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익숙하지 않은 익숙했던 것들'
사진 이영훈
2 ·3
COMMA STAFF
편집장 l 강지은
팀장
에디터 l 권호정
에디터 l 김지현
에디터 l 이미지
에디터 l 이윤정
에디터 l 이은우
마케터 l 이동현
마케터 l 윤재영
마케터 l 김은희
팀장
마케터 l 이병헌
팀장
디자이너 l 한영은
디자이너 l 이보영
디자이너 l 장민영
디자이너 l 이경희
디자이너 l 신나리
포토그래퍼 l 최지인
포토그래퍼 l 이혜정
포토그래퍼 l 이영훈
팀장
4 ·5
CONTENTS
08
/
이심전심,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한다
10
/
선물을 노리다
12
/
입김, 너의 능력을 보여줘
14
/
당신의 지갑을 채워드립니다
16
/
슈퍼맨이 나타났다
18
/
내 마음을 사로잡는 법
20
/
Let’s Fun!
22
/
Fissler In Fantasy
24
/
포커페이스
26
/
평범함의 임
28
/
콤마끼리 어워드
A N D
P
L U S
34
/
우문현답
38
/
학식원정대
42
/
겨울나기
44
/
사장님 나빠요
46
/
고독과 외로움
48
/
수고했어, 오늘도
50
/
우리들의 산타할아버지
52
/
원곡과 리메이크곡
W I T H 56
/
용이감독 생각스케치
60
/
팟쇼, 들어는 봤쇼?
64
/
공익광고제
6 ·7
EDITORS letter
편집장의 글 어느 덧 13년 마무리. 독자 여러분들에게 13년 겨울 호가 찾아갈 때 즈음엔 14년의 새해가 밝아있겠네요. 우리 콤 마어 들은 이번 호를 준비하느라 바쁜 연말을 보냈어요. :) Issue. 12 ‘입김’ 은 추운 겨울, 입에서 나오는 입김. 그리 고 마케팅이 타인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을 담아 보았습니다. 알게 모르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지만 얼어 붙은 손을 녹일 정도로 입김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죠. 그런 면에서 마케팅과 많이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Thank you COMMA 2012년 여름, 콤마매거진의 에디터로 첫 시작. 그리고 2013년 겨울, 4대 편집장이라는 자리를 내려놓고 저는 콤마와 작별인사를 해요. 일개 팀원의 자리에서 콤마매거진 전체를 이끌어가는 편집장의 자리까지. 우여곡절도 많았고, 포 기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너무 예쁘게 잘 나온 잡지들을 보면서 다독이고 다시 힘내기를 반복했 습니다. 다들 잡지를 만든다고 하면, 이렇게 말해요. “그거 해서 얼마 받아? ” 그래서 수익은 없다. 우리가 돈을 모아서 잡지를 발행한다. 라고하면 “대체 왜 해?” 라고 물어보죠. 그럴 때마다 전 이렇게 말해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그 일을 할 수만 있다면 돈이 얼마가 들던지 그건 상관이 없다고. 물론, 대학생으로써 부담이 되기도 하고, 어느 땐 내 가 왜 나의 돈과 시간을 쏟아가며 이 일을 하고 있나,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 도 해요. 그렇지만 저는 아직 어리고, 내가 쓴 글이 콤마매거진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서 하나로 나올 때의 그 벅찬 마 음. 언제 또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어떤 이득이나 무엇을 바라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올 수 있을까요.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겐 단 한 번도 오지 않을 순간이 저에겐 콤마매거진을 만나면서 무려 18개월이라 는 긴 시간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정말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콤마매거진 활동을 마무리합니다. 저 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콤마를 떠나지만 이제는 독자로써, 콤마매거진을 늘 응원할 생각 이예요. 고마워요. 콤마.
망설이지 마세요. 그리고 당신이 무슨 일을 시작하던지, 시작한 후에는 그 이상의 확신을 가지세요. 그 확신이 분명 당신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아줄 거예요.
편집장 강 지 은
AND /
08 이심전심,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한다 10 선물을 노리다 12 입김, 너의 능력을 보여줘 14 당신의 지갑을 채워드립니다 16 슈퍼맨이 나타났다 18 내 마음을 사로잡는 법 20 Let’s Fun! 22 Fissler In Fantasy 24 포커페이스 26 평범함의 임 28 콤마끼리 어워드
8 ·9
이심전심,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한다 글 김지현 디자인 이보영
겨 울 이다. 말 할 때 마다 ‘하~’하고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겨울이 왔다. 이열치열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한치한. 겨 울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아이스크림이 생각난다. 근처 슈퍼마켓의 냉동고를 열고 이러저리 뒤적거리며 찾 는 아이스크림도 있지만, 오늘 따라 편의점 키 큰 냉동고에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 하겐다즈가 자꾸 나에 게 손짓한다. 좋다. 오늘 만은 특별한 아이스크림을 즐기겠다며 과감히 하겐다즈를 구매한다. “(냠냠)역 시 하겐다즈 맛있다!”. 흔히 하겐다즈 하면, 비싸지만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겐다 즈는 원래 미국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일본에 진출하면서 조금은 특별한 작전을 펼친다. 그들은 우선 소 비자들의 인사이트를 파악한 다음, 파악한 인사이트에 근거한 마케팅 활동에 나선다. 여기서 인사이트란 소비자의 행동이나 태도에 숨어있는 소비자의 심리를 일컫는 것. 지금부터 하겐다즈의 시기별 소비자의 인 사이트를 파악하며 전개해 나간 마케팅 활동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1. 남다른 출생 : 아이스크림은 어른들의 먹거리? 처음 하겐다즈가 일본에 들어왔을 때, 그들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만들기를 원했다. 그 러나, 당시 일본의 아이스크림은 슈퍼마켓의 냉동고를 뒤적거리며 고르는 먹거리로 단 식품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주 고객이었다. 즉, 하겐다즈의 도입기에 그들이 찾은 소비자의 인사이트는 ‘아이스크림은 아이들의 먹거리’라는 것. 소비자들은 그들의 뇌리에 아이스크림은 아이들이 먹 는 군것질거리라는 인사이트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 인사이트를 뒤집어 하겐 다즈를 ‘어른들의 먹거리로’ 바꿔 이를 소비자들의 인사이트로 심어주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일 본의 편의점에 진출하면서 그때까지 없었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 이었다. 이런 소비자들의 인사이트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들은 하겐다즈를 광고할 때 제품광고를 하지 않고, 그 보다 먼저 하겐다즈 브랜드 광고를 시도했다. 그들은 브랜드 광고에서 어른들을 위 한 ‘고급’, ‘세련’과 같은 일반 아이스크림과는 또 다른 아이스크림의 이미지를 만들며 어른들의 본능을 자극했다. 심지어, TV광고에도 아이스크림과 전혀 상관이 없는 선정적 광고를 만들어 또 한번 어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때문에 그들이 일반 아이스크림 보다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에 게 접근 했어도 어른들이 큼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이렇게 하겐다즈는 일본 반도에서 일반적 인 아이스크림과는 다른 이미지로 남다른 출생을 하게 된다.
2. 역동적 성장 : 하겐다즈는 행복을 선물합니다! 이후, 하겐다즈는 일본에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형성에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물론, 시장 이 형성되면서 다른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는게 현실 속 진리. 하겐다즈는 역시 이 경쟁에서 승 리하게 된다. 그들은 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하겐다즈와 관련한 여러가지 심리 적 인사이트를 먼저 파악했다. 여기서 심리적 인사이트란 제품의 맛이나 느낌, 촉감이 아니라 하 겐다즈를 먹는 동안이나 먹은 후의 그들의 기분과 같은 정서적인 가치를 말한다. 그들의 소비자 인사이트 연구를 통해 깨달았던 점은 소비자는 하겐다즈를 먹는동안 자유로운 여가 시간을 보냄 과 동시에 행복감에 젖는 다는 것. 그래서 이에 맞춰 그들은 광고에서 정장을 입은 남녀가 지붕 위에 올라가 그들의 옷을 벗어 던지며 숟가락을 과감히 던져버린 후 손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먹 는 장면을 등장시켰다. 그들은 정장을 벗어 던지는 남녀의 모습과 숟가락을 버리고 손으로 아이 스크림을 먹는 장면을 통해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자유로운 모습을 전달하고자 의도했다. 다시 말해, 하겐다즈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이 하겐다즈와 함께 한다면 좀 더 자유로움과 행 복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하겐다즈는 고객들에게 행복을 선 물한다는 고객들의 인사이트를 이용하여 역동적인 성장을 이룩하게 된다.
3. 감성충만 성숙 : 당신만의 ‘시간’에 더 높은 가치를! 당신은 모든 과제를 끝냈고, 교수님이 내 주신 팀 프로젝트도 모두 야무지게 끝냈다. 더불어 일 주일 동안 준비했던 개인 발표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카페에 앉아 제일 좋아 하는 커피 한 잔 과 함께 웹 서핑을 즐기며 또는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을 뉴스피드를 통해 안부 를 주고 받는다고 상상해보아라. 이 보다 더 마음 편하고 행복한 시간이 어디 있으랴! 만약 이런 여유로운 상황에 커피말고 하겐다즈 아이스 크림이 등장한다면? 뭐 이 또한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다. 하겐다즈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또 다른 심리적 인사이트에 주목했다. ‘혼자만의 사적인 시 간’은 누구나 다 갈망하는 시간이며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하겐다즈와 함께 하는 시간은 충분히 즐겁고 그 동안 밀린 과제에 고생한 나 자신에게 고급스러운 하겐다즈를 먹 으며 보상받을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갖도록 했다. 그렇게 하겐다즈는 자신에게 떠 맡겨진 여러 가지 일로 고생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줄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인사이트 를 만족시킴으로써 성숙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렇게 하겐다즈의 인사이트 마케팅이 큰 효과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소비자의 행 동이나 태도에 숨어있는 소비자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 하겐다즈가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 하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어느 시기. 어느 장소에서 무엇을 원하는지와 관련한 그들 의 인사이트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경쟁사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루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 나 소비자는 본능을 가진 존재다. 소비자들은 구매에 있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논리적으로 따지지 않는다. 그들은 그 때 그 때 그들의 직감이나 감정에 따라 지갑을 여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산자에 게 있어 고객의 행동이나 태도에 숨어있는 진정한 마음 파악은 중요한 법. 소비자의 행동이나 태도 에 숨어 있는 진정한 마음을 발견한다면 아무도 알아 차리지 못했던 신선하고 획기적인 작전을 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신, 획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마케터가 되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가장 먼저 소 비자의 인사이트를 파악하는 것으로 마케팅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지.
10 ·11
밤 새
내리는 눈이 시끌벅적한 거리를 덮
는
다.
추위를 이겨내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겨울밤은 조용하기만 하다. 고요한 적막 속 영롱한 불빛처럼 눈에 덮여 보이지 않았던 움직임들이 하나씩 깨어나고, 계속 될 것만 같았던 추위를 잊 게 해줄 기념일 들이 눈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연말, 연시,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이 모든 글 이윤정 디자인 이보영
것들은 겨울과 동반한다. 이 날들 만큼은 아무리 혼자를 외치던 이들도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어 한다. 그 만남 속에서 ‘선물’이 따뜻함을 증폭시켜준다. 따뜻함을 선물하다 보면 이 계절, 춥게 만 은 보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해 본 적 있는가? 나의 선물을 받아볼 그(그
시시즘 증상이 의심된다면 모를까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위
녀)를 생각하며 고민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나’에게 필요한 무엇을
한 목적으로 모였을 것이다.
구매하는 것 보다 다른 사람을 염두하며 매장을 맴돌 때에 시간이 지
하지만 직접 만드는데 저렴하겠지? 라는 생각만으로 발걸음 한다면 큰
연되곤 한다. 두리번거리다 미처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채 발길을 끊고
오산. 좋은 장소에 만드는 재미까지 제공하는 곳이 입장료와 빵 값만 받
돌아서는 사람들을 그냥 보내지 않기 위해 힘쓰는 마케팅들의 속삭임
고서는 유지되기는커녕 자릿세에 밀려나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밋
을 들어보자. 각자 성격은 다르지만 우리들의 발걸음을 고정시켜준다
밋한 생크림 위에 예쁘게 장식 할 토핑들을 선택하는 건 나의 자유지만
는 공통점이 있으니…….
콩알만 한 장식들을 고르고 골라 쌓이다보면 계산에서 자유로울 수가
겨울의 관문 크리스마스, 화려한 그날에 케이크가 빠질 수 없다. 백화
없다. 핀, 숫자, 꽃 등 다양한 재료의 유혹. 티끌모아태산이 이럴 때 적
점 지하는 이미 케이크냄새가 정복했다. 각종 디자인을 뽐내며 수제케
용되니 참으로 매서울 수가 없다.
이크들이 전시되어있는가 하면 사은품까지 증정하는 빵집도 있다. 여
생크림의 색 변경 하나하나도 가격으로 추가되곤 한다. 이렇게 완성된
러 방식으로 구매를 촉진하는 가운데 ‘특별한 날’ 인만큼 ‘특별’ 하고
케이크는 시간을 투자해 만든 것이지만 ‘그냥 사고말지…….’ 할 정도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겨냥한 곳이 눈에 띤다. 초콜릿이나 빵을 직접 만
로 저렴할 거란 착각을 단번에 깨준다. 0으로 시작해서 100이 되는 과
들 수 있도록 재료를 살 순 있어도 그 장소를 택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정으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직접 만들어 ‘선물’ 한다는 정
아니다. 정성을 보여주고 싶은 연인들의 마음을 알고 도와주기라도 하
성어린 강점이 가격에 대한 망설임을 이겨버리는걸!
듯 ‘나만의 케이크 만드는 곳’ 이 눈에 띤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
케이크가 해결되었다면 선물을 사러 매장을 돌아다녀볼까. 무엇을 선
진 케이크들과 차별화를 두며 조금은 서툴더라도 직접 만들어 선물하
물하긴 해야 하는데~ 누군가 정해주기 전까지 ‘선물’이란 것은 참으
고 싶은 사람들의 열기가 가득한 곳이다. 여기서 포인트! 대기번호까지
로 고심을 동반하는 고민이다. 크리스마스를 케이크로 뚝딱 해결했다
뽑으며 북적거리는 이들의 발걸음은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함일까? 나르
면 연말연시를 기념하여 지인에게 줄 작은 선물을 고민할 차례. THE
BODY SHOP 의 가격대별 선물세트가 눈에 띤다. 미정의 상태로 매
내는 이곳은 선물하기에 딱 좋은 듯하다. 하지만 다른 매장과는 달리
장을 훑다 고민만 가중되고 나가버리는 기프트 족들의 고민을 삽시간
포장서비스를 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유독 비싼 값을 부르는 게 아닌
에 덜어주고 발길을 고정시켜 주는 가격대별 선물 세트! ‘선물’이라는
가. 대부분 소비자들은 ‘나’를 위해 구매할 때에 비누와 샴푸를 담는 케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린다 할 만큼 예쁘게 포장되어 당장 주고 싶은 마
이스, 선물포장 용기, 각 종 액세서리 등은 과감히 생략할 것이다. 하지
음을 불러일으킨다. 2만원~6만 원대, 솔직하게 적혀있는 가격 팻말과
만 구매하는 물건이 ‘선물’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추가옵
함께 단계별로 진열 되어 있다. 실컷 골라놓고 나중에서야 주머니사정
션들을 눈물머금고 추가하지 않겠는가? 하나의 제품을 포장하는 과정
을 걱정해야만 하는 민망한 상황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매
에서 낱개로 구입하기만 해도 이곳은 어마어마한 매출을 달성할 것이
력에 빠져 선물을 뚝딱 해결하는 당신이 두명 세명 늘어난다면? 받는
다. 손바닥만 한 비누케이스 7000원 + 선물상자 3000원~7000원 (종류
이의 선물더미 속 당신의 것은 일란성 쌍둥이가 되어 구분이 모호한채
별). 이정도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라 할 수 있지 않는가. 예쁜 용기
로 묻혀질지도 모른다. 아무렴 그만큼의 고민하는 ‘시간’이 대폭 줄었
들? 거절할 수 없게 장난 아니지만 가격 또한 장난 없다는 것! 이럴 때
지만 내가 선물해야할 사람은 어떤 취향인지, 어떤 것을 함께 쓰면 금
일수록 한걸음 물러나 들뜬 마음을 잠시 제쳐두고 보자. 구매한 제품의
상첨화일지 야무지게 하는 고민은 생략하지 말 것! 매장이 정해준 세트
회사에서 제공하는 포장서비스에 굳이 목매지 않아도 조금만 부지런
묶음보다 실속 있는 선물이 센스를 부르지 않겠는가?
하다면 다른곳에서 충분히 나만의‘포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선물
비슷한 맥락이지만 조금은 다른 선물이 있다. 러쉬의 아이템 추가옵션
하기에 가장 적합한 브랜드로 손꼽히는 반면 그에 대한 부담은 ‘선물’
전략이라 이름 지을 수 있겠다. 각종 향기 나는 제품들이 화려하게 뽐
이라는 이름하에 뒤따라온다.
함께임을 느끼며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달군 이 시기가 지나가면 ‘선 물’을 건네며 망각했던 추위가 다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케이크를 직접 손으로 만들어 주던, 고심 끝에 선물용으로 나와 버린 선물세트 를 사던, 갖가지 포장용기를 추가하여 예쁜 선물을 완성하던 결국 선택 은 그대의 몫이다. 정성은 준비되었지만 줄 상대가 없어 방황하는 것 이 아니란 사실에 감사하며 얼어버린 마음을 녹여보자.둘이라서 행복 한 겨울의 이벤트기념일, 그리고 해가 끝남에 따라 이어지는 연시 까지 이 겨울을 장식할 마케팅들은 오늘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다만, 눈에 덮여 보이지 않을 뿐.
12 ·13
입김, 너의 능력을 보여줘 글 김지현 디자인 장민영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을
1. 한 사람의 입김이 다수의 마음을 흔든다.
