒀다. (사실, 몇 가지 아크네
꽤 숙련한 엔지니어도 실행하기 어려운 작업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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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었다. 브랜드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생
해 상품화하는 것이 아닌, ‘여러 기술을 시험
각보다 간단하다. 엔지니어링에 관심 있는 십
하는 과정에서 흥미롭고 쓸만한 것을 찾는 것’
대 특유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새로움을 향한
이 우리의 방향이다. 결국, 최종 디자인은 기
호기심idea about the freshness and curiosity 을 담
술 시험의 끝에서 도출되는 결과물일 수밖에
고 싶었다. ‘책에 있는by the book ’ 모범답안으
없다. 이러한 작업 방식의 장점은 모든 과정
로만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고 모험을 두려워
이 동시에 평행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일
하지 않는 자세랄까.
직선linear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면 이전 단 계를 기다려야 하지만, 우리 방식은 그런 단
그럼 지금의 틴에이지 엔지니어링를 설립하기
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이러한 신념은 전체 과
위한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다른 구
정 - 프로그래밍, 전자설계, 캐드CAD 그리고
성원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시제품 생산까지 - 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TE: 첫 틴에이지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시도
아이디어를 이른 시일 내에 실체화하는 데 큰
이후 몇 년 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작
도움이 된다. 오래된 실무 경험을 통한 ‘제조
업공간을 쓰고 있었는데, 앱솔루트 보드카
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manufacturing’ 구조로
ABSOLUT VODKA 에서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왔
보면 될 것이다.
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팀 이름이 필요했 고, 예전의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이라는 이 름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로 했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디자인에선 아날로 그analog 와 디지털digital 의 강력한 연결고리 를 찾을 수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을 연
현실적으로 많은 디자인 아이디어 대부분이
계하는 관점이 궁금하다.
단순한 프로토타입prototype 수준에 머문다.
TE: 우리는 적어도 전자기술 부분만을 생각
아무리 기발하고 대단한 콘셉트도 실제 제품
하면 순전한 디지털 회사a pure digital company
actual products 으로
실체화하지 않으면, 결국
이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는 기계설계에도 크
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된다.
게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기능적인 면에
아이디어를 실현realization 하는 본인만의 구
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나 제품
체적인 작업과정specific process이 있나?
자체가 외형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TE: 우리는 엔지니어다. 그래서 산업 디자이
대해 노력과 시간을 할애한다. 누군가 우리
너들industrial designers 과는 상당히 다른 관점
제품을 사용하거나 만질 때, 어떤 느낌을 받
에서 결과물을 만들어간다. 우리의 아이디어
을지 생각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집중하는
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회로의 칩, 전자 기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류 또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 등, 기술 혁
16
신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이미 우리 앞에 존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디자인과 작품을 보
재하는 신기술들을 가지고 어떤 새로운 결과
면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특유의 명
물을 만들지 고민하는 것이다. 미쳤다 싶을 정
랑함이 있다. 디자인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두
도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계속된 실험을 통
는 부분이 있다면?
SPECTRUM
( 上 ) TS-1; Team Teenage Sneaker with rubber side pocket for TS1-1W sensor, 2012 ( 下 ) The KNÄPPA; The Digital Cardboard Camera, invented and designed by Teenage Engineering for IKEA, 2012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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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TE: 우리 제품은 모두를 위한for all 것이다.
과 그들의 성격을 묘사하는 주제를 띠는 것은
사용자가 어떠한 문화적, 성性적, 언어적 배
맞다.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적합한 외부 구
경을 가졌든지와 무관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
성원external team members 을 단기 초빙해서 함
다. 가끔 색상으로 이러한 면을 표현하는데,
께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들은 아티스
오피-1OP-1 이하 OP-1;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에서 2011년 출시
트일 때도, 목수일 때도 있다. 그래서 프로젝
한 휴대용 신시사이저로, 신시사이저, 컨트롤러, 샘플러 기능을 탑재한
트 초반에 누구와 함께 일할지 결정하는 단계
의 그래픽 인터페이스 출력을
가 굉장히 중요하다. 영화의 배우 섭외casting
조절하는 형형색색의 손잡이가 좋은 예다. 또
과 비슷한 셈이다. 섭외 자체를 잘못하면 아
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무리 엄청난 기술의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
다기능 기계. - 편집자 주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가 가장 신경 쓰는 부
픽Computer Graphic, CG 가 있어도 촬영을 성공
분은 결국에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직관적으
적으로 마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단
로 이해하기 쉬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계를 거치면 프로젝트 기간 지켜야 할 엄격한
는 이를 ‘목적의 명확성clarity of purpose’이라고
기준과 한계를 세우는데, 뜻밖에 이런 제약사
부르는데, 많은 사람이 이러한 관점에 동의한
항들이 창작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
다고 생각한다. 우리 제품의 첫인상은 명랑함 여기에는 기능적functional이고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작품을 할 때와 클라
교수법pedagogic, 敎授法상의 원칙에 충실한 부
playful 이지만,
이언트 의뢰를 받아 일할 때의 ‘시작’과 ‘작업
분이 공존한다.
과정’도 다를 것이다. 이처럼 다른 일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무엇인가?
이제까지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이 진행한 연
TE: 외부에서 의뢰받은 프로젝트라도, 그들
구・개발R&D 과 클라이언트client, 고객 프로젝
과 함께 일하는 것에 관한 고민과 작업과정 자
트를 보고 있으면 디자인 본질design essen-
체는 비슷하다. 단지 우리가 어떤 외부 구성원
tials 과
고도의 엔지니어링뿐만 아니라 디자
을 데려올지 고민하는 대상이 클라이언트로
인을 통한 이야기storytelling 도 포함되어 있다
바뀌는 것뿐이다. 우리가 외부 구성원을 초빙
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앱솔루트 콰이
할 때처럼 100퍼센트 환영하는 마음과 함께
어ABSOLUT CHOIR’ 프로젝트에서 나이와 성
일할 가치가 있다고 모두가 동의하지 못하면,
별을 초월하는 여러 그룹의 사람들을 모아놓
프로젝트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은 장면을 연출한 것처럼 말이다. 이제까지 여
18
러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와 틴에이지 엔지니
영상 분야와 영화 제작에서 경험을 쌓았다. 세
어링 작업을 진행하면서 일관된 디자인 작업
계적으로 당신은 영화감독으로 더 잘 알려졌
과정design process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만, 기술과 음악으로 작업하는 데도 조예가
틴에이지 엔지니어링만의 ‘디자인 본질’을 정
깊다. 결국, 구체적인 기술과 추상적인 예술 두
의하자면?
가지를 동시에 하는 셈이다. 자신을 ‘예술을 창
TE: 사실 매번 디자인할 때마다 과정도 약간
조하는 엔지니어’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지닌
씩 달라진다. 하지만 우리의 디자인이 사람
아티스트’ 중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나?
SPECTRUM
TE: 잘 모르겠다. 단지 작품을 만드는 시기
안, 처음 틴에이지 엔지니어링 콘셉트처럼 좋
에 가장 흥미로워하는 주제를 접목하려고 노
은 휴대용 신시사이저 하드웨어를 만들려는
력한다. 만약 한창 꽂힌 게 햄버거라면, 어떻
의도였다. 그즈음 우리 모두 진짜 기계real in-
게 완벽한 햄버거를 ‘엔지니어링’해낼지 고민
strument 들과 그런 기계에 달린 둥그런 손잡이
하는 것이다. 아, 그런 경우에는 내가 요리사
knobs 의 느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
chef 가 되는 건가? 하지만 아까 제시한 두 가지
시에는 모든 필요조건을 완벽하게 구현 가능
보기 중 하나를 굳이 고른다면 ‘예술을 창조하
한 기술이 부족했다. 디스플레이 스크린은 너
는 엔지니어’를 고르겠다. 내게는 ‘엔지니어’
무 큰 데다 로딩 속도도 느렸고, 프로세서는 작
가 ‘예술가’보다 더 멋져 보인다.
업을 돌리기에 턱없이 전력이 부족했다. 2~3 년 정도 지난 뒤 휴대전화 사업과 기술이 어느
무언가를 만들어가면서 가장 즐거운 부분은?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OP-1의 요구사항에 맞
TE: 프로젝트 자체가 즐겁다. 스케치부터 여
출 수 없던 기술이 생기고, 작은 크기의 부품
행을 다니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
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구성원들
을 배우는 모든 순간, 공장에 방문하고 프로
과 한 작업 공간을 나눠 쓰면서 엔지니어 친구
토타입을 만드는 작업까지 모든 순간을 즐긴
몇 명도 함께 부르기로 정했고, 그렇게 지금의
다. 결과물이 나오고 프로젝트가 끝난 순간,
OP-1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상당히 공허함을 느끼는 편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 도달하는 과정은 대단히 흥분되는 여
우리는 상당 부분 과거의 여러 요소에 영감 얻
행great and thrilling trip 의 과정이다.
고 영향받는다. 또한, OP-1 이전에도 많은 종 류의 신시사이저가 존재했다. 기존 기계들의 어
‘틴에이지 엔지니어링’과 ‘OP-1’ 중 어떤 것
떤 부분들이 OP-1을 만드는데 이바지했나?
이 먼저 만들어진 건가?
TE: 여러 가지가 있다. 카시오Casio 의 훌륭한
TE: 흥미로운 질문이다. 내 기억으로는 둘 다
첫 번째 모델, 롤랜드Roland 와 야마하Yamaha
1999년 즈음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만들
초기 신시사이저 모델 등…. 하지만 최신 컴퓨
었던 것 같은데? ‘틴에이지 엔지니어링’는 회사
터, 계산기, 게임, 그리고 휴대전화에서도 여
이고, OP-1은 제품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겠
러 아이디어를 얻었다. 결국, 우리가 애정을 지
지만 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틴에이지
니고 좋아하는 모든 하드웨어로부터 영감을
엔지니어링도 한때 제품명이었으니까 말이다.
얻어 우리 자신을 위해 만든 것이 OP-1이다.
OP-1은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모
제품을 만들 때 심미학적인 영상visual aesthet-
두 괄목할 만한 성과인데, OP-1의 기원과 첫
ic 과 기계적인 균형mechanical balance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실화했는지 알고 싶다.
가 모두 중요한데, OP-1을 만들 때 그 균형
TE: 1999년에 스웨덴 신시사이저 생산업체
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했던 지점은 무엇이
일렉트론Elektron 과 작업하면서 처음 생각해
었는가?
냈다. 업계 전체가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동
TE: 필요 없는 장식은 모두 제거하려고 노력
두 가지
WINTER . 2012
19
( 上 ) OP-1; The all-in-one Portable Synthesizer, 2011~2012 ( 下 ) OP-1; Various References of Synthesizer Engines, 2011~2012
20
SPECTRUM
WINTER . 2012
21
( 上 ) OP-1 Accessories; Brick Shaft and Bender, compatible shafts of LEGO® MINDSTORM kit, 2012 ( 下 ) OP-1 Accessories; Brick Shaft, Crank, OP-1 Knobs, 2011~2012 22
SPECTRUM
한다. 사실 기계적인 면이 최종 외형을 결정
광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그다지 좋아하
한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은 순전히 기능
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의 성격
적purely functional이다.
과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스마트폰을 보라. 모
OP-1을 만들 때 고려한 특정 그룹이나 고객
든 것이 지루하다. 모든 기계가 비슷하게 생겼
층이 있었나?
고, 사용자가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은 거의 없
TE: 위에서 언급했듯, 우리 자신Ourselves 을
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옵션이 좋다. 우리는
위해서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선택권을 주고 싶다. 또한 완벽주의perfection 를 추구하고 끊임없
요즘 사람들은 제품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
이 작은 부분을 개선해나가면서 세세한 항목
고, 아이폰iPhone 과 앱스토어의 관계처럼 제
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작은 항
품으로 얻을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중시한
목까지 신경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우
다. OP-1으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사용자
리가 좋아하기 때문에, 바깥에도 우리와 같
경험이 있다면?
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믿
TE: OP-1 자체의 한계limitations 가 특별한
는다. 그렇다면 여기서부턴 또 어떠한 항목을
사용자 경험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추가해야 더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다. 그것이 작곡이나 음악 소프트웨어가 설치
단순히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한 기능을
된 컴퓨터와 OP-1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컴
추가하는 것과는 완벽히 다른 얘기다.
퓨터에서는 가상으로 거의 모든 음향의 조합 이 가능해서 창작력을 자극하는 데는 최악이
OP-1의 2012 스웨덴 디자인상The Swedish
다.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업데이트로 창작물
Design Awards 2012 ‘에스 어워드S Awards’ 수상
이 무용지물이 될 일도 없다. 20년 후 OP-1
을 축하한다. 이 외에도 OP-1의 디자인이 인
을 다시 들고 재생 버튼을 누르면, 20년 전 당
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면 함께 소개 부탁한다.
신이 만들어 녹음했던 곡이 재생될 것이다.
TE: 고맙다. 에스 어워드를 수상하게 되어
만약 에이블톤 라이브 프로젝트Ableton
무척 기뻤다. 또한, OP-1은 미국 샌프란
Live
Project;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영상 작곡 프로그램. - 역자 주 로 만
시스코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San
든 파일을 20년 후 재생하려고 시도했다고 생
Francisco, MoMA San Francisco
컬렉션 일부로 선
각해보라. (너무나 많은 것들이 바뀌어서) 이
정되기도 했다. 두 가지 모두 상당히 의미 있
미 재생할 수 없을 것이다.
는 일이다. 단지 바라는 게 있다면 단순히 외 형만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닌, 사람들에게 제
이미 시장엔 수많은 신시사이저들이 나와 있
품 전체에 대해 인정받고 기억되었으면 한다.
다. 사람들이 특별히 OP-1을 구매하거나 사
우리는 OP-1으로 사용자들이 어떤 것을 창
용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뭘까?
조해낼지 무척 궁금하다.
TE: 개인 취향이다. OP-1은 고유 캐릭터를 가진 악기이자 기계이다. 어떤 사람들은 열
스웨덴 창작자 중 특별히 관심 두고 지켜보는 WINTER . 2012
23
PEOPLE
TE: 즐겨라. 있는 척, 아는 척하기보다는 당
사람이나 회사가 있나? TE: 최근 상당히 많은 신예 전자회사들new
신이 즐기는 것을 하면 된다Have fun. Don’t be
upcoming young electronic companies 이
smart, just do things you enjoy.
주목받고
있다. 각각 이름을 말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_
시일 내에 놀랄만한 제품들이 출시될 것이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작업을 돌아보면 그 지난 세대의 스웨덴 브랜드, 아티스트나 엔지
들의 작업의 한계가 어디인가 생각하게 된다.
니어 중 어린 시절의 당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얼핏 지켜본 포트폴리오만 꺼내봐도 전자기
인물이 있다면…?
계와 하드웨어 디자인, 미디어 아트와 게임 개
TE: 이케아IKEA, 스티그 칼손Stig Carlsson; 스
발, 음악 제작과 제품 디자인은 물론 영화 제
웨덴 스톡홀름 출신의 엔지니어이자 스웨덴 왕실 연구소 공학 석사로 ‘
작과 사운드 소프트웨어 개발과 연구까지 대
스피커(speaker)’ 분야의 혁신가로 불린다. - 편집자 주
, 파시트
체 어디서 어떻게 이어진 것일까 궁금할 정도
Facit; 타자기의 명가 브랜드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올리베티에 빗대어 ‘
다. 하지만 이토록 다양해 보이는 그들의 작
스웨덴의 올리베티the Swedish Olivetti’라 불리는 타자기 브랜드.
업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현재 사용 가능
, 라르스 랄레르스테트Lars Lallerstedt;
한 신기술’로 ‘가장 최전선의 제품을 만든다’
- 편집자 주
,요
스웨덴 산업 디자인의 개척자로 불리는 대표적인 산업 디자이너
는 점이다.
빈 휄스트롭Öyvind Fahlström; 브라질 상파울루 출생의 스
이 중에는 OP-1처럼 상용화한 제품도, 몇
웨덴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로, 구체시(conctrete poetry; 뜻글자(표
몇 기업과 협업한 프로젝트도, 이케아와 함
의문자)로 이루어진 그래픽 이미지처럼 일련의 문자들이 군집을 이뤄 ‘시
께 만든 골판지 디지털카메라The KNÄPPA cam-
각적 인상’을 만들어내는 시의 형태)에 대한 최초의 개념적 표명으로 유명
era 처럼
하다. - 편집자 주
등…. 무척 많다.
진짜 집에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간
단하면서도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발상을 전 환한 제품도 있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제
2012년, 가장 흥미진진했던 순간은?
스퍼는 자신이 아티스트인지 아니면 엔지니
TE: 꽤 힘든 한 해a tough year 였다. 2012년이
어인지에 대한 물음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방
끝나는 순간, 12월 31일이 가장 기쁠 것 같다.
향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아티스트라는 단 어보다는 엔지니어라는 단어가 더 멋진 것 같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2013년 계획은 어떻
다’고 말이다.
게 되나?
사람들이 그들의 작업을 보면, 단번에 눈길을
TE: 아직 상세하게 말할 단계는 아니다. 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겉모
가지, 우리가 이제까지 해온 것과는 정말 다른
습보다 더 깊숙하고 진지한 사유思惟가 있다.
무언가를 할 예정이라는 것만 알려드리겠다.
기술에 기반을 둔 제품들로 점진적으로 세상 을 바꿔가는 사람들이란 인상을, 인터뷰를 마
마지막 질문이다. 현재 활동 중이거나 이제 막 시작하려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24
SPECTRUM
치고서 받았다.
WINTER . 2012
25
SHARES
NINA AHN 27 PHOTOGRAPHER MAD VICTOR 42 GRAFFITI CREW EDDIE KANG 62 ARTIST CASPER KANG 112 ARTIST SML 130 ARTIST MOON KYEONGEUI 153 ARTIST ‘Shares’는, 재능 넘치는 다섯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스펙트럼 안에서 무작위 페이지로 보여줍니다. 이번 호에서는 포토그래퍼 니나 안Nina Ahn, 그래피티 크루 매드 빅터Mad Victor, 아티스트 에디 강Eddie Kang 과 캐스퍼 강Casper Kang 그리고 문경의Moon Kyeongeui 와 스티키 몬스터 랩Sticky Monster Lab 의 작품을 골랐습니다. 26
SPECTRUM
1
Untitled, 2012 by 니나 안(Nina Ahn) www.ahnhuijeong.com www.flickr.com/photos/hjnina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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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SPECTRUM
pr1zmstore.com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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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music
JANG YOON JU 장윤주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 all images courtesy of Jang Yoonju and Esteem Agency
장윤주. 우리나라에서 ‘슈퍼 모델’이라는 말이 그녀만큼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16년이 넘는 시간을 패션계에 몸담았다. 풋풋한 십 대 시절부터 꽤 연륜이 쌓인 지금까지 수많 은 훌륭한 스태프와 작업했다. 지금의 그녀는 패션모델을 넘어섰다. 패션에 별 관심 없는 이들 도 그녀의 이름과 얼굴을 안다. 예능 프로그램과 상업 광고, 혹은 그녀가 만든 음악과 앨범을 듣 고 호감 간 이도 많을 것이다. 장윤주와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3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의 패션에 대해 강의를 준비하 고 있었다. 학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패션을 문화로 만드는 이들을 초대하여 이야기 나누 는 강의였다. 그 중 패션모델에 대한 카테고리가 있었는데, 단지 잘 나가는 게 아니라 패션 모델 의 과거와 현재, 또 그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를 찾고 싶었다. 게스트로 섭외하러 갔던 보그 코리아VOGUE Korea 의 패션 뉴스 디렉터 신광호에게 장윤주를 추천받고는 적격이라 생각했다. 몇 번 인사 나눈 적은 있었지만 5분 이상 대화해본 적도 없을 만큼 생경한 사이였다. 그런 그녀 에게 여러 경로로 ‘게스트로 와 주십사’ 청했다. 당시에도 장윤주는 무척 바쁜 일정 속에 있었지 만, 말 그대로 흔쾌히 받아주었다. 당시 그녀는 서른 살이었다. 홍대 산울림 소극장 근처 카페에 서 만나 강의 준비를 위한 사전 인터뷰를 하다가, ‘서른 살의 느낌’에 대해 얘기한 것이 지금도 남 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였는지 기억하진 못한다. 다만, 아직 ‘미지의 세계’였던 서른 살의 모습이 생각보다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고, 봄의 푸른 하늘과 구름을 보며 어린 마음에 느꼈다. 얼마 전 그녀는 새 음반을 발매했다. 모델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유명한 그녀가 오롯이 즐겁 게 - 마치 일이 아닌 것처럼 - 작업했다는 두 번째 음반 제목은 <아임 파인(I’M FINE)>이다. 누구 보다도 높은 대중의 관심을 받는 ‘패션계 인사’인 장윤주는 스스럼없이 사람을 대하고 자신이 원 하는 것을 이룰 줄 아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와 함께, 그냥 ‘보통 여자’이기도 했다. 30
SPECTRUM
AN INCREDIBLE SUPER MODEL BUT SHE’S A SINGER-SONGWRITER. ALSO SHE’S JUST AN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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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Hong Sukwoo: 이번 주(인터뷰는 2012 년 11월 23일 금요일에 진행했다) 2집 음반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Korea>의 진행자MC 도
<아임 파인(I’M FINE, 이하 I’M FINE)>이 발매됐고,
다. 사람들도 더 많이 알아보게 됐다. ‘어? 이
라디오(그는 2012년 11월 5일부터 KBS 라
렇게 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일만 했
디오 CoolFM <장윤주의 옥탑방 라디오> 디
다. 진행자라든지 새로운 매체에 관한 도전도
제이(DJ)를 맡았다)도 진행한다. 무척 바쁘
있었지만, (상업) 광고도 많이 찍었다. 아티스
겠지만, 근황이 궁금하다.
트이든 배우이든, 광고를 찍는다는 것은 여러
Jang Yoonju이하 YJ: 계속 음반을 준비했다. ‘이맘때쯤 라디오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
효과가 있다. 파급효과는 크지만 이미지가 굳
는데, 좋은 시간대의 디제이 요청이 들어왔
단 광고의 목적과 콘셉트대로 나를 맞추는 것
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의 반은 새 음반 <I’M
이 다른 어떤 작업보다 강하다. 실제로 즐겁
FINE> 에 대한 생각이고 나머지 반은 라디
거나 감성적인 모습처럼 다양한 내면의 모습
오 생각이다. 일정도 이 두 가지에 관해서만
을 보여주기보단, 모델 이미지 특유의 노출이
잡혀 있다. 음반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여서 홍
나 몸매 같은 외적인 이미지를 가장 부각하는
보도 해야 하고, 라디오도 자리 잡아야 하니
작업이 광고가 아니었나 싶다. 예전만큼 모델
까 무엇보다도 나의 어떤 톤tone; 어조, 말투 과 색
활동을 활발히 하진 않지만, <도전! 슈퍼모델
이 자리 잡는 작업에 집중한다. 2집 앨범은 표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으로 계속 모델 이미지
현하고자 했던 전반적인 톤이 잘 나온 것 같
를 지니고 갈 수 있었다. 다양한 매체에 얼굴
다. 그것을 어떤 계획으로 보여주고, 홍보할
보이고, 얘기하고, 작업하면서 바쁘게 지내
것인가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생각한다. 음
면서도 ‘나’라는 사람이 ‘일’을 벗어나서 혼자
반 작업도, 진행도, 사진이나 글 쓰는 것에서
집에 있을 때는 다시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가
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톤’이다. 결
게 된다. 원래 지닌 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과적으로는 내가 하려는 어떤 색을 얘기하고
항상 생각했다. 유명해지고 바빠지고 사람들
자 하지만, 그 작업의 전체적인 톤에 대해 계
이 손뼉 쳐줄 때, 나도 모르게 휩쓸릴 수 있겠
속 생각하고 있다.
다고 생각했다. 쉽게 얘기하면 그 안에 안주
맡고 <무한도전>이라는 정말 큰 매체도 만났
어지는 면 또한 큰,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일
해버리는 거다. ‘어? 나의 이런 모습을 사람 이번 스펙트럼 주제는 ‘유스YOUTH ’이다. 청년
들이 좋아해 주네. 그럼 이렇게 가면 되겠구
문화 youth culture 라는 단어처럼 ‘유스’는 모든
나!’하고 생각하곤 그대로 쭉 가는 사람들도
불완전한 것들을 내포한다. 1집 <드림Dream,
있다. 그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
2008>을
고 싶진 않았다.
냈을 때보다 4년이 지났고, 대중적
으로는 이전보다도 더 유명해졌다. 그리고 이
32
제 삼십 대 중반을 바라본다. ‘개인 장윤주’에
그렇다면 여전히 장윤주를 장윤주답게 하
게 그간 어떤 것들이 달라지고, 또 바뀌었나.
는, 바뀌지 않고 온전히 유지되는 것들은 무
YJ: 4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바빴다. 2009
엇인가?
