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나부터··· 지구까지... 김규봉 가브리엘 신부/교구 환경·농촌사목위원회 위원장
문: “사람이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낫느뇨? ” 여러분, 오래된 교리서 『천주교 요리문답』(天主敎 要理 問答)에 나오는 내용인데요, 이 질문에 답을 해보시겠
인 행동으로 옮기는 것으로 개인적 차원, 사회적 차원(
내가 살고 있는 사회, 국가도 건강해져야 합니다. 그런
혹은 국가적 차원), 지구적 차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데 한 사회, 한 국가를 건강하게 하는 일은 어느 특정인
하지만 우리의 실천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출발해 지구적
의 일이 아니라 주권자인 나의, 우리의 일입니다. 우리
차원까지 모두를 포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는 내가 속해 있는 가정, 교회, 사회와 국가를 변화시켜
습니까?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 있을
나가는 중심입니다. 그러데 주변을 둘러보면 나보다 먼
까요?
저 교회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답 “사람이 천주를 알아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
이 있습니다. 교회 내의 환경활동과 시민사회 활동가들,
하여 세상에 났느니라.”입니다.
지역사회 운동을 하는 이들이 그들입니다. 그들의 열정 과 경험에 내 의지와 지혜가 더해진다면 우리가 속한 교
저는 이 답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우리가 신앙 생활하
회와 이 사회, 국가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갈 수 있습니
는 이유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 그것을 실천하면서, 하
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시민사회의 일원이 되어 시민사
느님의 뜻대로 살다가 하느님의 나라에 다시 돌아가 영
회와 연대하여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도록 법적으로 제
원한 안식을 누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 생활하는 이
도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매장 내 플라스
유와 목적이 이러하기에 우리는 먼저 하느님의 뜻이 무엇
틱 컵의 사용을 제한하는 법은 참고할 만한 법제화의 사
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1) 하느님께서 당신의 자녀들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일 까요? 또 누가 하느님의 자녀입니까? 하느님의 뜻은 ‘당신의 자녀들이 서로 존중하며 서로 화목하게 살아가는 것이고, 자자손손 번성하는 것’입 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자녀는 단지 사람들만 일까요? 사람 이외의 피조물도 하느님께 지음 받았는데···. 성경 을 보면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의 작품이요 피조물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피조물 모두가 하느 님의 자녀들이고 피조물과 우리는 서로 형제자매들입니 다. 그러니 우리 사람은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사람과 사 람 이외의 피조물 모두가 서로 화목하게 살면서 그 삶이 후대에도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교회는 오랫동안 이 세상에 하느님의 정의를 실천하고 그것에 기반을 둔 평화를 널리 확대하는 것을 교회의 본 질적 사명으로 이해해왔습니다. 이것이 교회가 말하는 이른바 JP(Justice Peace,정의평화)입니다. 그런데 여기 에 더해 사람들만이 아닌 피조물 전체 안에서 정의와 평 화가 추구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피조물도 하느 님의 작품이요 자녀들이니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개념이 IC(Integrity of Creation, 창 조질서보전)입니다. 지구온난화로 대변되는 세상에서, 인간의 활동의 결과로 창조질서가 파괴되고 인간의 존 립마저도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인간 안 에서의 정의와 평화를 넘어 모든 피조물 안에서 정의 와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곧 「JP, IC」 「정의평화, 창조질 서보전」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수도회를 중 심으로 「정의평화」라는 말 대신에 「정의평화창조질서보 전」 줄여서 「정평창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 다. 하느님은 우리가 피조물 모두와 공존·공생하기를 바 라십니다.
2) 하느님의 뜻이 무엇이고 하느님의 자녀가 누구인지 알 았으니 다음은 실천입니다. 실천은 깨달은 것을 구체적
례입니다.
a) 개인적인 실천
c) 지구적 실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인간 활동의 결과는 지구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
있습니다. 중국고전 사서(四書)중 하나인 대학(大學)에
다. 급격한 지구온난화는 영구동토층을 녹여 해수면 상
서 유래한 말입니다. 개인적인 실천은 ‘修身’에 해당한
승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저고도의 나라는 존
다고 하겠습니다.
립을 위협 받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져 바다
사람과 피조물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의 시작은 나로
를 떠돌며 해양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
부터입니다. 부모로 살아가는 ‘나’는 자기중심의 생각과
수에서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소비 형태를 바꾸어 가족 중심의 생활을 합니다. 자신
생태 파괴의 결과는 한 지역이나 국가에만 영향을 주는
의 생각과 욕망을 다스려 그 자신과 가족 모두가 건강하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와 지구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
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선택합니다.
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줄이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세상, 모든 피조물이 더불어
일, 아마존의 밀림과 해양생태계를 지키는 일, 전 지구
살아가는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적 기후변화 등의 문제는 한 국가를 넘어 전 지구적 차
먼저, 내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 나의 소비 생활
원에서 고민되어야 해결 가능한 문제입니다. 나와 우리
과 소비욕을 유지하는 한,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없습니
는 국가의 주권자이고 지구의 시민입니다. 우리 전 지구
다. 내가 지금보다 적게 소비하면서도 더 크게 만족할 수
적 변화에 주목하면서 국가가 이런 문제에 세계 여러 나
있을 때 지속가능함이 열립니다. 조금 불편하고 귀찮더
라와 공조하여 풀어갈 수 있도록 국가에 건강한 압력을
라도 나와 지구 모두가 살 길을 선택하려는 마음이 있을
행사해야 합니다.
때 세상의 변화는 시작됩니다. 내가 많이 소비하면서 소 비를 줄여야 한다고,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우리의 바쁜 현재를 살아가지만 우리의 의식은 담대하게
고 말하는 것은 울림이 없는 빈말에 불과합니다.
하느님의 뜻이 무엇이지를 새기면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내 생각이 변하면 삶의 변화는 따라옵니다. BMW(버
의 합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뜻
스·메트로·걷기)를 생활화하기, 개인컵 들고다니기, 플
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부터 노
라스틱 제품을 포함해 1회용품 사용을 많이 줄이기, 겨
력하면서, 그것을 혼자서가 아니라 같은 신앙인들과 함
울에 내복입기, 손수건 사용하기, 건강한 우리 농산물
께 연대하고, 또 신앙이 다르거나 없더라도 좋은 세상을
선택하기 등등의 다양한 실천사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 대화하고 협력한다면 세상 안에
이외에도 개인적인 차원의 실천사례는 얼마든지 많습니
점점 희망이 자라날 것이고, 그 모습을 보시면서 하느님
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구체적인 실천의 내용과 깊이도
께서 흡족해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러면 우리 영혼도
심화됩니다.
하느님께서 구해주시겠지요?!
b) 사회적(혹은 국가적) 실천
나부터 시작입니다. 하지만 함께 가는 길이며 지구가 더
사회적 실천은 ‘齊家治國’에 해당된다고 하겠습니다. 하
아파하지 않고, 창조질서가 회복되고 보전될 때까지 멀
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리 가야 할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