읽어 보았는가? 이 소설에서 남자 주인 공 베르테르는 여자 주인공 로테를 열렬
펭귄효과란 펭귄들이 빙산 끝에서 눈치만 보고 모여 있다가, 한 마리 펭귄이 바닷물로 뛰어들면
히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
나머지 펭귄들도 바다로 뛰어드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펭귄들의 모습은 상품을 앞에 두고
는 것을 알고 실의와 고독감에 빠져 끝
구매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소비자들에 비유하는데, 물건 구매에 망설이던 소비자가 남이 구매하
내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이 소설
기 시작하면 자신도 그에 자극돼 덩달아 구매를 결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TV 광고나 홈쇼핑
은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채널을 보게 되면 이 효과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때, 꽤 유명했었던 유제품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
’윌’의 CF를 기억하는가? ‘헬리코박터 프로젝
다. 그러나 작품이 유명해지면서 시대와
트 윌’이라는 카피를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왜
의 단절로 고민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에
이 유제품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공감한 젊은 세대의 자살이 급증하는 사
확실히 각인시켜 마치 ‘당신의 건강한 장은 이
태가 벌어졌다. 베르테르효과는 이 처럼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의미를 전달하였다.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던 인물, 또
이 광고를 한번이라도 마주해 본 적이 있는 사
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
람들은 흰 가운을 입은 이름 모를 박사를 기억
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해 낼 것이다. 이름 모를 박사를 광고 모델로 삼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작가
은 후, 2000년 9월 1일에 출시한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은 출시 초기부터 고객들로부터 큰 반
괴테의 강력한 입김 한 방이 유럽인들에
향을 일으켰으며 출시 한달만에 하루 30만개 이상이 판매되고, 2005년 7월에는 출시 4년 10개월
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괴테의
만에 판매량이 10억개, 매출 1조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이름 모를 박사의 등장만으로 꼭 필요한
입김 한 방에 한꺼번에 우르르 움직인 그
제품이 아닌 단지 1000원 짜리 유제품 하나가 어떻게 이런 선풍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들의 마음. 이렇게 한 작가가 책으로써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균은 진화합니다. 위 속 헬리코박터균도 예외는 아니죠.” , “헬리코박
사람들의 마음을 ‘휘리릭’하고 흔들었다
터균,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말 끈질긴 유해균이죠.” 광고 모델로 활약한 호주의 ‘배리
면 한 마케터도 신선한 설득전략을 가지
마셜’박사는 2005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신뢰도는 점차 증가 하였다. 그의 신뢰도가
고 사람들의 마음을 ‘휘리릭’하고 흔들
점차 증가하면서 당연히 그가 하는 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소비자
었으니. 바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위한
의 마음도 흔들어 놓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헬리코박터 균’이라는 전문용어가 우리 건강을
영양가 있는 입김이라 하겠다. 지금부터
해롭게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도 다 그 때문일 것이다.
특정한 한 사람의 입김과 다수의 입김으 로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마케터들의 전략들을 살펴보자.
2. 다수의 입김이 한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어떻게 보면 소비자를 설득시키는 전략 을 짜야 하는 마케터로서 소비자의 심리
서점에 가면 가장 먼저 베스트 셀러 코너로 향하는 우리들의 발걸음, ‘겟잇뷰티’의 블라인드 테
를 파악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
스트 순위권 제품들의 잇다른 품절, 박스오피스 1위 영화의 꾸준한 매진. 이 모두가 다수의 입김
된다. 마케터에게 있어 고객의 니즈를 파
에 따른 소비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사회적 증거의 법칙인 ‘3의 법칙’이 있다. 많고 많은 숫자
악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또
중 왜 하필 3일까? 다수의 사람들은 1은 개인으로, 2는 작은 집단으로, 그리고 3은 어느정도 수가
다른 니즈를 끌어내는 것 또한 중요한 일
갖추어진 수로 집단 또는 사회로 인식한다고 한다. 때문에 한 명 혹은 두 명이 할 때는 그 행동을
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꼭 필
따라 하지 않지만 세 명 이상이 되면 그 행동을 따라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소외당하
요한 제품만을 소비하면 사는 것이 아니
기 싫어하고 다수의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
라 때로는 유제품과 같은 좀 더 질 높은
수의 편에 동조하려 한다. 특히,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확신이 없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삶을 살기위한 소비나 또는 베스트셀러
관찰하고 그런 행동을 참고해 자신의 행동을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광고에서 ‘가장
구매와 같은 유행을 따른 소비를 하기도
많이 팔린’이나 ‘무섭게 성장하는’ 등의 광고 카피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고, 이러한 다수의 증거
한다. 그렇기에 마케터로서 소비자에게
를 사용하는 광고 카피들을 접한 소비자들은 그것에 대한 많
새로운 가치를 심어주는 것은 소비자의
은 양이 정보가 없어도 쉽게 구매 결정을 내리게 된다. 초등
지갑을 여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강력한
학교 시절 누구나 한 번 쯤은 만나 보았을 대교 눈높이. 수학
한 방의 입김. 당신은 얼마나 흔들리고
84만 1위, 국어·한글 56만 1위, 영어 39만 1위, 한자 39만 1
있는가?
위, 과학 15만 1위 등 대부분의 주요 과목에서 구독자가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어떠한 높은 교육 의 질적측면의 점도 명시되지 않았고, 단지 부모님과 자녀들 의 많은 선택을 받았다는 점만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더군다 나 2위 기업과의 확연한 회원 수의 차이도 기술하여 ‘비교할 수 없는 1위’라는 카피를 통해 다수가 선택한 기업이니 그만 큼 신뢰성이 보장되고, 당연히 이 광고를 읽고 있는 독자들도 다수를 따를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눈높 이는 직접적인 홍보 메시지 전달 없이 그저 소비자들의 심리를 적절히 파악하여 더 많은 소비자 들을 끌어들였다.
14 ·15
당신의 지갑을 채워드립니다 글 권호정 디자인 한영은
언제나 분주한 아침.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간다. 까똑. 누군가에게 온 메시지를 확인 하기 위해 핸드폰을 밀어서 잠금 해제. 딸그랑. 30원이 적립되었다. 지옥 같은 지하철에서시간을 때우기 위해 광고 몇 개를 눌러 본다. 영상을 보거나 이벤트에 참여하면 500원은 뚝딱 벌 수 있다. 폰 쓰면서 돈 벌 수 있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며 아이디를 뿌렸더니 누군가 날 추천인으로 썼다 보다. 1000원이 더 들어 왔다. 얄루! 나 등교길에만 얼마를 번거니?!
어느 샌가 우리의 잠금 화면엔 광고가 들어섰다.
이렇게 돈 주고 돈 버는 광고는 나에게, 즉 사용
구석에 박힌 배너도 아니고 대놓고 바탕화면을
하는 소비자들에게 보상을 한다는 점에서 리워
차지하는 노골적인 광고 말이다.
드 마케팅(Reward Marketing)이라고 불린
대체 왜 이런 걸 해놓냐고? 이 화면을 밀어서 잠
다. 즉, 사람들의 어떤 행동에 대해 보상함으로
금 해제하면 돈을 주기 때문이다. 돈 뿐만 아니
써 기업의 마케팅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라 포인트를 적립해주기도 한다. 살면서 나에게
최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돈을 주는 광고가 세상에 있을 수 있나 싶었는데
서 간편히 앱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그게 바로 내 핸드폰 첫 화면에 있더라는 사실.
리워드 마케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름하여 ‘ 리워드앱’. 앱에 들어가 특정한 행동을 하면 보 상을 받을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이르는 말 이다. 통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7명 이상이 리워드앱을 사용한다고 하니 수치 로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겠다.
가장 대표적인 리워드앱은애드라떼와 캐시슬
보상을 돈으로 주지 않은 또 다른 기업이 있다.
라이드다. 애드라떼는 시장 점유율 56.9%로 가
Kick bit이라고 하는 통신 회사이다. 보스턴의
장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애용하며 동시에
Aquto에서 개발한 이 앱은 동영상 광고를 보
부속 애플리케이션 격인 라떼 스크린이 21.7%
면 모바일 데이터를 지급한다. 돈이 아닌 고객
이라는 점유율을 보여주니 스마트폰을 가진 사
에게 꼭 필요한 것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만
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 앱을 다운받아 봤
들어진 이 앱은 30초당 10MB 정도의 데이터를
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급한다.
이러한 리워드앱은 주로 20~30대에서 폭발적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
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뜨거운 관심 덕에
SK Telecom에 ‘눝’서비스는 앱에 들어가 손을
많은 기업들이 하나 둘 리워드앱 시장으로 뛰어
붕붕 흔들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재밌는 리
들고 있다. CJ가 만든 ‘포인트 락커’가 대표적이
워드앱이다. 돈 대신 데이터라니. 소비자들에
다. 이 앱은 CJ 기업의 통합 포인트인 CJ ONE 포
게 보상 심리를 제공할 수 있는 다른 가치를 찾
인트를 적립하며 쓸 수 있게 해 준다 .
그러나
리워드 마케팅에는 캐시백 혜택만
아 낸 이색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있는 것이 아니다.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카드 제도 역시 리워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돈 을 충전해서 카드로 커피를 사면 한 개의 영수 증 당 한 개의 ‘별’을 얻게 되는 데 12개를 모으 면 무료 음료를 준다. 그렇게 골드 회원이 되면 종종 시즌 별 이벤트 무료 음료권을 주거나 1+1 쿠폰을 제공하기도 하니 스타벅스 커피를 사면 다른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기쁘게 재 방문 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을 유도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보상 들이 가득하다. 카드까진 아니어도 까페나 음 식점에서 주는 쿠폰을 모으면 무료로 어떤 것 을 얻을 수 있는 것도 리워드 마케팅의 일환이 되는 셈이다.
돈을 주면서 동시에 돈을 버는 기업. 잠금 해제하는 손짓 한번으로 돈을 벌어서 행복한 소비자. 이처 럼 모두가 윈윈하는 마케팅이 또 어디에 있을 까?눈을 뜨고 일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침대에 들어가 기까지 손에 쥐고 사는 스마트폰으로, 그것도 매번 하는 일상적인 행동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니 이 득도 이런 이득이 없다. 그렇다면 내 폰의 잠금 화면은 앞으로 쭉 광고가 지배할 것인가? 캐시 슬라이드와 애드라떼를 지운 한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첫 화면이 광고가 뜰 때의 불쾌감이 보 상보다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알림으로 화면이 켜질 때 남들에게 보여지는 화면이 정체모를 광고라는 것 때문에 괜히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승승장구를 이어나갈 지는 글 쎄. 그건 좀 두고 봐야 할 일인 것 같다.
16 ·17
슈퍼맨이 나타났다
사랑은 타이밍, 마케팅도 타이밍 나의 아침을 보면 급하게 일어나 후다닥 씻고 문을 박차고 나온다. 아침밥? 물 한 잔 마시고 가는 것도 감사할 뿐이다. 실제 국민 영양조
글 이미지 디자인 신나리
손, 발이 꽁꽁 어는 겨울, 아무리 가까운 편의 점에 가더라도 쪼리를 신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딴따따따 결혼식, 신랑 신부가 가장 빛나고 빛나야만 하는 날에 새하얀 원피스를 입는 무개념 하객은 없다. 두근두근 첫 데이트, 한껏 꾸미고 나갔는데 헉 운동복 차림으로 나 온 상대방. 정말 비매너가 아닐 수 없다. 이처 럼 우리는 시간, 장소, 그리고 상황에 따라 알맞 은 패션을 구사해야 한다. 패션업계에서는 이 를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 의 각 앞머리를 따서 TPO 패션이라 부른다. 패 션에서 유래한 TPO를 마케팅에 접목해 소비 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필요로 하는 상황에 슈퍼맨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전략이 있으니. 이름 하여 TPO 마케팅되시겠다.
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성인의 아침 결식률이 38%라 하니,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 다. 배고픈 20대, 그러나 밥을 먹기엔 너무 게 으른 우리를 노리는 자들이 있다. 이른 등굣길 지하철 입구 혹은 지하엔 솔솔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 냄새를 맡은 순간 ‘꼬르륵’ 미친 허기 를 느낀다. 아침을 거르는 인구가 상당하다는 점, 등굣길 지하철 이용자가 많다는 점을 이용 한 TPO 마케팅이다. 곰곰이 생각해 봐라 하굣 길에 고소한 김밥 냄새를 맡은 적이 있는가? 아 침에만 만날 수 있는 ‘집에서 싼 김밥’ 아주머 니의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다. 반대로 오후 하 굣길에는 ‘떡볶이 포장마차’가 있다. 내가 고 등학교 다닐 적에 학교 4시 반 후문으로 달려 가면 5시 반까지만 만날 수 있는 ‘떡볶이 포장 마차’가 있었다. 메뉴는 떡볶이, 어묵이 전부. 한 시간 동안 엄청난 판매율을 달성하고 유유 히 사라지던 시크한 뒷모습. 그 또한 아주머니 의 TPO 마케팅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사례 로 꼽는다.
어느 비오는 날 생긴일 며칠 전 주말 비가 갑작스레 내렸다. 사실 갑 자기는 아니고 아침 일기예보에서 경고했지만 허둥지둥 나가다가 깜빡하고 우산을 두고 나 왔다. 봉사활동이 끝나기 전까지 비가 오지 않 아서 역시 일기예보는 엉터리야! 라 생각하며 룰루랄라 친구들과 카페로 갔다.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집에 들어갔다 다시 나오기 귀찮아 서 과제나 하고 있자는 마음이었는데, 이런 젠 장.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곧 그칠 거라며 서로 위안을 삼고 있었지만 기상캐스터 언니 는 말씀하셨다. “오늘 오후부터 내일 아침까지 비가 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결국, 저녁이 되 도록 그치지 않은 비 때문에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일회용 우산을 집었다. 이와 비슷한 상 황을 한 번쯤 모두 겪었을 것이다. 특히 지하철 을 타고 나오니 비가 왔을 경우. 정말 난감하 다. 비가 오후에 갑자기 오는 경우 우리는 언 제나 ‘지하철 우산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지 하철 출구에 딱 대기하고 계신 우산 아저씨들 이 일회용 우산을 3천 원에 판다. 비가 그치거 나 혹은 우산이 다 팔릴 때까지 있어 주는 고마 운 아저씨. 덕분에 비 맞고 편의점을 찾아 해매 지 않아도 된다. 비 오는 상황을 이용한 TPO 마케팅이다. 비슷한 예로 토익시험장에도 감사한 ‘연필 아 주머니’가 있다. 토익시험은 컴퓨터용 사인펜 이 아닌 연필로 마킹해야 한다는 사실. 시험 이니만큼 단단히 준비했겠지만, ‘시험=컴싸’ 라고 생각한 토익 초짜들 혹은 연필을 챙겼는 데 부러진 안타까운 상황들. 이 모든 이들은 구 원해주고자 ‘연필 아주머니’가 항상 시험장에 대기 중이다. 이 또한 시험이란 상황을 이용한 TPO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꿈과 환상의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 빨갛고 얼굴 크기만 한 리본의 머리띠를 평상 시에 쓰고 다닐 수 있는가. 나는 절대 노! 쓰고 다닐 수 없다. 성탄절이나 할로윈데이 등 특별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도, 세계의 부자
한 날이 아니고서야 그런 머리띠를 쓰고 다니
빌 게이츠도 사람이기에 완벽하지 않을 것이
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 꿈과 환
다. 그들과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빈틈 많고 허
상의 나라에선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사람들
술한 우리를 구원해 주기 위한 마케팅이 바로
이 머리 위에 커다란 무언가 얹고 다닌다. 동
TPO 마케팅이 아닐까 싶다. 내가 원하는 시간
화 속 공주님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스릴 있는
에, 필요한 장소에서, 혹은 절대적인 상황에서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이곳은 롯데월드. 어린
뿅 나타나 도움을 주는 슈퍼맨 같은 마케팅. 영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환상의 세계에 흠뻑 취
화 속 슈퍼맨은 위험이 나타날 때 마다 어쩜
해 어른아이가되는 이곳에서 만큼은 커다란
그렇게 타이밍 좋게 나타나는지 모르겠지만,
리본 머리띠, 미키마우스 귀 그 어떤 것도 부
TPO 마케팅은 철저한 분석과 통계를 내린 마
끄럽지 않다.
케팅이다. 요즘 많이 보이는 감성적이고 가슴
올해는 유난히 야구 소식을 많이 접한 것 같다.
을 울리는 광고들과는 달리 철저하게 이성적
우리 콤마어들도 두산이냐 삼성이냐 그리고
이고 과학적인 마케팅. 이러한 날카로운 분석
극소수의 다른 팀을 조용히 응원하는 몇몇 인
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조금 더 편안
물을 포함해 야구에 열을 올렸다. 야구하면 뭐
한 삶을 지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니뭐니해도 야구모자, 야구잠바, 막대풍선 그 리고 치킨이 떠오른다. 이 모든 응원제품은 야 구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야구장 입장 전 에 항상 구매하는 막대풍선은 연일 매진매진 매진. 일회용 응원도구로 2천 원의 저렴한 막 대풍선은 응원 후 집으로 들고 가지만 다음 야 구경기에 들고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므 로 야구경기장에서만 살 수 있는 막대풍선은 TPO 마케팅의 장소를 가장 잘 살린 마케팅이 아닐까 싶다.
eting Mark O . T.P
m 18 ·19
o
m
e n t
o f 15초만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법의 주문이 있다. 나에게 다가오는 친절감동 서비스에 대
u
고 외쳐보자. Moment of truth! 마법의 정체는
t
바로 MOT마케팅이다.
Moment of truth는 Moment de la verdad라는
h
글 권호정 디자인 신나리
투우용어로 소의 급소를 찌르는 진실의 순간을 깔끔한 니트에 청바지, 튀지 않은 색깔의 스니 커즈와 적당히 느껴지는 향수. 이 남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한 후 내 맘 에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초면 충분하 다. 우리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를 정하는 데 그 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서비스가 내 맘에 들기까지 얼마나 시간을 투 자할까? 정답은 사람의 다섯 배. 15초면 the end.
의미한다. 이것이 마케팅에서는 고객과 마주하 는 ‘진실의 순간’이자 기업의 호불호를 결정하 는 ‘결정적 순간’ 이 된다. 기업과 고객과의 접 점을 중요시하는 요즘, 고객과의 교감을 통해 기업에 대한 호감도와 충성도를 이끌어내는 데 MOT마케팅의 역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처음 이 말을 사용한 사람은 스칸디나비아 항 공사의 사장인 얀 칼슨이다. 1970년대 석유파 동으로 세계적으로 불황을 겪을 때 그가 기업 을 살리고자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15초 매뉴 얼이었다. 고객들이 1년 동안 평균 5명의 직원 과 15초를 접한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이 15초 를 활용해 고객에게 감동서비스를 줄 수 있는 14가지 방법을 제작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전 화를 걸었을 때부터 좌석에 앉기까지 고객들 의 요구들을 유형화시켜 이에 맞는 각각의 대 응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마케팅을 통해 스 칸디나비아 항공사는 800만 달러 빚더미에서 7,100만 달러 흑자라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 었다. 이로부터 시작된 MOT마케팅은 고객이 만나는 모든 서비스업종에서 다양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
t r
내 마음을 사로잡는 법
또 다른 MOT열풍인 매직워드 서비스(Magic word Service)는 아시아나 항공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고객맞이의 정석이 되고 있다. 매뉴 얼은 간단하다. 고객의 상황과 특성에 맞는 상 황별 맞춤 칭찬을 하는 것이다. 결혼 10주년을 맞이해 비행기를 타는 부부에게 “편안한 여행 되세요. 다음 20주년에도 특별한 추억 속에 아 시아나 항공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 한 마디는 상상 이상의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기분 좋은 칭찬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패밀리 레스토랑의 후발업자로 들 어온 outback도 MOT 정신을 살린 매뉴얼로 큰 지지도를 얻었다. ‘고객이 원하면 불가능할 것이 없다,(No rules, Just Right)’라는 모토와 함께 실시한 다양한 서비스들은 고객이 레스 토랑에 들어온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만 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고객에게 주문 을 받을 때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대화를 하는 ‘Puppy Dog Service’가 대표적 인 예이다. 이제는 어디서나 몸을 낮추고 주문 을 기다리는 서버들을 볼 수 있으니 MOT, 결 정적 순간은 모든 서비스에 적용되는 법칙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고객을 향한 무한배려는 고객과의 접점 관리에 탁월한 기능을 한다. 특히 불만고객을 다룰 때 더 두드러지는 효과를 보인다. 불만고 객이 가지고 있는 기대감보다 더 높은 만족을 제공하면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 다. 그러나 반대로 99번을 잘해도 1번의 실수 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쌓아온 모든 것 을 0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100x0=0 ‘곱셈의 법칙’은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다. 고객을 끝까 지 사로잡기 위해선 한번이라도 소홀했다간 공 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Moment)가 올 수 있으니 언제나 진심(Truth)을 담아 고객을 맞이해야 한다.