년에는 음반 활동만 하다가, 2010년부터는
YJ: 나다울 수 있는 것, 내가 가진 앞으로의
SPECTRUM
목적이나 비전을 헷갈리지 않는 것. 그것을
생기는 재미가 있다. 혼자 있을 때에도 밥을
‘중심’이라고 한다면, 그 중심을 잡아주는 것
잘 지어 먹는다. 쌀 씻고 반찬 만들고, 이런저
은 무엇일까. 사실 일로 만난 사람들을 사적
런 거 해먹어야지 하면서 말이다. 작년에 웬만
으로 잘 만나지 않는다. 일단 공과 사가 어우
한 요리를 다 해봤다. 엔초비 파스타를 자주
러졌을 때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았다. 정말
해 먹었고, 국물 내기 어려운 잔치국수는 좀
필요할 때에는 사적인 만남도 갖지만, 사적인
까다로웠다. (웃음) 요즘은 된장찌개를 자주
것이 연결돼서 공적인 것을 이뤄가야 한다고
끓인다. 된장만 맛있으면 재료가 뭐든지 상관
생각하진 않는다. 확실히 선 긋고 싶다. 그래
없는 요리다. 된장 풀고 미역 조금에 모시조
서 혼자 있는 시간에 내 중심에 대해 많이 생
개만 넣기도 하고, 감자부터 갖은 채소를 다
각한다. 나에겐 ‘신앙’이 무척 큰 존재다. 그
썰어 넣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다.
신앙을 둘러싼 아주 평범한 친구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하는 일과는 정말 거리가 먼, 마
당신의 이십 대를 돌이키면 이미 스무 살 무렵
치 학창시절 만난 것 같은 교회의 또래 친구들
부터 탑 모델이 됐다. 그 후 모델과 패션계를
이다. 그런 평범한 친구들과의 만남이 중심을
넘어서 방송 진행자, 라디오 디제이, 베스트
잃지 않고 갈 수 있게 한다. 여러 사회 공동체
셀러 저자 그리고 뮤지션으로 살고 있다. 하
나 가족 공동체와는 또 다르다. 교회 공동체
나만 해내기도 어려운 세상인데 이 많은 것들
안에서도 어떻게 보면 나는 그들에게 특별한
을 어찌 다 하며 살고 있나?
연예인으로밖에 치부될 수 없을 거다. 가끔은
YJ: 뭐든지 자연스러운 게 좋다. 스타일도,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연예인 산악회나 조
일도, 거기 참여하는 스태프들도 그렇다. 부
기 축구회라도 들어야 할까?’ 싶기도 하다. 외
자연스럽게 억지로 하려던 것들은 다 잘 안 됐
톨이가 되는 것 같은 순간도 있다. 그런 순간
다. 자연스럽게 주어진 일에 온 힘을 다할 때
에도 평범한 친구들과의 시간이 소중했고 잘
나도 모르게 다음 계단을 밟게 됐다. 모델 일
할 수 있도록 잡아줬다. 자칫 잘못해서 인기
을 시작하고, 책(스타일리스트 서은영과 함
얻게 되고 더 유명해지면서 ‘이쪽’ 사람들과 크
께 낸 <스타일 북Style Book>을 지칭. - 편집
루crew가 되고, 평범한 친구들과의 교제를 져
자 주) 내고, 음반 낸 것은 사실 자연스럽게 연
버렸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다. 하
결된 것이었다. 2집도 비슷하다. 대중적인 인
지만 내가 믿는 중심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
기가 올랐을 때 싱글 앨범을 내야 한다는 사
었다. 반대로 바쁜 만큼 혼자 있는 시간도 많
람들도 있었지만, 그게 중요하진 않았다. 정
았다. 특히 작년에 독립하고서 달라진 것들이
말로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내고 싶었다.
많다. ‘공간’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여기 이
지금까지의 작업은 모두 한울타리 안에서 이
꽃을 꽂으면 예쁘겠다, 저기엔 이런 색이 들어
루어진 일이다. <스타일 북>도 전혀 경험하지
가면 좋겠다’ 하면서 공간에 대한 감각을 풀어
않은 일이 아니라 해온 분야에 관해 이야기하
낸 시간이었다. 그리고 요리에 눈을 떴다. (웃
는 책이었다. 앨범은 더 오랜 시간 준비했다.
음) 그 매력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젠 맛에 대
진행자 일도 패션에 관련한 프로그램이었다.
해서 나름대로 좋고 싫음과 스타일이 조금씩
지금 시대에 맞게 일이 확정된 것뿐이란 생각 WINTER . 2012
33
PEOPLE
도 든다. 만일 한 20년 전에 패션모델로 활동
따라다녔는데, 음악 하는 사람들이랑 함께 할
했다면, 계속 런웨이와 잡지 화보 속에서 여
때 가장 행복하고 편해 보여요.” 정말 일이란
행자처럼 사는 게 다였을 수 있다. 나뿐만 아
생각이 안 들었다. 사실 패션잡지 촬영 때도
니라 시대가 변해가면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
좋은 사람들과 재밌게 놀다 와야지, 생각한
는 부분들을 하게 됐다. 하다 보니 그 일에 대
다. 그와 비슷한 셈이다. 이전부터 계속 곡 작
해 욕심이 생기면서 매력을 알게 된 것도 있
업은 해 왔고, 작년 겨울부터 모아둔 곡을 추
다. 그래서 크게 생각할 때에는, 나의 확실한
리기 시작했다. 이 곡은 넣고 저 곡은 빼는 작
정체성, 중심, 본질을 잃지 않고 가져가고 싶
업을 하면서 든 생각이 있다. 이십 대 때에는
다. 그래야만 멋있고, 속된 말로 ‘후지지 않는’
항상 여자의 외면적인 아름다움을 동경했다.
것 같다. 그게 초심일 수도 있다. 그 부분에 대
‘저 언니는 어떻게 저렇게 섹시할까, 몸매는 어
해서만 잘 지켜 가면, 자칫 조금이라도 벗어날
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하는 것들. 어릴 땐 내가
때 다시 돌아보게 된다. 여러 작업이 한꺼번에
여자라는 생각을 잘 안 했다. 가끔 ‘관상에 남
이뤄져도 나는 나인 거고, 그걸 보는 사람들
자가 보이는데?’ 할 정도였으니까. 여자와 남
에게도 자연스러웠으면 좋겠고, 자연스럽지
자가 공존하는 모델 이미지가 필요하기도 했
않을까 생각한다.
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를 지나친 나무도 하 늘도 아니면 스쳐 간 어떤 남자도 내가 여자인
새로 나온 2집 음반 얘기를 해보자. 1집 제목
걸 아는구나 생각하게 됐다. 예전엔 그런 생
은 ‘꿈DREAM ’이었고, 2집 제목은 ‘나는 괜찮
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해도 ‘여자이
아요I’M FINE ’다. 작곡과 작사 그리고 피아노
구나’ 생각하게 된 거다. 그 생각이 내면에서
연주를 했다. 1집의 장윤주는 이제 막 음악가
막 올라오면서 앨범 작업의 흐름이 잡혔다. 1
라는 - 대중에게는 모델 장윤주의 반전反轉일
집을 만든 이십 대 때에는 꿈, 저 멀리 나를 데
수도 있는 - 모습을 내디뎠고, 이제는 무언가
려다 줄 어떤 비상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괴롭
괜찮다고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2집 음반으
고 만족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
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나?
도 많았다. 2집 작업은 ‘오늘 그리고 여기, 나
YJ: 꼭 무언가 전하려던 건 아니었다. 1집 활
는 여자’라는 것 -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것들
동하면서 ‘과연 2집을 낼 수 있을까, 언제가
- 에서 출발했다. 누구나 가진 사소한 것들에
될까’ 정말 많이 생각했다. 모든 게 처음 부딪
감사했다. 내가 여자인 것, 지금 여기 있는 것,
히는 부분이어서 낯설고 어려운 것들이 많았
오늘을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사실 처
다. 작년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rand Mint
음 지은 앨범 제목은 ‘여자’였다. 오늘, 지금을
Festival, GMF ’
사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자는 마음이었다.
레이디로 선정되고 오랜만에 공
연했는데, 그때 ‘이제 슬슬 다음 앨범을 준비
굳이 메시지라고 하면, 그냥 여자였다.
할까?’ 생각하게 됐다. 좀 지쳐 있을 때에도
34
합주하는 게 가장 신 났다. 당시 다큐멘터리
앨범 제목과 동명인 첫 곡 ‘I’m Fine’을 들으
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내내 함께 한 피디PD
면 마치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편하게 이야기
님이 그러시는 거다. “윤주 씨를 일주일 동안
하는 느낌이다. ‘평범한 여자’라고 이야기하는
SPECTRUM
장윤주 1집 <드림Dream>, 2008 Photographed by Cider WINTER . 2012
35
PEOPLE
당신이지만, 사람들은 여러모로 혜택받거나
는 이성을 정직하게 볼 수 없겠구나 싶었다. 이
선택받은 여자라고 느낄 수도 있다. 당신이 라
후에 만난 다른 이성도, 둘이 있을 때에는 인
디오에 처음 출근(?)할 때에도, 그 일거수일
간적인 모습을 좋아했는데 사람들과 있을 땐
투족까지 ‘장윤주의 일상 패션’이라는 기사가
쌀쌀맞고 낯설게 대했다. ‘넌 모델이고 누구에
떴다. 그런 당신에게 ‘평범함’이란 무엇인가?
게나 눈길 받는 사람이니까, 사람들과 있을 때
YJ: ‘I’m Fine’이란 곡은 작년에 독립한 집에
나까지 그럴 필요는 못 느꼈다’고 하는데, 엄
서 만들었다. 오후 4시 정도였고, 우울melan-
청나게 섭섭했다. ‘아…. 그러면 어느 한 사람
choly 한 상태였고, 피아노 치면서 한 번에 뚝딱
에게 한 여자일 수 없는 걸까? 패션이라는 환
만들어버렸다. 가사는 아직 붙이지 않은 상태
상fantasy 에서 16년 동안 일하다 보니 어떤 이
였지만 뭔가 여자에 대해 쓰고 싶었다. 지난 4
미지가 너무 강하게 틀에 박힌 건 아닐까?’와
년 동안 내가 다시 여자란 것을 분명히 받아들
같은 생각을 오랫동안 하면서, 막막하고 어떻
이면서, 앞서 말한 오늘과 지금에 관한 얘기가
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감정에서부터 (앨범 작
긍정적인 메시지라면 아픈 상처처럼 부정적
업을) 시작했다. 무척 많이 상처받고, 어떤 한
인 메시지도 있었다. 그걸 들춰보면, 나는 그
사람, 한 여자의 시각으로 쓴 가사였다. 개인
냥 여자인데 계속 특별한 여자로 바라보는 시
적으로 멜로디보다 가사가 더 중요하다. 1집
선이었다. 아까 얘기한 ‘광고’도 내가 ‘모델’이
땐 가사를 잘 쓰려고 노력했다. 2집은 반대로
라는 어떤 ‘코스프레’하는 것일 수 있다. 일로
간결하게 썼다. 음악적으로는 1집보다 더 세
그렇게 보이는 것은 좋지만, 사랑이란 감정 앞
련되고, 더 클래식하고, 더 현대적으로 변한
에선 사람들이 모델로서 바라볼 때와 달리 ‘깬
건 있지만 가사만큼은 더 편하고 솔직하게 썼
다’고 느낄 만큼 뻔한 보통 사람이다. 어쩔 수
다. ‘I’m Fine’ 가사도 그냥 카페에 앉아서 썼
없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어떤 한 사람 앞에
다. 눈물도 많고 밥도 잘 먹고, 화장도 잘 안 하
서만이라도 나를 평범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고, 당신 어깨에 기대서 온종일 있어도 행복한
는 거였다. 내가 한 남자를 보듯이 한 여자로
그런 여자라고 썼다. 맨 마지막 가사가 ‘이대
봐주면 좋겠는데, 연인 관계에서조차, 그 한
로 나는 좋아요’인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
사람마저도 나를 모델로서 좋아했다. ‘저 사
여자가 지닌, 한 여자가 품은 사랑에 대한 관
람이 나를 왜 만나고 있지? 나를 인간으로서
점이지 싶다. 그래서 <I’M FINE>의 메시지는
아니면 모델로서 좋아하나?’ 하는 생각을 오
사실은 ‘한 여자로 봐주세요’라는 비명일 수도
랫동안 한 적이 있다. 결국, 그의 입술을 통해
있다. 눈물일 수도 있고.
인간 장윤주보다 모델 장윤주를 더 사랑한 것
36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항상 의심하고 불안했
이번 앨범의 음악적인 부분을 더 물어보려고
던 부분을 직접 들으니 큰 충격이고 상처였다.
했는데, 지금은 이게 묻고 싶어졌다. 장윤주
그날 밤 집에서 어린애처럼 팔짝 뛰면서 엉엉
에게 음악의 힘은 뭔가.
울었다. 그 사람은 내 평소 모습보다 스키니 진
YJ: 1집이 말 그대로 꿈이었다면, 2집 앨범
에 킬힐의 모습을 더 좋아했구나, 하는 생각이
은 쉼이고 위로였다. 그리고 일상이 되었으
들면서 무척 막막해졌다. 앞으로 내게 접근하
면 좋겠다.
SPECTRUM
나는 글 쓰는 사람이지만, 시를 쓰거나 소설
몇 번이나 고쳤는데, 결국 처음 마음먹은 대로
을 쓰거나 당신처럼 작곡하고 가사 쓰는 사람
갔다. 그 가사도 오랫동안 기록한 것을 조금씩
을 보면 여전히 신기하다. 어릴 적 당신도 음
수집한 거였다. 예전에는 헤어지면 추억들을
악을 ‘듣는’ 사람이었을 텐데, 음악을 처음 ‘만
간직하고 가끔 꺼내 보곤 했다. 이제는 그 짓
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
을 하고 싶지 않다. 더 아파지고 싶지 않은 거
YJ: 곡, 작사, 멜로디마다 모두 조금씩 다 달
다. 가사에 쓴 것처럼 ‘아, 여기까지구나’ 하곤
랐다. ‘플라이 어웨이Fly Away’가 처음 대중 앞
문득 떠오르면 ‘아, 그랬었지’ 해도 감정을 질
에 선보인 곡인데, 그 곡을 만들 때는 여행 중
퍽하게 주무르진 않게 됐다.
이었고 그때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계기라기보다는 안에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한 곡씩 음악 만드는 것과 그걸 모아 앨범으로
수단이자 통로였다. 어떤 큰 계기가 휘몰아쳐
내는 것은 아주 다른 작업일 듯하다. 곡 작업
서 감정의 끝까지 갔을 땐 사실 오히려 더 작
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
업하지 않았다. 그때 상태를 기록하는 정도였
YJ: 사실 무척 어려운 선택이다. 가사 쓰는 것
다. 나중에 보면 ‘이랬구나’ 혹은 ‘이걸로 뭘 써
보다 제목 짓는 게 더 어려운 것처럼. 제목도
야겠다’고 싶지만 사실 일기 정도였다. 예전
많이 고쳤다. 수정한 것 중에 후회되는 게 ‘힐
에는 싸이월드 일기장에 쓰곤 했지만, 지금
링’이었다. 원래는 ‘너와 내가 함께’라는 제목
은 사실 특별히 (공적으로 드러나게) 쓰는 곳
이었는데, 회사(소속사 에스팀Esteem Models)
은 없다. 어떤 면에선 좀 귀찮기도 하고, 두렵
에서 ‘무슨 복음 전도하러 가? 아예 에마누엘
기도 하고, 괜한 글을 쓸까 봐 하는 마음도 있
이라고 하지?’라고 해서 바꾼 거다. 그런데 윤
다. 대신 여러 공책에 글을 쓴다. 그냥 깨작깨
건 씨의 ‘힐링이 필요해’가 나와서…. (웃음)
작 쓰는 공책도 있고, 묵상과 기도 노트도 있
‘더 필드The Field ’도 사실 ‘광야’였다. ‘오래된
고, 가사만 쓰는 노트도 있다.
노래’도 ‘지나가는’이었다. 이번 앨범 프로듀 서 김정범 씨에게 ‘지나가는’의 데모를 ‘오래된
다 손으로 쓰는 건가?
노래’라는 제목으로 줬다. 그랬더니 원래 제
YJ: 워낙 뭔가 쓰는 걸 좋아한다. 요즘은 아
목대로 가자는 거다. 이 멜로디는 ‘플라이 어
이패드iPad 로 쓰기 시작했다. 글 쓰는 것도 중
웨이’를 쓸 때 만들었다. 한창 보사노바에 꽂
독이지 않나. 아주 시시콜콜한 것까지 미친
힌 스물네 살 때였는데, 어떻게 편곡해야 하
사람처럼 다 기록해두기도 하고, 감정의 끝이
는지 대책이 없었다. 앨범 작업하며 하나씩
나 평범한 일상을 기록했다가 나중에 작사할
곡을 수집할 때, 혼자는 힘들 수도 있다. 객
때 들춰보기도 한다. 사실 2집 수록곡 중 ‘오
관적이지 못하니까. 프로듀서에게 “이건 너
래된 노래’ 가사 쓸 때는 좀 슬펐다. 사랑에 대
무 가스펠인데요?”라는 말을 듣고 뺀 곡도 꽤
해 지겨워하고, 순간의 말장난이고, 어제는
된다. ‘힐링’도 어떻게 보면 가스펠이다. 개인
사랑하고 오늘은 이별하는 뻔한 노래가 지겹
적으로는 좋지만, 너무 그쪽으로 빠지지 않도
다가도 다시 영원한 사랑을 꿈꾸고…. 사랑에
록 배제한 곡이 꽤 된다. 프로듀서 의견을 듣
관한 감정을 바라보면서 ‘다른’ 가사를 쓰려고
고 많이 상의했다. WINTER . 2012
37
장윤주 2집 <아임파인 I’M FINE>, 2012 Photographed by Cider 38
SPECTRUM
당신은 ‘현실적인’ 사람인가? 아니면 ‘피터팬
말 모르겠다. 나도 내일 어떻게 될 수 있다. 오
콤플렉스’처럼 마냥 아이로 남고 싶은 마음을
늘이 오늘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으로 즐기며
간직한 사람인가?
살자는 마음이 삼십 대를 지내면서 딱 들어왔
YJ: 음…. 그리 현실적인 사람은 아니다. 이
다. 그러고서 (삶이) 좀 더 편해졌다.
성적인 사람도 아니고. ‘감성이냐, 이성이냐’ 라고 물으면 감성에 가깝다. 지금 현실을 감사
당신이 ‘동료’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누구인
하며 살지만, 뻔한 세상이 주는 편견을 무시하
가? 삶에 있어서, 혹은 음악 아니면 다른 분
고 등지는 면도 있다. 그렇다고 별나라에서 상
야더라도 말이다.
상하며 살진 않지만, 어찌 보면 내 세계에 갇
YJ: 모델 송경아 씨. 같은 해에 데뷔했고 나이
혀서 그 안에서 꿈꾸고 사는 쪽이 더 맞겠다.
도 한 살 차이다. 항상 앨범 사진을 함께 작업 한 사이이다Cider, http://cider.1px.kr씨, 정신정경아
누군가는 당신을 동경할 것이다. 여기선 대중
씨…. 사적으로도 친하지만 공적인 것까지 할
에게 공개된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종종 그
수 있는 동료이다. 사실 이번 앨범은 여자에
러한 사람을 직접 만나게 되면, 어떤 이야기
관한 이야기라서 남자가 찍어야 하지 않을까
를 해주는가?
생각도 했다. 조금 끈적하게 찍고 싶은 마음도
YJ: 이십 대 청춘을 사는 친구들에게 어떤 얘
있었다. 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둘 다 성
기를 하면 좋을까, 항상 생각한다. 나는 저 멀
숙했으니까 또 다른 우리가 나올 거로 생각했
리 있는 것을 선호하고 위를 올려다보며 살았
다. 사이이다의 사진을 보면, 그것만 해온 사
다. 대부분 이십 대는 그런 시간이지 않나. 어
람이라 다른 작가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부분이
떻게 그때부터 모든 것을 단념하고 현실을 받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콘셉트와 사진 얘길 많
아들이겠나. 그때 나도 계속 위를 바라보다
이 나눴다. 결국, 생각한 대로 사진이 나와서
넘어지곤 했다. 요즘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언니, 사진이 성숙해지고 많이 늘었어!”라고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은 것 같
했더니, “윤주야,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네가
다. 그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
그렇게 변하고 그런 사람이 된 것 아닐까?”라
들을 생각해보길 권한다. 방 청소일 수도 있
고 하더라. 한 명 더 얘기하면 에스팀 김소연
고 운동이나 영어 공부일 수도 있다. 내가 할
대표다. 함께 일한 지 13년째다. 사장과 소속
수 있는 것을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 안 그러
모델이 아니라 정말 동료다. 앨범 작업하면서
면 정말 우울증에 걸릴 수 있는 청춘이다. 일
도 많은 부분을 공유했다. 음악적으로는, 이
단 ‘여기, 지금here and now’이 중요하다. 미래
번 앨범이 나오고서 직접 사인 시디CD 를 전해
에 대해 마냥 생각하기보단, 지금과 여기에 대
주고 싶은 뮤지션들이 있었다. 먼저 정원영한국
해 바라보고 살 수 있다면, 어느 때보다 오늘
퓨전재즈 분야의 선구자격인 존재로, 자신의 이름을 딴 ‘정원영 밴드’를
을 즐겁게 살 수 있다면, 그게 좋은 것 아닐까.
이끌며 현재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이다. - 편집자 주
내일 당장 죽는 사람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교수님도 이번에 앨범이 나왔는데, 공연장 가
있다. 어제 사랑했는데 오늘 헤어질 수도 있
서 직접 드렸다. 정재형 씨도 음악적으로 항
다. 나이 들수록, 시간 지날수록 내일 일은 정
상 진지하게 바라봐주고, 충고해주고, 좋아
교수님.
WINTER . 2012
39
PEOPLE
해 주신다. 이적 씨는 이번 앨범의 많은 과정
른셋과 마흔셋이 무척 다를 수도 있지만, 크
을 함께 해 준 사람이다. 따끔하게 충고해 줄
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계속 일하고 있을 거
부분은 해주고. 사실 이분들은 동료라기보단
고, 전문가로서 뭔가 더 할 수도 있고, 작업
선배의 개념이다.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봐 주
도 계속할 것이다. 내가 선택하고 함께 가는
는, 그래서 고마운 음악 선배들이다.
누군가 옆에 있을 테고,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가정’이라면 가정인데, 계속 내가 바
당신에게도 아직 해보지 못한 ‘꿈’이 있나? 있
로 서 있고 싶은 욕심은 있다. 여성으로서,
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떤 선도자leader로서 계속 있고 싶다. 늘 하
YJ: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지만…. ‘잡
는 얘기가 하나 있다. 누군가 ‘당신의 비전이
지’를 만들고 싶다. 어떤 콘셉트가 될지는 모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위로자慰勞子’가 되
르지만, 모델 활동하면서 시각visual 적인 작
고 싶다. 패션 비즈니스로, 노래로, 어떤 메
업에 대한 아쉬움이 좀 컸다. 포트폴리오에
시지를 전하는 사람으로 될 수도 있다. 궁극
는 수많은 사진이 있지만, 마음에 쏙 드는 사
적인 비전이다.
진은 열 장도 안 된다. 아쉬웠던 작업을 직접 포트폴리오처럼 만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출
그때 나는 마흔이겠다.
발이었다. 어찌 보면 강할 수도 있고, 밋밋할
YJ: 그때 우리가 달라진 게 있을까?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너무 나가지 말고 마
_
치 내 음반 같은 잡지라면 어떨까 싶다. 두 가 지 콘셉트가 계속 왔다 갔다 하는데, 스태프
한 시간 반 정도 대화를 마치고 그녀는 곧장
를 꾸리고, 콘셉트를 잡고, 글보다 사진과 이
라디오를 진행하러 여의로도 떠났다. 장윤주
미지가 중심이 되는…. 사이이다라는 동료가
는 일종의 ‘만능 엔터테이너’로 보이기도 하지
있어서 우리끼리 만들어볼까도 한다. 더 늙기
만, 이야기할수록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
전에 한 번 확 벗어젖힐까 하는 생각도 있고.
고, 그 안의 무언가를 지켜가고 유지하려는
(웃음) 쉽진 않을 거다. 반대로 쉬울 수도 있
‘작업가’로 보였다. 사실 패션 질문도 여럿 준
겠지만.
비했었다. 하지만 굳이 물어볼 이유가 떠오 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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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후 장윤주는 무얼 하고 있을까? 반대로
지금껏 스펙트럼 인터뷰에서 이처럼 한 사람
지난 십 년은 어땠나?