나의 손짓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서버들, 내 차 를 맡기는 발렛 파킹 요원들, 건물을 들어서면 인사해주시는 경비아저씨. 우리에게 친절과 배 려를 보여주는 찰나의 순간을 맞이하면 괜시 리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며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가 어느 순간 거짓으로 보 인다면? 하늘로 승천하던 입꼬리는 어느 새 삐 죽거리며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순간이 결정적으로 남으려면 중요한 건 진심 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건 머리가 아니라 결국 따뜻한 가슴이라는 것. 이것이 MOT 마케팅의 Moment de la verdad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 ·21
Let’s Fun! 글 이은우 디자인 장민영
초등학교 시절 생일파티를 딱 한 번 한적 있다. 당시 인기 있었던 엽기토끼 마시마로 편지 지로 생일 초대장을 만들고, 볼이 터져라 풍선을 불고, 도화지로 플랜카드를 만들어서 집안 을 꾸몄었다. 케이크에, 치킨, 피자,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으로 한 상 가득 차리고 나니 ‘딩동~’하는 벨소리가 울린다. 현관문을 여니 친구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어라? 모르는 얼 굴도 있다. 쟤 누구야? 친구가 말한다. “같이 놀다가 배고프다 그래서 데려왔어.” 그 당시, 나는 상당히 못된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딱 잘라 거절하기 잘하고, 욕심도 많고, 질 투도 많고. 평소의 나라면 “내 생일파티가 무슨 무료급식소도 아니고 당장 돌아가줄래?” 라 고 말했을 법도 하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부처의 마음으로 친구들을 대했다. 왜 그랬을까? 특별한 이유 없다. 생일 파티니까. 파티니까 다같이 즐겁게 모여서 놀고 싶은 마음. 파티라 는 마법의 단어가 우리를 설레게 하고, 즐겁게 하고, 관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기업들이 파티를 통한 프로모션에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100대 기업광고는 mass media를 통해 이뤄졌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더 이상 그 방법이 먹히지 않 는다. 지루하고 성가신 스팸메일 같은 것, 내 지갑을 호시탐탐 노리는 도둑놈 같은 것쯤으 로 치부되는 상황 속에서 기업에게 파티 프로모션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기업이 파티 를 통해 제품홍보를 하면, 거부감을 보이던 소비자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제품을 받아들 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분위기가 즐겁고 재미있으니까. 분위기에 취해서 기분까지 좋아지 는, 기분이 좋아지면 마음까지 넓어지는, 마음이 넓어지면 경계심도 사라지는 그 순간의 상 황을 기업은 노리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파티 프로모션에 호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인맥 네트워크’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로 성공하려면 속된 말로 ‘빽’ 또는 ‘연 줄’이 정말 중요하다. 때문에 인맥관리는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서 꼭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말 해보자. 최근까지 학교와 아르바이트를 통해 만난 사람들을 제외하고 전혀 새로운 사람을 몇 명이나 만났는가? 동아리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1명 만나기도 어렵다. 이 같은 고민거리를 한 방에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사교의 장 파티인 것이다. 특히 이제 막 사회 초년생에 진입하려는 대학 생4학년들은 30대가 주류를 이루는 파티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사회생활의 조언이나 노하우 같은 것들을 얻기 위함이다. 30대들도 파티를 비즈니 스 인맥형성의 장으로 이용함으로써 회사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을 얻기도 한다. 파티를 통한 프로모션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 종류는 소비 자의 연령, 성별, 취미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 엡솔루트 글리머파티 -
- 잡지 <루엘LUEL>의 론칭파티 -
- 테마파티 “센트 오브 블러드”: 혈액형을 이용
확실히 20,30대는 오감을 자극할 그 무엇에 큰
국내 최초로 30대 남성들을 위한 남성 라이프
한 향수 프로모션 -
반응을 보인다.
스타일 매거진 <루엘>. 이 매거진을 홍보하기
대한민국만큼 혈액형에 집착하는 나라가 또
엡솔루트 글리머파티는 이 젊은 타깃층을 사
위해 글로벌기업 아쉐뜨아인츠 미디어사는 프
있을까? 처음 보는 사람이 대뜸 내게 A형 같
로잡기 위해 클럽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클럽
로모션 파티를 이용했다. 매거진의 타깃을 고
다고 말하면 혈액형별 성격이론은 유치해!’라
프로모션이란 기업의 프로모션과 클럽문화를
려하여 30대 직장 남성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고 치부해버리는 나도 무의식적으로 ‘내가 소
결합한 것이다. 귀가 따갑도록 시끄러운 음악
성향파악을 사전조사 하였고, 컨셉을 중세시
심해 보이나?’하고 생각한다. ‘센트 오브 블러
속에서 디제잉에 따라 춤도 추고 술도 마시면
대 문화, 예술, 사교의 중심이던 살롱(Salon)
드’파티는 바로 이점을 공략했다. 사람들을 혈
서 즐기는 것이다. 겨울, 논현동에서 열린 이
으로 설정해서 남성들에게 어필할만한 란제리
액형에 따라 나누어 팀을 만들고, ‘혈액형 별
글리머 파티에는 일반인을 비롯한 아티스트,
패션쇼, 카지노 등의 프로그램으로 파티를 진
특징에 대한 대화’로 파티를 구성했다. 이야기
포토그래퍼 등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참석해
행했다.
가 무르익어갈 때쯤 혈액형별로 어울리는 향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엡솔루트와 함께 하면
수를 추천해주고, 향수를 고르는 방법을 소개
특별해진다’라는 주제였던 것만큼 파티장 안
하기도 한다.
에 마련된 대형시계가 60분을 가리킬 때 마다 아티스트들의 특별한 퍼포먼스가 진행되었고, 사람들은 이에 크게 호응했다고 한다.
‘신데렐라는 멋진 왕자님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로 끝나는 동화를 우리모두가 알고 있다. 평소에 입던 누더기 옷을 벗어 던지 고 예쁜 드레스를 입은 공주님으로 변신한 순간, 신데렐라의 마음은 어땠을까?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라고 탄성을 질렀을지도 모른 다. 설레는 일탈을 한 신데렐라의 짜릿한 마음을 우리도 파티에서 느낄 수 있다. 그날만큼은 조금 더 도발적인 여자가 되어도 좋고, 고성방 가를 해도 좋고,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부담 없이 대화를 걸어도 좋다. 상대방도 스스럼없이 내 대화를 받아준다. 그 날만큼은 모든 것이 용서되는 순간 브랜드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브랜드와 즐겁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다.
22 ·23
Fissler In Fantasy : 메세나 마케팅, 하나의 판타지를 만들다 글 이윤정 디자인 이경희
기업인이 문화전문가들(예술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후원하면서 협업하는 방식 으로 탄생한 휘슬러 브랜드의 광고 ‘휘슬러 인 판타지’ 시리즈. 자사 제품이 가진 철 학을 브랜드에 담아 표현하고자 하는 광고의 메시지를 파헤쳐 보았다. 일상속의 흔 한 주방용품이 예술가들의 손에 들려 악기로 등장함으로 우리는 어떤 영감을 받을 수 있는지, 퍼포먼스를 통해 전달하고자하는 철학적 메시지의 독특함을 찾아보자. 초현실주의 세계를 보듯 기이한 아우라를 풍기는 광고. 이름 날리는 예술가들이 등장해 냄비, 프 라이팬을 들고 있다. 부엌 한켠에서나 봐왔던 일상속 흔한 주방용품이 예술가들의 품에 안겨 하 나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고딕풍의 건축적인 의상, 레드컬러로 포인트를 준 모자로 장식한 채 하얗게 분장한 4명의 예술가들의 품에는 휘슬러의 주방용품들이 도구가 아닌 ‘악기’로 변신해있 었다. 오케스트라가 열리듯 다채로운 퍼포먼스가 시작되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동선은 우아하기 까지 하다. 주방용품을 가지고 환상적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니……. 말로만 들으면 우스꽝스러 운 모습이 연상될 성 싶지만 이 광고는 환상적인 퍼포먼스, 예술 그 자체였다.
What to say ? 휘슬러가 언급한 ‘판타지’ 는 현실 속에서 구현될 수 있는 꿈, 즉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실제 우리 눈앞에 구현될 수 있는 단계를 말하는 것 같다. 주방용품 들이 예술가들의 손에 들려 하나의 악기로 변신하는 순간 그 꿈은 구현된 것이다. 나아가 휘슬러 는 여성이 가질 수 있는 판타지는 휘슬러라고 하는 오브제를 통해 막연한 공상이 아닌 ‘기술, 혁 신, 제품’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주방용품은 아무래도 남성보단 여성과 관련한 이미지가 강하고 그 점을 타깃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듯하다. 휘슬러는 여성에게 냄비, 국자, 프라이팬과 같은 사물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성의 역할, 책임, 정성 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할 것 같은 의미를 역으로 표현한 셈이다. 수동적 태도가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여성들을 등장시켜 도구로서의 주방용품을 ‘악기’로서 연주하고 다루는 행위를 통해 휘슬러만의 판타지를 펼쳐내고 있다.
How to say? Fiamma(2007) 예술의 색이 짙은 광고로써 휘슬러가 ‘명품 주방 브랜드’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한 시작이 아닐 까 한다. 피암마(Fiamma)시리즈는 유연한 형태의 주방용품들의 곡선에 초점을 맞추어 여성의 곡선과 결합시켜 신비로운 이미지의 감성적 광고를 만들어냈다. 기능만을 중시하는 광고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상품의 개념 대신 브랜드의 가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2008 She is Fissler 여성이 꿈꾸는 이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해내는 휘슬러의 광고속 인물들 역시 남달랐다. 발레리나 임혜경,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을 모델로 여성의 ‘정체성’ 에 대한 이 야기를 담았다. 우리가 봐왔던 주방용품 광고속 모델들은 어떤 이미지 이었는가? 남편을 위해 맛 있게 요리하는 아내의 모습, 아이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는 어머니의 따뜻한 모습은 휘슬러 광고에 서 찾을 수 없다. 대신 누군가의 부인, 엄마가 아닌 여성 스스로의 자아에 주목하여 당당한 여성상 을 보여줌으로써 현대 여성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세련된 비주얼로 자신의 이름, 직업, 나이 뿐 아니라 그녀들을 돋보이게 하는 또 하나의 프로필이 바로 휘슬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 다. 모델 선정에도 신경을 쓴 휘슬러 광고가 명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이다. 전문직 여 성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내어 광고와 현실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가정과 일 두 가지를 놓치지 않는 시대의 롤모델이 부엌에서만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뚜렷이 하고 있다.
2010 Fissler in Fantasy 배우 김혜수가 모델로 활약하여 여성의 판타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하기 시작한 광고캠페인이 다. 포토그래퍼 강영호 작가와 함께한 작품으로 여성들이 자신의 내면에 감춰왔던 욕망과 판타 지에 주목하고 이를 현실로 실현시켜줄 매개체로 휘슬러를 택한다. 소설 속에 등장한 만물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여인인 블타바(Vltava) 여신에서는 온유 한 모성애를, 그 어떤 것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팜므파탈의 여성 카르멘(Carmen)을 통한 삶의 열정과 성공에 대한 욕망, 기다림의 숙명을 즐거움으로 받아드리는 지고지순한 여인 솔베이지 (soleig)를 통해 청순가련한 아내의 모습. 세 인물을 통해 여성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이 시리즈에서도 주방용품=여성의 것 이라는 틀은 계속된다. 하지만 ‘여성’ 의 이미 지를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줌으로써 휘슬러의 브랜드가치 또한 고급화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한편의 오케스트라를 보는듯한 휘슬러의 광고는 자신만의 철학을 어필하는 데에 성 공했다. 하지만 이 역시 결국엔 ‘광고’인지라 “휘슬러 시리즈가 보는 이로 하여금 구 매 욕구를 일으켜 매출달성에 성공하였는가?” 라는 질문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어 쩌면 그런 의문이 관건일 수 있겠다. 하지만 광고를 보고 ‘저 물건 사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하여 바로 구 매 라는 행동을 유발하는 것 보다 제품이 가지는 특성, 이 미지를 독특한 시각과 관점으로 바라보며 장기적인 ‘이미지 형성’을 공략한다는 점 이 남다르다. 다른 광고들과 차별화된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하나의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데에는 오로지 기능성에만 충실한 광고 보다 철학이 담긴 광고가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스며들기 쉬웠을 것이다. 우리가 흔 히 알고 있는 구매촉진이 지배적이지 않을 때 광고의 역할이 하나의 수단과 도구로 전락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휘슬러의 주방 용품처럼 주체성을 가지고 스스로 악기 가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기업이 갖는 메시지와 철학은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24 ·25
포커페이스 글 이은우 디자인 이경희
나른한 일요일 오후. B는 소파에 기대 앉아 텔레비전을 켠다. 평일에 못 봤던 드라마 재방송을 봐 야겠다. 드라마 시작 전, 광고가 나오는 동안 빛의 속도로 화장실을 다녀온다. 아직도 광고 중이 다.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아.직.도 광고 중이다. B는 생각한다. ‘광고녀석 참 지겹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지하철 안. B는 스마트폰으로 맛 집 검색을 시작한다. 검색 중 예고 없이 날 아 들어온 배너광고가 B를 짜증나게 한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다시 보지 않기’ 설정 후, 신경 질적으로 배너를 지운다. 서핑도 할 만큼 했고, 딱히 업데이트된 SNS도 없어서 B는 슬슬 지하철 안의 주변 사람들을 곁눈질로 구경하기 시작한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남자는 책을 읽고 있다. ‘ 얼굴? 꽤 괜찮네. 스타일도 그만하면 센스 있고......’ ‘무슨 책이길래 그리 재미있게 볼까?’ ‘아~ 얼마 전에 나온 신작이네. 내일 서점가면 한 권 사봐야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한 커플이 B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열받지만 웃으면서 카메라 를 건네받았다. (안타깝게도 B는 모태솔로였다.) “하나, 둘, 셋 김치~” 커플은 ‘사진이 잘 나온 것 같다’라고 말하며 B에게 초콜릿 하나를 건넨다. 덧붙여 얼마 전에 나온 신상품이라고 카메라 기능을 이것저것 보여주며 자랑까지 한다. B는 남 자의 깨알자랑을 들으며, 여자의 여드름 피부가 사진에는 꿀피부처럼 찍힌 것을 보니 꽤 괜찮은 카메라 같다고 생각한다. 오늘 날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광고를 대하는 모습은 B와 같을 것이다. 일명 콘크리트 소비자(Concrete Consumer)라고 불리는 이 소비자층은 무분별하게 범람하고 있 는 기업 광고에 점차적으로 무감각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소비심리학의 권위자인 데이비스 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매일 2500여 개의 광고메시지를 접하고, 광고를 접한 소비자의 9% 만이 광고의 브랜드를 기억해낸다고 한다. 이 같은 특징을 보이는 소비자층이 점차적으로 증가 함에 따라, 기업은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기존의 광고방식과는 다른 차별화된 전략을 강구해 야만 했다. 그리고 그 전략의 중심에, 스텔스 마케팅이 자리 잡게 되었다.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월드
소니 에릭슨사의 가짜 관광객들
일본의 우에시마 카페(도쿄점)
오스트리아 티롤에 있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
2002년 당시 SONY는 신제품으로 카메라폰
노인들은 ‘노인’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
털 월드는 1995년 스와로브스키 창립 100주년
T86i를 선보인다. 어떻게 하며 효과적으로 소
일본 도쿄 중심에 있는 우에시마 카페는 이
을 맞아 개관한 곳이다. 이곳은 크리스털로 치
비자들과 브랜드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런 실버세대의 심리를 파악해 자연스럽게 노
장한 카페와 갤러리, 야외정원 등이 환상적으
까? 하는 고심 끝에 비밀리에 에이전트를 고
인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 그 결과 큰
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압권은 590개의 크리스
용, 미국의 10개의 도시에서 ‘가짜 관광객’ 홍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까페에서 ‘노인전용’이
털 면으로 이루어진 크리스털 돔인데, 조명 때
보를 하게 되었다. 방법은 단순하다. 관광객 행
란 말은 금기어이다. 물론 전용제품 또한 찾아
문에 크리스털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이 시시
세를 하는 에이전트(제품을 홍보하는 이)는 카
볼 수 없다. 다만 노인들이 무의식적으로 느끼
각각으로 변해서 동화 속 나라에 온 것 같은 분
메라폰을 들고 관광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기 편안한 인테리어, 제품들로 구성되어있을
위기를 연출한다고 한다. 이곳은 ‘스와로브스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면 된
뿐이다. ‘카페의 의자와 테이블은 다른 카페
키’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주요목적인데,
다. 그리고 찍힌 사진을 보며 사람들과 자연스
의 것들보다 비교적 낮은 편이고, 테이블 간격
아이러니하게도 브랜드 홍보관은 작게 마련되
러운 대화를 하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사진
도 사람들끼리 부딪치지 않도록 넓게 배치했
어 있다. 대신 복합형 문화공간 또는 체험문화
정말 잘 나왔네요.” 등등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
다.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과자나 케이크는 다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다
다 보면 에이전트와 사람들 사이의 벽은 허물
른 것들보다 특별히 더 부드럽고 씹기 편한 것
가가고 있다는 점에서 스텔스 마케팅의 일환
어지기 때문에, 제품을 긍정적으로 홍보하기
으로 구색을 갖추었고, 메뉴판도 큼지막한 글
을 보여주고 있다. 크리스털 월드는 현재도 계
에는 효과만점이다.
씨로 쓰여있다.
속해서 규모를 확장해나가고 있으며 오스트리
솔직히 실버소비자층은 ‘노인전용 제품과 서
아의 주요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일개
비스’를 이용하고 싶을 것이다. 돋보기를 끼지
기업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다니,
않으면 읽기 힘든 메뉴판과, 약한 잇몸 때문에
스텔스 마케팅의 위력. 어마어마하다.
딱딱한 쿠키를 먹는 것이 불편할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용제품’을 찾지 않는 이 유는 노인전용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 간, 스스로가 ‘늙음’을 가시적으로 확인 하고, 쉽게 인정해버리는 것 같아 꺼려하는 것 아닐 까? 이런 마음을 읽었다면, 우에시마 카페는 참 으로 센스있는 스텔스 마케팅을 펼친 것 같다.
스텔스마케팅(Stealth Marketing)이란 기업이 사람들의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가는 바람처럼, 스텔스 마케팅은 특성상 성공사례가 많이 알려져 있
생활 속에 파고들어 소비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구매욕
지 않다. 스텔스 마케팅이 100% 성공하려면 소비자는 물론이거니와 경쟁사와 미디어매체들까
구를 자극해서, 제품이 홍보되는 것을 노린 방식이다. 레 이더에 잡히지 않는 전투기 ‘스텔스’에서 착안한 것으로,
지 눈치 채지 못해야 하니까. 한 때 LG U+ 고객센터 상담내용 녹취록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닌 적
스텔스기가 적진에 은밀하게 들어가 공격하는 모습과 흡
이 있다. 상담원이 “엘지 유플러스입니다 고객님.” 이라고 말하지만 귀가 어두우신 할머니는 “엘
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지에 불났다고요?” “엘지 목욕탕이라고요?”라고 동문서답한다. 3분 가량 되는 이 녹취록은 페이 스북, 트위터 등에서 빠르게 퍼져나갔고 패러디까지 되는 등 유머 속에서 LGu+와 사람들 간에 친숙함을 쌓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이것도 하나의 스텔스 마케 팅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홍보의 목적으로 이 녹취록이 만들어졌다면, 지금까지 광고라고 폭 로가 안 된 것으로 보아, LGu+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집밖에 나와 있다면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광고일까? 나도, 당신도,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하루 24시간 수많은 마케팅 도구들이 우리들의 오감을 노린다. 하지만 우리 소비자들은 똑똑해졌고, 더 이상 기업들의 달콤한 말에 현 혹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스텔스 마케팅이라는 카드를 쥐고, 포커페이스를 한 기업이 웃게 될지, 울게 될지는 크레이티브한 전략과 철통 같은 비밀유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 아슬아슬한 밀고 당기기의 끝에서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26 ·27
평범함의 힘 글 이미지 디자인 한영은
‘호 -’ 입을 모아 불면 어느새 뿌연 입김이 나온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숨 을 쉬고 있지만 추운 겨울이 되면 ‘어, 입김이다.’ 하며 우리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문득 느끼곤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하루 동안 수천 명의 사람과 마주하지만, 이들 모두를 기억할 수 없다. 그러나 방금 스쳐 간 사람을 1분 뒤 우리 집 TV에서 보게 된다면? ‘어, 아까 그 사람이다.’ 하며 나의 기억 속에서 재인식될 것이다. 평범하지만 마냥 평범하지 않은 우리가 광고에 나온다면 어 떤 느낌일까. 평범함이 주는 힘에 대한 나의 짧은 소견을 말해본다.
#여름 내내 콩떡~ 콩떡 빙수~를 외치던 악동 남매들이 사라지고 가을 사과를 한 아름 안고 계 신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왔다. 거참, 할아버지 인상 한 번 좋으시다. 그런데 누~구? 사진 옆에 아 주 작게 적혀 있다시피 파리바게뜨에 직접 미니 사과를 납품하는 경북 영천 최병혁 농부님이다.
#‘피부 좋다는 소리 언제 들어보셨어요? 3일 뒤에 듣게 해드립니다.’ 어라, 그런데 저 모델 처 음 보는 사람이다. 연예인은 아닌 것 같은데 피부는 정말 좋네. 누굴까. 아이오페 광고 모델인 고 소영과 동명이인들로 구성된 일반인 테스터들이다. “피부 칭찬받기 프로젝트’란 거창한 이름 으로 모인 수많은 고소영들이 직접 제품을 사용한 후 인터뷰 내용을 광고로 내보낸 평범하지만, 용기있는 광고이다.
식품업계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면 단연컨대 식품의 안전도라 말하고 싶다. 해마다 뉴스 를 통해 듣는 식중독 발생, 조류인플루엔자로 수 천마리의 닭 매장, 돼지콜레라로 인해 돼지 매장 등은 등골이 오싹하다. 과연 내가 사 먹는 음식이 나에게 안전할까 두렵기도 하다. 특히 2년 전 일 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과 가까이 사는 우리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었다. 2년이 흐른 현재 까지 회 먹지 말라, 생선 먹지 말라는 소리를 듣는 걸 보니 먹는 게 무서울 때가 다 있다. 나원 참. 이유가 어찌 됐든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 진정시키고자 과감하게 원산지를 공개, 직접 농부 아저 씨를 모델로 사용한 파리바게뜨의 마케팅 전략은 귀가 솔깃하다. 실제로 올봄에 출시한 경남 산 청 딸기를 이용한 ‘봄엔 딸기 요거트케이트’는 일반 제품에 대비 2배 매출을 기록할 정도였다. “ 국내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수입 농산물에 비해 짧은 유통과정과 재배과정의 안전성을 소비 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라는 관계자의 말을 미루어보아, 일반인모델의 평범한 힘. 제대로 작 동한듯하다. 더불어 국내 농가를 도와 국산 농산물 사용이 권장되니 소비자도, 납품하는 농부도, 그리고 기업까지 1타 3피의 기쁨이다.
백옥같은 피부 잡티 없는 도자기 피부는 뭇 여성들의 로망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아이오페 광고 의 ‘피부 좋다는 말 언제 들어보셨나요?’란 문구는 나의 가슴을 후벼 팠다. 그래 내가 그런 소리 들어본 게 몇 년 전이더라. 곰곰이 생각해봐야 비참해질 뿐이다. 그런데 다음 말이 더 가관이다. 3일 후에 피부 좋다는 말 들려준다고? 웃기고 있네. 이름 좀 날린다는 값비싼 화장품부터 로드샵 까지 모두 점령해보았지만 모두 속았다. 코웃음조차 아깝다. 그래서 마련한 대책. 아이오페를 이 용하는 일반인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을 테스트하게 하고 과감히 소비자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것. 솔직히 광고를 보며 느낀 감정은 점 점 점이다. 황당, 당황스러움, 어이없음, 믿을 수 없음의 온갖 부정적인 대답을 함축시킨 표현이다. 사실 그 일반인 모델이 정말 일반인일까부터 의심이 가고, 조명발인지 뽀샵발인지 그것조차 알 수 없으며, 심하게 과장된 듯한 3일 피부 개선은 지속 가능이 될 것인가,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은 비싼 비용 들여가며 피부과를 다니는 걸까. 질문과 분노만 남겨 놓고 광고는 끝이 났다. 일단 한 번 써 보자의 마인드는 이미 오래전에 버렸다. 무수 히 나를 속인 과장 문구로 인해. 한 참 블로그가 순수했던 시절 사람들의 바이럴이 순수하게 좋은 것은 나눠쓰자는 의미로 시작되었다 치더라도, 요즘의 파워 블로거와 뷰티 블로거는 한 제품 밀 어주기, 간접 광고해주기가 으레 당연히 여긴다. 일반인 테스터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진 마 당에 일반인이 사용했단 이유로 소비자들이 믿을 거라 생각한 점.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내 기억 속 최초의 일반인 광고 모델을 사용한 광고라 하면 KTF SHOW 광고 중 노부부가 나와 ‘아들아. 아무것도 안 나 온다. 드라마도 옆집 가서 본다.’ 외치는 광고다. 물론 최초로 광고에 일반인이 등장한 광고는 아닐 것이다. 내 머릿속에 서 일반인도 광고에 나올 수 있구나 재인식시켜준 나에게 있어 최초의 광고다. 이전까지 광고라 하면 화려한 연예인이 나 와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무한한 동경을 심어 소비하게 하여야 한다 생각했다. 어쩌면 광고를 어른들 을 위한 15초짜리 동화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상형은 이상일 뿐이라 하지 않는가. 그래서인지 요즘은 가슴 뭉클한 광고, 고개가 끄떡여지는 광고, 공익적 성격을 가진 현실 속 모습이 광고로 많이 보인다. 그 중심엔 일반인 모델이 있었고, 평범하지만 절대 평범하지만은 않은 힘이 있다.
28 ·29
글 이윤정 디자인 장민영
한 해를 마감하며‘2013년 우리의 기억에 뚜렷히 남을 광고’ 들을 선 발해 각종 부문을 시상하려 한다. 시 시각각 변화하는 다양한 광고 속에 서 특히나 기억에 남는 광고들이 있 을것이다. 가장 뜨거운 이슈를 만들 어낸 핫이슈부문, 희극의 요소가 짙 은 패러디부문, 광고의 본질적인 역 할에 충실했던 기업광고부문, 대중 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 강했 던 공익부문, 이와 비슷한 형식의 캠 페인부문. 각 5가지를 선발하여 시 상식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우리 콤 마어들이 뽑은 다섯가지 부문의 광 고는 무엇일까? 참 기대되는데요~
자동차에 감상을 더하다, 쏘나타(가을 편)_ (포토팀 최지인) 지금까지의 자동차 광고를 보면 절벽 사이를 시원하게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 넓은 벌판을 빠른 속도 로 달리는 모습을 벗어날 수 없었다. 지극히 남성적인 자동차 광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자동차 광고가 등장했다. 만연한 단풍나무 아래 울려 퍼지는 잔잔한 클래식. 살포시 올라오는 카 피는 ‘쏘나타 오디오 볼륨이 45까지인 건 가끔은 차밖에서 이렇게 들어보라는 뜻, 쏘나타는 원래 그렇 게 타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쏘나타라는 제품명과 어울러 부드럽게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2013 최 고의 핫이슈 광고로 쏘나타 ‘자동차에 감성을 더하다’ 시리즈를 선정한 이유를 꼽자면 성능만을 강조한 기존의 자동차 광 고 동향에 얽매이지 않은 점, 소비자에게 쏘나타란 자동차를 새롭게 인식시켰다는 점에 있다. 이름처럼 잔잔하게 소비자 마음을 울리는 광고. 그것이 진정한 핫이슈! 라 생각한다.
올레 ALL IP 드라마 패러디 광고_ (에디터팀 강지은) 2013년 여름 중후반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친근한 광고들이 눈에 띈다. “뭐지? 드라마 주인공들인 데? 오늘 저녁에 하는 드라마 예고편인가?”드라마인지 광고인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극에 치달을 때 즈음 “2배가 돼~ 2배 2배”라며 올레의 2배쏭이 내 귀를 울린다. 이는 MBC 주말드라마로, ‘금나와 라 뚝딱’과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패러디한 KT 올레의 광고이다. 당시 최고의 시청 률을 달리고 있는 드라마를 패러디하여, 시청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갔고 단순한 제품의 홍보가 아니라, 드라마 주인공들의 성격을 결합시켜 상황극을 보여주면서 재미까지 더한 신선한 광고로 보여진다.
30 ·31
SK이노베이션 (런칭편)_ (디자인팀 장민영) 혁신, 영어로는 innovation이란 흔한 단어 앞에 SK를 붙이면 SK innovation. 우리가 잘 아는 그 회사의 이름이다. 그러나 우리는 SK이노베이션이이란 회사의 이름만 알고 있을 뿐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는 잘 모른다. 그렇다면 Sk 그 앞에 A를 붙여보면 ‘ASK, 묻다’가 된다. 우리는 예전부터 ‘많이 물어봐라’ 즉, 질문을 많이 하라고 들었다. 질문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SK이노 베이션의 광고를 보면 SK 앞에 깔끔한 타자기로 A를 적으면서 A+SK=ASK ‘마치 세상을 처음 보는 사 람처럼 묻고 또 묻죠. 물음이 곧 창조이고 물음이 곧 미래니깐’이란 문구를 통해 고정관념, 세상의 상식에 새로이 질문을 던 지는 것으로부터 혁신이 태어난다는 것을 알려준다. 쉽고 간단한 영어를 통해 기업의 모토를 알려주는 SK이노베이션의 기 업광고를 2013 최고의 기업PR광고로 뽑는다.
왕뚜껑 명작을 살리다_(에디터팀 이미지) 라면 좋아 하는가. 나는 라면을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 컵라면. 뜨거운 물을 넣고 3분이면 조리 끝인 초 간단 컵라면을 좀 더 잘 익히기 위해서 대부분 컵라면 위에 무거운 것. 주로 책을 올려두곤 한다. 올해 ‘ 단연컨대’ 패러디로 엄청난 웃음을 선사한 왕뚜껑 광고에도 이러한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톨스토이씨 슬슬 땀차시고, 괴테씨는 엉덩이가 뜨끈뜨끈, 셰익스피어씨 아~ 부글부글 끓나요, 헤밍웨 이씨 아 이분 아주 등 돌리셨네.’ 뜨거운 컵라면 위에서 부글부글 속이 타 들어가는 명작들이 화를 낸다. ‘진짜 누굴 라면 덮개로 아시나!’ 정말이지 뜨끔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고뇌했을 작가들 을 생각하면 정말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책은 책장에 있어야 한다. 그것이 책의 자리니깐. 그렇다면 라면 뚜껑이 있 을 자리엔 무엇이 있어야 할까. 단연컨대 라면 뚜껑이 있어야한다. 기존의 다른 라면과 차별화 전략으로 만들어진 왕뚜껑의 라면 뚜껑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제품광고에 있어 제품만으로 승부했다는 점, 제품의 특징이 잘 반영된 점, 책을 소중히 다루자란 단순한 잔소리가 아닌 유머를 이용했다는 점. 어떻게 이런 광고를 베스트로 뽑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군가의 박카스 _(에디터팀 이윤정) 피로한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낸 박카스 ‘대한민국에서ooo로 산다는 것’ 의 시리즈를 우수상으로 선정한다. 박카스 TV광고는 ‘풀려라 피로! 풀려라 5천만!’이라는 메인 카피와 ‘대한민국에서 OOO으 로 산다는 것’이라는 콘셉트로, 2013년 새해편, 부모편, 자식편, 아줌마편 등 각각의 피로 상황을 흥미 있게 구성하였다. 박카스 광고는 돋보이는 아이디어가 없어도 15초라는 짧은 시간안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마치 나의 일상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면서 피로와 고뇌를 보여주고 그 속에 있는 따뜻함을 이 야기 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자극하여 피로할 때 생각나게 한다는 점이 관건이다. 그저 카페인 음료가 아닌, 나에게 힘을주는 활력소 친구 이미지로 자리매김 하였다. “당신의 희노애락, 언제나 박카스가 함께한다” 는 메시지 가 잘 전달되어 콤마어들은 좋은 반응을 보였다. 타 경쟁브랜드 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카페인 음료 시장에서 단연코 1위 라 할 수 있다.
올 해도 다양한 광고들이 짧디짧은 30 초를 빛내주었다. 광고들은 예전만큼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표현기법만 살 짝 다를뿐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보여주 지 않았던 진부한 광고들은 이제 사라 져 간다. 대신에 우리의 심금을 울릴 광 고, 사회의 단적인 면을 보여주는 친근 한 광고, 메세지 전달이 뚜렷한 광고의 시대가 왔다. 제품의 특성만을 어필한 것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광고는 확 실히 뭐가 달라도 다르다. 콤마어들이 뽑은 다섯가지 부문의 광고들이 대표로 시상대에 올랐지만 그 외 광고들이어 섭섭해하지 마라. 기억에남을 좋은 광 고들이 너무도 많다는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2014년에도 짧지만 가슴속에 깊 이 새겨질 ‘별똥별’같은 광고들이 넘쳐 나길 바라며 상식을 마치도록 하겠다.
PHOTO essay
‘네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
사진 이혜정
PLUS /
34 우문현답 38 학식원정대 42 겨울나기 44 사장님 나빠요 46 고독과 외로움 48 수고했어, 오늘도 50 우리들의 산타할아버지 52 원곡과 리메이크곡
34 ·35
평범한 소모임은 가라! 우리는 이번 겨울 호부터 <리서치>라는 새로운 소모임 기사를 기획했다. 리서치는 우리 나름의 주제를 정하여 설문을 하고,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응답을 나누어 하나의 기사를 쓰는 것이다. 우리는 처음 리서치를 시작할 때 어떤 주제로 리서치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소모임에 참여한 콤마어들과 함께 회의를 하면서 ‘솔로들의 크리스마스’, ‘솔로 예찬’, ‘솔로들 의 위한 연애 상담’ 등등 커플이 아닌 솔로들을 위한 리서치를 실시하려고 했었다. 왜냐하면 이 들이 다 솔로였기에 이를 합리화 하고 싶었던 거지. 흠흠. 각설하고, 우리는 이런 저런 많은 이야 기를 하다가 ‘뻔한 질문의 신선한 답변’이라는 틀 아래 연애하는 남녀에 따른 심리에 관해 두 개 의 상황으로 나누고, 이에 관한 대학생 여자 89명 그리고 대학생 남자 78명의 생각을 물어보기 로 했다. 여자들에게는 상황1을 읽고서 어떠한 생각이 들었는지, 남자들에게는 상황2를 읽고서 어떠한 생각이 들었는지 자유롭게 기술하도록 했다. 표본 집단이 몇 되지 않아 신뢰도가 낮더라 도 첫 <리서치> 소모임 기사이니 독자들의 선처를 구하는 바 이다. 더불어 이에 성실히 응답해준 콤마어의 지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여
자
들
에
게
묻
습
니
다!
상황 1. 사랑스런 그녀와 함께 하늘공원에 놀러 가기로 했다. 지금은 그녀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하늘 공원으로 향하는 길. 그녀는 나의 소싯적 알아왔던 둘도 없는 친한 친구의 동기이다. 그런데 그녀는 나의 둘도 없는 친구가 전공 팀플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며 마구마구 욕을 쏟아낸다. 친구 의 사정을 잘 알기에 아무 생각 없이 내 친구 편을 들었다. 아뿔싸! 그녀가 토라졌다.
나는 그저 친구의 상황이 이해되어 그랬을 뿐인데 왜 그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역시.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의 여자들의 답변들은 ‘여자는 공감을 바란다’였다(77명, 약86.5%). 그녀들은 여자는 수학 공식처럼 답이 딱딱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공감, 내 편들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우리가 주목한 건 나머지 12명(약 13.4%)의 대답이었다.
“여자도 그 친구가 남자친구의 친한 친구인지 아는 상황에서 욕을 했다면 그건 정말 예의가 없는 행동이었던 것 같다” “속상하긴 해도 막 서운한 티를 낼 정도로 남자친구가 잘못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우리 연결시켜준 사람인데 왜 욕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저 사랑스러운 여자가 이상한 거 같다”
솔직하고 내숭 없는 그녀들은 여자의 태도를 비판했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도 설문지를 만들면서 상황 1의 여자를 어떤 캐릭터로 만들어야 하나에 많은 고민을 했다. 평소 나름 쿨~한 성격인데다 가끔은 논리적이라 이러한 캐릭터의 여자의 마음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리서치를 실시하면서 위와 같은 당찬 여자들의 답변 이 나올 때면 내심 반가웠다. 이와 같은 나의 반응에 다른 여자 콤마어들도 격한 공감을 보였다. 흔히 남자는 ‘여자는 공감을 원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여 본인의 생각과 그녀의 생각이 다르다 할 지라도 그녀를 위해 겉으로만 공감한 순간이 많다. 이는 남자가 평화를 위한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도 거짓말의 한 종류라는 것. 우리는 남자와 여자 사이 가 솔직함으로 이어질 때, 서로를 곤란하게 하지 않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적당한 솔직함은 인연의 끈을 더 견고하게 매듭지어 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36 ·37
남
자
들
에
게
묻
습
니
다!