의 ‘생각’과 ‘마음’을 끄집어낸 적도 드물다. 이
YJ: 십 년 전이면 스물셋이었다. 그때는 현실
번 주제인 ‘유스YOUTH’를 준비하면서, 되려 어
에 만족 못했고, 우울했고, 열등감에 사로잡
떤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사람의 ‘마음’은
혔고, 계속 끝없이 방황하고 싶었고, 살짝 미
어떻게 움직이고 또 돌아가고 있을까 하는 궁
치고도 싶었다. 그렇지만 ‘젊음’이라는 가장
금함이 컸다. ‘패션모델 장윤주’가 아니라 온
큰 무기가 있었다. 젊음이라는 희망을 뺀 나머
전히 그녀 자신과 음악 이야기를 나눴다. 그
지는 다 어두웠던 것 같다. 앞으로 십 년 뒤며
래서일까. ‘우리가 달라진 게 있을까?’ 되묻
마흔셋이다. 그리 멀리 느껴지진 않는다. 서
는 그녀의 마지막 말이, 꽤 긴 여운이 됐다.
SPECTRUM
장윤주 2집 <아임파인 I’M FINE>, 2012 Photographed by Cider
www.jangyoonju.com www.facebook.com/JANGYOONJU www.esteemmodels.co.kr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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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NaS - Nas said “I’m like being locked down around new faces, and none of em fam”, Spray on Canvas, 90.9 x 72.760cm, 2012 by 매드빅터, 세바(XEVA of MAD VICTOR) www.madvictor.com 42
SPECTRUM
WINTER . 2012
43
pr1zmstore.com
ARTICLES
Fashion 김보영 Design 김세일 Art 박기현 Book 이로 Street Think, Talk, Write. Music 성창원 Tech 이원택 Travel
홍석우
‘아티클’은 매 호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인물들이 얘기합니다. 때로는 잡지 기사처럼, 일기처럼, 혹은 보고서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경계는 없고 주관은 있는 글의 집합이 이 챕터의 정체성이 되길 바랍니다. 여덟 번째 호의 주제는 ‘유스YOUTH ’입니다. 지금도 현대 문화의 다양한 장르 안에서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것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것들에 치인 이들은 종종 젊음 그 자체와 젊은이들이 만들었던 문화의 재래再來를 꿈꿉니다. 올가을을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처럼 향수鄕愁 로 나타날 수도 있고, 기억과 그 파편들이 모여 알게 모르게 지금의 작업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여덟 명의 필자에게 당신의 ‘유스에 대한 생각ABOUT YOUR YOUTH ’을 물었습니다. ‘유스’라는 주제에 따라 무척 사적인 회상일 수도 있고, 이미 드러난 현상에 대한 담담한 관찰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 또한 ‘아티클’의 주제와 상통할 것입니다.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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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FASHION
BLAME IT ON MY YOUTH
얼마 전 지하철 플랫폼에 서 있다 안전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겨 울이 오기 직전, 그날의 패션은 레깅스에 맨투 맨 티셔츠, 스타디움 점퍼, 그리고 하이탑 스 니커즈였다. 이건 딱 20년 전, 그러니까 열두 살에서 열다섯 살 사이 사춘기를 온몸으로 겪 던 시절 유니폼처럼 즐겨 입고 다니던 가을 패 션이다. 머리에 왕방울만 안 달았을 뿐 고리 달 린 ‘유발 레깅스’까지 20년 전과 한치도 달라지 지 않은 패션에 나도 모르게 ‘씩’ 웃음이 나면서 가족들이 가끔 나에게 하는 말인 “나이에 맞지 않게 ‘거지같이’ 하고 다닌다”는 말이 조금은
이든 학교에서 처음 시도한 게 나였다. 목이 늘
이해가 갔다(이 말을 처음 들은 건, 서른이 넘
어지는 풀오버도, 비비화도, 고리바지도, 거
은 나이에 유니클로UNIQLO 스키니진, 엠엘비
기에 어린이 샌들을 벗고 숙녀용 플랫슈즈를
스타디움 점퍼,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처음 신은 것도 나였다. 아동화가 아닌 숙녀용
저지, 나이키Nike 코르테즈를 신고 큰
플랫슈즈를 신고 학교에 갔을 땐 친구들이 시
MLB
Apparel
46
집에 세배하러 갔을 때인 듯하다).
기심으로 신발을 숨겨놓아 집에 가지 못하고
나의 꼬꼬마 시절 패션을 확인해 보고자 어릴
엉엉 운 적도 있다. 당시 최고의 유행이던 ‘마
적 사진을 뒤져보니 난 당시 꽤 앞서 가던 꼬마
리아 호아키나(어린이용 드라마 <천사들의 합
패셔니스타였다. 지금과 달리 어릴 땐 키가 큰
창> 등장인물. - 편집자 주)’ 머리를 해주지 않
편에 속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대장 역할
는 엄마를 원망하며 “이제 내 머리는 내가 묶겠
을 주로 했고, 엄마는 다른 엄마들에 비해 나
다”고 선언한 게 열 살 때였으니, (지금과 달리)
이도 어리고 사회생활을 했던지라 어떤 패션
패션에 꽤 관심이 많은 아이였나 보다.
SPECTRUM
김보영 패션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블링(Bling) 편집장 www.thebling.co.kr
그 시절에도 앞서 가는 패션은 ‘잘 나가는 초
장하지 않은 채 반복과 재생을 하는 셈이다.
딩(난 ‘국딩’ 세대지만)’의 필수 조건이었고, 걸
누구나 그렇듯 이십 대 초반엔 힙합, 에스닉,
스카우트에 육상부, 무용부까지 하며 나름 잘
아방가르드 등 유행에 휩쓸리며 패션의 질풍
나간다고 착각했던 나의 아침 시간은 머리를
노도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결국 나의 패션은
옆으로 묶을까, 리본을 달까, 스프레이를 뿌
열세 살 때와 다르지 않다. 그러니 내 패션을
려 앞머리를 세울까를 고민하는 데만 20분을
탓하려거든 어린 시절을 강타한 디스코와 힙
보내고 컬러 스키니진에 어울리는 ‘잠바’를 고
합을 탓하시라!
르느라 “밥 먹으라”는 엄마의 외침도 건성으
오늘 나는 스키니진에 피코트를 입고, 워커 부
로 듣던, 바쁜 시간이었으리라. 이미 아동복
츠를 신고 출근길에 나섰다. 그리고 빌라 앞에
에서 벗어나 주니어복의 세계에 입문해 ‘나인
서 나랑 똑같은 스타일로 차려입은 동네 초등
투나인’ ‘스테파넬’ 옷을 입기 시작한 5학년 시
학생과 마주쳤다. 나보다 키가 크고, 내 코트
절, 친척이 선물해준 ‘김민제 아동복’과 ‘오로
보다 그 아이 코트가 더 비싸 보인다는 게 반전
라 공주 부츠’에 망연자실하며 역시 어른들과
이었지만, 나는 왠지 그 아이가 20년 후 어떤
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통탄한 기억도 있
패션을 즐기게 될지 알 것 같았다. “잘하고 있
다. 그리고 내 패션은 거기에서 한 발짝도 성
어, 꼬마 패셔니스타!”
결국 나의 패션은 열세 살 때와 다르지 않다. 그러니 내 패션을 탓하려거든 어린 시절을 강타한 디스코와 힙합을 탓하시라!
© images courtesy of Kim Boyoung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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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WAYS ON MY MIND
02 DESIGN
중학교를 졸업하던 86년 겨울, 친한 친구의
속에 일렉트릭 뮤직을 찾아 듣던 기억이 난다.
선물로 받은 믹스테이프 - 80년대 레코드점
그 중 가장 좋아했고 많이 들었던 펫샵보이즈
에서 그 당시 유행하는 히트송을 녹음하여 판
는 음악뿐 아니라 앨범 표지cover 역시 당시 화
매한 카세트테이프 - 중 우연히 관심이 가던
려하거나 과격한 여타 앨범 표지 이미지와는
곡이 있었고 수소문 끝에 원본 LP를 알아내어
다르게 매우 군더더기 없는minimal 디자인이었
용돈을 모아 샀었다. 그 앨범은 당시 또래 친
다. 레코드숍 진열대에서 본 그들의 표지는 오
구들이 주로 듣던 헤비메탈heavy metal 과는 다
히려 도드라져 보였고, 새 앨범이 나올 때마
른 일렉트릭 기반의 신스팝synth pop 장르 밴드
다 일관된 콘셉트와 결과물에 감탄하곤 했다.
중 하나인 펫샵보이즈Pet Shop Boys 의 ‘<플리즈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
Please>’라는
앨범이었고, 그 후 펫숍보이즈의
하며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유독 관심이 많
음악에 매력을 느끼며 새로 발매되는 싱글과
았다. 당시 가장 최고로 쳤던 디자인은 데이
앨범을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다.
비드 칼슨David Carson 유의 파격적이고 진보적
당시 주위 친구들 대부분이 머틀리크루Mötley
인 디자인이었다. 유학 중 교수로 만난 그의 디
Crüe;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헤비 메탈 밴드. - 편집자 주나
건
자인 발상은 탁월했고, 발상을 결과물로 옮기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는 과정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독특
초에 크게 인기를 끈 미국의 하드 록 밴드. - 편집자 주
, 메탈리카
했다. 나름 적지 않은 경쟁을 뚫고 수업을 들은
Metallica; 1981년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성된 미국의 헤
선택 받은 학생 중 하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에 열광하는 것이 소위 ‘대세’
서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디자인 스타일은
스 앤 로지스Guns N’ Roses;
비 메탈 밴드.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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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던 탓에 내가 좋아했던 음악 장르의 이야기
찾을 수 없었고 고민은 다시 생겨났다.
를 공유하기란 쉽지 않았다. 다행히도 몇몇 마
그리고는 내 스타일을 찾기 위해 실험해 보기
음 맞는 친구들과 넘쳐나는 헤비메탈의 파도
를 반복했지만 이상하게도 일련의 모든 실험
SPECTRUM
그 스타일이 왜 좋고, 이 감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알아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해답은 뜻밖에도 허무하리만큼 가까이 있었다.
김세일 디자인하우스 본부장 miklies.com twitter@miklies
은 결과적으로 한가지 스타일로 결론지어져
하거나 본질과는 상관없이 장식decoration 에만
버렸다. 그 스타일이 왜 좋고, 도대체 이 감성
열중한 수많은 앨범 표지 디자인들 속에서 펫
은 어디에서 왔을까 알아내기 위해 많은 시간
샵보이즈의 본질은 그들이 만드는 ‘음악’이었
을 보냈지만, 해답은 뜻밖에도 허무하리만큼
다. 그들의 앨범 표지 디자인은 그 본질을 최
가까이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펫샵보이즈의
대한 표현해주는데 전력을 기울인 디자인이었
앨범 표지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다. 데뷔 이래 현재까지 펫숍보이즈의 모든 싱
펫샵보이즈의 앨범 디자인은 그들의 음악 색
글과 앨범들은 마크 패로우Mark Farrow 라는 디
과 흡사하다. 매 앨범 사용하는 디자인 재료들
자이너 한 사람이 디자인한다는 점 또한 그 어
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듯한 인물 사진과
떤 디자인 사례보다 위대하게 여겨지는 부분
그래픽, 서체의 조합이고
이다. 만약 그들이 현대
마치 디자인하지 않은 듯
사회의 단순한 클라이언
한 단순함 그 자체이지만,
트와 디자이너 관계였다
그들의 느낌을 전달하기
면 거의 불가능하리라 짐
에는 충분할뿐더러 자세
작되는 작업들이 20여
히 들여다볼수록 평범하
년 넘도록 이어질 수 있던
지 않은 배열구성layout 과
이유는 서로에 대한 완벽
정교함detail이 숨어있다.
한 존중과 이해가 바탕에
그 디자인들을 통해 나는 헬베티카Helvetica 서
깔렸기 때문이지 않을까.
체의 호흡법을 깨달았고, 포트레이트 사진의
몇 달 전 공식 웹사이트에서 펫샵보이즈의 신
어조tone 와 분위기mood 를 고민하기 시작했으
보 <엘리시움Elysium>을 사전예약구매pre-order
며, 적정한 색상 사용법을 배워나갔다. 반복
신청했다. 이전 앨범에 비해 다소 차분하고 어
되는 고민의 과정에서 하나씩 해답을 찾아냈
두운 음악일 것으로 예측 가능한 앨범 표지 디
던 짜릿함은 학교에서 얻을 수 없었던 값진 배
자인이 역시나 마음에 들었다. 조심스레 상자
움이었다. 그것들이 결국 내 디자인의 근간이
를 열어보는 순간, 유년 시절 용돈을 모아 버스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류장 앞 레코드숍에서 샀던 펫샵보이즈의
무엇보다 펫샵보이즈 앨범 디자인들이 내게
싱글앨범 <Always on My Mind>를 처음 개
준 결정적 메시지는 ‘대상의 본질을 왜곡 없
봉했을 때가 중첩되고 있었다.
이 시각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 좋은 디자인 이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시각적으로 화려
© images courtesy of Pet Shop Boys, EMI Records
WINTER . 2012
49
03
젊음
ART
50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래도 나는 그 길을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젊음은 내 안에서 다른 모습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햇살처럼 밝기만 했던 유년시절을 지나 도달
에서만 이뤄졌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를
한 청년기를 생각해보면 젊음은 보이지 않는
포함한 내 주위 사람들을 노르웨이 숲 어딘가
무거운 짐이었다. 이어폰 너머로 전해진 뉴
로 보내버렸던 하루키도 맥주와 한신 야구 경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 의 달콤함
기를 보며 소소한 일상을 즐겼듯이 나 역시 지
과 경쾌함을 지나서 도달한 커트 코베인Kurt
금은 사라진 버진 레코드Virgin Records 에서 작
Cobain 의
절망적인 읊조림이랄까. 무언가 항
은 위안거리를 찾아냈고, 영화에 대한 감상을
상 미숙했고, 불안했으며 또한 알 수 없는 상
나름의 스크랩 북에 끼적였다. 그 일기장은 ‘가
실감과 박탈감에 슬퍼했었다. 당시 발매되었
와이’한 일본 스티커와 영화 표, 잡지에서 오
던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베스트 앨범 카세
린 기사나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 오
트테이프 표지에서 그녀가 푸른 슬픔 속에 빠
려낸 기사와 사진들을 모아 콜라주 작품을 만
져 노래하고 있던 것처럼 그리고 짐 모리슨Jim
든다면, 아마도 20세기 말, 20대였던 나의 심
Morrison 이 달빛 드라이브Moonlight Drive 로 영혼
리적 지형도를 그려 낼 수 있을 것이다. ‘선망과
의 부엌Soul Kitchen 에 도달해서 울고 있던 것처
욕망 그리고 위안’이라는 부제가 붙은. 지금도
럼 말이다. 특별한 타이틀은 없지만, 나의 젊
간혹 좋아하는 이미지들과 글 들을 만나면 끊
음은 낮은 베이스 전주에서 사이키델릭한 건
임없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모아 놓기는 하지
반 음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던 시기였다. 그
만 이 물성 없는 존재들은 과거 오려낸 이미지
리고 그 질문들의 대부분은 ‘무언가’이어야만
들과 문구들로 ‘어떻게 스크랩 북을 꾸밀 것인
하는 명제주의적인 존재와 살아있다는 것 자
가’ 하는 편집을 즐거움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
체가 낯선 실존주의적인 존재에 관한 것들이
다. 외국에 나가게 되면, 팸플릿, 전단, 잡지,
었다. 왜냐하면, 대학 졸업을 앞둔 나는, 프로
기차표, 극장표 등등과 같은 것들을 여행 가방
스트Frost 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의
안쪽 주머니에 가득 넣어서 오지만 한 번 소유
결말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가고 싶은 길, 가
하면 그뿐이다. 20대 때와 같은 집중력을 발
도 되는 길, 가서는 안 되는 길, 가야만 하는 길
휘하지 못하는 나는 이 기념품들을 쇼핑백에
그리고 가게 되는 길. 그러므로 가고 싶은 길이
차곡차곡 넣어 책장에 꽂아 놓아두고 가끔 밥
바로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
벌이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꺼내 본
에게 축복을! 나는 그런 축복을 누리지 못했기
다. 하지만 나는 안다. 단지 ‘즐거움’만이 순수
에 원형 탈모증과 조울증에 가까운 자아 분열
한 목적이었던 젊은 날 나의 스크랩들이 진정
을 일으켜 주위 사람들을 혼돈에 빠지게 했다.
한 나의 절대 반지였다는 것을. 그러므로 나의
그렇다고 해서 나의 일상이 우울함과 사색 안
젊음의 나날들 속에서 내가 ‘왜 그래야만 했는
SPECTRUM
박기현 독립 큐레이터 vitrine by AAM
지’도 모른 채 선택했던 길과 그 길에서 만난 사
수Lac Leman 가 내려다보이는 로잔Lausanne 의
람들 그리고 얻은 사물과 기억들이 지금의 나
한 언덕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었다. 때마침 열
이다. 이것을 깨닫지 못한 채 안개처럼 우리를
린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전시를 보러
감싸고 있는 불안감 속을 가벼운 휘파람을 부
가는 나를 위해 언니네 집에서 2시간 거리인
르는 마음으로 걸을 수 있기를. 그리고 가능하
로잔까지 형부가 운전해 주었다. 미술관 근처
다면 치유할 수 없는 상처는 받지 않고 걸어갈
카페에서 우리를 따라온 막내 조카와 아이스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빛나면서도 무거운 젊
크림을 먹었는데, 그 카페에서 미술관까지 이
음을 버텨내는 최선의 방법이다. 나는 이 최선
어진 조그만 언덕길이 있어서 산책도 할 겸 걸
의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마음 한
어가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언덕길을 한참을
곳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을 별처럼 달고 있
걸었는데도, 형부의 설명대로라면 금방 도착
고 가끔 안개보다 어두운 폭풍이 인생에서 몰
해야 할 미술관은 보이지 않았다. 점점 더 나
아칠 때면 이 상처들마저 덩달아 빛나 어디론
무들이 우거지기 시작했고, 나는 불안해졌다.
가 숨어 버리고 싶어진다. 이상한 것은 이러한
그러나 곧 나무들 사이로 건물들이 보이기 시
상황이 닥치면, 예전보다 더욱 능숙하게 대처
작했다. 안도감에 잠시 쉬기로 한 나는 언덕 아
해낼 수 있는 지금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론
래에서 빛나고 있는 레망 호수를 보면서 갑자
낯섦과 당혹스러운 가운데 나를 추스르게 했
기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는 것을 느꼈다.
던, 그리고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했던 젊음이
인생의 중간 정도에 이른 나는 장거리 달리기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를 방금 마친 사람처럼 많이 지쳐있었으면서
이제는 젊지 않다는, 무언가로 규정되지 않기
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심장에 또다시 무언가
에 더 많은 가능성을 가졌던 그 빛나는 힘을 잃
를 향해서 달리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도달하
었다는 생각에 힘들었던 어느 날, 나는 레망 호
고 싶은 곳은 잘 보이지도 않았고, 그곳으로 가는 길은 다시 알 수 없는 길이며, 나는 혼자 일 거라는 - 어쨌거나 사람은 모두 고독하다 는 걸 알았기 때문에 무서워서 눈물이 났던 것 이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래도 나는 그 길을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젊음은 내 안에 서 다른 모습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 image courtesy of Camille Kihy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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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BOOK
그럴 수도 있지만 같은 확률로 아닐 수도 있다고 교란하기
관용어란 습관적으로 쓰는 말을 뜻한다. 뜻을
저 관용구들은 책임지지 않는다. 훌륭한 인생
두 번 반복해 읽는다. 습관적으로 쓰는 말. 습
의 가치를 북돋아 주는 말임은 분명하지만, 그
관적으로 쓰는 말. 그리고 바로 기억나는 관용
말들이 한 줄의 문장만 남아 ‘쌓여온, 깎여온,
어, 속담, 격언을 떠올린다. “될성부른 나무
오해받아온’ 평균의 값은 놀랍도록 요동치는
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든지, “인생은 겸손에
개인의 뾰족한 사건들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대한 오랜 수업이다”든지, “가는 말이 고와야
한 권 그 자체로 “관용서”가 되려는 책을 본다.
오는 말이 곱다”든지. 이들 관용어가 뜻 그대
그리고 책의 얼굴이 아니라 책의 요약이 되려
로 습관적으로 내 머릿속과 입에서 튀어나올
는 그들의 제목도 읽는다. 문장의 주소를 알려
때, 그러니까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우리가 그
주는 것이 아니라 혹여 오해할까 의미를 항변
렇지 않음을 옹호하거나 그러함을 확신하고자
하는 수사를 읽는다. 책을 천천히 읽지 않아도
이미 단단하게 검증됐던 문장들을 떠올릴 때,
이미 부제 하나만으로도 책에 대해 말할 수 있
우리의 언어는 점점 비슷해진다. 평준화된다.
게 하려는 시도를 본다. 이 책이 당신을 변화
정말 관용어가 만능의 열쇠처럼 수많은 각각
시키겠지만, 그 변화의 폭과 방향은 저자가 의
의 상황들을 뒷받침해주었을까. 알아볼 만한
도한 그대로일 것이라는 고약한 교육을 부추
떡잎/재능이 아니라는 생각에 좌절한 숱한 가
기는 띠지와 홍보 문구를 본다. 의심과 감정
능성과 강요된 겸손의 미덕에 모든 연예인과
의 큰 파동 없이 습관적으로 구매하고 습관적
예술가가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고왔던
으로 받아들여 끝내 습관적으로 살게 하는 책
말들의 답으로 돌아온 폭력적인 언행 앞에서
들. 너는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달콤한 말
그때 책 읽기는 독서가 아닌 점성술이 된다. 언어의 별자리여, 내가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줘, 내가 맞는다는 확신을 줘, 우리는 모두 괜찮을 것이라는 착시를 줘, 나의 궤도를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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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이로 무명의 쓰는 사람, 서점 유어마인드운영 twitter@whoisiro www.your-mind.com
는 독서가 아닌 점성술이 된다. 언어의 별자리 여, 내가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줘, 내가 맞 는다는 확신을 줘, 우리는 모두 괜찮을 것이라 는 착시를 줘, 나의 궤도를 지켜줘. 습관적으로 쓰는 말. 습관적으로 사는 삶. 반 복되는 생활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습관적 으로 즐기는 문화. 2013년에는 더 많은 책이 관용의 세계를 의심하기를, 배신하기를, 바꿔 치기를, 안심시키고 도망가기를, 그럴 수도 있 지만 같은 확률로 아닐 수도 있다고 교란하기 로 우리를 그저 그런 세계로 욱여넣는 표지들.
를, 간지럽히기를, 쓸데없는 세계와 맞바꾸기
태어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거의 서른 해 동
를, 포로로 잡았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놓
안, 나는 너무나 오래 습관적으로 살던 대로
아주기를, 분노하도록 유도하기를, 아프게
살았다. 관용이라는 궤도에서 벗어날 시도조
꼬집기를 간절히 바란다. 괴상한 젊음의 탄
차 하지 못했다. 보수적인 습관 속에서 그 우
생을 위해.
스운 성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줄 유명인들
추신. 첨부한 이미지는 <장 콕토: 데생 129 선
의 명언을 수집하듯 살아왔다. “맞아 맞아”와
집>, 열화당, 1982년. 관용의 궤도에서 벗어
“아, 그렇지 그렇지”에 마취된다. 그때 책 읽기
난 수많은 초상을 만날 수 있다.
© image courtesy of Jean Cocteau, Youlhwadang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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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STREET
YOUTH IN THE ALLEYS
얼마 전 이 원고 외에도 ‘유스YOUTH’라는 주제
닌 진짜 ‘유스’는 무엇일까?’ 그저 어린 시절을
로 작업한 적이 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한
되뇌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가 가진 청년
패션 디자이너의 새로운 레이블 캠페인 이미
문화란 무엇인가 말이다. 그것이 있기는 한 걸
지 작업이었는데, 주제가 ‘유스’였다. 젊음, 청
까. 어디선가 포장된 청년 문화만이 인터넷과
년 문화 youth culture 등 수많은 유스를 은연중에
사람들 사이를 떠돌다가 마치 우리 것인 양 착
접했고 여전히 접하고 있다. ‘청년 문화’ 하면
각하며 받아들인 것은 아닐까…?
떠오르는 것은 일련의 이미지들이 다. 헐벗고 눈 풀린 청년들이 어디 론가 떠나가고, 대체로 공허한 이 상을 좇고, 친구들끼리 시작한 동 네 밴드가 전설이 되거나 허무하 게 막을 내리곤 한다. 불안한 눈빛 과 정체 모를 알약과 주사기들은 덤 일 것이다. ‘미쳤거나 젊거나 혹은 둘 다’인 천 재와 그 무리가 아무렇지 않게 한 일 들에서 정제된 유스의 심상心象을 본다. 그게 유스가 맞는지는 모르 겠지만, 적어도 수십 년 정도 이어 져 온 반항과 저항이 담긴 모습임은 분명하다. 다시 작업 얘기로 돌아가면, 그렇 게 이미 고정된 모습들은 주로 외 국 청년문화에서 수없이 봐왔다. 몇 번인가 가진 미팅 때 던질 질문 은 하나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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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누구에게나 존재했던 것이고, 그 마음을 유지한 채 행하는 모든 것이었다.