상황 2. 나는 음주와 더불어 가무도 즐긴다. 나는 가끔 화끈한 클러버가 되어 그 앞에 나타난다. 그 는 나의 마음은 이해 하지만 내 주변의 늑대들이 자꾸 걸린다고 말한다. 오늘은 몇 일 전 귀국한 나의 절친과 함께 불금을 보내기로 한 날. 그래서 나는 오늘 꼭 가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런데 절대 허락해 주지 않는 나의 남자친구. 아니 내가 뭐 남자를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즐겁게 춤추러 간다는데 왜 그는 이런 날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일단, 이 문항에서 한 남자 콤마어는 남자들에게 불금의 의미와 여자들에게 불금의 의미가 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이 뜻을 좀 구체적으로 말하려 했지만, 그렇게 하면 이 기사에 빨간 딱지가 붙을 것 같다. 현명한 독자들이 잘 해석할 수 있기를 바 란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것 같으니. 우리의 예상대로 남자들의 대답은 ‘너는 믿지만 주변의 늑대들은 믿지 못한다’였다.(70명, 89.7%) 이들은 남자는 남자가 제 일 잘 안다며, 남자들이 클럽을 가는 이유는 음주가무가 아닌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했다. 심지어 그들은 어이없다는 표정과 함께 육두문자를 마구마구 써내려 나갔다. 역시 우리가 주목했던 응답들을 살펴보자(8명, 10.2%).
10.2% “정 클럽을 가고 싶다면 남자친구랑 같이 가는 것도 방법일 듯” 역시 논리적인 남자들.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구나.
“남자친구가 싫어하는 짓이지만 죽어도 해야겠다면 적어도 최대한 안 들키도록 해야한다” 나는 이 대답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너그러운 건 좋은데 과유불급이라. 너그러워도 너어~무 너그러워. 이 응답자. 예사롭지 않다.
“여자친구가 가고 싶어하니까 보내는 주겠다. 하지만 집에서 걱정하고 있을 남자친구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전화만 한다면 봐주기도 할 것 같다” “여자의 행실에 따라 다를 것 같다. 평소에도 충분히 믿음을 주며 지내왔다면 보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클럽을 가기 위해 거짓말만 하지 않는다면 쿨하게 보내줄 수 있다”
이들은 약간의 고민을 하면서도 그녀들을 클럽에 보내 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었다. 사실 우리는 상황 2에 대해 모든 남자들이 ‘절대, 죽어도 못 보낸다’라는 식의 응답을 써내 려 갈 줄 알았다. 남자는 남자가 제일 잘 안다고, 일반적인 남자들의 생각은 우리가 알고 있 는 것이 단줄 알았다. 보통의 여자들도 ‘남자는 다 똑 같은 남자’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그 러나, 그들에게도 ‘이해심’이라는 유전자가 있으며, 그녀의 자유를 지켜주고 싶은 깊은 아량 이 있다는 것. 태평양이 그의 어깨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그의 마음에도 존재 한다니! 물론 본능이 없는 남자는 없겠지만, 그들의 구속의 정도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우 리는 그가 여자친구를 진짜 믿을 만큼의 크고 신실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순한 늑대도 있다는 사실. 하지만, 여자들은 여기서도 과유불급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설문 조사 한 저 질문들은 굉장히 뻔~한 대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응답들 을 마주할 수 있어 우리에게 나름 유쾌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다 똑같을 줄 만 알았던, 남자와 여자. 알고 보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다른 모습을 품고 있었다.
38 ·39
응답하라 학식원정대 글 권호정 디자인 한영은 사진 이영훈
그들이 돌아왔다. 2년 전 주머니가 가벼 운 대학생들을 힐링해주는 학생 식당을 찾아 떠났던 그들이 이번엔 학식이라는 편견을 깨고 스페셜한 음식으로 거듭난 학교 음식을 찾기 위해 다시 뭉쳤다. 이 미 유명한 학식부터 숨겨져 있던 이색 학 식까지 한번쯤은 먹어 보러 가고픈 학교 들로 선정했다.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인 다면 불러보자.
응답하라, 2013 학식원정대!
넌 아직도 밖에서 떡볶이 사먹니?
서강대학교 즉석 떡볶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서강대학교 D관! 이른바 ‘디떡’이라고 불린 다는 서강대학교의 이름난 학식의 정체는 바로 즉석떡볶이 되시 겠다. 그냥 떡볶이가 아니라 즉석떡볶이라는 건은 그 자리에서 졸여 먹는 맛이 있다는 말씀. 1인당 4000원을 내고 주문을 하면 버너와 부탄 가스를 직접 가져와 식당 내에서 먹을 수 있다. 깔 끔한 인테리어에 차분한 분위기의 식당 안에서 자글자글 끓고 있 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여기가 학교 안인지 밖인지 구분이 안 갈 지경이다. 떡볶이 안에 오뎅,김말이,만두,라면까지 있을 건 다 있으면서 맛 또한 나쁘지 않다. 여기에 비쥬얼까지 완벽하니 학 식이라는 타이틀에 가두기엔 이 녀석, 너무 아쉬운 인재다. 언제 라도 이 맛을 즐길 수 있는 서강대 학생들에게 질투를 느낄 것 같 다. 그러나 2인 이상부터 주문가능한 음식이니 친구나 연인 손을 붙잡고 함께 올 것! 남자 둘이 오면 끼니로 때우기엔 부족한 감이 있으니 이 또한 유의할 것!
가격
분위기
청결도
맛
양
총점 19.5/25
양
총점 20/25
파스타 먹으러 학관 갈게요~느낌 아니까~
연세대학교 고를샘 긴 캠퍼스 중앙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고를샘! 이 곳은 김밥, 떡 볶이와 더불어 파스타, 그라탕, 피자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메뉴들은 학식 치곤 조금 비싼 오천원대지만 시키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양이랄까. 양도 푸짐하고 토마토,크림,오일 가릴 것 없이 맛도 일반 파스타집 못지 않게 훌륭하다. 굳이 파스타집 을 찾아 학교 밖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한번쯤은 붙잡을 맛인 것 같다. 이색 메뉴로 손꼽힌 ‘오븐스파게티떡볶이’는 떡볶이와 스 파게티, 치즈가 공존하는 오묘한 음식이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 지만 한번 포크를 들고 달려들기 시작하면 끝을 보고서야 포크를 내려 놓는 사람도 있으니 도전해봐도 좋을 듯 하다. 중앙에 위치 한 식당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고 시끌시끌한 분위기이다. 복작복 작 붐비는 것을 인기 증표로 생각한다면 언제든지 고를샘으로 가 도 좋다. 아 참 혹시, 불고기 그라탕을 시켰다면 약간의 국물(?) 이 나온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시길.
가격
분위기
청결도
맛
40 ·41
언제나 착한 가격으로 찾아뵙네요.
한국외대 학식 학식하면 누구라도 먼저 떠올리는 바로 그 이름. 외대 학식. ‘학 식하면 외대. 외대하면 학식’이 절로 생각나니 원정대가 찾지 않 을 수 없었다. 500원하던 지하철 표값이 1050원으로 오를 동안 이 학교 학식은 지고지순하게 1000원대를 지키니 가격에 감동하 며 눈물. 그리고 주문한 음식을 보고 또 한번 눈물. 감동은 지갑 을 꺼내는 순간까지였다. 싼 것 말고는 분위기나 메뉴에서 독특 한 점을 찾기 어려웠다. 발품을 팔아왔지만 평범하게 급식 먹는 기분이 들어 외대 학식 먹었다고 자랑하기도 뭐했다는 후문. 양 많고 반값인 김밥천국에 온 기분이었지만 가격이 이렇게 착하니 어떻게 다시 안 볼 수 있겠는가. 아마 다른 학식을 즐기다가 지갑 이 가벼울 땐 다시 생각나겠지.
가격
분위기
청결도
맛
양
총점 18/25
양
총점 19.5/25
동양 최대의 학식 구경하러 왔습니다.
국민대학교 청향 학식이면서 블로그 후기까지 있는 존재감이 원정대를 사로잡았 다. ‘국민대에는 스카이라운지가 있다더라.’라는 소문을 듣고 왔 다면 잠시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여느 학식과 다른 클래스임은 틀 림없다. 마치 결혼식 피로연 한가운데 놓인 듯한 느낌을 주는 이 곳에는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기본 메뉴와 더불어 요일마다 바뀌 는 스페셜 메뉴가 있다. 맛도 깔끔하고 밑반찬 하나하나도 모두 실하지만 한 가지 함정은 가격까지 스페셜하다는 점. 대학생 지 갑을 탈탈 털게 만드는 계산의 순간에 먹으면서 감동했던 기억을 잊어먹게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후식으로 나오는 유자차는 센 스. 미지근한 건 안 센스.
가격
분위기
청결도
맛
주머니는 가볍게 배는 무겁게 마 음은 행 복하게. 평범할 줄만 알았던 학식 들이 점 차 진화하고 있 다. 굳이 학교 밖 이 아니 더라도 학식만으 로 다양한 메뉴 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 우리 학교 학식 만 찾지 말고 남의 학식을 먹으러 다니는 맛 도쏠 쏠하니 원정을 두려워하지 마시 길. 2013 우리의 학식원정 대임무는 여기서 끝났 다. 학생들이 있 는 한, 학생 식당 도 있을 테고, 더 많은 메 뉴들이 탄생할 것이다. 또 다른 신선한 학식들이 나오길 기다리 면서..학식원정 대
TO BE CONTIN UED..
42 ·43
글 이미지 디자인 장민영
# 너의 온기 ‘사람의 몸 중에서 가장 따뜻한 부위가 어딜까.’라는 질문이 있다면 나는 겨드랑이!라고 당당히 외 칠 것이다. 여름철 땀의 분비가 왕성하게 일어나고 오묘한 냄새가 난다고 하여 항상 천대를 받는 그곳, 겨드랑 이의 비밀을 아는 자는 그리 많지 않다. 시간 대부분을 차려자세로 있다 보니 겨드랑이는 잘 열리지 않은 비밀스러운 장소이다. 잘 열리지 않으니만큼 찬 바람이 온기를 뺏어가지 않는 법. 추운 겨울 친 구랑 걷고 있다면 스리슬적 팔짱 낀 위치를 겨드랑이로 올려 보아라. 뜨뜻한 내 친구의 체온이 나의 꽁꽁 언 손을 녹여줄 것이다. 단, 친구가 눈치채지 못하게 스르륵 올려야 한다. 나의 겨드랑이에 누군 가의 손길이 닿았음을 아는 순간 우리는 간지러움을 타니 말이다. 혹시 더럽다고 생각하는가. 겨드 랑이가 더럽고 항상 냄새가 난다는 편견을 가진 당신. 겨울에 아무리 땀이 난다고 해도 오리털 파카 를 뚫고 나오지 않으니 안심하길 바란다.
# 사랑의 캔커피 투명한 액체 속에 쇠로 된 단추를 두 번 똑딱이면 서서히 하얗게 변하며 따뜻해지는 손난로가 한때 유행이었다. 중학생이었던 시절, 금방 차가워지는 손난로를 녹이려고 온풍기 날개에 끼어 두었다가 손을 데일 뻔 도 했고,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고 컵 안에 차가워진 손난로를 넣어 두었다가 컵을 엎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똑딱이 손난로를 접한 건 수능 응원 선물이라고 학교에서 단체로 나 누어 주었을 때. 그 이후로 쉽게 차가워지는 반일회성 손난로를 대신해 600원짜리 캔커피를 애용한 다. 따듯한 캔커피 하나를 편의점에서 구매한 후, 두 손으로 만지작거리면 따뜻하게 집까지 갈 수 있 다. 뜻밖에 지속력도 길고 보온력도 대단하다. 집에 도착하면 약간 식은 커피를 후식으로 먹을 수도 있으니 참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캔커피 따윈 필요 없으니 내 손잡아 줄 남자 하나 올겨울에 어디 안 나타나나요.
# 소소한 행복 느지막한 주말 오후, 기다리던 방학도 하고 평온한 날. 거실에 전기장판을 켠다. 방에서 두툼한 솜 이불을 휘감고 나와 무도를 보는 것보다 좋은 낙원이 있을까. 비록 이불을 거실까지 끌고 나와서 엄 마의 따가운 눈총이 받겠지만, 이 또한 이불로 막아버리리라. 팅팅. 만반의 준비를 끝낸 후 드러누 워 냉장고에서 막 꺼낸 시원한 귤도 까먹으며 온종일 뒹굴 거리는 재미야말로 한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묘미이다. 옷장에 넣어 둔 옷을 아침에 입으려 하면 차가운 기운이 스멀스멀 온몸을 감는다. 옷을 입기 5분 전 방바닥에 옷을 깔고 그 위에 베개를 놓으면 옷이 따뜻한 옷을 입을 수 있다. 응용 편으로 잠자기 5 분 전 이불을 바닥에 놔두고 들고 머리 위로 올리면서 덮으면 따뜻한 이불로 인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우리 집 샤워실은 유리부스가 있고 위쪽엔 자그마한 환기창이 있다. 겨울이 되면 대부분 환기창마 저 꼭 닫아둔다. 그러나 과감히 환기창을 열어 보자. 차가운 바람이 환기창을 타고 얼굴까지 내려오 고 따뜻한 물로 샤워한다면 야외 온천탕에 온 기분이다. 추워서 하기 싫은 샤워가 룰루랄라 신이 난 다. 좀 더 사치스럽게 씻고 싶다면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 놓고 환기창을 열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 단, 샤워를 마치고 물을 끄는 순간, 온천도 한 여름밤, 아니 한 겨울밤의 꿈이 되어 사라진다는 점을 기억하자.
44 ·45
사장님 나빠요 글 권호정 디자인 이보영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연상은 꼭 막장 드라마
이러한 부정부패는 언제나 뉴스 헤드라인을
서양에도 ‘놀부’는 존재한다.
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
장식하는 큰 사건이지만 그 영향력에 비해 우
그러나 모든 부자들이 놀부처럼 느껴지진 않
는 동양그룹 부도 위기나 효성그룹과 한국타
리의 반감은 어느 수준에서 더 이상 증폭되지
는다. 우리나라보다 경제 사범에 대한 처벌이
이어의 탈세논란을 보면 이들을 곱게 보기는
않고 머무르는 것 같다. ‘또 저런 식이지.’라
훨씬 세기 때문에 놀부에 대한 미움이 적은 탓
힘들다. 동양그룹은 회사의 위기를 숨기고 오
든가 ‘재벌치고 깔끔한 기업이 없네.’라는 생
도 있겠지만 그들에겐 놀부보다 더 훌륭한 ‘흥
히려 회사원들과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 구
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삼성 비자금이나
부’형 부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부자
매를 권유하는가 하면 부도가 난 이후에 마지
2008년 sk비자금, 한화 사장 구속 등 실상 우
워렌 버핏은 그의 천부적인 능력으로 벌어들
자신만 살면 된다는 것처럼 몰래 금고에서 돈
리나라의 거의 모든 기업 경영자들이 공금횡
인 돈을 자식들에게 전해주려고 편법을 저지
을 인출하기도 했다. 회사를 회생시키려고 하
령으로 구설수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르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재산을 사회에 기부
는 노력은커녕 자기 앞길만 닦아 놓으면 된다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부자라고 하면
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서 빛
는 식인 것이다.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페이퍼
왠지 비열한 방법으로 돈을 만들어 떵떵거리
을 발하게 된 것은 다른 곳이 아닌 바로 미국이
컴퍼니를 이용해 탈세를 시도하고 비자금을
는 사람이 아닐까 의심스럽게 쳐다본다.
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서양의 부자 들은 그들의 부를 축적할 수 있게 한 사회의 공
모았다는 기사는 이제는 식상할 정도로 많은 회사들이 저질러 온 일이다.
우리 나라의 부자들은 누군가의 몫을 빼앗고 그 돈으로 약한 이들을 괴롭히는 ‘놀부’의 모습인 셈이다.
헌도를 인정하고 있다. 그 뿐인가. 노블레스 오 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그들은 각종 자선 사업을 벌이며 사회 지 도층들의 도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은수저
로 물고 태어난 사람(born with silver spoon)
다시 우리나라로. 우리는 애초에 가지고 있었
이 있다. 재벌들을 위한 규제 완화나 면책권 같
들은 자신들의 입에 문 은수저에 담긴 책임감
던 부자들의 인식 때문인지, 아니면 재벌에 호
은 특권은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
의 무게를 아는 사람들인 것이다. 조금 과장해
의적인 나라정책 때문인지 부자들은 기고만장
다. 그런 특권을 얻게 된 배경에는 나라를 위해
서 말하면 서양의 부자들은 자신들이 번 돈이
하고 자신들의 돈을 꽁꽁 숨겨놓고는 나눌 줄
힘써달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담겨져 있다. 일
정당한 돈임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에게
을 모른다. 돈을 어떻게든 벌려고만 하지 멋있
정 부분 편의를 양보하고 지도층의 특권을 인
‘착하게’보이고 싶어한다.
게 쓰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사실 중요한 건
정하는 것은 그들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데에
쓰는 것인데도 말이다. 어쩌면 부자들은 자신
있어 나보다 더 큰 일을 하기 때문이다. 가진 자
들이 힘들게 벌어놓은 돈을 자기를 위해 쓴다
의 어깨 위에는 생각보다 무거운 책임감이 놓
는 데 왜 딴지를 거냐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여 있다. 그리고 그 책임감을 깨닫게 될 때, 비
지도층들은 그들이 누리고 있는 사회적 특권
로소 그들은 멋진 소비를 하게 될 것이다.
46 ·47
고독과 외로움 글 이윤정 디자인 이경희
겨울은 헐벗은 나무들과 함께 적막함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살이 아려오는 추위를 축복이라 여 기고 신나게 놀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스키장 시즌 권을 끊고 겨울 레저 스포츠를 충분히 즐 기기도 하고 따뜻하게 몸을 녹이려 스파를 찾기도 한다. 이들에겐 겨울 낚시, 빙어축제도 빠질 수 없다. 웅크릴 수밖에 없는 추위를 다양한 방법으로 맞서다 보면 겨울은 금방 지나갈 것이다. 그 반면, 온몸으로 차가운 온도를 받아들이며 “추워서 집밖은 절대 안 나가“ 라고 선언을 하는 이가 있다. 나는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하얗게 눈이 내려앉으면 온 세상이 조용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앙상한 나뭇가지가 소복 이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떨어뜨리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본 적 있는가? 좋아하는 책을 한권 집어 들어 깊이 음미해 또 다른 세계를 펼쳐 보기도하고 춥다고 웅크려 겨 울잠을 자보기도 한다. 그것이 정 심심하다면 목도리를 칭칭 감고 나가서 나의 생활들을 뒤돌 아보며 좋았던 추억들을 회상하기도 해본다. 같이 있을 때 못한 것들을 우리는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들여다 볼 기회를 갖는다. 끊임없이 소통하는 시간 속에서 이 참에 혼자만의 사색을 즐 기는 것 또한 겨울나기 방법일 수 있다. 누군가를 만나 무리지어 놀러가고 바쁜 일정을 짜내는 지친 하루를 잠시 내려놓고 혼자 고독을 즐겨보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가끔 ‘혼자’만의 고 독 속에 있게 된다. 그러다 문득 내 자신이 외친 ‘선언’임에도 불구하고 “추워서 안 나가, 만나기 싫어. 혼자 있을 래.” 라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시점이 올 때, 즉 아무도 날 찾지 않을 때 우리는 외로움 을 느낀다. 분명 난 추워서 안 나가는 것인데, 혼자 있어도 이렇게나 할 것이 많은데 라는 생각 을 하면서도 마음한구석엔 알 수 없는 외로움이 찾아온다. 계속 될 것만 같았던 혼자만의 즐거 움도 문득 외로움으로 바뀌는 시점이 오고야 만 것이다. 고독을 ‘즐긴다.’ 는 말은 혼자 남겨진 것이 아닌 ‘누군가가 있음에도’ 자발적으로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 어울리는 표현 같다. 진정 고 독을 즐긴다는 건 그런 것이다. 얼핏 비슷해보여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사회적동물 이며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존재해왔다. 무리 속에 있어야만 안정감을 느끼고, 소 속되어 있는 상태로부터 편안함을 찾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무리 속에 웃고 떠들면 서도 외로움을 느낀다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외로움이 사람들과 함께한다고 해소되는 것 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이런 상황을 보면 외로움은 타인과 나의 문제가 아닌, 내안의 나에게서 오는 소통의 문제인 듯싶다. 고독을 즐기는 사람은 ‘나’와 ‘내가’ 끊임없이 대화를 해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 고독 상태에 들어가 내 안의 나와 정면으로 만나 대화를 하며 나의 생활들이 어느 위치를 걷고 있는지, 지나 간 일들을 회상하기도 하고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상상한다. 미래설계 혹은 과거의 후회라도 좋 다. 나와 나의 소통이 끊이지 않은 채로 내안의 나는 더 단단해진다. 외로움은 고독의 부작용이 라 말할 수 있겠다. 이 둘은 끊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 분명하지만 같은 선상에서 볼 순 없다. 고독을 즐기며 고독으로 그치는 사람들은 더 단단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고 타인 이 아닌 내게서 오는 소리를 들으며 나름대로의 방식을 찾아간다. 하지만 고독이 곧바로 외로움 으로 직결되는 이에겐 타인과 끊임없이 함께 하라고 조언하고 싶진 않다. 그것은 해결책이 아닌 도피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면의 나와 소통이 끊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방심하지 말자. 춥다는 핑계로 사람들과의 소통을 잠시 차단하고 혼자 만의 시간을 즐기는 행복 또한 지속되면 외로움이 찾아오는 건 한순간. 나와의 소통이 단단하더라도, 다른 사람 다 필요 없이 나만의 사색을 즐기는 것은 결국 ‘타인’이 존재하기에 안심하 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고독과 외로움 그 종이한끗의 차이로 둘 다 존재할 이유가 된다. 그 차이가 함께할 때 의미가 있고 그것이 곧 공존의 이유가 아닐까.
48 ·49
글 김지현 디자인 신나리
드디어 중간고사 끝났다! 야호~
근데 중요한 건 끝난 게 끝난 게 아니야… 너 목요일 날, 발표 있는 거 아니야? 심지어 에세이도 있어.
헐…진짜 힘 쭉 빠진다… 지난 주엔 시험 공부랑 팀플 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엉엉엉 게다가 나는 팀플 하면서도 고생 고생해서 대학생 마케터 지원서 넣었는데 어제 떨어졌다고 발표 났더라…허허.. 어 너도 썼어? 나도 썼는데…나도…떨어졌어… 흑..우리 시험 공부랑 과제랑 대외활동 지원만 하다가 2학기 다 보낼 것 같은 이 불안한 느낌적인 느낌..후.. 벌써 2013년 끝? THE END?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걸까? 근데 중요한 건 나 1년 동안 뭐 했는지 생각이 안나… 뭔 시간이 이렇게 빨라? 허무하게 이렇게 2013년을 보내다니…
그렇다. 신나게 먹고 즐겼던 신입생 시절은 벌~써 지난 이 시점. 둘의
들을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통해 인정받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밤
대화는 흔히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등장한다. 팀플을 야무지게 끝나고
샘 시험 공부는 충분히 밤 샌 보람이 있었다. 더불어 당신이 대외활동을 위
나니 기다리는 건 중간고사. 며칠 밤을 새 시험 공부를 하고 끝나는가 했
해 열심히 두드렸던 당신의 자기소개서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지라도 당
더니 발표가 있거나 혹은 과제가 있다. 여기서 취미생활로 동아리 활동
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만약 면접에서 떨어졌다면 당신
까지 더해진다면 직장인 만큼이나 바쁜 대학생들. 중요한 것은 학교 생
이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깨닫고 그것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경험할 수 있
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 취업 전 인턴을 하려면 토익 성적이 필요하
었다. 이렇게 당신이 한 학기 동안 뚜렷한 결과를 내지 않았을 지라도 동아
다. 그러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토익 스터디에 들어가 열심히 공
리 활동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면 당신은 과제와 팀플을 야무지게 수행하고
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잔인한 취업 경쟁
자기소개서를 두드리는 와중에도 동아리 활동까지
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관심 분야의 대외 활동도 알
한 것이라 생각해도 나쁘지 않다. 대부분이 동아리
아보아야 한다. 그러나 수 만 가지의 대외 활동들이
활동이 영향력 있는 스펙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
나를 반겨줄지도 의문. 또 그리 편치는 않은 마음을
지만 그것은 당신의 억눌려있던 멘탈에게 유일하게
가지고 또 기말고사를 맞이한다. 이렇게 계속 반복
쉼을 주었다. 그것은 학교 안과 밖에서 이리저리 치
되는 우리의 한 학기. 봄 학기도 과제, 팀플, 동아리
였을 당신을 위한 소중한 휴식시간이 되어주었다.
활동, 대외 활동 등등 미션 클리어 해야 하는 것은
소소한 취미 생활을 갖지 못했다면 당신은 학교 생
물론이었다. 여름 방학이 있다 하지만 고학년 대학
활뿐만 아니라 학교 밖의 생활마저도 지쳐 시도 조
생에게는 여름 방학 또한 방학 아닌 방학이 되어버
차 하지 못했을 터. 그것은 우리 삶에의 적당한 원동
린다. 방학은 방학 나름대로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력이 되어 주었다. 이렇게 바빴던 당신의 그 2013년
하며 또 학원을 다니며 자기 계발에 여념이 없다. 다
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누군가는 만족했다고 말
시 가을 학기를 맞이 하게 되고, 다시 바쁜 학기가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아쉽다고 말 할
시작된다. 이러다 보면 우리의 1년은 훅 지나가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지나온 시간에 대
린다. 우리의 금쪽 같은 1년이 끝나버리는 것이다.
한 평가는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신은
하지만, 우린 아직 충분히 젊다. 김난도 교수님께
고생한 만큼 우리를 좀 더 발전 시켰음에 틀림없다.
서 말씀하셨듯이 우린 아프니까 청춘인 것이다. 당
잠을 못 잔 만큼 당신의 지식은 풍성해 졌고, 대외
신이 이제까지 차근차근 밝아온 봄 학기들과 가을
활동 광탈의 경험은 당신에게 알찬 반성의 시간을
학기들은 이미 당신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당신의 삶에 유용하게 쓰였
갖게 해 주었다. 당신이 생각한 만큼 당신의 2013년은 그리 의미 없지 않은
는지도 모른다. 가끔은 걸림돌이 되는 한 명의 조원으로 인해 조금 피곤
것이다. 1살 더 먹는 다는 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도 한 뼘 더 성숙해 지는 시
했을 지라도, 당신은 그것으로부터 작은 사회성을 기를 수 있었다. 또한
간을 의미한다. 또한 의미 있는 바쁨. 그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 바빴
교수님이 내 주시는 발표 및 과제들로부터 전공에 관한 지식을 한 뼘 더
다는 것은 그 만큼 당신이 열심히 한 해를 보냈다는 것이니 2014년도 2013
성장시킬 수 있었다. 교수님들께서는 우리의 전공에 대한 내공의 힘을 기
년의 열정을 가지고 알차고 즐겁게 보낼 준비를 하자. 2013년의 당신, 고생
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다. 이렇게 당신은 한 껏 늘려간 당신의 지식
했다. 정말 수고가 많았다.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
50 ·51
글 이은우 디자인 한영은
가을의 피날레로 비가 추적추적 오고 나니 날씨가 꽤 추워졌다. 이제는 얼음 값이 추가된, 500원 더 비싼 아이스 아메리카노 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좋고, 캠퍼스에는 컨버스화를 신은 친구들보다 어그 부츠를 신은 친구들이 많아 보인다. 오랜만에 들른 명동거리, 귀에 익은 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가 보인다. 입김을 호호 불며 걸어가는 길목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자리 잡고 있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걸 보니 달력으로만 어렴풋이 그려지던 2013년 12월 25일이 오기는 오려나 보다.
나의 영원한 산타할아버지
나는 본래 나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 연말이 되면 후회나 아쉬움의 감정이 물밀듯 밀려온다. 그래서 그런지 12월의 끝자락은 다른 어느 겨울날 보다 춥게 느껴진다. 몸도 춥고 마음도 추운 시기랄까. 하지만 25일, 크리스마스만큼은 다른 것 같다. 몸은 추울지 몰라도 마음은 따뜻해지는 날, 왠지 모르게 설레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날이다. 단 한 사람 케빈은 빼고.
어렸을 때의 나는 산타 할아버지를 정말 만나보고 싶었다. 나에게 매년 선물을 가져다주시기 때문에 보고 싶기도 했고, 또래 친구들보다 늦게까지 산타의 존재를 믿었기 때문에 그 믿음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뭐 어쨌거나 결국에는 산타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 아빠였으니까. 꽤 실망했지만, 그 실망이 오래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후부터 산타 할아버지라는 존재는 내 기억 속의 다락방에서 희미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산타 할아버지라는 존재를 만들어준 아빠한테 참 감사하다. 아빠는 우리 집에서 꽤나 무뚝뚝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벤트, 기념일 같은 것들에는 무신경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동심을 지켜주고자 매년 몰래 산타가 되어주셨다. 그 모습을 상상해보니, 아빠의 살가운 모습을 지금까지 내가 모르는 척하고 지내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 스스로 아빠는 ‘무뚝뚝하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 라고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
나는 그 ‘선 긋기’를 중고등학교 시절에 참 많이 했다. 가깝고도 먼 존재.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가족이지만,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아빠와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한 공간에 있지만 두 공간에 나뉘어 있는 느낌이랄까. 식사를 같이 하면서도 별다른 대화가 오가지 않았고, 가끔씩 던지는 아빠의 썰렁한 농담들이 나는 참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아빠 나름대로 친해지려고 내민 손을 내가 매몰차게 뿌리친 것이다. 등굣길,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 차안에서도 아빠는 운전에만 집중, 나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만 듣는 그 불필요한 정적을 내가 왜 깨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지금은 서로 많이 가까워졌지만, 그래도 내게 있어 아빠라는 존재는 여전히 어려운 의미로 다가온다. 이 글을 쓰면서도 ‘아빠란 존재는 나에게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져봤지만 좀처럼 그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아빠는 산타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조건 없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는 모습에서, 아빠가 나에게 베풀어주는 내리사랑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까무잡잡한 피부, 약간 마른 듯한 체형, 무뚝뚝한 표정이 우리가 으레 생각하는 산타의 모습과는 동떨어지지만 그래도 그 마음만은 참 닮았다.
대학교 4학년을 바라보는 이 시점, 졸업 후 사회로 나가 내 스스 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게 느껴진다. 나 하나 책임지 는 것도 이렇게 힘든 일인데, 지금까지 아빠는 몇 배의 책임감을 감당하며 나를 지켜주셨다. 대학입시, 취업 걱정… 이제까지 나 만 생각하며 달려온 2013년의 끝자락에서, 나는 나의 영원한 산타 할아버지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52 ·53
원곡과 리메이크곡 사이 글 이은우, 이경희, 이동현, 이혜정 디자인 이경희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몰이를 할 때, 나는 버스커버스커의 동경소녀를 참 좋아했다. 당연히 버스커 버스커가 작곡했으려니 했는데 이게 웬걸, 원곡이 따로 있었다니! 김광진이 부른 원곡을 들어보니 버스커 버스커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원곡에서 소심한 남자의 그리움이 느껴진다면, 리메이크곡은 터 프한 남자의 애절함이 느껴진달까? 어쨌든 나는 원곡보다 리메이크곡이 더 좋았지만, 친구는 다른 것 같 았다. 원곡이 가사의 느낌을 더 절절하게 표현한 것 같다며, 김광진의 표현력은 장범준이 따라갈 수 없다 며. 원곡과 리메이크곡 사이, 어느 쪽이 더 끌릴까?
이경희: 나는 이승훈 1집에 실린 비 오는 거리를 소개하고 싶어. 이승훈의 맑은 목소리와 경쾌한 기타 선율, 산뜻한 멜로디가 참 좋은 것 같고,울적한기분에들으면마음이따뜻해지고편안해지는것같아.가끔비오는날,그사람과의시간을떠올리면서듣기도해. 곡이 좋아서 그런지, 2011년에는 서영은이 리메이크를 했더라고. 그녀 특유의 유니크함과 편안함 음색이 돋보여서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 남자가 불렀던 노래를 여자가 부르니까 음색이 달라져서 그런지, 또 다른 분위기로 다가오는 것 같아. 난 원곡도 좋고, 리메이크곡도 좋아. 각각의 개성은 다르지만 곡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를 둘 다 잘 표현해낸 것 같아서… 비 오는 날, 이 노래가 전해주는 감성을 느끼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그날의 추억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이동현: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지만, 재수시절 나는 보다 더 높은 것들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던 것 같아. 스트레스 받는 것 이 일상이 될 만큼 정신적으로 참 많이 힘들었어. 그러던 중에 우연히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를 보게 됐는데, 박정 현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더라. 듣고 있는데 가사가 마음에 참 와 닿더라고.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쫓으려고 하는 것들보다 가지고 있는 것들이 더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후 꽤 시간이 흘렀지 아마. 대학교 들어와서 다시 들어보 니 노래의 가사가 또 달리 들리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려 하는데, 소중한 사람이 옆에 있으니 떠나지 말아달라는 의미가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아. 왜 있잖아.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처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떠나지 말라고 직접 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그 상황을 이 노래가 잘 표현해준 것 같아 좋았어. 사실 조용필이 부른 원곡, 박정현이 부른 리메이 크곡 모두 다 좋지만 아무래도 처음 이 곡을 들은 상황이 크게 기억에 남아 리메이크곡에 더 마음이 가. 원곡보다 지금 이 시대에 맞는 트렌드를 잘 반영한 것 같기도 하고, 원곡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다시 보완할 수 있으니까. 그게 리메이크곡 의 매력 같아. 그래도 원곡을 한 번 들어봤으면 해. 원곡이 가지고 있는 그 시절의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이혜정: 21살. 나는 30살이 참 멀게만 보여. 딱히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 나이가 나한테 오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런데 이 상하게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곡을 듣다 보면 가사에 공감 가는 부분이 있더라고. 특히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하는 부분이 너무 좋아. 내 인간관계가 순탄치 않을 때, 삶의 회의감 이 들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위로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들으면 마음이 먹먹해지는 곡이야. 사실 이 곡을 18살 때 알게 됐 는데, 그때는 원곡으로 듣기보다는, 성시경이 부른 리메이크 곡으로 많이 들었어. 그가 해석한 ‘서른 즈음에’는 먹먹하 기보다는 따뜻한 느낌이 드는 거 있지. 목소리도 감미롭고 좋았어. 나를 보고 괜찮다고 토닥여주는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요즘은 원곡이 더 끌리더라. 원곡을 들을 때 나는, 답답한 곳에 있다가 찬 공기를 쐬는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져. 故 김광 석이 가진 꾸밈없는 목소리 때문일까. 원곡과 리메이크곡 중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나는 원곡이 더 좋아. 노래가 가지는 외로운 분위기를 무덤덤하게 불러내는 게 매력인 것 같아.
이은우: 고등학교 때 우연히 본 클래식이라는 영화가 있어. 액자식 구성으로 조인성 손예진의 캠퍼스 사랑을 소소하게 그린 영화 인데 참 재미있게 봤던 것 같아. 재미있었다기 보다, 두근두근하면서 봤다는 표현이 더 맞겠지. 가장 설레었던 장면은 비 오는 날, 둘이 조인성의 재킷을 우산 삼아 비를 피하려고 캠퍼스를 뛰어다니는 순간이야. 그때 나온 배경음악이 델리스파 이스의 고백이라는 곡인데, 나는 보컬이 노래를 담백하게 표현한 것 같아 참 좋았어. 음도 귀에 착착 감기고. 영화랑 같이 보니까 음악이 더 잘 이해되는 느낌? 다만 반주 부분이 좀 촌스러운 것 같았어. 그 곡을 반복해 들으면서 나도 대학생이 되면 꼭 조인성 같은 멋진 선배랑 연애해 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여대에서 공부하고 있어. (눈물) 나중 에 보니까 이 곡을 에피톤 프로젝트가 리메이크했더라고… 기대하면서 들어봤는데, 원곡의 설레는 분위기를 뭉그러뜨려 놓은 것 같아서 얼마나 실망했는지 몰라. 클래식을 트로트 뽕짝으로 표현한 느낌? 가사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100% 표 현해내지 못한 것 같아. 글쎄~ 나는 그 어떤 리메이크곡도 원곡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봐.
PHOTO essay
‘난 아무것도 몰라요.’
사진 최지인
WITH /
56 용이감독 생각스케치 60 팟쇼, 들어는 봤쇼? 64 공익광고제
56 ·57
용이 감독의 생각 스케치 글 이은우 사진 이영훈 디자인 이경희
‘내 꿈은 감독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감독님이 있다. 자신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작품을 만드는 것,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해 감독이라는 직업을 택했고, 지금도 그 출발선상에 있다고 말하는... 도날드시럽의 대표 용이 감독님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회사 이름이 상당히 독특
감독님께서 가장 어려워하는 CF컨셉은 무엇
한데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인가요?
도날드시럽. 시럽과 실업을 혼동해줬으면 하는 의도
제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코미디에요. 웃기는
로 짓기도 했고, 보통의 무겁고 거창한 회사 이름들
것이 가장 힘들어요. 감정 연출에 있어서 눈물, 감
과는 달리 달콤하고 꾸밈없는 느낌을 내고 싶었어
동 같은 것들을 유발하는 포인트가 10가지 정도
요. 또 그런 부분들이 제 자신과 어울리는 것 같고요.
라고 하면, 웃음 포인트는 100가지나 되는 것 같 아요. 촌스럽지 않게 유머 코드를 잡아내는 것도
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 계기는 무엇 이었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 당시 에는 영화를 보려면 만화방에 갔어야 했는데, 제가 홍콩 느와르, 프랑스 영화 이런 것들에 관심이 있으
어렵고, 결과물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웃지 않으면 뻘쭘하죠.