Think, Talk, Write.
그래서 필자와 사진가 그리고 작업을 측면 지
결과물을 뽑아냈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사실
원했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는 머리를 맞댔
작업을 마무리하고 회상하며 이 글을 쓰는 지
다. 서양 문물 가득한 유스의 기운을 빼고,
금까지도 ‘거리에서 만난, 알게 된’ 유스는 여
정말 우리가 가졌던 유스는 무엇일까 생각해
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더 나이 들고서 언
봤다. 기억 속 유스는 항상 골목길 안에서 일
젠가 깨달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친구들과 작
어났다. 스무 살 이후 소위 ‘스트리트’라는 씬
당 모의해서는 무언가 만들고 실패하던 시절
에서 벌어진 모든 창작자와 디자이너와 그들
이 내 청년 문화의 한순간이었다고. 하지만 우
을 둘러싼 여러 어른의 공식 안에서 벌어진 생
리가 철이 들고 무언가 하고 있을 때에는 이미
존게임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이전에 정말
‘시장’이란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여전히 재
로 뛰어놀며 지내던 시간 안에도 골목이 있
미를 좇아 무언가 한다고 말하면서도, 오롯이
었다. 작업실 한쪽의 책을 꺼내봤다. 사진가
그것만을 좇기에는 이미 나이가 퍽 들었다는
고故 김기찬 선생의 사진집 <골목 안 풍경 전
생각이 앞서니까 말이다.
집The World of Alleys, 2011>이었다. 이제는 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무언가를 이야기한
울에서 찾기 드문 달동네 사람들이 그 안에 있
다. 글의 서두를 끊었던 작업도 그러한 시도
었다. 선생은 1968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
중 하나일 테다. 나이 든 사람이든 아니든, 아
중림동을 중심으로 골목과 그 안에서 만난 사
직 마음속에 무언가 꿈꾸는 것을 지닌 사람들
람들을 찍었다. 작업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십
과 하는 대화는 그것이 새벽녘 술자리이든, 한
수 년 전 찍은 이들을 수소문해 성장한 모습을
낮의 커피숍이든 유쾌하다. 마음을 치고 두근
사진집 안에 함께 배치하기도 했다. 처음 이
거리게 한다. 종종 지칠 때도 있다. ‘삶’을 책임
사진집을 봤을 때 느꼈던 감동은 세월이 지나
지며 나아가게 된 이 시대 사람들은 요절을 꿈
고 변한 골목 사람들의 모습에서 왔다. 맞다.
꾸지도 않는 것 같다. 맞춰가는 삶을 사는 사
‘유스’는 어떠한 이미지라든지 특정한 인물들
람들과 아직도 골목 어디선가 날릴 종이비행
이 행하는 문화만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존
기를 한 손에 품은 사람들이 있다. 내게 ‘유스’
재했던 것이고, 그 마음을 유지한 채 행하는
는 후자에 가깝다. 그런 사람들이 아직 주위
모든 것이었다.
에 있다면, 당신의 ‘유스’도 여전히 현재 진행
그 후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서 꿈 같은
중일 것이다.
Creative Agency Based in Seoul twitter@thinktalkwrite
© image courtesy of Kim Ki-chan, Choi Ji-in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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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MUSIC
봄의 재생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책을 읽으러 강원도에 며 칠 다녀왔다. 바닷가는 많이 다닌 터라 계곡 을 골랐는데, 계곡을 품은 산에 단풍이 가득 해서 좋았다. 책을 읽으러 갔다고는 했지만, 사실 줄곧 책만 읽은 것은 아니었다. 영화도 한 편 보고 지역 음식도 맛보고 계곡 산책도 하고 그릴에 고기와 해산물도 익혀먹었다. 그리고, 노래도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각자가 고른 노래들을 서로 에게 들려주며, 노래와 노래가 가진 기억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나는 주로 중고등 학교 시절에 들었던 노래를 들려주었다. 한창 테이프만 사들이다가 처음으로 CD를 구매했
지금은 컴퓨터를 하며 노래를 앨범째 돌려놓
던 기억, 앨범 표지만으로 음반을 골랐는데 너
으니 곡보다는 앨범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
무나도 유명했던 록 밴드였던 기억, 홍대 앞부
은데, 당시에는 음원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터 신촌까지 걸어서 온종일 음반점을 돌았던
유행가가 아니라면 구매해서 듣는 것이 거의
기억, 처음 듣고는 제목을 몰라 몇 년간 찾아
유일한 방법이었던 시기였다. 한 번 산 음반을
헤매다 다시 만나게 된 노래에 대한 기억 등….
닳도록 돌리다 보니 좋아했던 노래들에는 어
한 번 산 음반을 닳도록 돌리다 보니 좋아했던 노래들에는 어느새 기억도 끌려들어 가 있었다.
56
SPECTRUM
성창원 단편집 <1,095> 저자 www.oodllboo.com
느새 기억도 끌려들어 가 있었다.
가치는, 노래를 처음 듣는 아내에게는 해당하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시절에는 록보다 메
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는 나의 이야기를 즐
탈이라는 단어가 더 멋져 보였고, 일본 비주
겁게 들어주었다. 내 이야기, 그리고 가수에
얼록 등의 하위문화가 생각보다 크게 자리하
관한 이야기.
고 있었고, 마스터 플랜이 클럽에서 레코드 회
그들 중에는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가 되었고, 지금은 펜타포트로 자리 잡은 축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시점에서 작업이 끊
제가 트라이포트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지만
긴 예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열정과 그들의
홍수를 만나 그대로 쓸려갔었다.
열정이 교차한 순간을 기억한다. 그 순간의 그
예전의 것들에는 촌스러움이 있다. 당시의 문
들이 그 순간의 나에게는 최고였고, 노래는 내
화가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타임라인의 일부분을 장식하는 사운드트랙이
좋아했던, 그리고 여전히 좋아하는 노래들
되었다. 이런 감정들이 작용하는 이치는 잘 모
이 얼마나 촌스러운지 판단하는 일은 여간 힘
르겠지만, 노래를 듣고 나면 당시의 의욕과 열
든 것이 아니다. 감정과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정이 다소나마 재생되는 기분이 든다.
있어서,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시간으로 되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여운도 있었지만 기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물어봤
억에서 얻어낸 활력도 있었다. 그렇게 조그만
다. 좋은 노래인지. 역시나 모든 노래가 지금
새싹을 자양분 삼아 또 다른 작업을 해나간다.
시점에서, 그리고 아내의 취향에 좋은 노래는
단풍이 떨어지고 산속에 첫눈이 오는 지금, 내
아니었다. 시간과 기억이 담겨 내 안에서 커진
마음에는 봄이 온다. 볕이 든다.
© images courtesy of Sung Changwon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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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YOUTH, NEO-GEO CD
07 TECH
에스엔케이SNK, 이하 SNK 라는 게임 회사가 있었
는 아니었다. 이런 문제점을 SNK도 잘 이해
다. 게임에 지식이 없어도 이름만 들으면 웬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비책을 마련했는데, 바
한 남자들은 다 아는 게임 회사였는데 2001
로 ‘네오지오 시디NEO-GEO CD, 이하 네오지오 CD. - 필
년 파산했다. 이후 플레이모어PLAYMORE 에
자주
인수되어 현재는 ‘에스엔케이 플레이모어SNK
재의 네오지오를 시디CD, 이하 CD 로 읽을 수 있
PLAYMORE ’로 명맥을 이어가지만, 예전만큼 명
게 한 플랫폼으로서, 생산단가가 비싼 카트리
성을 누리진 못하고 있다. 지금 SNK가 어찌
지를 CD로 바꿔서 소프트웨어 가격을 낮추는
됐건 간에, 나의 어린 시절이자 SNK 최정점
방법을 꾀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CD를 기록
기의 이야기이다.
매체로 사용하는 게임기가 많지 않았다. CD King of Fighters
는 쌌지만, 시디롬CD-ROM 이 비쌌다. 게다가
용호의 권, 아랑전설, 메탈
시디롬 초창기 시대여서 로딩 속도가 엄청나
슬러그 등의 걸출한 게임을 제작한 회사로 주
게 느렸다. 어쨌든 네오지오 CD를 사면 비교
로 아케이드오락실판 게임 발매 후 자신들의 가
적 저렴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단, 1배
정용 콘솔인 ‘네오지오NEO-GEO’로 이식해 판
속 CD롬으로 2D 도트 그래픽 연산량이 엄
매했다. 당시에는 아케이드와 가정용 게임기
청난 SNK 게임을 읽어야 했기 때문에 매 스
의 사양spec 차이가 엄청나게 커서, 가정에서
테이지마다 1분에서 3분가량의 로딩 시간이
비슷한 수준의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거의 불
필요했다.
SNK는 킹오브파이터즈The Series, 통칭 ‘킹오파’와
가능에 가까웠다. 그것에 거의 근접하게 실현 한 꿈의 게임기가 네오지오였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네오지오의 콘솔 가격은 당시 경쟁 하던 닌텐도NINTENDO 의 슈퍼패미컴국내에는 현대 에서 ‘슈퍼컴보이’로 수입. 이하 SFC. - 필자 주
이나 세가SEGA
의 메가 드라이브국내에는 삼성에서 ‘슈퍼 알라딘보이’로 수입. 이하 MD. - 필자 주
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
았지만, 카트리지는 이야기가 달랐다. 카트리지 가격이 보통 1만 엔대 전후였던 SFC나 MD보다 네오지오는 보통 4만 엔 이 상의 가격으로 출시돼서 국내는 물론, 일본에 서도 아이들이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게임기 58
’의 출시였다. 간단히 말하면 카트리지 체
SPECTRUM
이원택 폴러 스터프 코리아
(Poler Stuff Korea) 브랜드매니저 www.facebook.com/ Polerstuffkorea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나서 PC로 당시의 게
이것들은 내게 있어 ‘유스Youth의 의상衣裳’과도 같다. 그때 마음에 들었던 옷을 찾고 있지만, 어차피 너무 커버린 내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임을 무료로(불법이지만!) 즐길 수 있다. 몇 분 씩 걸리던 로딩도 사라졌고, 눈에 거슬리던 도 트도 에뮬레이터와 그래픽카드 기능으로 미려 하게 연결된 선으로 감출 수도 있다. 하지만 왜 인지 예전과 같은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이런 기억들 탓인지 지금도 일본에 가면 아키바あき ば; 전자제품 상가가 밀집한 도쿄 아키하바라(秋葉) 지역. - 편집자 주
나 덴덴타운でんでんタウン; 오사카 닛폰바시에 있는 전자제품 밀 그래도 좋았다. 내가 네오지오 CD를 샀을 당
집 상점가. - 편집자 주
시엔 오락실에서 킹오브파이터즈95The King of
지곤 한다. 어릴 때는 가지고 싶었지만 도저히
을 들러 복고retro 게임매장을 뒤
Fighters 95 가
성황리에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
가질 수 없었던, 혹은 금방 내 손을 떠나갔던
런 게임을 집에서 즐길 수 있던 것도 다 네오지
- 그때는 보통 카트리지를 게임매장에서 등
오 CD 덕분이었다. 생일에 친구들과 집에 모
가 교환했다 - 게임기나 소프트웨어를 사곤
여 게임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대전 액션게임
한다. 꼭 플레이를 위해서 구매하는 것은 아
에서 지는 친구는 다음 친구에서 스틱을 넘겨
니다. 반드시 플레이하고 싶다면 대부분 PC
줘야 했다. 나는 게임을 곧잘 하는 편이었고
로 가능하지만, 당시 비벼대다시피 잡고 있던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좀처럼 스틱을 뺏
컨트롤러, 후후 불어가며 꼽던 카트리지, 실
기는 일은 없었다. 무더운 여름날, 좁은 방안,
제 게임과 생판 다른 멋진 삽화에 속아서 샀
작은 티브이TV 그리고 북적대는 친구들과 미
던 카트리지, 혹시라도 흠집이 날까 노심초
칠 듯이 오래 걸리는 로딩에도 그때만큼 게임
사한 CD 등이 당시의 추억을 되살려주기 때
을 즐긴 적은 없었다. SNK에서는 이 지루하
문이다.
고 긴 로딩 시간을 어떻게든 해결해보고자 몇
이것들은 내게 있어 ‘유스Youth 의 의상衣裳’과도
가지 해결책(이라기에도 민망한)을 마련했는
같다. 그때 마음에 들었던 옷을 찾고 있지만,
데 어떻게든 빨리 간단한 게임 이미지를 로딩
어차피 너무 커버린 내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해서 메인 게임의 긴 로딩 시간 동안 보여주는
잘 안다. 하지만 그 옷을 입고 경험한 많은 기
것이었다. 그래 봐야 로딩 시간이 줄어드는 것
억, 잊고 있던 추억을 다시 만나고 싶다.
은 아니었지만, 당시 꼬꼬마들은 그런 소소한 서비스 하나가 감사할 따름이었다.
© image courtesy of SNK PLA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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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TRAVEL
TOKYO AND SPRING 2006
처음 일본에 간 것은 2006년 봄이었다. 도쿄
도쿄에 간 이유는 간단했다. 소위 ‘패션’한다
였다. 당시 여자친구와 한 달 조금 넘게 살았
는 이들은 어릴 적부터 파리 보그VOGUE Paris
다.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빌린 작은 원룸이었
라든지 밀라노와 뉴욕을 꿈꿨다고 하지만, 내
다. 지금이나 그때나 일본은 불경기였지만,
게는 언제나 도쿄가 희망 목록 가장 꼭대기에
지금과 다른 한 가지는 환율이 무척 낮았다.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처음 사본 패션잡지도
공항에서 환전해도 100엔에 700원 정도였으
일본 스트리트 패션 잡지였고, 패션에 경도되
니 말 다 한 셈이다.
기 전에는 일본 가정용 게임기 문화에 심취해
며칠 지내고 오는 여행이야 그전에도 해봤지
있었다(진지하게 ‘게임잡지 기자’를 꿈꿨던 것
만, 장기간을 그것도 연인과 간 여행은 그때가
이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다). 잡지에서
처음이었다(지금까지는 마지막이기도 하다).
만 보던 패션 디자이너들의 매장과 수많은 옷,
짐을 풀고 숙소 근처를 돌았다. ‘한류’ 열풍은
수없이 상상한 하라주쿠와 시부야 뒷골목의
배용준과 최지우가 열연한 <겨울 연가> 수준
패션 가게들은 이미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머
이었다. 아이돌도 케이팝K-pop 도 없었다. 해
릿속에 입력되어 있었다. 쉴 새 없이 걷고 숙소
가 지는 동네 근처를 거닐다 생필품 몇 가지를
에 돌아오면 항상 다리가 퉁퉁 부어 있었다. 그
사러 모든 식료품이 천 엔 정도였던 ‘천엔 가게’
렇게 한 달을 걸어도, 여전히 속속들이 뒤졌다
에도 자주 들렀다. 젊다기보다는 어렸을 때의
기엔 아쉽고 모자랐다.
여행이니, 돈이 풍족했을 리도 만무했다. 타
2006년의 하라주쿠는 지금과 무척 달랐다.
임 세일을 기다리는 빠릿빠릿한 주부처럼 매
SPA 브랜드라고는 유니클로UNIQLO 뿐이었
의 눈으로 파인애플과 냉동식품을 집곤 했다.
다. 한 번이라도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히고
설거지는 누구 담당, 요리와 청소는 누구 담당
자 노력(?)하는 젊은이들은 하라주쿠 갭GAP
하는 식으로 역할도 분담했다. 새로운 장소에
매장 사거리를 서성였다. 전위적인 유럽 패션
서 새로운 언어가 들리는 동네에선 여전히 여
디자이너들이 가장 득세하던 시절도 그 무렵
행자이면서도 이방인이었지만, 지나는 순간
이었다.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조차 되지 않
들이 참 즐거웠다.
은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들 - 헨릭 빕스코
이제는 직업이 된 패션이 아직 꿈틀거리는 열정과 패기 같은 것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60
SPECTRUM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 twitter@yourboyhood www.yourboyhood.com
움’이었다. 이제는 직업이 된 패션이 아직 꿈틀 거리는 열정과 패기 같은 것들로 점철되어 있 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련한 무언가가 소비대 국의 핵이던 2006년의 도쿄에 있었다. 아니, 있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일본에 간 것은 취재와 여행을 함 께 한 2010년 겨울이었다. 새로운 친구들을 브Henrik
Vibskov,
베른하르트 빌헬름Bernhard
만나고, 도쿄의 패션과 문화계 인물들을 취재
Willhelm,
캐럴 크리스천 포엘Carol Christian Poell
했다. 2006년 이후 혼자 도쿄에 갈 때에는 항
이 그 거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꼼데갸르송
상 도심 번화가에서 떨어진 우에노上野의 단골
COMME des GARÇONS 과
요지 야마모토Yohji
비즈니스호텔에 묵지만, 2006년 여행의 마
같은 일본 패션 대가들의 바통을 이
지막 숙소는 도쿄를 벗어난 외곽이었다. 에미
어받은 차세대 디자이너들의 전성기도 그때가
넴 노래만 줄곧 틀던 쯔까멘つけ麺; 일본 라멘에서 파생
아니었나 싶다. 준 다카하시Jun Takahashi 의 언
된 종류. - 편집자 주
더커버UNDERCOVER 와 니고NIGO® 의 베이씽에
을 수십 번 드나들며 ‘짝퉁’ 판 돈으로 가게를
Yamamoto
집 젊은 주인은 동대문 새벽시장
이프A BATHING APE® 같은 브랜드는 이미 대중
차렸다며,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맥주’를 마
적인 브랜드가 되어서, 한창 ‘로컬local, 지역’ 젊
시고 취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비 그친 밤이기
은이들은 그다음을 찾고 또 만들고 있었다. 서
도 했다. 우리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던 날, 그
울에선 패션에 관해 대화하고 싶어도 그 숫자
는 공항 가는 길에 먹으라고 볶음우동을 만들
가 무척 한정적이라고 느꼈던 시절, 하라주
어줬다. 눈물만 안 났지 마음이 찡했다. 2006
쿠原宿와 시부야渋谷와 오모테산도表参道, 시모
년의 봄은,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오는 리무진
키타자와下北沢와 나카메구로中目黒 그리고 지유
버스 안에서 여름으로 변했다.
가오카自由が丘 골목을 이 잡듯이 뒤지며 무언가
그런 여행을 다시 갈 수 있을까. 아직도 종종
하나 ‘건진’ 다음 생각한 것은, 일종의 ‘자유로
생각한다.
©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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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ked, Mixed Media on Canvas, 33 x 24cm, 2012 by 에디 강(Eddie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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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ked, Mixed Media on Canvas, 33 x 24cm, 2012 by 에디 강(Eddie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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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tewatch | Svart by Jesper Nyrén Svart는 스웨덴 출신의 아티스트 Jesper Nyrén과 Mutewatch가 공동으로 제작한 스페셜 에디션입니다. 제품의 패키지에 Jesper Nyrén의 독특한 패턴이 프린트 되어 있으며 특별하게 밴드의 길이 조절 부분이 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pr1zmstore.com
PICTORIAL
INCASE ME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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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열다섯 팀의 공간에 스펙트럼이 찾아갔다. 그들의 공간, 그들 자신, 그리고 인케이스 text 김지혜 Kim Jihye, 홍석우 Hong Sukwoo edited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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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디자인과 손쉽게 활용이 가능한 기능으로 모든 취향과 직업, 열정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인케이스 제품은, 특화된 디바이스 보호, 최소 한의 디자인 및 혁신적인 기능화 함께 다양한 소재와 실루엣을 자랑하며 개인 물 품과 기기를 서로 연결, 보호 및 정리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모든 인케이스 제품은 자연스러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완벽한 휴대성을 경험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케이스와 함께 어디에 있나요?