있고요. 로케이션 같은 경우는, 제가 아이찜(azim)광 고를 찍으러 알래스카에 간 적이 있는데 알래스카 에 눈이 없는 거예요… 그 눈을 찾으려고 북쪽까지 힘겹게 이동했던 기억이 있어요. 또 한 번은 인도 에 촬영을 갔는데 그때 하필 테러가 발생해서 촬영 이 무산되는 상황까지 갔었거든요. 다행히 순발력 을 발휘해서 한 팀을 두 팀으로 나누었어요. 한 팀 은 장소를 캐스팅하러 다니고, 또 다른 한 팀은 촬
세트촬영과 로케이션 촬영을 할 때, 각각 어려 운 점은 무엇인가요? 세트촬영은 변수가 적은 편이에요. 대신에 세트의
중간고사 끝나고 친구들이 에로영화 보자고 하길
퀄리티가 좋아야 해서 세트 완성 전까지 신경 써야
래, 제가 벨기에 영화 ‘개 같은 인생’이 개같이
할 부분들이 많아요. 로케이션 촬영은 말 그대로 좋
야하다고 꼬드겼는데 다들 보다가 자더라고요. (웃
은 장소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내 구미에 맞는 장소
음) 대학교 때는 영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전까
를 찾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아요. 시간도 많
지는 그림을 그리거나, 카메라 필름으로 찍는 작업
이 필요하고... 사실 일이 정해지면 장소를 구하기
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영화 찍는 카메라를 보니까
까지의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거든요. 요즘에는
설레는 거예요. ‘저 카메라를 가지고 무언가를 찍
로케이션 대행 회사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정적
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방학에는 촬
인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영 현장실습을 다녔는데요, 열흘 후에 집으로 돌아 미있는 직업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으로 맞은 기억이 나네요. 가스가 폭발하는 경우도
영하고… 이런 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것 같아요.
니까 친구들이 지루하다고 같이 보기 싫어했어요.
왔어요. 힘든 직업인 것 같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재
세트 기둥이 갑자기 무너져서 얼른 뛰어가 대신 몸
CF 감독으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광고주가 간섭 이상으로 모델에게 직접 디렉션 하 는 경우, 감독은 중간에서 자신의 위치가 애매해져 요. 비단 광고주뿐만 아니라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 이 더 이상 감독을 전문가로서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편집, 기술 작업을 할 수 있는 접근 성이 좋아지다 보니, ‘나도 좋은 카메라로 찍고 노 트북으로 편집해서 잘 만들 수 있는데’라는 생각 을 하게 된 거죠. 감독, 편집하는 사람들을 단지 기술 자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달까. 사실 기계를 다룰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타이핑을 모두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말해주세요.
졸업 후에는 현장실습을 나간 회사에 취직을 하게
세트촬영 같은 경우에는 촬영 당일까지 세트가 완
되었고요, 그곳에서 좋은 선배들도 많이 만났어요.
성되지 않았던 적이 있어요. 또 세트가 무너져서 다 치는 경우도 있었고요. 한 번은 제가 조감독 시절 에 김희선을 모델로 하는 CF를 찍은 적이 있는데,
다 칠 수는 있어도 소설을 반드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제가 운전자면 핸들을 저한테 맡겨야 하는데, 옆에서 핸들을 이리 꺾었다가 저리 꺾었다 가 하는 상황이 오면, ‘내가 이런 대접까지 받으면 서 일을 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어요. 그냥 서로의 영역에 대해 침범하지 않고,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요.
58 ·59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이 같은 어려움을 뚫고 좋은 작품이 나올 때, 사람 들에게 많은 반향을 일으킬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특히나 요즘 사람들은 반응을 빨리빨리 보내주잖아요. 그 반응들을 보는 것이 재미있어요.
기억에 남는 Cf촬영이 있다면? 한 번은 몽골에 촬영을 간 적이 있어요. 시골에 있 는 유목민 소년을 말과 함께 현장 캐스팅했는데, 정 신없이 촬영을 하다 보니까 시간이 두세 시간 금방 지나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이가 더는 못 찍겠다 하더라고요. 저는 당연히 아이가 힘들어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자기 말이 아파서 안 된
다 보니 점점 생각의 폭이 좁아져서 아이디어가 평
사리 영화에 다시 도전하지 못 했던 이유도 여기
범해지는 것 같고요.
에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떠있는 느낌이랄
영화나,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에는 감독의 책임이
까. 정말 이게 나의 생각인가? 하고 다시 생각해보
많아지죠.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광고가
게 되더라고요. 다음에 영화를 할지 말지는 모르겠
여러 가지 제약을 피해서 요리조리 거대한 미로를
지만, 하게 된다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빠져나가는 것 같다면, 영화는 넓은 사막에서 혼자
담아보고 싶어요.
방황하는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감독의 꿈을 꾸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조언 한 감독의 역할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다 구워진 팬케이크에 시럽을 붓는 것. 사실 감독
감독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가지는 생각의 부분들
의 역할이라는 것이 필요 없을 수도 있어요. 조명
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 직업이에요. 그렇기 때문
은 조명감독이, 연기는 모델이, 의상은 스타일리스
에 다양한 분야들을 섭렵해야 해요. 음악도 알아야
트가… 그런데 그 케이크에 시럽이 없다면 너무 퍽
하고, 미술 감각도 키워야 하고, 책도 많이 읽어서
퍽하지 않을까요? 시럽이 있어야 케이크가 맛있죠.
문학적 소양도 쌓아야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 은 이것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생각하고 표현해
다고…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또 작년에 아 시아 최초로 찍은 a6 아우디 광고 같은 경우에는
영화 카메오, 방송 진행자, 요리 프로그램 출연,
독일 본사가 한국 감독, 한국의 제작을 믿지 못 해
그리고 얼마 전에는 무한도전에까지 나오셨는데,
서 일을 안 주려고 했어요. 그래도 아시아 지점에서
영상에 찍히는 것에도 흥미를 가지고 계신가요?
강력하게 설득하니까 적은 제작비를 조건으로 촬 영을 허락해주더라고요. 사실 자동차 광고는 한국 에서 찍기가 힘들어요. 영화는 문화콘텐츠라고 영 상위원회에서 지원해주면 경찰이 도로교통 통제까 지 해주지만, 광고는 그렇지 않거든요. 과정이 어려 웠으니까, 더 잘 찍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광 고네요. 그런데 사실 모든 작품들이 다 찍어놓으면
마디 부탁 드려요.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이런 능력을 저는 생 각의 근육이라고 부르는데요, 운동선수들이 시합 에 나가기 전에 체력단련을 하잖아요? 마찬가지예 요. 감독뿐만 아니라 창조적 일을 하는 사람들은 늘
영상에 찍히는 것에는 흥미가 없고요, 올드보이에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해요. 아이디어 소스를 틈틈
서 카메오(중국집 배달부)로 출연한 것은 제가 좋
이 모아놓고, 생각의 근육을 키웠느냐 안 키웠느냐
아하는 선배 감독들의 연출을 슬쩍 어깨너머로 배
에 따라 역량의 차이가 나는 거죠.
워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저는 정식 연출부 출신 이 아니라서 그런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우 정 출연하게 되었고요, 공부가 많이 됐어요. 카메
감독님은 꿈을 이루셨나요?
라 뒤에서 이런저런 얘기만 하던 감독이, 반대 입
보통 꿈이 뭐야? 하면 의사요, 검사요 하는 친구들
장이 돼서 연기를 해보니까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
이 많은데 사실 이런 것들은 꿈이 아니고 꿈으로 다
래서 연기자가 카메라 앞에 서면 어떤 느낌일지,
가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에요. 사람들은 자신의
CF 이외에도 영화, 뮤직비디오 등 여러 가지
감독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줘야 할지 생각
꿈을 이루기 위해 직업을 택하고서는 그 꿈은 잊어
종류의 영상을 디렉팅 하셨는데요, 특별히 각각 다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방송에 많
버리는 것 같아요. 자신이 진정으로 목표했던 삶의
른 점이 있다면?
이 출연 한 것은 아무래도 젊은 나이에 영화를 하
의미를 잃어버리는 거죠. 대기업 취직, 좋은 대학…
다 보니까 영화사에서 마케팅으로 인터뷰를 많이
사실 ‘우리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니까 좋은 거
잡았었어요. 한 달에 40개까지 한 적도 있고요. 그
야’라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잖
때는 cf 일을 쉬고 있었던 때라 시간도 많이 남아서
아요.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EBS 애니토피아라는 곳에도 출연하게 됐는데, 전
지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29살, 첫 작품
세계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공부가 되었
이 나오고 나서 어떤 분이 제게 ‘꿈을 이루셨네
던 것 같아요. 공부도 하고 출연료도 받고, 아주 좋
요?’라고 물어봤는데 솔직히 당황스러웠거든요.
았던 것 같아요. (웃음)
저는 그때 막 영화 한 편이 끝났을 뿐이고, 아직 내
아쉬운 것 같아요.
CF는 철저히 합의에 의해 만들어져요. 단 한 컷, 단 한 프레임도 감독 스스로 정할 수 없고 모든 것들 이 약속된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죠. 어떻게 보면 가장 제약이 많은 부분인 것 같고요… 브랜드 이 미지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 까지도 보수적인 부분들이 많아서 광고들이 다 아 름다워 보여야 하고, 도덕적으로 보여야 해요. 그러
가 이루고 싶은 것도 완전히 못 이룬 상황이었는
다 보니 천편일률적이에요. 해외 광고 같은 경우는 너무 도덕적이지도 않고, 거친 부분들도 허용이 돼 서 그런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구현될 수 있거든 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수적인 잣대로 광고를 보 다 보니, 회사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는 거죠. 저도 10년 이상 광고를 하 다 보니 저런 매너리즘에 갇힐 때가 있어요. 그러
앞으로 어떤 영상을 찍고 싶으세요? 예전에는 아름다운 것, 멋있어 보이는 것들만 찍 고 싶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평소에 내가 접하는 것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생각의 스케 치를 영상에 담고 싶어요. 첫 번째 영화를 하고 쉽
데…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매일 고민하며 살고 있어요.
잠깐의 대화로 감독님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잠깐의 대화로부터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 었다. 한결같은 사람.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 그 누구는 감독님을 부 러워하고, 그 누구는 감독님이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는 아직까지도 만족할 만한 작품이 없다고 말한다. 사소한 것들에 ‘이만하면 됐어!’라고 만족하는 나를 반성하며, 이 대화를 마무리한다.
60 ·61
희 진가 혜 정초
경 조원
아 류정
환 조유
? ! ! ? 쇼 쇼 쇼 쇼 봤 팟 팟 는 봤 는 어 어 들 들 글 김지현 디자인 신나리 사진 이혜정
대학생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최초의 대학생 광고마케팅 매 거진 COMMA. 여기에 또 하나의 대학생 스스로 홍보의 새로 운 길을 만들 어 나가는 친구들이 있다. 바로 대학생의, 대학 생에 의한 홍보대행 팀 ‘팟쇼’. 학교에서의 장기 프로젝트로 홍 보대행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 은 그저 ‘과제’로서만이 아닌 단 지 그들의 뜨거운 ‘열정’하나만으로 홍 보의 하나부터 열까지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었다. 팟쇼! 들어는 봤쇼?
62 ·63
현재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요? 이번 학기 주제가 협동조합 이예요. ‘팟쇼’는 협동조합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에 잘 부합
PODSHOW
하는 방식으로 협동조합을 잘 홍보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팟쇼’라는 이
(옷을 못 입는 사람이야기) 등등 재미난 프로
름에서 ‘팟’은 독재를 칭하는 파시즘에서 따
그램들도 많지요. 유투브는 포화상태라고 생
온 말입니다. 무거운 주제를 웃기게 역설적으
각했고, 그래서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팟캐
로 표현한 재미를 첨가하였어요. “이거 사! 이
스트를 공략하면 나중에는 유투브 보다 팟캐
거 사!” 에서 따와 저희가 직접 만든 말입니다.
스트가 더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
다른 조직에 관련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었
희가 높은 수준으로 동영상을 만들어서 연재
음 에도 ‘협동조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기는 무엇인가요?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미 드러나
팟캐스트라는 것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해
먼저,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있는 이슈보다는 감춰져 있는 이슈를 끄집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계원예술대학교 비주얼매
내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다큐멘
팟캐스트라는 이름은 애플의 아이팟(iPod)과
니 지먼트트랙 조유환입니다. ‘팟쇼’팀에서 팀
터리 ‘작은 거인’이나 탈북자들을 위한 교육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입니다.
장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왼쪽
같이 소수 집단에 초점을 맞추는 프로젝트를
기존 라디오 프로그램과 달리 방송시간에 맞
부터) 정초혜, 진가희, 조원경, 류정아입니다.
진행하고 싶었어요. 그것을 통해서 저희는 감
춰 들을 필요가 없고, MP3플레이어ㆍ스마트폰
팀 구성원 5명이 짜여진 이유가 있나요? 여러분
춰져 있지만 사람들에게 알리면 좀 더 아름다
등을 통해 구독 등록만 해 놓으면 자동으로 업
들이 어떻게 만날 수 있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운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램으로 시작
데이트되는 관심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아무
저희는 같은 과에서 만나게 되었어요. 전반적
했죠. 그래서 저희는 협동 조합을 골랐습니다.
때나 들을 수 있어요. 방송 시간에 구애 받지
인 홍보의 기획단계를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
협동조합의 경우 한 사람 한 사람이 주권을 갖
않는 것이 강점입니다. 게다가 유투브처럼 구
각 으로 만났습니다. 전공 수업에서 한 학기 마
고 있기 때문에 무너질 확률이 적다는 가치가
독이 가능하고 조회수가 올라가는 것이 보이
다 주제가 나오는데 저희 과가 40명이라고 가
있어요. 보통 기업들이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
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우리 팀이 어떤 성향을
정하 면, 40명이 하나하나가 프로젝트 기획을
이 되요. 이 회사들은 한 사람의 결정권에 따
가진 독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나에 대한 정보
세워서 경쟁을하고몇개를선발하게됩니다.그
라 회사가 좌지우지 되지만, 협동조합은 조합
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에 ‘팟쇼’가 있었어요. 그래서 팀장인 제가
원들 모두가 주인이에요. 그것의 가치를 알려
팟쇼만의 강점이 있다면?
팀원을 구성할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그렇게
주고자 협동조합을 선택했습니다.
일단 판매하는 상품이 좋아요. 일반적인 홈쇼
이루어진 구성이 바로 저희 팀 입니다.
협동조합의 홍보를 어떠한 방식으로 하는지 말
핑에서의 쇼호스트 같은 경우 제품의 판매에
디자인을 전공하셨다고 하셨는데, 비주얼매니
씀 해주세요.
만 목적을 두고 있지 그 상품에 대해 꿰뚫고 있
트먼 트트랙에 대해서는 조금 생소해요. 구체적
저희는 협동조합의 상품을 알리기 위한 동영상
지는 안잖아요. 저희는 일단 저희가 직접 써보
인 설명 부탁 드립니다.
을 찍고 이를 팟캐스트를 통해 유표하고 있습니
면서 피드백을 진행하고 그 전체의 과정을 저
디자인 전공이라고 하면 보여지는 걸 많이 다
다. 홈쇼핑 같은 경우는 채널경쟁이 굉장히 심해
희가 지켜보기 때문에 제품이 ‘좋은 상품이다’
룬 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디자인이
요. 하지만 팟캐스트를 이용하면 그것보다는 싼
라는 것을 보증할 수 있어요.
스타 일링에 초점을 두는 것과 달리, 저희는
가격을 보장할 순 없지만 365일 공정한 가격을
보여지 는것즉,기획을중심으로활동하고있어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유통되는 과정이 깨
요.포 토샵, 일러스트처럼 부분이 되는 요소가
끗하다는 뜻이며 그로 인해 투명한 과정의 협동
아닌 하나의 프로젝트 자체를 기획하는 것이
조합의 제품들의 장점을 잘 알릴 수 있다고 생
라고 보 시면 될 것 같아요. 만약 하나의 주제를
각했어요.
정해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면, 기획에서부터
여러 가지 방법 중 팟캐스트를 통한 홍보 방법을
직접 협 업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그래픽까지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 번에 수 행하는 것이 저희 전공입니다. 매
처음에 미디어를 고려하기도 했는데 그 중 팟
니지먼트과는 하나의 총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캐스트가 뉴미디어로 생각되어서 이를 선택했
끌어가는 사람 들을 양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
어요. 팟캐스트가 대중적이지는 않아요. 대부
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분은 오디오만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영상 도 있습니다. 팟캐스트 중에는 패션임파서블
천연화장품협동조합 <닥터트럽>을 클라이언트
젊은 세대들이 패키지의 디자인도 많이 본다
로 영상 1회를 제작하였는데, 유포하면서 가장
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젊은 세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대의 이목을 끌고 올드한 협동조합의 상품에
촬영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희는 영
대한 인식을 깨고 싶었어요. 다시 말하자면, 저
상을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감각이 많
희는 젊은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큰 목
이 부족해 리스크에 대한 대안책이 너무도 부
적을 두고 있지요. 그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인
족했던 것 같아요. 촬영 시에 출연진을 섭외하
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는 과정에서 개성 있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여
홍보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어디서 후원 받나
기서도 어려움을 겪었고, 빠른 섭외를 하다 보
요?
니 그분들이 연습이 원활하게 안돼 있어서 진
프로젝트 기획을 하면 협업 요청을 받아요. 거
행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스튜디오
의 모든 지원을 협동조합에서 받지요. 1회에서
를 빌리는 비용이 아까워서 모델하우스를 썼
촬영했던 ‘닥터트럽’의 경우 기획안을 들고 찾
는데, 당일 날 시간이 맞지 않아 촬영 장소도
아가 소정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이 분
여의치 않았습니다. 동영상을 편집하는 부분
들로부터 장비 렌탈, 화장품 상품 지원 등 최소
에서도 CG와 자막이 어색했어요.
비용을 지원 받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에 저희
동영상을 만들면서 깨달은 점과 기뻤던 점은 무
의 프로젝트 기획안을 제출하면 장학금이 지
엇인가요?
원됩니다.
1회를 통해서 대안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대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최종 목표는 무엇인
본에 의지하지 않는 것, 촬영장비 개선하는 것,
가요?
촬영시간을 늘리는 것 등을 깨달았다는 것이
협동조합 측에서 먼저 그들의 제품을 홍보하
가장 큰 수확이에요.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서
기 위한 수단으로 저희에게 연락이 오도록 하
2화를 높은 수준으로 제작 할 수 있었던 것이
는 것이 저희의 본질적 목표입니다. 업체에서
나름 뿌듯했어요. 그리고 ‘이제야 쫌 방송 같
‘우리 것 좀 홍보해주세요~’라는 요청이 오도
다’ 라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을 때 가장 기뻤
록 저희가 효과적인 미디어로서의 파워를 가
습니다.
질 수 있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지요. 그
홍보의 타겟이 주로 대학생인가요?