_Anywhere 캠페인에 자세히 알고 싶다면 캠페인 페이지에 방문하시길 바 랍니다. 또한 인케이스 코리아의 Facebook과 Twitter, Me2day 그리고 Instagram을 통해 다양한 _Anywhere 캠페인에 참여해 보세요. _Anywhere 캠페인을 통하여 친숙한 환경에서부터 장엄한 광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의 인케이스를 만나보실수 있습니다. Incase Korea Campaign Page goincase.kr/anywhere Facebook facebook.com/incasekorea Twitter twitter.com/incasekorea Instagram #_Anywh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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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감과 창의성은 Express _Anywhere라는 타이틀로 여러분께 선보여 집니다. 우리의 새로운 테라컬렉션은 볼드한 악센트와 풍부한 질감, 천연 소재가 어우러져 독특한 스타일과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과 강력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또한 여전한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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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k Oh 오혁/ 뮤지션, 샌드위치 딜리버리 클럽 기타 겸 보컬 musician, Sandwich Delivery Club Guitar/Vocal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오혁. 그는 스무 살이다. 홍익대학교 예술학부에 다니는 그의 집 안에는 키보드와 그림 그리고 좋아하는 운동화들이 가득 널려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클럽 공연으로 음악을 접하고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는 그는,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바탕에 둔 어쿠스틱 팝 곡을 쓴다. 박력 넘치는 첫인상과는 ‘ 뜻밖이다’ 싶을 정도의 달콤한 가사와 멜로디. 이런 반전(反轉)이 앞으로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큰 매력이 되지 않을까. 이제 귀국한 지 1년이 채 안 됐다는 그에게 한국과 서울의 문화는 아직 낯설다. 하지만 개인의 관점이나 취향이 다수에게 전파되는 데에 박하지 않은 서울의 분위기는 그를 도전하게 하고 꿈꾸게 한다. 내년에는 EP와 정규앨범을 낼 계획을 세운 싱어송라이터 오혁. 그의 말처럼, 비주류 문화가 주류가 되어갈 수 있는 흐름 한가운데 그의 음악이 자리 잡는 날도 머지않을 듯하다. facebook.com/hyukk.oh.3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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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sule In-Ear Headphones (Hot Red+M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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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eun Kim 김지은/ 프리마돈나 디자이너 겸 디렉터 Fleamadonna designer & director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는 김지은의 ‘프리마돈나(Fleamaddona)’ 작업실은 분주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로 시작한 프리마돈나도 어느덧 여섯 살이 됐다. 그새 프리마돈나는 국내를 넘어 미주 및 일본, 중동에서도 환영받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가 됐다. 특히 2013년에는 프랑스와 파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편집매장 콜레트(colette)에도 진출할 계획. 패션의 요충지이자 발신지인 파리에서 서울의 젊은 패션 문화를 여실히 보여줄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녀가 프리마돈나를 처음 시작할 즈음 영감 얻을 수 있는 멋진 것들은 외국에서 찾아야 했다. 하지만 어느덧 멀리 나가지 않고서도 서울에서 충분히 찾고,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로 그녀의 작업이 완성된다. 어쩌면 그녀가 하는 작업 자체가 좋은 디자인에 대한 프리마돈나만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뚜렷한 본연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조심스레 말하는 그녀를 보며, 자기 스타일이 있는 소수 여성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프리마돈나가 세계 곳곳에서 확실한 ‘서울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www.fleamadonna.com twitter@fleamadonna (Fleamadonna official), twitter@Jei-fleamadonna (persona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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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stal Slider Case for iPhone5 (Rasp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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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SHOE&Co. 산슈앤코 이상은 Sang eun Lee / SANSHOE&Co. co-director 김수혜 Soo hye Kim / SANSHOE&Co. co-director
동양화를 전공한 구두 디자이너 김수혜와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이상은은 오래된 친구다. 회사에 속한 한계를 느끼던 김수혜는 함께 ‘구두와 액세서리’를 만들어보자고 이상은과 의기투합했다. 그들은 지난 4 월부터 차근차근 산슈앤코(SANSHOE&Co.)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구두 산업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성동구 성수동의 산슈앤코 사무실은 어느 빌딩 3층에 있다. 고양이 두 마리와 디자이너 두 명이 둥지를 튼 공간에는 - 이 책이 나올 즈음 사람들이 만나게 될 - 산슈앤코 첫 번째 컬렉션 표본(sample)들이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보통 새내기 디자이너들이 놓치는 제품 외적인 부분이었는데, 포장지는 물론 상자 패키지와 라벨까지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거나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고전적인(classical) 요소를 담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들과 직접 만나기 전, 산슈앤코의 구두를 인스타그램 사진으로 접했을 때에는 당연히 ‘남성용 구두’일 것으로 생각했다. 다양한 여성용 구두를 만나기 어려운 편중된 시장에서 산슈앤코의 도전은 일종의 ‘모험’일 수도 있지만, 남자 구두에서 영감 받은 디테일로 여자가 신어도 멋진 실루엣의 구두를 만든다는 점은 그들만의 강점이다. 지폐를 넣는 단단한 디자인의 가죽 지갑에 ‘벅스(BUCKS)’라는 이름을 붙인 이 재치 있는 브랜드에는 남자들이 더 열광할 수도 있다. 걱정할 건 없다. 조금만 기다리면, 내년 봄부터 산슈앤코의 남성용 구두 컬렉션도 만날 수 있다니까 말이다. ‘메타(META)’라는 이름의 지퍼 달린 검정 코 구두를 신게 될 2013년 봄의 어느 날을 상상해본다. www.sanshoe.com (official), blog.naver.com/LE2SE (blog)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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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hol Snap Case for iPhone4S & 4 (Glass), Pathway Slip Sleeve for 13â&#x20AC;? Macbook air (Gabard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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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이 필요할때에는 적절한 도움을 찾는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날의 기술은 영상회의에서부터 화이트 보드 App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동시에 함께 작업할수 있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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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agazine 디어 매거진 팀 디어 TEAM DEAR 남현지 Hyunji Nam 최보리 Boree Choi 박신영 Shinyoung Park 정진수 Jinsoo Cheong
이제 세 번째 호 발간을 앞둔 디어 매거진은 패션 제작산업과 소상공인들을 주제 삼아 조금 다른 관점의 ‘패션’을 이야기한다. 겉보기엔 화려하지 않아도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고, 자칫 잊거나 잃기 쉬운 ‘과정’을 소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은 디어 매거진만이 가진 특징이자 장점이다. 요즘 청춘들이 간과하는 것들로 화두를 던지고,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디어 매거진은 소중하고 중요한 작업을 한다. 하이패션(high fasfion)과 SPA 브랜드 사이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국내 제작업체 및 상인들에게 직접 연락하고, 일정을 잡고, 발품 들여 찾아가며 만들어낸 기획물을 통해 서울의 패션을 더 진중히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잡지 안에 있는 셈이다. 내년에는 디어 매거진 콘텐츠로 전시회를 준비한다는 ‘팀 디어(TEAM DEAR)’. 소규모이지만 소신 있는 행보를 보이는 그들을 보며, 서울 청년 문화의 새로운 면을 들여다볼 수 있길 바란다. www.dear-magazine.com facebook.com/dearmagazinepage, twitter@dear_magazine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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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x On-Ear Headphones (Ash/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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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 Spiyo 김미영/ 클랩클랩 디자이너 clap clap designer 윤대주/ 스튜디오 스피요 디렉터 Studio Spiyo director
‘스튜디오 스피요(Studio Spiyo)’는 고등학교 동창 여섯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분야가 모두 달라 더욱이 서로에게 영감이 되어 가는 그들. 그 가운데 문구류(stationery)를 만드는 디자이너 김미영의 브랜드 ‘클랩클랩(clap clap)’은 손뼉을 치는 소리라는 단어 뜻처럼, 생활 속에서 행복하고 웃음이 나는 즐거운 디자인을 제안한다. 몇 년 동안 회사에 다니다 문득 ‘재미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시작, 직장생활을 접고 디자인 문구를 만들기 시작한 데에 후회는 없다. 오히려 서울 곳곳의 많은 아티스트와 더 일찍 만나지 못한 것,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를 일찍 나누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할 것이라 말하는 그녀. 내년에는 클랩클랩의 대표 아이템들에서 가지를 뻗친 더 많은 아이템으로 더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움직일 생각이다. 그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해가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www.clapclapdesign.com (clap clap official), www.studiospiyo.com (Studio Spiyo official) ringogo.egloos.com (Miyoung Kim personal blog), twitter@putdixa (Miyoung Kim personal) facebook.com/putdixa (Miyoung Kim persona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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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prene sleeve for (Dark grey/Pink 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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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플레이그라운드에 하루종일 음악이 멈추지 않도록 Play _Anywhere에 소개되는 인케이스의 Audio Collection은 원음에 가까운 내추럴한 사운드(Natural Sound)와 미니멀한 디자인을 접목시켜 세 련된 외관처럼 멋진 피팅감과 완벽한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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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n Bunny 야광토끼/ 뮤지션 musician
야광토끼(Neon Bunny)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임유진에게 홍대는 익숙하다. 서울의 청년문화가 꽃피우는 곳이자 그 중심의 인디씬(indie scene)이 있기 때문이다. 일렉트릭 신스팝(electric synthpop)에 기반을 둔 음악을 만드는 임유진은 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음악을 해왔다. 그녀의 음악을 듣고 그녀와 소통하는 계층은 고등학생부터 이삼십 대까지 폭넓지만, 기본적으로 그녀보다 어린 친구들이 다수다. 그들에게 그녀의 음악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니, 모두 똑같은 일상에서의 탈출 또는 자유를 얻게 하는 ‘공감’과 ‘쉼’이 아닐까 싶다는 그녀. 매일의 삶 속에서 스치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곡 작업을 하기에, 생각이든 그림이든 낙서이든 모든 것이 그녀의 재료가 된다.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교감. 그것은 주류 상업 음악이 채우지 못하는 ‘독립 음악(independent music)’의 가장 큰 매력이자, 그녀의 음악을 듣는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부분일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들은 야광토끼의 음악은 서울의 겨울 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www.neonbunnymusic.com, facebook.com/neonbunnymusic, twitter@doggyrichstyle www.doggyrich.com (The Black Skirt + Neon Bunny + Artistssin officia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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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ic On-Ear Headphones (Primer/Fluro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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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 VICTOR 매드빅터/ 그래피티 아트워크 팀 graffiti artwork team 세바 XEVA/ graffiti artist, art director 세미 SEMI/ graffiti writer, character designer 이지훈 JH Lee/ painter, Crion director 마파 MAPA/ graffiti writer 성한 Sung Han/ photographer 원제이엠 1JM/ pro skater, rapper 라즈 LAZ/ team manager, designer
1999년 즈음, 힙합 음악의 인기와 매스컴의 주목으로 우리나라에도 그래피티 문화가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활동한 지 10년이 넘어서는 그래피티 아트워크 팀 ‘매드빅터(MAD VICTOR)’는 그렇게 우리나라 그래피티 문화의 중심이 되어왔다. 캔버스 이상의 공간을 상대로 하는 그래피티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었다. 차원이 다른 규모와 자유로움을 지닌 채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문 포용력은 10년 넘게 서울 거리 곳곳을 변화시킨 원동력이었다. 매드빅터는 올해 처음으로 그들의 이름을 걸고 전시회를 열었다. 거리에 있던 작품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 처음 모인 셈이다. 매드빅터는 첫 전시를 기점으로 그래피티를 대중들에게 더 쉽게 소개할 방법들을 구상 중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그래피티를 접하게 될 다음 세대의 참여 기회를 늘리고, 그들이 이 문화를 지금처럼 즐겁게 이어가고 누릴 수 있도록 단단히 기반을 다져갈 계획이다. 매드빅터의 대표 작업은 ‘그래피티’로 알려졌지만, 대화를 마치고서는 직접 일구어낸 하위문화(subculture) 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에 재미와 책임감을 더해 행복한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시대가 빠르게 변해도 달라지지 않을 ‘사실’이 있다면, 이런 것 아닐까. www.madvictor.com, facebook.com/madvictor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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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lon Protective sleeve (Eb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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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ni Cho 조은이/ 스윗 스튜디오 달디 오너 sweet studio DALD owner
언제나 달콤한 냄새가 나고 달콤한 것을 나누어 먹는 사랑방. ‘스윗 스튜디오 달디(Studio DALD)’는 그런 곳이다. 달디에는 똑같이 생긴 케이크가 단 하나도 없다. 주문자의 사연을 듣고, 그 이야기와 대상에게 맞는 개인에 최적화한 맞춤 케이크를 만든다. 이야기가 있고 성의가 담긴 달디의 케이크는 받는 사람에게 기분 좋은 선물이 된다. 올해 직장생활을 관두고 스튜디오 달디를 열면서 오너 조은이의 삶은 달디를 중심으로 바뀌었다. 여가 때도 달디에서 친구들과 함께 달콤한 것을 먹으며 대화의 창을 열고, 주말에는 직접 만든 쿠키를 들고 벼룩시장(flea market)에 참여해 새로운 사람과 소통을 시도한다. 조은이의 계획 속 달디는 단순히 케이크나 쿠키를 파는 공간만은 아니다. 또래의 젊은 아티스트와의 만남과 협업을 통해 달디의 특징을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십분 활용할 생각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은 시도들은 내년을 위한 새로운 준비나 도약이 된다. ‘단 것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데, 그녀의 작업과 일 모두가 많은 사람에게 기분 좋은 선물이 되어갈 것 같다. facebook.com/sweetstudioDALD, twitter@sweetstudioDALD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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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e Rojas Campus Pack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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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로운 레인지 컬렉션은 외부의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Explore _Anywhere라는 슬로건을 돋보이게 합니다. 강화된 방수 기능과 견고한 재질, 그리고 안전을 위한 스카치까지, 5종의 레인지 컬렉션은 여러분의 기어와 함께 테크놀러지를 완벽하게 보호하며, 로드와 트레일 등 외부에서 완벽한 캐링 솔루션으 로 설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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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limited Edition 언리미티드 에디션/ 인디펜던트 북 마켓 independent book market
‘독립 출판물(independent publication)’이라는 단어가 마치 사라진 것처럼 느낀 시절이 있었다. 모든 출판물은 대형 유통 구조와 서점에 종속되었고, 정말로 보고 싶거나 읽고 싶은 것들을 찾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독립 출판물을 비롯한 소규모 제작자들의 ‘홍보와 판매의 장’인 ‘언리미티드 에디션 (Unlimited Edition)’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소규모 출판물과 제작자들의 축제다. 단지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문화를 즐기고 공유하고 싶은 이들이 모여 직접 창작물을 사고판다. 벌써 4회째를 맞이한 이번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2012년 11월 17일(토)과 18일(일), 합정동 무대륙에서 열렸다. 이틀간 수많은 사람이 이 공간을 방문했고, 직접 방문해서 느낀 열기는 해가 갈수록 ‘무언가 만드는 사람들’이 더 다양해진다는 흥분과 기쁨이었다. 이번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소규모 출판물 및 출판사들의 작업, 특별출연자의 대담과 다큐멘터리 상영, 공연 등이 열렸다. ‘스스로 무엇을 만들고, 알리고, 판매하고, 공유한다’는 것. 단순명쾌하지만 쉽지 않은 일련의 ‘작업’들이 모인 소중한 공간이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 www.unlimited-edition.org (official) www.yourmind-bookshop.com/archives/category/text-2/unlimited-edition (archive)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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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hol Snap Case for iPhone 4S & 4 (Andy Photobo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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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on Storage Stage9 스테이지 나인 손희락 Huirak Son/ 리타 디렉터, 스테이지 나인 공동 대표 Leata director, Stage9 co-owner
‘손희락’이라는 이름은 서울에 기반을 둔 스트리트 패션 및 문화권에서 익히 알려졌다. 필자 또한 그와 사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주위 사람들과 항상 연결되어 있었고 그들은 모두 무언가 만들어가는 이들이었다. 손희락은 오랜 시간 홍대 근방에 스튜디오를 두고 남성복 ‘리타(Leata)’를 만들어왔다. 리타가 표방하는 ‘최적의 제복(optimal uniform)’이라는 콘셉트는 그가 옷을 만들면서 염두에 두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현대인들의 제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밀리터리, 워크웨어, 스포츠팀의 팀복 등 실용적인 디자인을 현시대감각에 맞추어 LEATA라는 이름으로 리디자인을 한다’는 공식 웹사이트의 콘셉트는 리타가 추구하는 방향을 가장 잘 말해준다. 손희락은 홍대에서 압구정동으로 리타의 터전을 옮기면서, 커스텀 쥬얼리 브랜드 ‘신트리플식스(Sheen TripleSix)’의 디렉터이자 금속 조형물 아티스트인 신형수(Sheen)와 함께 쇼룸 겸 작업 공간 ‘스테이지 나인(Stage9)’을 열었다. 이곳은 리타의 디렉터 손희락과 신형수가 함께 만든 곳으로, 공간의 절반은 고객이 직접 제품을 보고 살 수 있는 쇼룸 겸 매장 공간이고 안쪽 나머지 반은 작업 공간이다. 매장 안 집기는 작은 진열장 하나를 빼곤 모두 신형수가 직접 만들었다. 그만큼 공간 안에는 두 브랜드의 분위기가 잘 녹아 있다. 거의 10년 전, 동대문 근방과 압구정동 일대에서 시작한 스트리트 패션과 문화는 이제 물리적인 구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분포해 있다. 하지만 손희락은 스테이지 나인을 통해 다시 그 ‘기원’에 가까운 곳으로 회귀를 택했다. 그가 만드는 옷과 제품들이 그 어느 매장보다 잘 어울리는 이곳에서, 이미 스트리트 패션을 넘어서고 있는 새로운 문화와 패션의 시작을 본다. www.leata.net, www.sheen666.com, facebook.com/leata.net, twitter@leata0610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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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e Rojas Phone Case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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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떠나 나만의 휴식, Escape _Anywhere 가 필요합니다. 선명한 컬러와 편안한 스 타일을 갖춘 Incase Nylon, Terra 가방은 튼튼한 재질, 기기 보호 및 손쉬운 정리가 특징인 제품으로, 어디 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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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l Namgung 남궁철/ 스타일리스트 stylist
남궁철은 2년 전부터 여자 아이돌 그룹 스타일링을 맡고 있다. 이른 오후 찾아간 작업실에는 단 한 번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 재치 있는 소녀들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많은 옷가지와 신발이 정리되어 있었다. 소년 시절부터 패션과 음악, 문화에 대해 생각한 그의 기록들이 모여 지금의 직업적인 관점과 스타일이 된다. 이제 스물아홉 끄트머리에 선 그는 여전히 재미를 추구하지만, 재미 너머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는 것이 이전과 조금 달라진 점이다. 그래서 남궁철은 취미와 놀이처럼 기록한 사진들로 내년 즈음 책을 만들 생각이다. 본질을 잃고 변해가는 것들에 아쉬움이 있는 그의 시선이 새로운 기록으로 남게 되면, 분명 놀이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치열하게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의 휴식기가 되면 덩달아 여유가 생긴다는 그는 청년의 얼굴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여유 시간에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담아낼 순간들을 기대한다. namgungquestiondies.blogspot.kr facebook.com/namgungquestion, twitter@namgungquestion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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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M by Incase for iPhone5 (CHISEL), Nylon Protective sleeve (Eb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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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xed Gear Girls Korea(Fg2) 픽시소녀단 김현주 Hyunjoo Kim 김우희 Woohee Kim 이고운 Go Woon Lee
‘김미역’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김해란은 2008년 여성 픽시드 기어 바이크(fixed gear bike, 이하 픽시) 크루, 픽시소녀단(Fixed Gear Girls Korea, 이하 Fg2)을 만들었다. 당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브레이크와 기어 없는 자전거’ 열풍은 수많은 픽시 크루 열풍을 만들었지만, 실제로 꾸준한 활동과 라이딩이 유지되는 팀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녀가 이 팀에 지닌 애정을 알 수 있다. ‘리더’격인 몇 달 전 김해란은 베를린으로 떠났지만, 팀의 일원인 김현주와 김우희, 삐랑뚱땅은 여전히 Fg2로 활동하고 있다. 김우희가 처음 픽시를 접한 것은 2009년, 예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의 픽시 때문이었다. 원래 자전거를 좋아해서 미니벨로(Minivélo)를 타던 김현주는 그보다 1년 전 쯤 잡지를 통해 처음 픽시를 보고 빠져들었다. 구성원 중 어린 편인 이고운은 ‘삐랑뚱땅’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데, 픽시로 시작한 그녀의 자전거 여정은 현재 로드 사이클(road cycle)로 전향해 프로 선수로 활동 중이다. 그들에게 픽시는 단지 ‘자전거를 타는 운동’이 아니다. ‘픽시 타고 소풍 가자’라는 이름으로 라이딩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이나 디자인, 패션 등의 공통분모가 나타났다. 그것들이 모여 ‘픽.타.소’ 2회와 3회 때에는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단순한 놀이나 운동을 넘어서 구성원 각자의 영역 - 예술, 디자인, 영상 등 - 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즐긴다. 처음부터 의식하지 않은 작업이었더라도, 그것만으로 이미 청년 문화의 하나가 된 셈이지 않을까. 김현주에게 왜 픽시를 타느냐고 물으니, 그는 위의 이야기를 하고는 수줍게 웃으며 덧붙였다. “(그래서)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들이 픽시를 타는 이유를 물은 것 자체가 우문(愚問)이었다. 함께 즐기는 행위를 통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자연스레 나타난다. 그러한 ‘공유’가, 그들이 이 크루에 속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fixedgeargirls.tistory.com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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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e Messenger Bag (Moss Green), Terra Campus Pack (Charcoal Chambray), Paul Rodriguez Skate Pack Lite (Cobalt/Red 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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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출시한 카메라 컬렉션은 우리의 Capture Anywhere의 중심에 있는 제품군입니다. 모든 레벨, 모 든 장소 - 필드에서 스튜디오까지 포토그래퍼들의 필요에 맞게 그대로 디자인된 이 카메라 컬렉션은 헤더 패 브릭의 세련된 질감과 유니크한 외관과 더불어 멋진 사진을 위한 빠르고 쉬운 카메라 엑세스가 가능하며, MacBook과 iPad 등 여러분의 디바이스들을 수납할 수 있어 어디에서든 곧바로 에디팅이 가능하도록 했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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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jae Yeom 염승재/ 1984 디렉터 겸 바이어 1984 director & buyer
출판사를 넘어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1984’를 찾아갔다. 책과 문화, 라이프스타일이 어우러진 공간 여기저기엔 염승재 디렉터의 관점이나 관심이 들어가 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1984’의 이름으로 기억할 수 있는, 출판사와 목적이 같은 공간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그는 요즘 1984의 이름으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한다. 또한, 3대째 이어가는 - 1984의 모체(母體)인 - 혜원 출판사에서 제작한 오래된 책들의 표지를 리뉴얼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소규모로 자신의 길을 가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눈에 띄게 늘어가는 가운데, 서로를 향한 소통의 장이 모자라 그것이 문화가 되지 못하는 과정을 안타깝게 바라본 지 수년째. 그에 대한 욕구가, 1984를 통해 염승재가 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가능성 있는 젊은 감각과 감성을 위한 공간이 되고 싶은 ‘1984’.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커질 수 있는 것은 키우면서 조금씩 성장해간다면, 서울의 청년문화라 할만한 새로운 시도들이 1984 안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www.re1984.com twitter@re1984 (1984 official), facebook.com/1984culture (1984 official) twitter@lastnitethought (personal), facebook.com/lastnitethought (persona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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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Campus Pack (Natural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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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beom Cho 조재범/ 가정식당 범스 공동대표 겸 요리사 Home cooking bistro BUMS co-owner & chef
사무실이 밀집한 청담동 어느 골목에 들어서면 ‘범스(Bums)’라는 한식당이 있다. ‘소박한 가정식 식당 (home cooking bistro)’를 표방하는 이곳은 요리사(chef) 조준범과 조재범 형제를 포함한 삼 남매가 운영하는 곳이다. 문 연 지 2년 반 정도 된 이곳은 보통 사람들이 ‘청담동’하면 떠올리는 겉치레 가득한 이미지와는 다르다. 전문적으로 요리를 전공하지 않은 형제는 처음 문 열기 전부터 직접 할 수 있는 요리를 내세우자고 생각했다. ‘직접 할 수 있는 요리’라는 것은 그들이 좋아하고 즐겨 먹던 음식에서 출발한 것들이다. 돋보이려고 이름을 짓고 마케팅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인기 메뉴 중 하나인 ‘1977년 김치찌개’ 는 조재범의 형 조준범이 1977년생이라는 데서 착안했다. 어머니가 직접 끓여주시던 맛을 연구해서,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최상위 품종의 국내산 재료들로 음식을 마련한다. 범스를 유명하게 한 또 다른 메뉴인 ‘외할머니 게장 정식’ 또한 비슷한 연유다.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맛을 살려 손님들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도록 대접하는 것이다. 촬영을 위해 방문한 때는 이제 막 겨울 느낌이 나던 11월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한바탕 점심 손님이 빠지고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었지만, 벌써 몇 테이블에 손님이 찼다. 일본에서 온 여행객들도 있었다. 조재범이 우리에게 대접한 메뉴는 가지볶음밥과 해물파전이었다. 점심을 거하게 먹은 후라 몇 입 집어 먹었을 뿐인데도, 짜지 않고도 음식 간이 두루두루 밴 느낌이었다. 사실, 음식만큼 예민하고 까다로운 분야도 없다. 사람들의 입맛은 제각각이고, 수려한 포장으로 유행을 좇기도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언젠가 들통 나고 만다. 요리 무경험자였던 요리사들이 만든 작은 밥집에 여전히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한 번 맛본 손님들이 그 진솔함을 기억하기 때문 아닐까. 으리으리한 실내장식과 세련된 음악 같은 것이 아닌, ‘맛있는 밥’을 찾는 손님들 말이다. facebook.com/bums888 (Bums official), twitter@bums888 (Bums official) twitter@cloudyroadahead (persona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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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hol Protective Sleeve 15â&#x20AC;? (Br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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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jo Kimm 김기조/ 붕가붕가 레코드 수석 디자이너 & 기조측면 디렉터 BGBG Records Ltd. head designer & Kijo Side director
고유의 느낌으로 누가 봐도 어떤 사람의 작업인지 아는 힘. 김기조의 작품엔 그런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작업실이 밀집된 강남이나 홍대 일대가 아닌 도봉산 밑 개천 옆에 자리 잡은 그의 스튜디오 ‘기조측면(Kijo Side)’은 뜻밖이면서도 친숙하다. 작업실은 보통 그곳을 쓰는 사람을 대변한다지만, 기조 측면의 공간 역시 그의 디자인과 무척 닮아 있었다. 김기조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같은 공간의 동시대 사람들과 분리되지 않으면서도, 일상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답변을 들으니, 김기조의 타이포그래피가 왜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딘가에서 둥지를 틀고 집단이 되기도 전, 터무니없이 오르는 임대료 때문에 이리저리 방랑자처럼 불안하게 문화를 누리는 젊은이들의 어려움. 어릴 적부터 문화적 토대가 된 서울에서 청년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에는 이런 문제점도 있다. 그 문제 한가운데서 김기조는, 시대와 공간을 벗어나지 않는 현실감을 지닌 채 자신의 작업을 묵묵히 이어간다. 기조측면 한편에 있던 ‘가끔은 그래도 괜찮아.’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타이포그래피가 단순한 디자인 일부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이런 문구를 작업으로 만들 수 있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kijet.egloos.com, www.bgbg.co.kr, twitter@kijoside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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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hol Snap Case for iPhone4S & 4 (Br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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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erness VIII, Acrylic and Screen Ink on Canvas, 110 x 110cm, 2012 by 캐스퍼 강(Casper Kang) www.casperkang.com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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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text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Space’는, 스펙트럼이 고른 서울 안의 공간 세 곳을 보여주고 그곳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코너입니다. ‘지금 가장 뜨고 있는’ 공간 대신, ‘지금 한 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공간들을 엄선하여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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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위키피디아의 언급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는 ‘대 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4년제 국립 예술 특수대학’이다. 사진의 배경인 본교는 성북구 석관동에 있고 그 안에 영상원과 연극원, 전통예술원과 미술 원이 있다. 또한, 서초구 서초동 교사에는 무용원과 음악원이 있다. 학교의 모습은 보통 대학교 캠퍼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본교의 지리적 특성이 수 년 전 방문 후 내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본교 바로 옆 울타리를 지나면 유네스 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 왕릉인 ‘의릉’이 있다. 의릉 부지 안에는 유 신 정권 시절부터 군사 독재 정권 시절까지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와 국가안전 기획부안기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어색하고도 기묘한 동거를 마친 바로 옆 자리에서, 예술에 열정 가득한 학생들이 매일 무언가 창작하고 고뇌한다. 물 론 이곳은 재학생과 관련인들을 위한 국립 대학이다. 하지만 졸업 전시나 작 품전의 계절이 오면 외부인으로서 방문해도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다양 한 학과와 학부에서 발표하는 전시를 보러 교정 곳곳을 돌아다니면 그 안에 서 벌어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그래서 종종 이곳에 간 다. 내부인에겐 일상이자 치열한 장소를, 외부인으로서 발견하러 말이다.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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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창고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일까. 함께 일하던 형이 처음 벨기에에 갔을 때, 겉보기 에는 낡은 창고일 뿐인데 공업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 두 층을 오른 순간, 시끄러운 음악과 북적이는 사람들 가득한 ‘클럽’이 나왔다고 했다. 서울의 땅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예술과 음악의 터전이 점점 변두리로 밀리면서 그러 한 ‘순간’을 서울에서 발견하는 때도 왕왕 생겼다. 밀리고 밀린 서울 변두리 어 딘가에서, 알 사람만 아는 휑한 공간에서, 무언가 남들은 모르는 비밀스러운 일들이 벌어질 것만 같은 그런 발견 말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대림 창고는 말 그대로 ‘창고’로 쓰이던 성동구 성수동의 건물을 고친 곳이다. 패션 관련해서 는 최근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 와 에이치앤엠H&M 의 협 업 컬렉션 파티가 열렸고, 그 얼마 전에는 캐나다 구스Canada Goose 의 발매 행 사가 열렸다. 딱히 구역이 나뉘지 않은 넓은 공간이라 공연이나 영화 촬영 세 트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무엇이든 빨리 받아들이고 전파하는 패션 이벤트 가 열린 이상, 위에서 말한 것처럼 비밀스러운 공간이 되진 않겠다. 하지만 근 대도 아닌 현대에 지은 오래된 건물들이 새로운 사람과 움직임을 만나 탈바 꿈하는 것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단 부수고 보는’ 서울에선, 특히.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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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 한국고속철도KTX 시대 이전의 서울역은 방문할 때마다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고풍스러운 건물 내부는 당시에도 첨단이었지만, 사람들의 희 로애락喜怒哀樂이 드러나기에는 그만한 장소도 없었다. 수십 번 넘게 드나들며 감흥이 없어질 즈음인 2004년, 거대한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이 덤으로 들어 선 민자역사가 신축되면서 서울역 앞에는 ‘옛’이라는 단어가 추가됐다. 사람 들은 으리으리한 새 서울역사로 몰렸고, 그렇게 조용히 남아 자리를 지켰다. 그 후 옛 서울역사의 ‘날 것’의 모습과 복원된 모습을 본 경험이 (운 좋게도) 두 번 있다. 2007년, 옛 서울역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남긴다는 당시 문화관 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 발표 이후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패션 디자이너 홍승완의 ‘스위트 리벤지Sweet Revenge 컬렉션이었다. 안에 있던 상가와 개찰구 등이 모 두 사라지니 마치 시간여행 한 듯한 옛 모습이 드러났다. 1년 즈음 지났을까. 서울 국제사진페스티벌SIPF 을 보러 다시 갔을 때에는 이전에 보지 못한 서울 역의 맨살을 그대로 만진 기분이었다. 이처럼 여러 행사를 치르며 명맥을 이 은 옛 서울역사는 이제 새 이름과 모습을 찾았다. ‘문화역서울 284’라는 이 름으로, 서울과 대한민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공간을 새로운 문화공간 으로 고친 것이다. 가장 바쁜 사람들이 오가는 새 서울역사 바로 옆에, 문화 를 이야기하는 옛 서울역사가 있다. 이것은 공기처럼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일종의 축복이기도 하다. 하나 더, ‘284’라는 이름은 국가지정 문화재 사적 284호인 옛 서울역사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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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NDATION
‘Recommendation’은, 스펙트럼이 다루는 여덟 가지 분야 - 패션, 디자인, 아트, 북, 스트리트, 음악, 테크, 여행 -
RE R COM C MMEN DATI TIONS TIO 안에서 스펙트럼 스태프들이 추천한 일종의 안내서입니다. 이번 호의 주제는 ‘2012년 겨울’입니다.