래서 그 분들에게 ‘저희가 만든 채널을 거쳐가
네, 젊은 세대는 협동조합이라는 것이 진부하
야만 제품이 힘을 갖는다’라는 믿음을 심어드
다 생각할 수 있어요. 저희는 이를 깨기 위해
리고 싶어요.
젊은 세대들의 ‘고가의 브랜드 제품만이 좋은 제품이다’ 라는 인식을 바꿔 주고 싶다는 그들. 그들은 협동조합의 상품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 고, 젊은 세대들이 공정한 과정을 거친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그들 자신의 가치도 올라감을 느 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생산 자와 소비자가 함께 협동하며 아름답게 살아가 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름다운 사회라는 메시 지를 전달해 주고 싶어했다. 느껴지는가. 이 순 수한 입김으로부터 나온 뜨거운 열정이.
64 ·65
소통, 배려 그리고 나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우리의 노력
2013 대한민국 공익광고제 수상자를 만나다 글 이미지 디자인 한영은 사진 최지인
국내 유일의 광고제 <대한민국 공익광고제>. 올해로 5번째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공 익광고제는 우리 사회에 직면한 사회적 문제들의 해결방안을 국민과 함께 고민하 는 소통의 장이다. 함께 진행되는 공익광고 공모전 또한 나이와 직장에 상관없이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다. 매년 화재가 되는 공모전의 수상작품들이 올해는 어떠한 파급력을 미칠지 기대가 된다. 이번 공익광고제를 담당하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KOBACO) 강이근 차장님과 공모전 수상팀과 직접 만나보았다.
interview_
2013 대한민국 공익광고제 강이근 차장님
2013년의 공익광고제 주제를 ‘소통, 배려, 그리고
수 있는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공익광
달리 그 목적이 소비자로부터의 이윤창출이 아
나눔’으로 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고제 주제로 선정하였습니다.
니라 국민에게서 공감대를 얻는 데 그 목적이 있
공모전 출품작품의 주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기 위하여 TV와 인 쇄부문은 자유주제로 그리고 올해 신설된 캠페 인기획서 부문에서는 ‘다문화, 이해와 소통’이 라는 주제로 대학생으로 구성된 팀들로부터 기 획서 출품을 받았습니다. 공모전 주제와는 별도 로 공모전과 공익광고 전시회를 아우르는 대한 민국 공익광고제 주제는 ‘소통, 배려, 그리고 나 눔’입니다. 우리나라 10가구 중 1가구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국적이 다르고 살
공익광고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변화되는 현대사회에서 광고의 설득커뮤니케이션 기법을 활용하여 각
마지막으로 광고와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대해 문제 제기를 통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익광고 공모전은 32년의 역사를 지녀왔고 앞
개개인의 실천의식과 행동변화를 일으켜 사회
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대학교 재학 중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는 데 공익광고의 필요성
에는 꼭 학생 부문으로 출품해 보시기를 권유합
이 있습니다.
니다. 물론 직장인이 되셔도 일반부문에 출품하
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다문화 가정의 생활
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방식도 우리의 생활방식과 마찬가지로 모두 존
상업광고와 공익광고는 모두 광고라는 설득커
중받아야 하는 문화라는 생각이고 지금 우리나
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공통점
라는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가 만나 소통할
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익광고는 상업광고와는
조성현 심재윤 박민준
기획서 금상 축하해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큰 상을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이 상은 앞으로 도 지금처럼 열심히 정진해서 좋은 광고인으로 거듭나라는 격려로 생각해요. 솔직히 생각도 못 했거든요. 깜짝 놀랐고. 저도 광고인은 아니지 만 몇 년 많이 해왔는데 처음으로 1등을 해봤어 요. 그래서 처음 연락받았을 때는 놀랐던 것 같 아요. 진짜 눈물 날뻔했거든요. 돈도 많이 주셔 서 좋았습니다.
데 특별한 매력이 있다 하겠습니다.
정은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각종 사회적 이슈에
상업광고와는 다르게 공익광고만의 특별한 매력
[기획서 금상]
므로 국민들이 공감하는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종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모색해보는 과
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가 한국에서 살
interview_
습니다. 공익광고는 상업성으로부터 자유로우
실 수 있습니다. 본인의 작품이 전문 심사를 거 쳐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는 순간, 자신의 아이디 어가 공감을 받았구나 하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66 ·67
기획서 스토리, 컨셉
이 했어요. 그러던 중 영화 ‘방가방가’ 내용 중
심하게 돼요. 한, 두 달 동안 다문화에 대해 조
저희 기획서는 “내 이름은 000입니다.”에요.
에 베트남 사람을 “야 베트남” 이렇게 부르는
사하고 기획서로 상도 받았는데 저부터 그러
제가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관데 체대생 하
게 생각났어요. 개인이 가진 것 중 가장 의미
면 안 되잖아요(웃음).
면 떠오르는 이미지들 각자 있으시죠? 운동은
있 는 것이 이름인데, 다문화 가정의 외국 사람
다 잘할 것 같고 공부는 못할 것 같고 근데 저
들이 이름을 잃어 버린 채 살고 있으니깐 우리
다문화 가정에 관한 기획서를 준비하면서 다문
는 전혀 아니거든요. 축구는 못하는데 책은 좋
가 이름을 찾아주자 해서 기획했어요.
화 가정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 요. 어떤 게 있나요?
아해요. 또 A형은 소심하다, 이대 여자는 이럴 거 같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이런 걸 특정
다문화 가정에 관한 기획서를 준비하면서 다문
길거리, 지하철 아니면 학교에 중국인이나, 다
집단에 대한 편견 즉, 사회적 편견이라고 불러
화 가정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
른 동양인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 보
요. 다문화도 그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다문
요. 어떤 게 있나요?
면 처음에는 사실 안 좋게 봤었어요. 일단 생김
화 가정일 경우는 특히 한 국가에 대한 편견이
길거리, 지하철 아니면 학교에 중국인이나, 다
새가 다르니까. 그랬는데 이제 그렇게 보면 안
개인 한 명 한 명에게 가죠. 예를 들면 ‘베트남
른 동양인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 보
되겠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해요. 아직 다문
은 부유하지 못한 나라니깐 베트남 사람은 부
면 처음에는 사실 안 좋게 봤었어요. 일단 생
화 사람들을 안 좋게 보는 시선들이 있는데, 우
유하지 않다’와 같은 거 말이에요. 근데 앞서
김새가 다르니까. 그랬는데 이제 그렇게 보면
리가 무심코 던진 시선이 당사자에겐 폭력이
말했듯 저희도 그런 편견의 피해자가 되어 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해요. 아직 다
될 수도 있거든요. 시선 폭력이죠. 요즘에는 혹
잖아요. 그래서 집단과 개인을 따로 떨어뜨려
문화 사람들을 안 좋게 보는 시선들이 있는데,
시 내가 그렇게 쳐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 조심
놓고 생각을 하자는 컨셉으로 출발했어요. 개
우리가 무심코 던진 시선이 당사자에겐 폭력
하게 돼요. 한, 두 달 동안 다문화에 대해 조사
인을 개별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 중에 가장 개
이 될 수도 있거든요. 시선 폭력이죠. 요즘에는
하고 기획서로 상도 받았는데 저부터 그러면
인에게 의미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많
혹시 내가 그렇게 쳐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 조
안 되잖아요(웃음).
수상 축하해요! 소감 한 말씀 부탁해요.
태반이란 기사에 충격을 받았어요. 우리나라
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한 공모전이었어
깜짝 놀랐어요! 개강 직전 아이디어 회의한 게
역사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은 잘못된 게 아
요. 저희처럼 많이 실패해도 계속 계속 도전하
엊그제 같은데, 상 받는다는 전화를 받은 게 아
닐까 생각했고 주요 과목 점수에만 목숨을 거
는 자세가 중요할 것 같아요. 계속 계속 도전
직 믿기지 않아요. 본선에 붙었다는 연락을 받
는 아이들이 역사에도 조금은 관심을 가졌으
하세요.
았을 때도 손이 덜덜 떨렸는데 지금은 굉장히
면 하는 마음에 만들었어요.
얼떨떨한 기분이에요. 다소 늦은 나이에 참가
마지막으로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친구, 후배 등
했는데 큰 상을 받고 마무리하는 것 같아 기분
도 받을 때까지 계속 하자.’였어요. 실패 했다
에게 한 마디 부탁해요.
이 매우 좋아요. 특히 공익광고제에서 상을 받
고 좌절하지 말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정지혜 저희가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말
게 되어 너무 뿌듯한 것 같아요.
로또 당첨이 되기 위해서 우선 로또를 사야 하
을 한다는 게 너무 민망한데, 친구들이라고 생
이번 수상작 ‘당신의 시험지’ 는 어떻게 만들게 되
잖아요. 공모전도 마찬가지죠. 공모전에서 상
각하고 말할게요. 저희도 1년 동안 수많은 기획
었나요.
받기만 바라고 있지 말고 우선 공모전에 계속
서, 광고, 마케팅 공모전에 도전했었어요. 동아
정지혜 올해 3.1절에 우리나라 학생들이 한국
도전해야 해요. 될 때까지 하다 보면 언젠가 좋
리에서 제일 많이 나갔는데도 제일 많이 떨어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지에 대한 기사가
은 소식이 있을 거라 믿어요.
졌었죠. 오히려 떨어지는 게 익숙할 정도였어
있었어요. 3.1절을 삼점일이라 읽는 학생들이
요(웃음). 4학년이 되고 취업 준비도 해야 하니
interview_
[학생부 인쇄 금상] 당신의 시험지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정지혜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 이효연
이효연 저희가 입버릇처럼 한 말이 ‘상 하나라
interview_
[대상-대흥기획] 묵념 박지호 jcd
조서림 cw
유상현 pd
대상 축하드려요! 대상 받은 소감 부탁드려요. 유상현PD 외국 광고제가 아닌 국내 광고공모전 에는 일반인으로 출품할 기회가 적어요. 그중에 서 공익광고제는 국내 최고, 최초의 공익광고제 이죠. 특히나 저희는 상업광고를 메인으로 하는 사람들인데,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공 동의 이익을 위한 공익광고로 상을 받아서 보람이 조금 남다른 것 같아요. 학생일 때부터 광고에 관심이 있었나요? 박지호JCD 대학교 동아리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사실 처음부터 광고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에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아이디어 발상에 대해 공부하고자 광고 동아리에 들어갔죠. 동아리 활 동을 하면서 광고에 흥미를 느껴 여러 공모전에 나 갔어요. 이렇게 하나하나 쌓다 보니 지금의 위치 까지 오게 되었죠. 조서림CW 동아리 활동을 한 적은 없지만, 신문 방송학과여서 광고에 관한 수업을 종종 들었어 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재미있어 보여서 입사 실기시험을 봤어요. 입사 후에 들은 얘기론 광고 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험을 쳐서 색 달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입사 후에 재미 를 더 느꼈어요.
마지막으로 콤마매거진 독자들, 미래의 후배들
여자가 되었다가, 청하 아이디어를 냈을 때는 대
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학생이 되는 것처럼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대
박지호JCD 공모전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받는 건 중요해요. 공모전을 계속 할 수 있는 원
유상현PD 광고는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에
동력이 되거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
요.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같이 일하는 동
가 광고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스스
료들과의 호흡이죠. 서로의 시너지를 최대로 이
로 아이디어 발상을 하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끌어 내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광
생각을 진지하게 하는 거라 생각해요. 시상식에
고죠. 여러 사람과 같이 작업하는 것 또한 광고
조금 일찍 화서 학생들의 작품을 봤는데, 훌륭한
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작품이 많이 있더라고요. 우리 학생들이 미래의 광고를 책임질 수 있는 훌륭한 토양이 될 수 있
일본의 역사 왜곡이 한, 두 해 전이 아니다. 독도
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제가 부탁하고 싶은 건
가 자신의 땅이라고 우길 때, 대한민국 국민이라
광고를 해서 돈을 벌 생각이라든가, 이름을 알리
면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왜 독도가 한
고 싶은 을 알리고 싶은 사람보단 대학생인 지금
국 땅인지에 대한 역사적 근거를 아는 사람은 몇
이번 수상작의 컨셉을 설명해주세요.
느끼는 광고에 대한 열정, 희망에 찬 사람이 광
이나 될까. 백인들을 보면 동경의 시선을 감추
조서림CW 수상작품의 제목은 ‘묵념’이에요.
고계로 올 수 있는 조건이라 생각해요. 후에 광
지 않으면서 같은 아시아권 사람들에게는 어째
요즘 지하철에서도 그렇고 집에서도 그렇고 모
고회사에 입사해도 그 뜨거운 가슴을 잊지 않고
서 야박하게 구는 걸까. 스마트폰만 쳐다보느라
두 스마트폰 하느라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잖아
지니길 부탁해요.
놓친 아름다운 풍경과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있
요. 그래서 주변의 소중한 걸 잃어버리는 경우가
조서림CW 광고회사 다닌다는 것이 사실 명예
을까. 공익광고는 예술이 아니다. 많은 사람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학생인 딸을 둔 이
로운 직업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이름이 널리
공익광고를 보고 공감을 한다. 그리고 거기서 끝
모가 집에서 딸과 같이 대화해도 대화 중에 스마
알리기도 힘든 직업이고요. 그래도 한 가지 확
이다. 보고 느끼는 것을 넘어서 실천을 할 때 비
트폰만 쳐다보고 있으니까 외롭다고 하시더라고
실한 점은 서류업무를 반복하는 사람들보다 매
로소 공익광고의 가치가 발휘될 것이다. 더 나은
요. 잃어버린 대화에 대한 묵념, 가족에 대한 묵
일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서 산다는 것이
세상을 위한 작은 노력, 대한민국 공익광고제는
념을 컨셉으로 잡았어요.
재미있다는 거에요. 비비안 아이디어를 낼 때는
앞으로도 소통의 장으로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콤마가 독자여러분께 드리는 기회
CHANGE FOR THE READERS > 동행인터뷰 실무자를 직접 만나고 이야기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기회! 광고마케팅 업계 종사 자분들을 만나고 싶은 대학생들을 위해 COMMA에서 마련한 기회! 카페와 SNS 에 올라오는 게시글들을 잘 보고 댓글로 신청해보자!
> 동아리취재 본인의 동아리를 열정 듬뿍 대학생들에게 알리는 기회! 멋진 동아리에 대해 소개 하고 그들과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기 위해 COMMA에서 마련한 기회! 카페에서 신청 후 연락을 기다려보자!
> 화보모델지원 ‘나는 -같은 광고인 또는 마케터가 되고싶다’ 라는 주제로 멋진 화보를 찍어볼 수 있는 기회! 멋진 모습으로 본인을 표현해볼 수 있는 기회! 카페에서 신청 후 대학 생들에게 나를 힘껏 알려보자!
구독신청방법
SUBSCRIBE 콤마매거진 네이버카페 cafe.naver.com/commamagazine > 콤마매거진신청 게시판 콤마매거진은 광고마케팅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기회와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러한 비전 아래 국내 최초, 유일의 광고마케팅매거진 콤마를 기획, 기사, 취재, 디 자인까지 직접 손을 거쳐 정식 출간하고 있습니다. 콤마매거진은 계절별로 출간 되어 무료로 구독신청자와 대학생 밀집지역에 비치, 배포하고 있습니다.
사진 최지인 / 이혜정 / 이영훈
“사람들의 내면에 잠들어있는 무한한 감각들을 콕!콕! 찌르는 마케터가 되고 싶다” 하루를 보내고 맞이하는 어둠이 두려울 수도 있다. 어둠을 보내고 맞이하는 아침이 두려워질 수도 있다. 두려워하지 말자! 하고싶은 일만 하고 살아가기에는 힘든 세상이라고 하지만 나만 행복해진다면? 문제가 없다. 무한한 감각을 자극하는 짜릿한 마케터로서 사소한 것들로부터 시작되는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행복해지기위해 먼저 웃어보자. 낙하산과 얼굴의 공통점은 둘 다 펴져야 산다 ^ㅡ^
강민지(21, 여)-배화여대 경영학과
언제까지 꿈꾸는 것만으로 행복해 할거야!? 사소한 꿈들은 없다. 새로움과 흥분을 안겨줄 변화는 두렵겠지만 사람들을 콕!콕! 찔렀을 때 나타나는 감각들이 긍정적이고 열정적이었으면 좋겠다. 다함께 노란색 빛에 가까우면서 긍정을 빛나게 해주는 내일로 나아가보자!
“감각적이지만 재미있는 마케터가 되고 싶어요!” Fashion이란 혼자 과도하고 독특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모두 멋지다고 인정 할 수 있을 때 좋은 패션이 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패션 마케터가 되기 위해 나와 소비자 모두 재미있고 멋지다고 인정할 수 있는 ‘감각’을 키우고 싶어요!
김민수(20, 여)-경희대 의상학과
실기수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직각자는 패션 마케터를 설명하기에 좋은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제가 무의식 중에 가장 많이 구입하게 되는 Pink색을 포인트 컬러로 정했어요. Pink색처럼 통통 튀고 포인트가 되는 아이템을 잘 선택하는, 감각적인 마케터가 되고 싶습니다!
“친구의 따뜻한 위로 같이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를 만들고 싶습니다.” 냉정하고 차가운 세상 속에 따뜻한 무엇인가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친구일 것입니다. 힘들 땐 힘이 되어 주고, 기쁠 땐 같이 웃어주는 친구들. 광고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늘 당신을 응원하고 당신에게 힘이 되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 든든한 당신의 친구 같은 마케터가 되고 싶습니다.
박철홍(24, 남)-가톨릭대 경영학과
차가운 세상에서 섬 같은 우산이 되어 기꺼이 내 어깨를 내어주는 친구 같은 마케터가 되고 싶습니다. 갑작스레 내리는 소나기에도 당신 곁에서 든든한 우산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편집장
강지은
briller.kkang@gmail.com
에디터
권호정 팀장
woqyddl@nate.com
김지현
jihyun1503@nate.com
이미지
Sgbmj@naver.com
이윤정
Segdooy@naver.com
이은우
pineappletea@naver.com
한영은 팀장
wwas779@naver.com
장민영
mymy0216@naver.com
이경희
modakyounghee@gmail.com
이보영
choi7bo@naver.com
신나리
naaaarii@gmail.com
최지인 팀장
wldls7227@naver.com
이혜정
a4963@nate.com
이영훈
whiteshoe67@naver.com
이동현 팀장
howat@hanmail.net
김은희
zhk1456@naver.com
윤재영
yjy0964@naver.com
김병현
Kimbh124@nate.com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마케터
발행일
2013년 12월 24일 315-2011-0000 ISSN 2233-6850
광고및제휴
withcomma@naver.com
구독및취재
cafe.naver.com/commamagazine
사소한잡담
facebook.com/commamagazine
광고마케팅소식
blog.naver,com/withcomma
대학생 광고마케팅 잡지 COMMA에서는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본 COMMA 잡지에 실린 모든 글과 그림, 사진은 허락없이 어떠한 경우에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c)reproduction of the contents of COMMA Magazine in whole or in part without written permission is prohibited