FOR WINTER 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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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SFDF 2013 AWARDS 홍석우 Hong Sukwoo
삼성 패션 앤 디자인 펀드Samsung Fashion & Design Fund, 줄여서 에스에프디에프 SFDF, 이하 SFDF 는 2005년 처 음 시작되었다. 매년 남성복과 여성복 분야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패션 디자이너와 한국계 패 션 디자이너들에게 지원받고, 그들 중 두 명에서 세 명을 선정하여 상금을 주고, 선정된 패션 디 자이너와 브랜드가 더 탄탄한 재정적 기반에서 체계적으로 활동하도록 후원하는 것이 주된 목 표다. 2012년 11월 27일 화요일에 열린 제8회 SFDF 시상식에서는 작년에 이어 남성복의 씨 와이 초이Cy Choi, 여성복의 유돈 초이Yudon Choi 가 선정됐다. 이번에는 서울의 사디삼성 아트 디자인 , 뉴욕의 파슨스 뉴 스쿨 오브 디자인Parsons The New School for
학교, SADI(Samsung Art Design Institute)
Design,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Central Saint Martin College of Art & Design 이라는 대표적인 패
션 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SFDF 장학금SFDF Scholarship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특 히 주목할만한 점은 사디 외의 두 학교에서 ‘한국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 리나라를 대표하는 패션 기업이 주관하는 시상식에서 외국의 재능 넘치는 패션 학도들과 ‘연결 점’을 만들고 후원한다는 점에서 무척 긍정적인 제도가 되길 기대한다. www.sfdf.co.kr © image courtesy of SFDF & Hong Sukwoo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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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WOOK KIM 리치 림 Rich Lim
사진의 작품은 김욱Wook Kim 의 <pattern: orpi>이다. 그는 우리나라 고대 도자기 문양을 바 탕으로 강남구 청담동의 필립 림 플래그십 매장3.1 Phillip Lim Seoul flagship store 의 벽면을 독특한 패턴들로 장식했다. 그는 다양한 장식 예술의 역사와 곤충학, 풍경, 모자이크 세공tessellation 과 같은 방대한 영역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든다. 그에게 예술은 매일 반드시 필요한 존재 이다. 이러한 철학은 그의 작품으로까지 확장되며, ‘예술art’과 ‘장식예술decorative art’이 만나 하 나의 장르가 된다. www.wookkim.com © image courtesy of Woo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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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OCIETY 6 김래현 Kim Rae hyun
예술art 이란 더는 고지식하거나 따분하고 어려운 분야가 아니다. 사실 이런 수식어조차 지겨울 정도로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삶 속에서 쉽게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소 사이어티 식스Society6’는 젊은 작가들이 직접 만든 예술 작품을 판매하고, 그것들을 아이폰 케 이스나 티셔츠처럼 일상용품에 적용한다. 그것도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혈기왕성 한 작가들의 작품들로 말이다. ‘예술’과 ‘상업성’이라는 단어는, 다신 둘로 나눌 수 없는 자웅동 체처럼 느껴진다. www.society6.com © image courtesy of Societ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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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LULA MAGAZINE 김지혜 Kim Ji hye
‘소녀들의 꿈.’ 1년에 단 두 번, 5월과 11월에 발매하는 영국 패션 잡지 룰라 매거진Lula magazine 은 페이지 가득 예쁜 소녀들이 등장한다. 전 세계 여성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 잡지는 십 대이든, 이십 대이든 혹은 사십 대이든 여성이라면 가슴 한쪽에 간직한, 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소녀의 꿈을 다양한 화보로 표현한다. 어릴 적 꿈꿔왔던 동화 속 판타지를 재현한 사진 한 장 한 장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나이를 먹고 있다는 느낌 따위는 저 멀리 사라질지도. 조금 투박하게 도 덜 자란, 그러나 순수한 소녀의 감성 그대로를 담고 있어 마치 풋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듯한 풋 풋하고도 싱그러운 느낌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www.lulamag.com © image courtesy of Lula magazine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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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DRXROMANELLI × HEAD PORTER ARMY VS NAVY COLLECTION 양준무 Joon Yang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전방위 아티스트 닥터 로마넬리DRxRomanelli 와 일본 의 대표적인 가방 브랜드 헤드 포터Head Porter가 2012년도 가을/겨울 시즌을 위한 협업 프로젝 트, ‘아미 대 네이비 컬렉션ARMY vs NAVY collection’을 발표했다. 기능성과 디자인을 놓치지 않으 면서도, 최근 남성복 및 액세서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가지 키워드 - 빈티지 밀리터리 디 테일과 밀리터리 색상 - 을 ‘닥터 로마넬리’의 느낌으로 영리하게 재해석했다. 오래된 미군복에 서 영감 받은 이번 컬렉션은 그가 만드는 특유의 빈티지 터치와 패치워크 또한 다양하게 엿볼 수 있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발매되지 않았지만, 이처럼 ‘합’이 잘 맞은 협업 컬렉션을 하루빨리 국 내에서도 만나고 싶다. www.drromanelli.com www.headporter.co.jp © image courtesy of DRxRomanelli & Head Porter 126
SPECTRUM
MUSIC
SEBASTIAN × THE RAKES - WE DANCED TOGETHER 정재환 Jae Chung
처음에는 프랑스 뮤지션이자 디제이DJ 세바스티앵Sebastian 의 <세바스티앵 리믹스Sebastian Remixes> 앨범에서 듣곤 가장 좋아하던 노래였다. 거칠고 강하지만 적절히 칠링chillin’ 하면서 펑
키funky 한 느린 비트와 보컬의 어우러짐이 듣기 좋았다. 어느 날 친구가 아이팟으로 노래를 틀 었는데, 많이 들어봤던 노래였다. 세바스티앵 앨범에서 들었던 노래보다 조금 더 빠르고 경쾌 한 밴드 버전. 원곡은 더 레이크스The Rakes 라는 영국 독립밴드 노래로, <텐 뉴 메시지Ten New Messages> 앨범의 수록곡이었던 것이다. 이 곡 역시 거칠고 강한 목소리이지만, 꾸밈없고 자연
스러운 창법으로 부른다. 한 곡만 반복해서 들어도 좋다. 이 곡에 관심이 간다면, 꼭 둘 다 들 어봤으면 한다. © images courtesy of Sebastian & Ed Banger Records, The Rakes & V2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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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FANTASTIC APP ‘THE DAILY RECOMMENDATION’ ON IPAD 홍석우 Hong Sukwoo
신사의 스타일 저널The Gentleman’s Style Journal 을 표방하는 남성 패션지 ‘판타스틱 맨FANTASTIC MAN ’은 1년에 두 번 발행된다.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책 속에는 항상 그들이 신사라고 생각한 사
람들이 그때 가장 관심 두는 무언가를 추천하는 코너가 있었다. 영리한 그들은 이것을 ‘더 데일 리 리코멘데이션THE DAILY RECOMMENDATION’으로 바꿔서, 매일 추천하는 것들을 올리기 시작했 다. 그들이 매일 추천한 것들은 제법 아카이브가 쌓였고, 그것을 모아 아이패드iPad 앱으로 출 시했다. 세련된 배열과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이 앱은, 방치된 채 누르지도 않는 여타 앱과 달리 정 말 ‘매일’ 들어가서 보게 된다. www.fantasticman.com itunes.apple.com/app/fantastic-man/id553809499 © image courtesy of FANTASTIC MAN 128
SPECTRUM
TRAVEL
THE HOTEL CHELSEA 임지윤 Karen Lim
1905년에 문 연 이후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첼시 호텔. 60년대 뉴욕의 독립 문화 와 청년 문화 역사와 감성이 독특한 건축구조에 고스란히 담긴 첼시 호텔은 앤디 워홀의 펜트하 우스였으며 - 그가 공동 감독한 영화 <첼시 걸Chelsea Girls, 1966> 촬영지이기도 하다 - 오 헨리 O. Henry, 유진 오닐Eugene O’Neill, 마크 트웨인Mark Twain, 밥 딜런Bob Dylan, 마돈나Madonna 등 당대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단골로 장기 투숙했던, 그 시대 젊은이들의 꿈이자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본산이었다. 시대가 지나고 쇠락한 60년대의 그림자와 비밀을 간직한 이곳은 우여곡절 끝에 2011 년 문을 닫고 현재 개보수renovation 공사 중이다. 미국 국가 사적지U.S.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 로 지정되기도 한 첼시 호텔이 어떻게 다시 우리를 압도하는 공간으로 태어날지 궁금하다.
www.hotelchelsea.com © image courtesy of The Hotel Chelsea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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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tickymonsterlab.com
Runner & Hipper, Multimedia, 2012 by 스티키몬스터랩(STICKY MONSTER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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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SUK KU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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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근 OH SUK KUNH Lives and Works in Incheon & Seoul
www.facebook.com/sukkuhn.oh, blog.naver.com/punchandjudy (blog) 오석근은 1979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현재 그의 스튜디오 복숭아꽃(Peach Blossom)도 인천 아트 플랫 폼(Incheon Art Platform)에 있다. 그가 중고교 시절을 보낼 당시 청소년들은 지금보다 억압된 환경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다. 오석근이 처음부터 ‘사진’에 관심 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영화’에 더 큰 관심이 있었 다. 영화학도가 되려고 독립 영화를 만드는 동아리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그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 을 경험한다. 개인의 능력과 효율적인 조직으로 돌아가지 않고, 일그러진 권력과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이었 다. 그는 말 그대로 우연히 사진을 접한다. 사진을 찍으며 할 수 있는 것 - 그것도 영화와 관련해서 - 을 찾으 면서부터다. 처음 카메라를 ‘진지하게’ 손에 쥔 이후 지금까지 사진 작업에 몰두했다.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 학교(Nottingham Trent University School of Art & Design)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일본의 스튜디오 경험(Viva Studio)을 거쳤다. 첫 개인전 <벌거벗은 노출(Bare Exposure - Noster Nostri), 2007> 이 후 한국 교과서 안에 들어간 ‘평면적인’ 개인을 되짚어본 <교과서: 철수와 영희(The Text Book: Chulsoo & Younghee), 2008>를 통해 겉으로 보기에 발전한 한국 사회 이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4년 만의 개인전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 재와 먼지(灰塵) (From the Sea to Youth + Dust and Ashes), 2012>로 그는 오랜 시간 꾸준히 작업한 현재 청소년들의 표상과 돌연변이처럼 성장한 도시 환경을 이야기한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한국 사회’ 안에서 만들어지는 ‘개인’과 그 안의 관계를 통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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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 IN THE SELF - SUBSIST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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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VAD
한받 HAN VAD Lives and Works in Seoul blog.daum.net/sudmazo, www.jaripmusic.org ‘한받’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진식은 홍대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자립 음악가이다. 보통 홍대의 음 악씬을 ‘인디 씬(indie scene)이라고 부르는데, 이 안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인디 뮤지션’이라 는 호칭 대신 스스로 ‘자립 음악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의 음악가 활동에는 몇 개의 개인 프로젝트와 밴 드가 들어가 있다. 그는 각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른 성격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인다. 개인의 고민을 포크(folk)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아마츄어 증폭기(Amature Amplifier)’ , 신스팝에 기반을 둔 댄스 음악 을 선보이는 ‘야마가타 트윅스터(Yamagata Tweakster)’ , 펑크 밴드로서 펑크 음악을 만드는 ‘스트레칭 져니(Stretching Journey)’ 등이 한받이 만든 음악 세계 안에 있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음악 활동 에서 주어진 ‘시스템’과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생각해왔다. 한국에서 음악 한다는 것은, 방송 과 음원 순위가 주도하는 메이저 시장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무척 척박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음악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음악을 만들어 유통하고, 재생산하는 환경 자체에도 많은 관심을 뒀다. 그에 동의하는 음악인들과 함께 만든 것이 ‘자립음악생산조합’이다. 조합의 웹사이트 설명에 따르면 그들 은 ‘작은 규모의 음악생산자들이 자유롭게 음반과 공연 등 음악과 관련된 작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가 장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음악 생산의 인프라를 구축해나가는 것’을 가장 큰 목 표로 둔다. 그의 음악적인 과정은 이제 ‘조합’과 함께 있다. 그 둘은 떼놓을 수 없는 하나의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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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2장 103, Digital C-print, 2010 by Oh Suk kuhn
구루부 구루마(Groove Guruma), 2012 by Han Vad
스펙트럼 매거진의 아홉 번째 챕터 ‘갤러리’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재능 넘치는 아티스트를 소개 하는 공간입니다. 그 여덟 번째 시간에는 ‘사진’과 ‘음악’으로 작업하는 두 명을 만났습니다. 바로 사진가 오석근과 음악가 한받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들은 오랜 시간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했습 니다. 무언가 ‘만든다’는 공통점 외에, 이미 커다란 보이지 않는 규칙으로 정해진 환경과 지역 속 에서 어떻게 해야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는 점에서 둘은 무척 닮았습니다. 또한, 그들은 둘 다 한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각자의 ‘언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진처럼 한눈에 드러나거나 음악처럼 한 번에 듣고 감지할 수 있지만, 작업 결과물로만 말하기에는 그들이 추구 하는 선명한 색깔이 그 과정으로 녹아 있습니다. 그 과정이 단지 각자의 감각 혹은 실력으로 이뤄 낸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작업을 위해 다양한 시대적 고민을 함축하고, 단지 관찰로 끝내는 것 이 아니라 그 고민을 모아 지금 시대로 이어진 무언가에 연동합니다. 지금의 고민을 공유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선순환으로 이어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합니다. ‘독립獨立’과 ‘자립自立’ 같은 키워 드는 뜬구름 같은 표어가 아닌, 그들 작업을 표현하는 가장 적확한 단어일 것입니다.
© images courtesy of Oh Suk kuhn, Han Vad
interview & text by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 (JDZ) edited by 김지혜 Kim Jihye & 홍석우 Hong Sukwoo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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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Introduction
음악에 입문(?)했다고 안다. 음악에 ‘꽂힌’ 계기가 있다면 좀 더
소개
자세히 알고 싶다.
홍석우 Hong Sukwoo: 한받은 2003년 홍대 클럽빵 오디션으로
한받 Hahn Vad, 이하 HV: 특별히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 다. 이십 대 초반에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장래희망으로 영화감독을 적었으니까. 졸업하고서 서울로 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집안 반대에 부딪히면서 고향 대구에 남아 좌충우돌 영화 인생을 맞았다. 그 와중 잠깐 기타를 배웠는데, 취 미라기보단 멋대로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게 재밌어서 장난처럼 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영화를 접게 됐을 때, 음악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그때부터 ‘노래다운 노래’를 할 수 있었다. 오석근은 어떻게 처음 사진 찍기로 마음먹었나. 오석근 Oh Suk kuhn, 이하 SK: 우연이지만, 좀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 나도 한받처럼 영화 를 하고 싶던 영화 동아리 대학생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문학, 심리학, 신문방송학 같은 것에 관 심이 많았다.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집이 엄해서 사달라고도 못했다. 그러다 원하지 않은 대학에 갔는데, 영화의 시각적인 매력이 좋아 독립영화 동아리를 택했다. 그런데 하다 보 니 폭력적이고 계급적인 영화 (제작 현장의) 시스템 자체가 싫어졌다. 개인적인 갈등을 겪던 때 에 우연히 사진을 접한 후 ‘나한테 잘 맞는구나’ 싶었다. 신기했고, 좀 잘하는 것 같았다. (웃음) 사진을 우연히 접했다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 접하게 되었나? SK: 영화를 하다 보니 필름 작업해야 할 일들이 생겼다. 그때 카메라의 기본기를 알아야 한다 고 해서 서울예술대학교 다니는 선배에게 배웠다. 그러다 재미를 느꼈다. 1998~1999년도 정 도였다. 이제 꽤 오래전이다. 한받은 지금까지 아마츄어 증폭기Amature Amplifier; 한받의 1인 프로젝트인 아마츄어 증폭기는 공식적으로 2002년부터 , 야마가타 트윅스터Yamagata Tweakster; 2005년
2008년을 활동기간으로 두지만, 현재도 비정기 공연에 참여한다. - 편집자 주
, 스트레칭 져니Stretching
결성한 한받의 1인 프로젝트 그룹으로 신스팝을 위주로 한 춤과 노래 및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다. - 편집자 주
Journey; 2008년 최윤성과 한받이 결성한 펑크 밴드로 기타 및 보컬의 최윤성(죠니), 기타 및 코러스의 백재중(토니), 베이스기타와 보컬의 한받(안쏘 니), 드럼과 보컬의 허찬(찰리)이 구성원. - 편집자 주
등으로 활동했다. 각기 활동하는 콘셉트와 곡의 성격 또한 다
르다. 아직 한받의 음악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에게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HV: ‘아마츄어 증폭기’는 맨 처음 ‘노래 같은 노래’를 만들게 된 때의 이름이다. 당시 살아가는 한 남성의 판타지fantasy 를 노래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내면에 있던 꿈과 환상 등의 노래였다. ‘야 마가타 트윅스터’는 좀 다르다. 개인적으로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아마츄어 증폭기가 좋다. 하지만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몸을 많이 사용하는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움직임이 발산하는 힘으로 많은 사람에게 또 다른 에너지를 전하는 목적이 있었다. 아마츄어 증폭기가 내면적이라고 한다면, 야 마가타 트윅스터는 샘플비트sample beat 와 단순한 코드 진행만으로 몸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부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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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고, 주변 사람에게 외적으로 발산하는 에너지를 전달하려고 했다고 보면 된다. ‘스트레칭 져니’는 순수한 펑크punk 다. 여러 친구와 펑크 밴드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보컬 친구최 윤성
의 유학으로 현재 중단 상태다.
오석근과 한받은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나? SK: 한받이 야마가타 트윅스터로 활동할 때, 2008년 홍대 클럽 쌤Club SSAM 에서 모임 별Byul. org 과의 합동 공연에서 처음 봤다. ‘아, 저 사람은 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완성
형이 아니라 거의 초창기였는데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였고, 대단히 인상 깊었다. 그 뒤 한받 이 2008년과 2009년 진행한 ‘서교 지하보도’ 공연이 정말 재미있었다. HV: 현재는 서교 지하보도가 사라졌고, 그때 사람들이 두리반 사태로 옮겨 간 셈이다. SK: 그 와중에 스트레칭 져니의 공연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음악에 한창 관심 두고 활동할 때였 는데, 내가 참여한 <젊은 모색 2008; 2008년 12월 5일부터 2008년 3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 술관에서 열린 전시. 젊은 한국 작가들인 오석근, 나현, 위영일, 이재훈, 이혜인 등이 참여. 편집자 주> 전시 때 한받을 초청했다. <젊은 모색 2008>의 케이터링은 무척 고급스러운데, 한 받이 (퍼포먼스로) 수류탄 던지고 오렌지 주스 뿜고…. 전체를 보면 재밌는 광경이었다. (웃음)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1장 01, Digital C-print, 2009 by Oh Suk ku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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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gata Tweakster Digital Single <DON TA RYEONG> Cover, 2010 by Han Vad
Yamagata Tweakster, <Yamagata Tweakster in Shelter, Shanghai, China 2010>, 2010 by Han Vad
HV: 기억에 많이 남은 공연이다. 하면서도 역부족이다 싶은 공연이 있는데…. 무리했다. (웃음) SK: 지금 생각하면 공간 해석에 무리가 좀 있었다. 큰 교훈을 얻었고, 자만심에 빠지지 않는 계기도 됐다. 사실 오석근은 사진 작업 외에, 내 세대에게는 일종의 충격적인 하위문화sub-culture 파티였던 ‘도스에이도스DOS A DOS’ 설립자로 알려졌기도 하다. 꽤 시간이 흐른 일이지만, 그 이야기를 오 랜만에 듣고 싶다. SK: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진행했으니…. 2009년 이후로 누구도 언급하지 않은 일이기 도 하다. 변화도 많이 이끌긴 했다. 결국, 재미있게 놀았다. 생각해보면 모든 게 너무 이르지 않 았나 싶다. 사실 가능성이 많은 파티였는데, 세부적으로 똑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충분히 변화할 수 있었음에도, 구성원들의 단합 문제나 방향성의 문제들을 넘지 못했다. 한국 에서 하는 파티로서 가져가야 하는 방향이 분명히 있는데, 전위적인 부분과 자본적인 부분이 상 충하는 문제였다. 어긋났던 것들 내면의 욕망을 생각해 보면, 당시 제대로 조종control 하지 못했 던 부분이 컸다. 만일 다시 기회가 오면 애초에 더 빈틈이 없게 구성할 것이다. 놀면서 해야 할 일 을 어느 순간 감당 못하게 되고, 구성원들을 추스리고 수익도 냈어야 하는데 너무 순수하게만 갔다. 만일 지금 한다면 제대로 기획하고 전략을 짜서 공격적으로 갈 수도 있다. 시각적인 부분 도 더 예술적으로 다듬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도 더 주력할 것이다. 몇 가지 놓친 - 너무 화려하게glam 보이고 거부감이 드는 - 부분들도 있었다. 크게 보면 당시 한국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뭔가 생성되고, 꺾이고, 발산하는 시스템 속의 결과물 아니었나 싶다.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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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 혹시 있나. SK: 재미를 위한 목적이라면 ‘전시’가 있다. 작업실에서 지인들과 항상 춤추고 노니까 그것을 파 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놀고 싶으면 작업실로 오시오.’ (웃음) 앞으로 다시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진정성을 가진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잘 만나느냐에 달렸다. 한받은 당시 ‘도스에이도스’ 파티에 가본 적 있는가? HV: 없다. 그 당시 나는 그런 것들을 파악하는 수준이었다. 참여하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
02 Past Works
한받의 블로그http://blog.daum.net/sudmazo 에서 아래와 같은 문
과거의 작업들
갔음을 또한 목도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홍대의 지난 10년은
구를 봤다. ‘음악가로서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클럽이 사라져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외형적이고 내면적인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음악가들은 여전히 생기고 음반을 낸다. 그동
안 지켜보면서 느낀 점과 깨달은 점도 있을 것 같다. HV: 어떻게 하면 음악가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까.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자립음악생산조합 음악생활협동조합으로, 2010년 홍대앞의 철거농성장 두리반을 도우려고 모인 음악가 중 일부가 준비모임을 결성하고 2011년 4월 발기인대회와 8월 첫 총회 이후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작은 규모의 음악생산자들이 자유롭게 음반과 공연 등 음악과 관련된 작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가장 적합한 환경 을 제공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음악 생산의 인프라를 구축해나가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 공식 웹사이트는 www.jaripmu-
sic.org이다. - 편집자 주’이다. 홍대를 벗어나 새로운 지역에서도 음악의 흐름을 만드는 목적으로 시작
했다.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홍대에 살고, 홍대에서 시작해서 버티며 저항한다. ‘구루부 구루 마Groove Guruma, 흥얼흥업; 2012년 1월 17일 시작한 한받의 개인 사업으로, 주로 홍대 주변을 돌며 음반을 팔고, 춤추고 노래한다. 이렇게 직 접 음반을 오프라인으로 유통한다. 한받은 ‘구루마 일지’라는 이름으로 구루부 구루마 활동을 기록 중이기도 하다. - 편집자 주
’ 또한 일종의 ‘저
항의 표현’이다. 당장 오늘 오후에도 (구루부 구루마를 끌러) 나가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매장이 들어서고, 사라지고, 변하는 거리 모습을 보며 자본의 속도를 바로 눈앞에서 본다. 두려움을 느 낀다. 구루부 구루마로 사람을 만나고, 내 것뿐만 아닌 친구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것은 신음하 는 거리를 위한 나의 저항 방식이다. 음악을 지속해서 흘려보내는 것, 공기 안에 계속 음악을 뿜 어내는 것으로 저항의 몸짓을 보여주는 셈이다. 같은 맥락의 질문이다. 어떤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사진가도 계속 나온다. 오석근은 일종의 젊은 작가군으로 분류된다. 동시대 사진가로서 현재 사진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SK: <월간사진Monthly Photo> 인터뷰에서도 한 얘긴데, 요즘 사진을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실 험도 비평도 없고, 기획자마저 사라진다. 성향도 어딘가 보편적이고 잘된 혹은 유명한 외국 작 업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계는 실제로 내 선배 또래가 많다. 선배들은 지금 자리를 지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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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1장 23, Digital C-print, 2009 by Oh Suk kuhn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1장 30, Digital C-print, 2009 by Oh Suk kuhn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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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1장 51, Digital C-print, 2011 by Oh Suk kuhn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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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려고 실험보다 안정을 택한다. 사진계에 인재풀pool이 넓은 것도 아니다. 사진은 자신의 언어 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것도 별로 없다. 여기(전시장) 있는 사진들을 보면 사실 말이 안 되는 시 도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이 보면 정말 저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시도 들이 좀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 사진계는 침체기 같고, 답이 없는 듯하다. 실제로 한국적 인 언어로 그것을 풀어내려 시도하고, 도전하는 작가는 많지 않다. 나 또한 서양 위주 사고와 (작 가적인) 언어 등을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표현하는 데 좀 더 자유로워졌으면 하고, 그에 따른 연 구도 많이 했으면 한다. 2007년 오석근은 첫 번째 개인전 <벌거벗은 노출Bare Exposure - Noster Nostri>에서 유학 시절 만 난 이들의 초상을 담았다. 길거리에서 즉석 섭외한 사람과 주위 사람들의 조합이었다. 지금은 도시 풍경과 어린 시절 기억을 ‘정형화한’ 기억 혹은 상황의 재현으로, 또한 동시대 청소년의 표 상과 당신 기억 속의 심상 안에서 접점을 찾는 듯 보인다. 사진작가로서 작업에 대해 ‘품고 가는 것’과 ‘변해 가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SK: 내 기준, 내 생각, 세계관. 한국인의 모습, 우리 내면, 우리 정서에 있는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강박, 상처, 기록되지 않은 역사 같은 것 말이다. 한국만의 특이사항이라고 볼 수 있지만, 비슷한 상황의 나라들이 (지닌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짚어보고 파헤치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계속 생각하 며 의문을 던진다. 내 안의 편견들 -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사실은 아닌 것들, 익숙한데 익숙하 지 않은 것, 익숙함 가운데 발견하는 생경한 것들 - 을 통해 느끼는 불안이 있다. 그런 것을 파헤 치고 바라보는 것이 ‘자신의 언어’가 아닐까 싶다. 이런 것들이 (작가로서) 지속해서 가져 가는 것 이다. 반대로 변하는 것은 방법론方法論이다. 사진을 예술이라 생각하고, 더 효과적인 방법을 끌 어와서 표현한다. 예를 들면 (사진만이 아닌) 설치나 영상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사진도 기존에 있던 남의 것을 가져오기도 하고, 내 작업을 부식시키거나 태우기도 한다. 그렇게 (작업을) 씹 고, 뜯고 하면서 더 효과적인 방법들을 찾아낸다. 틀을 계속 깨면서 나아가고 싶다. 한받도 개인 안의 여러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각기 다른 모습 안에서 발견하는 ‘자기 언어’ 가 있지 않을까 싶다. SK: 음악은 ‘가사’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한받의 2009년 앨범 <수성랜드Soo Sung Land, 2009>에서도 충분히 느꼈다. 잔잔한데 날카롭고, 구수한데 날 것인 느낌. 그렇게 가사 쓰는 사람은 흔치 않다. HV: ‘날 것 같은’ 느낌. 나는 그것을 ‘아마츄어의 느낌’으로 본다. 그것을 처음 어디서 가져왔느 냐면 포르노에서, 특히 일본 포르노에서 가져왔다. 포르노도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길거리에 서 사람을 즉석 섭외해서 그대로 찍는 게 있다. 어떻게 보면 그것도 날 것이다. 실제 연기하는 배 우가 아니니까. 그런 날 것의 느낌을 계속 추구한다. 아마츄어 증폭기 때는 남성의 외로움, 아버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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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ricide Boy> Cassette tape Cover, 1998년 제작한 생애 첫 번째 앨범 by Han Vad
Amature Amplifier, <소년중앙 BASIC(Soneyon Heart Basic)> 재발매판 Cover, 2010 by Han Vad
Amature Amplifier, <극좌표(極座標, polar coordinates)>, 2004 by Han Vad
Amature Amplifier, <수성랜드(Soo Sung Land)>, 2009 by Han V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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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와의 적대적 관계 속에서 오는 느낌을 노래했다. 지금은 그 관계를 다 해소했지만, 야마가타 트 윅스터에서도 계속 추구한다. 그런 걸 보면, 원초적인 생생함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SK: 한받의 음악에는 변주가 많다. 어떤 것은 포크, 어떤 것은 잔잔하다가 과감한 텍스트가 나 오기도 한다. 그 안에서 엄청나게 많은 상징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수성랜드>는 아버지에 대 한 증오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HV: <수성랜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완성한 음반이다. ‘수성랜드’는 실제 아버지가 페인트 칠을 했던 놀이동산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집 근처에 있던 유원지인데, 이 수성랜드가 계속 진화 한다. 마치 건물 중축처럼 말이다. 앨범 표지의 로켓 놀이기구를 바로 아버지가 칠하셨다. 유원 지가 처음 문 열 때, 기념으로 인근 학생들에게 책받침을 나눠줬다. 그런데 수성랜드 홍보용 책 받침 안에 로켓을 타고 있는 아버지 얼굴이 보였다. 충격이었다. 집안에서는 근엄하고 과묵한 아 버지가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로켓에 타고 있었다. (촬영할 때) 마땅한 사람이 없으니 아버지 를 넣은 것 같은데, 내게는 그 모습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유인원’이라는 곡의 가사에도 이 얘기가 나온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때의 충격이 떠오른다. 몇 년 전에 업그레이드한 로켓 놀이 기구 모습도 봤다. 최근에는 수성랜드가 없어졌다고 하더라.
03 Works of Each Other
둘은 다른 작업을 하고 있지만, 서로 작업에 대해 어떻게 생
서로의 작업에 대한 생각
SK: <수성랜드> 음반을 듣고 이번 작업이랑 어울리겠다 싶어
각하고, 또 공유하는지 듣고 싶다. 비슷한 것을 공유해나가 는 접점이 있나? 서 한받을 오프닝 공연자로 초청했다. 우리의 공통점은 날 것, 변주, 내면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저항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 그렇게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 한받의 가사에
공감한 것도 많다. 나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또한, 아버지와 가족과 관계한 작업을 한다. 그 안에 숨겨진 인간적인 관점, 사회에서 드러나지 못한 억압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HV: 아마츄어 증폭기 때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점점 무게감을 주더니, 마침내 그 느낌이 가장 농밀해질 때 가족에 관한 노래가 많이 나왔다. 일단 가족 이야기 에서 출발한 것이 공통점 아니었나 싶다. 장르는 다르지만, 그래서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함께 무언가 작업하거나, 작업할 계획이 있나?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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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던 껌 라이브, 라운드 로빈, 2009 by Han Vad
SK: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오늘 만나서 처음 얘기했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 더 구 체적으로 계획해서 진행한다면 내년 즈음 무언가 (결과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주위 ‘동료’에 관한 이야기도 궁금하다. 작업 관점이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에는 누가 있나. HV: 그런 동료라고 하니까 석근 씨가 먼저 떠오른다. (웃음) 도스에이도스DOS A DOS 도 재미로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그렇게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 대단하다. 끝까지 가진 않았지만 하나의 단계이지 않았나 싶다. 그 이후로 사진 작업에 열중하는 것도 멋지다. 또 다른 친구들은 함께 독 립 음악 하는 투사들이다.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같이 하는 친구들인데, 홍대를 벗어나서 석 관동 ‘클럽 대공분실Club DGBS, http://clubdgbs16.tistory.com 문래동 ‘로라이즈 서울LOWRISE SEOUL, http://lowriseseoul.wordpress.com, 이태원 꽃땅CCOOTT DDANG, www.ccott-ddang.com 등 각자 새로운 동
네에 음악을 심는 개척자들이 있다. 다른 관점에서는 순교자와 비슷하다. 그런 친구들과 조합을 결성했었다는 것은 감개무량한 일이다. 이 흐름이 무너지지 않고 적어도 10년은 갈 수 있다면, 자 본에 저항하는 좋은 흐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SK: 남들이 보기엔 허튼짓이지만 우리가 보기엔 진정성을 취하는 움직임이다. 멀리서 마음 으로 응원하거나 ‘좋아요’ 한 번 눌러주거나, 기회가 있으면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는 꽤 되지 않 나 싶다. 친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동료’ 아닐까. 독립, 자생의 개념…. 자생하지 못하면 도구 가 되거나, 이용되거나, 상처받는다. 그래서 다른 작가들도 뜻을 같이하는 조합이 필요하다 고 생각한다. HV: 다양한 조합이 만들어지면, ‘조합 대 조합의 작업’도 가능할 것이다. SK: (서울이 아닌) 지역별로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서로 도와주면서 흐름이 생긴다면 좋겠다.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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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VAD, Self Portrait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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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Present Works Discourse and Keywords
오석근 작가는 외국 전시를 빼면 오랜만의 개인전이다. 게다
현재의 작업들 - 담론과 키워드
관련된 얘기를 하다 보니 증축・변형된 집들에 관심이 생겼다.
가 보통 갤러리가 아니라 증축・개조한 종로5가 한옥이다. 전 시 준비 과정을 듣고 싶고, 왜 이 집이어야 했는지도 궁금하다. SK: 결국 모든 게 작업 연장선이다. 작업하면서 한국 사회와 인천, 군산, 서울 등지의 근대 유적을 찾아봤다. 시대 요소들 이 달라붙으면서 이상한 괴물이 형성되는 모습을 봤다. 이번
전시 특성상 단순한 화이트 큐브white cube 전시장은 재미도, 의미도 없을 거란 생각으로 여러 곳 을 둘러봤다. 작업과 어울리는 전시를 하려면 가옥家屋에서 해야 했는데, 우선 이 전시가 가족 이 야기를 담기 때문이었다. 대물림되는 이야기들이 있으니 그것을 다루는 장소는 ‘집’이어야 했고, 증축・변형된 하나의 작품으로써 공간에 나타나는 동반 상승효과synergy 를 기대했다. 또한, 개 인전을 준비하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좀 다른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변화의 시간을 보냈다. 변화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SK: 자유로운 속도 안에서 성장하고, 소화해내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작 품은 변주가 많다. 지난 4년의 삶이 내게도 변주 그 자체였다. 사기도 당했고 아픔도 있었다. 전 시가 잘 되기도 하고, 잘 안 되기도 했다. 4년 만에 개인전을 하는 이유는 ‘정리를 잘하자’, ‘욕심부 리지 말자’, ‘난 지금 이런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전시를 조금 더 자주 해야겠 다는 생각이 드는데, 요즘 전시를 하면서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웃음)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1장 62, Digital C-print, 2010 by Oh Suk kuhn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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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근의 개인전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 재와 먼지灰塵 From the Sea to Youth + Dust and Ashes>
지금 전시 장소는 어떻게 발견했나. SK: 말 그대로 이 잡듯이 뒤지다 발견했다. 엄청나게 돌아다녔다. 명동, 충무로, 종로 그리고 서울 외곽까지…. 생활과 밀접하면서도 변화가 많은 지역 중심으로 봤다. 집이라는 장소를 전 시 공간으로 택하는 것은 실리나 편리, 외관과 상관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부분 도 있다. 괜찮은 곳을 발견하면 ‘여기 누구 살아요?’ 물어보고, 산다고 하면 일단 보류한다. 안 산 다고 하면 ‘한 달쯤 빌릴 수 있어요?’ 묻는다. 안 된다면 또 보류. 이렇게 한 달을 돌아다녔다. 공 간을 보러 다니면서 발품 팔아 발견한 것도 정말 많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이 소중하다. 꾸준 히 작업으로 이어갈까 한다. 처음 한받에 관심 생긴 것은 아주 예전에 우연히 블로그에서 본, 수년 전 홍대 인디 음악씬에 대한 글 때문이었다. 인터뷰하기 전 다시 들어가서 보니, 기록이 무척 많이 쌓였더라. ‘자립에 관한 연 구’만이 아니라, ‘실패의 기록’과 ‘자립의 기록’처럼 세분화해서 꼼꼼히 적어뒀다. 한받과 오석근 에게 독립獨立이 아닌 ‘자립自立; 스스로 서다’이란 무엇인가? HV: 자립이 그렇게 고정된 개념은 아닌 것 같다. 뭔가를 쫓아가는 하나의 이상향인데, 스스로 의 힘이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미약하다고 많이 깨닫는다. 그래서 비슷한 처지의 개인들, 음악 가나 미술가들이 힘을 모아 조합을 결성한 계기가 됐다. 그 시작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가진 힘, 경험을 믿고 무언가 생산한다는 것에서 비롯되지만, 그걸 바탕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재생산할 수 있을 때 온전한 자립이 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무언가 산 출했을 때, 그것을 기꺼이 받아줄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자립’이라는 것은 ‘연대連帶’ 를 요청한다. 자립과 연대가 모여 ‘자연’을 이룬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같이 연대해서 자립의 장場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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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먼지(灰塵) 02, Digital C-print, 2011 by Oh Suk kuhn
SK: 음악은 판매할 수 있지만, 사진이나 예술 작품은 (국내 실정상) 좀 애매하다. 수집가collector 가 사거나 미술관에 들어가는 건데,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얻어가는 무언가’이다. 자립은 전시와 작업 기반을 스스로 만드는 것인데, 결국 (외부) 피드백feedback 이 있 어야 한다. 음악은 판매를 통해 자생自生하고, 사진은 (작품으로) 보이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주는 것이 해답 아닐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사회에 던지고, 사람들이 보면서 무언가 느끼고, 순환하는 자생이 필요하다. 두 사람의 의견을 조합하니 ‘소통’의 이야기 아닌가 싶다. 작업을 결과물만으로 보여주는 데 각자 한계는 없나? 가령 음악을 난해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진의 표면만을 보는 관람 객도 있을 것이다. 혹시 그렇게 느낀다면, 어떤 방식의 다른 소통법을 구사하나? HV: 일단 내 음악이 전위적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 오히려 대중적이라고 생각한다. SK: 한받의 음악과 공연을 듣고 보면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많이 보여주고, 이야 기한다면 어떤 것이든 어렵지 않다고 느낀다. 삶과 분리되는 완벽히 생소한 세계를 보여주는 것 은 아니기 때문이다. HV: 자립음악생산조합 안에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을 생산하 는 기술을 배우고, 외부로부터의 지원보다 조합 내에서 대출받아 자체적으로 음반을 만들고, 판매 수익을 상환하는 자립형 생산 기반을 만들고 있다. ‘구루부 구루마’를 끌면서 음악을 제공 하는 새로운 유통 형식을 만들고, 쌀을 받고 음악을 제공하는 물물교환도 한다. 기본적으로 음 악은 영혼을 위한 안식이다. 상대방은 몸을 위한 양식으로 (화폐 대신) 쌀을 주고, 나는 영혼을 위한 양식으로 음악을 준다. 서로 행복한 방법이다.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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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앞서 언급한 것 같은데, 내 이야기와 우리 이야기, 살면서 느끼는 것과 깨달은 것을 파헤치 면서 날 것과 살아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론理論이랄 것도 없다. 거기에 새로운 시도를 더할 수 있 다면 좋고, 그것으로 타인과 호흡한다면 더 좋다. 전시나 작업을 위해 다른 일도 하고, 지역 사회 나 학교에서 수업하면서 예술을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바뀌 고 시각도 바뀔 수 있다. 단숨에 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한받의 의견처럼 혼자 할 수도 없다. 삶의 다양한 가치를 알려주면서 계속 알리고, 교육하고, 변화해야 한다. 결국 장 기전長期戰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노력하면서 자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움직임을 지속 하면 일반 시민이 다양한 전시를 보게 될 것이다. 예전 전시 때, 와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들 이 있었다. 그게 엄청나게 감동이다. 예술을 하는 의미는 이런 게 아닐까…? 보고, 느끼고, 깨우 치고, 얻어가는 것에 다시 용기 얻고 즐거움 얻는 피드백 말이다. 앞서 ‘자신의 언어’를 얘기했다. 동감하는 사람도 있 겠지만,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어려움을 느끼는 젊 은이들도 있다.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SK: 공부해야 한다. 삶은 소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놓치는 것도 많다.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것을 다 공 부해야 한다. 은연중 영향받은 것들을 파헤쳐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훗날 그 안에서 무언가 나온다. 그 무언가를 자기화自己化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자기 언어가 될 것이다. 그런데 결코 쉽지 않다. 나 또 한 찾아가는 중이고 어렴풋이 보이는 단계일 뿐이다. 이십 대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다쳐보기도 하 고, 아파보기도 하고, 외국도 나가고, 여행하면서 시 각도 넓히고, 편견을 없애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
Amature Amplifier, <2/9/Y/O/M/C/(29세의 자위대) Cover, 아마츄어 증폭기 첫 번째 앨범, 2002 by Han Vad
러면서 근원적인 것을 발견해야 비로소 언어가 된다. HV: 경험을 위해 동티모르도 가지 않았나오석근은 2000 년부터 2002년까지 동티모르 세계 평화유지군 상록수 부대 사진병으로 군 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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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 편집자 주
SK: 동티모르는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다. 오지 탐 험의 느낌이다. 강이 범람하는 지역에 사람이 사는 것을 보며 많은 걸 느꼈다. 물체와 외모에 관한 편견 이 깨졌다. 누가 아프다고 해서 세 시간 걸려 찾아갔 는데, 보통 기준으로 정말 못 생기고 늙은, 임신한 여
Stretching Journey, 1집 <스트레칭 져니>, 2009 by Han Vad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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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였다. 이가 다 빠져서 더 이상해 보이는 얼 굴이었다. 그녀와 남편을 차에 실었다. 비포 장도로를 덜컹거리며 가는데, 두 사람에게서 너무 심한 냄새가 나서 창문을 열었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남편은 아내가 다칠까 봐 운전 하는 우리에게 화를 냈다. 그 와중에도 둘은 계속 사랑의 표현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알 고 보니 겨우 19살이었다. 차가 흔들릴 때마 다 소리를 지르는, 악취 나고 못 생긴 19세 부 부. 내 안의 수많은 편견이 깨졌다. 세 시간 동 안 그들을 보며 위생관념, 문명, 도시에 대한 생각이 모두 달라졌다. 어떤 외국인은 그때 나의 시선으로 지금의 우리를 볼 수도 있다. 그 뒤로 일본, 영국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 경험들로 시각이 달라진 셈이다.
05 Future Plans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2013년의 계획이 궁금하다.
미래의 계획들
있다. 일본 공연을 통해 외국에서의 경험을 늘리고 싶다. 아마
HV: 12월에 앨범이 나오고 내년 1월 26일 일본 도쿄 공연이 츄어 증폭기의 공연 요청도 있다. 또한, 내년은 음악 활동 10주 년이 된다.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새로운 앨범이 나올 수도 있 다. 자세한 계획은 조금 더 기다려달라.
SK: 내 공간을 만드는 것. 1년은 인천에 있으면서 지역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고, 문화예술학교 오석근은 인천 주재의 컬렉티브 커뮤니티 스튜디오525 부설 꾸물꾸물 문화학교에서 강연했다. - 편집자 주
일을 도울 생각이다. 조금 더
내실을 쌓는 시기로 삼을 생각이다. HB: 구루부 구루마를 끌고 다니는 것도 1년이 되어간다. 구루부 구루마 일지를 기록한 1주년 책도 자체 출판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_ 이 인터뷰는 2012년 12월, 오석근의 개인전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 재와 먼지灰塵 From the Sea to Youth + Dust and Ashes>이 열린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 179번지 한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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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tantes Dilemma II, Oil on Canvas, 183 x 122cm, 2012 by 문경의(Moon Kyeongeui) blog.naver.com/ruddml7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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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PRODUCT GUIDE
Eo Travel Collection EO 트래블 컬렉션은 여행에 대한 접근을 심플함과 연계성으로 정의하는 새로운 세대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습니다. 비지니스, 영감 혹은 재미를 위한 기기 사용에 의존하며 변모하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기내용 컬렉션입니다. 각각의 EO 트래블 백은 똑똑한 수납기능과 믿음직한 보호기능을 결합하여 여행을 좀 더 쉽고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만들어줍니다. EO Collection은 Incase 명동 영플라자 스토어와 압구정 스토어, goincase.kr에서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Hardshell Roller for Macbook Pro 17”, iPad
Backpack for Macbook Pro 17”, iPad
Roller for Macbook Pro 17”, iPad
Duffel Macbook Pro 115”, iPad
Rolling Brief for Macbook Pro 15”, iPad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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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 Travel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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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Pathway Collection 인케이스만의 시그니쳐 기능인 지능적 수납과 디바이스 보호를 기본으로 마그네틱 여밈과 심플한 기하학 구조를 더해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레더 트리밍과 와 최상급 코튼 트윌 소재로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감각을 더하는 세련된 실루엣의 패스웨이 컬렉션Pathway collection 은 Tote, Shoulder Bag, Rolltop Sleeve, iPhone Pouch 등 총 6으로 구성되었으며 국내외 High-end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 백화점을 통해서만 소개 될 예정입니다.
Pathway Tote for Macbook Pro 15”, iPad
Pathway iPhone Pouch for iPhone 4 / 4S
Pathway Shoulder Bag for Macbook Pro 15”, iPad
Pathway Folio for Macbook Air 11” / 13”, Macbook Pro 13” / 15”
Pathway Rolltop Sleeve for Macbook Pro 15”, iP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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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hway Field Bag for Macbook Pro 13”, iPad
Pathway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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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Nylon Collection 최상의 휴대성, 보호 기능과 편안함을 제공하며 가장 큰 호응을 얻고있는 Nylon Collection은 2012 가을시즌을 맞아 더욱 다양해진 컬러웨이가 추가되었습니다. 몸에 딱맞는 생체공학적 착용감을 위해 업그레이드한 실루엣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맞춤형 방 습방한 나일론 소재 컬렉션으로 현대인들의 가벼운 여행에 귀중품을 휴대할 수 있는 완벽한 솔 루션을 제공합니다. 그중 나일론 프리미엄 백팩은 더욱 세분화되고 강화된 수납공간과 뛰어난 착용감을 더해 진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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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lon Campus Pack for MacBook 15”
Nylon Compact Backpack for MacBook 15”
Nylon Backpack for MacBook 17”
Premium Backpack for MacBook 17”
Nylon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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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Range Collection 2013 년 Black/Ultramarine, Dune Metric Camo 컬러웨이가 추가 소개될 예정인 레인지 컬렉션은 당일 여행을 위해 디자인되었습니다. 이 레인지 컬렉션은 도시, 숲, 혹은 어디든 매일을 여행하는 현대인들을 위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인케이스 고유의 디바이스 보호기능과 방수 및 방습, 방한 기능 구조로 어떤 상황, 어떤 목적지에라도 이상적인 캐링 솔루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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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e Messenger for MacBook 13”
Range Messenger Bag Large for MacBook 15”
Range Backpack for MacBook 15”
Range Lage Backpack for MacBook 17”
Range Collection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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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Terra Collection 테라컬렉션을 구성하는 천연 소재는 간단한 수납과 가벼운 여정을 위한 캐쥬얼한 백을 만드는 목적과도 잘 어울립니다. 새로운 재질과 컬러로 제작된 테라컬렉션은 볼드한 악센트와 풍부한 질감, 천연 소재가 어우러져 독특한 스타일과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과 강력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또한 여전한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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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Convertible pack for MacBook 13”
Terra Tote Bag for MacBook 13”
Terra Sleeve for MacBook 11” / 13” / 15”
Terra Campus Pack for MacBook 15”
Terra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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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Heathered Collection 헤더드 컬렉션은 혼색 모직물로 제작되었으며 인케이스의 가장 대표적인 가방 디자인으로 제작된 컬렉션입니다. 부드럽고 풍부한 혼색 모직물로 제작된 이 컬렉션은 깔끔한 실루엣과 인체공학적으로 진보된 디자인 원리를 추구하며 완벽한 디바이스의 보호기능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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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Heathered Sleeve for MacBook 11” / 13” / 15”
Heathered Tote Bag for MacBook 13”
Heathered Backpack for MacBook 17”
Heathered Shoulder Bag for MacBook 13”
Heathered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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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Camera Collection 인케이스의 카메라 컬렉션은 사진가들의 요구사항을 채워주기 위한 넓은 범위의 가방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혼색 모직으로된 내구성있는 외부는 독특한 세련미를 자랑합니다. 내부의 탈부착 가능한 패드형 파티션는 다용도 DSLR와 렌즈의 배열 및 정돈을 가능케합니다. 외부 파티션으로의 접근은, 촛점을 맞추고 아이폰과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것에 이상적이며 또한 아이패드, 맥북과 같은 특별한 디바이스의 수납에 탁월한 컬렉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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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DSLR Pro Sling Pack / Sling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DSLR Case for DSLR, iPhone
DSLR Pro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Point and Shoot Pouch for Compact Camera, iPhone
Point and Shoot Field Bag for Compact Camera, iPad, iPhone
Point and Shoot Pouch Case for Compact Camera, iPhone
Camera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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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Audio Collection Incase Audio의 헤드폰 제품군 출시는 기능성과 무결점 사운드, 그리고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무장한 헤드폰으로 사용자들에게 보다 감동적인 체혐을 선사하고자 하는 당사의 의지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런 당사의 의지는 Soundesign이라고 명칭한 당사의 독특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통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Incase Soundesign는 정밀 사운드 엔지니어링과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접목하여 당사의 헤드폰은 세련된 외관처럼 멋진 느낌과 완벽한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헤드폰 개발에 대한 당사의 전체론 접근 방식은 맞춤형 디자인, 최첨단 오디오 엔지니어링과 생명 기계학을 하나로 통합하여 성능이 극대화된 헤드폰 출시가 가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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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vot On Ear Heaphones
Capsule In Ear Heaphones
Sonic Over Ear Headphones
Reflex On Ear Heaphones
Audio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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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Rodriguez Collection 이동과 투어가 많은 스케이트 보더들의 필요에 부합하기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Paul Rodriguez Signature Collection 은 프로 스케이트보더이자 트레블러인 Paul 의 자문을 얻어 혁신적 소재와 프리미엄 구조를 접목하였습니다. 기능성을 강조한 디자인, 수납 및 사용상의 편리함과 최고의 내구성이 특징입니다.
Skate Pack for MacBook 15” Protective Sleeve for MacBook 15”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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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ffel Bag Skate Pack Lite for MacBook 15””
Paul Rodriguez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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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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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5 인케이스의 정밀한 핏은 향상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뿐만 아니라 인케이스의 미니멀한 디자인 원칙을 지킴과 동시에 사용자의 편리함까지 생각합니다. 새로운 iPhone 5 용 제품은 이 전통을 지키면서 가장 얇고 가장 가벼운 iPhone 의 디자인과 상호 보완하여 새로운 기술을 완벽히 보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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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nap Case for iPhone 5 2. Metallic Slider Case for iPhone 5 3. Leather Snap Case for iPhone 5
iPhon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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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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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4S & 4 인케이스의 정밀 공학으로 이루어진 iPhone 4 용 제품은 시각적 효과와 질감 효과를 동시에 이용하여 지속적인 보호 옵션의 범위 를 넓히고 있습니다. 각 제품은 향상된 내구성과 다양한 개개인의 취향을 위해 진취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이고 다양한 재료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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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rystal Slider Case for iPhone 4S & 4 2. Heathered Snap Case for iPhone 4S & 4 3. Metallic Hammered Snap Case for iPhone 4S & 4
iPhone 4S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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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Andy Warhol Collection 20 세기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인 Andy Warhol 은 세상에 도전하며 예술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앤디 워홀의 문화유산은 그의 아트워크와 Andy Warhol 재단 및 Andy Warhol 박물관의 노력을 통해 지금까지 그 명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제품 디자인들은 Warhol 의 원작을 토대로 하며, 비주얼 아트 홍보를 담당하는 뉴욕 소재 비영리 기관인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와의 라이센스 계약으로 제작됩니다.
1. Warhol Sleeve for MacBook 11”, 13”, 15” 2. Warhol Portfolio for iPad 3 3.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S & 4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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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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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o Collection 2013 년 Brillo 의 100 주년을 기념 해 Andy Warhol Foundation 과 Incase 가 1964 년 Andy Warhol 의 작품 Brillo boxes 에서 영감을 얻어 한정판으로 제작한 콜렉션입니다. 당시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흔한 공산품과 동일하게 작품을 제작하여 순수와 상업 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대량생산과 소비에 대한 찬양과 비판이 공존하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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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Pr1zm Hipsack Pr1zm Hipsack 은 2009 년부터 한국과 아시아 지역에 Incase 를 공급해 온 Pr1zm Distribution 을 위해 Incase 에서 500개 한정으로 특별하게 제작되었습니다. 이 힙색은 간편한 수납과 이동이 편리한 기능성을 추구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제작되었습니다. 트랜디한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고급스러운 헤더드 패브릭을 사용하였고 이와 대조되는 지퍼 디테일로 변화를 주어, 절제되면서도 세련된 느낌으로 전 제품과는 차별화를 두었으며 힙색의 용도뿐만이 아니라 크로스 백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멀티 기능의 힙색은 아이폰과 지갑, 열쇠고리 등 간단한 외출을 위한 모든 소지품들을 간편하고 안전하게 수납할 수 있습니다.
Pr1zm Hipsack For iPhone / iPod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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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1zm Hips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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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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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3 인케이스의 New iPad 용 제품은 혁신적인 기기에 걸맞은 다양한 기능과 보호기능을 제공합니다. 새롭게 선보인북자켓 레볼루션과 마키슬리브는 보호와 기능등 동시에 갖추였으며, 다양한 소개와 다양한 기능들로 사용자의 요구조건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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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gazine Jacket for iPad 3 & iPad 2 2. Canvas Maki Jacket for iPad 3 & iPad 2 3. Origami Jacket for iPad 3 & iPad 2
iPad 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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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mini 페블 텍스쳐의 고급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Book Jacket, 커버를 말아 다양한 각도로 iPad mini 를 거치 할 수 있는
Canvas Maki Jacket, 서류를 수납할 수 있는 내부 포켓이 있는 Folio, 네오프런 재질이 가벼워 휴대가 간편하고 실용적인 Neoprene Sleeve 까지 iPad mini 를 위한
1. Book Jacket for iPad mini 2. Folio for iPad mini 3. Maki Jacket for iPad mini
새로운 케이스를 만나보세요. WINT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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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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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ger 인케이스의 충전기는 iPod, iPhone 그리고 iPad 를 충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자동차에 사용하기 위해서 12V 전원공급 장치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전압 용량 및 DC 와 AC 에 호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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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bo Charger for iPhone, iPod, iPad 2. Dual Car Charger for iPhone, iPod, iPad 3. Mini Car Charger for iPhone, iPod, iPad
Mac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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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Book 인케이스의 MacBook 용 제품은 정밀한 기술을 이용한 보호와 현대적인 디자인의 미학, 개개인의 다양한 선택을
1. Hardshell Case for MB Air 11”, 13”
위해서 제작 되었습니다. 각각의 케이스와 슬리브는 안목 높은 MacBook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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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E NEWS
TECH
WILLY’S
윌리스는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Apple Premium Reseller로서 애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한국 애플 공식 총판 자격을 획득한 애플 전문 매장이다. 윌리스는 국내 최고의 애플 공인 서비스센터와 애플 매장을 함께 직접 운영하는 유일한 애플 프리미엄 매장으로 고객에게 알맞은 제품 선택에서 제품 교육, 제품 수리까지 고객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대, 종로, 신사와 같이 서울 중심지에 직영점을 운영하며, 잠실점, 김포공항점은 롯데 마트 디지털 파트 내에 있어 고객이 편하게 애플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윌리스는 ‘새로운 버전의 프리미엄 애플 스토어’라는 자부심과 함께 고객과 소통하는 매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대점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45-10호 / 070.7732.8862~4 / AM 11:00 ~ PM 9:00 종로점 서울시 종로구 종로2가 9번지 YMCA 빌딩 1층 / 070.7732.7361~2 / AM 11:00 ~ PM 9:00 신사점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5번지 페이토 빌딩 1층 / 070.7732.7001~2 / AM 11:00 ~ PM 9:00 잠실점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40-1 롯데마트 잠실점 디지털파크 1층 / Tel.02.2143.1500~1 / AM 10:00 ~ AM 12:00(연중무휴) 김포공항점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 886번지 롯데몰 MF층 롯데마트 디지털파크 / Tel.02.6116.1700~2 / AM 10:30 ~ AM 12:00 (연중무휴) 184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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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KOON WITH A VIEW 신사점
청담동 1세대 편집매장 쿤KOON 에서 새로운 콘셉트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쿤 위드 어 뷰KOON WITH A VIEW 를 열었다. 이번에 문 연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은 분당에 이은 두 번째 매 장이었다. 이에 쿤 위드 어 뷰에서는 10월 19일 매장 개장을 기념하기 위해, 전날인 10월 18일 오프닝 파티를 개최했다. 오프닝 파티 행사에는 소녀시대 제시카, 슈퍼주니어 최시원, 고준희, 서인영, 이하늬를 비롯한 2PM 준호, 찬성, 2AM 임슬옹, 박효신, 이종석 등이 참석하여 쿤 위 드 어 뷰의 개장을 축하해 주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으로 하이엔드 컨템포러리high-end contemporary의 새로운 스타 일을 제안하는 쿤 위드 어 뷰는 대기업 SPA 브랜드의 치열한 격전지로 변모한 신사동 가로수길 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쿤 위드 어 뷰 신사점은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까지 총 6개 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층마다 다양 하고 독특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KOON WITH A VIEW 신사매장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6-5 / 02.3443.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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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서울 프리스비 명동본점 02-318-7120 서울 중구 명동 2가 33-6 프리스비 홍대점 02-323-1765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8-12 프리스비 건대점 02-2218-3195 서울 광진구 자양동 227-342 1층 S101호 프리스비 강남점 02-536-1050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03-35 강남 태영 데시앙루브 프리스비 강남스퀘어 02-501-6652 서울 강남구 역삼동 809 금화(월드메르디앙)B/D 1F 프리스비 신촌점 02-335-0471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3 랜드로바 2층 에이샵 코엑스 1호점 02-6002-1620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1 에이샵 코엑스 2호점 02-6002-1640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1 코엑스몰 T21호 에이샵 타임스퀘어점 02-2638-2730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42 타임스퀘어 2F 에이샵 신세계 센트럴시티점 02-3479-6187 서울 서초구 반포동 19-3 신세계 센트럴시티 신관 5F 에이샵 현대백화점 목동점 02-2163-2635 서울 양천구 목1동 916번지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1F 에이샵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02-2211-1064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지하 1F 에이샵 갤러리아 압구정점 02-548-6177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94 갤러리아 명품관 West 5F 에이샵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02-3467-8373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7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미아점 02-2117-1863 서울 성북구 길음동 20-1 현대백화점 미아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신촌점 02-3145-2943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33 현대백화점 신촌점 9F 에이샵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02-3449-5474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지하 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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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에이샵 현대백화점 천호점 02-2225-7094 서울 강동구 천호동 455-85 현대백화점 천호점 11F 에이샵 신세계 영등포점 02-2639-1464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34-5 신세계영등포 B관 6F 윌리스 신사 070-7732-7001 서울 강남구 논현동 5 페이토 빌딩 윌리스 종로 070-7732-7361 서울 종로구 종로2가 9 YMCA빌딩
713롯데백화점 7층 컨시어지 잠실 02-2143-1756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관 지하 1층 컨시어지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강남점 02-531-2808 서울 강남구 대치동 937 롯데백화점 8층 컨시어지 영등포 02-2164-6014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618-496 롯데백화점 9층
윌리스 이대 070-7732-8862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45-10
컨시어지 일산 031-909-3033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784 롯데백화점 8층
윌리스 잠실 02-2143-1500 서울 송파구 잠실동 40-1 롯데마트 잠실점 디지털파크 내 1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미아점 02-944-2304 서울 강북구 미아동 70-6 롯데백화점 8층
윌리스 김포 02-2664-6021 서울 강서구 방화동 886번지 김포 국제공항 앞 롯데 몰 지하 1층
컨시어지 코엑스점 02-3452-3599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8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아케이드 F-11B
컨시어지 압구정점 02-543-3599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8-11 컨시어지 노원 02-938-2773 서울 노원구 상계2동 606-14 컨시어지 건대 02-497-3599 서울 광진구 화양동 6-1 외 필지 동서빌딩 1층 컨시어지 대치점 02-564-3599 서울 강남구 대치동 1021-9 컨시어지 역삼 02-3453-3599 서울 강남구 역삼동 649-14 컨시어지 이태원 02-796-3599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18-27 컨시어지 대학로 02-747-3599 서울 종로구 명륜4가 58번지 컨시어지 신천 02-422-3599 서울 송파구 잠실동 184-21 서경빌딩 1층 컨시어지 신촌점 02-363-3599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18-20 컨시어지 명동 02-6361-8399 서울 중구 명동1가 59-5 SK건설 명동빌딩 1층 컨시어지 종각 02-737-3599 서울 종로구 관철동 13-13 종로코아빌딩 내 1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본점 02-772-3806 서울 중구 소공동 1 롯데백화점 8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노원점 02-950-2769 서울 노원구 상계동
컨시어지 목동점 02-2642-3599 서울 양천구 목동 917-1 CBS건물 1층 레스모아 연신내점 02-389-2856 서울 은평구 대조동198-1 레스모아 왕십리점 02-2200-1595 서울 성동구 행당동 168-1 에이팜 신세계 본점 02-310-1472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52-5 신세계 백화점 본점 신관 9층 KMUG 가산점 02-2026-3080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28 우림라이온스밸리 A동 118호 어노인팅 종로점 02-2269-2028 서울 종로구 종로3가 107-2 디자인스킨 홍대점 02-3141-4233 서울 마포구 동교동 166-6 와이즈파크 4층 디자인스킨 홍대점 디자인스킨 양재점 070-8875-5597 서울 서초구 양재동 12-1 양재역 분당선 지하 GS 상가내 (양제역 9번출구 방면) 핫트랙스 광화문점 02-732-9961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핫트랙스 영등포점 02-2678-9961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41-10 타임스퀘어 2층 폰트리, 필름나라 신길점 070-4150-3692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110-20 퓨어메이트 신길 필름나라점
인케이스(Incase) 전국 스토어
폰트리 서초점 02-3465-3020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45-3 국제전자센터 7층 33호 폰트리 용산점 070-7565-2476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16-1 선인상가 21동 2층 40호 캐논프라자 충무로점 02-2264-5994 서울 중구 충무로3가 25-3 캐논프라자 10corso Como 청담 02-3018-1010 서울 강남구 청담동 79 로닌 홍대점 070-8282-5311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7 아트빌딩 5층 로닌 논현점 070-8282-3502 서울 강남구 논현동 216-14 한일빌딩 2층 아이샵 구의 02-3424-6228 서울 광진구 구의동 546-4 테크노마트 판매동 6층 에이랜드 명동 1호점
070-7820-7530 서울 중구 명동 2가 53-6번지 에이랜드 코엑스점 070-7820-7492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에이랜드 신사점 02-542-7639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5-2 에이랜드 홍대점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7-4 웨얼하우스 압구정점 02-544-1793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1-14 2층 인터스포츠 구로점 02-2624-3120 서울 금천구 가산동 60-3 인터스포츠 문정점 02-431-7082 서울 송파구 가락동 708-5 인터스포츠 양재점 02-2155-1770 서울 서초구 양재동 215번지 1층 GVG 서초점 070-4143-0855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37-22 대우디오빌프라임 B115호 카시나 신사 02-3443-8148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3-16 다울빌딩 1층 카시나 프리미엄 명동 02-773-3523 서울 중구 명동2가 83-5 눈스퀘어 4층 퍼스트룩 청담 02-2107-1200 서울 강남구 신사동 651-21 CGV 청담 시네시티 4층
플랫폼 플레이스 압구정점
02-742-4628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5-27 플로우 청담 02-515-8050 서울 강남구 청담동 82-10 신세계 맨즈 스타일 플러스 명동 1588-1234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52-5 신세계 백화점 본점 7층 Koon 가로수점 02-556-9828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0모마빌딩 블리커 청담 블리커 한남
경기 프리스비 분당점 031-709-1745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68-3 정인빌딩 1층 롯데백화점 분당 031-738-2850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14 롯데백화점 2층 에이샵 갤러리아 수원점 031-898-8761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125-1 갤러리아수원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중동점 032-623-2719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64 현대백화점 중동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일산점 031-822-3737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2611 현대백화점 일산점 7F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중동점 032-320-7775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40번지 롯데스퀘어 1층 컨시어지 일산 웨스턴돔점 031-906-3599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867 웨스턴돔 A동 I-102 컨시어지 평촌 031-383-3799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1046-6,7번지 아트타워빌딩 1층 컨시어지 안산 031-405-3599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41-2 제1층 2120호 컨시어지 수원 영통점 031-205-3598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995-5 1층 제 118-1호 컨시어지 구리점 031-240-1002 경기 구리시 인창동 676-6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안양점 031-463-2637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 88-1 롯데백화점 6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평촌점 031-8086-9540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1039 롯데백화점 평촌점 5층 레스모아 동탄점 031-371-5460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96, 98번지 A블럭 1층 KMUG 안양점 031-447-4325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145 KMUG 판교점 031-696-7877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81-0 H스퀘어 N동 118호 디자인스킨 수원점 031-240-1099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가 18 수원역사 내 지하 1층 웨얼하우스 안양점 031-466-1793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66 1층 에이팜 의정부점 031-8082-0637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168-54 신세계 백화점 6층
충북 레스모아 청주점 043-255-0107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2가 56-1 컨시어지 영플라자 청주점 043-219-9149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2가 1-2 롯데영플라자 청주점 4층
충남 프리스비 대전점 042-221-7041 대전시 중구 은행동 45-6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대전점 042-601-2013 대전 서구 괴정동 423-1 롯데백화점 지하 1층 에이샵 갤러리아 센터시티점 041-412-9729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521-3 갤러리아 센터시티 7F 레스모아 천안점 041-523-0786 충남 천안시 신부동 461-3 빼빠 천안 041-563-3740 충남 천안시 동남구 문화동 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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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에이팜 충청점 041-640-5117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354-1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B관 3층
경북 프리스비 대구점
053-428-7050 대구 중구 동성로 2가 152-5번지 에이샵 현대백화점 대구점 053-245-3413 대구 중구 계산동2가 200 현대백화점 대구점 지하 2F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봉무점 053-945-2629 대구 동구 봉무동 1545 롯데몰 이시아폴리스점 2층
컨시어지 해운대 마린시티점 051-744-3599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07 해운대 두산위브제니스 107호
전남
컨시어지 부산서면 051-819-3599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190-1
컨시어지 광주충장로점 062-224-3599 광주 동구 충장로 3가 74-1
컨시어지 부산대 051-515-8599 부산 금정구 장전동 309-17
컨시어지 광주 062-221-1827 광주 동구 대인동 7-1 롯데백화점 8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광복점 051-678-3933 부산 중구 중앙동 7기 20-1 롯데백화점 신관 4층
컨시어지 광주월드컵 062-606-2995 광주 서구 풍암동 423-2 롯데아울렛 지상 2층
컨시어지 부산본점 051-810-4675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503-15 롯데백화점 6층
레스모아 광주점 062-236-1927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2가 1-2
컨시어지 센텀시티 051-730-3338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96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7층
에이팜 광주점 062-360-1369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12-3 신세계 이마트 지하1층 애플매장
컨시어지 롯데 백화점 대구점 053-660-3731 대구 북구 칠성동 2가 롯데백화점 지하 2층
인터스포츠 광복 051-257-3020 부산 중구 광복동 1가 10
아이폰마켓 광주점 062-225-1313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60번길 30-1(구 황금동 81-1번지)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상인점 053-258-3646 대구 달서구 상인동 1502 롯데백화점 6층
신세계 맨즈 스타일 플러스 부산 051-745-2782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95 신세계 백화점 센텀점 5층
레스모아 순천점 061-755-9432 전남 순천시 남내동 9892-1
레스모아 대구성서점 053-584-8710 대구 달서구 호림동 19-8
gosouth 부산점 051-244-4676 부산 중구 대청동 2가 30-13
인터스포츠 대구 053-986-9116 대구 동구 봉무동 1548-2 아시아폴리스 내 원트릭샵 대구 053-428-0560 대구 중구 삼덕동 1가
에이샵 현대백화점 울산점 052-228-0756 울산 남구 삼산동 1521-1 현대백화점 울산점 12F 에이샵 현대백화점 울산점 052-228-0756 울산 남구 삼산동 1521-1 현대백화점 울산점 12F
강원 레스모아 원주점 033-733-0071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52-4 레스모아 춘천점 033-251-2172 강원도 춘천시 조양동 50-16
온라인 경남 프리스비 서면점 051-808-0947 부산시 진구 부전동 242-19
에이샵 전주점 063-288-8582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130-1
프리스비 부산점 051-245-1035 부산시 중구 광복동 2가 8-2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전주점 063-289-3555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971롯데백화점 5층
에이샵 경성대점 051-625-2940 부산 남구 대연동 73-29 1F 에이샵 신세계 센텀시티점 051-745-2661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95 신세계 센텀시티 4F 에이샵 서면점 051-802-9201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168-291 1F 에이샵 갤러리아 타임월드점 042-485-6177 대전 서구 둔산동 1036 갤러리아 타임월드 8F 에이샵 현대백화점 부산점 051-667-0775 부산 동구 범일동 62-5 현대백화점 부산점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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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SPECTRUM
레스모아 레스모아 전주점 063-231-1347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89-1 인터스포츠 전주점 063-288-9713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 2가 26-1 멀티샵 엑스 전주점 063-283-3177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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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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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8 / WINTER 2012 ISSN 2287-5980
PUBLISHER 양준무 Joon Yang joon@pr1zm.com
EDITOR 홍석우 Sukwoo Hong yourboyhood@gmail.com 김지혜 Ji hye Kim
CONTENTS MANAGER 임지윤 Karen Lim
limji@pr1zm.com
thekey13@gmail.com
Asst.권도경 DoKyung Kwon dk.kwon@pr1zm.com
DESIGNER 유영아 Younga Yoo yoooada@gmail.com
CONTENTS SUPERVISOR 리치 림 Rich Lim rich@pr1zm.com
이윤희 Yun Hee Lee
ooo@pr1zm.com PHOTOGRAPHER 정재환 Jae Chung Studio BONE jdzcity@gmail.com VIDEOGRAPHER 김래현 Rae hyun Kim Studio BONE rapbong.k@gmail.com 고윤성 Yoon sung Go Studio BONE
htmnike@gmail.com
CONTRIBUTING EDITORS 김보영 Boyoung Kim 김세일 Seil Kim 박기현 Camille Kihyun Park 이로 Iro 띵크, 토크, 라이트. Think, Talk, Write. 성창원 Changwon Sung 이원택 1Tech Lee
CONTRIBUTOR 김주혜 Helena-Marie Kim
j.helena.kim@gmail.com
프리즘디스트리뷰션(주) www.pr1zm.com / 스펙트럼 www.spectrumprojects.com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24 ICT타워 10 층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36 길 55 ICT타워 10 층) 02-3442-1014 © 2012 Spectru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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